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길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RPG 쯔꾸르 XP로 만들어졌으며 짧은 어드벤쳐 게임이다. 퍼즐이라 할 것도 없고 사실상 스토리만 따라가면 된다. 스토리만. 이 게임(사실 고전적 게임론에 따르면 이건 게임도 아니겠지만)의 매력은 바로 이 스토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만일 그 꿈을 이룬 것으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분들이 기억을 조작해 편안한 마음으로 소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억을 조작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서 적절한 지점에서 기억을 바꾸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번 의뢰인이 이루지 못한 꿈은 달에 가는 것. 하지만 본인도 그 이유는 모른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 의뢰인의 인생을 되짚어가면서 - 그가 왜 달에 가고 싶어했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계속해서 과거로 과거로 이야기를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선 메멘토와 유사한 구조이기도 하다. 메멘토와는 달리 굉장히 따뜻한 - 약간은 중2스럽기도 한 - 멜로물이긴 하지만.

어쨌든 엔딩을 보고 나면 코끝이 찡해질 감성적이고 잘 만든 이야기다. 한글 지원되며, 현재 스팀에서 50% 할인해서 $4.99에 판매중인데, 이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by 고금아 2012. 12. 21. 14:33

0. 해를 품은 달 RPG를 품은 디펜스 게임

이전 Might and Magic : Clash of Heroes 때에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RPG는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장르와 결합해도 재미있다. 그래서 처음엔 액션 게임, 전략 게임과 결합했고 최근엔 퍼즐 등으로 결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Defender's Quest(이하 DQ)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펜스 게임과 결합한 RPG이다. 혹은 RPG를 받아들인 디펜스 게임이다.


1. 게임의 기본적 구성

기본적으로 게임은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같은 형식을 지니고 있다. 정해진 입구에서 일렬로 들어오는 적 몬스터들이 최종 지점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다양한 특성(과 비용)을 지닌 유닛들을 맵 상에 배치해야 한다.

단, 기존 디펜스 게임들과 달리 전투 중엔 유닛을 추가로 구매할 수가 없다는 점이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기존 디펜스 게임들은 자원만 충분하다면 유닛을 무제한으로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DQ에서는 스토리나 마을에서 구매함으로써 확보한 유닛만 배치할 수 있다. (배치할 때엔 비용을 지불한다.) 아무리 자원이 넘쳐나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유닛을 모두 배치했으면 더 이상 유닛을 배치할 수 없다. 대신 포인트를 소모해서 배치된 유닛을 강화시킬 수 있고, 고유의 스펠을 사용해 전투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Kingdom Rush. 출처는 공홈)

이미 Kingdom Rush에서도 스킬을 통해 사용자가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는 있었지만 쿨타임 외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너스의 개념으로 스킬을 마구 사용하던 Kingdom Rush와 달리 DQ는 포인트를 소모한다. 유닛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바로 그 포인트 말이다. 따라서 기존 디펜스 게임과는 약간 다른 의사결정 요소를 지닌다. 일단 목돈이 들어가는 새 유닛 추가가 생략되어 고민할 거리가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기존 유닛 업그레이드 효과가 아무래도 신규 유닛 추가 보다는 약한 만큼 말린다고 생각될 때 그다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기분이 들긴 한다.


2. 성장 요소

대신 유닛들과 플레이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는 다른 디펜스 게임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져다준다. 각 유닛들은 고유의 이름과 외관이 있고 사용자가 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스토리상 추가된 캐릭터들은 스토리 모드에서 대사도 하며, 성장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다. 아이템도 착용시킬 수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바로 이, 유닛이 아닌 '파티'와 함께 성장하는 디펜스 게임이라는 것에 있다.


3. 탐험

전투가 끝나고 나면 위와 같은 탐험 화면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저 노드들을 따라다니며 스토리를 진행하고, 마을에서 아이템과 유닛을 구매한다. 붉은색 원들이 전투를 상징하는데, 각 전투는 캐주얼 - 노멀 - 어드밴스드 - 익스트림의 4가지 난이도를 지니고 있어 이미 깼던 전투를 여러번 반복할 수 있다.


4. 스토리

스토리는 위와 같은 컷씬으로 진행되며 딱히 음성이나 거창한 애니메이션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드는 인디게임 특성을 감안할 때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5. 총평

디펜스 게임 역시 꾸준히 인기 있는 장르지만, 사실 최근의 디펜스 게임들은 그래픽과 소재가 조금 다를 뿐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DQ는 RPG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디펜스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 훌륭한 수작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90년대 스러운 고풍스런 도트 그래픽. 알맹이는 굉장히 진보적인데 이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껍데기가 너무 고리타분해보인다. 여하튼 디펜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반드시 해볼 것을 권장한다.


6. 기타

DQ의 정가는 $14.99이나 현재 스팀 겨울 세일 중이라 66% 세일이 적용되고 있다. 단돈 $5.10! 별다방 커피 한잔이면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서 지르시라!! (본 연구원은 스팀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지르시라!!!!









by 고금아 2012. 12. 21. 11:46



0. 몰락한 가문의 서자

Might & Magic(이하 M&M)이라는 타이틀은 듣기만 해도 짠한 기분이 들게 한다. 초기엔 퀘스트 중심의 울티마, 던전 중심의 위저드리와 달리 뚜렷한 지향점 없이 물량 만으로 간신히 3대 RPG에 끼었다. 하지만 울티마 위저드리 모두 신작이 출시되지 않던 90년대 후반, 2.5D를 받아들인 6편을 출시함으로써 이른바 '정통' RPG의 맹주로 거듭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RPG는 이제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라며 6편 엔진 그대로 7,8편을 찍어내며 몰락을 자초했다. 이러한 방침에 개발자들이 반발하자 잘라버리고 시간에 쫓겨 만든 9편이 폭망하면서 결국 New World Computing은 파산했다. 이후 Ubi Soft가 M&M의 IP를 사들여 Heroes of Might and Magic(이하 HOMM) 외에 M&M의 타이틀로 다양한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비천한 출신을 딛고 영웅이 되었다가 초심을 잃고 몰락한 뒤 후손들이 근근히 살아가는 한 귀족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여하튼 오늘 소개할 Might & Magic : Clash of Heroes (이하 COH)는 Ubi가 부지런히 뿌리고 있는 씨앗 들 중 하나로 캐나다의 Capybara Games에서 개발되었다. 2009년 닌텐도 DS용으로 먼저 발매되었고 2011년 HD로 리마스터 되어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와 PSN, 그리고 PC로 출시되기도 했다.

스토리 상으로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는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M&M이나 HOMM과 전혀 무관하게 퍼즐 RPG 형식을 지니고 있다. '서자'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 퍼즐과 RPG의 결합?

RPG도 퍼즐도 각기 인기있는 장르지만 둘을 합친 복합장르의 게임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적된 플레이가 정량적으로 게임에 재투입되는 RPG와 달리 퍼즐은 그렇지 않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RPG는 레벨이 깡패인데 이걸 퍼즐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대결구도를 만들고 그 안에 성장요소를 집어넣는 건데, 이게 안되면 RPG의 핵심인 성장과 결합이 힘들다. 액션 중에서도 대결이 없는 플랫포머는 RPG와 결합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뿌요뿌요나 아이돌 머니 익스체인저와 같이 대결 구도를 가진 퍼즐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대결 구도에 레벨로 대표되는 플레이어의 정량적 성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것이 항상 문제였다. 퍼즐퀘스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좌 : Puzzle Quest. 출처는 위키피디아. 우 : Sword & Poker. 출처는 Gaia 공식 홈페이지)


(Runespell : Overture. 출처는 스팀)

2007년 발매된 퍼즐퀘스트는 비쥬얼드 규칙(애니팡 규칙이라고 하는게 더 이해가 빠르려나?)으로 없앤 보석의 색깔에 따라 마나를 얻고, 이 마나로 마법을 써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형식으로 전투를 구현해냈다. 드디어 퍼즐과 대결과 성장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일단 가능성이 확인되자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Puzzle & Quest는 전통적인 5X5 포커 퍼즐을 RPG와 결합시켰고 Runespell : Overture는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카드놀이'와 RPG를 결합시켰다.


2. 보다 적극적인 전투와 퍼즐의 융합

퍼즐 RPG로서 M&M COH가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은 퍼즐의 객체와 전투의 주체가 분리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퍼즐 RPG에서 퍼즐은 자원 또는 공격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진 자원을 통해 대상을 공격한다. 퍼즐 퀘스트의 보석들이나 소드 & 포커 및 룬스펠에서 카드들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한다. 반면 M&M COH에서는 바닥에 깔려있는 유닛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이들 유닛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퍼즐을 구성한다.

(좌 : Astro Pop. 출처는 iplay.com/ 우 : Magical Drop 출처는 retrogamer.net)

퍼즐의 기본 원리는 상단의 Astro Pop이나 Magical Drop처럼 Pull & Push Match 3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이름은 본 연구원이 임의로 붙인 것으로, 정확한 명칭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한 이 형식을 처음으로 창안한 게임의 제목 또한 제보 받는다.) 이 형식의 기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블록들은 최 상단에서부터 아래로 쌓여 내려온다.
    2. 유저는 각 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블럭을 가져올 수 있다.
    3. 가져온 블럭을 원하는 열의 맨 아래에 붙일 수 있다.
    4. 이런 조작의 결과로 동일한 블럭이 3개 이상 연결되면 해당 블럭들은 사라진다.


M&M COH에서는 각 유닛들이 블록의 역할을 한다. 즉, 플레이어는 쌓여있는 유닛들 중 가장 가까운 유닛을 다른 열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만일 같은 유닛이 세로로 3개 붙으면 해당 유닛들로 공격대가 형성되고, 가로로 3개가 붙으면 벽을 만든다. 공격대는 말 그대로 상대방 캐릭터를 공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벽은 자기 캐릭터와 유닛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격대가 벽과 유닛들을 뚫고 화면상에 보이는 최종 방어선 (상하단, HP바 옆으로 이어진 선)에 닿게 되면 캐릭터에게 직접 데미지를 입힌다. 최종적으로 HP가 0이 된 캐릭터는 전투에서 패배한다.

단, 이것이 기존의 게임들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매 턴마다 플레이어(및 상대 NPC)는 3점의 행동 포인트를 얻고 1점의 행동 포인트를 소모해 블럭을 옮기거나, 원하는 블럭 하나를 제거하거나, 유닛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다. 블럭을 제거할 때엔 위치에 관계 없이 원하는 블럭을 제거할 수 있고, 제거로 인해 벽이나 공격유닛이 형성되면 1점의 행동 포인트를 획득한다. 또한 유닛은 무제한으로 추가할 수 없고 죽거나 공격에 소모됨으로 인해 전장에서 제거된 유닛 들만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다.

공격대는 결성 즉시 공격하지 않고 정해진 턴이 지난 후에 공격에 들어간다. (화면상에 보이는 2,1이 각 2턴과 1턴 뒤에 공격한다는 의미이다.) 같은 색깔의 공격대가 같은 타이밍에 공격하게 되면 연쇄가 발생해서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또한 공격대는 전방으로 직진하는데, 만일 전방에 벽이나 유닛이 있다면 이들과 전투를 벌이며 이 과정에서 공격대의 HP가 0이 되면 소멸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이 외에 플레이어 캐릭터 본인의 공격 스킬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게임에서 M&M 스러운 구석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정확히는 HOMM스러운 부분이지만)

기존의 Pull & Push RPG는 테트리스나 뿌요뿌요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고민 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패턴을 찾는 유형의 플레이를 추구하는 퍼즐이었다. 하지만 M&M COH는 이에 직접적인 대결 구도와 턴제를 도입함으로써 마치 장기나 체스를 두는 것 처럼 전체 퍼즐을 내려다보며 한수 한수 신중히 움직이는 퍼즐로 바꿔버렸다. 아예 전혀 다른 퍼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퍼즐이 매우 재미있다.


3. 있을 건 다 있는 RPG 요소

그렇다면 이번엔 RPG 요소를 한번 찾아보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장요소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유닛들 모두 고유의 HP와 능력치를 지니고 있다.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오르면 이들 능력치가 성장하는데 유저 임의로 능력치를 분배할 수는 없다. 또한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데 각 아이템별로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탐험 단계에서는 화면상에 보이는 각 스팟들을 클릭함으로써 해당 스팟으로 이동하며, NPC와의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데 메인 퀘스트외에 서브 퀘스트도 존재하고 ! / ? 로 퀘스트 여부를 표시하는 등 현대 RPG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은 다 지니고 있다.


4. 웰메이드 퍼즐 RPG

(3월의 라이온. 우미노 치카 작)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성장시켜가며 감정을 이입하는 RPG는 원래 인기 있는 장르이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퍼즐 또한 인기 있는 장르이다. 재미있는 장르와 재미있는 장르를 합치면 무지 재미있는 장르가 나올 것 같지만, 사실 이 배합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잘 만든 퍼즐 RPG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도 유쾌한 경험이다. 아마존에서 연말 세일하길래 산 것이었는데, 이걸 왜 이제야 플레이했는지 아쉽다.


by 고금아 2012. 12. 19.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