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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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중과 주말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의 클로즈 베타가 진행되었습니다. 언제 신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래전에 신청을 했고, 당첨이 되어 꾸준히 클베 일정이 날아오긴 했지요. 다만 24시간이 아닌, 시간 제한이 걸려있었는데 항상 시간이 맞지 않아 플레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동안은 24시간으로 운영되어 플레이를 해봤죠.

원작을 둔 게임이 항상 그렇듯이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고무되어 원래는 클베 플레이 후기를 쓰려고 했으나... NDA (비공개각서)가 걸려있었습니다. 영상, 스크린샷은 물론 게임에 관련된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트레일러부터 한번 보시죠.



1. 마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MMORPG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MMORPG입니다. 슈퍼히어로 + MMORPG라고 하면 City Of Heroes(이하 COH)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나만의 히어로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슈퍼 히어로를 사용하고픈 욕구야 당연했겠죠. 이에 COH를 제작했던 Crypic Studios는 마블의 IP를 라이센스해 새로운 MMORPG를 개발합니다. 이름하여 Marvel Universe Online! 하지만 배급사였던 MS가 2008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손을 떼고, Cryptic Studios는 마블 대신 Champions라는 TRPG 룰을 라이센스 해 Champions Online을 개발, 출시합니다.

2009년 Gazillion은 마블과 10년짜리 장기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Marvel Super Hero Squad Online을 출시합니다. 저연령층이 대상인 MMO 액션RPG 게임으로, Cryptic이 계획했던 MMORPG와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Gazillion은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해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본격적인 MMORPG를 제작하게 됩니다. 바로 Marvel Heroes Online 이죠.


2. 어벤져스와 디아블로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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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mmorpg.com/gamelist.cfm/game/693/feature/7213 )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여타 다른 MMORPG보다 디아블로를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디아블로의 비전을 제시했던 스텝이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는 문구를 본 기억은 있는데 출처가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디아블로를 만든 블리자드 노스의 공동창업자였던 David Brevik 이 Gazillion의 회장과 COO를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David Brevik의 비전은 분명했습니다. MMORPG + 디아블로2의 후계작. + 신선한 IP. 다소 얄팍해 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Brevik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저 자신이 Marvel : Ultimate Alliance의 팬입니다."

"디아블로를 제작한 사람으로써, 유사점을 발견했고 디아블로와 마블 히어로를 결합시켜 이토록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준 마블에 감사합니다. 마블 MMO를 제작하기 위해 Gazillion에 합류했을 때 제 배경과 Marvel : Ultimate Alliance에 대한 애정을 결합하니 우리가 뭘 해야할 지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었죠."

"요즘 MMO라고 하면 WOW나 그 종류의 유사품들을 말하죠. 원래는 에버퀘스트였지만, 언제나 완전히 다른 성향의 MMO가 일부 존재해왔습니다."

"MMO는 전체 게임의 구조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의 종류를 말합니다. 한 공간에서 수천명의 사람들과 게임을 한다는 걸 의미하죠. 저는 디아블로를 만들었던 사람이고, 디아블로 2를 다음 단계로 끌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IP를 주입하고 싶었죠"

"히어로 물은 판타지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르에 새로운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MO 액션/RPG를 만든다는 건 장르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발언을 읽고 아이팟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할 때, 잡스는 음악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접근했습니다. CD를 MP3로 리핑하는 것도 귀찮으니 iTunes에서 자동으로 CD를 MP3나 AAC로 변환해주고, 음악 넣고 빼기도 귀찮으니 그냥 큼직하게 30GB 하드 달아놓고 컴퓨터와 연결만 하면 자동으로 음악이 전송되게 했죠. 크고 무겁고 비쌌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된 것은 최고 책임자가 제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제품의 사용에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또한 비슷합니다. 그냥 잘나가는 장르, 잘나가는 형식, 유명한 IP의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최고 책임자 본인이 스스로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비전만 갖고 게임이 잘 나올수는 없고,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전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위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시면 되겠네요. 필드엔 언제나 하나하나 때려잡기엔 쉽지만 다구리 당하면 조금 곤란할 것 같은 잡몹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그리고 다른 히어로를 만나는 순간, 아주 화려한 콜라보가 형성되죠. 특히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 처럼 필드상에서 베놈, 고르곤 등의 보스가 나타나면 그 순간이 바로 어벤져스가 됩니다. 위 영상에선 33분50초부터 시작되네요. (위 영상에선 진 그레이나 아이언맨 처럼 뽀대나는 히어로들이 안나와 좀 밋밋해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전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행도 디아블로입니다. 물 떠와라. 물 떠오고 나면 끓여와라. 끓이고 나면 만두 삶아 와라 뭐 이런 풍부하지만 단순한 잡퀘 없이, 담백하게 메인 퀘스트 중심으로 끌고 갑니다. 가야 할 곳에 대해 대강의 방향은 표시해주지만 지도상에서 찝어주지도 않고 바닥에서 경로를 그려주지도 않는데 맵은 넓고 랜덤하게 재생성됩니다. 그러니 딴 생각 할 필요 없이 돌아다니면서 몹들 썰면서 쭉쭉 내다리면 됩니다. 몹들도 중간 중간 노랭이 파랭이 섞어서 리듬이 있지요. 딱 디아블로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거죠. 제가 주말 내내 이걸 붙잡고 있느라 손목과 어깨가 아플 지경입니다.


3. 착한 유료화 모델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이 게임은 MMORPG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고려하고 제작되었다는 겁니다. 캐릭터, 스킨, 5% 경험치 부스터 (시간제), 5% 희귀 아이템 부스터 (시간제) 등을 판매하고 있지요. 좋게 보자면 흔히 말하는 '착한' 유료화죠.

뭐 유저 입장에선 결제를 강제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사실 전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블에 캐릭터가 아무리 많다 한들 한계는 있을테고, 그 이전에 모든 캐릭터를 다 살 필요도 없지요. 스킨에 딱히 스탯이 붙어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캐릭터와 스킨 둘 다 한번 구입하면 영구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LOL 처럼요. 부스터 성능도 미묘하구요. LOL도 그렇고, 북미는 아직 낭만이 남아있나봅니다.


4. 출시 일정과 파운더즈 팩

일단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6월 4일 정식으로 오픈합니다. 아직 한달 가량 남은 셈이죠. 하지만 출시 전에 파운더스 팩을 구매하면 정식 오픈 전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19.99 짜리 스타터 팩은 2일, $59.99 짜리 프리미엄 팩은 4일, $199.99 짜리 얼티밋 팩은 무려 7일 전부터 게임을 할 수 있죠. 특히 얼티밋 팩은 출시 시점 기준 전 캐릭터를 주는 데다 베타 키도 주기 때문에 제법 푸짐한 편입니다만, 앞으로 클베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아이언맨 + 헐크 + 캡틴 아메리카 + 미스 마블, 그리고 캐릭터당 스킨 2개씩이 포함된 어벤져스 어셈블 팩을 구매했습니다. 로마노프 동무나 토르, 호크아이가 빠진 건 아쉽지만 각 팩 마다 일정액의 게임 머니를 끼워주는 데다 사전 예약시 보너스 머니도 얹어주는지라 나중에 그걸로 구매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스타터팩은 캐릭터 1종이 기본이고 프리미엄팩은 4종이 기본입니다만, 1종 캐릭터에 스킨을 아주 듬뿍 얹은 프리미엄 팩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언맨은 영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무비 스타 팩과 만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아머리 팩을  따로 팔고 있습니다. 단, 이번 아이언맨3에 나온 Mk42 스킨은 얼티밋 팩 한정이라 저 스킨 하나 때문에 얼티밋을 고려하는 지인도 있습니다.. (얼티밋 한정 스킨엔 헐크와 울버린도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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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

개인적으로 원작을 둔 게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성에만 집착해 게임으로는 반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캐릭터성이 게임성을 잡아먹기는 커녕, 양자가 서로를 끌어주는 매우 이상적인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엔드게임까지 해본 것은 아니라 만렙을 찍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 과정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설령 구공온처럼 만렙 컨텐츠가 없다고 하더라도 디아블로가 가진 파밍이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며, 구공온과 달리 게임 진행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59.99가 딱히 아까울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by 고금아 2013. 4. 30.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