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신세기 복음전사


평소 페북을 통해 김두일님께서 운영하시는 차이나랩에서 정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만, 얼마전에 상당히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중국에서 에반게리온 모바일 게임이 나왔다는 거였죠.


공식 홈페이지 가기

안드로이드 APK 다운로드

iOS앱스토어 (중국 계정 필요)



일단 좌측 상단에 EVA 正版手游(EVA 정식 라이센스 모바일 게임)이라고 적혀있고 오른쪽 하단엔 현재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을 제작중인 스튜디오 카라가 적시되어있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 대형 에바 조형물이 설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정식 라이센스 게임이 맞긴 한가 봅니다. 일단 전투 영상부터 보시죠.




기본적으론 이미 중국에서 하나의 정석으로 굳어진,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한 RPG 게임입니다. 전투는 실시간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캐릭터와 에바의 스킬을 쓸 수 있고 팀 전체의 게이지가 차면 TV판에서 제7사도를 무찔렀던 것과 같은 콤비네이션 어택도 쓸 수 있습니다. 군데 군데 일본어 음성도 들어가있고 애니메이션의 영상도 나옵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 TV판 영상도 끼어있어서 이거 저작권 문제를 다 해결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본어 제목도ヱヴァンゲリヲン이 아닌 エヴァンゲリオン 이구요...)


뭐 여튼, 제 또래가 다 그랬듯이, 10대를 불살랐던 작품에 대한 빠심으로 시작하긴 했습니다만 디자인 적으로도 특이한 부분이 있어 포스트를 쎄웁니다.


1. 간략하게 둘러보기


게임을 시작하면 미사토상의 일본어 음성(!)이 플레이어들을 맞이합니다. 신지, 레이, 아스카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처음 공짜로 얻을 캐릭터를 고르는 것일 뿐, 선택한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도탑전기에서 색깔로 나타내는 등급은 파밍으로 올라가고, 별 갯수로 나타나는 성급은 조각 모음으로 올라가는 것과 달리 이 게임에선 등급과 성급이 고정이라는 점입니다. 관련된 사항은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로비에선 위와 같이 대표 캐릭 3개가 파일럿에 탑승한 형태이고 그 주위를 각종 버튼들이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창고를 눌러보면 현재 선택한 덱의 주력에 해당하는 3체의 에바와 파일럿이 보입니다. 처음엔 1체로 시작했다가 레벨이 오르면서 3대로 늘어나고, 레벨이 더 오르면 후열에도 3체의 슬롯이 개방되어 총 6체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PVP에선 앞열에서 에바가 사망하면 채워집니다만 PVE에선 앞열 3대만으로 진행합니다. (PVE에서 앞열이 죽어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 에바와 파일럿은 어떻게 얻느냐...면 당연히 가차에서 얻지요. 다만 이제까지 TV판에서건 극장판에서건 신극장판에서건 나온적이 없는 시제형 에바가 막 나옵니다.. 파일럿 또한 아이다 켄스케 (안경잡이 밀덕)나 호라키 히카리(반장) 등 원작에서 에바를 탄 적이 없는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심지어 스즈하라 토우지의 동생 스즈하라 사쿠라도 파일럿으로 등장하지요. 원래 제3동경시의 아이들이 모두 파일럿 후보군이었다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기 보다는 어차피 최고 에바와 파일럿이 정해진 상태에서 가차에 끼워넣기 위한 것이겠습니다만.


참고로 각 에바는 팀에 특정한 다른 에바가 있을 경우 능력이 증가하는 '공명'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크린샷 상으로는 3개의 공명 조합이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2체 공명이 3여개, 3체 공명이 3여개로 꽤 공명 조합이 많습니다. 그리고 각 파일럿들은 궁합이 잘 맞는 에바가 정해져있지요. (위의 반장의 경우 R14호기와 9호기에 잘 맞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가차를 열심히 돌리거나 조각을 열심히 모아서, 가장 위력이 극대화 되는 에바 - 파일럿 조합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덱 운용이 되겠습니다.


뭐 이런 시너지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여러 캐릭터를 키우고 운용하는 멀티 히어로 게임에는 일반적이긴 합니다. 위 스샷처럼 드래곤볼에도 있지요. 위 드래곤볼의 경우, 파티에 넣지 않아도 해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패시브 보너스를 받고 파티에 같이 편성했을 경우 가끔 랜덤하게 합동 공격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패시브 보너스든 합동 공격이든 효과가 아주 절대적이진 않아요. 하지만 에바는 보다 공격적입니다. 공명은 보유로는 발동하지 않고 파티에 편성해야만 효과를 받을 수 있고 보너스도 매우 커요. 그리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가차 의존도도 상당히 높구요.



2. 플레이 컨텐츠


기본적인 모험모드는 위와 같이 최대 12스테이지를 하나의 장으로 묶어서, 여러 장으로 나뉩니다. 정예 던전이 따로 있진 않고 한 장 마다 3개의 중간보스와 1개의 최종 보스 스테이지가 분배되어있지요. 정예 던전은 당연히 루팅이 더 좋은 대신 클리어 횟수가 제한되어있습니다만.. 사실 3성 이상의 캐릭터와 에바 조각을 주는 건 최종 스테이지 뿐입니다. 그리고 최종 보스를 잡아도 다음 장은 일정 레벨이 되어야 열리는 구조지요. 사도 한마리당 1장씩 배치하면 10장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장들은 시뮬레이션에 의한 모의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노멀 스테이지는 2단계, 보스가 있는 스테이지는 3단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기본적인 흐름은 TV판을 따라갑니다만 신극장판이 다룬 부분은 신극장판 중심입니다. 그리고 진짜 사도와 싸울 땐 위 영상 처럼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재현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컷인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부가 컨텐츠에 해당하는 역련에는 총 8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제일 왼쪽의 PVP(경기장) 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련, 사도입침(월드 레이드), 일상부본(일일 던전), 전봉 경기장(랭킹전 PVP), 항운, 허의훈련(모의훈련), 성시수색(도시순찰) 순입니다.



도시 순찰은 위 스샷 처럼 에너지를 소모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랜덤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컨텐츠입니다. 드래곤볼의 드래곤볼 대모험과 유사한데 ! 하나가 한칸에 해당하고, 그 칸에 도달하기 전까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보통은 아무 일도 없이 그냥 골드와 약간의 자원을 줍니다만 가끔은 아래의 스샷 처럼 시간이 지나면 보상을 주는 (돈을 내면 바로 깔 수 있는) 상자가 나오기도 하고, 전투가 발생하기도 하고, 깜짝 할인 상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월드 보스 전은 드래곤볼에 있던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보스가 일정 시간 동안 소환되고 해당 서버의 전원이 보스를 공격합니다. 전원 공격이라고 해봤자 남이 공격하는 것을 직접 볼 수는 없고 (HP가 줄고 있는 것은 보입니다.) 나 혼자 들어가서 맞아 죽을 때 까지 때리고 돌아오는 거지만요.


항운은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과 매우 흡사한 컨텐츠입니다. 일본에서 출발해 러시아, 독일, 남극, 미국 중 랜덤하게 골라지는 한 곳으로 화물을 보냅니다. 화물을 보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제한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화물선을 볼 수 있고, 공격할 수 있습니다. 공격에 성공하면 보너스 보상을 받습니다. 이런 식의 제한적인 인터액션은 사실상 싱글플레이 게임에 가까운 비MMO 모바일 RPG에서 약간의 MMO 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봤자 본격적인 MMO성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진 장비를 보여주고,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에 불과합니다만 중국의 모바일 MMORPG가 가진 MMO성도 그정도가 고작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중국 MMO는 체질에 안맞아서 거의 못해봤습니다. 해본 분의 제보 기다립니다.)



모의 훈련 역시 드래곤볼이나 KOF98UM에서 익히 봤던 구조입니다. 3개의 스테이지가 하나의 층을 이루고, 각 단계에서 1성 / 2성 / 3성짜리 도전을 고를 수 있습니다. 클리어하면 별을 얻고 한 층을 끝낼 때 마다 보상을 받고 별을 버프로 바꿀 수 있지요. 다만 최종 플레이 날짜와 관계 없이 3개 스테이지를 모두 별 세개로 클리어한 층은 일괄3성으로 소탕할 수 있어 매일 들어올 필요도 없고 시간 소모도 적습니다. 대신 각 스테이지마다 6턴 안에 클리어하기, 체력 50% 이상 남긴 상태로 클리어하기, 한명도 죽지 않고 클리어하기 같은 부가 조건이 붙습니다. 적을 물리쳐도 해당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실패하며,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그 날의 도전은 끝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이템을 할인해서 판매합니다... 참 얄미운 타이밍이에요.



시련 역시 일종의 도전의 탑인데요, 하루에 5번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는 처음 클리어할 때엔 젬과 희귀 자원을 주고, 그 다음부턴 파일럿 각성 재료와 생명체(무료젬)을 줍니다. 모의훈련 처럼 특수한 조건이 걸리진 않습니다.





PVP는 일반 PVP와 레더 PVP로 나뉩니다. 일반 PVP는 첫번째 스샷 처럼 상대를 지목해서 싸움을 걸고 이기면 상대의 순위로 점프하는 일반적인 비동기 PVP입니다. 다른 비동기 PVP와는 달리 완전자동 전용이 아니라서 플레이어가 전투에 개입할 수도 있고, 나보다 높은 순위의 플레이어를 이기면 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레더 PVP는 상대를 고를 수 없고 서버가 골라주는 PVP입니다. 시간이 정해져잇고 상대 매칭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봐선 동기식 PVP인 것 같습니다만, 정작 전투에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3. 행동력과 경제


모드 

내용

산출물

플레이제한

 경기장

 상대를 골라서 도전하는 비동기 PVP

진화 필요 아이템

 2 에너지 / 회

 시련

 에바 / 사도 등과 벌이는 단판 승부

생명체 (무료젬)

 5회 / 일

 5 전력 / 회

 월드 레이드

 일반적인 월드 레이드

싱크로율 아이템

 10+5회 / 일
 일일 던전

 간단한 전투로 구성된 일일 던전

자원, 희귀 아이템

 4개 가량 컨텐츠 / 일

 1회 / 일 / 컨텐츠

 10 전력(행동력) / 회

 랭킹전 PVP

 상대를 지목할 수 없는 레더 PVP

 심편(IC칩)

 5회 / 일

 항운

 시간 경과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컨텐츠

(드래곤볼의 선두 배달과 유사)

 골드

 싱크로율 아이템

 운송 : 4회 / 일

(10 에너지 / 회)

 타 플레이어 공격 : 10회/일 ( 2에너지 /회)

 모의 훈련

도전의 탑

 희귀 장비

 클리어 실패시 당일 종료
 도시 순찰

 랜덤하게 보상을 주는 이벤트

(드래곤볼의 드래곤볼 대탐험과 유사)

 파일럿 진화 아이템

 2 에너지 / 회


컨텐츠들을 정리하면 위와 같은 표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성장 컨텐츠가 깔려있고, 각 컨텐츠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부가 컨텐츠가 배치되어있는 구성은 매우 보편적이죠.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각 컨텐츠에 걸려있는 플레이 제한입니다. 보통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이런 부가 컨텐츠들은 기본 컨텐츠인 모험 모드와 행동력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컨텐츠 별로 별도의 행동력을 책정하지요.


그런데 에반게리온은 대부분의 부가 컨텐츠들이 행동력을 소비하고 공유합니다. 모험모드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시련, 일일 던전에서도 함께 소비되며 (그것도 양이 제법 됩니다.) PVP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도시 순찰, 항운에서도 사용됩니다.


이러면 행동력 운용이 너무 빡빡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실은 딱히 행동력의 부족을 겪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력 / 에너지 회복 캡슐을 많이 뿌리기도 하지만, 채워주는 양보다 쓰는 양이 적습니다. 모험모드는 아까 언급한 것과 같이 결국 각 장의 최종 보스 스테이지에만 쏟아붓게 되는데, 20개 장을 다 돌아봤자 100점에 불과하지요. 에너지 역시 일단 60점을 항운에 다 쏟아부은 뒤엔 도시 순찰이나 PVP는 무제한으로 쏟아부으면 됩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행동력의 부족이 아니라, 아무리 행동력을 쏟아부어도 강해질 수 없다는 구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4. 분절되어있는 성장 컨텐츠




일반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기존 RPG 게임과는 달리 캐릭터 별로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템들은 처음엔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장착되지만 나중엔 복수의 종류를 복수개 가지고 있어야만이 업그레이드를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그리고 아이템을 세트로 업그레이드 하면 캐릭터의 등급이 올라가구요. 사실상 도탑 전기에서 아이템은 아이템이라기보다는 특정 스테이지들을 일정 횟수 이상 돌아야 업그레이드 되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에바에서 아이템은 정말 아이템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녹색 -> 파란색 -> 보라색 -> 오렌지 색으로 등급이 나눠져있고, 각 등급 내에서도 2~3개의 세트가 존재합니다.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 없이 그냥 있으면 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골드만 내면 아이템 별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최대 레벨은 플레이어 레벨로 제한됩니다.) +1, +2는 장비 강화 재료를 소모해서 마구 올릴 수 있지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장비의 등급을 올리는 메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녹템과 파템이 이벤트 보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걸 끼고 업그레이드 했는데, 점점 한계가 보이더군요. 고등급 장비를 어디서 구하나 봤더니, 모의훈련에서 받는 장갑 파편 포인트로 개별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개별 장비의 조각을 사서 합성해 새로 얻는 구조였죠.


그런데 이 구조가 참으로 어색한 것이, 고등급 장비를 얻기 위해선 모의 훈련에서 얻은 최대 별 수가 일정 기준에 다다라야 하는데, 그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선 성장을 시켜야 하고 성장을 시키기 위해선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한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정석을 밟자면 녹템 - 파템 - 오렌지템으로 계속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차피 오렌지가 제일 좋은 것을 알고 있고, 아이템 1피스의 가격이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녹템 파템에 포인트를 쓴다는 것이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지더군요. 저 장비 파편이 드랍으로는 생성되지 않고 일간 생산량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에바 / 파일럿 조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도탑전기의 캐릭터들은 아이템으로는 색깔로 표시되는 등급을 올리고, 조각으로는 별 갯수로 표시되는 성급을 올립니다. 그런데 에바에선 아무리 찾아도 캐릭터에 조각을 쓰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차에서 중복이 나와도 조각이 아닌 캐릭터 완제품을 하나 주더군요. 4성 에바 조각 100개를 모아서 캐릭터 1개로 바꿔도 에바 1기가 새로 추가되구요. 이걸 어디 쓰나.. 봤더니 진화 재료에서 소모됩니다. +3까지는 진화 정체만을 사용하지만 +4부턴 캐릭터를 함께 갈아먹여야 합니다.



에바 뿐만 아니라 파일럿 또한 마찬가지인데, 레벨이 올라 각성이 생기자, 각성도 캐릭터 1체를 요구하기 시작하더군요. 진화는 파란색 파일럿 진화 정체 + 캐릭터 인데 각성은 검은달 + 캐릭터 입니다.



캐릭터를 모으도록 유도하는 구성인데, 에바는 캐릭터를 모으기 어려우면서 쉬운 게임입니다. 우선 어려운 이유는 조각 드랍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3성 이상은 각 장의 최종 보스전을 깨야만 얻을 수 있는데 최종 보스전은 하루에 5판 밖에 돌 수 없습니다. (물론 돈을 내면 리셋 가능하지요) 그래서 주된 입수 경로는 상점이 됩니다. 상점에선 위와 같이 3X3 9개의 칸에 랜덤하게 아이템이 배치되는 형식입니다. 한 칸은 한번 밖에 구매할 수 없고, 돈을 내면 목록을 다시 추첨하는 형식인데 실제로는 돈을 안내도 될 만큼 리셋 횟수를 넉넉하게 줍니다. 조각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는 젬(현찰)과 생명체 둘 중 하나가 랜덤하게 선택됩니다. 



생명체는 일종의 무료젬 같은 성격인데 '회수' 메뉴를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에바와 파일럿을 갈아넣으면 레어도에 따라 정해진 만큼을 돌려받습니다. 유료 가차에서 나온 꽝을 회수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만 무과금 유저도 하루에 무료 가차가 5번 이상 제공되고, 보상으로도 많이 뿌려지기 때문에 3성 에바 / 파일럿은 물론 4성 2호기 비스트 / 4성 아스카 또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상점에서 팔지 않는 희귀 4성 캐릭터들입니다. 4성 13호기, 4성 9호기 각성, 4성 신지, 4성 레이, 4성 8호기는 상점에서 구할 수도 없고, 스테이지 드랍도 나쁩니다. 결국 가차로 뽑을 수 밖에 없지요. 이 캐릭터들은 가차로 얻기도 힘든데, 힘들게 얻어도 다시 가차로 계속 얻어야만 전력으로 키워가며 쓸 수 있습니다.



또, 3~4성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캐릭을 모으고 나면 이번엔 진화 / 각성 재료의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에바의 진화에 필요한 에바 진화 정체, 파일럿 진화에 필요한 파일럿 진화 정체 모두 행동력과 무관하게 하루 생산량이 고정됩니다. 그나마 에바 각성에 필요한 흰달과 코어는 한번에 전력을 10이나 먹는 저 스페셜 메뉴에서 생산이 가능합니다만 이번엔 각성 레벨이 오른쪽 스테이지 클리어에 제한 받습니다. 당장 0급 2단계를 올려야 오른쪽의 2호기에 도전할 수 있고, 2호기를 깨야 0급 3단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진화든 각성이든 대부분의 성장 컨텐츠들이 필요 자원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캐릭터의 레벨에 묶여있기도 합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2호기 비스트 코어 14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레벨 50이 안되어서 각성을 못하고 있지요.


레벨 제한 / 캐릭터 조각에 구애받지 않는 성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비 아이템의 + 등급 성장이나, 에바 / 파일럿의 싱크로율 성장이죠. 다만 이쪽 성장들은 포인트 남아돌 때의 성장은 너무나 미미하고, 확실한 효과를 보는 단계까지 가려면 자원 수급이 받쳐주질 못합니다. 싱크로율 5% 단위로 보너스를 주지만 화끈하게 몰아주는 구간은 50%, 80% 도달시인데 제가 한달 하고도 아직 30%에 머물러있어요.



5. 한중일 게임의 단점만 합쳤다?


IGC 2016에서 발표할 내용에도 포함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가차에서 어떤 캐릭터를 얻더라도 그게 원했던 캐릭터는 아닐 지언정 무가치한 꽝은 아닙니다. 캐릭터를 얻었다는 것은 그냥 축하할 일이죠. 그리고 어떤 캐릭터에 자원을 투입해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일 수는 없습니다. 드래곤볼의 예를 들자면 손오공은 2성에서, 비델은 3성에서, 인조인간 17호는 4성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가차에서 최초 습득시의 스타트 지점만 차이날 뿐 최종적으로는 모두 7성 + 알파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누굴 키울지는 입수 순서와 개인 기호에 따를 뿐, 특별히 누구를 키우면 손해본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근성으로 키워내 손오공 못지 않은 야무치

(능력치 차이는 장비 각성 여부)


하지만 에바는 일본 게임 처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갈라져있는 게임입니다. 보라색 1성 0호기 시험형은 죽었다 깨어나도 3성 0호기가 될 수 없습니다. 장비도 파일럿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도 손해보지 않음을 믿고 자원을 마음껏 쓰던 다른 중국 게임들과 달리 3성을 키우면서도 이거 4성 얻고 나면 다 매몰비용 되는 게 아닌지 불안합니다. 최고 등급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구제책으로 회수 기능이 있지만 투입한 자원의 절반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데다 전체 4성 중 일부만을 보장해줄 뿐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에바의 장비와 파일럿 시트 업그레이드는 에바/파일럿 귀속이 아닌 슬롯 귀속이라 에바 / 파일럿을 갈아치워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설령 희박한 확률을 뚫고 4성을 얻어도 1장 만으로는 효용이 떨어지고 일본 게임 처럼 같은 카드를 여러장 얻어 한계돌파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일본 게임은 일단 여러장 얻으면 레벨 올리고 한돌을 금방 할 수 있지만 에바는 한국 게임처럼 얻어낸 중복 카드들을 바로 다시 쓸 수 없고 굉장히 생산량이 제한되는 다른 자원들을 계속 퍼부어야 합니다. 가차를 사서 4성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손해본 기분으로 찜찜하고 애매합니다. 그나마도 필요한 카드의 수가 1장, 2장으로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성급 사이를 쪼개거나 (드래곤볼),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수를 줄여서 성급 성장 빈도를 높이는 (성투사 성시) 중국 게임의 트렌드에도 반할 뿐더러, 1장 1장 한돌할 때 마다 크게 돌려주는 일본 게임 보다도 만족감이 떨어지구요.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돈을 쓰고 나면, 돈을 가장 현명하게 쓰는 방법은 가차가 아닌, 자원을 구입하는 일이 됩니다. 가차의 매력이 떨어져서 자원을 사는 흐름은 한국 게임과도 맞닿아있지요. 그나마 한국 게임은 저 자원들을 패키지로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만 에바에선 싸게 할인을 걸어 팔고 있습니다.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도탑전기류와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아무리 도탑전기가 캐릭터 수가 한정된 IP 게임에서 캐릭터들에 특화된 구조라고 해도, 에바 만큼 캐릭터가 제한된 IP는 아니잖습니까. 도탑 전기 모델을 돌리려면 캐릭터들을 얇고 넓게 펴발라야하는데 에바는 주인공 4명 / 에바 4종류 외엔 쓸 수 있는 컨텐츠가 아예 없어요.  그렇다고 원작에서 단 한번도 에바를 타본 적도 없는 반장이 몰고 있는, 원작에서 한번도 등장한 적 없는 시험형 에바가 4성 아스카가 모는 4성 2호기 비스트 모드 만큼 강하다는 것도 애매하구요. (전 뭐 그래도 이쪽 방향을 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그 도탑 전기와는 다른 모습이 꼭 이런 모습이어야했는지는 좀 의문이긴 합니다. 가차를 사려고 해도 매력이 떨어지고, 초레어를 뽑아도 기쁘지 않고, 뭔가 시간은 계속 써야 하는데 그걸 돈으로 커버하기도 힘들고.. 뭔가 중국과는 다른 체계를 지닌 한국 / 일본 게임에서 안좋은 면만 가져온 것 같아요.


 

 


실제 순위를 봐도 성적이 영 신통찮네요. 2달 먼저 출시한 성투사 성시가 몇달을 15위권 언저리에서 놀다가 이제서야 30위권 후반대로 떨어졌는데 에바는 시작부터 20위권 밖이었고 한달 사이 벌써 46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성장 구조를 제외한 만듦새는 호각으로 보이고, 제가 중국 분위기를 몰라도 에바가 성투사 성시 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IP라고는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럼 결국 돈 쓰는 재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레벨 제한에 걸리면 걸렸지 스펙이 후달려서 장을 못깨는 경우는 없는 것을 보면 돈 쥐어 짜겠다는 마인드는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6. 그래도 건질만한 몇가지


성장 구조가 조금 괴악해서 돈쓰는 맛이 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디자인 적으로 참고할만한 구석이 몇군데 있긴 합니다. 반면교사가 아니라 정말 보고 배울만한 부분으루요.



에바는 기본적으로 동기 부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게임입니다. 당장 위 스테이지 선택 화면만 보더라도 외적 보상이 무료 7번입니다. 보스전 이후 상자 3개, 누적 별 보상 3개, 장 클리어 보상 1개죠. 전체 스테이지가 12개인제 절반 넘게 보상이 쏟아져요.


 

레벨업에 대한 동기 부여에도 세심한 배려가 보입니다. 일단 항상 보게 되는 로비 화면에 다음번에 몇레벨이 되면 어떤 컨텐츠가 열리는지 표시해주고 있어요. 탭 하면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레벨 업 팝업에서도 어떤 컨텐츠가 언락되었고 다음번엔 몇레벨에서 어떤 컨텐츠가 언락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PVP 및 부가 컨텐츠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꽤 괜찮습니다. PVP나 도전의탑 처럼 난이도와 스트레스가 좀 있는 컨텐츠에선 '해당 컨텐츠에서만 나오는 자원' 으로 플레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유용한 아이템을 한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토큰을 주는 것 까진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유형입니다. 하지만 에바는 이 컨텐츠 포인트 상점에 특별히 '장려'(포상)이라는 탭을 부여해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한번씩 9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걸어놓고 있습니다. PVP에서 순위가 올라가거나 시련에서 새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젬을 주는 것과 합쳐져 난이도가 높은데도 동기를 잘 부여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타이밍도 아주 예술입니다. 한국 게임에선 패키지 사라는 팝업이 시도 때도 없이 뜨고 (가끔은)지금 아니면 못산다고 협박해서 아주 기분이 나쁜 경우가 잦은데 에바는 정말 이 팝업을 기분 좋고 설득력 있게 띄웁니다. 시련의 경우는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해서 오늘의 기회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그때 구매 팝업이 뜹니다. 도시 순찰에서 뜨는 핫딜 역시 뭔가 비밀 상점을 내가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을 주죠.


무엇보다 또 젬에다가 이것 저것 상품을 끼워파는 한국의 패키지 상품은 이미 젬의 가격을 알고 게임내에서의 아이템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호소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에바에선 원가 얼마 -> 판매가 얼마, XX% 세일의 형식을 유지함으로써 게임을 깊이 알지 못해도 저런 상품들이 가치가 있고 구매하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7. 팬이라면 추천



뭐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쓰긴 했습니다만, 팬이라면 상당히 즐거운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리츠코와 미사토가 나와서 일본어 음성으로 미션을 브리핑하고 에바들이 사출기로 쏘아올리는 순간 아주 짜릿해요. 그리고 원작의 장면을 재현한 스테이지와 중간중간 끼어드는 실제 원작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추억이 방울방울 지구요.



파일럿 진화할 때 뒤로 비치는 싱크로 그래프, 그리고 인류보완계획 제n차 진계 성공 이런 타이포가 뜨면 이게 또 덕심을 자극하지요.



AT 필드 잡아찢고 에바 간 합체기 쓸 땐 아 내가 정말 에바를 중국 게임으로 재미있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환호하게 됩니다. 또 원작에 없었던 조합 - 이를테면 스즈하라 남매의 합체기 - 등을 시도하면 에바의 또다른 면이라 즐겁구요.


사실 앞서서 쭉 비판했던 부분은 돈쓰는 재미에 관한 것이지 게임 자체의 재미에 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장 메타게임이 좀 불안정하긴 하지만 사실 성장 속도도 느리지 않고, 꼭 4성이 아니라도 3성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합니다. 제법 대형 IP를 문 것에 비해 돈을 효과적으로 벌지 못하는 구성일 뿐, 팬으로써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에요. 전 이 게임을 시작한 뒤로 일본 옥션에서 에반게리온 TV판 블루레이를 사올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8. 마지막으로 광고


이제까지 최근에 재미있게 한 에반게리온 모바일을 소개 했는데요, 게임과는 별개로 자잘한 광고가 있습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 IGC(인벤 게임 컨퍼런스)에도 참여합니다.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10분 발표합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렸던 나루토,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게임을 재료로 중국 모바일 게임의 디자인 사례를 한국 게임들과 비교하면서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보았습니다. 무려 90슬라이드짜리 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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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발표 정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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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6.09.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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