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전용 게임이고, 전 캡쳐할 장비도 없거니와 굳이 캡쳐하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는 없습니다.)

디 오더는 꽤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1인칭(3인칭) 슈팅, 빅토리아 시대의 그 독특한 분위기, 대체역사, 스팀 펑크.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다 녹아든 게임이었거든요. PS4를 구입한 이유도 절반 이상은 독점작인 디 오더를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벗뜨.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부터 볼륨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오더군요. $60짜리 AAA급 타이틀 치고는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인데,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콘솔 스펙이 올라갈수록 제작비가 기하급수로 올라가는데 비해 $60이라는 가격은 이전 세대의 것이라,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볼륨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차피 한번 깨고 마는 것이 콘솔 게임인데, 재미만 있다면 뭐 좀 짧아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그래서 최근엔 게임을 영화에 비유하지 말고 스테이크에 비유하자는 이야기도 있지요. 얼마전 분당에서 먹은 스테이크 300g이 약 4만원이었는데, 사실 4만원이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습니다. 더 싼 스테이크도 있고 더 비싼 스테이크도 있지요. 혹자는 더 싼 스테이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스테이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꺼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차라리 10만원 내고 훨씬 더 맛난 스테이크를 먹고자할 수도 있지요. 결국은 개인의 만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볼륨에 대한 악평은 무시하고, 설을 맞아 한국에 간 김에 한카피 구입하긴 해서 클리어했습니다. 볼륨이 짧다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더군요. 왜냐하면 다른 모든 요소들이 하나같이 허접하거든요.

일단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부터 봅시다. 배경이 어떻든, 그래픽이 어떻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3인칭 시점에서 이동하고 총 쏘는 것 부터가 구립니다. 그래픽은 좋은데 명암 대비가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그림자 속에 묻혀서 잘 안보여요. 길이든, 적이든 뭐든지 간에요. 게다가 레터박스가 화면 위아래를 잘라먹고 있지요. 레터박스 때문에 잘리거나 너무 어두워서 그림자에 묻혀서 발 아래쪽이 잘 안보입니다. 발이 물체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하는데 왜 움직이질 못하는지 플레이어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3인칭 슈팅은 기본적으로 엄폐를 기본으로 하는데, 엄폐에 붙고 떨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느릿하고 끈덕지며 뻣뻣합니다. 그래서 조작감이 상당히 짜증나지요. 게다가 어떤 물체는 타고 넘을 수 있고 어떤 물체는 그게 안되는데 어떤 물체가 되고 어떤 물체가 안되는지도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동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구려요.

전투씬은 그나마 낫습니다. 전투 없이 그냥 이동만 하면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씬이 전체 플레이타임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때는 움직임 속도 마저도 느립니다. 아주 느릿 느릿 양반 걸음으로 걷지요. 당연히 뜀박질은 불가능하구요. 특히 첫번째 원탁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올 땐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출구는 원탁 서쪽에 있고 플레이어는 원탁 남쪽에 있는데 서남쪽에 NPC들이 통로를 틀어막아서 그 느릿한 걸음으로 동쪽 - 북쪽을 거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야 했거든요. WTF!

AI와의 총격전도 참 더럽게 만들어뒀습니다. 엄폐를 기반으로 한 3인칭 슈팅의 황금률은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한다는 것인데, 몹들이 잦은 빈도로 엄폐물 뒤에 숨어서 팔 뻗어 총만 내놓고 냅다 갈겨대요. 정작 플레이어는 그 손이라도 조준해서 쏘려면 몸을 노출해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또 이 팔만 뻗고 쏘는게 플레이어의 조준 사격보다 더 정확합니다.

HALO 이후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1/3인칭 슈팅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조준을 도와주는 기능이 들어가있지요. 이 게임도 예외는 아니구요. 그런데 디 오더에선 이 조준 도움 기능이 거의 동작하지 않습니다. 다른 게임이면 머리를 맞출 수 있었을 상황에서 여지없이 빗나가요. 그런데 손만 내놓고 쏘는 AI는 훨씬 정확하죠. 그래서 안맞고 쏜다는 긴장감 보다는 그냥 맞으면서 쏜다는 개념으로 게임이 돌아갑니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의 총격전은 뭔가 현대 게임 답지 않게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나이퍼들은 깜빡이는 빛으로 자기 위치를 노출하긴 하는데요, 그 빛 보고 쏘려고 몸 일으켜서 조준하는 순간 한방 맞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쏘기 전에 먼저 맞히는 쪽으로 진행되는데, 이 게임에서 스나이퍼 상대하려면 일단 한방 맞은 뒤에 다음 방 맞기 전에 쏴 죽여야 해요.

뭐 총을 많이 맞아도 쓰러져서 블랙워터 한모금 빨고 잠깐 있으면 풀로 회복이 되니까 그렇게 맞아가며 쏴 죽이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철뚜껑 쓴 샷건 맨 만나기 전엔 말이죠. 샷건은 한방 맞으면 바로 위의 빈사 상태가 되는데 블랙워터 빨기 전에 바로 다음 방이 날아오거든요. 그럼 그냥 죽는 거죠 뭐. 게다가 저 철뚜껑 쓴 애는 약점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높은데다가 머리는 헬멧으로 보호되고 있거든요. 보더랜드2 처럼 헬멧을 날려서 머리를 노출시킨다거나 그런거 없습니다. 쟤는 그냥 쎕니다. 딱 두방에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샷건을 들고 있는데 헤드샷은 안통하고 30발짜리 탄창을 모두 쏟아부어야 죽을 정도로 맷집이 쎄요. 솔직히 마지막 보스보다 저 헬멧 쓴 샷건맨이 10만배쯤 더 무섭습니다.

그리고 전투씬들의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 또한 지적해야겠죠. 일단 AI의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외관상으로 봐도 반란군 병사, 통합인도회사 경비원,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조직 이렇게 세종류인데 헬멧 쓴 애와 안쓴 애 이정도가 다에요. 뭐 헬멧 안쓴 애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무기를 들고 나오긴 하는데 딱히 차이는 없습니다. 다들 그냥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쏘는게 다에요.

슈팅 게임의 AI라는게 전부 사람 마냥 아주 조직적이고 영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쪽을 강조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몹들에게 다양한 행동 양식, 강점, 약점을 줘서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디 오더는 둘 다 아닙니다. 그냥 커버 가운데 두고 참호전을 벌이는데 딱히 적에게 개성은 없어요.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전투가 굉장히 불공평하니까요. 그런데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벽에 붙어서 조준을 했더니 내 뒤통수가 화면을 가려서 오히려 총을 쏠 수 없었던 경험은 뭐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구요.

게임의 가장 중요한 매력포인트인 설정과 스토리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요,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1886년이고 런던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 영국은 어떤 영국인가요? 혼종(half breed)랑 싸우는데, 얘네랑은 왜 싸우는 걸까요? 통합 인도 회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왜 동인도회사가 아니라 통합 인도 회사일까요? 영국이 인도와 완전히 통합한 상태인가요? 주인공 동료 중엔 라파예트 라는 친구가 있단 말이죠. 맨날 무슈 마드무아젤 그러고 있는데 도대체 이 프랑스인은 왜 이 영국의 기사단에 와있는 걸까요? 혹시 다아시 경의 모험처럼 영국과 프랑스가 하나로 합쳐진 걸까요? 반란군이라는 조직은 도대체 누구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건가요? 아니 그 이전에, 기사단(The Order)란 무엇인가요? 이들은 누구의 지휘를 받는 건가요? 언제 설립되었죠?

게임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기사단이 있고, 혼종이 있고 싸워요. 통합 인도 회사라는게 그냥 있어요. 반란군은 반란군이구요. 유일한 예외는 목에 걸고 있다가 골로 가겠다 싶으면 빨아먹는 액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것도 중반부에 가야 그게 뭔지 나오죠.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더 막장스러워요. 각 씬이 있긴 한데 이 씬들의 연결이 전혀 말이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말이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A라는 동네를 비밀리에 정찰하는 임무를 받아요. 그런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A라는 동네에 있는 B라는 장소로 이동하라는 미션이 되죠. B로 가는 동안 반란군의 매복을 만나요. 여기서부터는 그냥 쫓겨서 이리 저리 마구 이동해요. 그러다 보면 B 앞에 와있어요. 그런데 B는 이미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단 말이죠. 아니 이미 경찰이 포위하고 있는 동네에 다녀오는 게 왜 비밀 임무가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 경찰들은 뭐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건가요? 그냥 저들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그 뒤가 더 웃기는 게, 경찰은 이상한 소리가 나서 출동은 했는데 진입하진 못했다고 하고 주인공은 거기서 늑대인간들을 발견해요. 그리고 공중 지원을 통해 늑대인간을 쫓아내는 공격을 먼저 하고 안으로 뛰어들기로 하죠. 이때 일행이 4명 중 주인공을 포함한 2명은 지하를 통해 B로 진입하기로 하고 2명은 밖을 담당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B 안에서 누구랑 싸우냐면, 늑대인간이에요. 아까 공중 공격한 건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히 다른 늑대인간들은 다 도망쳤는데 말이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에 어떤 의문도 표하지 않아요.

한편 B 안에서 다시 2명이 서로 찢어지는데 다른 동료가 자기가 뭔가를 발견했다며, 주인공더러 직접 확인하라고 해요. 동료가 말한 그 방에 가보면 단서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옆에 있는 방 안에 있어요. 그런데 그 방의 문은 잠겨있어서 주인공이 자물쇠를 따야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의 동료는 그 방 안을 먼저 뒤져본 뒤에 굳이 문을 잠근 건가요? 아님 그 방은 동료가 살펴보지 못한 방이었던 걸까요? 그리고 B 현관으로 나오면 밖을 담당하기로 2명 중 한명이 현관을 등지고 놀고 있어요. 다른 한명은 아예 저 멀리서 경찰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과 담소중이구요. 아니 안에서 총질하고 난리가 났는데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뭔가 경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문제는 모든 스토리라인이 이따위 방식으로 흘러간단 말이죠. 이렇게 초지일관 앞뒤 안맞고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에요. 꼴에 반전이랍시고 2개를 박아넣은 것이 있는데, 그조차도 너무 뻔해서  - 물론 복선이나 떡밥 따위 없습니다 - 정말로 이따위를 반전이라고 넣어뒀다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어요.

설정을 굳이 스토리에서 썰로 풀지 않고 사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요즘 추세죠. 툼레이더 리부트라거나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보면 물건 주워서 살펴보면 백그라운드 스토리 흘러나오는 것 처럼요. 이 게임에도 그렇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신문이라거나 사진이라거나 모형이라거나 또 녹음기 테이프라거나. 그런데 얘들이 위에서 말한 역할을 전혀 해주질 않습니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에요. 아무런 내용이 없어요. 좌우로 돌려보고 뒤집어보는 기능은 있는데 딱히 뒤집어서 뭔가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는 그런 장면도 단 한번도 없어요.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구요. 이 방면에서 가장 쓸모있을 녹음기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뭔가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출시 얼마 안남기고 사장이 넣으래서 그냥 넣는 시늉만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레벨 디자인 또한 아주 개판이죠. 뭔가 목표는 주어지는데 그래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방향 지시 마커 같은 건 없어요. 게다가 앞서 말한 것 처럼 명암 대비가 강해서 잘 안보이는 구석도 많구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 길을 찾는 가장 좋은 전략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전진하는 겁니다. 걸리면 좌우 둘러보고 안막힌 쪽으로 이동 -> 그러다가 걸리면 다시 좌우 둘러보기... 애초에 하프라이프 / 콜 오브 듀티 이후로 게임이 직선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 쉽게 쉽게 직관적으로 술술 진행하라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길찾기가 더럽고 불편하고 불쾌한 게임은 정말 근 10년동안 처음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는 아직 안해봤어요)

그 외에 가만히 보면 잘나가는, 다른 게임에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 빠짐없이 들어가있긴 합니다. 이를테면 QTE 라거나 잠입 미션이라거나 말이죠. 그런데 사실 QTE도 빈도는 잦은데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 QTE라는 것 자체가 원래 뽀대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것인데 말이죠 - 어렵지도 않고. 잠입은 이게 웃기는게, 뒤에서 적을 죽이려면 접근해서 QTE가 발동되어요. 타이밍 맞춰서 △을 누르지 못하면 무조건 실패입니다. 적 바로 뒤에 붙어도 말이죠. 그런데 일반 배틀에선 거리만 붙이면 정면에서도 △ 눌러서 근접 공격으로 죽일 수 있거든요? 왜 정면에선 그냥 누르기만 하면 쓱싹 하고 베어죽일 수 있는데 뒤에서 살금살금 따라붙었을 땐 꼭 굳이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요?

이런 불만들을 견디고 견뎌서 간신히 엔딩을 보고 나자 이 게임이 뭘 노린 건지는 알겠더군요. 슈팅 게임, 빅토리아 시대, 대체역사, 스팀펑크, 흡혈귀, 늑대인간, 아더왕, QTE 등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려 아주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하나같이 완성도가 떨어져서 만들고 났더니 꿀꿀이죽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륨이 작은 건 차라리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어요.

뭐 그래도 그래픽은 좋습니다. 게임 플레이 화면이든 컷씬이든 간에 이정도면 3D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좋아요. 그런데 그렇게 때깔이 좋으면 뭘합니까. 그래봤자 꿀꿀이죽인 걸요.

$60은 솔직히 터무니 없고, 한 $10 정도라면 돈이 아깝진 않을 것 같네요. 시간은 아까워두요.

아 이 게임 하고 나니까 라이즈가 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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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5.03.01 03:57



0. 걱정 반 기대 반의 옵시디언 작

사우스파크 진실의 작대기(이하 작대기)의 제작사인 옵시디언은 참으로 재미난 회사입니다. 확장팩까지 포함할 때, 전신인 블랙아일부터 따지면 14개, 옵시디언으로는 총 7개의 게임을 출시했지만 그 중 단 한작품 - 알파 프로토콜 - 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다른 게임의 속편이거나, 다른 게임의 엔진을 빌려다 만든 게임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속편들이 대부분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블랙아일 시절의 폴아웃2,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아이스윈드데일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옵시디언이 만든 구공화국의 기사단2, 네버윈터나이트 2, 폴아웃 뉴 베가스 등 쇼킹했던 전작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모두 성공한 작품입니다. 혁신적인 RPG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RPG를 만드는데엔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임엔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이 능력이 남의 게임 받아다가 만들 때에만 발휘된다는 것이겠지요. 3대 JB 스파이(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존 바우어)를 게임으로 옮긴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던 '알파 프로토콜'은 옵시디언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진 최후의) 독자 IP 였습니다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던전시즈 3' 역시 전작의 엔진을 이어받지 않고 Onyx 엔진으로 제작했습니다만 쫄딱 말아먹었죠.

21세기 RPG의 명가라면 베데스다와 바이오웨어를 꼽습니다만, 사실 옵시디언도 그에 꿇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성공한 게임의 엔진을 받아와서 뜯어고치고 추가하는 것이 아닌, 독자 개발로 재미를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저 둘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애매합니다. 그래서 진실의 작대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작품이었습니다. 라이센스를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재미는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성공한 게임의 엔진을 받아쓰는 속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알파 프로토콜처럼 괴작이 나올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지요.

그리고 결과는..... 사우스 파크 게임이 나왔습니다.


1. 사우스파크 게임

사실 옵시디언이 그동안 만들었던 게임들은 매우 훌륭한 속편들이었습니다. 뭔가 전작을 뛰어넘는 수준의 오리지널리티도 없고, 전작보다 혁신적인 작품을 내놓은 적도 없습니다. 게임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옵시디언이 만든 속편들은 사실 굉장히 탄탄하긴 해도 전작에 비해 그렇게까지 뛰어난 적은 없습니다. 대신 속편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뭘 원할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캐치하고 표현해줬죠., 예를 들어 구공화국의 기사단 2는 상당한 분량을 1편의 후일담에 할애해 1편이 만들어놓은, 영화로부터 3천년전의 새로운 세계와 1편의 모험담에 대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다이 능력을 빵빵하게 채워넣어 제다이가 되고팠던 유저들의 욕망을 해소하지요. 구공화국 1편의 1/3은 제다이가 아닌 클래스로 진행되고,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고레벨 제다이에 대한 표현이 부족했거든요. 네버윈터나이츠 2는 파티 사이즈를 늘리고 에픽한 영웅담을 강화해 정통 D&D 3.5를 즐기고 싶다는 포인트를 자극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대기는 원작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옵시디언의 장점이 매우 잘 활용한 게임입니다. 아이템부터 스킬, 스토리 진행, 연출 모든 면에서 이 게임은 완벽하게 사우스파크를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방귀에 불을 붙이는 화장실 개그부터 매트릭스 같이 유명한 매체의 패러디, 정치인에 대한 풍자, 외계인과 같은 음모론, 성적 소수자에 대한 다소 위험해보이는 개그자까지, 전체적인 게임 자체가 '사우스 파크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RPG게임'이 아니라 그냥 '사우스 파크 게임' 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렇다고 해서 사우스파크에 대한 깊은 지식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사우스파크 시리즈의 팬이 아닙니다. 오래전 나왔던 극장판을 본게 전부거든요. 하지만 작대기는 사우스파크의 개그 코드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 때문에, 굳이 TV판이나 극장판에서의 사전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사우스파크를 본 적이 있다면 '아 그래 이런 개그였지'라고 생각하고, 본 적이 없다면 '아 이게 사우스파크의 개그구나'라고 납득하면 됩니다. 그냥 게임만 해도 이 골때리는 개그 센스에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2. 턴제 RPG 전투

그럼 이제 '사우스파크 게임'이 아닌 RPG 게임으로써의 작대기를 이야기해봅시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위에서 보는 것 처럼 전투가 턴제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왼쪽엔 플레이어의 파티가, 오른쪽엔 적들이 나타나고 양쪽이 번갈아가면서 액션을 취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턴제 구성은 이런 구성은 현재 대세가 된 실시간 전투와 달리 보다 전략을 요구하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사우스파크는 이 전략성이 굉장히 잘 구현된 게임입니다.

우선 적들은 그냥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3X2의 행열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각 행에서 가장 앞쪽에 있는 적만 근접공격이 가능합니다. 공격에 따라선 한 행에 있는 적 전체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도 있고, 한 열 전체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도 있지요. 화상, 구역질, 열받음 등 다양한 상태 이상이 존재하고, 이 상태 이상에 따라 추가데미지나 추가효과를 주는 경우도 다양합니다. 또한 데미지를 차감하는 '아머'와 공격 자체를 무효화하는 '실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머가 강한 적에게는 한번에 큰 데미지를 주는 '강공격'을, 실드가 많은 적에게는 여러번 공격해 실드를 깎아먹을 수 있는 '약공격'을 사용하고, 또한 적들이 근접 혹은 원거리 공격에 대한 카운터 자세를 취하는 등 굉장히 고민할 거리가 많은, 전략적인 전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실시간 전투가 대세가 된 것은 이렇게 전략적이다보니 전투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 난이도가 올라가고, 전투 자체에서 오는 긴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죠. 사우스파크는 전략적인 깊이는 있으면서도 이를 캐주얼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턴제 게임에서 아이템의 사용은 공격과 마찬가지로 턴을 소모합니다. 그래서 아이템을 사용해서 회복을 시켜야 할지 공격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하죠. 하지만 작대기에선 아이템을 사용한 뒤에도 여전히 공격할 수 있습니다. 들과 달리 아이템을 사용해도 여전히 그 턴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들은 공용 아이템 창고와 캐릭터 아이템 인벤토리를 분리해서, 캐릭터가 당장 갖고 있는 아이템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그런 제한도 없습니다. 또 어떤 게임들은 회복이나 버프 아이템들을 본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비해 작대기는 이 제한도 풀려있습니다. A라는 캐릭터가 아이템을 사용해서 B를 회복시키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죠. 한 캐릭터가 한 턴에 아이템은 단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들을 모두 풀어버렸기 때문에 말 그대로 포션을 빨아가며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해보이지만 사실 이걸로도 턴제 전투가 굉장히 캐주얼해집니다.

또한 사용자의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 전투의 모든 행위에 대해 유저의 반응을 요구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단 근접이든 장거리든 기본 공격부터 공격 명령을 내린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공격 모션 도중 반쩍 하는 이펙트가 나올 때 버튼을 누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좋으면 당연히 데미지가 늘어나고 무기나 인챈트에 따라선 부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수능력들은 보다 다양한 액션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위 스크린샷에서 보듯 지미의 기술인 '자장가'를 사용할 때엔 DDR 처럼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작은 리듬액션 게임이 나옵니다. 돌맹이를 던지는 '다윗의 돌팔매'를 사용하기 위해선 스틱을 빙글빙글 돌려야 하고 에릭의 기술인 '저주'를 사용하기 위해선 열심히 버튼을 연타해야 합니다.

이런 타이밍 액션은 공격시 뿐만 아니라 방어시에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상대가 공격을 할 때 캐릭터 아래에 위와 같이 방패 문양이 나타나는데 이때 버튼을 누르면 가드에 성공하고, 그러면 보다 적은 데미지를 입습니다. 데미지를 완전히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데미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계속 가드에 성공하지 않으면 전투가 꽤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귀찮거나 어려울 때 불러낼 수 있는 '소환'이 있지요. 서브퀘스트를 통해 동네 주민을 돕다 보면 주민들이 보답으로 '소환' 아이템을 주기도 합니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해당 캐릭터가 소환되어 그냥 전투를 끝내버립니다. 1회용이라 다시 사용할 수 없고, 보스전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상당히 유용합니다. 무엇보다 각 소환수(?)의 등장씬과 공격씬을 보는 재미도 매우 쏠쏠하지요.


3. 충실한 RPG 컨텐츠

전투 외에 육성 / 수집과 같은 RPG 게임의 보편적인 요소도 상당히 충실하게 잘 갖춰져 있습니다.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면 HP나 PP(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한도가 오르는 외에 스킬 업그레이드 점수를 얻습니다. 스킬 자체는 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생기며 플레이어는 어느 스킬을 강화할지를 고르면 됩니다. 스킬을 강화한다고 해서 단순히 데미지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킬에 다양한 속성이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위에 나온 '다윗의 돌팔매'는 2레벨에선 데미지가 올라가지만 3레벨부턴 맞은 대상의 공격력을 낮추고 도발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4레벨에선 랜덤한 적에게 돌맹이가 튀어 2명까지 공격할 수 있게 되는 식이죠.

스킬 외에 특성(Perk)라고 하는 능력도 20종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이 특성들은 스킬들 처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면 그대로 효과가 발휘되는 패시브 스킬에 해당하는 것들이죠. 최대 HP를 늘려준다거나 어떤 포션을 먹어도 공격력 상승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거나 HP가 낮을 때 방어력이 올라가는 등 굉장히 유용한 효과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특성은 스킬과 달리 레벨과는 무관하게 친구의 '수'에 따라 획득됩니다. 친구를 다섯명 사귀면 특성 하나, 그 다음엔 10명, 20명 이런 식으로 획득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수를 늘리기 위해선 정해진 스토리라인만 따라가는 외에 마을을 탐험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야 합니다. 특히 어떤 캐릭터들은 사이드퀘스트를 주고, 이를 완수해야만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아이템들이 등장합니다. 각각의 아이템들은 공격력이나 방어력 등 기본적인 성능 외에 방어력을 무시한다거나, 여러 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 다양한 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아이템에 (다른 게임이었다면 보석이나 룬이라고 불렸을) 악세사리를 달아 특수능력을 더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장착한 아이템은 게임 내 캐릭터에게 바로 적용됩니다. 머리엔 속옷 '헬멧'을, 몸에는 발퀴리 아머를, 손에는 게 손을 끼고 캐나다 할버드를 든 모습 그대로 게임 내를 활보합니다.

캐릭터의 성장, 스킬, 특성, 아이템, 사이드퀘스트 등 작대기는 전체적으로 RPG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컨텐츠들을 풍부하게 잘 갖추고 있습니다. 라이센스를 받아 만든 게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건실한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 옵시디언의 특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4. 풍부한 퍼즐 / 어드벤쳐 요소

또한 게임 내에 깔려있는 풍부한 퍼즐 요소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투 중이 아닐 때엔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물들을 조작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각기 작은 퍼즐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퍼즐은 새로운 길을 여는 것입니다. 위 스크린샷은 외계인들이 배치한 워프 기계를 활용해 지나갈 수 없는 길을 지나가는 간단한 퍼즐입니다.

그 외에 공중에 메달려있는 물체를 떨어트려 적을 맞춘다거나, 적이 밟고 서있는 물웅덩이에 전류를 흘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변 사물을 이용해 전투 없이 적을 물리치는 퍼즐이 상당히 많이 배치되어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적을 쓰러트려도 동일한 경험치를 받을 수 있지요. 이런 퍼즐요소 역시 건실한 RPG를 잘 만드는 옵시디언의 특기가 잘 살아난 부분입니다.


5. 하지만 아쉬운 점들

이렇게까지만 써놓으면 완벽한 게임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전체적인 밸런스 분배는 상당히 아쉽습니다. 저레벨 구간에선 기본 능력이 부실해서 각종 능력과 아이템과 스킬을 쥐어짜내야하는데 경험치는 정말 쥐꼬리만큼 지급됩니다. 그래서 초반엔 레벨을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어느정도 성장하고 아이템을 갖춘 후부터는 전투가 쉬워집니다. 저레벨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지요. 그리고 획득하는 경험치도 갑자기 상대적으로 많아집니다. 보통 저레벨 구간에서 빨리 성장하고 고레벨에서 느리게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상적인 성장곡선인데, 작대기는 반대로 저레벨 구간에서 느리고 힘들게 성장하는 반면 고레벨 구간에선 매우 쉽고 빠르게 성장하는 괴상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전투는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아무런 의미를 잃게 됩니다. 비전투 상황에서 먼저 장거리로 스턴 걸어놓고 전투에 들어간 뒤 캐릭터와 카트만이 각각 전체공격 스킬을 한번씩만 쓰면 대부분의 전투가 그대로 끝나버리거든요. 게임이 쉬워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의미가 사라집니다. 약공격으로 실드를 해제하는 것도, 강공격으로 아머를 뚫는 것도, 근접 공격이나 장거리 공격에 대한 반격기도, 무기의 특수 능력도 모두 한 턴에 2번의 스킬로 게임이 종료되면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린 것이죠. 보스전에선 카트만을 아예 선택할 수 없도록 빼놓는 것을 보면 옵시디언 역시 후반부에서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미 수차례 연기한 바 있고, 옵시디언도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은지라 그냥 출시한 것 같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컨텐츠의 볼륨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가 공략을 거의 보지 않고 혼자 멘땅에 헤딩해가면서 엔딩을 볼 때 까지 약 17시간이 걸렸습니다. 공략을 보고 최단루트로 따라간다면 10시간 내외로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성장컨텐츠는 그보다도 훨씬 전에 이미 고갈된다는 점입니다. 최대 15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데 게임을 3/4 정도 진행한 시점에서 이미 15레벨을 달성해버렸거든요. 그 이후부턴 딱히 게임을 즐긴다기 보다는 최고속도로 남은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역점을 두게 됩니다. $59.99짜리 AAA 게임 치고는 다소 부족한 볼륨입니다.


6. Game of the Year 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Gag of the Year는 확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작대기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사우스파크라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RPG로서도 굉장히 충실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이 없다면 정말 GOTY를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위와 같은 단점이 있음에도 특유의 사우스파크스러운 감성이 게임을 끝까지 끌고 나갑니다. 100점 만점이 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만 다소 부족한 볼륨에서 5점, 밸런스 조절에서 10점을 삭감해서 전체적으로 85점을 주고 싶습니다. 명작의 반열에 끼긴 애매하지만 충분히 수작이라고 평가할만한 게임이죠. 사우스파크를 평소에 챙겨보던 팬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물론 사우스파크의 유머 코드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신고
by 고금아 2014.03.09 01:36

늘 그렇듯이 GDF에도 쓴 글입니다. 관련된 토론은 GDF에서 이어질 예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비인기 게임이라 그닥 반응이 없을 것 같습니다. 퍼즈도라를 갖다 붙인게 어그로가 되어 흥행하기만을 기대할 뿐.....)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4&t=359

포스팅 할 땐 모바일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스팀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http://store.steampowered.com/app/234330/

계정 연동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0. 퍼즐 퀘스트 시리즈의 최신작

테트리스, 레밍즈, 비쥬얼드, 애니팡 등 전통적으로 퍼즐은 하드 코어 게이머는 물론, 캐쥬얼 유저들에게도 고루 어필할 수 있는 장르였습니다. 그리고 RPG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꾸준히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아주 강력하게 부여할 수 있는 장르죠. 그리고 퍼즐 앤 드래곤(이하 퍼즈도라) 덕분에 우리 모두는 이 둘의 결합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YS 등과 같은 액션 RPG나 창세기전 등과 같은 SRPG가 80년대에 이미 등장했던 반면 퍼즐 RPG는 21세기에 들어서고나서야 개척됩니다. 액션이나 전략과 달리 퍼즐과 RPG의 성장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었죠. 퍼즐은 당면한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고, RPG의 성장은 계속된 플레이가 중첩되어 캐릭터가 점점 강력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성장을 해서 퍼즐이 쉬워진다면 그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성장 했지만 메인 플레이인 퍼즐은 그대로라면 그것 또한 이상하지요. 지금은 소드 앤 포커, 마이트 앤 매직 클래쉬 오브 히어로즈, 퍼즈도라 등 다양한 게임들이 퍼즐을 전투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 방법론을 사용하고 퍼즐 RPG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은 퍼즐 퀘스트였습니다.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퍼즐 퀘스트는 말 그대로 RPG의 모든 것과 매치3 퍼즐의 모든 것이 함께 망라되어있는 용광로 같은 게임입니다. 아이템을 사고 육성하고 모험을 떠나고 대화하는 모든 행위는 RPG인 반면, 전투는 비쥬얼드 스타일의 매치3 퍼즐로 구성되어있지요. 색색깔의 젬을 모은 뒤 해당하는 젬으로 마법을 쓰거나 해골 젬을 맞출 경우는 적을 직접 공격합니다. 그리고 무기와 방어구 등의 아이템들이 이 전투에 능력을 더해주지요. 지금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구성입니다만, 등장 당시만 해도 굉장히 획기적인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퍼즐 RPG가 대중화된 지금, 오히려 퍼즐 퀘스트의 이름은 듣기 힘들어졌습니다. 퍼즐 퀘스트의 성공 이후로 내놓은 속편들이 죄다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퍼즐 퀘스트 갤럭트릭스는 일단 배경이 SF였고(SF가 뭐가 어때서!!! 라지만 사실 SF 소재로 성공한 게임이 드물죠) 퍼즐이 6각형 맵으로 바뀌면서 퍼즐을 풀기도 어렵고 그래서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6각형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이 영상만 봐도 도대체 블록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퍼즐퀘스트2는 다시 중세풍 판타지와 정방형으로 돌아왔습니다만 RPG 파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RPG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던전 탐사는 사실 1편에선 퍼즐 그 자체로 대체되었습니다만, 이번엔 그 던전 탐사 자체를 RPG 파트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이죠. 그리고 보다 세분화된 아이템 슬롯과 다양한 아이템(및 그 속성) 등을 보면 이건 그냥 디아블로라는 생각 밖에 안듭니다. 물론 디아블로는 훌륭한 게임입니다만 디아블로의 전투는 기존 RPG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하나의 전투가 퍼즐인데 거기에 디아블로까지 얹으니 게임이 상당히 무거워졌죠.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풍이었던 전작과 달리 땀내 후끈 나는 양키 스타일로 바뀌면서 캐주얼한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어필하기 힘든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덤으로 아이폰용은 말 그대로 그냥 단순 포팅이라 손가락 조작에 전혀 특화되어있지 않았죠. 퍼즐의 젬을 제외한 모든 버튼들이 너무 작아서 정말 누르기 힘겨웠습니다.

2에서 굉장히 실망한 터라, 사실 신작을 기대하고 있진 않았는데, 얼마전 지인이 퍼즐 퀘스트 신작이 나왔다고 추천하시더군요. 바로 마블 퍼즐 퀘스트였죠.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를 플레이하고 있고 관련된 글도 많이 쓰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전 딱히 마블 코믹스의 팬은 아닙니다. 마아블로도 애초에 아무 기대 안하고 그냥 신청한 베타가 되었다가 디아블로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고, 페이스북 / iOS용 마블 얼라이언스도 페북 게임 치고 드물게 RPG라서 좀 하다가 관둔 것이지요. 마블 워 오브 히어로즈는 당시 모바일 CCG 연구 보고서를 쓰기 위해 플레이했었고 끝나자마자 지웠습니다.

쓰고 보니 참 설득력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전 마블 게임의 경우 대부분 '마블' 게임이라기 보다는 마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이 마블 퍼즐 퀘스트 역시 '퍼즐 퀘스트 신작인데 스킨이 마블'이라는 느낌으로 게임을 설치했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20불을 현질한 뒤였습니다. 이거 굉장히 쉽지 않은게, 전 아이튠즈 미국 계정을 사용 중입니다. 미국산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오픈 마켓에서 기프트카드를 사서 충전하고 있지요. 기프트카드는 상품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무통장 입금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구매할 수 없습니다. 오픈 마켓에서 검색한 뒤 주문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송금하고, 코드 찍힌 메일 기다리고, 다시 이걸 모바일에서 언락하는 이 귀찮은 프로세스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입니다 사실은. 그런데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20불을 질러버렸단 말이죠.

그러니 이 게임을 여러분께 소개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1. 보다 캐주얼해진 퍼즐 전투

우선 퍼즐 구조부터 전작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기본적인 비쥬얼드 룰(애니팡 룰)을 따라 매 턴 마다 젬 하나를 그 상하좌우 1칸 이내의 다른 젬과 서로 바꿀 수 있고, 같은 젬이 셋 이상 가로 또는 세로로 이어지면 해당하는 젬들은 사라지며(매치), 매 턴 마다 최소 1개의 매치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4개를 일렬로 이으면 턴을 상대에게 넘기지 않고 추가턴을 받았던 1,2편과 달리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추가턴 없이 그 4개를 포함하는 한줄을 통째로 날립니다. 가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행(Row)을, 세로로 4개가 이어졌다면 한 열(Column)을 날리죠. 5개의 보석이 연결되면 앞서 언급한 추가턴을 받고 하나의 크리티컬 젬(위에 M)을 얻게 됩니다. 크리티컬 젬은 와일드카드처럼 아무 젬으로든 연결될 수 있고, 매치가 이루어지면 크리티컬 데미지를 줍니다. 

퍼즐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투 방식 그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1편이든 2편이든 기본적으로 퍼즐 퀘스트에서 젬을 없애서 데미지를 주는 것은 해골 젬을 없앴을 때 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은 퍼즐 보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킬이나 무기를 사용해야만 하고, 퍼즐은 이 스킬/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죠. 각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각종 색상의 마나가 일정량 이상 필요하고, 젬을 없애면 해당하는 젬의 색깔에 해당하는 마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였습니다.

퍼즐 퀘스트에서도 젬을 매치시키면 스킬 사용에 필요한 자원인 AP(마나)를 얻는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에게 직접 데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각 캐릭터와 레벨에 따라서 각 젬이 얼마의 데미지를 주는지는 다릅니다만, 어쨌든 젬을 없애는 것 자체로 데미지를 줍니다. 매 턴 데미지를 주고 받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게임 페이스가 빠릅니다.



 

스킬 또한 이전보다 발동조건이 단순해졌습니다. 퍼즐퀘스트 1,2만 하더라도 각 스킬들은 2~3가지 색상의 마나를 조합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파이어볼을 쓰려면 빨간 마나 10 + 파란 마나 3 + 노란 마나 2.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각 스킬은 하나의 마나만을 사용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아이언맨의 리펄서 블라스트의 경우 빨간 AP 10개만 모으면 사용할 수 있죠. 옆에 보이는 노란 젬, 파란 젬은 각각 그 색깔의 마나를 사용하는 다른 스킬들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퍼즐 보드 위에 4개의 동그라미와 막대기가 보일 겁니다. 좌측부터 3개의 동그라미는 3명의 히어로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막대기들은 해당하는 각 히어로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과,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AP의 종류(색깔), 그리고 그 AP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죠. 각 히어로들은 최대 3개의 스킬을 가질 수 있는데 제일 왼쪽에 있는 토르(망치)의 경우, 현재 스킬이 1개 뿐이며 이 스킬은 녹색 AP를 소모합니다. 이제 절반 가량 채웠네요.

마지막 구슬은 색상이 없는, 환경 젬을 상징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선 파란 빌딩이 그려진 젬들이죠. (7젬 아닙니다.) 이 젬은 흰색 AP를 생산하는데 히어로 스킬은 이 흰색 AP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 전투마다 배경이 정해지고, 해당하는 배경에 따라 이 흰색젬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이 달라지죠. 위에선 도시가 배경인데, 스킬을 사용하면 핫도그를 먹고 히어로들이 50점의 HP를 회복합니다.


2. 하지만 사실 더 깊어진 게임 플레이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게임이 이전보다 굉장히 간략화된 것 같습니다만, 사실 게임플레이는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아까 스크린샷을 보시면 각 젬 마다 기호가 그려져있고, 이 기호는 3개의 히어로 아이콘들과 일치합니다. 이 기호는 해당하는 젬을 맞췄을 때 어느 히어로가 공격을 할지를 나타냅니다. 각 히어로들은 고유의 HP와 각 색깔의 젬을 맞췄을 때 상대에게 주는 데미지가 각각 달리 설정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각자 고유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고, 각 스킬들은 필요한 AP의 종류와 양이 다르죠.

위에 보이는 아이언맨 마크 40은 현질로 뽑아낸 3성 히어로로 분명히 강력합니다. 하지만 노란색과 빨간색 이외의 젬에 대해선 공격력이 떨어지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AP에 대해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즈도라에선 색상만 맞으면 해당하는 색상의 모든 몬스터가 공격하기 때문에 단색덱과 같은 전략도 가능합니다만, 마블 퍼즐 퀘스트에선 해당하는 색상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히어로만 공격하기 때문에 각기 색깔에 대해 강점을 가진 파티를 잘 짜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티를 짜는 전략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서도 조금 깊게 들어가면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상단을 다시 한번 보시면 좌측에 3명의 히어로가, 우측에 3명의 악당이 배치되어있고 이 중 각 1명씩이 강조되어있습니다. 가장 앞에 나와있는, 가장 크게 나타나는 히어로나 악당이 바로 공격을 받을 대상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악당들 중 누구를 때릴 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악당들은 가장 앞으로 나와있는 히어로를 공격합니다. 따라서 HP가 가장 약한 놈을 먼저 팬다거나, 가장 스킬이 아픈 놈을 먼저 패서 없애는 등의 전략이 가능합니다. 물론 스킬의 대상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찝어서 스턴을 건다거나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공격을 받을 히어로를 직접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단지 마지막으로 공격한 캐릭터가 앞으로 나오죠. 단순하게 플레이한다면 그냥 보이는 대로, 콤보가 많이 나올법한 대로 젬을 매치시킬 수도 있습니다만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공격이 끝난 후 누가 공격을 받을지도 의식해야 합니다. 좌측 스크린샷 기준으로 봤을 때 만일 노란색 젬으로 매치를 만든다면 (물론 위 스크린샷에선 불가능합니다만) 아이언맨이 아프게 때린 뒤에 제일 앞에서 남겠죠. 그런데 아이언맨은 현재 HP가 가장 적습니다. 위 스샷에선 292점이지만 만일 HP가 간당간당한 상태라고 생각해보죠. 그때도 과연 자신있게 노란 젬을 맞출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소개한 것 만으로도 풍성한 게임 플레이이긴 합니다만, 이정도에서 그쳤다면 전 이렇게 긴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는 기존의 매치3 퍼즐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게임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매치3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것이죠. 바로 특수 타일입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에서 숫자가 붙은 해골이나 주먹이 그려진 타일들을 의미합니다.

해골이 그려진 특수 타일들은 쉽게 말해 시한폭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머가 0이 되기 전까지 없애지 못하면 정해진 특수효과 - 주로 데미지를 주고 주변 타일들을 없앱니다. -가 발동됩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굉장히 평범해 보이겠죠. 이런 폭탄이야 매치3에서 흔히 보는 것이잖습니까. 문제는 이런 타일을 적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플레이어의 스킬 중에도 이런 타이머를 세팅하는 스킬들이 있고, 타이머가 0이 되면 효과가 발동해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이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플레이어들은 물론 본인도 해당 타일을 없애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AI가 해당 타일을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플레이를 해야겠죠.

주먹 타일은 보드에 남아있는 동안 타일 하나당 1점씩의 데미지를 적에게 줍니다. 이 타일들 역시 가급적이면 계속 남겨야 합니다. 방패 타일들은 같은 방식으로 데미지를 막아주고, 칼 타일들은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이제까지 매치3 퍼즐의 게임 플레이는 타일들을 '없애는' 플레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젬을 많이 없애라(비쥬얼드), 특정한 종류의 젬을 없애라 (주키퍼), 젬을 빨리 없애라(애니팡), 특정한 위치의 젬을 없애라(쥬얼 퀘스트), 위에서 나온 것들을 다 하면서 방해하는 젬들을 같이 없애라(캔디 크러쉬 사가) 등등. 하지만 특정한 타일을 없애지 않고 남기는 것을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포함시킨 게임은 마블 퍼즐 퀘스트가 처음입니다.

비쥬얼드가 처음 나왔을 때 '게임비평'은 퍼즐 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게임이라고 평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모든 퍼즐 게임에서 한번에 여러개의 타일이나 블럭 등을 날려버리는 플레이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였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한 대로 연쇄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실패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점수로 보상받는 것은 물론, 타일이나 블럭들이 날아가면서 퍼즐의 난관 또한 상당히 해결됩니다. 하지만 비쥬얼드의 오리지널 플레이는 더 이상 맞출 젬이 없으면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매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계속해서 매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량 연쇄가 발생하게 되면 점수는 높아지지만 오히려 게임을 계속 클리어해나가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하지요.

마블 퍼즐 퀘스트의 특수 타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해가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게임플레이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특수 타일을 없애지 않도록 보존하고, 또한 상대가 없애지 못하도록 방해해야한다는 개념은 매치3 퍼즐 게임 플레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 것 하나 만으로도 마블 퍼즐 퀘스트는 칭송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3. PVE 파트

 

 

퍼즐 파트가 상당히 강화된 반면 퀘스트 파트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던전을 탐험해야했던 퍼즐퀘스트2는 물론, 거점 단위로 이동하던 퍼즐퀘스트1에 비해서도 굉장히 간략하게 축소되었습니다. 게임은 챕터로 나누어져있고, 각 챕터들은 여러개의 배틀로 쪼개져있습니다. 각 배틀들 사이엔 선/후 관계가 있어 특정 배틀을 먼저 클리어해야 다음 배틀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분기 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어느 쪽을 먼저 고르든 아무런 상관은 없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앞 뒤로는 만화 스타일의 짧은 대화씬이 들어가지요.

기존의 퍼즐 퀘스트 시리즈가 콘솔 게임에 바탕을 둔 구성이었다면, 마블 퍼즐 퀘스트는 바하무트, 확밀아, 퍼즈도라 등 탐색과 스토리, 분기 보다는 진행 그 이외엔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바일 게임의 구성입니다. 특히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이미 깼던 배틀을 다시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배틀을 클리어하고 나면 히어로들의 레벨을 올리는데 사용되는 ISO-8, 히어로 하나를 뽑을 수 있는 고용 토큰,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리거나 히어로를 뽑는데 쓰이는 히어로 포인트, 특정 히어로 카드 자체 등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배틀 마다 이들 중 최대 4가지의 보상을 내걸죠. 뭘 받을지는 랜덤입니다. 즉, 모든 보상을 받기 위해선 최소 4번 이상 클리어해야 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녹색 체크가 모든 보상을 다 받았다는 의미이고 노란색 도돌이표는 한번 이상 클리어 했지만 모든 보상을 받진 못했다는 뜻이죠. 실제로는 꽝도 존재하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번 플레이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구성을 가진 게임들은 보통 에너지나 하트, 행동력 등과 같은 방식으로 컨텐츠에 접근하는 빈도를 통제함으로써 컨텐츠가 지나치게 빨리 소모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마블 퍼즐 퀘스트는 이와 달리 히어로들의 HP를 통해 직접적으로 통제합니다. 전투 중 입은 부상은 전투가 끝난 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회복됩니다.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지만 그만큼 전투 중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사망한 히어로는 전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아주 느긋한 플레이어라면 쉬엄 쉬엄 플레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템을 써서 즉시 회복 시켜주거나 (당연히 공짜로도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캐쉬템입니다.) 더 많은 히어로를 보유해야겠죠. 그러려면 히어로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할 테구요. 당연히 둘 다 캐쉬템이지만 퍼즈도라 처럼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 중 캐쉬 포인트를 찔끔찔끔 얻을 수 있습니다.


4. PVP 파트


 


마블 퍼즐 퀘스트는 특이하게도 PVP 컨텐츠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실시간으로 대전하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다른 플레이어의 덱을 가지고 AI가 플레이합니다. 시스템이 골라주는 5명 중 한명을 상대로 플레이하게 되고, 상대와의 전력 격차에 따라 승리시 포인트를 얻습니다. 이 포인트를 가지고 순위를 메기고, 일정 포인트에 도달할 때 마다 또한 보상을 받습니다. 어쨌든 상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보상이 상당히 후하기 때문에 스토리에서 막혔을 땐 이렇게 PVP를 뛰어서 얻은 보상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좋은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힘은 책임과 함께 오는 것 처럼, PVP가 PVE보다 마냥 유리하지는 않은 것이, PVP는 보상이 큰 만큼 히어로들이 부상을 더 자주, 크게 입습니다. PVE는 보스전에서만 턴을 주고 받습니다. 자코들은 타이머 타일을 설치해서 데미지를 주긴 해도 기본적으로 턴을 가져가지 않으므로 기본 공격도 없습니다. 타이머 타일들을 계속 제거해나간다면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고 클리어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PVP는 턴을 주고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데미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잘 키운, 더 희귀한, 더 강한 히어로를 만나기 때문에 현질의 욕구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 또한 중요하지요.


5. 히어로의 성장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성장에 관한 부분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히어로는 레벨과 스킬, 2개의 축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아주 사악한 방법으로 서로 연결되어있지요.

왼쪽 스크린샷은 레벨 성장입니다. 각 레벨별로 젬에 대한 데미지, HP 등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레벨은 많이 사용한다거나, 다른 히어로를 갈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ISO-8을 먹여야 오릅니다. 288이라고 적혀있는 바로 저 보라색 수정이지요. 그런데 ISO를 먹이는 RAISE LEVEL 버튼이 비활성화되어있습니다. 그리고 141이라고 적혀있는 레벨 캡 외에 좌측에 별도로 최대 레벨이 18이라고 적혀있지요. 도대체 둘의 차이는 뭘까요?

그리고 오른쪽 스크린샷은 스킬 성장인데, 파란색 AP를 먹는 Ballistic Salvo 스킬은 스킬 레벨도 없고, 현질로 올리는 버튼도 아예 빠져있습니다. 과연 이 스킬은 몇레벨이 되어야 열리는 걸까요? 정답은 '그런거 없다' 입니다.

마블 퍼즐 퀘스트에서 각 히어로는 최대 3가지의 스킬을 가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1개의 스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 중 무엇을 가지고 있을지는 랜덤이지요. 다른 스킬을 장착한 같은 히어로의 기본 카드를 먹이면 해당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오른쪽 스크린샷의 경우는 빨간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에다가 노란색 스킬을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먹인 결과물인 겁니다. 파란색 스킬을 쓰려면 다시 파란색 스킬 쓰는 아이언맨 마크 40을 얻어서 갈아먹여야겠지요.

또한 이 스킬의 레벨은 ISO를 먹여서 올리는 레벨과 별도로 올라갑니다. 새 스킬을 얻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히어로 카드 중에서도 해당 스킬을 가지고 있는 기본 카드를 얻어서 갈아 먹이거나, 돈을 먹여야 합니다. 별 1~2개짜리 싸구려 카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나 히어로 하나 뽑는 비용이나 비슷했는데, 별 3개짜리 레어 히어로는 스킬 하나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10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나마 이미 갖고 있는 스킬은 돈으로라도 올릴 수 있지만, 위의 파란 스킬 처럼 아직 배우지 못한 스킬은 돈으로도 못채웁니다.

 

 

또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히어로라고 다 같은 히어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모던 호크아이, 클래식 호크아이 등 다양한 종류의 히어로가 있으며 이들은 희귀도나 성능이나 스킬 등이 모두 각각 다릅니다. 갈아 먹여서 스킬 올리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바로 그 카드가 필요합니다. 별이 많을수록 - 희귀할 수록 카드 먹여서 스킬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나마 아이언맨 마크 40는 키울만 합니다. 아이언맨 마크 40이 무조건 나오는 뽑기가 1100 포인트거든요. 어차피 돈 먹여서 키울려고 해도 1200씩 드는데 블루 노리고 한번 땡겨볼만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스킬 레벨을 올릴 때 위에 나와있는 아까 언급한 최대 레벨도 함께 올라간다는 겁니다. 레벨 캡은 이렇게 스킬 먹여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레벨의 한계가 되는 거지요. 물론 돈을 안내도 히어로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PVP 포인트 보상이나 PVE 배틀 보상으로 히어로를 직접 받을 수도 있고, 히어로 뽑기 토큰을 받을 수도 있으며, 꽝으로라도 무조건 얻는 ISO로 히어로 뽑기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원하는 히어로가 뽑혀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요. 마크40 같은 레어 히어로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지금 후드나 매그니토 같은 빌런들도 뽑을 수 있는데, 이걸 안뽑은게 정말 다행입니다.


6.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洋夷)들의 대답

사실 퍼즐 퀘스트 갤럭틱스나(안해봤지만) 퍼즐퀘스트2의 경우, 게임 플레이 자체가 이전 퍼즐 퀘스트보다 나아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소드 앤 포커나 룬스펠도 마찬가지구요. 실제로 퍼즐과 RPG에 대한 게임플레이 자체를 발전시킨건 퍼즈도라입니다. 파티 구성, 육성, 진화 등 퍼즐과 RPG 양쪽에서 퍼즐 퀘스트와는 확연히 구분되고 더 깊은 게임플레이를 보였죠.

마블 퍼즐 퀘스트가 여기에 각 색깔의 젬으로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는 단 한명만이 때리게 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파티 구성을 만든 건 수평적 확장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한명이 다음 공격을 받도록 만듦으로써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도 고려하게 만들었고, 특수 타일들을 통해 타일을 없애는 것 뿐만 아니라 지키는 것 까지도 게임 플레이에 포섭한 점은 분명 수직적 확장입니다. 퍼즈도라의 성과가 눈부신 만큼, 마블 퍼즐 퀘스트의 성과도 칭송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 사실 대부분은 마블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특히 국내에선 마블 게임이라서 더 안할 테구요.

다만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F2P 유료화 모델과 이에 따라오는 성장 / 육성 시스템이 덩달아 발전한 것은 유저 입장에선 좀 아쉽습니다. 퍼즈도라의 복잡한 진화 시스템과 달리 깔끔하고 알기 쉬운 것 까지는 참 좋은데 그 결과물은 퍼즈도라보다 더 사악하면 더 사악하지 덜하지 않은 물건이 나왔네요.

뭐 어쨌든, 게임플레이로나 유료화모델로나 이 게임이야말로 퍼즈도라에 대한 양이들의 대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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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3.12.06 04:33



0. 10년만의 리부트

2010년 이후 게임계의 이슈라고 한다면 역시 리부트 열풍일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잘 팔리고 있는 작품들의 속편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미 10여년 전에 끝난 시리즈들이 새로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엔 Deus Ex Human Revolution이나 XCOM : Enemy Unknown 처럼 원작의 액기스만 추출한 뒤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들도 있지만 Syndicate 처럼 소재를 제외하면 원작과의 연관고리를 찾기 힘든 경우도 존재한다.[각주:1] 이번에 리뷰할 Spec Ops The Line(이하 더 라인)은 후자에 해당한다.

1998년 Spec Ops : Rangers Lead the Way로 시작된 스펙옵스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2인 1조로 구성된 특수부대의 활약을 다룬 TPS 게임이었다. (당시엔 TPS라는 개념 조차 희박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레인보우6나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실내에서의 CQB를 다룬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소수 인원으로 적진 깊숙히 침투해 정찰 활동 등을 하는 레인져 성격의 특수전이 소재였는데, 국내에선 위 스크린샷 처럼 엉성하거나 거꾸로 인쇄된 한국어(북한도 게임의 무대에 포함된다.)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Spec Ops The Line은 10년만에 나온 후속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발진에 주인공이 특수부대이고 소수의 NPC를 데리고 다닌다는 점 외에는 원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작품이다. 죽은 IP로 어떻게든 수익을 내보려는 IP 홀더와 그냥 신규 IP로 출시하는 것 보다는 죽은 IP라도 달고 내보내서 위험부담을 덜고 싶은 개발/유통사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보이는데, 사실 그냥 신규 IP로 출시했어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전부터 소개하려고 벼르고 있던 게임이다. 때마침 때마침 스팀에서 세일중이기도 하고, 한글 패치도 나온 터라 날 잡고 이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한글 패치는 국내 유통사인 H2의 허가를 얻은 것으로, 추후에도 이렇게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한글화 패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1. 어서와, 두바이는 처음이지?

최악의 모래폭풍이 두바이를 덮쳤다. UAE 정치가들과 유력가들이 비밀리에 이 도시를 탈출한 가운데 아프간 작전을 마치고 귀환하던 33대대는 이 도시의 구호 작전에 자원했지만 도시를 포기하고 귀환하라는 명령에 불복, 부대 전체가 탈영해버렸다. 시속 80마일의 광풍 속에서 필사적으로 시민들을 탈출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33대대와의 통신이 끊어지고 UAE는 두바이를 무인지대로 선포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미합중국 육군 존 콘래드 대령이다. 두바이에서의 소개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사망자가 너무 많다."는 내용의 무선이 반복적으로 감지되자 미 합중국은 마틴 워커 대위가 이끄는 3명의 델타포스 대원들을 파견한다.


2. 기본에 충실한 게임

밀리터리 TPS 게임으로서 더 라인은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구성을 보인다. 엄폐와 조준 사격을 중심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가까운 거리에선 근접 공격이 가능하다. SCAR-H, HK 417, M249 SAW, UMP45 등 현대의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지만 총기를  커스터마이징 등의 옵션은 없다. 저격총을 사용하는 루고와 M249 SAW를 사용하는 아담스, 2명의 부하들에게 타겟을 지정해줄 수 있지만 직접 이 둘을 조종할 수는 없으며 딱히 이 둘에게 목표를 지정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전투한다. 

그리고 모던워페어 이후로 밀리터리 게임이라면 한번씩은 등장하는 헬기 기관총 조작이나 공중 폭격 등도 들어가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특별히 스테이지가 오픈월드로 구성되어있어 탐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에 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일자로 정해진 스테이지를 따라서 전투를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딱히 퍼즐 요소도 없다. 좋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전투 만으로 더 라인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사실 이 게임의 핵심은 게임 플레이가 아닌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3. 아직도 자신이 영웅이라 생각하나?

주인공인 마틴 워커 대위는 과거 아프간에서 작전할 때 콘래드 덕분에 생명을 건진 인연이 있다. 이때 대령을 직접 만났던 워커는 그가 굉장히 좋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단지 고마워서만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대령과 그 휘하의 33대대를 구출하려 한다. 하지만 대령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두바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령과 33대대는 반대자들을 잔혹히 살해하며 두바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린탄까지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워커의 작전은 콘래드와 33대대의 구출에서 축출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워커의 작전이 진행될수록 의도와 달리 오히려 더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해치게 되고, 워커는 점점 임무에 집착한다. 이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워커를 지켜보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4. 스토리의, 스토리에 의한, 스토리를 위한 게임

사실 인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 라인은 특별할 것이 없다. 유저의 선택에 의해 의미 있는 분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입력을 필요로하지 않는 영상도 빈번하게 재생된다. 당장 위에 있는 그림만 보더라도 최근 게임들은 저기서 입력을 받아서 타이밍을 사용한 미니 게임 들어갈 것 같지만 그냥 영상이다. 그것도 이미 렌더링 된 영상. 하지만 더 라인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스토리를 게임에 반영한다.

예를 들자면 위와 같은 로딩 화면. 처음엔 적의 공격을 피하려면 웅크리라는 등의 팁이 출력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우측처럼 사용자를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로딩화면 조차도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된다.

또한 워커의 얼굴 상태를 통해서 극의 긴장과 워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공중폭격 씬을 자세히 보면 스크린에 워커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이런 깨알같은 디테일의 백미는 바로 타이틀 화면. 너덜너덜한 성조기가 거꾸로 메달려있는 첫 화면부터 범상치 않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구성까지 바뀌어간다. 타이틀 화면을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게임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이런 디테일이 있지만, 또한 독특하게도 아주 암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 이 게임의 핵심이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게임이 스토리의 게임인 진정한 이유는 게임의 본질은 의미있는 의사결정에 있고, 이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며, 일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보상이나 처벌이 주어진다는 게임 디자인의 기본 규칙을 일부 깨트렸기 때문이다. 바로 스토리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칼럼란에 번역해 두었다.


5. 광기의 심장

대령이 오지 깊숙한 곳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특수부대가 그를 암살하기 위해 오지 속으로 파고 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옥의 묵시록'으로 영화화 된 적이 있다.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 자세한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지배하고있던 광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난다. 영화의 원작인 Heart of Darkness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각주:2] 더 라인은 이 광기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 만이 아니라 광기의 한가운데에 플레이어를 던져놓는다. 이 오싹한 체험은 이제까지 약 20년간 게임을 해오면서 이 게임만큼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게임을 본 적이 없다. 과연 게임을 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사람이 있다면 더 라인을 시켜보라. 그리고 스토리가 게임의 본질이 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면 더 라인을 시켜보라..


-덧-

본 게임은 현재 스팀 겨울 세일 항목으로 50% 세일된 가격 $14.99에 판매되고 있다.

http://store.steampowered.com/app/50300/


-덧2-

굉장히 혐오스러운 장면이 포함되어있어 노약자 임산부 및 미성년자에게는 권하지 않음...






  1. 원작 Syndicate는 쿼터뷰 시점에서 4명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실시간 전술 게임에 가까운 형식이었지만, 새로 제작된 Syndicate는 FPS 게임으로 리부트 되었다.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루고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다. [본문으로]
  2. 작중 대령의 이름도 Heart of Darkness의 작가 Joseph Conrad에서 따온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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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2.12.23 10:12

0. 해를 품은 달 RPG를 품은 디펜스 게임

이전 Might and Magic : Clash of Heroes 때에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RPG는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장르와 결합해도 재미있다. 그래서 처음엔 액션 게임, 전략 게임과 결합했고 최근엔 퍼즐 등으로 결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Defender's Quest(이하 DQ)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펜스 게임과 결합한 RPG이다. 혹은 RPG를 받아들인 디펜스 게임이다.


1. 게임의 기본적 구성

기본적으로 게임은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같은 형식을 지니고 있다. 정해진 입구에서 일렬로 들어오는 적 몬스터들이 최종 지점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다양한 특성(과 비용)을 지닌 유닛들을 맵 상에 배치해야 한다.

단, 기존 디펜스 게임들과 달리 전투 중엔 유닛을 추가로 구매할 수가 없다는 점이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기존 디펜스 게임들은 자원만 충분하다면 유닛을 무제한으로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DQ에서는 스토리나 마을에서 구매함으로써 확보한 유닛만 배치할 수 있다. (배치할 때엔 비용을 지불한다.) 아무리 자원이 넘쳐나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유닛을 모두 배치했으면 더 이상 유닛을 배치할 수 없다. 대신 포인트를 소모해서 배치된 유닛을 강화시킬 수 있고, 고유의 스펠을 사용해 전투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Kingdom Rush. 출처는 공홈)

이미 Kingdom Rush에서도 스킬을 통해 사용자가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는 있었지만 쿨타임 외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너스의 개념으로 스킬을 마구 사용하던 Kingdom Rush와 달리 DQ는 포인트를 소모한다. 유닛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바로 그 포인트 말이다. 따라서 기존 디펜스 게임과는 약간 다른 의사결정 요소를 지닌다. 일단 목돈이 들어가는 새 유닛 추가가 생략되어 고민할 거리가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기존 유닛 업그레이드 효과가 아무래도 신규 유닛 추가 보다는 약한 만큼 말린다고 생각될 때 그다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기분이 들긴 한다.


2. 성장 요소

대신 유닛들과 플레이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는 다른 디펜스 게임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져다준다. 각 유닛들은 고유의 이름과 외관이 있고 사용자가 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스토리상 추가된 캐릭터들은 스토리 모드에서 대사도 하며, 성장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다. 아이템도 착용시킬 수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바로 이, 유닛이 아닌 '파티'와 함께 성장하는 디펜스 게임이라는 것에 있다.


3. 탐험

전투가 끝나고 나면 위와 같은 탐험 화면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저 노드들을 따라다니며 스토리를 진행하고, 마을에서 아이템과 유닛을 구매한다. 붉은색 원들이 전투를 상징하는데, 각 전투는 캐주얼 - 노멀 - 어드밴스드 - 익스트림의 4가지 난이도를 지니고 있어 이미 깼던 전투를 여러번 반복할 수 있다.


4. 스토리

스토리는 위와 같은 컷씬으로 진행되며 딱히 음성이나 거창한 애니메이션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드는 인디게임 특성을 감안할 때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5. 총평

디펜스 게임 역시 꾸준히 인기 있는 장르지만, 사실 최근의 디펜스 게임들은 그래픽과 소재가 조금 다를 뿐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DQ는 RPG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디펜스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 훌륭한 수작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90년대 스러운 고풍스런 도트 그래픽. 알맹이는 굉장히 진보적인데 이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껍데기가 너무 고리타분해보인다. 여하튼 디펜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반드시 해볼 것을 권장한다.


6. 기타

DQ의 정가는 $14.99이나 현재 스팀 겨울 세일 중이라 66% 세일이 적용되고 있다. 단돈 $5.10! 별다방 커피 한잔이면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서 지르시라!! (본 연구원은 스팀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지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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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2.12.21 11:46



0. 몰락한 가문의 서자

Might & Magic(이하 M&M)이라는 타이틀은 듣기만 해도 짠한 기분이 들게 한다. 초기엔 퀘스트 중심의 울티마, 던전 중심의 위저드리와 달리 뚜렷한 지향점 없이 물량 만으로 간신히 3대 RPG에 끼었다. 하지만 울티마 위저드리 모두 신작이 출시되지 않던 90년대 후반, 2.5D를 받아들인 6편을 출시함으로써 이른바 '정통' RPG의 맹주로 거듭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RPG는 이제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라며 6편 엔진 그대로 7,8편을 찍어내며 몰락을 자초했다. 이러한 방침에 개발자들이 반발하자 잘라버리고 시간에 쫓겨 만든 9편이 폭망하면서 결국 New World Computing은 파산했다. 이후 Ubi Soft가 M&M의 IP를 사들여 Heroes of Might and Magic(이하 HOMM) 외에 M&M의 타이틀로 다양한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비천한 출신을 딛고 영웅이 되었다가 초심을 잃고 몰락한 뒤 후손들이 근근히 살아가는 한 귀족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여하튼 오늘 소개할 Might & Magic : Clash of Heroes (이하 COH)는 Ubi가 부지런히 뿌리고 있는 씨앗 들 중 하나로 캐나다의 Capybara Games에서 개발되었다. 2009년 닌텐도 DS용으로 먼저 발매되었고 2011년 HD로 리마스터 되어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와 PSN, 그리고 PC로 출시되기도 했다.

스토리 상으로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는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M&M이나 HOMM과 전혀 무관하게 퍼즐 RPG 형식을 지니고 있다. '서자'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 퍼즐과 RPG의 결합?

RPG도 퍼즐도 각기 인기있는 장르지만 둘을 합친 복합장르의 게임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적된 플레이가 정량적으로 게임에 재투입되는 RPG와 달리 퍼즐은 그렇지 않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RPG는 레벨이 깡패인데 이걸 퍼즐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대결구도를 만들고 그 안에 성장요소를 집어넣는 건데, 이게 안되면 RPG의 핵심인 성장과 결합이 힘들다. 액션 중에서도 대결이 없는 플랫포머는 RPG와 결합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뿌요뿌요나 아이돌 머니 익스체인저와 같이 대결 구도를 가진 퍼즐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대결 구도에 레벨로 대표되는 플레이어의 정량적 성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것이 항상 문제였다. 퍼즐퀘스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좌 : Puzzle Quest. 출처는 위키피디아. 우 : Sword & Poker. 출처는 Gaia 공식 홈페이지)


(Runespell : Overture. 출처는 스팀)

2007년 발매된 퍼즐퀘스트는 비쥬얼드 규칙(애니팡 규칙이라고 하는게 더 이해가 빠르려나?)으로 없앤 보석의 색깔에 따라 마나를 얻고, 이 마나로 마법을 써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형식으로 전투를 구현해냈다. 드디어 퍼즐과 대결과 성장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일단 가능성이 확인되자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Puzzle & Quest는 전통적인 5X5 포커 퍼즐을 RPG와 결합시켰고 Runespell : Overture는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카드놀이'와 RPG를 결합시켰다.


2. 보다 적극적인 전투와 퍼즐의 융합

퍼즐 RPG로서 M&M COH가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은 퍼즐의 객체와 전투의 주체가 분리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퍼즐 RPG에서 퍼즐은 자원 또는 공격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진 자원을 통해 대상을 공격한다. 퍼즐 퀘스트의 보석들이나 소드 & 포커 및 룬스펠에서 카드들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한다. 반면 M&M COH에서는 바닥에 깔려있는 유닛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이들 유닛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퍼즐을 구성한다.

(좌 : Astro Pop. 출처는 iplay.com/ 우 : Magical Drop 출처는 retrogamer.net)

퍼즐의 기본 원리는 상단의 Astro Pop이나 Magical Drop처럼 Pull & Push Match 3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이름은 본 연구원이 임의로 붙인 것으로, 정확한 명칭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한 이 형식을 처음으로 창안한 게임의 제목 또한 제보 받는다.) 이 형식의 기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블록들은 최 상단에서부터 아래로 쌓여 내려온다.
    2. 유저는 각 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블럭을 가져올 수 있다.
    3. 가져온 블럭을 원하는 열의 맨 아래에 붙일 수 있다.
    4. 이런 조작의 결과로 동일한 블럭이 3개 이상 연결되면 해당 블럭들은 사라진다.


M&M COH에서는 각 유닛들이 블록의 역할을 한다. 즉, 플레이어는 쌓여있는 유닛들 중 가장 가까운 유닛을 다른 열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만일 같은 유닛이 세로로 3개 붙으면 해당 유닛들로 공격대가 형성되고, 가로로 3개가 붙으면 벽을 만든다. 공격대는 말 그대로 상대방 캐릭터를 공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벽은 자기 캐릭터와 유닛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격대가 벽과 유닛들을 뚫고 화면상에 보이는 최종 방어선 (상하단, HP바 옆으로 이어진 선)에 닿게 되면 캐릭터에게 직접 데미지를 입힌다. 최종적으로 HP가 0이 된 캐릭터는 전투에서 패배한다.

단, 이것이 기존의 게임들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매 턴마다 플레이어(및 상대 NPC)는 3점의 행동 포인트를 얻고 1점의 행동 포인트를 소모해 블럭을 옮기거나, 원하는 블럭 하나를 제거하거나, 유닛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다. 블럭을 제거할 때엔 위치에 관계 없이 원하는 블럭을 제거할 수 있고, 제거로 인해 벽이나 공격유닛이 형성되면 1점의 행동 포인트를 획득한다. 또한 유닛은 무제한으로 추가할 수 없고 죽거나 공격에 소모됨으로 인해 전장에서 제거된 유닛 들만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다.

공격대는 결성 즉시 공격하지 않고 정해진 턴이 지난 후에 공격에 들어간다. (화면상에 보이는 2,1이 각 2턴과 1턴 뒤에 공격한다는 의미이다.) 같은 색깔의 공격대가 같은 타이밍에 공격하게 되면 연쇄가 발생해서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또한 공격대는 전방으로 직진하는데, 만일 전방에 벽이나 유닛이 있다면 이들과 전투를 벌이며 이 과정에서 공격대의 HP가 0이 되면 소멸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이 외에 플레이어 캐릭터 본인의 공격 스킬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게임에서 M&M 스러운 구석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정확히는 HOMM스러운 부분이지만)

기존의 Pull & Push RPG는 테트리스나 뿌요뿌요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고민 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패턴을 찾는 유형의 플레이를 추구하는 퍼즐이었다. 하지만 M&M COH는 이에 직접적인 대결 구도와 턴제를 도입함으로써 마치 장기나 체스를 두는 것 처럼 전체 퍼즐을 내려다보며 한수 한수 신중히 움직이는 퍼즐로 바꿔버렸다. 아예 전혀 다른 퍼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퍼즐이 매우 재미있다.


3. 있을 건 다 있는 RPG 요소

그렇다면 이번엔 RPG 요소를 한번 찾아보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장요소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유닛들 모두 고유의 HP와 능력치를 지니고 있다.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오르면 이들 능력치가 성장하는데 유저 임의로 능력치를 분배할 수는 없다. 또한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데 각 아이템별로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탐험 단계에서는 화면상에 보이는 각 스팟들을 클릭함으로써 해당 스팟으로 이동하며, NPC와의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데 메인 퀘스트외에 서브 퀘스트도 존재하고 ! / ? 로 퀘스트 여부를 표시하는 등 현대 RPG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은 다 지니고 있다.


4. 웰메이드 퍼즐 RPG

(3월의 라이온. 우미노 치카 작)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성장시켜가며 감정을 이입하는 RPG는 원래 인기 있는 장르이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퍼즐 또한 인기 있는 장르이다. 재미있는 장르와 재미있는 장르를 합치면 무지 재미있는 장르가 나올 것 같지만, 사실 이 배합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잘 만든 퍼즐 RPG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도 유쾌한 경험이다. 아마존에서 연말 세일하길래 산 것이었는데, 이걸 왜 이제야 플레이했는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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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2.12.19 22:26


0. 왕의 귀환?

지난 3월, www.baldursgate.com에 의문의 카운트다운이 뜨면서 정통 RPG 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새로운 발더스 게이트 신작이 나오는 것인가? 트로이카 / 바이오웨어 없이 만들어지는 발더스 게이트 신작을 우린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발표된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오리지널 발더스 게이트가 HD 환경으로 리메이크 된다. 이름하여 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이하 BG:EE)


1.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

이후 추가 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졌다. BG:EE는 오리지널 Baldur's Gate(이하 BG)의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한다. 바꿔말하면 여전히 2D 그래픽일 것이며, 이 그래픽은 기존 BG의 소스를 활용한 것으로 새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뿐만 아니라 Mac OSX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로도 발매된다. BG 외에 확장팩인 Tales of the Sword Coast까지 포함되며 Baldur's Gate 2 (확장팩 포함)도 출시된다.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추후 Planescape : Torment와  Icewind Dale 시리즈도 출시할 수 있다. 가격은 $19.99 (iPad용은 $9.99 + 인 앱 추가 결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외하면 판매량이 이전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 게임계에서 오래된 IP로 게임을 리부트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긴 하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게임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다. 구 IP를 완전히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당시보다 훨씬 캐주얼해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재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간략화하고 편의성을 더했다는 것. 그런데 BG:EE는 대범하게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을 선택했다. 그래픽을 3D로 일신한다거나, 최근 RPG의 필수 요소가 된 ? ! 마크를 달아준다거나 이런 개선 없이 순전히 HD 화면에서 돌아가게 만든 버전인 것이다.


2. 원작과의 경쟁

물론 BG가 당대의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이 과연 현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당시에도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높은 게임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 타겟은 이미 기존에 BG를 플레이해본 유저가 될 것이다. BG의 이름만 들어본 신유저층이 이 게임의 퀄러티에 감흥해서 불편을 감내하면서 기꺼이 플레이할거라는 망상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가지 함정은 있다. 이미 기존의 BG를 GOG에서 확장팩 포함해서 단돈 $9.99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GOG는 고전 게임들을 최근의 PC환경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쌓아 최근엔 일부 신작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유통사이다. 그것도 DRM 없이. 반면 BG:EE는 Beamdog이라는 듣보잡무명 디지털 유통사를 통해 독점으로 배포된다. (iPad나 MacOSX용은 당연히 앱스토어)

더 유명한 유통사에서 반값에 팔리고 있는 원작과 경쟁하려면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으면 안될 터. 과연 BG:EE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도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3. 기대 이상의 그래픽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확대됨)

일단 소스 보정 + 3D 가속을 받은 화면은 우하단의 BG 화면에 비해 약 500% 확대한 것인데도 다소 뿌옇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줌인 / 줌아웃을 지원하기 때문에 줌을 밖으로 빼면 꽤나 선명한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줌인은 사실상 사용하면 안된다....


위 그림은 BG의 스크린샷이다.(필터링 없이 세로 폭 맞춰 확대한 사진) 이렇게 놓고 보면 옛날 게임인데도 그래픽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640X480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걸 현재의 화면에 풀스크린으로 띄우면, 아래 그림들처럼 도트가 엄청나게 튀어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픽은 물론 글자는 더욱 알아보기 힘들다. 물론 창모드로 돌리면 도트가 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창모드에선 화면 구석으로 커서를 옮기면 맵이 스크롤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므로 사실상 대책이 될 수 없다.


다음은 비슷한 영역을 EE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다. (티스토리가 가로 해상도를 650까지로 제한해 풀 스크린샷 비교가 안된다.) 일단 게임 그래픽은 다소 뿌옇다는 느낌이 있지만 게임에 지장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 아이콘과 텍스트는 확실히 HD에 맞춰 새로 찍어서 선명하게 잘 보인다. .

만일 집에 640X480을 지원하는 CRT 모니터가 있다면 BG:EE보다는 BG쪽의 그래픽이 좋다. 하지만 고해상도 LCD를 가지고 있다면 BG는 사실상 플레이할 수 없는 반면 BG:EE는 그럭저럭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4. BG2의 시스템 적용

BG:EE는 발더스 게이트부터 아이스윈드데일까지 이어진 인피니티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 전체 시스템이 후기 작들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상단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초기 버전의 인피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BG는 단 8개의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BG:EE는 11개의 기본 직업에 각 직업별로 4가지 이상의 세분화된 직업을 제공한다. 스킬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BG를 경험한 사용자라도 새로운 직업과 스킬로 인해 다시 플레이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BG에 BG2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 Mod도 있다고 하나 편의성 측면에서 논외로 치자.)


5.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과 시나리오

BG:EE에는 3명의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셋 모두 독특한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특히 가운데의 Neera는 Wild Mage로 메모라이즈 없이 아는 마법을 불러낼 수 있지만 원하는 마법 대신 다른 마법이, 그것도 아군에게 쏟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하지만 본인은 그대로 봉인시켰다...) 좌측의 Rasaad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나 복수심에 불타는 하프 오거인 Dorn(우측)도 만만찮은 성격으로 재미있는 친구였다. 강력한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신규 추가된 시나리오인 Black Pit은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한 BG2 시스템과 신 캐릭터 + 신 시나리오 정도면 BG를 해본 유저들에게도 $20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6. 2D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된 CG 컷씬들

사실 게임 그래픽의 해상도야 가속 받아 필터링하면 봐줄만하다고 치더라도, 14년 전 CG로 제작된 컷씬들은 해상도로 보나 화면의 퀄러티로 보나 어떻게도 재활용하기 힘들었을 것은 쉽게 추측된다. 결국 컷씬들은 내용은 같고 구도는 유사하게 유지하되, 2D로 새로 제작되었다. 스틸 컷도, 그렇다고 풀 애니메이션도 아닌, 일종의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는데 굉장히 퀄러티가 높다.


7. iPad용

한편 $9.99에 판매되는 iPad용의 BG:EE는 iPad 2세대 이상을 지원하며 구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된다. 레티나가 아닌 1024X768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레티나로 본 화면은 꽤 깔끔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우클릭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Tab키 대신 인터액션 가능한 물체를 하이라이트 해주는 우측 위에서 2번째 버튼이라거나, Q키 대신 퀵세이브 해주는 좌측 두번째 그룹 첫 버튼 등 터치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제법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을 위한 탭과 스크롤을 위한 탭이 구분이 잘 가지 않으며 마법 등을 사용할 때 커서를 통해 대상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점에서 아무래도 마우스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가상 커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패드로도 조작을 할만은 했다.


8. 버그.. 버그.. 버그...

당초 9월 발매에서 2개월이나 연장되었지만 버그가 많은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상단 그림처럼 저널의 내용이 안보인다거나, 하단 그림처럼 아이템의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등 자잘한 버그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템 가격은 한중일 윈도우에서만 발생한다고 한다.) 가끔은 좌우 및 하단의 UI 패널들이 통째로 검게 변색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업데이트는 자주 해주고 있으나 위와 같이 눈에 띄는 버그들은 당장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또한 같은 엔진이다 보니 원작의 바보같은 길찾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던전에서 파티를 이동시킬 때 마다 뻘짓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머여전히 골치가 아프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9. 원작의 팬이라면 살만한 작품. 원작의 팬이라면.

결론적으로 봤을 때 BG:EE는 원작의 팬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19.99 정도면 납득할만한 가격이다. iPad용의 경우 다소 조작이 불편하긴 하나 어차피 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RPG가 없고 사실 이런 정통 RPG 자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꽤나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BG를 경험해보지 못한 현 세대의 게이머들이다. 위에서 보듯 텍스트와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읊어주는데다 당면한 퀘스트를 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는 커녕 !나 ?도 없어서 헤메고 다녀야 하며 길이 조금만 좁다 싶으면 엄한데로 파티원들이 드라군 댄스를 추는 이 게임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미 정신적 후속작인 드래곤 에이지가 건재한 마당에 신규 유저가 굳이 이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덧-

PC판의 경우 인텔 내장형 그래픽에선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오픈GL 2.0을 지원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발매 당일부터 수정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별 소식은 없다. 내장 그래픽 사용자 - 특히 노트북 - 은 구매를 피해야 할 것이다.


-덧2-

참고로 빔독의 다운로드 속도는 환상적이다. 70Kb/s.... 


-덧3-

현재 아이패드와 PC의 세이브 파일은 호환이 안되고,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다. 둘 모두 패치를 통해 지원될 것이라고는 하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나와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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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2.12.14 02:32
1. 악마가 돌아왔다...

수능 점수를 낮추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이혼율을 올리는 악마의 게임이 올해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정식 출시일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데모가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스팀으로만 배포되는데 아쉽게도 국내는 지역 제한으로 바로 설치는 할 수 없고, 먼저 스팀을 설치하신 뒤에 여기를 클릭하시면 설치 가능합니다.


2. FM은 어디로 가는가?

FM 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습니다. 문자로만 중계되던 경기가 CM4에 이르러 바둑알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2009에서는 경기를 3D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09 이후의 흐름은 '축구 비즈니스'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FM2010에선 구단 매각이 묘사되었고, FM2011에서는 에이전트와의 협상이 강조되었죠. 이번 FM2012에서는 감독과 선수간의 상호작용이 강화되었습니다.

물 론 선수와의 개인적인 대화는 이전에도 있던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어조'를 선택하는 기능이 더해졌죠. 같은 말이라도 어떤 분위기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선수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독은 선수의 어조를 통해 선수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지요. 이 '어조'에 의한 감정적 상호작용은 FM2012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3. 대화가 게임을 바꾼다.

특 히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경기전 / 하프타임 / 경기후 선수들과 갖는 대화입니다. 이전작에서도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 결과는 경기 후 별도의 메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고 대화의 반응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상당히 불투명했죠. FM2012에서는 선수와의 대화를 2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팀 전체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선수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다시 한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2번째 대화는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를 그룹별로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4. 보다 편리해진 선수 관리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선수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선수들의 실력차는 "이 선수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수비수인 ###와 큰 차이가 없다" 정도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었죠. 하지만 FM2012에서는 선수의 리포트에 우리 팀에서 그 선수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과 별점으로 비교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보다 선수를 영입하거나 명단을 설정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습니다. 또한 해당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면 가장 좋을지도 표시됩니다. 또한 팀 리포트에서도 각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적합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5. 보다 정교해진 선수 협상

선 수와의 협상에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계약금(Signing Fee)가 사라지고 세스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유명해진 로열티 보너스(Loyalty Bonus)가 새로 신설되었습니다. 로열티 보너스는 계약 기간 중 나눠서 지급되고 선수가 이적하게 되면 남은 금액을 전액 수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선수가 이적을 요청하게 되면 소멸합니다.

그 외에 눈여겨볼 기능은 협상 조건에 붙어있는 자물쇠입니다. 협상 중 바뀔 수 없는 부분들에 자물쇠를 걸어두면 에이전트는 그 항목에 대해선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건을 찾습니다. 더 이상 줄 수 없는 연봉을 계속 요구하는 에이전트 때문에 머리아플 필요가 사라진거죠. 하지만 자물쇠를 너무 많이 걸어두면 아무리 인내심이 높은 에이전트라도 GG를 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깜빡 잊고 못찍었습니다.)


6. FM2009 엔진의 결정판

스포츠 게임을 매년 낸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당장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데이터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판매량은 보장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요소를 넣지 않으면 K모사의 W모 게임처럼 도태되기 쉽상이지요. CM시절부터 FM은 4년에 한번씩 엔진에 대한 큰 업데이트를 진행해왔고, 그 사이엔 소소하게나마 조금씩 축구계의 변화를 반영해가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죠.

모두가 바라마지않던 3D 경기를 가져온 FM2009 엔진도 벌써 4년전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FM2012는 FM2009엔진의 마지막 게임으로써(아마도...) 경기장 밖에서까지 사실적인 축구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7. 아스날 팬으로서의 감상..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스날팬의 넋두리니까 스킵하셔도 됩니다.

일 단 이적 자금은 많습니다. 43~49M 정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레프트백 - 팀 내 최고 레프트백은 베르마엘렌입니다. =_= 산토스가 깁스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라이트백 백업 - 젠킨슨은 그냥 2부리그 레벨입니다.(다행히 데모에선 사냐 부상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을 제외하고 나면 수비적인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중미/수미가 없습니다. 프림퐁/코퀄린 둘 다 칼링컵 용이구요.

주전 레프트백, 수비적인 중미/수미, 라이트백 백업. 이 셋이 필요한 상태인데, 홈그로운이 발목을 잡습니다. 벨라 벤트너 데닐손 죄다 내보내는 바람에 HG 슬롯을 채울 수가 없는 상태라 영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베인스를 영입하고 산토스는 레프트윙 백업으로 돌렸습니다. 산토스는 백업으로 출장중인데도 팀 내 어시 1위네요 =_=.. 오른쪽 백업은 풀럼에서 스테판 켈리를 데려왔습니다. 베인스/켈리 영입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수비적인 중미는 하비 마르티네즈를 데려왔구요. 그런데 테베즈가 감독과 불화가 있어 단돈 10M에 업어와지더군요. =_=;;; 낭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역시 페르시가 주기적으로 누워준 덕분에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베인스 13M, 마르티네즈 20M, 켈리 1.5M, 테베즈 10M 쏟아붓고 나니 4.5M 남았는데 HG 슬롯 문제도 있고 해서 영입은 멈췄고 이 스쿼드로 2012년 1월 1일 기준으로 1위와 승점 4점차 3위로 끝났습니다. 정식 버전 들어가면 라이트백 때문에 골치아플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게로 정말 얄짤업네요.. 리그 19경기 26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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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1.10.09 20:45


0.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하 HR)에 대한 간략한 소개

FPS의 황금기는 하프라이프가 등장한 1998년부터 콜오브 듀티가 등장한 2003년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FPS 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관점에서는 헤일로가 황금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쏜다'는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저때이다. 아예 스토리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을 구성하기도 하고(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3 아레나), 로봇을 탔다가 내리기도 하고(쇼고), 미녀 스파이가 립스틱 폭탄을 던지기도 하고(No One Lives Forever) RTS와 결합해 총질하다 기지에서 탱크를 몰고 나오기도 했다.(C&C 레니게이드)

1999년의 시스템 쇼크 2와 2000년의 Deus Ex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둘 모두 사이버 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FPS와 RPG를 상당히 매끄럽게 융합해냈다는 점은 같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상이한 접근을 보였다. 시스템 쇼크2는 FPS를 기본으로 하되, RPG로부터 성장만을 취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NPC와의 대화도 없고, 당연히 선택지도 없고, 퀘스트마저도 없다. 직선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면서 호러를 즐기는 게임이었다. 반면 Deus Ex는 일반적인 RPG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선택지, 퀘스트 등을 잘 버무려냄으로써 FPS와 RPG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낸 바 있다.

'시스템 쇼크'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쇼크2가 창조해낸 호러+FPS+RPG의 스타일은 '정신적' 후계작[각주:1] 바이오쇼크 1,2로 이어지고 있다. Deus Ex는 2003년 2편이 나온 이후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8년만에 세번째 작품이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제작되었다.



1. 사이버 펑크의 정석


사이버 펑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거대기업과 음침한 뒷골목의 대비, 인간의 몸에 직접 이식되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거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증강장비(Augment. 이하 AUG), 해킹 정도가 있을 것이다. HR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소 좁긴 하지만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요소들이 단순히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축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무대인 2027년은 AUG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대이다. 어떤 사람들은 증강장비로 장애를 극복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에 증강장비를 이식받기도 한다. 산업계에선 극한 환경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AUG를 이식받은 노동자를 원하기도 하고 군에서는 이런 AUG로 슈퍼 솔져를 만들려고도 한다. 애초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AUG를 이식했으나 면역 거부로 인해 마약으로 겨우 고통을 참는 사람들도 있고, AUG를 제어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정치가도 있으며 AUG가 인간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테러리스트들 마저도 존재한다. HR은 여기에 세계 최대의 증강장비 업체의 보안 책임자이자, 거의 온몸에 자사의 AUG를 이식받은 주인공을 내세워 기술과 윤리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다소 진부하고 게임에 쓰기엔 다소 무거우며, 직접 와닿지는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이버펑크라면 역시 이런 비판 의식이 필요하다.


2. 잠입과 전투의 적절한 조합


게임 내에서 젠슨은 회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자사 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라거나, 생존 신호를 쫓아 갱단의 근거지에 들어가는 등의 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에 단신으로 투입된다. 즉,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에 가깝다. 적의 시선이나 카메라의 각도를 피해 돌아다니고, 때로는 적을 유인하기도 하며, 조용히 죽이거나 기절시킨 후 시체를 숨긴다. 그러다 적에게 발각되면 경보가 울리고, 적들이 튀어나오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잠입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도 들키지 않고 미션을 해결하면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그걸 노릴 만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쏟아져나오는 적이 게임을 포기할만큼 강한 것도 아니다. 숨어서 모든 일을 처리하든, 람보처럼 다 까고 부순 후 처리하든 어느 쪽이든 유리해지는 만큼 불리해지는 구석도 있으며, 어느 쪽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옵시디언이 '스파이 액션 RPG' 라고 제작햇던 '알파 프로토콜'이 생각나긴 한다. 스파이계의 3대 JB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잭 바우어)를 모두 즐길수있다는 것을 모토로 제작된 바로 그 게임 말이다. 알파 프로토콜에선 한번 적에게 보이면 경보가 바로 울리고, 경보가 울리면 적들이 한번에 다 쏟아져나오고, 많이 쏟아져나오긴 하지만 AI가 멍청해서 쉽게 다 죽일 수 있고, 적을 다 죽이고 나면 정말로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잠입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HR에서는 적절히 감내할만한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잠입은 잠입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두었다.


3. 전략적인 대화 시스템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주는 것 외에 게임 내에서 어떠한 기능도 없었던 대화를 게임의 결과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요소로 끌어올린 것은 바이오웨어가 남긴 거대한 유산이다. 옵시디언은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간'을 선택지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고[각주:2], 윗쳐2에서는 앞서 선택한 선택지가 뒤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식으로 발전시켰다.[각주:3] HR은 대화와 협상을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대화의 게임화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HR에서 주요 NPC와 협상을 시도하면 위 스크린샷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각주:4] NPC가 어떤 성격인지를 힌트로 주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결과는 대화 외에 좌측의 설득도 그래프를 통해 피드백 받을 수 있다. 만일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해 NPC가 반응하고 있다면 심박이 빨라졌다거나, 동공이 확대되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준다. 여기에 NPC가 하는 말에 따라 알파/베타/오메가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잠깐씩 알려주고, 선택지에는 이 선택지가 어떤 성향에 잘 먹혀들거나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대화 시스템은 한마디로 일종의 퍼즐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전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의 대화에 파티 NPC와의 관계를 밀어넣은 드래곤 에이지에 맞먹는 큰 실험으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4. 어떻게 성장시켜도 게임은 진행된다.


HR에서는 경험치라는 개념은 있어도 레벨이라는 개념은 없다. 대신 경험치를 쌓으면 PRAXIS라는 점수를 받게 되고, 이 점수를 AUG에 투자해서 없던 기존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없던 기능을 추가시킨다. 그런데 이 AUG라는 것이 단순히 '공격력 상승' '방어력 상승'과 같은 식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가스 수류탄 면역, 3m 점프 가능, 벽 뚫고 보기, 벽 뚫고 공격하기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게임 플레이 양상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자체가 특정한 AUG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어떤 AUG를 고르더라도 이를 활용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원하는 단서가 있는 특정한 장소까지 가야 하는데 골목길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전기 방어 AUG가 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야 한다. 철조망으로 된 벽이 보이는데 그냥 뛰어서는 넘어갈 수 없다. 높이 점프할 수 있는 AUG가 있다면 뛰어서 넘어갈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AUG가 있다면 주변의 큰 쓰레기통을 옮겨 발판으로 삼아 건너갈 수도 있다. 이조차 안된다면 지하 하수구 통로를 통하려 하는데 이번엔 가스가 차있다. 가스 면역 AUG가 있다면 지나가면 되고 아니라면 돌아서 가스를 잠궈야 한다.

위의 예시는 HR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한 예인데, 중요한 것은 게임 전체가 저런 식으로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해킹 마저도 높은 단계의 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AUG, 해킹 실패 위험을 줄여주는 AUG 등 다양한 AUG가 존재하지만 해킹에 AUG를 투자하지 않을 경우, 일회용 해킹 도구를 사용해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한가지는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유저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핵심이고, HR은 이를 매우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5. 해킹의 게임화


대화 외에 게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비전투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자물쇠따기나 해킹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TRPG에서도 단순히 주사위 굴림 한번으로 해결되곤 하던 이 요소는 오히려 싱글플레이 RPG에 와서 미니 게임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킹은 자물쇠따기 보다는 좀 더 퍼즐에 가까운 미니게임으로 표현되어왔는데, HR이 그리는 해킹은 타 게임들과 달리 네트워크라는 구성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해킹에 관한 미니게임으로는 이전의 시스템쇼크2, 바이오쇼크, 매스이펙트 1,2, 알파 프로토콜 등 다른 어떤 게임에서 시도한 것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AUG 투자에 의해 너무 쉬워진다는 점과, 미니게임이 한종류 밖에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6.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UI


HR에서 또하나 칭찬할만한 덕목은 바로 UI이다. 화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구성한 것은 현대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대신 지도를 보지 않고 화면상의 표시기만 따라가도 게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으며 인터액션 할 수 있는 개체는 노란 색의 외곽선을 칠해줌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개체가 인터액션 가능한지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혼선을 잘 방지하고 있다.


지난번 UI가 게임과 사용자를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던 윗쳐2와 달리, 메뉴를 Select 버튼(혹은 Tab키)으로 불러내는 인게임 메뉴와 용과 Start버튼(혹은 Esc키)로 불러내는 시스템 메뉴로 구분짓고 있다. 인게임 메뉴에는 퀘스트, 인벤토리, AUG, 지도, 로그가 포함되고, 시스템 메뉴에는 세이브 로드 옵션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건 사실 HR이 우월하다기 보다는 윗쳐2가 너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노란색 테마로 유려한 UI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다층 구조라 복잡한 게임 공간을 잘 슬라이스해서 표현하고 있는 지도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현대 게임의 추세인 스케일폼을 잘 활용해, 게임 내에서 유저가 보는 메일(위)이나 신문(아래)의 경우, 유려한 화면을 게임의 3D 공간 안에 집어넣어 현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메일을 보는 와중에도 시야를 움직일 수 있다.)


7. 우월한 패션 감각



이건 뭐 사실 100%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게임 내 세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우월한 패션 감각이다. 못먹고 못입는 서민(빈민)들이야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지만, 있는 자들은 정말 잘입고 잘먹고 사는 것이 사이버펑크의 핵심 아니겠는가. 특히 비단 - 꽃무늬 - 금으로 이어지는 저 디테일은 이제까지 봐온 어떤 게임보다 화려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8. 그래도 못내 아쉬운 점들


이제까지는 줄곧 좋은 점만 이야기해왔는데, 사실 인간이 만든 이상 HR이 100%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AUG에 게임 플레이가 엮여있다보니 AUG 잘 박으면 보스전이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보스가 전기공격을 하는데 방전AUG를 박으면 데미지를 안받아서 그냥 죽이면 된다거나), 보스가 이동하다 걸려서 멈춰있다 죽는다거나, 적들의 움직임이 조금 단순해서 전투가 다소 쉽다든지, 후반 가면 특정 무기가 너무 강하다든지 등 게임 내적으로 사소한 문제는 여럿 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위층에서 쓰러진 적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아래층에서 메달려있는 버그도 있었고.


최근의 대세인 언리얼이 아닌, 스퀘어-에닉스 독자의 크리스탈 엔진으로 제작되어 딱히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에 대한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디테일이 떨어지고 아외로 나갈 경우엔 2011년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들도 보였다.(창너머로 보이는 것이 텍스쳐인데, 좀 눈에 띈다.) 컷씬이 많은데 대부분 프리 렌더링 된 영상이고, 이 영상의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다는 것도 단점이긴 하다.

9. 총평 - GOTY[각주:5]예약


HR이 처음 발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8년만에 돌아온 명작을 환영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eus Ex를 창조했던 기획자 워렌 스펙터[각주:6]는 이미 6년전에 떠났고, 제작사였던 이온 스톰은 스펙터가 떠남과 동시에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제작하기로 한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신생 스튜디오로, 처녀작으로 전설적인 Deus Ex의 후속편은 너무 과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팬들은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HR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발매 직전 새어나온 리뷰 점수는 대부분 90점대로 호의적인 것이었고, 실제로 게임을 해본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수작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깊이있는 스토리, 재미있는 잠입-전투,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복합적인 레벨 디자인, 전투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대화, 멋지면서도 기능적인 UI 등 어느 하나 다른 게임에 쳐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획자들이 무릎을 칠 정도로 진보적이면서도 게임은 굉장히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놓았다. 남은 3개월 사이에 어떤 게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이 게임은 GOTY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다.

  1.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Irrational Games에서 같은 타이틀로는 속편을 만들 수 없었다. Dragon Age가 발더스 게이트의 정신적 후계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 [본문으로]
  2. 알파 프로토콜의 대화 선택지는 1)능글능글(제임스 본드) 2)단도직입(제이슨 본) 3)반 협박(잭 바우어) 스타일의 3가지가 항상 주어지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조차도 선택지로 간주된다. [본문으로]
  3. 윗쳐2는 초반에 대화를 잘못 선택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그냥 죽어버리기도 했다. [본문으로]
  4. 정확히는 게임 내에서 대화에 관한 AUG를 박아야 볼 수 있지만 이 AUG는 게임의 극초반부터 입수 가능하므로 사실상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본문으로]
  5. 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본문으로]
  6. 윙커맨더, 울티마, 울티마 언더월드 시리즈 등 오리진의 황금기에 활약했던 기획자. 이후 루킹글래스, 이온스톰 오스틴 등에서 시스템 쇼크1과 Deus Ex, Thief 등을 기획했다. 그렉 코스티켄의 학창 시절 친구로 스티브 잭슨 게임즈에서 함께 TRPG를 만들기도 했다. 55년생으로 은퇴할 때도 된 것 같은데 2010년 Epic Mickey를 내놓으며 여전히 활동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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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1.09.07 05:36



0. 전작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윗쳐2는 제목 그대로, 2007년 발매되어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던 The Witcher의 속편이다. 동명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네버윈터나이츠에 사용되었던, 바이오웨어의 '오로라 엔진'으로 제작된 전작은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사실적인 배경 세계 묘사와 연금술 시스템, 중세의 음울한 분위기를 잘 재현해낸 스토리가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본 대표이사의 경우 끔찍스러운 로딩과 어정쩡한 전투 시스템 등을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Witcher 짧은 감상 보러 가기]

2008년 발매된 The Witcher Enhanced Edition(이하 윗쳐EE)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델 등을 대폭 수정했으며 이 버전에 와서 드디어 극악한 로딩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므로 짧은 감상에서 로딩 문제는 취소. 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는 액션 RPG에서 타이밍을 통해 액션 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동작과 클릭 타이밍의 불일치에서 오는 병맛같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보고 꼭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는데, 전작에 대한 짧은 글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와 다른 게임이라서 태클을 건 것이 아니라, 의도와 달리 결과가 병맛같았기 때문에 깐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본 대표이사 D&D 게임 좋아한다.

어쨌든, EE 버전은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스팀에서 EE 버전을 지르고 얼마 안있어 18금 컨텐츠를 복구한 Director's Cut(이하 DC)을 별도 판매할 때엔 분노에 휩싸였지만 DLC 형식으로 DC를 지원함으로써 분노는 사라졌다.


1. 윗쳐2 - 콘솔로 전환?

한동안 윗쳐1을 XBOX360으로 컨버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조이패드로 입력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숄더뷰에 버튼으로 직접 공격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360버전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대신 윗쳐2가 나왔는데, 360 시절 이야기했던 방식으로 바뀌었다. 누가봐도 명백히 콘솔을 노린 전환이지만 PC용으로 먼저 발매되었다. 참고로 360 버전이 ESRB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봐서 조만간 발매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는 공교롭게도, 윗쳐1의 엔진을 만든 바이오웨어의 행보와도 일치한다. 바이오웨어의 대작 RPG였던 '드래곤 에이지'는 콘솔용에선 '구공화국의 기사단'과 같은 숄더뷰 인터페이스만 제공한 반면
PC용 버전에선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탑뷰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1편이 평가에 비해 판매량이 모자랐다고 판단한건지[각주:1] 2편에 들어서는 PC용 버전에서도 콘솔와 같이 숄더뷰 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각주:2]


콘솔용 RPG와 같은 형식을 취하게 되면서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 잡는 쇠칼과 몬스터 잡는 은칼을 필요에 따라 꺼내쓰는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이전에 병맛같다고 비판했던 전투 스타일 전환은 사라지고, 빠르지만 데미지가 약한 약공격(X버튼[각주:3])과 데미지는 높지만 가드 당했을 때 위험이 큰 강공격(Y버튼)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구르기 또한 버튼(A버튼)을 할당하고 사인[각주:4]은 B버튼, 가드는 RT버튼, 투척무기는 RB버튼에 배치해 몰입감 있고 역동적인 전투를 구성했다.

그 외엔 전작으로부터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모 블로거가 그토록 칭송해마지 않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다채로운 비선형적 퀘스트'? 그딴거 없다. 그냥 재미나는 스토리 따라 흘러가면 된다. 크래프팅이 확장되어 이젠 무기도 만들어쓸 수 있게 되었고 무기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도 때로는 만들어서 쓸 수 있다.



2. 형 만한 아우가 될까?

약점이라고 분류되었던 전투 시스템 외에도 윗쳐2는 윗쳐1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그래픽이 쩔어준다. 최근 추세인 언리얼3도 아닌, 독자 엔진으로 이정도 그래픽을 제법 안정적으로 뽑아준다는 것이 놀랍다.[각주:5] 최근 추세가 콘솔 때문에 PC 게임 그래픽이 중향평준화 되고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또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C모 회사처럼 게임을 그래픽 엔진용 쇼케이스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세계에 몰입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적외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Cat 포션을 마셨을때의 스크린샷(아래쪽)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드래곤에이지2 처럼 선택에 의한 분기를 둬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게 되는데,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없다. 다만 편의를 위해 중요한 대화는 색을 따로 칠해서 편의성을 높였고, 일부 대화는 답을 선택하는 제한 시간을 둬서 긴박감을 높이기도 했다.[각주:6] 필연적으로 선형일 수 밖에 없는 싱글플레이 RPG에서 스토리의 변주를 두는 시도는 바이오웨어가 먼저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에도 스토리가 좋은 게임으로 유명했는데 여기에 다시 업그레이드할 줄은 몰랐다.

그 외에도 몇가지 차이점은 더 있다. 대표이사는 쓰잘데기 없는 뻘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낮/밤으로 시간이 바뀌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19금 뿅뿅씬도 여전히 건재하고[각주:7], 주사위 포커에 이어 팔씨름 미니 게임도 생겼으며 주먹질 미니게임도 추가되었다.




윗쳐2는 한마디로 윗쳐1을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윗쳐1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대폭 보완하고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거나 소폭이라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마디로 모든 속편이 꿈꾸는 바로 그 '성공의 방정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3. 형제의 몸속에 흐르는 병맛의 유전자

그런데 어쩌랴. 세상 만사 뜻대로 되는 것이란 원래 별로 없는 것을. 형보다 나은 아우 만들겠다고 엄청난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지만 다 요약하면 돈이지만 , 어쨌든 그건 모든 것이 계획되로 잘 되었을 때의 예상일 뿐. 윗쳐2는 열심히 벌어놓은 점수를 상당히 엄한 부분에서 까먹었다. 바로 전투 시스템. 액션 RPG에서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고 볼 수 있는 바로 그 전투 시스템이 병맛인 것이다.

게임플레이 동영상으로 봤을 때 윗쳐2의 전투는 정말 매력적이다. 뛰고 구르고 날아가서 찍고 정말 화려하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전투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액션RPG 주제에 타겟팅을 한 1명의 적에게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만약 타겟과 플레이어 캐릭터 사이에 다른 적이 끼어있을 경우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그 칼이 앞에 있는 적을 베고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도 데미지를 전혀 주지 못한다. 레벨을 올려서 여러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피트를 얻더라도, 범위 안에 타겟팅 된 적이 없을 경우엔 마찬가지로 무용하다. 대신 타겟팅한 적에 대해서는 거리가 떨어져있어도 장애물만 없으면 단순히 공격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앞구르기로 접근해서 공격하는 등의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액션의 화려함을 위해 액션의 즉답성을 포기한 것이다. 오토 타게팅만 잘 구현해뒀어도 이렇게까지 전투가 갑갑하진 않았을텐데, 아쉽다.

또한 이 게임은 액션RPG 주제에 점프도 없다. 물론 점프가 있어도 전투가 시시한 게임도 있다지만[각주:8] 윗쳐2의 경우는 AI들이 기본적으로 다구리를 시도하기 때문에 점프가 매우 아쉽다. 구르기가 있다지만 구르기 도중에도 궤적만 맞으면 데미지를 입을 뿐더러, 지형이 대부분 협소해서 구르기를 마음껏 사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방패를 든 적의 경우 전방 180도 가량이 무적이기 때문에 뒤를 잡아야 하는데, 맵 때문에 구르다가 멈추면 심박수가 순식간에 안전수치 60-90을 넘어가버리기 일쑤이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드는 딱히 성공해도 큰 메리트는 없는 주제에 발동은 느리고 움직일 수도 없고 범위도 제한되어있어 사실상 봉인하는 편이 심장에 이롭다.

레벨이 오르면 필살기를 익힐 수 있긴 한데, 적을 때리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차고 아드레날린이 꽉 찼을 때 십자기 상향 버튼을 누르면 1명(레벨이 오르면 다수)의 적을 멋진 연출과 함께 순살 시켜버리는 기술이다. 말 그대로 순살이기 때문에 이 필살기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전투의 긴장감은 급락한다.

결국 윗쳐2의 전투는 뻔한 패턴으로 흐른다. 가드 하면서 다구리 치는 적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똥침을 한방씩 찌르다가 아드레날린이 모이면 필살기로 순살. 반복하다가 한마리가 남으면 마음대로 요리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정작 전투는 짜증나거나 싱거워진다. 액션 RPG로서는 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몹 상대 전투가 이리 시시하다면 보스전은 제법 신경썼을 것 같았으나... 보스전도 병맛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자고로 보스전의 정석이란 1) 보스한테 맞으면 무지하게 아프다. 2) 하지만 보스의 공격은 패턴이 있어 패턴을 따라가면 맞지 않고 때릴 수 있다. 이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윗쳐2의 보스전은 1번만 있고 2번이 없다. 보스의 공격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스의 공격을 예고하는 동작이라거나 이딴거 없다. 그냥 무지하게 아픈데 막 때린다. 보스의 특정 공격을 유도할 수도 없고, 가드할 수도 없다. 그러니 보스전마다 1~2시간씩을 플레이하지만 플레이할수록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그냥 운 좋을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위 스크린샷은 저 촉수 괴물이 모든 촉수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다. 보통은 이럴 때 그림자를 통해 공격이 떨어질 지점을 비춰주거나 하는데 윗쳐2에서는 그런거 없다. 카메라가 멋대로 돌아가서 주인공 위치조차 안보일 때가 많다. 거기다 촉수 괴물 공략의 정석인 '촉수 자르기'를 하게 되면 잘린 촉수가 맵 가운데에 남아서 주인공의 이동을 방해한다.(!) 촉수가 발에 걸려 잠시라도 지체하면 곧바로 다른 촉수로 아프게 얻어맞는데, 아까 말한 것 처럼 저렇게 촉수를 쳐들고 나면 발 밑이 안보인다. (어쩌라고!!!!) 하기사 드래곤과 싸울 때에는 보이지도 않는 꼬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아프게 때리기도 하니 할 말 다했다.. (그러니까 점프를 넣었어야지!)

전투 시스템이나 보스전이나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화려하고 있어보이는데 집중한 나머지 액션 게임으로서의 조작감이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얘네가 1편에서 시도했던 것도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고적으로는 병맛이 아니었던가. 속편이 전편의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필이면 병맛을 유전자로 이어갈 게 뭐람.

그리고 전투와 관련된 또하나 지적할 것은 '포션을 마음대로 빨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에서 포션은 3분 ~ 10분 정도로 긴 시간동안 효력을 발휘하는데, 포션을 마시기 위해선 반드시 명상 모드에 들어가야한다. 문제는 아무때나 명상 모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당연히 전투가 시작되면 - 특히 보스전- 명상 모드 따위는 사용할 수 없다. 스토리따라 가다가 보스를 마주쳤는데 포션을 마실 수 없어 이전 세이브를 불러와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장소 직전에서 명상하고 포션 마시고 보스전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병맛같은 상황이 게임 내내 흐른다. 뭐 본 대표이사처럼 '진정한 사나이는 포션 따위 빨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유저라면 상관없겠지만.


4. 그 외 사소한 약점

그 외에도 사소한 단점들은 다소 있다. 이를테면, 포션 외에 갑옷이나 무기등을 제작할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을 넣으면서도 창고는 넣지 않았다. 적을 죽일 때 마다 각종 재료들이 듬뿍듬뿍 떨어지는데 이걸 쌓아놓을 곳이 없어 다 짊어지고 다니거나 어디다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질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구르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싸우자는 거냐...

저널, 인벤토리 등 게임 내부에서 자주 쓰는 메뉴들을 Save, Load, Exit와 같은 시스템 메뉴에 붙여버린 것도 사소하지만 지적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ESC 눌러서 메뉴 뜨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페이스 형식이 게임과 유저 사이에 장벽을 놓는 느낌이라 게임을 하기 위해 인벤/저널을 여는데도 게임으로부터 격리되는 느낌이 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패드 입력에 대한 규칙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좌측 아날로그 패드로도 네비게이션이 되는데 어떤 곳에서는 십자키만 되었다. 패치 이후엔 십자키로 통일된 것 같은데 더 불편하다. =_= 매수나 도박을 할 때 패드로는 돈을 1씩만 늘릴 수 있어 불편하다든지, 스킬 트리에서 패드로 아이콘을 찾아가기 힘들다든지. 등등 아직까지 패드의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보인다. 엑박360 버전에선 좀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5.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게임.

이렇게 까고 보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황량한 쓰레기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진 않다. 솔까말 드래곤 에이지2도 그렇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지만 드래곤 에이지2보다 낫다고는 못해도 못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제법 잘 만든 게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좀 더 잘 다듬었으면 "드래곤에이지2 그게 뭔가요 컵받침인가요 우걱우걱" 거리면서 올해 최고의 RPG 따위는 그냥 씹어먹었을 것이다.

대표이사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10점, 인터페이스에서 5점을 까고 100점 만점에 85점을 부여하는 바이다. 몰입감 있는 세계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RPG 팬이라면 50달러가 아까울 작품은 아니다.
  1. 400만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명성이나 투입한 자본에 비하면 분명히 적다. [본문으로]
  2. 캐쥬얼한 콘솔 게이머를 노린 선택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반발로 판매량은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스이펙트2를 끼워 팔 정도로. [본문으로]
  3. 윗쳐2는 드래곤에이지2와 달리 조이패드를 지원한다. 버튼은 현재 PC용 패드의 사실상의 표준인 XBOX 360 Controller for Windows 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본문으로]
  4. Sign. 윗쳐가 쓰는 간단한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5. 대표이사 i5 750에 ATI 5850 쓰는데 High 옵에서 30~40 프레임 정도 뽑혀나온다. [본문으로]
  6. 대화 선택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이미 옵시디언이 제작한 스파이 RPG인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도한 바 있긴 하다. [본문으로]
  7. 여전히 별거 없지만. [본문으로]
  8. 최근 게임으로는 용두사미의 극치를 보여준 Divine Divinity 2 Dragon Knight Saga가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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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1.06.0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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