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두


최근 성장 구조가 흥미로운 게임들이 제법 있어, 포스트를 씁니다. 일전에 에반게리온 모바일 소개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밤새 IGC 발표자료를 쓴 뒤 비몽사몽간에 쓴 것이라 성장 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찜찜한 것도 있었구요.


대상이 되는 주요 게임들의 홈페이지와 다운로드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

홈페이지

iOS 경로

안드로이드 경로

 드래곤볼 용주격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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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투사 성시 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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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민투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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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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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볼 용주격투 (와 KOF98UM의 비교)


오늘 살펴볼 게임들은 모두 도탑전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중국의 iOS 앱스토어 차트에서 1~20위 정도 순위권에 드는 RPG 게임들은 대부분 IP를 활용하여, 도탑전기를 변용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도 10위권 내의 거의 대부분을 MMORPG가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도탑전기 류 게임들 중 가장 오소독스한 형태를 띄고 있는 드래곤볼을 먼저 살펴본 뒤에 다른 게임들의 변용 요소를 살펴보는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중국 게임들의 성장 컨텐츠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주요 시스템을 중심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한국에선 KOF98UM을 도탑전기의 최신 버전으로 벤치마킹하고 계십니다만, 실제로 KOF98UM은 이미 출시한지 1년이 넘은 게임이고, 지난 3월 출시된 드래곤볼은 그보다 성장 빈도와  자원 소비 유도, 편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훨씬 발전된 형태를 보입니다.



1-1. 기본이 되는 레벨 성장과 스킬 포인트 제약을 없앤 스킬 성장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장 컨텐츠는 레벨과 등급, 성급이 될 것입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실테니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레벨은 말 그대로 캐릭터가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는 과정입니다. 스테이지를 플레이함으로써 EXP를 얻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쌓는 경험치 보다는 일일던전과 각종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포션을 사용해서 얻는 경험치가 훨씬 더 크죠. 캐릭터의 레벨은 플레이어의 레벨을 넘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게 되면 스킬의 한계 레벨도 함께 올라갑니다. 각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랜덤하게 발동되는 필살기와 분노 게이지가 다 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절초 이 두가지 액티브 스킬과 추후 성급 성장에 의해 개방되는 스킬을 갖습니다. 각 스킬마다 레벨이 있는데 레벨을 올릴 때엔 골드를 소모하지요.



기본 시스템 자체는 KOF98UM이나 도탑전기 등에 있던 것입니다만 드래곤볼은 기존 게임의 스킬에서 한가지를 제거했습니다. 바로 스킬 포인트죠. 이전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스킬을 올릴 때 골드와 함께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도록 했습니다. 스킬포인트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충전되지만 최대 보유 한도가 낮아서 스킬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꾸준히 접속해서 포인트를 써야만 했지요. 그래서 레벨에 여유가 있고, 골드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스킬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뭐 젬으로 스킬 포인트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1분에 1점씩 차는 스킬 포인트에 쓰기엔 젬이 너무 아까웠죠.


드래곤볼은 이 스킬 포인트의 제약을 없앰으로써 스킬 성장의 사용성을 이전까지의 게임보다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포션 먹여서 레벨을 올린 즉시, 골드를 퍼부어서 스킬을 올리는 게 당연해진 것이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드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 스킬 성장은 후술할 장비 성장과 함께 골드를 빨아들이는 하수구 역할을 해줍니다. 부족한 스킬 포인트를 돈주고 사게 하는 것 보다는 골드를 마르게 해서 골드를 파는 쪽이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1-2. 한층 경쾌해진 등급 성장


한편 등급은 캐릭터 뒤의 배경 색으로 구분됩니다. 흰색부터 녹색, 파란색, 보라색, 주황색이 있고 각 색상 마다 녹색, 녹색+1, 녹색+2 등과 같은 중간 단계가 존재합니다. 좌측 스크린샷 우상단에 보이는 6개의 초식 아이템을 모두 다 모으고, 다음 등급에 필요한 최소 레벨을 채우면 다음 등급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캐릭터 별로 각 등급에서 필요한 초식 아이템의 조합이 다른데, 캐릭터끼리 같은 초식 아이템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초식 아이템이 채워질 때 마다 정해진 스탯 보너스를 받게 되지요. 초반엔 스테이지에서 드랍된 초식 아이템을 그대로 캐릭터에게 채울 수 있으나 뒤로 갈수록 특정 초식 아이템을 n개 이상 모으거나 복수의 초식 아이템을 각기 일정 갯수 이상 모아서 새로운 초식 아이템을 합성해야 하는 식으로 완성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 역시 기본 시스템은 KOF98UM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성장의 단계라는 차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위 스샷 처럼 KOF98UM의 경우, 필요한 아이템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체크하며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을 때 등급이 오르고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조건을 모두 만족하기 전가지는 캐릭터의 전투력에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위 스샷의 경우는 저레벨이라 등급 아이템을 총 60개(30+18+6+6)만 모으면 되지만 성장할수록 기하급수로 늘어지죠. 하지만 드래곤볼은 요구되는 초식 아이템을 채울 때 마다 총 6번에 걸쳐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KOF98UM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플레이어의 성장이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죠. 제가 오리지널 도탑전기를 중국어판으로 잠깐 해본지 오래되어 이게 KOF98이 도탑전기와 다르게 갔다가 드래곤볼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건지, 드래곤볼에서 새로 바뀐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레벨 지역에선 저등급용 초식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에선 게임 진행 중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을 때 새 캐릭터에게 필요한 초식 아이템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 때 플레이어는 새 캐릭터를 위해 기존 캐릭터의 등급 상승을 포기하고 행동력을 저레벨 스테이지에서 사용할지, 새 캐릭터 성장을 포기하고 고레벨 스테이지에서 사용할지 고민에 빠지곤 하죠. 어느쪽을 선택하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성이고 그만큼 새 캐릭터를 얻었다는 쾌감이 깎여나갑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에선 캐릭터용 만능조각과 같은 만능초식파편을 써서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해나갑니다. 게임을 진행하고 있으면 각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초식 아이템 외에 부가적으로 떨어지는 이 만능 초식 파편이 쌓이고 새 캐릭터를 얻었을 때 이 파편들을 몰아씀으로써 행동력의 낭비 없이 빨리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1-3. 단계를 쪼개 성장 빈도를 높인 성급 시스템



 


성급은 캐릭터 얼굴 아래 별의 갯수로 표시되며 가차와 영웅 던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조각을 통해 성장합니다.

드래곤볼에는 1성부터 7성까지 존재하며 모든 캐릭터는 최초 획득시 성급에 관계 없이 이미 얻은 캐릭터에 계속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더함으로써 7성까지 육성할 수 있습니다.


뭐 이 부분은 도탑전기류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드래곤볼은 이전까지의 게임과는 달리, 각 성급 사이에 중간 단계를 두고 있습니다.(이전에도 몇번 극찬한 부분이지요) 좌측 스크린샷의 피콜로는 현재 6성인데 6성이 7성이 되기 위해선 무려 180개의 조각이 필요하며 현재 그 중 140개를 모은 상태입니다. 이전까지는 6성에 도달했으면 180개를 모두 모을 때 까지 성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만 드래곤볼은 이 180개를 30개씩 6단계로 쪼개서 각 단계에 도달할 때 마다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스탯 보너스를 부여하거나 스킬을 주는 식이죠. 그리고 일정 성급에 도달하면 캐릭터의 그림이 바뀌기도 합니다. (카드 그림 뿐만 아니라 캐릭터 그림까지도 바뀝니다.) 왼쪽 스샷의 경우, 6성 피콜로는 특유의 두건과 망또를 두른 모습이지만 7성이 되면 두건을 벗은 모습이 됩니다. 참고로 손오공은 꼬마 손오공부터 시작해 천하제일 무투회를 첫 우승할 때의 청년 손오공, 이후의 장년 손오공 등으로 변화합니다. (초사이어인 손오공은 아쉽게도 별개 캐릭터입니다.)


이러한 성급과 성급 사이의 단계는 성급이 올라가면서 다음 성급까지 필요한 조각 수가 함께 올라가 성급 성장의 주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보완책입니다. 180개의 조각이면 하루에 3판 돌 수 있는 피콜로 영웅 던전에서 운 좋게 매 판마다 조각을 얻어도 60일이나 걸립니다. 중간 단계가 없다면 60일동안 성급 성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만 이를 6단계로 쪼개면 10일마다 한번씩 성급 성장을 체감할 수 있지요.


한편 7성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 성급은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의 예시를 보시면 손오공 주위로 6개의 구슬 같은 것이 각기의 레벨을 갖고 있습니다. 각 구슬은 레벨마다 요구하는 조각 수가 정해져있고 (1레벨에서 조각 1개를 요구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1시 방향부터 시계 순서대로 채워나갑니다. 당연히 각 구슬의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스탯이 성장하지요. 그리고 6개 모두 레벨이 오르면 하단 캐릭터 얼굴 위에 있는 왕관의 숫자가 올라가면서 또 한번 성장합니다. 힘들게 7성에 도달하고 나면 그때부터 또 한동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구슬 레벨이 오르고 왕관 레벨이 올라갑니다. 왕관 레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턴 왕관의 색깔이 바뀌죠. 물론 후반으로 갈 수록 각 구슬을 채우는데 필요한 조각의 수가 늘어나고 성장 빈도는 느려지게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KOF98UM 역시 7성 이후의 성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속성 강화와는 달리 조각을 쓸 곳을 선택할 수 없어 사용자 자율에 의한 전략 요소가 삭제됩니다. 대신 총 6개 구슬을 순차적으로 올리게 됨으로써 7성 이후의 성장 빈도가 KOF98UM보다 짧게 유지됩니다. 심지어 단계별로 요구하는 조각 수도 KOF98UM보다 훨씬 적어요. (위 스샷에서 금지약 1레벨이 2레벨이 되는데 조각 5개가 필요한 반면 드래곤볼은 조각 1개면 1레벨이 2레벨이 되며, 8레벨에서도 고작 4개만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선택지'를 하나 줄임으로써 자원 분배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성장만을 즐기도록 유도하지요.



1-4. 사용 빈도가 훨씬 늘어난 장비 성장


 

 


KOF98UM처럼 드래곤볼도 등급 / 성급 외에 장비 성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비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이템은 아니고, 그냥 전 캐릭터 공용으로 쓰이는 자원을 소비해서 성장하는 컨텐츠이죠. 드래곤볼의 각 캐릭터는 6개의 장비를 지니는데, 각기 등급과 레벨이 있습니다. 레벨이 오름에 따라 스탯 보너스가 더 커지는데 각 등급마다 최대 레벨이 5씩 증가하고, 플레이어의 레벨이 최고 레벨이 됩니다.



아이템을 모아 등급을 올리고, 골드로 레벨을 올린다는 점은 KOF98UM의 장비 성장 시스템과 같습니다만, 자원을 소모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KOF98UM의 경우, 각 장비 마다 특정한 스킬 보석의 조합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스킬 보석 중 일부는 일반 던전에서, 일부는 영웅 던전에서만 드랍 되지요.



이러한 구조에서 플레이어는 한정된 행동력을 캐릭터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으는 던전과 장비 등급 강화에 필요한 스킬 보석을 모으는 던전으로 분배해야 합니다. 어느 한 쪽을 중시하면 다른 한 쪽이 소홀해지는 구조죠. 자원 관리의 전략적 사용이라는 게임플레이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약간은 괴로운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 도안의 경우, 위 스샷과 같이 키우고자 하는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의 영웅던전을 돌아야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A라는 캐릭터의 장비를 성장시키다보니 다른 캐릭터의 조각이 모이고 그래서 다른 캐릭터도 키우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는 A라는 캐릭터를 키우고 싶은데 B, C에 행동력을 낭비하게 강제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드래곤볼은 이를 보다 캐주얼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장비칸의 위쪽 4개 장비의 등급 성장에 사용되는 자원은 용혼으로 한정됩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더 높은 등급의 용혼이 드랍되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영웅 던전을 돌 든 용혼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영웅 던전들은 최근 일괄 소탕을 지원해서, 메뉴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고르고 버튼만 누르면 단 1초만에 원하는 캐릭터들의 조각과 용혼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이제 플레이어는 캐릭터 등급 / 장비 강화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 없이, 정확히는 장비 강화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조각이 나오는 영웅 던전을 도는 것 만으로 장비 성장에 필요한 용혼은 자동으로 얻게 됩니다.

이는 장비 강화의 허들을 낮춰서 장비 강화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합니다. 골드도 용혼도 기본적으로는 항상 풍족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원입니다. 그래서 주력 캐릭터들은 4개 장비에 관한 한은 항상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춰집니다. 심지어 이 4개 장비는 일괄 강화(레벨업), 일괄 돌파(등급업)이 지원되며 4개 장비의 등급에 따른 세트 보너스도 제공됩니다. 기본적으로 KOF98UM에 비해 장비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게임 중반에 들어서면서 드래곤볼의 장비 강화 시스템은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냅니다. 장비 강화 비용이 플레이어의 소득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골드를 순식간에 소모시킵니다. 제가 76레벨에서 2천만골을 갖고 있었는데 77레벨이 되는 순간 장비 강화로 가진 골드를 모두 탕진하고도 주력 캐릭터 6명 모두의 장비를 강화하진 못했습니다.


이렇게 장비 강화에서 골드를 쓸어가는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잘 오르지 않는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을 때, 장비 성장으로 골드가 빠져나가니 불쾌하지 않아요. 한참 기분 좋은 와중이라 아쉬운 마음만 남아 골드를 사서 나머지 장비도 강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자고로 용돈은 아버지 기분 좋을 때 뜯어내는 법이지요.



 


아래쪽의 두 장비는 위의 4장비와는 다른 자원을 소비합니다. 우선 레벨을 올리는 강화에는 용혼이 아닌 정원 이라는 다른 자원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등급을 올리는 돌파에는 왼쪽은 네모난 모양의 강공보석, 오른쪽은 물방울 모양의 혈한보석을 소비하죠. 이들 보석은 일일 던전 등에서 제한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성장이 더딥니다. 실제로 위에 있는 피콜로의 경우 위 4개 장비는 70레벨이 넘어가는데 아래쪽 2개 장비는 40레벨에 머물러있죠. 이 2개 보석의 공급 제한이 리텐션과 길드 컨텐츠 등을 견인합니다.


 

 


한편 이 장비 성장에 쓰이는 용혼, 정원, 강공보석, 혈한보석도 당연히 등급이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등급을 필요로하고 또한 얻게 됩니다. 새로 캐릭터를 얻거나, 현재 주력이 아닌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할 때 현재 뛰고 있는 컨텐츠와 필요 자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등급 성장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리고 등급 성장과 마찬가지로 드래곤볼은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뒀습니다. 장비 성장에 쓰이는 자원들은 그보다 한등급 아래의 자원으로 1:1 교환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그 반대는 불가능하지만요. 그래서 도전 컨텐츠는 항상 최고 등급으로 플레이하면서도 자유롭게 덜 성장한 캐릭터들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한편 장비에는 등급과 레벨 외에도 당연히 각성이 존재합니다. 장비 아이콘 아래의 별 갯수로 표현되지요. 장비 각성은 장비 성장 컨텐츠 중 가장 필요 자원을 수급하기 어렵고 그래서 빈도가 낮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각성석이 필요합니다.(왼쪽 스샷) 그리고 각 캐릭터 마다 2~3개 장비는 각성석 외에 플러스로 각 장비에 대응하는 각성 아이템이 필요하지요. (오른쪽 스샷). KOF98UM의 엠블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부 각성석(엠블렘)은 비슷한 캐릭터끼리 공유하고 (거북선인 마크는 손오공, 크리링, 야무치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특정 캐릭터에만 한합니다. (위 피콜로 우주선은 피콜로만 사용합니다.)


정리하자면, 드래곤볼의 장비 성장은 기본적으로 KOF98UM보다 허들이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딱히 전략을 세우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그냥 게임을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자원이 쌓이고 레벨이 오르면 장비를 성장시킬 수 있는 때가 옵니다. 허들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한 계속해서 장비 성장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자원을 매우 손쉽게 증발시킵니다. 특히 기존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현재 컨텐츠를 계속 플레이하면서도 새로 캐릭터를 아무런 고민 없이 손쉽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입니다.



1-4-1. 친절하게 사악한 각성 가차



원래는 성장 이야기만 하는 포스트입니다만, 기가 막힌 유료화 시스템이 하나 있어 잠깐 가볍게 소개합니다. 드래곤볼 역시 KOF98UM과 마찬가지로 각성 가차를 통해 각성에 필요한 각성석과 각성 아이템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각성 가차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가차를 깔 때 마다 각성 조각을 지급해서, 모은 조각을 각성석이나 특정한 각성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각성 가차가 돌아가는 방식이 아주 사악합니다. 바로 위 스샷이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인데요, 큐브를 둘러싸고 12개의 아이템이 나열된 것이 보일 겁니다. 각성 가차는 뽑을 때 화면상에 보이는 저 12개의 아이템 중 하나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저 12개 가차 풀은 하루에 4번까지, 그 이후로는 젬을 내고 다시 갱신할 수 있습니다. 갱신할 때 마다 랜덤하게 다시 선정되고 갱신 비용은 올라갑니다. 12개 중 항상 1개는 각성석이며, 1개는 각성 아이템입니다. 왼쪽 스샷의 경우 1시 방향의 노란 벳지가 런치의 각성 아이템입니다. 저는 런치를 키우지 않으므로 이 목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갱신을 눌렀더니 오른쪽 처럼 무료 갱신 횟수가 까이면서 목록이 갱신되었습니다. 5시 방향에 제가 서브로 키우는 피콜로 대마왕의 망토가 보입니다.


KOF98UM에선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엠블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각성 가차를 굴립니다. 하지만 사실 엠블렘이 등장할 확률도 높지 않고, 내가 원한 엠블럼이 나올 확률은 더더욱 낮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성장하고 싶다는 고과금러가 아닌 이상 각성 가차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는 얻을 수 있는 결과물, 만일 각성 아이템이 걸린다면 얻게 될 각성 아이템이 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루 4번까지 목록을 갱신할 수 있게 되지요. 보통은 여기서 자신이 키우고 있는 캐릭터의 각성 아이템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4번의 무료 갱신을 소진합니다. 그러고 나면 아쉬운 마음에 다시 젬을 내고 갱신하기 시작하지요. 이 과정에서 젬들이 녹아내립니다. 물론 무/소과금러는 딱 무료 갱신까지만 쓰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았던, 충분한 젬을 태웠든 드디어 원하는 각성 아이템이 목록에 떴습니다. 그럼 이제 각성 가차를 뜯기 시작합니다. 일퀘와 기타 보조 컨텐츠를 하고 나면 하루 열번 정도는 거뜬히 돌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10번 안에 각성 아이템이 걸릴 확률은 매우 희박하죠. 경우의 수가 12가지라는 거지 당첨 확률이 1/12라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언제 다시 저 피콜로의 망또가 목록에 올라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과금러는 물론 무/소과금러들도 저 망또를 얻을 때 까지 각성 가차를 계속 굴릴 유혹을 느낍니다.


꽤 많은 돈을 태웠는데 그래도 못얻었다. 그럼 이제 각성 조각이 쌓였으니 조각 교환으로 들어갑니다. KOF98UM과 같이 각성 아이템들 중 일부는 파편 조각들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상점에 내가 원하는 각성 아이템이 없다면.. 각성 아이템 랜덤상자로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용 각성 아이템 랜덤 상자' '용자 캐릭터용 각성 아이템 랜덤 상자'와 같이 범위를 어느정도로 한정한 랜덤상자를 조각으로 얻을 수 있지요. 이렇게 플레이어가 원한 각성 아이템은 전혀 얻지도 못한 채 투입한 자원이 모두 증발해버렸습니다.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입니다. 하지만 42개의 번호 중 6개를 맞추라고 하면 왠지 그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지지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약합니다. 그리고 드물게 오는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죠.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는 이 사람의 본성과 특성을 아주 정교하고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그리고는 KOF98UM의 엠블렘과 달리 조각 모음에 의한 합성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각성 가차의 중요성을 높이고 과금 유저들에게 변별력을 제공합니다. 이제껏 제가 봐온 것 중 가장 친절하고 사악한 가차였어요.



1-5. 다른 가차와의 연계 성장 - 기반신의



 


이제까지 언급한 스킬, 등급, 성급 시스템 외에 각 캐릭터는 5~6개의 기반신의라고 불리는 패시브 보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반신기 증 3개는 해당 캐릭터와 연관된 다른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으로 발동되고, 쌍을 이루는 두 캐릭터 중 등급이 낮은 캐릭터의 등급에 맞춰 성장합니다. 왼쪽 스크린샷의 경우, 17호와의 관계인 해상격투는 현재 4레벨이고 물리공격과 에너지공격 데미지에 6%의 보너스를 줍니다. 17호를 파랑+3 등급으로 올리면 5레벨이 되고 보너스는 더 커지겠죠.


나머지 2~3개는 장비의 각성과 연관되어있습니다. 특히, 각성석 뿐만 아니라 각성 아이템들까지도 요구하는 아주 힘든 장비의 각성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기본 필살기를 업그레이드 해줍니다. 위 스샷의 경우 기본 필살기는 초급폭력마파 지만 각성하고 나면 초! 초급폭력마파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다른 성장 컨텐츠들은 무과금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어쨌든 시간만 들이면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만, 이 필살기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상당한 량을 과금하지 않으면 키우지 못하는 컨텐츠입니다. 과금러들의 변별력을 제공해주죠.



사실 이 또한 KOF98UM에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구현되어 있습니다. 새 캐릭터의 획득에 의해 보너스가 발생하여, 당장 쓰지 않은 캐릭터를 얻었을 때에도 소정의 의미있는 결과를 제공해주고 더 나아가서는 쓰지 않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노력할 동기를 부여하지요. 하지만 조건을 만족해 보너스를 얻으면 끝인 KOF98UM의 '숙명'과 달리, 드래곤볼의 '기반신의'는 캐릭터 획득 후에도 지속적으로 여러 캐릭터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1-6. 그 외 기타 성장 컨텐츠


 

 



이 외에도 십여가지의 성장 컨텐츠가 더 있는데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의 컨텐츠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아서 일일히 다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드래곤볼의 컨셉을 살린 성장 컨텐츠 2개를 소개하지요. 우선 왼쪽 스크린샷의 '훈련'의 경우 초신수를 빨아가면서, 베지터가 훈련하던 중력실에서 훈련한다는 설정입니다. 실제로는 초신수는 남아돌고 골드를 십만 백만 단위로 회수하는 컨텐츠죠. 그리고 오른쪽의 '환화'의 경우, 드래곤볼 용주격투에서 성급에 따라 캐릭터의 외형이 바뀐다는 것에 착안한 컨텐츠입니다. 기본적으로 성급 성장에 의해 얻은 여러 외형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부가 컨텐츠에서 떨어지는 환화 조각으로도 소량의 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성급 성장으로도 얻을 수 없는 외형이 있는데 (중간 야드레트 성인 복장의 손오공과 거대 원숭이 손오공) 이들은 또 스페셜한 외형 조각을 얻어야만 획득할 수 있지요. 드래곤볼 찾는 일종의 미니 보드 게임인 용주대격투도 그렇고 뭔가 IP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IP의 매력을 살리는 컨텐츠가 독특합니다.



1-7. 현재까지 가장 캐주얼한 도탑전기


이제까지 드래곤볼의 핵심이 되는 성장 컨텐츠인 레벨, 등급(강화), 성급, 장비 및 장비 각성, 기반신의(숙명) 등의 시스템을 살펴보았습니다. 겉보기엔 같은 도탑전기에 기인한 만큼 KOF98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면 디테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국 사용자들은 인내심이 부족해 실제로 능력치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성장했다는 신호를 받고자 합니다. 그래서 성장 컨텐츠들을 세로로 높이 쌓아올리는 한국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류 중국 게임은 복수의 성장 컨텐츠들을 병렬로 한꺼번에 돌리면서 개별 컨텐츠의 성장이 늘어지더라도 다른 성장 컨텐츠로부터 성장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지요.


드래곤볼은 도탑전기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 빈도를 몇배나 늘려놓았습니다. 캐릭터 강화에서도 한 등급을 사실상 6단계로 쪼개고, 성급 성장에 있어서도 조각 100개짜리 한단계를 조각 20개짜리 5단계로 쪼개놓았죠. 그리고 힘들게 가차에서 얻은 다른 캐릭터 / 각성 아이템에 의한 성장은 1회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캐릭터 등급 성장을 위한 스테이지 파밍은 일반 모험 스테이지로 몰아넣고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행동력을 공유하는 각 성장 컨텐츠 사이에서의 자원 분배의 갈등 구조를 없애고 원하는 캐릭터를 키우고 있으면 자동으로 다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변화시켰다는 것 또한 중요한 발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골드에 대한 과금을 설득력 있게 유도하는 부분도 상당히 눈여겨 볼만 한 디자인이구요.


멀티 캐릭터 게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진행 중 얻은 새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 성장 간의 행동력 분배 문제 또한 상당히 영리하게 회피하고 있습니다. 만능 초식 조각과 주요 장비 성장 자원의 다운그레이드 기능으로 인해 현재 진행중인 컨텐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부 요소들은 KOF98UM보다 운용의 여지와 전략성이 쇠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도탑전기라는 게임 자체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보다는 '흥미로운 결과의 연속'을 즐기는 장르죠. 드래곤볼은 KOF98UM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외과 수술하듯이 도려내고 성장의 즐거움만 온전히 극대화 시켜놓은 구조입니다. KOF98UM이 처음 나왔을 땐 이야 말로 도탑전기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드래곤볼을 보고 있으면 조잡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2. 성투사 성시 중생


다음으로 살펴볼 게임은 성투사 성시 중생입니다. 성투사 성시 3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2종의 성투사 성시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의 순위권에 진입했는데요, DreamSky에서 만든 '성투사 성시 집결'은 MMORPG이고 오늘 살펴볼 게임은 DeNA의 상해 지사에서 제작한 '성투사 성시 중생' 입니다. 드래곤볼보다 한두달 뒤에 나오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KOF98UM에 가까운 굉장히 오소독스한 도탑전기이기 때문에 성투사 성시의 IP를 살려내서 흥미로운 구간 한두가지만 살펴보고자 합니다.


2-1. 등급 아이템 획득에 대한 추가적인 보너스



스크린샷만 보시면 감이 오시겠지만, 전형적인 도탑전기의 등급 강화 시스템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드래곤볼과 마찬가지로 KOF98UM과 달리 각 등급 아이템이 완성될 때 마다 해당 등급 아이템의 능력 보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여기 더해서 완성한 등급 아이템의 종류에 관계 없이, 완성한 등급 아이템의 갯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너스를 부여합니다. 마치 세트 아이템 효과 처럼요.



저 보너스를 얻는 타이밍이 등급 아이템의 완성과 일치하기 때문에 성장 빈도는 높이거나, 추가적으로 등급 아이템의 완성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용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가지 유추할 수 있는 건, 저 등급 아이템 갯수에 대한 단계별 보너스를 캐릭터 별로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각 캐릭터의 특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등급 아이템에서의 보너스만 있을 때엔 아무래도 같은 등급 아이템을 사용하는 캐릭터들은 같은 스탯을 가질 테니까요.


물론 등급아이템을 공유하는 것은 도탑전기나 KOF98UM, 드래곤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성투사 성시는 타 게임에 비해 등급 아이템의 갯수가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합니다. 캐릭터끼리 서로 겹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는 모험 스테이지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탑전기나 KOF98UM, 드래곤볼은 등장하는 모든 스테이지가 각각의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파밍 스테이지입니다만, 성투사 성시는 파밍이 되는 스테이지와 안되는 스테이지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스샷은 쿵푸팬더 3)


위 스크린샷은 성투사 성시와 유사한 스테이지 구조를 가진 쿵푸팬더3의 모험 스테이지입니다. (성투사 성시 중생은 한 화면에 한 스테이지만 나와서 구조를 보여주는 스크린샷을 찍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스크린샷엔 총 7개의 스테이지가 있는데 깃발이 그려진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만이 파밍 가능합니다. 나머지 스테이지는 진도를 제한하고 첫 클리어시 소정의 보상을 부여하긴 하지만 한번 클리어한 이후엔 다시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플레이어의 진도를 제한하고 성장의 단계를 제시하는 '관문'으로서의 스테이지와 성장하는데 필요한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보상'으로서의 스테이지가 구분되어있는 구조입니다. 쿵푸팬더3의 경우 메인 캐릭터가 3종 뿐이고, HIT나 레이븐 같은 한국의 액션 RPG와 유사하게 스테이지에서 장비가 직접 드랍되고, 드랍된 장비를 장착하거나 기존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구조입니다. HIT나 레이븐의 경우 그냥 단계가 올라갈수록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확률이 조금씩 올라간다는 설정에 '골드' '아이템' '경험치'가 잘 나오는 스테이지 정도로 구분을 짓고 있습니다만, 넷이즈는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 처럼 각 스테이지에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심고 싶었나 봅니다. 실제로 각 스테이지들은 포 용 신발 이라거나 타이그리스 용 갑옷 등 특정 캐릭터 특정 슬롯 용 아이템이 잘 드랍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투사 성시의 경우, 쿵푸팬더3와는 달리 전통적인 도탑전기의 모델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게임 구조상으로는 쿵푸 팬더3 처럼 스테이지 구성을 분리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다만 도탑전기 류 게임에서 저렇게 스테이지를 분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스테이지의 단계 수는 유지하되, 관리 해야 할 드랍의 수를 줄여 컨텐츠와 밸런싱의 부담을 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드랍되는 등급 아이템의 종류가 줄어들어 각 캐릭터의 개성이 줄어드는 부분은 각 등급에서 등급 아이템을 맞출 때 마다 각 캐릭터에게 서로 다른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결하구요.



2-2. 그 외 IP를 반영한 성장 컨텐츠



한편 드래곤볼이나 KOF98에선 '장비'에 해당할 컨텐츠로 '성의'가 있습니다. 성투사 성시를 좀 보신 분들은 아실, 성투사들이 입고 다니는 바로 그 갑옷입니다. 총 6개의 슬롯이 있고 각 슬롯의 부위들을 따로 성장시킵니다. KOF98이나 드래곤볼과 달리 모든 슬롯의 성장 난이도가 동일합니다. 다리 부위를 성장시킬면 다리 조각이 필요한데, 캐릭터에 관계 없이 동일한 다리 조각을 사용합니다. 등급 별로 +1, +2 이렇게 구분되긴 하지만요.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 몇레벨인지는 까먹었는데 굉장히 초반입니다. - 성의 컨텐츠가 열리는데, 막상 성의가 열리고 각 슬롯을 채울 수 있는 재료를 다 모아서 성의를 만들어도 그냥은 입을 수 없습니다. '성의 도전'이라고 해서, 한번 전투를 해서 이겨야만 만들어진 성의를 착용할 수 있지요. 애초에 세이야 부터도 그리스에서 열심히 싸워서 페가수스의 성의를 얻지 않았습니까. 한번 제작을 끝내면 아래쪽의 제작 진도가 승성진도로 바뀌고 각 부위를 각성할 때 마다 진도가 차오릅니다. 아마도 성의가 청동에서 백은, 황금 등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도 같은데 마지막에 필요한 아이템을 끝내 못구해서 시도해보진 못했네요.



또한가지 눈에 띄는 컨텐츠라면 역시 소우주(코스모) 성장이 될 겁니다. 성투사들의 그 폭발적인 전투력을 뽑아내주는 바로 그 코스모입니다. 코스모 성장을 누르면 이렇게 별자리가 보이는데요,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코스모를 소비해서 각 별자리들을 채워 나갑니다. 별을 채우는 순서는 정해져있어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없고, 별을 일정 갯수 완성할 때 마다 패시브 스킬들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별자리 채우기 쉬워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별자리의 각 별 하나를 채우는 과정은 위 사진 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져있습니다. 별자리를 구성하는 것은 반짝이는 그것은 분명 별일텐데, 여기선 '페가수스 자리 제4 성운' 과 같이 성운이라고 표현하는군요. 참으로 비과학적입니다. 여하튼 각 성운은 여러개의 구슬로 이루어져있고, 구슬을 채우는 데엔 보라색 구로 표현되는 코스모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채울 때 마다 비용은 계속 크고 아름답게 성장해 위 스샷의 경우 첫구슬은 10점으로 시작하지만 4번째 구슬은 100점을 요구하고 8번째 쯤 가면 1천점 2천점씩을 요구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성운으로 넘어가면 10점으로 시작해서 (하지만 점점 더 한 성운 안의 구슬 숫자가 늘어난다는 게 함정...) 빨리 채워나가다가 느리게 채워나가다가 빨리 채워나가는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2-3. IP의 힘


성투사 성시는 정말 너무나 오소독스 해서 딱히 디자인 적으로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닙니다. 등급 아이템 완성에 대한 단계별 보너스도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사실은 컨텐츠의 부족을 메우는 시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준비된 등급 아이템들을 한번에 완성해서 장착시켜주는 일괄 장비 장착 기능은 편리합니다만 (아까 등급 화면 가운에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입니다.) 정작 요즘 대세인, 필요한 갯수만 채우면 멈춰주는 자동 소탕이 없어서 재료 수급하는 과정은 불편합니다.


심지어 제가 한달 정도 진행하면서 등급 아이템 하나 조합하는데 같은 재료가 6개 이상 요구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소탕 버튼은 1회 10회 뿐이어서 1회씩 6번 소탕하자니 귀찮고 10회씩 하자니 행동력이 낭비되는 애매한 상황에 빠트립니다. 그리고 참으로 치졸하게도 체력이 부족해서 소탕이 10회 분량이 안되면 낼름 체력을 사라고 팝업을 띄웁니다. 이렇게 푼돈 벌겠다고 사용자 기분을 퐉 상하게 만드는 스탠스의 게임은 블소 모바일을 끝으로 멸종된 줄 알았는데 말입죠.


위의 성의나 코스모 역시 뭔가 유의미한 디자인 발전은 없습니다. 다들 타 게임에서 본 듯한 시스템인데 그걸 정말 '성투사 성시' 스럽게 녹여냈기에 소개한 것 뿐이죠. 나루토나 드래곤볼 같은 게임들은 기존 게임들과는 차별화 되는 디자인이 있었고 다른 게임들보다 편리했으며 미친 듯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니 시작부터 탑5에 들고, 몇달이 지난 지금도 30위권에 머무르다가도 이벤트만 하면 다시 10위권 안으로 복귀하겠죠.


하지만 이 게임은 디자인이 1년 전 수준이고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에 비해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편의성은 나쁘고 UI는 촌스럽고 각종 이펙트들도 굉장히 밋밋하고 정적입니다. 심지어 사용자들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까지 치졸하게 양아치 처럼 장사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도 꽤 오랜 기간동안 20위권 - 그것도 13위 언저리 - 에 머물렀단 말이죠. 이렇게 평범한 게임도 해당 IP의 일부 특징 요소를 그냥 스킨 바꿔 얹은 것 정도로 상위권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중국 시장에서 IP가 가진 힘을 잘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전민투전신 (과 몇가지 액션 RPG)


HIT / 레이븐과 같은 한국의 액션 RPG 게임들은 복수 캐릭터에 대한 수집 / 육성을 배제하고 장비의 획득과 육성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돌아서 장비를 얻고, 얻은 장비를 다른 장비에 갈아넣어서 레벨을 올리고 등급을 올리는 등의 방식이죠. 중국에선 액션 RPG에도 복수 캐릭터 수집 / 육성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장비 아이템에 의한 성장을 중심에 두고 추가 캐릭터를 펫으로 수집하는 흐름과, 도탑전기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는 흐름, 두가지가 존재합니다.



3-1. 장비 성장 + 펫 수집



태극 팬더와 쿵푸 팬더3가 취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는 정해져있습니다. 태극 팬더의 경우 마치 이전 MMORPG 처럼 각 캐릭터를 골라서 해당하는 캐릭터로만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있고, 쿵푸 팬더는 포 / 타이그리스 / 사부 세 캐릭터를 동시에 운용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각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장비 아이템을 얻고, 해당 장비 아이템을 장착하거나 강화 재료로 사용해 장비를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주된 성장 흐름입니다. (태극 팬더의 경우 아이템도 가차에서 나오지만 쿵푸팬더3는 아이템을 가차에서 제거함으로써 장비 성장은 플레이에 의한 것으로 한정지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HIT / 레이븐과도 유사합니다만, 장비의 운용에 대한 융통성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갈아끼울 수 있는 장비가 여럿 존재하긴 합니다만, 등급과 레벨에 따라 더 좋고 더 나쁜 장비만 존재할 뿐 같은 등급 같은 레벨에서 다양한 종류로 쪼개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과 이전되는 경험치가 비례하도록 구성되어있어 굳이 재료들끼리 먼저 합친다거나 하는 액션 없이 그냥 얻는 대로 강화에 밀어넣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갈아낀 뒤 기존 아이템을 강화 재료로 쓰는 식으로 아주 심플하게 운용됩니다.


특히 쿵푸팬더3의 경우 이 장비 성장에서 융통성을 줄이고 반대로 게임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쿵푸 팬더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어떤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캐릭터 용, 같은 슬롯 아이템만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포 용 갑옷 100개가 남아돌아도 이는 포의 갑옷을 강화하는 데만 쓰일 수 있을 뿐, 포의 무기를 강화할 수는 없습니다. 운용의 여지는 다소 줄어들었죠. 대신 대상과 재료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각 아이템을 강화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강화 해야 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잇습니다. 그리고 수동 강화와 자동 강화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일괄 강화'를 누르는 것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성장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스테이지에 대해서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해당 스테이지에서 파밍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도 제시할 수 있구요.




이들 게임에선 펫이라는 형태로 복수 캐릭터 수집 / 육성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들 펫 들은 도탑전기의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조각을 모아 새로 획득하고,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메인 캐릭터의 주된 성장이 장비 중심인 만큼, 펫들의 등급 성장은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등급을 올릴 수 있는 특정한 포인트를 모아서 원하는 캐릭터에 투입하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3-2.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 중심 (도탑전기의 변용)


극팬더와 쿵푸팬더3가 굳이 장비에 의한 성장 구조를 유지함에도 굳이 펫이라는 형태로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장비 보다는 캐릭터가 훨씬 더 수집의 대상으로 더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위로 위로 끝없이 쌓아만 가는 구조 보다는 새 캐릭터를 추가하는 식으로 옆으로 넓혀가는 구조가 더 운용하기에도 유리하구요. 하지만 역시 직접 컨트롤하지 못하는 펫 보다는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이번엔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액션 RPG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바 있는 나루토는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개별 캐릭터에 대한 성장을 모두 플레이어 기반으로 옮긴 케이스입니다. 등급이나 장비 등 모든 요소는 플레이어에 귀속되며 개별 캐릭터의 성장은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으로 제한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조각을 모을 캐릭터만 결정하면 나머지는 모두 공통으로 적용되는 캐주얼한 구성입니다만, 운영하는 입장에선 신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그동안 쌓아온 성장이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컨텐츠 수명을 늘리는데엔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보기 힘든 구성이기도 합니다.



사조영웅전3D는 말 그대로 그냥 도탑전기를 액션RPG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캐릭터의 성급 / 등급이 나눠져있어 조각으로는 성급을 올리고 스테이지에서 떨어지는 무학필법을 모아서 등급을 올리는 구성, 장비 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골드를 소모해서 레벨이 올라가는 컨텐츠 등 완벽한 도탑전기 입니다. 동사 황약사, 홍칠공, 손불이 등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아서 그 중 네명으로 파티를 꾸리고, 게임 내에선 단 한명만 등장하지만 조작할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3-3. 장비 - 캐릭터 병용형 (설영영주)



설영영주는 장비 중심의 성장과 도탑전기 류의 등급 / 성급 성장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는 전투에 참여하거나 경험치 포션을 먹는 방식으로 레벨이 오르며, 각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을 일정 이상 모으면 등급이 오릅니다. 등급 아이템을 합성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갯수로 체크하는 방식은 KOF98UM과 유사합니다만, 위 스샷을 보면 능력치 상승폭이 제법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요구되는 아이템이 더 많아지며, 기본적으로 등급 성장은 성급 성장만큼은 아니지만 꽤 빈도가 낮고 효과가 큰 성장 컨텐츠가 됩니다. 덧붙여 설영 영주 역시 드래곤볼과 마찬가지로 성급 성장에서 각 성급 사이에 단계를 둬 성급 성장 체감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설영 영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장비 성장입니다. 쿵푸팬더3와 달리 각 캐릭터 별로 장비가 구분되어있지 않으며 각 캐릭터는 모든 장비를 장착할 수 있으며 장착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바꾸고 다른 캐릭터에게 물려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은 신발을 갈아끼는 장면입니다.


설영영주의 장비 역시 당연히 등급과 레벨, 성급이 존재하는데요 성급은 영웅 던전에서 떨어지는 장비 성급 성장 아이템을 소모하고 레벨은 기본적으로 골드를 소모하되, 한계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역시 마찬가지로 영웅 던전에서 드랍되는 전용의 한계 돌파 아이템을 소모합니다. 하지만 등급은 성장시킬 수 없으며, 높은 등급의 장비로 갈아껴야만 합니다. 저등급 장비는 스테이지에서 장비 그대로 드랍되지만 고등급 장비는 일부 스테이지에서 조각의 형태로 드랍됩니다.



같은 장비 등급 내에서도 능력치 배분이 조금씩 다른, 서로 다른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도 존재합니다. 중국 게임 답지 않게 장비에 대한 운용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캐릭터의 특성은 각 등급에서의 능력치 상승폭을 조정하는 외에 '신기' 아이템을 통해 나타납니다. '신병'는 아까 장비 화면에서 6개 슬롯 외에 아래에 있는 크고 아름답고 붉은 아이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자기 고유의 신병을 가지고 있으며, 신병은 전용의 경험치 아이템을 먹여서 성장합니다.


설영영주는 장비 수집에 의한 성장과 캐릭터 중심의 성장을 반반 섞어놓은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들을 이렇게 굳이 함께 가져가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힘듭니다. 장비를 갈아낄 수 있는 점은 새로 성급이 높은 캐릭터를 얻었을 때 장비를 몰아줌으로써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리기 쉽긴 합니다만 각각의 장비를 고르고 분배하고 성장시키는 불편함을 감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고등급 장비를 얻고 나면 그동안 자원을 써가며 키워온 저등급 장비의 쓸모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점에서 - 어떻게 자원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되팔기 외엔 찾지 못했습니다. - 그동안 봐온 중국 유저들과 게임들의 성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3-4. 장비 - 캐릭터 병용형 (전민투전신)



한편 텐센트의 전민투전신은 설영 영주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비 중심 성장과 캐릭터 중심 성장을 병용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메인과 서브로 나누고, 각각 유형에 따라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거지요.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손오공과 용녀 둘 중 하나를 메인 캐릭터로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 진행에 따라 신장, 수라, 우마왕 등의 72변을 얻게 도지요. 이 72변은 펫과 달리 게임에서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3-4-1. 메인 캐릭터 : 누적이 아닌, 일부 교체를 중심으로 한 장비 중심 성장



우선 메인 캐릭터의 성장을 먼저 보시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장비 성장입니다. 위 스샷에서 보시는 것 메인 캐릭터들은 6개의 장비 슬롯을 가지고 있고,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장비를 이 슬롯들에 끼게 됩니다. 그런데 전민투신전의 장비 성장은 기존 장비를 갈아먹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장비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아이템의 종류, 등급, 레벨에 의해 정해진 고정 스탯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스샷의 갑옷은 방어력 +35가 기본 스탯이군요. 그리고 그 외에 등급에 따라 정해진 갯수의 속성 슬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스샷에선 총 4개의 슬롯이 있고 그 중 하나는 비어있네요. 보통 처음 얻었을 때엔 하나의 슬롯에만 고등급의 속성이 박혀있는데, 나머지 슬롯은 같은 종류의 다른 아이템을 소모해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먼저 대상이 되는 아이템에서 속성을 교체하고 싶은 슬롯을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 비어있거나, 등급이 가장 낮은 슬롯에 '추천' 마크가 붙습니다. 그리고 나서 '세련'을 선택하면 재료가 가진 속성 중 하나가 랜덤하게 선택되어 선택된 슬롯에 넘어옵니다. 어떤 속성을 가져올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등급이 높은 속성이라고해서 확률이 딱히 낮지는 않으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약간의 젬을 내고 취소할 수는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세련을 통해 장비의 성능을 높여나가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련은 해당 장비가 가진 잠재력을 개방하는 성격으로, 장비 자체의 등급이나 레벨을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등급과 레벨이 높은 아이템들이 더 좋은 성능을 지니게 마련이죠. 이렇게 더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선 더 좋은 장비가 드랍되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 얻은 고레벨, 고등급의 장비는 전혀 세련되지 않은 상태로 기본 스탯은 이전보다 좋을 지언정 슬롯의 추가 스탯이 더 나쁘죠.



이런 경우엔 '전이'를 사용합니다. '전이'는 두 아이템의 추가 속성 슬롯들을 서로 맞교환하는 시스템입니다. 위 스샷의 경우, 사기(고대)급 장갑을 전설급 장비로 전이하는 과정인데요, 우측의 전설급 장비가 기본 능력은 높지만 슬롯 스탯이 빈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왼쪽은 그동안 여러번의 세련을 통해 화려한 스탯을 가지고 있지요. 전이를 하게 되면 양쪽의 슬롯 스탯들이 통째로 바뀝니다. 세련과 달리 아이템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노란색의 방어 +50 스탯은 세련을 통해 다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장비 성장은 장비 성장의 상한을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묶어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파밍을 반복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강해질 수 있지만 더 강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다음 레벨의 아이템이 파밍되는 스테이지로 진행해야만 하죠. 그리고 새 아이템이 나왔을 때 기존의 성장을 이어받게 하면서도 그것이 다음 등급의 성장에 큰 보너스가 되지는 않도록 억제합니다. 장비의 파밍에 의한 '끊임 없는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한계'를 두는 매우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구조 자체는 이전 엘소드 모바일에서도 잠깐 봤는데 중국의 PC 액션 RPG에서 종종 보이는 구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구조는 몇가지 단점도 함께 갖고 있는데요, 우선 복잡하고 귀찮습니다. 쿵푸팬더3의 경우 그냥 적당히 아이템이 쌓일 때 마다 강화를 누르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히 강해집니다. 하지만 전민투전신은 장비함을 열어서 각각의 아이템에 대해 세련을 사용하고, 교체할 스탯을 선택하고 랜덤하게 선택되는 결과를 봐야 합니다. 느리고 불편합니다.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할 이유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반대로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은 불분명합니다. 쿵푸팬더3나 HIT / 레이븐의 경우 장비가 계속해서 수직으로 성장합니다. 계속해서 강화하면 어쨌든 결국은 그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공격력 / 방어력을 맞출 수가 있어요. 하지만 전민투전신은 아이템의 성장이 굉장히 불연속적입니다. 더 좋은 스탯을 가지면 전투력이야 올라가겠지만, 어느정도 스탯작을 끝내고 났는데도 전투력이 모자라게 된다면 그 이상 끌어올릴 방법이 마땅찮습니다. 어차피 쿵푸팬더도 뒤 스테이지로 갈수록 더 레벨 /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줘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전민투전신처럼 복잡한 구조를 취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3-4-2. 서브 캐릭터 : 도탑전기의 간략형



반면 72 변의 성장은 완벽하게 도탑전기의 모델을 따릅니다.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릴 수 있고, 경험치를 먹여 레벨을 올릴 수 잇습니다. 각 서브 캐릭터들은 성급과 별개로 색상과 +1 등의 숫자로 표현되는 등급이 있는데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나오는 등급 아이템을 모아서 6개 슬롯을 다 채우면 등급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점수를 분배하는 방식의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플레이어 레벨이 오를 때 마다 포인트를 부여받습니다.


이 72변의 성장이 여타 도탑전기와 다른 점은 등급 / 성급 / 스킬 이 세가지 외엔 다른 성장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72변 캐릭터들은 레벨도 없고, 별도의 장비도 없습니다. 스킬 성장은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가고, 필살기 성장도 그냥 등급에 맞춰 따라갑니다.



3-4-3. 짬짜면과 같은 구조


전민투신전은 위와 같이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에 있어 성장구조를 완전히 분리해뒀습니다만, 왜 이런 복잡한 구성을 취했는지 그 이유는 참으로 알기 힘듭니다. 태극팬더나 쿵푸팬더3 처럼 서브 캐릭터들은 펫으로만 사용해 용법이 완전히 다르다면 이해하겠습니다만, 전민투신전에선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쿵푸팬더3와 같이 최대 3명을 데리고 게임에 들어가 셋 중 하나를 조작하되 조작할 캐릭터를 바꿔가는 구성인데 메인 없이 서브만 세마리 데리고 들어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메인 캐릭터 2종 외에 위 스크린샷에 보이는 5마리가 전부입니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매우 적었던 것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어쩄든 캐릭터가 적다 보니 저 72변 캐릭터들도 가차로 팔지 못하고 그냥 게임 진행에 따라 주고 있습니다. 일단 얻은 뒤엔 각종 컨텐츠를 플레이해 모은 포인트로 상점에서 조각을 사서 성급을 올리구요. 캐릭터를 얻기 전엔 조각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도탑전기가 캐릭터의 갯수가 정해진 IP 기반의 게임을 만들기에 좋은 구조라고 해도, 고작 7개 캐릭터로 도탑전기를 구성할 수는 없었겠지요.


반면 5개라는 숫자는 메인 캐릭터의 장비 중심 성장을 유지하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입니다. 당장 스테이지의 드랍 테이블을 구성하려고만 해도 머리가 아파요. 쿵푸팬더3의 경우, 메인 캐릭터가 3개로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이 스테이지는 포 용 아이템만 나오고 이 스테이지는 사부용만 나온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캐릭터 용 아이템이 드랍되더라도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아이템이 없지요.


하지만 전민투전신의 경우, 캐릭터의 획득 시점이 스테이지 진도에 물려있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얻는 포인트를 계속해서 퍼붓다가 그 포인트가 어느 정도 차면 뿅 하고 새 캐릭터가 추가되는 방식인데 이 중 세명만 사용하죠. 그래서 어느 진도에서 어느 캐릭터를 갖고 있을지,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할 지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쿵푸팬더3 처럼 각각 스테이지가 특정 캐릭터의 아이템만 드랍시킨다고 하면 게임 진행이 매우 곤란할 겁니다.


약간 머리를 써서 파티에 포함된 캐릭터 용 장비만 드랍하는 지능적 루팅을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새로 얻은 캐릭터는 전투력이 낮을테니 플레이어는 새 캐릭터를 얻은 댓가로 다른 캐릭터의 성장을 일부 희생하고 더 드랍이 낮은 던전을 돌아야 할 겁니다. 심지어 그런 부담을 안아도 그 새 캐릭터용 장비가 드랍될 확률은 1/3에 불과하겠죠.


기본적으로는 전민투전신은 IP에 의해 게임 구조가 강하게 제약받은 형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 사이에 비중이 확실히 차이 나고, 서브 캐릭터의 수량이 가차 - 조각 뽑기를 지원할만큼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성장 구조를 끼워맞추려다보니 이런 괴악한 구조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뭐 액션 자체는 재미있습니다만, 확실히 '키우는' 재미는 덜합니다. 그래서 최근 텐센트 게임 답지 않게 고전하고 있는 거 겠지만요.


뭐 굳이 저런 구조의 장점을 찾자면, 스탯 선택에 의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는 있겠네요. 또는 가차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 진행에 따라 소수의 캐릭터를 매우 느리게 획득하는 게임에서 메인과 72변 캐릭터의 성장 구조에 차이를 둠으로써 두 트랙이 별도로 동작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긴 합니다.



3-5. 중국 액션 RPG 게임 - 멀티 캐릭터 강조


지금까지 순위권에 올랐던 주요 액션 RPG 게임들의 성장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의 액션RPG들과 달리 중국의 역시 액션 RPG도 장비 파밍에 의한 성장과 복수 캐릭터에 대한 수집과 성장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여기서 일단 주목할 부분은 장비 성장과 가차의 연결입니다. HIT나 레이븐 등 한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 성장을 수직으로 길게 쌓아올린 뒤에, 가차로 장비를 판매합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가차를 통해 긴 장비 성장의 일부를 뛰어넘을 수 있고, 돈을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꾸준히 장비를 파밍하는 형식이죠. 하지만 장비 성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턴 가차의 매력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같은 돈으로 가차를 뽑는 것 보다 파밍을 도는 것이 더 유리한 지점이 오게 되지요.


아주 오래전에 나와서 가차에서 펫과 장비가 함께 나오는 태극팬더나 캐릭터 수가 너무 적어서 아예 가차를 팔지 않는 전민투전신 같은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장비 성장을 가차에서 분리해버립니다. 뭐 각성석과 같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은 가차에서 꽝으로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비 성장의 메인이 되는 장비의 획득은 가차가 아닌 스테이지로 제한하고 있어요.


이렇게 장비가 가차에서 해방되고 나면 장비 성장과 스테이지 진행을 엮어주기가 수월해집니다. 아래쪽 컨텐츠에서의 지속적인 파밍을 허용하지만 단순히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을 넘어서서 뒤쪽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그 곳의 보상을 받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는 거지요.


대신 가차로는 캐릭터를 판매하고 있는데 수집의 대상으로써 장비보다 캐릭터가 더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스테이지 진행에 묶여있는 장비 성장과는 별개로 동작하는 성장 축이라는 점에서도 또한 결제할 이유를 제공해주지요. 새 캐릭터의 추가 등으로 플레이어의 진도와 관계 없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 컨텐츠를 횡으로 늘려나가기도 수월하구요. 다만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닌 펫의 형태를 지닌 멀티 캐릭터는 다소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4. 에반게리온 모바일 (신세기 복음전사 Online)


사실 에반게리온 모바일(이하 복음전사)의 성장 구조를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정말 지치는군요. 하지만 이윽고 드디어 마침내 에반게리온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반게리온을 '에바의 스킨을 씌운 도탑전기'라고 표현합니다만, 사실 성장 구조와 자원 수급 구조를 뜯어보면 에반게리온은 전통적인 도탑전기와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드래곤볼과 KOF98UM 사이에도 제법 큰 차이가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사실 저 둘의 차이는 '다름'이라기 보다는 '발전했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4-1. 흐릿한 기본 성장 축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굉장히 많은 성장요소들을 탑재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메인이 되는 것은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뿐더러 아침-점심-저녁 등 정기적으로 보급되는 가장 핵심이 되는 자원인 행동력과 교환되는 레벨, 등급, 성급 이 세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성장 컨텐츠들은 모두 일일 제한이 걸려있는 컨텐츠들로부터 유래하는 보조적인 성장 축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스테이지에서의 드랍 구성을 볼 때 복음전사는 이 기본 성장축이 굉장히 흐릿합니다. 일단 아이템을 모아 등급을 올리는 일반 스테이지와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 정예 스테이지가 구분되어있지 않고 하나로 합쳐놓았습니다. 각 장은 1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는데, 보스가 올라와있는 저 4가지 스테이지가 바로 정예 스테이지이고 나머지는 일반 스테이지입니다. 정예 스테이지를 일반 스테이지 사이에 끼워넣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닙니다만, 에바는 기본 스테이지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위는 기본 스테이지이고 아래는 정예 스테이지입니다. 기본 스테이지에선 에바 / 파일럿 용의 경험치 포션이 드랍되는데 보스 스테이지에선 경험치 포션에 더해서 캐릭터 조각과 에바 / 파일럿 진화 재료가 떨어집니다. 정예 던전이 기본 던전의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예 던전의 입장 제한을 모두 소모하고도 행동력이 남은 경우가 아닌 이상, 행동력을 기본 스테이지에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복음전사는 도탑전기를 기반으로 등급 성장(진화)에 필요한 아이템을 한 종류로 합쳐놓은 대신 파밍에 제한을 건 형태가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사실은 그것과도 약간 다릅니다. 복음전사는 성급 성장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에바든 파일럿이든 기본적으로 색상과 별의 갯수로 성급이 나눠지는데 (파랑 1성, 보라 1성, 오렌지 1성~4성) 어떠한 경우에도 처음에 정해진 성급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떤 캐릭터든 7성 혹은 그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도탑전기와는 크게 다른 지점이죠. 캐릭터 조각은 성급별로 정해진 갯수를 모으면 완성품으로 교체받을 수 있는데, 이미 있는 캐릭터에 조각을 더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계속해서 중복된 캐릭터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X22호기가 2개 존재하지요.



게임 초반부엔 이렇게 모인 중복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만, 중간 이상을 지나면서부터 이 중복 캐릭터야말로 성장의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위 스크린샷의 '진계'를 한번 살펴보시죠.  기본적으로 진계는 빨간 육면체(에바용) 혹은 파란 육면체(파일럿용)로 구분되는 진계정체를 소모해서 캐릭터 이름 옆에 붙어있는 +5와 같은 숫자를 끌어올리고 스탯을 더해줍니다. 당연히 진계가 더해질수록 필요한 진계정체의 수량이 늘어나겠죠. 하지만 +4부턴 진계 정체 이외에 진계 대상이 되는 동일한 캐릭터도 1체 이상 요구합니다.



레벨 50이 되면 그때부턴 '각성'이라는 컨텐츠도 생겨납니다. 파일럿은 검은 달, 에바는 흰 달을 소비해서 단계를 끌어올리는 성장 축이죠. 이 역시 일정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중간 중간 동일한 캐릭터를 요구합니다. 스킬은 어차피 다른 성장 컨텐츠에 의해 개방되고, 동기율은 굉장히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게임의 기본 성장은 캐릭터의 확보에 의해 강하게 제한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4-2. 기본 성장축에 걸린 여러가지 제약들


이 구성이 상당히 낯설고 이상한 것은, 기본적인 중국 게임의 유료화 모델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도탑전기로 대표되는 중국 RPG의 기본은 등급과 성급 성장인데 이 두 축은 서로 제약을 주고받지 않는 독립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일단 상대적으로 후한 행동력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등급성장을 가운데 축으로 두고, 돈에 조금 여유가 있는 사용자들은 행동력을 더 사서 등급 성장을 강화하거나 조각 모음에 좀 더 투자합니다. 그보다 좀 더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가차를 통해 조각을 더 많이 모아 성급을 올리죠. 성급을 올리는 데 등급은 관계 없고, 등급을 올리는데 성급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쪽을 선택하든 각 축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면서 플레이어에게 결과를 돌려줍니다. 접근성이 좋은 등급 성장은 일정 레벨을 요구하긴 하지만, 돈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성급 성장은 요구 레벨 조건이 없어, 돈을 퍼부은 사람은 마음 놓고 빨리 키우고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하지만 에바는 핵심이 되는 진계와 각성이 모두 캐릭터에 물려 있습니다. 아무리 진화재료와 검은달 흰 달을 많이 모아도 캐릭터가 없으면 일정 단계 이상 올라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진계와 각성은 레벨에 의해서 또한번 제약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진계 +5단계는 45레벨이 되어야 쓸 수 있지요. 아무리 제가 운이 좋아서 아스카 4성 5장을 얻어도, 일정 레벨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계와 각성에 이 캐릭터들을 쓸 수 없으며 해당 레벨에 도달해도 진계와 각성에 필요한 다른 아이템을 얻지 못하면 역시 중복 캐릭터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4-3. 단계별 갭이 큰 장비 성장



캐릭터의 보유에 의해 진계와 각성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는 장비가 있습니다. 이 장비는 도탑전기의 등급 성장을 위한 패시브 스킬이 아닌, 스탯을 가지고 있고 갈아끼울 수 있는 진짜 장비입니다. 이 장비도 녹색부터 파란색, 보라색, 오렌지색의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등급 내에서도 최대 3가지의 세트가 있어 서로 다른 능력치 배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비 성장 역시 에바 /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색상으로 나타나는 등급은 고정이고 쭉 키워온 저등급 장비를 높은 장비로 끌어올릴 방법은 없습니다. 강화를 통해 각 장비의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는 플레이어의 레벨에 의해 제한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레벨이 올랐을 때 골드를 회수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등급이 고정되어있고 레벨도 이미 한계 레벨에 도달한 상태에선 감마정체를 사용하는 진계를 통해 장비를 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필요한 감마 정체의 수급이 자유롭지 않은데다 장비의 등급이 고정되어있는 상황에서 귀한 감마 정체를 굳이 최고 등급인 오렌지색이 아닌 아이템에 많이 부여하기는 많이 아깝습니다.



뭐 고등급의 장비를 수급하기가 좀 수월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습니다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요. 장비 조각들은 기본적으로 40개씩을 모아야 하나의 장비가 되는데, 스테이지에선 저등급의 조각이 한 둘 떨어질 뿐이라 실제로는 모의훈련에서 얻는 장갑 파편으로 교환해서 얻게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시다시피 가격이 아주 무지막지하지요. 오렌지 등급 장비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해당 장비의 조각이 최대 40개 필요하고, 장갑 파편 40개는 장갑 파편 40000개에 해당합니다. 별 3개짜리 모의훈련을 클리어할 때 얻는 조각이 100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양이죠. 그나마도 오렌지색 장비는 모의훈련에서 별 60개 분의 진도를 빼야 개방되는데, 어느정도 성장하기 전까진 도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뭐 일단 오렌지색 장비를 얻기만 하면 골드 때려박아 레벨 올리고 감마 정체 쏟아부어 진계를 올려 화끈한 성장을 보장합니다만.


4-4. 그나마 꾸준한 조종석 장비 업그레이드



그나마 행동력을 써서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성장 컨텐츠라면 조종석 업그레이드가 있을 겁니다. 에바가 6개의 장비 슬롯을 가진 것 처럼, 각 조종석은 6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있고 각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면 스탯 보너스를 받습니다. 일반 도탑전기의 등급 아이템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각기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레벨은 강화정체를 사용해서 올리는데, 등급별로 한계레벨이 5레벨씩 정해져있어 아이템을 모아 한계 돌파를 해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이 바로 녹색+2인 부품을 파란색 +0 부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순간입니다.



이 조종석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들도 행동력을 소모해서 얻습니다만, 모험모드에 사용되는 '전력 电力'과는 별개인 '에너지能量'를 소모합니다. 에너지는 PVP, 항운 등과 함께 도시 순찰에서 사용되는데, 기본적으로는 순찰 1회 당 에너지 2점을 소모해 레벨업에 필요한 강화정체를 얻고, 랜덤하게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 - 시간이 지나면 열리는 보물상자, 사도와의 조우,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전투, 깜짝 상점 - 등을 통해 한계 돌파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습니다. 10 / 20 / 30 / 40 / 50회를 달성할 때 마다 주는 보상 상자도 있군요.


그런데 이 도시 순찰을 통한 조종석 업그레이드는 기본 성장축이라고 보기엔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전력과 함께 기본 행동력을 구성한다고는 하지만 전력과 달리 자연회복분 외에 아침-점심-저녁 정기 방문 이벤트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원을 얻는데 랜덤성이 굉장히 강하죠. 게다가 연속 탐색을 사용할 경우 정해진 차 수 만큼 에너지를 다 소모한 이후에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도 조우나 다른 캐릭터와의 전투는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막상 상황이 발생했는데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기 쉽지요. 뭐 그래도 다른 성장축들 보다는 성장 빈도나 난이도 면에서 훨씬 낫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조종석 업그레이드는 에바나 파일럿에 귀속되지 않고 창고의 에바 슬롯에 귀속되어 어느 파일럿을 써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 매우 큰 메리트입니다. 성급이 완전히 고정된 이 게임에서 에바나 파일럿에 귀속되는 성장 컨텐츠들은 그보다 더 높은 성급의 캐릭터를 얻게 되는 순간 매몰비용이 됩니다. 장비 성장 역시 더 높은 성급의 장비를 얻게 되면 의미를 잃지요. 하지만 조종석은 파일럿을 바꿔도 계속 유지되고 성장시켜둔 레벨이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다른 성장 컨텐츠들과 달리 캐릭터의 성급에 관계 없이 자원을 퍼붓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습니다. 새로 좋은 파일럿을 얻게 되면 위 그림처럼 그냥 갈아태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4-5. 의외로 쉬운 캐릭터 수급


캐릭터 수집 / 육성 게임으로써 도탑전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개인의 기호에 따른 호/오나 캐릭터 성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유/불리는 있을 지언정 기본적으로 키워도 캐릭터의 등급이 완전히 나눠져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어 키워야 할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을 키우기 위해 갈아먹일 캐릭터가 나눠지는 한국 / 일본의 게임과 달리 어떤 캐릭터든 끝까지 성장할 수 있고, 각각의 캐릭터의 성장은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성장 컨텐츠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구성되어있지요.


하지만 에바는 캐릭터의 성급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키워도 될 캐릭터와 아닌 캐릭터를 구분짓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된 성장 컨텐츠들이 모두 같은 캐릭터를 소모하도록 되어있어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요.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캐릭터 수급과 성장이 매우 빡빡한 게임으로 보입니다만, 실제 게임 자체가 그렇게까지 빡빡하진 않습니다.



일단 성급이 낮아서 육성할 가치가 없는 캐릭터들은 '회수'를 통해 생명체라는 화폐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더 높은 등급을 얻어 쓸모가 없어진 장비 또한 장비 파편으로 교체할 수 잇지요. 이미 육성한 캐릭터들을 갈아버릴 경우엔 육성에 들어간 자원을 얹어주긴 하는데 보통 들어간 양의 절반 정도입니다.



이렇게 회수를 통해 얻어낸 생명체는 상점에서 캐릭터 조각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상점엔 총 9개의 상품이 랜덤하게 배치되고, 각각의 상품은 젬 혹은 생명체 중 하나 랜덤하게 요구합니다. 원하는 캐릭터 조각이 없다면 목록을 갱신하면 되는데 타 중국 게임과 달리 목록 갱신이 굉장히 너그럽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갱신횟수를 다 쓰면 갱신할 때 마다 20젬씩(혹은 그 이상)을 소모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갱신 횟수가 100회 이상 남아서 돈을 주고 갱신할 일은 없습니다.


아스카와 비스트 모드 2호기를 제외한 4성 에바 / 파일럿은 상점에 올라오지 않습니다만, 3성 캐릭터들은 모두 이 상점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캐릭터나 조각이 드물게 나오는 다른 게임의 가차와 달리 무료 가차라도 무조건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무과금 유저들도 하루 5+3번 제공되는 무료 가차로 얻는 캐릭터들을 갈아서 원하는 3성 캐릭터들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젬을 사서 가차를 돌린 과금러들은 더더욱 가차로 나온 꽝들을 갈아서 더욱 쉽고 빠르게 3성 캐릭터들을 모으겠죠. 3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4성 캐릭터들로 게임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에바는 상당히 힘겨운 게임이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약 한달 정도 플레이했는데, 상점에서 얻은 아스카 / 비스트 2호기를 제외한 4성은 레이와 8호기 단 둘 뿐입니다. 에바든 파일럿이든 캐릭터 하나로는 +3 단계가 한계이기 때문에 이미 전력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계죠.



4-6. 가차 중심 게임의 중국적 변용


사실 에바를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와 같은 멀티 히어로로 구성하기에는 의미있는 캐릭터가 너무 적지요. 드래곤볼만 하더라도 무려 46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물론 여기엔 런치나 야지로베처럼 원작에선 큰 의미가 없었던 캐릭터들도 섞여있습니다만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반면 에바는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굉장히 적습니다. 에바만 해도 영, 초, 2호기 기본에 극장판에 등장한 2호기 개, 2호기 비스트, 8호기, 9호기, 13호기 정도가 고작입니다. 파일럿은 더욱 적어서 아스카 신지 레이 마리 카오루에 타자 마자 죽을 뻔한 토우지를 포함해도 고작 6명이죠. 아무리 설정상의 이유를 갖다 붙여 신지의 클래스메이트들을 파일럿 후보군으로 밀어넣고 각종 에바 시제기들을 창조해서 밀어넣는다고 해도 원작에 아예 등장하지도 않은 이들 캐릭터들이 지니는 가치는 매우 떨어집니다.


어차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되고, 그나마도 A급과 B급이 완벽하고 뚜렷하게 갈라지는 경우라면 억지로 도탑전기의 틀에 끼워넣기 보다는 처음부터 성급을 구분해서 될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에 집중시키는 구조도 그렇게까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차상위에 해당하는 3성급을 다소 여유있게 공급함으로써 무과금 / 저과금러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면요. 그래서 에바를 하고 있다 보면 도탑전기라기 보다는 가차를 폭발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무과금 / 저과금러도 조금 수고를 들여 얻은 5성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확밀아를 플레이하는 것과 유사한 인상을 받습니다.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가차에서 대박이 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다만 도탑전기에 기반한 타 중국게임은 물론, 가차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일본 게임과 비교해도 가차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큰 단점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낮은 확률을 뚫고 최고 등급의 캐릭터를 얻어도 1장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당장 도감을 채우는 재미는 있겠지만, 계속 키워서 게임을 하려고 보면 1장 만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게다가 가차를 아주 열심히 돌려 같은 4성을 여러장 얻어도 얻는 족족 그대로 밀어넣지 못하고 다시 진계나 각성을 먼저 키워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플레이어에게 이득이 돌아오지는 않지요.


기본적으로 도탑전기는 소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게임입니다. 얼마를 쓰겠다고 마음 먹어도 쓴 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무 / 소 / 중 / 고과금 유저들이 아주 폭넓게, 자기가 쓸 수 있는 형편 만큼 분포하고 있어죠. (물론 최상위 고래들이 엄청나게 써주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에바는 소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혀졌습니다. 그냥은 도달할 수 없는 4성 캐릭터는 가차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주지만, 낮은 확률과 높은 중복 요구 때문에 아주 작정하고 달리는 사람이 아니고선 가차의 매력은 더 떨어집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이정도 시간을 쓴 다른 게임들은 - 나루토나 드래곤볼 - VIP 10레벨 이상을 찍었지만 에바는 VIP 7레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돈을 써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낌없이 쓰겠습니다만, 가차 말고는 딱히 돈을 쓸 구석이 보이지 않아요. IP 파워나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 딱히 성투사성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순위에서 차이가 나는 건 바로 이 과금 유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5. 정리

이제까지 살펴본 중국 모바일 RPG들의 특성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KOF98UM과 드래곤볼, 성투사성시 중생은 오소독스한 도탑전기에 가까우나 드래곤볼은 이전보다 성장의 빈도와 접근성을 높여 도탑전기의 장점인 끊임없는 목표 제시 / 달성과 빠른 피드백을 극대화한 디자인입니다. 성투사 성시는 드래곤볼보다는 KOF98UM에 가까우나 관문으로서의 스테이지와 파밍 스테이지를 구분해 밸런싱 난이도를 줄였구요.


한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 파밍에 의한 성장을 굉장히 중시하는 반면 중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외에 캐릭터의 수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태극 팬더나 쿵푸팬더 3의 경우, 복수 캐릭터를 '펫'으로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쪽이 더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단, 펫으로 수집시키든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수집시키든 일단 캐릭터를 수집시키기로 마음 먹었으면 장비는 가차에서 과감히 제거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사조 영웅전 3D나 나루토의 경우, 기본 도탑전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액션 RPG를 얹었습니다만, 다른 액션 RPG들은 나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장비 성장도 강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뭐 그래도 나루토 만큼 성공한 액션 RPG는 없었다는 것이 함정입죠.


에반게리온은 가차에 의한 캐릭터의 수집을 매우 강하게 강조해서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과는 이질적인 구성을 보입니다. 캐릭터가 부족한 IP 특성상 도탑전기 모델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으리라고 예상되는데, 4성으로 도배해야 속이 풀리는 최상위 유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지요.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최근 중국 차트에서 2위에 오른 음양사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음양사는 캐릭터를 바로 갈아먹이고 블소의 보패 같은 아이템을 끼울 수 있는 등 기존의 도탑전기와는 이질적인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에반게리온에 더 가까운 구조겠네요. 어쩌면 중국 RPG 디자인이 도탑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블소 모바일도 한때는 1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6. 다시 한번 광고


이전에 에반게리온 모바일 소개글에도 광고를 붙였는데요, 에바 모바일 글이 별로 인기가 없어 다시 한번 광고합니다.


2015 년에 이어 2016년 IGC(인벤 게임 컨퍼런스)에도 참여합니다.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10분 발표합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렸던 나루토,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게임을 재료로 중국 모바일 게임의 디자인 사례를 한국 게임들과 비교하면서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보았습니다. 무려 90슬라이드짜리 대작입니다. 중국 게임 디자인에 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IGC에 참가 신청 하셔서 제 발표도 보시고 나중에 QnA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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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발표 정리 기사

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강연 영상


by 고금아 2016. 9. 27. 09:11

0. 신세기 복음전사


평소 페북을 통해 김두일님께서 운영하시는 차이나랩에서 정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만, 얼마전에 상당히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중국에서 에반게리온 모바일 게임이 나왔다는 거였죠.


공식 홈페이지 가기

안드로이드 APK 다운로드

iOS앱스토어 (중국 계정 필요)



일단 좌측 상단에 EVA 正版手游(EVA 정식 라이센스 모바일 게임)이라고 적혀있고 오른쪽 하단엔 현재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을 제작중인 스튜디오 카라가 적시되어있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 대형 에바 조형물이 설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정식 라이센스 게임이 맞긴 한가 봅니다. 일단 전투 영상부터 보시죠.




기본적으론 이미 중국에서 하나의 정석으로 굳어진,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한 RPG 게임입니다. 전투는 실시간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캐릭터와 에바의 스킬을 쓸 수 있고 팀 전체의 게이지가 차면 TV판에서 제7사도를 무찔렀던 것과 같은 콤비네이션 어택도 쓸 수 있습니다. 군데 군데 일본어 음성도 들어가있고 애니메이션의 영상도 나옵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 TV판 영상도 끼어있어서 이거 저작권 문제를 다 해결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본어 제목도ヱヴァンゲリヲン이 아닌 エヴァンゲリオン 이구요...)


뭐 여튼, 제 또래가 다 그랬듯이, 10대를 불살랐던 작품에 대한 빠심으로 시작하긴 했습니다만 디자인 적으로도 특이한 부분이 있어 포스트를 쎄웁니다.


1. 간략하게 둘러보기


게임을 시작하면 미사토상의 일본어 음성(!)이 플레이어들을 맞이합니다. 신지, 레이, 아스카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처음 공짜로 얻을 캐릭터를 고르는 것일 뿐, 선택한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도탑전기에서 색깔로 나타내는 등급은 파밍으로 올라가고, 별 갯수로 나타나는 성급은 조각 모음으로 올라가는 것과 달리 이 게임에선 등급과 성급이 고정이라는 점입니다. 관련된 사항은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로비에선 위와 같이 대표 캐릭 3개가 파일럿에 탑승한 형태이고 그 주위를 각종 버튼들이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창고를 눌러보면 현재 선택한 덱의 주력에 해당하는 3체의 에바와 파일럿이 보입니다. 처음엔 1체로 시작했다가 레벨이 오르면서 3대로 늘어나고, 레벨이 더 오르면 후열에도 3체의 슬롯이 개방되어 총 6체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PVP에선 앞열에서 에바가 사망하면 채워집니다만 PVE에선 앞열 3대만으로 진행합니다. (PVE에서 앞열이 죽어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 에바와 파일럿은 어떻게 얻느냐...면 당연히 가차에서 얻지요. 다만 이제까지 TV판에서건 극장판에서건 신극장판에서건 나온적이 없는 시제형 에바가 막 나옵니다.. 파일럿 또한 아이다 켄스케 (안경잡이 밀덕)나 호라키 히카리(반장) 등 원작에서 에바를 탄 적이 없는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심지어 스즈하라 토우지의 동생 스즈하라 사쿠라도 파일럿으로 등장하지요. 원래 제3동경시의 아이들이 모두 파일럿 후보군이었다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기 보다는 어차피 최고 에바와 파일럿이 정해진 상태에서 가차에 끼워넣기 위한 것이겠습니다만.


참고로 각 에바는 팀에 특정한 다른 에바가 있을 경우 능력이 증가하는 '공명'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크린샷 상으로는 3개의 공명 조합이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2체 공명이 3여개, 3체 공명이 3여개로 꽤 공명 조합이 많습니다. 그리고 각 파일럿들은 궁합이 잘 맞는 에바가 정해져있지요. (위의 반장의 경우 R14호기와 9호기에 잘 맞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가차를 열심히 돌리거나 조각을 열심히 모아서, 가장 위력이 극대화 되는 에바 - 파일럿 조합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덱 운용이 되겠습니다.


뭐 이런 시너지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여러 캐릭터를 키우고 운용하는 멀티 히어로 게임에는 일반적이긴 합니다. 위 스샷처럼 드래곤볼에도 있지요. 위 드래곤볼의 경우, 파티에 넣지 않아도 해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패시브 보너스를 받고 파티에 같이 편성했을 경우 가끔 랜덤하게 합동 공격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패시브 보너스든 합동 공격이든 효과가 아주 절대적이진 않아요. 하지만 에바는 보다 공격적입니다. 공명은 보유로는 발동하지 않고 파티에 편성해야만 효과를 받을 수 있고 보너스도 매우 커요. 그리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가차 의존도도 상당히 높구요.



2. 플레이 컨텐츠


기본적인 모험모드는 위와 같이 최대 12스테이지를 하나의 장으로 묶어서, 여러 장으로 나뉩니다. 정예 던전이 따로 있진 않고 한 장 마다 3개의 중간보스와 1개의 최종 보스 스테이지가 분배되어있지요. 정예 던전은 당연히 루팅이 더 좋은 대신 클리어 횟수가 제한되어있습니다만.. 사실 3성 이상의 캐릭터와 에바 조각을 주는 건 최종 스테이지 뿐입니다. 그리고 최종 보스를 잡아도 다음 장은 일정 레벨이 되어야 열리는 구조지요. 사도 한마리당 1장씩 배치하면 10장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장들은 시뮬레이션에 의한 모의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노멀 스테이지는 2단계, 보스가 있는 스테이지는 3단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기본적인 흐름은 TV판을 따라갑니다만 신극장판이 다룬 부분은 신극장판 중심입니다. 그리고 진짜 사도와 싸울 땐 위 영상 처럼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재현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컷인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부가 컨텐츠에 해당하는 역련에는 총 8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제일 왼쪽의 PVP(경기장) 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련, 사도입침(월드 레이드), 일상부본(일일 던전), 전봉 경기장(랭킹전 PVP), 항운, 허의훈련(모의훈련), 성시수색(도시순찰) 순입니다.



도시 순찰은 위 스샷 처럼 에너지를 소모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랜덤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컨텐츠입니다. 드래곤볼의 드래곤볼 대모험과 유사한데 ! 하나가 한칸에 해당하고, 그 칸에 도달하기 전까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보통은 아무 일도 없이 그냥 골드와 약간의 자원을 줍니다만 가끔은 아래의 스샷 처럼 시간이 지나면 보상을 주는 (돈을 내면 바로 깔 수 있는) 상자가 나오기도 하고, 전투가 발생하기도 하고, 깜짝 할인 상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월드 보스 전은 드래곤볼에 있던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보스가 일정 시간 동안 소환되고 해당 서버의 전원이 보스를 공격합니다. 전원 공격이라고 해봤자 남이 공격하는 것을 직접 볼 수는 없고 (HP가 줄고 있는 것은 보입니다.) 나 혼자 들어가서 맞아 죽을 때 까지 때리고 돌아오는 거지만요.


항운은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과 매우 흡사한 컨텐츠입니다. 일본에서 출발해 러시아, 독일, 남극, 미국 중 랜덤하게 골라지는 한 곳으로 화물을 보냅니다. 화물을 보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제한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화물선을 볼 수 있고, 공격할 수 있습니다. 공격에 성공하면 보너스 보상을 받습니다. 이런 식의 제한적인 인터액션은 사실상 싱글플레이 게임에 가까운 비MMO 모바일 RPG에서 약간의 MMO 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봤자 본격적인 MMO성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진 장비를 보여주고,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에 불과합니다만 중국의 모바일 MMORPG가 가진 MMO성도 그정도가 고작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중국 MMO는 체질에 안맞아서 거의 못해봤습니다. 해본 분의 제보 기다립니다.)



모의 훈련 역시 드래곤볼이나 KOF98UM에서 익히 봤던 구조입니다. 3개의 스테이지가 하나의 층을 이루고, 각 단계에서 1성 / 2성 / 3성짜리 도전을 고를 수 있습니다. 클리어하면 별을 얻고 한 층을 끝낼 때 마다 보상을 받고 별을 버프로 바꿀 수 있지요. 다만 최종 플레이 날짜와 관계 없이 3개 스테이지를 모두 별 세개로 클리어한 층은 일괄3성으로 소탕할 수 있어 매일 들어올 필요도 없고 시간 소모도 적습니다. 대신 각 스테이지마다 6턴 안에 클리어하기, 체력 50% 이상 남긴 상태로 클리어하기, 한명도 죽지 않고 클리어하기 같은 부가 조건이 붙습니다. 적을 물리쳐도 해당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실패하며,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그 날의 도전은 끝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이템을 할인해서 판매합니다... 참 얄미운 타이밍이에요.



시련 역시 일종의 도전의 탑인데요, 하루에 5번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는 처음 클리어할 때엔 젬과 희귀 자원을 주고, 그 다음부턴 파일럿 각성 재료와 생명체(무료젬)을 줍니다. 모의훈련 처럼 특수한 조건이 걸리진 않습니다.





PVP는 일반 PVP와 레더 PVP로 나뉩니다. 일반 PVP는 첫번째 스샷 처럼 상대를 지목해서 싸움을 걸고 이기면 상대의 순위로 점프하는 일반적인 비동기 PVP입니다. 다른 비동기 PVP와는 달리 완전자동 전용이 아니라서 플레이어가 전투에 개입할 수도 있고, 나보다 높은 순위의 플레이어를 이기면 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레더 PVP는 상대를 고를 수 없고 서버가 골라주는 PVP입니다. 시간이 정해져잇고 상대 매칭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봐선 동기식 PVP인 것 같습니다만, 정작 전투에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3. 행동력과 경제


모드 

내용

산출물

플레이제한

 경기장

 상대를 골라서 도전하는 비동기 PVP

진화 필요 아이템

 2 에너지 / 회

 시련

 에바 / 사도 등과 벌이는 단판 승부

생명체 (무료젬)

 5회 / 일

 5 전력 / 회

 월드 레이드

 일반적인 월드 레이드

싱크로율 아이템

 10+5회 / 일
 일일 던전

 간단한 전투로 구성된 일일 던전

자원, 희귀 아이템

 4개 가량 컨텐츠 / 일

 1회 / 일 / 컨텐츠

 10 전력(행동력) / 회

 랭킹전 PVP

 상대를 지목할 수 없는 레더 PVP

 심편(IC칩)

 5회 / 일

 항운

 시간 경과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컨텐츠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과 유사)

 골드

 싱크로율 아이템

 운송 : 4회 / 일

(10 에너지 / 회)

 타 플레이어 공격 : 10회/일 ( 2에너지 /회)

 모의 훈련

도전의 탑

 희귀 장비

 클리어 실패시 당일 종료
 도시 순찰

 랜덤하게 보상을 주는 이벤트

(드래곤볼의 드래곤볼 대탐험과 유사)

 파일럿 진화 아이템

 2 에너지 / 회


컨텐츠들을 정리하면 위와 같은 표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성장 컨텐츠가 깔려있고, 각 컨텐츠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부가 컨텐츠가 배치되어있는 구성은 매우 보편적이죠.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각 컨텐츠에 걸려있는 플레이 제한입니다. 보통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이런 부가 컨텐츠들은 기본 컨텐츠인 모험 모드와 행동력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컨텐츠 별로 별도의 행동력을 책정하지요.


그런데 에반게리온은 대부분의 부가 컨텐츠들이 행동력을 소비하고 공유합니다. 모험모드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시련, 일일 던전에서도 함께 소비되며 (그것도 양이 제법 됩니다.) PVP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도시 순찰, 항운에서도 사용됩니다.


이러면 행동력 운용이 너무 빡빡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실은 딱히 행동력의 부족을 겪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력 / 에너지 회복 캡슐을 많이 뿌리기도 하지만, 채워주는 양보다 쓰는 양이 적습니다. 모험모드는 아까 언급한 것과 같이 결국 각 장의 최종 보스 스테이지에만 쏟아붓게 되는데, 20개 장을 다 돌아봤자 100점에 불과하지요. 에너지 역시 일단 60점을 항운에 다 쏟아부은 뒤엔 도시 순찰이나 PVP는 무제한으로 쏟아부으면 됩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행동력의 부족이 아니라, 아무리 행동력을 쏟아부어도 강해질 수 없다는 구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4. 분절되어있는 성장 컨텐츠




일반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기존 RPG 게임과는 달리 캐릭터 별로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템들은 처음엔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장착되지만 나중엔 복수의 종류를 복수개 가지고 있어야만이 업그레이드를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그리고 아이템을 세트로 업그레이드 하면 캐릭터의 등급이 올라가구요. 사실상 도탑 전기에서 아이템은 아이템이라기보다는 특정 스테이지들을 일정 횟수 이상 돌아야 업그레이드 되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에바에서 아이템은 정말 아이템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녹색 -> 파란색 -> 보라색 -> 오렌지 색으로 등급이 나눠져있고, 각 등급 내에서도 2~3개의 세트가 존재합니다.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 없이 그냥 있으면 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골드만 내면 아이템 별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최대 레벨은 플레이어 레벨로 제한됩니다.) +1, +2는 장비 강화 재료를 소모해서 마구 올릴 수 있지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장비의 등급을 올리는 메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녹템과 파템이 이벤트 보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걸 끼고 업그레이드 했는데, 점점 한계가 보이더군요. 고등급 장비를 어디서 구하나 봤더니, 모의훈련에서 받는 장갑 파편 포인트로 개별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개별 장비의 조각을 사서 합성해 새로 얻는 구조였죠.


그런데 이 구조가 참으로 어색한 것이, 고등급 장비를 얻기 위해선 모의 훈련에서 얻은 최대 별 수가 일정 기준에 다다라야 하는데, 그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선 성장을 시켜야 하고 성장을 시키기 위해선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한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정석을 밟자면 녹템 - 파템 - 오렌지템으로 계속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차피 오렌지가 제일 좋은 것을 알고 있고, 아이템 1피스의 가격이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녹템 파템에 포인트를 쓴다는 것이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지더군요. 저 장비 파편이 드랍으로는 생성되지 않고 일간 생산량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에바 / 파일럿 조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도탑전기의 캐릭터들은 아이템으로는 색깔로 표시되는 등급을 올리고, 조각으로는 별 갯수로 표시되는 성급을 올립니다. 그런데 에바에선 아무리 찾아도 캐릭터에 조각을 쓰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차에서 중복이 나와도 조각이 아닌 캐릭터 완제품을 하나 주더군요. 4성 에바 조각 100개를 모아서 캐릭터 1개로 바꿔도 에바 1기가 새로 추가되구요. 이걸 어디 쓰나.. 봤더니 진화 재료에서 소모됩니다. +3까지는 진화 정체만을 사용하지만 +4부턴 캐릭터를 함께 갈아먹여야 합니다.



에바 뿐만 아니라 파일럿 또한 마찬가지인데, 레벨이 올라 각성이 생기자, 각성도 캐릭터 1체를 요구하기 시작하더군요. 진화는 파란색 파일럿 진화 정체 + 캐릭터 인데 각성은 검은달 + 캐릭터 입니다.



캐릭터를 모으도록 유도하는 구성인데, 에바는 캐릭터를 모으기 어려우면서 쉬운 게임입니다. 우선 어려운 이유는 조각 드랍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3성 이상은 각 장의 최종 보스전을 깨야만 얻을 수 있는데 최종 보스전은 하루에 5판 밖에 돌 수 없습니다. (물론 돈을 내면 리셋 가능하지요) 그래서 주된 입수 경로는 상점이 됩니다. 상점에선 위와 같이 3X3 9개의 칸에 랜덤하게 아이템이 배치되는 형식입니다. 한 칸은 한번 밖에 구매할 수 없고, 돈을 내면 목록을 다시 추첨하는 형식인데 실제로는 돈을 안내도 될 만큼 리셋 횟수를 넉넉하게 줍니다. 조각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는 젬(현찰)과 생명체 둘 중 하나가 랜덤하게 선택됩니다. 



생명체는 일종의 무료젬 같은 성격인데 '회수' 메뉴를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에바와 파일럿을 갈아넣으면 레어도에 따라 정해진 만큼을 돌려받습니다. 유료 가차에서 나온 꽝을 회수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만 무과금 유저도 하루에 무료 가차가 5번 이상 제공되고, 보상으로도 많이 뿌려지기 때문에 3성 에바 / 파일럿은 물론 4성 2호기 비스트 / 4성 아스카 또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상점에서 팔지 않는 희귀 4성 캐릭터들입니다. 4성 13호기, 4성 9호기 각성, 4성 신지, 4성 레이, 4성 8호기는 상점에서 구할 수도 없고, 스테이지 드랍도 나쁩니다. 결국 가차로 뽑을 수 밖에 없지요. 이 캐릭터들은 가차로 얻기도 힘든데, 힘들게 얻어도 다시 가차로 계속 얻어야만 전력으로 키워가며 쓸 수 있습니다.



또, 3~4성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캐릭을 모으고 나면 이번엔 진화 / 각성 재료의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에바의 진화에 필요한 에바 진화 정체, 파일럿 진화에 필요한 파일럿 진화 정체 모두 행동력과 무관하게 하루 생산량이 고정됩니다. 그나마 에바 각성에 필요한 흰달과 코어는 한번에 전력을 10이나 먹는 저 스페셜 메뉴에서 생산이 가능합니다만 이번엔 각성 레벨이 오른쪽 스테이지 클리어에 제한 받습니다. 당장 0급 2단계를 올려야 오른쪽의 2호기에 도전할 수 있고, 2호기를 깨야 0급 3단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진화든 각성이든 대부분의 성장 컨텐츠들이 필요 자원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캐릭터의 레벨에 묶여있기도 합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2호기 비스트 코어 14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레벨 50이 안되어서 각성을 못하고 있지요.


레벨 제한 / 캐릭터 조각에 구애받지 않는 성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비 아이템의 + 등급 성장이나, 에바 / 파일럿의 싱크로율 성장이죠. 다만 이쪽 성장들은 포인트 남아돌 때의 성장은 너무나 미미하고, 확실한 효과를 보는 단계까지 가려면 자원 수급이 받쳐주질 못합니다. 싱크로율 5% 단위로 보너스를 주지만 화끈하게 몰아주는 구간은 50%, 80% 도달시인데 제가 한달 하고도 아직 30%에 머물러있어요.



5. 한중일 게임의 단점만 합쳤다?


IGC 2016에서 발표할 내용에도 포함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가차에서 어떤 캐릭터를 얻더라도 그게 원했던 캐릭터는 아닐 지언정 무가치한 꽝은 아닙니다. 캐릭터를 얻었다는 것은 그냥 축하할 일이죠. 그리고 어떤 캐릭터에 자원을 투입해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일 수는 없습니다. 드래곤볼의 예를 들자면 손오공은 2성에서, 비델은 3성에서, 인조인간 17호는 4성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가차에서 최초 습득시의 스타트 지점만 차이날 뿐 최종적으로는 모두 7성 + 알파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누굴 키울지는 입수 순서와 개인 기호에 따를 뿐, 특별히 누구를 키우면 손해본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근성으로 키워내 손오공 못지 않은 야무치

(능력치 차이는 장비 각성 여부)


하지만 에바는 일본 게임 처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갈라져있는 게임입니다. 보라색 1성 0호기 시험형은 죽었다 깨어나도 3성 0호기가 될 수 없습니다. 장비도 파일럿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도 손해보지 않음을 믿고 자원을 마음껏 쓰던 다른 중국 게임들과 달리 3성을 키우면서도 이거 4성 얻고 나면 다 매몰비용 되는 게 아닌지 불안합니다. 최고 등급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구제책으로 회수 기능이 있지만 투입한 자원의 절반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데다 전체 4성 중 일부만을 보장해줄 뿐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에바의 장비와 파일럿 시트 업그레이드는 에바/파일럿 귀속이 아닌 슬롯 귀속이라 에바 / 파일럿을 갈아치워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설령 희박한 확률을 뚫고 4성을 얻어도 1장 만으로는 효용이 떨어지고 일본 게임 처럼 같은 카드를 여러장 얻어 한계돌파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일본 게임은 일단 여러장 얻으면 레벨 올리고 한돌을 금방 할 수 있지만 에바는 한국 게임처럼 얻어낸 중복 카드들을 바로 다시 쓸 수 없고 굉장히 생산량이 제한되는 다른 자원들을 계속 퍼부어야 합니다. 가차를 사서 4성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손해본 기분으로 찜찜하고 애매합니다. 그나마도 필요한 카드의 수가 1장, 2장으로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성급 사이를 쪼개거나 (드래곤볼),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수를 줄여서 성급 성장 빈도를 높이는 (성투사 성시) 중국 게임의 트렌드에도 반할 뿐더러, 1장 1장 한돌할 때 마다 크게 돌려주는 일본 게임 보다도 만족감이 떨어지구요.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돈을 쓰고 나면, 돈을 가장 현명하게 쓰는 방법은 가차가 아닌, 자원을 구입하는 일이 됩니다. 가차의 매력이 떨어져서 자원을 사는 흐름은 한국 게임과도 맞닿아있지요. 그나마 한국 게임은 저 자원들을 패키지로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만 에바에선 싸게 할인을 걸어 팔고 있습니다.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도탑전기류와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아무리 도탑전기가 캐릭터 수가 한정된 IP 게임에서 캐릭터들에 특화된 구조라고 해도, 에바 만큼 캐릭터가 제한된 IP는 아니잖습니까. 도탑 전기 모델을 돌리려면 캐릭터들을 얇고 넓게 펴발라야하는데 에바는 주인공 4명 / 에바 4종류 외엔 쓸 수 있는 컨텐츠가 아예 없어요.  그렇다고 원작에서 단 한번도 에바를 타본 적도 없는 반장이 몰고 있는, 원작에서 한번도 등장한 적 없는 시험형 에바가 4성 아스카가 모는 4성 2호기 비스트 모드 만큼 강하다는 것도 애매하구요. (전 뭐 그래도 이쪽 방향을 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그 도탑 전기와는 다른 모습이 꼭 이런 모습이어야했는지는 좀 의문이긴 합니다. 가차를 사려고 해도 매력이 떨어지고, 초레어를 뽑아도 기쁘지 않고, 뭔가 시간은 계속 써야 하는데 그걸 돈으로 커버하기도 힘들고.. 뭔가 중국과는 다른 체계를 지닌 한국 / 일본 게임에서 안좋은 면만 가져온 것 같아요.


 

 


실제 순위를 봐도 성적이 영 신통찮네요. 2달 먼저 출시한 성투사 성시가 몇달을 15위권 언저리에서 놀다가 이제서야 30위권 후반대로 떨어졌는데 에바는 시작부터 20위권 밖이었고 한달 사이 벌써 46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성장 구조를 제외한 만듦새는 호각으로 보이고, 제가 중국 분위기를 몰라도 에바가 성투사 성시 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IP라고는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럼 결국 돈 쓰는 재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레벨 제한에 걸리면 걸렸지 스펙이 후달려서 장을 못깨는 경우는 없는 것을 보면 돈 쥐어 짜겠다는 마인드는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6. 그래도 건질만한 몇가지


성장 구조가 조금 괴악해서 돈쓰는 맛이 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디자인 적으로 참고할만한 구석이 몇군데 있긴 합니다. 반면교사가 아니라 정말 보고 배울만한 부분으루요.



에바는 기본적으로 동기 부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게임입니다. 당장 위 스테이지 선택 화면만 보더라도 외적 보상이 무료 7번입니다. 보스전 이후 상자 3개, 누적 별 보상 3개, 장 클리어 보상 1개죠. 전체 스테이지가 12개인제 절반 넘게 보상이 쏟아져요.


 

레벨업에 대한 동기 부여에도 세심한 배려가 보입니다. 일단 항상 보게 되는 로비 화면에 다음번에 몇레벨이 되면 어떤 컨텐츠가 열리는지 표시해주고 있어요. 탭 하면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레벨 업 팝업에서도 어떤 컨텐츠가 언락되었고 다음번엔 몇레벨에서 어떤 컨텐츠가 언락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PVP 및 부가 컨텐츠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꽤 괜찮습니다. PVP나 도전의탑 처럼 난이도와 스트레스가 좀 있는 컨텐츠에선 '해당 컨텐츠에서만 나오는 자원' 으로 플레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유용한 아이템을 한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토큰을 주는 것 까진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유형입니다. 하지만 에바는 이 컨텐츠 포인트 상점에 특별히 '장려'(포상)이라는 탭을 부여해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한번씩 9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걸어놓고 있습니다. PVP에서 순위가 올라가거나 시련에서 새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젬을 주는 것과 합쳐져 난이도가 높은데도 동기를 잘 부여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타이밍도 아주 예술입니다. 한국 게임에선 패키지 사라는 팝업이 시도 때도 없이 뜨고 (가끔은)지금 아니면 못산다고 협박해서 아주 기분이 나쁜 경우가 잦은데 에바는 정말 이 팝업을 기분 좋고 설득력 있게 띄웁니다. 시련의 경우는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해서 오늘의 기회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그때 구매 팝업이 뜹니다. 도시 순찰에서 뜨는 핫딜 역시 뭔가 비밀 상점을 내가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을 주죠.


무엇보다 또 젬에다가 이것 저것 상품을 끼워파는 한국의 패키지 상품은 이미 젬의 가격을 알고 게임내에서의 아이템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호소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에바에선 원가 얼마 -> 판매가 얼마, XX% 세일의 형식을 유지함으로써 게임을 깊이 알지 못해도 저런 상품들이 가치가 있고 구매하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7. 팬이라면 추천



뭐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쓰긴 했습니다만, 팬이라면 상당히 즐거운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리츠코와 미사토가 나와서 일본어 음성으로 미션을 브리핑하고 에바들이 사출기로 쏘아올리는 순간 아주 짜릿해요. 그리고 원작의 장면을 재현한 스테이지와 중간중간 끼어드는 실제 원작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추억이 방울방울 지구요.



파일럿 진화할 때 뒤로 비치는 싱크로 그래프, 그리고 인류보완계획 제n차 진계 성공 이런 타이포가 뜨면 이게 또 덕심을 자극하지요.



AT 필드 잡아찢고 에바 간 합체기 쓸 땐 아 내가 정말 에바를 중국 게임으로 재미있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환호하게 됩니다. 또 원작에 없었던 조합 - 이를테면 스즈하라 남매의 합체기 - 등을 시도하면 에바의 또다른 면이라 즐겁구요.


사실 앞서서 쭉 비판했던 부분은 돈쓰는 재미에 관한 것이지 게임 자체의 재미에 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장 메타게임이 좀 불안정하긴 하지만 사실 성장 속도도 느리지 않고, 꼭 4성이 아니라도 3성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합니다. 제법 대형 IP를 문 것에 비해 돈을 효과적으로 벌지 못하는 구성일 뿐, 팬으로써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에요. 전 이 게임을 시작한 뒤로 일본 옥션에서 에반게리온 TV판 블루레이를 사올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8. 마지막으로 광고


이제까지 최근에 재미있게 한 에반게리온 모바일을 소개 했는데요, 게임과는 별개로 자잘한 광고가 있습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 IGC(인벤 게임 컨퍼런스)에도 참여합니다.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10분 발표합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렸던 나루토,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게임을 재료로 중국 모바일 게임의 디자인 사례를 한국 게임들과 비교하면서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보았습니다. 무려 90슬라이드짜리 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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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발표 정리 기사

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강연 영상





by 고금아 2016. 9. 17. 13:26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왔네..가 아니라


올해 IGC에도 참전합니다.



아래 책에서 논하고 있는 캐주얼한 유저를 위한 디자인을, 그동안 지켜봐온 중국 게임의 사례와 연관지어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참고로 작년엔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고객의 이성에 기반한 차세대 부분 유료화 모델"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지요....




by 고금아 2016. 8. 29. 22:06

최근 차트에 진입한 게임 중 전민투신전과 설영영주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둘 다 레이븐, HIT 와 같은 액션 RPG 게임이죠. 물론 RPG의 메타게임은 도탑전기로 완성된 중국식 non-MMO RPG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전에 나루토를 소개하면서 소탕 시스템이 이전 세대인 KOF98UM이나 도탑전기 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시스템 조차도 어느새 구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소탕 시스템에 대한 변천을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출시 순서대로 KOF98UM -> 나루토 -> 드래곤볼 및 전민투신전 순입니다.


1. KOF98UM


국내에는 가장 최근에 들어온 도탑전기류 게임이죠. 오리지널 도탑전기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 게임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좋은 교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 기준으로는 이미 출시한지 1년이 넘은 게임으로, 지금은 KOF98UM이 도탑을 개선한 것 이상으로 뒤쳐진 게임입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교보재이기도 합니다.




소탕에 대한 UX 기본 흐름은 동일합니다. 우선 현재 수량이 부족하지만 추가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곳엔 +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눌러보면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타나고, 여기서 바로가기를 눌러 해당 던전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오고, 던전엔 소탕 버튼이 있습니다. 1회 10회 50회 원하는 횟수를 클릭하면 해당하는 횟수 만큼 돕니다. 소탕권의 제약을 없애고 소탕을 기본 시스템 화 함으로써 행동력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행동력 가격에 누진제를 붙여 중과금 유저들에게서의 매출 효율을 높이고 고과금 유저들에게 가차의 매력을 높여주는 기존 도탑 전기 구조를 완성한 것이 KOF98UM의 놀라운 진화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아이템이 얼마나 필요해서 이 던전에 왔는지에 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소탕이 진행되는 동안 원래 얻고자 했던 아이템을 얼마나 얻었는지는 표시해줍니다. 하지만 단지 표시만 할 뿐 소탕 진행은 계속 유지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저는 자수정 보석 5개 필요했지만 10회 소탕을 한 결과 9개를 얻었습니다. 4회분은 행동력을 낭비한 셈이 되겠죠. 만일 50회 소탕을 눌렀다면...


사실 위에서 빨간색으로 강조한 부분들은 KOF98UM을 플레이할 당시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설명할 후배 게임들에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불편함으로 인식됩니다.



2. 나루토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나루토입니다. 올해 초에 출시되었죠. KOF98UM과는 6개월 가량의 텀이 있습니다.


 역시 기본 구조는 KOF98UM과 동일하게 채워넣을 아이템에 + 마크가 표시되고, 누르면 필요한 아이템과 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스테이지 목록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 부터 진화를 보여줍니다.



우선, 플레이어를 던전 화면으로 보내지 않고, 기존 UI 상에서 바로 소탕 기능을 이전의 아이템 화면 위로 불러내버립니다. 기존에 던전 화면으로 보내는 게임들은 UI / UX 흐름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일한 '뒤로' 버튼인데 보통은 누르면 메인로비로 가지만 아이템 메뉴를 통해 왔다면 아이템 메뉴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끔은 또 이게 꼬여서 메인으로 가기도 하는 등등이죠. 나루토는 과감하게 소탕 메뉴를 오버레이로 처리해버려서 이전 단계인 아이템 메뉴가 뒤에 비쳐보이고 이 소탕 메뉴만 지움으로써 쉽게 이전 단계로 돌아갑니다.


또한 화면 내에 어떤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하는지, 현재까지 몇개 모았고 몇개를 더 모아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표시됩니다. 플레이어는 저 정보를 바탕으로 5회 소탕을 할 지 1회 소탕을 할 지 선택하게 되지요.



3. 드래곤볼 용주격투


나루토로부터 다시 4개월 뒤에 출시되었습니다. KOF98UM이 약간의 리듬액션 게임 요소를 넣고, 나루토가 액션 을 강조한 반면,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철저하게 도탑전기의 전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시작은 동일합니다. 필요한 아이템을 누르면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옵니다.


역시 나루토와 마찬가지로 소탕 UI를 팝업 형식으로 이전 UI 위에 띄웁니다. 그런데 소탕 버튼은 1, 10, 50회 3가지인데 아까 나루토에서 칭찬했던, 필요한 아이템의 종류와 수량을 표시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퇴보한 걸까요?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시스템의 진보로 해당 정보를 출력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50회 소탕을 눌러 보죠.


자동 소탕을 진행하면 어떤 아이템이 핵심인지, 해당 아이템이 몇개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몇개나 모았는지 표시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요한 만큼 다 모으면 자동으로 소탕을 멈춰줍니다. 그래서 절대로 행동력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죠.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50회 소탕 누르면 끝입니다. 50회 눌렀는데 다 못모았다.. 그럼 다시 한번 50회 소탕 누르면 되지요.




4. 전민투신전


7월 말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뭔가 주인공 PC는 정통 RPG 처럼 진짜 아이템을 갈아끼는 형식인데 추가 NPC들은 도탑전기식으로 성장하는 괴악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플레이 중인데 아직 구조가 잘 파악되지 않는군요. 어쨌든, 여기서 도탑처럼 성장하는 부분을 보도록 하죠.




아이템 클릭하면 얻을 수 있는 던전 목록이 나오는 등은 동일합니다.



아쉽게도 스테이지 선택 화면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에 UI가 가끔 꼬이거나 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UI 잘 보시면 소탕 횟수를 선택하는 버튼이 없습니다. 큼직히 [체력으로 소탕] 버튼이 있고 왼쪽에 [자동 소탕]을 선택할 수 있는 체크 박스가 있지요.



말 그대로 입니다. 자동 소탕을 키고 소탕을 누르면 해당 아이템을 다 모으거나 체력이 다 될 때 까지 그냥 자동으로 쭉 소탕합니다. 횟수를 고를 필요 조차 없습니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다 알아서 진행됩니다.




5. 진화의 흐름과 속도


KOF98UM에서 소탕권을 기본 시스템 화 하고, 나루토에선 필요한 아이템의 갯수를 표시해주며, 드래곤볼에선 아예 필요한 아이템을 다 모으면 소탕을 멈춰주더니 전민투신전에선 아예 회차도 선택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 소탕시켜 줍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아이템을 모으고 성장하는 재미일 뿐, 이미 3성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시간을 들여 클리어 해야한다거나 거기서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할지 기억하고 몇번을 소탕해야 결정하는 것은 재미도 게임성도 아닌 그냥 불편사항이고 이를 최대한 삭제해서 유저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고 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많이 받도록 하는 것이 쭉 이어져오고 있는 흐름입니다. 사실 소탕 시스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컨텐츠에도 위와 같은 흐름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 n성과 n+1성 사이에 단계를 추가한다거나, 스킬 포인트를 1분에 1점씩 차게 하는게 아니라 그냥 레벨만 오르면 바로 레벨 한계와 골드가 허용하는 만큼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변화가 단 1년 사이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루토나 드래곤볼을 해보지도 않고 그냥 도탑전기에다가 IP만 씌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엄청난 착각입니다. 서든이나 오버워치나 똑같은 총질 게임이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IP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부 게임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IP만으로 잘 될 것 같으면 반다이의 드래곤볼 도칸은 왜 순위가 그꼬라지겠습니까.


그러니 중국 쪽 시장을 노린다거나 중국 게임을 벤치마킹 한다면 이미 낡아버린 도탑전기나 KOF98UM을 보실 게 아니라 가능한 최신 게임을 해보시고 차이를 느껴보셔야할 겁니다. 어차피 중국 게임들은 글자 몰라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by 고금아 2016. 8. 6. 17:44

최근 드래곤볼 용주격투를 플레이하는 중,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카드 단위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합성하는 일본계 카드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는 조각을 단위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죠.

성급 

조각 단위 (조각의 수)

 필요 당첨 수

 3

 60

 1

 4

 80

 2

 5

 100

 4

 6

 125

 6

참고로 도탑전기류의 가차는 일반적으로 10연가차시 온전한 캐릭터 하나를 보장하는데, 그래서 뽑힌 캐릭터가 이미 있는 캐릭터일 경우는 일정 갯수의 조각으로 전환해줍니다. 드래곤볼의 경우 21장으로 바꿔줍니다. 그래서 한 캐릭터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서 가차에서 해당 캐릭터에 당첨되어야 하는 횟수는 계속 증가합니다.

이와 같이 같은 캐릭터를 서로 누적시키는 성급(星級) 성장에 있어서 재료가 되는 아이템의 양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절망할 정도로 캐릭터의 당첨 확률을 낮추지 않아도, 아니 플레이어가 기분 좋을 정도로 당첨 확률을 높여 놓아도 실제로 해당 캐릭터의 성급을 끝까지 성장하기는 어렵도록 유지할 수가 있지요.

그런데 이 성급 성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정 단계 이상을 지나면 요구 조각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성장의 주기가 급격하게 길어진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중국 시장은 한국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인내력이 낮습니다. 주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 설령 그게 HP 1점씩 오르는 거라고 해도 - 목표를 상실하고 이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성급 성장 외에 등급 성장 (흰색 -> 녹색 -> 녹색+1 -> 녹색+2...)이나 아이템, 스킬 등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병렬로 배치해 어느 한 축의 성장 주기가 늘어지더라도 다른 성장 축에서 성장 피드백을 주도록 배치하고 있지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컨텐츠는 성급 성장이기 때문에, 성급 성장의 주기가 길어지고 사용자가 성급 성장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 그렇게 달가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드래곤볼은 성급 성장 시스템을 살짝 비틀어서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우선 첫번째는 성급 성장에서 각 성급 사이에 중간 단계를 설치한 것입니다. 좌측 스샷의 무천도사를 보시죠. 화면 상단엔 별 5개 중 2개가 차있는데 그 아래엔 별 7개 중 4개가 차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아이콘엔 별 4개가 떠있지요. 이 무천도사는 기본적으로는 4성입니다. 4성에서 5성이 되기 위해선 캐릭터 조각 100개가 필요하지요. 기존의 도탑류 게임에선 0개를 모았을 때 부터 99개를 모았을 때 까진 캐릭터에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완성이 눈에 보이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딱히 조각을 더 모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은 0개에서 100개 사이를 20개 단위로 쪼개놓았습니다. 매 20개를 모을 때 마다 성장을 하도록 구성했죠. 그래서 저 무천도사는 4+2/5성이 되는 거지요. 우측의 초사이어인 오공은 4+1/4성인 거구요.

이 구조는 성급 성장의 기본적인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피드백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진다거나 목표가 너무 멀어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을 완화시켜줍니다.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줌으로써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목표를 잘게 쪼개서 던져주는 것은 텐센트 게임의 최근 추세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최근엔 '도감' 시스템을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하게 캐릭터의 조합에 의한 보너스를 부여해서 특정 캐릭터들을 수집 육성하게 하는 장치는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손오공의 경우 베지터를 갖고 있으면 A 스킬을, 크리링을 가지고 있으면 B 스킬이, 무천도사가 있으면 C 스킬이 언락되는 식이었죠. KOF98UM의 숙명과 유사합니다.

도감은 비슷하게 캐릭터들을 일정 그룹으로 묶어두고 다 같이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만, 보유에 더해 성급 성장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캐릭터를 보유할 수록, 그 캐릭터들의 성급이 높을 수록 속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PVP에서 선공 여부를 결정하는 '속도'는 상위 랭커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속성이죠. 그래서 저과금 / 초보 유저들에겐 그냥 성장 컨텐츠가 하나 늘어난 것 뿐이지만 상위 랭커들에겐 주력으로 상요하는 최강의 카드 6장을 최고로 키우는 것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수집하고 육성해야 할 - 돈을 써야 할 -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상단의 저 보물 상자와 막대 그래프.. 캐릭 하나 1성 오를 때 마다 진도가 차오르고 진도가 얼마 이상 차오르면 보상을 줍니다. 정말 구석구석 꼼꼼하게 촘촘하게 보상을 걸어둡니다.

최근 검색해보니 블소 모바일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사실 시스템 면면을 따져보면 블소 모바일은 도탑전기 모델에 굉장히 충실합니다. 하지만 그 모델이, 그 시스템이 추구하는 재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 정말 큰 패착이었습니다. 중국 유저들은 플레이하는 재미가 아니라 키우는 재미로 플레이한다는 거죠. 뭐 사실 RPG류가 다 그렇긴 합니다만, 한국이 효과가 크면 주기는 길어도 버틴다는 멘탈리티인 반면 중국은 조금만 지루해도 퓨즈가 나가는 개복치 멘탈입니다. 그래서 성장의 피드백 주기를 가능한 짧게 가져가고, 가능한 빨리 당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드래곤볼이 도탑전기 류 RPG의 성급 성장에 가한 이 개량은 작지만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by 고금아 2016. 5. 19. 04:03

오늘 소개할 게임은 드래곤볼 용주격투 입니다. 이번주에 막 출시되어 지금 중국 내 매출 5위를 찍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드래곤볼 폭렬격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중국 게임 치고는 특이하게 세로 스크린을 쓰고 있으며 타이틀 화면부터 스토리텔링 까지 굉장히 유사합니다. 심지어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쏴서 운석을 깨부수는 가차 연출까지도 굉장히 비슷해 보이지요.



하지만 알맹이를 까보면 폭렬격전과는 전혀 관계 없는, KOF98UM에 드래곤볼 스킨을 씌운 모습입니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시죠.


정말 KOF98UM을 세로로 돌려놓은 구성이죠. 플레이어도 몹들도 3X2 행렬로 배치되고 앞 행의 3명부터 데미지를 받습니다. KOF98UM과 달리 플레이어가 아무런 입력을 하지 않아도 전투는 알아서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캐릭터의 기가 찼을 때 필살기를 써주는 정도입니다. (물론 자동 키면 그 마저도 알아서 돌아갑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선 사실 블소 모바일과 유사한 형식이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훨씬 템포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외에 특정 캐릭터 조합을 가지고 있으면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는 부분은 KOF98UM에서도 선보였습니다만, 용주격투는 거기에 더해서 당장 파티 안의 캐릭터들이 조합에 의해 각 캐릭터가 공격할 때 다른 캐릭터가 도와주는 합체 공격이 발동되기도 합니다. 위 스샷의 경우, 크리링은 무천도사, 손오공, 18호까지 세명의 캐릭터를 추가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반면 사탄이나 셀 주니어 같은 경우는 아무에게도 지원 공격을 못합니다. 이 합체공격 때문에 KOF98UM 보다는 파티 구성에 있어서 약간의 전략성이 더해집니다.


 

 

눈에 띄는 컨텐츠로는 드래곤볼 모험 모드가 있었습니다. 주사위 굴려서 진행하다 보면 가위바위보나 에네르기파 대결 등과 같은 미니게임도 나오고 그러다 드래곤볼을 모으면 소원을 빌 수 있는 모드입지요. 드래곤볼의 컨셉을 잘 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성급 성장 시스템에서 약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캐릭터 조각을 계속 끌어모아 캐릭터의 별 갯수를 늘리는 성급 성장은 가장 성장의 효과가 크지만 가장 주기가 긴 성장 컨텐츠였습니다. 위 스샷 보시면 인조인간 18호를 4성에서 5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무려 100개의 조각이 필요하다고 나오죠. 하루에 조각 3개씩을 얻을 수 있다고 쳐도 33일이 걸립니다.아득하죠. 애초에 저빈도 고효과의 컨텐츠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100개를 모두 모으기 전까지 1개부터 99개까지는 캐릭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이 대륙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엔 또 가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용주격투에선 다음 성급까지 필요한 조각 갯수를 일정 단위로 쪼개서 중간 단계에서도 약간의 성장을 주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 4성이 5성이 되려면 조각 100개를 20개 단위로 쪼개서 5 단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4성과 5성 사이에 4.2성 4.4성 4.6성 4.8성이 존재하는 식이죠. 그래서 조각을 모두 완전하게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조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개복치가 죽지 않도록 관리해줍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성급 단위를 엄청 많이 만들고 성급 간에 필요한 조각의 수를 줄이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20개 단위로 1성씩 올라오고 한 20성 30성 까지 두면 되지 않느냐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별 갯수는 굉장히 불연속적인 큰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스탯도 크게 오르지만 스킬이 새로 열린다거나, 캐릭터 그림이 바뀐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주 큰 변화인 것이죠. (위 오공의 경우 1성일 땐 꼬마 오공이었는데 2성 되니 청년 오공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분 성장은 주기가 길어졌을 때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레벨인 것이죠.


기본적으로 도탑전기 기반이긴 합니다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도탑전기보다 발전된 디자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KOF98UM만 해도 도탑전기 끝판왕인 줄 알았는데, 텐센트의 연구는 끝이 없어 보이는 군요.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도 상당합니다. 스크린샷으로 보면 그래픽이 좀 구려보이고 어색해보입니다만 실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이제 텐센트는 어떤 IP로도 아주 양질의 RPG 게임을 마구 양산해낼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by 고금아 2016. 4. 2. 01:59


 

1. 현재 중국 마켓(iOS 기준)에서 가장 인기 있는 ARPG 게임은 사조영웅전3D. 10~20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반면 쿵푸 팬더3는 43위, 태극 팬더2는 50위, 구룡전은 무려 85위.

2. 사조영웅전이 비교적 최근에 나오긴 했지만, 쿵푸팬더3는 처음부터 20위권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함.

3. 네 게임 모두 가차를 통한 캐릭터 수집이 핵심적인 상품이긴 한데, 모으는 캐릭터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음.

4. 태극 팬더2, 구룡전, 쿵푸팬더3의 경우 플레이어 캐릭터는 고정. 데리고 다니는 펫을 수집한다.

5. 사조영웅전의 경우, 데리고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를 수집한다. (여러 캐릭터를 가지고 던전에 들어가되, 그 중 하나만 게임 상에 배치됨. 상황에 맞게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

6. 내가 직접 플레이할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무래도 펫 보다는 더 땡기지 않을까 싶다. 지금 2위 하고 있는 나루토도 플레이할 캐릭터를 수집하는 구조.

7. 물론 그냥 IP의 힘일 가능성도 있다.

8. 한가지 재미있는 건, 무협이 베이스로 깔린 동네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기본 공격이 주먹질이고 공격 범위가 참 좁다. 레이븐이나 HIT 처럼 전투가 시원시원하지 않고 쫌스럽다.

9. 그나저나 블소 모바일은 업데했는데도 30위권 밖으로...



아참, 저 블소 모바일 까 아닙니다... 중국에서 한국 게임이 좀 성공해줘야 제 밥벌이에도 좀 도움이 될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by 고금아 2016. 3. 29. 01:50

원래 SNS에 쓰려던 내용인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블로그로 옮깁니다. 스샷이나 뭐 이런거 없습니다..



블소 모바일이 유저를 너무 짜낸다는 평에, 나루토도 그렇고 그게 요즘 텐센트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 나루토도 KOF98UM에 비하면 조금 박하긴 하지만, 블소 모바일에 비하면 이건 뭐 거의 자원봉사 수준

나루토도 정예 던전의 캐릭터 조각 드랍률이 상당히 낮긴 하다. KOF는 그래도 3번 돌면 1번은 꼬박꼬박 챙겨주는 데 나루토는 3번 돌아 1번도 안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 게다가 돈을 내도 딱 3번만 더 돌 수 있음.

그런데 막상 플레이해보면 그렇게 쪼인다는 느낌은 안드는 것이, KOF98UM과 달리 캐릭터별 성장은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만 남겨놓았기 때문에 캐릭터 조각 모으기는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필수 컨텐츠라기 보다는 옵션 컨텐츠가 됨.

장비, 성망, 비권 등 모든 캐릭터에게 적용되는 공유 성장 요소들은 플레이 제한이 없는 일반 던전이나, 행동력과는 별개로 플레이가 제한되는 일일 컨텐츠들로 공급되는데 양이 상당히 넉넉할 뿐만 아니라 중반까지는 굉장히 평탄하게 성장.

블소 모바일의 경우 캐릭터는 장비, 등급, 성급, 스킬 이 네가지의 성장축을 가지는데 하나같이 시작부터 쪼달림.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자니 정예 던전 드랍률이 극악. 조각을 모으는 동안 등급을 올리자니, 이쪽도 정예던전 (드랍률 극악)

성급 성장이 힘드니 등급 성장을 알아보면 이쪽도 지옥도. 비슷한 구조인 KOF98UM과 달리 등급 성장에 필요한 재료 조차도 시작부터 곧바로 정예 던전에 물려있음. 캐릭터 조각과 비슷한 레벨로 드랍률 극악.

자 그럼 아이템을 올려볼까 하고 봤더니 굉장히 빠른 타이밍부터 2중 3중 재료 합성을 요구함. 그런데 일반 던전은 1회 플레이당 30분이고 (3분당 1점 회복 X 판당 10점 소비) 일반 재료도 드랍률이 안습함. 그래도 정예 보단 낫지만.

그래서 아이템 성장 재료든 등급 성장 재료든 실제로 플레이해서 얻는 양 보다는 상점에서 사서 쓰는 양이 훨씬 많다고 느껴짐. 이게 얼마나 쪼들리냐면 재료가 아까워서 주력이 아닌 카드들은 아예 일부러 하나도 성장을 안시키고 있음.

조각도 없고 아이템 합성 재료도 없고 승급 재료도 없지만 KOF98UM 처럼 스킬포인트는 1분에 1점씩 퍼주니 그거라도 찍자...라고 마음 먹으면 또다시 뒤통수 후려맞음. 스킬 포인트는 남아도는데 게임머니가 모자라서 못찍는다...

나루토도 지금 게임머니가 후달리는 상황이긴 한데, 여기까지 오는데 2달걸렸음. 현재 62렙. 그리고 후달리게되는 과정이 완전 다름. 여기까지 오면 렙업 -> 새 스테이지 클리어 -> 천부 포인트 지급 & 장비 레벨 상한 증가

천부 포인트 쓰고 장비 레벨 올리는데 목돈이 들어가서 게임머니가 후달림. 하지만 이게 성장의 보상을 획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쾌하다는 생각은 안듦. 돈 벌어서 천부 찍고 장비 레벨 올리고 성망 찍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됨.

근데 ㅆㅂ 블소 모바일은 저런 거 없이 그냥 숨만 쉬고 사는데도 게임 머니가 후달림. 그리고 나루토 처럼 게임머니 퍼주는 일일 던전이 있긴 한데.. 피같은 행동력을 또 따로 소모함.. 하루 세번 다 돌아봤자 쥐꼬리만큼 줌..

나루토 2달 하면서 50만원 정도 썼는데, 행동력이나 골드가 부족해서 충전한 적은 없음. 골드는 요즘 조금 쪼달리기도 하고 일퀘 목록 업데 되면서 무과금으로 일퀘 100점 채우기가 조금 힘들어져서 겸사겸사 조금씩 사고 있음. 돈은 주로 가차, 캐릭터 조각, 2배보상 사는데 씀.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이게 누가 나를 쪼아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쓴 돈이라 아깝지도 않고 기분나쁘지도 않음. 반면 블소 모바일은 시작하자마자 며칠만에 게임 상의 모든 자원이 쪼달림. 연구 위해 몇만원 썼는데 기분 더럽고 돈아까움

시스템은 분명 중국식인데 유저를 몰아치는 마인드가 완전 한국식임. 복지가 과하면 국민들이 나타해진다고, 게임이 너무 할만하면 돈을 안쓴다는 마인드랄까. 딱히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아닌 게임이 저렇게 쪼아대니 정이 뚝 떨어짐. 솔까 시장조사 아니었으면 그냥 접었음.

텐센트가 밀어주고 있는데도 2주만에 순위가 26위까지 쭉 미끄러지고 있는게 다 이유가 있음. 보통 이러면 이벤트라도 돌릴텐데 오픈 이후 쭉 보면 다른 게임들 처럼 화끈하게 젬 땡겨주거나 보상 퍼주는 이벤트 없음. 이벤트 마저 창렬함

텐센트 최근 기조가 변했다고 보기엔 블소 모바일은 너무나 한국스럽게 창렬함. 대륙의 상도는 이렇게 쪼잔하거나 유저를 적대하지 않음. 이 게임의 운영과 유료화엔 텐센트 보단 한국인의 입김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됨.



여담입니다만, 대륙의 상도가 얼마나 호방하냐면 말이죠.. 상해 살 때 차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선물할 차를 사러 동네 찻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중국 홍차가 있길래 이거 뭐냐고 물었더니 일단 앉히고는 공짜로 무한히 우려주더군요. 그게 알고봤더니 그 찻집에서 주전자로 시켜먹으면 한 주전자에 5만원, 찻잎을 사면 5그램 소포장이 12개 들어간 60그램 한상자에 20만원이 넘는 특급 금준미였습니다. 먹어보니 너무 맛나서 한상자 사오지 않을 수 없었죠.

5만원치 퍼주고 20만원치 파는 게 대륙의 상도입니다... 게임도 비슷해요. 기적난난이든 KOF98UM이든 나루토건 간에 일단 돈을 안내도 행복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돈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블소 모바일은 중국에 서비스중인 게임인데도 그런 대륙의 마인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여요.





by 고금아 2016. 3. 23. 01:38


0. 근황 및 소개

안녕하세요 격조했습니다. 마지막 포스트가 작년 6월에 작성한 기적난난이었던 것을 보니 벌써 7개월동안 업데이트가 없었군요. 그동안 중국의 느린 인터넷 환경 + 바쁜 회사일로 인해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만... 실은 작년 연말에 회사가 없어져버렸습니다. 상해에 있는 2K 차이나에서 보더랜드 온라인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습니다만 2K 본사에서 중국 지사들을 정리해버렸어요 하하하.. 뭐 여튼 그래서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모바일 게임을 중국 시장에 맞춰 로컬라이징 하는 것입니다. 아직 중국에 출시하지는 않은 상황이고, 퍼블리셔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게임을 손보는 작업을 진행중이죠. 딱히 중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국 모바일 게임을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만 어쨌든 중국에서 살다 온 경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열심히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게임을 연구하는 중입죠.

그러다 요즘 아주 눈에 띄는 게임이 하나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는 '나루토 화영닌자' 입니다. 1년에 14만개의 게임이 쏟아진다는 중국 시장에서 3위 내로 데뷔해서 두달 가까이 계속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입죠. 예전에 사석에서 KOF98UM을 도탑전기 모델의 끝판왕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나루토는 세션 내에서의 게임플레이 뿐만 아니라 성장구조와 같은 메타게임 등 여러 측면에서 그 KOF98UM 조차 초월한, 최신 중국 모바일 게임 트렌드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고 또한 일부는 선도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게임이기에 그 디자인을 한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영상부터 보시죠.




1. Classic but Classy

제 첫 게임도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긴 했습니다만, 사실 이 바닥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본적으로 단방향으로 서술되는 매체를 게임으로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여기에 원작과 그 캐릭터의 특성을 강조하다보면 그게 또 게임이랑안 안맞는 경우도 생기기 쉽상이고, 그러다보면 원작의 파생상품으론 그럭저럭 괜찮더라도 게임으로썬 구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나루토가 3위로 데뷔했다고 해도 처음엔 텐센트 퍼블리싱 + 나루토 IP 빨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나루토를 떼도 될만큼 굉장히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던전 앤 파이터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외국에선 다 때려 부시고 나간다고 해서 빗뎀업(Beat'em Up) 게임이라고 하죠. 왼쪽의 가상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오른쪽의 액션 버튼들로 공격하고 필살기를 쓰는 게임입니다. 굉장히 클래식한 구성이죠. 하지만 예로부터 클래식한 구성일수록 재미있게 만들기가 참 어려운데, 이걸 정말 잘 해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아래 플레이 영상을 한번 보시죠. (혹시 플러그인 문제로 영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미려한 2D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 때릴 때의 화끈한 타격감과 이펙트,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양한 연속기(영상의 플레이어는 실력이 좀 떨어지는군요), 공중 콤보, 필살기 등 정말 빗뎀업 게임의 기본기를 아주 충실하게 잘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컷씬, 원작을 보는 듯한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화려한 스킬, 소환수, 거대 보스와의 전투 등이 잘 섞여있어 그야말로 원작을 둔 캐릭터 게임의 교과서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2. 간단한 조작계

조작계 또한 모바일에 맞게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왼쪽의 가상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오른쪽엔 액션 버튼들이 위치해 있지요. 가장 오른쪽 구석의 큼지막한 주먹 버튼이 기본 공격 버튼인데 굳이 타이밍을 맞출 필요 없이 누르고만 있어도 연속기가 쭉쭉 나갑니다. 대부분의 연속기가 적을 띄우고 앞으로 돌진하는 형식이라 정말 쉽게 쉽게 공중콤보를 계속 먹일 수 있지요. (가끔 착지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굉장히 평범해보이는 일반적인 조작계입니다만, 사실 여기에 엄청난 비밀이 하나 숨겨져있습니다. 위 플레이 영상에서 왼쪽 하단 가상 아날로그 스틱의 움직임을 봐주세요. 터치 점이 한쪽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으면 가상 스틱의 위치가 딸려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사실 우리가 D패드나 아날로그 스틱으로 방향을 입력할 땐 땐 한쪽 방향으로 계속 힘을 가합니다. 그래서 스틱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는 가상 스틱에선 플레이어가 터치하고 있는 지점이 한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HIT나 이데아, 레이븐에선 처음 건드린 지점을 가상 스틱의 원점으로 잡지만 이후 원점의 위치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이제까지 가상 스틱을 밀어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더라도 터치 지점이 원래의 원점을 지나기 전까지는 입력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위에 그림으로 풀어보자면요 자 2번에 이르기까지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밀었습니다. 그리고 3번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틱을 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손가락의 위치는 스틱의 중심 - 원래 터치 원점보다 오른쪽이기 때문에 캐릭터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4번에 이르러 손가락 위치가 원래 원점보다 왼쪽에 와서야 겨우 왼쪽으로 입력이 바뀌죠. 2번에서 4번 사이 동안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입력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나루토는 플레이어가 한쪽 방향으로 스틱을 밀고 있으면 스틱의 중점도 같이 움직여 줍니다. 그래서 2번처럼 쭈욱 밀었더니 스틱도 같이 오른쪽으로 끌려갔죠. 여기서 손가락을 왼쪽으로 땡기기 시작했습니다. 3번에서의 터치 지점은 여전히 1번의 원점 보다는 오른쪽이지만, 2~3번에서의 원점 기준으로는 좌측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입력 방향이 왼쪽으로 바뀌고 실제로 캐릭터 이동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데아나 레이븐, 히트 같은 경우는 3번에서도 여전히 입력은 오른쪽입니다. iOS라 플레이 영상을 캡쳐하지 못했는데 한번 따라서 해보세요. 이렇게 섬세한 조작계를 보고 있으면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옛 광고 카피가 떠오릅니다.

한편 주먹 왼쪽에 있는 2개의 버튼은 일반 스킬로, 쿨 타임 외에 따로 마나를 먹는 등 사용상에 다른 제약은 없습니다. 이들 스킬들도 거의 대부분 하나를 성공시키면 다음 것도 자동으로 따라서 들어가도록 고안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트 가이의 기술 1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적을 띄워 올리는 스킬이고 기술 2는 전방으로 쭉 날아가면서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기술인데 1로 띄우고 2로 추격타를 날리거나 2로 접근한 뒤에 다시 1로 때리는 연결이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주먹 위쪽은 궁극기 인데, 따로 쿨타임은 없지만 왼쪽 상단에 보이는 궁극기 카운터가 끝까지 차야만 그 카운터를 모두 소진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카운터는 스킬을 사용해 적에게 피해를 줬을 때에만 한칸식 차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카운터가 2개 차있는 상태에서 기본기 연타 -> 기술 1 -> 기술 2 -> 궁극기 순으로 공격이 이어집니다. 점점 공격의 강도와 화려함이 에스컬레이팅 되는 거지요.

이 궁극기는 위에서 보듯 굉장히 화려한 연출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범위 공격인데다가 중간에 애니메이션 컷인도 들어가고, 특히 궁극기가 상대의 HP를 0으로 깎아버리는 마지막 공격이 될 때엔 음성과 대사까지 출력됩니다. 그야말로 나루토에서의 액션의 화룡점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기본공격, 기술 1, 기술 2, 궁극기는 모두 캐릭터에 묶여있는 반면, 그 위쪽에 있는 비권(특수기)과 통령(소환수)는 여러가지 중 플레이어가 하나씩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나중에 성장 항목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모든 스탯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등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는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캐릭터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선호도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비권은 일반 기술과 마찬가지로 쿨타임만 맞으면 쓸 수 있는 반면 소환수는 미리 사용할 3마리를 지정해두고, 게임 중에 순서대로 꺼내 사용합니다. 한번 부르면 다음 소환수를 부를 때 까진 쿨타임이 있구요. 위 스샷의 경우 이미 빛을 쏘아내는 두꺼비(그렇게 안보입니다만)가 두번째 소환수였고, 다음 소환수는 뱀인데 19초 뒤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액션 게임을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조작계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은 정교한 조작을 전제로 하는 반면 모바일의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는 그런 정교한 조작에는 적합하지 않죠. 나루토는 이 문제를 대부분의 공격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기본 공격 버튼을 누르고만 있으면 연속기가 자동으로 나가고, 연속기의 마지막엔 상대를 띄움으로써 스킬로 연결지어주고, 스킬은 다시 궁극기로 이어지는 흐름은 탁월한 타격감이 뒷받침 되어 실제로 조작 자체는 간단하면서도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합니다.

물론 중국 게임들이 다 그렇듯 자동 전투도 지원되는데요, 다른 쿼터뷰 ARPG들이 자동 전투 중에도 플레이어의 조작을 받는 것과 달리 나루토는 자동 모드에선 모든 조작계가 꺼진다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소탕이 별도의 아이템이 아닌 기본 시스템으로 제공되어 각 스테이지를 사실상 한번만 플레이하면 되는 상황에서 굳이 자동으로 진행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탕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후술하겠습니다.



3. 모험 모드 - 게임 기본 컨텐츠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컨텐츠는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모험모드 입니다. 

이렇게 두루마리 형태로 각 챕터가 나눠져있고, 각 챕터마다 여러개의 스테이지가 이어져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소모해 입장하고, 클리어 하면 경험치와 게임 머니, 아이템을 얻으며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는 아주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3성으로 클리어하면 소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까지두요. 하지만 중반 이후 부턴 스테이지에 최소 레벨 제한을 걸어 과금 유저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컨텐츠를 소모해나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단기 목표를 제시해 계속 플레이 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아참, 각 스테이지는 원작의 스토리에 따라 배치되어있지만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느 캐릭터로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4. 게임 기본 컨텐츠의 변주

한편 이 PVE 스테이지들은 기본적으로 조무라기들을 처리하면서 전진하다가 보스를 잡으면 끝나는 빗뎀업 게임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자잘한 변화를 둬서 게임 진행에 변주를 주기도 합니다. 어떤 스테이지는 이동하지 않고 한 구역에 머무르면서 웨이브 단위로 몰려오는 적을 처리하는 서바이벌과 같은 형식을 띄기도 하고 어떤 스테이지는 공격하진 않지만 진행을 가로막는 바위들이 진행을 가로막아 이 바위들을 부수면서 진행하는 형식도 존재합니다. 때로는 적들을 회복시켜주는 치료 닌자나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는 술법 닌자, 플레이어를 격리시키는 결계 닌자 등이 등장해서 이들을 먼저 처리하는 식의 다른 구성을 보이기도 하지요. (위 스샷 상으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시겠습니다만, 실제로 플레이 할 때는 일반적인 빗뎀업 스테이지와 다른 전술을 요구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스테이지에 변주를 주는 것은 최신 중국 게임에선 아주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위 스크린샷은 나루토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넷이즈의 쿵후 팬더 3 인데요, 원래는 레이븐, HIT, 나루토와 같이 쭉 길을 따라 가면서 적들을 쓸어나가다가 보스를 잡고 끝내는 것이 기본 구성입니다만 그 외에 다양한 서브 모드 스테이지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스샷은 최종 목적지까지 NPC를 호위하는 미션입니다. 두번째 스샷은 좁은 공간에서 바글바글 밀려오는 적들을 마구마구 쓸어버리는 형식의 스테이지죠. 세번째 스샷은 적들이 저 철항아리들을 가져가지 못하게 지키는 내용의 미션입니다. 이외에도 세 방향에서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특정한 구조물을 지키는 디펜스형 모드라거나 대포를 쏘는 등의 다양한 스테이지가 존재합니다. 국내 ARPG들의 경우 스테이지의 구성이 거의 다 똑같은데 만일 그대로 중국에 진출하게 된다면 퍼블리셔나 유저들로부터 게임이 너무 단조롭다는 불평을 살 공산이 매우 큽니다.


5. 기본 컨텐츠에서의 동기부여

한편, 스테이지 선택 화면으로 돌아가보면 최신 중국 게임들의 또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단에 있는 스테이지 클리어 별 누적 보상이죠. 각 챕터 별로 획득한 별의 누계에 대해 보상을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스샷 상으로는 저 챕터에는 총 13개의 스테이지가 있고, 최대 39개의 별을 획득할 수가 있으며 현재까지 15개를 획득한 것으로 나와있군요. 사실 이미 레이븐이나 HIT과 같은 국내 게임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누적 별 보상에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게임들은 챕터(지역) 단위가 아닌 게임 전체에 걸쳐 누적된 별의 갯수를 기준으로 보상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한 챕터의 모든 스테이지를 3성으로 클리어해야 보상을 받는 식으로 구성되어있죠. 하지만 중국 게임들은 다릅니다.


위는 스네일 게임즈의 태극 팬더, 아래는 역시 텐센트의 KOF98UM 입니다. 나루토와 마찬가지로 누적 별 보상이 챕터 단위로 쪼개져있고, 그나마도 다시 1/3과 2/3 지점에 보상을 걸어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작아 보이지만 플레이어 경험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보상 주기가 짧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유저들은 세계적으로도 인내심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꾸준히 목표를 제시하고 보상을 줘서 플레이를 유도하지 않으면 이탈해버리기 쉽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식의 누적 별 보상 시스템은 보상 주기가 너무 길어서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성장이 정체되는 후반부에 가면요. 하지만 중국 식으로 저렇게 3등분을 해놓으면 보상 주기를 짧게 유지할 수 있을 뿐더러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 두 게임들은 맵 상에 보물상자를 배치하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만 합니다. 연결되어있는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하면 주는 보상이죠. 저 누적 별 보상을 퍼주고있지만 그걸로도 부족해서 보상을 마구마구 걸어두는 겁니다. 물론 이런 외적 보상은 '업적'이나 '퀘스트' 등으로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한국 게임들이 그렇게 구현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사실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정도이지 잘 된 디자인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로비로 돌아가서 퀘스트나 업적 창을 열어야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지도에 저렇게 딱 박아놓으면 그 챕터에 머물러있는 동안 눈앞에 바로 보이잖습니까. 그리고 중국 게임들은 당연히도 저 맵 상에 보이는 외적 보상 외에 업적 / 미션에다가도 푸짐한 보상을 걸어두고 있지요.


물론 나루토의 챕터 / 스테이지 UI는 저 보물 상자를 배치할 공간이 없습니다만, 대신 이 초회 클리어 보상을 기본 시스템에 포함시켜두고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스샷에서 보이는 것 처럼 각 스테이지를 맨 처음 클리어했을 땐 특별히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푸짐하게 얹어주고는 초회 클리어 특전이라고 큼직하게 써붙여줍니다. (중국어로는 수차통관首次通关이라고 적어뒀네요) 그리고 천부 포인트를 하나 던져주는데, 이 포인트와 골드를 사용해서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 천부 시스템은 나중에 성장 시스템에서 다시 논하겠습니다.) 비록 지도에 외적 보상이 명시되어있지는 않지만, 매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클리어할 때 마다 (특히 스테이지 진행이 빠른 초반부에) 저 보상을 받게 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새 스테이지 클리어 = 보상 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구조지요.




6. 하드 난이도와 유료화 모델

뭐 여하튼, 저 기본 난이도 외에 하드 난이도가 있습니다. 노멀 모드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하나씩 열리고, 각 스테이지 당 하루에 3번씩만 플레이할 수 있는데 돈을 내면 3번을 더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보상으로는 캐릭터의 조각과 중후반부 육성이 필요한 고급 아이템들이 지급되죠. 각 스테이지 마다 드랍될 수 있는 보상은 정해져있지만 실제로 뭘 받을지는 랜덤이구요. 도탑전기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중국 시스템입니다.

가차를 뽑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목을 졸라버리는 한국적 관점에서, 어쨌든 가차의 최고 상품인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하드 난이도 컨텐츠가 무상으로 공급된다는 점은 유료화에 불리할 것으로 인식되기 싶습니다만,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오히려 하드 난이도가 조각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가차와 다른 유료화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게 중국식 BM이죠.

게임에 필수적인 좋은 아이템을 가차로만 얻게 하는 것 보다 행동력으로도 얻게 해주는 것이 실제로는 매출을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진격의 바하무트와 확산성 밀리언 아서가 이미 증명했습니다. 전자의 경우, 3성 이상의 카드를 얻기 위해선 가차를 구매하거나 이벤트로 가차를 얻어야만 했지요. 하지만 후자는 6성은 가차로만 얻을 수 있지만 3~5성은 '레이드'를 통해 무상 플레이로도 얻을 수 있게 했습니다. 게임의 기본 자원인 행동력으로도 3~5성 이상의 유의미한 카드를 얻을 수 있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이들 카드들을 돈을 내야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부가" 서비스로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이를 자신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배제하는 대신, 게임의 '기본' 컨텐츠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천원에 3~6성 1장 얻을 수 있는 가차와 달리 2천원에 3~5성을 대여섯 장 얻을 수 있는 빨포(행동력 구매)라는 '합리적인 구매'를 하기 시작했지요.

확밀아가 후발주자로서 바하무트를 추월하는 데엔 클라이언트 게임이라 완성도가 높고 연출이 좋았다거나 스토리가 좋았다거나 뭐 다양한 요소가 있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 유료화 모델이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가차로 얻을 수 있는 카드를 기본 플레이로도 마구 퍼주니 일단 유저 만족도가 높아지고 게임 저변이 넓어지죠. 그리고 가차 대신 빨포라는 '합리적인' 옵션이 저과금 유저들을 공략하고 고과금 유저들은 여전히 가차를 뽑습니다. 특히 가차를 살 가차를 살 유저들이 싼 빨포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가차만 있었다면 돈을 내지 않았을 소과금 유저들이 빨포를 통해 구매 유저로 전환되고, 그 중 일부는 시간 대비 효용이 좋은 가차로 옮겨갈 수 있었죠.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겁니다.

하드 난이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식 BM은 기본적으로는 바로 저 확밀아 모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무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하드 난이도가 캐릭터 조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복수의 캐릭터를 모으고, 캐릭터의 성급을 올리는 것이 기본 플레이로 안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일부 조각을 무상으로 획득하더라도 이를 캐릭터로 완성시키거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나 시간을 써야만 하죠. 리텐션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주는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또한 이 하드 난이도는 전체 메타 게임을 구성시켜주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플레이 횟수 제한이 없는 노멀 난이도는 성장 주기가 짧지만 그만큼 성장 효과도 작은 아이템 성장을 제공합니다. 캐릭터 조각은 목표한 갯수를 채우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만큼 성장 효과도 크지요. 게다가 캐릭터 조각이 가차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금전적 비용 효율 측면에선 하드 난이도를 플레이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습니다. 하지만 각 하드 스테이지를 훑기만 해도 스태미너는 금방 바닥나버립니다. 이 지점에서 행동력의 분배를 중심으로 한 메타 게임이 발생하죠. 한정된 행동력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요? 당장 조금씩이나마 성장할 수 있는 노멀 난이도를 우선시 해야 할까요, 현금 절약 효과가 있는 하드 난이도를 우선시 해야 할까요?

그런데 게임을 진행할 수록 하드 난이도의 스테이지 갯수는 늘어나고 어떻게 해도 행동력은 부족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자원 - 돈 - 을 사용할 차례가 오는 거지요. 가차를 구매하는 유저는 어쨌든 빨리빨리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해피하고, 그 외 수단 - 행동력을 직접 구매한다거나 하드 난이도의 일간 플레이 제한을 추가로 구매한다거나 - 을 쓴 유저들은 돈을 아낄 수 있으므로 해피하고, 퍼블리셔와 개발사는 어쨌든 유저가 돈을 써주니 해피한 상황이 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도탑전기가 개척한 새로운 유료화 / 메타 게임 모델입니다. 


한편 태극 팬더의 경우, 하드 모드의 맵을 노멀에서 분리시키는 대신 지도 상에 노멀 스테이지 옆에 별도로 '엘리트' 스테이지로 붙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그냥 UI 차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기존의 도탑 모델과는 조금 다른 구조입니다. 이 게임에선 기본적으로 모든 스테이지에 일간 플레이 횟수 제한이 걸려있어요. 기본 5회에 VIP 레벨에 따라 조금씩 올라가는 구조죠. 그리고 개별 엘리트 스테이지에 일간 2회 제한이 걸린 것 외에 전체 엘리트 스테이지 클리어 횟수도 일간 3회로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물론 돈을 내면 이 제한은 리셋할 수 있지요.

엘리트 스테이지를 일종의 보너스 스테이지로 간주하면, 노멀/하드의 보상 구분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각각의 유니크한 아이템을 장착시키는, 전통적인 RPG의 형태에 가깝다 보니 캐릭터 조각 대신 점점 더 나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식으로 게임을 구성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캐릭 조각을 주는 하드 대신 이런 구성을 취한 것 같아요.

이런 구성에서 플레이어는 일단 가장 뒤에 있는 (그래서 가장 나은 아이템을 주는) 스테이지 부터 행동력을 쏟아부어 보상을 받아냅니다. (이 게임은 위에서 보시듯 소탕이 기본 제공 됩니다.) 일간 제한을 다 쓰면 그 직전 스테이지로 계속해서 옮겨오죠. 여기서 플레이어가 더 구린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가는 대신 최신 스테이지의 플레이 횟수 제한을 리셋하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런 일이 잘 일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화끈하게 캐릭터 조각을 보상으로 내건 게 아닌 이상은요. 태극 팬더를 아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이는 (바꿔 말하자면 정말 그대로 갖다 베껴놓은 듯한) 쿵푸 팬더 3도 스테이지 구성 만큼은 베끼지 않고 노멀-하드 구성을 따라간 것을 보면 그다지 훌륭한 구성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6. 소탕권

그런데 나루토와, KOF98UM에서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도탑전기와 달리 소탕이 유료로 판매되거나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부가 서비스가 아닌, 아무런 비용이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중국의 최근 게임들은 소탕을 아예 기본 기능으로 내장하거나 (나루토, KOF98UM, 태극 팬더) 소탕권을 유상 판매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양을 마구 퍼주고 있습니다. (쿵푸 팬더 3, 구룡전)

사실 위에 나열한 설명들을 보면 어디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재미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위쳐나 드래곤 에이지 처럼 한번 플레이하고 끝나는 것을 전제로 한 컨텐츠를 두번 다시 플레이 반복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하지 않는 형태의 게임에서 반복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재미난 컨텐츠라도 반복하다보면 물리고 지겨워질 따름이죠. '소탕권'은 이렇게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게 해주는 '부가' 서비스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션 내에서 미시 플레이의 재미는 1회성이고, 이미 거시 게임의 중심은 행동력 배분의 메타 게임으로 넘어온 뒤에요. 그렇다면 굳이 하기 싫은 걸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기 보다는 그냥 안하게 해주는 것이 타당합니다.

MMORPG에 빗대 보자면요, 에버퀘스트 시절엔 HP와 MP가 떨어지면 앉아서 한참을 쉬어야 했어요. 심지어 이 쉬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테트리스 까지 넣었죠. 와우는 물과 빵을 만들어서 이 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사제와 법사에게 소소한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전투 중간에 빵탐 물탐을 갖는 게 귀찮긴 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스타워즈 구공화국에선 그런 아이템 없이도 버튼만 누르면 쭈우우욱 하고 회복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혁신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길드워2는 그냥 전투 끝나면 바로 채워버립니다. 어차피 스킵할 거라면 버튼은 왜 누르게 하냐는 거지요.


그리고 저 행동력 분배 메타게임은 기본적으로 행동력을 다 소모하고 부족해져야만 동작하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소탕권 공급이 부족해진다면, 행동력은 있는데 플레이 할 시간이 없어서 행동력이 고갈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신세계의 최민식이 떠오르죠. '이럼 나가린데...' 여기서 소탕권을 유상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사실 전 의문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기본적인 심리라는 게,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 거지 덜 불행해지기 위해 돈을 쓰진 않거든요. 행동력은 있는데 소탕권이 없다.. 그럼 돈을 내서 소탕권을 사기 보다는 그냥 나중에 시간 날 때 몰아서 쓰자고 생각하는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시간이 정말 정말 정말 없는 사람이 아니고선요.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 행동권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소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넉넉하게 깔아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위 스샷은 쿵푸 팬더 인데요, 스테이지 레벨 제한에 걸려서 며칠째 모든 행동력을 소탕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소탕권이 무려 509장이나 남아있습니다.

사실 레이븐과 HIT를 플레이 할 때 가장 황당했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죠. 소탕을 소탕권이라는 별개 아이템으로 뽑아낸 것 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소탕권 인심이 정말 짜요. 그렇다고 파는 것도 아니구요. 어차피 자동으로 돌리나 소탕을 돌리나 게임 플레이는 안하고 보상만 받아가는 건 똑같은데 이걸 왜 공짜로 풀지도 않고 팔지도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실제로 레이븐이든 HIT든 제 계정엔 행동력이 세자리수로 쌓여있단 말이죠. 꽂아놓고서라도 돌릴 시간이 안나서 행동력을 소모하질 못하고 있어요.

소탕권 때문에 과금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가 걱정되기 때문이라면 그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풀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에 플레이어 레벨 제한을 걸어둘 수도 있구요, 행동력과 게임머니의 구매 횟수를 제한하고 (VIP로 상한을 올려주는 것 또한 일반적이죠), 구매 가격에 누진제를 걸 수도 있습니다. 처음 구매할 땐 행동력 50점에 젬 10개지만 세번째 부턴 젬 20개, 다섯번째 부턴 젬 40개 이런 식으로 올려가는 거죠. 이렇게 브레이크를 걸어두면 또 이제 이 제약에 걸린 유저들에겐 다시 가차가 또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거구요.


7. 풍성한 컨텐츠

여하튼 기본 컨텐츠는 살펴봤는데, 사실 최근 중국 게임들은 기본 컨텐츠 외에 부가 컨텐츠의 볼륨이 매우 큽니다. 나루토 역시 마찬가지죠. 위 스샷은 메인 메뉴인데요, 좌하단에 배치된 6개의 버튼이 모두 성장 컨텐츠들입니다. 그리고 화면 가운데에 배치된 7개는 부가적인 게임 컨텐츠 들이죠. 

플레이
컨텐츠

 구분

 특징

주요 보상

모험(노멀)

PVE 

 기본 플레이 컨텐츠

장비
천부 포인트

모험 (하드)

PVE 

 기본 플레이 컨텐츠

장비
닌자 조각

결투장

 PVP

 동기식 PVP
 캐릭터 컨트롤 중심 (완전 수동 조작)
 3-3 순차 전투

소환권
윤회석
젬(캐쉬포인트)

적분새

 PVP

 비동기식 PVP
 캐릭터 스탯 중심 (완전 자동)
 3-3 동시 전투

성망 (명성)
전용 상점 화폐

수행의 길

 PVE

 1인용 PVE.
 플레이 횟수 제한은 없으나 각 스테이지 별로 보상은 하루 1회.
 마지막으로 클리어했던 스테이지 까지 1일 1회 리셋 및 소탕.

아이템
구옥
인옥

생존 도전

 PVE

 봇과의 PVP.
 플레이 횟수 제한은 없으나 각 스테이지 별로 보상은 하루 1회.

게임머니
전용 상점 화폐

풍요의 간

 PVE

 사실상 일간 보상을 수여하는 쉬운 PVE
 각기 다른 3개의 보상을 주는 3개의 서브 스테이지

경험치
성망 (명성)
게임 머니

소대 돌습

 PVE

 2인 코옵 PVE.
 노멀/하드 난이도.

성망 (명성)
인석
비권 조각
게임 머니

조직(길드)

 커뮤니티

 길드

전용 상점 화폐


모험 모드에서 소탕권을 사용해 행동력을 다 소모하고 나더라도 플레이어는 여전히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특히 성장에 필수적인 비권 조각과 성망, 게임머니를 생산하는 컨텐츠인 생존 도전, 풍요의 간, 소대 돌습 이 셋은 반드시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모드인데다 기본적으로 개별 세션의 플레이 타임은 짧은데 실제로 플레이 하는 시간은 깁니다. 그래서 일단 행동력은 모험모드에서 소탕권으로 금방 소모하고, 위와 같은 컨텐츠를 플레이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성장
컨텐츠

 내용

 필요 자원

플레이어
레벨

 소량의 스탯 보너스
 모험모드 스테이지 해방

 경험치

닌자

 닌자 캐릭터들을 수집
 닌자 캐릭터들의 성급을 향상시켜 스탯 증가
 각 닌자 캐릭터들을 보유하는 것으로도 영구적 스탯 보너스 존재

닌자 조각 

천부

 천부 포인트를 소모해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 획득
 각 포인트를 쓸 때 마다 얻는 보너스는 고정, 플레이어 선택 없음.

천부

장비 

 아이템의 형식을 갖췄지만 바꿔낄 수 없는, 사실상 고정된 패시브 스킬
 장비 아이템을 합성하는 식으로 스탯 보너스 

장비

통령 

 소환수의 스탯을 향상시킴
 사용할 수 있는 소환수의 종류와 갯수를 늘림

성망(명성) 

구옥

 장비나 통령에 구옥을 장착해 스탯 보너스를 부여
 각 슬롯에 어떤 구옥이 들어갈 수 있는지는 고정. (유저 선택권 없음)
 구옥끼리 합성해 스탯 보너스를 증가시킬 수 있음.

구옥

비권

 닌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게임 중 사용하는 특수기를 수집
 특수기의 레벨을 올려 성능 강화

비권 조각

신기 

 고정된 스탯 보너스를 주는 사실상의 패시브 스킬
 인옥을 소모해 레벨을 올려 스탯 보너스 강화 가능
 각 신기엔 랜덤한 스탯 보너스를 주는 슬롯이 3개 존재
 윤회석으로 각 슬롯의 스탯 보너스를 다시 추첨할 수 있음

인옥
윤회석

위 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각의 성장 컨텐츠들은 특정한 자원을 필요로하고, 이 자원들은 다시 특정한 플레이 컨텐츠들에서 생성되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권을 수집하고 성장시키고 싶다면 소대 돌습을 플레이하고, 또 거기서 나온 인옥으로 신기도 업그레이드 하는 식이죠. 이게 개개의 컨텐츠가 재미가 없다면 정말 성장을 위한 노가다로 여겨지기 쉽습니다만 - KOF98UM의 이벤트 던전들이 좀 그런 감이 있지요 - 나루토의 부가 컨텐츠들은 기본 조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제법 재미있고 각 컨텐츠 내부에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외적 보상들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게임 내에서 소모되는 자원이 많다는 것은 가차의 하급 보상이나 이벤트의 보상 등을 구성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특히 적분새, 생존 도전, 길드 등은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아이템 전반 - 닌자 조각까지 포함 - 을 판매하는 전용 포인트 상점이 있어서 노가다의 부담을 덜어주고 무과금 유저나 특정 컨텐츠를 플레이하고싶지 않아하는 유저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한편, 이런 자원을 현금이 아닌 다른 화폐로라도 구매하는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구매 유저로 전환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8. 단계가 세밀한 성장 컨텐츠

위 표를 보시면 성장 컨텐츠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 역시 중국 유저들의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중국 게임들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게임이든 간에, 성장이라는 건 계속 진행될 수록 다음 성장까지의 주기가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레벨이 오를 수록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 처럼요. 문제는 중국 유저들은 이렇게 성장 주기가 길어져서 발생하는 정체 구간을 잘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에 있지요. 일단 이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 그리고 기본적인 방법은 성장 단계를 굉장히 잘게 쪼개주는 겁니다.


위는 태극 팬더의 아이템 강화 시스템입니다. 레이븐이나 HIT와 마찬가지로, 다른 아이템을 재료로 갈아먹여서 대상 아이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죠. 그런데 위에 보이는 숫자 50이 아이템 레벨입니다. 아이템 등급은 이미 오렌지 색이구요. 아직 그 위로 성장시키진 못했지만, UI상에 나타난 추가 보너스 항목을 보면 최소 85레벨까지는 존재합니다. 사실 각 레벨 마다 스탯이 크게 오르진 않습니다만, 이렇게 레벨을 잘게 쪼개서 성장하는 순간을 자주 많이 공급하는 것이 중국의 일반적인 트랜드입니다. 태극 팬더는 여기에다가 5레벨부터 매 20레벨 마다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를 부여해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꾸준히 강화시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나루토는 역시 이렇게 성장 단계를 쪼개는 디자인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위의 통령 시스템만 보더라도 통령의 레벨 1단계를 다시 4개의 소구간으로 쪼개놓고 있습니다. 위 스샷은 46과 2/4레벨에 해당하겠군요. 46레벨에서 47레벨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망 점수의 총량을 N점이라고 한다면, N점을 다 모아야 47레벨이 되어 뿅 하고 스탯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N/4를 모을 때 마다 1/4레벨이 올라 스탯이 조금씩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실제로는 필요한 성망이 조금씩 오릅니다만 어쨌든 총량은 N점입니다.)


도탑전기에서부터 유래한, 아이템 업그레이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위 KOF98UM의 아이템 강화를 보시면 필요한 4가지 자원을 모두 모아야 아이템의 등급이 오릅니다. 일단 오르고 나면 자동 레벨업으로 또 5레벨이 오릅니다만, 이 4가지 자원을 다 모으기 전까진 성장이 정체됩니다. 반면 나루토에선 각 아이템은 총 6개의 재료를 모아야 등급이 오르는데 이 때 6개 재료를 하나씩 갖출 때 마다 이를 아이템에 박아넣고 스탯이 오릅니다. 그리고 물론 6개의 재료를 다 박아넣으면 그땐 등급이 올라가면서 뿅 하고 등급이 오르면서 스탯이 또 많이 오르겟죠.


9.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통한 성장 리듬 조절

 

하지만 아무리 단계를 잘게 쪼갠다고 하더라도 결국 성장하면 할수록 다음 성장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정체 구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들은 다양한 성장축을 두는 것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죠. 위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시간, 세로 축은 성장입니다. 왼쪽 그림처럼 성장축이 하나만 있는 경우, 같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는 5번의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로축 아래에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성장을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그림은 성장축을 3개 구비하고 있지요. 개개 성장축의 성장 주기는 왼쪽 그래프와 동일하지만 3개의 성장축에서 성장하는 타이밍을 엇갈리게 배치하면 실제로 유저는 같은 시간 동안 15번의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위의 태극 팬더의 예시로 돌아가자면요, 태극 팬더도 캐릭터 레벨, 아이템, 룬, 스킬, 특성 보너스, 펫 등 굉장히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성장 컨텐츠 내에서도 복수의 성장축을 부여하곤 하죠. 위의 아이템만 하더라도 레벨을 올리는 강화(Fortify) 외에 등급을 올리는 정제(Refine), 추가 스탯을 부여하는 돌파(Exalt) 세가지가 있지요. 펫도 펫 레벨, 펫 등급, 펫 성급 등등.

이런 복수의 성장 축을 제공하는 데에는 빈도와 효과라는 또다른 주제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성장을 즐기는 것도 사실 따지고보면 어떤 자극에 대해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극이 일정하고 균일하게 제공되면 금방 거기에 적응하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쾌감을 덜 느끼게 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규칙적인, 예상하지 못한 자극이 왔을 때 더 쾌감을 느끼곤 하죠. 그래서 이 복수의 성장 컨텐츠들은 성장이 발생하는 빈도와 성장의 효과를 적절히 조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과는 적지만 빈도가 높은 성장과 빈도가 낮지만 효과가 큰 성장을 섞어줌으로써 리드미컬한 경험을 형성하는 것이죠.

태극 팬더의 아이템만 보더라도, 아무 템이나 마구 갈아넣으면 레벨이 올라가는 강화(Fortify)는 고빈도 저효과 성장에 해당합니다. 반면 초반엔 전용의 '제련석'을 소모하고 중후반 부턴 제련석에 더해서 동일한 아이템을 요구하는 제련(Refine)은 저빈도 고효과에 해당합니다.

나루토의 성장 컨텐츠들 역시 이러한 빈도-효과 조합을 보이고 있는데요, 통령이나 장비 같은 경우는 위에서 보신 것 처럼 굉장히 빈도가 높지만 효과는 낮은 성장을, 조각을 다 모아야 성장하는 닌자나 비권, 천부 등은 빈도가 낮지만 강한 효과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빈도와 효과가 섞이면서 강약약중강약약으로 이어지는 리듬을 만들어 플레이어가 꾸준히 성장의 재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10. 하지만 개별 성장 컨텐츠에서 선택의 여지는 거세

성장 컨텐츠가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있긴 합니다만, 개별 컨텐츠는 굉장히 단순한 것 또한 중국 게임들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까 한번 지나갔던 아이템 구조일 텐데요. 전통적인 게임에선 보통 각각의 아이템이 서로 기능은 같지만 서로 다른 효과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고 그 중 어떤 것을 장착하고 성장시킬지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플레이어에 의한 커스터마이징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도탑전기로 대변되는 중국 모바일 게임들은 그러한 선택지를 전혀 배제하고 있습니다. 각 슬롯 마다 아이템이 그냥 정해져 있어서 있으면 끼고 없으면 못끼는 구조죠. 장비와 통령에 보석을 박는 구옥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비든 통령이든 각 슬롯에 들어갈 수 있는 보석의 색상은 정해져있습니다. 같은 색의 보석이 있으면 끼는 거고 없으면 못끼는 겁니다.

출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하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을 내려야하는 순간이 왔을 땐 나쁜 선택을 피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곤 하죠. 우리가 매일 점심마다 뭐 먹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의 멘탈은 정말 개복치 레벨이라서, 어떠한 선택지가 주어지면 이를 마음대로 캐릭터를 구성할 자유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몰라 뭐야 무서워'로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들에서 커스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경험의 획일화, 몰개성화라는 단점이 아니라 유저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는 미덕이 됩니다. 그리고 물론 이렇게 선택의 여지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행동력의 사용을 가운데 둔 메타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여전히 의미있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마 거기까지가 중국에서 게임들이 오토 시뮬레이터와 구분되는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어요.


11. 대신 편의성을 강화

선택의 여지를 줄여서 얻는 또하나의 이점은, 플레이어가 어떤 항목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매우 분명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실텐데 일단 위 레이븐의 스크린샷을 보시죠. 던전을 하나 깨고 나왔더니 장비 아이콘에 알림 마크가 떠있습니다. 눌러보니 '고급' 아이템이 하나 들어와있네요. 그런데 사실 이 정보는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파쇄쌍검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거든요. 저게 이미 장착중인 전설 등급의 아이템보다 더 쎄서 갈아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설 무기에 저걸 갈아넣는다고 전설 무기의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어차피 장비 아이템은 게임 플레이하고 있으면 2분에 하나씩 생겨납니다. 개복치 멘탈의 중국 플레이어들에겐 이 필요 없는 쓰레기 정보의 홍수 조차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나루토의 경우를 한번 보시죠. 위는 특수기를 모으고 강화하는 '비권' 메뉴인데요, 비권은 해당하는 비권의 조각을 모아야만 새로 획득하고 또 레벨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메인 메뉴에서 비권 메뉴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죠. 탭해봅니다. 녹색 소용돌이인 진공파쇄권 아이콘 위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네요. 탭 해봅니다. 파편 10개를 다 모아서 이제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게임 중 이 진공파쇄권의 파편을 얻을 때 마다 이런 가이드가 뜨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이렇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때에만 불이 떠서 플레이어에게 할 일을 알려주는 거지요.


이런 특성이 도탑전기 류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 보다 레이븐/HIT에 가까운 형태인 쿵푸 팬더3의 스크린샷도 준비했습니다. 재료 아이템(과 게임 머니)를 소모해서 대상 아이템을 강화한다는 기본 구조는 동일합니다만, 레이븐/HIT와 달리 같은 슬롯에 들어가는 아이템 끼리만 재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사부 용 무기를 강화하는데엔 사부 용 무기만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재료로 사용했을 때 강화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서 그 때에만 메뉴의 장비 아이콘에 빨간 불을 띄웁니다. 그리고 강화 대상이 정착중인 아이템들로 특정되고, 재료도 각각의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한정되니 탭 한번으로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재료로 써서 현재 장착중인 모든 아이템들을 강화시키는 일괄강화 기능도 지원됩니다. (물론 일정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이 일괄 강화에서 재료로 선택되지 않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레벨이 오를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라도 있으면 메인 메뉴상에도 장비 메뉴 아이콘 위에 빨간 불을 띄우고, 장비 메뉴 안에 들어오면 또 일제강화 버튼 위에 빨간 불을 띄우죠. 이렇게 항상 의미있는 액션을 취할 수 있을 때에만 빨간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그냥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중국 게임들의 특징입니다.


반대로 유저가 어떠한 액션을 하고 싶을 때 해당 컨텐츠로 연결해주는 편의성 또한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장비에서 지금 2번째 아이템을 승급하는데 빈 슬롯이 있습니다. 여기를 채우고 싶으니 탭 합니다. 이 슬롯을 채울 수 있는 아이템은 두개의 아이템을 각각 12개씩 합성해야만 얻을 수 있고 이 중 한 아이템이 1개 모자랍니다. 탭 해봅니다. 그럼 해당 아이템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탭 하면 해당 스테이지로 보내주며 소탕 메뉴를 바로 띄워줍니다. 여기까진 KOF98UM도 동일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얻어야 할 아이템이 무엇이고 지금 몇개가 부족한지까지 알려줘서 행동력을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은 뒤 바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쿵푸 팬더 역시 장착중인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강화시키는데 재료로 쓸 수 있는, 가장 등급이 높은 아이템이 나오는 스테이지까지 자동으로 보내주는 버튼이 탑재되어있습니다.


12. 자원이 허비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

플레이어를 그릇된 선택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는 중국 게임 전반에서 아주 강하게 나타납니다. 스킬 성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HIT의 경우, 레벨이 오를 때 마다 플레이어는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를 특정 스킬이나 능력치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MMORPG에서 아주 일반적인 구성이죠. 하지만 이는 중국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에는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스킬은 플레이어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순차적으로 개방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초반부에 얻는 스킬에 점수를 많이 부여하게 되겠죠. 하지만 뒤에 얻는 스킬이 훨씬 더 좋다면? 초반부 스킬에 투자한 포인트는 완전 낭비가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획득한 스킬보다 더 적은 스킬을 장착해서 사용하는 구조라면? 사용하지 않는 스킬에 투자한 포인트는 말 그대로 버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에 높은 가치를 메기는 경향이 있으며 (보유 효과), 자원을 새로 얻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보다는 자원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몇배로 크다고 이야기 합니다(손실 회피). 다른 자원과 달리 레벨이 올라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 포인트는, 물론 돈을 내고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상한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게임 내에 존재하는 어떠한 자원보다도 진귀합니다. 그런 자원을 허비한다는 건 더할나위 없는 고통이죠. 물론 또 돈을 내면 재분배가 가능하긴 합니다만, 그건 마치 교통사고 나서 다쳤지만 돈을 내면 병원에서 고쳐준다는 것과 같은 레벨의 이야기 입니다.

여하튼 중국 게임들은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자원이 허투로 낭비되는 상황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캐릭터의 스킬을 올리는 시스템도 위에서 보는 쿵푸 팬더 처럼 캐릭터 레벨은 스킬 레벨의 상한만을 결정짓고, 스킬 레벨은 게임 머니를 소모해서 올리도록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굳이 게임 머니를 받는 이유는 이게 실질적으로는 중후반에 고갈되어 결제를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스킬 포인트와 반대로, 무한정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허비되었다고 해도 심리적 상실감이 없지요. 그럼 게임 머니로 스킬 포인트를 리셋하게 해주면 되지 않냐는 반론도 가능합니다만, 리셋은 스킬 레벨업 처럼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아서 게임머니 회수 효과가 적고 무언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흔한 자원이라도 참으로 쓰기가 고통스럽다는 점으로 재반론 하겠습니다.

특성치 성장 또한 같은 원리로 변형이 가해져있습니다. 일반적인 RPG라면 레벨을 올려 얻은 포인트를 원하는 특성에 분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중국 게임들은 포인트를 얻고 소비한다는 개념은 있어도 여기에 선택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나루토에선 각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클리어할 때 마다 천부 라는 자원을 획득하고 이 천부는 위에서 보시는 천부 UI를 통해 소모합니다. 포인트를 1점씩 소모할 때 마다 얻을 수 있는 스탯 보너스는 이미 정해져있지요. 태극 팬더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극 팬더는 위 쿵푸 팬더 3와 같은 식의 스킬 성장과 위의 스타 성장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아까 아이템 강화를 이야기 할 때 HIT나 확밀아 등을 플레이해보신 유저들은 아마도 그럼 도시락은 어떻게 싸는지 궁금해하셨을 겁니다. 도시락이란 재료 아이템을 소모해서 대상 아이템을 강화 시키는 시스템에서, 재료 아이템을 그대로 소모하는 대신 먼저 강화를 시킨 뒤에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S급 아이템 1개를 강화시키고 싶고, 재료로 B급 아이템이 10개 있다고 가정할 때 10개 아이템을 바로 S급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9개의 B급 아이템을 갈아넣어 1개의 B급 아이템을 만렙까지 강화한 뒤에 이걸 S급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것이죠. 이 때 S급 아이템은 B급 10개를 바로 갈아먹이는 것 보다 적은 경험치를 얻게 되지만 같은 경험치를 획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런 도시락을 사용하는 쪽이 더 쌉니다. 그래서 유저는 게임머니와 아이템(경험치) 중 어느 한쪽을 절약하는 운용의 묘를 부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자면 뭘 고르더라도 게임머니와 아이템 둘 중 하나는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아 자원의 낭비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입니까. 게다가 도시락을 꾸역꾸역 싸는 건 또 얼마나 귀찮습니까. 그래서 중국 게임은 아예 그런 도시락 같은 행위 자체를 부정합니다. 나루토엔 아이템을 갈아먹인다는 그런 시스템 따위 존재하지 않구요, 쿵푸 팬더의 경우 B급 아이템을 10개를 바로 먹이나 B급 아이템 1개를 만렙을 채워 먹이나 들어가는 게임머니와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동일합니다. 그러니 일괄 성장이 가능한 것이지요.

한편 아이템 하나를 주워서 키워놓았는데 더 등급이 높은 (하지만 강화 레벨은 낮아서 당장의 스탯은 더 낮은) 아이템을 얻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태극 팬더에선 일단 아이템의 레어도 위에 또다시 장비의 질을 숫자로 표시해서 어느 아이템이 같은 강화 레벨에서 더 좋을지를 표시합니다. 같은 오렌지 템인데 어떤 건 22점 짜리이고 어떤 건 26점 짜리인 식이죠. 그리고 강화시켜놓은 아이템을 분해하면 그동안 집어넣었던 강화 재료가 모두 반환됩니다. 그럼 그걸 다시 26레벨 아이템에 박아넣으면 되는 식이죠. (스크린샷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반면 쿵푸 팬더 3는 그냥 아예 UI 상에다가 '이 아이템이 더 좋으니 끼세요' 라고 표시해주고, 그동안 강화한 아이템을 재료로 밀어넣으면 경험치가 그대로 이전되도록 해뒀습니다.


13. 복수 캐릭터 성장의 문제 해결

도탑전기는 유저들의 빈약한 멘탈을 고려해, 과정에서의 선택지는 삭제하는 대신 성장의 깊이를 취하고, 캐릭터의 양으로 컨텐츠의 볼륨을 몇배로 더 확장하는 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KOF98UM은 기존 도탑전기의 시스템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었죠. 하지만 이러한 복수 영웅 성장 구조는 두가지의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체 보유한 영웅들 중 실제 게임에선 일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캐릭터들은 사실상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지금 쓰고 있는 캐릭터보다 더 나은 캐릭터를 뒤에 얻는 경우 (이게 옛날 워크래프트의 오크-휴먼 처럼 기능적으로 동일한 스펙에 스킨만 바꾼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물론 각 캐릭터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도록 밸런싱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 구린 캐릭터에 쏟아부은 자원은 그대로 매몰되어버리죠. 내 가진 모두를 쏟아부어 마이를 키웠는데 알고 봤더니 쓰레기였다니!! 얼마나 가슴아픈 일입니까. KOF98UM의 경우, 나머지 캐릭터들에게 쓸모를 만들어주기 위해 여성 격투가만 등장하는 여격투가 도전이라거나, 랜덤하게 제시된 적과 같은 캐릭터가 있을 경우 적을 지워줘서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주는 환상 도전, 가지고 있는 모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련의 탑' 등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만 이들 모두 게임의 기본 컨텐츠가 아닌 부가적인 모드일 뿐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가차를 돌리든 하드를 돌든 영웅의 수가 늘어날수록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성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미 4성 50레벨 6인 파티를 만들어뒀는데 4성 이오리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 당장 막힌 스테이지를 깨기 위해선 6인에 자원을 몰아줘야 하는데 그럼 어렵게 얻은 4성 이오리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4성 이오리를 50레벨까지 키우면 전력이 확 좋아지겠지만,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마어마 합니다.


그래서 나루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캐릭터 개별 성장을 해체시켜버렸습니다. 천부, 장비, 통령, 신기, 비권 등 모든 성장은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에 귀속됩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끌고 게임을 하더라도 이제까지 자원을 쏟아부어 성장한 효과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별 스킬을 성장시키는 시스템 따위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비권에 대해선 조각으로 모아 성급을 올리는 시스템은 남겨둬서 빈도는 낮지만 효과는 큰 성장 요소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사용하거나 장착하지 않더라도 캐릭터와 비권을 수집하고 육성시킨 것에 대한 보너스를 플레이어에게 돌려주고 있지요. 위 스샷에서 오른쪽 하단을 보시면 각 캐릭터를 장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너스와 각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가 명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적용되는 모든 보너스의 합이 하단 중앙에 표시되죠. 비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 조각 모음에 의한 성장은 모두 가차, 수행의 길 보상, 일퀘 보상 등 랜덤하게 획득하게 된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의외성에서 오는 도파민 만을 남기고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책임을 완전히 제거해버린 겁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아무리 새 캐릭터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뿐 성장 속도를 늦춘다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레카!

물론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플레이 컨텐츠도 따로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생존도전의 경우, 가지고 있는 캐릭터 중 최대 10명을 갖고 각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데 캐릭터가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그리고 성급이 높은 캐릭터가 필요하지요.

쿵푸 팬더 3의 경우, 메인 캐릭터 1명과 동료 펫 1명 이렇게 3쌍을 스테이지에 갖고 들어가되 쌍 단위로 꺼내 쓰는 게임입니다. 팬더+호랑이 콤비로 진행하다가 사부+거북이 콤비로 바꿔서 진행하는 식이죠. 메인 캐릭터 3마리는 게임 상 기본 제공되고 펫은 수집해야하는 항목인데 (태극 팬더도 그렇고 쿵푸 팬더도 그렇고, 중국의 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들은 이렇게 펫을 또 복수 영웅 성장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소 펫 1마리만 있어도 진행이 가능하며 강하게 키운 3마리만 있으면 넉넉합니다. 나머지 펫들의 쓸모를 만들어주기 위해 메인 캐릭터당 2마리의 펫을 붙여 3세트 총 9명이 한꺼번에 전투하는 별도의 PVP 모드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15. 아재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비동기 PVP

플레이어들을 부정적인 경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성장이라는 과실만을 추구하게 한다는 중국 게임들의 디자인 경향은 PVP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RPG에서 PVP라고 하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서, 상대와 실시간으로 겨루는 모양을 생각하곤 합니다만 나루토는 적분새는 다른 사람이 구성해둔 파티와 자신의 파티를 AI 조작으로 부딪히는 비동기 PVP입니다. 참고로 위에 올린 쿵푸팬더의 3X3 vs 3X3 PVP도 마찬가지로 비동기식입니다.

적분새의 기본 화면입니다. 왼쪽에는 랭킹이 나옵니다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겐 관계 없는 이야기일테구요 오른쪽엔 현재의 래더 등급과 승점, 그리고 현재 구성한 파티의 전투력이 나옵니다. 전투력은 각 캐릭터 고유의 능력과 닌자, 통령, 장비 등 이제까지 성장시켜온 모든 사항들이 반영된 점수입니다. 등급 높은 캐릭터에, 성급 많이 올리고, 아이템 열심히 박고 비권 많이 올리는 등 게임을 하고 있으면 계속 올라가는 숫자라는 소리죠. 한국의 모바일 게임들은 '공격력' '방어력' 이렇게 두개의 숫자를 사용하던데요, 중국 게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투력'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수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 쉽죠?

자신이 가진 캐릭터들 중 3명을 골라 파티를 꾸린 뒤 오른쪽 아래의 도전 버튼을 누르면 도전할 수 있는 플레이어 4명의 목록이 뜹니다. 정확히는 다른 플레이어가 지닌 4개 파티 중 하나를 상대로 지목하는 거지요. 플레이어는 이들 4명 중 전투력 수치를 보고 만만해보이는 상대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실제 전투로 들어가면 양팀 6명의 캐릭터 모두 동시에 싸우는데, 조작은 모두 AI로 이루어집니다. 10초에 한번씩, 각 팀의 캐릭터 중 하나가 궁극기를 쓰는데 수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자동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워낙 정신이 없어서 수동보다는 자동으로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기면 승점을 획득하고 지면 승점을 잃습니다. 비동기 AI 전투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접속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어에게 도전할 수 있으며, 이렇게 도전을 받았을 때의 결과도 승점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승점에 따라 레더 등급과 순위가 결정되고 매일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요.

여기서 적분새의 핵심은 상대를 내가 고른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투력을 기준으로 만만한 상대를 지목하니 엔간해선 질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전투는 비동기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패배는 플레이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죠. 그러니 전체 플레이어 승률 50%의 제로섬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는 거의 대부분 승리만을 기억합니다. 질만한 싸움은 걸지 않으니까요. 비동기 PVP니까 이렇게 항상 이길만한 상대를 제공할 수 있고 패배의 순간은 가릴 수 있는 거지요.

컨트롤 요소는 없고, 전투력 요소는 게임의 승패에 꽤 크게 작용합니다. 총점 44만점 중 1천점만 차이나도 게임 상에선 아주 압도적인 결과가 발생해요. 그러니 상대 목록을 보는 순간 패배의 경험은 없지만 전투력을 높여야 할 동기는 무럭무럭 생겨나지요. 전투력을 높이려면 뭘 해야한다? 열심히 돈이나 시간, 혹은 둘 다 퍼부어서 열심히 성장시켜야죠.

게다가 위 스샷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적분새는 순환이 매우 빠릅니다. 딱 1분이면 승부가 나요. 게다가 컨트롤 할 것도 없으니 피로감도 없지요. 도전 상대는 전투력이 아니라 랭킹 기준으로 뽑아주기 때문에 돈을 쏟아부어 성장시키면 정말 쭉쭉 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루 6번이상 플레이하려면 플레이하는 데에도 돈을 써야겠지만요.

쭉쭉 올라가고픈 욕구가 있는 아재들이 아닌, 저처럼 소소하게 플레이하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이 비동기 PVP는 상당히 호소력이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단 보상이 후합니다. 적분새 보상으로 주는 포인트로는 전용 상점에서 살 수 있는 항목들 중엔 S급 캐릭터의 조각이 있단 말이죠. 그리고 통령 포인트를 쏟아주는데, 전투력이 제법 올라갈 수 있는 양입니다. 게다가 저 통령 포인트 폭탄 외에도 하루에도 한두번씩은 꾸준히 성장하고 도전을 하든 받든 져서 승점을 잃으면 그에 맞춰 상대가 조정되기 때문에 붙어볼만한 만만한 상대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됩니다. 게다가 자동 진행이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아재들의 취향을 핀포인트로 저격했다는 건 아재들만을 위한 컨텐츠라는 것이 아니라 아재들에겐 제대로 돈질을 할 노름판을 깔아주면서도 실력이 없거나 돈이 없는 일반 혹은 일반 이하의 유저들도 충분히 놀 수 있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16. 컨트롤과 심리전에 포커스를 맞춘 동기식 PVP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액션 RPG인데 동기식 전투가 없는 건 좀 아쉽죠. 그리고 세상에 스펙(돈) 싸움만 원하는 플레이어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나루토는 스펙 기반의 비동기식 PVP인 적분새 외에 스펙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컨트롤 기반의 동기식 PVP인 결투장을 따로 또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당장 메뉴만 봐도 전투력이 표시되지 않고 있지요?

결투장 역시 3명의 캐릭터로 진행됩니다만 적분새와 달리 세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하지 않고 한명씩 끄집어내서 1:1로 전투가 벌어집니다. 한명이 죽으면 다른 한명을 꺼내서 캐릭터를 모두 잃은 쪽이 지는 게임이죠. KOF 시리즈와 같은 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아까 조작계 이야기를 할 때 각종 공격들이 상당히 부드럽게 이어진다고 설명드린 바가 있지요. 시원시원하게 마구 이어지는 연속기라는 게 때리는 입장에선 아주 상쾌합니다만 이게 반드시 때리는 입장이라는 법은 없지요. 맞는 입장에선 기분이 참 더러울 뿐더러 콤보가 계속 이어지면 전투의 양상이 치열한 전투라기 보다는 처음 연속기를 맞춘 사람이 그대로 승기를 잡는 첫타 눈치 게임이 되기 쉽상입니다. 나루토는 공격에서 벗어나는 '회피'를 넣었습니다.


스킬 옆에 있는 나무토막 아이콘이 바로 '회피'인데 적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도중에 사용하면 가까운 장소로 순간이동하고 약간의 무적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끝없는 연속기로부터 빠져나오고, 반대로 역습을 가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궁극기 게이지를 하나 소모는데다 쿨타임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마구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결투장은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궁극기 카운터와 회피 타이밍을 관리하는 멘탈 게임이 되지요.

스펙의 영향은 없다지만 강캐와 약캐가 있고, 또 일부 비권이 좀 지나치게 강한 등 밸런스 문제가 완전히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옛날 워크래프트2 처럼 완전히 똑같은 유닛에 스킨만 씌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특성이 다른 유닛들을 사용하는 이상 그정도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막말로 KOF 시리즈가 언제는 밸런스가 칼같이 잘 맞아서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잖습니까? 


17. PVP를 연습할 수 있는 생존 도전

그런데 아무래도 회피 라는 조작이 PVE에는 없는 요소다 보니 플레이어에겐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PVP에서 맞아가며 배우기엔 개복치 멘탈이 못견딜 것 같구요. 그래서 준비해둔 것이 생존 도전 입니다. 사람이 아닌, AI가 조종하는 봇을 상대로 결투장의 룰로 싸우는 거지요.

결투장 메인 메뉴는 이렇게 단촐합니다. 매 스테이지를 깰 때 마다 상자를 열어 보상을 받고 다음 스테이지가 열립니다. 각 스테이지의 상대는 그냥 AI 봇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가 사용중인 대표 캐릭터입니다. 정확히는 대표 캐릭터 + 그 사람이 장착중인 통령 + 비권의 조합이 되겠네요. 스테이지에 전투력이 표시되어있는데요, 1스테이지는 플레이어의 약 절반 정도 전투력으로 시작해서 계속 전투력이 높은 상대를 찝어줍니다. 그래서 초반엔 쉽고 편하게 PVP에서 회피를 운용하는 법이나 새로 얻은 캐릭터 / 통령 / 비권을 사용해보는 연습모드의 느낌이지요. 또 반대로 다른 플레이어의 실제 캐릭터를 상대하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 / 통령 / 비권 등에 맞아보면서 대처법을 익힐 수도 있습니다.


1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플레이어는 먼저 10명의 캐릭터를 골라야합니다. 도중에 캐릭터가 죽으면 다른 캐릭터로 이어할 수 있고 이 때 상대의 HP는 리셋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전투력이 점점 더 높은 상대를 집어주는데 플레이어보다 전투력이 높은 상대는 정말 주는 데미지는 쥐똥만큼 작아지는데 받는 데미지는 미친듯이 커집니다. 그래서 후반부는 적 한명 잡는데 이쪽 캐릭터 서너명을 갈아넣는 등 제목 그대로 생존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않고 죽은 캐릭터도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존모드는 모든 캐릭터가 사망하면 거기서 끝나는 거지요. 대신 다음날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리셋하면 스테이지의 전투력은 현재 캐릭터의 전투력에 맞게 재조정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전투력에 관계 없이 대충 10~11 스테이지 정도에서 끝이 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보상으로는 꽤 많은 양의 게임머니와 전용 상점 포인트를 줍니다. 포인트 상점에선 캐릭터 조각을 포함해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자원들을 팔고 있어서 이 모드를 계속 플레이할 동기를 잘 부여해줍니다. 사실 캐릭터 조각이 아니라도, 게임 머니 때문에라도 생존도전은 꾸준히 플레이해야하는 모드입니다. 중반부에 들어서면 게임머니가 정말 미친듯이 모자라거든요.


18. 성장의 증명 - 수행의 길

생존 모드가 반쯤 PVP에 걸친 PVE 모드라면, 수행의 길은 100% PVE 컨텐츠입니다. 수행의 길 처럼 연속된 스테이지로 나눠져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는 매일 한번씩 플레이할 수 있고 또 한번씩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의 내용은 일반 모험 모드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웨이브를 버티는 식의 스테이지도 있고 보스를 상대하는 스테이지도 있고 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적용되는 룰과 조작은 그냥 PVE입니다.

나루토의 기본 컨텐츠인 모험모드는 각 스테이지마다 레벨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초반부는 쭉쭉 진행되지만 중반부가 지나면 캐릭터 레벨 하나에 모험 스테이지 하나가 열려서 며칠씩 새 스테이지를 못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캐릭터 레벨이 정체된 상태에서도 아이템이나 통령, 구옥과 같은 다른 부분들은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플레이어가 성장의 결과를 체험 / 증명할 기회가 없다는 겁니다. 지나간 모험모드야 다들 소탕으로 클리어하고, 생존 도전은 매일 매일 전투력이 재조정되니 뺄 수 있는 진도도 거의 동일하죠. 적분새는 컨트롤이 없는 PVP이고 결투장은 성장이 아무런 영향을 못끼치는 PVP이구요. 소대돌습 역시 스펙이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수행의 길 입니다. 여러 스테이지가 죽 늘어서있고 각 스테이지는 레벨과 관계 없이 이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으로 계속 오픈됩니다. 행동력 등 플레이 기회에 대한 제한은 없어서 깰 수 있는 한 계속 도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못깨는 스테이지가 나오면 거기서 멈추는 거지요.



각 스테이지마다 매일 한번씩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깼던 판에 대해선 다시 직접 플레이할 필요 없이 소탕으로 보상을 한꺼번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을 보시면 제가 79스테이지까지는 클리어하고 80스테이지에서 막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79스테이지의 보상을 한꺼번에 몰아받는 거지요. 그리고 이전에 깨지 못했던 스테이지들에 도전합니다. 이 구조는 모험모드 진행이 레벨 제한으로 멈춘 플레이어가 PVE를 통해 성장을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19. 넉넉한 일일 퀘스트에 기반한 친절한 UI 가이드

나루토의 컨텐츠를 거의 대부분 소개했는데요, 여기까지 오면 다들 제가 중국어를 제법 잘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 중국어를 못합니다. 2년 살다 오긴 했는데 딱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택시를 탈 수 있는 정도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전의 기적난난이나 나루토와 같은 중국 모바일 게임들을 왠만큼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중국 게임들이 굉장히 친절한 UI 덕분입니다.

워페이스를 중국에 서비스 할 때, 튜토리얼을 마친 유저의 50%가 게임을 단 한판도 플레이하지 않고 그대로 게임에서 이탈한다는 충격적인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크라이텍은 튜토리얼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지만 퍼블리셔인 텐센트의 주장은 달랐죠. 튜토리얼을 마친 후 로비에서부터 방에 입장하고, '게임 준비' 혹은 '게임 시작'을 눌러 게임에 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 게임들은 PC 온라인이든 웹게임이든 모바일이든 간에, 절대로 플레이어가 할 일이 없이 방황하거나, 할 일은 있는데 그걸 어디서 해야할지 몰라서 헤매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수동적이고 참을성 없는 유저들이 그냥 그대로 이탈해버릴테니까요.


처음 레이븐을 켜서 메인메뉴에 진입합니다. 탐험 왕국 길드 결투장 등 상당히 많은 버튼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중 뭘 눌러야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마치 메뉴가 한 50개 쯤 되는 식당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배가 고프긴 한데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오늘의 메뉴 라거나 추천 메뉴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중국 유저의 50%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냥 이탈해버립니다.

반면 나루토를 켜면 화면 곳곳에 빨간 점이 찍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성장 컨텐츠에 붙은 빨간 점이, 어떤 액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처럼, 플레이 컨텐츠에 붙은 빨간 점은 해당 컨텐츠에 관한 일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거 누르면 좋은 일이 있을테니 누르라는 의미에 가깝겠지요. 그래서 유저는 저 빨간 점을 계속 따라 누르는 것 만으로도 다양한 컨텐츠를 플레이하고 해당 컨텐츠의 보상을 받고 일퀘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게 됩니다. 쉽고 간단하죠. 고민이란 걸 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이븐도 일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퀘스트는 던져줘놓고 그걸 어디서 할 수 있을지는 알려주지 않는군요. 한국 유저들은 부지런해서 레이드 한판 하고 오라는 지시만 보고 메인 메뉴로 나가서 레이드를 클릭할 지 모르겠으나 중국의 개복치 유저들은 '아 몰라 짱나' 라고 외치면서 그냥 앱을 삭제해버립니다. 게임 시작 버튼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워페이스를 접어버렸던 유저들 처럼요. 그래서 나루토를 포함한 모든 중국 게임들은 퀘스트에 '바로가기' 버튼이 붙어있습니다. 누르면 해당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유저를 바로 보내줍니다. 완수를 하고 퀘스트 메뉴로 돌아오면 그 자리는 '보상 받기' 버튼으로 바뀌는 식이죠. 이 기능까지는 HIT에도 구현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일퀘의 양이 비교가 됩니다. 레이븐의 일퀘는 고작 5개군요. 이 중 컨텐츠와 관련된 건 요일탐험, 레이드 이 둘 뿐입니다. 게임 컨텐츠는 훨씬 많은데 말이죠. 컨텐츠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컨텐츠로 안내해주는 것도 아니고, 항목이 많아서 플레이어들이 더 많은 시간을 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퀘가 돈을 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이거 왜 있는 걸까요?

중국 게임들은 보통 일퀘를 10개 이상 깔고 들어갑니다. KOF98UM의 경우 일퀘가 약 15개 가량 되었고 나루토의 일퀘는 12개 입니다. 당연히, 게임 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는 이 일퀘에 물려있습니다. 나루토의 경우만 하더라도 노멀 던전 10회 클리어, 하드 던전 3회 클리어에 결투장 3회 참가, 풍요의 간 3회 참가 등등 일퀘를 도는 것 만으로도 게임의 컨텐츠를 구석구석 즐기면서 제법 많은 시간을 게임에 소비하게 됩니다.


20. 메타 일퀘와 유료화

무엇보다 퀘스트를 많이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메타 퀘스트 구조야말로 나루토 일퀘 디자인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루토에 존재하는 개별 일퀘의 보상은 사실 2600골드로 그다지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각 일퀘마다 5점에서 15점씩의 포인트가 책정되어있습니다. 하루에 최대 120점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퀘스트 점수가 100점에 도달하면 일퀘의 궁극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 랜덤 캐릭터 조각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0점, 40점, 80점에 도달할 때 마다 캐릭터 조각은 아니라도 게임머니, 경험치, 성장에 필요한 자원들을 보상받죠. 플레이어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메인 메뉴에 붙은 빨간 불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 일퀘 몇개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습니다. 특히 그리고 40점이 넘어가게 되면 이제 80점 보상을 받기 위해 일퀘 메뉴에서 해당 컨텐츠로 직접 이동하면서 점점 적극적으로 게임 컨텐츠들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레이븐이나 히트도 메타퀘스트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5개 일퀘를 모두 끝내야만 보상이 주어지지요. 하지만 나루토는 일퀘를 계속 진행하는 내내 조금씩의 보상을 흘려줍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 보상이 박한 것도 아닐 뿐더러 100점을 다 채우면 랜덤한 캐릭터 조각까지 얹어줍니다. 지역의 스테이지 클리어 별 갯수에 대한 보상 유사한 상황이죠. 90% 이상의 확률로 별 쓸모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뽑기권을 하나 걸어놓고 목표를 모두 완수할 때 까지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는 것과, 뽑기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 중 꽤 상급에 위치한 보상을 걸어두고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계속해서 보상을 조금씩 주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유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더 유리할까요?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일퀘 구조가 최종적으로는 매출까지도 유도하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겁니다. 12개의 일퀘 중 과금과 관련된 일퀘가 2개 있지요. 고급 캐쉬 가차 1회 / 게임머니 충전 5회로 각각 10점씩 총계 20점입니다. 만일 한국식으로 모든 퀘스트를 완료 해야 추가 보상이 나오는 시스템에 저런 퀘스트를 집어넣는다면 돈독이 올랐다고 쌍욕을 들어먹겠습니다만, 대륙은 그렇게 쪼잔하지 않지요. 돈을 내지 않아도 최종 보상을 받을 수 있는 100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을 그냥 플레이하는 것으로 90점까지는 매우 무난하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제 위에 언급한 돈 쓰는 2개 외에 '소환권 가차 2회 뽑기'가 남지요. 보통 캐쉬 가차 옆에 붙어있는 게임머니 가차에 해당하는 물건인데, 게임머니가 아니라 게임 중 랜덤하게 얻는 소환권을 소비합니다. 소환권은 게임 머니는 물론 현금을 내고도 살 수 없지만 소환권 가차는 12시간마다 한번씩 공짜로 뽑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유저라면 저 소환권 가차 2회 뽑기를 완수해서 100점을 채울 수 있습니다. 혹은 캐쉬 고급 가차도 3일에 한번 공짜로 돌릴 수 있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시스템을 살펴보면 말이죠. 일단 일퀘 100점 보상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랜덤 캐릭터 조각이면 캐쉬 가차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중급 이상은 되는 보상이에요. 그런데 이게 돈을 안내도 딸 수 있긴 한데 마지막에 딱 10점이 모자라는 상황이 옵니다. 게임에서 못받게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조금 게을렀다거나 해서 못받는 경우죠. 그런데 하루에 게임머니 충전 2번은 공짜니 1000원 써서 3번만 더 충전하면 3천원짜리 가차하나 뽑는 거랑 비슷한 효과가 나온단 말입니다. 혹은 3천원 짜리 가차 하나 사면 가차 두번 뽑는 것 보다 비슷해요. 이럼 이제 천원 3천원 내는 거지요.

퀘스트 마다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의 총점에 대해 보상을 주는, 유연한 구조 덕분에 가능한 일이죠. 이건 다른 중국 게임에선 보기 힘든, 나루토의 강점입니다.


21. 보상은 즉시, 직접 지급

퀘스트와 관련해서, 한국 게임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보상을 지급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일퀘를 완수했더니 캐릭터가 나와서 보상 받으러 가라고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보상은 우편함으로 가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우편함까지 가서 보상을 받아야만 했죠. 심지어 날짜가 지나면 못받을 위험까지도 존재합니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절대로 퀘스트 보상을 우편함으로 날려주지 않습니다. 항상 퀘스트 보상 받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꽂혀요. 어떤 보상을 무슨 이유로 받았는지 항상 상기시켜 줍니다.

이게 사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UX 측면에선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보상을 받기 위해 UI를 2단계 더 거쳐야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보상을 받게 된 경로와 실제 보상 사이의 연결이 뚝 끊어져버려요. 일단 2단계를 거치면서도 뭔가 받을 것이 있다는 사실만 남고 무슨 퀘스트로 뭘 받는지는 까먹게 되죠. 게다가 유저는 유저는 우편함의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그냥 '모두 받기'만 눌러버리죠. 심지어 우편함에는 '일퀘 보상' 이라고만 적혀있지 그래서 어떤 퀘스트였는지도 나와있지 않지요. 그러니 어떤 일을 해서 보상을 받는다는 패턴이 유저의 머리 속에 남지를 못하게 됩니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퀘스트 메뉴에서 보상을 바로 받지요. 심지어 보상 내역도 이미 퀘스트 메뉴에서 표시되어있었지만 다시 한번 유저가 무슨 무슨 보상을 받은 건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과정이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그려지고, 유저는 이를 패턴으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중국 게임에선 우편함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퀘스트 보상, 업적 보상, 이벤트 보상 모두 해당 UI에서 즉시, 바로, 내역을 하나하나 까주면서 부여해요. 즉시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 - 예를 들어 일간 결투장 랭킹 보상 - 이런 것만 우편함으로 쏴주죠.

한국 게임들이 왜 우편함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사실 전 개인적으로 눈꼽만큼도 이해가 안됩니다. 퀘스트를 달아서 하고 '모아받기'로 받는게 더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전 그 편의성보다는 보상을 바로바로 쏴줘서 플레이어가 수행-보상의 패턴을 습득하고 도파민을 빨아당기게 하는 것이 15만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참고로 같은 이유로 중국 게임들엔 주퀘나 월퀘 같이 주기가 긴 기간 미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뭔가 보상을 바라고 달리기엔 주기가 너무 길어서 플레이어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거든요. 아예 메인 퀘스트나 업적 등의 장기 과제로 빼서 플레이어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진행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선물을 안겨주거나 1주일 한달 짜리는 이벤트로 돌리죠.


22. 컨텐츠 플레이에 대한 보상과 동기부여

일퀘가 플레이어들을 각각의 컨텐츠로 안내해주긴 하지만, 정작 해당 일퀘 자체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보상을 빨리 줘야 하니까요. 대신 각 컨텐츠마다 보상을 푸짐하게 걸어서 플레이어가 일퀘를 완수한 이후에도 각 컨텐츠들을 매일 일정량 이상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스샷의 수행의 길 처럼 특정 자원을 특정 컨텐츠에만 묶는 경우도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아래 두 스샷의 생존도전 처럼 각 스테이지 클리어할 때 마다 일정량의 포인트를 주고 해당 컨텐츠 아래에 있는 특별 상점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HIT의 경우에도 보석은 성역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있긴 합니다만, 여기에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나루토의 부가 컨텐츠들은 대부분 플레이 횟수에 행동력 같은 부가적인 상한을 걸지 않습니다. 수행의 길도, 생존 전투도 플레이어가 더 이상 깰 수 없어서 멈추긴 해도 뭔가 다른 제약이 걸려서 멈추진 않아요. 그러니 현재의 능력으로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보고, 캐릭터를 더 키운 뒤에 다시 도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이제 다음날 진도를 리셋하고 다시 보상을 받는 거지요. 수행의 길은 그동안 플레이했던 모든 스테이지를 자동으로 소탕하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부터 이어하게 해주고 생존도전은 리셋 시점에서의 캐릭터 능력에 따라 새로 스테이지를 만들어 줍니다.

2인용 코옵인 소대돌습의 경우는 하루 12회로 플레이 제한이 걸려있긴 합니다. 매 회 계속 꾸준히 어려워진다거나, 점점 더 많은 보상을 준다거나하는 요소는 없습니다. 대신 3의 배수에 해당하는 회차 - 3 / 6 / 9 / 12 - 에는 보상이 2배로 지급됩니다. 일단 여기서 '한판만 더' 심리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소대돌습은 플레이할 때 마다 입장료를 게임머니로 지불해야하고, 이 비용은 회차가 올라갈수록 그 비용이 기하급수로 올라가요. 첫판은 100골이지만 9판 쯤 되면 30만골 이상이 빠집니다. 보통 플레이어 잔고가 30만골 ~ 100만골 정도로 유지되는 걸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돈이죠. 골드도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보상을 높이는 쪽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하드

일반

3/6/9/12

일반

3/6/9/12

무과금

 1

 2

 2

 4

3배 부스터

 3

 6

 6

 12

보상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난이도를 높이는 겁니다. 하드 난이도는 보통 난이도보다 보상을 두배로 주거든요. 하지만 아주 손쉽게 클리어 가능한 보통과 갈리 하드는 정말 어렵습니다. 현찰로 생명 연장을 하지 않으면 못 깰 난이도는 아닌데, 그래도 파트너 운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열판 중 세판 정도는 도중에 죽어요. 물론 약간의 돈을 내면 이어서 할 수 있지만 그다지 비용대비 효과가 크진 않습니다. 어차피 입장료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을 때 지불되니 그냥 다시 처음부터 재도전하면 되거든요.

또다른 옵션은 판당 900원 정도를 내고 3배 부스터를 적용받는 겁니다. 그럼 보통 난이도에서도 원래의 3배 보상을 받을 수 있고, 3배수 스테이지에선 6배의 보상을 받으며 만일 3배수 하드 스테이지라면 6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비용대비 효용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드 난이도에 적용하면 무려 12배의 보상이 굴러들어옵니다. 당연히 하드에 도전하곘죠. 그런데 그 안에서 죽어버렸네요. 어떻게 할까요? 부스터 비용도 입장료 처럼 보상 받을 때 차감되니 포기하고 다시 재도전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미래에 받을 무언가 보단 당장 눈 앞의 무언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죠. 돈 내고 부활을 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입장료와 부스터 비용을 먼저 받고 입장시켜야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스테이지 실패한 것도 기분 나쁜데 거기에 돈까지 날리면 사람 기분이 정말 드럽습니다. 어디까지나 엔터테이닝 소프트웨어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죠. 그리고 이게 난이도가 2명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매칭된 파트너가 발컨이라 게임을 드릅게 못하고 도중에 먼저 죽어버린다거나 혹은 접속이 끊어져버린다거나 하면 플레이어는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스테이지를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파트너가 중간에 나가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그러니 클리어하고 보상 받을 때 비용을 빼가는 거구요, 스테이지 중반에 죽어도 다시 이정도 까지 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기꺼이 돈을 내고 부활을 하는 겁니다.

참가비, 3배수 스테이지, 난이도에 따른 보상 강화, 3배 부스터가 합쳐지면 이게 굉장히 넓은 소비 스펙트럼을 커버해줍니다. 무과금 유저는 그냥 대충 8스테이지까지 재도전을 반복해가며 하드난이도로 플레이할테고, 소과금 유저들은 3배수 스테이지에만 3배 부스터를 적용하겠죠. 전 스테이지에 3배 부스터를 건다거나 게임머니를 사서 12회차를 모두 도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닙니다만, 고과금 초고과금 유저들에겐 할만한 옵션입니다. 혹은 차라리 가차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컨텐츠 플레이 - 유료화 모델을 성립시켜주는 핵심 요소는 바로 소대돌습의 보상입니다. 게임머니나 성망, 인석도 주지만 사실 핵심적인 보상은 바로 비권 조각이죠. 캐릭터 조각과 마찬가지로 일정량을 모아야 비권 스킬을 하나 획득할 수 있고, 조각을 계속해서 일정량 씩 쌓아야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다른 성장 컨텐츠들과 달리 성장 주기가 길어요. 그런데 이 비권을 랜덤하게 골라서 부여하기 때문에 배수에 민감해지는 겁니다. 그냥 숫자로 바로 보이는 성망, 인석 이런 건 2배 4배 준다고 해도 사실 그렇게까지 땡기진 않아요.


동기식 실시간 PVP 컨텐츠인 결투장 같은 경우는 참가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이게 정말 컨트롤 빨 싸움이라 재미있긴 한데 유저 피로도가 높거든요. 그래서 참가 횟수 제한이 없는 대신 플레이 보상을 박아뒀습니다. (반대로 아까 소개한, 완전 자동으로 돌아가는 스펙 기반의 비동기 PVP인 적분새는 횟수 제한이 걸려있고, 플레이 횟수에 대한 즉시 보상은 없습니다.) 이 참가 횟수에 대한 보상은 HIT에도 존재하는데요, 이 보상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HIT의 일간 보상은 참가 횟수 기준이고 주간 보상은 랭킹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서 매일 5회까지는 참가할 때 마다 보상을 받지만 그 이후로는 더 플레이 해야 할 동기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간 보상은 며칠이 지나야 받겠죠.

반면 나루토의 일간 보상은 참가 횟수 기준으로 3판 째엔 게임 머니를, 5판 / 8판 째엔 게임머니와 랜덤한 캐릭터 조각을 줍니다. 그리고 주간 보상은 15승 / 30승 / 45승에 대해 캐쉬 포인트를 꽂아줍니다. 일주일씩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저 승수를 달성하는 그순간 바로 즉시 롸잇 나우 우편함조차 거치지않고 다이렉트로 꽂혀 들어와요.

그래서, PVP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딱 3판만 하고 - 3판은 일퀘에도 박혀있습니다 - 나가서 보상을 받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조금 힘들어도 캐릭터 조각이 걸려있으니, 게다가 어차피 참가만 해도 주는 거니까 5판 8판 합니다. 하지만 PVP를 즐긴다거나 보상을 정말 받고 싶은 유저라면 일간 보상을 다 획득한 뒤에 이제 주간 보상을 향해 달리겠죠. 그런데 이 주간 보상은 판수가 아니라 승수 기준이기 때문에 채워나가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결투장에서 시간을 쓰다 보면 나를 발라버렸던 캐릭터나 비권이 갖고 싶어지는 거고 그러면 또 이제 다른 컨텐츠를 뛰거나 가차로 가는 거지요. 아 물론 랭킹 보상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쫌스럽게 일주일 단위로 꽂아주지 않고 일 단위로 우편함에 꽂아주지요.


23. 메인 퀘스트를 통한 플레이어 가이드

한편 일퀘가 아닌 메인 퀘스트를 중심으로 플레이어들을 이끌어주는 게임들도 존재합니다. 태극 팬더나 쿵푸 팬더 3, 구룡전 같은 경우죠. 아이템을 갈아끼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탑전기보다는 전통적인 RPG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래서인지, 구룡전을 제외한 두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를 볼 수 있고 또 NPC와 이야기할 수 있는 등 '마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현대 MMORPG 처럼 메인 메뉴 UI에 현재 활성화 되어있는 메인 퀘스트를 바로 보여숩니다. 위 스샷의 경우는 6챕터 6스테이지를 클리어하라는 군요. 그리고 저 영역을 탭 하면 플레이어 캐릭터를 해당 컨텐츠로 바로 보내줍니다. 그래서 저 퀘스트만 클릭하면 게임이 쭉쭉 진행됩니다. (물론 중간 중간 빨간 불 들어온 버튼을 눌러 스킬도 업그레이드 하고 장비도 성장시키겠죠)


사실 한국의 히트나 레이븐도 플레이어들을 컨텐츠로 유도하고 게임 진행을 이끌어주는 메인 퀘스트를 갖고 있지요. 스샷은 히트의 '특별 임무' 입니다. 레이븐에선 뭐라고 부르는지 까먹었네요. 어쨌든 이렇게 메인 퀘스트가 있긴 한데 사실 큰 쓸모는 없습니다. 일단 메인 메뉴 상에 바로 노출이 되어있지 않은데다 미완수 된 퀘스트가 있다고 알림을 띠워주는 것도 아니라서 시인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UI 문제는 이 메인 퀘스트의 흐름 자체에 대한 문제에 비하면 사실 사소합니다.

사실 히트의 '특별 임무'는 위에서 말한 메인 퀘스트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MMORPG의 퀘스트 연쇄 처럼 이전의 퀘스트를 완수하지 않으면 다음 퀘스트가 진행되지 않는 구조인데, 중간에 스테이지 진행과는 무관한, 선택적 컨텐츠에 대한 퀘스트가 깔려있습니다. 위 스샷만 봐도 '난투장 10회 참가'가 있지요. 퀘스트 체인을 따라 난투장을 10번 돌면 좋겠지만, 이게 퀘스트만 막혀있는 거지 스테이지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니 플레이어가 난투장을 스킵해버리면 그때부터 플레이어가 퀘스트 진도를 훨씬 앞질러버립니다. 심지어는 '성역 10회 클리어' 처럼 하루 안에 완수가 불가능한 퀘스트가 섞여있기도 했어요. 성역은 하루 6개 까지 클리어할 수 있고 이 제한은 돈으로도 풀 수 없거든요. 


그래서 사실 중국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구성은 컨텐츠 별로 퀘스트 체인을 분리시키는 겁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비권 획득] [비권 승급] [노멀 스테이지 진행] [하드 스테이지 진행] [닌자 획득] 등으로 쪼개져있죠. 그래서 플레이어가 어떤 컨텐츠에서 진도를 빼든 간에 그에 해당하는 퀘스트가 완수 되고 해당 컨텐츠에 대한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합니다. 다른 게임들은 보통 스토리에 해당하는 노멀 스테이지 진행을 항상 이 목록 제일 앞에 고정시켜두곤 합니다.그리고 당연히 각 퀘스트 마다 해당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메뉴가 존재하지요. 사실 히트나 레이븐 둘 다 '연속 미션' 혹은 '업적'이라는 형식으로 위와 완전히 동일한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특별임무나 메인퀘스트를 따로 둔 이유를 모르겠군요.


쿵푸 팬더 3는 HIT / 레이븐과 좀더 유사하지만 보다 부드러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저 퀘스트들을 권장레벨대에 맞춰서 챕터 단위로 쪼개놓은 구성은 같습니다. 하지만 한 챕터의 퀘스트를 모두 끝내야 다음 챕터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 챕터를 열어주고 있어요. 그래서 위쪽 스샷과 같이 1챕터의 퀘스트를 모두 끝내지 않고서도 2챕터, 3챕터로 이어지면서 플레이어의 메인 컨텐츠 진도를 계속 안내합니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모든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추가 보상을 걸어 플레이어가 부가 컨텐츠에 관한 퀘스트도 모두 완수하도록 유도하지요.




유료화 모델과 운영 이벤트 시스템, 길드 등 다룰 주제가 더 많이 있으나 일단 쓰다 쓰다 지쳐서 쓴 부분만 먼저 공유합니다.


by 고금아 2016. 2. 15. 04:09

얼마전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성 취향 게임이 중국에서 데뷔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제가 지금 중국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지라 관심이 없었는데 여성용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바로 오늘 소개할 '기적난난' 입니다.



처음엔 텐센트에서 직접 개발한 줄 알았으나, 알고 봤더니 원래 일본 게임이더군요. Nikki UP2U 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적난난은 그 세번째 시리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 것입니다. Nikki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중국에선 暖暖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습니다. 느→안↗느→안↗ 으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 알리바바 쪽을 통해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틀어져서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 되었다는군요. 일본에서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좋은 듯 합니다. 출시 약 3주가 되는 2015년 6월 15일 현재 무료 게임 순위 9위에 올라있고 (11위에 전민돌격이 보이네요), Top Grossing 에선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몽환서유, 전민돌격, 전민기적(뮤 오리진), 도탑전기(도타 레전드) 바로 다음이네요. 안드로이드는 안쓰는지라 체크 못해봤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로 뿅!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여성용 게임이라고 하니, 그리고 그게 잘나간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거 정말 무서운 게임이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모바일 게임에 큰 흥미가 없어서 전민돌격이나 도탑전기도 지루해서 관둔 30대 중반의 남성 게이머가 이 게임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1500위안(27만원)이나 질러버릴 정도루요.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확인해보니 중국 앱스토어에만 올라와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혼자만 알고 있는게 아까워서 이번에 한번 소개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1편은 영문으로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는... 뭐 알아서들 찾아보세요..

영문판 바로가기


1. 게임의 기본 구조


게임은 기본적으로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애니팡 등과 같이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형식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한 맵을 다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한번 도전할 때 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당연히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면 상한이 올라갑니다. 단, 레벨이 오를 때 자동으로 채워주진 않습니다.) 클리어하게 되면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아이템을 랜덤한 확률로 획득합니다. 위 예시의 경우, 7부 청바지와 스웨터를 얻을 수 있는데, 스웨터는 S급 이상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군요. 에너지는 4점을 사용하는데 이는 노멀에 해당하는 '소녀' 난이도라서 그렇습니다. '하드'에 해당하는 '공주' 난이도에선 6점을 소모하며, 한 스테이지는 3번 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와, 3번의 한도는 돈을 내면 풀립니다.) 입장해보도록 하지요.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간단하게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풀 음성이 지원되지요. 간략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가 끝나면 이제 옷을 입힐 차례가 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중요한 단어들은 대화씬에서 빨간 글씨로 설명이 되지만, 옷 입히기 화면에서도 상단의 '임무지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의 경우 빨간 글씨는 '우아하고 성숙한 OL 풍'을 요구하고 있네요. 그리고 '간략'(简约)과 '우아'(优雅) 속성이 중요하다는 힌트를 줍니다.

의상은 기본적으로 헤어스타일, 원피스, 외투, 상의, 하의, 양말, 신발, 화장 이렇게 8종의 슬롯이 있습니다. 이 중 원피스와 상+하의 조합은 서로 배치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상/하의를 입을 수 없고, 반대로 상/하의를 입으면 원피스를 입을 수 없지요. 대부분의 양말은 기본 슬롯을 사용하지만 일부 덧양말은 다른 양말 위에 껴입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세사리는 머리, 귀걸이, 목걸이, 손목, 소지품, 허리, 특수 이렇게 8개 종류가 있는데 머리와 귀걸이를 제외하면 아이템별로 장착되는 슬롯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어서 복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 안에 목걸이와 목도리가 있는데 둘 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길게 눌러보면 아이템 별로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희귀한지 (하트의 숫자가 희귀도를 나타냅니다), 해당하는 옷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지금 스테이지에선 '간략' '우아'가 필요한데 예시의 스크린샷은 '활발' '귀여움' 이군요.

플레이어는 옷의 외견과, 표시되는 정보를 종합해서 니키에게 옷을 입힌 뒤에 게임에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옷 다 입혔음'('换好了)을 탭하면 의상 배틀에 들어가지요. 아까 도움말에선 2개의 속성만이 제시되었습니다만, 실제 배틀에서는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쌓아서 총점을 비교하지요. (3번째 그림은 다른 배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그냥 넘어갑시다.. )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지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지요. 여하튼 NPC보다 높은 총점을 획득하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됩니다. 점수에 대해 S, A~D까지의 평가를 받고 경험치, 게임머니 그리고 확률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아이템을 획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만일 다음 스테이지가 아직 잠겨있었다면 열어줍니다.

만일 NPC보다 점수가 낮으면 F 랭크를 받고 실패하게 되는데, 친절하게 이 스테이지를 깨는데 어떤 옷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6번째 그림을 보시면 꽃다발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신발을 추천하지요. 저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한번 더 클릭하면 바로 그리고 보내줍니다. 의상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상점으로 보내주고, 강화로 얻을 수 있다면 강화 메뉴로 보내주는 식이지요.


입힐 아이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 별로 일정한 옷을 랜덤하게 주기도 하구요,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일부는 캐쉬로 구매할 수 있지요. 도전과제가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있는 아이템을 [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있는 아이템의 색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고([고급정제]),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지요. 물론 가챠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를 뽑을 때 마다 일정량씩 주어지는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진화, 고급 정제, 제작과 같은 메타 게임 컨텐츠는 후술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이 게임의 기본 구조는 제시된 주제와 힌트에 맞춰 옷을 입혀 나가는 일종의 퍼즐 입니다. 단, 스테이지 마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입혀놓은 아이템들을 평가해서 점수가 기준에 달하는지만 체크할 뿐 특정한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주' 난이도 역시 '소녀'와 동일한 주제가 제시되며 다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뿐이죠. 같은 특성의 옷이라면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더 많은 점수를 주긴 하지만, 컨셉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심지어 깎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주제인데 5성 수영복 세트를 입히면? 그냥 꽝인 거지요. 그래서 부위별로 컨셉별로 특성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스테이지를 계속 깨 나가야 합니다.


2. 의상 아이템의 내부 구조

각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위 그림과 같이 5개의 특성과, 각 특성별 점수를 가집니다. 그런데 게임상에는 10종의 특성이 존재하지요.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이 짝을 이뤄서 총 5쌍이 존재하며, 옷에는 각 쌍 마다 하나씩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간약(简约)

화려(华丽)

 청순(青纯)

섹시(性感)

 활발(活泼)

우아(优雅)

 시원함(清凉)

따뜻함(保暖)

 귀여움(可爱)

성숙함(成熟)

각 스테이지마다 이 5쌍의 능력치 중 하나씩을 골라서 평가하게 됩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OL 미션의 경우는 '간약'과 '우아' 만이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 '섹시', '시원함' '성숙함'도 평가하는 거지요. 각 특성별로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의 특성치를 더하는데, 만일 반대되는 특성의 옷이 있을 경우 점수가 깎입니다. 예를 들어 위 OL 미션의 패션에다가 '간약'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전체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화려'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오히려 전체 점수는 내려가겠지요. 그래서 특성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히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헤어스타일은 디폴트가 존재하고, 상의+하의는 필수지만 나머지 아이템들은 반드시 입히지 않아도 됩니다.)

총 5쌍 10종의 능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슬롯별로 최소 32개(2^5)의 아이템은 있어야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하의 대신 원피스만 입는다고 쳐도 총 5종이니 160개의 아이템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 특성치들이 대립상을 제외하면 시스템 상 조합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의상이다 보니 서로 자주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섹시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은 흔하지만 '섹시함'과 '귀여움'은 좀처럼 찾기 힘들죠.

또 5종 특성치가 필요한 대로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엔 SS, S, A, B, C, D 순으로 메겨져있는 특성의 강도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강도가 높을 수록 높은 점수가 나올테고, 레어도가 높을 수록 강도도 높겠죠. 위 예시를 보시면 왼쪽의 원피스는 3성이라 S가 2개, A가 셋이지만 오른쪽의 옷은 5성으로 SS 1개, S 3개, A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슬롯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의 옷을 갖추면 되느냐.. 거기서 끝난다면 참으로 해피하겠지요. 각 아이템은 위 10종 5쌍의 기본 특성치 외에, 별도의 '속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 하단에 붙은 잔꽃무늬(碎花)나 서양고전(欧式古典) 같은 것이죠. 옷에 따라 이런 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2개 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예시는 둘 다 1개씩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요.

어떤 스테이지들은 특정한 속성을 지닌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수영복, 중국 현대풍, 중국 전통풍 같은 식이죠. 이런 스테이지들은 속성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형편없이 깎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주 난이도로 가면 아주 얄짤없지요. 위 예시는 무려 '보헤미안'(波西美亚) 스타일의 옷을 요구합니다. 아예 능력치 힌트는 주지도 않아요. 도대체 보헤미안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처음엔 어떤 옷인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사실 '보헤미안' 이라는 속성이 있더군요. 오른쪽 그림 처럼요. 각 부위별로 조합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속성까지 감안한다면 필요한 아이템의 양은 또다시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현재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총 1964종입니다. 전 현존하는 모든 스테이지를 노멀-하드 공히 S로 전부 클리어했는데 942종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군요...


3. 불완전한 퍼즐인가 재미 요소인가

문제는 막상 옷을 입힐 땐 특성치와 속성치가 전부 보이진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 임무 지시에서도 5종 특성치 중 2개에 대해서만 힌트를 제공하고 있지요. 나머지 3종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기본적으로 목표 지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언급한다면 겨울 속성과 따뜻함 특성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겠죠. 또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힌트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숙녀'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면 '성숙'과 '청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매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할 때 입을 옷 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혔는데 정작 평가 항목엔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죠. 이건 직접 옷을 입혀서 평가 화면을 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마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5종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이템이 갖고 있는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든 한번 배틀 들어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옷에는 5종의 능력치가 있는데, 옷을 입히는 화면에선 항상 그 중 2개의 대표 능력치만 보입니다. 두번째 그림의 천사토끼 헤어스타일이 '활발' '귀여움' 특성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서 활발 / 귀여움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나머지 특성은 어떤지 표시되지 않습니다. 도감에서만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도감을 보려면 스테이지를 나가야만 하지요. 그리고 도감에서도 기본 목록 상에는 2개의 능력치만 보입니다. 탭 하면 네번째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오지만, 이 상태에서도 설명과 대표 능력치, 희귀도만 있지요. 상단의 [복장소개](服奘介绍) 옆에 있는 [상세속성](详细属性)을 눌러야만 나옵니다. 이 상세 속성을 보기 위해, 도감을 열기 위해, 스테이지를 나오게 되면 입혀놓았던 코디는 초기화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옷들의 속성을 외워야 합니다. =_=...

이 게임은 퍼즐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플레이어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 혹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전제가 되는 퍼즐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난난의 기본 게임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즐 게임으로 접근할 경우 말이죠.

사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템의 모양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식'에 의존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은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중국 고전 풍입니다. 오른쪽의 구두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요. 모든 특성들이 위 예시 처럼 선명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발은 중성풍 외에 영국풍(英伦)이라는 속성도 갖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알아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속성을 쉽게 캐치하더군요. 이제까지 2명의 여성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능력치나 속성 따윈 보지도 않고 - 말 그대로 정말 보지도 않고 - 그냥 슥슥 코디하는데 S랭크가 튀어나오더군요.. 열심히 도감에서 스크린 캡쳐해서 입혀도 B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정보가 명확하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게임구조론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문제입니다만, 애초에 게임구조론이라는 것 자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죠. 재미만 있다면 사실 구조 따위 거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느슨함이 없이 그냥 정보가 모두 한눈에 쉽게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게임은 주제에 맞춰서 옷을 입히는 게임이 아니라 목록을 뒤져가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검색기 시뮬레이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4. 비동기 PVP

플레이 컨텐츠로 PVE 외에 PVP도 준비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인 형식은 PVE와 동일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옷을 입힌 뒤 상대 플레이어의 코디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랜덤하게 입히는지, AI가 지능적으로 코디하는지 혹은 그 플레이어가 해당 주제에 대해 사용했던 조합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PVE와 달리 상대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상대해야하므로 난이도는 PVE보다 높습니다. 주제어만 제시될 뿐 능력치 힌트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각 판 마다 PVP 승점과 게임 머니,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승패에 따라 양이 조금 달라집니다. PVP 코인의 경우 이기면 5점, 지면 3점을 얻는 정도로 승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단, 매 주 단위로 획득한 승점으로 랭킹을 메기고, 랭킹에 따라 추가로 게임 머니와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이 양은 제법 됩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주간 보상으로 100개의 코인을 수령하는데, 이는 20판을 전승했을 때 얻는 것과 맞먹는 양이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5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 기회를 구입하지 않으면 모든 본질적으로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 즉, PVP 코인은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돈을 내는 플레이어가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PVP의 판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총 5종 능력치를 하나씩 채점하는 PVE와 달리, PVP에선 총합 5번 채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같은 능력치가 여러번 채점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채점할 때 마다 점수가 달라요. 청순함을 처음 체크할 땐 5000-4000이었는데 두번째로 체크할 땐 6000-9000 이런 식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습니다. 그런데 그 영문을 알 수 없단 말이죠. 게다가 컨셉과 무관하게 점수가 메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를 보면 제시어는 '여름 이야기' 입니다. 왼쪽의 제 캐릭터는 컨셉에 맞춰서 입었는데 상대는 '여왕폐하' 컨셉으로 입고 나왔어요. 딱 봐도 쪄 죽을 것 같죠. 그런데 점수는 상대가 넘사벽으로 높습니다.

처음엔 이게 매우 분통터졌는데, 지금은 그냥 달관해버렸습니다. 승패에 따른 보상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니, 그냥   주제에 대해서 이전에 입었던 조합을 불러내서 내보내고 있어요.


5. 수집, 정제, 제작, 진화

PVE건 PVP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템과 자원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템의 경우 일단 하나를 얻고 나면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얻을 필요가 없지요.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소화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다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카드를 갈아 먹여서 레벨을 올리고 한계 돌파를 시키는 식으로 이를 풀어내는데, 이게 캐릭터 카드라면 모를까 옷에 옷을 먹여서 옷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좀 애매하죠. 그래서 기적난난은 기본적으로 진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위의 스크린샷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들은 같은 아이템을 일정 갯수 모으면 더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3성인 상해탄을 6개 모으면 4성인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고, 상해일몽 4개를 모으면 5성인 상해 연운몽을 얻을 수 있지요. 모든 아이템이 다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아이템만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진화 아이템은 어떻게 모으느냐.. 여기에 엔드 컨텐츠가 걸려있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에선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쉬 가차, 게임 머니 가차, 그리고 진화죠. 상해 일몽 1개는 상해탄 6개에 해당하구요. 가차 없이 상해연운몽을 완성하기 위해선 상해탄 24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해탄은 하드 모드에서, 그것도 단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드롭되죠. 돈을 내지 않으면 하드 모드의 각 스테이지는 하루에 단 3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최소 8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는 상해탄이 드롭될 확률이 100%가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겠죠.

상해탄-상해일몽-상해연운몽은 위 세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만, 고급 정제나 제작으로 얻어지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소녀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고급 정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색상이나 패턴이 다른 변종을 만들어냅니다. 위 스크린샷의 헤어스타일은 원래 빨간색에 가까운데, 흑색 염료와 제작 원료를 써서 같은 디자인에 검은색 버전을 만들어내지요. 일단 플레이어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아이템의 변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제작 원료는 가지고 있는 다른 아이템을 (주로 중복된 아이템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염료와 패턴입니다. 이들은 은색 별이 그려진 동전같이 생긴,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PVP 코인의 최대 양은 5X5 = 25개 입니다. 흑색 염료가 8 코인이니 최대 획득량의 30%에 달하죠. 그나마 저 헤어스타일은 염료를 1개만 요구하는데 2개씩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피를 토하죠.

그나마 고급정제는 제작에 비하면 들어가는 품이 적은 편입니다. 제작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이템 제작은 크게 3가지 요소를 요구합니다. 1) 제작비 2) 재료 아이템 3) 설계도. 사실 제작비는 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드 한판만 뛰어도 800씩 나오니까요. 재료 아이템은 좀 까다롭습니다. 일부 재료들은 상점에서 게임머니로 살 수 있는 데, 이런 행복한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루팅해야 하죠. 소녀 난이도에서 드랍되는 템이면 그냥 나올 때 까지 돌리면 됩니다. A 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옷을 입힐 필요 없이 그냥 체력만 소모하면 자동으로 돌 수 있고 템이 드랍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확률에 달려있지만 직접 플레이하든 자동으로 돌리든 확률에 차이는 없습니다. 공주 난이도에서만 나오는 재료면 자동 진행을 끼고도 좀 골아프죠. 보통 나오는 스테이지는 하나, 많아봐야 둘이고, 하루에 3번씩만 돌 수 있으니까요. 가차에서만 나오는 재료는 그냥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재료를 모아도 또하나의 큰 난관이 존재합니다. 바로 설계도죠. 대부분의 설계도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설계도들은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가격이 아주 무자비합니다. 위에 별의 바다(星之海) 설계도 가격 보이시나요? 무려 353 코인입니다. 한번도 지지 않는다고 해도 PVP 참가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2주일이 걸리죠..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특히 각 맵에서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전부 S급으로 깨면 열리는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바로 저런 무자비한 아이템들을 요구합니다. 결혼식 복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통틀어 웨딩 드레스는 단 한벌 밖에 없고, 제작템이며 설계도 가격이 160코인 이더군요.. 마지막 맵의 마지막 사이드 스테이지는 인도풍을 요구했는데 역시 위 아래 한벌 맞추는데 100 코인 이상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적 난난에서는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컨텐츠로 진화, 고급 정제, 제작 이렇게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 있습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로 진화시키기 위해선 A가 몇개 이상 필요한데, A는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A를 제작하기 위해선 C아이템 몇개와 D 아이템 몇개를 얻을 수 있는데 C는 고급 정제로만 얻을 수 있고 D는 다시 E 아이템을 진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식으로 말이죠.

애초에 가차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은 포기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법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잡아먹습니다. 이미 진행은 자동이기 때문에 딱히 재미는 없지만,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깬 상태에선 저거라도 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사실 진화도 정제도 제작도 진짜 엔드 컨텐츠는 아닙니다. 끝판왕은 따로 있어요.


6. 세트

모든 아이템들이 세트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템들은 세트를 이루기도 합니다. 첫번째 스샷은 파티쉐 세트이고 두번째 스샷은 중국풍 현대 소녀 세트죠. 몇개의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세트마다 다릅니다. 중국풍 현대 소녀는 헤어스타일, 상의, 하의, 신발로 총 4종만 요구했으나 네번째의 상해연운몽 세트는 머리, 원피스, 목도리, 양말, 신발, 머리장식, 귀걸이, 목걸이, 손목장식까지 무려 9개의 아이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구성품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아주 각양 각색이죠. 이제까지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포함됩니다. 루팅, 구매, 진화, 제작, 정제 등등.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VIP 보상으로만 주어집니다. 두번째 스샷에 나온 저 1대여황 세트는 VIP 10단계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지요.. 제가 지금 VIP 8등급인데 1천위안(17만원)을 써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9등급은 3천위안(50만원)을 요구하지요. 10단계는 얼마나 요구할까요? 다행히도 아직 10단계는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왜 세트를 완성해야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예쁘니까 그리고 세트가 있으니까 겠죠.. 사람이 게임하는데 이유가 필요 없듯이 컬렉션을 완성하는데에도 사실 딱히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세트를 쓰면 쉽게 깨는 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 예를 들어 의료인이 주제어인 스테이지는 간호사 세트나 의사 세트를 사용하면 하드에서도 쉽게 S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세트가 없다고 못깨는 판은 없습니다. 인도 컨셉을 요구했던 최종 스테이지도 전체 세트 구성품 중 딱 둘만으로 (상의와 하의) 클리어했어요.

문제는 세트의 보상이 다른 세트의 구성품과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 스샷 보시면 보상으로 보석(캐쉬)을 준다고 되어있죠? 저건 아주 윤리적인 세트입니다. 도전과제 등으로 보석을 퍼줘서 공짜 현질에 맛들이게 한 뒤 현질을 유도하는게 어디가 윤리적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한 악을 못보셔서 그래요. 진짜 악질적인 세트는, 다른 세트 아이템의 구성 요소를 줍니다. A세트 B세트 C세트 D세트를 모두 완성해야 E세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존재합니다. 이게 진짜 엔드 컨텐츠 끝판왕이죠. 거기에 캐쉬/ 게임머니 가차 보상까지 끼어있으면 정말 언제 끝낼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캐쉬 가차 한번, 게임머니 가차 두번은 공짜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모든 세트를 완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7. 구조적 문제

기본 퍼즐 플레이도 재미있고, 장기 컨텐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짧습니다. 현질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단 3주만에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렸거든요. 그나마도 첫 1주일동안 자동진행을 몰라서 매 판 옷을 일일이 입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하고 나니 할 게 없습니다. 정말로 없어요. 어차피 이제 모든 파밍은 자동 진행으로 돌아가지요. PVP도 입혔던 옷 다시 꺼내 입히는 건 딱 화면 두번 탭하는 걸로 끝납니다. 남은 건 수집 정제 제작 같은 메타 컨텐츠 뿐인데, 여기서도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누굴 갈아서 누굴 키울까 정도의 고민거리라도 있는데, 기적 난난은 정말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어느 템을 먼저 제작해서 어느 세트를 먼저 완성할까 정도죠. 그나마도 하드 모드에서 각 스테이지를 딱 세번 돌 수 있으니 재료를 채워서 제작하고 진화하는 기쁨을 누릴 빈도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템을 루팅하고 수집하고 정제하고 제작하고 세트를 맞춰도 그걸 쓸 데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스테이지를 S 등급으로 다 깨놓은 뒤에요. 뭐 스테이지 별로 점수에 따라 또 랭킹이 있긴 한데, 랭킹 높다고 해서 딱히 추가 보상이 있진 않지요. PVP에서 쓸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PVP는 판정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수집욕 말고는 저 엔드 컨텐츠를 반복할 필요 자체가 없지요. 이게 그나마 일본에서 1년 정도 서비스 한 컨텐츠를 한방에 털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이후의 컨텐츠를 보강하지 않으면 차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소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한 만큼 QQ 플랫폼과 연결되어있고, 친구 등록도 가능한데 정작 친구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 물론 제가 QQ 친구가 없기 때문에 못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퍼드 처럼 모르는 플레이어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치는 없었습니다. 뭐 어쩌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8. 최종 평가

지금까지 기적난난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죠. 기본적으로 게임은 캔디 크러쉬 사가 처럼 연속되는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채워지는 에너지를 소모해서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며, 성공하면 게임 머니와 경험치, 그리고 각 스테이지별로 지정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획득하게 되죠.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며,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장착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입니다. 일종의 퍼즐인데,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플레이어가 채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획득한 자원들을 재가공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는 컨텐츠가 있으며 이 부분이 장기적인 플레이와 현질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오직 여성들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왜 다들 프린세스 메이커 해보셨잖습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이유로 30대 남성이 옷장을 열어놓고는 입을 옷이 없다며 상점에 가서는 현찰 털어서 옷을 사입히진 않을 거란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한국에선 접속할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되어서 여성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여줬으면 좋겠군요.


by 고금아 2015. 6. 1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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