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이미 FPS에서 탈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점령전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GDF :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4&t=136

블로그 : http://tophet.tistory.com/86

말미의 요약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탈것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게임의 무대는 넓고 개방되어있어야 한다.
    • 넓고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전투 밀도는 낮아지고 유저는 전투 보다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 특히 스나이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는데,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스나이핑에 의한 죽음은 유저에겐 짜증나는 경험이 된다.
  •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가 문제가 된다.
    • 탈것은 보병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가진다.
    • 탈것을 탈것으로 견제하게 하면 게임의 승패가 소수의 탈것 에이스의 플레이에 좌우된다.
    • 하지만 보병이 탈것을 견제할 수단을 갖지 못하면 보병으로써의 플레이는 무기력해지고 무의미해진다.
  • 특히 탈것의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
    • 탈것을 타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에이스가 타면 유리하다는 팀 욕구가 충돌할 수 있다.
      • 설령 누가 잘 탄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 F2P 모델을 염두에 둘 경우, 전체 유료화에도 장애가 된다..
      • 탈것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 탈것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탈것 자체에 대한 유료화 스킴도 고안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한 사례로는 홈프론트를 예로 든 적이 있습니다.


  • 거점을 3개로 제한함으로써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게임 밀도 관리.
  • 죽지 않고 킬을 계속 쌓을 경우 상대방에게 해당 플레이어의 위치를 노출시킴으로써 장거리 스나이퍼를 견제.
  •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리스폰할 때 탈것을 탄 채로 게임에 투입시켜 소유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

그런데 3월 출시를 앞두고 지금 베타 테스트 중인 타이탄 폴이 또다른 방법으로 이 탈것이 등장하는 점령전의 문제를 풀어냈기에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1. 타이탄과 보병이 공존하는 레벨 디자인

기본적으로 탈것을 위한 레벨과 보병을 위한 레벨은 서로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탈것은 당연히 보병들보다 크기가 크고 이동 속도가 빠릅니다. 따라서 넓고 개방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특히 전투기 등과 같이 빠른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은 필연적으로 공간이 넓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보병전은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적이 작은 점으로 표현되고, 장거리에서 은폐/엄폐한 상태에서 작은 점에 대고 딱콩 딱콩 총알을 쏘아대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술이 되지요. SMG나 샷건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장거리에서의 저격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됩니다. 적을 찾아 드넓은 맵을 이동하다가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저격병의 총알을 맞고 죽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지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이는 거대한 이족보행이 등장하는 이상, 기본적으로는 크고 개방된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실내공간을 다수 배치해 보병전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자아도취 코더들은 보병의 마지막 방어수단인 건물들을 부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병을 탈것들의 사냥감으로 전락시켰습니다만, 타이탄 폴에서 보병들은 건물을 방패 삼아 타이탄의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이 건물들로부터 타이탄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점령전에서 점령해야 할 거점들은 대부분 타이탄을 탄 채가 아닌, 보병으로만 점령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한쪽 팀의 타이탄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할지라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병들이 실내전에서 활약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타이탄에서 내려서 거점을 점령하는 등의 플레이도 필요해지지요. 하지만 이 거점이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는 외부에 노출되어있는 개방 공간입니다. 아무리 실내전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야외의 타이탄 전력에 밀리게 되면 중요한 건물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죠.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에서 탈것과 보병의 밸런스는 상당히 애매한 지점입니다. 탈것이 보병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면 보병은 탈것의 먹이로 전락해서 보병 플레이의 재미가 떨어지고, 탈것이 약해지면 탈것의 의미가 희석되는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타이탄폴은 탈것의 공간과 보병의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합니다. 실외는 타이탄들끼리 전체 전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투를 벌이게 하고 실내에선 보병들끼리 승부를 보는 이중구성 덕분에 어느 쪽을 플레이해도 무력하게 학살당하기 보다는 흥미진진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보병과 타이탄의 밸런스

일반적으로 탱크나 타이탄과 같이 장갑이 두꺼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에선 이런 장갑을 뚫고 공격할 수 있는 클래스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대인전투력을 희생당하지요. 이런 구성은 이론적으로는 제법 괜찮습니다. 완전한 대인전투력을 갖는 대신 탈것엔 속수 무책으로 당할 것인가, 혹은 대인전투력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라도 할 것인가는 흥미로운 선택이지요. 하지만 유저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대인 전투력에 몰빵해서 탈것에게 죽든, 로켓을 든 댓가로 보병에 죽든 어쨌든 죽는 것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설령 로켓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게 탈것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정도이지 탈것을 한방에 압도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지도 않구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아예 기본 구성에 포함시켜버립니다. 주무기, 보조무기(권총) 외에 대타이탄 무기 1종을 가지고 들어가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병으로 타이탄을 만난다고 해도 엄폐해서 반격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타이탄의 실드와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한방에 큰 타격을 입힐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럿이 한꺼번에 공격할 경우엔 타이탄의 공격 만큼이나 의미있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보병이 조금 더 모험을 즐긴다면, 상대 타이탄에 올라타는 로데오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점프해서 메달리든,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든 일단 로데오에 들어가면 보병은 타이탄의 코어를 직접 공격할 수 있지요. 이 로데오 어택은 실드를 무시하면서 장갑에도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사실 타이탄의 공격보다도 더 위협적입니다. 특히 타이탄으로써는 올라탄 보병을 공격할 방법도 없지요. (전기 구름을 생성시켜 데미지를 줄 수도 있는데, 이 장비를 설치하면 전방에서의 공격을 막아내는 추가 실드를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당연히 위험합니다. 보병은 타이탄에게 밟혀 죽을 수도 있고, 타이탄의 주먹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적 타이탄이나 적 보병에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면 확실히 잡는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써는 시도해볼만한 도박이죠. 병과 개편 전의 배틀필드 온라인에서도 약점을 노려도 최소 2~3방을 맞춰야하는 대전차병 보다는 위험하긴 해도 C4를 붙여 한방에 탱크를 날리는 특수병이 더 인기있곤 했지요.

일반적으로 보병이 탈것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절망적입니다. 숨지 않으면 바로 죽고, (숨어도 벽을 날리기도 하지요) 숨어도 마땅히 반격할 수단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병이 타이탄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유쾌합니다. 일단 적 타이탄의 위치는 미니맵 상에 공유되기 때문에 피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고, 설령 마주친다고 해도 숨을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숨어서 반격을 가할 수도 있고, 역으로 그 타이탄을 일격에 제압하는 도박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서도 타이탄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3. 보병은 이동조차 재미있다.

위와 같이 보병과 탈것 간의 밸런스를 맞춘다고 해도 여전히 레벨의 문제는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병력은 분산되기 마련이고 보병은 전투보다는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열심히 뛰다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는 총에 맞아 죽는 마라톤 게임인 배틀필드가 되겠죠. 그리고 복잡한 실내 공간은 보병을 탈것으로부터 보호해줄 순 있지만 반대로 보병들이 길을 찾아 이동하는데 장애가 되곤 합니다. 특히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은 플레이어가 이해하고 숙지하기 상당히 힘든데, 이는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멀티플레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타이탄폴은 보병들의 이동력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해 나갑니다. 기본적으로 스프린트시 보병의 이동속도는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서 실제 거리는 멀지만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2층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점프가 높은데 점프 중에 2단 점프로 또한번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높이가 모자라면 모서리를 잡고 기어오를 수도 있지요. 덕분에 플레이어는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밀리터리 FPS에서 높은 곳에 있는 적을 뒷치기로 제압하려면 입구를 찾아 헤메야 하지만 타이탄폴에선 그냥 뛰어오르면 되지요. 그래서 건물은 복잡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상당히 재미난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벽타기 등의 파쿠르를 집어넣어서 이동 자체의 재미를 높였습니다. 지루한 마라톤에서 신나는 탐험이 되는 거지요. 처음엔 이렇게 점프하고 파쿨르 하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마우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PC라면 몰라도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콘솔에선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파쿠르를 하는 외부 공간은 타이탄들의 것이고, 실내는 좁기 때문에 파쿠르로 이동할 수가 없거든요. 상당히 절묘한 밸런스지요.


4. 봇을 통해 전투 밀도를 관리.

한편, 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투 밀도 문제는 미니언이라고 불리는 봇을 투입함으로써 해결합니다. 설령 플레이어들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구석구석 배치되고 스폰되는 미니언들을 잡으면서 이동 중에도 짧게 짧게 전투를 할 수 있지요. 덕분에 넓은 공간에 12명의 플레이어만 있어도 게임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조준 능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도 미니언을 잡아서 팀에 기여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5. 타이탄의 대중화

또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장에 타이탄을 배치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배틀필드는 '퀘드 데미지'나 '슈퍼 아머'등과 같이 하이퍼 FPS에서 맵 상에 등장하는 보너스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맵 상에 탈것들은 그냥 존재하고, 아무나 이 탈것들을 잡아 타면 되는 방식이었죠. 이 구조는 탈것들이 거점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한번 거점을 잃으면 탈것의 보유량에서도 밀리고, 이 탈것들로 인해 다시 거점을 잃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탈것을 타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승리하고자 하는 팀의 욕구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라는 전투는 안하고 헬기가 스폰되는 장소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거나 내가 더 잘타니 나에게 양보하라고 말다툼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요.

반면 홈프론트는 게임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사용하는 아이템의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탈것의 스폰이 거점과는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거점 상황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하지 않고, 자신의 포인트를 소모해서 직접 탄 채로 스폰하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도 없습니다. 탈것 타겠다고 줄서서 기다리는 문제도 없지요. 하지만 잘 하지 못해도 포인트가 쌓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탈것을 더 자주 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피할 수는 없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는 탈것의 갯수가 종류별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포인트가 있는데도 원하는 탈것을 탈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배틀필드 보다는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밸런스와 플레이어들의 욕구를 해결해냈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타이탄폴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4분에 한번씩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미니언을 죽이거나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면 이 쿨타임이 조금씩 단축됩니다. 그래서 잘하는 플레이어는 타이탄을 좀 더 빨리 자주 탈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아무리 못하는 플레이어라고 하도 4분에 한번씩은 타이탄을 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타이탄은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사망 후 타이탄을 탄 채로 스폰할 수도 있지만, 필드 상에 소환(사실은 공중투하)해도 그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남의 타이탄의 어깨에 올라탈 수는 있어도 타이탄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타이탄의 주인 뿐입니다. 설령 필드에 타이탄을 소환해놓고 그걸 타기 전에 죽으면 타이탄은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스폰할 때 타고 나올 수 있고 스폰 후에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FPS라고 해도 탈것이 그렇게까지 많이 투입되지는 않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은 탈것을 많이 배치하면 플레이어들이 탈것을 더 많이 타고 재미있게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탈것에 무력하게 당하는 불쾌한 경험만이 양산되었죠. 그렇다고 누구나 탈 수 있을 만큼 탈것을 늘리면 이젠 보병 플레이가 의미가 없어집니다. 상당히 난감한 문제죠. 하지만 타이탄폴은 이미 타이탄과 보병의 밸런스를 맞춰놓았기 때문에 필드상에 타이탄이 많이 뿌려지더라도 보병의 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타이탄들이 많이 깔려있기 때문에 야외에선 타이탄들의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지요.

잘하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지만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만큼은 아니고, 잘하지 못해도 타이탄을 타는 경험을 제공해주며, 타이탄이 많이 깔려도 보병에게 절망적인 경험을 주지 않고, 타이탄 끼리의 교전을 유도해 보병전과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6. 탈것이 등장하는 FPS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든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자들이 독립한 회사인 만큼, 사실 타이탄폴의 재미는 믿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족 보행 병기인 타이탄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FPS는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긴 합니다만, 막상 게임으로 만들고 보면 레벨 부터 시작해서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 등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거든요. 물론 플래닛사이드2처럼 탈것을 보병과 같은 게임자원 중 하나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는 캐주얼한 유저들에겐 상당히 어려울 수 있지요. 그렇다고 스웨덴산 똥덩어리처럼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마도 홈프론트에서 조금 발전된 형태 정도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맵이 커져서 이동이 지루해진다면 이동을 재미있게 만들고, 소수의 에이스들만 탈것들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냥 모두에게 타이탄을 뿌립니다. 보병이 탈것을 만났을 때의 절망이 문제라면 희망을 주고 보병의 플레이가 의미없는 것이 문제라면 보병에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작은 변화들이지만 큰틀에서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게임플레이의 깊이와 캐주얼함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는 겁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다른 FPS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시 플레이는 직관적이고 유쾌합니다. 과연 현대 혹은 근미래를 무대로 한 게임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타이탄폴은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 디자인에 있어 하나의 거대한 획을 긋는데 성공했습니다.

by 고금아 2014. 2. 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