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에서 Voosco님이 쓰신 '다중 성장 - 퍼즐 앤 드래곤과 던전 스트라이커의 경우'에 이어지는 포스팅.


며칠 전 Nanna 님과 비슷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보상은 그전까지의 플레이에 대해 만족감을 주는 한편으로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긴 합니다. 그러므로 보상은 잦은 편이 좋겠습니다만, 미미하고 잦은 보상은 반대로 보상 자체에 대한 희소성을 감소시켜 플레이어들을 리프레쉬 시켜주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MMORPG나 MORPG 처럼 계속된 성장이 기본 구조인 게임에서 가장 큰 보상은 바로 캐릭터의 성장 - 레벨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벨간의 간격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멀어지기 마련이죠. 이 성장 이라는 보상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몇가지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열심히 플레이한 분들 말로는 리니지는 후반부 성장구간이 워낙 길어 자아 성찰의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레벨에 따른 전투력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이 노력들이 보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신 분들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캐릭터 레벨과 직업 레벨을 나누고 이를 엇갈리게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도중에 직업 레벨이 오르고, 직업 레벨이 오르는 사이에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리듬이 발생하게 되죠. 리니지와 동일한 경험치 테이블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캐릭터의 강함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성장은 2배나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마비노기의 환생은 캐릭터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냄으로써 다시 초반부 컨텐츠의 빠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누적된 플레이가 직접적으로 게임에 다시 반영되는 영속성에 기반한다는, MMORPG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킬은 환생을 거듭해도 초기화되지 않으므로 누적된 플레이가 게임에 결국 반영됩니다. 이 환생이 뉴비들과 올드비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 섞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게임이 클래스 구분 등의 제한 없이 스킬을 익힐 수 있고 그 스킬의 종류가 많으며 이 스킬들의 성장이 누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엔드 컨텐츠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 역시 마비노기에서 환생 제법 하신 분이 보충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라그나로크 역시 1레벨로 돌려보내는 전승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제한이 없는 마비노기와 달리 3차 까지로 제한되어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스킬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환생시 스탯과 HP 등에 보너스를 주고 외양을 바꿔주는 등의 효과가 있나 보네요.

앞서 열거한 게임들 모두 WOW 이전의 게임입니다. 스토리를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만렙을 찍고 엔드컨텐츠를 즐긴다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이죠. 바꿔 말하자면 와우는 엔드 컨텐츠에서 인던 / 레이드 / 투기장 등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 행위로 성장구간을 대체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경험치 테이블을 타고 올라가는 것 보다는 아이템을 얻는 것이 더 주기도 짧고, 아이템을 촘촘히 배치하면 폭발적으로 캐릭터가 급격히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후발 주자들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가 쉽지요. 이런 엔드컨텐츠가 있다면 굳이 환생 등의 시스템으로 유저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낼 필요가 없지요.

이런 WOW의 구성은 막대한 양의 컨텐츠를 필요로 하며 이렇게 생산된 컨텐츠들이 1회성으로 소모되어 이미 컨텐츠를 쌓아둔 WOW를 제외한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요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후반부 성장이 둔화된 시점에서 크로스 클래스 스킬들을 익히게 해주는 던스의 다중성장은 동일 컨텐츠를 반복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WOW 구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이종스킬 습득은 여러 클래스의 스킬을 익히게 할 경우 사실 한 클래스의 스킬만 모두 익히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되거나, 모든 스킬을 다 익힌 괴물을 만들거나, 최선의 조합으로 먼치킨을 만들어 국민트리를 정착시키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던스는 길드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은 스킬을 익혀도 결국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은 그 중 몇개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전체 스킬을 다 익힌다 하더라도 이는 캐릭터의 성능을 절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수직성장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수평성장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런 수평 구조에서 모든 스킬을 다 익히게 되면 게임 전반을 보았을 때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을 익힌 캐릭터보다 유리하지만 (다른 조건들 - 스탯 등) 국면을 좁게 보았을 때에 양자간에 넘을 수 없는 수준의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두번째 문제는 스킬 슬롯 제한으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슈는 스킬 포인트가 한 클래스의 스킬을 다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할 때 주로 발생하는데 말씀하신 걸 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히 부여될 것 같습니다. 결국 세번째 이슈 - 먼치킨 조합에 의한 국민트리 현상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퍼즈도라의 경우는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게임을 주도한다는 기분" 이라고 추상적으로 설명하셨는데, 저는 이를 템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WOW든 마비노기든 라그나로크든 던스든 무슨 게임이든 성장 템포에 리듬을 주려고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에서 미리 정의된 템포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점점 템포는 느려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퍼즈도라는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를 유저가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성장 템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세대 게임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템포라면 끌려가는 것 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템포일 때 더 동기를 부여받기 쉬우니까요.

by 고금아 2013. 6. 11. 0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