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성 취향 게임이 중국에서 데뷔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제가 지금 중국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지라 관심이 없었는데 여성용 게임이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게 되더군요. 바로 오늘 소개할 '기적난난' 입니다.



처음엔 텐센트에서 직접 개발한 줄 알았으나, 알고 봤더니 원래 일본 게임이더군요. Nikki UP2U 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적난난은 그 세번째 시리즈를 중국에서 현지화 한 것입니다. Nikki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중국에선 暖暖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습니다. 느→안↗느→안↗ 으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 알리바바 쪽을 통해서 출시하려고 했는데 틀어져서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 되었다는군요. 일본에서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좋은 듯 합니다. 출시 약 3주가 되는 2015년 6월 15일 현재 무료 게임 순위 9위에 올라있고 (11위에 전민돌격이 보이네요), Top Grossing 에선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몽환서유, 전민돌격, 전민기적(뮤 오리진), 도탑전기(도타 레전드) 바로 다음이네요. 안드로이드는 안쓰는지라 체크 못해봤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도 플레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성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로 뿅!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여성용 게임이라고 하니, 그리고 그게 잘나간다고 하니 호기심으로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이거 정말 무서운 게임이더군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모바일 게임에 큰 흥미가 없어서 전민돌격이나 도탑전기도 지루해서 관둔 30대 중반의 남성 게이머가 이 게임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1500위안(27만원)이나 질러버릴 정도루요.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확인해보니 중국 앱스토어에만 올라와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더군요.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혼자만 알고 있는게 아까워서 이번에 한번 소개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1편은 영문으로 앱스토어에 올라와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는... 뭐 알아서들 찾아보세요..

영문판 바로가기


1. 게임의 기본 구조


게임은 기본적으로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애니팡 등과 같이 여러 스테이지가 연결된 형식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한 맵을 다 깨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한번 도전할 때 마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당연히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면 상한이 올라갑니다. 단, 레벨이 오를 때 자동으로 채워주진 않습니다.) 클리어하게 되면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아이템을 랜덤한 확률로 획득합니다. 위 예시의 경우, 7부 청바지와 스웨터를 얻을 수 있는데, 스웨터는 S급 이상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군요. 에너지는 4점을 사용하는데 이는 노멀에 해당하는 '소녀' 난이도라서 그렇습니다. '하드'에 해당하는 '공주' 난이도에선 6점을 소모하며, 한 스테이지는 3번 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와, 3번의 한도는 돈을 내면 풀립니다.) 입장해보도록 하지요.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간단하게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풀 음성이 지원되지요. 간략하게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화가 끝나면 이제 옷을 입힐 차례가 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중요한 단어들은 대화씬에서 빨간 글씨로 설명이 되지만, 옷 입히기 화면에서도 상단의 '임무지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의 경우 빨간 글씨는 '우아하고 성숙한 OL 풍'을 요구하고 있네요. 그리고 '간략'(简约)과 '우아'(优雅) 속성이 중요하다는 힌트를 줍니다.

의상은 기본적으로 헤어스타일, 원피스, 외투, 상의, 하의, 양말, 신발, 화장 이렇게 8종의 슬롯이 있습니다. 이 중 원피스와 상+하의 조합은 서로 배치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상/하의를 입을 수 없고, 반대로 상/하의를 입으면 원피스를 입을 수 없지요. 대부분의 양말은 기본 슬롯을 사용하지만 일부 덧양말은 다른 양말 위에 껴입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악세사리는 머리, 귀걸이, 목걸이, 손목, 소지품, 허리, 특수 이렇게 8개 종류가 있는데 머리와 귀걸이를 제외하면 아이템별로 장착되는 슬롯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어서 복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 안에 목걸이와 목도리가 있는데 둘 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을 길게 눌러보면 아이템 별로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희귀한지 (하트의 숫자가 희귀도를 나타냅니다), 해당하는 옷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를 표시합니다. 지금 스테이지에선 '간략' '우아'가 필요한데 예시의 스크린샷은 '활발' '귀여움' 이군요.

플레이어는 옷의 외견과, 표시되는 정보를 종합해서 니키에게 옷을 입힌 뒤에 게임에 들여보냅니다. 그리고 '옷 다 입혔음'('换好了)을 탭하면 의상 배틀에 들어가지요. 아까 도움말에선 2개의 속성만이 제시되었습니다만, 실제 배틀에서는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쌓아서 총점을 비교하지요. (3번째 그림은 다른 배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그냥 넘어갑시다.. ) 각 스테이지별로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지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이 있지요. 여하튼 NPC보다 높은 총점을 획득하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됩니다. 점수에 대해 S, A~D까지의 평가를 받고 경험치, 게임머니 그리고 확률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아이템을 획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만일 다음 스테이지가 아직 잠겨있었다면 열어줍니다.

만일 NPC보다 점수가 낮으면 F 랭크를 받고 실패하게 되는데, 친절하게 이 스테이지를 깨는데 어떤 옷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6번째 그림을 보시면 꽃다발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신발을 추천하지요. 저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한번 더 클릭하면 바로 그리고 보내줍니다. 의상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상점으로 보내주고, 강화로 얻을 수 있다면 강화 메뉴로 보내주는 식이지요.


입힐 아이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 별로 일정한 옷을 랜덤하게 주기도 하구요,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일부는 캐쉬로 구매할 수 있지요. 도전과제가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있는 아이템을 [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있는 아이템의 색상을 바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고([고급정제]),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지요. 물론 가챠로 뽑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가챠를 뽑을 때 마다 일정량씩 주어지는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진화, 고급 정제, 제작과 같은 메타 게임 컨텐츠는 후술하도록 하구요, 어쨌든 이 게임의 기본 구조는 제시된 주제와 힌트에 맞춰 옷을 입혀 나가는 일종의 퍼즐 입니다. 단, 스테이지 마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입혀놓은 아이템들을 평가해서 점수가 기준에 달하는지만 체크할 뿐 특정한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주' 난이도 역시 '소녀'와 동일한 주제가 제시되며 다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할 뿐이죠. 같은 특성의 옷이라면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더 많은 점수를 주긴 하지만, 컨셉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심지어 깎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주제인데 5성 수영복 세트를 입히면? 그냥 꽝인 거지요. 그래서 부위별로 컨셉별로 특성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스테이지를 계속 깨 나가야 합니다.


2. 의상 아이템의 내부 구조

각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위 그림과 같이 5개의 특성과, 각 특성별 점수를 가집니다. 그런데 게임상에는 10종의 특성이 존재하지요.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이 짝을 이뤄서 총 5쌍이 존재하며, 옷에는 각 쌍 마다 하나씩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간약(简约)

화려(华丽)

 청순(青纯)

섹시(性感)

 활발(活泼)

우아(优雅)

 시원함(清凉)

따뜻함(保暖)

 귀여움(可爱)

성숙함(成熟)

각 스테이지마다 이 5쌍의 능력치 중 하나씩을 골라서 평가하게 됩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OL 미션의 경우는 '간약'과 '우아' 만이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 '섹시', '시원함' '성숙함'도 평가하는 거지요. 각 특성별로 현재 입고 있는 아이템의 특성치를 더하는데, 만일 반대되는 특성의 옷이 있을 경우 점수가 깎입니다. 예를 들어 위 OL 미션의 패션에다가 '간약'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전체 점수는 올라가겠지만 '화려' 속성이 있는 모자를 더한다면 오히려 전체 점수는 내려가겠지요. 그래서 특성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입히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헤어스타일은 디폴트가 존재하고, 상의+하의는 필수지만 나머지 아이템들은 반드시 입히지 않아도 됩니다.)

총 5쌍 10종의 능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슬롯별로 최소 32개(2^5)의 아이템은 있어야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하의 대신 원피스만 입는다고 쳐도 총 5종이니 160개의 아이템은 필요하겠군요. 그런데 이 특성치들이 대립상을 제외하면 시스템 상 조합하는데 제약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의상이다 보니 서로 자주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섹시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은 흔하지만 '섹시함'과 '귀여움'은 좀처럼 찾기 힘들죠.

또 5종 특성치가 필요한 대로 갖춰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엔 SS, S, A, B, C, D 순으로 메겨져있는 특성의 강도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강도가 높을 수록 높은 점수가 나올테고, 레어도가 높을 수록 강도도 높겠죠. 위 예시를 보시면 왼쪽의 원피스는 3성이라 S가 2개, A가 셋이지만 오른쪽의 옷은 5성으로 SS 1개, S 3개, A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슬롯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의 옷을 갖추면 되느냐.. 거기서 끝난다면 참으로 해피하겠지요. 각 아이템은 위 10종 5쌍의 기본 특성치 외에, 별도의 '속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습니다. 능력치 하단에 붙은 잔꽃무늬(碎花)나 서양고전(欧式古典) 같은 것이죠. 옷에 따라 이런 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2개 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예시는 둘 다 1개씩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요.

어떤 스테이지들은 특정한 속성을 지닌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수영복, 중국 현대풍, 중국 전통풍 같은 식이죠. 이런 스테이지들은 속성이 맞지 않으면 점수가 형편없이 깎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주 난이도로 가면 아주 얄짤없지요. 위 예시는 무려 '보헤미안'(波西美亚) 스타일의 옷을 요구합니다. 아예 능력치 힌트는 주지도 않아요. 도대체 보헤미안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처음엔 어떤 옷인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사실 '보헤미안' 이라는 속성이 있더군요. 오른쪽 그림 처럼요. 각 부위별로 조합별로 능력치가 높은 32종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 속성까지 감안한다면 필요한 아이템의 양은 또다시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현재 게임 상에 존재하는 아이템은 총 1964종입니다. 전 현존하는 모든 스테이지를 노멀-하드 공히 S로 전부 클리어했는데 942종의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군요...


3. 불완전한 퍼즐인가 재미 요소인가

문제는 막상 옷을 입힐 땐 특성치와 속성치가 전부 보이진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단 임무 지시에서도 5종 특성치 중 2개에 대해서만 힌트를 제공하고 있지요. 나머지 3종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기본적으로 목표 지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언급한다면 겨울 속성과 따뜻함 특성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겠죠. 또 직접적으로 능력치가 힌트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숙녀'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면 '성숙'과 '청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매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할 때 입을 옷 이라고 해서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혔는데 정작 평가 항목엔 시원함이 아니라 따뜻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죠. 이건 직접 옷을 입혀서 평가 화면을 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마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5종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이템이 갖고 있는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 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어쨌든 한번 배틀 들어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옷에는 5종의 능력치가 있는데, 옷을 입히는 화면에선 항상 그 중 2개의 대표 능력치만 보입니다. 두번째 그림의 천사토끼 헤어스타일이 '활발' '귀여움' 특성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서 활발 / 귀여움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나머지 특성은 어떤지 표시되지 않습니다. 도감에서만 상세 정보가 나오는데, 도감을 보려면 스테이지를 나가야만 하지요. 그리고 도감에서도 기본 목록 상에는 2개의 능력치만 보입니다. 탭 하면 네번째 사진과 같은 화면이 나오지만, 이 상태에서도 설명과 대표 능력치, 희귀도만 있지요. 상단의 [복장소개](服奘介绍) 옆에 있는 [상세속성](详细属性)을 눌러야만 나옵니다. 이 상세 속성을 보기 위해, 도감을 열기 위해, 스테이지를 나오게 되면 입혀놓았던 코디는 초기화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는 옷들의 속성을 외워야 합니다. =_=...

이 게임은 퍼즐입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플레이어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 혹은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전제가 되는 퍼즐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난난의 기본 게임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즐 게임으로 접근할 경우 말이죠.

사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템의 모양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상식'에 의존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은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중국 고전 풍입니다. 오른쪽의 구두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요. 모든 특성들이 위 예시 처럼 선명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신발은 중성풍 외에 영국풍(英伦)이라는 속성도 갖고 있는데, 이건 사실 좀 알아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속성을 쉽게 캐치하더군요. 이제까지 2명의 여성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능력치나 속성 따윈 보지도 않고 - 말 그대로 정말 보지도 않고 - 그냥 슥슥 코디하는데 S랭크가 튀어나오더군요.. 열심히 도감에서 스크린 캡쳐해서 입혀도 B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정보가 명확하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게임구조론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문제입니다만, 애초에 게임구조론이라는 것 자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죠. 재미만 있다면 사실 구조 따위 거슬려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 느슨함이 없이 그냥 정보가 모두 한눈에 쉽게 공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게임은 주제에 맞춰서 옷을 입히는 게임이 아니라 목록을 뒤져가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검색기 시뮬레이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4. 비동기 PVP

플레이 컨텐츠로 PVE 외에 PVP도 준비되어있습니다만, 기본적인 형식은 PVE와 동일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옷을 입힌 뒤 상대 플레이어의 코디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랜덤하게 입히는지, AI가 지능적으로 코디하는지 혹은 그 플레이어가 해당 주제에 대해 사용했던 조합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상대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PVE와 달리 상대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상대해야하므로 난이도는 PVE보다 높습니다. 주제어만 제시될 뿐 능력치 힌트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각 판 마다 PVP 승점과 게임 머니,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승패에 따라 양이 조금 달라집니다. PVP 코인의 경우 이기면 5점, 지면 3점을 얻는 정도로 승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단, 매 주 단위로 획득한 승점으로 랭킹을 메기고, 랭킹에 따라 추가로 게임 머니와 PVP 코인이 주어지는데, 이 양은 제법 됩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주간 보상으로 100개의 코인을 수령하는데, 이는 20판을 전승했을 때 얻는 것과 맞먹는 양이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5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 기회를 구입하지 않으면 모든 본질적으로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 즉, PVP 코인은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돈을 내는 플레이어가 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이죠.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PVP의 판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총 5종 능력치를 하나씩 채점하는 PVE와 달리, PVP에선 총합 5번 채점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같은 능력치가 여러번 채점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채점할 때 마다 점수가 달라요. 청순함을 처음 체크할 땐 5000-4000이었는데 두번째로 체크할 땐 6000-9000 이런 식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습니다. 그런데 그 영문을 알 수 없단 말이죠. 게다가 컨셉과 무관하게 점수가 메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를 보면 제시어는 '여름 이야기' 입니다. 왼쪽의 제 캐릭터는 컨셉에 맞춰서 입었는데 상대는 '여왕폐하' 컨셉으로 입고 나왔어요. 딱 봐도 쪄 죽을 것 같죠. 그런데 점수는 상대가 넘사벽으로 높습니다.

처음엔 이게 매우 분통터졌는데, 지금은 그냥 달관해버렸습니다. 승패에 따른 보상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니, 그냥   주제에 대해서 이전에 입었던 조합을 불러내서 내보내고 있어요.


5. 수집, 정제, 제작, 진화

PVE건 PVP건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이템과 자원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템의 경우 일단 하나를 얻고 나면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얻을 필요가 없지요.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소화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 다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게임들은 카드를 갈아 먹여서 레벨을 올리고 한계 돌파를 시키는 식으로 이를 풀어내는데, 이게 캐릭터 카드라면 모를까 옷에 옷을 먹여서 옷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좀 애매하죠. 그래서 기적난난은 기본적으로 진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위의 스크린샷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들은 같은 아이템을 일정 갯수 모으면 더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3성인 상해탄을 6개 모으면 4성인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고, 상해일몽 4개를 모으면 5성인 상해 연운몽을 얻을 수 있지요. 모든 아이템이 다 진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아이템만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진화 아이템은 어떻게 모으느냐.. 여기에 엔드 컨텐츠가 걸려있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에선 상해일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캐쉬 가차, 게임 머니 가차, 그리고 진화죠. 상해 일몽 1개는 상해탄 6개에 해당하구요. 가차 없이 상해연운몽을 완성하기 위해선 상해탄 24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해탄은 하드 모드에서, 그것도 단 하나의 스테이지에서만 드롭되죠. 돈을 내지 않으면 하드 모드의 각 스테이지는 하루에 단 3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최소 8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는 상해탄이 드롭될 확률이 100%가 아니므로, 훨씬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겠죠.

상해탄-상해일몽-상해연운몽은 위 세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만, 고급 정제나 제작으로 얻어지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소녀 난이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요.

고급 정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색상이나 패턴이 다른 변종을 만들어냅니다. 위 스크린샷의 헤어스타일은 원래 빨간색에 가까운데, 흑색 염료와 제작 원료를 써서 같은 디자인에 검은색 버전을 만들어내지요. 일단 플레이어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아이템의 변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제작 원료는 가지고 있는 다른 아이템을 (주로 중복된 아이템을) 분해해서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염료와 패턴입니다. 이들은 은색 별이 그려진 동전같이 생긴,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PVP 코인의 최대 양은 5X5 = 25개 입니다. 흑색 염료가 8 코인이니 최대 획득량의 30%에 달하죠. 그나마 저 헤어스타일은 염료를 1개만 요구하는데 2개씩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피를 토하죠.

그나마 고급정제는 제작에 비하면 들어가는 품이 적은 편입니다. 제작에 비한다면 말이죠. 아이템 제작은 크게 3가지 요소를 요구합니다. 1) 제작비 2) 재료 아이템 3) 설계도. 사실 제작비는 무시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드 한판만 뛰어도 800씩 나오니까요. 재료 아이템은 좀 까다롭습니다. 일부 재료들은 상점에서 게임머니로 살 수 있는 데, 이런 행복한 케이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루팅해야 하죠. 소녀 난이도에서 드랍되는 템이면 그냥 나올 때 까지 돌리면 됩니다. A 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옷을 입힐 필요 없이 그냥 체력만 소모하면 자동으로 돌 수 있고 템이 드랍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확률에 달려있지만 직접 플레이하든 자동으로 돌리든 확률에 차이는 없습니다. 공주 난이도에서만 나오는 재료면 자동 진행을 끼고도 좀 골아프죠. 보통 나오는 스테이지는 하나, 많아봐야 둘이고, 하루에 3번씩만 돌 수 있으니까요. 가차에서만 나오는 재료는 그냥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재료를 모아도 또하나의 큰 난관이 존재합니다. 바로 설계도죠. 대부분의 설계도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동으로 얻습니다. 하지만 일부 설계도들은 PVP 코인으로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가격이 아주 무자비합니다. 위에 별의 바다(星之海) 설계도 가격 보이시나요? 무려 353 코인입니다. 한번도 지지 않는다고 해도 PVP 참가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2주일이 걸리죠..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특히 각 맵에서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전부 S급으로 깨면 열리는 사이드 스테이지에서 바로 저런 무자비한 아이템들을 요구합니다. 결혼식 복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통틀어 웨딩 드레스는 단 한벌 밖에 없고, 제작템이며 설계도 가격이 160코인 이더군요.. 마지막 맵의 마지막 사이드 스테이지는 인도풍을 요구했는데 역시 위 아래 한벌 맞추는데 100 코인 이상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적 난난에서는 자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컨텐츠로 진화, 고급 정제, 제작 이렇게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여 있습니다. A라는 아이템을 B로 진화시키기 위해선 A가 몇개 이상 필요한데, A는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으며 A를 제작하기 위해선 C아이템 몇개와 D 아이템 몇개를 얻을 수 있는데 C는 고급 정제로만 얻을 수 있고 D는 다시 E 아이템을 진화시켜서 얻을 수 있는 식으로 말이죠.

애초에 가차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은 포기한다고 치더라도, 이게 제법 많은 시간과 자원을 잡아먹습니다. 이미 진행은 자동이기 때문에 딱히 재미는 없지만,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깬 상태에선 저거라도 하면서 에너지와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사실 진화도 정제도 제작도 진짜 엔드 컨텐츠는 아닙니다. 끝판왕은 따로 있어요.


6. 세트

모든 아이템들이 세트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이템들은 세트를 이루기도 합니다. 첫번째 스샷은 파티쉐 세트이고 두번째 스샷은 중국풍 현대 소녀 세트죠. 몇개의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세트마다 다릅니다. 중국풍 현대 소녀는 헤어스타일, 상의, 하의, 신발로 총 4종만 요구했으나 네번째의 상해연운몽 세트는 머리, 원피스, 목도리, 양말, 신발, 머리장식, 귀걸이, 목걸이, 손목장식까지 무려 9개의 아이템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구성품들을 준비하는 과정도 아주 각양 각색이죠. 이제까지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포함됩니다. 루팅, 구매, 진화, 제작, 정제 등등.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VIP 보상으로만 주어집니다. 두번째 스샷에 나온 저 1대여황 세트는 VIP 10단계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지요.. 제가 지금 VIP 8등급인데 1천위안(17만원)을 써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9등급은 3천위안(50만원)을 요구하지요. 10단계는 얼마나 요구할까요? 다행히도 아직 10단계는 서비스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왜 세트를 완성해야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예쁘니까 그리고 세트가 있으니까 겠죠.. 사람이 게임하는데 이유가 필요 없듯이 컬렉션을 완성하는데에도 사실 딱히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세트를 쓰면 쉽게 깨는 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 예를 들어 의료인이 주제어인 스테이지는 간호사 세트나 의사 세트를 사용하면 하드에서도 쉽게 S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세트가 없다고 못깨는 판은 없습니다. 인도 컨셉을 요구했던 최종 스테이지도 전체 세트 구성품 중 딱 둘만으로 (상의와 하의) 클리어했어요.

문제는 세트의 보상이 다른 세트의 구성품과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 스샷 보시면 보상으로 보석(캐쉬)을 준다고 되어있죠? 저건 아주 윤리적인 세트입니다. 도전과제 등으로 보석을 퍼줘서 공짜 현질에 맛들이게 한 뒤 현질을 유도하는게 어디가 윤리적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진정한 악을 못보셔서 그래요. 진짜 악질적인 세트는, 다른 세트 아이템의 구성 요소를 줍니다. A세트 B세트 C세트 D세트를 모두 완성해야 E세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존재합니다. 이게 진짜 엔드 컨텐츠 끝판왕이죠. 거기에 캐쉬/ 게임머니 가차 보상까지 끼어있으면 정말 언제 끝낼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캐쉬 가차 한번, 게임머니 가차 두번은 공짜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모든 세트를 완성할 수는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말이죠.


7. 구조적 문제

기본 퍼즐 플레이도 재미있고, 장기 컨텐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짧습니다. 현질을 조금 하긴 했지만 단 3주만에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렸거든요. 그나마도 첫 1주일동안 자동진행을 몰라서 매 판 옷을 일일이 입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하고 나니 할 게 없습니다. 정말로 없어요. 어차피 이제 모든 파밍은 자동 진행으로 돌아가지요. PVP도 입혔던 옷 다시 꺼내 입히는 건 딱 화면 두번 탭하는 걸로 끝납니다. 남은 건 수집 정제 제작 같은 메타 컨텐츠 뿐인데, 여기서도 사실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는 누굴 갈아서 누굴 키울까 정도의 고민거리라도 있는데, 기적 난난은 정말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선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어느 템을 먼저 제작해서 어느 세트를 먼저 완성할까 정도죠. 그나마도 하드 모드에서 각 스테이지를 딱 세번 돌 수 있으니 재료를 채워서 제작하고 진화하는 기쁨을 누릴 빈도도 높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래서 템을 루팅하고 수집하고 정제하고 제작하고 세트를 맞춰도 그걸 쓸 데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스테이지를 S 등급으로 다 깨놓은 뒤에요. 뭐 스테이지 별로 점수에 따라 또 랭킹이 있긴 한데, 랭킹 높다고 해서 딱히 추가 보상이 있진 않지요. PVP에서 쓸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PVP는 판정 자체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수집욕 말고는 저 엔드 컨텐츠를 반복할 필요 자체가 없지요. 이게 그나마 일본에서 1년 정도 서비스 한 컨텐츠를 한방에 털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서 빨리 이후의 컨텐츠를 보강하지 않으면 차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소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한 만큼 QQ 플랫폼과 연결되어있고, 친구 등록도 가능한데 정작 친구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 물론 제가 QQ 친구가 없기 때문에 못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퍼드 처럼 모르는 플레이어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장치는 없었습니다. 뭐 어쩌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8. 최종 평가

지금까지 기적난난의 구석구석을 살펴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죠. 기본적으로 게임은 캔디 크러쉬 사가 처럼 연속되는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정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채워지는 에너지를 소모해서 스테이지에 도전하게 되며, 성공하면 게임 머니와 경험치, 그리고 각 스테이지별로 지정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획득하게 되죠.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며,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장착시키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입니다. 일종의 퍼즐인데, 시스템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플레이어가 채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획득한 자원들을 재가공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나가는 컨텐츠가 있으며 이 부분이 장기적인 플레이와 현질을 유도합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오직 여성들에게만 어필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왜 다들 프린세스 메이커 해보셨잖습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이유로 30대 남성이 옷장을 열어놓고는 입을 옷이 없다며 상점에 가서는 현찰 털어서 옷을 사입히진 않을 거란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한국에선 접속할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되어서 여성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여줬으면 좋겠군요.


by 고금아 2015. 6. 16. 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