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왕의 귀환?

지난 3월, www.baldursgate.com에 의문의 카운트다운이 뜨면서 정통 RPG 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새로운 발더스 게이트 신작이 나오는 것인가? 트로이카 / 바이오웨어 없이 만들어지는 발더스 게이트 신작을 우린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발표된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오리지널 발더스 게이트가 HD 환경으로 리메이크 된다. 이름하여 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이하 BG:EE)


1.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

이후 추가 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졌다. BG:EE는 오리지널 Baldur's Gate(이하 BG)의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한다. 바꿔말하면 여전히 2D 그래픽일 것이며, 이 그래픽은 기존 BG의 소스를 활용한 것으로 새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뿐만 아니라 Mac OSX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로도 발매된다. BG 외에 확장팩인 Tales of the Sword Coast까지 포함되며 Baldur's Gate 2 (확장팩 포함)도 출시된다.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추후 Planescape : Torment와  Icewind Dale 시리즈도 출시할 수 있다. 가격은 $19.99 (iPad용은 $9.99 + 인 앱 추가 결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외하면 판매량이 이전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 게임계에서 오래된 IP로 게임을 리부트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긴 하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게임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다. 구 IP를 완전히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당시보다 훨씬 캐주얼해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재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간략화하고 편의성을 더했다는 것. 그런데 BG:EE는 대범하게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을 선택했다. 그래픽을 3D로 일신한다거나, 최근 RPG의 필수 요소가 된 ? ! 마크를 달아준다거나 이런 개선 없이 순전히 HD 화면에서 돌아가게 만든 버전인 것이다.


2. 원작과의 경쟁

물론 BG가 당대의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이 과연 현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당시에도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높은 게임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 타겟은 이미 기존에 BG를 플레이해본 유저가 될 것이다. BG의 이름만 들어본 신유저층이 이 게임의 퀄러티에 감흥해서 불편을 감내하면서 기꺼이 플레이할거라는 망상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가지 함정은 있다. 이미 기존의 BG를 GOG에서 확장팩 포함해서 단돈 $9.99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GOG는 고전 게임들을 최근의 PC환경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쌓아 최근엔 일부 신작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유통사이다. 그것도 DRM 없이. 반면 BG:EE는 Beamdog이라는 듣보잡무명 디지털 유통사를 통해 독점으로 배포된다. (iPad나 MacOSX용은 당연히 앱스토어)

더 유명한 유통사에서 반값에 팔리고 있는 원작과 경쟁하려면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으면 안될 터. 과연 BG:EE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도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3. 기대 이상의 그래픽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확대됨)

일단 소스 보정 + 3D 가속을 받은 화면은 우하단의 BG 화면에 비해 약 500% 확대한 것인데도 다소 뿌옇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줌인 / 줌아웃을 지원하기 때문에 줌을 밖으로 빼면 꽤나 선명한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줌인은 사실상 사용하면 안된다....


위 그림은 BG의 스크린샷이다.(필터링 없이 세로 폭 맞춰 확대한 사진) 이렇게 놓고 보면 옛날 게임인데도 그래픽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640X480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걸 현재의 화면에 풀스크린으로 띄우면, 아래 그림들처럼 도트가 엄청나게 튀어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픽은 물론 글자는 더욱 알아보기 힘들다. 물론 창모드로 돌리면 도트가 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창모드에선 화면 구석으로 커서를 옮기면 맵이 스크롤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므로 사실상 대책이 될 수 없다.


다음은 비슷한 영역을 EE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다. (티스토리가 가로 해상도를 650까지로 제한해 풀 스크린샷 비교가 안된다.) 일단 게임 그래픽은 다소 뿌옇다는 느낌이 있지만 게임에 지장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 아이콘과 텍스트는 확실히 HD에 맞춰 새로 찍어서 선명하게 잘 보인다. .

만일 집에 640X480을 지원하는 CRT 모니터가 있다면 BG:EE보다는 BG쪽의 그래픽이 좋다. 하지만 고해상도 LCD를 가지고 있다면 BG는 사실상 플레이할 수 없는 반면 BG:EE는 그럭저럭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4. BG2의 시스템 적용

BG:EE는 발더스 게이트부터 아이스윈드데일까지 이어진 인피니티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 전체 시스템이 후기 작들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상단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초기 버전의 인피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BG는 단 8개의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BG:EE는 11개의 기본 직업에 각 직업별로 4가지 이상의 세분화된 직업을 제공한다. 스킬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BG를 경험한 사용자라도 새로운 직업과 스킬로 인해 다시 플레이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BG에 BG2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 Mod도 있다고 하나 편의성 측면에서 논외로 치자.)


5.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과 시나리오

BG:EE에는 3명의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셋 모두 독특한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특히 가운데의 Neera는 Wild Mage로 메모라이즈 없이 아는 마법을 불러낼 수 있지만 원하는 마법 대신 다른 마법이, 그것도 아군에게 쏟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하지만 본인은 그대로 봉인시켰다...) 좌측의 Rasaad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나 복수심에 불타는 하프 오거인 Dorn(우측)도 만만찮은 성격으로 재미있는 친구였다. 강력한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신규 추가된 시나리오인 Black Pit은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한 BG2 시스템과 신 캐릭터 + 신 시나리오 정도면 BG를 해본 유저들에게도 $20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6. 2D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된 CG 컷씬들

사실 게임 그래픽의 해상도야 가속 받아 필터링하면 봐줄만하다고 치더라도, 14년 전 CG로 제작된 컷씬들은 해상도로 보나 화면의 퀄러티로 보나 어떻게도 재활용하기 힘들었을 것은 쉽게 추측된다. 결국 컷씬들은 내용은 같고 구도는 유사하게 유지하되, 2D로 새로 제작되었다. 스틸 컷도, 그렇다고 풀 애니메이션도 아닌, 일종의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는데 굉장히 퀄러티가 높다.


7. iPad용

한편 $9.99에 판매되는 iPad용의 BG:EE는 iPad 2세대 이상을 지원하며 구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된다. 레티나가 아닌 1024X768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레티나로 본 화면은 꽤 깔끔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우클릭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Tab키 대신 인터액션 가능한 물체를 하이라이트 해주는 우측 위에서 2번째 버튼이라거나, Q키 대신 퀵세이브 해주는 좌측 두번째 그룹 첫 버튼 등 터치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제법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을 위한 탭과 스크롤을 위한 탭이 구분이 잘 가지 않으며 마법 등을 사용할 때 커서를 통해 대상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점에서 아무래도 마우스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가상 커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패드로도 조작을 할만은 했다.


8. 버그.. 버그.. 버그...

당초 9월 발매에서 2개월이나 연장되었지만 버그가 많은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상단 그림처럼 저널의 내용이 안보인다거나, 하단 그림처럼 아이템의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등 자잘한 버그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템 가격은 한중일 윈도우에서만 발생한다고 한다.) 가끔은 좌우 및 하단의 UI 패널들이 통째로 검게 변색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업데이트는 자주 해주고 있으나 위와 같이 눈에 띄는 버그들은 당장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또한 같은 엔진이다 보니 원작의 바보같은 길찾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던전에서 파티를 이동시킬 때 마다 뻘짓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머여전히 골치가 아프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9. 원작의 팬이라면 살만한 작품. 원작의 팬이라면.

결론적으로 봤을 때 BG:EE는 원작의 팬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19.99 정도면 납득할만한 가격이다. iPad용의 경우 다소 조작이 불편하긴 하나 어차피 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RPG가 없고 사실 이런 정통 RPG 자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꽤나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BG를 경험해보지 못한 현 세대의 게이머들이다. 위에서 보듯 텍스트와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읊어주는데다 당면한 퀘스트를 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는 커녕 !나 ?도 없어서 헤메고 다녀야 하며 길이 조금만 좁다 싶으면 엄한데로 파티원들이 드라군 댄스를 추는 이 게임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미 정신적 후속작인 드래곤 에이지가 건재한 마당에 신규 유저가 굳이 이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덧-

PC판의 경우 인텔 내장형 그래픽에선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오픈GL 2.0을 지원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발매 당일부터 수정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별 소식은 없다. 내장 그래픽 사용자 - 특히 노트북 - 은 구매를 피해야 할 것이다.


-덧2-

참고로 빔독의 다운로드 속도는 환상적이다. 70Kb/s.... 


-덧3-

현재 아이패드와 PC의 세이브 파일은 호환이 안되고,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다. 둘 모두 패치를 통해 지원될 것이라고는 하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나와있지 않다.

by 고금아 2012. 12. 14. 02:32

http://www.gamasutra.com/view/news/175843/The_rules_SpecOps_The_Line_broke__to_make_its_story_matter.php


스펙-옵스 : 더 라인이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깨트린 규칙들

 

만일 영화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적인 장면들을 만들려고 한다면, 실패할 겁니다.” 스펙-옵스 : 더 라인(이하 스펙옵스)로 슈팅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의 기대치를 높인 스펙옵스의 요르그 프리드리히가 만원을 이루었던 GDC 유럽에서의 강의에서 말했다.

 

그가 말하길, 영화와 게임의 차이점은 단순하다. 당신이 영화의 주인공을 볼 때에 우리는 그들을동정한다. 왜냐하면 우린 시간이 많으니까.” 그가 말하길 게임을 하는 동안은우리는 꾸준히 문제를 풀고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우리가 스크린의 캐릭터에 공감하는 방법을 바꾼다.”

 

예를 들어,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V : 제국의 역습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까마득히 높은곳에서 싸우다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을 지적했다. 감동적이죠. 하지만 게임의 맥락에선, 당신은 다스 베이더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루크를 동정하는 대신, 베이더의 공격 패턴에서 약점을 찾으려 하겠죠.”

 

반면, ‘헤비 레인에서 주인공인 이던 마스가 납치당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를 것을 강요받는 장면 처럼 좋은 게임의 선택은 그건 당신이 캐릭터를 동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된 것 처럼 느끼게 만들지요.”

 

이야기에서의 암울한 순간들은 승리를 중요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에어리스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최고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고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1997년의 파이널 판타지 7을 이야기 한다. 이는 암울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이, 결국은 이기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인상적인 장면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가 묻는다.

 

그는 플레이어들을 개입시키기 위해 때로는 게임 디자인 규칙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정말로 의미있는 선택들은 허를 찌르는 유머처럼 적절히 잘 구성되지 않으면 김이 빠진다”. 규칙을 언제나 어길 순 없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내러티브 상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규칙을 어길 수도 있다.

 

예거가 깨트린 규칙들

 

1.     절대로 플레이어가 최악과 차악 중에 선택하도록 하지 말라.

그는 때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뭐 나쁘지 않다.. 아니 사실 괜찮다. 현실 세계에서 때로는 상처입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아예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걸 게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어려운 결정들은 내러티브의 맥락에서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그게 없다면 그건 단지 좌절일 뿐이죠.” 시덥잖은 아이템 둘 중 어느 것을 루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최악과 차악사이의 중대한 결정이 아니다. 게임 안에서 두개의 나쁜 가능성 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멘붕을 일으킨다.

 

2.     결과는 예상되어야 한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고 혼란에 빠지게 하려면 선택의 결과를 위장할 수 있습니다.”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바로 현실에서 집에 와서 전등 스위치를 올렸는데 방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과 같이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플레이어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걸 잘 해낸다면 플레이어는 강한 긴장을 느낄 것이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가 말한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를 비집고 들어오죠.”

 

반면 예를 들어 전등 스위치가 로켓을 쏘아올리는 장치에 연결되었다면, 그건 어거지스러울 것이다. “게임의 맥락 속에서 여전히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드리히에 따르면, “선택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플레이어들은 스토리를 즐기기를 그만두고 시스템을 즐기게 되겠죠.”

 

3.     플레이어의 선택은 보상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

이게 정말 교묘한 문제입니다; 전 모든 선택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프리드리히가 말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플레이어의 선택에는 이득이나 불리함이 따라와야 한다진정한 게임 플레이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게임 내에서 각기 다른 보상을 주는 도덕적인 결정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서 그들을 게임과 단절시킵니다: 그건 전략적이거나 전술적인 결정이죠.”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RPG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보상 매커니즘과 연관된 선/악 체제를 갖춘 게임을 싫어하는데, 플레이어들이 진짜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보상으로 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펙옵스에선 정수조를 파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시민들이 주인공의 부대원 중 하나를 죽인 뒤 다가오는 장면이 있다. “선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습니다.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겁을 줘서 쫓아버릴 수도 있죠. 사상자가 없이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복수를 할 수도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아무런 보상도 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결정하길 원했어요. 우리는 어떠한 게임 내의 자원과도 연결되어있지 않고, 오직 플레이어의 마음과만 연결된 도덕적인 선택을 원했습니다.”

 

 

by 고금아 2012. 8. 14. 00:04
1. 악마가 돌아왔다...

수능 점수를 낮추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이혼율을 올리는 악마의 게임이 올해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정식 출시일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데모가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스팀으로만 배포되는데 아쉽게도 국내는 지역 제한으로 바로 설치는 할 수 없고, 먼저 스팀을 설치하신 뒤에 여기를 클릭하시면 설치 가능합니다.


2. FM은 어디로 가는가?

FM 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습니다. 문자로만 중계되던 경기가 CM4에 이르러 바둑알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2009에서는 경기를 3D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09 이후의 흐름은 '축구 비즈니스'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FM2010에선 구단 매각이 묘사되었고, FM2011에서는 에이전트와의 협상이 강조되었죠. 이번 FM2012에서는 감독과 선수간의 상호작용이 강화되었습니다.

물 론 선수와의 개인적인 대화는 이전에도 있던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어조'를 선택하는 기능이 더해졌죠. 같은 말이라도 어떤 분위기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선수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독은 선수의 어조를 통해 선수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지요. 이 '어조'에 의한 감정적 상호작용은 FM2012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3. 대화가 게임을 바꾼다.

특 히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경기전 / 하프타임 / 경기후 선수들과 갖는 대화입니다. 이전작에서도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 결과는 경기 후 별도의 메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고 대화의 반응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상당히 불투명했죠. FM2012에서는 선수와의 대화를 2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팀 전체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선수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다시 한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2번째 대화는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를 그룹별로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4. 보다 편리해진 선수 관리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선수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선수들의 실력차는 "이 선수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수비수인 ###와 큰 차이가 없다" 정도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었죠. 하지만 FM2012에서는 선수의 리포트에 우리 팀에서 그 선수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과 별점으로 비교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보다 선수를 영입하거나 명단을 설정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습니다. 또한 해당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면 가장 좋을지도 표시됩니다. 또한 팀 리포트에서도 각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적합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5. 보다 정교해진 선수 협상

선 수와의 협상에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계약금(Signing Fee)가 사라지고 세스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유명해진 로열티 보너스(Loyalty Bonus)가 새로 신설되었습니다. 로열티 보너스는 계약 기간 중 나눠서 지급되고 선수가 이적하게 되면 남은 금액을 전액 수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선수가 이적을 요청하게 되면 소멸합니다.

그 외에 눈여겨볼 기능은 협상 조건에 붙어있는 자물쇠입니다. 협상 중 바뀔 수 없는 부분들에 자물쇠를 걸어두면 에이전트는 그 항목에 대해선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건을 찾습니다. 더 이상 줄 수 없는 연봉을 계속 요구하는 에이전트 때문에 머리아플 필요가 사라진거죠. 하지만 자물쇠를 너무 많이 걸어두면 아무리 인내심이 높은 에이전트라도 GG를 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깜빡 잊고 못찍었습니다.)


6. FM2009 엔진의 결정판

스포츠 게임을 매년 낸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당장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데이터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판매량은 보장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요소를 넣지 않으면 K모사의 W모 게임처럼 도태되기 쉽상이지요. CM시절부터 FM은 4년에 한번씩 엔진에 대한 큰 업데이트를 진행해왔고, 그 사이엔 소소하게나마 조금씩 축구계의 변화를 반영해가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죠.

모두가 바라마지않던 3D 경기를 가져온 FM2009 엔진도 벌써 4년전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FM2012는 FM2009엔진의 마지막 게임으로써(아마도...) 경기장 밖에서까지 사실적인 축구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7. 아스날 팬으로서의 감상..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스날팬의 넋두리니까 스킵하셔도 됩니다.

일 단 이적 자금은 많습니다. 43~49M 정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레프트백 - 팀 내 최고 레프트백은 베르마엘렌입니다. =_= 산토스가 깁스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라이트백 백업 - 젠킨슨은 그냥 2부리그 레벨입니다.(다행히 데모에선 사냐 부상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을 제외하고 나면 수비적인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중미/수미가 없습니다. 프림퐁/코퀄린 둘 다 칼링컵 용이구요.

주전 레프트백, 수비적인 중미/수미, 라이트백 백업. 이 셋이 필요한 상태인데, 홈그로운이 발목을 잡습니다. 벨라 벤트너 데닐손 죄다 내보내는 바람에 HG 슬롯을 채울 수가 없는 상태라 영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베인스를 영입하고 산토스는 레프트윙 백업으로 돌렸습니다. 산토스는 백업으로 출장중인데도 팀 내 어시 1위네요 =_=.. 오른쪽 백업은 풀럼에서 스테판 켈리를 데려왔습니다. 베인스/켈리 영입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수비적인 중미는 하비 마르티네즈를 데려왔구요. 그런데 테베즈가 감독과 불화가 있어 단돈 10M에 업어와지더군요. =_=;;; 낭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역시 페르시가 주기적으로 누워준 덕분에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베인스 13M, 마르티네즈 20M, 켈리 1.5M, 테베즈 10M 쏟아붓고 나니 4.5M 남았는데 HG 슬롯 문제도 있고 해서 영입은 멈췄고 이 스쿼드로 2012년 1월 1일 기준으로 1위와 승점 4점차 3위로 끝났습니다. 정식 버전 들어가면 라이트백 때문에 골치아플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게로 정말 얄짤업네요.. 리그 19경기 26골...




by 고금아 2011. 10. 9.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