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밀아 다음은 퍼즐 앤 드래곤 (이하 퍼즈도라)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가마수트라에 이에 대해 다룬 블로그가 올라와 소개합니다.

http://www.gamasutra.com/blogs/MichailKatkoff/20130225/187247/How_Puzzle__Dragons_Does_It.php

저자는 성공 비결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저는 이 안에서 한계 - 바꿔말하면 공략할 지점 - 도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포스팅할까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문 번역이 아닌 요약 번역입니다.


(알맹이는 다단목록으로 썼는데, 막상 볼 때는 다단목록이 하나도 안보이네요.. OTL)




1. 게임 소개

퍼즈도라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F2P 기반의 모바일 게임.

매 월 50억엔 ~ 70억엔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2. 기본 구조

플레이어는 일정량의 스태미너를 지불하고 던전에 들어간다.

스태미너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경험치, 코인(게임머니)와 랜덤 몬스터를 약간 얻는다.

던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플레이어는 몬스터의 레벨을 올리고 진화시켜야 한다.

몬스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다른 몬스터를 희생시켜야 한다.

진화는 특정한 세트의 진화재료(레어 몬스터)를 필요로 한다.

둘 모두 코인을 소비하며, 레벨업/진화 대상인 몬스터의 레벨에 따라 증가한다.


3. 8가지 핵심적인 메카닉

3-1. 단순성

퍼즐 자체는 단순한 매치 게임

역주 : 타 게임에 비해서도 매우 쉬움. 비주얼드 / 애니팡은 인접한 한칸 까지만 젬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반면 퍼즈도라는 일정 시간동안 원하는 대로 이동시킬 수 있다.

보석을 맞추면 해당하는 색상의 몬스터가 공격함.

던전을 깨는 것도 쉽지만 던전에서 얻은 알을 깔 때의 놀라움 때문에 보상도 매우 높다.

한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3-2. 복잡성

어느정도 진행하고 나면 두가지 사건이 발생.

첫째, 몬스터 박스가 가득참

어떤 몬스터를 유지하고 어떤 몬스터를 팔거나 재료로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함.

둘째, 던전이 서서히 어려워지기 시작함

더 강한 몬스터에 대한 열망을 가지기 시작

이로 인해 유저가 배울 준비가 될 때 게임의 복잡성이 시작함.

플레이어의 몬스터 컬렉션을 둘러싼 거대한 메타게임

레벨업, 강화, 수집, 기타등등

유저는 이제 목적을 가지고 특정 던전을 방문하게 된다.

특정 몬스터를 얻을 수 있는 던전

코인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던전 등


3-3. 스태미너 (에너지 메카닉)

에너지를 통해 플레이 기회를 제한

기본 틀은 페이스북 게임들의 에너지 시스템과는 동일

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

초반엔 빠른 성장이 가능

스태미너 캡 (보유 한도)가 적음. 그 때문에 빨리 회복됨

플레이어가 몰입할수록 성장이 느려짐

스태미너 캡이 성장 -> 회복에 시간이 걸림

성장 둔화는 과금을 추진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임.

스태미너 캡 제한은 두가지 이점이 있음

고레벨 유저들의 연속 플레이를 제한함.

던전마다 스태미너 소모량이 다름

어려운 던전일수록 소모량이 크다.

저레벨 유저들은 스태미너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의 스태미너를 아예 갖고 있을 수가 없다.

스페셜 던전은 고렙 / 저렙 유저 모두에게 보여짐

쪼렙 유저들에게도 장기 플레이 목표를 제공


3-4. 몬스터 소모

몬스터 성장 - 선 레벨업 후 진화

다른 몬스터를 희생해서 먼저 최고 레벨까지 키운다.

그 후 진화를 통해 더 좋은 몬스터로 변신시킴

진화는 특정한 조합의 몬스터를 요구 - 조건 만족이 어려움

코인은 레벨업과 진화 모두에 소모됨

그런데 코인만큼은 진짜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을 투자해야 함.

몬스터는 유저 선택에 따라 육성 대상일 수도 있고 소모품일 수도 있다.

꾸준히 다양한 몬스터를 계속해서 보상으로 주면서도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매 시간 플레이 할 때 마다 보상을 주는 것은 F2P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이다.


3-5. 갬블 요소

몬스터를 구입할 수는 없다.

던전에서 얻거나

머신을 돌리거나.

어쨌든 랜덤하게 떨어진다.

직접 구매 불가능 + 랜덤성이 수익구조를 형성한다.

원하는 몬스터를 직접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몰입하게 됨

또한 즉시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슈퍼 몬스터들로 순식간에 던전을 깰 수 없음

그리고 랜덤 때문에 현질에 한계가 없다.


3-6. 빠른 컨텐츠 생산

F2P 게임에선 업데이트로 새로운 컨텐츠를 계속 공급해야 함

컨텐츠 무한궤도 - 나쁜 방식

단순히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공급.

컨텐츠의 질은 향상되지 못함.

추가한 컨텐츠는 계속해서 소모됨

컷 더 로프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주어진 레벨을 다 깨고 나면 새 레벨이 나올 때 까지 게임을 안한다.

컨텐츠 무한궤도는 게임 디자인과 메카닉으로 피할 수 있다.

소셜 채널 추가 - 채팅, 그룹, 동맹 등.

PVP

퍼즈도라 - 극단적으로 컨텐츠 생산이 쉬운 구조

게임의 무대인 던전은 추가하기가 엄청나게 쉽다

벽 색깔만 바꾸고 몬스터만 추가하면 됨.

수백개씩도 추가할 수 있고, 새 빌드가 필요하지도 않고, 서버 업데이트도 단순


3-7. 사회성

퍼즈도라의 소셜 요소는 독특함

채팅도 없고 PVP도 없고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인터액션도 없고 길드도 없다.

심지어 소셜 네트웍 서비스와의 연동도 없다.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다른 플레이어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리고 들어감

그리고 친구 요청을 주고받을 때 마다 보상이 엄청남

다른 사람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리고 간 사람, 그리고 그 헬퍼의 주인 양쪽에 우정 포인트 지급

우정 포인트로 머신을 돌려 새 몬스터 획득 가능

플레이를 많이 할수록 헬퍼 목록에 등장할 확률이 높아짐

헬퍼로 많이 사용될수록 더 많은 우정포인트 획득 가능

던전을 클리어할 때 마다 친구 요청을 할 수 있음

랭크(역주 : 유저 레벨)가 높을수록 친구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음

친구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려가면 우정포인트도 얻을 수 있도 추가적인 리더스킬을 얻을 수 있음.

리더스킬(역주)

던전 내에서 일정 조건에 따라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리더로 선정한 몬스터의 리더 스킬이 적용된다.

하지만 친구의 몬스터가 헬퍼일 경우, 헬퍼의 리더스킬도 함께 적용된다.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사람을 친구로 둬야 함

한번 헬퍼로 쓰고 나면 그 헬퍼가 로그아웃 했다가 다시 로그인 해야 다시 빌려쓸 수 있음

효과

매일 꾸준한 로그인 필요 -> 유저가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유도

유저가 강한 몬스터에 대해 욕심을 가지도록 유도

헬퍼로 사용 되어야 우정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음

몬스터가 강해야 자주 헬퍼로 불려가고 더 많은 우정 포인트 획득 가능

(역주 - 스태미너 때문에 플레이 기회가 제한됨, 따라서 헬퍼들 사이에도 간접적인 경쟁이 발생함)


3-8. 스페셜 던전 (이벤트)

다양한 기간 한정 던전이 존재

특정일 - 요일별 던전 등도 있고

굉장히 어려운 던전들도 존재

포인트는 이 스페셜 던전들은 몬스터 진화를 위해선 이런 던전을 깨야만 한다는 것

스페셜 던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한루프

더 강한 몬스터를 원하면 진화를 시켜야함

진화 시키려면 스페셜 던전을 깨야함

스페셜 던전을 깨려면 더 강한 몬스터 + 강한 헬퍼가 필요함


3-9. +1 이어하려면 돈을 내라

아케이드 게임의 메카니즘.

역주 - 던전을 깨다가 실패했을 때 마법석을 소모하면 이어하기 가능. 마법석은 유료템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임


4. 훌륭한데 일본에서만 먹힘

US 앱스토어에선 50위권 내에 진입 실패

게임의 복잡성이 문제일까?

일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진화 등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고 즐기기 어려움

하지만 바하무트[각주:1]나 Marvel : War of Heroes[각주:2]는 성공했음

이들은 구조가 유사하지만 더 복잡함[각주:3]

저자의 개인 의견 - 복잡성 + 대중적이지 않은 테마 + 유저 획득 전략 미숙의 3재가 겹침

친숙한 소재가 아님

아시아의 몬스터 / 카드 수집 게임은 아시아 시장 밖에선 보기 힘듬[각주:4]

여기에 캐주얼 게이머 대상으론 복잡하기까지 함

게임 경험이 많고, 퍼즈도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유저들에겐 PVP 부재가 크다.[각주:5]

겅호가 미국 진출에 소극적임

DeNA나 Gree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을 순위의 탑에 올려놓았음




다음은 역자 개인 소견입니다.


퍼즐 플레이 + 그를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는 훌륭함

국내에서도 중박이상 + 롱런이 가능하다고 보임

게임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국내 유저층을 고려할 때 대박은 힘들 듯.

확밀아와 유사한 포지션을 가져가되, 서로 배타적이진 않음

추격이 가능한 시장으로 보임

서든 어택이 스포1을 엎었지만 나머지 게임은 서든어택을 따라잡지 못한 이유

난입 가능 (플레이 기회 보장) + 더 캐주얼한 플레이로 캐주얼 유저의 욕구를 만족

캐주얼 유저들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으로 안착 - 시장 선점

마찬가지로 긁어줄 '가려운 곳'이 존재.

퍼즈도라의 불안요소

플레이 하기에 지나치게 빡빡함

경제구조 + 스태미너로 인한 플레이 기회 제약

지나치게 복잡한 성장 / 진화

확밀아가 성장/진화를 어떻게 캐주얼하게 풀어냈는지는 이전 포스트 참고

소셜 요소 부재

확밀아도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친구 중심의 게임이지만

오프라인 친구와 함께 할 때 플레이어의 이득이 큼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해주면서 유저층을 확대할 수 있었음

대규모 마케팅 부재


  1. 신격의 바하무트. 영문판 제목은 Rage of Bahamut. [본문으로]
  2. Marvel의 슈퍼히어로들을 소재로한 CCG. 확밀아처럼 게임디자인에서의 발전은 없이 그냥 바하무트에 마블 캐릭터를 끼얹고 UI를 좀 더 예쁘게 다듬었다. [본문으로]
  3. 역자 소견으로는 퍼즈도라가 이들 보다는 배는 더 복잡함. 이들은 버튼만 누르면 보상이 쏟아지는 반면 퍼즈도라는 어쨌든 퍼즐을 풀어야만 하고 (따라서 실패라는 것이 존재함) 같은 카드만 있으면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화도 훨씬 쉬움 [본문으로]
  4. 역자 소견 : 포켓 몬스터 및 그 TCG가 북미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바하무트도 성공한 것을 보면 납득이 힘듬. [본문으로]
  5. 역자 소견 : 그보다는 화풍이 그런 유저들로부터 돈고 시간을 끌어내기에 부적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됨.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2. 26. 23:30

Eliminate All 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소식입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news/187116/EA_lays_off_workers_across_multiple_studios.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28Gamasutra+News%29#.USaPBVdr9i1


가마수트라에 보낸 공식 성명은 다음과 같답니다.

"오늘 EA는 내부적으로 신기술과 모바일을 포함한 신성장 영역에 인력과 기술을 배정할 팀을 선정하기 위해 약간의 조정을 발표했습니다. 많은 직원들은 새로운 포지션에 따라 재배치될 예정입니다.(하지만 일부는 방출될 것입니다.) 훌륭하고 재능을 갖춘 인재들로 그들의 행운을 빕니다. EA는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직원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A 몬트리얼 (아미 오브 투 시리즈), 비셰랄 게임즈(데드스페이스)는 폐쇄 완료되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몬트리얼은 장기적으로 콘솔과 모바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스튜디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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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3. 2. 22. 06:28

0. 서론

일본에서 바하무트 류의 모바일 CCG게임들[각주:1]이 매출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북미 앱스토어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이런 게임들이 국내에서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매직 더 개더링'이나 '유희왕'과 같은 오프라인 TCG 문화가 척박한데다 일러스트 또한 소수의 소위 '오덕'들이 아닌 일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이런 게임들을 해보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선입견이 생겼으리라.

예상을 뒤엎고 확밀아는 소위 '오덕 냄새'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많은 유저를 확보하였으며 매출 순위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이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역발상으로 일본 문화에 대해 익숙한 2~30대 젊은 층에 마케팅을 했다거나,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카드 게임이 흥했던 시기가 있었다거나 소셜 게임을 타고 게임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줄었다거나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것을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확밀아는 확실히 다른 모바일 CCG에 비해서 재미있다. 마치 WOW가 기존 MMORPG들의 시도를 모두 포함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확밀아는 기존 모바일 TCG의 게임 시스템을 매우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타 게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간은 곧 돈이다. 많은 시간을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많은 돈을 점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도 확밀아가 갖는 게임 디자인에서의 강점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림이 이쁘고 가챠를 많이 뿌리고 카드를 얻기 쉽다는 이야기는 해도 게임 디자인의 영역에서 확밀아가 거둔 성과는 논외로 치부되고 있다. 그냥 외주 돌려 일러스트만 빵빵하게 갖춘다고 모바일 CCG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1. 모바일 CCG의 기본 구조

우선 첫째로 오프라인 TCG와 모바일 CCG는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직접 얼굴을 맞대고 배틀을 하는 오프라인 TCG는 크게 3개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째, 사용자는 돈을 내고 카드를 뽑거나 다른 사용자와 교환을 통해 카드를 '수집'한다. 둘째, 배틀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한정되어있으므로 수집한 카드 중 일부를 추려서 '덱을 구성'한다. 셋째, 배틀 상에서 이 덱 안의 카드와 여러 자원들을 신중히 사용함으로써 '배틀'을 벌인다. '배틀'에서 이기기 위해선 좋은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집'하며, 전략을 세워서 '덱을 구성'하고 다시 이 '덱'으로 '배틀'을 벌이는 순환 구조가 오프라인 TCG 게임의 핵심이다.

하지만 언제 접속이 끊어질 지 모르는 상태에서 짬짬히 즐기는 모바일 플랫폼은 이런 직접 '배틀'을 지속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배틀'의 게임 플레이가 '부족전쟁'과 같은 웹게임에서 볼 수 있는 비동기식 간접 대결로 축소된다. 대신 오프라인 TCG와 달리 표현이 용이하고 또 수요가 검증되어있는 '성장'이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 부분 유료화 과금 특성상 어뷰징 우려가 있고 오프라인 흥정이 힘들어서 '교환'이 제거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오프라인 TCG와의 연결고리는 희박해진다.

오히려 시간에 따라 액션 포인트를 지급받고 매 행동마다 액션포인트를 지불함으로써 플레이가 본질적으로 단절을 전제로 한다는 점, 유저의 액션은 전투 자체가 아니라 자원을 분배해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 집중되어있다는 점, 공격자가 거의 무작위에 가까운 풀에서 대상을 선택해서 공격 명령만 내리면 공격자 방어자의 개입 없이 전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공유받는다는 점에서 모바일 CCG는 오히려 웹게임에 더 가깝다. 실제로 확밀아 이전에 등장했던 바하무트 같은 게임들은 웹 페이지 상에서 동작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모바일 CCG는 본질적으로 '카드'를 가지고 '수집' '성장' '덱 구성'을 즐기는 웹 게임이다. 카드를 트레이드해가며 갖고 노는 TCG와는 별개의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2. 하드하게 즐기는 캐주얼한 웹게임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모바일 CCG들은 다른 웹게임들보다 훨씬 캐주얼한 게임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족전쟁'이나 '아크메이지'와 같은 웹게임들은 정교한 생태계상에서 이루어진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분배하는지에 따라 다음 단계에서의 입수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와 양이 달라진다. 당연히 다음 단계에서의 전략은 이에 영향을 받는다. 농장을 늘려 성장을 확보할 것인가, 대장간을 늘려 공격력을 높일 것인가? 싼 보병을 많이 확보해 당장 군사력의 수를 늘릴 것인가 비싼 기병을 확보해 질을 높일 것인가? 항상 쉽지 않은 문제다.

반면 모바일 CCG는 미시적 관점에서 전략이 작용하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자원(카드, 게임머니)이 쏟아진다. 내가 어떤 카드를 덱에 포함시키고 어떤 카드를 어떻게 육성하든 내가 입수하는 자원에는 변동이 없다.[각주:2] 덱 구성 조차도 고민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 마다 '자동'을 고르면 정해진 제한 내에서 적절한 덱이 튀어나온다. 시간 되면 버튼을 누르고, 버튼을 누르면 자원이 쏟아진다. 이 자원으로 원하는 카드를 육성시킨다. 기본적인 플레이는 사실 이것이 게임인지조차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캐주얼하다.

다만 여기서 PVP를 뛰기 시작하면서 헬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사실상 전략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상 좋은 카드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그리고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선 PVP로 보물을 강탈해와 보물을 완성하거나, PVP 랭킹에 들어 보상을 받거나, 돈을 내가 랜덤하게 카드를 뜯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카드에 그동안 얻은 쓰레기 카드와 게임머니를 쏟아부어 성장시키는 수 밖에 없다.

하드하게 즐기는 코어 유저들이 막대한 돈을 지불할 뿐, 본질적으로 모바일 CCG는 캐주얼한 게임이다. 하드코어하다는 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 / 미국 시장에서 다운로드와 매출 순위 상위에 위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 레이드의 등장

하지만 이런 기본 구조는 게임 플레이 깊이가 빈약하다는 것 외에 '수집'과 '성장'과 '덱'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PVP로 한정된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바하무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게임이 공격시에 사용한 덱의 코스트 합계 만큼 유저의 공격 코스트에서 제거하는 형태를 지닌다. 따라서 PVP 플레이 자체는 몇시간 동안 충전했다가 한번에 포인트를 방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보물을 어느정도 모아서 모을 보물이 없고 그렇다고 PVP 랭킹전에 뛰어들만큼도 아닌 애매한 쪼렙 단계에서는 PVP를 계속 플레이할 이유도 딱히 없다. 이 단계에서 캐주얼하게 즐기는 유저들이 하드하게 즐길 동기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레이드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수확을 하다 보면 랜덤하게 보스몹이 튀어나온다. 보스몹을 물리치면 카드를 포함한 보상이 주어지지만 일정 시간 내에 잡지 못하면 사라진다. 그리고 갖고 있는 카드들이 이 보스와의 전투에서 사용되며 보스와의 전투 기회는 PVP 플레이 기회와 상충된다. 보스몹은 잡을 때 마다 레벨이 올라간다. 이것이 레이드의 기본적인 구조다.

본 연구원이 이 구조를 처음 발견한 것은[각주:3] Deity Wars(이하 DW)라는 게임에서였고 이후 아야카시 음양록(이하 음양록)과 파이널 판타지 에어본 브리게이드(이하 FFAB)에서도 이 레이드를 찾을 수 있었다. 세세한 차이는 존재하지만(이 차이는 사실 제법 크지만) 기본적으로 이 레이드는 PVP를 대신해서 카드를 직접 사용하게 함으로써 성장을 체감시키고, 또한 보상으로 카드를 제공함으로써 플레이 동기를 유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DW의 레이드는 일단 한대라도 때리고 나면 친구들에게 공유되고, 참가만으로도 보상을 받는다는 점, 드문 확률로 더 좋은 보상을 주는 레어 레이드 보스가 있다는 점에서 확밀아와 유사한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확밀아의 요정은 DW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추측한다.) 단, 덱에 포함된 카드가 모두 한꺼번에 전투에 투입된다는 것과 카드 별로 각기 HP가 있어 공격을 받으면 카드가 사라진다는 점은 다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덱이 강도를 결정하는 덱 코스트와 PVP/레이드 플레이 기회를 제한하는 배틀포인트가 분리되어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DW의 배틀포인트는 100점 만점으로 1분당 1점씩 차는데, PVP 공격시엔 50점을 소모하고 레이드 시엔 30점 / 50점 / 100점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공격 효율은 더 높아지지만 무조건 한대는 쳐야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친구가 발견한 레이드 보스를 공격할 때엔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유저 입장에서는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레이드 기회가 PVP 방어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모든 유저가 방어시에 풀덱을 사용하게 되고, 따라서 PVP가 보다 방어자 우선으로 돌아가 PVP 동기가 저해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PVP 중심의 모바일 CCG에 협력 PVE 개념을 도입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FFAB는 아예 레이드와 협력을 중심으로 게임을 개편하는 시도를 보였다. 우선 FFAB에서는 일반 탐험을 통해서는 카드와 게임머니를 얻을 수 없다. (카드는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확률이 현저하게 적다.) 대신 레이드를 통하면 카드, 게임머니, 직업 경험치 등을 얻을 수 있으며 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최대 3점의 BP[각주:4] 중 1점 혹은 3점을 소모하게 된다. (15분당 1점 회복) DW처럼 덱의 한도와 레이드 참여 기회는 무관하며 추가적으로 레이드에 대한 푸쉬 알림 기능까지 장착했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비공정단이라는 가상의 파티를 사용해 레이드를 하나의 거대한 메타게임 속에 묶어두었다는 점이다. 유저는 매 주 랜덤하게 결성되는 비공정단에 가입하게 되며, 각 비공정단은 매일 랜덤하게 다른 비공정단 하나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레이드 보스는 자신이 속한 비공정단과 그 라이벌 비공정단에 공유되며 어느 팀이 보스에게 더 많은 데미지를 가했는지를 놓고 간접적인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한주간의 성과에 따라 비공정단 단위로 보상이 이루어지고 한주가 지나면 새로운 비공정단에 배속된다.

DW가 모바일 CCG에서 협력 플레이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FFAB는 본격적으로 직접적인 PVP 경쟁을 배제하고 레이드와 협력으로도 모바일 CCG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하지만 BP 회복 텀이 길기 때문에 기존의 모바일 CCG처럼 플레이 타임의 단절이 심하다는 기본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위 두가지 게임이 레이드를 기본 시스템으로 흡수하려 시도했다면 음양록은 반대로 바하무트의 기본 시스템에 레이드를 접목하려고 시도했다. 레이드 보스는 발견되지만 공유되지 않고 혼자서 잡아야 하며, 별도의 코스트를 두는 대신 레이드시에도 공격덱 코스트와 방어덱 코스트를 차감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유저가 사용할 코스트나 덱의 구성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레이드가 발생하면 게임은 유저가 현재 갖고 있는 공격 코스트의 절반 한도 내에서 덱을 강제로 자동구성한다. 그리고 공격을 하게 되면 해당하는 덱의 코스트 만큼 공격 코스트를 삭감하고, 방어 코스트는 절반 정도를 감한다. 방어덱은 항상 현재 가지고 있는 방어덱의 코스트를 상한으로 자동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음양록에서 레이드와 PVP는 상호 배타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음양록의 레이드에서 카드가 사용되는 방식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양록의 레이드 덱은 리더 카드 1장과 최대 9장의 일반 카드로 구성된다. 사용된 카드의 HP 총계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HP에 작용하며, 공격은 리더카드 + 3장 단위로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리더카드를 A, 나머지 카드를 1~9라고 가정하면 첫 턴엔 A와 1~3 이렇게 네장이 공격하고, 다음 턴엔 A와 4~6, 그 다음 턴엔 A와 7~9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카드가 줄 단위로 전투에 참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덱에 포함되는 순서가 중요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비록 이 게임에선 유저가 덱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살펴본 3가지 게임을 정리해보자. 우선 DW는 기존의 PVP 중심의 모바일 CCG에서 벗어나 협력형 게임의 가능성을 타진했고 FFAB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PVP를 배제하고 레이드 만으로 게임을 구성했다. 이들 게임은 보다 캐주얼한 컨텐츠로 성장을 더 자주 체감시킨다는 성과를 이루었고 코스트 체제를 간소화 하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덱 구성과 PVP에서의 게임성이 약화되었으며 최소 15분 최대 30분이라는 텀을 둠으로써 모바일 CCG 특유의 시간 단절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음양록은 레이드와 PVP간에 긴장관계를 만들어 보다 전략성을 더할 수 있는 여지와 덱에서 카드의 순서라는 새로운 변수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지만 기존 바하무트의 코스트 위에서 복잡하고 어설프게 돌아가는 레이드를 구현했다.


4. 확밀아 레이드의 핵심 - 코스트와 덱 구성

결국 모바일 CCG에서 레이드가 갖는 문제는 코스트와 덱 구성으로 압축된다. 시스템을 캐주얼하게 유지하기 위해 덱의 강도 코스트와 참가 기회 코스트를 분리하게 되면 덱 구성에서의 전략과 여기에서 오는 게임플레이가 약화되고 PVP에서 방어자가 지나치게 유리하게 되며, 강도와 기회를 합치게 될 경우 코스트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확밀아는 코스트를 2개로 줄이는 대신 덱을 하나로 줄입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했다. 사용자는 성장으로 얻은 능력치를 탐험을 하는데 사용되는 AP와 PVP/레이드에 쓰이는 BC에 나눠서 분배한다. 그리고 PVP / 레이드에서는 사용한 덱의 코스트만큼 BC를 감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스스로 코스트 사용량을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저비용의 덱으로 여러 요정을 때리고 다니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되지만 동일한 덱이 PVP 방어에도 사용되므로 PVP에서 불리해진다는 트레이드 오프가 발생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모두들 저비용 덱으로 숟갈질을 하는 각성 피버 기간에 PVP 랭킹을 올려 보상을 노릴 수도 있고, 인자 배틀에도 활용할 수 있다.

덱의 코스트와 구성을 유저가 설정할 수 있다는 것에 3장으로 구성된 줄 단위로 공격이 실행된다는 점, 스킬이 좌측에서부터 우측 순서로 발동 판정을 받는다는 점, 동시에 코스트가 적을 때엔 좌측에서 우측 순서로 덱에 포함된다는 점, 카드 조합에 따라 콤보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에서 덱 구성에 전략적인 선택지가 상당히 넓어진다. 즉 덱 구성의 전략성이라는 측면에서 확밀아는 다른 어떤 게임보다 깊이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 기본 코스트 구조는 단순하게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5. 레이드와 숟가락을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

또한 주로 강화 재료용 카드를 레이드 보상으로 제공하는 DW와 달리 확밀아는 쓸만한 카드를 레이드 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굳이 원치 않는 카드가 나올 위험을 감수하고 비싼 카드를 뜯지 않더라도 레이드를 열심히 뛰면 4~5성에 해당하는 카드를 입수할 수 있다. 카드의 성장에 같은 카드가 여러장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저 입장에서 확밀아의 레이드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 월등한 가치를 지니고 계속해서 플레이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우리는 숟가락이라고 불리는 저 코스트의 카드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숟가락은 유저가 적은 비용으로 꾸준히 레이드에 참가하고 보상받게 함으로써 포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돈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시간이다. 많은 시간을 점유한다면 매출은 기본적으로 따라온다. (아무도 간간히 플레이하는 게임에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숟가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저는 코스트가 바닥이 난 상태에서도 꾸준히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푸쉬 알림에도 반응할 수 있다. 레이드 보스가 친구 간에만 공유되며 전투 기록을 볼 수 있고 친구 관계는 정리될 수 있기 때문에 숟가락 질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가챠 가격에 비해 포션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무과금을 고집할수록 오히려 지갑이 쉽게 열린다.

그렇다고 가챠에 대한 구매 동기가 적은 것도 아니다. 6성 카드는 가챠로만 얻을 수 있고, 이렇게 얻은 6성 카드도 한계돌파를 하지 않으면 무과금 5성 카드보다 효용이 낮다는 점, 그리고 신규 출시되는 가챠의 최상급 카드에는 기간 한정으로 레이드에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가챠에 돈을 퍼부을 여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한다.


6. 각성 요정 -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공생관계 성립

확밀아의 레이드에서 또한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공생관계이다. DW에서도 레이드가 성공하면 데미지에 관계 없이 참가한 사람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높은 보상을 주는 레어 레이드 보스가 있었지만 이는 순전히 운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유저는 여기에 어떠한 개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밀아는 적은 보상을 주는 일반 요정을 잡았을 때 랜덤하게 높은 보상을 주는 각성 요정이 나타나도록 디자인 되었다. 포션을 들이키며 요정을 잡는 과금 유저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친구들이 각성 요정을 띄워주지 않으면 각성 요정을 때릴 수 없다. 또한 본인이 직접 일반 요정을 불러낸 뒤 죽이고 각성 요정을 불러내려면 일반 요정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AP를 소모하고, 일반 요정을 잡는 과정에서 다시 BP를 소모하며 소모한 자원에 비해서 훨씬 적은 시도를 가지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공생관계가 성립한다. 비과금 유저는 비교적 저렴한[각주:5] AP를 소모해서 일반 요정을 불러내고 숟가락을 얹는다. 비과금유저보다 더 좋은 카드를 갖고 있는 과금 유저는 필요한 만큼의 BP를 소모해서 일반 요정을 죽여 각성 요정을 불러냄으로써 2장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남이 발견한 각성 요정의 경우에도 과금유저가 막타를 노리고 딜을 치기 때문에 참가한 모두가 1장의 보상을 받는 한편 과금 유저는 2장의 보상을 챙겨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부분유료화 게임이라는 것은 소수의 과금 유저가 다수의 비과금유저를 떠받치는 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에서 비과금 유저는 그 댓가로 과금 유저에게 깔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확밀아는 실질적으로 과금 유저와 비과금유저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기분좋게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7. 합요일과 한계돌파의 성장

사실 바하무트와 DW에서 가장 하드한 컨텐츠는 성장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성장은 강화와 진화로 구분되는데, 강화는 다른 카드를 재료로 삼아 대상 카드에 경험치를 먹여 카드의 레벨을 올리는 것을 말하고 진화는 동일한 카드를 재료로 삼아 대상 카드를 보다 상위의 카드로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화 재료는 아무 카드나 상관이 없다.) 보통 진화는 4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진화를 통해 승급된 카드는 1레벨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며 이때 대상과 재료 카드의 능력치를 일부 이어받는다. 바로 여기서 전략이 발생한다.

가장 강력한 카드를 만드는 방법은 동일한 카드 8장을 각 단계별로 최고 레벨까지 강화한 뒤 진화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편 한번도 강화하지 않은 1레벨의 동일한 카드 4장을 차례대로 합성할 경우 가장 빠르게 최종진화형의 카드를 얻을 수 있지만 이는 최고 카드보다 성능이 10% 정도 손해를 본다. 그 절충안으로 어느 단계 까지는 강화 없이 진화시켰다가 그 이후는 최고 레벨로 강화한 뒤 진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런 구조는 전략성은 강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매우 길고 느리며, 또한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카드 4장을 손에 넣는 것도 힘든데, 열심히 키우고 났더니 사실은 그 방법이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면 유저의 상실감이 크다.

FFAB에서는 같은 카드 2장을 합치면 카드가 자동으로 강화됨과 동시에 성장 한계가 늘어나는 한계돌파 시스템으로 이 부담을 덜어냈다. 이제 유저는 더이상 낭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 없이 고레벨 카드를 여러장 얻으면 그냥 기분 좋게 한계 돌파를 시키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게임 플레이가 일부 약화된 것은 문제가 된다. 또한 강화와 한계돌파 메뉴가 분리되어있어 실수로 한계돌파가 아닌 단순 강화라는 낭패가 발생하기도 했다.

확밀아에서는 강화와 한계 돌파를 통합하면서 '금요일에는 강화 경험치가 2배'라는 설정으로 '역돌파'를 추가했다. 강화비는 재료로 쓴 카드의 레벨이 비례하지만 45레벨 이상 부터는 강화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금요일에 1레벨 카드를 대상으로 놓고 45레벨 이상으로 키워놓은 다른 카드를 재료로 합성하면 자동으로 한계가 돌파되면서 원래의 45레벨보다 높은 레벨로 강화되는 것이다.[각주:6] 쉽고 직관적이면서도 전략이 존재하는, 굉장히 이상적인 게임 디자인이다. 특히 일주일 중 하루를 역돌파의 날로 지정함으로써 유저는 일주일 동안 카드를 얻었다가 금요일에 강화한다는 행위를 자신의 생활 패턴에 추가하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다.


8. 게임 디자인의 진수 - 정로환 당의정

군에 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지 앞섬을 지퍼가 아니라 단추로 닫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지퍼가 만들어진 지는 200년이 안되었을 테고 그 전엔 단추를 썼겠지만, 지퍼가 너무나 편리한 탓에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명인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확밀아의 게임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바일 CCG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과 연구로 워낙 매끄럽게 디자인되어 그것이 마치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게임의 성공 요인을 설명하는데 정작 게임은 뒤로 빠져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제반 사항들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다른 사회 문화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게임디자인이 과소평가받고 있는 것 같아서 그동안 생각해온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보았다.

많은 동료 기획자들이 확밀아가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곤 한다. 아예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계속 하긴 하는데 왜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바로 이 것이 확밀아 게임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뭔가 어디가 구체적으로 재미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마약같은 게임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게임이며 단순해 보여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파면 팔수록 끊임없이 파고 들어갈 게임플레이가 샘솟는 정로환 당의정이야 말로 기획자들이 꿈꾸는 궁극의 기획이 아니었던가.

  1. TCG가 아닌 CCG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후술 [본문으로]
  2. 레이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다. [본문으로]
  3. 말 그대로 본인이 발견했다는 것일 뿐, 실제로 이 게임이 최초로 레이드를 구현한 것인지는 모른다. 제보 바람 [본문으로]
  4. 여기서 BP는 Battle Point가 아니라 Brigade Point. 비공정단이 출격하는데 드는 포인트라는 뜻. [본문으로]
  5. BP는 1분당 1점, AP는 3분당 1점이므로 시간 대비 비용은 BP가 더 저렴하다. 하지만 AP는 사용량을 철저하게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고 최소단위인 2점을 소모하는 던전도 있기 때문에 BP보다는 흔하다. [본문으로]
  6. 일밀아 유저들의 제보에 의하면 이건 순전히 얻어걸린 것이라고 한다. 비경탐험에서 얻는 카드가 45레벨 이상이 되면 강화비가 줄어드는 문제 떄문에 45레벨 이상부터는 강화비가 고정되게 되었고, 합요일을 만들었더니 역돌파 경험치가 뻥튀기 되었다고. 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 아니겠나...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2. 5. 02:49

저는 LOL을 안하지만 매너가 개같다는 것은 압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대해 라이엇이 취한 조치에 대한 아티클이 가마수트라에 올라와 소개합니다. (이 시스템이 한국 LOL에도 도입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news/184806/Modifying_player_behavior_in_League_of_Legends_using_positive_reinforcement.php#.UQCJAmd7ck4






LOL에서 능동적 강화로 유저들의 행동을 개선하다.

- LOL에서 애들이 욕하고 난리 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 라이엇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행동전문가, 통계학자, 심리학자 등을 동원해 '플레이어 행동 팀'을 꾸림
- 심리학 입문 과정에서도 나오는 간단한 장치를 도입함 -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능동적 강화'를 도입함

- 게임이 끝난 뒤에 자기 팀이나 상대 팀 유저에게 '도움을 줌' '친절함' '명예로운 상대'와 같은 평가를 부여함
- 이 평가는 점수로 누적되고 프로필에 표시됨
- 마음대로 양껏 퍼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짐.
- 그리고 명예가 높은 유저만 얻을 수 있는 스페셜 배지나 캐릭터 스킨 같은 인게임 보상을 실험중.


- "명예 시스템은 선순환 구조와 학습에 대한 심리학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 "피드백의 속도와 명확성이 행동을 결정짓는 촉매가 됩니다."
- 연구에 따르면 학습은 보상과 처벌로 이루어지는데,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명확하고 의미있고 빠르게 피드백을 해주면 매우 효과적임.
- 관건은 속도와 명확성.
- 그래서 매 판 끝날 때 마다 팝업이 뜨고(속도)
- 그냥 4점을 남한테 분배하세요가 아니라 각각 어떤 항목에 대해 부여할건지 정하게 하고 (명확성)

- 피드백 주기도 중요함.
- LOL의 명예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랜덤임. 매 판 남들이 나에게 이런 명예를 줄지 안줄 지는 알 수 없음.
- 하지만 꾸준히 매너 있게 플레이 하면 자주 얻을 것임.
- 참고로 장기간에 걸쳐친 랜덤 비율 보상이 행동을 바꾸는데엔 가장 효과적임.

- 명예와 같은 보상이 과연 불명예나 밴 같은 처벌보다 강력한가?
- 보상이 처벌보다 더 효과적임.
- 이건 육아, 개 훈련, 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같은 의견.
- 2011년 관련된 연구를 종합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딜레마 타입의 상황에선 보상과 처벌 효과가 거의 동등
- 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인터액션은 보다 복잡한 것으로 드러남.

- 분명한 것은 보상과 처벌을 결합할 때 최고 효과가 나옴
- 덧붙여 결과 스코어 화면에서도 승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
- 기분이 좋아야 게임을 함. 제프리 린은 이렇게 설명함:

"플레이어가 게임을 망쳐서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본인 마저도) 그가 그 팀 최악의 플레이어였다는 것은 안다고 가정해보자. 기분이 매우 나쁠 것이고 그렇게 게임을 망친 뒤에 한판 더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 팝업창이 나타난다. "이봐. 자네 팀에서 2명이 당신이 정말 친절했다고 평가했고 1명은 자네가 훌륭한 팀메이트였다고 평가했어"
"이 순간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예. 당신은 최악이었고 당신의 팀은 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 시스템이 없다면 플레이어는 그냥 꿀꿀한 기분으로 접속을 종료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영역으로 살짝 밀었죠"






업계 내부를 벗어나 학계의 도움을 받았다는 부분이 심히 부럽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몇백억씩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면 심리학자나 경제학자 처럼 게임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식견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by 고금아 2013. 1. 24. 13:20

2012년 북미 게임 판매량 탑 10

출처는 가마수트라입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news/184637/The_10_bestselling_games_of_2012.php#.UPVvwWdr9i0


NPD 집계를 인용했으며 북미 데이터입니다.

-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악세사리 총 매출액 37억4천만 달러.

- 이 수치는 2011년 대비 20% 하락한 것.

- 유저의 지출처가 스마트폰, 타블렛 등으로 다변화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됨.

- 현세대기가 너무 오래되어 새 기기를 기다리느라 구매가 줄어든 것일 수도 있음.

- 게임 자체가 적게 출시되기도 했음. (작년 대비 29% 감소)

- 하지만 선두권 게임도 확실히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음.(후술하겠습니다.)


북미지역 판매량 탑10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Call of Duty: Black Ops II (360, PS3, PC, Wii U)
2. Madden NFL 13 (360, PS3, Wii, PSV, Wii U)
3. Halo 4 (360)
4. Assassin's Creed III (360, PS3, PC, Wii U)
5. Just Dance 4 (Wii, 360, Wii U, PS3)
6. NBA 2K13 (360, PS3, Wii, PSP, Wii U, PC)
7. Borderlands 2 (360, PS3, PC)
8. Call of Duty: Modern Warfare 3 (360, PS3, Wii, PC)
9. Lego Batman 2: DC Super Heroes (Wii, 360, NDS, PS3, 3DS, PSV, PC
10. FIFA Soccer 13 (360, PS3, Wii, PSV, 3DS, Wii U, PSP)
(Source: The NPD Group)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확연한 감소세

연관된 아티클로 역시 출처는 가마수트라 입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news/183066/Numbers_show_The_Call_of_Duty_decline_looks_real.php#.UPVyJGdr9i0

- 블랙옵스2의 발매 첫 달 판매량은 모던3에 비해 14% 감소. (북미, XBOX360 및 PS3 버전)

- NPD 집계. XBOX360은 450만장, PS3은 290만장.

- 블랙옵스는 첫 달 800만장, 모던3는 10% 증가한 880만장을 팔았음.

- 집계한 날이 모던3가 7일이 더 길다는 것을 감안해도 모던3는 790만장.

- 시리즈 토탈로 따지면 블랙옵스 1편이 가장 많이 팔린 콜 오브 듀티가 될 듯.


by 고금아 2013. 1. 16. 00:24

페이스북에서 링크를 보고 간단 번역 요약합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Why your free-to-play users aren’t coming back

1. 게임의 퀄러티를 전달하지 못함

- 유저들로부터 가장 뜯어내기 힘든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임.

- 아이폰 / 아이패드 / 기타 하이엔드 안드로이드 장비를 갖고 있다는 건 돈은 충분하다는 뜻.

- 첫 플레이시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삭제당한다.

- 허접해 보이면 망해요.

- 그래픽, 정교한 물리, 새로운 게임 플레이 등


2. 심층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인상을 남기지 못함

- 시간을 빼앗기가 가장 힘들다. 유저는 이 게임을 오래동안 즐길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게임을 계속한다

.- F2P 유저들은 원나잇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원한다.

- 유저는 계속해서 새롭고 풍성한 경험을 제공받음으로써 자신의 시간이 보상받길 원한다.

- 게임에 깊이가 있다는 것은 초기에 그리고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3. 모두에게 어필하려고 너무 노력함

- 게이머 성향은 매우 다양하고 차이가 큼. (슈팅 게임과 농장 시뮬레이션 비교)

- 모든 장르의 게임 요소를 다 갖다 붙인다고 모든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잡해 보일 뿐.

- 좋은 게임은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 메카닉에 집중하고, 그 주변에서 풍성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 유저가 여러 기믹에 정신이 팔려 게임의 핵심 플레이에 대해 알아채지 못한다면, 유저는 떠난다.

-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점에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 총을 잘 쏘고 있나? 자원을 잘 사용하고 있나? 타이밍을 잘 맞추고 있나? 등등

- 이걸 확인하지 못하면 게임에 몰입하지 못함.


4. 결론

- 공짜라고 해서 유저가 단조롭고 평범한 게임 플레이를 참을 거라는 것은 착각.

- 다른 수많은 게임들과 경쟁해서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아야 함.

- 첫날 유지율이 낮다는 건 위 세가지를 실패했다는 것.

- 유저는 이미 당신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친구의 그간 없이는 이런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저자 소개-

Eric Seufert는 헬싱키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제작사인 Grey Area Labs의 마케팅 및 유저 확보 책임자이다. 



보고있나 EA?

by 고금아 2013. 1. 8. 18:09

스타워즈 : 구공화국(이하 구공온[각주:1])의 괴상한 Free-To-Play(이하 F2P) 모델을 보면, 얘들이 F2P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부분 유료화'와 F2P의 단어가 지닌 미묘한 차이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다.

부분 유료화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기본적으로 무료이되, 일부가 유료로 제공된다는 뜻이 된다. 기본적으로 무료라는 말은 곧 게임의 기본적인 핵심 기능은 무료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유료로 제공되는 기능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의 성격을 띄게 된다.

해외에선 이에 상응하는 모델을 Free-To-Play라고 일컫는데, 단어상으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즉, 유상 서비스가 기본이고 이 중 일부가 무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월정액제를 기본으로 유지하되 (엄청난 제약이 있지만) 무상으로 플레이 할 수도 있고, 개별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공온의 케이스도 Free-To-Play 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부분유료화는 F2P로, 또한 F2P는 부분유료화로 번역될텐데 사실 구공온의 F2P는 부분유료화라기 보다는 부분'무료화'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많은 수의 해외 개발사들은 부분유료화로 번역될 수 있는 F2P 형태로 서비스 하고 있다. 즉, 부분무료화 정책은 그냥 EA와 바이오웨어의 삽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와 과금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서 기반한다고 볼 수도 있다.

EA와 바이오웨어의 본고장인 북미의 경우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돈을 내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물론 프리웨어는 제외). 그리고 일부 게임들이 기능이 제한된 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고 돈을 내고 이 기능 제한을 푸는 쉐어웨어로 제공되기도 했다. (사실 둠도 쉐어웨어였다. 그 이전의 울펜슈타인3D나 커맨더 킨도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월정액제 게임이라도 무료로 다운받고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 특히 북미에선 - 패키지를 구매해야만 계정을 만들고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수 있다. 구공온의 경우도 60달러[각주:2]짜리 패키지에 1개월 쿠폰이 들어있었으며 이후 매 월 15달러짜리 쿠폰으로 구독을 연장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클라이언트 설치하고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특전이 되고, F2P를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부분 과금이 아닌, 온전한 게임에 대한 월정액 과금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게임은 공짜로 하는 것이었고, 게임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행태였다. 그리고 일찍부터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게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무상 플레이에 대한 요구치가 해외보다 훨씬 높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이번 구공온의 부분유료화 병크는 패키지 게임 유통사인 EA가 온라인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재앙이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적 차이 측면에서 바라볼 구석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MMORPG를 패키지 + 쿠폰으로 판매하는 모델 조차도 EA가 세운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들에게 '서비스를 판다'는 개념은 매우 생소할 것이다.


-덧-

여담이지만 2008년 겨울에 EA 본사쪽의 고위 게임 디자이너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부분유료화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에 이런일이!'의 스탠스였다. "너네 나라에선 진짜로 게임을 공짜로 다운 받고 접속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게 사실임? 언빌리버블!! 그럼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데? 아바타 아이템을 판다고? 그게 말이 됨? 당장 손에 잡히는 박스가 있고 디스크가 있는 패키지 게임엔 한푼도 안쓰면서 만져볼 수도 없는 아바타의 옷을 사는데 돈을 쓴다고?"


  1. 사실 원제인 Star Wars : The Old Republic 어디에도 '온라인'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왠지 국내에선 구공온이라고 불린다.. [본문으로]
  2. 모던 워페어 등 트리플A급 게임과 같은 가격이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1. 4. 21:36

원래 관련해서 블로그를 쓰는 중이었으나 Gamasutra에 좋은 글이 올라와 GG치고 요약 번역본 공유합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 클릭)

The Burning of Star Wars: The Old Republic


1. 구공온의 F2P 스킴 - 월 $56을 내고 공짜로 할래? 월 $15 내고 정액사용자가 될래?
1-1. 무료 이용자들에겐 별의 별 시시콜콜한 제약이 다 걸려있음.
1-2. 심지어 UI 툴바 갯수 까지도 제약이 걸림.
1-3. 이 제한을 모두 푸는 데엔 월 $55.84가 소모됨. 이렇게 써도 캐릭터는 2개 뿐.

2. 결국 이 정책의 핵심은 월정액 사용자를 많이 받겠다는 것임.
2-1. F2P를 그냥 공짜로 풀면 많이 할거고, 그럼 이 게임의 재미에 홀딱 반할 것이고, 결국 월정액 결제를 할 거라는 순진한 계획.
2-2. 애초에 이 게임의 문제는 스토리 보고 나면 돈 내고 더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2-3. 뭔가를 더하지는 않고 그냥 제약만 걸어두면 돈을 낼거라고 생각하나?

3. 무료 이용자에게 안먹히는 이유
3-1. 할 거라곤 성장구간 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돈을 안내면 고통스러움.
3-2. 돈을 안내면 퀘스트 보상 아이템도 사용할 수 없음.
3-3. 돈을 안내면 퀘스트 만으로는 레벨링이 안되어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함.
3-4. 보통 이러면 안하고 만다.

4. 기존의 정액 이용자들까지도 엿먹임.
4-1. SWTOR의 구독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빈약한 엔드게임 마저도 유저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는 것.
4-2. 그런데 무료 이용자들은 돈을 안내면 좋은 장비를 낄 수도 없고, 돈을 안내면 엔드 게임도 즐길 수 없음.
4-3. 기존 정액 이용자들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음.
4-4. 돈내고 했던 게임, 남들이 공짜로 한다는 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덤.

5. 과거 결제 경험자 협박까지 함.
5-1. 과거 정액 결제를 했던 사람들한텐 부분 유료화 안내 메일이 옴.
5-2. 사실상의 협박임. 다시 정액 결제를 하면 카르텔 코인(제한을 푸는 캐쉬)을 주지만 안하면 캐릭터 지워버리겠음!

6. F2P의 기본이 안되어있다.
6-1. F2P의 핵심은 무료 이용자들 때문에 유료 이용자들이 더 플레이하고 더 지불하게 하는 것.
6-2. 정액 구독자들에겐 계속 구독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야 함.
6-3. 유료 이용자와 무료 이용자가 같이 섞였을 때 지불의 이유가 발생하지만 구공온은 완전히 반대로 감.

7. 너무 촉박하긴 했다.
7-1. 애초에 정액제 모델로 만든 게임을 F2P로 하는게 쉬운게 아님. 디자인하고 구현할 시간이 촉박하긴 했다.
7-2. 그래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충분히 있었다. (갬블박스 같은 것.)

8. 결론 - 망했어요.

by 고금아 2013. 1. 4. 17:08

http://www.gamasutra.com/view/news/175843/The_rules_SpecOps_The_Line_broke__to_make_its_story_matter.php


스펙-옵스 : 더 라인이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깨트린 규칙들

 

만일 영화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적인 장면들을 만들려고 한다면, 실패할 겁니다.” 스펙-옵스 : 더 라인(이하 스펙옵스)로 슈팅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의 기대치를 높인 스펙옵스의 요르그 프리드리히가 만원을 이루었던 GDC 유럽에서의 강의에서 말했다.

 

그가 말하길, 영화와 게임의 차이점은 단순하다. 당신이 영화의 주인공을 볼 때에 우리는 그들을동정한다. 왜냐하면 우린 시간이 많으니까.” 그가 말하길 게임을 하는 동안은우리는 꾸준히 문제를 풀고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우리가 스크린의 캐릭터에 공감하는 방법을 바꾼다.”

 

예를 들어,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V : 제국의 역습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까마득히 높은곳에서 싸우다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을 지적했다. 감동적이죠. 하지만 게임의 맥락에선, 당신은 다스 베이더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루크를 동정하는 대신, 베이더의 공격 패턴에서 약점을 찾으려 하겠죠.”

 

반면, ‘헤비 레인에서 주인공인 이던 마스가 납치당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를 것을 강요받는 장면 처럼 좋은 게임의 선택은 그건 당신이 캐릭터를 동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된 것 처럼 느끼게 만들지요.”

 

이야기에서의 암울한 순간들은 승리를 중요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에어리스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최고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고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1997년의 파이널 판타지 7을 이야기 한다. 이는 암울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이, 결국은 이기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인상적인 장면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가 묻는다.

 

그는 플레이어들을 개입시키기 위해 때로는 게임 디자인 규칙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정말로 의미있는 선택들은 허를 찌르는 유머처럼 적절히 잘 구성되지 않으면 김이 빠진다”. 규칙을 언제나 어길 순 없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내러티브 상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규칙을 어길 수도 있다.

 

예거가 깨트린 규칙들

 

1.     절대로 플레이어가 최악과 차악 중에 선택하도록 하지 말라.

그는 때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뭐 나쁘지 않다.. 아니 사실 괜찮다. 현실 세계에서 때로는 상처입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아예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걸 게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어려운 결정들은 내러티브의 맥락에서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그게 없다면 그건 단지 좌절일 뿐이죠.” 시덥잖은 아이템 둘 중 어느 것을 루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최악과 차악사이의 중대한 결정이 아니다. 게임 안에서 두개의 나쁜 가능성 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멘붕을 일으킨다.

 

2.     결과는 예상되어야 한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고 혼란에 빠지게 하려면 선택의 결과를 위장할 수 있습니다.”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바로 현실에서 집에 와서 전등 스위치를 올렸는데 방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과 같이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플레이어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걸 잘 해낸다면 플레이어는 강한 긴장을 느낄 것이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가 말한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를 비집고 들어오죠.”

 

반면 예를 들어 전등 스위치가 로켓을 쏘아올리는 장치에 연결되었다면, 그건 어거지스러울 것이다. “게임의 맥락 속에서 여전히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드리히에 따르면, “선택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플레이어들은 스토리를 즐기기를 그만두고 시스템을 즐기게 되겠죠.”

 

3.     플레이어의 선택은 보상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

이게 정말 교묘한 문제입니다; 전 모든 선택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프리드리히가 말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플레이어의 선택에는 이득이나 불리함이 따라와야 한다진정한 게임 플레이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게임 내에서 각기 다른 보상을 주는 도덕적인 결정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서 그들을 게임과 단절시킵니다: 그건 전략적이거나 전술적인 결정이죠.”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RPG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보상 매커니즘과 연관된 선/악 체제를 갖춘 게임을 싫어하는데, 플레이어들이 진짜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보상으로 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펙옵스에선 정수조를 파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시민들이 주인공의 부대원 중 하나를 죽인 뒤 다가오는 장면이 있다. “선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습니다.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겁을 줘서 쫓아버릴 수도 있죠. 사상자가 없이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복수를 할 수도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아무런 보상도 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결정하길 원했어요. 우리는 어떠한 게임 내의 자원과도 연결되어있지 않고, 오직 플레이어의 마음과만 연결된 도덕적인 선택을 원했습니다.”

 

 

by 고금아 2012. 8. 14. 00:04
원문은 여기

대충 요약하자면

그동안 게임디자이너, 제작자를 포함한 게임 업계 전체는 게임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데에만 치중해왔다.

피터 몰리뉴 본인 또한 갓게임의 창시자로서 추앙받아왔지만, 그런 흐름 속에 있었고 덕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의 재미를 알리지 못했다.

이번 페이블2는 그에 대한 반성으로 간단한 원버튼 전투를 구현했다.

그는 특히 간소함Simplicity는 게임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그것은 옆에 있는 사람이 실제로 패드를 잡고 함께 게임을 즐기게 해준다는 자신의 소견을 강조했다.

피터 몰리뉴는 이런 이전의 실패를 바탕으로 페이블2가 하드코어 게임광들 뿐만 아니라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내 감상은 : 일단 간소함에 눈을 돌린 것 자체는 좋은 방향이라고 봄. 하지만 원버튼으로 전투한다고 게임이 쉽고 단순하지는 않을 것. 대부분의 RPG는 전투가 어려운 것이 문제가 아님.


by 고금아 2008. 2. 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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