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었고 GDF에서 다시 한번 소개된, VOOSCO님의 포스팅에 이어서.

참고 :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by Voosco




필드 이벤트를 강조한 리프트에서의 리프트와 인베이젼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게임적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리프트가 아니라 인베이젼이라고 생각합니다. 퀘스트의 중심을 마을이 아닌 필드 곳곳의 스팟으로 분산시키고 그 스팟에 인베이젼이 일어나게 만들었죠. 같은 스팟에 있다는 이야기는 퀘스트 진도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니 인베이젼때 퍼블릭 파티로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퀘스트를 할 수 있게 해두었죠.

다만 레벨 공동화에 대해선 전혀 대처가 되어있지 않아서, 후발주자들은 필드 퀘스트를 즐기긴 커녕 퀘스트 진행조차 힘들었다는 것이 함정.. 전략적으로 기간과 비용을 감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리프트와 인베이전 같은 특징적인 필드 컨텐츠 외에 다른 부분들은 이미 검증받은 WOW를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만, 좀 안이하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와우가 땅이고 필드 컨텐츠가 나무라면 땅을 파서 나무를 뿌리채 심어야 하는데 나무 중단을 잘라서 그냥 땅 위에 세워뒀달까요.

그 리고 사실 제가 길드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전투 결과에 대해서 선점이 없다는 겁니다. 길드워2 할 땐 몰랐는데, 그거 하고 나서는 남이 치고 있는 몹을 때려봤자 보상은 커녕 좋은소리 듣기도 힘들어서 남이 잡고 있지 않은 주인 없는 몹을 때려야한다는 점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

사냥 결과물의 선점성으로 인해 필드에서 스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사냥터를 둘러싸고 유저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 사실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니죠. 짧게나마 에버퀘스트를 할 때에도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스폰을 기다리거나, 스틸 당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해결책이 인던으로 한정되었는지에 대해선 좀 의문이긴 합니다. 아마도 사냥의 보장이라는 측면 이외에 하프 라이프 이후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던 조류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사실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가 기술적인 문제로 뒤늦게 등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 사하게 필드 레이드를 강조한 게임이 '레이더즈' 였는데요. 필드에 레이드 보스는 있는데 정작 루팅 선점권은 그대로 놔두는 바람에 파티를 맺지 않으면 잡을 수는 있어도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리프트 처럼 퍼블릭 파티가 있다거나 파티 규모가 큰 것도 아니어서 정작 필드에 가면 파티들이 돌아다니면서 레이드 보스가 스폰되는 순간 선타 먹이기 경쟁을 했죠..

그리고 레이더즈는 레벨 구간별로 녹템셋과 파템셋이 구비되어있습니다. 녹템셋보다 파템셋이 당연히 개개 파츠로도 좋고 방어구를 다 맞췄을 때 세트 효과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파템셋은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드랍하죠. 다른 잡재료들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만, 파템셋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재료는 필드 레이드 보스나 인던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재료는 무조건 1개는 떨어지고 운 좋으면 2개나 3개도 떨어집니다.) 풀셋을 만들기 위해선 대충 8개 정도 필요했던 것 같은데 최소 4번, 최대 8번 정도 돌아야 했습니다.

그나마 인던은 어떻게든 파티 맞춰서 뺑뺑이라도 돌 수 있지만 필드 레이드 보스는 경쟁자가 워낙 많으니 이렇게 드랍을 노리는 사람들을 위해선 따로 필드 레이드 보스 전용 인던이라는 해괴망칙한 것을 만들었죠. 그나마 필드 레이드 보스 보다는 이 괴상한 전용 인던을 통하는게 파티 맞추기도 쉽고 보상도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만 모두가 전용 인던에서 필드 레이드 보스를 잡으면 필드 레이드 보스라는 게임의 컨셉이 다소 모호해지죠. 그래서인지 필드 레이드 보스 잡으라는 퀘스트는 이 전용 인던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서비스 초반부에 약 20렙인가 30렙까지 플레이 경험이라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레이더즈 역시 필드 레이드라는 컨셉은 있었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리프트 보다도 더 어설펐지요.

최근에 달리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이하 마아블로) 같은 경우 디아블로와 길드워2가 살짝 섞인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묘하게 다른 필드를 랜덤하게 선택해준다는 점은 디아블로입니다. 여기에 루팅에 선점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명이 때려도 참가자 전원에게 n빵 없이 온전한 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길드워2죠. (때리지 않았는데 근처에만 가있어도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선 길드워2보다 좀 더 후합니다.)

길 드워2처럼 각 맵 별로 필드 레이드 보스나 필드 이벤트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길드워2 처럼 정교하진 않습니다. 인원수 따라서 난이도가 변화한다거나 그런거 없고, 이벤트의 성공 / 실패에 따라 후속 이벤트가 발생하는 다이나믹 이벤트도 없습니다. 특히 짜증나는 건 길드워처럼 이벤트의 위치를 잘 표시해주지 못한다는 거겠죠. 적당히 가까이 가면 여기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정말 가까이 가야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벤트에 숟갈을 얹고 싶어도 어딘지 몰라서 헤메다가 이벤트가 끝나는 허탈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건 맵을 계속 돌아다니라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보스 어떻게든 보스를 찾으면 정말 반갑습니다. 말이 좋아 필드 보스지 사실은 다구리 맞은 뒤에 경험치와 아이템을 퍼주는 셔틀이죠. 그리고 수십명의 히어로들이 자기 파워들을 있는대로 쏟아내니 이건 정말 파티타임입니다. 인베이전은 깨지 않으면 이후 진행이 힘들기 때문에 네거티브한 필드 컨텐츠지만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의 필드 컨텐츠들은 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즐거운 파티 타임입니다. 향후 MMORPG가 얼마나 만들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필드 컨텐츠는 이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실은 이전 직장에서 그런 컨셉의 MMORPG를 기획중이었으나 접혔죠..)

다만 길드워2가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서 발생하고,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부분에서만 인던을 활용했던 것에 비해 마아블로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인던에서만 발생합니다. 성장구간에서 필드는 인던을 찾기 위해 존재하고, 닥터 둠을 때려잡고 엔드게임으로 넘어가면 아예 모든 컨텐츠가 인던이죠. 그나마 최근엔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인 인던에 들어가면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간 사람들을 파티로 묶어주는 기능이 있어 예전보단 좀 수월해졌습니다. (데일리 인던도 자동 파티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상 필수 인던의 파티 메이킹은 랜덤 필드와 묶여서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인던을 빠져나올 때 자신이 원래 있던 필드가 아니라 파티장이 돌아다니던 필드로 떨어진다는 거죠.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돌아다니던 필드는 동남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서북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A라고 칩시다. 그런데 파티장은 동북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남서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B에서 왔어요. 각기 맵A와 맵B에서 필수인던1로 진입했는데 타이밍이 비슷해서 파티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인던을 나간다고 해서 파티를 찢진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파티장이 들어왔던 맵B로 빠져나갑니다. 당연히 제가 그동안 밝혀놓았던 지도들도 모두 파티장이 열어놓은 것으로 변경되구요.

인던에서 묶인 파티 오토 매칭을 풀어주지 않는 건 아마도 계속 같이 플레이하라는 의도겠습니다만 그냥 풀어주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맵 별로 보통 필수 인던 2개, 보물상자 인던 2개(들어가면 딱 방 하나에 조금 쎄서 경험치를 마구 퍼주는 몹들이 있으며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보물상자가 있는 미니 인던입니다.), 필드 이벤트 2개, 필드 보스 1개 정도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필수 인던만 도는 반면, 저같은 사람은 꼼꼼하게 해당 맵의 컨텐츠를 다 해치우고 지나가죠. 그리고 리프트처럼 필수 인던이 동선 따라서 짜여진 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 선후 관계도 없어서 인던에서 파티로 묶인 사람들이 같이 움직일 확률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정작 파티가 필요한 그룹 챌린지 (별도로 세팅된 맵인데 파티 단위로만 입장할 수 있고, 파티 아니면 잡지 못할 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에는 오토 파티 매칭이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다들 왠만하면 일정 시간(15분?)마다 열리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림보 챌린지를 뛰죠. 그런데 또 정작 림보 챌린지에 들어가면 파티는 또 수동으로 묶어야 한다는 괴랄한 면이 있습니다만.

마아블로의 필드 컨텐츠와 인던은 말 그대로 길드워2와 디아블로 사이에서 어중간한게 걸쳐있는 느낌입니다. 베이스가 디아블로이긴 한데 또 MMORPG니까 필드에서 떼전도 해야겠고 어영부영 하다 보니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죠.

이 게임에선 타인이 부활시켜주지 않으면 인던에선 입구로, 필드에선 가까운 웨이포인트로 날려보낸다는 것이 사망에 대한 유일한 페널티입니다. (심지어 아이템의 내구도 감소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인던 안이든 밖이든 어디든 간에 파티원 옆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가 유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또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동선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묶어준 '무작위 만남'이 딱히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뭔가 이것 저것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by 고금아 2013. 6. 1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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