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도록 -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의 2부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만, 최근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가 있어 먼저 짧게 소개드립니다.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영원한 7일의 도시에 새로 추가된 만신전이라는 컨텐츠입니다.


만신전은 위 그림에서 보듯 정사각형의 방들로 구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컨텐츠입니다. 보스가 위치한 방의 위치는 표시가 되지만, 해당 방으로 가는 경로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을 계속 열어가면서 경로를 찾아야 하죠. 백문이 불여일견,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이 만신전의 던전은 도전할 때 마다 랜덤하게 재구성됩니다. 흔히 말하는 절차적으로 생성된 컨텐츠이죠. 흥미로운 점은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컨텐츠임에도 정작 컨텐츠의 다양성은 크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이라는 점입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이라고는 했지만 방들의 연결이 랜덤일 뿐, 플레이어가 실제로 전투를 벌이는 방은 딱 4가지 종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도 보스 방과 중간 보스 방을 제외하고 나면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던전은 딱 두종류의 방으로만 구성되어있습니다..


첫번째는 다수의 잡몹이 여럿 스폰되어 플레이어를 포위해오는 패턴입니다. 이 몹들은 HP가 낮기 때문에 광역 궁극기 1~2방에 정리되지만, 공격력이 높고 포위해오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넋놓고 있다간 1~2초 내에 플레이어의 영웅이 녹아내리죠. 그 짧은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 공격 당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많은 적을 광역기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최적의 타이밍에 궁극기를 쓰는 것이 이 방을 클리어하는 핵심 플레이입니다.


두번째는 중형몹 2마리가 등장하는 맵입니다. 이 중형 몹들은 맷집이 강해서 궁극기 1~2방으론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간의 폭발적인 딜 보다는 어그로를 끌고 CC기를 써면서 궁극기 쿨타임이 도는 동안을 버티는 것이 핵심 플레이가 됩니다. 공격과 움직임이 느리기 때문에 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굉장히 아프게 때리기 때문에 맞지 않기 위해선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합니다. 방의 종류는 2가지 뿐이라지만, 두가지 방이 서로 굉장히 다른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새로운 방에 진입할 때 마다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던전 내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중간보스 입니다. 맷집도 쎈데 공격이 굉장히 강하고 빠릅니다. 아까 플레이 영상만 보더라도 순식간에 플레이어 캐릭터 하나를 녹여버렸죠. 다양한 중간보스들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강합니다. 영웅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보스 방 보다 이 중간 보스 방이 더 어렵습니다.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또하나의 중요 변수는 캐릭터 교체 에너지입니다. 조작할 캐릭터를 교체하면 파티 전체의  HP가 일정량 회복되고, 새로 조작하게 될 캐릭터의 궁극기 쿨타임이 초기화 됩니다. 체력 회복이 힘들고[각주:1] 강한 적들을 궁극기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HP와 궁극기 쿨타임을 감안해 적절한 타이밍에 캐릭터를 교체하는 것이 만신전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교체할 때엔 에너지가 소비되고 이 에너지는 최대 3칸인데 각 방을 클리어할 때에만 1개 주어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하죠.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각 방을 교체 1번으로, 풀HP 상태에서 클리어해서 다음 방도 풀HP + 교체 에너지 3칸으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보스는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HP와 교체 에너지가 어느정도 빈 상태로 클리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불리한 상태로 보스전에 진입하고 싶지 않다면 나머지 일반방 짤짤이에 도전해야 합니다. 교체 없이 클리어 해서 교체 에너지를 채우거나, 데미지를 입지 않은 채로 교체해서 HP 회복을 노리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 앞서 언급한 2가지 방 중 어느 방이 걸리는지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잡몹이 나오는 방은 몹들의 HP가 낮기 때문에 2 캐릭터의 궁극기를 1번씩만 쓰는 것으로 피해 없이 클리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중형 몹들이 나오는 스테이지는 전투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짤짤이가 힘듭니다. 이전 단계에서도 비교적 클리어가 쉬운 잡몹 스테이지를 바라지만, 이 짤짤이 단계에선 더더욱 잡몹 스테이지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흔히들 컨텐츠를 절차적으로 생성하는 게임들은 그 랜덤한 조합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성이 강조됩니다만, 만신전은 그러한 다양성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던전이 랜덤하게 구성된다고는 하지만 플레이는 방 단위로 단절되어있기 때문에 방들의 배치가 바뀌는 것은 게임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플레이하는 방들이 다양한 것도 아닙니다. 잡몹 방과 중몹 방 딱 두가지 뿐이죠. 텍스트로만 구성되었던 원조 로그라이크 게임들도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의 긴장감은 다른 게임들 못지 않습니다. 절차적 생성이 주는 결과물의 다양함이나 조합의 유니크함은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을 만드는 수단일 뿐, 그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굉장히 잘 캐치해냈고 훌륭하게 활용해냈습니다. 굉장히 적은 리소스를 가지고 말이죠.


  1. 스테이지에선 체력 회복 포션이 거의 드랍되지 않고, 힐러가 있어도 AI가 담당하고 있을 땐 전투 중에만 힐링 스킬을 씁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 2. 23. 03:24

원래는 이렇게 거창한 제목으로 큰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며칠전 소개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창람경계(苍蓝境界)' 가 기존의 중국식 도탑전기 게임과 다른 가챠 BM을 가지고 있기에 그 차이점을 한번 짚고 싶었을 뿐이죠. 하지만 그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기존의 도탑 전기 모델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했고 그 차이점의 근원이 되는 일본식 가챠 게임의 모델을 설명해야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 BM 및 게임 디자인 전반에 대한 총론의 형식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2부도 추가되었습니다.


1. 일본식 가챠 게임 모델

아무래도 이 수집형 게임의 캐릭터 판매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선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일본식 가챠 게임 모델을 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출시되어 제가 요즘 플레이 중인 섬란 카구라 시노비 마스터즈 (이하 시노마스)를 주로 예시로 다루겠습니다만, 디테일엔 차이가 있을 지언정 큰 틀에선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일본식 구조를 설명하는데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식 가챠 게임 모델은 제 전공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플레이하고 분석한 것 외에 일본 서비스 진행하면서 배운 것들, 주변에서 주워 들은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1-1. 과금자 중심의 가챠

수집형 게임을 수집하고 즐기는 형태의 게임이라고 정의할 때, 이 장르에서 일본식 모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캐릭터의 수집이 가챠로 한정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스토리 진행이나 이벤트를 통해 제한적으로 캐릭터가 공급되긴 하지만 이는 1회성이고,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루트는 가챠 뿐입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대로 플레이 보상으로 얻어지는 것은 골드나 육성에 필요한 재료일 뿐,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캐릭터는 드랍되지 않습니다. 플레이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은 플레이 토큰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원하는 캐릭터의 경험치를 높이는데 사용할 수 있는 경험치 전용 캐릭터와 기타 컨텐츠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캐릭터는 가챠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가챠로 판매되는 캐릭터들의 희귀도에 대한 구분이 엄격하다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일단 위 그림에서 보시는 것 처럼 기본 스펙차이도 클 뿐더러, 등급이 낮은 캐릭터는 성장 한도도 낮습니다. 등급을 높이는 방법은 아예 없거나 1단계 정도로 제한됩니다. 등급은 곧 성능이고, 이 등급에 의한 우열은 절대로 바뀔 수 없습니다.

가챠 외에 플레이를 통해서도 1~2성의 낮은 성급의 캐릭터를 얻을 수 있고, 이 캐릭터들을 합성해서 희귀 캐릭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들을 다시 진화 등으로 쌓아올리는 한국 게임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등급에 따라 성능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캐릭터의 획득을 유상 컨텐츠로 한정한 구조가 상당히 가혹하고 불공정해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를 통해 얻은 자원으로 육성한다고 해도 가챠에서 발생하는 원치않은 결과물들을 레벨업 재료로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의 재미가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공정성이나 육성의 재미에 대한 시비는 사실 무의미합니다. 일본식 가챠 게임 모델은 애초에 그런 '공정함' 혹은 '육성'에서 오는 재미를 포기하는 대신 수집의 결과를 갖고 노는 재미에 초점을 맟주고 있거든요.


1-2. 보상과 육성을 단순화

세나로 대표되는 한국식 수집형 RPG나 퍼즐 앤 드래곤(이하 퍼드)과 같이 기본적으로 무상 플레이로 획득과 육성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임에서 게임에서 캐릭터를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시간단축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단축 서비스는 그만큼 무상 플레이에 의한 획득 / 육성이 충분히 물리적으로 길어야만 구매자에겐 상품으로서의 매력을, 비구매자에겐 구매자가 누리는 혜택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은 기본적으로 수직 성장을 전제로 한 길고 깊은 성장 구조와 이에 대한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성취에 대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컨텐츠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반면 일본식 가챠 게임에서 육성은 게임의 핵심이 되는 목표라기 보다는 플레이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상에 가깝습니다. 플레이를 통해 육성에 필요한 자원을 얻는 과정이 있고, 이 자원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능력치를 올리는 구조는 있습니다. 그리고 고난도 스테이지로 갈수록 요구 스펙이 높아지고 보상이 좋아지는 구조도 있지요.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동작하지는 않습니다. 깰 수 없는 스테이지를 굳이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없달까요.


위는 시노마스의 초급 6장 7화와 중급 6장 7화의 보상 안내입니다. 3개 난이도가 각기 7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6화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즉, 초급의 최종 스테이지와 중급의 최종 스테이지인 셈인데, 보상 항목이 동일합니다. 물론 상위 난이도로 갈수록 좋은 보상을 좀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만 하위 난이도라서 받을 수 없는 보상은 없습니다.[각주:1] 그리고 보상이 늘어나는 만큼 행동력 소비도 높아지기 때문에 낮은 난이도를 돌게 되면 약간 더 귀찮아지긴 하지만 시간대비 효율에서 아주 크게 손해를 보지도 않습니다. 한판에 소모되는 행동력이 30분 이상의 자연회복분이기 때문에 빠르면 12시간 노가다가 18시간으로 늘어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냥 2시간에 한번씩 들어왔을 때 2분짜리 2판하고 마느냐 1판 더하느냐 정도의 차이에요. 깰 수 없는 스테이지를 깰 수 없기 때문에 얻지 못하는 것은 첫 클리어시 보상으로 주어지는 약간의 공짜 젬 이거 하나 뿐입니다.


보상 구조만큼이나 성장 구조 또한 짧고 단순합니다. 가챠로 얻은 꽝이나, 플레이를 통해 얻는 강화 전용 재료를 소모하지만 24시간 내내 돌려도 부족할만큼 막대한 양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예 손 놓고 있었다면 모를까 적당히 플레이했으면 SSR 얻었을 때 바로 만렙을 찍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전에 좋은 카드가 있었으면 잉여 자원이 더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새 카드를 얻었으니 이전보단 자원을 좀 더 빠르게 모을 수 있겠죠. 특히 시노마스의 경우는 플레이 자체로는 캐릭터에게 경험치가 주어지지 않고 카드를 먹여야만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 얻은 쪼렙 캐릭터를 굳이 덱에 구겨넣고 평소 돌던 것 보다 쉬운 (보상이 적은) 난이도에 도전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장기 플레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저빈도 고효과의 성장 컨텐츠를 두기도 합니다. 시노마스의 경우 최대 레벨을 달성하고 나면 각성 재료를 사용해 등급을 한칸 올릴 수 있는데요,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SSR이 UR이 되는 것 만으로 주요 수치가 거의 40% 가량 상승합니다. 레벨 한도도 올라가기 때문에 각성 이후 만렙을 찍으면 능력치 차이는 더 커집니다. 각성에 필요한 각성 재료는 주로 전용 스테이지에서 드랍되긴 합니다만 이게 요일별로 제한은 있어도 행동력 외에 플레이 횟수 제한은 없기 때문에 오래 플레이해서 충분히 쌓아뒀다면 바로 패스할 수 있지만 없다고 해도 물량 채우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습니다.


1-3. 비상설 컨텐츠인 이벤트를 강조

플레이한다고 좋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캐릭터를 얻는다고 못 얻을 보상을 얻거나 육성이 엄청나게 짧아지는 것도 아니며, 육성에 필요한 자원이 항상 부족해서 계속 파밍하고 있을 이유도 없는데 왜 좋은 캐릭터를 얻기 위해 돈을 쓰고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는 걸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일본 가챠 게임에서 중시하는 이벤트 컨텐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 기본적으로 쌓여있는 긴 성장 구조를 따라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간 한정으로 운영되는 이벤트 컨텐츠를 완수하는 것으로 목표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죠.

위 스크린샷은 시노마스 오픈과 동시에 진행된 '두근! 풀에서 닌자 특훈'(이하 풀 특훈) 이라는 이벤트로 일본식 게임 이벤트의 가장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12월 25일 17시까지 진행되는 이벤트로 5개의 스페셜 스테이지가 제공되며, 보상으로 수영복 T셔츠 의상과 기지를 풀사이드로 꾸밀 수 있는 자원이 지급되지요.

이벤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이벤트 보상의 고유함입니다. 기존의 상설 컨텐츠에서도 얻을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상이 이벤트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무과금 사용자건 폐과금 사용자건 이벤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위의 풀 특훈에서 지급하는 보상은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 꾸미기 아이템입니다만, 게임에 따라서 / 이벤트의 강도에 따라서 SSR급 캐릭터나 장비와 같이 게임 상 도움이 되는 보상을 걸기도 합니다. 단순 기념품이든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중요 게임 토큰이든 간에 특정 이벤트에서만 제공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난이도 차이에 대한 보상의 변별력이 낮은 것은 이 이벤트 보상에도 적용됩니다. 메인 컨텐츠에서 스펙이 부족해 깰 수 없어서 받을 수 없는 보상이 없었던 것 처럼, 이벤트의 보상 또한 난이도 - 스펙을 통해 획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설정되지 않습니다. 이벤트의 고유 보상을 획득할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대신, 이 보상을 획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로 스펙 - 바꿔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지불한 돈과 시간 - 에 대한 변별력을 만듭니다. 위의 풀 특훈의 경우, 1스테이지를 깨든 5스테이지를 깨든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의 종류는 동일하지만 5스테이지를 깨는 쪽이 보상 량이 좀 더 많아서 더 적게 플레이하고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이벤트에서의 변별력은 이벤트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 획득하는 포인트의 누적량으로 이벤트 한정 카드를 포함한 보상을 받아가는 우타 마크로스의 이벤트가 조금 더 잘 나타내줍니다. 우타 마크로스의 이벤트는 누적 포인트 보상과 랭킹 포인트 보상으로 2개의 보상 테이블을 갖고 있는데 누적 포인트 보상의 경우 누구라도 자연 회복분을 잘 사용하면 충분히 이벤트 한정 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지만 이 이벤트 한정 카드를 7성으로 풀초월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은 랭킹 보상에 배치함으로써 캐주얼한 성향의 저과금 사용자와 고과금의 하드코어한 사용자들 양쪽 모두에 목표를 부여합니다.


1-4. 이벤트를 중심으로 한 컨텐츠 소모

이런 이벤트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 명절, 서비스 X개월 / X년 등 특정 시즌에 종종 진행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일본 가챠 게임은 이 이벤트들을 1년 365일 항상 돌리고 있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면 '두근! 풀에서 닌자 특훈'과 '노멘의 전투 머신' 2개의 이벤트가 돌고 있지요. 이벤트 한정 보상 뿐만 아니라 기본 보상도 상설 컨텐츠보다 푸짐하기 때문에, 상설 스테이지의 초회 클리어 보상 무료 젬을 회수하고 나면 플레이어들은 이벤트 컨텐츠 플레이에 집중합니다. 열려있는 이벤트를 순서대로 클리어하고 있으면 예전 이벤트가 종료되고 새 이벤트가 추가되죠.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에서 컨텐츠는 플레이어의 성장 단계에 맞춰 배치되고, 플레이어의 성장 정도에 종속되어 소비됩니다. 아직 깰 수 없는 구간의 컨텐츠는 플레이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성장이 둔화되는 구간에 진입하게 되면 컨텐츠 소비도 둔화되고, 허들을 넘기 전까진 같은 컨텐츠를 반복할 수 밖에 없죠. 배치된 컨텐츠의 절대 양과는 관계 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새 컨텐츠를 배치한다고 해도 많은 양의 돈과 시간을 투입해 기존의 컨텐츠를 소진한 최상위 구간의 사용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할당되어 하위 유저에겐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하위 구간에 신규 컨텐츠를 배치하게 되면 해당 컨텐츠는 순식간에 소비되어버리고, 특히 최상위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컨텐츠 고갈이 해결되지 못합니다.

단기 이벤트 중심의 컨텐츠 운영은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묘책이 됩니다. 최상위 사용자를 위한 상설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기 보다는 모든 성장 단계를 커버하는 비상설 컨텐츠를 자주 공급함으로써 전체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새 컨텐츠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끝없이 성장하는 장기 목표 대신 일주일 정도의 짧은 단기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스트레스 없이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하되, 이 컨텐츠를 빠른 주기로 계속 공급함으로써 꾸준히 질리지 않고 새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말하자면 게임의 상설 컨텐츠는 성장 단계를 확인하는 시험대 정도의 역할이고, 짧은 주기로 끊임없이 제공되는 이벤트가 게임의 핵심 컨텐츠가 되는 것이죠.

긴 성장 구간의 끝에 추가되는 컨텐츠들은 그동안의 성장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컨텐츠의 고유성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3달만에 최상위 던전이 추가되었는데 알맹이가 기존 던전의 짜집기라면 굉장히 실망스럽겠죠. 하지만 비상설 이벤트 컨텐츠에선 이러한 기대가 다소 낮습니다. 물론 모든 구성요소가 새롭다면 만족감이 크겠지만, 적당히 레벨이나 몹 등을 재활용해도 새 컨텐츠로서의 고유성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간은 억지스러운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독립 컨텐츠로서의 최소한의 포장이 필요합니다. 내부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모험모드가 아닌, 이벤트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독립된 컨텐츠로 강조하는 것입니다. 리듬 액션 게임인 우타 마크로스의 경우, 이벤트 전용 곡을 따로 만드는 대신 기존에 있던 곡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이벤트를 구성하는데도 기존 곡의 스테이지에 이벤트를 거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이벤트 화면을 만들고 그 아래에 스테이지들을 배치합니다.


독자적인 이야기 또한 이벤트 컨텐츠에 고유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짧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신규 이벤트를 새로운 보상 가판대가 아닌 신규 컨텐츠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우타 마크로스의 경우 위와 같은 대화씬이 따로 존재하지 않은 대신, '초시공 SNS' 라고 해서 캐릭터들의 단톡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컨텐츠가 있는데 이벤트 진행에 따라 이 단톡방을 업데이트 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1-5.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의 재미를 강조

성장 구조가 깊고 성장에 다량의 자원과 시간을 소비하는 게임은 게임 내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유저는 투자할만한 가치를 지닌 소수의 캐릭터에게만 자원을 투자하게 됩니다. 또 게임 내에 새 캐릭터가 추가되어도 이 신캐가 기존 메타를 뒤흔들만큼 충분한 성능 향상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기존 캐릭터에 투자했던 자원을 매몰 비용으로 간주하고 새 캐릭터를 획득 / 육성할 당위를 느끼지 못하지요.

신캐의 추가로 라인업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항상 '얻어야 할' 캐릭터는 정해져있고, 그 외 캐릭터는 모두 사실상 무가치하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 신캐의 획득은 놀거리를 '수집'한다기 보다는 사실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확률로 획득하는 RPG 게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과격하게 이야기하자면 껍데기는 캐릭터지만 본질적으로는 리니지에서 부위별 최강 아이템을 얻고 강화 띄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죠. 시간이 흐르고 신캐가 추가되고 정답덱의 구성이 바뀌면서 기존의 최강템들이 하나씩 가치를 잃고 기존의 정답덱을 갖고 있던 사람도 신캐를 얻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요.

File:CellImperfectVsPiccoloKami.png

문제는 게임의 성장 구간이 길 수록 신캐의 효용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신캐를 힘들게 얻어봤자 이미 기존 캐릭터들을 많이 키워놓은 상태라면, 신캐를 그만큼 키워야만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미 6성 풀초월 각성 캐릭터로 구성된 캐릭터들을 사용하고 있다면 새 캐릭터도 6성 풀초월 각성까지 키워야만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힘들게 돈 들여 뽑은 게 매미 상태의 셀이라 계속해서 사람을 흡수하고 희귀 자원인 17호 18호까지 다 먹여야만 이미 갖고 있는 초사이어인 손오공보다 더 쓸만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키우고 나면 신캐 마인 부우가 나오겠죠. 마인부우도 한참 키워야 하긴 합니다만.


일본식 가챠 모델은 성장의 깊이를 낮추면서 소수의 '정답캐'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도록 유도합니다. 가진 캐릭터의 다양성에서 오는 '횡적 성장'을 추구하죠. 그래서 일본 가챠 게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속성별로 서로 물고 물리는 속성 메타입니다. 불-물-나무-불 가위바위보에 빛<->어둠의 상극의 5속성이나 가위바위보를 4단계로 늘린 6속성이 아주 일반적입니다. 수직 성장을 강조하는 게임들은 속성 없이 탱-딜-힐 역할 분배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 메타를 강조하곤 하는데요, 이러한 직업 메타와 속성 메타는 게임 내에서 동작하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직업 메타는 기본적으로 각 직업별로 좋은 카드를 얻어 좋은 '조합'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다양한 능력을 지닌 개성적인 캐릭터의 조합에 의한 다양한 전략을 추구한다고 합니다만 계속해서 자원을 소모해나가는 수직 성장 구조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획득하고 육성하고 운용하면서 테스트 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선구자들이 캐릭터들을 점증한 이후 소수의 캐릭터를 엄선해 '이 직업군 중 최강', '얻어야 할 머스트 해브, 잇 캐릭터'의 지위를 부여합니다. 최강 조합이 이미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직업 메타는 신상 판매를 위한 파워 인플레이션에서 따라오는 상품의 가치 소멸을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한달에 한번 신캐를 낸다고 할 때, 이번달의 신캐가 지난달의 신캐를 대체할 수 있는 상위 호환이라면 비싼 돈을 들여 얻은 지난달의 신캐는 1달만에 쓰레기가 되지만, 직업군을 달리하면서 신캐들을 추가하게 되면 같은 직업의 신캐가 나올 때 까지 각 직업군 별 최강자로서의 효용이 유지되는 거지요.

속성 메타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모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나무 속성 스테이지에선 나무에 강한 불 속성 캐릭터로 덱을 채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덱 전체를 불속성 SSR 최강캐들로 꾸리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어려울 뿐더러 굳이 그렇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불속성 SSR이 부족하다면 보너스는 없지만 페널티는 없는 나무 속성 SSR로 채워도 되고, 나무 속성 SSR도 없다면 불 속성 SR로 채워도 됩니다. 수집 상황에 따라 목표가 SSR로 덱 꾸리기 -> 속성별로 SSR 덱 채우기 -> 속성별로 SSR 최강 덱 꾸리기 순으로 목표가 상향되면서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내 손에 떨어진 캐릭터들이 점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이득을 제공하면서 가치를 부여받습니다. 다양한 캐릭터의 획득이 풀어야 할 숙제 혹은 누적되는 실패라기 보다는 점점 더 나아지는 성장감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물론 최상위 유저라면 속성별 최강 SSR을 만들고 싶겠지만, 게임 구조 자체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기조입니다.

직업 메타 역시 컨텐츠에 따른 다양성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잡몹이 많이 나오는 모험모드에선 다수 캐릭터에 적당한 딜을 뿌리는 딜러가 필요하고 왕보스 하나 잡는 레이드에선 한명의 적에게 폭딜을 넣는 딜러가 필요하다는 식이죠. 하지만 직업간 균형이 우선이기 때문에 폭딜러 많다고 레이드를 잘 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험용 딜러 A,  레이드용 딜러 B 이런 식으로 정해져있는 정답캐의 양이 늘어날 뿐이지 캐릭터가 많아진다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 거죠.


컨텐츠에서 '다양성'을 활용하기에도 직업 메타 보다는 속성 메타가 더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속성 메타는 그냥 스테이지 정보 화면에 '이 스테이지는 불 속성임' 이라고 써놓는 것으로 물 속성이 유리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습니다. 상관관계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하지만 키라라 판타지아처럼 속성 정보가 표시될 때 이 상관도를 항상 옆에 배치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이고 '레이드는 큰 몹 하나 잡는 거니 단일 타겟 폭딜러가 유리한데 내가 가진 폭딜러 중 가장 쎈 애는 얘니까 얘를 쓰자'는 것 보다는 훨씬 쉽죠. 시노마스 같은 경우는 아예 스테이지별로 '양 속성에 보너스' '음 속성에 보너스' 이런 식으로 페널티 없이 스테이지 별로 보너스 받는 속성 하나만 설정하는 식으로 캐주얼하게 풀기도 합니다. 또, 속성 메타는 스테이지 별로 필요한 속성을 바꾸는 것으로 손쉽게 모든 속성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지만 직업 메타는 강조하고자하는 조합의 갯수 만큼의 성격이 다른 컨텐츠를 배치해야한다는 것도 제작하는 입장에서 불리합니다. 뭐 굳이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한 컨텐츠 안에서 폭딜러가 중요한 스테이지, CC형 탱커가 필요한 스테이지 등등 다양한 특성의 스테이지를 추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드는 것도 일이고 그걸 전달하는 것도 일입니다.

이렇게 쓰면 마치 일본에선 속성메타만 중요하고 직업 메타는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직업 메타도 쓰입니다. 위의 키라라 판타지아 처럼 속성 메타와 직업 메타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 직업 메타가 명시적으로 표기되어있지 않더라도 캐릭터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방어력이 높은 캐릭터, 힐러 능력을 갖춘 캐릭터 등을 설치합니다. 다만 속성 메타는 거의 필수로 깔고 들어가고 직업 메타는 그만큼 강조되지는 않는다는 정도입니다.


1-6.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장점

이런 수평 성장 중심의 구조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에 비해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꽤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를 많이 수집하게 하면서도 이 수집을 가챠로 한정하기 때문에 가챠라는 상품에 대한 확실한 구매 동기를 부여합니다. 특히 게임을 계속 운영해도 가챠라는 상품의 가치가 계속 보존된다는 점이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수직 성장 게임에서 플레이를 통해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할 경우, 게임을 진행하고 성장함에 따라 보상이 더 나아져서 점점 더 플레이를 통해 캐릭터를 획득하기 쉬워지고 행동력의 효용이 점점 증가하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신규 상품을 팔기 위해선 신규 캐릭터는 플레이에선 얻을 수 없고 가챠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기존의 방침을 깨거나, 얻는 건 마음대로지만 키우는 데 드는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서 자원을 추가로 구매하는 식의 BM이 뒤따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수집은 가챠에서만 된다고 미리 선을 그어두면 꾸준히 신상품을 가챠에 추가함으로써 가챠의 상품성을 유지할 수가 있지요. 물론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여야만 성립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돈을 내고 가챠를 구입하는 입장에선 무과금으로도 획득할 수 있지만 깊게 성장시켜야하는 구조 보다는 가챠로만 구입할 수 있는 대신 육성이 짧은 구조의 만족도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신규 캐릭터를 뽑기만 하면 키우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거의 바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한 플레이 경험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키워야 하는 매미 셀 보다는 완전체 셀이 획득시에 만족감이 더 크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이 구조가 갖는 가장 핵심적인 장점은 신규 유저가 정착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성장 -> 더 상위 컨텐츠 -> 더 나은 보상 -> 성장의 사이클을 기반으로 하는 수직 성장 기반의 게임에선 같은양의 자원을 쓴다고 해도 기존 사용자가 신규 / 복귀 사용자보다 더 나은 보상을 누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신규 / 복귀 사용자는 막대한 돈을 쓰지 않는 한 기존 사용자를 따라잡기 힘들거나, 따라잡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게임 서비스가 길어질수록 신상품의 상품성은 계속 떨어지고 신규 컨텐츠를 투입해도 최상위 일부만 즐길 수 있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그 결과 유저가 빠져나가긴 쉬워도 신규 / 복귀 유저가 정착되지 않아 사용자를 꾸준히 잃어나갑니다.

반면 일본식 가챠 게임은 장기 운영에 굉장히 유리한 구조입니다. 인게임 보상이 캐릭터 수집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집 중심의 수평 성장 구조 하에서 기존 유저의 기득권이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또 게임이 길고 긴 장기 성장이 아닌, 1주일 단위 이벤트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캐릭터가 구리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해 이벤트 하나를 놓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는 해당 이벤트를 놓친 것에 국한됩니다. 이후의 이벤트는 모두 함께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요. 또 오래 플레이해서 좋은 캐릭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벤트를 조금 더 쉽게 깰 수 있지만, 새로 유입되거나 복귀한 사용자도 가챠를 뽑는 것으로 이 갭을 비교적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신규 / 복귀 유저가 정착하기 쉽지요. 그리고 성장 구간이 짧고 플레이를 통해 캐릭터를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 기간이 아무리 길어지더라도 가챠를 통한 캐릭터 판매가 지닌 상품성이 유지됩니다.

이런 차이점은 특히 타 IP와 콜라보를 진행할 때 굉장히 크게 나타납니다. 수직형 게임에서 콜라보는 사실상 기존 유저에 대한 추가 상품 판촉 정도로 국한됩니다. IP를 좋아하지만 해당 게임을 아직 해보지 못한 사용자가 들어와서 유저 풀이 늘어자길 기대하지만 게임 구조상 그런 뉴비가 정착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수평형 게임에선 콜라보를 통해 유입된 유저가 잔류할 확률이 더 높고, 그 결과 콜라보가 신규 유저를 모집하고 유저 풀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지요. 괜히 일본 게임들이 콜라보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1-7. 게임과 가챠를 떠받치는 것은 캐릭터의 매력

결국 일본 가챠 게임은 장기적으로 가챠를 팔겠다는 목적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챠 확률은 어떻게 구성되어있을까요? 위한 시노마스의 확률표인데요, 통상 SSR 1.5%에 픽업 SSR 1.5%로 합계 확률이 3%밖에 안되는데 이는 요즘 기준으로는 조금 박한 편이고 5% 정도가 보통이라고 봅니다. 여하튼, 시노마스에선 핍업 SSR만 해도 6종이라 1.5% 확률을 각기 6등분하여 개당 당첨 확률 0.25%, 획득을 위한 기대 시행이 400번입니다. 일반 SSR은 20종이라 개당 0.075%, 기대 시행 1333번. 무시무시하죠. 가챠에서 좋은 캐릭터 안떠도 게임 할만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일본 가챠 게임을 떠받치는 것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가챠를 뽑는 무과금러 소과금러가 아니라 '나올 때 까지' 혹은 '언젠간 나온다'는 마음으로  뽑는 고과금러 핵과금러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물론 리니지M은 전설 무기 0.0031%로 위의 사례보다 낮은 확률로 장사를 잘 하고는 있습니다만, 가챠를 구매하는 원동력이 다르죠. 리니지M은 저 확률을 뚫고 전설을 얻기만 하면 엄청난 어드벤티지를 얻게 됩니다. 리니지M은 조금 극단적이지만 다른 게임들 역시 희귀한 캐릭터나 보상을 얻으면 그걸로 못깨던 곳을 깨게 되고 PVP 경쟁에서 앞서나가거나 뒤쳐지지 않는 등 강력한 외적 동기를 제공합니다. 반면 일본 가챠 게임에서 SSR의 게임적 효용은 크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만족이죠. '사실 쓸모 없는 것도 알고 있고, 얻기 힘들며 얻는데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는 갖고 싶다. 이유는 없다. 갖고 싶으니까 갖고 싶다'는 강한 내적 충동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런 멘탈리티에 의한 상품 판매는 아이돌 굳즈 장사와 유사합니다. 예전에 동생이 연예기획사에서 일을 했는데 정확한 숫자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한자루 100원에 떼온 볼펜에 아이돌 스티커 붙이면 1만원 2만원 붙여도 없어서 못판다더군요. 음반에 포토카드 랜덤으로 끼워넣어서 최애 카드 뽑으려면 평균 10여장, 전 멤버 수집하려면 몇십장 사야 하는 것도 그렇구요. 한마디로 일본 가챠 게임의 캐릭터들은 능력치가 붙어있는 게임 토큰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최애와 같은 위치를 가지고, 가져야만 합니다.(그러고보니 대표적인 일본 가챠 게임이 아이돌 마스터군요...) 그래야만 게임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외적으로 큰 보너스가 없다고 하더라도 저런 가격으로 팔 수 있습니다. 또한 동시에 게임 구조상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자기 만족 상품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가챠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도 공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결국 일본 가챠 게임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은 한달에 수십만원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최애를 만들고 추가해나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능력치 빠방한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모, 성격 등에서 사람의 취향을 저격해야하는 거지요. 때로는 성능이 나쁘지만 애정으로 인기있는 캐릭터도 성립할 정도로 말이죠. 메인 컨텐츠와 이벤트 컨텐츠에서 스토리가 계속 강조되는 것 또한 '게임의 서사'를 전달한다기 보다는 '캐릭터의 서사'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5천년만에 부활한 마왕이 천년 불침의 제국 수도를 함락하든 말든 사실 아무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침착 냉정함을 유지하던 날카로운 인상의 여 교관 캐릭터가 수도 수복을 외치는 이유가 사실은 피난 나올 때 두고 온 비장의 하드BL 콜렉션을 남들 몰래 회수하기 위함이라는 데서 갭모에가 터지고 캐릭터가 팔리는 거지요.

데레스테, 시노마스, 키라라 판타지아, 소드 아트 온라인 등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많이 나오는 것 또한 이 캐릭터의 중요성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이 많이 출시되면서 처음 보는 생소한 캐릭터를 소개하고 그 매력을 전달하고 사용자를 포획하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캐릭터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1-8. 가챠로 최애를 뽑고 즐기는 놀이로서의 수집 게임

이제까지 수평 성장 중심의 일본식 가챠 게임의 구성을 살펴보았는데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과 비교하고 그 차이점에 가져다주는 효과를 나열하고 있으니 마치 일본식 가챠 게임이 한국 게임보다 우월하다는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게 아니라, 겉보기에 같은 '수집형 게임'이라고 해도 한국식 게임과 일본식 게임은 서로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고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장르라는 겁니다.

일본 가챠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은 '가챠로 수집해서 즐기는 놀이'에 가깝습니다. 첫번째 파트인 수집의 재미는 나오나 안나오나 두근두근하면서 가챠를 까는 과정 자체에서 발생합니다. 원하는 물건이 안나와도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어요. 10만원 들고 10시간 파칭코를 쳤는데 결국 손에 8만원이 남았다고 칩시다. 이 상황을 2만원으로 10시간 재미있게 놀았다고 생각할 때 일본식 가챠 게임은 놀이로써 성립합니다. 2만원 잃고 왔다 혹은 20만원 만들어올 생각이었는데 2만원 잃었으니 무려 12만원 손해봤다는 마인드에선 이건 고객 등 털어먹는 날강도 유사게임이에요. 심지어 이 뽑는 기회를 과금으로만 제한한다? 낮은 등급의 캐릭터는 절대로 높은 등급이 될 수 없다? 이건 뭐 돈 없으면 게임도 하지 말라는 슈퍼 불공평 노양심 쓰레기 앱이죠.

플레이에 대한 보상, 성장 인센티브가 적은 것 또한 가차에서 뽑은 물건을 가지고 노는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확률울 뚫고 좋은 캐릭터 뽑았으니 그걸로 한동안 신나게 노는 놀이터에요. 어찌 보면 게임 컨텐츠 자체가 플레이의 대상이 아니라 보상인 것이죠. 재미있게 놀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기준은 가챠에서 잭팟이 터졌는지 여부이지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는지가 아닌 겁니다. 오랜 시간 플레이 한 것에 대해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일본식 가챠 게임은 플레이하기 힘듭니다.

결국 한국식의 성장형 수집 게임과 일본의 가챠형 수집 게임의 차이는 둘 중 누가 더 우수하고 열등한 관계라기 보다는, 사용자가 갖고 있는 게임을 바라는 관점과 추구하는 재미의 차이라는 겁니다. 일본의 가챠 수집 놀이가 한국의 관점에선 플레이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돈만 밝히는 유사게임일 수 있고, 한국형 수집 게임의 한발 한발 키워나가는 재미가 일본에선 돈내든 안내든 똑같이 고생하는 공산주의 지옥일 수도 있지요. 핵심상품인 캐릭터에 요구되는 덕목 또한 게임 토큰으로써의 유용함 / 감정을 이입하는 최애로 다르구요. 다만 이 양자의 차이와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게임을 다른 국가에 서비스 할 때 사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고, 로컬라이징 하기에 도움이 되겠지요.



2. 도탑전기류

일본 가챠 게임은 육성보다 수집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했는데요, 대륙에서 발전한 도탑전기류 게임은 반대로 육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수집형 게임이라고 하지만 수직적인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시스템 상 6성 + 풀초월 + 각성 + 올 스킬 만렙과 같이 육성의 최종 단계라는 것이 존재는 합니다. 도달하기가 더럽게 어렵고, 업데이트를 통해 뒤를 늘려나갈 뿐이죠. 하지만 도탑전기류는 말 그대로 성장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2-1. 수집이 아닌, 육성 게임

도탑전기류 게임은 굉장히 많은 성장축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축은 '등급'과 '성급' 입니다. 흰색 - 녹색 - 파란색 - 보라색 등 색상으로 주로 표현되는 '등급'은 일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들을 통해 성장합니다. 각 캐릭터 마다 각 단계별로 필요한 아이템과, 해당 아이템이 드랍되는 스테이지가 달라지지요.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 '성급'은 각 캐릭터의 조각이 일정 갯수 이상 쌓이면 올라갑니다. (아직 보유하지 못한 캐릭터는 조각을 일정 갯수 모아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조각은 각 캐릭터의 조각이 나오는 영웅 스테이지에서 드랍되기도 하고, 가챠에서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가 중복 당첨되었을 때 얻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플레이를 통해 캐릭터의 조각을 얻을 때엔 어떤 캐릭터의 조각을 얻을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손오공 스테이지에선 손오공의 조각이 드랍되고 크리링 스테이지에선 크리링의 조각이 드랍되기 때문에, 손오공 조각이 필요하면 손오공 스테이지를, 크리링 조각이 필요하면 크리링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됩니다. 확률에 따라 조각이 드랍되지 않을 수는 있고(보통 하루 3번 플레이할 수 있는데, 3번 다 돌면 1조각 이상은 나옵니다.), 내가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이 나오는 스테이지에 아직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얻고 키울 것인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릅니다. 등급 성장 역시 가능한 최고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캐릭터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재료를 주는 스테이지를 도는 형식이죠. 그래서 이 게임의 본질은 한정된 행동력을 사용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캐릭터의 획득 자체는 쉽습니다.


2-2. 합리적 상품으로써의 가챠

주어진 행동력을 소모해 원하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도탑전기의 핵심이라고 할 때, BM의 핵심은 바로 이 행동력의 수급에 달려 있고 여기서 도탑전기류 게임을 다른 수집형 RPG와 구분짓는 가장 큰 요소인 누진제가 등장합니다.


앞서 한국식 수집형 게임은 플레이로 캐릭터 수급이 가능하고 성장이 보상을 강화하기 때문에 성장에 의해 행동력이 가챠보다 더 큰 효용을 지닐 수 있는 반면 일본 가챠 게임은 가챠에서만 캐릭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챠의 효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플레이에 의한 캐릭터 수집과 육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 행동력의 수급을 강하게 제약합니다. 돈을 내고 행동력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살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심지어 일정 이상은 구입할 수 없습니다. 적은 돈으로 보상을 2배 3배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소과금자 입장에선 행동력의 효용이 크지만 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돈을 쓰기 시작하면 행동력의 가격이 높아져 종국에는 차라리 가챠를 사는 편이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죠.


이런 비교 우위를 확립하기 위해선 행동력을 빨리 소모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행동력이 쓰지 못해 남아돌고 있다면 굳이 행동력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고, 가챠가 비교 우위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도탑전기 이후의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소탕권의 형식으로 편하게 행동력을 소모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대신, 소탕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행동력 소진을 어렵게 만들어 소탕권을 팔아 푼돈을 벌기 보다는 행동력을 우선적으로 소진시키는 것이 훨씬 더 매출 견인에 유리하다는 것이죠.



 

가끔 아무리 행동력 누진제 때문에 가챠의 가성비가 보전된다고 하더라도, 조각을 모으는 것이 캐릭터를 얻는 것 보다 만족감이 더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일단 가챠에서 얻는 캐릭터를 조각으로 얻는 경우는 이미 해당 캐릭터를 가지고 있을 때 뿐입니다. 없던 캐릭터를 가챠에서 얻을 땐 항상 바로 사용 가능한 완제의 형식으로 얻습니다. 캐릭이 나왔는데 조각이라 바로 쓸 수 없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복 캐릭터라 조각을 얻는 것이 과연 매력적이냐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만일 일본식 가챠 게임 처럼 플레이를 통해 조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조각은 물론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성급 성장이라는 게 결국은 같은 캐릭터를 계속 겹쳐 쌓아올리는 한계 돌파인데 중복 당첨 몇번이 모여야 겨우 1한돌이 되고, 한돌에 필요한 중복 당첨이 계속 늘어나는 가혹한 구조니까요.

하지만 영웅 스테이지의 존재가 이 중복에 의한 조각 모음을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변모시킵니다. 중복 당첨으로 얻는 조각의 숫자를 같은 수의 조각을 얻는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과 비교해보면 계산이 바뀌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위 드래곤볼의 예를 들자면 (KOF98UM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중복 당첨시 받는 조각의 수는 21개이고, 한 영웅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는 횟수는 하루 3번입니다. 크리링의 조각을 하루 최대 3개까지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3번 플레이에서 조각이 1개 정도 떨어지기 때문에 조각 21개면 최소 7일 통상 21일이라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굉장한 메리트가 있지요.


2-3. 안전한 상품으로써의 가챠

도탑전기는 가챠를 가장 합리적인 상품으로 포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챠가 여전히 결과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이 문제를 무엇이 나올 지는 알 수 없지만 가챠에서 무엇이 나오는 손해는 보지 않음을 보장함으로써 회피합니다.

간단한 예가 바로 모든 캐릭터를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부분입니다. 손오공은 최고 등급인 SSR이고 야무치는 그보다 한창 떨어지는 R급이라는 식으로 캐릭터 별로 성능과 희귀도, 성장 한계를 완전히 갈라놓는 일본식 게임들과 달리 도탑구조는 모든 캐릭터가 같은 성급에선 동급이고, 모두 함께 공평하게 무한정의 성급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위 스크린샷만 보더라도 야무치를 근성으로 키운 야무치가 동급의 손오공에 뒤쳐지지 않지요. (전투력이 1.7% 가량 차이가 나는데 이는 연관 캐릭터 수집 보너스에서 오는 차이입니다.) 원치 않는 캐릭터를 뽑을 수는 있어도, 뽑아봤자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 캐를 뽑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다 못해 재채기 하면 인격이 변하는 런치 까지도 손오공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원하는 손오공이 나오면 손오공 키워서 좋은 것이고, 원치 않는 크리링 나와서 크리링이 더 강해지면 크리링 쓰면서 손오공 모으면 됩니다.



 

물론 아무리 시스템상 밸런스 상 동급이라고 해도 분명히 선호하는 캐릭터와 비선호하는 캐릭터는 갈리게 되어있고 비선호하는 캐릭터가 걸리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게임 진행을 진행하는 덱의 크기는 정해져있기 때문에 주력 덱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잉여가 되는 것도 사실이죠. 도탑전기 이후의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여러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에 대해 보너스를 부여하고 많은 캐릭터를 활용하는 컨텐츠를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합니다. 예를 들어 KOF98UM의 '숙명'은 특정 조건의 캐릭터 조합을 보유했을 때 추가적인 보너스를 부여합니다. 주캐가 친 겐사이라면 당연히 겐사이의 조각 획득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을 켄수, 아테나, 야마자키의 획득도 켄사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죠.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연관 캐릭터의 획득 뿐만 아니라 획득 이후의 성장에 대해서도 추가 보너스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피콜로는 이미 17호와 피콜로 대마왕이 있어서 보너스를 받고 있지만 17호와 피콜로 대마왕의 등급을 올리면 이 보너스가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또한, 일본 가챠 게임의 속성 처럼 아주 강력하고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특정 캐릭터가 있으면 더 유리한 컨텐츠나 패배한 캐릭터는 계속 버려가면서 덱 전체를 활용하는 컨텐츠 등으로 주력 / 선호 캐릭터가 아니라도 많이 가지고 있고 많이 키우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합니다.


2-4. 깊고 자잘한 수직 성장 체계


 


게임의 플레이로 수집과 성장을 병행한다는 점에선 한국의 수집형 게임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도탑전기류는 훨씬 더 많은 컨텐츠를 통해 끝없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성급 성장만 하더라도 동일 캐릭터 n장 획득으로 완결되는 한국의 초월이나 일본의 한계돌파와 달리 7성 도달까지 가챠로는 수십번의 중복 당첨에 해당하는 수백개의 조각을 요구할 뿐더러 7성에 도달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조각을 사용하는 성장 컨텐츠가 이어집니다.


 

 

등급 성장과 성급 성장은 대표적인 성장 컨텐츠이긴 하지만, 사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그 외에도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구비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플레이 시간 확보와 성장 체험 리듬 보완이라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등급 성장과 성급 성장 모두 스테이지에서의 파밍을 대상으로 하는데 소탕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플레이 타임이 굉장히 짧습니다. 몇시간씩 사용자들을 붙잡고 괴롭힐 필요는 없지만 계속해서 사용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선 꾸준히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은 필요하고, 이를 소탕이 불가능한 추가 컨텐츠로 해결합니다. 그리고 이 스테이지가 아닌 이 추가 컨텐츠에서 드랍되는 자원을 사용한 성장 컨텐츠를 둬서 플레이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죠.


두번째 이슈는 성장의 발생 빈도에 관한 것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육성의 깊이가 무제한으로 깊기도 하지만, 그 단계도 굉장히 잘게 쪼개져있습니다. 조금 하다 보면 성장! 조금 더 하다 보면 또 성장!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지요. 그런데 하나의 축에서 성장 피드백이 나타나는 주기는 계속 길어져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성장 컨텐츠를 A->B->C 이렇게 직렬로 배치 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도록 병렬로 연결해두면 한 컨텐츠의 성장 주기 동안 다른 컨텐츠의 성장 피드백이 끼어들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성장 컨텐츠 전반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하지만 아무리 다수 성장 컨텐츠가 다양하고 끝 없이 깊다고 해도 컨텐츠를 빨리 소모한 고과금자들은 성장이 둔화되어 매너리즘을 느끼게 되고, 성장의 깊이가 깊어지면 신규 유저가 뒤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는 근본적인 육성 중심 게임의 근본적인 문제는 남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이를 성장 컨텐츠를 병렬로 추가함으로써 해결합니다. 통상적으로 오픈 후 2~3개월 정도에 새로운 플레이 컨텐츠와 성장 컨텐츠가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 신규 컨텐츠는 저레벨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성장컨텐츠와 병렬로 추가됩니다. 모든 난이도를 커버할 수 있도록 병렬로 추가되기 때문에 추가 컨텐츠를 모든 사용자가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초반 단계부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컨텐츠가 추가되면 추가될수록 뒤에 합류한 사용자들은 이전에 합류한 사용자들보다 합류 이후의 플레이 타임 기준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이 컨텐츠는 기존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상위 그룹에겐 여전히 새로운 도전이 됩니다. 성장 중심의 게임에서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의 문제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솔루션입니다.



2-5. 수평 확장의 한계와 보완

하지만 이렇게 성장이 깊어질수록 주력 캐릭터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이 커져서 신 캐릭터를 추가해도 신캐로 갈아타기 힘들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다른 성장 컨텐츠들이야 갖고 있는 자원을 모두 털어넣어서 어느 정도 당길 수도 있다지만 (사실 무한 성장 때문에 자원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입니다만) 성급 성장만큼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신캐 조각 파밍 스테이지를 추가한다고 해도 최대 하루 3조각 정도인데 7성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조각이 수백개는 필요하고, 이를 가챠에서 조달하려고 한다면 기존의 다른 캐릭터들의 조각도 그만큼 쌓여버릴 테니까요. 이는 신캐의 상품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만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됩니다.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이 문제를 그냥 수용해버립니다. 어차피 깊은 성장이 게임의 핵심 요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애초에 IP 기반이기 때문에 신캐릭터를 많이 추가할 수 없지요. 드래곤볼 용주격투만 하더라도 이미 런치 까지도 끌어다 쓰고 있는 마당인 걸요. 대신 신캐릭터를 '한정' 판매함으로써 상품성을 극대화 합니다. 위의 루갈 이벤트가 예시인데요, 이벤트 기간 동안 판매되는 이벤트 가챠에서만 루갈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챠 까서 루갈이 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고, 실제로는 가챠 구매 횟수 누적에 의한 확정 보상으로 루갈을 지급합니다. 각 단계마다 루갈 조각을 지급하고, 특정 단계까지 가면 루갈 캐릭터를 획득하기에 충분한 수량의 조각이 쌓이는 것이죠. 사실상 몇십만원의 고정가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유저를 위해선 구매 횟수에 따른 랭킹 보상을 걸어둡니다.

물론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은 끝이 없기 때문에 단계별 보상을 모두 획득하고 가챠 구매 1위를 찍는다고 해도 루갈을 완전히 끝까지 성장시킬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어들도 그걸 알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판매가 성립합니다. 신캐의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것과, 획득에 필요한 비용 등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있습니다. (가챠에서 획득할 확률은 공개되진 않지만 누구나 0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예외로 칩니다.)  그래도 XX만원 더 내고 획득하고 XX만원 더 내고 5성까지 키워보는 것은 오롯이 사용자의 선택인 것이죠.

그래도 이게 동작하는 것은 IP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깔려있기 때문에 게임 상 쓸모가 있든 없든 일단 획득하는 것 자체도 상당한 만족감을 줍니다. 게다가 저런 특판 캐릭터들은 이런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특급 캐릭터로 선별됩니다. 루갈, 폭주 이오리, 초 사이어인 손오공 등이죠. 이미 100만원 이상 썼고 충분히 육성시킨 단계에선 수십만원에 루갈이나 초사이어인 손오공을 고작해야 몇십만원에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까지 나쁜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경험담이므로 신뢰하셔도 됩니다.


물론 이 신캐로의 전환 비용 문제를 게임 디자인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루토 화영닌자의 경우,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을 제외한 다른 모든 성장 컨텐츠가 캐릭터 귀속이 아닌 계정 귀속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급 성장이 뒤쳐져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새 캐릭터로 갈아탈 때 받는 불이익이 없습니다. 액션 RPG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 교체로 인한 경험 변화가 크고, 스펙상으론 뒤쳐질 수 있어도 스킬의 위력이나 효용 측면에서 체감 효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성급이 기존 캐릭터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갈아탈 동기가 충분히 부여됩니다.


콘트라 리턴의 경우는 육성의 대상과 경험의 변화를 주는 대상을 캐릭터와 무기로 분리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를 통해 수집하고 육성할 수 있는 토큰은 무기입니다. 하지만 이 무기를 들고 뛰는 캐릭터는 B급 이하는 장기 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지만 A급 이상은 상품으로써 판매합니다. 각 캐릭터는 모든 무기를 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성장시킨 보너스를 그대로 신캐릭터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콘트라 리턴 유료화 관련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런 디자인 차이가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를 안겨주고 있는지는 차트를 보면 드러납니다. 드래곤볼은 첫 3개월 이후에 일찌감치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반면 나루토 화영닌자는 꾸준히 20위권 안쪽을 드나들고 있고 콘트라 리턴도 제법 오랫동안 선전하고 있지요. 콘트라는 아재 IP이고 나루토가 아무리 중국에서 인기가 좋아도 드래곤볼보다 나은 IP일 리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IP 차이보다는 이 신캐 친화도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변주가 도탑전기류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냐면 그건 아닙니다. 나루토 화영 닌자와 콘트라 리턴은 실시간 PVP가 강조된 액션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 캐릭터 새 스킬이 주는 플레이 경험 변화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신캐의 상품성도 더 높고, 장기 운영에서 매너리즘을 해소하는데에도 더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나루토든 콘트라든 신캐를 그냥 가챠 풀에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B급은 일정 액수 젬에 직접 판매하고 A급은 현찰 몇만원에 판매하고 S급은 몇십만원에 획득 + 랭킹 보상으로 추가 성장까지 보장하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지요.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 처럼 사용자가 간접적으로 조작하는 게임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동작할지는 좀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2-6. 돈 쓰는 재미가 있는 육성 게임

앞서 살펴본 일본 가챠 게임의 경우는 좋은 캐릭터를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얻고 나면 그 캐릭터로 재미있고 신나게 한두달 즐기는 것으로 보상하는 구조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잭팟은 잘 터지지 않기 때문에 잭팟이고, 터지면 대박이 나야 잭팟이며, 그래야 시도하고 결과를 기대할 때의 두근거림 자체도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반면 중국의 도탑전기류 게임은 가챠의 특권성과 불확실성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돈을 내건 안내건 누구나 캐릭터 수집과 육성에 도전할 수 있고,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 어떻게 키울지에 관한 모든 사항을 플레이어가 결정합니다. 자원을 원하는 대로 사용해 그 결과로 따라오는 캐릭터의 성장을 즐깁니다.

행동력 구매, 조각 스테이지 플레이 제한 리셋 등 다양한 컨텐츠에 걸려있는 누진제는 무과금자에겐 열린 기회를, 소/중과금자에겐 합리적인 소비 옵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과금자에겐 가챠를 합리적이고 안전한 상품으로 포장해줍니다. 그 결과 예산이 얼마이든 항상 매력적인 상품이 존재하고, 얼마를 쓰든 간에 이득을 보면 이득을 보지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남깁니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들인 비용이 모두 매몰되어 얼마를 쓰건 안쓴 것과 동일하게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가챠 중심 게임에 비하면 확실히 돈을 쓰는 재미가 매우 뚜렷합니다.

 

 

특히 이 돈 쓰는 재미가 게임 초반에 아주 강력하다는 것 또한 중국 게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당장 1~2성 밖에 없는 상태에서 10가차 마다 지급해주는 4성 캐릭터는 초반의 게임 진행에 아주 큰 도움이 되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캐릭터가 부족할 때 가챠 효율이 높은 것은 일본 가챠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SSR SR 같은 태생 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뭘 뽑아도 도움이 되지요. 각 젬 상품에 대해 처음 1번씩은 2배의 젬을 지급해주는 첫 구매 2배젬 또한 사실상 표준으로, 게임 초기에 적은 비용으로 굉장히 큰 이득을 봤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게임 초반의 구매 만족도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격렬히 증오하는 VIP 시스템으로 극대화 됩니다. VIP 시스템이 지불한 금액에 대해 추가적인 혜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사실 저 혜택들은 대부분 누진제 상에서 구매 한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행동력 50점의 6회차 구매 가격이 10연차 절반 가격이고 7회차 구매 가격이 10연차의 2/3 가격인데 하루에 6번 살 수 있던 것을 7번으로 늘려주는 게 뭐 얼마나 대단한 혜택이 되겠습니까. 핵심이 되는 것은 특정 VIP 레벨에 도달했을 때 1번씩 살 수 있는 VIP 전용 상품이죠. 쓰다보니 VIP 레벨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VIP 레벨을 노리고 돈을 쓴다면, 고정 가격에 VIP 한정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이 VIP 한정 상품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VIP 상품들은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남는 젬으로는 가챠를 굴리러 갑니다.

이 VIP 한정 상품에서 지급하는 캐릭터의 배치도 굉장히 절묘합니다. KOF98UM에선 마이를, 드래곤볼 용주격투에선 18호를 VIP 1레벨부터 배치했는데 두 캐릭터 모두 4성 전체 공격 특성이 걸려있어서 게임 초반부에 활용성이 매우 좋습니다. 다른 캐릭터 모두 1,2성 비리비리해도 쟤들 전체 공격 한번씩에 판이 그냥 깨져요. 그리고 이후로 계속해서 조각을 팔아서 플레이어 진도에 맞춰 5성 정도로 키울 수 있게 해주다가 100만원 넘어가면 초사이어인 손오공 처럼 가격에 걸맞는 물건을 배치하지요.


2-7.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돈 쓰는 재미

이렇게 돈 쓴 것에 대해 아주 화끈하게 혜택을 퍼부어주지만, 이 돈 쓰는 재미가 남의 재미와는 충돌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누구를 얻어서 어디를 깨고 못깨고는 순전히 자기 개인 만족입니다. PVP의 경쟁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스트레스가 매우 적습니다. 성장이 반영되는 동기식 PVP는 사실 개인의 컨트롤 보다는 매치 상대와의 스펙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약한 상대를 만나 입맛대로 갖고 노는 재미도 있지만 터무니 없이 반대로 터무니 없는 상대에게 농락당하는 불쾌함도 상존하지요. 서비스가 오래되어 쪼렙 구간이 얕아지면 뉴비들은 더더욱 썰림 만을 경험하게 됩니다. 설령 아주 완벽하게 매칭을 해준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승률은 50%가 됩니다. 승자와 패자가 동시에 발생하니까요.


하지만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사용자가 대전 상대를 고를 수 있는 비동기식 PVP를 기본으로 탑재합니다. 플레이어의 지금 순위에 맞춰 상대할 후보군을 시스템이 제시하고, 이 중 원하는 상대를 골라서 도전합니다. 비동기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플레이하고 있지 않은 계정도 모두 상대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상대가 없는 독보적인 천하제일 지존무쌍이 아닌 이상, 나와 재미있게 겨룰만한 상대는 항상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후보군 중에서도 사용자가 스펙을 비교해서 이길만 한 상대를 골라서 싸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만일 졌다면 그건 운이 나빴거나, 플레이어가 과욕을 부린 결과인 것이죠. 물론 다른 플레이어가 나에게 도전해서 지고 순위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이 과정을 보지 못합니다. 즉 플레이어는 PVP에서 이기는 경험만을 합니다. 돈 없어서 지거나 하는 그런 불쾌한 경험은 없는 거지요.

VIP 특전 캐릭터의 효용 또한 제한됩니다. 초반에 주는 마이나 18호의 전체공격은 PVE에선 굉장히 강력하지만 PVP에선 상대 캐릭터를 잡을만큼 강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가 스킬을 쓰는데 필요한 분노 게이지만 올려주곤 합니다. VIP 캐릭터 없어서 PVE를 조금 힘들게 플레이할 순 있어도 PVP에서 억울하게 밀릴 일은 없지요. 100만원 넘어가면 주는 초사이어인 손오공 같은 경우는 분명 PVP에서 쓸만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조각 수급이 어려워서 성급 성장이 제한되기 때문에 전력으로 쓰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2-8. 장기 운영에서의 한계

도탑전기류 게임이 추구하는 것은 성장하는 재미와 돈 쓰는 재미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를 통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한국과 동일하지만 농도가 더 짙습니다. 한국이 힘들게 큰 허들을 넘어갈 때의 쾌감에 중점을 둔다면 중국은 어렵지는 않지만 많이 깔려있는 허들을 하나하나 타고 넘어가는 재미를 중시합니다. 그리고 돈을 쓰더라도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을 한다기 보다는 돈을 쓴 만큼 더 빨리 강해진다는 느낌을 주지요.

사드 때문에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전에 중국에 나간 게임도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도 있고, 아예 중국 시장에서 먼저 출시한 게임도 있지만 다들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죠. 바로 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재미를 맞춰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하지만 도탑전기 류 게임은 시간이 지나고 충분히 성장하고 나면 이 재미가 약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장축을 많이 깔아둔다고 해도 결국 모두의 주기가 길어지고 나면 성장 단계에서 오는 피드백이 줄어들고 동기 부여가 약해지는 것이죠.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가 줄어들면 당연히 돈 쓰는 재미도 떨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으로 이런 피로감을 해소할만한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매너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새로운 수집 대상과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줄 수 있는 새 캐릭터를 투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이 너무 깊기 때문에 새 캐릭터로 갈아타기 힘들고 그래서 새로운 플레이를 경험하기가 힘듭니다. 수집 대상은 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게임 내 토큰으로서의 의미가 약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요.

2016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에반게리온이나 성투사 성시, 원피스 등 도탑전기류 게임들이 그래도 꾸준히 출시되고 차트애도 보였는데 2017년 들어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 또한 바로 이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도탑전기류는 이미 채산성에서 한계를 보인 것이죠.

그리고 최근엔 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도탑전기류의 틀에서 벗어난 게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고 있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일본 가챠 게임의 요소를 일부 받아들여서 장기 운영에 유리한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관련된 내용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1. 기본으로 주는 R등급 1레벨로도 클리어할 수 있는 극초반 스테이지에선 은상자 금상자가 나오지 않습니다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들 스테이지들은 말 그대로 튜토리얼 단계라 반복 플레이할 이유가 없고 금상자 은상자에서 주는 진화 재료는 SR, SSR 카드가 있어야만 쓸모 있습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7. 12. 10. 23:12



0. 대륙에서 부는 2차원 게임의 바람

콘트라 리턴을 접은지 이제 한 두달 쯤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엔 중국에서 제작된 수집형 RPG 게임들을 플레이 중입니다. 이를테면 소녀전선은 여러가지 이유로 취향에 맞지 않아 춘전이 스킨만 사고 관뒀지만, 벽람항로(碧蓝航线)일본 서버에서 제법 재미있게 플레이 중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아홉번째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사전예약 받고 있는 '창람경계(苍蓝境界)' 또한 재미있게 즐기고 있지요. 일본풍의 미소녀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설득력이 적어 보이긴 합니다만, 도탑전기 모델을 따르지 않으면서 적당히 인지도 있는 게임을 추리다보니 저렇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차원 게임'이죠. 최근 중국에서 제작중인 이차원 게임들은 일본에서 제작되었다고 해도 전혀 의심스럽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굉장히 특이해서 소개하지 않으면 안될 게임이 있어 간만에 포스트를 쎄웁니다.


1.  청출어람 이청어람


넷이즈가 11월 22일에 출시한 '영원한 7일의 도시(永远的7日之都)' 12월 3일 현재 중국 iOS 매출 39위에 올라있습니다. 위 영상 자체는 2개월 전의 CBT라는데 실제 게임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초반부 플레이를 담고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기동했을 땐 일본에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있는 IP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이미 소전, 벽람, 창람경계 등을 통해 일본에서도 먹힐만한 일본풍 캐릭터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지만, 7일도시의 비쥬얼은 그와는 또 다른, 약간은 페르소나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왠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었거든요.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오프닝도 상당한 고퀄이었구요. 그런데 진짜 쇼크는 대화씬에서 왔습니다. 캐릭터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게 좋구나 이런 대화씬에도 Live2D를 넣다니 중국이 역시 사람이 싼가.. 그러고 보고 있는데.. 이게 2D가 아니라 3D 더군요.


전투를 뛰는 바로 그 캐릭터가 대화씬에도 등장하고 캐릭터 상세 보기에도 등장하고 결과화면에도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2D로 보일 정도로 2D 느낌을 상당히 잘 살렸죠. 더욱 놀라운 점은 확대해서 봐도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는 겁니다. 이정도 수준은 정작 일본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작년 게임인 스타오션은 그렇다고 쳐도, 최근 출시된 (그리고 서버가 돌아올 생각을 않는) 섬란 카구라 시노비 마스터만 봐도 이렇게 정교한 디테일을 살리면서 2D 느낌을 구현해내고 있진 못해요. 청출어람 이청어람이라더니, 중국에서 제작된 일본풍 게임의 그래픽이 일본 게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미소녀 스킨을 씌운 쿵푸팬더3인가?

캐릭터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테이지 외의 장면에선 2D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2D들도 상당히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와 대화도 하고 호감도를 쌓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캐릭터와 중간 중간 CG를 수집하고, 뭔가 이야기 도중 답을 골라야하는 상황도 등장하더군요.


대화씬 컷씬 지나면서 부풀었던 기대감은 전투에 들어가면서 살짝 식습니다. 위 스크린샷만 보시면 금방 알 수 있듯이, HIT나 레이븐 같은 평범한 3D 액션RPG입니다. 뭐 정석을 따른 평범함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닌데, 전투의 첫인상이 너무나도 노잼이었습니다. 움직임은 느릿하고 피하는 액션은 없고 때리는 타격감도 없어요. 충격적이었던 비주얼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건 쿵푸팬더3인가 싶었습니다. 그나마 쿵푸팬더는 시원하게 때리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전투가 참을 수 없이 지리했어요. 그래서 눈요기 잘 했다고 생각하고 게임을 접으려고 하다가... 이게 엄청난 오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저 전투 화면 너머에 있었거든요.


3. 영원히 반복되는 7일의 이야기

저는 보통 바이오웨어나 위쳐3 수준으로 아주 공들여서 이야기 해주지 않는 이상, 게임의 스토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논하기 위해선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림만 보고 이해한 내용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도시 위에 저런 차원문이 열렸고 도시가 침식되기 시작합니다.


이 침식은 마법적인 것으로, 현대의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강력한 환력(幻力)으로 보호받고 있어 보통 사람들은 이 침식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다만 신기(神器)를 다루는 신기사(神器使) 들만이 침식을 해결할 수 있지요. 플레이어는 저 차원문을 닫기 위해 신기사들을 끌어모으고 성장시켜 침식된 지역들을 정화해 나갑니다.


하지만 7일이 지나면 저 문을 타고 아주 강하신 분들이 오시고, 플레이어의 신기사들과 마지막 결전을 벌입니다. 전투에서 이긴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지만, 진다면 세상은 멸망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7일째에 세상을 구하지 못합니다. 7일 안에 침식된 구역을 다 정화하지도 못하고, 최종 보스에게 당하죠. 하지만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 세계는 다시 7일 전으로 돌아가고 또다시 기회를 얻습니다. 영원히 7일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게임의 제목이 영원한 7일의 도시입니다.


4. 영원히 반복되지만 똑같지는 않은 7일

플레이어는 세상을 구할 때 까지 꾸준히 7일간 노력하고 꾸준히 실패하고 다시 꾸준히 새로운 7일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 반복되는 7일이 모두 똑같은 7일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7일도시에서 플레이어는 이야기 도중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동시에 두 곳이 침식되었는데 둘 중 어느 족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조직과 특정 개인의 의견이 대립할 때 누구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등 플레이어는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플레이어의 결정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꿉니다. 등장하지 않았던 NPC가 등장하기도 하고, 보지 못했던 장면들,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구하지 못한 7일의 이야기도 누가 언제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되고, 세상을 구한 7일의 이야기도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각각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초반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구할만큼 강해지고 나면 이젠 모든 이야기를 경험하기 위해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한마디로 이 게임은 전투가 끼어있는 루프물 비주얼 노블인 겁니다.


5. 하루 하루가 쌓여 만드는 7일을 관리하라

튜토리얼이 끝나고 제일 먼저 보게 되는 화면이 바로 이 도시의 전경입니다. 딱 봐도 가운데에 있는 고등학교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죠. 교전중 옆에 있는 1/6은 학교에 6개 스테이지가 있고 이 중 1번째에 도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지역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다음 지역으로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그리고 화면 한가운데 7일(7天[각주:1]) 이라고 아주 큼직하게 박혀있지요. 특히 7일 오른쪽 아래의 24/24 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바로 '행동력'입니다.


플레이어에겐 게임 내의 하루가 시작될 때 마다 24점의 행동력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마다 이 행동력을 소모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행동력은 절대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행동력을 써나갈수록 점점 도시엔 어둠이 찾아오고 위와 같이 그날의 행동력을 모두 소모하게 되면 자정이 되고 다음날로 넘길 수 있게 됩니다. 날짜를 넘길 때엔 천월시종(穿越时钟) 이라는 아이템을 소모하는데, 이 천월시종이 일반적인 게임에서의 행동력 처럼 플레이를 제한하는 요소가 됩니다.[각주:2] 그래서 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는 하루에 24점씩 7일간 168점의 행동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가장 먼드 드는 생각은 행동력을 모두 스테이지 클리어에 쏟아부어 침식을 모두 제거하고 열렙하는 것이겠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한 구성이었으면 제가 굳이 시간을 내서 이 게임을 소개할 리 없겠지요. 일단 이 게임은 전투를 한다고 해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당장 캐릭터엔 경험치와 레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요. 대신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는 수집하고 육성할 수 있지만, 전투에서 공급되는 양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스테이지는 단 한번씩만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전투 스테이지는 성장의 결과를 증명하고, 보상으로 다음 이야기를 열어주는 장치일 뿐, 성장의 과정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 돈을 퍼부어 가챠를 뽑아 캐릭터를 끝까지 성장시킨 뒤에 한번에 밀어붙일 수 있냐면 그 또한 아닙니다. 아까 스크린샷 보시면 우상단에 '환력병장幻力屏障 당전환력当前幻力'이라고 쓰여있는 게 보일 겁니다. 아까 침식된 지역은 강력한 결계가 쳐져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결계의 강도가 바로 환력병장이고, 플레이어가 현재 보유한 환력(당전환력)이 그보다 높아야만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환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거점에 환력을 높여주는 건물인 공정청(工程厅)을 지어야 하지요. 이 건설도 행동력을 소모합니다.


공정청 외에도 행동력을 소비할 수 있는 액션은 많습니다. 연구소를 지으면 기술치가 높아지고, 정보국을 지으면 정보력의 한도가 올라갑니다. 기술치는 어디에 쓰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정보치는 매일 정보센터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구입하는데 사용됩니다. 정보는 일차적으로는 그날 하루 적용되는 각종 버프 효과를 가져오지만, 추가로는 스토리상 중요한 단서나 사건 등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 정보에 따라서 새로운 분기나 선택지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거점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수는 한정되어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침식을 정화한 구역들이 다시 거점이 되지만, 이 거점들이 모두 가득차고 나면 '개발'을 통해 거점의 레벨을 올려서 건물 한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개발도 행동력을 소비하게 되지요. 또 '순찰'이라는 액션은 낮은 확률로 장비가 드랍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분기가 되는 사건들이 랜덤하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우고, 전투하는 미시 플레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7일간 한정된 행동력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거 유행했던 시저나 파라오와 같은 매니지먼트 게임인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건물을 짓고 거점을 확장하는 등의 액션은 특정 수치를 올리는 등의 역할 외에 전체 이야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분기가 달라지거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플레이어가 행동력을 소비할 땐 항상 보유하고 있는 신기사 중 일부를 선택해서 일을 맡기게 되는데, 이 때 신기사와의 호감도가 변화합니다. 그리고 이 호감도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되지요. 게다가 플레이어가 거점에 쌓아둔 업그레이드나 신기사와 쌓은 호감도는 다음 7일에는 리셋되어버리기 때문에, 7일을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성장한 캐릭터로 다시 도전해도 아주 쉽게 클리어해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난이도는 리셋되지 않고 주차가 계속될수록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6.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

플레이어가 행동력을 써서 했던 행동들은 모두 리셋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꽤 가혹해보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리셋되지 않고 계속 남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신기사도, 신기사가 끼고 있는 장비도 계속 남지요.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전투 스테이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스테이지의 난이도는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7일간 행동력을 분배하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신기사를 계속 수집하고 육성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전투를 하건, 건물을 짓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하기 위해선 신기사를 필요로 하고, 다양한 능력을 갖춘 신기사들을 많이 수집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중요합니다. 특히 7일도시는 캐릭터의 '쓸모'를 만들어주는 데 많은 신경을 쓴 인상입니다. 일단 모든 신기사와 보스들에겐 강刚-교巧-령灵 중 하나의 속성이 부여되어 흔히 말하는 가위바위보 상성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속성은 거의 모든 컨텐츠에 반영되어있죠. 그래서 게임을 좀 더 쉽게 진행하기 위해선 속성별로 주력캐를 하나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속성 안에도 탱커-물리딜러-마법딜러-서포터로 직업이 나뉘어 직업별로 팀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리한 속성이라고 딜러 셋만 넣었다간 녹아내리는 거죠.


행동력을 전투에만 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순찰/ 건설 / 개발과 같이 비전투 행동에 쓰이는 능력치도 따로 존재합니다. 각 행동을 할 땐 최대 3명의 신기사를 투입할 수 있는데, 해당 능력치의 합계가 그 기준을 넘어야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은 건설로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합계 10점의 건설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건설력이 4점인 캐릭터 3명을 투입하는 장면입니다. 전투든 건설이든 행동력을 쓸 땐 신기사의 피로도가 소모되기 때문에, 수치가 높은 소수 정예로 운용하기 보다는 다양한 신기사를 얕게 여러번 뿌리는 것이 유리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능력치가 낮은 잡캐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전투 액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거지요.


캐릭터의 희귀도는 성급으로 표현되는데요, S부터 C까지 4계의 등급이 있고, 각 등급은 다시 별 1개부터 4개까지 4단계로 나뉩니다. 어떤 캐릭터든 전 캐릭터에 범용으로 사용되는 성급 성장 전용 재료를 소모해서 최고 등급인 S-4성까지 육성시킬 수 있지만, 가능하면 시작 등급이 높은 희귀 캐릭터를 뽑는 것이 좋습니다. 이 구조는 등급 상성을 틀어막고 고등급에 대한 메리트를 강하게 부여해 가챠를 판매하는 일본식 모델과 모든 캐릭터가 같은 등급으로 시작하고 등급 성장이 열려있어 플레이어 개인적 관점에서의 꽝은 있어도 시스템 상 객관적인 꽝은 존재하지 않는[각주:3] 중국식 도탑 모델 양쪽의 장점만 취한 절묘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급은 성장시킬수도 있고 리셋되지도 않습니다만, 전용 재료 드랍이 굉장히 드물어서 성급 성장은 아주 가끔씩만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지속하게 하기 위해선 플레이의 결과로 도출되어 플레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줌과 동시에 빈번하게 발생하여 플레이어에게 피드백을 주는 성장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레벨이 되겠습니다만, 이 게임은 캐릭터에 레벨이 없지요. 대신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의 성장이 이런 역할을 담당합니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는 드랍되지 않지만 장비들은 드랍되고, 이 장비들은 각각 고유한 능력치와 코스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정해진 코스트 한도 내에서 장비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고 장비는 플레이어 레벨 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스트 대비 성능이 좋은 희귀 장비를 수집하고, 장비 성장에 필요한 골드를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파밍이 됩니다. (골드가 정말 어마무지하게 들어갑니다.)


7. 파밍 컨텐츠 - 3인 코옵 PVE, 시공난류

아까 언급한 것 처럼, 영원의 7일에 포함되어있는 스테이지에서의 파밍은 제한적입니다. 일단 스테이지의 드랍도 굉장히 적고, 스테이지를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순찰' 행동으로 플레이어 경험치와 골드, 운 좋으면 장비를 얻을 수 있긴 합니다만 이 또한 행동력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영원의 7일은 꾸준히 플레이하는 파밍 컨텐츠가 아닌 것이죠. 7일도시의 파밍 컨텐츠는 사실 별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컨텐츠들은 첫 7일이 지난 2회차부터 등장합니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시공난류(时空乱流)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시공난류는 3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3인 코옵 PVE 컨텐츠입니다. 첫번째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총 5개의 지역이 있는데요, 한가운데의 스테이지는 18시와 자정에 한번씩만 열리고 들어갈 수 있는 스페셜 지역이고 그를 둘러싼 4개의 지역은 24시간 내내 플레이 가능합니다. 스페셜 지역은 딱 1스테이지로 구성되지만 나머지 일반 지역은 5개의 일반 스테이지와 마지막 보스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지요. 그리고 매일 4개 지역을 모두 클리어하면 보상을 줍니다. 일단 스타트를 끊으면 파티 매칭부터 플레이까지 모두 오토로 아주 편안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을 소모할 뿐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는 컨텐츠는 아닙니다.


이 시공난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플레이 컨텐츠가 아닌, 보상 컨텐츠입니다. 보상들이 여러 레이어로 쌓여있거든요.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위 스크린샷의 첫줄에 있는 상자 까기 보상입니다. 플레이 화면 우상단을 보면 상자 옆에 그래프가 있는데요, 적을 죽일 때 마다 그래프가 차오르고 상자가 열립니다. 그리고 그 판이 끝나고 나면 그 판 안에서 깐 상자의 보상을 받는 거지요. 이 그래프는 다음 스테이지로 계속 이어집니다. 두번째 줄에 있는 스테이지 클리어 보너스(小怪累积奖励, 소괴누적장려)는 각각의 스테이지를 깬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보스 스테이지의 경우는 소괴누적장려 대신 보스 클리어 보상을 주는데요, 처음엔 아까 첫 스크린샷의 보스 그림 옆에 있던 장비를 확정으로 주고 이후 부턴 골드를 줍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4개 지역을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추가로 골드와 젬 등의 보상을 줍니다.

장비와 골드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오토로 편하게 돌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공난류가 가장 기본적인 파밍 컨텐츠가 됩니다만, 일간 보상량이 한정되어있습니다. 여기까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상량을 제한하는 방식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처음엔 후하게 주다가 점점 보상이 감소하는 형식이거든요. 가장 기본이 되는 상자까기의 경우, 까면 깔수록 그래프가 점점 더 느리게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한판에 3개 4개씩 까지만 점차 2개 1개로 줄지요. 그러다가도 일정 갯수 이상을 깨면 아예 상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그래프도 쌓이지 않습니다. 판당 클리어 보상인 소괴 누적 장려 수령 횟수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의 내용이 감소하다가 횟수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더 보상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젠 6판 마다 1번씩 돌아오는 지역 보스 클리어 보상만 남게 되는데 이 역시도 일정 횟수가 지나면 끊깁니다. 지역 보스 보상까지 다 털고 나면 이제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이 다층의 보상 감소를 종합적으로 합산해보면, 플레이를 많은 시간을 쓸수록 전체 보상은 늘어나지만, 전체적인 효율은 더 나빠지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드코어 유저가 아주 하드하게 게임을 할 동기는 주어지지만, 적당한 시간을 쓰는 캐주얼한 유저라고 해도 완전히 뒤쳐지지는 않도록 배려하는 아주 절묘한 디자인이죠.


8. 전투의 재미를 즐기는 도전 컨텐츠들

핵심 파밍 컨텐츠도 오토로 돌면 되고 전투도 재미없다고 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 자체는 어디에 있는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전투가 재미없었던 것은 액션 RPG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과 스킬이 1개 밖에 없어 평타만 때려야했던 초반의 인상일 뿐, 게임을 조금 플레이하다 보면 평가가 금방 바뀌게 됩니다. 인터페이스가 액션 RPG이긴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멀티 히어로 게임이라, 정확하게 뛰고 구르는 움직임보다는 바닥에 깔린 장판을 피하고 필요할 때 스킬을 쓰면서 전투를 즐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스킬 연출들이 화려하지만 지리하지 않고, 회복 물약의 드랍에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긴장감도 있습니다. 또 전투 스테이지들도 단순히 다 쓸고 지나가는 소탕전 외에 NPC를 특정 위치까지 보호하는 호송, 웨이브 단위의 적 공격에서 살아남는 생존 등 다양한 구성이구요.


그리고 이 재미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도전 컨텐츠도 꽤 있습니다. 일단 '기억의 전당'(记忆殿堂)부터 시작해볼까요. 스토리나 레벨 진도에 관계 없이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죽 늘어놓고, 새로 스테이지를 깰 때 마다 보상을 주는 이른바 '시험의 탑'과 같은 컨텐츠입니다. 여러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나열되어있고, 각 캐릭터 별로 10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캐릭터 10개 스테이지를 깨면 첫 캐릭터의 기억 조각을 얻고 다음 캐릭터로 이어지는 구성이죠. 각 스테이지는 첫 클리어와 퍼펙트 클리어 이렇게 2개 기준으로 보상을 주는데요, 첫 클리어는 캐릭터 키우면 스탯으로 밀 수 있지만 퍼펙트 클리어는 'X초 내에 클리어' '상성 유리한 캐릭터 안쓰고 클리어' 등과 같이 스탯과 스킬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테이지별로 목표도 다르고 말이죠.


플레이를 조금 더 강조하는 컨텐츠로는 '자질시험'(资质考试, 자질고시)이 있습니다. 이틀에 한번 리셋되는 일종의 도전 컨텐츠인데, 일단 시작시에 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딜 치기' '추격하기' '방어하기' '보조하기'등 8개 종목 중 4개 종목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게 그냥 스탯이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고 숙달된 조작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딜치기의 경우는 스킬을 가능한 많이 쓰기 위해 스킬 쓰는 순서를 잘 맞춰야 하고, 보조하기의 경우는 적이 스킬 쓰는 타이밍에 맞춰서 맞스킬을 써서 스킬을 끊어내 아군 NPC를 보호하는 등의 형식이죠.


특히 이 자질시험은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사용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컨텐츠들과는 달리, 랜덤하게 선택된 3개 캐릭터 중 원하는 1개로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획득한 여러 캐릭터의 사용법을 익히는 훈련장으로써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 4개 종목을 합격하고 나면 이제 본시험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본시험은 그냥 각 단계별로 보스를 깨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아까 선택한 1명의 캐릭터는 고정이고, 나머지 2개 캐릭터는 자유롭게 고를 수 있지요. 계속해서 나오는 적들을 깨고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면 본선은 기억 전당과 유사합니다만, 캐릭터가 제한된다는 점과 2일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바뀐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9. 컨텐츠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7일도시는 일본풍의 그래픽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구조가 굉장히 특이한 게임입니다. 보통 동아시아로 뭉뚱그려지는 한/중/일의 게임이 각자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한국 / 일본 게임은 물론이고 기존의 중국 게임들과도 굉장히 다른 이질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 유일하게 히트한 수집형 RPG 게임[각주:4]인 자사의 음양사와도 다릅니다. 그냥 파격을 위한 파격일 수도 있고, 일본2D -> 비주얼 노블 -> 분기와 선택지 라는 의식의 흐름을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구조가 가지는 아주 중요한 장점에 대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컨텐츠의 활용성이죠.

우리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식의 게임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이런 구성에선 스토리와 컨텐츠는 대부분 1회성으로 소모됩니다. 일단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그 컨텐츠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서비스를 진행함에 따라, 사용자의 성장에 발맞춰 컨텐츠를 계속 추가해야하는데 성장 요소가 있는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핵심 고객인 고과금층은 막대한 돈을 쓰는 만큼 컨텐츠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모해나갑니다.

이런 컨텐츠의 소모 문제에 대해선 여러가지 대안들이 있었습니다. 턴제나 카드 배틀 형식으로 스테이지를 논리적인 컨테이너로만 사용하고 캐릭터 배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고, 기존의 컨텐츠를 '하드모드' 등으로 난이도를 높여서 재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본 게임들은 기본 컨텐츠는 느리게 업데이트하고 계속해서 모든 단계의 캐릭터가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 컨텐츠를 계속 추가해나가기도 하지요. 이런 조치들은 생산성과 재활용성을 높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컨텐츠의 소모를 늦추는 장치일 뿐 근본적으로 컨텐츠가 1회성으로 소모된다는 구조적인 문제 자체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7일 도시는 선택지와 분기가 있는 루프물이라는 구성을 통해 컨텐츠가 소모된다는 전제 자체를 뒤집어버립니다. 루프물이라는 기본 틀로 컨텐츠의 반복을 설득력 있게 전제시킵니다. 그리고 분기와 선택에 따른 이야기의 다양성을 부여함으로써 특정한 개별 사건은 반복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7일의 이야기들은 반복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또 끝낸 전투를 다시 하기 위해선 7일이 지나야하기 때문에 반복 주기도 길지요. 사용자는 더 이상 이미 경험한 뻔한 컨텐츠에서 노가다를 강요받지 않고 뭔가 예전에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아서 질리지 않는 컨텐츠를 계속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CG, 스토리,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등으로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주지요.

이 구조는 추후 라이브 환경에서 컨텐츠를 추가할 때에도 굉장히 효율이 높습니다. 선형 구조에선 한달 걸려 제일 끝에 신규 지역 붙여봤자 고과금 유저는 하루만에 돌파하고 할 거 없다고 배 두들기고 저과금 유저는 신규 지역이 10개 100개가 붙어도 나는 여전히 그 신규 컨텐츠 구경도 못하고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몹이나 잡고 있다고 투덜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분기가 있는 루프물에서 컨텐츠가 추가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플레이어들의 진도 격차와 관계 없이 모든 플레이어가 이 신규 컨텐츠를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변수들과 함께 분기의 일원이 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소모되지도 않고, 반복되는 주기도 길지요.

7일이 반복되고 수많은 분기가 있다는 독특한 컨셉이 실제로 그렇게 반복해서 도는 것이 기존의 게임보다 혁신적으로 재미있는지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일단 제가 비주얼 노블을 좋아하지도 않고, 중국어를 읽지도 못하며, 캐릭터들의 일본어 대사를 알아듣지도 못해요. 하지만 기존 구조에 비해 컨텐츠를 활용하는 효율 면에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뭐 중간에 스토리 쓰고 분기 만들고 이런 비용은 들겠지만, 컨텐츠를 새로 찍어내는 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이고, 이후에 뭔가를 추가할 때 마다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경험의 양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죠. 7일도시 처럼 퀄리티가 높아서 컨텐츠 제작 비용이 비싼 게임에는 정말로 훌륭한 구조입니다.


10. 유저의 만족감을 강조하는 캐릭터 수집

아까 성급 구분이 일본식과 중국식 사이에 걸쳐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구조 또한 컨텐츠의 활용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의 구조에 대한 한/중/일의 차이는 이전에 트위터에서 간략하게 짚었으니 링크의 타래를 한번 읽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손오공은 SSR, 크리링은 R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완전히 갈라놓고 가챠에서만 뽑게 하는 페그오 같은 일본식 구성은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과금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매출을 뽑아내기엔 유리하지만, SSR 획득까지의 비용을 특정할 수 없고 획득하지 못할 때 들인 비용이 모두 매몰되어 중/소과금 사용자에겐 굉장히 가혹하고 충분히 돈을 쓰지 않으면 돈 쓰는 재미가 없습니다. 모든 캐릭터를 동급으로 놓고 쌓아올리는 속도를 판매하는 도탑전기류 구성은 돈 쓰는 재미도 있고 매몰 비용도 없지만 장기 운영에 불리합니다. 전자는 좋은 카드를 뽑았을 때의 기쁨에 집중하고 후자는 꽝이 나와도 손해보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이제까진 이 둘은 서로 병행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만, 7일 도시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기본적으로 7일 도시의 캐릭터 성급 구조는 도탑전기의 그것 처럼, 모든 캐릭터가 끝없이 성장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C급 1성에서 시작해서 C급 4성을 채우고 나면 B급 1성으로 올라가고 이를 반복하면 S급 4성까지 올라가지요. (S급 4성 이후엔 신기가 개방되면서 신기를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중국 계정에 위안화가 없어 아직 거기까진 경험해보진 못했습니다.)

대신 이 구조를 운영하는 방식이 도탑전기류와는 다릅니다. 일단 캐릭터 별로 획득시 성급의 편차가 큽니다. 어떤 캐릭터는 얻자 마자 A급 1성이고 어떤 캐릭터는 C급 1성으로 시작합니다. 성급이 낮으면 스킬을 1~2개 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뽑을 때 시작 성급이 높은 캐릭터를 뽑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일본식 모델이 추구하는 '희귀캐 획득의 인센티브'가 실현되지요.

물론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성급을 끌어올리면 고등급 캐릭터와 대등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캐릭터 조각을 고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도탑전기와 달리, 7일도시는 캐릭 전용 조각 없이 일종의 만능 조각만으로만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만능 조각은 게임 중 굉장히 드물게 공급되어 성급 성장은 저빈도 고효과의 성장 컨텐츠입니다. 가챠에서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가 중복으로 뽑힐 경우 캐릭터 대신 50개씩 지급됩니다.

그래서 페그오에서 길가메쉬 나와달라고 외치면서 가챠를 뽑는 것 처럼 희귀한 태생 A급이 나와달라고 외치면서 가챠를 돌리게 되지만 설령 C급 1성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페그오에서 쓰레기 3성 뽑았을 때 만큼의 타격은 입지 않습니다. 일단 어쨌든 C급도 S급으로 끌어올릴 수가 있고, 해당캐릭터를 안쓰고 그냥 짬해놓는다고 쳐도 앞으로 만능조각을 얻을 확률이 올라가니까요.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게 하기 위한 속성간 상성 관계 역시 덜 가혹하게 설정되어있습니다. 유리 속성에 2배 데미지, 불리 속성에 절반 데미지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불 속성이 없으면 깨지 못하니 불 속성의 강캐를 가져오라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지만 7일도시의 상성은 25%의 데미지 추가 / 감소에 그치거든요. 속성에 맞는 강캐가 있으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당히 키웠으면 속성이 안맞아도 깰 만 합니다. 그리고 주력캐가 마땅치 않을 경우는 안쓰던 약캐도 1/3 확률로 쓸만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정도죠.


설령 전투 성능이 너무 낮아서 도저히 정상성이어도 쓸 수 없다면, 행동력을 소모하는 비전투 액션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치에 따라 순찰 / 선설 /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죠. 이게 최대 3명으로 요구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능력치가 평균만 되어도 활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설령 주력캐들의 비전투 능력치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이 보조캐들을 활용해서 피로도 소모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모든 캐릭터가 하루 5점 회복하고 하루 3명은 50점을 추가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주력캐만 사용하는 것이 아주 불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조캐가 있으면 주력캐의 행동력을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11.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닌, 이유 있는 파격

사실 7일도시에 대한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피쳐드 떴길래 받긴 했는데 넷이즈 게임이더라구요. 메이저 시장이 MMORPG 기반으로 흘러가고, IP 기반 도탑전기류 게임들도 시들해지면서 중국의 중/소규모 업체들이 저비용으로 생산 / 운영할 수 있는 일본풍 수집형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는 모양인데, 넷이즈 같은 거대기업이 왜 골목 상권을 침해하시나 싶었죠. 오프닝부터 아주 돈을 바른 티가 팍팍 나고 말이죠.

그런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이게 평범한 게임이 아니더군요. 액션 RPG를 만들고 싶었으면 쿵푸팬더3에 미소녀를 얹을 수 있었고, 수집형 RPG를 만들고 싶었으면 음양사에 미소녀를 얹을 수도 있었는데, 루프물 비쥬얼 노블에 매니지 게임 요소에 수집까지 다 섞어놓은 갓띵작이 튀어나온 겁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이 파격이 단순히 남과 다르기 위한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점이죠. 수집형 가챠 장사의 장점과 단점, 가챠에서 손해보기 싫어하는 중국 유저들의 성향, 고퀄리티 컨텐츠의 막대한 개발 비용과 속도 문제 등 부분 유료화 게임을 사업으로써 운영하면서 겪게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한 결과가 이 7일 도시인 것이죠. 바꿔 말하자면 넷이즈가 음양사로 수집형 RPG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파격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루프 구성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그 외에도 구석구석 참고할만한 요소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쓸수록 전체 보상량은 늘어나지만 보상 효율은 줄어드는 시공난류의 보상 체계는 하드코어한 플레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캐주얼한 플레이어와의 격차를 유지하는 굉장히 신박한 방법이죠. 그리고 파밍은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 없는 100% 오토로 시키고 소수의 임팩트 있는 전투만 수동으로 시키는 컨텐츠 구성 역시 불쾌감 없이 사용자의 시간을 빌려가면서도 한두번씩은 꼬박꼬박 게임을 시킴으로써 완전한 방관자가 아닌 플레이어의 감성을 갖도록 유지하고 있구요.

가챠로 얻는 캐릭터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법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게 확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반적이 만족도 - 특히 꽝을 뽑았을 때의 어그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못뽑으면 못뽑아서 절망하고, 뽑으면 또 그거 키우느라 고생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7일도시의 가챠는 당첨과 꽝이 명확하게 갈라지는 수집형 게임의 가차임에도 성공시의 만족도와 실패시의 어그로를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쓸모가 있기 때문에 꽝을 뽑는다고 아주 슬퍼할 일은 아닌 반면, 캐릭터 레벨을 날리고 성장을 장비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동안 누적된 플레이의 결과는 보전해주면서도 새로 뽑은 희귀캐를 바로 즉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여하튼 여러가지 의미로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게임이라 소개해드렸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요 아래에 안드로이드 APK 링크 있으니 츄라이 츄라이!

(안드로이드APK 다운로드)

 

  1. 중국어는 날짜를 셀 때 天을 씁니다. [본문으로]
  2. 미션 보상으로만 받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이템 형식은 중국에서 일반적인 누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에 아예 다른 쪽에서의 매출 극대화를 위해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좀 더 플레이 해봐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본문으로]
  3. 원했던 손오공 대신 크리링이 나왔다고 해도, 이게 내가 원했던 그 물건이 아니었을 뿐 N등급 카드 처럼 완전히 쓸모 없는 쓰게기를 얻진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원치 않던 결과가 계속 쌓여 성장하면 결과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전력으로 환원되구요. [본문으로]
  4. 도탑전기는 각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경로가 기본 컨텐츠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육성형 게임이라고 봅니다.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지요.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7. 12. 4. 06:11

원래는 트위터에 쓰던 이야기였습니다만 글이 길어져 블로그로 옮깁니다. 뜬금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기 때문에 다소 두서 없고 산만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한/일 양국에서 소녀전선/붕괴3rd/벽람항로가 선전하면서 중국 게임이 이제 기술적으로 앞선 것이 아닌가, 중국의 자본력에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보입니다. 저는 사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한국 게임이 중국에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순위권에 있는 게임들의 스크린샷만 비교해봐도 한국 게임의 퀄리티가 월등히 좋습니다. 문제는 퀄리티가 너무 좋다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시장 규모는 큰데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유저가 흔히 말하는 대세 게임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서 상/하위권 사이의 매출 격차가 매우 큽니다. 둘째로 기기 스펙이 정말 훌륭합니다. 전세계를 다 뒤져봐도 갤럭시와 같은 하이엔드 기기가 이렇게 많이 깔려있는 나라는 드뭅니다. 셋째로 대규모 마케팅이 쉽습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에 지하철 래핑하는 것 만으로 대략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도권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중앙 방송국과 계약하는 것 만으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지요. 넷째, 자본이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참신한 시도 보다는 이미 검증된 시도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참신했든 검증되었던 것이든 성공에 대한 보상은 그리 크지 않지요. 그 결과 불확실하지만 참신한 시도 보다는 실패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 네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최적화 하면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게임들이 나옵니다. 이미 검증된 BM과 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디자인을 바꾸는 모험은 피합니다. 기본 구조가 비슷비슷하니 퀄리티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때마침 고스펙 기기도 많이 깔려있고, 대량 마케팅으로 사람을 밀어넣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퀄리티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제작 단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부분 유료화 게임은 지불한 금액에 따른 컨텐츠 소비 속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고과금자들에게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면 더 많은 컨텐츠를 쏟아부어야 하지요. 더 많은 컨텐츠를 더 빨리 밀어넣어야 하는데,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어집니다. 그 결과 게임은 컨텐츠를 최대한 힘들게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됩니다.

반면 중국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여명과 같이 고퀄을 지향하는 게임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극상의 퀄리티를 추구하기 보다는 적당한 퀄리티를 추구합니다.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돈이 많은 일부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2~30만원짜리 중저가 휴대폰을 사용합니다.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겠다고 덤벼드는 순간, 잠재 고객이 뭉텅이로 썰려나갑니다. 그래서 지금 순위권에 올라와있는 게임들도 아주 가깝게 확대해서 보면 투박하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그게 티가 나지 않는 수준의 퀄리티에 머무릅니다. 굳이 그래픽으로 승부를 보겠다면 아예 화풍이나 분위기를 바꾸는 식으로 접근하지요. 음양사 정도면 굉장히 그래픽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대신 중국은 신규 유저 유치가 어려운 시장입니다. 땅덩이도 넓을 뿐더러, 지방 단위의 구분도 강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중국연통이지만 샹하이 중국연통과 광저우 중국연통은 분리되어있어서, 성 단위 전화를 하면 요금도 비싸게 받고 한 성에서 개통한 번호에 대해선 다른 성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가 없습니다. 더 작은 일본만 해도 TV 광고를 하기 위해선 같은 방송사라도 5개 권역별 지사에 따로 접촉을 했어야 하는데, 중국이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지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처럼 대규모의 마케팅으로 신규 유저를 확 빨아당기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IP 기반들이 주류가 된 것도 별도의 마케팅을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IP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모객 비용은 비싼데 경쟁은 치열합니다. 한달에 게임이 만단위로 쏟아진다고 하지요. 그러다보니 중국의 게임 디자인은 온 손님을 붙잡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모신 고객님이니 어쨌든 게임을 계속 하실 수 있도록 고객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계속 달래가면서 피드백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이런 유저 친화적인 캐주얼한 디자인은 한국에선 굳이 할 필요는 없는 요소지만 중국에선 살아남기 위해선 안하면 안되는 요소인 것이죠.

BM도 훨씬 캐주얼합니다. 무과금자 / 저과금자를 차별하기 보다는 고과금자를 우대하는 방향이지요. 무과금자 저과금자를 핍박하든 말든 돈 쓰는 사람은 자기 만족에 돈을 쓰는 것이고, 무과금 / 저과금자는 게임을 하는 이상 언젠가는 돈을 쓸 기회가 있지만 일단 꼬와서 접고 이탈해버린 사용자는 절대로 돈을 쓰지 않으니까요. 대신 돈을 쓰면 쓴 만큼 확실하게 챙겨줍니다. 그래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지요. 중국 게임은 안써서 약간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쾌하진 않은데 돈을 일단 쓰면 얼마를 쓰든 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진다구요.

한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소녀전선, 벽람, 붕괴3rd 셋 모두 정작 중국 내에서는 아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당장 겉보기로는 시장의 주류가 아닌 이른바 오덕계 게임인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게임들은 과금 모델 자체도 중국의 주류와는 동떨어져있습니다. 돈을 안쓰거나 덜써서 서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점은 기존 중국 게임들과 유사합니다만, 돈을 썼을 때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돈 쓰는 재미가 없달까요. 반면 이들이 선전하고 있는 시장인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과금자를 우대하기 보다는 무과금자들을 차별하는 시장입니다. 중국 기준으로는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돈 안써도 안서럽다는 건 기존에 없던 장점이 되고, 돈 쓰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국 기준이지 한국 / 일본의 기존 게임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 뭐 이래서 한/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까 언급한 것 처럼, 부분 유료화 게임에선 런칭 시점에 컨텐츠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컨텐츠를 계속 공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퀄리티가 낮은 중국 게임이 유리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퀄리티가 그렇게까지 높진 않기 때문에 같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양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퀄리티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여명이나 붕괴3rd같은 게임을 보면, 각 스테이지에 대해 별도의 배경 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맵은 가능한 적게 만들어두고 몹 배치만 바꿔서 계속 재활용 합니다.

특히 붕괴3rd의 경우, 컨텐츠 제작 단가가 높은 3D 액션 게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안쓰러울 정도인데요. 예를 들어 스테이지마다 3성 클리어 목표를 달리 설정하는 것은 중국 시장에선 굉장히 이례입니다만, 동시에 시각적 경험이 중요한 게임에서 스테이지 - 몹을 재활용하면서도 플레이 경험을 다변화 할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3D 캐릭터 또한 3색 메타를 섞어 넣어서 같은 하나의 캐릭터를 서너개의 캐릭터로 불려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3D 캐릭터는 제작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그 외에 무기, 성흔 등의 그림만 조달하면 되는 2D 일러스트 중심의 컨텐츠도 함께 사용합니다.

3D 액션 게임이 아니더라도 컨텐츠 생산성을 높이고 고과금자의 컨텐츠 소비 속도를 기분나쁘지 않게 늦추는 디자인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도탑전기류에서 일반적인 조각 모아 별의 갯수를 늘려나가는 디자인의 경우, 사실 기본 모태는 일본 가챠 게임의 '한계돌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1한돌 2한돌 3한돌 이렇게 딱딱 떨어지는 일본의 한계돌파와 달리 2장 중복이면 5성, 3장 중복이면 6성 이런 식으로 필요 중복 숫자를 늘려나감으로써 돈을 써서 앞서나가는 속도를 늦추고 비용은 늘려나갑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는 소탕 무료 + 행동력 가격 누진제 역시 안쓰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돈을 낸 것에 대해 확실히 빠른 성장을 제공하며 비용을 계속 증가시킴으로써 고과금자의 폭주를 제어합니다.

요약하자면 고퀄 게임을 만드는 기술에선 여전히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면서 운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기술은 중국이 한국보다 더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느 한쪽이 나쁘다거나 게으르다기 보다는 양국의 시장 상황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이 판호 발급 이전부터도 중국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호환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 기준으로는 굉장히 투박하고 불친절하며 고압적입니다. 한국에선 바빠 죽겠는데 이렇게까지 해줘야 하나 싶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중국에선 너무도 당연한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얼르고 달래고 떠먹여주는 중국 게임을 하던 유저들 입장에서 한국 게임을 하면 정말 개돼지 취급당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냥 어떤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블소 모바일의 경우 기본 시스템 구성 자체는 텐센트가 얼마나 쫀 건지 모르겠지만 중국 게임의 표준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운영과 밸런스 기조가 완벽한 토종 김치게임이었기 때문에 딱 2시간만에 개돼지 취급 받느니 그냥 접고 마는 거죠. 반면 게임 시스템과 과금 기조를 모두 아우르는 중국 게임의 친절함은 한국 시장에서 다른 게임에 없는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은 아닌 거구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녀전선과 붕괴3rd, 벽람항로는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보다는 소수 매니아를 노린 게임이며, 중국 게임을 대표하기엔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이기 때문에 저들의 성공으로 중국 게임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배틀 그라운드가 2017년 한국 게임계를 대표할 순 없지 않냐는 거죠.


by 고금아 2017. 11. 2. 00:08

그동안 열심히 재미있게 즐겨온 콘트라 리턴입니다만, 이제 슬슬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게임을 접기 전에 수익구조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소개가차에서 꽝의 가치를 높이는 특이점은 이전에 한번 정리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전반적인 수익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1. 게임의 기본적인 과금 요소

구분 

항목

 설명

 영웅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영웅 획득, 기존 영웅 각성(성급 성장)

 스킨

 스킨 언락으로 매력치 상승. (매력치 -> 매력레벨 -> 능력치)

 무기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무기 획득, 기존 무기 성급 성장

 부품

 부품을 모아 등급 상향. 모험스테이지 드랍을 위해 행동력 추가 구매

 스킨

 스킨 + 조각으로 각성 (능력치 상승, 스킬 변화)

 펫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펫 획득, 기존 펫 성급 성장

 리셋권

 펫 능력치 랜덤 뽑기

 기타

 자원 구입

 골드 등 자원 및 행동력 구입 (누진제 적용)

 추가 보상 구입

 일간 제한 걸린 컨텐츠에서 보상을 추가로 획득 (누진제 적용)

 VIP

 자원 구입 / 추가 보상 구입 기회 확장
 특정 무기 / 영웅 확정 구매 가능
 소탕권


콘트라 리턴의 기본적인 과금 요소는 위와 같이 정리됩니다. 기본적으로는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을 끌어모으는 수직 성장 구조의 게임이며, 그 중에서도 영웅 - 무기 - 펫 3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성장 컨텐츠로는 이 외에 장비, 소환무기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과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기 때문에 위 표에선 생략했습니다.


2. 무기 일반 가챠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 가챠입니다. 무기 혹은 무기 조각을 얻는 것이 핵심이며, 꽝으로 골드나 무기의 레벨을 올리는데 드는 경험치 아이템, 부품 아이템 등이 떨어집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10장째는 무기(이미 보유한 무기가 걸렸을 경우는 조각 20개)가 보장됩니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10연 보장 가챠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가장 쉬운 것은 일반 10장에다가 최소 한도가 높은 1장을 섞어 10+1 장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만,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일반 9장에 보장 1장을 차례로 지급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가차를 사도 10장째엔 무조건 보장이 나오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의 경우 4장을 더 사면 4장째엔 무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10+1 구성에서 10연가차의 핵심 상품은 기본으로 깔리는 10장이 아니라 +1장으로 지급되는 보장 가챠에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용과 동일한 무료 가차를 10장이 아니라 20장 30장을 준다고 해도 유상 10+1 가차 1회 보다 가치가 떨어지게 되지요. 반면 중국식 구성은 무과금이라고 해도 어쨌든 회당 쿨타임 48시간 X 10번 = 20일에 무기를 1개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카운트는 유상 구입 / 무상 구입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과금 사용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줍니다.

이 10장째는 보장이라는 시스템은 무과금 / 저과금에 호의적이기도 합니다만, 게임 내 젬의 가치를 높이는데도 영향을 끼칩니다. 단가챠와 10연가챠가 분리된 10+1 구성에선 단가챠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10연가차만이 의미를 지닙니다. 만일 10연 가챠가 3000젬이라면, 젬의 가치는 3000젬을 넘느냐 못넘느냐에 따라 크게 요동치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100젬이든 2999젬이든 어차피 10연을 못사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면 10장째 보장에선 단가챠를 사면 저 보장이 가챠 1회씩, 혹은 무료 가챠 2일씩 당겨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로는 단 300젬으로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순간도 오겠지요. 그래서 게임 내에서 보상으로 혹은 이벤트로 지급되는 소액 젬들이 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고 사용자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게 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누진제를 기반으로 해서 소액젬들이 효용이 큰 것이 중국 게임들의 특징이긴 합니다.


3. 무기 한정 가챠

이전, 꽝을 활용하는 방법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콘트라 리턴에선 무기들이 오렌지색S, 보라색S, 보라색A 등과 같이 태생 등급이 명확히 나눠져 있습니다. 당연히 태생 등급이 높을수록 좋지만, 일반 가챠에선 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고과금이라고 해도 일반 가챠를 계속 돌리는 건 굉장히 무의미해 보입니다. 오렌지색은 정말 더럽게 안나오고, 그나마 귀한 보라색S를 6성까지 키워도 오렌지 S 3성보다 못하거든요. 그래서 오렌지색 장비를 위한 스페셜 한정 가챠가 존재합니다. 보통 1~2주 단위로 오렌지색 S 무기 하나를 꼽아서 구성하지요. (위 스크린샷은 황금AK 때였고, 이 뒤로 황금개틀링건, 황금M4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한정 가챠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행운권 80장을 쓰면 1번 굴릴 수 있고, 5연은 조금 할인해줍니다. 최근엔 50장으로 줄긴 했습니다만, 1회차의 단가는 50젬으로 동일합니다. 일반 가챠가 168젬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해보입니다만 여기엔 몇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우선, 저 UI 부터가 함정입니다. 말판 처럼 꾸며놓고, 하이라이트가 말판들을 시계방향으로 훑다가 멈추기 때문에 황금 AK 당첨 확률이 1/14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의 종류가 14가지인 것이지 확률이 1/14인 것이 아닙니다. 확률이 더럽게 낮아요. 제가 저걸 한 500개쯤 굴려봤는데 황금AK 파편도 한번 못걸리고 스크린샷에선 이미 당첨되었다는 도장이 찍혀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오른쪽 구석의 보라색S 하나 걸리게 전부입니다.

둘째로, 몇번을 굴리든 보장이 없습니다. 뽑을 때 마다 행운치라는 숫자가 올라가고, 행운치가 높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고는 합니다만, 그래서 1점당 얼마가 올라가는지는 공표하고 있지 않지요. 그래도 행운치가 좀 더 올라갔으니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더 돌려 봅니다만 여전히 손에 쥐는 건 꽝입니다. 그런데 행운치가 올라갔으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의 순환이 반복되지요.

정리하자면

1) 단가는 싸다

2) 어쨌든 게임 내에서 가장 희귀한 오렌지S 등급 무기가 걸려있다.

3) 확률이 높아보인다. (사실은 보기보다 확률이 굉장히 낮다)

4) 하지만 사실은 보장이 없고, 한번 발을 들이면 손절하고 털고 나오기 힘들다.

기존 한정 가챠가 일반적인 과금 사용자를 위한 컨텐츠라면, 이 한정 가챠는 이미 차상위 아이템(보라색)은 필요 없는 최상위 과금자를 대상으로 아주 영혼까지 착실하게 공략하는 사악한 과금 시스템입니다.


4. 영웅 한정 가챠

그 다음은 영웅 한정 가챠입니다. 콘트라 리턴에선 여러 영웅이 존재하는데, 무기와 마찬가지로 S급, A급, B급으로 나뉩니다. 이 중 S급 영웅들은 특정 영웅 기간 한정 가챠로만 판매됩니다. 위 스크린샷은 첫번째 한정 영웅이었던 에이전트 18호 기간 한정 가챠입니다.

오른쪽에 보면 한정 가차를 1회 혹은 5회씩 구입해서 개봉할 수 있지요. 일반 가챠와 이 한정 가챠의 차이점은 2가지 입니다. 일단 쌉니다. 일반 가챠가 1회 168젬인데, 이 스페셜 가챠는 앞서 소개한 무기 한정 가챠와 마찬가지로 단돈 50젬입니다. 그리고 무기 한정 가챠와 마찬가지로 확률이 희박하고 10연 보장 같은 게 없습니다. 제가 400개 뽑는 동안 딱 한번 조각 20개 구경한 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희박한 가챠를 왜 뽑느냐? 물론 기본적으로는 저 S급 영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저 한정 가챠 뿐이기 때문입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구입 횟수에 의한 확정 보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보시면 20, 60, 136, 200, 300 이라는 숫자와 '이미 수령했음' 이라는 문구가 보일 겁니다. 해당 횟수 만큼 뽑으면 고정 보상으로 영웅 조각을 조금씩 주는데, 136개까지 받는 조각을 모두 합치면 조각이 50개가 되어서 딱 캐릭터 1개가 만들어집니다. 여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680위안, 우리 돈으로 11만6천원 가량이 됩니다. 딱 11.6만원만 내면 새 S급 영웅이 손에 들어오는 거지요. 참 저렴하지요?

사람마다 지불할 수 있는 의욕과 한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사용자가 낼 수 있고 내고 싶은 만큼 받는다는 것이 부분 유료화의 핵심인데, 고작 11.6만원만 받고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겠죠. 특히 중국 게임이 말입니다. 그래서 왼쪽을 보시면 확정 보상 외에, 구매 랭킹 보상이 있습니다. 이 한정 가차를 구매한 횟수에 따라 랭킹을 세워서 추가 보상을 주는 거지요. 1위에겐 18호 조각 120개 + 스페셜 스킨이 주어집니다. 18호 조각도, 스페셜 스킨도 다른 곳에선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각 120개를 모으면 풀 각성이 되고, 스페셜 스킨으로 추가 매력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18호 완전 정복 세트를 경매에 붙임 셈입니다. 2~3등 18호 조각 70개, 4~5등 18호 조각 30개 다 의미 없습니다. 120개 먹고 풀각성을 찍어야 스킬이 바뀝니다. 그 이전 단계 각성의 스탯 상승은 정말 무의미합니다. 1등이 되어야만 합니다. 전 위 이벤트에서 1위를 노리고 달렸으나 막판에 젬이 떨어져서 충전하는 사이 이벤트가 종료되는 바람에 2위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한정 가챠 + 랭킹의 조합은 KOF98UM에서도 오로치, 쿠라 이벤트 등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습니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습니다. 오로치 가챠 등은 사실상 일반 가챠와 동일한 가챠를 판매하면서 (동일한 가격, 10장 중 1장은 캐릭터 보장) 랭킹 이벤트를 붙이는 형식입니다. 극소수만 랭커 보상을 통해 최고 상품을 얻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캐릭터도 얻을 수 있는 오로치 가챠와 달리 이 한정 가챠에선 소환무기 조각 등이 나오기 때문에 부산물의 만족도가 크게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 가격도 낮고, 대신 12만원 이라는 낮은 천장을 설치한 겁니다. 그래서 1) 136개 구매 확정 보상으로 신규 영웅 획득에 만족하는 계층 (대략 12만원 선) / 2) 20위권 내의 추가 보상을 원하는 계층 (대략 20만원 선) / 3) 풀각성 + 스페셜 스킨을 원하는 최상위 계층 (대략 40만원 이상) 이렇게 구매자를 3개 계층으로 나눠 공략합니다. 일단 제가 속한 서버에선 450개 정도면 1등이었는데, 다른 서버는 모르겠네요.


5. 영웅 / 펫 직접 판매

그런데 콘트라 리턴에서 사용자가 영웅을 획득하는 것은 매출 뿐만 아니라 게임의 운영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게임의 주력 상품인 무기가 이미 정형화되어있는 상태에서 신규 영웅을 계속 투입해서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무과금 / 저과금 사용자도 영웅을 계속 획득할 필요가 있지요. 그래서 S급이 아닌 A급 영웅들은 저렴하게 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흰곰 같은 경우 1480젬인데요, 10연가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전 VIP 혜택 때문에 20% 할인 받아 1184젬입니다.) 게임 내 무료로 지급되는 젬도 잘 모으면 하루 100젬 가까이 되고, 월정액 서비스로도 하루 200젬 가량 들어오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액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간 한정 판매이기 때문에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하고, 젬이 부족하면 젬을 구입해서라도 사야 하는 물건이죠.

펫의 경우는 옆에는 S급 펫도 단돈 980젬에 팔고 있는데요, 펫은 영웅보다도 더 게임 핵심이 아닌지라 더 싸게 팔고 있습니다. 단, 펫은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려야만 능력치 상한도 오르고 추가 펫 스킬 슬롯이 늘어나기 때문에 980젬으로 하나 얻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뒤에 좀 더 비싸게 파는 조각들을 더 사모아야 하죠.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지만 나갈 땐 아닌 법입니다.


6. 기간 한정 현금 패키지 판매

일반 가챠든 한정 가챠든 펫 / 영웅 직접 판매든 기본적으로는 젬을 소비하도록 되어있습니다만, 현금을 받고 직접 판매하는 패키지도 존재합니다. 다만 단가와 구성이라는 측면에선 한국의 패키지 판매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현금 패키지의 핵심 상품은 영웅의 스킨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영웅의 외견을 바꿔주는 꾸미기 아이템입니다만, 여기에 약간의 보너스가 붙어있습니다.


각 스킨에는 매력치라는 수치가 있어서, 스킨을 해금할 때 이 매력치가 계정에 더해집니다. 그리고 누적된 매력치에 대해 매력 레벨이 메겨지고, 매력 레벨에 대해 스탯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위 스크린샷에 보이는 스킨은 400점의 매력치를 더해주고, 현재 제 매력 레벨은 15레벨이며 공격력 2786 방어력 2786 생명력 8374를 받아 전체 전투력에 25090점의 보너스를 받고 있습니다. 2700까지 올리면 16레벨로 올라가겠죠. 제가 게임 상에 존재하는 영웅 & 스킨 중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데도 보너스는 25000점 정도입니다. 전체 화력 63만점 중 대략 4% 정도에 해당합니다.

전투력 비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 내에서 스킨은 기본적으로 치장형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치장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현금으로만 팔아도 될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영웅 조각을 끼얹고, 매력치에 의한 스탯 보너스를 약간 더함으로써 단순히 이쁘니까 외에 과금사용자들이 현금을 내고 구입할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장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가격은 5천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여기서 패키지 아이템에 대한 첨언을 드리자면, 콘트라 리턴의 현금 패키지가 굉장히 저렴하긴 하지만 대체로 중국의 패키지 아이템의 가격이 한국보다 낮습니다. 한국에선 10만원짜리 패키지 없는 게임을 못본 것 같은데 제가 중국 게임에서 본 패키지 가격 상한은 대략 168위안 (3만원 상당) 이었습니다. 이는 패키지를 구성하는 방법과 문화적 관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양적 공급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루에 1개씩 나오는 XX결정을 X 만원에 XX개 판매 이런 식으로 패키징하죠. 이런 양적 공급에는 당연히 많이 사면 깎아준다는 관습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템의 구매 단가를 비교해보면 오히려 돈을 많이 쓴 사람이 적게 쓴 사람보다 더 싸게 사는 현상이 발생하고, 우선 가장 비싼 패키지(가장 효율이 좋은 패키지)를 산 다음 덜 비싼 패키지(더 효율이 나쁜 패키지)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가장 비싼 패키지가 가장 잘 팔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중국의 경우는, 반대로 살수록 가격을 높이는 누진제가 기본입니다. 게임 행동력 50점을 구입하는데 처음엔 10젬 들지만 몇번 사다 보면 50젬, 100젬, 200젬으로 계속 올라가죠. 이런 구성은 과금의 최소 단위가 낮기 때문에 무/소/중/고과금 전체를 대상으로 장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한국식 패키지의 경우, 중/저가 패키지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최고가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에겐 매력이 없습니다.) 첫 단계에선 과금 대비 효율이 좋기 때문에 과금 전환율도 높일 수 있구요. 하지만 중/고과금을 넘어서게 되면 효용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집니다. 이를 통해 고과금자와 무/저과금자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이거나, 그 격차에 대해 확실한 과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됩니다. 가격차별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땐 이 구조가 훨씬 우수하다고 볼 수 있죠.

여하튼 이런 관점에서 중국식 패키지는 게임의 주력 매출원이 아닌, 일종의 이벤트성 특판 상품입니다. 제한을 걸어서 가성비가 좋은 패키지를 판매함으로써 개별 판매 단가는 낮더라도 전체 유저에게 두루 과금할 수 있는 상품이죠. 무/저과금자에겐 정말 반드시 사야 할 쿨매입니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은 고과금자에겐 무/저과금자들보다는 효용이 떨어지지만 어쨌든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무조건 사야 합니다.

특판 치고 5천원 ~ 3만원이면 너무 싼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인구가 깡패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경우 일일 DAU가 2백만 쯤 되는 것 같더군요. 그 중 10%만 산다고 쳐도 20만명이고 5천원씩 받고 팔면 10억원입니다.



7. 펫 능력치 리셋

펫 자체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간 한정 특별 상품으로 젬 고정가에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대신 펫을 키우는데는 좀 더 많은 과금이 필요합니다. 각 펫은 공격, 명중, 크리티컬, 방어무시 4가지의 속성과 최대 4칸의 스킬 슬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스킬 슬롯은 최초 2개만 열려있다가 조각 모음으로 성급을 올려야 추가로 열립니다. 슬롯을 뚫었다고 스킬이 바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펫 능력치 리셋을 해야 합니다.

펫 능력치 리셋 기능은 위 4개 능력치 + 스킬 슬롯의 내용을 무작위로 바꿔줍니다. 이게 결과가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바뀌는 리셋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적당할 때 멈추고 빠져나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리셋권으로도 돌릴 수 있지만 리셋권은 직접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새 펫 나왔다고 신나게 돌리다가 결국은 젬으로 돌리게 됩니다. 다만 각각의 능력치에 대해선 '확정' 옵션을 걸어서 리셋되지 않도록 지정할 수 있습니다만, 확정 옵션을 건 항목이 늘어날수록 소모되는 리셋권 / 젬의 양이 2배씩 늘어납니다. 그리고 설령 능력치 4종을 모두 랜덤으로 묶었다고 해도 스킬에는 확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스킬작 까지 하려면 막대한 리셋권 혹은 젬이 소모됩니다.

어쨌든 위 스크린샷 처럼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확정 옵션 걸다 보면 가진 리셋권을 다 털어먹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만 그 뒤엔 새 펫이 나온다는 것이 함정이죠. 아, 펫은 대표 펫 1마리에 보조 펫 3마리까지 총 4마리를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새 펫이 나왔다고 기존 펫이 완전히 쓸모없어지진 않습니다.


8. 누진제 기반의 추가 기회 상품들

이상은 게임의 핵심 토큰에 대한 유료화 모델이었고, 이번엔 게임 컨텐츠에 대한 유료화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뭐 기본은 기존 중국 게임들과 같이 소액 젬 서비스에 누진제를 걸어서 초반엔 꿀가성비로 유인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창렬하게 털리는 구성입니다.

다만 특징이 있다면 일간 플레이 제한이 걸린 컨텐츠가 상당히 많고, 해당 컨텐츠에 대해선 추가 플레이 기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추가 보상 기회를 판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특히 매일 요일별로 정해진 특정 무기로 3번 플레이하는 군계대수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보상이 바뀌는데 오렌지S급 무기 조각들은 보통은 도달하기 힘든 최고 난이도에서만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번, 최고 무기를 1회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지급해주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은 오렌지S급 조각을 얻을 수 있는 난이도에 도전해서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만일 오렌지S조각을 못얻었거나 더 얻고 싶다면 위에 나오는 추가 보상 구매를 사용해서 돈을 계속 밀어넣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끝까지 땡기면 하루에 10연가차 2회분은 소모하는데, 못해도 보라색 S급 조각이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당기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위 스크린샷의 현상모식은 이런 과금을 2중으로 걸어둔 컨텐츠입니다. 우선 임무가 랜덤하게 정해지는데, 별 갯수에 따라 난이도엔 변화가 없지만 보상이 높아집니다. 특히 5성이 되면 4성급 무기 조각과 가장 높은 단계의 펫 경험치권, 펫 조각이 떨어지지요. 1성에선 그냥 쓰레기 보상이 들어옵니다. 현재 받은 미션 보상이 마음에 안들면 젬을 조금 내고 다시 리셋할 수 있습니다. 리셋 비용은 10젬으로 시작해 점점 높아지죠. 그리고 이왕 좋은 성급으로 도전했으면 다시 젬을 내고 추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구요. 기본 제공 5번을 다 하고 났더니 다음 미션으로 5성이 떴다.. 그럼 다시 추가 플레이 기회를 30젬 내고 삽니다. 추가 기회는 유상 리셋이 불가능합니다.

눈이 밝으신 분이라면 위 스크린샷에서 '소탕권'을 발견하시고는 '이제 중국에선 소탕권 안판대매!!' 라고 버럭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엔 소탕권이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소탕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모험모드는 기존 텐센트 게임과 마찬가지로 소탕권 없이, 추가 비용 없이 그냥 소탕을 지원합니다. 요즘은 50회 자동 소탕까지 지원합니다.


저 소탕권은 일일 2인 코옵 PVE나 위의 현상모식, 군계대수와 같이 일간 플레이에 제한이 걸려있는 컨텐츠에만 사용됩니다. 그리고 따로 판매하지도 않고 VIP 보상이나 월정액 보상 등으로만 지급되는데 대략적으로 하루에 쓰는 것 보다 더 줍니다. 괴로운 플레이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귀한 서비스가 아니라, 한달에 한 3만원 내면 하루에 한 20분 정도의 일일 컨텐츠를 아껴주는 수준인 거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도탑전기에서 보셨던 게임 기본 모드에 대해 소탕권이라는 아이템으로 제한을 거는 것은 이제 중국에서 멸종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탕권 파는 것 보다는 행동력을 재빨리 소진시키고 행동력을 더 파는 쪽이 사는 사람의 만족감도 높고 파는 입장에서도 매출이 더 나오니까요. (설마 아직도 출시 3년이나 지난 도탑전기를 놓고 중국 게임을 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해서 첨언드립니다. KOF98UM도 도탑이랑 얼마 차이 안납니다..)


여하튼 그리고 이 모든 체계를 감싸는 VIP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는 VIP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저 자잘한 소액 젬 서비스들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물론 누진제가 붙어서 뒤쪽 단계의 단가는 계속 올라갑니다. 군계대사나 현상모식 추가 플레이 이런 건 뭐 끝까지 땡겨 써봤습니다만, 행동력이나 골드 구매 같은 경우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추가로 현상모식에서 무료로 임무 리셋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보통은 무료 3번 다 땡겨쓰고 나서 젬을 끌어쓰지요..

또한 각 VIP단계에 도달할 떄 마다 VIP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보라색S 레이저총을 구입할 수 있게 되고, 50만원 선에선 오렌지 S급 유탄발사기 1기(3성), 100만원에선 S급 영웅 하나, 160만원에선 앞의 S급 유탄 발사기를 4성으로 올릴 수 있는 조각이 지급됩니다. 중국 게임들이 늘 그렇듯이 없다고 못할 건 아닌데 있으면 참 좋은 물건들입니다.



9. 정리-1. 중국 게임 과금의 기본 방향

콘트라는 이미 KOF98UM - 나루토 - 드래곤볼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던 텐센트의 과금 노하우를 기반으로, 게임 특성에 맞게 일부에 변형을 가한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누진제를 게임 전체에 적용시켜 소액젬의 활용성을 높이고 부수적으로 게임 내 내 보상으로 지급되는 젬에 대한 가치를 높임으로써 무/소과금에 친화적인 중국 게임의 대표적인 특성을 따라갑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위와 같은 모양이 될 것입니다. 양적 할인에 의한 패키지에 기반하는 게임들은 비용이 증가할수록 효용이 더 크게 증가하는 곡선을 띕니다.(녹색 선) 이런 체계는 2가지의 구조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첫째는 비용대비 효용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무/저과금과 고과금자의 격차가 계속해서 크게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고과금자가 매출의 핵심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저과금자가 필요한데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게임 내 생태계가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무/저과금자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무상 보상을 찔러주게되면 반대로 고과금자가 누리는 효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요.

두번째는 효용이 일정 정도에 이르기 전에는 투입한 비용에 비해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중/소과금 매력이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아까 3만원 패키지 10만원 패키지의 예를 들었는데요, 10만원 이상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10만원 사고도 돈이 남아서 (그리고 구매 제한에 걸려서) 3만원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지만 3만원 밖에 못쓰는 사람은 3만원 패키지를 사기에 10만원 패키지보다 효율이 낮기 때문에 3만원 패키지 구매를 꺼리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체 과금 구간 중 일정액은 본래 지불 여력 / 의사보다도 낮은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과금 비효율은 가챠 중심 게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욱 거친 형식으루요. 아무리 가챠가 지불한 비용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선 본인이 원하는 그것이 아닌 이상 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낮은 확률을 뚫고 획득하기 전까지는 얼마를 투입하든 핵심 상품을 손에 넣지 못한 이상 사용자가 느끼는 효용은 0에 머무릅니다. 돈을 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죠. (뭐 반대로 그래서 오기로 더 쓰게 되는 효과도 있을 수 있긴 하겠습니다만, 저는 지속가능한 장사를 위해선 얼마를 쓰든 돈을 쓴 만큼 행복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1등상의 효용이 굉장히 크고, 확률이 굉장히 낮게 잡힌다면 극단적으로는 3천만원을 내나 한푼도 안내나 모두 함께 평등한 상황도 오게 됩니다. (그럼 애초에 지르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실질적인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보상이 충분히 좋으면 이 확률의 희박성이 무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출처를 까먹었네요.)

반면 중국 게임들이 채택하고 있는 누진제 기반의 과금 체계는 처음엔 비용 대비 효용이 크게 증가하다가 점차 효용 증가세가 감소하는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붉은색 선) 단적으로 말하자면 4성 손오공을 얻기는 어렵지 않지만, 7성으로 키우기는 많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이 구조에선 중/소과금에서 효율이 극대화되어 소액 구매를 해도 사용자 만족도가 높고, 따라서 구매 전환율이 높아집니다. 흔히 농담처럼 이야기하죠. 10억 인구에 100원씩만 걷어도 1천억원이라구요. 그리고 얼마를 쓰든 과금에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구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중국 게임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얼마를 쓰든 일단 돈을 쓴 이상 행복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모바일 장사의 핵심이 되는 고과금자 유치에 불리하지 않은가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효용의 증가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분명히 효용은 증가하고 있고, 더 쓰면 남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미 이 구간에 들어오면 합리적인 구매는 고려되지 않고 있거나, 돌고래 이하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사실 이 부분은 한/중 문화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플레이해본 중국 게임은 과금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모든 요소에서 '차이'의 크기 보다는 '존재'와 '빈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성장한다. 100시간에 100점 오를 거면 1시간에 1점씩 100시간 오르게 해달라는 인식이죠. 이전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쥬얼 게임 디자인 에서도 보여드렸지만 며칠 걸려 크리링 67레벨을 68만들었더니 총 능력치는 0.4% 오르더군요. 하지만 어쨌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장하려 하고,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돈을 씁니다.

반면 한국은 성장이든 과금이든 차이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다면 - 즉 효용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100점 오른다고 하면 100시간 노가다할 수 있지만 1시간에 1점 오르는 걸 100시간 하라면 못한달까요. 과금도 마찬가지로 화끈하게 벌릴 수 있어야 화끈하게 쓰지, 쪼잔하게 여러번 질러서 쪼잔하게 앞서나가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이건 유저가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개발자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 뭐 KOF98UM이 그래도 꾸준히 순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사드 이전에 중국에 진출한 게임들의 성과가 나빴던 것을 보면 그래도 역시 중화 모델이 더 우수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긴 합니다.


10. 정리2 - 콘트라의 과금 구조 특성

일반적인 중국의 RPG 게임들은 초기엔 당장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챠가 고효율을 보장하고, 적당히 캐릭터가 모이면 행동력 및 보상 추가 구매로 갔다가, 누진제로 인한 비용 증가로 비용 대비 효용 증가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가챠로 돌아가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행동력 판매 자체의 매출은 높지 않더라도, 고과금 사용자에게 가챠 구매의 합리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다만 콘트라의 경우는, 캐릭터가 아닌 '무기'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타 게임 대비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장이 12만원인 영웅 가챠라거나, 저렴하지만 비용은 사실 높은 무기 한정 가챠 등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런 시도는 크게 2가지의 큰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박리다매 (Feat. 현금박치기)

2) 고과금자를 향한 맞춤형 공략

영웅의 경우, 좋기 때문에 무슨 돈을 들여도 얻어야 하는 그런 킹왕짱 상품은 아닙니다만, 반대로 조금만 돈을 쓰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상품으로 배치합니다. 물론 무과금 / 저과금으로는 영웅 한정 가차에서 S급 영웅을 얻긴 힘들겠습니다만, 반대로 12만원만 내면 남들이 못가진 무언가를 가진 특권층이 될 수 있지요. 그리고 A급 영웅은 무과금으로도 획득이 어렵지 않아서 거의 누구나 새 캐릭터에 의한 새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요.

그리고 중간 중간 스킨을 싸게 현금으로 팔아서 소과금 / 중과금으로 전환시키고 현찰을 땡깁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차든 확정 상품이든 젬으로 팔 경우엔 항상 게임 내 기본 제공되는 무료젬이 혼입되어 실제 매출 발생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박리다매 전략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단가를 희생해서라도 전체 규모로 더 큰 매출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젬으로 팔아선 싸게 팔기만 하고 큰 재미를 못볼 우려가 있지요. 하지만 스킨 패키지는 단가 자체는 5천원으로 낮지만 현금 상품이기 때문에 확실히 현금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기본판은 박리다매를 깔아놓지만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 매출의 핵심인 고과금자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한정 외형의 랭킹 보상이나 S급 무기 한정 가챠 등은 소/중과금자 입장에선 무의미해보일 수 있지만 고과금자 입장에선 충분히 필요한 물건을 괜찮은 가격에 팔아주는 맞춤형 상품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상품 매력이 낮기 때문에 단가도 높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게임 구조상 더 이상을 생각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전민돌격(백발백중)과 같은 스튜디오의 게임이고, 총을 기본으로 삼고 캐릭터를 부가 요소로 삼는다는 점에선 백발백중과의 차이점을 살펴봐도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전민돌격을 플레이하지 못해서 비교/대조를 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쉽습니다.


by 고금아 2017. 10. 22. 20:07

0. 가챠라는 시스템

최초 정액 기반의 요금제에서 부분 유료화라는 과금 형식이 창설된 이후 기간제 부스트 서비스, 종량제 아이템, 기간제 아이템 등 다양한 시스템이 고안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고객의 지불 의사와 한계에 맞춰 최대한의 과금을 끌어내는 가격 차별화의 측면에서 볼 때 현재까지 가장 효율적인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 판매 - 가챠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방식이 가지고 있는 사행성에 대한 이슈가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는 가챠라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른 문제이지 가챠 자체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매우 낮은 확률로 얻는 결과물 - 이하 SSR이라 칭하겠습니다 - 이 있어야 깰 수 있는 스테이지가 있다거나 PVP 중심이라 해당 아이템을 못가진 자는 계속 밟혀야 하는 등 게임 진행에 아주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게임에선 가챠는 사용자를 쥐어짜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임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군요.

반면 SSR이 강하긴 해도 게임 진행상 필수는 아니라면, SSR은 자기만족을 위한 기호품 내지 사치품에 머무르게 되며, 확률형이라는 형태로 이를 구입하고 말고는 사용자의 의사에 맡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챠로 얻는 SSR을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이 경우에도 가챠는 일종의 선택형 시간 단축 서비스에 머무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SSR을 소비자의 선택적 기호품의 영역으로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가챠는 기본적으로 원하는 상품에 대해 지불할 비용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 까지의 비용이 모두 매몰비용이 된다는 점에서 가챠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낮은 확률을 딛고도 가챠를 사도록 가챠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연구되고 있지요.

이런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게임 2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최근 플레이하고 있는 '콘트라 리턴'(이하 콘트라)과 '우타 마크로스'(이하 우타마크)인데요, 전자는 횡스크롤의 런앤건 스타일 슈팅 게임이고 후자는 마크로스의 캐릭터와 노래를 베이스로 한 리듬 게임으로 공통점이 눈꼽만큼도 없어 보입니다만, 시스템적으로 '꽝'의 효용을 높임으로써 가챠의 매력을 보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콘트라 리턴

1-1. 왕후 장상의 씨를 나눴다.. 왜?

콘트라 리턴 게임 자체는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 콘트라를 소재로 만든 모바일 슈팅-RPG 게임으로 전민돌격(한국명 백발백중)과 유사하게 총기의 조각을 모아서 총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메타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기의 조각을 모아서 새로 획득하거나 별 갯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 조각은 영웅던전에서 얻을 수도 있고, 가챠에서 얻을 수도 있지요. 가챠에서 새로운 총기를 얻을 땐 아이템 자체가 떨어지고, 이미 갖고 있는 총기가 중복 당첨되었을 땐 조각으로 줍니다. 이 구조 자체는 도탑전기에서 확립된 것이지만,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렌지색 SS -> 오렌지색 S -> 보라색 S -> 보라색 A 등으로 각 총기 별로 태생적인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챠로 물건을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가챠에서 나올 수 있는 물건의 갯수, 즉 가챠 풀의 크기입니다. 아무리 상품을 확률로 판다고 하더라도, 나올 수 있는 결과의 경우의 수가 적다면, 확률은 금방 정복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SSR이 나올 확률은 5%인데 SSR이 4종류 밖에 없다면 개별 SSR의 확률은 1.25%이고, 가챠를 80번만 뜯으면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고 SSR의 확률을 1%로 낮추게 되면 아예 SSR 획득 자체가 어려워서 사용자가 그냥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SSR 획득 자체는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지만 그 중 내가 원하는 SSR을 얻기는 어렵게 만들어서 Near-Miss 상황을 계속 만드는 것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유리합니다.

일본의 가챠 게임들은 캐릭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계속 더해나감으로써 이런 가챠 게임의 구조를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만, 도탑 전기나 나루토, KOF98UM과 같은 IP 기반 중국 RPG 게임들은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가 이미 제한되어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수는 이미 한정되어있는데 손오공은 원래 쎄니까 SSR, 야무치는 약하니까 R 이런 식으로 쪼개버리면 각 등급 별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의 수가 정말 제한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들 게임들은 캐릭터의 등급을 없애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스킬이나 특성 등에 따라서 실제로는 좋은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가 갈리겠지만, 적어도 시스템적으로는 모두 대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누굴 뽑아도 SSR인 것이고, 그 중 내가 원하는 SSR을 얻기가 힘들어지는 거지요.


하지만 이것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느정도 있을 때에나 성립하는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대륙의 에반게리온의 경우 처럼 원작에 등장하는 에바와 파일럿 함쳐서 10개도 안되는 상황에선 원작에 나오지도 않던 X30호기니 R15호기와 같은 가상의 기체를 끼워넣어도 가챠를 운용할만큼의 수량이 나오지 않는 거지요. 그래서 등급을 아예 나누어 SSR에 해당하는 오렌지색 3성 기체들의 획득 확률이 낮은 명분을 확보하고, SSR들을 끝없이 쌓아올리는 구성을 취합니다.


콘트라 리턴 역시 위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물론 총기 아이템 막 찍어내는 거야 어려울리 없겠습니다만, 각각의 총기들에 대한 차별화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거지요. 게임 상의 총기들은 돌격소총, 저격총, 로켓포, 분사기, 기관포 5가지로 나뉘는데, 여기서 이미 총기들의 특성과 그로 인한 게임플레이가 거의 완전히 결정나버립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면 힐러 중에도 즉시 힐을 주는 캐릭터, DOT 힐을 주는 캐릭터, 힐 량은 적지만 쿨이 짧은 캐릭터 등과 같이 여러 방법으로 분화할 수 있겠습니다만, 총기 갖고는 그런 식의 차별화를 할 여지가 없지요. 물론 FPS에서는 데미지, 탄창 갯수, 정확도 등으로 분화를 합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횡스크롤 슈터거든요. 총알이 앞으로 한발 나가느냐 3방향으로 나가느냐 스플래쉬 데미지가 있냐 없냐와 같은 정도가 아닌 차별성을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차별성은 이미 총기 종류에서 쪼개졌구요.

특성에 따른 수평적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에 수직적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S는 A보다 강하고, 같은 S라도 오렌지S가 보라색S보다 구하기도 힘들고 더 셉니다. 하지만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 (일본식으로 말하자면 한계돌파가 되겠죠)가 게임 내 주된 성장축이기 때문에 보라색 S도 조각 모아서 6성 만들고 부지런히 강화하면 조각을 못모아서 3성에 머무른 오렌지S보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렌지S 조각 모아서 4성 5성 만들면 가볍게 보라색S를 제쳐버리겠지만, 이건 돈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들어가는 길입니다.


1-2. 수평 성장을 유도하는 장치들

아까 한 카테고리 내에서 개별 총기에서의 차별화는 힘들다고 해도 총기 유형 별로는 특성이 강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콘트라 리턴은 수평 성장의 동기 부여가 약해진다는 또다른 문제를 안게 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FPS와 마찬가지로, 총기의 특성과 플레이 경험이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이 아닌 총기는 얻을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저격 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는 저격총을 선호하고, 저처럼 닥돌을 좋아하는 유저는 SMG나 돌격소총을 좋아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SSR이라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유형에 안맞으면 별 감흥이 없어지고 그만큼 가챠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신상품을 투입해도 그게 자신이 선호하는 유형의 총기가 아닐 경우 스킵해버릴 가능성도 큽니다.

콘트라 리턴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평 성장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보강해 넣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위 스크린샷에 있는 일일 컨텐츠 '군계대수军械大帅' 입니다. 이 컨텐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각 정해진 유형의 무기로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수요일인데, 수요일은 로켓포의 날이군요. 해당 유형 무기의 성장 정도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당연히 난이도가 높아지면 보상이 좋아집니다. 저난이도에선 저등급 무기의 조각이, 고난이도에선 고등급 무기의 조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번 3일차 7일차엔 최고 무기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티켓을 줘서 무/저과금자도 고등급의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라지만, 실제로는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누진제 먹여서 팔기 때문에 실제로는 고과금 유저들에게 일주일에 2번 3만원씩 뜯어가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또한 5개 유형별로 무기를 1개씩 등록해두면 추가 스탯을 주는 무기 코어(武器核芯) 시스템도 있습니다. 게임에 직접 들고 들어가는 무기는 2종 뿐이고 실제로는 이 두 무기만 육성하게 되는데, 나머지 총기들도 적어도 유형별로 1개씩은 꾸준히 성장을 시키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1-3. 모든 꽝들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기 도감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군계대수든 무기코어든 종류별 1개씩의 최강자를 모으도록 유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최강자가 아닌 나머지 아이템은 어떠한 의미도 부여받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꽝인 것이죠. 물론 가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물건이 아니면 다 꽝이긴 합니다만, 가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꽝은 꽝이지만 아주 꽝은 아닌, 절반 정도의 성공이라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쪽이 중/저과금 사용자의 공략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아까 언급한 것 처럼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어쨌든 동급 캐릭터라는 식으로 위안삼을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거나, 캐릭터 수집에 대해 보너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비인기 캐릭터의 수집을 성장 축으로 끼워넣음으로써 꽝에 게임적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자의 멘탈 데미지를 케어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콘트라 리턴은 무기 도감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꽝에 게임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도감은 총 5가지의 총기 유형별 도감으로 나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총기와 아닌 총기를 보여주며 총기를 더 많이 수집할 수록 보너스를 줍니다. 여기까진 사실 일반적인 도감 컨텐츠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말이죠.


하지만 실제 도감의 동작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보통은 도감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유도하거나, 수집한 항목의 갯수를 바탕으로 보상을 주곤 합니다만 콘트라 리턴의 도감은 도감 경험치에 의해 도감 레벨이 오르고, 도감 레벨이 오르면 스탯 보너스가 증가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감 경험치는 새로운 총기의 획득, 기존 총기의 성급 성장에 의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경험치 -> 레벨 -> 보너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도감 내에서는 최 하급인 녹색 C급도 어느정도의 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같은 성급에 대해서도 등급이 높을 수록 경험치가 높긴 합니다만, 어쨌든 낮은 등급이라도 경험치가 발생하고, 때로는 경험치 획득으로 인해 도감 레벨이 오르고 보너스 스탯을 받는 긍정적인 경험을 줍니다.


획득 자체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급 성장에 대해 보상을 준다는 점에선 데스티니6의 도감 시스템과 유사해보입니다만, 사용자 경험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콘트라 리턴의 성급 성장은 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것이지, 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컨텐츠는 아닙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조각들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있고, 충분히 모이면 그냥 성급을 올리면 됩니다. 특정 아이템의 조각을 모으기 위해 자원을 추가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한되어있지만, (영던 일일 제한 리셋이라거나 가차 구입이라거나) 이를 하급 아이템이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성급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자원은 해당 아이템에만 관여할 뿐, 다른 아이템과는 공유되지도 않지요. 그래서 그냥 별 생각없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잡템 조각이 쌓이고 빨간불 들어와서 들어가보면 어라 성급이 올랐네? -> 도감 경험치가 올랐네? -> 도감 레벨이 올랐네? -> 전투력이 올랐네? 이렇게 가끔 찾아오는 선물 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도감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뭔가를 희생하거나 할 필요 없이 말이죠.

보상의 종류 또한 다르죠. 데스티니6는 위 스샷 처럼 골드나 젬과 같은 자원을 돌려줍니다. 제가 데스티니6를 많이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저 잡캐를 6성으로 진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350젬에 4500골드보다 큰지 작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력캐라면 어차피 6성을 가야하니 겸사겸사 개평 받아 간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잡캐를 저 젬 벌겠다고 자원 쏟아 키울 것 같지는 않네요. 반면 콘트라 리턴은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훨씬 효용이 큽니다. 한창 성장이 정체되어있을 때 잡템 얻었더니 도감 경험치가 오르고 도감 레벨이 올라 전투력이 올라갔다. 그래서 새 스테이지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등과 같이 훨씬 좋은 경험을 줍니다.


1-4. 구조적 문제를 캐주얼하게 극복하다

지난 IGC 강연에서의 주제는 '중국 게임의 캐주얼함' 입니다. 멘탈에 데미지를 주지 말고 살살 달래가면서 끌고 가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도탑전기의 BM과 메타 구조도 같은 기조에 서있었구요. 콘트라 리턴은 그동안 도탑전기가 플레이어 멘탈 데미지를 케어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대부분의 요소들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힘든 불리한 구조를 가진 게임입니다만, 이를 매우 영리하게 보완해냈습니다.

특히 제가 높이사는 부분은, SSR의 가치를 높여 고과금자를 대상으로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N이나 R등 꽝에 해당할 바닥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전체 유저에 대해 가차 상품의 매력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원하는 것이 안나와도 적당히 멘탈 데미지를 덜 받고 적당한 성공으로 위안받으며 또 한편으로는 더 큰 성공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이 중국식 가챠의 핵심이라고 할 때, 꽝에 대한 데미지가 적다는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기존의 나루토나 드래곤볼 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본질적으로 캐릭터 보다 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장비 장사임에도 말이죠.


2. 歌マクロス 우타 마크로스

두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일본의 歌マクロス(우타 마크로스, 이하 우타마크)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캐릭터와 노래를 소재로 한 리듬 액션 게임이죠. 팬심으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리듬액션 게임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배경 화면이 너무 화려해서 노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구질구질한 노트가 등장하는 등 평가가 미묘한 구석이 있는 게임입니다만, 뭐 나쁘진 않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은 지금 가장 잘나가는 모바일 리듬액션 게임인 아이돌마스터와 유사합니다. 가수들을 모아서 유닛을 구성하고, 이 유닛들을 데리고 게임에 들어갑니다. 노트에 맞춰 입력하면 점수를 받고 유닛들이 자동으로 스킬을 발동하곤 합니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가수가 메인 상품이 아니고, 가챠에서 가수를 뽑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말이죠. 네, 이 게임도 가챠에서 캐릭터를 팔지 않습니다.


2-1. 캐릭터는 장식일 뿐입니다.

가챠에선 양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마크로스는 캐릭터의 수량이 적은 IP입니다. 파일럿이나 뭐 조연까지 끼면 조금 늘 수 있겠지만, '가수'라고 한정지어버리면 민메이, 바사라, 밀레느, 쉐릴님, 배추벌레, 아귀, 왈큐레 4명 해서 총 10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챠 장사를 할 수 없지요. 초사이어인 손오공을 빨간 손오공 노랑 손오공 찢어진 손오공으로 뿔려서 장사한 드래곤볼 폭렬 격전 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양을 뿔리는 시도도 생각해볼만 합니다만, 이 게임에선 가수가 중앙에 3D로 나와서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캐릭터 베리에이션 하나하나가 다 돈이란 말이죠. 그래서 이 게임은 고심끝에 가챠를 해체하지 못하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가챠로 파는 무리수를 둡니다. 게임 내에선 '플레이트' 라고 부릅니다.



캐릭터 자체도 약간의 속성과 스탯 보너스를 가지긴 합니다만, 게임의 핵심이 되는 스킬도, 스탯도 모두 플레이트에 부여되어있습니다. 특히 플레이트 내부에 있는 메인 보드에 일종의 스킬트리 형식으로 여러 스탯 보너스가 깔려있고, 게임을 플레이해서 얻는 자원들을 소비해서 각각의 보너스들을 해금하는 형식으로 성장합니다. 플레이트의 희귀도는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보드가 더 길어집니다. 스킬트리 형식이라고 해도 선행 노드를 언락해야 후행 노드가 언락될 뿐, 한쪽 루트를 파면 다른쪽을 파기 힘들어진다거나 하는 구성은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의 핵심이 되는 대부분의 항목은 플레이트에 모여있고, 캐릭터는 플레이트를 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각각의 캐릭터와 상성이 맞는 플레이트가 있고 안맞는 플레이트가 있다는 것과 같이 캐릭터가 게임적으로 아주 무의미하진 않습니다.


2-2. 꽝이 모여서 캐릭터와 발키리를 얻는다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트를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위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의 핵심 요소가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트는 캐릭터에 비해 수집 욕구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주력 상품은 플레이트이지만, 플레이어의 수집 대상은 캐릭터의 옷과 발키리로 나눠집니다. 플레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매되는 형식이죠


게임 상엔 플레이트와는 별개로 '에피소드'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특정 캐릭터의 특정 의상이나 특정 발키리와 연결되어있지요.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에 있는 What'bout my star?라는 에피소드를 완수하면 셰릴님의 의상을 한벌 얻는 식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각각의 에피소드엔 에피소드 포인트가 있고 에피소드 포인트가 일정량이 될 때 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컴플릿에 도달하면 의상이 해금되지요.발키리 에피소드면 발키리가 해금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 포인트는 관련된 플레이트의 수집과 육성으로 획득합니다. 각 플레이트는 특정한 에피소드에 속하고, 한 에피소드엔 복수의 플레이트가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플레이트의 노드들 중 '에피소드' 노드를 열면 에피소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지요. 이게 플레이트의 조합 완성으로 컴플릿 되거나, 해당 에피소드의 모든 플레이트를 다 끌어모아야 컴플릿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얄짤없이 컴프 가챠에 걸립니다만, 실제로는 포인트 형식이고 목표점이 전체 플레이트를 다 모아야 할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컴프 가챠 요소는 아닙니다. 이미 에피소드를 완성한 이후에도 연관된 플레이트의 에피소드 포인트를 얻으면 아무 에피소드에나 포인트를 더해줄 수 있는 만능 포인트로 전환해주기도 합니다.


2-3. 플레이트의 매력 보완 계획

하지만 아무리 게임의 핵심 스탯을 담고 있고, 많이 모으면 의상을 해금할 수 있다고 해도 이 플레이트 나부랭이 자체가 가지는 매력은 캐릭터에 비해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그 외에 추가적인 장치들로 플레이트의 매력을 보완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미 갖고 있는 플레이트를 중복으로 얻을 경우 그자리에서 바로 성급을 1단계씩 올려줍니다. 흔히 말하는 한계돌파죠. 보통 이 한계돌파는 제일 좋은 SSR 에서나 의미가 있습니다만, 우타마크에선 조금 다릅니다. 1성부터 한계돌파로 계속 올라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급이 올라가면 노드 트리가 확장되거나, 추가 에피소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크릿 보드가 열리는 등의 특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낮은 성급의 중복이 떠도 에피소드 해금에 도움이 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돈내고 사기엔 다소 아쉬운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1일 3회, 가챠를 공짜로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우정 포인트와 같은 자원 소모 없이, 그냥 하루에 세번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시간이 4시~12시, 12시~20시, 20시~4시로 흩어져있기 때문에 한번에 몰아서 받을 순 없고, 꾸준히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에너지 충전 한계가 작기 때문에 틈틈히 자주 들어와야 하는 게임 특성상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구요, 중국 게임에서의 밥타임과 같이 주기적으로 사용자에게 특정 시간에 접속하는 습관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리텐션 유지에 아주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플레이트의 가치만 높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2-4. 가챠 계의 데칼챠, 데칼 가챠

처음 우타마크를 플레이했을 때 가챠 화면을 보고 정말 뿜었습니다. 가챠가 아닌 데칼 가챠라니요. 그리고 가챠를 돌린 다음에 또 한번 뿜었습니다. 캐릭터도 아닌 장면 따위를 가챠로 팔다니 이거 정말 데칼챠구나! 그런데 게임을 조금 플레이하면서 컨텐츠를 들여다보니 이게 정말 캐릭터를 팔 수 없는 게임에서 뭐든지 팔려고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정리

사실 가챠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건 캐릭터입니다. 게임적 의미를 부여해 가챠 풀에 추가하면서도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쉽고, 또 게임적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캐릭터 고유의 매력으로 상품화 할 수도 있지요. 캐릭터 가챠가 흔히 말하는 왕도라면 콘트라 리턴이나 우타마크의 경우는 사도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사도라고 하면 이 두게임은 억울할 수 도 있겠네요. 보통 사도라고 한다면 부작용은 있지만 효과가 확실하거나 쉽고 빠른 길이어야 하는데, 이 두 게임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나라도 다르고, 게임 장르도 다릅니다만, 이 두 게임이 캐릭터가 아닌 물건을 가차로 팔기 위해 선택한 방향은 가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꽝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멘탈 데미지를 줄여주고 유의미한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과금 관련 쪽을 연구하고 고안하는 게 직업이긴 합니다만, 사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행복 과금'입니다. 얼마를 쓰든 사용자가 행복하고, 행복한 만큼 쓴다면 그게 공급자 / 사용자 모두를 만족하는 궁극의 길이 아니냐는 거지요. 뭐 지리산에서 도닦는 이야기로 보이긴 합니다만, 사실 가챠는 이 '행복과금'을 이루기엔 그다지 좋은 도구는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꽝, 실패로 끝나니까요.

요즘 가차에 대한 소비자 여론이 적어도 인터넷 상에선 꽤나 험악해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건 가차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가차의 운영 방침상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를 써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얻어봤자 키우는데 하세월이다, 기껏 키워서 쓸만해졌더니 더 쎈게 나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예쁜 여자가 줄을 선다던데 막상 S대 가봤자 그런거 없더라..는 이야기 처럼, 고난의 길인데 그걸 해낸다고 뭔가 딱히 행복해지지도 않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가챠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인데, 그 중 아래쪽 즉 꽝에 대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콘트라와 우타마크의 사례가 재미있어 소개드렸습니다. 캐릭터 중심의 게임에서도 유저 불행도 관리 측면에서 충분히 도입해볼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4. 광고

그러고보니, 제가 이번 IGC2017에도 강연을 합니다. 'HIT 일본 진출기'라는 제목 그대로, 거창한 노하우 전수 까지는 아닙니다만, 한국 특화 게임인 HIT를 일본에 팔기 위해 했던 했던 고민들과 그 결과로 나온 디자인들, 그리고 이를 실행한 경과 등을 소개합니다.


2017년 9월 1일 14:20,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3층 강의실을 찾아 주세요.

http://igc.inven.co.kr/detail.php?code=Y29kZTM4




by 고금아 2017. 8. 27. 21:33


그간 격조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몇달은 된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일이 매우 바쁘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일본 시장에 게임을 팔고 있다 보니 중국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일본 게임을 또 열심히 한 건 아닙니다만) 무엇보다도 굳이 블로그를 쓸 만큼 흥미로운 게임을 찾지 못한 것이 그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최근 중국 게임 차트를 보고 있으면 좀 재미가 없습니다. 몇달간 넷이즈 음양사와 텐센트의 왕자영요 정도를 제외하면 IP기반의 MMORPG가 계속해서 차트 상위권을 틀어막고 신규 게임이 들어오질 못하고 있었거든요. 비MMORPG로 상당히 선전하던 텐센트도 전민투전신이나 가두농구(프리스타일 모바일)이 부진하면서 이미 출시한지 1년 가량 지난 나루토, 전민비기대전, 왕자영요 외에 새 게임을 순위권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대륙의 대세는 MMORPG인 것 같은데 MMORPG를 파보긴 싫어서 (언어 장벽도 크고, 기본적으로 켜놓기만 하고 있는 게임은 폰을 묶어놓고 있어야 해서 싫어합니다.) 방황하던 차에, 간만에 텐센트가 신작을 하나 신작을 10위권 내에 올립니다. 3~40대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로 그 이름, '콘트라'로 말이죠. (정확히는 콘트라:귀래(归来) 지만, 여기서는 콘트라 리턴 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콘트라 여서가 아니라 MMORPG가 아니여서 반가운 마음에 설치를 하고 보니.. 이건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게임이더군요.


0. 콘트라가 모바일로 돌아오다


일단 원작 콘트라에 대해선 위 동영상으로 모든 설명을 대체하겠습니다. 요즘은 세가가 콘솔 하드웨어 사업을 했다는 사실도 잊혀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저 자신이 사실 콘트라의 팬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뭐라 덧붙일 말이 없네요. 여튼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사방으로 총을 쏘면서 달리고 구르고 점프하는 정신없는 게임을 모바일로 어떻게 옮겨뒀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일단 설치해보았습니다.

iOS 다운로드 (중국 계정 필요)

AOS 다운로드


1. 캐주얼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이식한 기본 플레이

일단 콘트라를 모바일로 옮겼다고 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조작과 난이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원작 콘트라 자체가 일단 컨트롤이 빡셉니다. 당장 총을 쏘는 것 부터 앞으로만 쏘는 게 아니라 상하좌우 대각선까지 방향을 잡아줘야 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도 한쪽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 움직이면서 아래로 숙이고 위로 점프하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정교하게 입력해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고전 답게 적들은 많고 죽기는 쉬워서 사실 전 원본 영상에서 나오는 백뷰 시점은 구경도 못해봤어요. 그런데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콘트라 리턴은 원작 만큼 그렇게 빡세게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일단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적에게 십자선이 붙은 것이 눈에 띌 겁니다. 공격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자동으로 조준을 해줍니다. 일단 이것 만으로도 게임이 쉬워집니다만, 콘트라 리턴의 핵심은 플레이어 캐릭터 머리 위에 있는 녹색 HP바에 있습니다. 원래 콘트라는 그 시절 게임이 다 그렇듯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굉장히 가혹한 게임이었습니다. 총알을 단 한발맞 맞아도 죽기 때문에 총알을 피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위로 뛰고 아래로 엎드리는 게임이었죠. 그리고 그러다가 실수로 구멍에 떨어지면 죽고 전기가 흐르는 발판을 밟으면 죽는, 게임 내내 하이 텐션을 유지하는 게임이었어죠. 하지만 HP라는 개념이 추가되면서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만 콘트라 리턴은 실수를 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게임입니다. 일반 몹의 공격 쯤 한발 맞는다고 죽지 않아요. 보다 나은 성적을 위해, 조금 덜 맞기 위해 뛰고 구를 순 있을 뿐, 원작처럼 절박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없어요. 지형도 마찬가지인 것이, 구멍이나 전기를 밟아도 HP가 조금 깎일 뿐, 바로 게임이 끝나진 않아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계속 긴장해야하는 게임이 아닌, 더 빨리 더 많이 죽이면서 밀고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게임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콘트라가 갖고 있는 뛰고 총을 쏘는 즐거움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복층구조와 대각선 전투라거나, 점프 액션이 필요한 구간 등 원작에서 뛰고 쏘면서 재미있었던 구간이 콘트라 리턴에도 남아있습니다. 단지 원작처럼 게임 내내 하이텐션을 유지하지 않고, 무난하게 플레이하는 구간 사이사이에 이런 장면들을 포인트로 배치해서 해당 구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기억에 남기면서도 전체적인 스트레스를 낮추고 있지요.


그리고 때로는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뒤에서 불기둥이 쫓아와서 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죽는 등, 원작보다도 뛰면서 쏘는 재미를 더 잘 살린 스테이지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적인 스테이지들을 중간중간 섞어 가며 사용하고 있어서 여러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합니다.


한편 보스전은 콘트라의 오리지널리티를 상당히 강조한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다관절 촉수가 있다거나, 맞으면 많이 아파서 잘 피해야 하는 공격이 있다거나, 위에서부터 큰 다리로 찍어누른다거나, 특정 공격은 엎드려서 피해야하는 등의 패턴과 기믹을 구현해놓았습니다. 물론 HP가 있어서 원작처럼 아주 살떨리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발 한발 맞으면 치명적인 공격 패턴을 읽어서 공략하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2. 기본 모험모드

기본 모험 모드는 전형적인 도탑전기류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여러 스테이지가 묶여서 하나의 지역을 이루고,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를 언락할 수 있는 흐름이죠. 스테이지 클리어 성적에 따라 별을 부여하고 한 지역에서 이렇게 모은 별의 갯수에 따라 3번 보상을 부여합니다. 뭐 딱히 설명이 필요하진 않겠죠.


각 스테이지에선 지정한 아이템이 떨어지고, 이 장비들을 모아서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한번 3별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당연히 행동력이 되는 한 무제한 소탕입니다. 제가 여러번 거듭거듭 강조합니다만 대륙에서 소탕권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편하기도 하지만, 플레이 시간으로 사용자를 괴롭혀 가차로 유도하는 것 보다는 행동력을 신속하게 소모시킨 뒤, 재구매 가격에 누진제를 적용해 가격을 계속 높여나가는 쪽이 더 유료화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누진 구간에선 소/중과금 사용자의 구매의사 / 구매력 한도까지 지불하게 유도하고, 비용이 일정 이상 올라가게 되면 오히려 가차의 가성비가 좋아져 고과금 / 초고과금 사용자들에게 가차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해 팔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스테이지마다 별을 획득할 수 있는 규칙이 조금씩 달라서 기존의 나루토나 드래곤볼처럼 아주 쾌적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 약간 불만족스럽습니다. 대신 각 별의 달성 조건과 현재 달성 여부를 플레이 도중에 계속 표시하고 있긴 합니다. 이는 딱 구룡전(백전백승) 스타일인데요, 사실 콘트라 리턴은 그 구룡전을 만든 Timi 스튜디오 작품이긴 합니다.


3. 다양한 PVE 모드

콘트라 리턴 역시 다른 중국 모바일 RPG들 처럼 기본 모험 모드는 일단 파밍에 들어가는 순간 부터는 모험 모드는 소탕으로 해소시키고, 일간 플레이 제한을 걸어 플레이 시킴으로써 기본적인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컨텐츠는 각각 특정한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과 연결되어있어 플레이 할 당위성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해당 성장 컨텐츠에서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며 기본 한도를 초과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겐 가차를 구매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도전 메뉴엔 위와 같은 4개 모드가 있는데, 저는 현재 왼쪽 2개까지를 오픈한 상태입니다.

첫번째는 보스 도전인데, 도탑전기나 킹오파98UM의 영웅던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행동력을 먹고, 일일 플레이 횟수에 제한이 있으며, 보상으로는 아이템의 조각을 줍니다. 3별로 클리어하는 것에 대해 추가 보상도 있고 소탕도 됩니다.


두번째는 2인 코옵 모드입니다. 나루토 때와 마찬가지로, 랜덤하게 매칭된 상대와 팀을 이루어 (친구를 초대해서 수동으로 파티를 꾸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합니다. 나루토에선 스테이지를 물리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적들을 다 잡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두사람이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했는데 콘트라 리턴에선 너무 멀어진다 싶으면 3,2,1 카운트 이후에 강제로 순간이동 시켜줍니다. 협력 플레이를 위해 음성 채팅도 지원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제가 중알못이라 사용해보진 못했습니다.


뭐 그 외엔 대체로 중국 게임엔 당연히 있어야 할 요소들입니다. 일단 위를 보시면 무한의 탑이 있는데 이전 게임들의 무한의 탑 보단 또 좀 더 캐주얼합니다. KOF98UM이나 드래곤볼, 나루토의 무한의 탑은 시작시부터 체력이 계속 깎여 나가고, 스테이지 클리어 실패하는 순간 끝나는 형식이라 집중도도 높고 피로감도 큽니다. 콘트라 리턴의 무한의 탑은 매 판 체력과 쿨타임이 리셋되고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하더라도 바로 도전이 끝나지 않고 해당 스테이지를 계속 재도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도전 종료를 직접 선언하기 전까진 계속해서 캐릭터 / 무기도 바꿔보면서 시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멈추겠다고 선언하면 1층부터 마지막 클리어 한 층 까지의 보상을 몰아받는 구성이죠. 클리어 실패하더라도 캐릭터 / 무기를 바꿔 가면서 계속해서 트라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골드나 경험치를 주는 일간 보너스 스테이지 등이 있습니다. 레벨이 오르면 상위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고, SSS 급으로 클리어하면 소탕도 가능합니다. 뭐 아주 기본적인 컨텐츠죠. 골드 스테이지의 경우 날아오는 드럼통이나 적을 쏘면 골드가 마구 쏟아지는데 이 때 타격감과 골드가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아주 찰집니다.


한편 요일 던전과 같은 스테이지도 존재하는데요, 요일별로 컨텐츠를 쪼개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보통 요일 던전이라고 하면 컨텐츠를 두고 보상을 달리가져가는데 (월요일은 불의 정수, 화요일은 물의 정수...) 콘트라 리턴의 요일 던전은 요일마다 보상은 같은데 사용하는 무기 유형이 달라집니다. 위 스크린샷 보시면 수요일은 로켓 런처의 스테이지입니다.

게임을 종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선 새로 수집할 캐릭터를 추가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횡적으로 확장하는 편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용하기에 유리합니다. 세븐나이츠나 확밀아, 그랑블루 판타지 등과 같이 복수 캐릭터를 운용하는 게임들은 속성이라거나 캐릭터들 간의 스킬 조합과 같은 다양한 장치들로 사용자에게 여러 캐릭터들을 보유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나루토나 콘트라 리턴 같이 캐릭터 1개로 플레이하는 게임들은 일단 충분히 강하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 1개를 확보하고 나면 다른 캐릭터로 갈아탈 동기를 부여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콘트라 리턴과 같은 슈터들은 무기가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무기를 확보하고 운용할 동기가 더더욱 부족하지요.

콘트라 리턴은 이를 일일 던전과 무기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회피합니다. 일주일 내내 보상을 최대한으로 획득하기 위해선 각 요일에 대응하는 무기들을 최소 1개씩은 가져야 하고, 그것도 가능한 성능이 좋은 것들로 확보해야 하는 거지요.



3. 대결의 재미와 성장의 재미를 각기 강조하는 PVP 모드

지난번 나루토 때와 추구하는 핵심 재미에 따라 PVP를 쪼개놓은 것을 극찬한 적이 있습니다. 실시간 동기식 PVP는 항상 비등비등한 상대를 매칭시켜서 대결 자체의 재미를 강조하고, 이런 실시간 대결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유저들에겐 만만하게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지목해서 스탯빨로 찍어누르는 비동기식 PVP를 제공하는 구조였죠. 액션성이 없던 드래곤볼은 비동기PVP만을 제공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나루토와 같은 방식으로 동기식 PVP(좌상단의 경기竞技)와 비동기식 PVP(좌하단의 뢰태擂台)를 제공합니다.


일단 비동기PVP는 그닥 흥미롭지 않습니다. 추천해주는 상대 중 만만한 상대 지목하고 전투는 완전 오토이고. 뭐 딱히 특출난 구석은 없어요. 특히 이게 정말 단순한 구조의 맵에서 1:1로 총싸움을 하는데 AI 모드다 보니 사실 가만히 서서 서로 총알만 주고 받아 보는 재미 조차도 없습니다. 나루토의 적분새는 여러 캐릭터가 서로 스킬쓰는 걸 지켜보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말이죠. 비겁한 콘빨 승부보다 정정 당당한 스탯(돈과 시간) 승부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딱히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기식 PVP 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동기식 PVP에는 현재까지 제가 찾은 것만 3가지의 모드가 존재합니다. 1:1 결투는 비동기 PVP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맵이 단순하고 변수가 적어서 큰 재미가 없지만 나머지 2개모드가 재미있어요. 일단 위 스크린샷의 '영웅전장' 부터 보시죠. 각 플레이어가 자기가 가진 캐릭터 3명씩을 데리고 들어가는 모드입니다. KOF 처럼 순서를 정해서 첫번째 캐릭터가 죽으면 두번째를 불러오고, 이렇게 해서 상대 팀을 모두 전멸시키면 이기는 모드입니다. 일단 여기서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들어가고, 또 캐릭터가 바뀌면서 게임 플레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영웅전장은 단순한 태그 매치가 아니라, 양 선수 모두를 공격하는 중립 성향의 NPC와 각종 버프 아이템이 깔려있는 전장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엔 LOL의 바론 처럼 잡기 힘들지만 잡고 나면 아주 쎈 버프를 주는 대형 NPC도 있구요. 군데 군데 발판 등으로 가로막혀있는 맵을 누비면서 버프를 먹고 NPC를 잡고 상대를 사냥하는 등 단순 1:1 매치보다 다양한 상황과 전략성이 있는 상큼한 PVP 모드입니다. 콘트라로 꾸민 1:1의 미니 AOS랄까요. (Timi는 구룡전에도 PVP에 AOS를 접목한 전례가 있지요. 아니 그 전에 이미 왕자영요를 만든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만)


한편 1:1 외에 3:3 단체전도 준비되어있는데, 이 단체전은 점령전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FPS의 King Of The Hill 모드가 되겠네요. 화면 가운데에 점령 지점이 있고 이 지점을 점유하고 있는 팀은 계속해서 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로딩화면에서 보시는 것 처럼 양쪽 끝의 각 팀 스폰 지점에서 점령 지점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다양하고, 또 중간 중간 아이템이나 슈퍼 점프 등이 있어서 다채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일은 잘 없고 대부분은 가운데서 개떼로 몰려 한타치다 죽는 군요..  이전에 본 적도 없고 다시 볼 일도 없는 생면부지들에게 팀플 하라고 하면 개판된다는 건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뭐 그래도 합 잘 맞으면 정말 제작사가 의도한 대로 재미납니다.

나루토도 탁월한 타격감과 '회피'를 사용한 전략성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동기식 PVP를 제공하긴 했습니다만, 콘트라는 사격을 소재로 꽤 재미있는 동기식 PVP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왕자영요,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등을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가 결집되어있다고 할까요.

아참, 앞서 공정한 동기식 PVP와 스탯빨의 비동기식 PVP라고 했지만, 사실 이런 동기식 PVP가 스탯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함' 이라는 것이 스탯을 무시하거나 강제로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성적에 맞춰 비슷한 상대를 골라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이겨서 위로 올라가려면 스탯은 기본으로 깔아야 하거든요.


4. 수집하고 성장하는 재미

기본 게임 메카닉을 설명했으니 이번엔 이를 둘러싸고 있는 메타 게임 구조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기본적으로 콘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성장축은 캐릭터와 무기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이나 콘트라의 다른 속편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있고 그 외에 콘트라 리턴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다수 있습니다. 현재의 총 수량은 10종으로 보이네요. 무기 또한 돌격소총, 로켓 런처, 화염방사기 등 5개 유형으로 총 39종으로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이들 캐릭터와 무기를 모으고 육성하는 것이 기본적인 성장 요소입니다.


다만 이 캐릭터와 무기엔 약간의 대륙적 센스가 강하게 들어가있는데요.. 오리지널 캐릭터 외에 여캐 등 다른 캐릭터들이 추가되는 건 뭐 예상했습니다만, 위와 같이 곰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무기들의 디자인을 봐도 뭔가 실존하는 총기의 이름을 따고 있고 디자인 적으로도 실제 총기의 흔적이 남아있긴 한데 뭔가 알 수 없는 SF 센스로 마개조 된 모양입니다. 인간형 추가캐도 그렇고 무기도 그렇고 딱 크로스파이어,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역전 등에서 보던 중국식 스타일이에요. 일본이 IP가 발전한 만큼 IP 홀더가 주는 제약이 꽤 빡빡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나미가 참 용케 이런 변형을 허가했다 싶습니다. (사실 그 바닥도 돈을 왕창 많이 주면 마음대로 할 수 있기는 하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는 생존력, 이동속도, 내구성 등 6가지 항목에 대한 속성치로 느린 탱거라거나, 체력은 약하지만 재빠른 딜러와 같은 성격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캐릭터마다 2개씩 배치된 액티브 스킬이 함께 엮여서 캐릭터에 따라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합니다. 물론 소총으론 원거리에선 콕콕 찍어 쏘고 화염 방사기 들면 가까이 달려드는 것 처럼 무기를 바꾸는 것으로 또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죠.


계정 레벨 오를 때 골드 써서 스킬 레벨 올리고, 조각 모아서 성급 올리는 건 뭐 기본적인 사항입니다만, 스킬과 무기가 또 엮여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캐릭터 별로 특정 무기만 장착할 수 있다거나, 특정 무기를 장착할 수 없다는 당의 강력한 제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특정 캐릭터와 특정 무기를 같이 갖고 있으면 보너스를 주는 개념은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왼쪽 하단에 3개의 아이콘이 보일텐데요, 이는 패시브 스킬들로 특정 총기를 보유하면 언락됩니다. 지금은 AKX돌격소총이 있기 때문에 가장 좌측의 패시브 스킬을 획득한 겁니다. 이 캐릭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선 다른 무기 2개도 확보해야 하는 거지요. (보유만 하고 있으면 장착하지 않아도 효과를 받습니다.) 말이 패시브 스킬이지 실제로는 3발 쏘던 유탄발사가 5발 나가는 식으로 스킬 자체를 대폭 파워업 해주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언락 해야 합니다.


총기의 성장은 기본 도탑전기류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플레이가 아닌, 경험치 아이템을 먹여서 레벨을 올리는 정통(精通), 모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을 모아서 성장하는 진계(进阶),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 승성(升星) 성장축, 그리고 레벨 오를 때 골드로 올리는 개조(改造)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당연히 진계에서 부족한 아이템을 탭 하면 해당 템이 드랍되는 스테이지로 바로 보내주고, 10회 소탕만 누르면 갯수가 채워질 때 까지만 돌고 멈춰줍니다.


다만 여타 도탑전기류와 다른 점은 영웅이든 무기든 기본적으로 태생 등급이 완전히 구분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드래곤볼이든 KOF98UM이든 도탑전기든, 기본적으로 색상으로 표현되는 등급(녹색 -> 녹색+1 -> 녹색+2 -> 청색)과 별의 갯수로 표시되는 성급(1성, 2성..)이 완전히 열려있는 형식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더 귀하고 강한 캐릭터가 있을 순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성급과 등급 모두 성장시킬 수 있고, 성급과 등급이 동일하다면 종합 성능도 유사하다는 구조였죠. 

하지만 콘트라는 진계나 성급과는 별개로 S부터 D까지 등급을 나눠놓았습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죠. 하위 등급도 성장시키면 강해지지만, 높은 등급은 성장 안시켜도 강하고 성장 시키면 더더욱 강해집니다. 등급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진계는 등급이 아닌 0부터 시작하는 진계 레벨로 표현됩니다.

사실 기존의 도탑전기류 처럼 모두가 공평한 형식 보다는 SSR과 R과 같이 당첨과 꽝이 완벽하게 구분되는 형식이 가차를 팔기에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강한 IP에 기반한 게임들은 전체 캐릭터의 수가 한정됩니다. 드래곤볼 폭렬격전처럼 빨간 손오공 파란 손오공 놀이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런 식으로 당첨과 꽝을 나누기엔 캐릭터의 수가 부족한 거죠. 그래서 그동안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수집보다는 조각모음이라는 형태를 띈 한계돌파를 계속 쌓아 올라가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런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들은 나중에 신 캐릭터를 추가할 경우, 획득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기존 캐릭터 만큼 육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폭증해서 매출원으로 던진 신캐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반면 콘트라는 일단 영웅 / 무기에서 IP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숫자를 계속 늘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강한 영웅/무기와 약한 영웅/무기를 쪼갤 여력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나루토의 소환수와 완벽히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슈퍼무기가 있습니다. 횟수가 제한된 특정 컨텐츠를 플레이하면 얻는 점수와 골드를 태워서 레벨을 올리는데 1 레벨은 또 4등분 되어있고 1/4 올릴 때 마다 레벨이 오릅니다. 하나를 끝까지 키우면 다음 무기가 순차적으로 열리고, 처음엔 1마리만 데려가다가 점점 더 많이 데려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콘트라 리턴의 메타게임 구조는 텐센트가 KOF98UM부터 나루토, 드래곤볼을 거치면서 발전시켜온 모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성장축을 동시에 운용해서 지속적으로 성장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되, 각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 공급엔 제한을 걸어서 최종적으로는 가차를 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 성장축을 영웅과 무기 양쪽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이 다른데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자니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고 무기를 중심으로 하자니 유저가 느끼는 매력이 낮다는 점에서 양자를 동시에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5. 유료화 모델

뭐 메타가 유지되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기본 수익 모델 역시 기존의 텐센트 표 도탑전기 게임을 아주 충실하게 다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콘트라 리턴에서 아주 눈에 띄는 유료화 모델은 찾기 힘드네요. 뭐 굳이 찾자면 자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테두리도 팔고 있더라는 것과 (위 스샷의 파란 테두리는 가차 1개 살 때 마다 1일씩 연장됩니다... 666 붙은 황금 테두리는 '지존' 이라고 해서 얼마 이상 쓰면 쓸 수 있는 물건이구요) 길드 미션 중에 젬 쓰기가 있다는 정도일까요. (매일 그 길드에 속한 사용자가 사용한 젬의 총량이 일정 기준이 되면 보상을 줍니다.)


다만 가차 장사의 경우 젬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젬으로 총알을 사서 총알로 가차를 돌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가두 농구 역시 유상젬과 무상젬을 완전히 구분했는데요(가차는 무상젬으로 구입. 유상젬은 무상젬으로 전환 가능). 최근에 중국쪽에서 가차 관련 규제가 들어오면서 젬으로 바로 구매하지 않고 한 단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가두농구는 기본 상품 구성 자체가 유상젬 / 무상젬 용으로 엄격하게 구분짓기도 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IP 기반 게임은 가차 연출 보는 것도 재미인데, 콘트라 리턴은 바로 위 화면이 가차 개봉 연출입니다. 저 상황에서 빌이 총을 쏘면 총알이 상자를 까부수고 아이템이 드랍됩니다.


최근 규제가 생겨서 중국에선 소환권 확률도 공지해야한다고 들었는데, 위 스샷처럼 확률까진 안나오고 나올 수 있는 항목들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캐릭터 조각을 주목하셔야 하는데요. 도탑전기류에선 유료 가차 10개를 돌리면 캐릭터(이미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일 경우엔 조각 20여개)를 보장해줬는데, 콘트라 리턴에선 무기를 보장해줍니다. 그런데 캐릭터 조각은 무기가 아닌 도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가차 돌려서 무기 조각 얻기는 쉬운데 캐릭터 조각 모으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죠. 아마도 캐릭터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본적으로 젬을 판매하되, 각 젬 상품별로 처음 구매할 땐 보너스를 강하게 걸어서 일단 첫 지불을 유도하고, 항목별로 하나씩을 다 사게 만드는 테크닉은 뭐 표준이니 당연히 들어가있구요. VIP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두 농구 때엔 특이하게 사용한 젬 수량으로 VIP 메기는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다시 보편적인 방식인 충전에 사용한 현금 액수 기준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두농구의 VIP가 별로 반응이 안좋았나 봅니다.


한달간 일정량의 젬과 아이템, 행동력을 공급해주는 월카도 당연히 탑재되어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런 월카를 현금으로 직접 판매하는 반면, 텐센트는 현찰로 얼마 이상을 쓰면 자격을 부여해주는 형식을 꾸준히 취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직접 구입하는 것 보다는 돈을 쓰고 싶은 곳에 쓰고 덤으로 챙겨받는 쪽이 더 끌리겠지요.


한국도 많은 게임들이 이런 월카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중국 게임들의 월카들 만큼 매력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월카라는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이 갖고 있는 '돈 쓰는 재미' 자체에 관한 문제입니다. 콘트라 리턴을 포함해서, 중국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가차 외에도 젬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은 대체로 가격은 낮고, 효과는 푸짐하죠.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은 2인 코옵을 마치면 나오는 보상 화면인데요, 8개의 보상 중 2개 까지는 무료이고 더 받고 싶으면 젬을 내게 합니다. 코옵은 하루에 3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 1개를 젬 내고 추가 수령하는 건 꽤 의미가 커요. 그런데 이 추가 보상은 10젬부터 시작하지요. 160원 푼돈입니다. 그 외에 비동기 PVP에서 쿨타임을 줄이는데 10젬, 상대 목록을 갱신하는데 5젬 등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주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10가차 3만원씩 쏟아붓지 않더라도 월카에서 매일 주는 100젬, 200젬 정도만 있어도 한달 내내 아주 재미있고 풍요롭게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일단 이렇게 소량이나마 젬을 쓰면서 플레이하는 버릇을 들이면 게임을 지우면 지웠지 플레이하는 이상은 무조건 월 3만원은 갖다 바치게 됩니다.

반면 제가 느끼기엔 한국 게임들은 가차 이외엔 이렇게 소량 젬 서비스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돈쓰는 재미를 느낄만큼 강력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이해는 갑니다. 돈쓰는 재미라는 건 결국 가성비가 좋다는 건데, 가성비가 좋으면 반대로 유저가 돈을 덜 쓴다는 거니까요. 중국 게임은 이런 서비스들에 구매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누진제를 걸어서 젬을 쓸수록 가성비를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가차로 유도합니다만, 누진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KOF98UM이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 누진제를 싫어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뭐 이 바닥이 원체 보수적이잖습니까.

뭐 어쨌든, 제가 지금 100위안(1.6만원) 채워서 딱 VIP4레벨까지 왔는데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단돈 6위안(1천원)으로 VIP 1레벨 보상으로 A급인 AKX 총 한자루 얻은 것 부터 시작해서 4레벨까지 오는 동안 얻은 조각으로 3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월카 활성화 되었고, 게임 중 보상으로 받은 젬에 첫 구매 더블 젬 합쳐서 돌린 가차에선 S급 총도 한자루 더 얻었지요. 쓰레기 총도 몇 더 얻었는데 이게 또 처음 얻으면 도감에 올라가고 보상이 떨어지구요 (이건 데스티니6에도 있어서 좋아했던 요소입니다만)  그리고 아까 무한의 탑 같은 경우도 VIP 레벨이 올라가니 자동 소탕으로 데려다주는 층 수가 늘어났어요. 16만원도 아니고 딱 1.6만원 썼는데 아주 대접 잘 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계정에 위안화가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더 질렀을 텐데 못질러서 좀 아쉽네요.



6. 3박자를 고루 갖춘 갓게임


사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의 IP를 가져다가 플랫폼을 옮겨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는게 말로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실제로 해보면 진짜 X같습니다.(경험담입니다.) 게임의 형식 및 내용과 플랫폼은 서로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어서 플랫폼을 바꾸는 순간 원래 성공한 게임들의 장점들이 잘 살아나지 않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딜 손보려고 하면 또 화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래의 IP홀더부터 시작해서, 해당 IP의 팬들 (이 팬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나의 XX는 그렇지 않다거나 당신이 손보려는 바로 그 부분이 그 게임의 핵심 재미라고 외치는 원리주의자들이며, 반드시 개발팀 내에 1명 이상 분포하고 있음.), 손 볼 필요 없이 내기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엉뚱한 일을 벌이냐는 경영진까지 말이죠. 고칠 곳 안고칠 곳 파악하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콘트라 리턴은 정말 플랫폼 전환의 모범사례입니다. 남겨야 할 핵심 재미와 플랫폼 특성상 버려야 할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내서 정말 모바일에서 재미있는 콘트라를 만들어냈어요. 그리고 여기에 몇년간 발전시켜온 성장 구조와 BM을 콘트라에 맞춰 소폭 변형해 성공적으로 이식해냈죠. 그래서 매 판 매 판 플레이 하는 재미가 있고, 계속 플레이 하면서 성장하는 재미가 있으며, 돈을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세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면, 갓 게임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보다 훨씬 훠어얼씬 잘 만들었고 재미난 게임입니다. 꼭 한번 해보시길 권해요. 중국어 몰라도 빨간점만 따라 누르면 되는 거 다 아시잖아요.



by 고금아 2017. 6. 28. 06:11


0. 가두농구

얼마전에 텐센트 신작 게임이 사전 예약자만 무려 600만명을 모집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최근 넷이즈 음양사의 성공으로, MMORPG 뿐만 아니라 RPG에서도 밀려난 텐센트가 아주 제대로 칼을 갈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RPG가 아니더군요. 농구 게임이었습니다. 이름하여 가두농구(街头篮球)! iOS에선 Featured를 받고 20위에 랭크되어있습니다.


홈페이지 방문하니 낯익은 음악이 흐릅니다. 네 2000년대 초반 인기 있었던 스트릿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을 모바일로 옮긴 게임입니다. 뭐 사실 타이틀 화면의 그림풍과 FreeStyle 문구만 봐도 알 수 있지만요. JOYCITY는 IP만 제공하고 제작은 중국 아워팜에서 했다는군요. MMORPG가 차트 상위권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이 시점에서, 텐센트가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 게임이라는 점이 참 의아하긴 합니다만, 뭐 원래 판을 흔드려면 모험을 해야하는 법이겠죠. 일단 게임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아참, iOS 다운 경로는 여기(중국 앱스토어 계정이 필요합니다.)AOS 다운 경로는 여기 입니다.



1. 말 그대로 프리스타일 모바일

대략 1~2시간 정도 플레이 해보았는데요. 게임은 뭐 그냥 모바일 버전의 프리스타일입니다. 좌측 하단의 가상패드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우하단에 버튼으로 액션을 사용합니다. 위 스샷은 공수 교대 중이라 아이콘이 안나옵니다만 슛(수비시엔 블락), 패스(수비시엔 가로채기), 돌파(수비시엔 가로막기) 버튼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실시간 3:3 멀티 플레이가 게임의 주가 됩니다.


싱글플레이 모드도 2가지가 있는데요, 훈련장은 말 그대로 그냥 AI 상대로 연습하는 모드이고, 커리어 모드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싱글플레이 모드에 해당합니다.


낯익은 지도 + 3별 + 누적 별 보상이 나와서 이것도 나루토 / 드래곤볼 처럼 막 파밍하고 그런 게임인가 잠깐 의심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클리어할 이유는 없는 구성입니다. 각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때, 그리고 각 지역의 별을 일정량 이상 채울 때 주는 보상은 있지만 딱히 반복해서 어떤 아이템이 드랍된다거나 하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당연히 소탕 같은 것도 없지요.


커리어 모드는 기본적으로 '튜토리얼을 겸한 미니게임'의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볼을 계속 쏴 올리면서 봇과 리바운드 경쟁하기, 봇과의 1:1을 만들어놓고 제한 시간 내에 n번 블록하기 등의 미니 게임 형식으로 게임의 조작을 알려줍니다. 일단 여러 스테이지가 있고, 게임 형식을 띄고 있는 데다 점수를 2배로 주는 녹색 공 등과 같은 요소가 있어 튜토리얼인데도 도전적이고 잼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니 게임은 금방 지나가고 결국은 봇과의 3:3 매치가 이어집니다.


봇과의 3:3 매치는 그냥 말 그대로 봇전일 뿐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스테이지별로 상대 팀의 구성은 정해져있고,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캐릭터 중 3명을 조합해서 경기에 임합니다. 4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별 2개를, 8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별 3개를 줍니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아군도 적군도 봇 AI가 떨어져서 특별히 재미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팀 메이트가 동료가 못해서 / 공을 안줘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게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3:3 실시간 PVP입니다. 커리어 모드에서의 봇전도 결국은 PVP의 보완재 내지는 대체제라고 볼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PVP는 일반 모드와 랭킹전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쉽게 말하자면 빠대, 후자는 경쟁전에 해당하겠네요.


그 외에도 능력치 보너스를 주는 의상이라거나, 액티브 스킬을 장착한다거나, 능력치 성장시키는 등 프리스타일에 있던 것은 다 있습니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봇전을 추가한 프리스타일의 모바일 버전입니다. 제가 프리스타일을 아주 초반에 하다 그만둬서 그 뒤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유의 끈적거리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미끄러워 불쾌한(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조작감까지 정말 프리스타일 그대로에요. PC버전 프리스타일과 달리 언제든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조작계가 부정확하고, 네트워크가 더 불안정 상태에서 손발 안맞는 사람들과 게임 뛰고 있으니 내가 이러려고 폰으로 게임하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습니다. 게임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었습니다만 수익구조 쪽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보이더군요.


2. 유료 젬과 무료 젬의 명확한 구분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폐가 3단계로 분리되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크린샷을 보시면 좌측은 골드, 가운데는 '젬' 입니다. 그런데 타 게임과 달리 화폐가 하나 더 추가되어있습니다. 바로 저 C가 유료로 구입하는 화폐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봐온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유료 젬과 무료 젬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주고 사는 젬도 젬이고, 게임 중 보상으로 받는 젬도 젬이었죠. 함께 쌓이고 함께 소모되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두농구에선 이 둘이 구분됩니다. 젬은 (주로 1회성이지만) 게임 중 보상으로 지급될 수 있지만, 유료젬은 반드시 현찰을 내고 구매해야만 합니다. 또한 유료젬으로는 무료젬이나 골드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무료젬으로 다른 화폐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골드 또한 마찬가지구요.


결정적으로 이 둘은 사용처가 완전히 구분됩니다. 무료젬은 주로 가차를 돌리는데 사용됩니다. 위쪽 스샷을 보시면 1가차에 400 무료젬, 5연가차에 1888 무료젬이죠. 상점에서 유료젬을 무료젬으로 바꿔서 다시 무료젬으로 구매할 수는 있지만 유료젬으로 가차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그리고 가차에선 '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룬은 정해진 능력치를 (아이콘이 어떤 능력치를 올려주는지 나타냅니다.) 정해진 만큼(아래 박힌 로마 숫자가 스탯 강도를 나타냅니다. 그냥 4성, 5성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올려주고, 룬을 박을 수 있는 소켓은 레벨 성장에 의해 개방됩니다. (물론 돈 내고 뚫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에서 가차로 판매하는 캐릭터는 유료젬으로 판매됩니다. 그것도 가차가 아닌 확정 상품으루요. 일부 캐릭터는 골드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만, 비용이 꽤나 비싸서 무과금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 명목상의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 실제로 골드로 구매하기는 힘듭니다. 다른 유료젬 상품들도 모두 확정 상품인데, 앞서 언급한 골드, 무료젬 등의 화폐 외에 , 확성기나 닉네임 변경권, 경험치 증가권 등과 같은 소비재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바타 의상 또한 가차가 아닌 확정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두 화폐가 같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같은 아이템을 무료젬으로 살 지 유료젬으로 살 지 고르는 형식이 아니라, 무료젬을로만 판매하는 아이템과 유료젬으로만 판매하는 아이템이 완전히 구분되어있습니다.


3. 타 게임에서 젬을 구분하는 사례


유/무상젬을 이렇게 구분하는 경우는 이번에 일본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흔히 봤는데요,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유상으로 구입한 통화와 무상으로 획득한 통화를 구분해서 기록해야하는 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용되지 않은 유상젬 가액의 일정 비율을 공탁해야하는 의무도 있구요. 그래서 가급적 유상젬을 빨리 털어버리기 위해 - 그리고 유상젬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 유상젬 전용 상품을 내기도 합니다. 위 스크린샷의 데레스테가 그 예일텐데요, 1가차 250젬 10연가차 2500젬인데 그 위에 1일 1회 한정 1가차 유상 60젬 상품이 있습니다. 1가차 10가차 상품 구매엔 유상젬/무상젬이 섞여서 들어가지만, 저 60젬 상품은 오직 유상젬만을 소모하도록 되어있지요. 유상젬을 소진시키고 매일 매일 재접속을 유도하는 전략상품입니다.

또한 세븐 나이츠나 HIT와 같은 한국 게임들도 젬 외에 유상 결제 시에만 추가로 지급하는 마일리지 화폐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메타 게임 구조상 가차의 매력이떨어져 가차 구매를 위한 젬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게임상 필요하지만 사실상 획득이 불가능한 재화를 이 마일리지 화폐로만 구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이 마일리지를 미끼로 원치 않는 젬을 강매하면서도 젬의 양으로 매력적인 덤이 붙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한 것 처럼 느껴지게 하지요.

가두농구의 유료젬 무료젬은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모델과는 상이합니다. 일본처럼 (적어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법적으로 구분지을 의무도 없고, 유상젬만 표적으로 태우기 위해 구분한 것 치고는 유상젬 -> 무상젬 변환 과정이 지나치게 불편합니다. 그리고 한국 처럼 유상젬 상품이 게임적으로 아주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부분적으로는 가두농구는 무료젬으로는가차만을 구입하게 하고 확정 상품은 유료젬으로만 구입하게 함으로써 무료젬은 효과적으로 태워버리고 유료젬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게임의 틀이 다르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봅니다.


4. PVP 기반의 농구 게임의 수익 모델

데레스테건 세븐 나이츠건, 킹오파98UM이건 화영닌자건 간에 가차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PVE 기반입니다. Pay-To-Win 이라고 해도 지불한 사람만 보너스를 얻을 뿐,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가차에 몇백만원 떄려받아 투명 드래곤을 뽑은 사람은 무료 가차에서 뽑은 꼬북이로 게임 하는 사람보다 앞서가겠지만, 꼬북이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진 않습니다. 확실한 효용을 제공하되 비용을 끝없이 올려나가는 가차와 잘 맞지요.

하지만 가두농구는 PVP 게임입니다. 투명 드래곤이 꼬북이를 밟아 죽이면 꼬북이 사용자는 빈정상해 관둬버리고, 밟을 꼬북이가 줄어들수록 힘들게 뽑은 투명 드래건의 의미도 퇴색됩니다. 그래서 살 사람만 납득시키면 되는 PVE 게임과 달리 PVP게임의 Pay-To-Win 요소는 '살 만큼은 좋게, 관둘 만큼 기분 나쁘진 않게, 비용 대비 적정한' 선에서, 안 살 사람도 납득시켜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극소수의 사용자에게 고효용 고비용을 걷는 가차 보다는 확정 상품을 판매하는 쪽이 더 어울립니다. 유료젬 전용으로 판매중인 캐릭터들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외형 + 약간씩 다른 능력치와 패시브 스킬을 섞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종적 분포가 아닌, 플레이 폭을 넓히는 횡적 분포를 따르고 있구요.

물론 모바일 RPG의 PVP에선 Pay-To-Win으로 하드코어하게 경쟁합니다만, 이런 경우 PVP는 최상위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전체 게임의 성립엔 위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PVP 게임인 FPS 게임에도 가차를 접목하곤 하는데, 이 경우 가차의 1등상품이 확정가 상품보다 강하다고 해도 흔히 말하는 6성과 4성의 차이만큼 '절대로 못이기는' 수준으로 구성되지 않고, 영구재로 설정함으로써 절대 성능 효용 외에 추가 효용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룬 가차를 제외한 가두 농구의 상점은 다른 모바일 게임 보다는 기존의 PC 온라인 프리스타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있으면 도움 되지만 없다고 게임 못할 정도는 아닌 확정 가격의 상품들을 상점에 깔아놓고, 의상도 유료젬 의상과 무료젬 의상을 구분하고 있지요. 유료 젬 전용으로 팔고 있지요.

또한 가차가 중심인 게임은 어차피 가차가 흡수해주기 때문에 무료젬을 뿌린다고 해서 매출에 타격을 주진 않지만 확정 가격 중심인 게임은 무료젬이 매출을 갉아먹기 때문에 무료젬을 뿌리지 않거나, 무료젬의 용처를 제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5. 핵심 고객을 핀포인트로 공략하는 가차

이렇게 쓰고 나면 가두농구의 가차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쨌든 부분유료화의 핵심은 지불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한계 만큼 지불받는 것이고 가차는 이에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가두 농구는 이 가차를 꽤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의 가차에서 나오는 SSR, 6~7성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희소한 자원을 획득했다는 것 외에 밸런스 상에도 큰 비중을 가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최신 최강의 캐릭터를 노리지요. 가두농구의 룬은 각각 종류와 등급이 있긴 하지만 세븐나이츠, 데레스테의 캐릭터 처럼 유니크하거나 강력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종류의 룬이, 혹은 등급이 높은 룬이 여럿 모였을 때 어느정도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요.

유료 젬으로 캐릭터나 의상 등을 구매할 수 없는 무과금 사용자에게 무료젬 가차로 나오는 룬들은 캐릭터 / 의상에서 오는 차이를 어느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완충재 역할을 해줍니다. 동시에 최상위 랭킹에 위치한 고과금 사용자 사이에선 이미 캐릭터/의상으로 전력이 평준화된 상태에서수집 / 조합에 의해 변별력을 만들어주는 요소가 됩니다.

유료젬 -> 무료젬 전환이 다소 불편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 유료젬 보유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한 만큼만 변환해서 사용하기에 불편할 뿐, 대량으로 전환하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1000젬 단위로 구매한다고 해도 1000젬씩 n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위 스샷 처럼 1000 X n 젬을 일괄 구매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의 매출을 견인하는 상위 10% 10만원 단위로 지르고 1만젬 단위로 불사지르죠. 그런 패턴에선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다만 캐릭터나 무기와 같이 즉각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물건이 아닌, '룬'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가져야 해' 하고 외칠 수 있는 직관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은 단점이 되겠습니다만, 그런 상품은 이미 캐릭터와 의상이 커버해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깊게 파들어간 상위 사용자용 상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6. 소비량 기반의 VIP 시스템

가두농구에서 눈에 띄는 또하나의 요소는 VIP 시스템입니다. 중국 게임 치고 VIP가 없는 게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가두 농구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젬을 구매한 양이 아닌, 소비한 양에 기반해서 VIP 레벨을 메기거든요.

다른 게임들은 젬의 '구매' 혹은 '충전'을 조건으로 VIP 레벨을 책정합니다. '누적 100젬 충전하면 VIP 2레벨' '누적 200젬 충전하면 VIP 3레벨'과 같은 식이죠. 이는 초반에 매출을 발생시키지만 쓰지 않고 쌓아둔 잉여젬은 추후 운영에서 매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게임들은 VIP 레벨에 따라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VIP 레벨에서 스페셜 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누적 300젬을 충전해서 VIP 3레벨이 되면 4성 마이가 포함된 패키지를 280젬이 판매하는 식이죠.

가두농구는 유료젬의 '구입' 혹은 '충전'이 아닌, '소비'를 조건으로 걸고 있습니다. 100 유료젬을 사용하면 VIP2레벨, 500 유료젬을 사용하면 3레벨과 같은 식이죠. 결과적으로는 젬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VIP 레벨로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젬을 소진시킴으로써 잉여 젬을 억제하고 매출을 발생시키기 유리한 구조입니다.


7. 좀 더 지켜봐야

한두시간 정도 짧게 플레이해보고 써내려간 짧은 감상이라, 제가 놓친 부분이 꽤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일단 실시간 PVP 게임으로 굉장히 독특한 시장(과 과금구조)를 열어가고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추후 좀 더 플레이 해보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y 고금아 2017. 1. 10. 05:49

인벤에서 발표한 자료를 잘 정리해주셨네요.


강연 요약 기사 : [IGC2016] 개복치 같은 중국 유저,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김복식 기획자

강연 슬라이드와 영상이 나왔습니다. 영상에 슬라이드가 잘 나오지 않으니 둘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고해주신 인벤 및 동료 강연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by 고금아 2016. 10. 10. 01:48

요청이 있어 중국 RPG들의 가차 판매 디자인에 대해 간단히 훑어봅니다. 뭐 중국 RPG라고 해봤자 도탑전기류가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몇가지 재미있는 디자인 변천이 있습니다.


1. 일반 가차

 


우선 가차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살펴봅시다. 뭐 도탑전기와 KOF98UM을 통해 이미 익숙하실 테니 간단하게 넘어가겠습니다. 도탑전기류 가차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은 캐릭터가 되겠습니다만, 캐릭터의 획득이 보장되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등급/성급 성장을 제외한 기타 성장 컨텐츠 (속도 성장 등)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경험치 포션, 골드 등의 상품을 가장 낮은 등급의 보상으로 제공합니다.

조금 더 운이 좋다면 캐릭터의 조각을 소량 지급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최고 보상은 캐릭터가 지급되며 만일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라면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일정량 지급합니다.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 중복일 때 21개의 조각을 제공하지요. 하지만 단(單)가차 상품에서 캐릭터를 뽑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실제로는 10연가차에서 캐릭터1개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캐릭터를 확보하게 됩니다.


2. 10연가차가 아닌 단가차 10회에 대한 보장

여기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가차에서 캐릭터를 보장해주는 기준입니다. 일본이나 한국 게임에선 1가차와 10연가차 상품을 분리해서, 10연가차 상품을 구입했을 경우에만 일정 등급을 보장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스톤에이지의 경우, 유료 가차는 희귀에서 전설까지를 보장하지만, 10연가차를 사면 영웅 이상의 등급을 보장하지요.


하지만 KOF98UM이나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모바일과 같은 게임들은 1가차를 10회 개봉하면 마지막 10회 째엔 캐릭터를 보장해줍니다. 여기엔 보통 하루 혹은 이틀에 한번씩 제공되는 공짜 가차도 포함됩니다. 이 시스템 하에서 10연가차의 보장은 10연가차 상품 구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보장되는 10번째 가차를 개봉한 것에 대한 보너스입니다.

10연가차 상품에서만 캐릭터를 보장해주는 경우, 공짜 가차로는 캐릭터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과금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얻을 수 없는 단가차는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잃고, 10연가차만이 실제로 유의미한 상품이 됩니다. 그래서 젬의 양이 얼마가 되든 10연가차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0젬을 가진 것과 같은 기분이 듭니다. 게임 중 보상이나 월정액, 성장 패키지 등으로 젬을 지급해도 10연 가차를 구매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설 때 의미있는 효용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1가차 10회 개봉시 보장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면 개별 단가차 상품이 의미를 지니게 되고, 최소 지출 단위가 단가차 상품 가격으로 떨어집니다. 지급하는 젬이 의미를 갖게 되는 빈도가 10배 늘어나게 되는 셈이죠.

공짜 가차까지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10일에 한번은 캐릭터를 얻게 되는데 그렇다면 10연 가차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거기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단 어차피 성급 성장을 위해선 캐릭터의 조각을 계속 모아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10일에 한번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사용자의 실제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쨌든 10일에 한번 캐릭터 하나를 지급하기 때문에 무과금 / 저과금 유저들도 꾸준히 게임을 진행할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리고 캐릭터 보장까지 몇회 남지 않았을 경우 어차피 내일 / 모레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단가차 상품을 사는 심리도 존재합니다. 그렇게 얻은 캐릭터 / 조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땐 또 10연가차를 구매하겠죠.

하지만 아무리 보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 가차 상품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불리한 판매 형식입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차 상품의 매력을 높이거나 가차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를 보장하고자 시도합니다.


3. 가차 마일리지에 의한 최소 가치 보장


일단 가차의 최소 가치를 보장하는 방법으로는 가차 마일리지가 있습니다. 가차를 개봉할 때 마다 (구매가 아닌 이유는 무료로 개봉한 횟수도 카운트 되기 때문입니다.) 일정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해당 포인트로 확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형식입니다. 바로 위 스샷에 나온 기적난난(아이러브니키) 처럼요.

아이러브니키가 이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이 게임의 메타 게임 구조가 다른 RPG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전술한 바와 같이 가차에서 중복 캐릭터가 당첨될 경우 해당 캐릭터의 성급을 올릴 수 있는 조각을 줍니다. 그래서 많이 중복시켜야 유리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브니키의 가차에서 주는 의상들은 중복해서 쌓아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후에 3~4성 의상을 갈아야만 나오는 특수한 재료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 추가되긴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중복 당첨을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없었지요. 그래서 가차를 돌리면 꽝의 확률이 늘어나 가차의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확정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차 마일리지는 좋은 의상이 나오지 않거나, 중복으로 꽝이 되더라도 가차의 최소 가치를 보장해줌으로써 가차의 매력을 유지합니다.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 '각성석 가차'의 '조각교환'이 위에서 소개한 마일리지 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각성석 가차 또한 10회 구매시 각성석을 보장해주긴 합니다만, 실제로 이 가차에서 최고의 보상은 각성석과 함께 각성에 사용되는 엠블렘입니다. 전 캐릭터 전 장비에 통용되는 각성석과 달리 엠블렘은 특정 캐릭터 / 특정 장비로 용처가 제한됩니다. 그래서 낮은 확률을 뚫고 엠블렘을 획득한다고 해도 사용자가 이미 키우고 있는 캐릭터 용의 엠블렘이 아니라면 사실 효용은 제로가 됩니다. 그래서 조각 교환을 통해 원하는 엠블렘을 구입하는 것이 무 / 저과금 사용자에겐 기본적인 엠블렘 입수 경로가 되고 조각 1개를 보장함으로써 각성석 가차의 최소 가치가 보장됩니다.

아이러브니키의 가차나 KOF98UM, 드래곤볼의 각성석 가차의 공통점은 일반 가차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다 쓸모가 있어서 꽝은 없는 것이 중국 게임 가차의 특징인데 이들은 구조적으로 꽝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들은 마일리지를 통해 최소한의 가치를 보장합니다.


4. 결과 풀을 제한한 한정 가차에 의한 가차 가치 상승

가차 마일리지가 시쳇말로 창렬한 가차에서 최소 가치를 보장한다면, 한정가차는 보다 가치가 높은 가차를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입니다. KOF98UM의 경우 보통은 무료 가차와 유료 가차 2가지 상품을 판매합니다만 가끔 비정기적으로 강자등잔 한정가차를 판매합니다. 정해진 4종 캐릭터 혹은 그 4종 캐릭터의 조각이 100% 나오지만 가격이 더 높지요. 단가가 높고, 실제로 캐릭터가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고 해도 어쨌든 조각이 무조건 보장되고 캐릭터도 제한되기 때문에 꽤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나루토도 KOF98UM처럼 4종 캐릭터(혹은 그 조각)이 보장되고 더 비싼 한정가차 상품을 운용합니다. KOF98UM가 차이가 있다면 한정가차 상품이 상시 운영되는 대신  VIP 7레벨(누계 충전 300위안 ≒ 5만원)  이상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규 캐릭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차이도 있긴 하네요.

개인적으로 KOF98UM의 한정가차는 거의 구입하지 않은 반면 나루토의 한정가차는 나오는 족족 신캐릭을 확보할 때 까지 20번 이상씩을 꼬박꼬박 구매했습니다. 개인적 기호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전 사실 KOF는 학창시절 매일 오락실에 출퇴근할 정도로 좋아한 반면 나루토는 초반부만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문제는 메타 성장 구조의 차이에 있습니다.

KOF98UM의 경우 새로 캐릭터를 얻어도 지금 운용중인 캐릭터들 만큼 키우기 전까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등급을 올리고, 장비를 올리고 성급도 올리지 않으면 그냥 도감에 항목 하나를 채웠다는 이상의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죠. 하지만 나루토는 성급을 제외한 모든 성장 컨텐츠가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새로 얻은 캐릭터를 바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새 캐릭터는 곧 새로운 전투 패턴, 새로운 스킬 등 새로운 플레이 컨텐츠가 되지요. 한정가차라는 시스템 자체는 동일하더라도 게임의 메타 구조에 따라서 그 매력은 크게 차이날 수 있습니다.


 

 

한편 드래곤볼도 KOF98UM처럼 비상시적으로 한정 가차를 운용합니다만 4종 캐릭터 혹은 그 조각을 보장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KOF98UM이나 나루토는 무조건 정해진 캐릭터 혹은 그 캐릭터의 조각을 100% 보장합니다만, 드래곤볼은 일반 가차와 동일하게 경험치 포션이나 기타 성장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존재합니다. 아니 꽤 높습니다. 대신 캐릭터나 캐릭터 조각이 걸린다면 위 네 캐릭터 중 하나로 제한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6연을 구매하면 4종 캐릭터 중 하나를 보장하구요.

이 드래곤볼의 한정 가차는 기본적으로 단가차 상품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6연 가차만이 유효한 상품이 됩니다. 일반가차 10연보다 약간 더 저렴하고, 캐릭터가 4종으로 제한되긴 합니다만 어차피 대부분은 메인이 아닌 쩌리들이기 때문에 (손오반을 기대하고 뽑지만 결국은 차오즈 학도사 운 좋아야 피콜로지요) KOF98UM의 한정가차보다도 더욱 매력이 떨어집니다.


5. 이벤트를 통해 판매하는 유사 가차들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규 가차 상품들 외에, 이벤트를 통해 랜덤한 상품을 판매하는 유사 가차도 중국 게임에선 매우 일반적입니다. 위 두장은 룰렛형으로 구성한 예시인데 결과물을 제어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우선 왼쪽은 이전에 당첨된 결과를 배제하는 형식입니다. 돌릴 때 마다 가격이 크게 올라가지만 어쨌든 칸 수 만큼 돌리면 무조건 모든 보상을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호소력이 높습니다. 오른쪽은 그런 거 없이 몇번을 굴리든 확률이 동일합니다. 물론 각 칸의 상품이 걸릴 확률은 1/12가 아니지만, 괜히 룰렛처럼 만들어서 사람을 현혹하지요.

한편 아래쪽은 상자 형식으로 랜덤 아이템을 판매하는 이벤트인데요, 왼쪽은 단일 상품 오른쪽은 가격대 별로 상품을 구분한 경우입니다.

이렇게 이벤트를 통한 유사 가차 상품은 기존의 가차 상품과 다른 가격대를 공략할 수 있고, 기간 한정을 통해 희소성에 대한 구매 의사를 자극하기 수월하며, 기존 가차 상품보다 유리해서 매력이 높은 상품을 팔되 구매 횟수 제한이라는 안전장치를 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국 차트를 보고 있으면 드래곤볼이나 나루토 처럼 한때 10위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30위권 언저리에 처져있는 게임들이 갑자기 10위권 안으로 며칠간 재진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보통 이런 가차 유사 상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6. 이벤트를 통한 추가 프로모션

유사 가차 외에 이벤트를 통해 일반 가차를 프로모션 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가차 구매 횟수를 미션으로 거는 이벤트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이는 이미 여러 게임에서 보셨을테니 패스하고 이벤트에서 가차를 직접 판매하는 경우를 한번 보시죠. 위 스크린샷은 에반게리온입니다. 4성 신지가 포함된 한정 가차 이벤트입니다.


포장엔 4성 신지가 큼지막히 그려져있어 신지가 많이 나온다거나, 이 가차에서만 신지가 나올 것 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 결과물에서 차이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대신 이 한정가차를 구입하면 스페셜 포인트를 얻고, 포인트의 누적과 랭킹에 따라 보상을 받습니다. 위쪽 스샷은 누적 점수 보상인데, 초입 단계는 3성 에바 조각 선택권을 무더기로 퍼주고 점수가 높아지만 4성 캐릭터 조각 혹은 4성 캐릭터 본체를 줍니다. 아래쪽 스크린샷은 누적 포인트 랭킹 보상인데 1등하면 4성 신지 1개, 2등하면 3성 6호기와 무료젬 500개 등을 줍니다.  같은 가격에 일반 가차 상품도 판매중입니다만, 일반 가차 상품은 아무리 사도 포인트를 얻을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이벤트 한정 가차는 가차 구매 횟수에 관한 일퀘에도 적용 됩니다.

에반게리온이 운영하고 있는 이벤트 한정 가차는 사실 가차 상품 구매에 관한 이벤트 미션을 추가하는 것과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하지만 보다 크고 화려하게 상품을 홍보하고, 상품 구매와 포인트에 대한 보상이 한 화면에 동시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보다 호소력이 높습니다.


7. 랜덤 풀 가차


 

사실 시스템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드래곤볼의 각성석 가차였습니다.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12개에 그 중 1개는 각성 엠블럼이 나온다는 기본 규칙 위에서 랜덤하게 이 결과물의 풀이 바뀌는 시스템이었죠. 실제 확률보다 당첨 확률이 훨씬 높아 보이는데서 확률에 약한 인간 심리의 약점을 공략하고, 필요한 아이템이 나올 때 까지 계속 풀을 갱신하게 만들면서 갱신료를 뜯어내며, 필요한 아이템이 풀에 올라오면 이젠 그 아이템을 얻을 때 까지 계속해서 가차를 뽑게 만드는 아주 무시무시한 시스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의 1.4.1 항목을 참고해주세요.


8. 정리

이제까지 중국 게임들의 가차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기본 가차는 일반적으로 캐릭터가 아닌 자원들을 배출하고 캐릭터는 10연가차에서 보장됩니다. 하지만 단가차 10회에도 캐릭터를 보장함으로써 단가차 상품을 게임의 기본 가치 기준으로 삼으며 무/저과금 유저들의 리텐션과 결제를 유도합니다.

한편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은 꽝이 없는 가차를 지향합니다만, 구조적으로 꽝이 존재하게 되는 경우엔 가차 마일리지로 확정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뚫어 가차의 최소가치를 보장해줍니다.

중/고과금 유저들에겐 결과물의 종류를 좁혀서 확률을 높이고 더 비싸게파는 한정가차가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정가차의 호소력은 가차 구성 자체 뿐만 아니라 전체 메타 게임 구조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 외 이벤트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매출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일반 가차와는 다른 형식 / 구성의 랜덤 상품을 이벤트로 파는 경우 가격이나 구매 횟수 제한 등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사용자의 지갑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혹은 기본 가차 구매에 대한 미션을 걸거나 추가 보상을 주는 이벤트를 걸어 가차 판매를 높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사악하고 강력한 물건은 드래곤볼의 각성석 가차였습니다.


9. 부록 - 할인권을 이용한 충동구매 조장

 

 

엄밀히 따지자면 가차는 아닙니다만, 너무나 사악한 매출 유도책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할인권 이벤트입니다. 일단 처음 이벤트에 진입하면 하단에 상품과 가격이 나옵니다. 계왕신 조각 20개 1600젬, 우마왕 조각 20개에 1000젬 등으로 가격이 정해져있습니다. 이제 막 새로 등장한 캐릭터이고 가차에서 뽑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각 20개를 고정가로 구매하는 것이 나쁘지 않긴 한데 그래도 역시 1600젬(160RMB ≒ 2.7만원)은 부담스럽죠. 캐릭 하나도 아니고 조각 20개인데요.

하지만 위쪽에 크고 아름다운 버튼이 있습니다. '할인권 발급' 이죠. 눌렀더니 40% 할인 쿠폰이 생깁니다. (중국은 할인율을 표시하는 방식이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얼마를 깎아주는지를 중심으로 표시하지만 중국은 할인받은 후의 가격을 중심으로 표시하지요. 6折 이라고 하면 정가의 60%에 판다는 뜻이니 40% 할인입니다.) 그리고 뾰로롱 하고 가격표가 바뀝니다. 1600젬이 960젬이 되었죠. 어디선가 '어머 이건 질러야해!'라고 외치는 것 같지요.

일단 상품을 한번 구매하고 나면 할인권은 사라지고, 가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사실 스샷 상에는 상품이 2개 밖에 안나왔지만 실제로는 상품이 더 많습니다. 손오공 조각도 트랭크스 조각도 아래에 있지요. 할인권 쿠폰을 다시 발급 받습니다. 지릅니다. 혹은 새로 발급받은 할인권의 할인율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할인율은 랜덤이고, 할인율이 높은 할인권부터 차례대로 사용됩니다.) 할인권을 한두번 더 뽑으니 이제 슬슬 할인권 발급에도 돈을 받기 시작합니다. 더 뽑을수록 할인권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이미 할인권 뽑는데 돈을 썼기 때문에 뽑은 할인권은 다 써야겠습니다. 상품을 안사면 할인권 발급에 쓴 돈은 그냥 버리는 거니까요. 결국 할인권 만큼 상품을 사게 됩니다.

할인에 의한 충동구매와 랜덤성, 매몰비용의 함정 등 인간이 가진 약점을 아주 두루두루 공략하는 아주 사악하고 훌륭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습니다.




by 고금아 2016. 10. 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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