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하 HR)에 대한 간략한 소개

FPS의 황금기는 하프라이프가 등장한 1998년부터 콜오브 듀티가 등장한 2003년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FPS 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관점에서는 헤일로가 황금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쏜다'는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저때이다. 아예 스토리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을 구성하기도 하고(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3 아레나), 로봇을 탔다가 내리기도 하고(쇼고), 미녀 스파이가 립스틱 폭탄을 던지기도 하고(No One Lives Forever) RTS와 결합해 총질하다 기지에서 탱크를 몰고 나오기도 했다.(C&C 레니게이드)

1999년의 시스템 쇼크 2와 2000년의 Deus Ex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둘 모두 사이버 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FPS와 RPG를 상당히 매끄럽게 융합해냈다는 점은 같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상이한 접근을 보였다. 시스템 쇼크2는 FPS를 기본으로 하되, RPG로부터 성장만을 취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NPC와의 대화도 없고, 당연히 선택지도 없고, 퀘스트마저도 없다. 직선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면서 호러를 즐기는 게임이었다. 반면 Deus Ex는 일반적인 RPG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선택지, 퀘스트 등을 잘 버무려냄으로써 FPS와 RPG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낸 바 있다.

'시스템 쇼크'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쇼크2가 창조해낸 호러+FPS+RPG의 스타일은 '정신적' 후계작[각주:1] 바이오쇼크 1,2로 이어지고 있다. Deus Ex는 2003년 2편이 나온 이후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8년만에 세번째 작품이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제작되었다.



1. 사이버 펑크의 정석


사이버 펑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거대기업과 음침한 뒷골목의 대비, 인간의 몸에 직접 이식되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거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증강장비(Augment. 이하 AUG), 해킹 정도가 있을 것이다. HR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소 좁긴 하지만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요소들이 단순히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축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무대인 2027년은 AUG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대이다. 어떤 사람들은 증강장비로 장애를 극복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에 증강장비를 이식받기도 한다. 산업계에선 극한 환경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AUG를 이식받은 노동자를 원하기도 하고 군에서는 이런 AUG로 슈퍼 솔져를 만들려고도 한다. 애초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AUG를 이식했으나 면역 거부로 인해 마약으로 겨우 고통을 참는 사람들도 있고, AUG를 제어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정치가도 있으며 AUG가 인간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테러리스트들 마저도 존재한다. HR은 여기에 세계 최대의 증강장비 업체의 보안 책임자이자, 거의 온몸에 자사의 AUG를 이식받은 주인공을 내세워 기술과 윤리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다소 진부하고 게임에 쓰기엔 다소 무거우며, 직접 와닿지는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이버펑크라면 역시 이런 비판 의식이 필요하다.


2. 잠입과 전투의 적절한 조합


게임 내에서 젠슨은 회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자사 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라거나, 생존 신호를 쫓아 갱단의 근거지에 들어가는 등의 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에 단신으로 투입된다. 즉,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에 가깝다. 적의 시선이나 카메라의 각도를 피해 돌아다니고, 때로는 적을 유인하기도 하며, 조용히 죽이거나 기절시킨 후 시체를 숨긴다. 그러다 적에게 발각되면 경보가 울리고, 적들이 튀어나오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잠입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도 들키지 않고 미션을 해결하면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그걸 노릴 만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쏟아져나오는 적이 게임을 포기할만큼 강한 것도 아니다. 숨어서 모든 일을 처리하든, 람보처럼 다 까고 부순 후 처리하든 어느 쪽이든 유리해지는 만큼 불리해지는 구석도 있으며, 어느 쪽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옵시디언이 '스파이 액션 RPG' 라고 제작햇던 '알파 프로토콜'이 생각나긴 한다. 스파이계의 3대 JB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잭 바우어)를 모두 즐길수있다는 것을 모토로 제작된 바로 그 게임 말이다. 알파 프로토콜에선 한번 적에게 보이면 경보가 바로 울리고, 경보가 울리면 적들이 한번에 다 쏟아져나오고, 많이 쏟아져나오긴 하지만 AI가 멍청해서 쉽게 다 죽일 수 있고, 적을 다 죽이고 나면 정말로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잠입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HR에서는 적절히 감내할만한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잠입은 잠입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두었다.


3. 전략적인 대화 시스템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주는 것 외에 게임 내에서 어떠한 기능도 없었던 대화를 게임의 결과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요소로 끌어올린 것은 바이오웨어가 남긴 거대한 유산이다. 옵시디언은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간'을 선택지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고[각주:2], 윗쳐2에서는 앞서 선택한 선택지가 뒤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식으로 발전시켰다.[각주:3] HR은 대화와 협상을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대화의 게임화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HR에서 주요 NPC와 협상을 시도하면 위 스크린샷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각주:4] NPC가 어떤 성격인지를 힌트로 주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결과는 대화 외에 좌측의 설득도 그래프를 통해 피드백 받을 수 있다. 만일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해 NPC가 반응하고 있다면 심박이 빨라졌다거나, 동공이 확대되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준다. 여기에 NPC가 하는 말에 따라 알파/베타/오메가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잠깐씩 알려주고, 선택지에는 이 선택지가 어떤 성향에 잘 먹혀들거나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대화 시스템은 한마디로 일종의 퍼즐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전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의 대화에 파티 NPC와의 관계를 밀어넣은 드래곤 에이지에 맞먹는 큰 실험으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4. 어떻게 성장시켜도 게임은 진행된다.


HR에서는 경험치라는 개념은 있어도 레벨이라는 개념은 없다. 대신 경험치를 쌓으면 PRAXIS라는 점수를 받게 되고, 이 점수를 AUG에 투자해서 없던 기존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없던 기능을 추가시킨다. 그런데 이 AUG라는 것이 단순히 '공격력 상승' '방어력 상승'과 같은 식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가스 수류탄 면역, 3m 점프 가능, 벽 뚫고 보기, 벽 뚫고 공격하기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게임 플레이 양상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자체가 특정한 AUG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어떤 AUG를 고르더라도 이를 활용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원하는 단서가 있는 특정한 장소까지 가야 하는데 골목길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전기 방어 AUG가 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야 한다. 철조망으로 된 벽이 보이는데 그냥 뛰어서는 넘어갈 수 없다. 높이 점프할 수 있는 AUG가 있다면 뛰어서 넘어갈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AUG가 있다면 주변의 큰 쓰레기통을 옮겨 발판으로 삼아 건너갈 수도 있다. 이조차 안된다면 지하 하수구 통로를 통하려 하는데 이번엔 가스가 차있다. 가스 면역 AUG가 있다면 지나가면 되고 아니라면 돌아서 가스를 잠궈야 한다.

위의 예시는 HR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한 예인데, 중요한 것은 게임 전체가 저런 식으로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해킹 마저도 높은 단계의 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AUG, 해킹 실패 위험을 줄여주는 AUG 등 다양한 AUG가 존재하지만 해킹에 AUG를 투자하지 않을 경우, 일회용 해킹 도구를 사용해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한가지는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유저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핵심이고, HR은 이를 매우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5. 해킹의 게임화


대화 외에 게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비전투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자물쇠따기나 해킹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TRPG에서도 단순히 주사위 굴림 한번으로 해결되곤 하던 이 요소는 오히려 싱글플레이 RPG에 와서 미니 게임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킹은 자물쇠따기 보다는 좀 더 퍼즐에 가까운 미니게임으로 표현되어왔는데, HR이 그리는 해킹은 타 게임들과 달리 네트워크라는 구성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해킹에 관한 미니게임으로는 이전의 시스템쇼크2, 바이오쇼크, 매스이펙트 1,2, 알파 프로토콜 등 다른 어떤 게임에서 시도한 것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AUG 투자에 의해 너무 쉬워진다는 점과, 미니게임이 한종류 밖에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6.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UI


HR에서 또하나 칭찬할만한 덕목은 바로 UI이다. 화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구성한 것은 현대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대신 지도를 보지 않고 화면상의 표시기만 따라가도 게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으며 인터액션 할 수 있는 개체는 노란 색의 외곽선을 칠해줌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개체가 인터액션 가능한지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혼선을 잘 방지하고 있다.


지난번 UI가 게임과 사용자를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던 윗쳐2와 달리, 메뉴를 Select 버튼(혹은 Tab키)으로 불러내는 인게임 메뉴와 용과 Start버튼(혹은 Esc키)로 불러내는 시스템 메뉴로 구분짓고 있다. 인게임 메뉴에는 퀘스트, 인벤토리, AUG, 지도, 로그가 포함되고, 시스템 메뉴에는 세이브 로드 옵션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건 사실 HR이 우월하다기 보다는 윗쳐2가 너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노란색 테마로 유려한 UI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다층 구조라 복잡한 게임 공간을 잘 슬라이스해서 표현하고 있는 지도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현대 게임의 추세인 스케일폼을 잘 활용해, 게임 내에서 유저가 보는 메일(위)이나 신문(아래)의 경우, 유려한 화면을 게임의 3D 공간 안에 집어넣어 현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메일을 보는 와중에도 시야를 움직일 수 있다.)


7. 우월한 패션 감각



이건 뭐 사실 100%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게임 내 세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우월한 패션 감각이다. 못먹고 못입는 서민(빈민)들이야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지만, 있는 자들은 정말 잘입고 잘먹고 사는 것이 사이버펑크의 핵심 아니겠는가. 특히 비단 - 꽃무늬 - 금으로 이어지는 저 디테일은 이제까지 봐온 어떤 게임보다 화려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8. 그래도 못내 아쉬운 점들


이제까지는 줄곧 좋은 점만 이야기해왔는데, 사실 인간이 만든 이상 HR이 100%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AUG에 게임 플레이가 엮여있다보니 AUG 잘 박으면 보스전이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보스가 전기공격을 하는데 방전AUG를 박으면 데미지를 안받아서 그냥 죽이면 된다거나), 보스가 이동하다 걸려서 멈춰있다 죽는다거나, 적들의 움직임이 조금 단순해서 전투가 다소 쉽다든지, 후반 가면 특정 무기가 너무 강하다든지 등 게임 내적으로 사소한 문제는 여럿 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위층에서 쓰러진 적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아래층에서 메달려있는 버그도 있었고.


최근의 대세인 언리얼이 아닌, 스퀘어-에닉스 독자의 크리스탈 엔진으로 제작되어 딱히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에 대한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디테일이 떨어지고 아외로 나갈 경우엔 2011년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들도 보였다.(창너머로 보이는 것이 텍스쳐인데, 좀 눈에 띈다.) 컷씬이 많은데 대부분 프리 렌더링 된 영상이고, 이 영상의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다는 것도 단점이긴 하다.

9. 총평 - GOTY[각주:5]예약


HR이 처음 발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8년만에 돌아온 명작을 환영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eus Ex를 창조했던 기획자 워렌 스펙터[각주:6]는 이미 6년전에 떠났고, 제작사였던 이온 스톰은 스펙터가 떠남과 동시에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제작하기로 한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신생 스튜디오로, 처녀작으로 전설적인 Deus Ex의 후속편은 너무 과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팬들은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HR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발매 직전 새어나온 리뷰 점수는 대부분 90점대로 호의적인 것이었고, 실제로 게임을 해본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수작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깊이있는 스토리, 재미있는 잠입-전투,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복합적인 레벨 디자인, 전투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대화, 멋지면서도 기능적인 UI 등 어느 하나 다른 게임에 쳐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획자들이 무릎을 칠 정도로 진보적이면서도 게임은 굉장히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놓았다. 남은 3개월 사이에 어떤 게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이 게임은 GOTY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다.

  1.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Irrational Games에서 같은 타이틀로는 속편을 만들 수 없었다. Dragon Age가 발더스 게이트의 정신적 후계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 [본문으로]
  2. 알파 프로토콜의 대화 선택지는 1)능글능글(제임스 본드) 2)단도직입(제이슨 본) 3)반 협박(잭 바우어) 스타일의 3가지가 항상 주어지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조차도 선택지로 간주된다. [본문으로]
  3. 윗쳐2는 초반에 대화를 잘못 선택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그냥 죽어버리기도 했다. [본문으로]
  4. 정확히는 게임 내에서 대화에 관한 AUG를 박아야 볼 수 있지만 이 AUG는 게임의 극초반부터 입수 가능하므로 사실상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본문으로]
  5. 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본문으로]
  6. 윙커맨더, 울티마, 울티마 언더월드 시리즈 등 오리진의 황금기에 활약했던 기획자. 이후 루킹글래스, 이온스톰 오스틴 등에서 시스템 쇼크1과 Deus Ex, Thief 등을 기획했다. 그렉 코스티켄의 학창 시절 친구로 스티브 잭슨 게임즈에서 함께 TRPG를 만들기도 했다. 55년생으로 은퇴할 때도 된 것 같은데 2010년 Epic Mickey를 내놓으며 여전히 활동중.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9. 7. 05:36



0. 전작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윗쳐2는 제목 그대로, 2007년 발매되어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던 The Witcher의 속편이다. 동명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네버윈터나이츠에 사용되었던, 바이오웨어의 '오로라 엔진'으로 제작된 전작은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사실적인 배경 세계 묘사와 연금술 시스템, 중세의 음울한 분위기를 잘 재현해낸 스토리가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본 대표이사의 경우 끔찍스러운 로딩과 어정쩡한 전투 시스템 등을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Witcher 짧은 감상 보러 가기]

2008년 발매된 The Witcher Enhanced Edition(이하 윗쳐EE)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델 등을 대폭 수정했으며 이 버전에 와서 드디어 극악한 로딩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므로 짧은 감상에서 로딩 문제는 취소. 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는 액션 RPG에서 타이밍을 통해 액션 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동작과 클릭 타이밍의 불일치에서 오는 병맛같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보고 꼭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는데, 전작에 대한 짧은 글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와 다른 게임이라서 태클을 건 것이 아니라, 의도와 달리 결과가 병맛같았기 때문에 깐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본 대표이사 D&D 게임 좋아한다.

어쨌든, EE 버전은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스팀에서 EE 버전을 지르고 얼마 안있어 18금 컨텐츠를 복구한 Director's Cut(이하 DC)을 별도 판매할 때엔 분노에 휩싸였지만 DLC 형식으로 DC를 지원함으로써 분노는 사라졌다.


1. 윗쳐2 - 콘솔로 전환?

한동안 윗쳐1을 XBOX360으로 컨버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조이패드로 입력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숄더뷰에 버튼으로 직접 공격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360버전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대신 윗쳐2가 나왔는데, 360 시절 이야기했던 방식으로 바뀌었다. 누가봐도 명백히 콘솔을 노린 전환이지만 PC용으로 먼저 발매되었다. 참고로 360 버전이 ESRB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봐서 조만간 발매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는 공교롭게도, 윗쳐1의 엔진을 만든 바이오웨어의 행보와도 일치한다. 바이오웨어의 대작 RPG였던 '드래곤 에이지'는 콘솔용에선 '구공화국의 기사단'과 같은 숄더뷰 인터페이스만 제공한 반면
PC용 버전에선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탑뷰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1편이 평가에 비해 판매량이 모자랐다고 판단한건지[각주:1] 2편에 들어서는 PC용 버전에서도 콘솔와 같이 숄더뷰 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각주:2]


콘솔용 RPG와 같은 형식을 취하게 되면서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 잡는 쇠칼과 몬스터 잡는 은칼을 필요에 따라 꺼내쓰는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이전에 병맛같다고 비판했던 전투 스타일 전환은 사라지고, 빠르지만 데미지가 약한 약공격(X버튼[각주:3])과 데미지는 높지만 가드 당했을 때 위험이 큰 강공격(Y버튼)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구르기 또한 버튼(A버튼)을 할당하고 사인[각주:4]은 B버튼, 가드는 RT버튼, 투척무기는 RB버튼에 배치해 몰입감 있고 역동적인 전투를 구성했다.

그 외엔 전작으로부터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모 블로거가 그토록 칭송해마지 않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다채로운 비선형적 퀘스트'? 그딴거 없다. 그냥 재미나는 스토리 따라 흘러가면 된다. 크래프팅이 확장되어 이젠 무기도 만들어쓸 수 있게 되었고 무기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도 때로는 만들어서 쓸 수 있다.



2. 형 만한 아우가 될까?

약점이라고 분류되었던 전투 시스템 외에도 윗쳐2는 윗쳐1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그래픽이 쩔어준다. 최근 추세인 언리얼3도 아닌, 독자 엔진으로 이정도 그래픽을 제법 안정적으로 뽑아준다는 것이 놀랍다.[각주:5] 최근 추세가 콘솔 때문에 PC 게임 그래픽이 중향평준화 되고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또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C모 회사처럼 게임을 그래픽 엔진용 쇼케이스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세계에 몰입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적외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Cat 포션을 마셨을때의 스크린샷(아래쪽)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드래곤에이지2 처럼 선택에 의한 분기를 둬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게 되는데,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없다. 다만 편의를 위해 중요한 대화는 색을 따로 칠해서 편의성을 높였고, 일부 대화는 답을 선택하는 제한 시간을 둬서 긴박감을 높이기도 했다.[각주:6] 필연적으로 선형일 수 밖에 없는 싱글플레이 RPG에서 스토리의 변주를 두는 시도는 바이오웨어가 먼저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에도 스토리가 좋은 게임으로 유명했는데 여기에 다시 업그레이드할 줄은 몰랐다.

그 외에도 몇가지 차이점은 더 있다. 대표이사는 쓰잘데기 없는 뻘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낮/밤으로 시간이 바뀌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19금 뿅뿅씬도 여전히 건재하고[각주:7], 주사위 포커에 이어 팔씨름 미니 게임도 생겼으며 주먹질 미니게임도 추가되었다.




윗쳐2는 한마디로 윗쳐1을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윗쳐1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대폭 보완하고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거나 소폭이라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마디로 모든 속편이 꿈꾸는 바로 그 '성공의 방정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3. 형제의 몸속에 흐르는 병맛의 유전자

그런데 어쩌랴. 세상 만사 뜻대로 되는 것이란 원래 별로 없는 것을. 형보다 나은 아우 만들겠다고 엄청난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지만 다 요약하면 돈이지만 , 어쨌든 그건 모든 것이 계획되로 잘 되었을 때의 예상일 뿐. 윗쳐2는 열심히 벌어놓은 점수를 상당히 엄한 부분에서 까먹었다. 바로 전투 시스템. 액션 RPG에서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고 볼 수 있는 바로 그 전투 시스템이 병맛인 것이다.

게임플레이 동영상으로 봤을 때 윗쳐2의 전투는 정말 매력적이다. 뛰고 구르고 날아가서 찍고 정말 화려하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전투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액션RPG 주제에 타겟팅을 한 1명의 적에게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만약 타겟과 플레이어 캐릭터 사이에 다른 적이 끼어있을 경우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그 칼이 앞에 있는 적을 베고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도 데미지를 전혀 주지 못한다. 레벨을 올려서 여러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피트를 얻더라도, 범위 안에 타겟팅 된 적이 없을 경우엔 마찬가지로 무용하다. 대신 타겟팅한 적에 대해서는 거리가 떨어져있어도 장애물만 없으면 단순히 공격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앞구르기로 접근해서 공격하는 등의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액션의 화려함을 위해 액션의 즉답성을 포기한 것이다. 오토 타게팅만 잘 구현해뒀어도 이렇게까지 전투가 갑갑하진 않았을텐데, 아쉽다.

또한 이 게임은 액션RPG 주제에 점프도 없다. 물론 점프가 있어도 전투가 시시한 게임도 있다지만[각주:8] 윗쳐2의 경우는 AI들이 기본적으로 다구리를 시도하기 때문에 점프가 매우 아쉽다. 구르기가 있다지만 구르기 도중에도 궤적만 맞으면 데미지를 입을 뿐더러, 지형이 대부분 협소해서 구르기를 마음껏 사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방패를 든 적의 경우 전방 180도 가량이 무적이기 때문에 뒤를 잡아야 하는데, 맵 때문에 구르다가 멈추면 심박수가 순식간에 안전수치 60-90을 넘어가버리기 일쑤이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드는 딱히 성공해도 큰 메리트는 없는 주제에 발동은 느리고 움직일 수도 없고 범위도 제한되어있어 사실상 봉인하는 편이 심장에 이롭다.

레벨이 오르면 필살기를 익힐 수 있긴 한데, 적을 때리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차고 아드레날린이 꽉 찼을 때 십자기 상향 버튼을 누르면 1명(레벨이 오르면 다수)의 적을 멋진 연출과 함께 순살 시켜버리는 기술이다. 말 그대로 순살이기 때문에 이 필살기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전투의 긴장감은 급락한다.

결국 윗쳐2의 전투는 뻔한 패턴으로 흐른다. 가드 하면서 다구리 치는 적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똥침을 한방씩 찌르다가 아드레날린이 모이면 필살기로 순살. 반복하다가 한마리가 남으면 마음대로 요리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정작 전투는 짜증나거나 싱거워진다. 액션 RPG로서는 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몹 상대 전투가 이리 시시하다면 보스전은 제법 신경썼을 것 같았으나... 보스전도 병맛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자고로 보스전의 정석이란 1) 보스한테 맞으면 무지하게 아프다. 2) 하지만 보스의 공격은 패턴이 있어 패턴을 따라가면 맞지 않고 때릴 수 있다. 이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윗쳐2의 보스전은 1번만 있고 2번이 없다. 보스의 공격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스의 공격을 예고하는 동작이라거나 이딴거 없다. 그냥 무지하게 아픈데 막 때린다. 보스의 특정 공격을 유도할 수도 없고, 가드할 수도 없다. 그러니 보스전마다 1~2시간씩을 플레이하지만 플레이할수록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그냥 운 좋을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위 스크린샷은 저 촉수 괴물이 모든 촉수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다. 보통은 이럴 때 그림자를 통해 공격이 떨어질 지점을 비춰주거나 하는데 윗쳐2에서는 그런거 없다. 카메라가 멋대로 돌아가서 주인공 위치조차 안보일 때가 많다. 거기다 촉수 괴물 공략의 정석인 '촉수 자르기'를 하게 되면 잘린 촉수가 맵 가운데에 남아서 주인공의 이동을 방해한다.(!) 촉수가 발에 걸려 잠시라도 지체하면 곧바로 다른 촉수로 아프게 얻어맞는데, 아까 말한 것 처럼 저렇게 촉수를 쳐들고 나면 발 밑이 안보인다. (어쩌라고!!!!) 하기사 드래곤과 싸울 때에는 보이지도 않는 꼬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아프게 때리기도 하니 할 말 다했다.. (그러니까 점프를 넣었어야지!)

전투 시스템이나 보스전이나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화려하고 있어보이는데 집중한 나머지 액션 게임으로서의 조작감이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얘네가 1편에서 시도했던 것도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고적으로는 병맛이 아니었던가. 속편이 전편의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필이면 병맛을 유전자로 이어갈 게 뭐람.

그리고 전투와 관련된 또하나 지적할 것은 '포션을 마음대로 빨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에서 포션은 3분 ~ 10분 정도로 긴 시간동안 효력을 발휘하는데, 포션을 마시기 위해선 반드시 명상 모드에 들어가야한다. 문제는 아무때나 명상 모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당연히 전투가 시작되면 - 특히 보스전- 명상 모드 따위는 사용할 수 없다. 스토리따라 가다가 보스를 마주쳤는데 포션을 마실 수 없어 이전 세이브를 불러와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장소 직전에서 명상하고 포션 마시고 보스전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병맛같은 상황이 게임 내내 흐른다. 뭐 본 대표이사처럼 '진정한 사나이는 포션 따위 빨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유저라면 상관없겠지만.


4. 그 외 사소한 약점

그 외에도 사소한 단점들은 다소 있다. 이를테면, 포션 외에 갑옷이나 무기등을 제작할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을 넣으면서도 창고는 넣지 않았다. 적을 죽일 때 마다 각종 재료들이 듬뿍듬뿍 떨어지는데 이걸 쌓아놓을 곳이 없어 다 짊어지고 다니거나 어디다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질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구르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싸우자는 거냐...

저널, 인벤토리 등 게임 내부에서 자주 쓰는 메뉴들을 Save, Load, Exit와 같은 시스템 메뉴에 붙여버린 것도 사소하지만 지적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ESC 눌러서 메뉴 뜨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페이스 형식이 게임과 유저 사이에 장벽을 놓는 느낌이라 게임을 하기 위해 인벤/저널을 여는데도 게임으로부터 격리되는 느낌이 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패드 입력에 대한 규칙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좌측 아날로그 패드로도 네비게이션이 되는데 어떤 곳에서는 십자키만 되었다. 패치 이후엔 십자키로 통일된 것 같은데 더 불편하다. =_= 매수나 도박을 할 때 패드로는 돈을 1씩만 늘릴 수 있어 불편하다든지, 스킬 트리에서 패드로 아이콘을 찾아가기 힘들다든지. 등등 아직까지 패드의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보인다. 엑박360 버전에선 좀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5.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게임.

이렇게 까고 보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황량한 쓰레기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진 않다. 솔까말 드래곤 에이지2도 그렇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지만 드래곤 에이지2보다 낫다고는 못해도 못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제법 잘 만든 게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좀 더 잘 다듬었으면 "드래곤에이지2 그게 뭔가요 컵받침인가요 우걱우걱" 거리면서 올해 최고의 RPG 따위는 그냥 씹어먹었을 것이다.

대표이사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10점, 인터페이스에서 5점을 까고 100점 만점에 85점을 부여하는 바이다. 몰입감 있는 세계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RPG 팬이라면 50달러가 아까울 작품은 아니다.
  1. 400만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명성이나 투입한 자본에 비하면 분명히 적다. [본문으로]
  2. 캐쥬얼한 콘솔 게이머를 노린 선택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반발로 판매량은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스이펙트2를 끼워 팔 정도로. [본문으로]
  3. 윗쳐2는 드래곤에이지2와 달리 조이패드를 지원한다. 버튼은 현재 PC용 패드의 사실상의 표준인 XBOX 360 Controller for Windows 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본문으로]
  4. Sign. 윗쳐가 쓰는 간단한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5. 대표이사 i5 750에 ATI 5850 쓰는데 High 옵에서 30~40 프레임 정도 뽑혀나온다. [본문으로]
  6. 대화 선택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이미 옵시디언이 제작한 스파이 RPG인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도한 바 있긴 하다. [본문으로]
  7. 여전히 별거 없지만. [본문으로]
  8. 최근 게임으로는 용두사미의 극치를 보여준 Divine Divinity 2 Dragon Knight Saga가 있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6. 3. 02:23

풀 리뷰는 엔딩을 본 후 올릴 예정입니다. 일단은 간단한 감상만.

1. 유니코드 문제에 주의
그래픽 설정이 user.ini에 저장되는데, ANSI 텍스트로 저장되면 읽어들이지 못해 무조건 최저사양으로 구동되는 버그가 있음.(2바이트 문자 쓰는 아시아권 언어 윈도우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듯). 해당 파일을 유니코드로 저장하고 읽기전용으로 세팅해야.

2. 그래픽 쩌는데 개적화.
윗쳐1도 최적화가 안되어있어서, 발매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음.
윗쳐2도 최적화가 잘 된 것 같지는 않음. (i5 750 + RADEON HD 5850으로 하이옵에서 1920X1080 30프레임 겨우 확보.)
하지만 그래픽은 완전 쩔어줌. 실내 들어갔다 나올 때 HDR 효과도 쩔어줌. 그리고 게임 자체가 30프레임만 뽑아주면 플레이하는데 무리가 있지는 않음.
19금 장면의 퀄러티는 쩔어주는 그래픽 덕분에 정말로 강력해졌음.

3. 전투 시스템이 병맛.
윗쳐1에서도 뭔가 어정쩡한 액션감을 넣더니 2에서도 여전함. 직접 애들을 치고 때리는 액션 전투인데도 타겟팅한 적이 아니면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음. 그렇다고 오토타겟팅이 잘 되는 것도 아님. 그래서 일대일 전투는 다소 싱겁고 일대다 전투는 짜증남. 점프도 없고 블록도 불편해서 결국 닷지로 굴러서 피해야하는데 전투 공간이 협소해서 자꾸 걸리적거림.
보스전도 화려하긴 한데 내부를 까보면 눈물남.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 보스전의 정석인데 여기는 그런거 없음. 덤으로 괴물의 촉수를 잘랐는데 이 촉수에 다리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맞아죽는 병맛도 터져나옴.
담당 기획자 얼굴 한번 보고싶음. 죽빵을 날려주고 싶어.

4.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배려가 부족함.
CD Projekt가 패드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아마도 콘솔 멀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함. 인벤토리/저널 이런 메뉴를 ESC 세이브/로드/옵션이랑 같이 나오게 만들어놓아 인벤토리 열 때 마다 몰입을 방해함(물론 매스이펙트도 마찬가지지만 매스이펙트의 저 UI는 게임 안에 녹아있는데 반해 윗쳐2의 UI는 게임으로부터 유저를 분리하는 느낌임. 스샷은 풀 리뷰에서.). 드래곤 에이지처럼 퀵 메뉴 있는데 여기에 정작 자주 쓰는 인벤/저널 없는 것도 불편하고, 인벤토리도 패드로 조작하기 불편함.
진짜 병맛 크리는 조작 방법을 패드/키보드 선택할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한쪽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음. 불릿 스톰이 최근 입력에 따라 패드/마우스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참고해야 할 듯. 그리고 어떤 메뉴에선 아날로그로 항목 전환이 되는데 어떤 메뉴에선 십자키로만 가능하고, 어떤 메뉴에선  A로 선택하는데 어떤 메뉴에선 X로 선택하고 이런 병맛이 많음.

5. 어쨌든 그래도 재미는 있음.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되었어도 100점 만점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니 전투 시스템이 평균만 갔어도 95점 줄만한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85점 정도가 한계일 듯. 하지만 85점이면 상당히 높은 점수임.

by 고금아 2011. 5. 23.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