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소개

지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부2부에서 캐릭터를 가챠로 획득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끝없는 한정된 수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수직 성장을 추구하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끊임없이 추가되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수평성장을 추구하는 수집형 RPG는 서로 다른 구조와 BM을 가짐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텐센트가 IP를 내세워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며 그 디자인을 가다듬고있는 반면, 텐센트 외의 회사에선 수집형 RPG의 모델을 시험중이라고도 말씀드렸죠.

2018년 차이나조이를 전후로 텐센트에선 3종의 수집형 RPG 게임을 출시하였습니다. 세 게임 모두 IP에 기반하고 있지만 도탑전기류 모델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수집형 RPG를 추구하고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게임명(한)

게임명(중)

공식 홈페이지

iOS

AOS

PC(에뮬)

 요신기

 妖神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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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투사성시(텐센트)

 圣斗士星失(腾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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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문고 크로싱 보이드

 电击文库:零境交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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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을 누르시면 해당 게임의 포스트로 연결됩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APK 다운이 안될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AOS 다운받기 메뉴를 찾아주세요)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2. 성투사 성시 (텐센트)

두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성투사 성시(텐센트) 圣斗士星失(腾讯) 입니다. 잘 알려진 성투사성시 - 세인트 세이야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죠. 굳이 게임 제목에 (텐센트)가 붙어있는 것은 2016년에 이미 다른 회사에서 성투사 성시 IP를 기반으로한 모바일 게임을 2종 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중 특히 DeNA 상해 지사에서 출시한 '성투사성시 중생'은 텐센트의 특기인 도탑전기류 디자인을 도입한 게임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텐센트가 출시한 성투사 성시(텐센트)는 반대로 도탑전기류를 벗어난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어차피 중생을 다룰 이유가 없기 때문에 여기선 그냥 성투사성시로 표시하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3종의 게임 중 가장 성적이 좋습니다.


2-1. 하스스톤을 연상케 하는 턴제 전투

앞서 요신기를 소개하면서 전투가 너무 단순해 캐릭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대로 성투사성시와 전격문고 크로싱 보이드의 경우는 전투의 재미가 수집형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데요, 특히 성투사 성시의 전투는 하스스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교한 전략성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영상을 한번 보시죠.


성투사성시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한명씩 돌아가면서 액션을 취하는 턴제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별 캐릭터의 속도에 의해 행동 순서가 정해지며 이는 화면 하단의 공격 순서 큐에 나타나고 있지요. 각 캐릭터는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통상 액션과 스킬들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액션을 사용할 땐 대상을 명확하게 지목합니다. 앞에 있는 여러 캐릭터 중 이 캐릭터를 공격하겠다거나, 이 캐릭터를 보호하겠다는 등을 지정해야 하는 것이죠.


성투사성시엔 캐릭터의 속성 메타가 직업 메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각 캐릭터 스킬이 굉장히 특징적입니다.위 스크린샷 처럼 상대를 얼리거나 팀 전체의 HP를 연결해 모두 공평하게 데미지를 받는 스킬이 있는가 하면 안드로메다좌의 슌은 사슬로 묶어서 다음 턴에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청룡좌는 남 대신 맞아주기, 누구는 지목한 아군에 실드를 씌우는 등 개별 캐릭터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전투에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당장 기본적인 공격만 하더라도 대상(지목한 1인 / 적 전체)과 타이밍(당장 / 다음번 턴이 돌아왔을 때 등)이 달라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부가 효과를 붙이기도 하지요. 이런 다양한 캐릭터의 수집이 곧 수평 성장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전투 경험을 전달합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화면 우측 상단에 표시되는 스킬 에너지입니다. 마치 하스스톤에서 매턴 마나가 공급되고 마나를 써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 처럼, 성투사성시에서도 매 턴 에너지가 얼마씩 지급되며 이 에너지로 스킬을 사용합니다. 턴 종료시 남은 에너지는 버려지고 새로 에너지가 지급되며 처음엔 적은 에너지가 주어지지만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주어집니다.

성투사 성시 전투의 전략성의 핵심은 바로 이 에너지의 분배에 있습니다. 단순히 공격 대상을 지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일 약하거나 제일 강한 상대를 일점사해 먼저 잡는 수준을 넘어서서, 매 턴 현재 주어진 에너지를 어느 캐릭터의 어느 스킬에 사용시키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죠. 덱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도 초반에 쓸 수 있는 저 에너지 캐릭터와 후반을 캐리할 고 에너지 캐릭터를 잘 조합시켜야 하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의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투가 소소한 전반전부터 큰 기술들이 마구 오가는 클라이막스까지의 흐름을 갖는다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다만 매 캐릭터가 동작을 할 때 마다 동작을 고르고 상대를 지정하는 등 전투에 들어가는 조작이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전투의 템포가 다소 느린 것이 단점이긴 합니다. 특히 큰 스킬을 가진 캐릭터가 부족하고 자동 없이 1배속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초반엔 이 템포가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레벨이 오르고 나면 자동 전투가 지원되어 새 스테이지나 PVP 등 필요한 곳에서만 수동 전투를 사용하게 되고, 수동전투도 3배속 재생이 지원되어 보다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2-2. 음양사를 더 캐주얼하게 가다듬은 성장 컨텐츠

성투사성시의 성장 컨텐츠는 음양사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음영사보다는 훨씬 캐주얼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D의 희귀도와 한계 레벨을 결정짓는 성급이 분리되어있고 현재 성급과 동일한 성급의 캐릭터를 성급의 별 갯수 만큼 소모하는 규칙 또한 음양사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실제 캐릭터를 육성해보면 성급 성장의 스트레스는 훨씬 덜한데, 기본적으로 재료로 쓸 수 있는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공급되며 레벨링이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음양사의 경우, 카드를 먹여서 경험치를 올릴 수 있지만 그 카드가 굉장히 귀했기 때문에 플레이를 통해 레벨을 올려야 했고 그 과정이 꽤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성투사성시는 카드도 많이 공급해주지만 경험치 재료를 굉장히 후하게 공급해줍니다. 가장 좋은 파티로 가장 보상이 후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경험치를 얻은 뒤 원하는 캐릭터에 쏟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경험치를 이전하는 방법인데요, 보통은 금카드는 1000점 은카드 500점 이런 식으로 사용할 자원을 선택해서 자원을 넘기는데 성투사성시에선 몇레벨을 끌어올릴 건지를 결정해서 경험치를 넘겨주고 있습니다.


동일 캐릭터를 소모하는 한계돌파(초월)를 통해 스킬을 성장시킨다는 점도 음양사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음양사는 성장할 스킬이 랜덤하게 선택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몇초월을 해야할지 예측이 불가능했습니다만 성투사 성시에선 원하는 스킬을 고를 수 있어 음양사보다 훨씬 캐주얼한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스킬의 숫자가 많고 단계가 많으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필요한 캐릭터의 갯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최고 단계 성장에 대한 허들은 음양사보다 더 높습니다.


'만상 소우주'는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뒤 슬롯에 장착하는 장착형 성장 컨텐츠로, 개별 등급과 레벨 성장이 있고 갯수에 따른 세트 보너스가 있다는 점에서 음양사의 어혼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같은 테마 안에서 6방향 부위를 짜맞춰야 했던 어혼과 달리 슬롯 부위가 따로 구분되어있지 않아 훨씬 캐주얼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분해

 재사용

기본적으로 성급 육성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캐릭터가 많이 공급되고는 있습니다만, 여기에 추가 가챠 등을 감안하면 쓰레기캐릭터가 제법 많이 쌓이게 됩니다. 필요 없는 캐릭터들은 분해를 통해 잉여 경험치와 화폐로 교환받을 수 있고 분해 화폐로는 소환권이나 경험치권, 스킬 / 성급 성장 전용 캐릭터 (음양사의 달마) 등으로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2-3.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들

인게임 세션을 통해 캐릭터의 개성을 보이고 수집을 자극한다고는 했습니다만, 현대의 수집형 게임이 고작 그정도에 그칠리 없겠죠.  당연히 게임 시스템의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수평 성장에 대한 메리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관계 있는 캐릭터들의 수집과 육성에 의해 보너스를 받는 기반(羁绊) 시스템입니다. 이미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 등으로 익숙한 시스템이죠.


특정 조건의 캐릭터들을 수집하면 보상을 받는 도감 시스템도 당연히 탑재되어있습니다.


새로 얻은 캐릭터의 성장 단계가 낮은 것을 보완해주는 시스템도 투사전당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있습니다. 투사전당엔 기존의 도감이나 기반에서 묶인 것과는 별개로 각 캐릭터들이 그룹으로 묶여있고 해당 그룹 내의 보너스를 공유합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좌하단의 캐릭터가 하나 비어있는데, 이 캐릭터는 얻자마자 오른쪽의 보너스를 적용받게 됩니다.


한편 컨텐츠 차원에서도 수평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로는 하루에 5단계까지 무료로, 그 이상은 유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아테나 시련'이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스테이지는 용기시련과 정의시련 2개의 전투를 모두 승리해야 클리어되는데, 한쪽 시련에 사용한 캐릭터는 다른 시련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단 여기서 2벌의 파티가 필요해지죠. 두 시련에 등장하는 적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적에 대항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몹이 물방이 높은 파티라면 마공이 높은 파티로 꾸린다는 식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승리할 때 까지 여러번 조합을 바꿔가며 트라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몬스터 조합 외에 추가적인 규칙이 1개씩 랜덤하게 붙는다는 겁니다. 위 스샷의 용기시련은 공격시 중독 효과가 추가로 붙게 되고 정의 시련은 흡혈 효과가 30% 증가합니다. 용기 시련엔 중독 저항을 가진 캐릭터가 있으면 유리하고 정의 시련은 흡혈 효과를 가진 캐릭터가 유리하겠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랜덤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요구함으로써 수평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이보다 조금 더 약한 컨텐츠로는 길드 의뢰가 존재합니다. 갖고 있는 캐릭터들을 묶어서 보내면 몇시간 뒤에 보상을 돌려주는 파견 컨텐츠인데요, 매 의뢰 임무마다 추천 성투사가 있어 등급이 낮더라도 추천 성투사를 보내면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S급이 많아서 마구 붙여 보내면 그 또한 보상이 큽니다.



2-4. 과감한 컨텐츠 배치

성장 컨텐츠는 검증된 구성을 좀 더 캐주얼하게 가다듬고,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보조 시스템들 역시 검증된 시스템에 약간의 랜덤 요소를 더했습니다만, 게임의 컨텐츠 구조는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위의 스토리 모드 영상을 보시면 굉장히 무난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스토리모드를 말 그대로 1회성으로 활용합니다. 이미 깨고 지나간 스테이지는 다시 도전할 수 없고 스토리를 다시 볼 수도 없습니다.


실제 로비 화면을 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모험' 혹은 '스토리' 버튼이 보이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 서브 스토리는 우측에 퀘스트 마냥 붙어있고, 플레이하고 나면 빠지거나 다음 스토리로 대체됩니다.


플레이어가 대부분의 행동력을 소비하는 곳은 각성 재료 던전, 경험치 던전, 소우주 파밍 던전입니다. 이 파밍 던전들은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층이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이 강해지고 보상이 더 높아지기만 할 뿐, 스테이지의 구성에 있어선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게다가 처음 클리어할 땐 2~3번의 전투 이후에 보스 전투가 벌어지지만 그 층의 보스를 잡고 나면 보스 전투만 벌어지며, 행동력을 모두 소진할 때 까지 자동으로 계속 전투를 반복하는 위탁 기능이 장착되어있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신경 써서 만드는 대신 반복되는 파밍 스테이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들어두되, 플레이어가 집중해서 보지 않고 방치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죠.


한편 도탑전기가 하드 던전을 통해 제한적으로 캐릭터 조각을 공급했던 것과 유사하게,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도 특정 캐릭터를 얻을 수 있게 하는 투사임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일반적인 하드 던전들이 전투를 통해 행동력을 조각으로 바꿔주는 반면, 투사임무는 퀴즈를 통해 조각을 지급합니다. (간간히 전투가 들어가있긴 합니다.) 어차피 해당 스테이지를 언락했다는 건 그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퀴즈를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죠. 이 중엔 얼굴이나 실루엣을 보고 이름 맞추기나 캐릭터에 어울리는 대사를 고르기 등도 있지만 "소우주에서 데미지 증가 10% 옵션이 붙고 페가수스 유성권 스킬에 데미지 증가 10% 보너스가 붙는다면 페가수스 유성권의 데미지는 총 몇% 증가하는가?"와 같이 게임 시스템의 이해를 돕는 퀴즈도 존재합니다.


컨텐츠 구성 뿐만 아니라 UI / UX도 제법 파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까 로비 화면을 보시면 굉장히 번잡하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컨텐츠를 많이 뿌려놓고 빨간 점으로 안내하는 것이 중국 게임의 일반적인 UI이긴 합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굉장히 번잡하죠. 이러한 복잡한 UX를 한방에 정리하는 것이 바로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일상' 메뉴입니다.

일상 메뉴는 말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든 컨텐츠로의 접근 경로를 모아둔 HUB입니다. 각 컨텐츠를 나열하고 컨텐츠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표시하며, 컨텐츠 플레이에 필요한 자원과 남은 횟수 등의 정보를 모두 표기하고 있지요. 모든 컨텐츠에 대한 정보가 여기에 다 몰려있고, 보상 또한 하부 탭에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이 HUB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2-5. 커뮤니티 기능 강조

성투사 성시가 갖는 또다른 흥미로운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끼리의 상호작용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파밍 스테이지부터 파티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2~3인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2인 파티는 자기 캐릭터 3개를 내놓아 6캐릭터 파티를 꾸리고, 3인 파티는 인당 2캐릭으로 6캐릭터 파티를 꾸리죠. 파티장이 파티를 이끌고 나머지 파티원들은 그냥 묻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파밍 던전에 입장해서 파밍을 돌다 보면 랜덤하게 스페셜 스테이지가 튀어나와 보너스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솔로잉 중이었다고 해도 랜덤 던전에 입장할 땐 다른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파티를 꾸려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컨텐츠는 캐릭터가 특별히 아주 강하지 않아도 플레이어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뜸하게 파티 플레이의 기회가 생기고, 이는 참가한 사람들 모두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부여하기 때문에 초대를 받으면 거의 대부분 수락하게 됩니다. 강요하진 않지만 수락을 거절한 이유는 없는 것이죠. 하루 2번 골드와 다이아, 캐릭터 조각을 얻는 크레인 미니 게임 조차도 친구를 초대해 2인 협력으로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길드 또한 플레이어들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클래쉬 로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위 스크린샷 처럼 필요한 조각을 등록해놓고 서로 조각을 주고 받는 시스템이라거나, 군단 의뢰에 캐릭터를 빌려주는 등 큰 욕심 없이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돈과 명예를 걸고 모든 것을 불사르는 공성전의 혈맹을 디폴트로 깔고 있는 한국 게임과 달리 굉장히 목가적인 풍경이죠. 물론 이건 초식 길드의 이야기이고, 길드가 작정하고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하면 길드전, 길드 토너먼트 등 길드 간의 대결을 조장하는 컨텐츠도 잘 준비되어있습니다.


2-6. '갖고 노는' 재미를 강조한 수집형 게임

DeNA가 출시했던 성투사 성시 중생은 텐센트가 발전시켰던 도탑전기류 게임을 그대로 이식해 성투사 성시의 스킨만 갖다 씌운 게임에 가까웠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나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던 드래곤볼 용주격투도 아닌, KOF98UM을 그냥 복사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텐센트가 만든 성투사 성시는 넷이즈가 만든 음양사를 참고했지만 단순 복제한 게임은 아닙니다. 검증된 게임을 그대로 이식하지 않고 더 쉽고 편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가다듬었죠.

특히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성투사성시의 전투 시스템입니다. 이제껏 턴제 모바일 게임은 많았습니다만, 턴제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고 느껴진 게임은 많지 않았습니다. 턴제 전투란 만들기 쉽고 밸런스잡기 쉬우며 캐릭터에 화려한 연출을 붙이기 쉬운 형식 이상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성투사성시의 턴제 전투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전략을 구성하고 실현해나가는 턴제 전투 고유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어요. 그렇다고 과거 턴제 전투 처럼 한번의 실수로 나락에 빠지는 그런 가혹한 게임도 아니구요. 마치 리부트 된 엑스컴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함과 머리를 쓰는 재미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시간은 자동 전투로 돌리고 필요한 순간에만 수동 전투를 쓰게 함으로써 집중력을 아끼고 있지요.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이 턴제 전투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턴 한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각 캐릭터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게 전투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어떠한 캐릭터의 존재가 단순히 강캐의 유무로 환원되지 않고 전투에서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주고, 이러한 캐릭터를 조합해서 갖고 놀게 만들어요. 수집해서 갖고 논다는 게 수집형 RPG의 기본 재미라면, 성투사 성시의 전투는 정말 갖고 '노는' 재미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개별 세션의 플레이는 초반 2~3시간의 경험을 책임져줄 뿐, 장기 플레이와 수익은 성장구조와 같은 메타 게임 구조에서 나온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습니다만, 성투사 성시를 플레이하고 나서는 여기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유저를 붙잡아두고 돈을 벌어다주는 건 여전히 장기 플레이와 메타게임이지만, 이와 궁합이 잘 맞는 세션 플레이는 전체 효과를 몇배로 높여줄 수 있다고 말이죠.

음양사를 기반으로 캐주얼하게 가다듬은 성장 컨텐츠 또한 상당히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음양사가 확립해 둔 성장 컨텐츠의 기본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훨씬 캐주얼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바꿔놓았죠. 더 쉽게 풀어준 것에서 끝났다면 컨텐츠 고갈이 우려되겠으나, 성투사성시는 그 성장 컨텐츠의 끝단인 한계돌파(초월) 만큼은 음양사보다 더 어렵게 비틀어놓았습니다. 발을 들이기는 더 쉽게, 끝을 내기는 더 어렵게 만들어둔 것이죠.

따져보면 성투사 성시에서 굉장히 특이하거나 참신한 게임 디자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스스톤이나 음양사처럼 이미 널리 성공한 게임들의 요소에 기반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가져오지 않고 게임 특성에 맞춰 잘 변형한 부분은 정말 벤치마킹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금 마켓에서의 성적도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잘 증명해주고 있지요.

by 고금아 2018. 8. 29. 20:51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3. 음양사

도탑전기류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하나의 성공적인 템플릿이 되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집형 RPG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캐릭터가 추가되며 이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재미 보다는 캐릭터들을 위로 위로 계속해서 성장시켜나가는 재미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수직 성장은 운영이 길어질수록 신규 유저의 정착을 방해합니다. 출시 초기에 대량의 마케팅으로 부어넣은 유저를 계속 잃어나가는 형국이 되는 것이죠. 또한 캐릭터 수직 성장이 깊어질수록 신 캐릭터의 효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캐릭터를 추가하지 않는 구성이 유리합니다. 한마디로 텐센트가 괜찮은 IP를 사와야 동작하는 모델이라는 거죠. 실제로 오리지널 도탑전기를 제외하면 텐센트가 IP 붙여 만든 도탑전기류 게임들만이 생존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퍼블리셔가 텐센트가 아니고, 모든 게임이 IP 게임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도탑전기류 게임의 단점은 완벽하게 일본식 수집 게임의 장점에 대응합니다. 텐센트가 아니고, IP 기반 게임을 만들 게 아니라면 일본의 수집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수집형 게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탈 도탑전기의 신호탄을 가장 크고 화려하게 쏘아올린 것은 음양사 라고 볼 수 있겟습니다. 출시 당시엔 고품질의 일본 색채가 진한 아트웍으로 큰 유명세를 탔습니다만 사실 그보다는 기존의 도탑 전기와 완전히 다른 메타 게임 구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양사는 얕게 잠깐 플레이 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3-1. 캐릭터의 획득을 가챠 중심으로 제한

음양사는 도탑전기류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에 SR, R 등의 희귀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희귀도가 높을 수록 성능이 확연히 좋은 대신 획득이 어렵고, 희귀도의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특성에 따라 희귀도가 낮아도 유용한 캐릭터가 일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희귀도가 성능의 절대 지표입니다.

그리고 플레이를 통한 캐릭터 및 조각 획득이 굉장히 제한됩니다. 백귀야행이나 던전 탐색의 도전 모드 등 캐릭터의 조각을 얻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일반 행동력이 아닌 도전권을 소모하는 식으로 조각 /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컨텐츠에의 접근이 도탑전기류보다 훨씬 강하게 제한됩니다. 또한 이렇게 플레이로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의 종류가 제한되거나, 랜덤성이 강하게 부여되어 희귀도가 낮은 캐릭터는 어느정도 획득할 수 있지만 도탑전기류 처럼 안정적으로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을 획득할 수는 없습니다.

등급이 강하게 구분되고 캐릭터의 수급을 가챠로 한정한 점, 가차 10개에 캐릭터 1개를 보장하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가챠에선 캐릭터만 나오는 점은 오히려 일본식 가챠 게임에 가깝습니다. 물론 아예 무료 젬을 모아 가챠를 돌리거나, 이벤트에서 공급되는 소수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무과금으로 캐릭터를 획득할 방법이 아예 없는 일본식 가챠 게임보다는 무과금자에게 조금 더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가챠의 가치를 높이고, 가챠 판매를 중시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뒤의 성장 구조를 보면 절대로 일본식 가챠 게임보다 우호적이라고 보기도 힘들긴 합니다.


3-2. 꽝에 의미를 부여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장하는 진화

음양사의 캐릭터들은 희귀도 외에 곡옥의 갯수로 표시되는 등급(이하 편의상 성급으로 표시하겠습니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급은 희귀도와 별개로 1성부터 6성까지 존재하며 성급이 높을 수록 동일 캐릭 동일 레벨이라도  능력치가 높고, 최대레벨도 더 높습니다. 캐릭터는 희귀도에 무관하게 2~4성인 상태로 획득하는데 3,4성의 확률은 낮고 대부분 2성으로 획득하게 되지만 현재 성급과 같은 성급의 캐릭터를 현재의 성급 만큼 소모하는 진화를 통해 성급을 성장시킬수 있습니다. 3성 캐릭터를 4성으로 만들기 위해선 다른 3성 캐릭터 3개가 필요한 거죠. (같은 캐릭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성급 성장이 음양사를 도탑전기나 일본식 가챠 게임과 구분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5성 캐릭터를 최고 등급인 6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재료로만 5성이 5개 필요합니다. 5성 1개는 4성 5개를 재료로 진화시켜야 하므로, 4성 25개가 소모되지요. 이 과정을 게임 중 가장 쉽게 획득할 수 있는 2성 캐릭터로 환산하면 300개가 필요합니다. 무지막지한 양이죠. 가챠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꽝들이 바로 여기서 진화 재료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또한 희귀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성급이 높다면 (낮은 확률이지만 4성까지 획득 가능) 그 자체로 3성 4개, 2성 12개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지요.

1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캐릭터의 희귀도를 구분짓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일본 가챠 게임과 도탑전기류 게임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으며 서로 장단점이 교차됩니다. 일본 가챠 게임은 희귀하고 강한 WISH 캐릭터를 강조함으로써 욕망을 부추기고, 이 WISH 캐릭터를 얻었을 때의 기쁨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량 발생하는 실패의 아픔을 상쇄합니다. 반면 도탑전기류는 모든 캐릭터를 동급으로 배치함으로써 WISH 캐릭터에 대한 자극은 적지만 뭘 얻든 전체 덱이 성장하게 함으로써 실패라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음양사의 곡옥 등급과 진화는 양자의 장점만을 아주 절묘하게 합쳐놓은 그림입니다. 희귀도가 나눠져있기 때문에 WISH에 대한 욕망은 부추기지만, 진화에서 다량의 꽝들을 흡수시킴으로써 여전히 가챠 상품이 최소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식 가챠 게임에서도 꽝으로 나온 부산물들을 레벨업 재료로 갈아먹이는 최소한의 쓸모가 있긴 합니다만, 레벨업 재료는 플레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그냥 무쓸모하진 않다는 수준이죠. 골드로 매각하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음양사의 진화 재료는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플레이를 통해선 획득하기 힘들기 때문에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한편 가챠에서 중복 당첨된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한계돌파 혹은 초월 시스템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통상 한계돌파는 최종 완성까지의 당첨수를 높이기 때문에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 효과가 크면 클수록 낮은 확률에 도전해야하는 사용자의 스트레스를 높입니다. 그래서 효과(필수성)과 난이도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죠. 음양사의 캐릭터들은 3~4개의 스킬을 갖고 있는데 같은 캐릭터를 재료로 사용하면 랜덤하게 1종의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스킬 레벨에 따라 캐릭터 성능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반드시 밟아야 하는 필수 성장 요소입니다.

이렇게 한돌의 비중이 커지면 - 게다가 랜덤성까지 가미되면 - 고과금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출을 끌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사용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모든 캐릭터의 한돌에 사용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인 검은 달마가 끼어듭니다. 핵과금러 폐과금러라면 가챠를 통해 SSR을 몇개씩 뽑아서 한돌할 수 있지만 그만큼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은 간간히 얻을 수 있는 검은 달마를 통해 그만큼의 돈을 투입하지 않고도 SSR 한계돌파를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확률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한 것이죠. 이는 마찬가지로 한계돌파의 깊이가 깊은 벽람항로에서 모든 캐릭터의 한계돌파에 사용할 수 있는 부린을 사용해 한계돌파의 어려움을 다소 낮춰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3-3. 플레이를 강조하는 성장-보상체계

음양사는 캐릭터를 거의 가챠로만 판매한다는 점에선 일본 가챠게임과 유사해보이지만, 깊은 성장 단계와 그에 기반한 보상의 질적 / 양적 향상을 중심으로 장기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에선 단기 컨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가챠 게임 보다는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사실 전투 참가 경험치의 비중이 높고, 아이템 파밍을 강조한다는 점에선 외려 한국식 수집형 게임과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지요.

중국이든 일본이든 최근 게임들은 전투에 참여한 캐릭터에겐 경험치를 지급하지 않거나 비중을 줄이고 원하는 캐릭터에 경험치를 넘겨줄 수 있는 재료를 지급하는 추세입니다. 새로 얻은 저레벨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덱에 밀어넣고 더 약한 전력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없애고 신캐 획득과 육성의 재미만 취하는 디자인이죠. 하지만 음양사는 이런 최근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전투에 참여한 캐릭터에게만 경험치를 지급하고, 경험치 전용 캐릭터 같이 이전할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지급하지 않습니다. (강화 전용 재료가 존재하지만 이벤트 등에서 굉장히 드물게 제한적으로 공급됩니다.) 그리고 소탕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얻은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덱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다행히 직접 참여는 하지 않지만 경험치는 60% 받아갈 수 있는 슬롯이 2개 있어서 새 캐릭터의 획득이 약한 덱으로 약한 던전을 도는 경험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이렇게 최근의 추세를 거스르는, 소탕도 거부하면서 다소 빡빡한 경험치 지급 구조를 채택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납득이 힘들긴 합니다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몇가지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우선 첫번째는 플레이 시간의 물리적 점유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경우 통상적으로 행동력은 전부 소탕으로 태우고, 나머지 컨텐츠를 플레이하는데 하루 약 1시간 가량 소진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남은 시간과 돈을 다른 게임에 투자하기도 쉽습니다. 최종 허들을 간신히 넘어 오픈 전까지 기대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 사용자의 2번째 3번째 게임으로 운영하기 보다는 시간을 점유해 전체적인 사용자 풀의 규모는 줄더라도 해당 사용자들에겐 1번째 게임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MMORPG가 강세였던 넷이즈의 경험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요. 뭐 결과적으로는 1위 게임이 시간까지 잡아먹는 초대박이 났습니다만.

두번째는 가챠에 대한 가치 강화입니다. 아까 설명드린 진화에는 한가지 제약이 붙습니다. 진화의 재료는 레벨에 무관하지만 진화의 대상은 반드시 해당 성급에서의 최대 레벨에 도달해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 캐릭터를 최대 레벨에 도달시키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해당 캐릭터로 전투에 참여하거나, 최소한 60%의 경험치를 챙겨가는 관람석에 앉혀야 합니다. 재료로 사용되는 5성 4성 또한 각기 만렙을 찍은 상태에서 진화작을 해야 하지요.

다량의 남는 꽝을 진화로 흡수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전투 외에 다른 캐릭터를 갈아 먹이는 것으로도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효율은 나쁘지만요. 음양사는 이 지점에서 가챠를 수집의 특권 뿐만 아니라 시간 단축 서비스로도 활용합니다. 가챠를 많이 돌려서 캐릭터가 남아도는 고과금 사용자라면 전투에 끼워서 경험치를 먹이는 대신 캐릭터를 갈아먹이는 것으로 바로 진화를 마치고 최신 최강의 캐릭터를 바로 갖고 놀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캐릭터가 부족한 무과금 / 소과금이나 갈아먹일 정도로 캐릭터가 남아돌지는 않는 중과금은 효율이 좋은 던전에서 경험치를 수급하는 소위 쫄작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3-4. 어혼 - 입문은 쉬고 완성은 어려운 장비 파밍

전투를 통해 경험치 외에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는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존 도탑전기류 게임 보다는 한국 게임과 유사하지만 역시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수집형 게임의 장비는 기존의 PC 혹은 콘솔 RPG 문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 마다 무기 / 방어구 / 장신구 슬롯이 있고 무기는 공격력을 주로 올려주며 방어구는 방어력을 올려주는 식이죠. 또한 칼은 물리 속성의 공격력을, 지팡이는 마법 속성의 공격력을 올려준다는 등의 기존의 관습을 통해 아이템의 기본적인 기능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음양사의 어혼 역시 캐릭터에게 장착 / 해제할 수 있고 장착시 캐릭터의 능력치를 더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런 장비에 속합니다만, 기존의 아이템 형태를 중심으로 한 문법이 아닌, 블레이드 & 소울의 보패와 같은 관념적인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장비와 어혼의 차이는 아이콘의 형태가 아닌, 장비가 게임 내에서 의미를 부여받는 체계의 차이입니다. 무기 / 방어구는 자유로운 조합을 전제로 개별 아이템이 독립적으로 완결되어있습니다. 일부 아이템들은 스탯 보너스를 동반한 세트 구성을 가지긴 하지만 모든 아이템이 세트에 속해있는 것은 아니며, 세트 효과 또한 전체 보너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다른 스펙이 동일하다면 세트 효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세트 구성을 선호하겠지만, 효율에 따라선 일부러 세트를 포기하는 상황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블소의 보패나 음양사의 어혼은 태생적으로 어떠한 세트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장 아이콘만 봐도 세트를 상징하는 공통된 그림을 사용해 어떤 세트인지, 같은 세트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그리고 기능적으로도 어혼이 가진 기능의 대부분이 세트 효과에 몰려있습니다. 2피스 효과는 공격력 +18, 치명타 +20%와 같이 단순한 스탯 보너스를 더해주지만 4세트 효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HP가 30% 이하인 유닛에게 50%의 추가 피해, 상태 이상에 걸린 아군의 속도 30 증가 등과 같이 전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더해줍니다. 이렇게 강력하고 개성있는 세트 효과가 횡적으로 넓게 분포되어있기 때문에 어혼은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성을 유지한 채 성능을 강화하는 정도를 넘어서 캐릭터를 다루고 운용하는 방법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전략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지요. 이런 세트 효과의 강력함에 비하면 개별 어혼의 기본 스탯은 비중이 매우 떨어집니다. 우선 세트를 맞춘 이후에 같은 세트의 고등급 / 고레벨 장비로 교체하면서 스펙을 향상시키게 되지요.

보통은 전략의 폭이 넓으면 좋은 게임이라고는 합니다만, 사실 저는 그게 모든 게임이 보편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이런 폭넓은 전략을 재미로 받아들이겠지만, 캐주얼한 사용자들은 재미 보다는 게임의 난이도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가까운 부분유료화 게임에선 전략의 폭을 좁히고 목표와 보상을 더 선명하게 강조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도탑전기류 라거나 쿵푸팬더3 등 이전의 중국식 게임들은 아이템을 아예 갈아끼우지 못하게 하거나, 일렬로 우열을 나눠놓고서는 상위 템으로만 교체 가능하게 하는 등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빨간점만 따라가는 것으로 어려움 없이 성장의 즐거움만 누릴 수 있도록 했지요. 그에 비해 캐릭터에 어울리는 어혼을 찾고, 조합하고 배치해야 하는 음양사는 분명히 난이도가 높습니다. 대신 음양사의 어혼은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장기 운영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 어혼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게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집형 게임을 운영하면서 게임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새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이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성장 구조가 깊을 수록 신캐로의 전환이 힘들기도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계속해서 찍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쌉니다. 사람 손이 많이 가요. 확밀아 같은 카드 게임이야 그림 한두장이 전부였지만, 최근의 스마트폰이 요구하는 퀄리티를 맞추려면 컨셉, 원화, 모델링, 애니메이션 등 각 단계별로 막대한 인력이 투입됩니다.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도 있지만 기획적으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구체화하고 가다듬는 것도 꽤나 비용이 드는 일이죠.

하지만 2D 아이콘 1개와 옵션으로 구성된 어혼은 캐릭터보다 제작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3D 모델을 만들고 리깅하고 애니메이션 입힐 필요도 없고 별개의 연출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음성을 녹음할 필요도 없지요. 과거 확밀아 시대의 카드 게임처럼 컨텐츠 개발 비용이 매우 낮지요. 하지만 음양사의 어혼은 능력치를 담고 있는 컨테이너를 넘어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용법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세트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어혼 즉, 새로운 세트효과를 추가함으로써 게임상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요. 그리고 이 변화는 캐릭터 X 세트효과의 조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곱연산으로 나타납니다. 어혼 1개를 추가하면 기존에 있던 캐릭터 수 만큼의 새로운 조합이 탄생하고, 캐릭터 1개를 추가하면 다시 어혼 갯수 만큼의 조합이 추가됩니다. 개발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성비가 아주 탁월합니다.

어혼이 수집되고 소비되는 과정 또한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템 파밍이라는 것이 랜덤성에 의존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음양사의 어혼 파밍은 이 랜덤성을 극소수의 성공과 대다수의 실패의 이분법으로 나눈 대신 어혼의 종류, 슬롯, 등급, 기본 능력치 등 다양한 층위에 뿌려놓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특정한 어혼 얻기 부터 시작해 세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해당 어혼의 특정 슬롯 얻기, 더 높은 등급의 어혼들로 세트를 채우기, 원하는 능력치를 가진 어혼으로 채우기 등의 순서로 파밍을 완성해나가며 목표를 좁혀나갑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식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과정의 질은 다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부위씩 맞춰나가는 저빈도 고효과의 성장이 아니라 일단 낮은 등급으로 한 세트를 완성했다가 점차 등급을 높여나가고 능력치를 맞추는 등 입문 단계에서 어렵지 않은 작은 성취를 이룬 뒤에 계속해서 목표를 높여나가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는 형식입니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는 어렵게,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캐주얼한 디자인이죠.

새로운 어혼을 추가했을 때의 컨텐츠 수명이 길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대체로 상위권 사용자들이 컨텐츠 고갈을 호소하고 그런 유저들을 위해 신규 컨텐츠를 추가하는데,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여 새 장비를 생산한다거나, 장비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의 게임에선 오히려 그런 사용자들이 축적된 잉여 자원으로 컨텐츠를 빨리 소진시켜버릴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혼은 그런 자원의 직접적인 재활용은 피하고 있습니다. 획득한 잉여 어혼을 다른 어혼의 경험치 재료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없던 어혼을 만들어내거나 어혼의 등급을 올리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상위권 사용자도 새로운 어혼을 얻기 위해선 새롭게 파밍을 해야 하는 것이죠. 상위권 사용자들의 기득권은 고난이도 던전에서 더 높은 등급의 어혼이 나오는 것으로 보장됩니다. 


3-5. 동아시아의 디자인을 망라해 중국식 수집형 RPG를 재정의하다

정리하자면, 음양사는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중국에서 흥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탑전기와는 공통점을 찾기 힘든,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게임입니다. 오히려 중국 밖에서 인기 있는 수집형 게임들의 요소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해낸 게임에 가깝죠. 성장과 그로 인한 보상 상향을 미끼로 장기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중국의 감성을 기반으로 가챠를 통해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판매하는 일본의 판매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게임 내 아이템 드랍을 통해 성장을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한국의 메타 게임 구조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이종교배는 각각의 장점만을 합친 궁극체를 배출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임은 각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있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대상이 정말 작고 독립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요소 하나만 옮겨서는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원래의 구조와 충돌하면서 역효과가 나기 쉽죠. 본질적으로 저렙 지역들이 무인지대로 방치될 수 밖에 없는 WOW의 기본 구조 위에 필드 컨텐츠를 얹었다가 망했던 리프트의 사례 처럼요.

음양사는 길드워2 처럼 기존의 성공한 게임에 차별 요소로서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기보다는 원하는 컨셉을 세우고 그에 맞춰 게임의 구조를 재정의한 쪽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에 대한 성장을 보상으로 제공하면서도 신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장기 운영이 가능한 게임" 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부의 디자인들을 참고한 것이죠. 특히 외부의 디자인을 단순히 이식한 것이 아니라 각 디자인이 갖는 의미와 동작원리를 파악한 뒤에 이를 중국의 토양에 맞게 새로 재구성하고 업그레이드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 수집형 RPG의 장비 처럼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성장을 다른 캐릭터에게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면서도 양의 축적이 아닌 랜덤에 기반한 파밍에 비중을 둔 어혼 처럼 말이죠. 이 바닥에서 정말 찾기 힘든, 레퍼런스의 제대로 된 벤치마킹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6. 한/중/일의 문화 차이

이렇게만 써놓으면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에서도 대히트를 쳐야 할 것만 같은데 실은 중국 외에서의 성과는 중국 내에서의 흥행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긴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일본풍의 그래픽이 한국에선 비호감이었다거나, 진짜 일본인이 보기엔 중국인이 보는 쿵푸 팬더 처럼 어색할 수 있었다는 등의 컨텐츠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시스템 측면에서 보자면 저 대통합 작업이 결국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중국 밖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핵심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꽝들을 소모해 진화로 이어지는 과정은 중국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땐 꽝에 가치를 부여하는 세련된 디자인일 수 있지만, 애초에 꽝은 쓸모 없음을 전제로 당첨되었을 때의 효용을 강조하는 일본 시장에서는 오히려 당첨의 즐거움을 깎아먹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힘들게 혹은 운 좋게 SSR을 얻었는데 이를 전력으로 쓰기 위해선 가챠로 300장의 꽝을 먹어야 한다면 이는 당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빚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스킬 성장의 형식을 띈 한계돌파 또한 SSR 확률이 1%로 낮은데도 2한돌 이상을 요구할 뿐더러, 심지어 특정 스킬 레벨이 올라야만 큰 효과가 나는데 어떤 스킬이 오를지는 랜덤이라 한돌의 천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가혹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로 단련된 중국적 관점에선 끝없는 한계돌파가 당연하고, 심지어 아무 캐릭터에나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인 달마를 공급하는 점이 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의 수집형RPG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저로서는 음양사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를 찾기가 곤란하긴 합니다만 몇가지 의심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 획득이 거의 가챠로 고정되어있고, 저레어 캐릭터로 고레어 캐릭터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실질적인 효용이 없다시피한 도탑전기류의 VIP 시스템조차도 극렬히 비토당하는 시장이니까요. 양보다 랜덤에서 오는 질의 차이에 집중하는 어혼 파밍 또한 노가다에 강한 전투민족인 한국 유저들의 감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겠죠. 한국 수집형 게임들과 음양사에 대해 연구하신 분이 계신다면 첨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창람경계 (아홉번째 하늘)

일본식의 가챠 판매를 중시한 중국산 수집형 게임의 다른 사례로는 창람경계(苍蓝境界)를 들 수 있습니다. 그랑블루 판타지를 연상케 하는, 미려한 일본풍의 그래픽이 인상적인 게임으로 한국에선 아홉번째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죠.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엔 아직 사전예약중이었는데 그 사이 출시되어버렸습니다. 중섭에서 플레이했고, 한국 서비스 개시할 즈음엔 플레이를 중단했기 때문에 디테일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챠 확률이나 금액, 가챠 마일리지 등은 중국 서버 기준입니다. (한국 서버는 가챠 확률이 절반, 가챠 마일리지 샵에서의 마일리지 가격은 2배 정도로 중국 서버보다 더 박합니다.)


4-1. 보다 일본식에 가까운 캐릭터와 메타 구성

창람경계 역시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중국 게임들과 달리 희귀도를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습니다. 희귀도는 일본 게임들처럼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데, 5성은 5성이고 4성은 4성입니다. 4성이 5성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음양사가 일본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어 중국식으로 디자인 된 게임이라면, 창람경계는 일본의 가챠 게임을 기본으로 중국의 감성을 녹여낸 게임에 가깝습니다. 당장 위의 스크린샷에 나온 캐릭터 정보만 보더라도 희귀도 외에 원소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속성 메타, +3 등의 숫자로 표현되는 한계돌파, 직업 구분 등 전통적인 일본의 수집형 가챠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속성 메타와 직업 메타는 이 게임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상단에 표현된 것 처럼 화-수-풍의 가위바위보와 빛-어둠의 상극 구조로 구성된 속성 메타는 게임의 모든 컨텐츠에 적용되어있습니다. 모험 스테이지, 파밍 스테이지, 레이드 등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엔 5가지 속성 중 한가지가 지정되어있으며, 플레이어는 해당 속성에 강세를 보이거나 최소한 열세는 아닌 속성으로 덱을 짜서 도전하게 됩니다. 하나의 덱은 4개의 캐릭터로 구성되므로, 속성별로 유리한 속성 덱을 짜려면 20여개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성급에 의한 구분, 속성 메타와 직업 메타 등으로 다수의 캐릭터가 필요하지만 캐릭터는 가챠를 통해서만 공급 됩니다. 수집 구조가 다소 가혹하긴 합니다만, 최고 등급인 5성의 확률이 3%이며 가차를 구매할 수 있는 유상 재화인 젬을 게임 초반에 상당히 많이 퍼주고 젬 외에 계약소환 이라고 해서 일종의 무료 가챠권이 게임 중 보상으로 종종 공급되기 때문에 무과금이어서 초반에 캐릭터가 없어 덱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무과금으로 속성별 5성덱을 꾸리긴 힘들지만요.


속성 메타 직업 메타가 존재해서 많은 캐릭터가 필요하긴 하지만 성급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의 활용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하루 30번 사용할 수 있는 '성계'라는 컨텐츠가 이를 보완합니다. 소녀전선의 군수지원 처럼 최대 3명의 캐릭터로 조를 짜서 임무를 맡기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속성별 원소의 정수나 경험치 재료, 기타 희귀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컨텐츠인데 성계를 진행중인 캐릭터는 다른 성계에 보낼 수 없을 뿐 일반 던전이나 레이드 등에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군수지원보다 더 캐주얼하며 고급 재료가 드랍되는 컨텐츠의 클리어 진도와 관계 없이 성계 활용만으로 고급 자원이 나오는 성계가 열리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습니다. 각 캐릭터는 특정 성계에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사용하지 못할 저등급 캐릭터라고 해도 성계에서 쓸모가 생깁니다. 또한 한번에 여러 성계 임무를 동시에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등급이 낮더라도 캐릭터가 많으면 한번에 여러 성계를 돌리는 식으로 덜 귀찮아질 수 있습니다.


4-2. 캐릭터의 레벨 성장

창람경계는 특이하게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메인 스테이지와 실제로 성장하기 위해 돌아야 하는 파밍 스테이지가 분리되어있습니다. 스토리 스테이지는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초회 클리어 시에 약간의 젬을 제공하지만 그 외 보상이 빈약합니다. 반복 플레이시 경험치 재료나 속성별 진화재료를 주긴 하지만 소비하는 체력(행동력) 대비 굉장히 적은 양입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1) 스토리 진행 / 2) 성장의 체감 / 3) 무료 젬의 공급 만을 담당하며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는 파밍 스테이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파밍 스테이지는 기본적으로 제일 위의 경험치 재료 파밍 스테이지와 그 아래의 속성별 진화재료 파밍 스테이지로 나뉩니다. 각 스테이지엔 추천 레벨과 속성이 부여되어있습니다. 레벨이 높을 수록 더 강한 적을 상대하고 승리했을 때 더 좋은 경험치 재료나 속성 원소가 드랍되죠. 속성별 원소 파밍 스테이지들은 당연히 해당 속성이 부여되어있고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고 경험치 파밍 스테이지는 속성이 번갈아가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파밍 스테이지는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보다 훨씬 많은 행동력을 소비하는데, 150점을 다 소진하는데엔 약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창람경계는 기본적으로 전투 참여에 대해선 경험치를 지급하지 않고, 게임 중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재료를 소모해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 구성입니다. 하지만 경험치 조달보다도 위 스크린샷에 나온 것 같은 속성별 원소를 얻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각 캐릭터들은 성급에 관계 없이 기본적으로 25레벨이 한계로 잡혀있고, 원소를 사용하는 캐릭터 해방을 통해 이 한계 레벨을 여러 단계에 걸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경험치 재료는 등급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원소는 레벨 개방이 진행될수록 더 상위의 원소를 요구하지만 하위 등급의 원소를 합쳐서 상위 등급의 원소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상위 등급의 원소를 얻기 위해선 캐릭터를 키워서 상위 난이도의 원소 던전을 클리어해야 합니다.


4-3. 장비의 수집과 성장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성장은 속성 원소의 수급에 크게 좌우됩니다. 원소 던전을 클리어해 원소를 얻고, 얻은 원소로 한계 레벨을 개방하고,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상위의 원소 던전에 도전하는 형식을 반복하게 되지요. 하지만 속성의 상관관계가 이 흐름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화 속성 원소 던전은 화 속성이기 때문에 상위 화 원소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선 수 속성 캐릭터를 키워야 하고, 수 속성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선 목 속성 캐릭터가 필요한데 목 속성을 키우기 위해선 화 속성이 필요한 무한 루프에 빠지기 쉽죠. 그래서 존재하는 또하나의 성장축이 바로 장비입니다.

창람경계의 캐릭터는 최대 4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비는 활이나 부적 등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이 형태는 그냥 그림일 뿐 아이템의 유형에 따른 슬롯 제한은 없습니다. 장비 또한 성급과 레벨이 있어 성급과 레벨이 높을수록 성능이 좋습니다. 성급은 획득시에 결정되며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레벨은 장비 경험치 재료를 소모해 올릴 수 있으며 동일한 장비를 소모하는 돌파를 통해 한계 레벨을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수치 보너스 외에 스킬도 부여되어있습니다만, 이 스킬은 장비의 속성과 캐릭터의 속성이 일치해야만 발동되며 다른 장비를 스킬 경험치 재료로 사용하여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즉, 장비는 기본적으로 다른 장비들을 소모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장비를 습득하는 방법은 크게 제작과 레이드로 구분됩니다. 레이드는 고난이도 던전에서만 5성 장비가 드랍되는 반면, 제작은 랜덤하게 최대 5성까지의 장비가 드랍됩니다. 제작에 사용되는 원소는 가장 등급이 낮은 원소들이며, 특별히 상위 원소를 사용해 높은 성급의 장비를 얻는 장치는 없습니다. 따라서 덱의 성장 단계에 따라 레이드와 제작의 비중이 바뀝니다. 게임 초반엔 제작을 통해 얻은 장비로 원소 던전의 진도를 돌파하고 충분히 성장하고 나면 5성 장비가 드랍되는 레이드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죠.


가챠를 통해 뽑은 5성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면 100레벨까지의 육성 자체는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습니다. 특히 덱이 성장할수록 경험치 재료든 원소든 고급 재료가 다량으로 드랍되기 때문에 일단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굉장히 수월해집니다. 캐릭터 육성을 마친 사용자들은 새 캐릭터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장비 파밍을 엔드 컨텐츠로 즐기게 됩니다. 

이 장비 파밍 역시 앞서 언급한 음양사의 어혼처럼 랜덤성에 의한 질적 파밍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속성의 장비를 얻을지는 제작 레시피나 레이드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낮은 성급을 아무리 많이 얻어도 높은 성급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단 5성 장비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5성 장비 중에서도 물공템 마공템 등 장비를 입히고 싶은 캐릭터에 어울리는 장비를 얻어야 하죠. 하나만 뽑아선 한계 레벨이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높은 레벨로 키우기 위해선 같은 장비가 또 여러벌 필요합니다. 아주 고급 사용자라면 스킬에 랜덤하게 부여되는 2개의 부가 효과도 파밍의 대상이 됩니다. 어혼과 같은 세트 효과는 없지만, 어혼 처럼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 까지 계속 파밍을 진행해나가는 구조입니다.

음양사의 어혼이나 창람경계의 장비나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동일합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에 대한 보상 중 일부를 캐릭터에 귀속되지 않고 다른 캐릭터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장비 성급의 수직적 성장을 차단함으로써 저등급 장비를 양으로 채우기 보다는 얻기 어려운 희귀한 장비를 획득하는데 집중시킵니다. 장비가 부족할 땐 저등급 장비도 착용하지만 어느정도 장비가 모이고 나면 저등급 재료는 고등급 재료를 육성하는데 사용하는 재료로 사용되지요. 사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식 가챠 게임의 캐릭터 가챠와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4-4. 일본식의 이벤트 운영

이벤트에 대한 운용도 도탑전기류 게임 보다는 일본식 게임에 가깝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이벤트는 크게 과금을 촉진하는 과금 이벤트와 컨텐츠 플레이 및 리텐션을 강조하는 플레이 이벤트로 나뉠 수 있습니다. 과금 이벤트는 위쪽 스크린샷 처럼 특정 기간동안의 누적 충전한 금액(현금)이나 사용한 젬의 양을 기준으로 기준으로 미션을 걸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플레이 이벤트 역시 주로 기간 한정 미션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좌하단의 스크린샷의 경우 원정스테이지 클리어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우하단의 스크린샷은 이벤트 기간동안 모험 스테이지에서 하단의 4가지 아이템이 추가로 드랍되게 하고, 이 아이템을 모아서 골드나 진화재료, 캐릭터 조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형식입니다. 춘절이나 국경절 같은 대목 시즌엔 전용 컨텐츠를 투입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벤트용 컨텐츠를 추가하기 보다는 있는 컨텐츠를 미션을 통해 활용하는 형식이죠.


반면 창람경계는 일본의 가챠 게임과 유사하게 전용 컨텐츠와 신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이벤트 맵이 새로 생기고, 이벤트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이벤트 스테이지의 드랍도 좋고, 이벤트에서 나오는 토큰으로 보상을 얻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벤트가 진행중일 때엔 파밍 스테이지를 돌기 보다는 이벤트 스테이지를 도는 것이 유리합니다.


특히 이러한 이벤트의 핵심보상으로 4성 캐릭터가 걸려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미 5성 덱을 꾸리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도 저 4성을 수집해야한다는 목표가 부여되고, 무과금 사용자에겐 최고는 아니지만 쓸만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됩니다. 일본식 가챠 게임과 동일한 동작 원리죠. 다만 캐릭터 1개와 맵, 스토리 등 이벤트에서 소비되는 컨텐츠가 크고 아름답기 때문인지 1부에서 예로 들었던 시노마스처럼 끊임없이 공급되지는 않고 월 1회 이하의 빈도로 갱신됩니다.


4-5. 가챠 중심의 판매 전략과 마일리지를 통한 가치 보전

BM 역시 기본적으론 역시 행동력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정량으로 파는 대신 가챠에 집중하는 일본식 게임의 틀을 따르고 있습니다. 도탑전기와는 달리 가챠에선 무조건 캐릭터가 나오며 10연 가챠 혹은 10회 구매에 대한 명시적인 보정은 없는 대신[각주:1] 10연 가챠는 1연 가챠 10개 대비 10%를 할인해주죠. 하단 왼쪽에서 두번째에 보이는, 1일 1회에 한해 매우 소량의 유상 젬으로 단가챠를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 또한 일본의 가챠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옵션입니다. 그리고 일반 가챠 외에 한정 캐릭터가 들어가있다거나 확률에 변동이 있는 스페셜 가챠를 따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러한 스페셜 가챠에는 가격이나 비용 등이 구매 횟수에 따라 변동하는 스텝업 가챠 등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일본식 모델이죠. 장비 가챠가 별도로 있어 효율은 낮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가챠로도 장비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게임에서 보기 드문 요소가 한가지 있는데, 가챠 구매시 사용한 젬 만큼 돌려받는 창옥입니다. 일종의 가챠 마일리지인 이 창옥을 사용하는 상점이 별도로 존재해 5성 장비, 골드, 한계돌파(초월)재료, 스킬 랜덤 변환에 사용되는 황금망치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챠의 최소 가치를 보장하고자 하는 중국적 감성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창옥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치는 보장된다는 것이죠.


4-6. 하지만 가챠 가치 보전 실패

하지만 실제로 가챠 구매시의 만족도가 높냐면 절대로 아닙니다. 일단 저 창옥상점을 제외하면 가챠에서 나온 꽝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합니다. 보통 캐릭터를 가챠로 판매하는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쌓일 수 밖에 없는 저등급의 중복 캐릭터들을 키우고자 하는 캐릭터의 성장 재료로 소모시키는 활용처가 존재합니다. 레벨업 재료로 갈아먹인다거나, 소녀전선의 코어 처럼 공용 한계돌파 재료로 전환하는 식이죠. 하지만 창람경계는 이러한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획득한 캐릭터를 영구히 남아서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중복 캐릭터가 당첨될 경우 무조건 자동으로 한계돌파를 시켜버립니다. 3성을 한돌해봤자 어차피 게임의 핵심인 5성에는 못미칠 뿐더러, 5성이라고 해도 1한돌 2한돌 쌓을 때 오는 체감 효용이 크지 않습니다. 원하는 신규 5성이 아닌 다른 모든 결과물은 사실상 꽝입니다.

캐릭터를 활용할 수 없는 대신 창옥을 주긴 하지만 창옥 상점 또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효용이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한정되는데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볼만한 상품이 많지 않습니다. 골드야 썩어 넘치고, 5성장비라고 해도 속성별로 18개씩 준비되어있는 5성 장비 중에서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2종만을 제공합니다. 캐릭터에 추가 스킬 포인트를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천혜의 열매, 어느 캐릭터든 한계돌파에 사용할 수 있는 각성의 열매, 장비 스킬의 랜덤 항목을 재추첨 시켜주는 황금망치 정도가 그나마 의미가 있습니다. 그나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스킬 포인트건 한계돌파건 랜덤 리셋이건 간에 어느정도 양을 쌓았을 경우엔 그 효용이 나오지만 구매 제한 걸린 횟수 대로 2개 1개 5개 정도로는 써봤자 큰 효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쨌든 청옥상점 밖에선 구하기 힘드니 완전히 무의미하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거죠. 0.1은 0보단 크잖습니까..

문제는 이 구매 횟수 제한이 일단위가 아니라 월단위라는 거지요. 천혜의 열매, 각성의 열매, 황금 망치를 살 수 있는 만큼 다 사도 한달에 청옥 1.4만개에 못씁니다. 아무 5성 한번 볼 때 마다 청옥이 1만개씩[각주:2] 쌓이고, 특정 캐릭터 (주로 신규 한정) 노리고 들어가는 저격 가챠에선 수만개씩 쌓이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극히 일부죠. 가챠를 산 보상으로 주는 창옥이 뭔가 푸짐하게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 영양가가 없습니다. 마치 예전에 콘솔 게임 사면 십수장씩 딸려오던 웹하드 업체들의 10만원권 쿠폰 처럼 말이죠.


특히 위 스크린샷 처럼 가챠 조금 돌렸더니 3성들이 죄다 강제 풀한돌 되어버려 30창옥으로 돌려받기 시작하면 정말 이 게임이 나를 약올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건 중국서버 사정이구요, 한국 서버의 경우 가챠 확률은 더 낮고, 금액 대비 지급되는 창옥은 더 적은데, 창옥 상점에서 상품들의 가격은 더 높습니다...


4-6. 어딘가 빈약한 성장 템포

사실 이런 식의 애매한 보상감은 창람경계라는 게임 전체에 걸쳐있는 굉장히 암울한 특성이기도 합니다. 레벨이든 초월이든 장비 성장이든 간에 각종 성장 컨텐츠들이 여러 단계로 쪼개져있긴 한데 정작 플레이 컨텐츠에서는 난이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자잘한 단계의 성장이 크게 체감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캐릭터 레벨은 처음엔 25가 한계였다가 이후 40, 60, 80, 100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원소 던전의 권장 레벨은 20, 40, 55, 70 입니다. 경험치 재료는 충분한데 레벨 한계 개방을 위한 원소가 부족해서, 단숨에 새 한계 레벨로 치고 올라갈 땐 효용이 느껴지지만 뚫고 난 뒤에 경험치를 먹이면서 레벨을 올려가는 단계에선 그 효용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 단계에서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성장한도를 뚫는 과정은 또 지리합니다. 만땅으로 채워둔 행동력을 원소 던전에 털어붓는데는 5~6판, 물리적으로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렇게 자연회복분을 다 털어넣는다고 충분한 양의 원소가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상위로 갈수록 더 높은 등급의 원소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체감을 강하게 느끼죠. 여기에 플레이타임도 짧으니 게임 플레이가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소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탑전기류 게임도 실질 플레이타임은 짧지만 대신 성장 단계를 촘촘하게 쪼개고, 그에 대응하는 스펙의 컨텐츠를 빼곡하게 배치해서 이만큼 왔고 이만큼 성장했다는 등의 피드백을 꼬박꼬박 주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장비 성장 역시 템포가 지리한 편에 속합니다. 레이드를 통해 장비를 파밍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쾌적한 환경은 아닙니다. 창람경계의 레이드는 오버히트의 레이드와 같이, 본인이 먼저 보스를 때려서 방을 개설하거나, 남이 개설해둔 방에 들어가서 보스를 때리는 형식입니다. 원하는 사람들과만 공유할 수 있는 비밀방을 만들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열려있는 구조이고 한 스테이지에 최대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을 개설할 땐 행동력을 소비하지만, 남이 개설한 방에 참전하는 데엔 아주 소량의 골드만을 소비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러 레이드를 순회하면서 막 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플레이어는 동시에 1개의 레이드 스테이지만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스를 잡아서 클리어되든, 시간 제한에 걸려 실패 처리되든 기존의 스테이지가 끝나지 않으면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1~3위에게만 유의미한 보상이 지급되기 때문에 보스 총 데미지의 20% 이상씩을 깍아내릴 능력이 안된다면 다 잡혀가는 보스에 숟가락 얹고 적은 보상에 만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 20% 30% 씩 깍아낼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발 주자들이 달라붙어주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죠.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도 드랍률이 썩 좋지는 않지만 계속 해야만 하는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은 컨텐츠이고, 그 아래 플레이어들에겐 '이걸 어떻게 하나' 싶은 아주 애매한 컨텐츠입니다. 물론 혼자 돌을 씹어먹으면서 죽은 파티 되살려서 혼자서 돌파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게 레이드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플레이는 아니잖습니까?



4-7. 안하느니만 못했던 '최소한의 중국화'

음양사가 일본식 가챠 게임의 요소를 중국의 기준에서 재해석한 게임이라면, 창람경계는 일본식 가챠 게임에 필요 최소한의 중국적 요소를 선별적으로 추가한 게임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중국적 요소라고 한다면 1) 장기 플레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깊은 성장 단계 / 2) 가챠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했을 때 보장되는 최소한의 가치에 해당하겠죠. 하지만 음양사가 1년 내내 차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2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창람경계는 발매 초기 잠깐 40위권을 유지하다가 금방 광속으로 순위권을 이탈해버렸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역시 '재해석에 기반한 파괴적 창조'과 '원본을 유지한 최소한의 수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창람경계는 검증된 일본식 가챠 게임의 구성을 기반으로 검증된 중국적 요소를 접합시켰지만 그 접합이 굉장히 얄팍합니다. 깊은 성장 단계는 그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의 깊이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일본 가챠 게임들이 컨텐츠들을 듬성 듬성 배치할 수 있는 것은 성장의 깊이가 얕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도탑전기류 게임들의 컨텐츠 난이도가 촘촘하게 빼곡히 배치된 것은 그만큼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인 것이죠. 하지만 창람경계는 성장의 깊이는 깊으면서도 이를 체감할만큼의 컨텐츠를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가챠 구성과 꽝에 대한 보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계 돌파는 깊은데 1~2단계로는 티도 안나고, 그렇다고 최대 10단계까지 파고 들어가자면 확률이 낮아서 엄두가 안납니다. 창옥 상점이 있어 가챠의 최소 가치가 보장된다고는 하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살 물건이 없습니다. 가챠 팔아 돈은 벌고 싶은데 컨텐츠 만드는데 투자하기는 싫고, 뽑아서 손해는 안본다는 느낌은 주고 싶은데 또 막상 파는 입장에서는 손해보고 싶지는 않은, 굉장히 얄팍한 계산이 너무나 눈에 뚜렷하게 보이고 있지요. 이렇게 얄팍하게 배치된 컨텐츠들이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아까 음양사를 길드워2 같은 게임이라고 했는데, 창람경계는 그보다 1년 먼저 출시했다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Rift를 연상시킵니다. 기본 시스템은 검증된 베스트 셀러인 WOW를 그대로 차용하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 요소로 필드 컨텐츠를 더해서 Post-WOW 자리를 노리겠다는 나름 훌륭한 전략을 세웠으나, 지역을 '소모'하면서 지나간다는 WOW의 기본 한계에 부딪혀 필드 컨텐츠가 죽어버렸던 비운의 게임이죠. 나무를 심으려면 땅을 파야 하는 겁니다. 그냥 줄기를 잘라다가 땅에 꽂는다고 뿌리가 돋아나진 않는 법이죠.



5. 영원한 7일의 도시

한편 본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소개한 바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이하 영7) 또한 수집형 게임으로써 기존의 도탑전기에서 벗어난 BM과 메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디테일은 이전의 포스트를 참조하시고, 중요한 부분만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5-1. 3중으로 구성된 캐릭터 메타와 그를 활용하는 컨텐츠들

수집형 게임으로써 '수집'을 강조하는 방법엔 2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음양사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메타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전제로 한 최강 덱 조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창람경계는 일본 게임들 처럼 가시적인 속성 메타를 중심으로한 캐릭터 풀의 확장을 강조하고 있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영7은 속성 메타를 강조하는 일본 게임에 가깝습니다.


영원한 7일은 굳건함(刚) > 기교(巧) > 영민함(灵) > 굳건함(刚)으로 이어지는 3색의 가위바위보 속성 메타를 기본으로 클래스 조합에 의한 메타, 공격 속성 조합에 의한 메타 등 3중의 메타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컨텐츠에 3종 중 1종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부여되고, 3개 캐릭터로 파티를 꾸리기에 3속성 X 3직업군 = 9종의 주력 캐릭터를 확보할 것을 요구합니다.

출시 이후엔 특정 직업군으로 플레이 할 때 더 유리하다거나,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더 유리하다는 식으로 캐릭터 풀의 확장에 더 많은 비중을 주는 컨텐츠가 추가되어왔습니다. 관련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트로 이미 발생하였으니 해당 포스트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 - 캐릭터 수집을 강조하는 수평성장 컨텐츠들


5-2. 가챠 중심의 캐릭터 획득과 성급 성장

앞서 소개한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영7 역시 주력 상품인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가챠로 한정하고 있습니다.일부 캐릭터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혹은 고스펙을 요구하는 컨텐츠의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그 종류와 수량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루트는 가챠이며, 게임에서 지급하는 주된 보상 또한 가챠권 혹은 제한적으로 가챠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화폐들입니다.

각 캐릭터는 처음 획득될때의 등급(이하 태생등급)이 C < B < A < S 의 4단계 중 1개로 정해져있습니다. 라이유이는 태생 S급, 카지는 태생 C급 이런 식이죠. 등급을 통해 캐릭터의 우열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희귀하지만 등급이 높은 캐릭터를 뽑도록 유도하는 것은 캐릭터를 주력 상품으로 삼아 가챠로 판매하는 수집형 RPG의 일반적인 문법이며, 가챠를 시간단축 서비스로 판매하는 도탑전기가 앞서 언급한 음양사 / 창람경계와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처음 타고날 때의 등급이 달라도 모든 캐릭터들이 최고 등급인 S급과 그 너머의 신기 30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고 일단 같은 등급에선 캐릭터가 대등한 성능을 지닌다는 부분에선 도탑전기류 게임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물론 나루토나 콘트라 리턴, 에반게리온 파효 등 캐릭터에 태생 등급을 구분하는 도탑전기류 게임도 있었습니다만, 등급 성장에 들어가는 자원 구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성급 성장은 개별 캐릭터 전용 조각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조각은 보너스 개념으로 굉장히 드물게 공급되죠. 그래서 나중에 추가된 신캐를 획득한다고 해도, 성급 성장에 필요한 해당 신캐의 조각을 다량으로 수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신캐를 키워서 전력으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해당 신캐 조각이 나오는 스테이지는 없거나, 있다고 해도 굉장히 고스펙에 배치되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설령 스테이지에서의 조각 파밍이 가능해도 하루에 최대 3개 정도 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요구되죠. 조각을 모으기 위해 가챠를 돌릴 수도 있지만, 가챠의 특성상 원하는 신캐의 조각만 얻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신캐 조각을 얻는 동안 이미 성급이 높은 기존 캐릭터의 조각을 더 많이 얻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캐는 기존 캐보다 뒤쳐지게 됩니다.


반면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성급 성장은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조각인 영혼 파편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히려 특정 캐릭터의 육성에만[각주:3] 사용할 수 있는 특정 캐릭터 영혼 파편이 보너스 개념으로 이벤트나 업적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급되지요. 영혼파편은 게임의 일간 컨텐츠를 플레이를 통해서도 일정량 얻을 수 있지만 가챠에서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가 중복 당첨되었을 때 대량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중복된 캐릭터의 등급이 높을 수록 많이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이 무한히 이어지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성장급 성장 상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잉여의 영혼 조각이 축적되고, 이를 신캐의 성급 성장 재료로 사용해 신캐를 얻기만 하면 바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격 가챠에서 대량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중복 당첨에서 만능조각인 영혼파편을 지급한다는 부분 또한 눈여겨 봐야 합니다. 가챠에서 다량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꽝'을 수직 성장의 귀중한 재료로 사용해 가챠의 최소 가치를 높인다는 방향성은 음양사와 유사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영7쪽이 보다 세련되고 캐주얼합니다. 음양사는 성급 성장에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성급 성장의 대상이 되는 고등급의 신캐도, 재료로 사용할 꽝도 파티에 넣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올라야 성급을 성장시킬 수 있지요. 영7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어있습니다. 신캐의 레벨은 플레이어의 계정 레벨에 맞춰지기 때문에 굳이 데리고 플레이할 필요도 없고, 영혼 파편 역시 수량만 맞으면 계속해서 밀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축적한 자원을 밀어넣어 순식간에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문법은 오히려 도탑전기나 음양사보다는 하얀 고양이 프로젝트와 같은 일본 게임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5-3. 성급 성장을 통해 적은 수의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

태생 등급은 다르지만 등급을 성장시킬 수 있고 등급이 같으면 성능이 대등해지는, 일본식 가챠와 도탑전기가 묘하게 섞인 이러한 구조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수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7은 음양사보다도 메타 구조가 강조된 게임입니다. 이런 다층 메타를 통해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수집형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그 메타를 받쳐줄 수 있는 많은 양의 캐릭터를 필요로 하지요. 3속성에 6개 직업이니 최고 등급에 18종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직업을 근접 / 원거리 / 보조 이렇게 3개의 직업군으로 압축해도 최소 9종의 캐릭터가 필요하지요. 이는 최고 등급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이며, 그 아래 등급을 채우기 위해선 그보다 2~3배씩은 더 많은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영7이 주력 상품인 캐릭터의 생산 단가가 꽤 비싼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당장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고품질의 3D 그래픽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합니다. 이정도 퀄리티면 외주로는 기대할 수 없거나, 자체 제작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을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액션 RPG라는 장르 또한 비용을 높입니다. 음양사나 창람경계와 같이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턴제 게임들은 기본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파라미터 조합과 이펙트를 바꿔가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수월합니다. 하지만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액션RPG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캐릭터를 기획하고 구현하는데 많은 자원이 소모됩니다. 일반적인 2D 일본 게임 처럼 SSR 미만은 버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값 싸게 찍어낼 수가 없는 환경이죠.

이렇게 캐릭터 제작 단가가 비싼 3D 게임에서 캐릭터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그동안 여러가지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양산형 캐릭터들을 가챠에 포함시키는 게임도 있었고, 붕괴 3rd처럼 하나의 Asset을 기반으로 약간의 변종을 만든 뒤 속성을 달리 배치해 별도의 캐릭터로 취급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혹은 우타 마크로스처럼 3D 캐릭터와 가챠로 구입하는 게임 토큰을 별개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들은 뽑아봤더니 몬스터가 나오더라, 이미 갖고 있는 것과 거의 똑같이 생긴 물건을 다른 물건이라고 팔더라, 뽑는 건 숫자가 적힌 그림이더라 이런 식으로 가챠로 캐릭터를 뽑는다는 재미가 일부 퇴색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처럼 캐릭터의 매력과 상품성이 확실하다면 카드 그림만 바꿔도 잘 팔립니다만 이는 굉장희 희귀한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영7은 성급 성장을 열어둠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합니다. 태생 등급이 낮은 캐릭터도 성급 성장을 통해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와 대등한 성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의 캐릭터로도 다층적인 메타 구조를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의 가치를 낮추진 않습니다. 일단 성급 성장에서 많은 자원이 소비되기 때문에 높은 등급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원을 많이 절약해줄 뿐더러, 수치적으로는 대등하더라도 막상 캐릭터를 사용해보면 스킬 구성 등의 차이 때문에 역시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가 더 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중복 당첨되었을 때에 더 많은 자원을 지급해주기도 하구요. 따라서 성급 성장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과는 별개로 높은 등급의 캐릭터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낮은 확률을 배당받을 명분을 확보합니다.


5-4. 레벨 공통화로 캐릭터 활용성 증대

성급 성장은 돈의 힘으로 금방 극복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돈만 내면 무조건 캐릭터를 최고로 성장시킬 수 있다거나, 돈을 내지 않으면 아예 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가챠 게임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없고, 플레이가 유도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과금 또한 제한됩니다.

캐릭터의 성장이라고 하면 보통 캐릭터의 성장과 장비에 의한 성장 2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그 효과가 정해져있는 확정적 성장 컨텐츠인 반면 후자는 랜덤하게 취득하는 성장 컨텐츠입니다. 또한 전자는 캐릭터에 귀속되어 타 캐릭터에 이전시킬 수 없지만 후자는 원하는 캐릭터에 넘겨줄 수 있는 성장 컨텐츠라는 차이도 있지요.


캐릭터 성장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는 캐릭터 레벨에 의한 성장이 될 것입니다. 최근의 게임들은 세션에서 얻는 경험치로 캐릭터를 직접 성장시키기 보다는 경험치를 넘겨줄 수 있는 자원 형태로 지급하여 새로 얻은 저레벨 캐릭터로 굳이 플레이하지 않아도 되는 추세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래서 플레이를 강요하는 음양사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비판했죠), 영7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캐릭터의 레벨 성장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레벨도 있고, 레벨이 오르면 능력치가 오르긴 하지만 이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없이 그냥 플레이어 계정의 레벨에 맞춰버립니다. 마치 KOTOR나 매스 이펙트 같은 게임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은 동료 캐릭터들도 플레이어 캐릭터와 함께 레벨이 오르는 것 처럼 말이죠.

플레이에 참가시킨 캐릭터에게만 경험치를 주든, 경험치를 자원 형태로 공급해서 원하는 캐릭터에 투자하게 하든 본질적으로 캐릭터 별로 경험치와 레벨을 따로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성장 컨텐츠이며 그 결과 자원을 많이 투입한 캐릭터와 적게 투입한 캐릭터 간에 전력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 전력차를 당연한 게임의 규칙으로 정의합니다만, 영7은 수집한 신캐의 활용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게임입니다. 신캐를 열심히 잘 팔기 위해선 돈 들여 얻은 신캐의 강력함을 금방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캐릭터 레벨을 플레이어 계정 레벨과 동기화시킨 것은 오래 플레이한 것에 대한 누적 보너스로서의 성장을 부여하면서도 신캐의 활용성을 높이는 괜찮은 방안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행동력을 추가로 구매해 경험치를 몰아주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 구조도 영향을 줬겠지요.


5-5. 컨텐츠 고갈을 극도로 억제한 장비 성장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던 레벨 성장과는 달리 장비 컨텐츠는 다른 게임들 처럼 1개의 장비를 1개의 캐릭터가 장착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험치 - 레벨은 캐릭터에 귀속되어 다시 회수할 수 없지만 장비는 기존 캐릭터에게서 벗겨서 신캐에 끼워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 장비를 통한 성장이 실질적으로 플레이를 통한 성장의 핵심축이 됩니다. 하지만 장비의 획득 경로와 성장 방식에 있어선 다른 게임들과 다소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장비에 무기, 방어구, 장신구 이런 구분이 없다는 겁니다. 유형 구분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슬롯에 대한 구분도 없죠. 그냥 아이템마다 코스트가 정해져있고, 캐릭터 마다 정해진 코스트 범위 내에서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실체가 있는 Equipment가 아닌, 가상의 능력치 컨테이너로 간주하고 있는 점은 같은 제작사의 음양사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음양사가 장비 파밍의 '완성'을 전제로, 캐릭터의 수직 성장과 장비의 수직 성장이 서로 선순환을 이루게 한 것과는 반대로 영7의 장비 컨텐츠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되며 고갈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면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에 도전하고,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에선 더 나은 보상이 지급되고, 다시 그 보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는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검증된 모델이긴 합니다만, 장기 운영이라는 측면에선 컨텐츠의 소비가 계속 가속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 높이 성장한 유저가 더 좋은 장비를 더 많이 획득하기 때문에 컨텐츠를 더 빨리 소진시키는 것이죠. 동일한 자원을 투입했을 때 상위권 고인물보다 하위권이 더 큰 효용을 누릴 수 있어야 최상위층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소모시키면서도 하위권을 계속해서 중상위권으로 올려 정착시킬 수 있는데, 이런 가속 구조는 반대로 최상위권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의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영7은 수직 성장과 장비 파밍을 분리함으로써 이 컨텐츠 고갈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장비가 드랍되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수직 성장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어떤 컨텐츠를 플레이하더라도 장비 파밍의 질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획득한 장비를 소진시키는 합성 과정을 통해서만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오래 플레이한 사용자는 더 많은 장비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장착함으로써 더 나은 능력치를 부여받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득권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합성은 재료로 사용된 4개의 장비 중 1개를 승급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가 추가되어도 기존의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가 이를 소진하는데 동일한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이런 승급 구조는 장비 컨텐츠의 소비 속도에 대한 가속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원하는 아이템을 모두 얻어서 가장 높은 등급까지 끌어올리는 파밍의 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에 영7은 합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인 금색에 다른 금색 장비를 재료로 소진하여 기본 능력치(세련) 혹은 추가 능력치(돌파)를 랜덤하게 리셋시키는 컨텐츠를 배치함으로써 장비 성장의 끝을 지워버립니다.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그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아무리 많이 시도하더라도 기존의 결과가 누적되진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끝없이 재료를 소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랜덤이기 때문에 해당 단계에 막 진입한 뉴비에게도 기회는 열려있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랜덤이기 때문에 유저간 전력차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장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의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영원한 7일의 도시 - 실질적인 다양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장비 성장 체계



5-6.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힘든 플레이 컨텐츠 구조

앞서 살펴본 것 처럼 성급 성장, 장비 성장, 레벨 성장 등 각각의 성장축의 디자인 자체도 굉장히 특이합니다만, 사실 영7의 성장 구조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그러한 성장과 게임 컨텐츠와의 관계입니다. 지속적인 플레이와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성장과 컨텐츠를 연결짓는 다른 대부분의 게임들과 달리, 영7은 대부분의 컨텐츠에서 성장을 분리시켰거든요.

당장 메인이 되는 스토리 모드의 전투 스테이지의 몹들도 게임을 계속 진행해나가다보면 조금씩 강해지긴 하지만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해선 더 성장하라는 식의 장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자연히 오르는 레벨 기반으로 적당히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장비를 파밍하는 코옵PVE인 시공난류나 레이드도 플레이어 스펙에 맞춰서 파티를 맺어주고 스테이지 난이도도 그에 맞춰 설정됩니다. XX 장비를 얻기 위해선 AA 레이드를 깨야 하는데 AA 레이드를 깨기 위해선 YY 장비 셋을 맞춘 6성 캐릭터 몇개가 필요하다 뭐 이런 게 없어요. 플레이어는 그냥 언제나 적당히 깰 수 있는 스테이지로 보내집니다. 랜덤한 도전 과제가 나오는 딜 측정 컨텐츠인 흑문 시련은 0에서 시작해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컨텐츠로 스펙을 올리면 더 멀리까지 가서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점수에 따라 보상이 올라가긴 하지만 그 변별력이 굉장히 미미하지요. 수직 성장 컨텐츠는 있는데, 수직 성장을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플레이 컨텐츠는 없는 묘한 게임입니다.[각주:4]



유일하게 수직 성장을 요구하는 컨텐츠로는 '기억 전당'이 있습니다.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기억' 들이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있어서 기억의 흐름에 따라서 또한 한 기억 내에서도 스테이지의 흐름에 따라 요구 스펙이 점점 증가하는 구성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예로 들자면 좌상단의 '플로라의 기억'을 깨야 하단의 '웬지의 기억'이 열리고, 우측의 '베라의 기억'은 플로라를 깬 상태에서 '베라'의 스토리를 클리어해야 열립니다. 이 순서에 따라 베라 > 웬지 > 플로라 순으로 요구 스펙이 높아지고 각각의 기억 내에서도 1스테이지부터 10스테이지까지 요구 스펙이 점차 증가합니다.

각 기억의 10개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해당 캐릭터나 해당 캐릭터의 스킨을 얻는데, 이 캐릭터와 스킨은 가챠로도 얻을 수 없고 오직 기억 전당의 클리어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는 일반 플레이는 캐주얼하게 즐기면서 이 기억전당의 유니크한 보상을 통해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수직 성장을 체감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기억 전당이 수직 성장의 보람을 느끼는 컨텐츠라기 보다는 오히려 수직 성장의 정체감만 느끼는 컨텐츠로 동작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억전당 초반부는 요구 스펙이 조금씩 늘어나며, 이는 초반의 레벨업과 성급 성장으로 쉽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요구 스펙의 격차가 커지는 반면 성장은 둔화됩니다. 성급 성장은 가챠로 금방 고갈되어버리고 레벨업과 장비 성장으로 스펙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둘 다 일간 플레이 횟수와 획득량이 제한되어있고 성장에 의해 보상이 늘어나지 않는 구성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성장 정체에 빠지는 반면 사용자 입장에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수직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 자체는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에선 굉장히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컨텐츠의 반복 가능성과 보상 구조에서 영7의 기억 전당은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이미 클리어했거나 클리어할 수 있는 컨텐츠에선 계속해서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단지 다음 스테이지를 깨서 더 나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못할 뿐이죠. 하지만 영7의 기억전당이 주는 보상은 클리어 할 때 한번만 주어집니다. 보상을 한번 받고 나면 그 스테이지는 더 이상 플레이할 수도 없고 보상을 받을 수도 없어요. 성장의 결과에 대한 보람은 휘발되어버리고 계속해서 깨지 못해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경험만 남게 되는 거지요.

수집형 게임으로써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에 집중한다는 방향 자체는 일본의 가챠 게임을 어느 정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본 게임들도 플레이의 누적이 게임 내에서의 나은 보상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고 난이도에서 나오는 보상이면 신캐를 금방 키울 수 있고, SSR을 적당히 가지면 최고 난이도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으며, 최고 난이도의 컨텐츠를 추가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을 뿐이지 성장에 대한 댓가는 착실하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영7처럼 극단적으로 성장과 보상의 루프를 날리진 않았어요.


5-5. 성장과 무관한 이벤트 구성

성장은 있으나 성장을 부추기지 않는 이 묘한 감성은 이벤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중국의 도탑전기류 게임과 일본의 가챠 게임은 이벤트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상이합니다. 앞서 몇번 말씀드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기존 컨텐츠를 활용하는 추가 미션 형식입니다.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기간 한정으로 제공되는 번외 추가 컨텐츠이며, 특히 이벤트의 빠른 클리어를 통해 성장의 보람을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와 같은 중국산 칸코레류 게임의 경우엔 성장이 도움을 주는 추가 번외 컨텐츠라는 점에선 일본 게임과 유사합니다만 값싸게 만들어 빨리 소비시키는 단기 컨텐츠가 아니라 몇달에 한번 대규모 사이즈로 투입되어 개발사도 유저도 가진 자원을 왕창 태워버리는 초대형 스케일이라는 점에선 약간의 차이가 있지요.


영원한 7일의 도시도 출시 1개월 정도 경과한 이후부턴 계속해서 최소 1개의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만, 이벤트의 성격에선 앞서 언급한 중/일/칸코레류와는 조금씩 중첩되지만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이벤트에 고유한 이야기가 걸려있고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보상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벤트에 대한 고유한 컨텐츠가 존재한다는 점은 일본식에 가깝습니다. 위 영상은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 이벤트인데요, 콜라보 전용 컨텐츠가 있고, 이 컨텐츠를 플레이 해 얻는 보상을 쌓아올려서 최종적으로는 한정 캐릭터인 긴타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2종의 콜라보 캐릭터는 가챠에서만 나오지만 긴타로는 이벤트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에서 수직 성장의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일/칸코레류 등 어느 쪽과도 구분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전투가 중간 중간 끼어있긴 하지만 전투 자체가 메인 컨텐츠는 아닙니다. 자연회복되는 이벤트 행동력을 소비하는 액션을 통해 이야기를 보고 보상을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투는 그 과정에 양념처럼 들어가있을 뿐, 전투 난이도가 이벤트의 진행을 가로막는다거나 고난도 전투에 도전해 더 나은 보상을 받아 이벤트를 빨리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슈타게 콜라보 이벤트가 난이도/보상을 나눴으나 그 변별력은 미미했습니다.) 이벤트 조기 완료의 열쇠는 플레이어의 성실성입니다. 이벤트 행동력을 돈으로 살 수 없고, 6~8시간 분량 이상으로는 쌓이지 않기 때문에 상한을 초과되어 날리는 분량 없이 계속해서 행동력을 써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벤트 구성들은 기본 상설 컨텐츠가 비교적 느리게 추가되며 빨리 소진되는 와중에 계속해서 접속해서 플레이하며 놀 거리를 던져주며 그 보상으로 아직 성장이 더딘 무과금, 저과금, 뉴비들을 끌어올리고는 있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성장에 대한 보람을 체감하지는 못하게 한다는 점에선 일본 게임과 큰 차이가 있지요.


5-7. 게임이라기 보단 전자 피규어 전시장과 같은 구성

개발사 입장에선 이 게임을 수집형 액션 RPG가 아닌 연애 어드벤쳐 게임으로 봐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 관점에서 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합니다. 매 달 1개의 스토리라인과 3개의 엔딩(퍼펙트 엔딩, 해피 엔딩, 실패 엔딩)이 추가되는 페이스인데 그래봤자 2~3일이면 공략이 나오고 금방 고갈되어버립니다. 이론상으로는 게임 시간 1일치 분량의 행동력을 얻는데 물리적 시간으로 1일이 걸려 2개 엔딩을 보는데 보름이 소비되어야 하지만 이벤트 등으로 행동력이 추가 공급 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빨리 스토리가 고갈되는 것이죠.

사실 스토리 컨텐츠가 고갈되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을 왜 계속 플레이해야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캐릭터 레벨이든 장비든 게임을 플레이 하면 그 결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장치는 존재하는데, 이 장치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면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올라가고 장비가 쌓여서 조금 강해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어차피 성장이 스토리 진행을 가로막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플레이 했건 하지 않았건 새로운 스토리를 보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파밍 컨텐츠인 시공난류 역시 자동적으로 나와 유사한 전투력을 가진 파티와 함께 오토로 컨텐츠가 술술 깨지죠. 랜덤한 도전과제가 나오는 딜 측정 컨텐츠인 흑문 시련에선 성장이 느껴지긴 하는데 보상의 변별력이 약하기 때문에 스펙을 높여서 고득점을 올리고 랭킹에 올라갈 필요성은 적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7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전자 피규어 전시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매 달 새로 나오는 캐릭터가 이뻐서 갖고 싶고, 30~50만원 정도 들여서 뽑으면 며칠 갖고 노는 재미는 있지만 그 '갖고 놈'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죠. 지속적인 성장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 중국 게임은 물론이고, 수집에 의미를 두는 일본 게임과 비교해도 수집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발매 초반 30위권에 머무르다 미쿠 콜라보로 10위권 안쪽까지 찍었음에도 이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신캐 나올 때만 40위권 정도에 하루 이틀 머무르고 있는 지금 성적이 이런 컨텐츠 구성이 갖고 있는 한계를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5-8. 수직 성장 컨텐츠의 강화

그런 문제를 인식한 것인지, 2월 이후의 업데이트에선 수직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능력해방' 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캐릭터마다 생명력, 공격력(물공캐는 물공, 마공캐는 마공), 방어력(물방마방 공통) 세가지 항목에 대해 레벨이 존재합니다. 각 항목에 대응하는 재료를 소모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그에 따라 캐릭터 능력치도 더해집니다. 그리고 세 항목 모두 현재의 단계에서의 만렙을 찍으면 다른 희귀 자원을 소비해 다음 해방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능력해방에 쓰이는 자원은 요일 던전을 통해 수급하도록 구성했습니다. 3가지 능력치는 각기 3개의 속성에 대응하고 매일 그 중 한 종류의 속성 던전이 오픈됩니다.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수록 더 많은 양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만 속성별 3캐릭씩만 있으면 되고 난이도 상한이 높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하드코어한 컨텐츠는 아닙니다. 특히 이 요일 던전은 랜덤하게 절차적으로 생성되도록 하여 반복에 의한 피로를 덜 느끼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템 파밍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단 여러 캐릭터가 같은 장비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이전엔 일반적인 다른 게임들 처럼 1개 장비를 1개 캐릭터에만 장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비 파밍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돈을 마구 쏟아부어 가챠에서 장비를 왕창 뽑아내지 않는 한, 소수의 주력 캐릭터에만 좋은 장비를 채울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젠 여러 캐릭터가 같은 장비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종류별로 1개씩만 최고 등급으로 키워내는 것으로 장비 파밍의 양이 줄었습니다.


대신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가 강화되었습니다. 캐릭터 전용 장비 자체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주로 신캐 출시에 맞물려서 해당 캐릭터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는 특수 효과가 붙은 전용 장비를 가챠 구입에 따라오는 마일리지 포인트나 이벤트 보상 등으로 지급했죠. 이 전용 장비를 모든 캐릭터에 확대 적용하면서, 전용 장비 성장 시스템을 추가하였습니다. 장비 자체의 레벨 외에 전용 장비 싱크로 레벨에 따라 특수 효과가 더 증가하거나 추가되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에 나온 긴타로의 전용 장비의 경우 기존엔 공격시 일정 확률로 위성 레이저 공격을 발생시키는 효과만 붙어있었었습니다만 개편 이후엔 해당 효과를 싱크로 1레벨에 부여하고 싱크로 2레벨이 되면 기존 효과에 더해서 교체 에너지를 사용해 이 캐릭터로 전환될 때 4초간 소유한 신기사의 데미지를 20% 올려주는 효과가 추가됩니다. 싱크로는 9단계까지 있으며 성장시킬 수록 더더욱 강해집니다. 싱크로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는 캐릭 전용 장비 조각을 소비해서 획득할 수 있는데 다른 캐릭 전용 장비의 조각을 소모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만 동일 캐릭터 장비의 조각이나 만능 장비 조각을 사용하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퍼즐 앤 드래곤에서 같은 속성의 몬스터를 재료로 쓰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전용 장비와 짝을 맞추는 컨텐츠로는 고난도 레이드인 시공안개가 추가되었습니다. 3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3명의 신기사를 데리고 들어가는 컨텐츠로 랜덤한 장소에서 열리는 문을 닫는 최훼흑문(위 영상), 3방향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아내는 은정시공, 상자를 호위하는 수심정광 3가지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3가지 스테이지 X 3가지 속성으로 총 9개 조합 중 1개가 매 주 로테이션 되면서 제공됩니다. 3개 스테이지 모두 중간 과정에서 스폰되는 적의 종류와 위치 등에 요소에 랜덤한 변수가 많이 섞여있어 동일 스테이지를 반복하더라도 플레이 경험에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3개 스테이지 모두 최종 보스는 동일하지만 보스 패턴이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여전히 도전적이며, 각 스테이지의 맵 형상에 의해 공략법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만신전과 마찬가지로 여러번 반복하더라도 반복 피로를 느끼기 힘든 구성이죠.


시공안개는 보통 - 어려움 - 악몽 - 지옥의 4가지 난이도로 나뉘며 난이도에 따라 특정 캐릭 전용 장비 혹은 만능 장비 조각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시공 포인트를 차등 지급합니다. 지옥 난이도에선 판당 2500점 가량이 지급되어, 일주일 한도인 10판 클리어하면 전용 아이템을 1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 편차가 큰 만큼 보상 편차도 커서 악몽 난이도는 판 당 1500점 가량을 지급합니다. 성장과 보상의 루프를 이전보다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이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는 게임의 수익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단 특정 캐릭 전용 장비 가챠가 추가되었습니다. 장비가 꽝으로써 섞여나오던 일반 가챠와 달리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 혹은 그 조각이 드랍되기 때문에 시공 안개에서의 시공 포인트 수급이 갑갑한 사용자들을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그리고 캐릭터 전용 장비의 등급 성장 또한 매출 견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전용 장비는 보라색이며  합성 재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전용 장비의 패시브 효과는 특수 효과로 취급되기 때문에 코스트 대비 능력치가 일정 수량 낮게 책정되어있는 데다 기본 등급도 보라색인 상태에선 일반 금색 장비보다 전투력이 떨어집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캐릭터 전용 장비도 금색으로 승급시켜야 하는데 캐릭터 전용 장비는 '합성'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진화'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진화는 희귀 아이템을 갈아서 획득할 수 있는 희귀재료 혹은 가챠를 7개 구입할 때 마다 얻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소진합니다. 희귀 아이템을 빠르고 쉽게 얻는 법은 가챠이고, 마일리지 포인트를 입수하는 방법도 가챠입니다. 매 달 30~50만원으로 신캐 뽑고 나면 살 게 없는 게임에서 새로운 '지를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한편 수직 성장 컨텐츠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수직 성장 컨텐츠인 기억 전당에도 약간의 개선이 있었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일정량 수치를 올려주는 버프가 붙도록 한 것이죠. 이는 유저 개인이 느끼는 정체감을 일정 부분 덜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 전당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캐 / 스킨을 즐길 수 있는 유저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비싸게 제작한 신캐 / 스킨의 활용성을 높입니다. 여기에 물리적인 시간을 장벽으로 세움으로써 핵과금 고인물의 기득권도 설득력있게 보호해주면서 말이죠.


5-9. 수집형 게임에 대한 실험은 현재진행형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여러모로 굉장히 특이한, 실험적인 게임입니다만 이 실험은 결국 생산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고퀄리티 3D 게임을 어떻게 하면 장기간에 걸쳐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장기 운영이라는 측면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유저 성장의 양극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이 아닌, 수평 성장 중심의 수집 게임이라는 방향이 도출됩니다. 컨텐츠 생산 비용 문제는 캐릭터의 성급 성장을 뚫어서 활용성을 높이고 플레이 컨텐츠는 절차적으로 생성시키거나 절차적으로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해결하지요. 수직 성장의 스트레스가 낮기 때문에 컨텐츠에 대한 기대 또한 낮다는 것도 컨텐츠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지요.

첫 달 이후 200위권 밖에서 돌다 신캐가 가챠에 포함될 때에만 이틀정도 50위권 안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도가 시장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나 MMORPG의 흥행을 보면 중국 시장은 수평 성장 보다는 수직 성장의 즐거움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네요. 물론 수집형 게임인 FGO는 중국에서도 신 가챠 투입시 2위까지 오르곤 합니다만 그건 깡패 IP를 끼고 있으니까 예외로 쳐야겠죠.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단 6개월 사이에 게임이 수직 성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180도 바뀌었거든요. 오픈 스펙과 비교하면 거의 리부트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변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컨텐츠와 자원이 추가되고 게임을 운영하는 메타가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가진 자산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따라오지 못하면 뒤쳐진다거나, 모아뒀던 것들이 무가치하게 되는 일 없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컨텐츠들이 늘어났고 이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향이 바뀌었어요.

사실 신캐 가챠가 유일한 소득원인 상황에서 돈만 생각한다면 훨씬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캐릭터를 더 많이 파는 것입니다. 오픈 이후 1개월에 한번 3개 정도의 캐릭터가 추가되고 이 중 2개가 가챠에 배당됩니다. (1개는 기억 전당 보상으로 풀립니다.) 문제는 가챠에서 이 신캐 2종을 획득하는데 드는 30~50만원 정도 되는데 이 이상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이죠. 더 많은 캐릭터를 더 자주 가챠에 추가하면 매출은 오릅니다. 기억 전당에 얹을 캐릭터를 가챠에만 넣어도 신캐 올클리어 비용이 올라갑니다. 혹은 2~3마리를 한꺼번에 넣을 것이 아니라 2주 단위로 흩어 넣어도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저항이야 있겠지만 복잡한 속성-직업 메타가 있기 때문에 파워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서도 상품 가치를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넷이즈는 이런 쉬운 길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캐릭터를 뽑아서 갖고 논다는 핵심 컨셉은 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그 위에 수직성장을 자연스럽게 얹어놓고 있어요. 혹은 수직 성장이 원래 컨셉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전용 장비만 하더라도 돈만 생각한다면 능력치를 강하게 설정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오히려 능력치는 낮춰 잡고 다양한 패시브 효과로 원래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돈만 놓고 본다면 넷이즈 같은 거대 기업이 2차원 게임이라는 니치 마켓에 뛰어든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믿을만한 IP도 없이 말이죠.(텐센트는 전격문고와 계약해 전격문고: 영경교조 电击文库:零境交错를 준비중이고 넷이즈는 이미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魔法禁书目录)을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를 사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실험 프로젝트라고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도탑전기류는 물론 음양사와도 다른,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수집형 게임의 디자인을 라이브 상에서 테스트하고 수정해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죠. 어차피 돈은 몽환서유와 음양사가 넘치도록 벌어주고 있으니까요.

영7은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사랑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도 재미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디자인 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이를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한국 서비스가 개시되는 만큼 다른 분들도 한번 이 실험의 관찰에 동참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6. 정리

이상으로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하지 않은 중국의 수집형 RPG 게임 3종의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 게임들은 캐릭터의 수집 경로를 가챠로 한정하면서 등급을 강하게 구분짓고, 캐릭터의 수직 성장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둬서 지속적으로 퉁비하는 새 캐릭터를 판매하며, 플레이를 통한 수직 성장으로 장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공통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각기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창람경계의 경우는 일본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속성 메타와 중국 게임이 중시하는 가챠 가치 보장과 깊은 수직 성장을 더해놓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양쪽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보다는 단순하게 접합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꽝을 다른 카드 육성에 사용하지 못하고 해당 카드의 한계 돌파만으로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꽝의 가치가 떨어지고 캐릭터 육성만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지급하는 마일리지는 사실상 아무런 가치가 없구요. 수직 성장은 그 중요성에 비해 체계가 굉장히 빈약합니다. 수직 성장의 깊이에 비해 성장 축의 종류도 적고 그 단계도 너무 듬성 듬성 나눠져있습니다. 강캐 뽑은 걸로 한방에 쭉 하고 밀고 나가는 재미도 없고, 캐릭터를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재미도 없습니다.

음양사는 꽝을 갈아서 당첨캐에 밀어넣는다는 일본식의 BM에 꾸준한 플레이와 그로 인한 성장을 중시하는 중국의 개념을 합쳐놓았습니다. 그 템포가 경쾌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있지만, 중국에선 납득할만한 템포인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에 관해선 가챠를 통한 캐릭터의 수집 외에 플레이를 통한 장비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특기할만합니다. 사실 장비 수집을 통해 성장한다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더 강하고 강한만큼 얻기 힘든 장비를 획득해나가는 수직 성장이 아닌, 개성 넘치는 장비들을 캐릭터와 조합함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해나가는 수평 성장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신선합니다. 또한 이 과정을 어혼 세트 맞추기 -> 등급 높이기 -> 옵션 맞추기 등으로 세분화해서 꾸준히 일정 단계의 성취를 느끼고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끌어간다는 점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쌓인 꽝을 주요 캐릭터 육성 재료로 활용한다는 방향은 일본식에 가깝지만 이를 도탑전기와 유사하지만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 풀어냈습니다. 캐릭터를 더 자주 많이 배출할 수 있다면 훨씬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성장 체계에 있어서는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수직 성장이 존재하지만 이를 강요하지는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조합하면서 갖고 노는 재미를 강조한 게임이었죠.  하지만 수집 게임 치고는 핵심 상품인 캐릭터가 너무 늦게 그리고 적게 공급되어 수익성이 나쁩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만큼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 부여도 약했죠. 최근은 개성적인 캐릭터 수집의 재미라는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수직 성장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그게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음양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중국에서 성공적인 수집형 RPG가 나오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음양사를 카피해서 성공한 게임도 나타나지 않았고 음양사를 성공시킨 넷이즈 조차도 음양사를 베이스로 신작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7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수집의 재미와 중국이 좋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서로 교차시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1. 10연 가챠에서 4성이 하나도 없는 경우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보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2. 5성 확률이 3%이니 아무 5성 하나 띄우는데엔 33.3가챠가 필요합니다. 1가챠 당 청옥 300개이니 5성 하나 당 청옥 1만개 정도가 쌓입니다. [본문으로]
  3. 도탑전기류와 달리 특정 캐릭터 전용 조각을 모아봤자 해당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획득한 이후에 성급 성장 재료로만 사용됩니다. [본문으로]
  4. 최근 흑문시련은 난이도를 높여가면서 도전할 수 있는 주간 컨텐츠로 변경되었습니다만, 글을 작성한 시점은 그보다 이전입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 6. 27. 14:09

최근 생업이 너무 바빠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편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레이중인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흥미로운 매출 시책을 쓰고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매출 변동이 굉장히 큰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가챠 판매 외에도 기본 시스템에 과금 요소가 많이 녹아있고, 또 깊은 성장 구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과금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규 캐릭터나 컨텐츠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매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그런 부가적인 과금 장치가 없이 캐릭터 가챠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평소 200위권 밖에서 놀다가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50위권으로 점프하곤 하죠. 그런데, 이 신규 가챠를 추가할 때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가지 장치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가격 차별화란?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에서 가격에 비례해 증가하는 공급과, 가격에 반비례해 감소하는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 균형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위 왼쪽 그래프는 콘솔 게임 가격 60불 / 혹은 월정액 게임 30불과 같은 고정 가격제에서의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A)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정해진 가격보다 더 높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가격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돈을 덜 씁니다(C), 또한 어떤 사용자들은 60불/30불보다 적은 돈은 낼 의사가 있지만, 그보다 싸게는 팔지 않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습니다.(A). 실질적인 잠재 매출은 A+B+C 이지만 가격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매출은 A로 제한됩니다.

가격차별화는 더 많은 돈을 낼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객에겐 더 많은 가격을, 더 적은 돈을 내고자 하는 고객에겐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수요곡선 전체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자하는 원리입니다. 영화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텐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장 -> IPTV -> TV로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고객이 지불하는 단가가 점점 내려가지요. 의욕넘치는 마니아를 위해선 중간에 블루레이를 비싸게 팔구요. 출발일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항공권 가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여행객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을 짤 수 있는 대신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몇달 전에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합니다. 반면 업무차 출장가는 경우는 가격에 덜 민감한 대신 (회사가 내주니까) 일정이 급박하게 만들어지고, 일정을 조율할 여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스팀의 할인이 있을 겁니다. 기다려온 게임, 잘나가는 게임은 출시하기 전부터 혹은 출시하자마자 정가를 내고 구입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어중간하거나 취향이 아닌 경우 60불을 혼쾌히 내기가 어렵습니다. 안사겠죠. 하지만 스팀에 50% 할인이 뜨면 그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세일을 통해 없던 수요가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50%를 손해보고 판 것이 아니라, 안 살 게임을 50% 가격에 판 것이죠. 위 그래프의 B 영역을 공략한 것입니다. 반대로 정가 이상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겐 한정판, 디럭스판 등을 구성품의 가치에 비하면 비싼 가격의 상품들을 팔아서 더 높은 매출을 걷습니다. DLC 장사도 마찬가지구요. 위 그래프의 C 영역입니다.

사실 게임의 부분유료화 자체가 바로 가격 차별화의 원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무료로 깔아놓고 다양한 서비스를 상품화 해서 해당 상품을 필요로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는 구조 자체가 가격 차별화죠. 한국에서 이러한 가격차별화에 기반한 부분유료화가 먼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차별화가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분유료화가 처음 도입될 때엔 당연히 기존 고정가격제의 영향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여전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 이미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행동력에 관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게임의 핵심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게임 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심지어 성장이 이 획득을 가속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행동력을 고정 가격에 무제한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와 수집을 완전히 분리한 일본이나, 행동력에 누진제를 붙여 고과금자일수록 더 비싸게 판매하는 중국과는 달리, 고과금자일수록 같은 행동력으로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심지어 많이 사면 깎아주기도 합니다) 행동력의 가성비는 기하급수로 올라가고 가챠라는 상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폭락합니다. 게다가 행동력은 비싸지도 않은데다 푸쉬 등으로 마구 뿌려대기 때문에 매출에도 거의 기여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 행동력도 기하급수로 올리거나,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희귀 자원을 만들고는 이를 가챠가 아닌 패키지 등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게임의 구조를 뒤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야 하지요. 그 결과 게임은 계속 수직으로 높이 쌓이고 양극화가 심해져 새로 유저가 들어와도 정착할 수 없게 되고 사용자는 줄고 있는 사용자를 더 쥐어짜고...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 젬 구매와 덤에서의 가격 차별화.

행동력을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 등은 사실 국가별 문화 차이도 있고, 게임의 기본 구조와도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바로 적용하긴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근본적이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가격차별화를 실현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구요. 대표적인 사례가 젬(유상재화) 구매시에 얹어주는 덤의 제한 또는 철폐입니다.

최근의 중국 게임들을 보면 젬(유상재화) 상품에 덤을 얹어주지 않거나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엔 300젬을 사면 +30개, 100개를 사면 +150개, 6480개를 사면 +1080개 이런 식으로 젬을 사면 덤을 더 얹어줘서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은 다릅니다. 위 스크린샷의 '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아예 덤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가격에 의한 추가 할인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살수록 커지는 덤이라는 것이 관습으로 굉장히 익숙하긴 하지만, 가격차별화에는 역행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액제가 아닌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매출의 대부분은 흔히들 '고래'라고 부르는 초 고과금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고과금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챠 게임이고, 가챠 게임의 '고래'들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까지 가챠를 뽑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비싼 젬 상품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입니다. 젬을 왕창 쌓아두고 나올 때 까지 뽑지요. 그런데 비싼 상품일수록 젬을 더 얹어준다는 건 가격에 덜 민감하고 지불 의사가 높은 사람들에게 젬을 더 많이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지불 의사나 지불 능력이 낮은 중/저과금자들은 오히려 젬을 비싸게 구입하게 됩니다.

할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론 단가를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서 단가 X 판매량에서 오는 전체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가챠 게임에서의 젬에 대한 덤은 실제로는 판매량은 늘지 않고 단가만 낮춥니다. 만일 최고가 상품의 덤 비율이 30%라면 그냥 앉아서 23%의 매출을 덜 버는 겁니다.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보는 상품은 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판매량을 증진시키지도 못하구요.

다만 덤 할인이 무조건 없애야 할 적폐라고 보기는 약간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수십만원이 쉽게 녹아내리는 가챠 게임의 경우, 어차피 매출은 고과금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고가 상품에 큰 할인을 거는 것을 표준 가격으로 간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 경우는 예상 비용 / 매출 등을 계산할 때 최고 할인을 전제로 해야겠죠. 예를 들어 10연가챠에 3,000 젬인데 3만원에 3,000젬, 10만원에 12,000젬이라면 10연가챠는 3만원이 아니라 2.5만원으로 계산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할인율이 낮은 저/중과금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는 위 스크린샷의 에반게리온 파효처럼 명목상의 덤을 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젬 상품의 가격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에겐 뭔가 할인받는다는 느낌적 느낌은 주지만, 실제로는 정가 받고 파는 거지요.

그렇게 가격차별화가 좋으면 아예 비싼 젬 보다는 싼 젬에 덤 비율을 더 얹어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가격차별화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차별된 가격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합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더 싼 쪽을 선택할테니, 더 싼 쪽을 살 수 없는 장벽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아까 예시로 들었던 영화나 게임의 경우 '시간'을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로 가서 더 싼 가격에 게임을 사거나 IPTV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신 영화와 최신 게임은 제값 내고 보고 즐기는 것이죠. 젬 상품은 아무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 젬 상품에 더 많은 보너스를 얹으면 고과금자 입장에선 그냥 고가 젬 상품 1번 살 돈으로 저가 젬 상품 2~3번 구입하면 됩니다. 가격 차별화는 이러한 장벽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3. 首买两倍 등 조건부 젬 할인을 통한 가격 차별화

그런, 장벽을 세워 할인과 가격차별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 말로는 '첫 구매 2배'로 번역할 수 있을, 首买两倍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젬 상품에 대해 첫 구매에 한해 100%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중국 게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는 요소입니다.

이 '첫 구매 2배' 상품은 기본적으로 50% 세일이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고 신규 가입자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효율을 얻어내기 위해선 모든 상품을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구매 전환율과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일 수 있는 구성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소모되는 모객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운영하는데 굉장히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이 할인 혜택에 상품당 1회라는 제한이 걸려있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결제 초반엔 절반의 비용으로 젬을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사용자는 결제 유저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엔 할인 없이 젬을 계속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구매 금액이 커질수록 할인율은 점점 낮아집니다. 많이 사는 사람에겐 더 받고, 적게 사는 사람에겐 깎아줘서 더 파는 가격 차별화가 아주 훌륭하게 동작하지요. 정가 내고는 젬을 못사겠다고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첫 구매 2배 젬 만으로도 25만원을 지불한 상태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요. 실제로는 50만원치의 젬을 쓴 것인데, 이정도면 꽤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덱이 구성되기 때문에 과금의 중단이 게임에서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계속 하고 있는 이상, 구매 의사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보컬로이드 한정 가챠를 판매할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총량제한 덤 지급이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하단에 보면 2760/6000 이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젬을 구입하면 50%의 덤을 최대 6,000젬까지 제공한 것이죠. 50% 덤, 33% 할인이라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며, 최대 효율을 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1,200위안(한화 약 20만원)까지를 지불하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2배 젬과 마찬가지로 할인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고과금자일수록 할인이 줄어드는 가격차별화가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컬로이드 한정 캐릭터 3종(미쿠, 루카, 린/렌) 획득에 드는 젬이 5만 이상이었기 때문에 할인에 의한 객단가 하락은 10% 정도로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덤을 50%씩 얹어주니 유인효과가 굉장히 컸고, 가챠판이라는게 2,30만원 정도 박고 나면 이후엔 오기로 나올 때 까지 뽑게되어있기 때문에 매출 유인 효과가 아주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미쿠 콜라보 당시엔 40위권에서 10위권 안쪽으로 점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젬 할인은 자칫하다간 주력 상품인 젬의 가치를 낮게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별히 낮은 가격에 '어머 이건 질러야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프로모션 하는 건데, 그 특가를 기본 가격으로 인지해버리면 평시 가격을 특별히 높은 가격으로 받아들이고, 할인이 아니면 지르지 않는다거나 할인 한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지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젬을 주력상품으로 삼는 이상, 젬의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같은 경우는 12월 미쿠 콜라보와 2월 춘절 신캐 추가시에 저 제한부 젬 할인을 실행했기 때문에 3월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에서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3월 슈타인즈 게이트에선 젬 할인이 없었습니다.

일본 게임들의 경우는 젬 자체를 할인하기 보다는 가챠의 가격이나 확률/픽업 등을 통해 상품인 가챠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원래 10연차에 3000젬인데 첫번째 1회는 1000젬, 2회째는 1500젬, 3회째 2000젬, 4회째 2500젬, 5회부터 정상가인 3000젬으로 돌아오는 가격 기반의 스텝업 가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이 스텝업 가챠도 사실 원하는 위시캐를 뽑는데 걸리는 비용은 높고, 할인에 제한이 걸려있어 가격차별화를 잘 실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가챠를 뽑아야 할 때와 안뽑아야 할 때가 갈리긴 합니다만, 캐릭터 가챠 장사 자체가 대체로 신캐 / 픽업 등으로 사야할 때와 안사야 할 때가 분명히 갈리는데다 무상으로 얻는 가챠도 있기 때문에 젬 가치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게임 내에서 젬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보통 가챠)가 계속해서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고,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재화로써 젬이 유효할 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4. 가챠 마일리지를 통한 최소한의 가챠 구매 유도와 가챠 가치 보장

가챠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확률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운이 좋으면 Wish[각주:1]를 1번에 뽑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백만원을 들여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는 이런 랜덤성 조차도 가챠의 '재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그보다는 필요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은 데스나이트의 불검 0.0007% 와 같이 확률을 극악하게 낮추는 대신 Wish를 뽑았을 때의 혜택을 엄청나게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해소하는 반면, 중국은 Wish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챠를 뽑은 것 자체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보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7일의 경우는 가챠 7개를 뽑을 때 마다 1점씩 얻는 마일리지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엔 위 스크린샷에서 방울이 달린 2개가 마일리지 상품이었습니다만, 왼쪽의 A급 신기사 조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오른쪽의 마일리지 1점당 1마리씩 물고리 20개가 핵심이었습니다. 물고기는 왼쪽에 보이는 흰 고양이에게 선물할 수 있고, 20개를 먹고 나면 S급 신기사로 변신하거든요. 140연차에 S급 1개를 고정으로 지급한 것이죠. 66만원이 싸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이죠. (사실은 첫 구매 더블젬 때문에 획득 비용은 40만원 정도가 됩니다.)


미쿠 콜라보 당시엔 미쿠를 S급, 루카를 A급으로 가챠에 밀어넣는 대신 린/렌(한 캐릭터입니다.)을 가챠 마일리지 상품으로 배치했습니다. 30 마일리지로 얻을 수 있으니 가챠 210회분이고 1가챠에 28위안(4700원)이니 대략 99만원짜리 캐릭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젬 할인도 있었고 공짜 가챠도 뿌렸기 때문에 한 70만원 정도겠죠. 이를 캐릭터 하나를 100만원에 팔았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것이, 위 스크린샷 보시면 린/렌 사고도 25마일리지가 남아있습니다. 미쿠/루카 뽑는데 드는 비용은 그 두배쯤 되었고, 그렇게 뽑고 나서 보니 (혹은 돈은 썼지만 못뽑고 나니) 린/렌이 따라오는 것이죠. 미쿠 당시엔 그 외에 크리스마스 한정 코스튬이나 한정 아이템 등도 마일리지로 팔았습니다.


춘절 신캐 추가 즈음해서 마일리지샵을 운영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린/렌 처럼 무지막지한 가격에 신캐를 내는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한정 스킨을 마일리지로 판매한 것이죠. 대략 개당 15만원 선이었습니다. 또한 이 때부터 특정 캐릭터 전용 아이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이 전용 아이템 또한 마일리지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5~30만원 선으로 캐릭터 뽑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사실 이건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가챠는 그 특성상 100번 1000번을 뽑아도 원하는 캐릭터가 안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1번만에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갈아넣어야 하는 한계돌파나 초월이 없다면 사용자는 가챠를 더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전용 아이템을 마일리지샵에 배치해 요구 마일리지보다 낮은 시도로 캐릭터를 뽑은 플레이어에게 가챠를 더 팔 수 있는 것이죠. 아주 꼼꼼합니다. 물론 린/렌은 가챠 210번을 강매했습니다만, 그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5. 가챠 마일리지와 젬 판매의 결합

그런데 가챠 마일리지는 기본적으로 쓴 돈이 아니라 뽑은 가챠의 갯수를 기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게임 운영상 가챠를 뽑을 수 있는 공짜 티켓을 많이 뿌리고, 신캐 나온 시즌엔 특히 더 많이 뿌립니다. 아무리 마일리지로 최소한의 가챠 횟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 가챠 횟수조차 무상으로 조달해버리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젬으로 충당될 수 있습니다. 신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3월엔 더 깊고 사악한 함정을 팠습니다. 전용 아이템과 현금 장사를 묶어버린 것입니다.

원래부터 2월에 들어간 마일리지샵의 금색 전용 아이템은 금색 전용 아이템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갖고 있는 보라색 아이템을 금색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형식이었습니다. 보라템이 없으면 금색템을 살 수 없습니다. 단지 2월엔 해당 캐릭터를 가챠에서 얻게 되면 그 보라색 아이템을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저 판매 방식은 해당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월 신캐엔 과금 이벤트와 묶였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젬 구입에 쓴 돈의 양에 따라 보상을 주는데, 위 스크린샷의 금색팬더공에 대응되는 보라색팬더곰을 저 과금 이벤트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죠. 1,500위안 = 25마원을 쓰지 않으면 가챠에서 마유리를 얻었어도 그 마유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마유리 전용 팬더공 금색템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전엔 아무리 운이 좋아도 25만원치 가차권은 소모시키겠다는 의지였다면, 이번엔 25만원치 현금을 받아내겠다는 아주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죠.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1500위안 안썼어도 가챠에서 마유리가 걸리면 무조건 전용템을 주는데 1500위안 결제하면 마유리가 없어도 저 아이템만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용템을 얻었으니 캐릭터도 얻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강력한 과금 이벤트

이번 3월의 신캐 추가는 이전에 비해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력하게 반영되어있습니다. 캐릭터 스킨도 1종 추가되었지만 이전엔 마일리지로 팔았던 것을 이번엔 젬 구매에 쓴 금액에 대해 보상을 주는 과금 이벤트로 밀어넣었죠. 앞서 언급한 전용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환산하면 똑같이 15만원 선이지만, 이번엔 이 기간 중 현금을 15만언 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뿌린 가챠권이나 기존에 사뒀던 젬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까 언급했던 제한부 젬 할인 대신 무료 소환권으로 바뀐 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최대 2888위안에 27장이 지급되니 28880젬 구입시 7560젬 추가 증정으로 덤의 비율도 25% 가량으로 줄었고, 최대한의 효율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도 1200위안에서 2888위안으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저 이벤트에서 지급하고 있는 무료 소환권은 이번 콜라보 한정가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콜라보가 끝나면 한정 가챠도 끝나고 소환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보너스 젬 처럼 누적되어 향후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과금 이벤트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기준인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과금 이벤트는 소비한 젬의 총량, 가챠 구매 횟수,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3가지의 카테고리로 진행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무상 가챠, 기존에 갖고 있던 젬이나 소환권, 이벤트로 얻은 무상젬/소환권 등이 포함되고 첫 구매 젬 2배의 효과도 적용되기 때문에 무과금 / 저과금에게도 혜택이 주어지고 신규 유저에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은 정말 순수하게 기간 내의 젬 구매에 사용한 절대 액수 기준이기 때문에 100% 지불한 실제 금액에 의해서만 집계가 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200위 밖에서 57위로 150계단 점프를 한다 싶기도 합니다. (뭐 사실 이미 가챠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벤트 보상엔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7. 가챠에 천장 설치

여기까지 써놓은 것을 보면 3월의 매출 시책이 굉장히 악랄하게만 변한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더 우호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일정 이상 가챠를 뽑으면 확정적으로 보상을 주는 천장을 설치한 것이죠. 90개를 뽑으면 A급인 마유리, 180개를 뽑으면 S급인 크리스를 확정 지급합니다.(이미 갖고 있는 경우엔 80개 160개의 만능조각으로 지급합니다.) 과금이벤트에서 주는 무료 소환권을 포함하면 A급 30만원, S급 72.5만원 선으로 가챠 게임 치고는 굉장히 저렴하지요. 알려진 기대 시행이 130회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과금 깊이는 올클리어 50만원 선으로 추정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78가챠만에 신캐 2종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30만원 정도 밖에 안들었죠. 하지만 과금 이벤트 보상 소환권과 마일리지 보상 때문에 30회 정도 더 굴렸습니다. 천장이 있어도 마일리지가 있어도 그게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예시가 되어버렸습니다.


8. 원칙에 충실한 중화 BM

얼마전 누가 한/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서 성공한 게임은 없는데 중국에서 한/일로 나와서 성공하는 게임은 많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전이나 벽람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KOF98UM이나 반지 같은 게임들은 10위건 20위권에 포진하고 꽤 오래 버티고 있으니까요. 저는 뭉뚱그려 '호환성'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캐주얼한데다 BM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중국 BM의 효율성이라고 하면 많이 쓰면 많이 쓴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노골적인 금전만능주의 서비스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지출시의 만족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이는 껍데기일 뿐, 실제로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기본은 그 아래에는 낼 수 있는 한도까지 받아내겠다는 가격차별화입니다. 비싸게 낼 사람에게 더 비싸게 더더 비싸게 받아냄으로써 매출도 극대화하고, 계속해서 덜 낸 사람이 더 낸 사람을 어느정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간단한 소재니까 짧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만, 역시 쓰다보니 길어지고 양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게임들과 과금 체계를 가끔 소개드리곤 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중국 시장의 특이함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중국에선 그게 돼?")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무리했습니다.


  1. 가챠에서 플레이어가 뽑고자 하는 타겟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 3. 17. 04:16


0. 가두농구

얼마전에 텐센트 신작 게임이 사전 예약자만 무려 600만명을 모집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최근 넷이즈 음양사의 성공으로, MMORPG 뿐만 아니라 RPG에서도 밀려난 텐센트가 아주 제대로 칼을 갈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RPG가 아니더군요. 농구 게임이었습니다. 이름하여 가두농구(街头篮球)! iOS에선 Featured를 받고 20위에 랭크되어있습니다.


홈페이지 방문하니 낯익은 음악이 흐릅니다. 네 2000년대 초반 인기 있었던 스트릿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을 모바일로 옮긴 게임입니다. 뭐 사실 타이틀 화면의 그림풍과 FreeStyle 문구만 봐도 알 수 있지만요. JOYCITY는 IP만 제공하고 제작은 중국 아워팜에서 했다는군요. MMORPG가 차트 상위권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이 시점에서, 텐센트가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 게임이라는 점이 참 의아하긴 합니다만, 뭐 원래 판을 흔드려면 모험을 해야하는 법이겠죠. 일단 게임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아참, iOS 다운 경로는 여기(중국 앱스토어 계정이 필요합니다.)AOS 다운 경로는 여기 입니다.



1. 말 그대로 프리스타일 모바일

대략 1~2시간 정도 플레이 해보았는데요. 게임은 뭐 그냥 모바일 버전의 프리스타일입니다. 좌측 하단의 가상패드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우하단에 버튼으로 액션을 사용합니다. 위 스샷은 공수 교대 중이라 아이콘이 안나옵니다만 슛(수비시엔 블락), 패스(수비시엔 가로채기), 돌파(수비시엔 가로막기) 버튼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실시간 3:3 멀티 플레이가 게임의 주가 됩니다.


싱글플레이 모드도 2가지가 있는데요, 훈련장은 말 그대로 그냥 AI 상대로 연습하는 모드이고, 커리어 모드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싱글플레이 모드에 해당합니다.


낯익은 지도 + 3별 + 누적 별 보상이 나와서 이것도 나루토 / 드래곤볼 처럼 막 파밍하고 그런 게임인가 잠깐 의심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클리어할 이유는 없는 구성입니다. 각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때, 그리고 각 지역의 별을 일정량 이상 채울 때 주는 보상은 있지만 딱히 반복해서 어떤 아이템이 드랍된다거나 하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당연히 소탕 같은 것도 없지요.


커리어 모드는 기본적으로 '튜토리얼을 겸한 미니게임'의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볼을 계속 쏴 올리면서 봇과 리바운드 경쟁하기, 봇과의 1:1을 만들어놓고 제한 시간 내에 n번 블록하기 등의 미니 게임 형식으로 게임의 조작을 알려줍니다. 일단 여러 스테이지가 있고, 게임 형식을 띄고 있는 데다 점수를 2배로 주는 녹색 공 등과 같은 요소가 있어 튜토리얼인데도 도전적이고 잼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니 게임은 금방 지나가고 결국은 봇과의 3:3 매치가 이어집니다.


봇과의 3:3 매치는 그냥 말 그대로 봇전일 뿐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스테이지별로 상대 팀의 구성은 정해져있고,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캐릭터 중 3명을 조합해서 경기에 임합니다. 4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별 2개를, 8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별 3개를 줍니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아군도 적군도 봇 AI가 떨어져서 특별히 재미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팀 메이트가 동료가 못해서 / 공을 안줘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게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3:3 실시간 PVP입니다. 커리어 모드에서의 봇전도 결국은 PVP의 보완재 내지는 대체제라고 볼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PVP는 일반 모드와 랭킹전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쉽게 말하자면 빠대, 후자는 경쟁전에 해당하겠네요.


그 외에도 능력치 보너스를 주는 의상이라거나, 액티브 스킬을 장착한다거나, 능력치 성장시키는 등 프리스타일에 있던 것은 다 있습니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봇전을 추가한 프리스타일의 모바일 버전입니다. 제가 프리스타일을 아주 초반에 하다 그만둬서 그 뒤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유의 끈적거리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미끄러워 불쾌한(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조작감까지 정말 프리스타일 그대로에요. PC버전 프리스타일과 달리 언제든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지만, 조작계가 부정확하고, 네트워크가 더 불안정 상태에서 손발 안맞는 사람들과 게임 뛰고 있으니 내가 이러려고 폰으로 게임하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습니다. 게임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었습니다만 수익구조 쪽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보이더군요.


2. 유료 젬과 무료 젬의 명확한 구분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폐가 3단계로 분리되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크린샷을 보시면 좌측은 골드, 가운데는 '젬' 입니다. 그런데 타 게임과 달리 화폐가 하나 더 추가되어있습니다. 바로 저 C가 유료로 구입하는 화폐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봐온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유료 젬과 무료 젬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주고 사는 젬도 젬이고, 게임 중 보상으로 받는 젬도 젬이었죠. 함께 쌓이고 함께 소모되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두농구에선 이 둘이 구분됩니다. 젬은 (주로 1회성이지만) 게임 중 보상으로 지급될 수 있지만, 유료젬은 반드시 현찰을 내고 구매해야만 합니다. 또한 유료젬으로는 무료젬이나 골드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무료젬으로 다른 화폐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골드 또한 마찬가지구요.


결정적으로 이 둘은 사용처가 완전히 구분됩니다. 무료젬은 주로 가차를 돌리는데 사용됩니다. 위쪽 스샷을 보시면 1가차에 400 무료젬, 5연가차에 1888 무료젬이죠. 상점에서 유료젬을 무료젬으로 바꿔서 다시 무료젬으로 구매할 수는 있지만 유료젬으로 가차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그리고 가차에선 '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룬은 정해진 능력치를 (아이콘이 어떤 능력치를 올려주는지 나타냅니다.) 정해진 만큼(아래 박힌 로마 숫자가 스탯 강도를 나타냅니다. 그냥 4성, 5성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올려주고, 룬을 박을 수 있는 소켓은 레벨 성장에 의해 개방됩니다. (물론 돈 내고 뚫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에서 가차로 판매하는 캐릭터는 유료젬으로 판매됩니다. 그것도 가차가 아닌 확정 상품으루요. 일부 캐릭터는 골드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만, 비용이 꽤나 비싸서 무과금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 명목상의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 실제로 골드로 구매하기는 힘듭니다. 다른 유료젬 상품들도 모두 확정 상품인데, 앞서 언급한 골드, 무료젬 등의 화폐 외에 , 확성기나 닉네임 변경권, 경험치 증가권 등과 같은 소비재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바타 의상 또한 가차가 아닌 확정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두 화폐가 같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같은 아이템을 무료젬으로 살 지 유료젬으로 살 지 고르는 형식이 아니라, 무료젬을로만 판매하는 아이템과 유료젬으로만 판매하는 아이템이 완전히 구분되어있습니다.


3. 타 게임에서 젬을 구분하는 사례


유/무상젬을 이렇게 구분하는 경우는 이번에 일본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흔히 봤는데요,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유상으로 구입한 통화와 무상으로 획득한 통화를 구분해서 기록해야하는 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용되지 않은 유상젬 가액의 일정 비율을 공탁해야하는 의무도 있구요. 그래서 가급적 유상젬을 빨리 털어버리기 위해 - 그리고 유상젬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 유상젬 전용 상품을 내기도 합니다. 위 스크린샷의 데레스테가 그 예일텐데요, 1가차 250젬 10연가차 2500젬인데 그 위에 1일 1회 한정 1가차 유상 60젬 상품이 있습니다. 1가차 10가차 상품 구매엔 유상젬/무상젬이 섞여서 들어가지만, 저 60젬 상품은 오직 유상젬만을 소모하도록 되어있지요. 유상젬을 소진시키고 매일 매일 재접속을 유도하는 전략상품입니다.

또한 세븐 나이츠나 HIT와 같은 한국 게임들도 젬 외에 유상 결제 시에만 추가로 지급하는 마일리지 화폐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메타 게임 구조상 가차의 매력이떨어져 가차 구매를 위한 젬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게임상 필요하지만 사실상 획득이 불가능한 재화를 이 마일리지 화폐로만 구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이 마일리지를 미끼로 원치 않는 젬을 강매하면서도 젬의 양으로 매력적인 덤이 붙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한 것 처럼 느껴지게 하지요.

가두농구의 유료젬 무료젬은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모델과는 상이합니다. 일본처럼 (적어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법적으로 구분지을 의무도 없고, 유상젬만 표적으로 태우기 위해 구분한 것 치고는 유상젬 -> 무상젬 변환 과정이 지나치게 불편합니다. 그리고 한국 처럼 유상젬 상품이 게임적으로 아주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부분적으로는 가두농구는 무료젬으로는가차만을 구입하게 하고 확정 상품은 유료젬으로만 구입하게 함으로써 무료젬은 효과적으로 태워버리고 유료젬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게임의 틀이 다르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봅니다.


4. PVP 기반의 농구 게임의 수익 모델

데레스테건 세븐 나이츠건, 킹오파98UM이건 화영닌자건 간에 가차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PVE 기반입니다. Pay-To-Win 이라고 해도 지불한 사람만 보너스를 얻을 뿐,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가차에 몇백만원 떄려받아 투명 드래곤을 뽑은 사람은 무료 가차에서 뽑은 꼬북이로 게임 하는 사람보다 앞서가겠지만, 꼬북이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진 않습니다. 확실한 효용을 제공하되 비용을 끝없이 올려나가는 가차와 잘 맞지요.

하지만 가두농구는 PVP 게임입니다. 투명 드래곤이 꼬북이를 밟아 죽이면 꼬북이 사용자는 빈정상해 관둬버리고, 밟을 꼬북이가 줄어들수록 힘들게 뽑은 투명 드래건의 의미도 퇴색됩니다. 그래서 살 사람만 납득시키면 되는 PVE 게임과 달리 PVP게임의 Pay-To-Win 요소는 '살 만큼은 좋게, 관둘 만큼 기분 나쁘진 않게, 비용 대비 적정한' 선에서, 안 살 사람도 납득시켜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극소수의 사용자에게 고효용 고비용을 걷는 가차 보다는 확정 상품을 판매하는 쪽이 더 어울립니다. 유료젬 전용으로 판매중인 캐릭터들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외형 + 약간씩 다른 능력치와 패시브 스킬을 섞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종적 분포가 아닌, 플레이 폭을 넓히는 횡적 분포를 따르고 있구요.

물론 모바일 RPG의 PVP에선 Pay-To-Win으로 하드코어하게 경쟁합니다만, 이런 경우 PVP는 최상위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전체 게임의 성립엔 위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PVP 게임인 FPS 게임에도 가차를 접목하곤 하는데, 이 경우 가차의 1등상품이 확정가 상품보다 강하다고 해도 흔히 말하는 6성과 4성의 차이만큼 '절대로 못이기는' 수준으로 구성되지 않고, 영구재로 설정함으로써 절대 성능 효용 외에 추가 효용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룬 가차를 제외한 가두 농구의 상점은 다른 모바일 게임 보다는 기존의 PC 온라인 프리스타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있으면 도움 되지만 없다고 게임 못할 정도는 아닌 확정 가격의 상품들을 상점에 깔아놓고, 의상도 유료젬 의상과 무료젬 의상을 구분하고 있지요. 유료 젬 전용으로 팔고 있지요.

또한 가차가 중심인 게임은 어차피 가차가 흡수해주기 때문에 무료젬을 뿌린다고 해서 매출에 타격을 주진 않지만 확정 가격 중심인 게임은 무료젬이 매출을 갉아먹기 때문에 무료젬을 뿌리지 않거나, 무료젬의 용처를 제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5. 핵심 고객을 핀포인트로 공략하는 가차

이렇게 쓰고 나면 가두농구의 가차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쨌든 부분유료화의 핵심은 지불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한계 만큼 지불받는 것이고 가차는 이에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가두 농구는 이 가차를 꽤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의 가차에서 나오는 SSR, 6~7성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희소한 자원을 획득했다는 것 외에 밸런스 상에도 큰 비중을 가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최신 최강의 캐릭터를 노리지요. 가두농구의 룬은 각각 종류와 등급이 있긴 하지만 세븐나이츠, 데레스테의 캐릭터 처럼 유니크하거나 강력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종류의 룬이, 혹은 등급이 높은 룬이 여럿 모였을 때 어느정도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요.

유료 젬으로 캐릭터나 의상 등을 구매할 수 없는 무과금 사용자에게 무료젬 가차로 나오는 룬들은 캐릭터 / 의상에서 오는 차이를 어느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완충재 역할을 해줍니다. 동시에 최상위 랭킹에 위치한 고과금 사용자 사이에선 이미 캐릭터/의상으로 전력이 평준화된 상태에서수집 / 조합에 의해 변별력을 만들어주는 요소가 됩니다.

유료젬 -> 무료젬 전환이 다소 불편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 유료젬 보유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한 만큼만 변환해서 사용하기에 불편할 뿐, 대량으로 전환하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1000젬 단위로 구매한다고 해도 1000젬씩 n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위 스샷 처럼 1000 X n 젬을 일괄 구매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의 매출을 견인하는 상위 10% 10만원 단위로 지르고 1만젬 단위로 불사지르죠. 그런 패턴에선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다만 캐릭터나 무기와 같이 즉각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물건이 아닌, '룬'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가져야 해' 하고 외칠 수 있는 직관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은 단점이 되겠습니다만, 그런 상품은 이미 캐릭터와 의상이 커버해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깊게 파들어간 상위 사용자용 상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6. 소비량 기반의 VIP 시스템

가두농구에서 눈에 띄는 또하나의 요소는 VIP 시스템입니다. 중국 게임 치고 VIP가 없는 게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가두 농구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젬을 구매한 양이 아닌, 소비한 양에 기반해서 VIP 레벨을 메기거든요.

다른 게임들은 젬의 '구매' 혹은 '충전'을 조건으로 VIP 레벨을 책정합니다. '누적 100젬 충전하면 VIP 2레벨' '누적 200젬 충전하면 VIP 3레벨'과 같은 식이죠. 이는 초반에 매출을 발생시키지만 쓰지 않고 쌓아둔 잉여젬은 추후 운영에서 매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게임들은 VIP 레벨에 따라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VIP 레벨에서 스페셜 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누적 300젬을 충전해서 VIP 3레벨이 되면 4성 마이가 포함된 패키지를 280젬이 판매하는 식이죠.

가두농구는 유료젬의 '구입' 혹은 '충전'이 아닌, '소비'를 조건으로 걸고 있습니다. 100 유료젬을 사용하면 VIP2레벨, 500 유료젬을 사용하면 3레벨과 같은 식이죠. 결과적으로는 젬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VIP 레벨로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젬을 소진시킴으로써 잉여 젬을 억제하고 매출을 발생시키기 유리한 구조입니다.


7. 좀 더 지켜봐야

한두시간 정도 짧게 플레이해보고 써내려간 짧은 감상이라, 제가 놓친 부분이 꽤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일단 실시간 PVP 게임으로 굉장히 독특한 시장(과 과금구조)를 열어가고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추후 좀 더 플레이 해보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y 고금아 2017. 1. 10. 05:49

오늘 소개할 게임은 드래곤볼 용주격투 입니다. 이번주에 막 출시되어 지금 중국 내 매출 5위를 찍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드래곤볼 폭렬격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중국 게임 치고는 특이하게 세로 스크린을 쓰고 있으며 타이틀 화면부터 스토리텔링 까지 굉장히 유사합니다. 심지어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쏴서 운석을 깨부수는 가차 연출까지도 굉장히 비슷해 보이지요.



하지만 알맹이를 까보면 폭렬격전과는 전혀 관계 없는, KOF98UM에 드래곤볼 스킨을 씌운 모습입니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시죠.


정말 KOF98UM을 세로로 돌려놓은 구성이죠. 플레이어도 몹들도 3X2 행렬로 배치되고 앞 행의 3명부터 데미지를 받습니다. KOF98UM과 달리 플레이어가 아무런 입력을 하지 않아도 전투는 알아서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캐릭터의 기가 찼을 때 필살기를 써주는 정도입니다. (물론 자동 키면 그 마저도 알아서 돌아갑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선 사실 블소 모바일과 유사한 형식이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훨씬 템포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외에 특정 캐릭터 조합을 가지고 있으면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는 부분은 KOF98UM에서도 선보였습니다만, 용주격투는 거기에 더해서 당장 파티 안의 캐릭터들이 조합에 의해 각 캐릭터가 공격할 때 다른 캐릭터가 도와주는 합체 공격이 발동되기도 합니다. 위 스샷의 경우, 크리링은 무천도사, 손오공, 18호까지 세명의 캐릭터를 추가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반면 사탄이나 셀 주니어 같은 경우는 아무에게도 지원 공격을 못합니다. 이 합체공격 때문에 KOF98UM 보다는 파티 구성에 있어서 약간의 전략성이 더해집니다.


 

 

눈에 띄는 컨텐츠로는 드래곤볼 모험 모드가 있었습니다. 주사위 굴려서 진행하다 보면 가위바위보나 에네르기파 대결 등과 같은 미니게임도 나오고 그러다 드래곤볼을 모으면 소원을 빌 수 있는 모드입지요. 드래곤볼의 컨셉을 잘 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성급 성장 시스템에서 약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캐릭터 조각을 계속 끌어모아 캐릭터의 별 갯수를 늘리는 성급 성장은 가장 성장의 효과가 크지만 가장 주기가 긴 성장 컨텐츠였습니다. 위 스샷 보시면 인조인간 18호를 4성에서 5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무려 100개의 조각이 필요하다고 나오죠. 하루에 조각 3개씩을 얻을 수 있다고 쳐도 33일이 걸립니다.아득하죠. 애초에 저빈도 고효과의 컨텐츠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100개를 모두 모으기 전까지 1개부터 99개까지는 캐릭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이 대륙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엔 또 가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용주격투에선 다음 성급까지 필요한 조각 갯수를 일정 단위로 쪼개서 중간 단계에서도 약간의 성장을 주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 4성이 5성이 되려면 조각 100개를 20개 단위로 쪼개서 5 단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4성과 5성 사이에 4.2성 4.4성 4.6성 4.8성이 존재하는 식이죠. 그래서 조각을 모두 완전하게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조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개복치가 죽지 않도록 관리해줍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성급 단위를 엄청 많이 만들고 성급 간에 필요한 조각의 수를 줄이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20개 단위로 1성씩 올라오고 한 20성 30성 까지 두면 되지 않느냐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별 갯수는 굉장히 불연속적인 큰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스탯도 크게 오르지만 스킬이 새로 열린다거나, 캐릭터 그림이 바뀐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주 큰 변화인 것이죠. (위 오공의 경우 1성일 땐 꼬마 오공이었는데 2성 되니 청년 오공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분 성장은 주기가 길어졌을 때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레벨인 것이죠.


기본적으로 도탑전기 기반이긴 합니다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도탑전기보다 발전된 디자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KOF98UM만 해도 도탑전기 끝판왕인 줄 알았는데, 텐센트의 연구는 끝이 없어 보이는 군요.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도 상당합니다. 스크린샷으로 보면 그래픽이 좀 구려보이고 어색해보입니다만 실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이제 텐센트는 어떤 IP로도 아주 양질의 RPG 게임을 마구 양산해낼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by 고금아 2016. 4. 2. 01:59

얼마전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성 취향 게임이 중국에서 데뷔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제가 지금 중국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지라 관심이 없었는데 여성용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바로 오늘 소개할 '기적난난' 입니다.



처음엔 텐센트에서 직접 개발한 줄 알았으나, 알고 봤더니 원래 일본 게임이더군요. Nikki UP2U 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적난난은 그 세번째 시리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 것입니다. Nikki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중국에선 暖暖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습니다. 느→안↗느→안↗ 으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 알리바바 쪽을 통해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틀어져서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 되었다는군요. 일본에서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좋은 듯 합니다. 출시 약 3주가 되는 2015년 6월 15일 현재 무료 게임 순위 9위에 올라있고 (11위에 전민돌격이 보이네요), Top Grossing 에선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몽환서유, 전민돌격, 전민기적(뮤 오리진), 도탑전기(도타 레전드) 바로 다음이네요. 안드로이드는 안쓰는지라 체크 못해봤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로 뿅!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여성용 게임이라고 하니, 그리고 그게 잘나간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거 정말 무서운 게임이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모바일 게임에 큰 흥미가 없어서 전민돌격이나 도탑전기도 지루해서 관둔 30대 중반의 남성 게이머가 이 게임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1500위안(27만원)이나 질러버릴 정도루요.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확인해보니 중국 앱스토어에만 올라와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혼자만 알고 있는게 아까워서 이번에 한번 소개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1편은 영문으로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는... 뭐 알아서들 찾아보세요..

영문판 바로가기


1. 게임의 기본 구조


게임은 기본적으로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애니팡 등과 같이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형식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한 맵을 다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한번 도전할 때 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당연히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면 상한이 올라갑니다. 단, 레벨이 오를 때 자동으로 채워주진 않습니다.) 클리어하게 되면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아이템을 랜덤한 확률로 획득합니다. 위 예시의 경우, 7부 청바지와 스웨터를 얻을 수 있는데, 스웨터는 S급 이상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군요. 에너지는 4점을 사용하는데 이는 노멀에 해당하는 '소녀' 난이도라서 그렇습니다. '하드'에 해당하는 '공주' 난이도에선 6점을 소모하며, 한 스테이지는 3번 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와, 3번의 한도는 돈을 내면 풀립니다.) 입장해보도록 하지요.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간단하게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풀 음성이 지원되지요. 간략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가 끝나면 이제 옷을 입힐 차례가 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중요한 단어들은 대화씬에서 빨간 글씨로 설명이 되지만, 옷 입히기 화면에서도 상단의 '임무지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의 경우 빨간 글씨는 '우아하고 성숙한 OL 풍'을 요구하고 있네요. 그리고 '간략'(简约)과 '우아'(优雅) 속성이 중요하다는 힌트를 줍니다.

의상은 기본적으로 헤어스타일, 원피스, 외투, 상의, 하의, 양말, 신발, 화장 이렇게 8종의 슬롯이 있습니다. 이 중 원피스와 상+하의 조합은 서로 배치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상/하의를 입을 수 없고, 반대로 상/하의를 입으면 원피스를 입을 수 없지요. 대부분의 양말은 기본 슬롯을 사용하지만 일부 덧양말은 다른 양말 위에 껴입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세사리는 머리, 귀걸이, 목걸이, 손목, 소지품, 허리, 특수 이렇게 8개 종류가 있는데 머리와 귀걸이를 제외하면 아이템별로 장착되는 슬롯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어서 복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 안에 목걸이와 목도리가 있는데 둘 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길게 눌러보면 아이템 별로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희귀한지 (하트의 숫자가 희귀도를 나타냅니다), 해당하는 옷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지금 스테이지에선 '간략' '우아'가 필요한데 예시의 스크린샷은 '활발' '귀여움' 이군요.

플레이어는 옷의 외견과, 표시되는 정보를 종합해서 니키에게 옷을 입힌 뒤에 게임에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옷 다 입혔음'('换好了)을 탭하면 의상 배틀에 들어가지요. 아까 도움말에선 2개의 속성만이 제시되었습니다만, 실제 배틀에서는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쌓아서 총점을 비교하지요. (3번째 그림은 다른 배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그냥 넘어갑시다.. )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지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지요. 여하튼 NPC보다 높은 총점을 획득하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됩니다. 점수에 대해 S, A~D까지의 평가를 받고 경험치, 게임머니 그리고 확률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아이템을 획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만일 다음 스테이지가 아직 잠겨있었다면 열어줍니다.

만일 NPC보다 점수가 낮으면 F 랭크를 받고 실패하게 되는데, 친절하게 이 스테이지를 깨는데 어떤 옷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6번째 그림을 보시면 꽃다발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신발을 추천하지요. 저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한번 더 클릭하면 바로 그리고 보내줍니다. 의상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상점으로 보내주고, 강화로 얻을 수 있다면 강화 메뉴로 보내주는 식이지요.


입힐 아이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 별로 일정한 옷을 랜덤하게 주기도 하구요,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일부는 캐쉬로 구매할 수 있지요. 도전과제가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있는 아이템을 [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있는 아이템의 색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고([고급정제]),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지요. 물론 가챠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를 뽑을 때 마다 일정량씩 주어지는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진화, 고급 정제, 제작과 같은 메타 게임 컨텐츠는 후술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이 게임의 기본 구조는 제시된 주제와 힌트에 맞춰 옷을 입혀 나가는 일종의 퍼즐 입니다. 단, 스테이지 마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입혀놓은 아이템들을 평가해서 점수가 기준에 달하는지만 체크할 뿐 특정한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주' 난이도 역시 '소녀'와 동일한 주제가 제시되며 다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뿐이죠. 같은 특성의 옷이라면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더 많은 점수를 주긴 하지만, 컨셉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심지어 깎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주제인데 5성 수영복 세트를 입히면? 그냥 꽝인 거지요. 그래서 부위별로 컨셉별로 특성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스테이지를 계속 깨 나가야 합니다.


2. 의상 아이템의 내부 구조

각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위 그림과 같이 5개의 특성과, 각 특성별 점수를 가집니다. 그런데 게임상에는 10종의 특성이 존재하지요.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이 짝을 이뤄서 총 5쌍이 존재하며, 옷에는 각 쌍 마다 하나씩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간약(简约)

화려(华丽)

 청순(青纯)

섹시(性感)

 활발(活泼)

우아(优雅)

 시원함(清凉)

따뜻함(保暖)

 귀여움(可爱)

성숙함(成熟)

각 스테이지마다 이 5쌍의 능력치 중 하나씩을 골라서 평가하게 됩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OL 미션의 경우는 '간약'과 '우아' 만이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 '섹시', '시원함' '성숙함'도 평가하는 거지요. 각 특성별로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의 특성치를 더하는데, 만일 반대되는 특성의 옷이 있을 경우 점수가 깎입니다. 예를 들어 위 OL 미션의 패션에다가 '간약'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전체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화려'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오히려 전체 점수는 내려가겠지요. 그래서 특성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히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헤어스타일은 디폴트가 존재하고, 상의+하의는 필수지만 나머지 아이템들은 반드시 입히지 않아도 됩니다.)

총 5쌍 10종의 능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슬롯별로 최소 32개(2^5)의 아이템은 있어야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하의 대신 원피스만 입는다고 쳐도 총 5종이니 160개의 아이템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 특성치들이 대립상을 제외하면 시스템 상 조합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의상이다 보니 서로 자주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섹시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은 흔하지만 '섹시함'과 '귀여움'은 좀처럼 찾기 힘들죠.

또 5종 특성치가 필요한 대로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엔 SS, S, A, B, C, D 순으로 메겨져있는 특성의 강도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강도가 높을 수록 높은 점수가 나올테고, 레어도가 높을 수록 강도도 높겠죠. 위 예시를 보시면 왼쪽의 원피스는 3성이라 S가 2개, A가 셋이지만 오른쪽의 옷은 5성으로 SS 1개, S 3개, A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슬롯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의 옷을 갖추면 되느냐.. 거기서 끝난다면 참으로 해피하겠지요. 각 아이템은 위 10종 5쌍의 기본 특성치 외에, 별도의 '속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 하단에 붙은 잔꽃무늬(碎花)나 서양고전(欧式古典) 같은 것이죠. 옷에 따라 이런 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2개 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예시는 둘 다 1개씩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요.

어떤 스테이지들은 특정한 속성을 지닌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수영복, 중국 현대풍, 중국 전통풍 같은 식이죠. 이런 스테이지들은 속성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형편없이 깎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주 난이도로 가면 아주 얄짤없지요. 위 예시는 무려 '보헤미안'(波西美亚) 스타일의 옷을 요구합니다. 아예 능력치 힌트는 주지도 않아요. 도대체 보헤미안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처음엔 어떤 옷인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사실 '보헤미안' 이라는 속성이 있더군요. 오른쪽 그림 처럼요. 각 부위별로 조합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속성까지 감안한다면 필요한 아이템의 양은 또다시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현재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총 1964종입니다. 전 현존하는 모든 스테이지를 노멀-하드 공히 S로 전부 클리어했는데 942종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군요...


3. 불완전한 퍼즐인가 재미 요소인가

문제는 막상 옷을 입힐 땐 특성치와 속성치가 전부 보이진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 임무 지시에서도 5종 특성치 중 2개에 대해서만 힌트를 제공하고 있지요. 나머지 3종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기본적으로 목표 지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언급한다면 겨울 속성과 따뜻함 특성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겠죠. 또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힌트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숙녀'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면 '성숙'과 '청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매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할 때 입을 옷 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혔는데 정작 평가 항목엔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죠. 이건 직접 옷을 입혀서 평가 화면을 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마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5종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이템이 갖고 있는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든 한번 배틀 들어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옷에는 5종의 능력치가 있는데, 옷을 입히는 화면에선 항상 그 중 2개의 대표 능력치만 보입니다. 두번째 그림의 천사토끼 헤어스타일이 '활발' '귀여움' 특성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서 활발 / 귀여움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나머지 특성은 어떤지 표시되지 않습니다. 도감에서만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도감을 보려면 스테이지를 나가야만 하지요. 그리고 도감에서도 기본 목록 상에는 2개의 능력치만 보입니다. 탭 하면 네번째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오지만, 이 상태에서도 설명과 대표 능력치, 희귀도만 있지요. 상단의 [복장소개](服奘介绍) 옆에 있는 [상세속성](详细属性)을 눌러야만 나옵니다. 이 상세 속성을 보기 위해, 도감을 열기 위해, 스테이지를 나오게 되면 입혀놓았던 코디는 초기화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옷들의 속성을 외워야 합니다. =_=...

이 게임은 퍼즐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플레이어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 혹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전제가 되는 퍼즐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난난의 기본 게임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즐 게임으로 접근할 경우 말이죠.

사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템의 모양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식'에 의존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은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중국 고전 풍입니다. 오른쪽의 구두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요. 모든 특성들이 위 예시 처럼 선명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발은 중성풍 외에 영국풍(英伦)이라는 속성도 갖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알아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속성을 쉽게 캐치하더군요. 이제까지 2명의 여성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능력치나 속성 따윈 보지도 않고 - 말 그대로 정말 보지도 않고 - 그냥 슥슥 코디하는데 S랭크가 튀어나오더군요.. 열심히 도감에서 스크린 캡쳐해서 입혀도 B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정보가 명확하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게임구조론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문제입니다만, 애초에 게임구조론이라는 것 자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죠. 재미만 있다면 사실 구조 따위 거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느슨함이 없이 그냥 정보가 모두 한눈에 쉽게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게임은 주제에 맞춰서 옷을 입히는 게임이 아니라 목록을 뒤져가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검색기 시뮬레이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4. 비동기 PVP

플레이 컨텐츠로 PVE 외에 PVP도 준비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인 형식은 PVE와 동일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옷을 입힌 뒤 상대 플레이어의 코디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랜덤하게 입히는지, AI가 지능적으로 코디하는지 혹은 그 플레이어가 해당 주제에 대해 사용했던 조합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PVE와 달리 상대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상대해야하므로 난이도는 PVE보다 높습니다. 주제어만 제시될 뿐 능력치 힌트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각 판 마다 PVP 승점과 게임 머니,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승패에 따라 양이 조금 달라집니다. PVP 코인의 경우 이기면 5점, 지면 3점을 얻는 정도로 승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단, 매 주 단위로 획득한 승점으로 랭킹을 메기고, 랭킹에 따라 추가로 게임 머니와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이 양은 제법 됩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주간 보상으로 100개의 코인을 수령하는데, 이는 20판을 전승했을 때 얻는 것과 맞먹는 양이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5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 기회를 구입하지 않으면 모든 본질적으로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 즉, PVP 코인은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돈을 내는 플레이어가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PVP의 판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총 5종 능력치를 하나씩 채점하는 PVE와 달리, PVP에선 총합 5번 채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같은 능력치가 여러번 채점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채점할 때 마다 점수가 달라요. 청순함을 처음 체크할 땐 5000-4000이었는데 두번째로 체크할 땐 6000-9000 이런 식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습니다. 그런데 그 영문을 알 수 없단 말이죠. 게다가 컨셉과 무관하게 점수가 메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를 보면 제시어는 '여름 이야기' 입니다. 왼쪽의 제 캐릭터는 컨셉에 맞춰서 입었는데 상대는 '여왕폐하' 컨셉으로 입고 나왔어요. 딱 봐도 쪄 죽을 것 같죠. 그런데 점수는 상대가 넘사벽으로 높습니다.

처음엔 이게 매우 분통터졌는데, 지금은 그냥 달관해버렸습니다. 승패에 따른 보상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니, 그냥   주제에 대해서 이전에 입었던 조합을 불러내서 내보내고 있어요.


5. 수집, 정제, 제작, 진화

PVE건 PVP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템과 자원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템의 경우 일단 하나를 얻고 나면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얻을 필요가 없지요.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소화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다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카드를 갈아 먹여서 레벨을 올리고 한계 돌파를 시키는 식으로 이를 풀어내는데, 이게 캐릭터 카드라면 모를까 옷에 옷을 먹여서 옷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좀 애매하죠. 그래서 기적난난은 기본적으로 진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위의 스크린샷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들은 같은 아이템을 일정 갯수 모으면 더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3성인 상해탄을 6개 모으면 4성인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고, 상해일몽 4개를 모으면 5성인 상해 연운몽을 얻을 수 있지요. 모든 아이템이 다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아이템만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진화 아이템은 어떻게 모으느냐.. 여기에 엔드 컨텐츠가 걸려있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에선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쉬 가차, 게임 머니 가차, 그리고 진화죠. 상해 일몽 1개는 상해탄 6개에 해당하구요. 가차 없이 상해연운몽을 완성하기 위해선 상해탄 24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해탄은 하드 모드에서, 그것도 단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드롭되죠. 돈을 내지 않으면 하드 모드의 각 스테이지는 하루에 단 3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최소 8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는 상해탄이 드롭될 확률이 100%가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겠죠.

상해탄-상해일몽-상해연운몽은 위 세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만, 고급 정제나 제작으로 얻어지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소녀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고급 정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색상이나 패턴이 다른 변종을 만들어냅니다. 위 스크린샷의 헤어스타일은 원래 빨간색에 가까운데, 흑색 염료와 제작 원료를 써서 같은 디자인에 검은색 버전을 만들어내지요. 일단 플레이어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아이템의 변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제작 원료는 가지고 있는 다른 아이템을 (주로 중복된 아이템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염료와 패턴입니다. 이들은 은색 별이 그려진 동전같이 생긴,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PVP 코인의 최대 양은 5X5 = 25개 입니다. 흑색 염료가 8 코인이니 최대 획득량의 30%에 달하죠. 그나마 저 헤어스타일은 염료를 1개만 요구하는데 2개씩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피를 토하죠.

그나마 고급정제는 제작에 비하면 들어가는 품이 적은 편입니다. 제작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이템 제작은 크게 3가지 요소를 요구합니다. 1) 제작비 2) 재료 아이템 3) 설계도. 사실 제작비는 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드 한판만 뛰어도 800씩 나오니까요. 재료 아이템은 좀 까다롭습니다. 일부 재료들은 상점에서 게임머니로 살 수 있는 데, 이런 행복한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루팅해야 하죠. 소녀 난이도에서 드랍되는 템이면 그냥 나올 때 까지 돌리면 됩니다. A 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옷을 입힐 필요 없이 그냥 체력만 소모하면 자동으로 돌 수 있고 템이 드랍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확률에 달려있지만 직접 플레이하든 자동으로 돌리든 확률에 차이는 없습니다. 공주 난이도에서만 나오는 재료면 자동 진행을 끼고도 좀 골아프죠. 보통 나오는 스테이지는 하나, 많아봐야 둘이고, 하루에 3번씩만 돌 수 있으니까요. 가차에서만 나오는 재료는 그냥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재료를 모아도 또하나의 큰 난관이 존재합니다. 바로 설계도죠. 대부분의 설계도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설계도들은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가격이 아주 무자비합니다. 위에 별의 바다(星之海) 설계도 가격 보이시나요? 무려 353 코인입니다. 한번도 지지 않는다고 해도 PVP 참가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2주일이 걸리죠..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특히 각 맵에서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전부 S급으로 깨면 열리는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바로 저런 무자비한 아이템들을 요구합니다. 결혼식 복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통틀어 웨딩 드레스는 단 한벌 밖에 없고, 제작템이며 설계도 가격이 160코인 이더군요.. 마지막 맵의 마지막 사이드 스테이지는 인도풍을 요구했는데 역시 위 아래 한벌 맞추는데 100 코인 이상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적 난난에서는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컨텐츠로 진화, 고급 정제, 제작 이렇게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 있습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로 진화시키기 위해선 A가 몇개 이상 필요한데, A는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A를 제작하기 위해선 C아이템 몇개와 D 아이템 몇개를 얻을 수 있는데 C는 고급 정제로만 얻을 수 있고 D는 다시 E 아이템을 진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식으로 말이죠.

애초에 가차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은 포기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법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잡아먹습니다. 이미 진행은 자동이기 때문에 딱히 재미는 없지만,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깬 상태에선 저거라도 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사실 진화도 정제도 제작도 진짜 엔드 컨텐츠는 아닙니다. 끝판왕은 따로 있어요.


6. 세트

모든 아이템들이 세트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템들은 세트를 이루기도 합니다. 첫번째 스샷은 파티쉐 세트이고 두번째 스샷은 중국풍 현대 소녀 세트죠. 몇개의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세트마다 다릅니다. 중국풍 현대 소녀는 헤어스타일, 상의, 하의, 신발로 총 4종만 요구했으나 네번째의 상해연운몽 세트는 머리, 원피스, 목도리, 양말, 신발, 머리장식, 귀걸이, 목걸이, 손목장식까지 무려 9개의 아이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구성품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아주 각양 각색이죠. 이제까지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포함됩니다. 루팅, 구매, 진화, 제작, 정제 등등.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VIP 보상으로만 주어집니다. 두번째 스샷에 나온 저 1대여황 세트는 VIP 10단계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지요.. 제가 지금 VIP 8등급인데 1천위안(17만원)을 써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9등급은 3천위안(50만원)을 요구하지요. 10단계는 얼마나 요구할까요? 다행히도 아직 10단계는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왜 세트를 완성해야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예쁘니까 그리고 세트가 있으니까 겠죠.. 사람이 게임하는데 이유가 필요 없듯이 컬렉션을 완성하는데에도 사실 딱히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세트를 쓰면 쉽게 깨는 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 예를 들어 의료인이 주제어인 스테이지는 간호사 세트나 의사 세트를 사용하면 하드에서도 쉽게 S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세트가 없다고 못깨는 판은 없습니다. 인도 컨셉을 요구했던 최종 스테이지도 전체 세트 구성품 중 딱 둘만으로 (상의와 하의) 클리어했어요.

문제는 세트의 보상이 다른 세트의 구성품과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 스샷 보시면 보상으로 보석(캐쉬)을 준다고 되어있죠? 저건 아주 윤리적인 세트입니다. 도전과제 등으로 보석을 퍼줘서 공짜 현질에 맛들이게 한 뒤 현질을 유도하는게 어디가 윤리적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한 악을 못보셔서 그래요. 진짜 악질적인 세트는, 다른 세트 아이템의 구성 요소를 줍니다. A세트 B세트 C세트 D세트를 모두 완성해야 E세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존재합니다. 이게 진짜 엔드 컨텐츠 끝판왕이죠. 거기에 캐쉬/ 게임머니 가차 보상까지 끼어있으면 정말 언제 끝낼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캐쉬 가차 한번, 게임머니 가차 두번은 공짜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모든 세트를 완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7. 구조적 문제

기본 퍼즐 플레이도 재미있고, 장기 컨텐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짧습니다. 현질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단 3주만에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렸거든요. 그나마도 첫 1주일동안 자동진행을 몰라서 매 판 옷을 일일이 입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하고 나니 할 게 없습니다. 정말로 없어요. 어차피 이제 모든 파밍은 자동 진행으로 돌아가지요. PVP도 입혔던 옷 다시 꺼내 입히는 건 딱 화면 두번 탭하는 걸로 끝납니다. 남은 건 수집 정제 제작 같은 메타 컨텐츠 뿐인데, 여기서도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누굴 갈아서 누굴 키울까 정도의 고민거리라도 있는데, 기적 난난은 정말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어느 템을 먼저 제작해서 어느 세트를 먼저 완성할까 정도죠. 그나마도 하드 모드에서 각 스테이지를 딱 세번 돌 수 있으니 재료를 채워서 제작하고 진화하는 기쁨을 누릴 빈도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템을 루팅하고 수집하고 정제하고 제작하고 세트를 맞춰도 그걸 쓸 데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스테이지를 S 등급으로 다 깨놓은 뒤에요. 뭐 스테이지 별로 점수에 따라 또 랭킹이 있긴 한데, 랭킹 높다고 해서 딱히 추가 보상이 있진 않지요. PVP에서 쓸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PVP는 판정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수집욕 말고는 저 엔드 컨텐츠를 반복할 필요 자체가 없지요. 이게 그나마 일본에서 1년 정도 서비스 한 컨텐츠를 한방에 털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이후의 컨텐츠를 보강하지 않으면 차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소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한 만큼 QQ 플랫폼과 연결되어있고, 친구 등록도 가능한데 정작 친구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 물론 제가 QQ 친구가 없기 때문에 못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퍼드 처럼 모르는 플레이어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치는 없었습니다. 뭐 어쩌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8. 최종 평가

지금까지 기적난난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죠. 기본적으로 게임은 캔디 크러쉬 사가 처럼 연속되는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채워지는 에너지를 소모해서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며, 성공하면 게임 머니와 경험치, 그리고 각 스테이지별로 지정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획득하게 되죠.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며,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장착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입니다. 일종의 퍼즐인데,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플레이어가 채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획득한 자원들을 재가공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는 컨텐츠가 있으며 이 부분이 장기적인 플레이와 현질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오직 여성들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왜 다들 프린세스 메이커 해보셨잖습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이유로 30대 남성이 옷장을 열어놓고는 입을 옷이 없다며 상점에 가서는 현찰 털어서 옷을 사입히진 않을 거란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한국에선 접속할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되어서 여성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여줬으면 좋겠군요.


by 고금아 2015. 6. 1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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