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베때부터 제가 강력하게 밀었던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마아블로), 기본적으로 디아블로의 탄탄한 구조에 기반을 두면서 MMO 답게 필드에서의 이벤트도 존재하고, 꽝이 나오길 바라며 긁는 랜덤 카드 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만 준비한 컨텐츠가 단 2주만에 모조리 소진되면서 급격하게 식어버렸습니다. 특히 굉장히 시간을 들여 힘들게 입장해야 할 카우 레벨이 버그로 인해 무한정으로 제공되었던 것이 결정타를 날렸죠.

그 이후 한달만에 주력상품인 히어로와 코스튬을 세일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으나 그닥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있었던 패치에선 엔드 게임 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고있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최근엔 마아블로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지요.

사실 마아블로의 새로운 엔드 게임 컨텐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월등하게 참신하다거나 신박하다거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전에 비하면 훨씬 낫고, 지금 즐기기에 충분히 재미있네요. 유저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엔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히어로 / 코스튬 획득 방식

우 선 가장 크고 뚜렷한 변화는 히어로와 코스튬을 획득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와 코스튬은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이들은 게임 도중 아이템의 형식으로 드랍되기도 했죠.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드물었고, 그나마도 유저들의 경험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등 비싼 히어로(세일 전 기준 16달러)들 보다는 호크아이와 같이 저렴한 히어로들 (세일 전 기준 6달러 - 이 등급의 히어로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계정 생성시 1개, 기본 퀘스트로 2개가 지급됩니다.)들이 자주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해당 유저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히어로들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많을 수록 중복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는 경험적 착시일 확률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같은 경우 20달러 이상의 히어로를 습득한 건 데드풀이 유일한데 이미 구매한 뒤였고, 저렴한 호크아이는 이미 4개나 습득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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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면 코스튬의 경우는 상점에 판매 중인 코스튬 뿐만 아니라 상점에선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코스튬도 떨어집니다. (이를 체이스 코스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스튬들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히어로를 중심으로 떨어진다고도 하지요. 전 반반이었는데 특히 울버린용 체이스 코스튬을 주워서 이걸 쓰기 위해 울버린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마블 히어로즈에 등장하는 각 히어로들은 기본 스킬 외에 30레벨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기'라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 파티 타임이라고 해서 영화 아이언맨3에 나온 것 처럼 아이언맨 떼를 소환해 일점사를 가하고 헐크의 경우 운석을 잡아던져 광역 데미지를 주는 등 아주 강력한 스킬이죠. 20분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이 궁극기들은 다른 스킬들과 달리 레벨이 오를 때 얻는 스킬 포인트로는 해당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고, 해당하는 히어로를 갈아 먹여야만 그 레벨이 오릅니다. 마치 확밀아에서 한계돌파를 하듯이 말이죠. 특히 상점에선 히어로를 한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미친듯이 파밍을 해야 합니다. (또는 랜덤 아이템인 포츈 카드를 열심히 찢어야죠.)


새로운 습득 방식

이 러한 히어로 습득 / 궁극기 업글 체계는 게임을 오래 꾸준히 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엔드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어로 드랍 확률 자체가 낮고, 싼 히어로 중심으로 떨어지다 보니 비싼 히어로들은 이 궁극기 업그레이드를 체험해볼 기회가 상당히 드뭅니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히어로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일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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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래서 마블 히어로즈는 이제 히어로 자체를 드랍하는 것이 아니라 이터너티 스피리터(이하 ES)라는 토큰을 드랍하고, 이 토큰을 주워서 원하는 히어로로 교환받는 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75ES를 내면 랜덤하게 하나의 히어로를 받을 수 있고, 200~600개를 내면 원하는 히어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200개를 내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능력치 초기화 아이템이 3달러인데 ES 125개이고 14.5달러 짜리 히어로가 ES 600개로 환율은 대충 40:1이 됩니다. 그리고 이 ES는 5~10분에 하나씩 떨어지지요.

이러한 변화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보상의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히어로를 획득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만 - ES 200개짜리 블랙 위도우를 얻기 위해선 1000분, 즉 16시간 이상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 그 동안 200번의 보상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ES는 떨어질 때 '땡그랑!' 하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캐주얼 게임'에 의하면 캐주얼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주 등장하고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보상이라는데, ES 시스템은 이를 충족시켜 줍니다.

둘째,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투명해졌습니다. 원하는 히어로들을 얻기 위해 필요한 ES 갯수와 현재 보유량을 유저가 이미 알고 있고 습득 속도는 이미 체감하고 있지요. 원하는 히어로가 떨어질 때 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던 과거엔 게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모든 진행 상황이 공개되면서 유저는 자신이 게임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히어로를 획득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셋 째, 히어로 구매에 대한 효용도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이 불투명했던 과거엔 히어로 드랍은 사실상 구색이고, 실제로는 히어로를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역산해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14.5달러이지만 시간으로 환산하면 3000분, 50시간이 됩니다. 돈을 내지 않고 ES로 구매하면 50시간 뒤에 1레벨짜리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만, 14.5달러를 내고 50시간을 플레이하면 궁극기를 3번 업그레이드 한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요.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일부 체이스 코스튬도 상점과 ES 샵에 풀렸죠. 이게 궁극적으로 캐쉬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지, 모두 함께 노가다로 가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넷째, 궁극기 업그레이드와 히어로 수집에 대한 엔드 컨텐츠 효용이 더 증대합니다. 사실 고렙이 되어서 뺑뺑이를 돌아도 그 만족감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게임은 계속 어려워지고, 살아남기 위해선 더 나은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데 아이템을 잘 갖출수록 더 나은 아이템을 찾긴 더 어려워지죠. 기존의 유저들은 노력 대비 산출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ES 수집으로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히어로를 늘리는 컨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새롭게 즐길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기존의 엔드 컨텐츠 구성

기 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파밍이 이루어지는 엔드 컨텐츠의 구성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엔 난이도에 따라 노멀 악몽 지옥 불지옥이 있지만 마아블로에선 일일 던전, 그룹 챌린지, 림보의 세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각 컨텐츠마다 레벨별로 다양한 난이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림보를 제외하고는 효용이 극히 떨어진다는 거였죠.

일일 던전은 총 10개가 3개의 난이도로 제공되는데, 난이도에 관계 없이 각 던전을 클리어하면 카드 조각 1개를 얻을 수 있고 같은 던전에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지만 카드 조각은 20시간에 한번씩만 주어집니다. 문제는 이 일일 던전이 너무 쉽고 던전 자체의 보상은 너무 작다는 것이죠. 레벨에 맞춰서 혼자 들어가도 10분이면 클리어할 수 있고, 자기 레벨보다 낮은 던전에 들어가면 3분 안에 카드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안에서 몹과 싸워 얻는 보상은 정말 보잘 것 없죠. 그러다보니 이 일일던전은 플레이 자체에 대한 재미는 없고 그냥 카드 조각 할당량만 채우는 컨텐츠가 되어버립니다.

보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선 그룹 챌린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그룹 챌린지들은 5인 풀파티를 기준으로 구성되어있고, 약 20분 정도의 길이를 갖습니다. 풀 파티가 아니면 쉽게 녹다운 될 정도로 전투가 흥미롭고 경험치나 아이템 보상도 짭잘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티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마아블로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 맵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MMORPG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적습니다. 마을에 해당하는 어벤져 타워에서도 20명 정도 밖에 안보이죠. 그런데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 챌린지를 하기 위해선 같이 그룹 챌린지를 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죠. 던전 자체는 시간 대비 효용이 높습니다만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 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사망 횟수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기도 어렵죠. 그러므로 그룹 챌린지는 길드에 소속되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정말 운 좋을 때에나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일 던전은 보상이 너무 적고, 그룹 챌린지는 플레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는 일종의 서바이벌 모드인 림보였죠. 흔히 말하는 서바이벌은 플레이어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있고 외부에서 적들이 몰려온느 구성을 지녔지만, 림보에선 반대로 몹들이 자기 자리에 서있고 플레이어들이 맵을 돌아다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적들이 더 강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맵 곳곳에 있는 오브를 먹어야 한다는 설정이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3분짜리 웨이브 7개를 버티고 나면 보스전이 있고 보스를 잡으면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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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리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 정도로 몹이 강하고, 보상 또한 그룹 챌린지 못지 않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룹 도전과 달리 파티 없이도 참가 신청만 하면 알아서 사람이 필요한 방으로 합류합니다. (파티를 맺은 상태라면 파티원과 같은 방으로 합류합니다.) 따라서 그룹 챌린지와 달리 파티를 구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림보는 20분에 한번씩만 오픈됩니다. 최악의 경우 20분을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20분을 기다린다고 반드시 플레이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10~12인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짝이 맞지 않을 경우 방에 입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20분을 기다렸는데 입장하지 못하고 다시 20분을 기다려야한다는 상황은 상당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림보를 대체하는 새로운 컨텐츠 - 서바이벌

그 래서 마아블로에선 업데이트를 통해 림보를 없애고 대신 서바이벌이라는 모드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이름은 서바이벌이긴 합니다만, 사실은 서바이벌이라기 보다는 사냥에 가깝습니다. 강한 적들이 맵 구석구석 배치되어있고, 유저들이 이들을 쫓아다니며 보상을 얻는 구조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 10분에 한번씩 3~4명의 보스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보스떼들을 사냥하면서 보상을 얻는 것이죠. (일반 몹에서 오는 보상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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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바이벌(사실 보스 입장에서 서바이벌 모드입니다만) 모드는 림보와 달리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클릭하면 자리 비는 방으로 입장하고, 나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요.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냥 시간 나면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나가는 컨텐츠입니다. 심지어 스폰 장소 앞에 쓰레기 아이템을 매입해줄 NPC 까지 세워놓아서 굳이 인벤 버리러 나갈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또한 이 서바이벌은 림보와 달리 플레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적습니다. 림보의 적들은 상당히 강해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리고 3분 안에 누가 살려주지 않으면 그냥 방에서 쫓겨나지요. 그러니 살고 싶으면 무리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게임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무리가 가는 대로 끌려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무리가 오브를 놔두고 먼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따라다녀야 하죠.


하지만 서바이벌의 몹들은 림보 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강하진 않습니다. 물론 양으로나 질로나 혼자서 다 해결하기엔 벅차지만, 1~2명으로도 충분히 한 무리의 몹들을 해결할 수 있지요. 적들을 피해서 돌아다닐 수도 있구요. 3~4명의 보스 파티는 도전적이지만 플레이어가 모이면 충분히 잡을 만 합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자기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요.


일단은 긍정적이지만...

ES 건 림보건 간에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에 중점을 둔 모양입니다. 유저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구요.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실제로는 컨텐츠 소모를 더 촉진하는 방향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ES는 원하는 히어로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고 서바이벌은 10분에 3명의 보스를 잡을 수 있게 합니다. (림보는 성공한다고 해도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스 1명입니다.) 2달만에 서바이벌 모드를 추가한 것은 놀랍습니다만, 기본 게임 구성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게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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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존의 레어 등급 위에 더 희귀한 코스믹 등급의 아이템을 추가한 것은 당장 파밍할 거리들을 추가해 컨텐츠를 저렴하게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코스믹 아이템들 또한 부가로 붙는 옵션이 워낙 강해(모든 스킬 +1 and 확률에 따라 데몬 소환, 적에게 큰 데미지 등의 강력한 효과가 확률에 의해 발동) 일단 방어력과 레벨만 맞으면 딱히 골라잡을 필요까지 느껴지지도 않고, 5시간에 하나 정도는 떨어질 정도로 그렇게까지 귀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외려 사냥 속도만 높여 컨텐츠 소모를 오히려 촉진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by 고금아 2013. 8. 2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