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왕의 귀환?

지난 3월, www.baldursgate.com에 의문의 카운트다운이 뜨면서 정통 RPG 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새로운 발더스 게이트 신작이 나오는 것인가? 트로이카 / 바이오웨어 없이 만들어지는 발더스 게이트 신작을 우린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발표된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오리지널 발더스 게이트가 HD 환경으로 리메이크 된다. 이름하여 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이하 BG:EE)


1.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

이후 추가 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졌다. BG:EE는 오리지널 Baldur's Gate(이하 BG)의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한다. 바꿔말하면 여전히 2D 그래픽일 것이며, 이 그래픽은 기존 BG의 소스를 활용한 것으로 새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뿐만 아니라 Mac OSX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로도 발매된다. BG 외에 확장팩인 Tales of the Sword Coast까지 포함되며 Baldur's Gate 2 (확장팩 포함)도 출시된다.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추후 Planescape : Torment와  Icewind Dale 시리즈도 출시할 수 있다. 가격은 $19.99 (iPad용은 $9.99 + 인 앱 추가 결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외하면 판매량이 이전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 게임계에서 오래된 IP로 게임을 리부트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긴 하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게임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다. 구 IP를 완전히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당시보다 훨씬 캐주얼해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재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간략화하고 편의성을 더했다는 것. 그런데 BG:EE는 대범하게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을 선택했다. 그래픽을 3D로 일신한다거나, 최근 RPG의 필수 요소가 된 ? ! 마크를 달아준다거나 이런 개선 없이 순전히 HD 화면에서 돌아가게 만든 버전인 것이다.


2. 원작과의 경쟁

물론 BG가 당대의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이 과연 현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당시에도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높은 게임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 타겟은 이미 기존에 BG를 플레이해본 유저가 될 것이다. BG의 이름만 들어본 신유저층이 이 게임의 퀄러티에 감흥해서 불편을 감내하면서 기꺼이 플레이할거라는 망상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가지 함정은 있다. 이미 기존의 BG를 GOG에서 확장팩 포함해서 단돈 $9.99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GOG는 고전 게임들을 최근의 PC환경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쌓아 최근엔 일부 신작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유통사이다. 그것도 DRM 없이. 반면 BG:EE는 Beamdog이라는 듣보잡무명 디지털 유통사를 통해 독점으로 배포된다. (iPad나 MacOSX용은 당연히 앱스토어)

더 유명한 유통사에서 반값에 팔리고 있는 원작과 경쟁하려면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으면 안될 터. 과연 BG:EE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도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3. 기대 이상의 그래픽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확대됨)

일단 소스 보정 + 3D 가속을 받은 화면은 우하단의 BG 화면에 비해 약 500% 확대한 것인데도 다소 뿌옇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줌인 / 줌아웃을 지원하기 때문에 줌을 밖으로 빼면 꽤나 선명한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줌인은 사실상 사용하면 안된다....


위 그림은 BG의 스크린샷이다.(필터링 없이 세로 폭 맞춰 확대한 사진) 이렇게 놓고 보면 옛날 게임인데도 그래픽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640X480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걸 현재의 화면에 풀스크린으로 띄우면, 아래 그림들처럼 도트가 엄청나게 튀어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픽은 물론 글자는 더욱 알아보기 힘들다. 물론 창모드로 돌리면 도트가 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창모드에선 화면 구석으로 커서를 옮기면 맵이 스크롤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므로 사실상 대책이 될 수 없다.


다음은 비슷한 영역을 EE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다. (티스토리가 가로 해상도를 650까지로 제한해 풀 스크린샷 비교가 안된다.) 일단 게임 그래픽은 다소 뿌옇다는 느낌이 있지만 게임에 지장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 아이콘과 텍스트는 확실히 HD에 맞춰 새로 찍어서 선명하게 잘 보인다. .

만일 집에 640X480을 지원하는 CRT 모니터가 있다면 BG:EE보다는 BG쪽의 그래픽이 좋다. 하지만 고해상도 LCD를 가지고 있다면 BG는 사실상 플레이할 수 없는 반면 BG:EE는 그럭저럭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4. BG2의 시스템 적용

BG:EE는 발더스 게이트부터 아이스윈드데일까지 이어진 인피니티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 전체 시스템이 후기 작들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상단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초기 버전의 인피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BG는 단 8개의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BG:EE는 11개의 기본 직업에 각 직업별로 4가지 이상의 세분화된 직업을 제공한다. 스킬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BG를 경험한 사용자라도 새로운 직업과 스킬로 인해 다시 플레이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BG에 BG2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 Mod도 있다고 하나 편의성 측면에서 논외로 치자.)


5.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과 시나리오

BG:EE에는 3명의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셋 모두 독특한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특히 가운데의 Neera는 Wild Mage로 메모라이즈 없이 아는 마법을 불러낼 수 있지만 원하는 마법 대신 다른 마법이, 그것도 아군에게 쏟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하지만 본인은 그대로 봉인시켰다...) 좌측의 Rasaad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나 복수심에 불타는 하프 오거인 Dorn(우측)도 만만찮은 성격으로 재미있는 친구였다. 강력한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신규 추가된 시나리오인 Black Pit은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한 BG2 시스템과 신 캐릭터 + 신 시나리오 정도면 BG를 해본 유저들에게도 $20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6. 2D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된 CG 컷씬들

사실 게임 그래픽의 해상도야 가속 받아 필터링하면 봐줄만하다고 치더라도, 14년 전 CG로 제작된 컷씬들은 해상도로 보나 화면의 퀄러티로 보나 어떻게도 재활용하기 힘들었을 것은 쉽게 추측된다. 결국 컷씬들은 내용은 같고 구도는 유사하게 유지하되, 2D로 새로 제작되었다. 스틸 컷도, 그렇다고 풀 애니메이션도 아닌, 일종의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는데 굉장히 퀄러티가 높다.


7. iPad용

한편 $9.99에 판매되는 iPad용의 BG:EE는 iPad 2세대 이상을 지원하며 구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된다. 레티나가 아닌 1024X768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레티나로 본 화면은 꽤 깔끔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우클릭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Tab키 대신 인터액션 가능한 물체를 하이라이트 해주는 우측 위에서 2번째 버튼이라거나, Q키 대신 퀵세이브 해주는 좌측 두번째 그룹 첫 버튼 등 터치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제법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을 위한 탭과 스크롤을 위한 탭이 구분이 잘 가지 않으며 마법 등을 사용할 때 커서를 통해 대상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점에서 아무래도 마우스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가상 커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패드로도 조작을 할만은 했다.


8. 버그.. 버그.. 버그...

당초 9월 발매에서 2개월이나 연장되었지만 버그가 많은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상단 그림처럼 저널의 내용이 안보인다거나, 하단 그림처럼 아이템의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등 자잘한 버그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템 가격은 한중일 윈도우에서만 발생한다고 한다.) 가끔은 좌우 및 하단의 UI 패널들이 통째로 검게 변색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업데이트는 자주 해주고 있으나 위와 같이 눈에 띄는 버그들은 당장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또한 같은 엔진이다 보니 원작의 바보같은 길찾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던전에서 파티를 이동시킬 때 마다 뻘짓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머여전히 골치가 아프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9. 원작의 팬이라면 살만한 작품. 원작의 팬이라면.

결론적으로 봤을 때 BG:EE는 원작의 팬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19.99 정도면 납득할만한 가격이다. iPad용의 경우 다소 조작이 불편하긴 하나 어차피 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RPG가 없고 사실 이런 정통 RPG 자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꽤나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BG를 경험해보지 못한 현 세대의 게이머들이다. 위에서 보듯 텍스트와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읊어주는데다 당면한 퀘스트를 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는 커녕 !나 ?도 없어서 헤메고 다녀야 하며 길이 조금만 좁다 싶으면 엄한데로 파티원들이 드라군 댄스를 추는 이 게임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미 정신적 후속작인 드래곤 에이지가 건재한 마당에 신규 유저가 굳이 이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덧-

PC판의 경우 인텔 내장형 그래픽에선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오픈GL 2.0을 지원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발매 당일부터 수정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별 소식은 없다. 내장 그래픽 사용자 - 특히 노트북 - 은 구매를 피해야 할 것이다.


-덧2-

참고로 빔독의 다운로드 속도는 환상적이다. 70Kb/s.... 


-덧3-

현재 아이패드와 PC의 세이브 파일은 호환이 안되고,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다. 둘 모두 패치를 통해 지원될 것이라고는 하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나와있지 않다.

by 고금아 2012. 12. 14. 02:32
1. 악마가 돌아왔다...

수능 점수를 낮추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이혼율을 올리는 악마의 게임이 올해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정식 출시일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데모가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스팀으로만 배포되는데 아쉽게도 국내는 지역 제한으로 바로 설치는 할 수 없고, 먼저 스팀을 설치하신 뒤에 여기를 클릭하시면 설치 가능합니다.


2. FM은 어디로 가는가?

FM 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습니다. 문자로만 중계되던 경기가 CM4에 이르러 바둑알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2009에서는 경기를 3D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09 이후의 흐름은 '축구 비즈니스'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FM2010에선 구단 매각이 묘사되었고, FM2011에서는 에이전트와의 협상이 강조되었죠. 이번 FM2012에서는 감독과 선수간의 상호작용이 강화되었습니다.

물 론 선수와의 개인적인 대화는 이전에도 있던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어조'를 선택하는 기능이 더해졌죠. 같은 말이라도 어떤 분위기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선수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독은 선수의 어조를 통해 선수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지요. 이 '어조'에 의한 감정적 상호작용은 FM2012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3. 대화가 게임을 바꾼다.

특 히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경기전 / 하프타임 / 경기후 선수들과 갖는 대화입니다. 이전작에서도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 결과는 경기 후 별도의 메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고 대화의 반응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상당히 불투명했죠. FM2012에서는 선수와의 대화를 2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팀 전체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선수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다시 한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2번째 대화는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를 그룹별로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4. 보다 편리해진 선수 관리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선수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선수들의 실력차는 "이 선수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수비수인 ###와 큰 차이가 없다" 정도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었죠. 하지만 FM2012에서는 선수의 리포트에 우리 팀에서 그 선수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과 별점으로 비교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보다 선수를 영입하거나 명단을 설정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습니다. 또한 해당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면 가장 좋을지도 표시됩니다. 또한 팀 리포트에서도 각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적합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5. 보다 정교해진 선수 협상

선 수와의 협상에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계약금(Signing Fee)가 사라지고 세스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유명해진 로열티 보너스(Loyalty Bonus)가 새로 신설되었습니다. 로열티 보너스는 계약 기간 중 나눠서 지급되고 선수가 이적하게 되면 남은 금액을 전액 수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선수가 이적을 요청하게 되면 소멸합니다.

그 외에 눈여겨볼 기능은 협상 조건에 붙어있는 자물쇠입니다. 협상 중 바뀔 수 없는 부분들에 자물쇠를 걸어두면 에이전트는 그 항목에 대해선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건을 찾습니다. 더 이상 줄 수 없는 연봉을 계속 요구하는 에이전트 때문에 머리아플 필요가 사라진거죠. 하지만 자물쇠를 너무 많이 걸어두면 아무리 인내심이 높은 에이전트라도 GG를 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깜빡 잊고 못찍었습니다.)


6. FM2009 엔진의 결정판

스포츠 게임을 매년 낸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당장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데이터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판매량은 보장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요소를 넣지 않으면 K모사의 W모 게임처럼 도태되기 쉽상이지요. CM시절부터 FM은 4년에 한번씩 엔진에 대한 큰 업데이트를 진행해왔고, 그 사이엔 소소하게나마 조금씩 축구계의 변화를 반영해가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죠.

모두가 바라마지않던 3D 경기를 가져온 FM2009 엔진도 벌써 4년전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FM2012는 FM2009엔진의 마지막 게임으로써(아마도...) 경기장 밖에서까지 사실적인 축구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7. 아스날 팬으로서의 감상..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스날팬의 넋두리니까 스킵하셔도 됩니다.

일 단 이적 자금은 많습니다. 43~49M 정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레프트백 - 팀 내 최고 레프트백은 베르마엘렌입니다. =_= 산토스가 깁스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라이트백 백업 - 젠킨슨은 그냥 2부리그 레벨입니다.(다행히 데모에선 사냐 부상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을 제외하고 나면 수비적인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중미/수미가 없습니다. 프림퐁/코퀄린 둘 다 칼링컵 용이구요.

주전 레프트백, 수비적인 중미/수미, 라이트백 백업. 이 셋이 필요한 상태인데, 홈그로운이 발목을 잡습니다. 벨라 벤트너 데닐손 죄다 내보내는 바람에 HG 슬롯을 채울 수가 없는 상태라 영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베인스를 영입하고 산토스는 레프트윙 백업으로 돌렸습니다. 산토스는 백업으로 출장중인데도 팀 내 어시 1위네요 =_=.. 오른쪽 백업은 풀럼에서 스테판 켈리를 데려왔습니다. 베인스/켈리 영입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수비적인 중미는 하비 마르티네즈를 데려왔구요. 그런데 테베즈가 감독과 불화가 있어 단돈 10M에 업어와지더군요. =_=;;; 낭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역시 페르시가 주기적으로 누워준 덕분에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베인스 13M, 마르티네즈 20M, 켈리 1.5M, 테베즈 10M 쏟아붓고 나니 4.5M 남았는데 HG 슬롯 문제도 있고 해서 영입은 멈췄고 이 스쿼드로 2012년 1월 1일 기준으로 1위와 승점 4점차 3위로 끝났습니다. 정식 버전 들어가면 라이트백 때문에 골치아플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게로 정말 얄짤업네요.. 리그 19경기 26골...




by 고금아 2011. 10. 9. 20:45


0.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하 HR)에 대한 간략한 소개

FPS의 황금기는 하프라이프가 등장한 1998년부터 콜오브 듀티가 등장한 2003년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FPS 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관점에서는 헤일로가 황금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쏜다'는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저때이다. 아예 스토리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을 구성하기도 하고(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3 아레나), 로봇을 탔다가 내리기도 하고(쇼고), 미녀 스파이가 립스틱 폭탄을 던지기도 하고(No One Lives Forever) RTS와 결합해 총질하다 기지에서 탱크를 몰고 나오기도 했다.(C&C 레니게이드)

1999년의 시스템 쇼크 2와 2000년의 Deus Ex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둘 모두 사이버 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FPS와 RPG를 상당히 매끄럽게 융합해냈다는 점은 같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상이한 접근을 보였다. 시스템 쇼크2는 FPS를 기본으로 하되, RPG로부터 성장만을 취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NPC와의 대화도 없고, 당연히 선택지도 없고, 퀘스트마저도 없다. 직선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면서 호러를 즐기는 게임이었다. 반면 Deus Ex는 일반적인 RPG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선택지, 퀘스트 등을 잘 버무려냄으로써 FPS와 RPG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낸 바 있다.

'시스템 쇼크'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쇼크2가 창조해낸 호러+FPS+RPG의 스타일은 '정신적' 후계작[각주:1] 바이오쇼크 1,2로 이어지고 있다. Deus Ex는 2003년 2편이 나온 이후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8년만에 세번째 작품이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제작되었다.



1. 사이버 펑크의 정석


사이버 펑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거대기업과 음침한 뒷골목의 대비, 인간의 몸에 직접 이식되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거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증강장비(Augment. 이하 AUG), 해킹 정도가 있을 것이다. HR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소 좁긴 하지만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요소들이 단순히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축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무대인 2027년은 AUG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대이다. 어떤 사람들은 증강장비로 장애를 극복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에 증강장비를 이식받기도 한다. 산업계에선 극한 환경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AUG를 이식받은 노동자를 원하기도 하고 군에서는 이런 AUG로 슈퍼 솔져를 만들려고도 한다. 애초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AUG를 이식했으나 면역 거부로 인해 마약으로 겨우 고통을 참는 사람들도 있고, AUG를 제어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정치가도 있으며 AUG가 인간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테러리스트들 마저도 존재한다. HR은 여기에 세계 최대의 증강장비 업체의 보안 책임자이자, 거의 온몸에 자사의 AUG를 이식받은 주인공을 내세워 기술과 윤리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다소 진부하고 게임에 쓰기엔 다소 무거우며, 직접 와닿지는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이버펑크라면 역시 이런 비판 의식이 필요하다.


2. 잠입과 전투의 적절한 조합


게임 내에서 젠슨은 회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자사 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라거나, 생존 신호를 쫓아 갱단의 근거지에 들어가는 등의 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에 단신으로 투입된다. 즉,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에 가깝다. 적의 시선이나 카메라의 각도를 피해 돌아다니고, 때로는 적을 유인하기도 하며, 조용히 죽이거나 기절시킨 후 시체를 숨긴다. 그러다 적에게 발각되면 경보가 울리고, 적들이 튀어나오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잠입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도 들키지 않고 미션을 해결하면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그걸 노릴 만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쏟아져나오는 적이 게임을 포기할만큼 강한 것도 아니다. 숨어서 모든 일을 처리하든, 람보처럼 다 까고 부순 후 처리하든 어느 쪽이든 유리해지는 만큼 불리해지는 구석도 있으며, 어느 쪽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옵시디언이 '스파이 액션 RPG' 라고 제작햇던 '알파 프로토콜'이 생각나긴 한다. 스파이계의 3대 JB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잭 바우어)를 모두 즐길수있다는 것을 모토로 제작된 바로 그 게임 말이다. 알파 프로토콜에선 한번 적에게 보이면 경보가 바로 울리고, 경보가 울리면 적들이 한번에 다 쏟아져나오고, 많이 쏟아져나오긴 하지만 AI가 멍청해서 쉽게 다 죽일 수 있고, 적을 다 죽이고 나면 정말로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잠입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HR에서는 적절히 감내할만한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잠입은 잠입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두었다.


3. 전략적인 대화 시스템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주는 것 외에 게임 내에서 어떠한 기능도 없었던 대화를 게임의 결과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요소로 끌어올린 것은 바이오웨어가 남긴 거대한 유산이다. 옵시디언은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간'을 선택지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고[각주:2], 윗쳐2에서는 앞서 선택한 선택지가 뒤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식으로 발전시켰다.[각주:3] HR은 대화와 협상을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대화의 게임화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HR에서 주요 NPC와 협상을 시도하면 위 스크린샷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각주:4] NPC가 어떤 성격인지를 힌트로 주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결과는 대화 외에 좌측의 설득도 그래프를 통해 피드백 받을 수 있다. 만일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해 NPC가 반응하고 있다면 심박이 빨라졌다거나, 동공이 확대되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준다. 여기에 NPC가 하는 말에 따라 알파/베타/오메가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잠깐씩 알려주고, 선택지에는 이 선택지가 어떤 성향에 잘 먹혀들거나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대화 시스템은 한마디로 일종의 퍼즐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전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의 대화에 파티 NPC와의 관계를 밀어넣은 드래곤 에이지에 맞먹는 큰 실험으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4. 어떻게 성장시켜도 게임은 진행된다.


HR에서는 경험치라는 개념은 있어도 레벨이라는 개념은 없다. 대신 경험치를 쌓으면 PRAXIS라는 점수를 받게 되고, 이 점수를 AUG에 투자해서 없던 기존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없던 기능을 추가시킨다. 그런데 이 AUG라는 것이 단순히 '공격력 상승' '방어력 상승'과 같은 식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가스 수류탄 면역, 3m 점프 가능, 벽 뚫고 보기, 벽 뚫고 공격하기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게임 플레이 양상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자체가 특정한 AUG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어떤 AUG를 고르더라도 이를 활용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원하는 단서가 있는 특정한 장소까지 가야 하는데 골목길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전기 방어 AUG가 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야 한다. 철조망으로 된 벽이 보이는데 그냥 뛰어서는 넘어갈 수 없다. 높이 점프할 수 있는 AUG가 있다면 뛰어서 넘어갈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AUG가 있다면 주변의 큰 쓰레기통을 옮겨 발판으로 삼아 건너갈 수도 있다. 이조차 안된다면 지하 하수구 통로를 통하려 하는데 이번엔 가스가 차있다. 가스 면역 AUG가 있다면 지나가면 되고 아니라면 돌아서 가스를 잠궈야 한다.

위의 예시는 HR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한 예인데, 중요한 것은 게임 전체가 저런 식으로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해킹 마저도 높은 단계의 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AUG, 해킹 실패 위험을 줄여주는 AUG 등 다양한 AUG가 존재하지만 해킹에 AUG를 투자하지 않을 경우, 일회용 해킹 도구를 사용해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한가지는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유저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핵심이고, HR은 이를 매우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5. 해킹의 게임화


대화 외에 게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비전투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자물쇠따기나 해킹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TRPG에서도 단순히 주사위 굴림 한번으로 해결되곤 하던 이 요소는 오히려 싱글플레이 RPG에 와서 미니 게임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킹은 자물쇠따기 보다는 좀 더 퍼즐에 가까운 미니게임으로 표현되어왔는데, HR이 그리는 해킹은 타 게임들과 달리 네트워크라는 구성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해킹에 관한 미니게임으로는 이전의 시스템쇼크2, 바이오쇼크, 매스이펙트 1,2, 알파 프로토콜 등 다른 어떤 게임에서 시도한 것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AUG 투자에 의해 너무 쉬워진다는 점과, 미니게임이 한종류 밖에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6.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UI


HR에서 또하나 칭찬할만한 덕목은 바로 UI이다. 화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구성한 것은 현대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대신 지도를 보지 않고 화면상의 표시기만 따라가도 게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으며 인터액션 할 수 있는 개체는 노란 색의 외곽선을 칠해줌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개체가 인터액션 가능한지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혼선을 잘 방지하고 있다.


지난번 UI가 게임과 사용자를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던 윗쳐2와 달리, 메뉴를 Select 버튼(혹은 Tab키)으로 불러내는 인게임 메뉴와 용과 Start버튼(혹은 Esc키)로 불러내는 시스템 메뉴로 구분짓고 있다. 인게임 메뉴에는 퀘스트, 인벤토리, AUG, 지도, 로그가 포함되고, 시스템 메뉴에는 세이브 로드 옵션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건 사실 HR이 우월하다기 보다는 윗쳐2가 너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노란색 테마로 유려한 UI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다층 구조라 복잡한 게임 공간을 잘 슬라이스해서 표현하고 있는 지도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현대 게임의 추세인 스케일폼을 잘 활용해, 게임 내에서 유저가 보는 메일(위)이나 신문(아래)의 경우, 유려한 화면을 게임의 3D 공간 안에 집어넣어 현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메일을 보는 와중에도 시야를 움직일 수 있다.)


7. 우월한 패션 감각



이건 뭐 사실 100%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게임 내 세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우월한 패션 감각이다. 못먹고 못입는 서민(빈민)들이야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지만, 있는 자들은 정말 잘입고 잘먹고 사는 것이 사이버펑크의 핵심 아니겠는가. 특히 비단 - 꽃무늬 - 금으로 이어지는 저 디테일은 이제까지 봐온 어떤 게임보다 화려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8. 그래도 못내 아쉬운 점들


이제까지는 줄곧 좋은 점만 이야기해왔는데, 사실 인간이 만든 이상 HR이 100%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AUG에 게임 플레이가 엮여있다보니 AUG 잘 박으면 보스전이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보스가 전기공격을 하는데 방전AUG를 박으면 데미지를 안받아서 그냥 죽이면 된다거나), 보스가 이동하다 걸려서 멈춰있다 죽는다거나, 적들의 움직임이 조금 단순해서 전투가 다소 쉽다든지, 후반 가면 특정 무기가 너무 강하다든지 등 게임 내적으로 사소한 문제는 여럿 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위층에서 쓰러진 적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아래층에서 메달려있는 버그도 있었고.


최근의 대세인 언리얼이 아닌, 스퀘어-에닉스 독자의 크리스탈 엔진으로 제작되어 딱히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에 대한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디테일이 떨어지고 아외로 나갈 경우엔 2011년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들도 보였다.(창너머로 보이는 것이 텍스쳐인데, 좀 눈에 띈다.) 컷씬이 많은데 대부분 프리 렌더링 된 영상이고, 이 영상의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다는 것도 단점이긴 하다.

9. 총평 - GOTY[각주:5]예약


HR이 처음 발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8년만에 돌아온 명작을 환영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eus Ex를 창조했던 기획자 워렌 스펙터[각주:6]는 이미 6년전에 떠났고, 제작사였던 이온 스톰은 스펙터가 떠남과 동시에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제작하기로 한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신생 스튜디오로, 처녀작으로 전설적인 Deus Ex의 후속편은 너무 과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팬들은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HR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발매 직전 새어나온 리뷰 점수는 대부분 90점대로 호의적인 것이었고, 실제로 게임을 해본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수작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깊이있는 스토리, 재미있는 잠입-전투,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복합적인 레벨 디자인, 전투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대화, 멋지면서도 기능적인 UI 등 어느 하나 다른 게임에 쳐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획자들이 무릎을 칠 정도로 진보적이면서도 게임은 굉장히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놓았다. 남은 3개월 사이에 어떤 게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이 게임은 GOTY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다.

  1.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Irrational Games에서 같은 타이틀로는 속편을 만들 수 없었다. Dragon Age가 발더스 게이트의 정신적 후계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 [본문으로]
  2. 알파 프로토콜의 대화 선택지는 1)능글능글(제임스 본드) 2)단도직입(제이슨 본) 3)반 협박(잭 바우어) 스타일의 3가지가 항상 주어지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조차도 선택지로 간주된다. [본문으로]
  3. 윗쳐2는 초반에 대화를 잘못 선택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그냥 죽어버리기도 했다. [본문으로]
  4. 정확히는 게임 내에서 대화에 관한 AUG를 박아야 볼 수 있지만 이 AUG는 게임의 극초반부터 입수 가능하므로 사실상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본문으로]
  5. 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본문으로]
  6. 윙커맨더, 울티마, 울티마 언더월드 시리즈 등 오리진의 황금기에 활약했던 기획자. 이후 루킹글래스, 이온스톰 오스틴 등에서 시스템 쇼크1과 Deus Ex, Thief 등을 기획했다. 그렉 코스티켄의 학창 시절 친구로 스티브 잭슨 게임즈에서 함께 TRPG를 만들기도 했다. 55년생으로 은퇴할 때도 된 것 같은데 2010년 Epic Mickey를 내놓으며 여전히 활동중.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9. 7. 05:36



0. 전작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윗쳐2는 제목 그대로, 2007년 발매되어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던 The Witcher의 속편이다. 동명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네버윈터나이츠에 사용되었던, 바이오웨어의 '오로라 엔진'으로 제작된 전작은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사실적인 배경 세계 묘사와 연금술 시스템, 중세의 음울한 분위기를 잘 재현해낸 스토리가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본 대표이사의 경우 끔찍스러운 로딩과 어정쩡한 전투 시스템 등을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Witcher 짧은 감상 보러 가기]

2008년 발매된 The Witcher Enhanced Edition(이하 윗쳐EE)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델 등을 대폭 수정했으며 이 버전에 와서 드디어 극악한 로딩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므로 짧은 감상에서 로딩 문제는 취소. 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는 액션 RPG에서 타이밍을 통해 액션 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동작과 클릭 타이밍의 불일치에서 오는 병맛같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보고 꼭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는데, 전작에 대한 짧은 글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와 다른 게임이라서 태클을 건 것이 아니라, 의도와 달리 결과가 병맛같았기 때문에 깐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본 대표이사 D&D 게임 좋아한다.

어쨌든, EE 버전은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스팀에서 EE 버전을 지르고 얼마 안있어 18금 컨텐츠를 복구한 Director's Cut(이하 DC)을 별도 판매할 때엔 분노에 휩싸였지만 DLC 형식으로 DC를 지원함으로써 분노는 사라졌다.


1. 윗쳐2 - 콘솔로 전환?

한동안 윗쳐1을 XBOX360으로 컨버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조이패드로 입력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숄더뷰에 버튼으로 직접 공격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360버전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대신 윗쳐2가 나왔는데, 360 시절 이야기했던 방식으로 바뀌었다. 누가봐도 명백히 콘솔을 노린 전환이지만 PC용으로 먼저 발매되었다. 참고로 360 버전이 ESRB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봐서 조만간 발매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는 공교롭게도, 윗쳐1의 엔진을 만든 바이오웨어의 행보와도 일치한다. 바이오웨어의 대작 RPG였던 '드래곤 에이지'는 콘솔용에선 '구공화국의 기사단'과 같은 숄더뷰 인터페이스만 제공한 반면
PC용 버전에선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탑뷰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1편이 평가에 비해 판매량이 모자랐다고 판단한건지[각주:1] 2편에 들어서는 PC용 버전에서도 콘솔와 같이 숄더뷰 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각주:2]


콘솔용 RPG와 같은 형식을 취하게 되면서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 잡는 쇠칼과 몬스터 잡는 은칼을 필요에 따라 꺼내쓰는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이전에 병맛같다고 비판했던 전투 스타일 전환은 사라지고, 빠르지만 데미지가 약한 약공격(X버튼[각주:3])과 데미지는 높지만 가드 당했을 때 위험이 큰 강공격(Y버튼)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구르기 또한 버튼(A버튼)을 할당하고 사인[각주:4]은 B버튼, 가드는 RT버튼, 투척무기는 RB버튼에 배치해 몰입감 있고 역동적인 전투를 구성했다.

그 외엔 전작으로부터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모 블로거가 그토록 칭송해마지 않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다채로운 비선형적 퀘스트'? 그딴거 없다. 그냥 재미나는 스토리 따라 흘러가면 된다. 크래프팅이 확장되어 이젠 무기도 만들어쓸 수 있게 되었고 무기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도 때로는 만들어서 쓸 수 있다.



2. 형 만한 아우가 될까?

약점이라고 분류되었던 전투 시스템 외에도 윗쳐2는 윗쳐1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그래픽이 쩔어준다. 최근 추세인 언리얼3도 아닌, 독자 엔진으로 이정도 그래픽을 제법 안정적으로 뽑아준다는 것이 놀랍다.[각주:5] 최근 추세가 콘솔 때문에 PC 게임 그래픽이 중향평준화 되고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또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C모 회사처럼 게임을 그래픽 엔진용 쇼케이스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세계에 몰입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적외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Cat 포션을 마셨을때의 스크린샷(아래쪽)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드래곤에이지2 처럼 선택에 의한 분기를 둬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게 되는데,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없다. 다만 편의를 위해 중요한 대화는 색을 따로 칠해서 편의성을 높였고, 일부 대화는 답을 선택하는 제한 시간을 둬서 긴박감을 높이기도 했다.[각주:6] 필연적으로 선형일 수 밖에 없는 싱글플레이 RPG에서 스토리의 변주를 두는 시도는 바이오웨어가 먼저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에도 스토리가 좋은 게임으로 유명했는데 여기에 다시 업그레이드할 줄은 몰랐다.

그 외에도 몇가지 차이점은 더 있다. 대표이사는 쓰잘데기 없는 뻘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낮/밤으로 시간이 바뀌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19금 뿅뿅씬도 여전히 건재하고[각주:7], 주사위 포커에 이어 팔씨름 미니 게임도 생겼으며 주먹질 미니게임도 추가되었다.




윗쳐2는 한마디로 윗쳐1을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윗쳐1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대폭 보완하고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거나 소폭이라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마디로 모든 속편이 꿈꾸는 바로 그 '성공의 방정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3. 형제의 몸속에 흐르는 병맛의 유전자

그런데 어쩌랴. 세상 만사 뜻대로 되는 것이란 원래 별로 없는 것을. 형보다 나은 아우 만들겠다고 엄청난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지만 다 요약하면 돈이지만 , 어쨌든 그건 모든 것이 계획되로 잘 되었을 때의 예상일 뿐. 윗쳐2는 열심히 벌어놓은 점수를 상당히 엄한 부분에서 까먹었다. 바로 전투 시스템. 액션 RPG에서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고 볼 수 있는 바로 그 전투 시스템이 병맛인 것이다.

게임플레이 동영상으로 봤을 때 윗쳐2의 전투는 정말 매력적이다. 뛰고 구르고 날아가서 찍고 정말 화려하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전투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액션RPG 주제에 타겟팅을 한 1명의 적에게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만약 타겟과 플레이어 캐릭터 사이에 다른 적이 끼어있을 경우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그 칼이 앞에 있는 적을 베고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도 데미지를 전혀 주지 못한다. 레벨을 올려서 여러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피트를 얻더라도, 범위 안에 타겟팅 된 적이 없을 경우엔 마찬가지로 무용하다. 대신 타겟팅한 적에 대해서는 거리가 떨어져있어도 장애물만 없으면 단순히 공격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앞구르기로 접근해서 공격하는 등의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액션의 화려함을 위해 액션의 즉답성을 포기한 것이다. 오토 타게팅만 잘 구현해뒀어도 이렇게까지 전투가 갑갑하진 않았을텐데, 아쉽다.

또한 이 게임은 액션RPG 주제에 점프도 없다. 물론 점프가 있어도 전투가 시시한 게임도 있다지만[각주:8] 윗쳐2의 경우는 AI들이 기본적으로 다구리를 시도하기 때문에 점프가 매우 아쉽다. 구르기가 있다지만 구르기 도중에도 궤적만 맞으면 데미지를 입을 뿐더러, 지형이 대부분 협소해서 구르기를 마음껏 사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방패를 든 적의 경우 전방 180도 가량이 무적이기 때문에 뒤를 잡아야 하는데, 맵 때문에 구르다가 멈추면 심박수가 순식간에 안전수치 60-90을 넘어가버리기 일쑤이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드는 딱히 성공해도 큰 메리트는 없는 주제에 발동은 느리고 움직일 수도 없고 범위도 제한되어있어 사실상 봉인하는 편이 심장에 이롭다.

레벨이 오르면 필살기를 익힐 수 있긴 한데, 적을 때리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차고 아드레날린이 꽉 찼을 때 십자기 상향 버튼을 누르면 1명(레벨이 오르면 다수)의 적을 멋진 연출과 함께 순살 시켜버리는 기술이다. 말 그대로 순살이기 때문에 이 필살기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전투의 긴장감은 급락한다.

결국 윗쳐2의 전투는 뻔한 패턴으로 흐른다. 가드 하면서 다구리 치는 적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똥침을 한방씩 찌르다가 아드레날린이 모이면 필살기로 순살. 반복하다가 한마리가 남으면 마음대로 요리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정작 전투는 짜증나거나 싱거워진다. 액션 RPG로서는 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몹 상대 전투가 이리 시시하다면 보스전은 제법 신경썼을 것 같았으나... 보스전도 병맛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자고로 보스전의 정석이란 1) 보스한테 맞으면 무지하게 아프다. 2) 하지만 보스의 공격은 패턴이 있어 패턴을 따라가면 맞지 않고 때릴 수 있다. 이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윗쳐2의 보스전은 1번만 있고 2번이 없다. 보스의 공격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스의 공격을 예고하는 동작이라거나 이딴거 없다. 그냥 무지하게 아픈데 막 때린다. 보스의 특정 공격을 유도할 수도 없고, 가드할 수도 없다. 그러니 보스전마다 1~2시간씩을 플레이하지만 플레이할수록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그냥 운 좋을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위 스크린샷은 저 촉수 괴물이 모든 촉수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다. 보통은 이럴 때 그림자를 통해 공격이 떨어질 지점을 비춰주거나 하는데 윗쳐2에서는 그런거 없다. 카메라가 멋대로 돌아가서 주인공 위치조차 안보일 때가 많다. 거기다 촉수 괴물 공략의 정석인 '촉수 자르기'를 하게 되면 잘린 촉수가 맵 가운데에 남아서 주인공의 이동을 방해한다.(!) 촉수가 발에 걸려 잠시라도 지체하면 곧바로 다른 촉수로 아프게 얻어맞는데, 아까 말한 것 처럼 저렇게 촉수를 쳐들고 나면 발 밑이 안보인다. (어쩌라고!!!!) 하기사 드래곤과 싸울 때에는 보이지도 않는 꼬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아프게 때리기도 하니 할 말 다했다.. (그러니까 점프를 넣었어야지!)

전투 시스템이나 보스전이나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화려하고 있어보이는데 집중한 나머지 액션 게임으로서의 조작감이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얘네가 1편에서 시도했던 것도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고적으로는 병맛이 아니었던가. 속편이 전편의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필이면 병맛을 유전자로 이어갈 게 뭐람.

그리고 전투와 관련된 또하나 지적할 것은 '포션을 마음대로 빨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에서 포션은 3분 ~ 10분 정도로 긴 시간동안 효력을 발휘하는데, 포션을 마시기 위해선 반드시 명상 모드에 들어가야한다. 문제는 아무때나 명상 모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당연히 전투가 시작되면 - 특히 보스전- 명상 모드 따위는 사용할 수 없다. 스토리따라 가다가 보스를 마주쳤는데 포션을 마실 수 없어 이전 세이브를 불러와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장소 직전에서 명상하고 포션 마시고 보스전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병맛같은 상황이 게임 내내 흐른다. 뭐 본 대표이사처럼 '진정한 사나이는 포션 따위 빨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유저라면 상관없겠지만.


4. 그 외 사소한 약점

그 외에도 사소한 단점들은 다소 있다. 이를테면, 포션 외에 갑옷이나 무기등을 제작할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을 넣으면서도 창고는 넣지 않았다. 적을 죽일 때 마다 각종 재료들이 듬뿍듬뿍 떨어지는데 이걸 쌓아놓을 곳이 없어 다 짊어지고 다니거나 어디다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질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구르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싸우자는 거냐...

저널, 인벤토리 등 게임 내부에서 자주 쓰는 메뉴들을 Save, Load, Exit와 같은 시스템 메뉴에 붙여버린 것도 사소하지만 지적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ESC 눌러서 메뉴 뜨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페이스 형식이 게임과 유저 사이에 장벽을 놓는 느낌이라 게임을 하기 위해 인벤/저널을 여는데도 게임으로부터 격리되는 느낌이 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패드 입력에 대한 규칙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좌측 아날로그 패드로도 네비게이션이 되는데 어떤 곳에서는 십자키만 되었다. 패치 이후엔 십자키로 통일된 것 같은데 더 불편하다. =_= 매수나 도박을 할 때 패드로는 돈을 1씩만 늘릴 수 있어 불편하다든지, 스킬 트리에서 패드로 아이콘을 찾아가기 힘들다든지. 등등 아직까지 패드의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보인다. 엑박360 버전에선 좀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5.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게임.

이렇게 까고 보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황량한 쓰레기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진 않다. 솔까말 드래곤 에이지2도 그렇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지만 드래곤 에이지2보다 낫다고는 못해도 못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제법 잘 만든 게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좀 더 잘 다듬었으면 "드래곤에이지2 그게 뭔가요 컵받침인가요 우걱우걱" 거리면서 올해 최고의 RPG 따위는 그냥 씹어먹었을 것이다.

대표이사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10점, 인터페이스에서 5점을 까고 100점 만점에 85점을 부여하는 바이다. 몰입감 있는 세계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RPG 팬이라면 50달러가 아까울 작품은 아니다.
  1. 400만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명성이나 투입한 자본에 비하면 분명히 적다. [본문으로]
  2. 캐쥬얼한 콘솔 게이머를 노린 선택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반발로 판매량은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스이펙트2를 끼워 팔 정도로. [본문으로]
  3. 윗쳐2는 드래곤에이지2와 달리 조이패드를 지원한다. 버튼은 현재 PC용 패드의 사실상의 표준인 XBOX 360 Controller for Windows 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본문으로]
  4. Sign. 윗쳐가 쓰는 간단한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5. 대표이사 i5 750에 ATI 5850 쓰는데 High 옵에서 30~40 프레임 정도 뽑혀나온다. [본문으로]
  6. 대화 선택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이미 옵시디언이 제작한 스파이 RPG인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도한 바 있긴 하다. [본문으로]
  7. 여전히 별거 없지만. [본문으로]
  8. 최근 게임으로는 용두사미의 극치를 보여준 Divine Divinity 2 Dragon Knight Saga가 있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6. 3. 02:23

풀 리뷰는 엔딩을 본 후 올릴 예정입니다. 일단은 간단한 감상만.

1. 유니코드 문제에 주의
그래픽 설정이 user.ini에 저장되는데, ANSI 텍스트로 저장되면 읽어들이지 못해 무조건 최저사양으로 구동되는 버그가 있음.(2바이트 문자 쓰는 아시아권 언어 윈도우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듯). 해당 파일을 유니코드로 저장하고 읽기전용으로 세팅해야.

2. 그래픽 쩌는데 개적화.
윗쳐1도 최적화가 안되어있어서, 발매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음.
윗쳐2도 최적화가 잘 된 것 같지는 않음. (i5 750 + RADEON HD 5850으로 하이옵에서 1920X1080 30프레임 겨우 확보.)
하지만 그래픽은 완전 쩔어줌. 실내 들어갔다 나올 때 HDR 효과도 쩔어줌. 그리고 게임 자체가 30프레임만 뽑아주면 플레이하는데 무리가 있지는 않음.
19금 장면의 퀄러티는 쩔어주는 그래픽 덕분에 정말로 강력해졌음.

3. 전투 시스템이 병맛.
윗쳐1에서도 뭔가 어정쩡한 액션감을 넣더니 2에서도 여전함. 직접 애들을 치고 때리는 액션 전투인데도 타겟팅한 적이 아니면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음. 그렇다고 오토타겟팅이 잘 되는 것도 아님. 그래서 일대일 전투는 다소 싱겁고 일대다 전투는 짜증남. 점프도 없고 블록도 불편해서 결국 닷지로 굴러서 피해야하는데 전투 공간이 협소해서 자꾸 걸리적거림.
보스전도 화려하긴 한데 내부를 까보면 눈물남.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 보스전의 정석인데 여기는 그런거 없음. 덤으로 괴물의 촉수를 잘랐는데 이 촉수에 다리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맞아죽는 병맛도 터져나옴.
담당 기획자 얼굴 한번 보고싶음. 죽빵을 날려주고 싶어.

4.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배려가 부족함.
CD Projekt가 패드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아마도 콘솔 멀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함. 인벤토리/저널 이런 메뉴를 ESC 세이브/로드/옵션이랑 같이 나오게 만들어놓아 인벤토리 열 때 마다 몰입을 방해함(물론 매스이펙트도 마찬가지지만 매스이펙트의 저 UI는 게임 안에 녹아있는데 반해 윗쳐2의 UI는 게임으로부터 유저를 분리하는 느낌임. 스샷은 풀 리뷰에서.). 드래곤 에이지처럼 퀵 메뉴 있는데 여기에 정작 자주 쓰는 인벤/저널 없는 것도 불편하고, 인벤토리도 패드로 조작하기 불편함.
진짜 병맛 크리는 조작 방법을 패드/키보드 선택할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한쪽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음. 불릿 스톰이 최근 입력에 따라 패드/마우스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참고해야 할 듯. 그리고 어떤 메뉴에선 아날로그로 항목 전환이 되는데 어떤 메뉴에선 십자키로만 가능하고, 어떤 메뉴에선  A로 선택하는데 어떤 메뉴에선 X로 선택하고 이런 병맛이 많음.

5. 어쨌든 그래도 재미는 있음.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되었어도 100점 만점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니 전투 시스템이 평균만 갔어도 95점 줄만한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85점 정도가 한계일 듯. 하지만 85점이면 상당히 높은 점수임.

by 고금아 2011. 5. 23. 13:50
Mass Effect(이하 질량효응)을 마침내 클리어했다. 기록상으로 플레이 타임은 44시간 정도인데 실제로는 켜놓고 잠든 적이 있었으므로 40 시간 정도가 대충 플레이 타임이 되겠다. 중간 중간 로드 반복을 했으니 총 플레이 타임은 대충 60시간 정도로 잡으면 될 듯.

1. 라이트 제다이 / 다크 제다이 놀이.

바이오웨어는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Star Wars : the Knights of the old republic, 이하 구공단)에서 사용자가 게임상에서 취하는 행동과 대사에 따라 라이트/다크 점수를 쌓고 그에 따라 다시 NPC들의 반응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도입해 수많은 스타워즈 팬들의 심금을 울린 전력이 있다. 이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 제이드 엠파이어(Jade Empire)같은 경우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주로 대화를 통해 완만하게 사건을 처리하면 장(掌;Open Fist), 무력을 통해 급격하게 사건을 처리하면 권(拳;Closed Fist)의 점수가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변용해서 채용하기도 했다.(하지만 제이드 엠파이어에서는 중간에 배우는 무공 1가지가 달라지는 것 외엔 게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더라.)

매스 이펙트에서는 이를 다시 범생이Paragon와 반항아Renegage라는 이름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이게 좀 재미있다. 구공단 시리즈의 경우 라이트/다크 성향이 게임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대화 선택에 따른 분기는 유저가 선택하면 캐릭터의 능력(협박Intimidation 혹은 설득Persuasion 등)에따라 성공 혹은 실패가 갈리는 식이었다. 라이트가 되든 다크가 되든 스토리 자체는 여전히 유저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매스이펙트의 경우는 주인공 캐릭터에게 회유Charm과 협박Intimidation이라는 능력치가 부여되는데 이 능력치의 한계는 각각 범생이 수치와 반항아 수치에 영향을 받는다. 즉, 주인공 캐릭터가 부드럽게 말로 잘 꼬드겨서 풀어내 범생이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는 회유를 최대 10점까지 키울 수 있지만 협박 능력치는 5점이 한계로 박혀있는 식이다. 이 회유와 협박 수치는 대화를 선택했을 때 성공/실패 여부를 갈라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런 대화를 선택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해준다.

따라서 범생이 스타일로 밀기 시작하면 회유 능력치의 한계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이후 플레이도 계속 범생이로 밀고 나가야 한다. 반항아도 마찬가지겠지만. 혹은 다양한 대화를 선택하기 위해 양쪽을 계속 번갈아 쌓을 수도 있지만 이는 굉장히 비능률적이고 그보다는 다른 선택지를 보기 위해 2회차 플레이를 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2. 게임 내내 따라다니는 캐릭터의 배경

외모, 성격, 배경 등을 정교하게 구성한 주인공 캐릭터들을 내세우고 감정 이입을 강조하는 일본계 RPG와 달리 구미계의 RPG들은 캐릭터의 성격이나 배경, 외모 등을 비워둠으로써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형성하고 감정 이입하기를 요구한다. 폴아웃 등과 같이 성장 배경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임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성장 배경이 스토리에 끼치는 영향이 아니라 그로 인해 얻게되는 게임적 효과(무슨 능력치에 어떤 보너스 / 대신 어느 능력치엔 페널티 등)에 관한 것이다. 매스 이펙트의 경우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주인공인 쉐퍼드 중령의 과거사를 선택하게 하는데 다른 구미권 게임과 달리 이 과거사가 게임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스토리의 큰 줄기는 정해져있고 과거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적지만 끊임없이 대화에서 과거사가 언급되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크다.


3. 선택하고 책임져라.

이 게임은 대화에서의 선택을 강조하고 있는데, 스토리 상 결정적인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이 몇군데 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동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 네타를 방지하기 위해 은근슬쩍 이야기 하자면 모 동료는 파티의 목표와 자기 종족의 운명이 배치되는 상황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말로 잘 구슬리지 않으면 결국 반항하려다가 현장에서 총살당한다. 또 동료 A와 B가 동시에 위기에 빠지게 되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하나는 반드시 죽게 되는 상황 - 이 오기도 한다. 마지막엔 더러운 정치가놈들을 살릴 것이냐 최종 대빵을 죽일 것이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물론 나는 최종 대빵을 죽였다.) 이런 선택들이 게임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4. 탄탄하지만 부실한 스토리라인

역시 구미계 RPG 답게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고 스케일도 크다. 메인 퀘스트만 따지자면 말이다. 서브 퀘스트들은 양이 많지만 너무나 단순하다. 그냥 지정한 별에 가서 대충 기지를 찾고, 기지를 지키는 조무래기들을 쓸어버린 뒤에 안으로 들어가서 한번 전투를 하는 것으로 서브 퀘스트는 끝이 난다. 이 기지라는 것도 종류가 몇개 안되는데다 종류별로 내부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반면 메인 퀘스트는 다르다. 복선, 반전, 음모, 모략, 탐험 등 있을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흥미진진하다. 웅장하다. 하지만 짧다. 십수개의 은하계가 있고, 은하계마다 수개의 항성계가 있고 항성계 마다 또 몇개씩의 행성들이 있건만 게임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행성은 단 6개이다. 물론 렙업 노가다를 위해서 다른 별에서 잡무를 하긴 해야 하지만 어쨌든 게임이 너무 짧다. 하루에 16시간씩 일주일을 했던 위저드리8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좀 무리라지만 구공단의 스케일과 비교해도 이건 너무 빈약하단 말이다.


5. 단순한 아이템 체계

다양한 아이템이 존재하고, 또 SF가 배경인 만큼 아이템에 '브랜드'라는 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Elkoss Combine에서 공급하는 피스톨은 Edge 시리즈이고 Rosenkov Materials에서는 Karpov라는 브랜드의 피스톨을 판매한다. 각 아이템에는 I 부터 X까지 등급이 있고 당연히 등급이 올라갈수록 성능이 좋다.

이런 체계에서는 메이커별로 아이템에 특색이 있는게 보통이다. 이를테면 A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피스톨은 위력은 약하지만 연사력이 좋다든지, B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피스톨은 반대로 연사력은 떨어지지만 한발 한발이 강하다든지. 매스 이펙트에서는 그런거 없다. 물론 메이커 별로 차이는 있다. 앞서 언급한 Elkoss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개 허접하다. Rosenkov의 제품들은 우왕ㅋ굳ㅋ이다. Edge의 최종 레벨인 Edge-X (대미지 184 / 과열 전까지 19발 발사 / 정확도 49) 조차도 Karpov의 최하 등급인 Karpov-VII (대미지 240 / 과열 전까지 22발 발사 / 정확도 73) 앞에서 버로우를 타야 한다. 아이템이 종류는 많지만 선택의 여지는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단조롭다.

구공단에서 칼에 보석 박듯이 무기나 갑옷 등엔 업그레이드 아이템을 박아서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이건 뭐 딱히 특이한 건 아니고 요즘 게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왜 기본 성능은 후잡하지만 옵션 슬롯이 많아서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간단한 기교 조차도 이 게임에선 생략되어있다. 후잡한 메이커가 만드는 아이템은 업그레이드 슬롯도 적다. 그래봐야 업그레이드 슬롯이 2개냐 3개냐의 차이지만.

6. 너무나도 불편한 아이템 인터페이스

예전에 색룡님이 지적하신 것 처럼, 아이템 인터페이스가 너무나 불편하다. 이 게임엔 정말로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는데 아이템 인터페이스는 이들을 종류별로 나누고 알아보기 쉽게 정렬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아이템을 구분하는 기준은 오직 레벨순 - 그리고 같은 레벨에서는 알파벳 순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Edge - VIII
Porkov - VIII
Stinger - VIII
Striker - VIII
Edge - VII
Edge - VII
Porkov - VII
Stilletto - VII
Striker - VII

그나마 높은 레벨이 먼저 오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저 순서가 절대로 아이템의 성능 순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아까 이야기 했지만 Edge 시리즈는 최고 레벨이라도 가장 낮은 레벨의 Karpov에 상대가 안된다. 결국 아이템 끼워넣기 위해선 부지런히 커서 움직이면서 아이템 능력을 하나 하나 확인해 봐야 한다.

그나마 장비 아이템들은 권총-샷건-돌격소총-저격총-갑옷 등 종류 별로 분류가 되니 다행이다. 하지만 무기와 갑옷 등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아이템들의 경우는 정말 답이 나오질 않는다. 업그레이드 아이템들은 보통 성격이 정해진 상태에서 레벨별로 숫자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철갑탄Armor Piercing Rounds은 기계를 대상으로 추가 대미지를 주는데 1레벨은 15% 추가 대미지, 3레벨은 25% 추가 대미지이다. 소이탄Incendiary Rounds은 맞으면 몇초간 추가 대미지를 주는데 대신 정확도가 얼마간 떨어지는 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먼저 정렬하거나 분류하고 그 안에서 레벨 별로 분류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이렇게 말이다.

철갑탄 - VII
철갑탄 - VII
철갑탄 - VI
철갑탄 - V
철갑탄 - V
대인탄 - VI
대인탄 - V
대인탄 - V
대인탄 - IV

얼마나 좋은가? 쓰고 싶은 종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레벨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업그레이드 아이템의 분류는 이게 총의 개조냐 총알의 개조냐 정도만 구분하고 있고 그 안에서는 레벨을 기준으로 정렬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대인탄 - VI
소이탄 - V
철갑탄 - V
철갑탄 - V
대인탄 - V
대인탄 - V
광자탄 - IV
광자탄 - IV
소이탄 - IV
대인탄 - IV

어떤 경우는 레벨이 높은 순대로 정렬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낮은 순대로 정렬되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 획득한 아이템이 있을 경우는 목록의 가장 처음에 도착하는데, 이놈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놈이랑 비교해서 어떤지 알아보려면 열심히 목록을 뒤지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어떤 아이템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기란 절대 불가능이다.


7. 권총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권총은 보조무기라는 성격이 강하다. 당연히 파괴력은 스나이퍼 라이플이 킹이고 연사력까지 포함한 화력은 돌격 소총이 왕이며 근접 공격에서는 샷건이 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문법이다. 이 게임은? 그런거 없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듯이 질 좋은 권총 한자루는 스나이퍼 라이플까지 압도한다. 지구군의 방위산업체인 Elkoss가 공급하는 최고의 저격총인 Reaper-X의 대미지가 210점인데 아까 말한 권총인 Karpov-VII의 대미지는 240점이다.(대한민국 육군만 군납품이 캐허접인줄 알았더니 지구연합해군도 별 수 없더라.) 여하튼, 최고 레벨 최고 제품으로 가면 대충 대미지가 300점 약간 넘는데 종류별로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나는 권총과 저격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Infiltrator로 게임을 진행했는데 보스전은 도저히 저격할 공간이 나지 않아 권총으로 쇼부를 봤다. 권총으로 최종 보스 잡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8. 과연 22세기 자동차

빛보다 빠르게 우주를 날아다닌다는 우주선보다 놀라웠던 것은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6륜 장갑차인 MAKO였다. 아니 우주를 날아다니는 양반들이 아직도 바퀴 달린 차를 타고 다닌단 말인가 라며 비웃었지만 우주를 탐사할수록 MAKO는 괴물같은 성능을 보였다. 일단 45도 정도는 가볍게 등판해주시는데, 재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80도 이하는 무리없이 등판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어쨌든 6개 바퀴 중 하나만 등판 가능한 각도에 걸리면 어떻게든 올라간다는 것. 부드러운 구릉지건 삐죽삐죽 봉우리가 솟은 골짜기건 일단 밟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바퀴마다 독립적인 현가장치가 충격을 흡수하는데 공중에서 3바퀴 반을 회전하고 착지해도 차에는 거의 손상이 가지 않는다. 다만 안에 탄 인간들을 상상하면...오바이트가... 어쨌든 게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행성 탐험 모드가 그렇게까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MAKO를 조종해 말도 안되는 능선을 타고 넘어가는 재미 덕분이다.


9. 없는 것 보단 나은 수준의 미니게임.

내 기억으로 RPG에서 문따기 등에 미니 게임 요소를 도입한 것은 위저드리 시리즈가 처음이었다. 위저드리7의 경우 단순히 '문따기' 누르면 확률에 따라 열리는게 아니라 일단 함정을 수색하면 함정의 형태에 대한 단서가 나오고 그 단서로 함정을 추리한 뒤에 해당하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버튼이 녹색일 때 클릭하면 성공, 노란색은 재시도, 빨간색은 실패였으며 이 색깔은 계속 변하고 능력치에 따라 출현 빈도가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다만 Pause를 누르면 색깔 변화가 멈추기 때문에 정말 쉽게 통과하곤 했다. =_=

시스템 샥2의 경우는 여러개의 노드들이 있는 가운데 노드를 클릭하면 능력치에 따라 노드가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 되고, 활성화된 노드가 가로나 세로로 3개 이어지면 해킹에 성공하는 간단한 미니게임을 채용하고 있었다. 난이도가 높아지만 실패시 그냥 비활성화되는게 아니라 아예 해킹 자체에 실패하고 기계를 망가뜨리는 ICE 노드가 추가되었지만 노드가 열리느냐 안열리느냐는 결국 확률 문제였기 때문에 대부분 ICE 노드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바이오샥2에서는 아예 파이프 드림 게임으로 해킹을 구성했다. 요건 좀 살벌했다.

매스 이펙트는 해킹을 마름모꼴로 배치된 버튼 4개를 사용한 미니 게임으로 구성했는데 누를 버튼 표시해주면 빨리 누르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해킹할 대상의 난이도는 쉬움 - 보통 - 어려움이 있는데 난이도가 높다고 미니 게임이 어려워지는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능력치가 안되면 높은 난이도의 해킹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해킹에 실패해도 옴니젤로 열 수 있거나 재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패널티는 없다. 옴니젤이 부족한 극초반부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자 지루해졌다.

4버튼 미니 게임은 완성된 조합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시간 내에 올바른 조합을 찾아나가는 변종도 등장한다. 차라리 이쪽이 스릴 있고 재미있었는데 이런 변종 게임은 게임 상에 단 2번만 등장하더라. 구공단에서 써먹었던 하노이탑 퍼즐도 있었고, 게이지를 채우는 양이 다른 5개의 스위치를 조작해서 적절한 만큼의 게이지를 채우는 퍼즐도 있었는데 각기 한번씩만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내내 등장하는 해킹 미니 게임은 단조롭고 재미없다. 차라리 변종 미니 게임과 게임 내 퍼즐은 재미있었지만 얘들은 너무 등장 빈도가 낮더라. 매스 이펙트의 미니게임은 없는 것보다는 약간 나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10. 그 외 사소한 문제들.

VGA 단자를 통해 1920X1080 모드로 즐겼는데, 중간 중간 텍스쳐 밉맵이 제대로 입혀지지 않다가 갑자기 입혀지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조명이 새서 이상한 화면도 있었고.

MAKO를 타고 전투를 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일단 MAKO 장거리 전투에 돌입하면 저쪽에서 로켓을 쏴대기 시작하는데 MAKO는 상대를 적으로 식별조차 못한다. 적으로 식별하려면 MAKO 기관총 사거리 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정말 근거리이다. 기관총 사거리 밖에서는 적으로 잡히지도 않고 암만 기관총 갈겨봐야 맞지도 않는다. 그런데 MAKO의 155mm 캐논은 맞는다. 물론 HUD상에 적으로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 로켓의 비행운을 바탕으로 상대의 위치를 가늠해서 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그리고 그 중에도 계속해서 로켓을 맞아야 하지만) 어쨌든 캐논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다. 사실은 그보다 좋은 것은 대충 MAKO를 짱박아두고 저격하는 거다. 이편이 훨씬 안전하고 (고저차를 이용해서 위치를 잘 잡으면 상대의 로켓을 절대로 맞지 않을 수 있다.) 효율적이며 경험치도 많이 준다. (MAKO로 잡으면 절반 경험치) 그럼 MAKO 전투는 왜 있는 걸까? 그러고보면 MAKO에서 일단 내리면 조금 전까지 MAKO를 쏘던 애들이 갑자기 플레이어 캐릭터들을 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게임 내에서 돈 외에 옴니젤 이라는 자원이 등장하는데 이놈이 참으로 애매하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설명과 달리 이 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해킹 미니 게임을 피해가는 거랑 MAKO 수리 둘 뿐인데, 해킹은 쉽고 MAKO는 수리할 일이 없기 때문에 옴니젤은 남아돈다. 차라리 옴니젤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으면 게임이 좀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게임이 미니맵을 제공하기는 하는데 이게 지형을 보여주지 않고 단순히 적의 위치만 보여주는 수준이라 길찾기 보다는 단순히 전투가 끝났으니 총을 집어넣어야 겠다는 정보 외엔 별 쓸모가 없었다. 전체 지도에서 원하는 지점을 목표로 잡으면 미니맵에서 그 방향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다.

이전에 언급한 것 처럼 X버튼을 누르면 대사를 스킵할 수 있는데 선택지를 고를 때엔 X버튼도 선택으로 간주되고 선택지의 디폴트 값은 대화를 끝내는 선택지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대사 스킵 하려고 X 누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대화를 끊어버린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중요한 대화들은 대부분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선택지가 나올 때 가능한한 모든 선택지들을 다 선택해봐야 한다. 결국 대화 스킵은 자칫하다가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되는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X 버튼에 선택 기능을 넣지 않으면 되는 사소한 문제인데 이게 꽤나 불편하더라.

11. 그래서 결론

그래픽 : 9
사운드 : 8
스토리 : 8.5
게임플레이 : 8
편의성 : 8
종합 평점 : 8.5

그래픽이야 삼돌이 게임은 이게 처음이라 상대 평가는 불가능했고, 단지 SF 컨셉이 잘 살아났고 현장감이 있었다는 점에서 9점을 줬다.

사운드는 딱히 좋다거나 딱히 나쁘지 않았다. 걍 무난하게 8점.

메인 스토리는 좋았지만 볼륨이 적고, 서브 퀘스트들이 빈약하고 반복적이어서 결국 8.5점 줬다. (구공단1이었다면 10점)

3인칭 총질은 재미있었지만 미니 게임이 단조로워서 1점 까였고 아이템 구성에서 선택 요소가 적어서 또 1점 까였다.

전체적으로 조작 편의성은 좋았지만 마찬가지로 아이템 인터페이스에서 1점 까였고 대화 스킵 문제에서 1점 까였다.

색룡님은 이 게임을 '만들다가 만 게임'이라고 평했는데 나 역시 그런 평가에 동의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자사의 가장 성공적인 게임이었던 구공단1과 같은 레벨의 명작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짧았고 이를 보완해줄 서브 퀘스트들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범작을 가볍게 뛰어넘어 수작의 반열에는 오를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쉬운 것이다. 3부작으로 제작된다고 하고 엔딩에서도 2편을 암시하고 있으니 2편을 기대할 수 밖에.
by 고금아 2008. 1. 29. 05:39
2007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Mass Effect. 삼돌이 전용이라 자데제국 처럼 2년 뒤에 컨버전 되기만을 기다릴 뻔 했으나, 색룡님의 지원 덕분에 요즘 플레이 중이다. 이 자리를 빌어 색룡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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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PS + RPG
구공단은 확실히 잘 만든 게임이었고, 베스트 셀러였다. 바이오웨어의 작품들에서 구공단의 냄새가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자데제국에서는 구공단의 엔진에 실시간 액션 전투를 덧붙이더니 (지네들 말로는 새로 짠 엔진이라고 하지만) 매스 이펙트에서는 구공단 엔진에 FPS를 결합시켰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명색이 RPG인 만큼 쉽게 쏠 수 있고, 또 장비나 특수 능력의 사용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있다. FPS와 RPG의 결합은 이미 바이오쇼크(사실은 시스템쇼크)와 DEUS EX 등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이건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2. 그 외 구공단과 비슷한 요소들
전투와 관련된 부분은 구공단에서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비슷하다. 일단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레벨업에 맞추어 같이 레벨업 되는 부분이나 자동 레벨업을 지원하는 부분 등은 구공단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는데 그대로 옮겨왔다. 파티를 3명으로 제한하고 전체 일행 중 필요한 인물만 꺼내 쓰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구공단처럼 자유롭게 파티 멤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상 누군가가 합류할 때 마다 파티를 고르는데, 이건 나중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기 업그레이드도 지원한다.

3. 쾌적한 플레이
로딩은 정말 쾌적하다. 씬이 아예 바뀌는 경우를 제외하면 따로 로딩하는 부분이 없고, 맵 이동하다 새로 에어리어를 읽어들여야 할 때엔 잠시 Loading 마크가 뜨는데 이 경우에도 단 1초면 로딩이 끝난다. 하드디스크 없이 DVD-ROM에서만 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경이적이다. Witcher 가 이정도의 로딩을 보였다면 분명 나한테 후한 점수를 얻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투 없이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로딩이 빠른 덕분에 짜증이 덜난다.

아직 초반부라서 자세한 소감을 쓰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재미나게 하고 있다. 무척 재미있다. 일단 나머지는 레포트 쓰고 나서 계속.
by 고금아 2008. 1. 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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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질 스타일을 바꾼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주인공이 칼질하는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느리지만 강한 공격, 빠르지만 약한 공격, 주위에 적들을 한꺼번에 때리는 공격. 이건 나름 신선할 뻔 했는데, 너무 작위적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류의 시스템에서는 일단 적을 보고 어떤 스타일로 때려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놈이니까 세게 때려야겠구나, 작고 빠른 놈이니까 빠르게 때려야겠구나.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때리고 페널티는 개인 기량으로 메우든지.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세게 때려야 할 넘이랑 빠르게 때려야 할 넘을 그냥 봐서는 구분할 수 없다. 일단 마주치면 스타일 바꿔가면서 때려본 뒤에 아 이넘은 세게 때려야 하는구나 라고 알아내고, 그 다음부터는 그넘이 나오면 무조건 세게 때리면 된다.


2. 타이밍 맞춰서 콤보

적을 때리면 잠시나마 커서 색이 오렌지 색으로 바뀐다. 이때 다시 적을 클릭하면 콤보가 들어간다. 이것도 나름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색다른 시도이긴 했는데, 문제는 애니메이션이랑 그다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한 클릭에 한방이 아니라 한 클릭에 두세방이 나간다. 그러니 타이밍을 맞춰 클릭을 해도 이전에 하던 동작에 이어서 그냥 공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 호쾌하게 쫓아가서 때린다는 맛이 없다. 이놈의 전투가 디아블로처럼 액션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략성이 강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이 콤보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 전체에 걸쳐 문제가 된다.


3. 극악의 로딩.

리뷰 사이트들 보면 스토리가 죽인다는 둥, 연금술 시스템이 괜찮다는 둥의 좋은 평가가 많은데 난 잘 모르겠다. 연금술 하려다가 게임 접었으니까. 나름 게임의 핵심 요소를 경험하지 않고 게임을 논하는게 이상한가? 그러니까 풀 리뷰가 아니라 단상이다. =_=; 여튼, 게임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극악의 로딩 때문이다. 로딩이 정말 길고, 정말 자주 나온다. 사실 네버윈터나이츠2도 로딩이 길긴 한데, 그래도 윗처 만큼은 아니었다. 이건 뭐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고,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잦고 긴 로딩은 몰입도를 깎아먹으며 나처럼 신경질적인 꼰대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4. 이게 올해의 RPG라고?

숨겨진 수작이라느니, 올해의 RPG 후보라느니. 평가가 좋았기에 기대가 컷었는데 개인적으로 대실망.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범작 정도인 게임이 이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RPG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디아블로가 이른바 '정통' RPG들을 몰아내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디아블로 클론도 찾기 힘들다. '정통 파티 기반 턴제 1인칭 던전 RPG'를 사랑하는 대표이사도 이미 2001년 이후로 희망을 버리고 3인칭이라도 좋으니 턴제만이라도 굽신굽신, 실시간이라도 좋으니(사실 좋지 않음) RPG 만이라도 굽신굽신 거리는 상태이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캐릭터를 좀 키우면 이렇게 뽀대나게 싸울 수 있다는데, 저기까지 가고 싶지 않더라.

by 고금아 2008. 1. 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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