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칼질 스타일을 바꾼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주인공이 칼질하는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느리지만 강한 공격, 빠르지만 약한 공격, 주위에 적들을 한꺼번에 때리는 공격. 이건 나름 신선할 뻔 했는데, 너무 작위적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류의 시스템에서는 일단 적을 보고 어떤 스타일로 때려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놈이니까 세게 때려야겠구나, 작고 빠른 놈이니까 빠르게 때려야겠구나.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때리고 페널티는 개인 기량으로 메우든지.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세게 때려야 할 넘이랑 빠르게 때려야 할 넘을 그냥 봐서는 구분할 수 없다. 일단 마주치면 스타일 바꿔가면서 때려본 뒤에 아 이넘은 세게 때려야 하는구나 라고 알아내고, 그 다음부터는 그넘이 나오면 무조건 세게 때리면 된다.


2. 타이밍 맞춰서 콤보

적을 때리면 잠시나마 커서 색이 오렌지 색으로 바뀐다. 이때 다시 적을 클릭하면 콤보가 들어간다. 이것도 나름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색다른 시도이긴 했는데, 문제는 애니메이션이랑 그다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한 클릭에 한방이 아니라 한 클릭에 두세방이 나간다. 그러니 타이밍을 맞춰 클릭을 해도 이전에 하던 동작에 이어서 그냥 공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 호쾌하게 쫓아가서 때린다는 맛이 없다. 이놈의 전투가 디아블로처럼 액션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략성이 강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이 콤보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 전체에 걸쳐 문제가 된다.


3. 극악의 로딩.

리뷰 사이트들 보면 스토리가 죽인다는 둥, 연금술 시스템이 괜찮다는 둥의 좋은 평가가 많은데 난 잘 모르겠다. 연금술 하려다가 게임 접었으니까. 나름 게임의 핵심 요소를 경험하지 않고 게임을 논하는게 이상한가? 그러니까 풀 리뷰가 아니라 단상이다. =_=; 여튼, 게임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극악의 로딩 때문이다. 로딩이 정말 길고, 정말 자주 나온다. 사실 네버윈터나이츠2도 로딩이 길긴 한데, 그래도 윗처 만큼은 아니었다. 이건 뭐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고,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잦고 긴 로딩은 몰입도를 깎아먹으며 나처럼 신경질적인 꼰대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4. 이게 올해의 RPG라고?

숨겨진 수작이라느니, 올해의 RPG 후보라느니. 평가가 좋았기에 기대가 컷었는데 개인적으로 대실망.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범작 정도인 게임이 이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RPG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디아블로가 이른바 '정통' RPG들을 몰아내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디아블로 클론도 찾기 힘들다. '정통 파티 기반 턴제 1인칭 던전 RPG'를 사랑하는 대표이사도 이미 2001년 이후로 희망을 버리고 3인칭이라도 좋으니 턴제만이라도 굽신굽신, 실시간이라도 좋으니(사실 좋지 않음) RPG 만이라도 굽신굽신 거리는 상태이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캐릭터를 좀 키우면 이렇게 뽀대나게 싸울 수 있다는데, 저기까지 가고 싶지 않더라.

by 고금아 2008. 1. 1.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