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에도 쓴 글입니다. 아마도 관련된 토론은 (발생한다면) GDF에서 계속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파판14 같은 경우는 한 캐릭터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스킬과 아이템 세팅을 바꾸면 굳이 부캐를 키울 필요 없이 한 캐릭터로도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하죠.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플레이했던 구간을 부캐로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만렙 찍은 뒤에도(혹은 성장 구간 중에) 여러 직업을 꾸역꾸역 올려가는 것이 크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렇게 한 캐릭터에 여러 직업을 대응시키기 보다는 한 캐릭터에 하나의 직업만을 부여하고, 그 외의 직업은 부캐를 통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부캐는 유저가 필요해서(심심해서) 즐길 뿐, 게임 내부에서 어떤 보상이나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화 시킨 사례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캐에 적극적으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부캐를 키우는 플레이 자체를 게임에 안착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 - 가문 시스템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구공온)에서 캐릭터가 전체 성장곡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되면 자신의 가문(리거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가문은 캐릭터와는 별개로 가문 자체의 레벨이 존재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가문의 레벨을 올리게 되죠. 해당 계정의 모든 캐릭터들은 그 가문의 일원이 되고, 이 캐릭터들이 경험치를 얻을 때 마다 가문에도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기엔 이 가문 레벨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구현중인 상태였죠. 뭐 EA / 바이오웨어에선 곧 구현된다고 했지만 다들 가문이 구현되기 전에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노예 출신의 시스 인퀴지터와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바운티 헌터와 제국군 정보부의 외계인 요원을 같은 가문으로 묶는 걸 보니 과연 스타워즈 스케일이라는 정도의 단상만을 남겼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온 김에 2년만에 접속해보니 그 가문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진 않고, 자잘하지만 어쨌든 부캐가 핵심 엔드 컨텐츠인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성장, 동료, 여행, 편의라는 네가지 카테고리와 그에 부속된 다양한 보너스들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장비를 수리해주는 드로이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되어있네요. 이 외에 탈것을 좀 더 이른 레벨에서도 탈 수 있게 해준다거나,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준다거나 뭐 이런 보너스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보너스들에는 상위의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위의 드로이드 호출의 경우, 수리 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쿨타임을 줄여준다거나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형식입니다. 하위의 보너스를 먼저 갖고 있어야 상위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지요.


이 보너스들은 사실 캐릭터에 귀속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르텔 코인(현금)으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머니로도 구매할 수 있지요. 단, 카르텔 코인과 달리 게임머니로 구매하기 위해선 각 보너스가 요구하는 것보다 가문 레벨이 더 높아야 합니다. 가문 레벨이 높으면 원하는 보너스를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을 쓰면 가문 레벨에 관계 없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모습이 가문 시스템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유료화 모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장치이긴 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와 그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직접 지불하고싶지는 않아하는 유저의 저항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금을 쓰지 않고 보너스를 받기 위해 가문 레벨을 올리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시 월정액 결제나 캐릭터 슬롯 추가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사실 구공온에서 부캐 키우기가 엔드컨텐츠가 된 것은 기획 의도였다기 보다는 기획의 실수에 기인합니다. 한번 훑고 지나가는 성장 구간을 엄청난 고퀄인데 비해 엔드컨텐츠는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약하니 만렙 찍고 할 게 부캐를 키우는 것 뿐이었죠. 게다가 이 게임은 2개 진영 4개 클래스가 모두 다른 메인 스토리를 매우 고품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캐를 키우는게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의 경우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굴리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실제 수익 모델 자체도 캐릭터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죠. 그래서 다른 게임이나 구공온과 달리, 이 게임은 작정하면 2일 내에 성장구간을 끝내고 엔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사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옆에서 보니 좋아보인다는 개인적인 감상 외엔 여러 캐릭터를 사모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히어로가 2가지 씩의 시너지 버프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25레벨에서 열리고 다른 하나는 50레벨에서 열리죠. 예를 들어 블랙 위도우가 25레벨이 되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않은 적에게 2% 추가 데미지 효과가 생겨납니다. 50레벨에서도 2%가 열려 합치면 총 4%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헐크는 최대 HP 상승,  휴먼 토치는 광역 스킬 데미지 상승 등 각 히어로들의 개성에 맞는 효과가 부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5레벨과 50레벨에서 얻는 보너스가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언맨은 25레벨에선 장거리 데미지 보너스, 50레벨에선 에너지 데미지 보너스를 줍니다. 싸이클롭스는 25레벨에서 에너지 데미지, 50레벨에선 경험치 획득량 보너스를 주지요.

그리고 각각의 히어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최대 10명으로부터 이 시너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렙은 커녕 25레벨도 많지 않은 가난한 쪼렙이야 뭐 되는대로 다 켜고 있습니다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히어로가 10명이 넘게 된다면 각각의 히어로별로 가장 좋은 조합을 선택해야하죠. 블랙 위도우가 주는 버프는 직접 붙어서 싸우는 헐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긴 사거리로 멀리서 쏘는 호크아이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토르가 주는 근접 데미지 증가 효과는 호크아이에게 도움이 못되겠지요. 그래서 시너지를 받을 10명의 히어로 덱을 구성하고, 이 덱을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메타게임이 됩니다.


가문 시스템의 한계와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성과

게임의 성격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공온의 가문 시스템은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단계적으로 열어갈 뿐, 그 안에 어떠한 선택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가문 시스템에서 얻는 보너스들은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캐릭터별로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수리 드로이드는 이미 65레벨 본캐에서 언락을 했지만 저 1레벨 캐릭터에서도 사용하려면 다시 게임머니나 현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들인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메타게임은 고사하고 부캐를 키울 동기 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현질할 보람도 없습니다.) 보너스들을 계정 적용으로 바꿨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겁니다. 혹은 가문의 레벨을 요구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 포인트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바꾸거나요.

부캐는 사실 구공온보다 마블 히어로에서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은 히어로를 판매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이 각기 개성이 뚜렷한만큼 각 유저들의 호불호도 갈려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히어로는 굳이 구매하고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던 히어로들도 습득하고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버려지던 컨텐츠들의 효용이 상당히 올라갔죠. 

만약 이 시스템이 히어로를 루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초반에 도입되었다면 이 시스템은 유전고렙 무전쪼렙을 유도하는 것으로 욕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10분에 한번씩 떨어지는 토큰을 모아 히어로와 교환받게 된 이후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으로 한정지으면서 캐릭터를 20개 30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고 이 10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만으로 마아블로가 다시 부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by 고금아 2013. 10. 11. 18:59

GDF에도 쓴 글입니다.


최근엔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거리가 없어서 뜸했습니다만, 간만에 쓸만한 거리가 하나 생각나서 포스팅을 쎄워봅니다. 바로 PVP 게임에서의 팀킬에 관한 것이죠. 엄밀히는 아군공격이지만, 편의상 그냥 팀킬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PVP 게임들, 특히 FPS 게임의 경우 팀킬은 절대로 허용되어선 안되는 장치입니다. 간혹 On/Off 옵션을 단 채로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직후에 벌어지는 혼돈의 카오스를 목격하고 나면 금방 제거하게 되지요. 반면 해외의 FPS 게임들은 팀킬에 대해 제법 개방적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팀킬을 기본으로 허용하고 옵션으로 끌 수 있게 하지요.

사실 팀킬이라는 게 반드시 막아야 할 절대 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게임에 좀 더 전략성을 부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는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동시에 게임의 경험을 완전히 망쳐버릴 위험 또한 큽니다. 순전히 재미있다고 자기 기지에서 아군을 무차별 학살하는 싸이코패스도 많습니다만, 실수에 의한 팀킬을 팀킬로 응징하고 다시 팀킬로 보복하는 등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우도 그렇게 드물지는 않습니다.

이 팀킬 문제를 외국 개발자는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전 이게 꼭 한국의 도덕이 고담시티 레벨이고 싸이코 패스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기본 시스템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는 편입니다. 해외 FPS 게임들은 대부분 서버를 개인이나 클랜이 설치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 개인이나 클랜이 서버의 룰이나 맵 등을 입맛에 맞게 세팅해놓고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서버를 선택해서 들어가는 구조지요. 한국처럼 계속해서 방이 만들어지고 닫히는 시스템에서야 사실 어디가서 강퇴를 당하더라도 금방 다른 게임에 들어가서 다시 난동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후 제제보다는 차라리 그냥 아예 게임에서 팀킬을 할 수 없도록 막아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하지만 저런 환경에선 괜히 뻘짓하다가 밴 먹으면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람 많고 핑 좋고 거기에 모드 / 맵 / 세부 옵션이 마음에 드는 서버를 찾기란 쉽지가 않거든요. 이는 팀킬 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트롤링 등 대부분의 비매너 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사실 저 구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게임이 바로 배틀필드입니다. 탈것, 폭발물, 드넓은 전장, 강력한 커맨더 등 깽판을 치려고 마음 먹으면 정말 아주 제대로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죠. 물론 팀킬을 끌 수 있긴 합니다만 이는 아군의 총알과 수류탄으로부터 입는 데미지만 무효화할 뿐, 팀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탱크와 같은 차량으로 치여 죽일 수도 있지요. 아군의 차량으로부터 입는 물리 데미지를 방지한다고 해도, 그대로 밀고 벽에다 갖다 박으면 차량에서 오는 데미지가 아니라 벽과 충돌한 충격량 때문에 죽습니다. 그나마 이 로드킬은 감지할 수라도 있지요. 폭발물로부터 데미지는 입지 않아도 내부 물리 엔진에 의해 폭발력으로 밀려나는 효과는 남아서 이 폭발력으로 아군을 배경과 부딪히게 해서 물리 데미지로 죽이는 건 못막습니다. 차라리 같은 원리로 정상적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옥상에 올라가서 스나질 하는 건 차라리 애교죠. 또 아군 옆에 서있는 차량을 폭파시켜서 폭탄의 폭발이 아닌, 차량의 유폭으로 데미지를 줄 수도 있고 심지어 헬기 테일로터로 사람을 갈아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내부 팀킬 방지 시스템으로 하나하나 방지하거나 감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해당 유저를 영구강퇴하는 방법으로 강력하게 제제하지요.

배필 온라인의 경우는 일단 처음에는 겁도 없이 팀킬 On으로 시작해서 한번 지옥을 맛보고, 팀킬을 절대로 켤 수 없게 만든 뒤에도 대한민국 창의력 대장들과 씨름해야 했죠. 정말 열심히 막았습니다만 끝끝내 야구하듯이 헬기 꼬리를 휘둘러 아군을 벽에 날린 뒤 그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죽이는 플레이는 막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배틀필드는 ㅈ같은 게임이고 한국엔 싸이코패스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둘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게임이 허용하는 행위가 많을수록 그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한편 월드 오브 탱크 (이하 월탱)의 경우는 반대로 아군에 데미지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리스폰을 없앰으로써 팀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사망에 대한 페널티를 완화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한 대세이긴 합니다. FPS의 경우는 리스폰 타임을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이 페널티를 줄여왔죠. 하지만 월탱은 리스폰이 없습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그냥 게임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죠.(원한다면 남아서 진행상황을 계속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었다고 게임에서 내보내는 건 게임 플레이 기회 자체를 박탈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합니다. 하지만 월탱의 경우는 그렇게 게임에서 나가도 다른 전차를 타고 금방 다른 게임에 합류할 수 있죠. 게임 플레이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캐주얼한 페널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금방 다른 게임에 투입되면서 기분 자체가 환기된다는 점입니다. 팀킬을 당했건, 팀 메이트들이 ㅂㅅ들이라 진형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밀어 전선이 무너졌건, 일베충이 헛소리를 하든 간에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서 이전 게임은 그냥 잊혀진다는 거죠. 신고 기능이 있고 아군 데미지에 대해서 페널티를 물리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일단 죽으면 게임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보복 팀킬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월탱의 케이스를 다른 PVP 게임 - 특히 FPS - 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 겁니다. 리스폰을 없앤 것도 사실은 탱크라는 소재의 특성상 리스폰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고가 가능한 것도 게임 템포가 FPS에 비해 현저히 느린 덕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적으로 아군에게 데미지를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요소로도 팀킬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요, 개인이 설치한 서버가 계속 지속되고 이 설치자가 서버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시스템에선 팀킬을 포함한 모든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제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방'이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한국식 시스템에선 이런 식의 사후 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게임에서 팀킬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이를 방지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팀킬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구조에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라는 써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이군요.

by 고금아 2013. 10. 11. 03:12

클베때부터 제가 강력하게 밀었던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마아블로), 기본적으로 디아블로의 탄탄한 구조에 기반을 두면서 MMO 답게 필드에서의 이벤트도 존재하고, 꽝이 나오길 바라며 긁는 랜덤 카드 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만 준비한 컨텐츠가 단 2주만에 모조리 소진되면서 급격하게 식어버렸습니다. 특히 굉장히 시간을 들여 힘들게 입장해야 할 카우 레벨이 버그로 인해 무한정으로 제공되었던 것이 결정타를 날렸죠.

그 이후 한달만에 주력상품인 히어로와 코스튬을 세일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으나 그닥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있었던 패치에선 엔드 게임 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유저들이 다시 돌아오고있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최근엔 마아블로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지요.

사실 마아블로의 새로운 엔드 게임 컨텐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월등하게 참신하다거나 신박하다거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전에 비하면 훨씬 낫고, 지금 즐기기에 충분히 재미있네요. 유저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엔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히어로 / 코스튬 획득 방식

우 선 가장 크고 뚜렷한 변화는 히어로와 코스튬을 획득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히어로와 코스튬은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이들은 게임 도중 아이템의 형식으로 드랍되기도 했죠.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드물었고, 그나마도 유저들의 경험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등 비싼 히어로(세일 전 기준 16달러)들 보다는 호크아이와 같이 저렴한 히어로들 (세일 전 기준 6달러 - 이 등급의 히어로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계정 생성시 1개, 기본 퀘스트로 2개가 지급됩니다.)들이 자주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해당 유저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히어로들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많을 수록 중복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는 경험적 착시일 확률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같은 경우 20달러 이상의 히어로를 습득한 건 데드풀이 유일한데 이미 구매한 뒤였고, 저렴한 호크아이는 이미 4개나 습득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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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면 코스튬의 경우는 상점에 판매 중인 코스튬 뿐만 아니라 상점에선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코스튬도 떨어집니다. (이를 체이스 코스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스튬들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히어로를 중심으로 떨어진다고도 하지요. 전 반반이었는데 특히 울버린용 체이스 코스튬을 주워서 이걸 쓰기 위해 울버린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마블 히어로즈에 등장하는 각 히어로들은 기본 스킬 외에 30레벨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기'라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 파티 타임이라고 해서 영화 아이언맨3에 나온 것 처럼 아이언맨 떼를 소환해 일점사를 가하고 헐크의 경우 운석을 잡아던져 광역 데미지를 주는 등 아주 강력한 스킬이죠. 20분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이 궁극기들은 다른 스킬들과 달리 레벨이 오를 때 얻는 스킬 포인트로는 해당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고, 해당하는 히어로를 갈아 먹여야만 그 레벨이 오릅니다. 마치 확밀아에서 한계돌파를 하듯이 말이죠. 특히 상점에선 히어로를 한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미친듯이 파밍을 해야 합니다. (또는 랜덤 아이템인 포츈 카드를 열심히 찢어야죠.)


새로운 습득 방식

이 러한 히어로 습득 / 궁극기 업글 체계는 게임을 오래 꾸준히 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엔드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어로 드랍 확률 자체가 낮고, 싼 히어로 중심으로 떨어지다 보니 비싼 히어로들은 이 궁극기 업그레이드를 체험해볼 기회가 상당히 드뭅니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히어로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일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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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래서 마블 히어로즈는 이제 히어로 자체를 드랍하는 것이 아니라 이터너티 스피리터(이하 ES)라는 토큰을 드랍하고, 이 토큰을 주워서 원하는 히어로로 교환받는 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75ES를 내면 랜덤하게 하나의 히어로를 받을 수 있고, 200~600개를 내면 원하는 히어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200개를 내면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능력치 초기화 아이템이 3달러인데 ES 125개이고 14.5달러 짜리 히어로가 ES 600개로 환율은 대충 40:1이 됩니다. 그리고 이 ES는 5~10분에 하나씩 떨어지지요.

이러한 변화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보상의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히어로를 획득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만 - ES 200개짜리 블랙 위도우를 얻기 위해선 1000분, 즉 16시간 이상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 그 동안 200번의 보상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ES는 떨어질 때 '땡그랑!' 하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캐주얼 게임'에 의하면 캐주얼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주 등장하고 시청각적으로 화려한 보상이라는데, ES 시스템은 이를 충족시켜 줍니다.

둘째,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투명해졌습니다. 원하는 히어로들을 얻기 위해 필요한 ES 갯수와 현재 보유량을 유저가 이미 알고 있고 습득 속도는 이미 체감하고 있지요. 원하는 히어로가 떨어질 때 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던 과거엔 게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모든 진행 상황이 공개되면서 유저는 자신이 게임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히어로를 획득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셋 째, 히어로 구매에 대한 효용도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이 불투명했던 과거엔 히어로 드랍은 사실상 구색이고, 실제로는 히어로를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히어로를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역산해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14.5달러이지만 시간으로 환산하면 3000분, 50시간이 됩니다. 돈을 내지 않고 ES로 구매하면 50시간 뒤에 1레벨짜리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만, 14.5달러를 내고 50시간을 플레이하면 궁극기를 3번 업그레이드 한 스파이더맨을 얻을 수 있지요.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일부 체이스 코스튬도 상점과 ES 샵에 풀렸죠. 이게 궁극적으로 캐쉬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지, 모두 함께 노가다로 가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넷째, 궁극기 업그레이드와 히어로 수집에 대한 엔드 컨텐츠 효용이 더 증대합니다. 사실 고렙이 되어서 뺑뺑이를 돌아도 그 만족감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게임은 계속 어려워지고, 살아남기 위해선 더 나은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데 아이템을 잘 갖출수록 더 나은 아이템을 찾긴 더 어려워지죠. 기존의 유저들은 노력 대비 산출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ES 수집으로 궁극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히어로를 늘리는 컨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새롭게 즐길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기존의 엔드 컨텐츠 구성

기 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파밍이 이루어지는 엔드 컨텐츠의 구성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디아블로엔 난이도에 따라 노멀 악몽 지옥 불지옥이 있지만 마아블로에선 일일 던전, 그룹 챌린지, 림보의 세가지 컨텐츠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각 컨텐츠마다 레벨별로 다양한 난이도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림보를 제외하고는 효용이 극히 떨어진다는 거였죠.

일일 던전은 총 10개가 3개의 난이도로 제공되는데, 난이도에 관계 없이 각 던전을 클리어하면 카드 조각 1개를 얻을 수 있고 같은 던전에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지만 카드 조각은 20시간에 한번씩만 주어집니다. 문제는 이 일일 던전이 너무 쉽고 던전 자체의 보상은 너무 작다는 것이죠. 레벨에 맞춰서 혼자 들어가도 10분이면 클리어할 수 있고, 자기 레벨보다 낮은 던전에 들어가면 3분 안에 카드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안에서 몹과 싸워 얻는 보상은 정말 보잘 것 없죠. 그러다보니 이 일일던전은 플레이 자체에 대한 재미는 없고 그냥 카드 조각 할당량만 채우는 컨텐츠가 되어버립니다.

보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선 그룹 챌린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그룹 챌린지들은 5인 풀파티를 기준으로 구성되어있고, 약 20분 정도의 길이를 갖습니다. 풀 파티가 아니면 쉽게 녹다운 될 정도로 전투가 흥미롭고 경험치나 아이템 보상도 짭잘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티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마아블로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 맵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MMORPG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적습니다. 마을에 해당하는 어벤져 타워에서도 20명 정도 밖에 안보이죠. 그런데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 챌린지를 하기 위해선 같이 그룹 챌린지를 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죠. 던전 자체는 시간 대비 효용이 높습니다만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 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사망 횟수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파티 메이킹을 지원하기도 어렵죠. 그러므로 그룹 챌린지는 길드에 소속되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정말 운 좋을 때에나 플레이할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일 던전은 보상이 너무 적고, 그룹 챌린지는 플레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는 일종의 서바이벌 모드인 림보였죠. 흔히 말하는 서바이벌은 플레이어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있고 외부에서 적들이 몰려온느 구성을 지녔지만, 림보에선 반대로 몹들이 자기 자리에 서있고 플레이어들이 맵을 돌아다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적들이 더 강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맵 곳곳에 있는 오브를 먹어야 한다는 설정이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3분짜리 웨이브 7개를 버티고 나면 보스전이 있고 보스를 잡으면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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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리에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 정도로 몹이 강하고, 보상 또한 그룹 챌린지 못지 않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룹 도전과 달리 파티 없이도 참가 신청만 하면 알아서 사람이 필요한 방으로 합류합니다. (파티를 맺은 상태라면 파티원과 같은 방으로 합류합니다.) 따라서 그룹 챌린지와 달리 파티를 구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림보는 20분에 한번씩만 오픈됩니다. 최악의 경우 20분을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20분을 기다린다고 반드시 플레이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10~12인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짝이 맞지 않을 경우 방에 입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20분을 기다렸는데 입장하지 못하고 다시 20분을 기다려야한다는 상황은 상당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림보를 대체하는 새로운 컨텐츠 - 서바이벌

그 래서 마아블로에선 업데이트를 통해 림보를 없애고 대신 서바이벌이라는 모드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이름은 서바이벌이긴 합니다만, 사실은 서바이벌이라기 보다는 사냥에 가깝습니다. 강한 적들이 맵 구석구석 배치되어있고, 유저들이 이들을 쫓아다니며 보상을 얻는 구조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 10분에 한번씩 3~4명의 보스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보스떼들을 사냥하면서 보상을 얻는 것이죠. (일반 몹에서 오는 보상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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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바이벌(사실 보스 입장에서 서바이벌 모드입니다만) 모드는 림보와 달리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클릭하면 자리 비는 방으로 입장하고, 나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요.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냥 시간 나면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나가는 컨텐츠입니다. 심지어 스폰 장소 앞에 쓰레기 아이템을 매입해줄 NPC 까지 세워놓아서 굳이 인벤 버리러 나갈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또한 이 서바이벌은 림보와 달리 플레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적습니다. 림보의 적들은 상당히 강해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습니다. 그리고 3분 안에 누가 살려주지 않으면 그냥 방에서 쫓겨나지요. 그러니 살고 싶으면 무리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게임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무리가 가는 대로 끌려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무리가 오브를 놔두고 먼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따라다녀야 하죠.


하지만 서바이벌의 몹들은 림보 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강하진 않습니다. 물론 양으로나 질로나 혼자서 다 해결하기엔 벅차지만, 1~2명으로도 충분히 한 무리의 몹들을 해결할 수 있지요. 적들을 피해서 돌아다닐 수도 있구요. 3~4명의 보스 파티는 도전적이지만 플레이어가 모이면 충분히 잡을 만 합니다. 그러니 느긋하게 자기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어요.


일단은 긍정적이지만...

ES 건 림보건 간에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는데에 중점을 둔 모양입니다. 유저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구요.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실제로는 컨텐츠 소모를 더 촉진하는 방향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ES는 원하는 히어로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고 서바이벌은 10분에 3명의 보스를 잡을 수 있게 합니다. (림보는 성공한다고 해도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스 1명입니다.) 2달만에 서바이벌 모드를 추가한 것은 놀랍습니다만, 기본 게임 구성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게 언제 고갈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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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존의 레어 등급 위에 더 희귀한 코스믹 등급의 아이템을 추가한 것은 당장 파밍할 거리들을 추가해 컨텐츠를 저렴하게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코스믹 아이템들 또한 부가로 붙는 옵션이 워낙 강해(모든 스킬 +1 and 확률에 따라 데몬 소환, 적에게 큰 데미지 등의 강력한 효과가 확률에 의해 발동) 일단 방어력과 레벨만 맞으면 딱히 골라잡을 필요까지 느껴지지도 않고, 5시간에 하나 정도는 떨어질 정도로 그렇게까지 귀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외려 사냥 속도만 높여 컨텐츠 소모를 오히려 촉진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by 고금아 2013. 8. 21. 03:00

게임 디자인 포럼에 쓴 글입니다.

원 포스트를 방문하시면 이후 이어지는(이어질) 토론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hwangmaru 님이 재미있는 글을 하나 소개해주셨습니다.


서포터는 왜 거지가 되었는가?

서 포터가 재미없는 희생적인 역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LOL을 안하다보니 CS 못먹어서 그렇잖아도 적은 돈으로 와드와 오라클만 사느라 신발과 시야석만으로 게임을 끝내야하는 정도라는 건 몰랐습니다. 링크한 글에선 이런 희생때문에 서포터 플레이 자체가 재미가 없고 그로 인해 인해 서포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나쁜 경험을 하고 있으니 서포터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고통을 강제로 분담케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그 방법으로 와드 구매에 제한을 두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OECD 최하위권의 독해력을 자랑하는 국가 답게, 서폿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왜 까냐고 댓글들을 열심히 달았죠.

굳이 잘 플레이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롤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이게 제가 전부터 생각해온, FPS의 병과 시스템의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게임이 요구하는 플레이와 플레이어가 원하는 플레이의 충돌이죠.

RPG 의 클래스건 FPS의 병과건, 기본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을 분배하고 상호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겠죠. 이런 롤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인구 수가 적절히 분배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당장 D&D만 보더라도 전사 법사 사제 도적 4명이 기본 아니겠습니까.

여러 클래스가 고루 필요하다는 것은 게임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재미있다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게임 플레이죠. 그런데 각 플레이어가 어떤 클래스를 고를지는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에 맡겨집니다. 클래스의 고른 분포는 상수로 요구되지만 실제 클래스 분포는 변수라는 거죠.

그 렇다면 이때 개인이 클래스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재미가 될 것입니다. 협력이고 거시고 잘 모르겠고 일단 그 클래스가 재미있어 보여야 시작할테고, 실제로 재미있어야 계속 할테죠. 대부분의 게임들은 각각 클래스가 고유한 재미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유저들이 골고루 선택할 것을 전제로 설계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처 음 리프트를 할 땐 전사 계열을 키웠습니다만, 중간에 서버를 옮기면서 힐러를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막상 전투에 들어가자 제가 할 일이라곤 그냥 짝대기 줄어든 파티원 찍어서 색칠하기 뿐이더군요. 남들은 뭔가 신나게 전투를 하는데 말이죠. WOW는 좀 낫냐고 물어봤더니 비슷하댑니다.

MMORPG에서 힐러들이 희귀한 것은 실제 플레이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힐러가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히 힐러 플레이를 재미있어하고 즐기는 유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플레이 자체를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적다는 겁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그 힐러 재미라는게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건 아닌가 의심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러다보니 힐러라는 플레이를 지탱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 자체가 아니라 보상구조에서 오는 경우가 많죠. 힐러에게 경험치나 보상을 좀 더 후하게 주는 식으로 시스템 내부에서 정의된 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희귀해서 파티나 공대를 찾기 쉽고 귀족 대우를 받는 것도 충분한 사회적 보상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그 보상으로 클래스를 끌고가는 것을 과연 잘 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애초에 파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어느 클래스를 고르든 파티나 공대 들어가기 쉬워야 하는게 아닐까요)

FPS 게임 역시 병과별로 무기와 특수능력을 동시에 제한하는 타입의 게임에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FPS 게임에서 병과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것은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FPS게임에서 플레이스타일은 무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습니다. SMG는 중거리에선 부정확하고 데미지도 약하지만 연사속도가 빠르고 일반적으로 이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빨리 접근해 근접전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됩니다. 저격총은 먼 거리에서 줌도 되고 정확하며 데미지가 높기 때문에 장거리에서 강하지만 근거리에선 약하죠.

문 제는 병과별로 무기의 유형이 제약되게 되면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투 스타일과 플레이어가 원하는 롤플레이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저 A는 쓰러진 동료를 일으키고 동료들의 HP를 채워주는 메딕 롤을 좋아하는 동시에 전투에선 중거리에서 점사로 끊어쏘는 플레이를 즐긴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의무병의 무기는 샷건으로 제한되어있단 말이죠. 그럼 유저 A는 원하는 전투 플레이와 원하는 롤플레이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반대로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지요.

만 일 이 무기의 차이가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 뿐만 아니라 전투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배틀필드2의 경우 전장이 매우 넓고 피아 식별이 힘들기 때문에 '배 깔고 드러 누워 점사'가 가장 유리한 기동입니다. 그런데 대전차병의 무기는 근거리용인 SMG입니다. 일반 게임과 달리 교전 거리가 길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냥 대인 전투력이 상당히 약한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데미지가 낮기 때문에 근거리에서도 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밸런스의 핵심은 개개 병과가 사용하는 무기의 전투력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 능력의 효용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합산하면 결국 전체적인 전투력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전차병의 능력을 대인전투력 40% + 특수능력 60%라고 본다면 SMG보다 더 쓸모 없는 샷건을 사용하지만 탈것을 수리하고 대전차 지뢰를 깔 수 있는 공병은 대인전투력 30% + 특수능력 70%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무기를 제한해서 병과의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특수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밸런스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기에서 오는 병과의 특성'은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인전에서의 생존력과 결부되면서 보다 오래 살아남아 플레이하고 싶다는 욕구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공병과 대전차병 모두 평균에 한참 못미치는 분포를 보였죠. 게임의 핵심인 탈것을 공격하고 수리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롤플레이가 성립할 수 있는 기본 전제는 클래스별로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능력을 공통화시킴으로써 병과의 특성을 강조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제가 역사상 최고의 팀플레이 FPS로 꼽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하 울펜슈타인)의 경우죠. 울펜슈타인에는 의무병 - 공병 - 장교 - 병사의 4가지 클래스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중 병사를 제외한 나머지 클래스들은 모두 같은 무기 풀을 공유합니다. 의무병은 치료 능력과 소생 능력을 지니고 공병은 수류탄을 좀 더 많이 가지며 폭약을 설치하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울펜슈타인은 단계별로 목표를 이뤄나가는 속도를 겨루는 게임으로, 폭탄 설치는 어느 게임이든 한 단계를 클리어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장교는 탄약을 보급하는 한편 야외에선 공중 폭격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병사는 이들보다 HP가 높으며 기본 공용 무기 풀에 더해서 저격총이나 화염방사기, 미니건, 로켓포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 전투력의 합산을 100이라고 본다면 병사는 순수히 전투력으로 100%, 나머지 병과는 모두 대인 전투능력 50% + 특수능력 50%를 채웠다고 볼 수 있죠.

대인 전투력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저는 순수하게 자신이 어떤 능력을 원하는지에 따라 병과를 선택합 니다. 사람 살리는게 좋다면 의무병, 공중 폭격이 좋다면 장교, 저격을 하고 싶거나 뭔가 화끈하게 싸우고 싶다면 병사를 고르면 되죠. 그래서 역으로 특정 병과에 쏠리는 일도 없고 인구 비율이 일정하니 롤 플레이도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방침은 이후 ET 시리즈와 Blink에도 이어집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볼 것은 병과가 너무 많을 경우 오히려 롤 플레이가 힘들다는 겁니다. 배틀필드2에는 총 7종의 병과가 있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클래스별로 인구가 균등하게 배치된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내가 도움을 필요로하는 클래스는 7명 중 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물론 팀포2는 12개의 클래스가 존재합니다만 이들은 사실상 협동 롤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존재한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플레이 타입을 제공하는 구성입니다. 의무병을 제외하면 특별히 게임 중 특정 클래스의 도움을 강력히 필요로하는 경우가 없죠.

배필온의 악명높은 '병과 통합 및 총기 공통화' 패치는 바로 여기에 착안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총기를 공통화하는 대신 특수 능력을 압축해 병과 수를 줄였죠. 대인 전투력에 차이도 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순수하게 원하는 플레이에 따라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병과 편중이 해결되었고, 병과의 절대 수가 줄었기 때문에 필요로하는 클래스를 만날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대전차병이 소총까지 들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공병은 수리와 C4를 들고 있습니다. 의무병은 치료 + 소생이 가능하죠. 전체적으로 능력이 상향되면서 또한 능력이 뚜렷해졌기 때문에 병과별 밸런스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뭐 유저들은 게임 접는다 만다 말이 많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유저가 줄진 않았습니다. 대신 이 패치를 해도 게임은 여전히 어려웠고 캐주얼한 유저들은 이미 도망간 뒤였기 때문인지 기대한 것 처럼 유저가 늘지도 않았습니다. 개발 초기에 병과 통합을 좀 더 밀어붙였더라면 하고 생각합니다만 그땐 이미 이 통폐합안의 지지자였던 Voosco님이 도망가신 뒤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렵니다. 뭐 어쨌든 패치 이후 통계상으로 부활, 수리와 같은 비전투 롤플레이의 빈도는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그 외에 이 무기 공통화를 동반한 병과 통합이 가져온 확실한 성과가 한가지 있다면 총기 판매의 효율을 높이는데에도 일조했 다는 겁니다. 총기가 병과에 묶여있고, 또 병과가 다양할 경우 총기를 추가할 때의 효과는 그 병과의 갯수에 반비례해서 떨어집니다. 총기를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은 일정한 반면(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등 에셋 제작 비용은 일정하짐나 사실 밸런스에 들어가는 노력은 병과수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같은 계열 내에서 맞추는 동시에 다른 게열과도 맞춰야하기 때문이죠), 그 총기를 사용할 - 그래서 구매할 - 유저의 숫자는 쪼개지기 때문이죠.

FPS보다 더욱 더 롤플레이를 강조했던 MMORPG도 슬슬 이렇게 롤 보다 플레이 자체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길드워2의 경우 클래스가 다양한 이유는 싸우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워리어는 방패들도 붙어 싸우고, 환영술사는 환영을 불러내고, 네크로맨서는 좀비 부르고 뭐 그런 식입니다. 탱커 딜러 이런 구분 없습니다. 특히 힐러는 그냥 제거해 버렸죠. 정교하게 서로 호흡을 맞춰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롤플레이는 없습니다만, 대신 화끈한 화력전이 있습니다. 즐거운 축제죠. 최근의 마블 히어로즈 역시 힐러는 없고 근탱 - 근딜 - 원딜의 개념이 희박합니다. 붙어 싸우는게 불리하면 그냥 원딜이고, 잘 버티면 근탱, 근거리에서 순삭 당하진 않는데 실드나 유인기가 없으면 근딜이죠. 그냥 자기 캐릭터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 만으로 협력 플레이가 됩니다.

울펜슈타인이나 배필온이나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가 병과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한마디로 '부드러운 트레이드 오프'(제 가 생각해낸 개념입니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가질 순 없다. 하나를 얻는다면 하나를 잃는다. 이런 트레이드 오프는 게임의 핵심인 '의미있는 다양한 선택'을 만드는 핵심적인 장치이고 우리 모두 여기에 익숙해져있지요. 기존의 트레이드 오프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제로썸의 형식이었습니다. 속도가 빠르면 데미지가 적고, 공격력이 좋으면 방어력이 떨어지는 형식이죠. 저는 이것을 '단단한 트레이드 오프'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소프트한 트레이드 오프'는 제로썸이 아니라 플러스썸을 전제합니다. 무엇을 고르든 유저가 실제로 잃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고르지 못한 것은 얻을 수 없겠지만 이는 이미 가진 것을 잃는 것은 아니죠. 유저는 여러가지 플러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부페에 온 것 처럼요. 선택의 다양성과 그로 인한 게임플레이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체감 난이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지요. 이게 클래스에 적용되면 클래스별 미시 플레이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롤플레이도 더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의 롤 (Role 말고 LOL)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원글에서 제시한 와드 보유 제한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와드 사느라 템을 못사는 근본 이유는 와드를 여러개 가지고 있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1명이 희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술이 고착된 탓이니까요.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반대로 와드는 여전히 서포터가 박는데 갯수 제한 고려해서 전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정교한 타이밍에 기지로 귀환해서 와드를 보급해올 의무까지 덮어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기지에 가는 만큼 골드 수입은 더 줄어들겠죠. 그럼 또 그 귀한 와드를 정교하게 박아야 할 의무도 지겠네요. 와드 제한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와드 박는 부담을 다 같이 나눠갖진다면 그건 의미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라면 모를까 EU 스타일이 완전히 굳어져버린 지금, 정해진 플레이를 그것도 욕먹어가면서 계속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 볼 일도 없는 5명이 팀플하기 위해선 그런 정석이 필요하기도 하며 그게 롤 확산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라이엇이 서포터를 살리기 위해 EU 스타일을 깨버릴 수 있을지도 좀 회의적이긴 합니다. 차라리 서포터에게 함께 플레이한 팀메이트 중 한명을 골라서 하루 정도 밴 먹일 수 있는 권한을 주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by 고금아 2013. 7. 4. 02:35
이전에 작성했던 'FPS 게임에서 탈것을 등장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과금은 게임 디자인과는 별도로 취급하는 것이 GDF 방침인 것 같아 별도 포스트를 쎄웁니다.

연관 포스트 :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4&t=136&start=0

부분 유료화 모델과 탈것
FPS 게임에서 탈것을 도입할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선행자들이 이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는 이전 포스트에서 이미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온라인' FPS로 가면 이제까지 언급된 것과 전혀 다른 문제를 맞딱뜨리게 됩니다. 탈것은 부분 유료화에 아주 크나큰 타격을 주거든요.


공짜로 주어지는 강함
PVP 게임에서의 부분유료화는 기본적으로 '강함' - 즉 '게임 내에서의 어드밴티지'를 상품으로 합니다. ('부분 유료화, 뭘 팔아야 하나'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5&t=83 를 참고해주세요) 물론 각각의 총들이 서로 다른 특성(반동, 연사력, 이동시 에임이 벌어지는 정도 등)로 인해 새로운 플레이 패턴을 제공한다는 기능도 있습니다만, 결국은 그 새로운 패턴이 유저에게 맞고 승률을 높여주니까 구매하게 되는 거겠죠. 실질 사용 시간에 비례해 수리비를 청구하는 종량제든,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총기를 사용할 권리를 제공하는 기간제든 기본적으로 과금의 방식의 문제일 뿐 기본적으로는 '강함'을 판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다른 컨텐츠들 - 총기, 방어구 등 - 과 달리 탈것들은 소유권이 없는 공공재 형태로 게임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 총기, 방어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제공하지요. 이렇게 압도적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한, 여기에 돈을 지불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기본 총과 방어구를 들고 게임에 들어가 대인전에서 0킬 10데스를 당하더라도 탱크나 헬기를 잡으면 20킬 30킬을 할 수 있으니까요.


탈것 이용 권리 판매의 문제

여 기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탈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돈을 낸 사람만 탈것을 탈 수 있다는 거지요. 이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매우 충실하며 강력한 구매 동기를 제공합니다만, 반대로 게임의 기본 전제인 공정함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물론 기존 총기들도 공정함을 일부 무너뜨리긴 합니다만 총알을 맞으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특수 병과에 주어지는 아이템으로만 파괴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에 지불 여부에 따라 이 접근 권한을 제한한다는 것은 게임 전체의 승패가 현질 여부에 따라 100%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 모델은 처음부터 계산에 넣을 수 없습니다. 연료 등의 개념을 넣는 것 또한 본질적으로는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탈것의 운용 자체를 제약하므로 마찬가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소유권과 이용권의 효용 문제

기 존의 공공재 성격에 이용권리를 판매할 경우 또하나의 문제는, 돈을 내고도 서비스를 받지 못할 확률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탈것의 갯수보다 탈것의 이용권을 구입한 사람의 수가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이용권의 구매는 탈것을 탈 수 있는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되지 못하죠. 그렇다고 탈것을 많이 늘리면 그땐 정말 총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겠죠.

돈을 내면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탈것을 공중에서 떨어트려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전무패 무전필패의 망트리를 피하기 위해선 이렇게 불러내는 탈것이 뭔가 돈을 안 쓴 것 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기존 탈것들 처럼 강하지는 않은,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해야 합니다. 당연히 탱크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고, 공격능력이 빈약한 수송차량을 넣자니 점령전에선 전투력 못지 않게 이동속도가 또 생명이라 그러지도 못하겠고. 결국 걷는 것 보다는 빠르지만 차량이나 탱크보다는 느리고 총알을 어느정도 견뎌낼 순 있지만 오래는 못견디고 대전차 로켓이나 미사일은 물론 수류탄으로도 뽀갤 수 있을 법한 탈것으로 독일의 공수부대용 장갑차인 비젤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만 개발 코스트에 비해 회수할 수 있는 매출이 너무도 불투명해서 포기했습니다. 동접이 1천 미만으로 떨어지면 천원에 탱크 1대씩, 5백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5천원에 이족보행로봇 한대씩 팔겠다는 농담만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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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초미니 장갑차 비젤입니다.)


이용 시간에 대한 과금

그 래서 그 다음으로 검토된 것이 이용 시간에 대한 과금입니다. 내구제 총기를 사용한 시간에 비례해 수리비를 청구하는 것 처럼 탈것을 실제로 탑승해서 사용한 시간에 대해 과금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도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총은 내 창고에 있지만 탱크는 창고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구도가 떨어진 총은 파괴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탈것은 그렇지가 않죠.

배필온의 악명높은 '컨디션' 시스템은 총이나 방어구 같은 아이템에 붙어있던 유지비용을 계정 자체로 옮김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했습니다. 총을 들고 싸우든 죽어있던 탈것을 타든 간에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로 계정의 컨디션이 감소하고 컨디션이 저하되면 보병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탈것의 성능까지도 감소하게 만든 거죠. 그래서 총은 안사더라도 탈것을 타려면 컨디션 회복비용은 지불해야 했습니다. 유레카!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추가 과금의 문제

저 '컨디션' 시스템을 이야기 할 때 대부분 아이템 유지비에 비해 과금 구조가 뚜렷하고 회수 비율이 가혹해서 유저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고 기억합니다만 사실 이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 그리고 본질적인 - 문제는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유저가 있어도 이를 받쳐주질 못한다는 겁니다.

확밀아의 경우, 유저가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실정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카드 뽑기와 홍차 녹차에 무한정으로 돈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퍼즈도라, 캔디 크러쉬 사가도 마찬가지이며 월드 오브 탱크도 마음만 먹으면 골탄을 쏟아부을 수 있죠. 그리고 이 가격이 불공정함을 납득할 만큼 높으면서도 또 비싼만큼 돈값을 하기 때문에 중과금유저 소과금유저, 비과금 유저들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 시스템은 탱크의 원래 성능을 뽑아내는 것 까지가 한계죠. 돈을 내고 컨디션 한계를 돌파하면 초사이어인이 되어 더 성능이 좋아진다...는 설정도 가능은 합니다만 이미 탈것이 무식하게 강하기 때문에 단지 돈 만으로 제한을 걸기엔 공평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탈것에 대한 버프도 판매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이 경우에도 돈을 쓴 사람은 돈 쓴 것에 비해 효용이 떨어지고 돈을 안쓴 사람은 그 버프 효과가 과하다고 생각되어 외면받았습니다.


다양한 탈것의 출시

사 실 가장 원했던 것은 성능도 다르고 외관도 다른 새로운 탈것을 파는 것이었죠. 기왕이면 전체 전투력은 비슷한 레벨로 유지한 채 특성을 다르게 해서요. 기본 M1A2에 비해 탱크를 상대로 한 공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장갑차나 소프트 스킨 차량에는 더 큰 데미지를 주고 방어력이 더 좋은 챌린저2, 전차 주포 공격엔 약하지만 1회에 한해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T-80U, 장탄수가 적지만 사이즈가 작고 험지 기동력이 좋은 K1A1 이런 식으루요.

장단점으로 밸런스를 맞출 수 있고 시각적으로 확실히 티가 나기 때문에 이건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도전해볼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소유권 문제가 발목을 잡았죠. 돈을 낸 사람이 M1A2 탱크를 잡아타면 갑자기 탱크가 K1A1이 된다.. 당장 봐도 황당하고 이상한 상황이잖습니까. 컨디션이나 버프 효과의 경우는 단일 탑승자 > 운전자 순으로 정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최소 외관이 확연하게 바뀌진 않았죠. 그런데 만약 좌석이 여러개인 장갑차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 자리를 계속 바꾼다고 생각해보세요. LAV-25였다가 갑자기 K200이 되었다가 다시 M2 브래들리가 되었다가 BTR-80이 되었다가... 차량에 대한 데코레이션 아이템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되었구요.


소유권을 전제로 한 탈것의 과금

결 국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탈것에 대한 과금은 소유권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홈프론트의 탈것 시스템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홈프론트는 누가 타고 다니다가 일부러 버리지 않는 한, 전장에 주인 없는 탈것이 뒹굴진 않습니다. 무조건 게임 중 획득한 포인트를 사용해야 스폰시에 그 탈것을 타고 나오죠. 각 맵마다 각 팀이 가질 수 있는 탈것의 한계도 정해져있구요.

이걸 카스온라인에서 '총기를 살 수 있는 권리 판매' 모델과 엮으면 그림이 나옵니다. 사용자는 상점에서 원하는 탈것을 사다가 캐릭터 세팅에 박아넣으면 포인트가 허락할 때 100% 자신이 원하는 탈것을 타고 스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폰 비용(포인트)를 조절하면 탈것의 전투력도 수직적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본 제공된 M1A2는 500포인트를 소모해야 타고 나올 수 있지만 K1A1은 엇비슷하거나 더 약한 전투력이지만 400포인트면 탈 수 있고 르클레르는 M1A2보다 성능이 더 좋지만 600포인트를 소모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다가 게임 중 포인트 획득에 대한 부스트까지 팔면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2중 3중의 과금 천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그냥 홈프론트 빠라서 IP 경매에 나올 때 사자고 주장했던 건 아닙니다.


결론

사 실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 중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한 게임은 워록과 배틀필드 온라인 이 둘 뿐이었습니다. 레니게이드와 홈프론트, 퀘이크 워즈 ET는 패키지 게임이고, 플래닛 사이드(1편)는 월정액 게임이었죠. 2편은 부분유료화로 전환되었다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요.


1. 탈것은 그 압도적인 전투력 때문에 다른 컨텐츠의 판매를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2. 따라서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은 어떤 식으로든 탈것에 대해 과금을 해야 한다.

3. 기본 플레이 상에서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이나 배타적 이용권을 판매하는 것은 게임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

4. 소유권이나 배타적 이용권 없이 유지비를 징수하는 것은 존립 기반은 해치지 않으나 추가 과금이 어렵다.

5. 소유권 문제만 해결된다면 게임 존립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분유료화 모델을 100%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 고금아 2013. 6. 25. 01:52

최근 GDF에서 MMORPG 이야기만 나오고 있으니, 이번엔 FPS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게임 디자인 포럼 GDF 방문하기

탈것은 왜 존재하는가
기 본적으로 PVP 기반의 FPS 게임은 굉장히 대칭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동일한 전력을 가진 토큰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MMORPG와는 달리 이전까지 게임을 진행한 결과들이 전혀 토큰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런 공평한 상황에서 조작기술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 등 플레이어의 개인 기술을 겨루는 것이 기본이죠. 이런 세팅은 공평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개개 토큰의 전력이 일정하고 어쨌든 4발의 총알을 맞으면 죽으니 전체적으로 게임의 긴장감에 큰 변화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퀘이크나 언리얼 등에 등장하는 5배 데미지, 슈퍼아머 등과 같은 버프들은 일시적으로 캐릭터 전력에 비대칭성을 부여해 긴장감에 굴곡을 주는 역할을 해줍니다만 밀리터리 FPS 게임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 탈것이죠. 뭐 사실 이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탈것이 등장했다기 보다는 전쟁이니까 탱크와 헬기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로망에서 출발하긴 했겠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탈것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일반 보병을 압도하는 존재로서 전투 전체에 긴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탈것과 레벨 디자인
FPS 게임에서 탈것을 등장시키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레벨 디자인입니다. CQB를 다루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실내 혹은 좁은 공간을 상정하고 은폐 엄폐물을 중심으로 레벨을 디자인합니다. 하지만 탈것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몇배나 크죠. 따라서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훨씬 넓은 야외여야 하고 공간이 트여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방된 공간에선 서로가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긴박한 총격전을 벌이기 보다는 중거리에서 딱콩 거리며 총이나 쏘는 지루한 오리사냥이 되기 일쑤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이동할 이유를 주기 위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맵 상에 3개 이상의 거점을 두고 점령하는 점령전을 채택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거리 스나이퍼가 유리하다는 것엔 차이가 없습니다.

개 활지에서 원거리 저격은 단순히 밸런스의 문제가 아니라 UX의 차원에서 문제를 초래합니다. 일반적인 실내전 게임들은 오브젝트의 배치로 저격수 시야를 제한해 저격수에겐 압도적인 제압지역을 주는 동시에 저격수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보호지역을 설정해줍니다. 그리고 양팀의 저격지점이 개방되어있어 저격수 끼리의 공방전이 벌어지죠. 하지만 개활지는 그딴거 없습니다. 왜 죽었는지 납득하기도 힘들고, 또한 저격수의 존재를 인지하고 복수하러 가려 해도 여전히 저격수의 시야 내에 있지요. 즉, 개활지에서는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어디 있는지 알아도 반격할 수 없는 오리사냥이 반복될 위험이 있습니다. 오리 사냥 물론 재미있지요. 그런데 과연 오리에게도 재미있을까요?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의 이분화
퀘 이크 워즈 에너미 테러토리(이하 ET)와 커맨드 앤 컨쿼 레니게이드(이하 레니게이드)는 실외 공간 외에 별도의 실내 공간을 강조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ET는 점령해야 할 포인트가 실내에 위치해있죠. 탈것을 타고 점령 포인트 근처까지 갈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점령하기 위해선 실내에서 CQB를 치뤄야 합니다. 배틀필드 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탈것을 탄 채로 점령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탈것들을 탈취당하거나 파괴당하고 나면 점령을 막아내기가 힘들죠. 반면 ET는 실내전이 점령의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탈것들이 전체 전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하고 방어측 역시 실내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수 있습니다.

레니게이드는 상대방 진지의 건물들을 파괴해서 전략적으로 타격을 주고 최종적으로는 본진을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기존의 FPS가 '전쟁'을 다루고 있다면 이 게임은 RTS게임을 FPS로 옮겨놓은 것 같은 게임이죠. 이 게임 역시 해당 건물을 폭파하기 위해선 건물 내로 잠입해 들어가서 정해진 위치에 폭탄을 설치해야 합니다. 탈것은 그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직접적으로 건물을 파괴하는 것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외부에서 포격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긴 한데, 데미지가 미미해서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레니게이드 전문가가 보충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밀도와 동선 관리

탈 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들은 보병만이 등장하는 게임에 비해 보다 많은 공간을 필요로합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평균적인 인구 밀도가 보병전을 대상으로 한 FPS 게임보다 낮으며 그로 인해 긴박감 넘치는 접전 보다는 산발적인 전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국지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전선을 형성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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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선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간을 직선으로 구성하고 이를 끊어내서 일부만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위 그림은 ET의 맵 구성입니다. 맵은 크지만 실제로는 3등분 되어있고 공격팀과 방어팀이 나누어져 있지요. 게임은 공격팀에서 가까운 구역에서 시작되고, 공격팀이 구역별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벽을 파괴한다거나 거점을 점령한다거나)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보병은 현재 게임이 진행중인 구역에서 바로 스폰할 수 있지만 탈것은 본진에서만 스폰됩니다. 따라서 처음엔 공격팀이 탈것을 전장에 투입하기 편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방어팀이 탈것을 투입하기 쉬워져서 전투의 기승전결을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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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의 직선 구조는 인구 밀도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개개의 세션에서 명확한 기승전결을 만든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게임의 양상이 항상 동일하고 의외성이 적다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배틀필드의 경우, 거점 간에 선-후 관계가 없이 자유롭게 점령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장을 지양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맵 중 하나인 카칸드를 보면 각 거점들이 선형으로 구성되어 병력들이 전선에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으로 주 동선과 떨어진 곳에 거점을 두고 거점의 점령에 선-후 관계를 두지 않아 거점 공략에 대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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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만 이렇게 거점을 산개시켜놓은 맵들도 존재하죠. 이런 맵은 어떤 거점을 공략해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전략성을 부여합니다만, 그만큼 병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습니다. 전투를 하기 보단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을 타고 빈집 털이를 다니는 것이 중요한 플레이가 되죠. 뭐 그것도 재미는 있습니다만, 과연 이 게임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가 전투인지 전쟁인지 레이싱인지 좀 애매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실 탈것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타지 못하면 행군게임이 되기도 합니다. 행군하다 총맞는 게임이죠.

배틀필드2의 맵에서 또한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맵 배치가 비대칭적이라는 겁니다. 카칸드만 보더라도 MEC가 거점을 다 점령한 상태에서 미군이 밀고 들어가는 방식이죠. 이런 비대칭 구조는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공/수 교대로 승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ET가 이런 식입니다.) 배틀필드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밸런스가 맞든 안맞든 단판인데..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제가 배필2를 훌륭한 리액트먼트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는 반면 게임으로는 혐오하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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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론트는 각 라운드 마다 점령해야 할 거점을 단 3개만 제시합니다. A(알파), B(브라보), C(찰리). 이 세 거점의 방향과 현재 소유권, 점령 상태가 항상 실시간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먼저 내 거점을 지킬 건지 상대 팀의 거점을 공격할건 지를 결정하고, 어느 쪽을 택할지만 선택하면 되죠. 인접한 거점만 볼 수 있어서 HUD만 봐서는 상황을 알기 힘들었던 배틀필드2와는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또 플레이어를 거점에서 스폰시키지 않고 동료 분대원 옆에서 스폰시켜서 전장에 투입될 때 까지 뛰어가야 하는 상황도 방지했습니다. (배필2와 달리 분대는 자동으로 구성되고, 플레이어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인식되지 않습니다. 물론 추가 조작으로 분대를 옮기거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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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론트는 또한 전체 맵을 좀 더 역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맵은 위 그림과 같이 기본적으로 3등분 되어있는데, 제일 처음엔 가운데의 중립 지역에서 1라운드가 진행됩니다. (이 밖의 공간으로 나가면 사망합니다.) 1라운드에서 누가 이겼는지에 따라 2라운드의 무대가 결정되고, 2라운드에서 동점이 된다면 다시 중립 지역에서 3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이때 각 라운드가 끝날 때 게임이 일시 중단되고 새로운 맵에서 다시 리셋되는 것이 아니라 종료 순간 플레이어들의 위치는 그대로 둔 채 게임 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라운드 스코어는 리셋이 되기 때문에 패색이 짙은 팀은 굳이 고문을 당하기 보다는 라운드 종료가 다가오면 슬슬 병력을 자기쪽 진영 가까이 이동시켜서 다음라운드를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피아 식별과 스나이퍼 문제
대 규모 개활지 맵이 가지는 또한가지 문제는 피아 식별이 힘들다는 겁니다. 스폰 지역과 동선이 잘 정리되어있는 CQB 게임에선 이 피아 식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얼굴이 보이면 쏴야하는 적이고 등이 보이면 아군이죠. 하지만 탈것이 등장하는 개활지 맵에선 동선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이동 방향만 봐서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길다 보니 사실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죠. 그러다보니 이런 맵에선 스나이퍼가 정말 유리해지고, 이는 초보 유저들의 경험에 상당한 위협이 됩니다.

피아 식별을 돕고 스나이퍼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상대 플레이어의 위치를 공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틀필드2는 무인정찰기를 띄워 일정 시간동안 범위 내 모든 적의 위치를 맵 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쿨타임이나 발동비용 등이 있어 사용이 제한적이고 실제로는 자신이 발견한 적의 위치 정보를 아군에게 알리는 '적탐지 공유' 기능을 많이 사용합니다. (위성뷰로 적을 찾아서 탐지공유를 거는 것이 지휘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배필2의 적탐지는 대상의 위치와 종류(탈것의 종류, 또는 스나이퍼인지)를 표시합니다만 탐지 순간의 정보만을 표시합니다. 표시는 되지만 지금도 정말 해당 위치에 적이 있는지는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Z축이 상대 유닛을 가리킨 것이 아닐 경우 해당 위치에 ?를 찍어서 경고의 의미로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탐지 판정이 까다로워서 정확하게 적을 찍기 보다는 ?를 찍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 틀필드 온라인(배필온)의 경우는 이 탐지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스나이퍼들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단 배필2와 달리 일단 한번 탐지되면 일정 시간동안 그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도록 했고, 단순히 미니맵에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HUD상에 아이콘으로 표시해 일단 탐지만 되면 그 위치를 찾기 쉽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혼란을 주는 ? 표시 기능은 그냥 삭제해버렸죠. 또한 사망시에 공격자의 위치를 보여주는 킬캠으로 사망을 납득시키고 공격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시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배틀필드2의 탐지 기능은 개활지의 중장거리 전투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게임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약간의 불편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반면 홈프론트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만 탈것 때문에 전장의 구성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보조적인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우선 홈프론트에선 유저가 사망했을 때 카메라를 유저의 시체로부터 유저를 죽인 플레이어까지 이동시켜줌으로써 자신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물론 이 킬캠은 팀포트리스2(이하 팀포2)나 배필온에도 존재합니다만, 카메라 전환이 아니라 이동이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팀포2나 배필온에선 킬캠에 비치는 배경을 통해 공격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추리해야 하지만 홈프론트에선 사망한 위치부터 공격자 위치까지 카메라가 이동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바로 공격자의 위치를 알 수 있죠.

탐 지한 적의 위치를 공유하는 기능은 홈프론트에도 있습니다. 탐지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해당 적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는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UAV와 정찰 드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홈프론트에선 전투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이나 드론 등의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UAV는 가장 저렴한 - 가장 빈번하게 사용할 수 있는 - 장비 중 하나입니다. 단,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와 달리 사용자 본인에게만 정보가 들어온다는 차이가 있죠. 다신 좀 더 비싼 정찰드론을 띄워서 조종하면 탐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아군들에게 중계해줄 수 있습니다.

탐지든 정찰 드론이든 일단 살아남아서 적을 찾아야만 그 위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홈프론트에선 어떤 유저가 사망하지 않고 적을 계속 죽여 킬 스트릭을 쌓게 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현상수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유저에겐 방어력 증가와 같은 보너스를 주는 대신 상대편 유저들 중 랜덤한 일부에게 해당 유저의 정보를 알려주고 사살할 경우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이죠. 이 상태에서 킬 스트릭을 더 늘리게 되면 위협도도 놓아지고 보너스가 증가하며 반대로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됩니다. 이 현상수배가 존재하기 때문에 캠핑이 억제됩니다.


탈것-보병간 전력 불균형과 병과
위 와 같이 탈것으로 파생되는 레벨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탈것 그 자체가 가진 압도적인 전력에 관한 문제는 남습니다. 대부분의 보병은 탈것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반면, 탈것들은 폭발성 무기와 연사 무기로 무장해 보병들을 압도지요. 이런 불균형이 바로 탈것의 존재 의의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보병에게 대응 수단이 없을 경우, 탈것을 타지 못하면 무기력하게 패퇴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나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필온의 경우는 기존의 배필2보다 훨씬 많은 수의 탈것을 배치해 탈것을 타는 즐거움을 더 주려고 했습니다만 그 결과 보병이 탈것에게 무기력하게 능욕당하는 경험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탈것은 탈것으로 상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넓은 전장에서 탈것들끼리만 전투가 벌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플레이어들의 실력에 따라 한쪽 팀의 탈것이 다른 쪽 팀의 탈것을 압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보병들에게도 제한적이나마 탈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탈것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특정 병과에 이런 능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전차 병과들은 일반적으로 로켓포와 같이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반면 SMG나 샷건 처럼 중/장거리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은 주무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다른 병과들이 갖고 있지 않은 대장갑 전투력을 갖췄으니 대인 전투력을 희생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대인 전투력이 희생된다는 것 자체가 대장갑 병과를 선택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대전차 병과는 탈것에게 죽는 대신 사람에게 죽는 병과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탈것을 압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배필온의 악명높은 '병과 통합' 패치는 바로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죠. 병과의 수를 줄이고 주무기의 제한을 철폐해서 오히려 대인 전투력을 평준화 시킴으로써 대인 전투력에 대한 고민 없이 병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뭐 기존 유저들로부터 욕은 상당히 먹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게임 접은 유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동접이 늘지도 않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방향은 옳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려면 오픈 이전에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동접은 개선하지 못했어도 아이템 제작 효율을 높인 것은 사실입니다. 7개 병과 각기 개별적으로 전용 무기를 사용하던 과거엔 7종의 총기를 출시해야 사실상 1종이 추가된 것과 같은 효과였는데 그 이후로는 2종씩만(저격총 1종류, 나머지 1종류) 추가하면 되었으니까요.

배 필온이 병과 특징을 개인무장이 아닌 특수장비 쪽으로 집중시켰다면, 홈프론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병과 자체를 삭제해버렸습니다. 대신 여러개의 무장 셋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각 무장 셋 별로 대전차무기, 방탄조끼, 정찰 드론, 공격 드론, 개인용 UAV 등 다양한 특수 장비 중 2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너는 ## 병과이므로 %%를 하지 못하는 대신 &&를 해라'라는 방식의 트레이드 오프가 아닌, '네가 ##를 하고 싶다면 ##를 하고 &&를 하고 싶다면 &&를 해라'라는 플러스 중심의 트레이드 오프죠. 그리고 이 장비들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사용시키고 각 효과별로 포인트 비용을 차별화 시킴으로써 전체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쪽이 훨씬 더 세련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날아다니는 탈것의 문제
게 임에서 탈것들은 보통 여러가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헬기나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탱크와 같은 지상 병기들은 사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벽 뒤로 숨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그래서 전 배드 컴퍼니와 배필3의 벽 파괴 시스템은 게임적으로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숨어서 공격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항공기들은 숨을 수도 없고, 항공기들을 공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킹왕짱입니다.

ET의 경우는 항공기의 공격력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메리트라고 본 거죠. 그리고 대전차병이나 장갑차의 로켓에 락온 - 유도 기능을 부여하고 항공기의 속도를 줄임으로써 지상에서도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ET의 탈것 간 전투의 주역은 지상병력이며 항공기는 거들 뿐이죠.

반면 배틀필드2는 항공기에 절대적인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정 설치된 대공 미사일과 대공 차량을 제외하면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죠. 그나마 이들 대공 미사일은 위치가 고정되어있어 항공기가 이륙하자마자 공격하는 대상이 되고, 대공미사일이나 대공차량이나 사거리가 짧고 락온 시간이 길어서 항공기를 공격해서 떨어트린다기 보다는 위협을 해서 쫓아내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 제로 배틀필드2에서 항공기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항공기 뿐이며, 따라서 제공권 장악이 전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편에 전투기를 잘 모는 파일럿이 있으면 (그리고 그 파일럿이 잡음 없이 전투기를 타면) 그 게임은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 편 파일럿이 미숙하면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폭탄맞고 죽는 것이죠. 뭐 현대전이 양상은 그게 맞긴 합니다만, 그게 플레이어들에게 유쾌한 경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일정하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획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필2의 항공기는 기획자의 직무유기 또는 로망질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배필2의 밸런스가 개똥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것은 지상의 탈것 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 겁니다. 자칫하다간 게임 전체의 경험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탈것의 소유권 문제
마 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탈것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ET든 배틀필드 시리즈든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탈것을 공공재로 취급합니다. 주인 없이 일단은 그냥 방치되어있고 아무나 잡아타면 된다는 것이죠. 뭐 사실 파워업도 딱히 주인이 정해져있던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탈것은 분명히 보병보다 훨씬 우수한 생존성과 공격력을 보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탈것을 타고 싶어하는 반면, 그 전력이 팀의 승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팀의 승리를 위해선 탈것을 잘 모는 사람이 탑승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개인의 욕망과 팀의 전략이 충돌하게 되지요.

ET의 경우는 항상 실내전이 필수로 끼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둘러싼 소유권 문제가 적습니다만, 배틀필드2 같은 경우는 이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당장 전선에선 인원이 모자라는데 비행기 타겠다고 활주로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가 폭탄 한방에 몰살당하죠) 탈부심 넘치는 올드비들은 자신이 탈것을 잘 타니 자기가 타야한다며 이미 탈것을 타고 있는 다른 유저들과 입씨름을 벌이다가 그냥 탈것을 터트려버리기도 합니다. 잠시 후에 리스폰 되면 타겠다는 거지요. 배필온에선 팀킬을 없애버렸더니 이젠 탈것을 타고 가라는 전장은 가지 않고 엄한 동네에 짱박혀 포탑이나 돌리는 '잉여 놀이'가 만연하기도 했습니다.

레니게이드에서 탈것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중 활동으로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서 말이죠. 소유권이 분명하므로 누가 탈 것인지를 둘러싼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반대로 승기를 잡은 팀이 포인트를 많이 얻고 이 포인트로 탈것을 타고 다시 전장에서 압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레니게이드가 뿌리를 두고 있는 RTS에선 이것이 당연하긴 하지요.

배틀필드는 탈것이 거점에서 스폰되므로 어떤 거점을 점령해 어떤 탈것을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거점을 많이 획득하면 그만큼 탈것을 많이 동원할 수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 편 홈프론트는 레니게이드와 유사하게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을 불러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수 장비는 플레이 도중 사용할 수 있지만 탈것은 스폰시에 원하는 탈것을 선택하면 해당 탈것을 탄 채로 스폰하는 방식이죠. 물론 탈것을 내리고 나면 소유권은 사라집니다만, 확실하게 태워서 스폰시키니 소유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됩니다. 그리고 탈 것 별로 한 팀이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갯수가 정해져있습니다. 이미 전장에 아군 탱크가 2대 존재한다면 아무리 많은 포인트를 지니고 있어도 탱크를 타고 스폰할 수 없는 식이죠.

게다가 포인트도 다른 게임보다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특히 적을 죽이거나 어시스트를 쌓는 것 외에 단지 스폰하는 것에 대해서도 포인트를 지급하고 적은 돈으로도 대전차 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 까지도 차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스템의 뿌리를 레니게이드 보다는 모던 워페어의 킬스트릭이라고 보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밀리는 팀에게도 상대 탈것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부분은 킬스트릭보다 나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던워페어도 3부터는 보다 많은 킬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망해도 리셋되지 않는 킬 스트릭을 추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지요.

또한 이 포인트 시스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1라운드는 다들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탈것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보병전 위주로 게임이 흐르죠. 하지만 2라운드가 되면 슬슬 포인트를 써서 탈것들을 불러내기 시작하고 3라운드엔 포인트를 쏟아부어 화끈한 화력전이 펼쳐집니다. ET가 원했던 것 처럼 게임이 기-승-전-결의 구도를 지니면서도 다채로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지요.


정리
글이 상당히 길었습니다만 (사실 이것도 상당히 축약했습니다만) FPS에서의 탈것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탈것은 단순한 로망 이외에 전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다채로운 상황과 긴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2. 탈것을 등장시키기 위해선 넓은 야외를 무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중거리 오리사냥을 방지해야 한다.

3. 맵이 커지면 그만큼 인구밀도가 떨어지므로 전선을 형성해 국지적으로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4. 또한 맵이 커지면 피/아 식별이 힘들고 스나이퍼가 극도로 유리해지므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5. 탈것은 탈것으로 제압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병도 탈것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6. 날아다니는 탈것은 날아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보너스이므로 너무 큰 힘을 실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탈것에 소유권을 주지 않으면 아비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의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지으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8. 단, 게임 플레이와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할 때엔 부익부 빈익빈을 방지해야 한다.


by 고금아 2013. 6. 21. 06:50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었고 GDF에서 다시 한번 소개된, VOOSCO님의 포스팅에 이어서.

참고 :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by Voosco




필드 이벤트를 강조한 리프트에서의 리프트와 인베이젼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게임적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리프트가 아니라 인베이젼이라고 생각합니다. 퀘스트의 중심을 마을이 아닌 필드 곳곳의 스팟으로 분산시키고 그 스팟에 인베이젼이 일어나게 만들었죠. 같은 스팟에 있다는 이야기는 퀘스트 진도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니 인베이젼때 퍼블릭 파티로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퀘스트를 할 수 있게 해두었죠.

다만 레벨 공동화에 대해선 전혀 대처가 되어있지 않아서, 후발주자들은 필드 퀘스트를 즐기긴 커녕 퀘스트 진행조차 힘들었다는 것이 함정.. 전략적으로 기간과 비용을 감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리프트와 인베이전 같은 특징적인 필드 컨텐츠 외에 다른 부분들은 이미 검증받은 WOW를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만, 좀 안이하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와우가 땅이고 필드 컨텐츠가 나무라면 땅을 파서 나무를 뿌리채 심어야 하는데 나무 중단을 잘라서 그냥 땅 위에 세워뒀달까요.

그 리고 사실 제가 길드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전투 결과에 대해서 선점이 없다는 겁니다. 길드워2 할 땐 몰랐는데, 그거 하고 나서는 남이 치고 있는 몹을 때려봤자 보상은 커녕 좋은소리 듣기도 힘들어서 남이 잡고 있지 않은 주인 없는 몹을 때려야한다는 점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

사냥 결과물의 선점성으로 인해 필드에서 스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사냥터를 둘러싸고 유저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 사실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니죠. 짧게나마 에버퀘스트를 할 때에도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스폰을 기다리거나, 스틸 당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해결책이 인던으로 한정되었는지에 대해선 좀 의문이긴 합니다. 아마도 사냥의 보장이라는 측면 이외에 하프 라이프 이후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던 조류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사실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가 기술적인 문제로 뒤늦게 등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 사하게 필드 레이드를 강조한 게임이 '레이더즈' 였는데요. 필드에 레이드 보스는 있는데 정작 루팅 선점권은 그대로 놔두는 바람에 파티를 맺지 않으면 잡을 수는 있어도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리프트 처럼 퍼블릭 파티가 있다거나 파티 규모가 큰 것도 아니어서 정작 필드에 가면 파티들이 돌아다니면서 레이드 보스가 스폰되는 순간 선타 먹이기 경쟁을 했죠..

그리고 레이더즈는 레벨 구간별로 녹템셋과 파템셋이 구비되어있습니다. 녹템셋보다 파템셋이 당연히 개개 파츠로도 좋고 방어구를 다 맞췄을 때 세트 효과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파템셋은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드랍하죠. 다른 잡재료들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만, 파템셋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재료는 필드 레이드 보스나 인던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재료는 무조건 1개는 떨어지고 운 좋으면 2개나 3개도 떨어집니다.) 풀셋을 만들기 위해선 대충 8개 정도 필요했던 것 같은데 최소 4번, 최대 8번 정도 돌아야 했습니다.

그나마 인던은 어떻게든 파티 맞춰서 뺑뺑이라도 돌 수 있지만 필드 레이드 보스는 경쟁자가 워낙 많으니 이렇게 드랍을 노리는 사람들을 위해선 따로 필드 레이드 보스 전용 인던이라는 해괴망칙한 것을 만들었죠. 그나마 필드 레이드 보스 보다는 이 괴상한 전용 인던을 통하는게 파티 맞추기도 쉽고 보상도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만 모두가 전용 인던에서 필드 레이드 보스를 잡으면 필드 레이드 보스라는 게임의 컨셉이 다소 모호해지죠. 그래서인지 필드 레이드 보스 잡으라는 퀘스트는 이 전용 인던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서비스 초반부에 약 20렙인가 30렙까지 플레이 경험이라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레이더즈 역시 필드 레이드라는 컨셉은 있었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리프트 보다도 더 어설펐지요.

최근에 달리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이하 마아블로) 같은 경우 디아블로와 길드워2가 살짝 섞인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묘하게 다른 필드를 랜덤하게 선택해준다는 점은 디아블로입니다. 여기에 루팅에 선점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명이 때려도 참가자 전원에게 n빵 없이 온전한 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길드워2죠. (때리지 않았는데 근처에만 가있어도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선 길드워2보다 좀 더 후합니다.)

길 드워2처럼 각 맵 별로 필드 레이드 보스나 필드 이벤트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길드워2 처럼 정교하진 않습니다. 인원수 따라서 난이도가 변화한다거나 그런거 없고, 이벤트의 성공 / 실패에 따라 후속 이벤트가 발생하는 다이나믹 이벤트도 없습니다. 특히 짜증나는 건 길드워처럼 이벤트의 위치를 잘 표시해주지 못한다는 거겠죠. 적당히 가까이 가면 여기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정말 가까이 가야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벤트에 숟갈을 얹고 싶어도 어딘지 몰라서 헤메다가 이벤트가 끝나는 허탈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건 맵을 계속 돌아다니라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보스 어떻게든 보스를 찾으면 정말 반갑습니다. 말이 좋아 필드 보스지 사실은 다구리 맞은 뒤에 경험치와 아이템을 퍼주는 셔틀이죠. 그리고 수십명의 히어로들이 자기 파워들을 있는대로 쏟아내니 이건 정말 파티타임입니다. 인베이전은 깨지 않으면 이후 진행이 힘들기 때문에 네거티브한 필드 컨텐츠지만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의 필드 컨텐츠들은 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즐거운 파티 타임입니다. 향후 MMORPG가 얼마나 만들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필드 컨텐츠는 이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실은 이전 직장에서 그런 컨셉의 MMORPG를 기획중이었으나 접혔죠..)

다만 길드워2가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서 발생하고,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부분에서만 인던을 활용했던 것에 비해 마아블로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인던에서만 발생합니다. 성장구간에서 필드는 인던을 찾기 위해 존재하고, 닥터 둠을 때려잡고 엔드게임으로 넘어가면 아예 모든 컨텐츠가 인던이죠. 그나마 최근엔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인 인던에 들어가면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간 사람들을 파티로 묶어주는 기능이 있어 예전보단 좀 수월해졌습니다. (데일리 인던도 자동 파티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상 필수 인던의 파티 메이킹은 랜덤 필드와 묶여서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인던을 빠져나올 때 자신이 원래 있던 필드가 아니라 파티장이 돌아다니던 필드로 떨어진다는 거죠.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돌아다니던 필드는 동남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서북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A라고 칩시다. 그런데 파티장은 동북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남서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B에서 왔어요. 각기 맵A와 맵B에서 필수인던1로 진입했는데 타이밍이 비슷해서 파티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인던을 나간다고 해서 파티를 찢진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파티장이 들어왔던 맵B로 빠져나갑니다. 당연히 제가 그동안 밝혀놓았던 지도들도 모두 파티장이 열어놓은 것으로 변경되구요.

인던에서 묶인 파티 오토 매칭을 풀어주지 않는 건 아마도 계속 같이 플레이하라는 의도겠습니다만 그냥 풀어주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맵 별로 보통 필수 인던 2개, 보물상자 인던 2개(들어가면 딱 방 하나에 조금 쎄서 경험치를 마구 퍼주는 몹들이 있으며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보물상자가 있는 미니 인던입니다.), 필드 이벤트 2개, 필드 보스 1개 정도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필수 인던만 도는 반면, 저같은 사람은 꼼꼼하게 해당 맵의 컨텐츠를 다 해치우고 지나가죠. 그리고 리프트처럼 필수 인던이 동선 따라서 짜여진 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 선후 관계도 없어서 인던에서 파티로 묶인 사람들이 같이 움직일 확률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정작 파티가 필요한 그룹 챌린지 (별도로 세팅된 맵인데 파티 단위로만 입장할 수 있고, 파티 아니면 잡지 못할 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에는 오토 파티 매칭이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다들 왠만하면 일정 시간(15분?)마다 열리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림보 챌린지를 뛰죠. 그런데 또 정작 림보 챌린지에 들어가면 파티는 또 수동으로 묶어야 한다는 괴랄한 면이 있습니다만.

마아블로의 필드 컨텐츠와 인던은 말 그대로 길드워2와 디아블로 사이에서 어중간한게 걸쳐있는 느낌입니다. 베이스가 디아블로이긴 한데 또 MMORPG니까 필드에서 떼전도 해야겠고 어영부영 하다 보니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죠.

이 게임에선 타인이 부활시켜주지 않으면 인던에선 입구로, 필드에선 가까운 웨이포인트로 날려보낸다는 것이 사망에 대한 유일한 페널티입니다. (심지어 아이템의 내구도 감소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인던 안이든 밖이든 어디든 간에 파티원 옆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가 유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또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동선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묶어준 '무작위 만남'이 딱히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뭔가 이것 저것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by 고금아 2013. 6. 18. 01:58

GDF에서 Voosco님이 쓰신 '다중 성장 - 퍼즐 앤 드래곤과 던전 스트라이커의 경우'에 이어지는 포스팅.


며칠 전 Nanna 님과 비슷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보상은 그전까지의 플레이에 대해 만족감을 주는 한편으로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긴 합니다. 그러므로 보상은 잦은 편이 좋겠습니다만, 미미하고 잦은 보상은 반대로 보상 자체에 대한 희소성을 감소시켜 플레이어들을 리프레쉬 시켜주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MMORPG나 MORPG 처럼 계속된 성장이 기본 구조인 게임에서 가장 큰 보상은 바로 캐릭터의 성장 - 레벨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벨간의 간격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멀어지기 마련이죠. 이 성장 이라는 보상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몇가지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열심히 플레이한 분들 말로는 리니지는 후반부 성장구간이 워낙 길어 자아 성찰의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레벨에 따른 전투력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이 노력들이 보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신 분들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캐릭터 레벨과 직업 레벨을 나누고 이를 엇갈리게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도중에 직업 레벨이 오르고, 직업 레벨이 오르는 사이에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리듬이 발생하게 되죠. 리니지와 동일한 경험치 테이블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캐릭터의 강함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성장은 2배나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마비노기의 환생은 캐릭터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냄으로써 다시 초반부 컨텐츠의 빠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누적된 플레이가 직접적으로 게임에 다시 반영되는 영속성에 기반한다는, MMORPG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킬은 환생을 거듭해도 초기화되지 않으므로 누적된 플레이가 게임에 결국 반영됩니다. 이 환생이 뉴비들과 올드비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 섞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게임이 클래스 구분 등의 제한 없이 스킬을 익힐 수 있고 그 스킬의 종류가 많으며 이 스킬들의 성장이 누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엔드 컨텐츠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 역시 마비노기에서 환생 제법 하신 분이 보충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라그나로크 역시 1레벨로 돌려보내는 전승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제한이 없는 마비노기와 달리 3차 까지로 제한되어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스킬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환생시 스탯과 HP 등에 보너스를 주고 외양을 바꿔주는 등의 효과가 있나 보네요.

앞서 열거한 게임들 모두 WOW 이전의 게임입니다. 스토리를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만렙을 찍고 엔드컨텐츠를 즐긴다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이죠. 바꿔 말하자면 와우는 엔드 컨텐츠에서 인던 / 레이드 / 투기장 등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 행위로 성장구간을 대체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경험치 테이블을 타고 올라가는 것 보다는 아이템을 얻는 것이 더 주기도 짧고, 아이템을 촘촘히 배치하면 폭발적으로 캐릭터가 급격히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후발 주자들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가 쉽지요. 이런 엔드컨텐츠가 있다면 굳이 환생 등의 시스템으로 유저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낼 필요가 없지요.

이런 WOW의 구성은 막대한 양의 컨텐츠를 필요로 하며 이렇게 생산된 컨텐츠들이 1회성으로 소모되어 이미 컨텐츠를 쌓아둔 WOW를 제외한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요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후반부 성장이 둔화된 시점에서 크로스 클래스 스킬들을 익히게 해주는 던스의 다중성장은 동일 컨텐츠를 반복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WOW 구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이종스킬 습득은 여러 클래스의 스킬을 익히게 할 경우 사실 한 클래스의 스킬만 모두 익히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되거나, 모든 스킬을 다 익힌 괴물을 만들거나, 최선의 조합으로 먼치킨을 만들어 국민트리를 정착시키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던스는 길드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은 스킬을 익혀도 결국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은 그 중 몇개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전체 스킬을 다 익힌다 하더라도 이는 캐릭터의 성능을 절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수직성장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수평성장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런 수평 구조에서 모든 스킬을 다 익히게 되면 게임 전반을 보았을 때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을 익힌 캐릭터보다 유리하지만 (다른 조건들 - 스탯 등) 국면을 좁게 보았을 때에 양자간에 넘을 수 없는 수준의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두번째 문제는 스킬 슬롯 제한으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슈는 스킬 포인트가 한 클래스의 스킬을 다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할 때 주로 발생하는데 말씀하신 걸 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히 부여될 것 같습니다. 결국 세번째 이슈 - 먼치킨 조합에 의한 국민트리 현상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퍼즈도라의 경우는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게임을 주도한다는 기분" 이라고 추상적으로 설명하셨는데, 저는 이를 템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WOW든 마비노기든 라그나로크든 던스든 무슨 게임이든 성장 템포에 리듬을 주려고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에서 미리 정의된 템포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점점 템포는 느려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퍼즈도라는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를 유저가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성장 템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세대 게임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템포라면 끌려가는 것 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템포일 때 더 동기를 부여받기 쉬우니까요.

by 고금아 2013. 6. 11. 04:37
이전 '부분 유료화 무엇을 팔아야 하나'의 글타래 중 가차폰과 사행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죠.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5&t=83#p330

관련해서 몇가지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먼 저 가차폰이라는 용어의 정의부터 하고 시작하도록 하죠. 우리가 보통 랜덤 아이템, 랜덤 박스, 가차폰, 캡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이 아이템들은 다른 유로 아이템들과 달리 구매자가 얻게 될 아이템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선 가차폰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SD 건담 캡슐 파이터(이하 건담캡파)의 캡슐, 퍼즈도라의 레어에그, 확산성 밀리언 아서의 뽑기, AVA의 캡슐상점 등이 이에 해당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가차폰은 사행성 아이템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게임 심의 제도는 사행성을 극도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심의제도 부터가 제2의 '바다이야기'를 막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사행성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싱글플레이어 RPG 게임인 '니노쿠니'가 18금으로 분류되기도 했지요.

관련기사 : PS3 기대작 ‘니노쿠니’ 왜 18세 게임 됐나?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11014144201

니 노쿠니를 사놓기만 하고 아직 플레이해보진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사행성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저들은 터무니 없다고는 합니다만. 하지만 가차폰이 들어있는 모든 게임이 18금인 것은 아닙니다. 당장 컨셉부터 가차폰을 밀고 있는 건담캡파부터 전체이용가죠.

이전에 가차폰 아이템 도입과 관련해서 사업부 측과 회의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랜덤 요소만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행성이라고 볼 수 없다.
    개봉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거나, 기대이익이 지출보다 적을 경우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현금 또는 현금과 유사한 통화를 지급하는 것은 사행성)
    가차 폰을 개봉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기대이익이 지불액보다 크다. 따라서 가차폰은 복주머니로 봐야 한다.

이전에 아사쿠사게임즈 사업개발부 김상하 부장님도 가챠 아이템에 대해 복주머니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카드배틀의 과금은 가챠에서 시작된다”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category=102&id=1441056

조 금 더 이해하기 쉽게 확밀아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확밀아의 경우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카드는 1성 ~ 5성입니다. 하지만 카드 뽑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카드는 3성 ~ 6성입니다. 6성 카드는 뽑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데다 매달 새로 추가되는 6성 카드는 그 달에 한해 원래 스펙보다 몇배나 높은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보통 6성을 노리고 뽑기 쿠폰을 구매합니다. 그래서 6성이 나오면 대성공, 5성만 나와도 성공이라 인식하죠.

유저들이 실제로 원한 것은 5성이나 6성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3성이나 4성은 '꽝'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복주머니라는 설명입니다. 뭐 사실 카드 배틀 가차든 건담캡파나 아바의 캡슐이든, 기본적으로 해당 가차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앞에 내걸어놓고 그게 아니라도 꽝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쨌든 가차 아이템의 기본 구조는 저렇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가차 아이템을 왜 구매하는가? 복주머니 이론에선 지출하는 금액보다 실제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사실은 일부 컨텐츠가 가차의 보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확밀아의 6성처럼요. 혹은 가차를 통하지 않고는 도저히 얻을 수 없을 정도의 돈이나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플레이어가 이런 가차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선 먼저 어떤 아이템을 얻고 싶다는 욕망과, 그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가차가 합리적이라는 판단, 이 두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뭐 사실은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가차의 최대 보상은 가차 외의 수단으로는 이론상으로든 실질적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욕망이 먼저 작용하겠지만요.

그런데 반대로 욕망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가차를 판매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제가 버닝하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입니다.

우 선 이 게임에서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히어로 캐릭터($6~$20), 캐릭터용 코스튬($12 언저리), 경험치 부스터($1), 레어 아이템 확률 부스터($1), 스킬 초기화 아이템($3), 카드(가차폰)($1)이 있습니다. 위 여섯가지 아이템은 모두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코스튬도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만 루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또한 코스튬의 경우, 캐쉬아이템으로도 제공되지 않아 루팅을 해야 하는 종류의 아이템도 있습니다.

가 차 카드의 내용물은 가차 보상으로만 제공되는 코스튬, 펫($12), 캐릭터 치장 아티펙트 (랜덤하게 루팅할 수 있으며 코스튬에 합성해서 화염, 오오라 같은 효과를 만듭니다. 스탯을 올려주진 않습니다.), 스킬 초기화 아이템, 귀속 해제 아이템(게임 내 크래프팅으로 제작 가능), 경험치 부스터(판매용과 동일), 레어 아이템 확률 부스터(판매용과 동일), 경험치 슈퍼 부스터, 레어 아이템 슈퍼 부스터가 있습니다. '꽝'에 해당하는 것들이 마지막의 부스터 4종일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슈퍼 부스터인데, 이 부스터들은 30분동안 경험치나 레어 아이템 획득 확률을 100% 올려줍니다. 2개를 중첩하면 1시간동안 100%의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판매용 부스터들은 1시간동안 50%가 기본이지만 2개를 먹는다고 2시간동안 50%를 받거나 1시간동안 100%를 받지 않습니다. 2개를 마시면 75%, 3개는 88%, 4개는 95%, 5개에 100%가 됩니다. 즉 1시간 동안 100%를 받기 위해선 $5를 소비해야 하고, 30분동안 100%를 받는데 드는 비용은 $2.5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카드 보상에서 '꽝'은 1시간동안 50%의 버프를 주는 포션일텐데 당장 이 포션 가격과 카드 가격이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 꽝과 비슷한 확률로 등장하는 보상이 $2.5의 가치를 지닌 슈퍼 부스터 들이죠. 정확한 확률 테이블은 없습니다만 대충 이 둘을 합친 비중이 70%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가차 아이템의 경우 어차피 내가 갖고 싶은 보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조차도, 부스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차폰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특히 이 슈퍼 부스트는 포션과 달리 카드를 개봉하는 즉시 적용받으므로 30분 이상 플레이 할 생각이 있을 때 카드를 사서 개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 됩니다. 포션이나 슈퍼 부스트 외의 아이템이 나온다면? 그건 더 좋은 것이죠.

어 디선가 쇼핑 관련 심리학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은 쇼핑을 일종의 게임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할지라도 '싸게 샀다', 즉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세일이나 '1+1'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죠. 이전에 확밀아 성공 비결을 이야기 할 때(http://tophet.tistory.com/61) 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죠. 홍차를 빠는 것이 더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금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했다구요. 이런 합리성을 자극하는 것은 한정판매 매진임박 등의 자극은 충동 그 자체를 자극하는 것과는 다른 메카니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업계의 최첨단을 달리는 홈쇼핑은 둘 다 동시에 사용합니다만.

그리고 사실 1시간 이상을 플레이할 생각을 한다면 안전하게 포션을 뽑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요. 가차폰 카드는 원하는 슈퍼 부스트를 얻지 못할 확률이 존재하니까요. 캐릭터와 코스튬 역시 확률을 생각하면 그냥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구매가 합리적인 구매로 포장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 돈을 쓰지 않고 몸으로 떼우는 건 다소 불합리해보입니다. 특히 한 때 휴식 경험치가 계속해서 적용되는 버그가 있었는데, 이때 부스트 효과를 체감해본 뒤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헐크로 정상 플레이 했을 때 23레벨에서 닥터 둠을 잡고 시나리오를 클리어했습니다만, 버그 당시엔 데드풀로 60% 가량 진행했을 때 이미 23레벨이었습니다.)

클 베 할 때만 하더라도 캐릭터도 코스튬도 드롭이 되는 것을 보고 또 북미의 로맨티스트들이 순진한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줄 알았습니다. LOL 처럼요. 하지만 뚜껑을 까고 보니 이건 정말 그동안 부분 유료화의 최첨단을 자부했던 국내 게임계 보다 더 정교하게 접근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월탱과 마찬가지루요. 해외 MMORPG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기준으로 디자인 된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과연 디아블로2 스텝들이 무섭긴 무섭네요..


by 고금아 2013. 6. 10. 03:47

이번엔 조금 더 미묘한 문제인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리듬 게임의 조작체계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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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 먼저 위에서 아래로 노트가 떨어지는 기본 형태의 탭소닉입니다. 안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부분에선 기타 히어로의 영향이 보입니다. 그냥 콘솔에서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갖다 놓았는데, 덕분에 가장 중요한 판정 영역이 손가락에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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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터치를 활용하는 부분은 바로 이렇게 좌우로 비벼주는 롱노트 입니다. 기존의 콘솔 / 아케이드에선 불가능한 조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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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루브 캐치는 노트를 고정시키고 판정 영역 이동시키면서 터치 영역을 분리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화면상에 보이는 흰색 선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해서 내려옵니다. (아래쪽 끝에 닿으면 다시 위에서 나타납니다.) 노트난 나왔다가 사라지지만 그 위치가 고정이구요. 하단에 보이는 작은 동심원들 4세트가 터치 영역입니다. 판정이 터치에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훌륭합니다만, 하단으로 사라졌던 판정선이 다시 위로 올라오는 부분에서 좀 어색합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콘솔 / 아케이드의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이, 동시에 4개의 입력을 요구하는 노트들이 가끔씩 있습니다. (어떻게 누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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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치 영역을 없애고 화면의 노트를 직접 터치하는 모드도 있습니다. 예전 DJ MAX Technica에서 봤던 것과 유사하죠. 기본적으로 화면이 작아서 손가락이 당장 눌러야 할 노트는 물론이고 다음에 올 노트까지 가린다는 문제가 있는데, 노트마저 이 조작에 최적화된 형태가 아닙니다. 왠만하면 봉인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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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트에 박자를 맞춰 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들고 있는 펭귄을 잡고 좌우로 끌어서 떨어지는 딸기를 받아내는 모드입니다. 우선 뭔가 음악이 나오긴 하는데 박자를 맞춘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결정적으로 펭귄의 움직임에 가속/감속이 있어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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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좌/우로 움직여 딸기를 받아내는 건 동일한데, 손가락이 아니라 중력센서를 활용합니다. 아이폰을 좌/우로 기울이는 거죠. 위의 펭귄 기본 모드보다도 조작감이 나쁩니다. 저혈압 환자에게 추천합니다.

이 렇게 쓰고 보면 굉장히 재미 없는 게임같아 보이는데, 기본 모드로는 상당히 할만합니다. 박자 맞춰서 터치하는 기본 손맛이 살아있는데다 음악이 좋습니다. (추가곡은 대부분 돈주고 사야 합니다만 무료곡들 중에도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로 화면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전 스마트폰 만큼은 가로로 하는 게임이 어색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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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tus 역시 DJ Max Technica 처럼 판정선이 이동하는 가운데 노트를 직접 터치하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그루브 캐치와 다른 점은 판정신이 위->아래->위로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점이죠. 문제는 노트가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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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DJ_Max_Technika_3_gameplay_screenshot.jpg)

DJ MAX Technica는 아예 화면을 위/아래로 쪼개서 판정선이 없는 화면을 지우고 거기에 노트를 새로 그리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당시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하나의 화면에서 직접 터치를 구현하니 왜 그렇게 둘로 쪼갰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나마 그루브 캐치에선 판정선이 위에서 아래쪽으로만 내려오므로 판정선이 지나간 뒤에 노트가 새로 생겨나도 당장 눌러야 할 노트와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가 헷갈리는 일이 없습니다. 반면 Cytus는 위에서 아래로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상단과 하단에선 이 노트가 지금 눌러야 할 노트인지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인지 상당히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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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로 모드 게임이라 가뜩이나 상/하가 짧으니 노트 전환이 잦은데 누르고 있기만 하면 되는 롱노트(上)과 판정선을 따라 비벼야 하는 롱노트(下) 둘 다 존재합니다. 그것도 딱 헷갈리기 좋은 모양으로 말이죠. 아트 스타일과 음악이 상당히 괜찮고, 눌러야 할 노트를 제대로 누른다면 리드미컬한 손맛이 일품인 게임입니다. 그 손맛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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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소닉 링스타는 별도의 판정선을 두지 않고, 2차원으로 움직이는 노트가 판정 영역과 겹쳐질 때 그 판정 영역을 터치하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터치를 누르는 그 결정적인 순간 손가락이 그 판정 영역을 가려버립니다만, 판정선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화면 여러 곳으로 판정 영역이 분산되어 Cytus나 그루브 캐치의 터치 모드 처럼 손가락이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를 가리는 문제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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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스타는 타이밍을 맞춰 터치하는 기본 노트 외에 해당 타이밍에 정해진 방향으로 밀어내는 노트(上), 누르고 있어야 하는 롱 노트, 누르면서 노트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 비비기 노트(下)가 있습니다. 노트만 봐도 뭘 해야할지 알기 쉽도록 잘 구성되어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방향으로 밀어내면 화면이 실제로 그쪽으로 움직이는 등 노트의 움직임이 화면과 연동된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리듬액션 게임 중 이렇게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게임은 처음 봤네요. 건드려야 할 것들을 직접 건드린다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굉장히 잘 활용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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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모바일에 가장 최적화된 리듬 액션게임이라 평가하는 그루브 코스터 입니다. (사실 이 게임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포스트를 쓴 것이기도 합니다.) 흰색 동심원들이 노트이며, 녹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 판정 영역입니다. 판정 영역이 흰색 선을 따라 이동하는 가운데 이 영역이 노트와 겹쳐질 때 화면 아무곳이나 터치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은 노트의 맨 바깥쪽에 있는 원이 안쪽으로 좁혀와서 그 다음으로 먼 원과 합쳐지는 타이밍과 일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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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커가 타고 이동하는 흰색 선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3차원 공간 상에서 자유 자재로 휘어집니다. 그리고 노트의 타이밍은 박자에 아주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고, 무시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지만 타이밍이 맞으면 보너스를 주는 애들립 노트까지 덧붙여져서 말 그대로 그루브 코스팅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심지어 노트 마저도 박자에 맞춰서 날아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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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다가 노트의 종류 또한 터치에 최적화되어있고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누르고 있어야 하는 롱노트, 스크래치 하듯이 손가락을 댄 채로 좌우로 비벼야 하는 비비기 노트, 해당 방향으로 튕겨내는 노트입니다. (연타 노트도 있는데 이건 못찍었네요.)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 한손으로 가능한 조작입니다. 세로화면 + 한손조작 + 화면 아무 곳이나 터치. 제가 모바일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모여있는 것이죠.

당초 유료 다운로드 버전으로 출시되었습니다만 곧 무료 다운로드 + 추가곡 구매의 그루브 코스터 제로 버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로 버전도 무료곡을 많이 줍니다. 타이토에서 제작한 것이라 알카로이드 같이 자사의 게임 음악들을 사용한 스테이지는 추억이 방울방울 돋습니다만, 곡 자체의 퀄러티는 그루브 캐치나 Cytus보다 다소 약하다는 것이 흠입니다.


by 고금아 2013. 5. 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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