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게임 기획 포럼인 GDF에서 관련 주제에 대해 다른 분들도 여러 의견을 주셨으니 함께 봐주셨으면 합니다.


트위터에서 '인앱 구매가 어떻게 게임 산업을 망치는가'라는 번역문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무료 다운로드 + 인앱 구매'라는 구조는 사실상 게임이 아닌 사기이며, 개발자들은 이 끔찍한 모델을 거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바일 게임을 이제 더 이상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는 포인트까지 와버렸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당신이 재미를 쫓는다는 얘기와 같다. 게임을 한다는건 자리에 앉아 게임이 당신을 짜증나게 하길 오래도록 기다리다가 결국엔 신용카드로 게임 진행 속도를 올려버리는걸 뜻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나처럼 1990년대, 게임의 영광스러운 나날들을 기억하는 나이든 괴짜들에게 그건 봐주길 힘들 정도다.

그건 사기다. 그것도 삶에 남은거라곤 이기적인 탐욕밖에 없는 정신병자가 치는 사기다. 그들은 사기꾼으로 감옥에 들어가야하고, 앱 스토어에서 Editor’s Choice로 각광받아선 안된다.

이건 무도한 일이다.

당신과 나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의무가 있다. 이건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이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가 글을 시작할때 말했다시피, 나는 이 글을 긍정적인 말과 건설적인 해결책으로 끝내고 싶다. 하지만 여기에 해결책은 없다. 이걸 멈추는 방법 말고는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당신,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나는 단순히 이렇게 요구하고 싶다. 가까운 욕실에 가서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봐라. 거울에 비친 모습이 좋은가? 그 모습이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기억되길 원하는 모습인가? Bullfrog처럼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는 진짜 게임을 만들었기에 모든이들이 사랑한 게임 개발자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은가?

물론 원문에서 예시로 든 던전키퍼 모바일의 유료화 모델은 끔찍합니다. 한 블럭을 파내기 위해 4시간 24시간이라뇨. 아마도 F2P 게임 역사상 최악의 병크 중 하나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병크 하나만을 놓고 인앱구매 모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이건 마치 음주 운전 사고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술과 자동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것과 같은 레벨이지요.

저자는 무려 짧은 만화까지 그렸습니다. 뉴욕까지 가야하는 한 아가씨가 있는데, 택시 기사가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아가씨가 타자 택시 기사는 5분 뒤에 차를 세우고 24시간 동안 기다릴 거라고 하지요. 만일 지금 출발하고 싶다면 돈을 내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짜증을 내고 차에서 내립니다. 이 만화를 통해 저자는 인앱 결제가 이런 사기와 같다고 비판합니다만, 사실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그려놓고도 놓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리면 된다는 거지요.

실제로 사용자가 결제를 하기 전까지 플레이어는 단 한푼도 지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약간의 네트워크 비용과 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할지, 그리고 그를 위해 지불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던전키퍼와 같이 과금 모델이 전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쁘다고 하더라도, 지불을 해서라도 즐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지불하고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 혹은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금 모델이 지나치게 가혹한데 그 재미가 비용을 정당화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게임을 관두면 그만이죠. 아니면 돈을 내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요.

업데이트: 나는 진짜 문제를 보여주기 위해서 짧은 웹툰을 만들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게 아니다. 문제는 게임 개발자들이 우리가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한게 거짓말이라는데 있다. 기다리는 것은 게임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저자는 '기다림'에 기반한 유료화 모델을 거짓말이고 사기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기다림'이야말로 현재까지는 가장 공정한 모델입니다. 돈을 내고 스테이지를 스킵하거나, 킹왕짱 아이템을 갖거나, 점수가 더블 트리플이 되어서 순위표 꼭대기에 올릴 수 있는 아이템들에 비해 게임플레이나 밸런스에 끼치는 악영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지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이상으로 플레이하고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과금합니다. 기본 플레이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성립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적당히 만족할만한 선에서 기본 플레이를 제한합니다.

기본 게임이 재미있어야 함은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기본 플레이를 어느정도로 제공하고 어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전적으로 개발사가 결정할 사안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지불하면서 플레이할지, 지불하지 않고 플레이할지, 그냥 플레이하지 않을지는 플레이어의 몫이죠. 수요-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유저 풀과 매출액이 결정됩니다.

던전키퍼처럼 터무니없이 기본 플레이를 강제한다면 수요층이 줄어들고 매출액도 함께 줄 것입니다. 또는 LOL처럼 기본 플레이를 너무 후하게 제공해서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면 매출 효율이 떨어질테죠. 던전키퍼 모바일은 병크가 맞지만 이는 시장에서 알아서 응징해줍니다. 실제로 던전키퍼 모바일은 2014년 2월 4일 오전 6시 북미 앱스토어 기준으로 매출액 164위에 올라와있네요. IP + 탑 페이지 노출을 생각하면 참 안쓰러운 성적이죠.

그리고 만약 당신이 여전히 (인앱 구매 쓰레기 없이) 진짜 게임을 만드는 몇 안되는 개발자 중 하나라면, 나는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겠다. 당신은 나의 영웅이다.

Oceanhorn, Minecraft, XCOM, 그리고 여타 다른 게임들처럼 말이다. 당신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빛이 난다. 그리고 당신이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에,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

저자는 위와 같이 인앱 구매가 없는 리테일 게임[각주:1]의 개발자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인앱 구매보다는 리테일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F2P 모델은 최소한 유저가 플레이를 어느정도 해본 뒤에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돈을 낼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따져본 뒤에 결제하죠. 하지만 리테일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해보지도 않은 게임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해야합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죠. 막상 구매했는데 듀크 뉴켐 포에버처럼 재미가 아주 똥망이라거나, 전설의 빅 릭스 처럼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버그투성이라도 환불은 없습니다. 아직 한푼도 쓰지 않은 상태가 사기라면 이렇게 이미 $60을 지불한 뒤의 좌절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할까요? 저자는 90년대를 '영광스러운 나날'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사실 그 영광스러운 나날에도 똥같은 게임은 숱하게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돈 내고 이 똥들을 산 뒤에 좌절했습니다. 다만 기억에서 잊혀졌을 뿐이죠.

어찌보면 모든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리테일 게임의 세계에서 게임은 뷔페입니다. 이미 비용을 선불로 지불했으니 당연히 모든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죠. 무료 게임은 무료 뷔페 입장권이고 따라서 당연히 돈은 지불하지 않았지만 모든 컨텐츠는 무료로 무제한으로 즐길 것을 기대합니다. 이 관점에선 원문에서 인용한,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기 위해선 $3,500을 지불해야한다는 사례는 당연히 분노해야할 사안이죠. 뷔페 입장만 무료일 뿐, 안의 메뉴들은 추가 요금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F2P의 세계에서 게임은 서비스입니다. 한마디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공원인거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뿐 자유이용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선 돈을 내야죠. 아무도 $3,500을 내고 모든 자동차를 언락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렇다고 정말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이 공원을 찾지 않을테고 결국 파산할 겁니다. 그러니 퍼레이드도 하고 화단도 가꾸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 앱 결제가 게임 산업을 망친다는 것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해입니다. 실제로 부분유료화 모델은 아시아의 게임 시장과 전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전보다 수백배 수천배로 키워줬지요.

  1. 용어가 생각나지 않아 일단 임의로 리테일 게임이라고 칭합니다. 한번 구매 후 추가 과금 없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합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4. 2. 4. 06:41
이전에 작성했던 'FPS 게임에서 탈것을 등장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과금은 게임 디자인과는 별도로 취급하는 것이 GDF 방침인 것 같아 별도 포스트를 쎄웁니다.

연관 포스트 :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4&t=136&start=0

부분 유료화 모델과 탈것
FPS 게임에서 탈것을 도입할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선행자들이 이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는 이전 포스트에서 이미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온라인' FPS로 가면 이제까지 언급된 것과 전혀 다른 문제를 맞딱뜨리게 됩니다. 탈것은 부분 유료화에 아주 크나큰 타격을 주거든요.


공짜로 주어지는 강함
PVP 게임에서의 부분유료화는 기본적으로 '강함' - 즉 '게임 내에서의 어드밴티지'를 상품으로 합니다. ('부분 유료화, 뭘 팔아야 하나'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5&t=83 를 참고해주세요) 물론 각각의 총들이 서로 다른 특성(반동, 연사력, 이동시 에임이 벌어지는 정도 등)로 인해 새로운 플레이 패턴을 제공한다는 기능도 있습니다만, 결국은 그 새로운 패턴이 유저에게 맞고 승률을 높여주니까 구매하게 되는 거겠죠. 실질 사용 시간에 비례해 수리비를 청구하는 종량제든,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총기를 사용할 권리를 제공하는 기간제든 기본적으로 과금의 방식의 문제일 뿐 기본적으로는 '강함'을 판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다른 컨텐츠들 - 총기, 방어구 등 - 과 달리 탈것들은 소유권이 없는 공공재 형태로 게임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 총기, 방어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제공하지요. 이렇게 압도적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한, 여기에 돈을 지불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기본 총과 방어구를 들고 게임에 들어가 대인전에서 0킬 10데스를 당하더라도 탱크나 헬기를 잡으면 20킬 30킬을 할 수 있으니까요.


탈것 이용 권리 판매의 문제

여 기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탈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돈을 낸 사람만 탈것을 탈 수 있다는 거지요. 이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매우 충실하며 강력한 구매 동기를 제공합니다만, 반대로 게임의 기본 전제인 공정함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물론 기존 총기들도 공정함을 일부 무너뜨리긴 합니다만 총알을 맞으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특수 병과에 주어지는 아이템으로만 파괴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에 지불 여부에 따라 이 접근 권한을 제한한다는 것은 게임 전체의 승패가 현질 여부에 따라 100%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 모델은 처음부터 계산에 넣을 수 없습니다. 연료 등의 개념을 넣는 것 또한 본질적으로는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탈것의 운용 자체를 제약하므로 마찬가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소유권과 이용권의 효용 문제

기 존의 공공재 성격에 이용권리를 판매할 경우 또하나의 문제는, 돈을 내고도 서비스를 받지 못할 확률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탈것의 갯수보다 탈것의 이용권을 구입한 사람의 수가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이용권의 구매는 탈것을 탈 수 있는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되지 못하죠. 그렇다고 탈것을 많이 늘리면 그땐 정말 총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겠죠.

돈을 내면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탈것을 공중에서 떨어트려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전무패 무전필패의 망트리를 피하기 위해선 이렇게 불러내는 탈것이 뭔가 돈을 안 쓴 것 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기존 탈것들 처럼 강하지는 않은,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해야 합니다. 당연히 탱크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고, 공격능력이 빈약한 수송차량을 넣자니 점령전에선 전투력 못지 않게 이동속도가 또 생명이라 그러지도 못하겠고. 결국 걷는 것 보다는 빠르지만 차량이나 탱크보다는 느리고 총알을 어느정도 견뎌낼 순 있지만 오래는 못견디고 대전차 로켓이나 미사일은 물론 수류탄으로도 뽀갤 수 있을 법한 탈것으로 독일의 공수부대용 장갑차인 비젤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만 개발 코스트에 비해 회수할 수 있는 매출이 너무도 불투명해서 포기했습니다. 동접이 1천 미만으로 떨어지면 천원에 탱크 1대씩, 5백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5천원에 이족보행로봇 한대씩 팔겠다는 농담만 남았죠.

Image
(이게 초미니 장갑차 비젤입니다.)


이용 시간에 대한 과금

그 래서 그 다음으로 검토된 것이 이용 시간에 대한 과금입니다. 내구제 총기를 사용한 시간에 비례해 수리비를 청구하는 것 처럼 탈것을 실제로 탑승해서 사용한 시간에 대해 과금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도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총은 내 창고에 있지만 탱크는 창고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구도가 떨어진 총은 파괴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탈것은 그렇지가 않죠.

배필온의 악명높은 '컨디션' 시스템은 총이나 방어구 같은 아이템에 붙어있던 유지비용을 계정 자체로 옮김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했습니다. 총을 들고 싸우든 죽어있던 탈것을 타든 간에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로 계정의 컨디션이 감소하고 컨디션이 저하되면 보병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탈것의 성능까지도 감소하게 만든 거죠. 그래서 총은 안사더라도 탈것을 타려면 컨디션 회복비용은 지불해야 했습니다. 유레카!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추가 과금의 문제

저 '컨디션' 시스템을 이야기 할 때 대부분 아이템 유지비에 비해 과금 구조가 뚜렷하고 회수 비율이 가혹해서 유저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고 기억합니다만 사실 이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 그리고 본질적인 - 문제는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유저가 있어도 이를 받쳐주질 못한다는 겁니다.

확밀아의 경우, 유저가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실정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카드 뽑기와 홍차 녹차에 무한정으로 돈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퍼즈도라, 캔디 크러쉬 사가도 마찬가지이며 월드 오브 탱크도 마음만 먹으면 골탄을 쏟아부을 수 있죠. 그리고 이 가격이 불공정함을 납득할 만큼 높으면서도 또 비싼만큼 돈값을 하기 때문에 중과금유저 소과금유저, 비과금 유저들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 시스템은 탱크의 원래 성능을 뽑아내는 것 까지가 한계죠. 돈을 내고 컨디션 한계를 돌파하면 초사이어인이 되어 더 성능이 좋아진다...는 설정도 가능은 합니다만 이미 탈것이 무식하게 강하기 때문에 단지 돈 만으로 제한을 걸기엔 공평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탈것에 대한 버프도 판매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이 경우에도 돈을 쓴 사람은 돈 쓴 것에 비해 효용이 떨어지고 돈을 안쓴 사람은 그 버프 효과가 과하다고 생각되어 외면받았습니다.


다양한 탈것의 출시

사 실 가장 원했던 것은 성능도 다르고 외관도 다른 새로운 탈것을 파는 것이었죠. 기왕이면 전체 전투력은 비슷한 레벨로 유지한 채 특성을 다르게 해서요. 기본 M1A2에 비해 탱크를 상대로 한 공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장갑차나 소프트 스킨 차량에는 더 큰 데미지를 주고 방어력이 더 좋은 챌린저2, 전차 주포 공격엔 약하지만 1회에 한해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T-80U, 장탄수가 적지만 사이즈가 작고 험지 기동력이 좋은 K1A1 이런 식으루요.

장단점으로 밸런스를 맞출 수 있고 시각적으로 확실히 티가 나기 때문에 이건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도전해볼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소유권 문제가 발목을 잡았죠. 돈을 낸 사람이 M1A2 탱크를 잡아타면 갑자기 탱크가 K1A1이 된다.. 당장 봐도 황당하고 이상한 상황이잖습니까. 컨디션이나 버프 효과의 경우는 단일 탑승자 > 운전자 순으로 정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최소 외관이 확연하게 바뀌진 않았죠. 그런데 만약 좌석이 여러개인 장갑차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 자리를 계속 바꾼다고 생각해보세요. LAV-25였다가 갑자기 K200이 되었다가 다시 M2 브래들리가 되었다가 BTR-80이 되었다가... 차량에 대한 데코레이션 아이템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되었구요.


소유권을 전제로 한 탈것의 과금

결 국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탈것에 대한 과금은 소유권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홈프론트의 탈것 시스템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홈프론트는 누가 타고 다니다가 일부러 버리지 않는 한, 전장에 주인 없는 탈것이 뒹굴진 않습니다. 무조건 게임 중 획득한 포인트를 사용해야 스폰시에 그 탈것을 타고 나오죠. 각 맵마다 각 팀이 가질 수 있는 탈것의 한계도 정해져있구요.

이걸 카스온라인에서 '총기를 살 수 있는 권리 판매' 모델과 엮으면 그림이 나옵니다. 사용자는 상점에서 원하는 탈것을 사다가 캐릭터 세팅에 박아넣으면 포인트가 허락할 때 100% 자신이 원하는 탈것을 타고 스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폰 비용(포인트)를 조절하면 탈것의 전투력도 수직적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본 제공된 M1A2는 500포인트를 소모해야 타고 나올 수 있지만 K1A1은 엇비슷하거나 더 약한 전투력이지만 400포인트면 탈 수 있고 르클레르는 M1A2보다 성능이 더 좋지만 600포인트를 소모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다가 게임 중 포인트 획득에 대한 부스트까지 팔면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2중 3중의 과금 천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그냥 홈프론트 빠라서 IP 경매에 나올 때 사자고 주장했던 건 아닙니다.


결론

사 실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 중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한 게임은 워록과 배틀필드 온라인 이 둘 뿐이었습니다. 레니게이드와 홈프론트, 퀘이크 워즈 ET는 패키지 게임이고, 플래닛 사이드(1편)는 월정액 게임이었죠. 2편은 부분유료화로 전환되었다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요.


1. 탈것은 그 압도적인 전투력 때문에 다른 컨텐츠의 판매를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2. 따라서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은 어떤 식으로든 탈것에 대해 과금을 해야 한다.

3. 기본 플레이 상에서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이나 배타적 이용권을 판매하는 것은 게임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

4. 소유권이나 배타적 이용권 없이 유지비를 징수하는 것은 존립 기반은 해치지 않으나 추가 과금이 어렵다.

5. 소유권 문제만 해결된다면 게임 존립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분유료화 모델을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 고금아 2013. 6. 25. 01:52

페이스북에서 링크를 보고 간단 번역 요약합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Why your free-to-play users aren’t coming back

1. 게임의 퀄러티를 전달하지 못함

- 유저들로부터 가장 뜯어내기 힘든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임.

- 아이폰 / 아이패드 / 기타 하이엔드 안드로이드 장비를 갖고 있다는 건 돈은 충분하다는 뜻.

- 첫 플레이시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삭제당한다.

- 허접해 보이면 망해요.

- 그래픽, 정교한 물리, 새로운 게임 플레이 등


2. 심층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인상을 남기지 못함

- 시간을 빼앗기가 가장 힘들다. 유저는 이 게임을 오래동안 즐길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게임을 계속한다

.- F2P 유저들은 원나잇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원한다.

- 유저는 계속해서 새롭고 풍성한 경험을 제공받음으로써 자신의 시간이 보상받길 원한다.

- 게임에 깊이가 있다는 것은 초기에 그리고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3. 모두에게 어필하려고 너무 노력함

- 게이머 성향은 매우 다양하고 차이가 큼. (슈팅 게임과 농장 시뮬레이션 비교)

- 모든 장르의 게임 요소를 다 갖다 붙인다고 모든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잡해 보일 뿐.

- 좋은 게임은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 메카닉에 집중하고, 그 주변에서 풍성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 유저가 여러 기믹에 정신이 팔려 게임의 핵심 플레이에 대해 알아채지 못한다면, 유저는 떠난다.

-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점에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 총을 잘 쏘고 있나? 자원을 잘 사용하고 있나? 타이밍을 잘 맞추고 있나? 등등

- 이걸 확인하지 못하면 게임에 몰입하지 못함.


4. 결론

- 공짜라고 해서 유저가 단조롭고 평범한 게임 플레이를 참을 거라는 것은 착각.

- 다른 수많은 게임들과 경쟁해서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아야 함.

- 첫날 유지율이 낮다는 건 위 세가지를 실패했다는 것.

- 유저는 이미 당신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친구의 그간 없이는 이런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저자 소개-

Eric Seufert는 헬싱키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제작사인 Grey Area Labs의 마케팅 및 유저 확보 책임자이다. 



보고있나 EA?

by 고금아 2013. 1. 8. 18:09

스타워즈 : 구공화국(이하 구공온[각주:1])의 괴상한 Free-To-Play(이하 F2P) 모델을 보면, 얘들이 F2P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부분 유료화'와 F2P의 단어가 지닌 미묘한 차이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다.

부분 유료화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기본적으로 무료이되, 일부가 유료로 제공된다는 뜻이 된다. 기본적으로 무료라는 말은 곧 게임의 기본적인 핵심 기능은 무료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유료로 제공되는 기능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의 성격을 띄게 된다.

해외에선 이에 상응하는 모델을 Free-To-Play라고 일컫는데, 단어상으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즉, 유상 서비스가 기본이고 이 중 일부가 무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월정액제를 기본으로 유지하되 (엄청난 제약이 있지만) 무상으로 플레이 할 수도 있고, 개별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공온의 케이스도 Free-To-Play 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부분유료화는 F2P로, 또한 F2P는 부분유료화로 번역될텐데 사실 구공온의 F2P는 부분유료화라기 보다는 부분'무료화'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많은 수의 해외 개발사들은 부분유료화로 번역될 수 있는 F2P 형태로 서비스 하고 있다. 즉, 부분무료화 정책은 그냥 EA와 바이오웨어의 삽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와 과금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서 기반한다고 볼 수도 있다.

EA와 바이오웨어의 본고장인 북미의 경우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돈을 내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물론 프리웨어는 제외). 그리고 일부 게임들이 기능이 제한된 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고 돈을 내고 이 기능 제한을 푸는 쉐어웨어로 제공되기도 했다. (사실 둠도 쉐어웨어였다. 그 이전의 울펜슈타인3D나 커맨더 킨도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월정액제 게임이라도 무료로 다운받고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 특히 북미에선 - 패키지를 구매해야만 계정을 만들고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수 있다. 구공온의 경우도 60달러[각주:2]짜리 패키지에 1개월 쿠폰이 들어있었으며 이후 매 월 15달러짜리 쿠폰으로 구독을 연장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클라이언트 설치하고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특전이 되고, F2P를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부분 과금이 아닌, 온전한 게임에 대한 월정액 과금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게임은 공짜로 하는 것이었고, 게임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행태였다. 그리고 일찍부터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게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무상 플레이에 대한 요구치가 해외보다 훨씬 높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이번 구공온의 부분유료화 병크는 패키지 게임 유통사인 EA가 온라인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재앙이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적 차이 측면에서 바라볼 구석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MMORPG를 패키지 + 쿠폰으로 판매하는 모델 조차도 EA가 세운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들에게 '서비스를 판다'는 개념은 매우 생소할 것이다.


-덧-

여담이지만 2008년 겨울에 EA 본사쪽의 고위 게임 디자이너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부분유료화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에 이런일이!'의 스탠스였다. "너네 나라에선 진짜로 게임을 공짜로 다운 받고 접속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게 사실임? 언빌리버블!! 그럼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데? 아바타 아이템을 판다고? 그게 말이 됨? 당장 손에 잡히는 박스가 있고 디스크가 있는 패키지 게임엔 한푼도 안쓰면서 만져볼 수도 없는 아바타의 옷을 사는데 돈을 쓴다고?"


  1. 사실 원제인 Star Wars : The Old Republic 어디에도 '온라인'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왠지 국내에선 구공온이라고 불린다.. [본문으로]
  2. 모던 워페어 등 트리플A급 게임과 같은 가격이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1. 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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