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KOF가 또다시 돌아오다


얼마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편2편을 통해 중국의 수집형 RPG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특히 1편에선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장점과 단점, 2편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실험들을 소개했죠. 해당 포스트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에서도 서비스 되기도 했고, 포스트를 쓰는 과정이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쉬고 싶었으나, 최근 또다시 흥미로운 게임이 출시되어 소개드립니다. 텐센트의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 명운) 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iOS 앱스토어(중국 계정)

안드로이드 APK


기본적으로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도탑전기 위에 벨트스크롤 액션을 올린 게임입니다만 게임플레이 디자인 뿐만 아니라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에서도 화영닌자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선 먼저 게임 플레이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고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은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각 모드 별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로 올려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KOF 데스티니 플레이 영상 모음



1. 벨트 스크롤 액션으로 돌아온 KOF

권황명운은 아예 턴제 RPG로 제작되었던 KOF98UM과 달리 흔히들 '던파 스타일' 이라고 부르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평타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 만으로 자동으로 연속기가 나가며 각 캐릭터가 갖는 고유의 필살기들은 쿨타임이 있는 스킬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원래 1:1 격투 게임인데도 벨트 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된 것은 벨트 스크롤이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 KOF의 대전 격투 형식에선 상대 캐릭터를 갈아치우는 것 외엔 플레이 경험에 다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운영해야하는 모바일 게임에선 굉장히 치명적이죠. 

반면 벨트 스크롤 형식은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PVE만 하더라도 일반 RPG와 마찬가지로 몹의 구성과 배치 등을 통해 다양한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고, 벨트스크롤이라도 1:1 구성을 취하면 대전 격투와 마찬가지의 1:1 전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도 일반 벨트 스크롤 스테이지와 1:1 형식을 섞어가며 스테이지들을 구성하고 있지요. 

이런 컨텐츠의 유연성은 이 게임의 백미인 멀티 플레이 컨텐츠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기존 KOF의 1:1 전투로는 1명이 1캐릭을 맡아 질 때 마다 교대하는 5판3승제나 라운드별로 1명씩 참여하는 3판2승 외의 컨텐츠를 꾸릴 수 없습니다. 자기 턴 아니면 손가락 빠는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벨트 스크롤 형식에선 여러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코옵, 레이드, 양팀이 동시에 부딪혀 싸우는 팀 대항 PVP 등 다양한 컨텐츠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2. 기본 전투 조작

기본적으로는 2년 전의 나루토 화영닌자와 유사합니다만 KOF IP에 기인한 기믹이 몇가지 추가되어있습니다. 일단 3인 1조라는 KOF의 특성을 이어받아 기본적으로 각 세션은 2~3명의 캐릭터로 팀을 짜 플레이하게 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험스테이지는 위 스크린샷에서 보는 것 처럼 교대해가며 조작할 수 있는 2명의 조작 캐릭터와 소환수 처럼 호출하면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다시 돌아가는 원호 공격 캐릭터 1명으로 구성됩니다. 모드에 따라선 원호 공격 캐릭터 없이 조작 캐릭터만 3명 투입되기도 하고, 캐릭터를 자유롭게 교대할 수 없고 조작 캐릭터가 죽어야만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는 모드도 있습니다.

전투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출/회피'에 관한 것입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초필살기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스킬을 맞추면 '기'가 1개 쌓이고, 탈출은 기를 1개 소모합니다. 그리고 기는 최대 4칸까지 쌓이고 초필살기는 4개의 기를 모두 소모합니다. 상당히 직관적인 규칙이긴 합니다만, 이 규칙이 PVP에서의 공방을 상당히 제한하였습니다. 

일단 스킬을 맞춰야만 기가 쌓인다는 점이 극단적으로 공격자를 유리하게 합니다. 스킬 콤보를 때리는 쪽은 기를 계속 쭉쭉 채우는 반면 정작 얻어맞는 쪽은 기를 채울 수 없어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게 되지요. 맞는 쪽이 탈출을 써서 반격에 나서려고 하면 상대도 탈출해서 역공이 들어오는데 이 땐 쿨타임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아야 합니다. 기를 모두 소모하는 초필살기 역시 상대가 탈출해버리면 역습을 그대로 맞아야하기 때문에 섵불리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탈출과 초필살기를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한, 역설적인 상황이 옵니다.

권황명운은 회피/탈출 시스템을 가다듬어 위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초필살기는 기를 사용하고 탈출/회피는 전용의 회피 게이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초필살기와 회피 사용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회피 게이지는 스킬을 맞추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차오르게 해 방어자의 탈출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서의 '탈출'은 게이지 2칸을, 아직 맞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적 이동 수단인 '회피'는 게이지 1칸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탈출 / 회피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게이지를 적게 쓰는 '회피'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관련해서 탈출 가능 / 불가(탈출 쿨타임이 안끝났거나 기가 없어서 탈출 할 수 없음) 2가지의 상황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황의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을 때에만 승부를 걸었고 탈출 게이지를 토하게 만드는 수싸움이 PVP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권황명운은 회피/탈출에 대해 보다 다양한 상황과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화영닌자가 보여줬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KOF의 색채를 더했고, 여기에 PVP 플레이의 다변성을 제한했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벨트 스크롤 전투가 완성되었습니다. 


3. 기본 모험 스테이지

 

 

기본적인 컨텐츠 구조는 도탑전기류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모험 모드는 일반 스테이지와 하드 스테이지로 나뉘고, 각 스테이지에선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드랍됩니다. 스테이지에 참여한 캐릭터에게 별도의 경험치를 주진 않고(예외적으로 해당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땐 경험치를 줍니다.) 원하는 캐릭터에게 쓸 수 있는 경험치 재료를 준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별3개를 획득하면 '소탕' 기능으로 전투 없이 보상만 챙겨갈 수 있는 구조 또한 동일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이제 더이상 소탕을 '소탕권'의 형식으로 제한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파밍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권황명운에도 적용되어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탭하면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의 목록이 나타나며 KOF98UM처럼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저 화면에서 그대로 소탕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개 남았는지 계산할 필요 없이 50회 소탕(때로는 10회 / 30회 소탕) 버튼을 누르면 수량이 채워지거나 행동력을 모두 소진할 때 까지 자동으로 돌다가 알아서 멈춰줍니다.


기본적으로 원작 KOF가 캐릭터성이 강하기 때문에 컷씬이나 인게임 대화씬 등으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전달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깨고 나면 소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비전투 씬이 길어도 유저에게 큰 불편이 되진 않지요. 일부 챕터들은 통째로 빌리나 킹과 같은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스테이지들은 해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강제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게 함으로써 캐릭터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쇼케이스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4. 다양한 형식의 스테이지 구성

게임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까 영상에서도 보셨든 벨트스크롤 Beat'em Up 스타일의 스테이지와 1:1 대결 형식의 스테이지 입니다만, 이 두가지의 조합 만으로는 아무래도 플레이 경험의 단조로움을 피하기는 힘듭니다. 권황명운은 중간 중간 특별한 기믹을 추가한 스테이지들을 섞어줌으로써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전달합니다. 장르 고전인 더블드래곤이나 파이널파이트에서의 바닥에 떨어진 물건 주워 던지기가 아주 대표적인 기믹이 될 겁니다. 벨트 스크롤 게임에선 이 주워 던지기가 게임의 기본 액션으로 컨텐츠 전반에 깔려있지만, 권황명운은 이 기믹을 일부 스테이지에만 적용하되, 해당 기믹을 그 스테이지의 핵심 컨텐츠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위 영상 1분 5초부터 시작되는 스테이지는 아테나를 지키는 디펜스 모드로 구성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얼음 폭탄으로 멈추는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약을 빨았길래 이런게 나오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막나간 스테이지들도 제법 있습니다. 일단 위 영상을 한번 클릭해보시죠.. 자동차 추격전이야 뭐 장르 고전인 캐딜락 앤 디노사우르스의 오마쥬인가 싶습니다만 헬기 슈팅에 다람쥐 잡기 이런 것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이런 특수 스테이지들은 새로운 경험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후술할 이벤트 컨텐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컨텐츠만은 아니에요.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에는 소탕이 전제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소탕을 제한하거나 비싸게 팔아서 유저의 물리적인 시간을 소진시키는 것을 과금의 전제로 삼는 게임에선 컨텐츠의 보상을 책정할 때 플레이 타임 또한 비용으로 계산에 잡아야 합니다. 난이도 대비 적절하다고 해도 시간이 턱없이 짧은 스테이지가 있다면 해당 스테이지가 Exploit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애초에 모든 스테이지가 1회 클리어 후 소탕된다고 하면 Exploit 걱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5. 다양한 부속 컨텐츠

모험모드는 소탕으로 행동력을 태워버리고 부가 컨텐츠로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도탑전기류의 기본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경험치/골드/강화석 일일 던전부터 살펴보자면 경험치 던전은 일반 벨트 스크롤이지만 나머지 추격전, 자동차 부수기 등의 구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굳이 플레이할 필요 없이 약간의 보너스까지 붙여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의 정석입니다.


계속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깨고 올라가는 시험의 탑 컨텐츠인 '기스탑' 또한 정석 그대로를 따르고 있습니다. 매일 이전에 깼던 층 까지는 다시 깨지 않아도 매일 자동으로 보상을 받는 점은 동일합니다만, 이전과 달리 보상을 수거하는데 걸리는 시간 없이 보상이 바로 들어옵니다. 단, 181~190층 까지는 오토로 깨지 못하게 하고 190층을 다 깨면 추가 보상을 줌으로써 컨텐츠를 소진한 상위 유저도 계속해서 시험의 탑에 도전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컨텐츠의 형식 외에 부가적인 규칙으로도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순회 도전은 각 스테이지마다 특정 그룹을 랜덤하게 선택해 해당 그룹으로 플레이하면 더 높은 보상을 주는 컨텐츠입니다.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는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죠.


이 외에 하루 한번 플레이 할 수 있는 '1코인 클리어'는 예전 오락실처럼 3명 팀을 골라 해당 멤버로만 5판 3승 대전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모드입니다. 총 9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는데 1코인 클리어라는 말 그대로 하루에 단 한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할 경우 그 날은 그걸로 끝입니다. 다이아를 내면 재도전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이어할 수는 없어요. 매 주 획득한 점수로 고정 누적 보상이 있는데 9스테이지 올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선 이틀이면 달성할 수 있어 매일 플레이해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각 참가자가 그 주에 기록한 베스트 기록으로 랭킹을 메겨 추가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원한다면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공략이 필요합니다. 


6. PVE 멀티 컨텐츠

이런 싱글 기반 부속 컨텐츠 외에 멀티플레이어 컨텐츠도 다수 준비되어있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것은 2인 코옵 PVE 모드입니다. 특정한 스테이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는 난이도를 고르고 시작 버튼3을 누르면 파티의 전력에 맞춰서 스테이지가 랜덤하게 선택되고 난이도도 알아서 설정됩니다. 성적에 따른 보상 차등이 없기 때문에 오토를 걸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2인 코옵은 하루 3회 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대신 친구와 수동 파티를 맺거나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 + 친구 수동파티의 경우엔 총 3배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2인 코옵 외에 3인 코옵 PVE가 따로 존재합니다. 3인 코옵은 2인 코옵과 달리 각각의 스테이지에 난이도와 보상이 세팅되어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스테이지를 골라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보스의 패턴이 강력하고 난이도가 높으며, 3인 중 가장 높은 데미지를 준 MVP에겐 추가 보상이 주어지는 경쟁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등 단순 코옵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레이드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하루 3판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원한다면 티켓을 구입해 추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티켓 1장의 가격은 고정이지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1판에 소모되는 티켓 수가 늘어납니다. 고난도에서 좋은 보상이 나오기 때문에 고스펙 사용자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 3인 코옵 던전에서 많은 보상을 긁어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멀티플레이 PVE모드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친구를 초대해 수동 파티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빠른 실행'을 누르면 자동으로 파티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빠른 실행은 대기방에 입장한 뒤에 시작하는 절차 없이 매칭 후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매칭이 굉장히 빠릅니다. 2인 코옵은 빠른 시작을 누르자마자 게임이 시작되고 3인 코옵은 15초 안에 무조검 파티가 맺어집니다. 봇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티 플레이어 컨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함께 플레이할 다른 유저와 파티를 맺지 못하면 해당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매칭 문제는 동시접속자 수와 연관됩니다만, 수직 성장과 컨텐츠의 난이도 분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직 성장이 깊은 게임이 이 수직 성장 정도에 따라 여러 난이도로 컨텐츠를 쪼갤수록 각각의 난이도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수는 줄어들죠. 특히 운영한지 시간이 지나 유저들의 스펙이 올라가있는 상태에선 신규 유저가 복귀 유저가 들어와도 함께 할 인원이 없어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봇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코옵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간대를 좁혀 밀도를 높이거나, 난이도에 따른 컨텐츠를 줄여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유저의 수를 늘리거나, 초반부는 1인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등이죠.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은 유저를 불편하게 하거나, 성장해서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일부 해치거나, 여럿이 협력하는 모드가 핵심 재미인 컨텐츠에서 협력하는 재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최근 오픈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권황명운은 봇을 사용함으로써 수직 성장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멀티플레이어에서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7. PVP 멀티 컨텐츠

다음은 권황명운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PVP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가장 접근성이 좋은 비동기 PVP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비동기 PVP는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과 마찬가지로 랭킹을 기반으로 상대를 지목해 도전하며, 자신보다 높은 순위에 도전해 이기면 해당 순위로 뛰어오르는 순위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100등이 90등에 도전해서 이기면 90등이 되고 91등부터 99등 까지는 한칸씩 내려가는 식이죠. 하루에 5번 플레이할 수 있고 다이아를 내면 추가 플레이가 가능하며 매일 오후 9시의 순위를 기준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비동기 대전은 상하 폭이 좁아 1:1 대결에 최적화 된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며 오리지널 KOF와 마찬가지로 3인 파티 중 한명씩이 차례로 나와 싸우다 체력이 다하면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고 3명 모두를 쓰러트리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다만 위 영상 50초에서 보이는 것 처럼 한명을 쓰러트린 뒤 라운드를 종료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5판3승제가 아니라 그자리에서 바로 캐릭터가 교대되며 타임 아웃이 발생하면 무조건 도전자의 패배로 처리됩니다.

이러한 비동기PVP는 동기식 PVP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도 플레이어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동기식 PVP는 필연적으로 1명의 승자와 1명의 패자를 발생시킵니다. 그 치열한 대결이 게임의 재미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경험을 좋아하는 것이지 누구도 패배를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동기 PVP는 랭킹표에서 전력을 보고 내가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합니다. 못이길만한 상대는 피하고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체로 이기는 경험만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동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선 져서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여전히 경쟁은 발생합니다. 게다가 스펙을 높여 더 높은 순위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순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험은 도탑전기류 게임이 추구하는 끊임없는 성장과도 아주 잘 부합합니다.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비동기 PVP의 장점입니다. 게다가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의 동기식 PVP는 시스템적으로 대등하게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주기가 힘듭니다. 최상위의 핵과금 열성 사용자들이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다른 최상위와 대결을 펼치겠지만 그 아래에선 기본적으로 스펙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와 매칭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 뉴비들은 대결의 재미보다는 학살당하는 불쾌함만을 느낄 확률이 큽니다. 반면 비동기PVP는 싸울 상대가 떨어질 우려가 없습니다. 접속해있든 접속해있지 않든, 심지어 이미 게임을 접은지 1년이 지난 상대라도 기록이 남아서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어주죠.


물론 액션 게임인 만큼 보다 치열한 대결을 원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동기식 PVP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1:1 동기식 PVP는 플레이어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중 3개로 팀을 짜서 KOF 식으로 5라운드 3선승제로 진행하는데, 일부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더라도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동기식 PVP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레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일정 구간까진 플레이어 스킬이나 스펙 둘 중 하나만으로도 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상위로 가기 위해선 둘 다 갖춰야 하는 것이죠. 월 단위로 레더 순위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고 리셋됩니다.


이미 모바일 MOBA 게임인 왕자영요를 e스포츠에 안착시킨 텐센트는 콘트라 리턴에서도 이 e스포츠로 연계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3:3 PVP를 콘트라 리턴의 킬러 컨텐츠로 탑재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에서 독특한 3:3 PVP를 탑재하고 있지요. 일단 위 영상을 보시죠.

양팀 플레이어는 각기 맵 양 끝에 있는 각 팀의 본진에서 스폰되고 상대 팀의 진영에 있는 2개의 타워를 먼저 부수는 팀이 승리합니다. 맵의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1레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MOBA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장거리 공격을 베이스로 하는 콘트라 리턴에선 복잡한 지형 지물을 통한 회피와 우회 등의 전략을 중시했습니다만 근거리 격투를 베이스로 하는 권황명운은 지형은 단순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캐릭터 간의 조합과 화력의 협동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고 그 캐릭터들로 PVP를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PVP의 성능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BM과 게임디자인 편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PVP에서 캐릭터의 성능은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아닌 플레이어가 그동안 키워온 캐릭터 전체의 성장 합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전까지 쌓아둔 전투력이 40만이라면 게임 처음부터 키워온 SSR 6성 오렌지+4등급의 폭주 이오리로 플레이하건 방금 얻은 R 4성 녹색+1 등급의 야부키 신고로 플레이하건 동일하게 전투력 40만을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개별 캐릭터의 등급이나 성급, 육성 정도에 얽메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쓰고 싶은 캐릭터로 PVP를 플레이하면 됩니다.

PVP 플레이를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PVP는 - 특히 동기식 PVP는 -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꺼리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PVP를 일퀘에 밀어넣어 하기 싫어도 보상을 위해 플레이어가 억지로 몇판은 PVP를 하도록 (그리고 강자들에게 썰리도록) 강요합니다. 의지의 마조히스트 전투민족 코리안에겐 이런 협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개복치 멘탈의 중화인들에겐 씨알도 안먹힐 소리죠. 비동기 PVP, 1:1 PVP, 3:3 PVP 셋 다 플레이하면 보상을 받는 일퀘가 걸려있긴 합니다만 캐주얼한 비동기 PVP의 일퀘만 일퀘 올클리어 미션에 묶여있습니다. 1:1과 3:3은 플레이하면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8. 길드 컨텐츠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어둠으로써 장기적으로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이 바닥의 상식입니다. 권황명운 역시 길드 출석, 길드 미션 등과 같은 길드 컨텐츠를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6단 보상은 일간 길드 활동 보상입니다. 플레이어가 길드와 관련된 행위를 하면 점수가 쌓이고 점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길드라고 하면 리니지 혈맹처럼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컨텐츠를 중시합니다만, 소소하게 제 할일 하면서 보상 받는 초식형 길드도 사용자를 게임에 잡아두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길드 경쟁은 소수 엘리트 길드의 전유물임을 생각해보면 초식형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길드 보스 전의 플레이 영상입니다. 여러 보스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있고 한 보스를 다 잡으면 다음 보스로 넘어가는 형식입니다. (진도는 매주 리셋됩니다.) 각 길드원이 하루에 2번 공격에 참여할 수 있고 참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길드가 각 보스를 가장 빨리 잡았는지, 각 길드 내에선 누가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줬는지 등을 표시해서 경쟁을 유도하지만 추가적인 보상은 없는 자기 만족형의 경쟁입니다.


초식형 컨텐츠도 있지만 경쟁형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길드 노력전은 길드전을 통해 각 서버 당 존재하는 세개의 거점을 점령하는 컨텐츠입니다. 한 길드는 1개의 거점만을 가질 수 있고, 해당 거점으로부터 매일 소량의 자원을 공급받습니다. 각 거점마다 정해진 요일일 정해진 시간에 길드전이 열려 거점의 주인을 가립니다.


거점을 현재 가지고 있는 수비 길드는 단일 팀이지만 공격팀은 복수 길드로 구성됩니다. 공격팀 수비팀은 별도의 파티 없이 개개인이 매치 메이킹을 시도하면 1:1, 3:3, 1:3 모드 중 랜덤한 모드를 고르고 파티를 구성해줍니다. 1:3 모드에선 수비팀이 1명 공격팀이 3명으로 구성되는데 수비팀에는 데미지를 받아도 경직되지 않는 슈퍼아머가 적용되기 때문에 1:3으로도 밸런스가 대충 맞습니다. 개별 승패 보다는 매 판 공격팀 / 수비팀의 플레이어들이 얻은 점수의 합으로 공격 성공 / 방어 성공을 가리는데, 사람이 부족하면 봇이 매칭되기도 합니다.


비정기 컨텐츠로는 길드 토너먼트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길드 토너먼트는 하루에 한 라운드씩 진행되며 15분간 2:2 팀 전, 남은 15분간은 1:1 개인전으로 진행되는데 1:1은 1라이프로 먼저 죽는 쪽이 지는 규칙이고 2:2 팀전에선 각 참가자가 3라이프를 갖고 전투에 뛰어들어 두명 모두 3라이프를 소진한 팀이 지는 규칙입니다.

길드 노력전과 길드 토너먼트 둘 다 길드 기반의 PVP 컨텐츠 입니다만 각 길드에서 선별한 소수의 최정예 멤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원이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만일 어느 한 길드의 인원이 부족해 매치메이킹이 힘들 경우는 봇을 투입해 많은 인원이 참가한 길드가 상대가 부족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아무래도 봇이 약하기 때문에 다소 전력이 약한 길드원이라도 일단 참여하는 것이 길드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별도의 파티 매칭 씬 없이 그냥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매치메이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 구성 등에서 오는 불필요한 불편이나 문제도 없습니다.


9. 화영닌자를 넘어서 - 청출어람 이청어람

권황명운의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화영닌자의 코어 전투 시스템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습니다. KOF 전통의 1:1 결투 보단 벨트 스크롤 전투가 컨텐츠 제작 및 운영에 더 유리함은 서두에 설명 드렸고, 벨트 스크롤로 가기로 했다면 완성도가 높고 장기 흥행으로 시장성도 검증된 화영닌자를 모태로 삼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사실 이미 작년엔 화영닌자의 시스템에 에반게리온 IP를 끼얹은 에반게리온 파효가 출시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화영닌자의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스킨만 에반게리온의 요소들로 갈아치웠던 파효와 달리 권황명운은 화영닌자의 이식에 그치지 않고 화영닌자를 베이스로 한 KOF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장기 운영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컨텐츠 생산에 유리한 벨트 스크롤을 채택하긴 했으나 기 폭발, 구르기, 원호 공격 등 KOF의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해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벨트 스크롤 KOF를 만들어낸 것이죠. 특히 개선된 탈출/회피 시스템은 KOF의 구르기 공방을 연상시키면서도 화영닌자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투를 연출해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협동 PVE, PVP 모드, 길드 컨텐츠 등이 추가되면서 권황명운은 화영닌자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화영닌자도 출시된지 이미 2년이나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권황명운은 상당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KOF 스킨을 씌운 화영닌자도 아니고, 그럭저럭 할만한 IP 게임도 아닙니다. 정말 제대로 잘 만든 모바일 게임입니다.

기본 시스템 외에 BM과 메타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화영닌자보다 상당히 발전된 면을 다수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2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by 고금아 2018.07.11 02:54

0. 도탑전기류의 최신 진화형이 오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1) - 벨트스크롤 돌아온, 제대로 된 모바일 KOF


지난번에 2개 포스트에 걸쳐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수집형 게임인 도탑전기류 게임이 실은 가챠를 통한 캐릭터 수집에 중점을 두는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제한된 캐릭터 풀 내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강조하는 수직 성장형 게임으로 분류되어야 함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이 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음도 설명 드린 바 있죠. 

넷이즈가 음양사나 영원한 7일의 도시, 반역성 밀리언 아서 등 도탑전기류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약점을 피해 보다 운영에 유리한 수집형 게임을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텐센트 역시 기존의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KOF98UM 부터 나루토 화영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 마다 계속해서 BM과 게임 디자인을 바꿔가면서 도탑전기의 핵심 재미인 수직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약점인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는 방법을 탐구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명운)이 바로 그런 텐센트 도탑전기의 최첨단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디자인과 BM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쓰여졌습니다. 혹시 잘 모르시겠다면 이전 포스트들을 한번 읽고 와주세요.


콘트라 리턴의 과금 시스템 정리

2016년 중국 모바일 RPG의 성장 시스템 비교 분석

중국 RPG들의 가차 판매 디자인에 관한 고찰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2



1. 텐센트가 개척한 액션 중심의 도탑전기류 BM의 진화 흐름


 


 


텐센트는 KOF98UM, 나루토 화영 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이렇게 4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만 이들은 크게 턴제 RPG(KOF98UM, 용주격투)와 ARPG(화영닌자, 콘트라 리턴)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전투의 형식의 차이는 아닙니다. 기본적인 BM의 구성에서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인 KOF98UM과 용주격투는 성장의 중심이 캐릭터에 있습니다. 조각을 모아 올라가는 성급 성장 외에 스테이지에서 파밍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등급(녹+1 등), 고난도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각성 등의 성장컨텐츠들이 캐릭터에 묶여있고 당장 사용하는 덱에 올라온 6개 캐릭터의 전투력이 핵심이 됩니다. 이렇게 캐릭터 단위의 깊은 성장은 신캐를 획득해도 기존에 전력으로 쓰던 캐릭터만큼 키우기는데 많은 시간이 들거나 아예 신캐 조각을 모으는 동안 기존 캐 조각이 더 모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를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가장 직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신캐의 효용이 떨어지고,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에 유저를 잃기는 쉬워도 새로 얻기는 힘듭니다.


 

 

화영닌자는 스테이지 파밍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를 모두 캐릭터가 아닌 계정 귀속으로 돌림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새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바로 이전까지의 성장이 적용되어 특별히 해당 신캐를 키울 필요 없이 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캐릭터 성급 성장은 여전히 캐릭터에 귀속됩니다만 S, A, B 등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엄격하게 나누고 신캐를 고등급에 배치함으로써 이 신캐의 성급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성급은 아직 덜키워서 낮지만 등급이 높기 때문에 고성능인 것이죠. 또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신캐가 주는 컨텐츠 변화가 상당히 크고, 따라서 신캐에 대한 매력이 높습니다. 플레이해서 점점 더 강해진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새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를 더합니다. 수직 성장을 중심으로 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수집의 재미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구성은 슈팅 RPG인 콘트라 리턴에서 조금 변화합니다. 슈팅 게임이라는 특성상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총기류입니다만, 횡스크롤 슈터라는 형식이 총기 간의 성격 차이를 체감하기가 힘듭니다. 서든어택 같은 FPS 슈터들은 같은 돌격소총이라도 M16은 데미지가 적은 대신 반동이 적고 AK-47은 데미지가 크지만 반동이 크며 FAMAS는 연사가 빠르다는 등의 특징을 눈치채기 쉽습니다. 하지만 횡스크롤 슈터에선 샷건과 돌격소총, 머신건 등 유형별 차이는 느낄 수 있어도 M16과 AK-47의 차이는 느끼기 힘들죠. 또한 총기는 도구일 뿐이라 캐릭터 처럼 수집 대상으로써의 욕구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해도 플레이 경험이 총구에 너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콘트라 리턴은 게임의 토큰을 총과 캐릭터로 구분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여러 총기 중 2개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가챠나 플레이를 통해 구입하고 획득할 수 있는 토큰은 총입니다.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등급을 B, A, S, SS 등으로 강하게 구분합니다.(등급을 올릴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총기의 유형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결정되고 태생 등급에 의해 성능이 결정됩니다. 각 총들은 다른 도탑전기류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들과 드물게 공급되는 조각을 통해 등급과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총이 주는 플레이 경험이 뚜렷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당장 선호하는 총기만 수집하고 육성하는 식으로 컨텐츠가 선별적으로 소진될 우려가 있습니다. 당장 서든 어택만 하더라도 돌격 소총만 쓰는 사람은 돌격 소총만 쓰고 샷건 쓰는 사람은 샷건만 쓰죠. 콘트라 리턴은 컨텐츠에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활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지정한 단 한가지 종류의 총만 사용할 수 있는 일일 던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장 장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종류별로 가장 좋은 총 1개씩을 슬롯에 배치해 능력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원치 않는 총의 성장에 대해서도 보너스를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 '덱'은 게임에 들고 들어가는 토큰이 수량이 제한된 구조에서 더 좋은 새 토큰(화영닌자의 경우는 캐릭터, 콘트라는 총)을 얻었을 때 기존에 키워뒀던 토큰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단점도 보완해줍니다. 당장 들고 쓰지 않더라도 저 덱에 배치함으로써 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요.


 

 

총기가 성장의 축이라면 캐릭터는 주기적인 수집의 대상으로 게임에 꾸준히 추가됩니다. A급 캐릭터는 몇만원 상당의 젬으로 고정가에 살 수 있고 S급 캐릭터는 전용의 기간 한정 가챠로 판매되는데 대략 15만원 정도면 획득이 보장됩니다. 비싸게 만든 컨텐츠를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게임 경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컨텐츠를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함으로써 장기 운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획득은 15만원 선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버당 1명에게만 최고 성급으로 초월시킬 수 있는 조각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도 일부 보존되고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특정 스킬을 해금하기 위해선 특정 등급의 특정 총기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걸려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라도 희귀한 총기를 얻고, 나쁜 총기도 육성하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콘트라 리턴이 갖는 또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PVP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루토 화영닌자 또한 실시간 동기식 PVP가 강점이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단순 데스매치가 아닌, 전략적인 3:3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좌우에서 각 팀의 멤버들이 스폰되어 가운데의 지점을 일정 시간 점령하면 승리하는 방식의 모드입니다.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팀웍과 지형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전략이 중요하죠. 일반적인 게임의 PVP 모드라기 보다는 e스포츠를 노린 게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이러한 게임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도탑전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한정된 캐릭터를 계속해서 높이 높이 쌓아올리면서 성장을 느끼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라면 콘트라 리턴은 여러 캐릭터를 모아서 이들을 갖고 놀면서 각각 캐릭터가 주는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수집형 게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이라고 치기엔 매출 면에서나 그 컨텐츠의 차별성 면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다소 낮습니다만, 그 차이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실시간 PVP라는 환경을 통해 증폭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e스포츠화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장기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아주 정석적인 도탑전기류의 BM과 게임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소탕을 자동화 시켜준다거나, 각성석 가챠로 상품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깊은 수직 성장 때문에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에 제한되고, 신캐의 상품성이 떨어지며 장기 운영에서 불리해지는 본질적인 약점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화영닌자와 콘트라 리턴은 수직 성장을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도 수집을 강조해 장기적으로 신캐를 판매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권황명운의 BM과 게임디자인 역시 이러한 화영닌자 - 콘트라 리턴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3. 캐릭터 단위로 키우고 계정 단위로 누적되는 독특한 성장 구조

일단 권황명운의 캐릭터의 기본 육성 화면은 화영닌자보다는 기존의 KOF98UM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각 캐릭터 별로 능력치가 있고, 캐릭터 별로 육성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6개의 재료 슬롯이 있고 각각의 등급에서 특정한 재료를 일정 갯수 이상 요구하며 이 조건을 모두 채우면 등급이 올라가며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치가 적용되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더해주는 보너스 능력치를 키우는 방식이거든요.

위 스크린샷에서 랄프의 스킬 공격력 1014, 방어 120, 공격 80, 생명 694 + 격투가 전력 10462라는 수치는 랄프라는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가 아니라 현재 랄프가 계정에 더해주는 능력치입니다. 랄프를 쓰든 안쓰든 랄프는 계정에 저만큼의 수치를 더해주고, 등급을 올리면 보너스가 각기 1144, 139, 95, 809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현재 얻은 전투력이 40만이라면 오랫동안 키운 6성 SR 58레벨 랄프를 전투에 끌고 가든, 방금 얻은 전투력 100짜리 1성 R 유리를 전투에 끌고가든 동일한 스펙을 적용받습니다.


권황명운은 화영닌자나 콘트라 리턴과 마찬가지로 희귀도를 엄격하게 나누는 게임입니다. R, SR, SSR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고 희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SSR과 SR은 해당 캐릭터의 성능을 갈라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희귀도가 높으면 동일 레벨 동일 등급에서 더 많은 능력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 상승을 위해선 희귀한 캐릭터가 많은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성능은 전체 전투력에 영향을 받을 뿐, 희귀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캐릭터라는 컨텐츠의 활용에서 3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첫째로 조작에 의한 체험을 중시하는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희귀도와 조작 캐릭터의 선호도를 나눌 수 있습니다. 희귀도가 성능과 직접 연결된 화영닌자의 경우 록리의 전투 스킬을 좋아하지만 희귀도 때문에 성능이 낮아서 사용을 꺼리게 된다거나, 마이트 가이의 조작은 싫어하지만 희귀도가 높아 성능이 좋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해야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R이든 SSR이든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냥 쓰면 됩니다. 가챠 판매를 위해 희귀도를 쪼개면서도 이게 플레이를 제한하지 않아요.

둘째로 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캐릭터에 귀속되는 도탑전기는 얻은 신캐를 키워야만 전력으로 쓸 수 있지만 권황명운은 방금 얻은 무성장 1레벨 신캐를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차이가 게임 플레이 성향을 크게 좌우하는 액션 RPG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페널티 없음은 핵과금러가 아닌 일반 저과금 사용자들에게도 기간 한정 가챠를 팔 수 있게 해줍니다. (KOF98UM같은 경우는 6성으로 키워야 쓸 수 있는데 획득하기도 어렵거니와 6성으로 키우기는 더 어려워서 핵과금자가 아닌 이상 루갈 같은 캐릭터는 거르거나 그냥 가지는 데에만 의미를 부여했죠)

셋째는 캐릭터 추가로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영닌자 또한 성장이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얻은 캐릭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컨텐츠 소모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새로 캐릭터를 얻으면 해당 캐릭터를 다시 흰색부터 녹색, 청색, 황색 등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기존 스테이지들을 재방문하며 구 스테이지에서 행동력을 소진하게 됩니다.  물론 신캐를 키우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키우면 전체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미 정체에 접어든 기존 캐릭터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전투력을 높이기 때문에 신캐를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희귀도가 높은 캐릭터를 얻으면 더더욱 그렇죠.


복수 캐릭터를 병렬로 키울 또하나의 이유는 이 대사군이라는 덱 시스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100%의 능력치를 계정 전투력에 더해주지만 대사군에 올라온 캐릭터들은 추가 반영률이 적용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대사군 레벨이 '관통II'라서 덱에 등록된 캐릭터는 100%가 아닌 155%를 더해주는 것이죠. 대사군 레벨은 이 보너스 율 외에 원호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와 원호 공격의 쿨타임도 줄여주기 때문에 성장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군은 슬롯은 처음엔 잠겨있다가 보유한 캐릭터의 갯수와 전투력, 전체 등급 레벨의 합계 등에 의해 슬롯이 추가로 개방되며, 개방된 슬롯과 전투력, 레벨 등의 조건에 의해 대사군 레벨이 오르는 구성입니다. 사용할 캐릭터만 콕 찝어서 키워서 좋을 것도 없지만, 최고의 효율을 위해선 가능한 대사군을 꽉 채워서 병렬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4. 캐릭터 귀속의 성급 / 스킬 성장

파밍 재료를 사용한 등급 성장은 계정 공통의 전투력으로 합산되지만, 캐릭터 귀속의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바로 성급과 스킬 성장인데요, 기본적인 구성은 도탑전기류의 성급 성장과 동일합니다. 1성부터 6성까지가 있고 조각을 일정 갯수 모으면 성급을 올릴 수 있으며 성급이 오를 수록 조각 갯수는 늘어납니다. 여기에 용주격투와 마찬가지로 각 성급의 단계를 10단계로 쪼개놓아서 한번에 100개 200개씩을 모았다가 한번에 밀어넣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으며 그 중간 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성급이 성장은 전투력 상승 외에 캐릭터에 귀속되는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캐릭터 별로 몇개의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성급에 의해 차례로 개방됩니다. 초필살기는 3성에서부터 쓸 수 있고 기 터트리기는 4성부터 가능한 형식이죠. 그리고 스킬이 개방되고 나면 골드 혹은 스킬책 아이템을 사용해 스킬의 성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해당 캐릭터에게만 적용됩니다만, 이러한 스킬 성장은 전투력으로 환산되어 계정 보너스로도 전이됩니다. 전투력이 보존되기 때문에 신캐를 무조건 키울 필요는 없지만 신캐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성급과 스킬 레벨을 올릴 필요는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의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특정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면 해당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고, 또다시 그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서 성급을 성장시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구성은 가챠에 신캐를 추가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신캐 획득 난이도와 육성 난이도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신캐니 빨리 키우라고 해당 캐릭터 조각을 많이 주면 너무 저렴한 가격에 획득하게 되어버리고, 조각을 적게 주면 획득후에 육성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또한 다른 캐릭터의 조각도 함께 획득되기 때문에 신캐 키우려고 가챠를 돌렸는데 오히려 기존 캐가 더 강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곤 하죠.


권황명운 오픈 초기의 스펙에선 캐릭터 조각이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조각 모음에 의한 캐릭터 획득을 차단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조각 위에 '승성' 이라고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승성 조각은 오직 성급 성장에만 관여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하는데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인 가챠의 매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승성 조각의 공급을 통해 성급 성장의 난이도는 별개로 취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있었던 첫번째 업데이트에선 캐릭터 별 조각을 폐지하고 캐릭터들을 그룹으로 묶어 공통 조각 체계로 이행합니다. 위 스크린샷을 예로 들자면 베니마루, 마이, 고로, 킹, 레오나, 료, 아테나는 'SR열문' 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SR열문' 조각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수량이 적은 R과 SSR은 각기 단일 그룹으로 묶이고 SR만 열문, 경전, 지명 이렇게 3개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SR 등급 내의 3그룹은 서로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시인성이 굉장히 낮다는 결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이러한 조각 그룹화는 조각 때문에 신캐를 얻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도탑전기의 핵심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해결해줍니다. 캐릭터 성급 성장이 6성으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잉여 조각이 축적되고 신캐를 얻기만 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동일 그룹의 조각으로 금방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잉여가 없어도 가챠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 난이도가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한 방향입니다만, 여기에 등급별 / 유형별 구분이 들어감으로써 조금 더 가챠 판매에 유리한 구성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각 입수 난이도 때문에 소수의 핵과금러들에게만 어필하던 SSR의 접근성을 크게 낮춰 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특정 SSR 캐릭터 한정 가챠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점이 아주 훌륭합니다. 오픈 초기엔 폭주 이오리 스페셜 가챠가 판매되었습니다만 이 때 대부분의 중과금 유저는 이를 스킵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운 좋아서 폭주 이오리를 3성이나 4성으로 얻는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는 조각을 끌어올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죠. 오직 나올 때 까지 뽑는 핵과금러들의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SSR급의 조각을 공통화 하면서 들어온 폭주 레오나 한정 가챠부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이 아닌 다음 SSR 스페셜 가챠에서도 조각을 얻어서 키울 수 있게 된 이상 이번의 기간 한정 스페셜 가챠를 스킵하기 보다는 일단 2성이든 3성이든 캐릭터 하나는 뽑아서 손해볼 것은 없어진 거죠. 물론 조각을 공통으로 쓸 수 있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려면 SSR 조각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스페셜 가챠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긴 합니다. 쓸 사람은 여전히 쓴다는 소리죠.


5. 수집을 통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들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들보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갖고 노는 재미에 조금 더 집중해있는 만큼, 복수 캐릭터 수집에 대한 컨텐츠도 잘 구비되어있습니다. 특정 캐릭터 조합을 보유할 때 보너스를 받는 건 KOF98UM때부터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었고, 용주격투에선 이를 획득 이후에도 육성으로까지 확장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진영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를 '세계수호' '무도연맹' 극악군단' '천국신족'이라는 4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해당 부류의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을 성장 컨텐츠로 삼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일정량의 스탯 보너스가 쌓이지만, 각 카테고리의 캐릭터 수집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각 카테고리에 대응하는 신기 라는 성장 컨텐츠가 별도로 열리기도 합니다.


권황명운의 진영 시스템이 KOF98UM이나 용주격투의 유사 컨텐츠와 구분되는 또하나의 특성은 이 컨텐츠가 일종의 업적과도 연관된다는 부분입니다. 한 카테고리의 캐릭터들을 다시 소그룹으로 나눈 뒤 해당 소그룹 멤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션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극악군단 내에 있는 여왕대인 마이, 킹, 치즈루에 관한 업적입니다. 1:1 PVP 80회, 1코인 클리어 모드 100회, 3인 코옵 던전 50회 등의 업적이 제시되고 이를 여왕대 캐릭터로 달성할 경우 지정된 스탯 보너스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적 달성에 따라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한편 플레이 컨텐츠로는 순회도전이 횡적 성장을 유도합니다. 순회도전은 각기 3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5개 지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스테이지를 해당 스테이지의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할 경우 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캐릭터 외의 캐릭터로 클리어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별 하나하나는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각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별을 모두 다 얻으면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데 그 양은 3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과 유사한 양입니다. 즉, 모든 스테이지를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하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스테이지는 일본대 캐릭터인 쿄, 고로, 베니마루가 추천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추천 캐릭터 중 일부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엔 소량의 다이아를 내고 대여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대여한 캐릭터는 순회도전 컨텐츠 내에서 그날 하루 동안 사망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이미 갖고 있으면 대여비를 아낄 수 있고, 캐릭터가 없어도 적은 돈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회도전 컨텐츠는 세부 디자인은 굉장히 나쁩니다. 지역 단위로 별 보상을 받는다지만 스테이지는 3개인데 보상 기준은 별 4개 입니다. 별 1개는 이전 지역을 모두 별로 클리어했을 때 다음 지역으로 넘어오는 구성이라 중간에 단 한번만 별 획득에 실패해도 전체 보상량이 팍 줄어듭니다. 특히 초반 지역에서 별을 놓치면 그날 하루 농사를 통으로 망치죠. 스테이지 개별 클리어 방식도 굉장히 해괴합니다.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면 새 캐릭터로 교대하면서 타이머가 1분으로 리셋되지만 타임 오버가 되면 플레이어 캐릭터 HP만 유지되고 스테이지가 리셋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죽어서 끝나기 보단 시간 내에 딜을 다 넣지 못해 타임 오버로 끝나기 때문에 여러번 트라이 하면서 계속해서 타임 오버를 경험하다가 결국은 적당히 팬 후에 죽어서 바톤 터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요. 굉장히 불쾌한 디자인인데 고쳐질 기미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또 여러 캐릭터를 직접 사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선 굉장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6. 체험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

하지만 이렇게 개별 캐릭터의 수직 성장 난이도를 낮추고 수평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지만 권황명운이 본질적으로 수평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뚜렷한 속성 메타나 직업 메타 등이 기반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보유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죠. 순회도전가 유사하게 캐릭터 수집에 대한 보너스를 주지만 부수 컨텐츠로 그 효용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진영 컨텐츠 또한 수직 성장의 일부로만 동작할 뿐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있고 이를 팔아야하지만 단순히 없는 캐릭터니까 갖고 싶다는 사용자의 1차적인 욕구 외엔 캐릭터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권황명운은 플레이어가 각종 캐릭터를 직접 만져볼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입니다. 


이전에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외전 스토리 중심,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추가 미션 중심이며 외전 스토리에 특수한 플레이 컨텐츠를 덧붙인 영원한 7일의 도시가 굉장히 특이한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또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하게 단편 단편적인 플레이 컨텐츠를 이벤트로 공급하는데, 이 중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이벤트가 자주 보입니다. 위는 용호의 권 이벤트 예시인데 유리, 료, 타쿠마, 킹 등 용호의 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진행하는 이벤트 스테이지입니다. 해당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1:1 PVP에서도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를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캐릭터를 적으로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져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일부 모험 스테이지에서도 특정 캐릭터를 빌려주면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조금 전에 언급한 순회 도전에서도 약간의 다이아를 내면 없는 캐릭터를 빌려 쓸 수 있게 했지요.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직접 사용해도록 하는 것은 구매 욕구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권황명운은 특히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액션RPG이기 때문에 캐릭터로 인핸 게임 플레이의 변화를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7. 행동력에 대한 강한 통제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로 캐릭터 수집을 자극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성장체계의 변화가 도탑전기류 BM의 근간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조각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몰아줄 수 있으니 가챠보다 정예 던전 파밍이 더 유리해지기 쉽고, 드랍을 통한 성장이 모두 계정으로 귀속되니 행동력을 왕창 사서 잡캐들을 키우는 것이 갸차보다 더 유리해지기 쉬운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보상 밸런스에서 만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정예던전이 아닌 일부 던전에서만 조각이 나오게 하고 다른 정예 던전에선 등급 성장에 필요한 희귀 재료가 드랍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율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권황명운은 이를 행동력의 구매에 강한 제약을 걸어 행동력에 대한 Exploit을 차단합니다. 기타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횟수가 올라갈수록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질 지언정 굉장히 여러번 행동력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권황명운은 딱 세번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못박아둔 것이죠. 당연히 누진제가 걸려있습니다만 90% 할인 - 70% 할인 - 20% 할인이라는 형식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매 제한을 걸어두니 가치가 올라간 행동력은 유료 상품과 연계됩니다. 위 스크린샷은 주정액 월정액 카드인데요, 기존의 젬만 주던 정액제 서비스와 달리 성장 재료와 행동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소소하게 잔돈을 받는 서비스가 좋아서 가성비가 좋은 것이 도탑전기류 게임의 월정액 패키지입니다만, 권황명운의 경우 행동력까지 걸려있어 월정액 패키지는 거의 무조건 사야 하는 상품으로 포지셔닝 됩니다.


월정액 패키지와 행둥력 충전 이외에도 행동력을 추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대부분 다이아가 아닌 현금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최소 170원 최대 2000원 정도의 저렴한 상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어쨌든 행동력을 사서 이득을 보려면 게임 내에서 공짜로 얻는 무료 다이아 대신 현금을 내라는 것이죠. 


8. 유상 다이아와 무상 다이아의 엄격한 구분

다른 한편으론 유상 다이와와 무상 다이아를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위 그림에서 녹색으로 테두리 친, 자물쇠가 표시된 것이 무상 다이아이며 자물쇠가 없는 다이아는 유상 다이아입니다. 유상 다이아는 구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게임 내에서 지급되는 보상들은 대게 무상 다이아입니다. 또한 구매하는 상품이라도 위의 주정액 월정액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지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라거나 가챠 구입 등 게임 내 대부분의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기본 화폐로 사용합니다. 만일 무상 다이아가 부족할 경우엔 자동으로 유상 다이아에서 부족분을 끌어쓰는 구조로 되어있죠. 하지만 위 스크린샷과 같이 일부 상품은 유상 다이아 만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엔 무상 다이아가 유상 다이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무상 다이아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의 존재가 무과금 사용자에 대한 가혹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실제 상품의 구성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 가챠 구입, 일일 경험치/골드/강화석 던전 플레이 스킵, 길드 미션 즉시완료 등 게임과 관련된 대부분의 핵심 컨텐츠들은 무상 다이아로도 구입할 수 있고 유상 다이아만을 받는 상품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아까의 기간 한정 SSR 스페셜 가챠처럼 애초에 무과금으로는 덤비기 힘든 컨텐츠나  위 스크린샷의 캐릭터 스킨과 같은 장식 요소 정도가 유상 다이아 전용입니다. 예외적으로 매일 공짜로 제공되는 분량 이상으로 레이드를 플레이할 수 잇게 해주는 레이드 티켓은 유상젬을 받고 있습니다. 이 티켓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보상이 좋아질수록) 소모량이 커지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보상량이 증가하는 구조에서 상위 사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너무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스노볼링을 제한합니다.


9. 맞춤형 패키지 상품

현금 패키지 상품을 다루는 방법 또한 남다릅니다. 게임을 처음 깐 순간부터 수십가지 패키지를 사라고 광고하는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과 일본에선 패키지 상품의 비중이 낮습니다. 사실 패키지를 중시하는 한국식 BM은 부분유료화와 가격차별화의 관점에선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할인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그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 가격 X 수요 = 매출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판매 방식입니다. 하지만 10만원이 넘어가는 고액 패키지는 사실 이미 가격에 덜 민감한 중/고 과금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안겨주기 때문에 매출 시책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고액 패키지의 할인율이 높다는 점 까지 감안하면 중/고과금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재화를 획득해 유저간 양극화를 더 부추겨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고과금자의 공략엔 다이아로 구매하는 가챠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패키지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낮은 가격에 구성이 알찬 상품을 구성해 많은 사용자에게 넓고 얇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기 때문에 저과금자는 물론 이제까지 과금하지 않은 무과금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그 결과 줄어든 가격보다 수요가 커져 할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구매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일수록 할인 효과가 줄어드는 가격 극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특판 상품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특판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는 식의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월 1회 미만으로, 부정기적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의 패키지들은 대부분 패키지 상품이라기 보다는 이벤트 상품의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가격 차별화에 대해선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권황명운의 경우 이런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이벤트 상품 외에도 1~5만원 상당의 중가형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 한국 게임 처럼 패키지 판다고 화면 덮어놓고 쥐똥만한 X 버튼 이외의 곳을 누르면 강제로 납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화면 구석에 비정기적으로 '행운상품'와 같은 형식으로 부정기적으로 출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쿠폰 모으기나 핫딜처럼 꼼꼼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더 나은 상품을 '사냥'하는 게임을 재미를 주면서도 할인 판매의 대상을 제한하는 테크닉이죠.


이러한 '행운상품'은 높은 할인폭, 구매 횟수 제한, 시간 한정 판매 등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도입되어있습니다만 이중에서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핀포인트로 상품을 구성해주는 맞춤형 패키지입니다. 위 스크린샷엔 사카자키 료 6성 패키지를 328위안에 판매하고 있는데 5성 료를 6성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료 조각 (이 패키지를 찍을 당시엔 캐릭터 별 조각이 유지될 때 였습니다.), 일부 스킬 성장에 필요한 스킬책, 레벨업 용 경험치 등을 주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이전까진 보이지 않다가 료를 5성으로 끌어올리자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4성 료를 획득했을 때에도 유사한 료 5성 패키지가 공급되었죠. 오렌지+1 등급에서 정체된 캐릭터가 있을 때엔 일반적으로 정체되기 마련인 오렌지 +2 등급업 패키지가 나타나는 등 아주 지능적으로 살만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한국 게임에서 패키지 광고를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죠.


10. 다소 아쉬운 밸런싱과 부족한 컨텐츠에 발목 잡히다.

게임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고 메타 게임에서도 도탑전기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캐릭터를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참신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갓 갓 갓게임의 스멜이 납니다만 아쉽게도 게임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텐센트에서 출시한 도탑전기류 게임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그래도 블소모바일보단 느렸지만) 빨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가챠 갱신이 없을 땐 50위권 정도로 주저앉아있지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각 수집에 대한 성급 성장이 너무 쉽다는 문제입니다. 공용 조각으로 전환되기 전의 오픈 스펙에선 4->5성에 조각 100개가 할당되었고 3개 컨텐츠(기스탑, 순회전투, 길드)에 대해선 각기 1종씩의 캐릭터의 조각을 하루 10개 정도 얻을 수 있게 설계되어있었습니다. 고과금자는 돈을 펑펑 써서 가챠로 앞서나갈 수 있지만 중과금자 이하는 몇달을 들여야 6성을 볼 수 있지만 3마리 정도는 일간 컨텐츠만 성실히 플레이하면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도탑전기의 표준적인 디자인과 밸런싱이었죠.


하지만 첫 업데이트에서 조각을 공통으로 쓰게 하면서 이 경제 밸런싱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캐릭터에 사용할 조각을 입수하는 난이도가 떨어지고 수급량은 사실상 몇배로 늘었는데, 조각의 소모량은 이전 기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죠. 드래곤볼 용주격투도 시작하자마자 VIP 12레벨을 찍었습니다만 6성 캐릭터를 보는 데엔 몇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달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 대사군에 있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6성을 이미 달성했으며 그 뒤에도 조각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조각을 수급하기 위해 가챠를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등급 구분 없이 조각을 모든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6개월간 수백만원을 쏟아부어 현존하는 가챠 캐릭터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조각이 부족해 2군급 캐릭터 육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자면 조각 소모량에 대한 밸런싱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컨텐츠의 분량입니다. 저에게 조각이 남아도는 이유는 조각을 대사군(덱)에 올린 캐릭터에 집중해서 사용했기 때문이고, 아직 성급을 올리지 않은 캐릭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펙이 부족해 깨지 못하는 컨텐츠가 제 도전 의욕을 돋운다면 나머지 캐릭터도 성급을 올리고 모자라는 조각을 가챠로 수급해 스펙을 올려보겠습니다만, 컨텐츠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한달 정도 플레이했더니 59레벨이 되었는데 이미 현존하는 컨텐츠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7월에 신규 스테이지가 추가되고 레벨 상한이 뚫렸습니다만 이 역시 1주만에 정복되었습니다.

이는 나루토나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에서도 서버 내 30등 언저리의 과금러였지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제가 깨지 못한 컨텐츠가 남아있었고 이를 깨고 올라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했어요. 하지만 권황명운은 단 한달만에 모든 컨텐츠가 소진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권장 / 최소 전투력에 발목이 붙잡혀 파밍에 시간을 쓰는 일이 제법 있었는데 권황명운에선 계속해서 레벨 제한에 걸려 멈출 뿐 스펙에 발목을 잡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9레벨까지 깨고 나니 더 이상의 스테이지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모든 캐릭터의 성장이 누적으로 더해지는 구성에서 전투력이 보다 쉽고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동력을 소탕으로 바로 태워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론 하루 3분 정도 밖에 플레이하지 못하는 모험 스테이지를 메인 컨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요? 플레이 타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애매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꾸준히 올려나가는 것이 핵심 재미인 게임에서 모험 스테이지는 요구 전투력을 가장 촘촘하게 쪼개놓아서 그 성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선 메인 컨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권황명운은 이 관점에서 메인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진되었습니다.

캐릭터 컨텐츠의 추가 템포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신캐를 팔기 좋은 구조이고 생산성이 높은 2D라고는 합니다만, 캐릭터 수가 정해져있는 IP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과연 얼마나 자주 많이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듭니다. 당장 가장 큰 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SSR 한정 가챠만 하더라도 2개월동안 폭주 이오리와 폭주 레오나,  루갈, 기스를 모두 한번씩 돌리더니 벌써 다시 폭주 이오리의 텀이 돌아왔습니다. 한정 판매가 이렇게 자주 복각되면 한정이 주는 매출 증진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저 SSR 캐릭터들을 일반 가챠에 혼입시켜 SSR의 종류를 늘리고 원하는 SSR을 뽑기 힘들게 만드는 쪽이 더 매출엔 도움이 될 겁니다.


SR 신캐를 한정 가챠로만 돌리고 있는 점도 매출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챠 가격이 일반 가챠 대비 50% 비싸고 10회가 아닌 15회에 캐릭터를 보장하는 특별 가챠로 신캐를 파는 것은 나루토 화영닌자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별 조각을 소모하는 나루토 화영닌자와 달리 권황명운은 공용 조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캐를 1회 획득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출 한계선이 되어비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조각 수급이 힘들기 대문에 일단 한시 가챠가 올라오면 최대한 뽑고 봐야하는 나루토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죠. 게다가 고등급 신캐 외에 구캐도 섞여있는 나루토와 달리 권황명운은 캐릭터가 신캐 1개로 고정되어있어 신캐 1종 획득에 드는 비용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11. 어쨌든 참고할만한 실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권황명운도 굉장히 실험적인 면이 많은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기본적으로 갖는 약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낸 화영닌자가 있음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수집형 도탑전기라는 새로운 틀을 개척하려 시도하고 재화의 종류를 달리해가며 유료화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던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싱과 상품 구성의 디테일에서 저지른 실수는 어쩌면 텐센트 자체 제작이 아닌데서 오는 노하우 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씨가 만들었던 블소 모바일도 도탑전기류 게임의 일반적인 시스템은 다 잘 갖춰 5위로 차트에 진입하고도 게임 시작하자마자 부딪히는 스펙 장벽, 그에 비해 너무 느린 성장 속도 등 컨텐츠의 밸런스를 한국 기준으로 잡는 바람에 개복치 멘탈의 중화 유저들에게 불쾌감만 선사하고 광속으로 차트에서 이탈해버린 사례가 있지요. 게임 디자이너 입장에선 권황명운의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이 실패 사례들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게임은 재미있고, 디자이너로서 고민해야할 것도 많은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공식 홈페이지

iOS 앱스토어(중국 계정)

안드로이드 APK

by 고금아 2018.07.04 02:30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3. 음양사

도탑전기류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하나의 성공적인 템플릿이 되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집형 RPG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캐릭터가 추가되며 이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재미 보다는 캐릭터들을 위로 위로 계속해서 성장시켜나가는 재미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수직 성장은 운영이 길어질수록 신규 유저의 정착을 방해합니다. 출시 초기에 대량의 마케팅으로 부어넣은 유저를 계속 잃어나가는 형국이 되는 것이죠. 또한 캐릭터 수직 성장이 깊어질수록 신 캐릭터의 효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캐릭터를 추가하지 않는 구성이 유리합니다. 한마디로 텐센트가 괜찮은 IP를 사와야 동작하는 모델이라는 거죠. 실제로 오리지널 도탑전기를 제외하면 텐센트가 IP 붙여 만든 도탑전기류 게임들만이 생존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퍼블리셔가 텐센트가 아니고, 모든 게임이 IP 게임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도탑전기류 게임의 단점은 완벽하게 일본식 수집 게임의 장점에 대응합니다. 텐센트가 아니고, IP 기반 게임을 만들 게 아니라면 일본의 수집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수집형 게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탈 도탑전기의 신호탄을 가장 크고 화려하게 쏘아올린 것은 음양사 라고 볼 수 있겟습니다. 출시 당시엔 고품질의 일본 색채가 진한 아트웍으로 큰 유명세를 탔습니다만 사실 그보다는 기존의 도탑 전기와 완전히 다른 메타 게임 구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양사는 얕게 잠깐 플레이 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3-1. 캐릭터의 획득을 가챠 중심으로 제한

음양사는 도탑전기류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에 SR, R 등의 희귀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희귀도가 높을 수록 성능이 확연히 좋은 대신 획득이 어렵고, 희귀도의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특성에 따라 희귀도가 낮아도 유용한 캐릭터가 일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희귀도가 성능의 절대 지표입니다.

그리고 플레이를 통한 캐릭터 및 조각 획득이 굉장히 제한됩니다. 백귀야행이나 던전 탐색의 도전 모드 등 캐릭터의 조각을 얻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일반 행동력이 아닌 도전권을 소모하는 식으로 조각 /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컨텐츠에의 접근이 도탑전기류보다 훨씬 강하게 제한됩니다. 또한 이렇게 플레이로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의 종류가 제한되거나, 랜덤성이 강하게 부여되어 희귀도가 낮은 캐릭터는 어느정도 획득할 수 있지만 도탑전기류 처럼 안정적으로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을 획득할 수는 없습니다.

등급이 강하게 구분되고 캐릭터의 수급을 가챠로 한정한 점, 가차 10개에 캐릭터 1개를 보장하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가챠에선 캐릭터만 나오는 점은 오히려 일본식 가챠 게임에 가깝습니다. 물론 아예 무료 젬을 모아 가챠를 돌리거나, 이벤트에서 공급되는 소수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무과금으로 캐릭터를 획득할 방법이 아예 없는 일본식 가챠 게임보다는 무과금자에게 조금 더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가챠의 가치를 높이고, 가챠 판매를 중시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뒤의 성장 구조를 보면 절대로 일본식 가챠 게임보다 우호적이라고 보기도 힘들긴 합니다.


3-2. 꽝에 의미를 부여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장하는 진화

음양사의 캐릭터들은 희귀도 외에 곡옥의 갯수로 표시되는 등급(이하 편의상 성급으로 표시하겠습니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급은 희귀도와 별개로 1성부터 6성까지 존재하며 성급이 높을 수록 동일 캐릭 동일 레벨이라도  능력치가 높고, 최대레벨도 더 높습니다. 캐릭터는 희귀도에 무관하게 2~4성인 상태로 획득하는데 3,4성의 확률은 낮고 대부분 2성으로 획득하게 되지만 현재 성급과 같은 성급의 캐릭터를 현재의 성급 만큼 소모하는 진화를 통해 성급을 성장시킬수 있습니다. 3성 캐릭터를 4성으로 만들기 위해선 다른 3성 캐릭터 3개가 필요한 거죠. (같은 캐릭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성급 성장이 음양사를 도탑전기나 일본식 가챠 게임과 구분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5성 캐릭터를 최고 등급인 6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재료로만 5성이 5개 필요합니다. 5성 1개는 4성 5개를 재료로 진화시켜야 하므로, 4성 25개가 소모되지요. 이 과정을 게임 중 가장 쉽게 획득할 수 있는 2성 캐릭터로 환산하면 300개가 필요합니다. 무지막지한 양이죠. 가챠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꽝들이 바로 여기서 진화 재료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또한 희귀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성급이 높다면 (낮은 확률이지만 4성까지 획득 가능) 그 자체로 3성 4개, 2성 12개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지요.

1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캐릭터의 희귀도를 구분짓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일본 가챠 게임과 도탑전기류 게임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으며 서로 장단점이 교차됩니다. 일본 가챠 게임은 희귀하고 강한 WISH 캐릭터를 강조함으로써 욕망을 부추기고, 이 WISH 캐릭터를 얻었을 때의 기쁨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량 발생하는 실패의 아픔을 상쇄합니다. 반면 도탑전기류는 모든 캐릭터를 동급으로 배치함으로써 WISH 캐릭터에 대한 자극은 적지만 뭘 얻든 전체 덱이 성장하게 함으로써 실패라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음양사의 곡옥 등급과 진화는 양자의 장점만을 아주 절묘하게 합쳐놓은 그림입니다. 희귀도가 나눠져있기 때문에 WISH에 대한 욕망은 부추기지만, 진화에서 다량의 꽝들을 흡수시킴으로써 여전히 가챠 상품이 최소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식 가챠 게임에서도 꽝으로 나온 부산물들을 레벨업 재료로 갈아먹이는 최소한의 쓸모가 있긴 합니다만, 레벨업 재료는 플레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그냥 무쓸모하진 않다는 수준이죠. 골드로 매각하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음양사의 진화 재료는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플레이를 통해선 획득하기 힘들기 때문에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한편 가챠에서 중복 당첨된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한계돌파 혹은 초월 시스템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통상 한계돌파는 최종 완성까지의 당첨수를 높이기 때문에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 효과가 크면 클수록 낮은 확률에 도전해야하는 사용자의 스트레스를 높입니다. 그래서 효과(필수성)과 난이도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죠. 음양사의 캐릭터들은 3~4개의 스킬을 갖고 있는데 같은 캐릭터를 재료로 사용하면 랜덤하게 1종의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스킬 레벨에 따라 캐릭터 성능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반드시 밟아야 하는 필수 성장 요소입니다.

이렇게 한돌의 비중이 커지면 - 게다가 랜덤성까지 가미되면 - 고과금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출을 끌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사용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모든 캐릭터의 한돌에 사용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인 검은 달마가 끼어듭니다. 핵과금러 폐과금러라면 가챠를 통해 SSR을 몇개씩 뽑아서 한돌할 수 있지만 그만큼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은 간간히 얻을 수 있는 검은 달마를 통해 그만큼의 돈을 투입하지 않고도 SSR 한계돌파를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확률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한 것이죠. 이는 마찬가지로 한계돌파의 깊이가 깊은 벽람항로에서 모든 캐릭터의 한계돌파에 사용할 수 있는 부린을 사용해 한계돌파의 어려움을 다소 낮춰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3-3. 플레이를 강조하는 성장-보상체계

음양사는 캐릭터를 거의 가챠로만 판매한다는 점에선 일본 가챠게임과 유사해보이지만, 깊은 성장 단계와 그에 기반한 보상의 질적 / 양적 향상을 중심으로 장기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에선 단기 컨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가챠 게임 보다는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사실 전투 참가 경험치의 비중이 높고, 아이템 파밍을 강조한다는 점에선 외려 한국식 수집형 게임과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지요.

중국이든 일본이든 최근 게임들은 전투에 참여한 캐릭터에겐 경험치를 지급하지 않거나 비중을 줄이고 원하는 캐릭터에 경험치를 넘겨줄 수 있는 재료를 지급하는 추세입니다. 새로 얻은 저레벨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덱에 밀어넣고 더 약한 전력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없애고 신캐 획득과 육성의 재미만 취하는 디자인이죠. 하지만 음양사는 이런 최근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전투에 참여한 캐릭터에게만 경험치를 지급하고, 경험치 전용 캐릭터 같이 이전할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지급하지 않습니다. (강화 전용 재료가 존재하지만 이벤트 등에서 굉장히 드물게 제한적으로 공급됩니다.) 그리고 소탕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얻은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덱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다행히 직접 참여는 하지 않지만 경험치는 60% 받아갈 수 있는 슬롯이 2개 있어서 새 캐릭터의 획득이 약한 덱으로 약한 던전을 도는 경험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이렇게 최근의 추세를 거스르는, 소탕도 거부하면서 다소 빡빡한 경험치 지급 구조를 채택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납득이 힘들긴 합니다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몇가지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우선 첫번째는 플레이 시간의 물리적 점유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경우 통상적으로 행동력은 전부 소탕으로 태우고, 나머지 컨텐츠를 플레이하는데 하루 약 1시간 가량 소진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남은 시간과 돈을 다른 게임에 투자하기도 쉽습니다. 최종 허들을 간신히 넘어 오픈 전까지 기대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 사용자의 2번째 3번째 게임으로 운영하기 보다는 시간을 점유해 전체적인 사용자 풀의 규모는 줄더라도 해당 사용자들에겐 1번째 게임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MMORPG가 강세였던 넷이즈의 경험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요. 뭐 결과적으로는 1위 게임이 시간까지 잡아먹는 초대박이 났습니다만.

두번째는 가챠에 대한 가치 강화입니다. 아까 설명드린 진화에는 한가지 제약이 붙습니다. 진화의 재료는 레벨에 무관하지만 진화의 대상은 반드시 해당 성급에서의 최대 레벨에 도달해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 캐릭터를 최대 레벨에 도달시키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해당 캐릭터로 전투에 참여하거나, 최소한 60%의 경험치를 챙겨가는 관람석에 앉혀야 합니다. 재료로 사용되는 5성 4성 또한 각기 만렙을 찍은 상태에서 진화작을 해야 하지요.

다량의 남는 꽝을 진화로 흡수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전투 외에 다른 캐릭터를 갈아 먹이는 것으로도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효율은 나쁘지만요. 음양사는 이 지점에서 가챠를 수집의 특권 뿐만 아니라 시간 단축 서비스로도 활용합니다. 가챠를 많이 돌려서 캐릭터가 남아도는 고과금 사용자라면 전투에 끼워서 경험치를 먹이는 대신 캐릭터를 갈아먹이는 것으로 바로 진화를 마치고 최신 최강의 캐릭터를 바로 갖고 놀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캐릭터가 부족한 무과금 / 소과금이나 갈아먹일 정도로 캐릭터가 남아돌지는 않는 중과금은 효율이 좋은 던전에서 경험치를 수급하는 소위 쫄작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3-4. 어혼 - 입문은 쉬고 완성은 어려운 장비 파밍

전투를 통해 경험치 외에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는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존 도탑전기류 게임 보다는 한국 게임과 유사하지만 역시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수집형 게임의 장비는 기존의 PC 혹은 콘솔 RPG 문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 마다 무기 / 방어구 / 장신구 슬롯이 있고 무기는 공격력을 주로 올려주며 방어구는 방어력을 올려주는 식이죠. 또한 칼은 물리 속성의 공격력을, 지팡이는 마법 속성의 공격력을 올려준다는 등의 기존의 관습을 통해 아이템의 기본적인 기능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음양사의 어혼 역시 캐릭터에게 장착 / 해제할 수 있고 장착시 캐릭터의 능력치를 더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런 장비에 속합니다만, 기존의 아이템 형태를 중심으로 한 문법이 아닌, 블레이드 & 소울의 보패와 같은 관념적인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장비와 어혼의 차이는 아이콘의 형태가 아닌, 장비가 게임 내에서 의미를 부여받는 체계의 차이입니다. 무기 / 방어구는 자유로운 조합을 전제로 개별 아이템이 독립적으로 완결되어있습니다. 일부 아이템들은 스탯 보너스를 동반한 세트 구성을 가지긴 하지만 모든 아이템이 세트에 속해있는 것은 아니며, 세트 효과 또한 전체 보너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다른 스펙이 동일하다면 세트 효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세트 구성을 선호하겠지만, 효율에 따라선 일부러 세트를 포기하는 상황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블소의 보패나 음양사의 어혼은 태생적으로 어떠한 세트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장 아이콘만 봐도 세트를 상징하는 공통된 그림을 사용해 어떤 세트인지, 같은 세트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그리고 기능적으로도 어혼이 가진 기능의 대부분이 세트 효과에 몰려있습니다. 2피스 효과는 공격력 +18, 치명타 +20%와 같이 단순한 스탯 보너스를 더해주지만 4세트 효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HP가 30% 이하인 유닛에게 50%의 추가 피해, 상태 이상에 걸린 아군의 속도 30 증가 등과 같이 전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더해줍니다. 이렇게 강력하고 개성있는 세트 효과가 횡적으로 넓게 분포되어있기 때문에 어혼은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성을 유지한 채 성능을 강화하는 정도를 넘어서 캐릭터를 다루고 운용하는 방법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전략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지요. 이런 세트 효과의 강력함에 비하면 개별 어혼의 기본 스탯은 비중이 매우 떨어집니다. 우선 세트를 맞춘 이후에 같은 세트의 고등급 / 고레벨 장비로 교체하면서 스펙을 향상시키게 되지요.

보통은 전략의 폭이 넓으면 좋은 게임이라고는 합니다만, 사실 저는 그게 모든 게임이 보편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이런 폭넓은 전략을 재미로 받아들이겠지만, 캐주얼한 사용자들은 재미 보다는 게임의 난이도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가까운 부분유료화 게임에선 전략의 폭을 좁히고 목표와 보상을 더 선명하게 강조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도탑전기류 라거나 쿵푸팬더3 등 이전의 중국식 게임들은 아이템을 아예 갈아끼우지 못하게 하거나, 일렬로 우열을 나눠놓고서는 상위 템으로만 교체 가능하게 하는 등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빨간점만 따라가는 것으로 어려움 없이 성장의 즐거움만 누릴 수 있도록 했지요. 그에 비해 캐릭터에 어울리는 어혼을 찾고, 조합하고 배치해야 하는 음양사는 분명히 난이도가 높습니다. 대신 음양사의 어혼은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장기 운영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 어혼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게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집형 게임을 운영하면서 게임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새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이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성장 구조가 깊을 수록 신캐로의 전환이 힘들기도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계속해서 찍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쌉니다. 사람 손이 많이 가요. 확밀아 같은 카드 게임이야 그림 한두장이 전부였지만, 최근의 스마트폰이 요구하는 퀄리티를 맞추려면 컨셉, 원화, 모델링, 애니메이션 등 각 단계별로 막대한 인력이 투입됩니다.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도 있지만 기획적으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구체화하고 가다듬는 것도 꽤나 비용이 드는 일이죠.

하지만 2D 아이콘 1개와 옵션으로 구성된 어혼은 캐릭터보다 제작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3D 모델을 만들고 리깅하고 애니메이션 입힐 필요도 없고 별개의 연출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음성을 녹음할 필요도 없지요. 과거 확밀아 시대의 카드 게임처럼 컨텐츠 개발 비용이 매우 낮지요. 하지만 음양사의 어혼은 능력치를 담고 있는 컨테이너를 넘어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용법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세트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어혼 즉, 새로운 세트효과를 추가함으로써 게임상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요. 그리고 이 변화는 캐릭터 X 세트효과의 조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곱연산으로 나타납니다. 어혼 1개를 추가하면 기존에 있던 캐릭터 수 만큼의 새로운 조합이 탄생하고, 캐릭터 1개를 추가하면 다시 어혼 갯수 만큼의 조합이 추가됩니다. 개발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성비가 아주 탁월합니다.

어혼이 수집되고 소비되는 과정 또한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템 파밍이라는 것이 랜덤성에 의존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음양사의 어혼 파밍은 이 랜덤성을 극소수의 성공과 대다수의 실패의 이분법으로 나눈 대신 어혼의 종류, 슬롯, 등급, 기본 능력치 등 다양한 층위에 뿌려놓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특정한 어혼 얻기 부터 시작해 세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해당 어혼의 특정 슬롯 얻기, 더 높은 등급의 어혼들로 세트를 채우기, 원하는 능력치를 가진 어혼으로 채우기 등의 순서로 파밍을 완성해나가며 목표를 좁혀나갑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식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과정의 질은 다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부위씩 맞춰나가는 저빈도 고효과의 성장이 아니라 일단 낮은 등급으로 한 세트를 완성했다가 점차 등급을 높여나가고 능력치를 맞추는 등 입문 단계에서 어렵지 않은 작은 성취를 이룬 뒤에 계속해서 목표를 높여나가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는 형식입니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는 어렵게,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캐주얼한 디자인이죠.

새로운 어혼을 추가했을 때의 컨텐츠 수명이 길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대체로 상위권 사용자들이 컨텐츠 고갈을 호소하고 그런 유저들을 위해 신규 컨텐츠를 추가하는데,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여 새 장비를 생산한다거나, 장비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의 게임에선 오히려 그런 사용자들이 축적된 잉여 자원으로 컨텐츠를 빨리 소진시켜버릴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혼은 그런 자원의 직접적인 재활용은 피하고 있습니다. 획득한 잉여 어혼을 다른 어혼의 경험치 재료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없던 어혼을 만들어내거나 어혼의 등급을 올리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상위권 사용자도 새로운 어혼을 얻기 위해선 새롭게 파밍을 해야 하는 것이죠. 상위권 사용자들의 기득권은 고난이도 던전에서 더 높은 등급의 어혼이 나오는 것으로 보장됩니다. 


3-5. 동아시아의 디자인을 망라해 중국식 수집형 RPG를 재정의하다

정리하자면, 음양사는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중국에서 흥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탑전기와는 공통점을 찾기 힘든,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게임입니다. 오히려 중국 밖에서 인기 있는 수집형 게임들의 요소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해낸 게임에 가깝죠. 성장과 그로 인한 보상 상향을 미끼로 장기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중국의 감성을 기반으로 가챠를 통해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판매하는 일본의 판매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게임 내 아이템 드랍을 통해 성장을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한국의 메타 게임 구조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이종교배는 각각의 장점만을 합친 궁극체를 배출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임은 각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있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대상이 정말 작고 독립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 요소 하나만 옮겨서는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원래의 구조와 충돌하면서 역효과가 나기 쉽죠. 본질적으로 저렙 지역들이 무인지대로 방치될 수 밖에 없는 WOW의 기본 구조 위에 필드 컨텐츠를 얹었다가 망했던 리프트의 사례 처럼요.

음양사는 길드워2 처럼 기존의 성공한 게임에 차별 요소로서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기보다는 원하는 컨셉을 세우고 그에 맞춰 게임의 구조를 재정의한 쪽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에 대한 성장을 보상으로 제공하면서도 신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장기 운영이 가능한 게임" 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부의 디자인들을 참고한 것이죠. 특히 외부의 디자인을 단순히 이식한 것이 아니라 각 디자인이 갖는 의미와 동작원리를 파악한 뒤에 이를 중국의 토양에 맞게 새로 재구성하고 업그레이드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 수집형 RPG의 장비 처럼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성장을 다른 캐릭터에게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면서도 양의 축적이 아닌 랜덤에 기반한 파밍에 비중을 둔 어혼 처럼 말이죠. 이 바닥에서 정말 찾기 힘든, 레퍼런스의 제대로 된 벤치마킹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6. 한/중/일의 문화 차이

이렇게만 써놓으면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에서도 대히트를 쳐야 할 것만 같은데 실은 중국 외에서의 성과는 중국 내에서의 흥행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긴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일본풍의 그래픽이 한국에선 비호감이었다거나, 진짜 일본인이 보기엔 중국인이 보는 쿵푸 팬더 처럼 어색할 수 있었다는 등의 컨텐츠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시스템 측면에서 보자면 저 대통합 작업이 결국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중국 밖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핵심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꽝들을 소모해 진화로 이어지는 과정은 중국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땐 꽝에 가치를 부여하는 세련된 디자인일 수 있지만, 애초에 꽝은 쓸모 없음을 전제로 당첨되었을 때의 효용을 강조하는 일본 시장에서는 오히려 당첨의 즐거움을 깎아먹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힘들게 혹은 운 좋게 SSR을 얻었는데 이를 전력으로 쓰기 위해선 가챠로 300장의 꽝을 먹어야 한다면 이는 당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빚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죠. 스킬 성장의 형식을 띈 한계돌파 또한 SSR 확률이 1%로 낮은데도 2한돌 이상을 요구할 뿐더러, 심지어 특정 스킬 레벨이 올라야만 큰 효과가 나는데 어떤 스킬이 오를지는 랜덤이라 한돌의 천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가혹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로 단련된 중국적 관점에선 끝없는 한계돌파가 당연하고, 심지어 아무 캐릭터에나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인 달마를 공급하는 점이 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의 수집형RPG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저로서는 음양사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를 찾기가 곤란하긴 합니다만 몇가지 의심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 획득이 거의 가챠로 고정되어있고, 저레어 캐릭터로 고레어 캐릭터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실질적인 효용이 없다시피한 도탑전기류의 VIP 시스템조차도 극렬히 비토당하는 시장이니까요. 양보다 랜덤에서 오는 질의 차이에 집중하는 어혼 파밍 또한 노가다에 강한 전투민족인 한국 유저들의 감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겠죠. 한국 수집형 게임들과 음양사에 대해 연구하신 분이 계신다면 첨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창람경계 (아홉번째 하늘)

일본식의 가챠 판매를 중시한 중국산 수집형 게임의 다른 사례로는 창람경계(苍蓝境界)를 들 수 있습니다. 그랑블루 판타지를 연상케 하는, 미려한 일본풍의 그래픽이 인상적인 게임으로 한국에선 아홉번째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죠.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엔 아직 사전예약중이었는데 그 사이 출시되어버렸습니다. 중섭에서 플레이했고, 한국 서비스 개시할 즈음엔 플레이를 중단했기 때문에 디테일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챠 확률이나 금액, 가챠 마일리지 등은 중국 서버 기준입니다. (한국 서버는 가챠 확률이 절반, 가챠 마일리지 샵에서의 마일리지 가격은 2배 정도로 중국 서버보다 더 박합니다.)


4-1. 보다 일본식에 가까운 캐릭터와 메타 구성

창람경계 역시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중국 게임들과 달리 희귀도를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습니다. 희귀도는 일본 게임들처럼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데, 5성은 5성이고 4성은 4성입니다. 4성이 5성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음양사가 일본 디자인에서 힌트를 얻어 중국식으로 디자인 된 게임이라면, 창람경계는 일본의 가챠 게임을 기본으로 중국의 감성을 녹여낸 게임에 가깝습니다. 당장 위의 스크린샷에 나온 캐릭터 정보만 보더라도 희귀도 외에 원소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속성 메타, +3 등의 숫자로 표현되는 한계돌파, 직업 구분 등 전통적인 일본의 수집형 가챠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속성 메타와 직업 메타는 이 게임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상단에 표현된 것 처럼 화-수-풍의 가위바위보와 빛-어둠의 상극 구조로 구성된 속성 메타는 게임의 모든 컨텐츠에 적용되어있습니다. 모험 스테이지, 파밍 스테이지, 레이드 등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엔 5가지 속성 중 한가지가 지정되어있으며, 플레이어는 해당 속성에 강세를 보이거나 최소한 열세는 아닌 속성으로 덱을 짜서 도전하게 됩니다. 하나의 덱은 4개의 캐릭터로 구성되므로, 속성별로 유리한 속성 덱을 짜려면 20여개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성급에 의한 구분, 속성 메타와 직업 메타 등으로 다수의 캐릭터가 필요하지만 캐릭터는 가챠를 통해서만 공급 됩니다. 수집 구조가 다소 가혹하긴 합니다만, 최고 등급인 5성의 확률이 3%이며 가차를 구매할 수 있는 유상 재화인 젬을 게임 초반에 상당히 많이 퍼주고 젬 외에 계약소환 이라고 해서 일종의 무료 가챠권이 게임 중 보상으로 종종 공급되기 때문에 무과금이어서 초반에 캐릭터가 없어 덱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무과금으로 속성별 5성덱을 꾸리긴 힘들지만요.


속성 메타 직업 메타가 존재해서 많은 캐릭터가 필요하긴 하지만 성급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의 활용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하루 30번 사용할 수 있는 '성계'라는 컨텐츠가 이를 보완합니다. 소녀전선의 군수지원 처럼 최대 3명의 캐릭터로 조를 짜서 임무를 맡기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속성별 원소의 정수나 경험치 재료, 기타 희귀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컨텐츠인데 성계를 진행중인 캐릭터는 다른 성계에 보낼 수 없을 뿐 일반 던전이나 레이드 등에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군수지원보다 더 캐주얼하며 고급 재료가 드랍되는 컨텐츠의 클리어 진도와 관계 없이 성계 활용만으로 고급 자원이 나오는 성계가 열리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습니다. 각 캐릭터는 특정 성계에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사용하지 못할 저등급 캐릭터라고 해도 성계에서 쓸모가 생깁니다. 또한 한번에 여러 성계 임무를 동시에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등급이 낮더라도 캐릭터가 많으면 한번에 여러 성계를 돌리는 식으로 덜 귀찮아질 수 있습니다.


4-2. 캐릭터의 레벨 성장

창람경계는 특이하게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메인 스테이지와 실제로 성장하기 위해 돌아야 하는 파밍 스테이지가 분리되어있습니다. 스토리 스테이지는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초회 클리어 시에 약간의 젬을 제공하지만 그 외 보상이 빈약합니다. 반복 플레이시 경험치 재료나 속성별 진화재료를 주긴 하지만 소비하는 체력(행동력) 대비 굉장히 적은 양입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1) 스토리 진행 / 2) 성장의 체감 / 3) 무료 젬의 공급 만을 담당하며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는 파밍 스테이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파밍 스테이지는 기본적으로 제일 위의 경험치 재료 파밍 스테이지와 그 아래의 속성별 진화재료 파밍 스테이지로 나뉩니다. 각 스테이지엔 추천 레벨과 속성이 부여되어있습니다. 레벨이 높을 수록 더 강한 적을 상대하고 승리했을 때 더 좋은 경험치 재료나 속성 원소가 드랍되죠. 속성별 원소 파밍 스테이지들은 당연히 해당 속성이 부여되어있고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고 경험치 파밍 스테이지는 속성이 번갈아가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파밍 스테이지는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보다 훨씬 많은 행동력을 소비하는데, 150점을 다 소진하는데엔 약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창람경계는 기본적으로 전투 참여에 대해선 경험치를 지급하지 않고, 게임 중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재료를 소모해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 구성입니다. 하지만 경험치 조달보다도 위 스크린샷에 나온 것 같은 속성별 원소를 얻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각 캐릭터들은 성급에 관계 없이 기본적으로 25레벨이 한계로 잡혀있고, 원소를 사용하는 캐릭터 해방을 통해 이 한계 레벨을 여러 단계에 걸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경험치 재료는 등급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원소는 레벨 개방이 진행될수록 더 상위의 원소를 요구하지만 하위 등급의 원소를 합쳐서 상위 등급의 원소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상위 등급의 원소를 얻기 위해선 캐릭터를 키워서 상위 난이도의 원소 던전을 클리어해야 합니다.


4-3. 장비의 수집과 성장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성장은 속성 원소의 수급에 크게 좌우됩니다. 원소 던전을 클리어해 원소를 얻고, 얻은 원소로 한계 레벨을 개방하고,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상위의 원소 던전에 도전하는 형식을 반복하게 되지요. 하지만 속성의 상관관계가 이 흐름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화 속성 원소 던전은 화 속성이기 때문에 상위 화 원소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선 수 속성 캐릭터를 키워야 하고, 수 속성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선 목 속성 캐릭터가 필요한데 목 속성을 키우기 위해선 화 속성이 필요한 무한 루프에 빠지기 쉽죠. 그래서 존재하는 또하나의 성장축이 바로 장비입니다.

창람경계의 캐릭터는 최대 4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비는 활이나 부적 등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이 형태는 그냥 그림일 뿐 아이템의 유형에 따른 슬롯 제한은 없습니다. 장비 또한 성급과 레벨이 있어 성급과 레벨이 높을수록 성능이 좋습니다. 성급은 획득시에 결정되며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레벨은 장비 경험치 재료를 소모해 올릴 수 있으며 동일한 장비를 소모하는 돌파를 통해 한계 레벨을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수치 보너스 외에 스킬도 부여되어있습니다만, 이 스킬은 장비의 속성과 캐릭터의 속성이 일치해야만 발동되며 다른 장비를 스킬 경험치 재료로 사용하여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즉, 장비는 기본적으로 다른 장비들을 소모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장비를 습득하는 방법은 크게 제작과 레이드로 구분됩니다. 레이드는 고난이도 던전에서만 5성 장비가 드랍되는 반면, 제작은 랜덤하게 최대 5성까지의 장비가 드랍됩니다. 제작에 사용되는 원소는 가장 등급이 낮은 원소들이며, 특별히 상위 원소를 사용해 높은 성급의 장비를 얻는 장치는 없습니다. 따라서 덱의 성장 단계에 따라 레이드와 제작의 비중이 바뀝니다. 게임 초반엔 제작을 통해 얻은 장비로 원소 던전의 진도를 돌파하고 충분히 성장하고 나면 5성 장비가 드랍되는 레이드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죠.


가챠를 통해 뽑은 5성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면 100레벨까지의 육성 자체는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습니다. 특히 덱이 성장할수록 경험치 재료든 원소든 고급 재료가 다량으로 드랍되기 때문에 일단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굉장히 수월해집니다. 캐릭터 육성을 마친 사용자들은 새 캐릭터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장비 파밍을 엔드 컨텐츠로 즐기게 됩니다. 

이 장비 파밍 역시 앞서 언급한 음양사의 어혼처럼 랜덤성에 의한 질적 파밍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속성의 장비를 얻을지는 제작 레시피나 레이드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낮은 성급을 아무리 많이 얻어도 높은 성급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단 5성 장비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5성 장비 중에서도 물공템 마공템 등 장비를 입히고 싶은 캐릭터에 어울리는 장비를 얻어야 하죠. 하나만 뽑아선 한계 레벨이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높은 레벨로 키우기 위해선 같은 장비가 또 여러벌 필요합니다. 아주 고급 사용자라면 스킬에 랜덤하게 부여되는 2개의 부가 효과도 파밍의 대상이 됩니다. 어혼과 같은 세트 효과는 없지만, 어혼 처럼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 까지 계속 파밍을 진행해나가는 구조입니다.

음양사의 어혼이나 창람경계의 장비나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동일합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에 대한 보상 중 일부를 캐릭터에 귀속되지 않고 다른 캐릭터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장비 성급의 수직적 성장을 차단함으로써 저등급 장비를 양으로 채우기 보다는 얻기 어려운 희귀한 장비를 획득하는데 집중시킵니다. 장비가 부족할 땐 저등급 장비도 착용하지만 어느정도 장비가 모이고 나면 저등급 재료는 고등급 재료를 육성하는데 사용하는 재료로 사용되지요. 사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식 가챠 게임의 캐릭터 가챠와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4-4. 일본식의 이벤트 운영

이벤트에 대한 운용도 도탑전기류 게임 보다는 일본식 게임에 가깝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이벤트는 크게 과금을 촉진하는 과금 이벤트와 컨텐츠 플레이 및 리텐션을 강조하는 플레이 이벤트로 나뉠 수 있습니다. 과금 이벤트는 위쪽 스크린샷 처럼 특정 기간동안의 누적 충전한 금액(현금)이나 사용한 젬의 양을 기준으로 기준으로 미션을 걸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플레이 이벤트 역시 주로 기간 한정 미션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좌하단의 스크린샷의 경우 원정스테이지 클리어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우하단의 스크린샷은 이벤트 기간동안 모험 스테이지에서 하단의 4가지 아이템이 추가로 드랍되게 하고, 이 아이템을 모아서 골드나 진화재료, 캐릭터 조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형식입니다. 춘절이나 국경절 같은 대목 시즌엔 전용 컨텐츠를 투입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벤트용 컨텐츠를 추가하기 보다는 있는 컨텐츠를 미션을 통해 활용하는 형식이죠.


반면 창람경계는 일본의 가챠 게임과 유사하게 전용 컨텐츠와 신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이벤트 맵이 새로 생기고, 이벤트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이벤트 스테이지의 드랍도 좋고, 이벤트에서 나오는 토큰으로 보상을 얻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벤트가 진행중일 때엔 파밍 스테이지를 돌기 보다는 이벤트 스테이지를 도는 것이 유리합니다.


특히 이러한 이벤트의 핵심보상으로 4성 캐릭터가 걸려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미 5성 덱을 꾸리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도 저 4성을 수집해야한다는 목표가 부여되고, 무과금 사용자에겐 최고는 아니지만 쓸만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됩니다. 일본식 가챠 게임과 동일한 동작 원리죠. 다만 캐릭터 1개와 맵, 스토리 등 이벤트에서 소비되는 컨텐츠가 크고 아름답기 때문인지 1부에서 예로 들었던 시노마스처럼 끊임없이 공급되지는 않고 월 1회 이하의 빈도로 갱신됩니다.


4-5. 가챠 중심의 판매 전략과 마일리지를 통한 가치 보전

BM 역시 기본적으론 역시 행동력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정량으로 파는 대신 가챠에 집중하는 일본식 게임의 틀을 따르고 있습니다. 도탑전기와는 달리 가챠에선 무조건 캐릭터가 나오며 10연 가챠 혹은 10회 구매에 대한 명시적인 보정은 없는 대신[각주:1] 10연 가챠는 1연 가챠 10개 대비 10%를 할인해주죠. 하단 왼쪽에서 두번째에 보이는, 1일 1회에 한해 매우 소량의 유상 젬으로 단가챠를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 또한 일본의 가챠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옵션입니다. 그리고 일반 가챠 외에 한정 캐릭터가 들어가있다거나 확률에 변동이 있는 스페셜 가챠를 따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러한 스페셜 가챠에는 가격이나 비용 등이 구매 횟수에 따라 변동하는 스텝업 가챠 등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일본식 모델이죠. 장비 가챠가 별도로 있어 효율은 낮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가챠로도 장비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게임에서 보기 드문 요소가 한가지 있는데, 가챠 구매시 사용한 젬 만큼 돌려받는 창옥입니다. 일종의 가챠 마일리지인 이 창옥을 사용하는 상점이 별도로 존재해 5성 장비, 골드, 한계돌파(초월)재료, 스킬 랜덤 변환에 사용되는 황금망치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챠의 최소 가치를 보장하고자 하는 중국적 감성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창옥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치는 보장된다는 것이죠.


4-6. 하지만 가챠 가치 보전 실패

하지만 실제로 가챠 구매시의 만족도가 높냐면 절대로 아닙니다. 일단 저 창옥상점을 제외하면 가챠에서 나온 꽝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합니다. 보통 캐릭터를 가챠로 판매하는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쌓일 수 밖에 없는 저등급의 중복 캐릭터들을 키우고자 하는 캐릭터의 성장 재료로 소모시키는 활용처가 존재합니다. 레벨업 재료로 갈아먹인다거나, 소녀전선의 코어 처럼 공용 한계돌파 재료로 전환하는 식이죠. 하지만 창람경계는 이러한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획득한 캐릭터를 영구히 남아서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중복 캐릭터가 당첨될 경우 무조건 자동으로 한계돌파를 시켜버립니다. 3성을 한돌해봤자 어차피 게임의 핵심인 5성에는 못미칠 뿐더러, 5성이라고 해도 1한돌 2한돌 쌓을 때 오는 체감 효용이 크지 않습니다. 원하는 신규 5성이 아닌 다른 모든 결과물은 사실상 꽝입니다.

캐릭터를 활용할 수 없는 대신 창옥을 주긴 하지만 창옥 상점 또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효용이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한정되는데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볼만한 상품이 많지 않습니다. 골드야 썩어 넘치고, 5성장비라고 해도 속성별로 18개씩 준비되어있는 5성 장비 중에서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2종만을 제공합니다. 캐릭터에 추가 스킬 포인트를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천혜의 열매, 어느 캐릭터든 한계돌파에 사용할 수 있는 각성의 열매, 장비 스킬의 랜덤 항목을 재추첨 시켜주는 황금망치 정도가 그나마 의미가 있습니다. 그나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스킬 포인트건 한계돌파건 랜덤 리셋이건 간에 어느정도 양을 쌓았을 경우엔 그 효용이 나오지만 구매 제한 걸린 횟수 대로 2개 1개 5개 정도로는 써봤자 큰 효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쨌든 청옥상점 밖에선 구하기 힘드니 완전히 무의미하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거죠. 0.1은 0보단 크잖습니까..

문제는 이 구매 횟수 제한이 일단위가 아니라 월단위라는 거지요. 천혜의 열매, 각성의 열매, 황금 망치를 살 수 있는 만큼 다 사도 한달에 청옥 1.4만개에 못씁니다. 아무 5성 한번 볼 때 마다 청옥이 1만개씩[각주:2] 쌓이고, 특정 캐릭터 (주로 신규 한정) 노리고 들어가는 저격 가챠에선 수만개씩 쌓이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극히 일부죠. 가챠를 산 보상으로 주는 창옥이 뭔가 푸짐하게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 영양가가 없습니다. 마치 예전에 콘솔 게임 사면 십수장씩 딸려오던 웹하드 업체들의 10만원권 쿠폰 처럼 말이죠.


특히 위 스크린샷 처럼 가챠 조금 돌렸더니 3성들이 죄다 강제 풀한돌 되어버려 30창옥으로 돌려받기 시작하면 정말 이 게임이 나를 약올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건 중국서버 사정이구요, 한국 서버의 경우 가챠 확률은 더 낮고, 금액 대비 지급되는 창옥은 더 적은데, 창옥 상점에서 상품들의 가격은 더 높습니다...


4-6. 어딘가 빈약한 성장 템포

사실 이런 식의 애매한 보상감은 창람경계라는 게임 전체에 걸쳐있는 굉장히 암울한 특성이기도 합니다. 레벨이든 초월이든 장비 성장이든 간에 각종 성장 컨텐츠들이 여러 단계로 쪼개져있긴 한데 정작 플레이 컨텐츠에서는 난이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자잘한 단계의 성장이 크게 체감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캐릭터 레벨은 처음엔 25가 한계였다가 이후 40, 60, 80, 100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원소 던전의 권장 레벨은 20, 40, 55, 70 입니다. 경험치 재료는 충분한데 레벨 한계 개방을 위한 원소가 부족해서, 단숨에 새 한계 레벨로 치고 올라갈 땐 효용이 느껴지지만 뚫고 난 뒤에 경험치를 먹이면서 레벨을 올려가는 단계에선 그 효용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 단계에서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성장한도를 뚫는 과정은 또 지리합니다. 만땅으로 채워둔 행동력을 원소 던전에 털어붓는데는 5~6판, 물리적으로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렇게 자연회복분을 다 털어넣는다고 충분한 양의 원소가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상위로 갈수록 더 높은 등급의 원소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체감을 강하게 느끼죠. 여기에 플레이타임도 짧으니 게임 플레이가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소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탑전기류 게임도 실질 플레이타임은 짧지만 대신 성장 단계를 촘촘하게 쪼개고, 그에 대응하는 스펙의 컨텐츠를 빼곡하게 배치해서 이만큼 왔고 이만큼 성장했다는 등의 피드백을 꼬박꼬박 주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장비 성장 역시 템포가 지리한 편에 속합니다. 레이드를 통해 장비를 파밍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쾌적한 환경은 아닙니다. 창람경계의 레이드는 오버히트의 레이드와 같이, 본인이 먼저 보스를 때려서 방을 개설하거나, 남이 개설해둔 방에 들어가서 보스를 때리는 형식입니다. 원하는 사람들과만 공유할 수 있는 비밀방을 만들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열려있는 구조이고 한 스테이지에 최대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을 개설할 땐 행동력을 소비하지만, 남이 개설한 방에 참전하는 데엔 아주 소량의 골드만을 소비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러 레이드를 순회하면서 막 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플레이어는 동시에 1개의 레이드 스테이지만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스를 잡아서 클리어되든, 시간 제한에 걸려 실패 처리되든 기존의 스테이지가 끝나지 않으면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1~3위에게만 유의미한 보상이 지급되기 때문에 보스 총 데미지의 20% 이상씩을 깍아내릴 능력이 안된다면 다 잡혀가는 보스에 숟가락 얹고 적은 보상에 만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혼자 20% 30% 씩 깍아낼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발 주자들이 달라붙어주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죠.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도 드랍률이 썩 좋지는 않지만 계속 해야만 하는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은 컨텐츠이고, 그 아래 플레이어들에겐 '이걸 어떻게 하나' 싶은 아주 애매한 컨텐츠입니다. 물론 혼자 돌을 씹어먹으면서 죽은 파티 되살려서 혼자서 돌파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게 레이드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플레이는 아니잖습니까?



4-7. 안하느니만 못했던 '최소한의 중국화'

음양사가 일본식 가챠 게임의 요소를 중국의 기준에서 재해석한 게임이라면, 창람경계는 일본식 가챠 게임에 필요 최소한의 중국적 요소를 선별적으로 추가한 게임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중국적 요소라고 한다면 1) 장기 플레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깊은 성장 단계 / 2) 가챠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했을 때 보장되는 최소한의 가치에 해당하겠죠. 하지만 음양사가 1년 내내 차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2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창람경계는 발매 초기 잠깐 40위권을 유지하다가 금방 광속으로 순위권을 이탈해버렸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역시 '재해석에 기반한 파괴적 창조'과 '원본을 유지한 최소한의 수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창람경계는 검증된 일본식 가챠 게임의 구성을 기반으로 검증된 중국적 요소를 접합시켰지만 그 접합이 굉장히 얄팍합니다. 깊은 성장 단계는 그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의 깊이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일본 가챠 게임들이 컨텐츠들을 듬성 듬성 배치할 수 있는 것은 성장의 깊이가 얕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도탑전기류 게임들의 컨텐츠 난이도가 촘촘하게 빼곡히 배치된 것은 그만큼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인 것이죠. 하지만 창람경계는 성장의 깊이는 깊으면서도 이를 체감할만큼의 컨텐츠를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가챠 구성과 꽝에 대한 보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계 돌파는 깊은데 1~2단계로는 티도 안나고, 그렇다고 최대 10단계까지 파고 들어가자면 확률이 낮아서 엄두가 안납니다. 창옥 상점이 있어 가챠의 최소 가치가 보장된다고는 하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살 물건이 없습니다. 가챠 팔아 돈은 벌고 싶은데 컨텐츠 만드는데 투자하기는 싫고, 뽑아서 손해는 안본다는 느낌은 주고 싶은데 또 막상 파는 입장에서는 손해보고 싶지는 않은, 굉장히 얄팍한 계산이 너무나 눈에 뚜렷하게 보이고 있지요. 이렇게 얄팍하게 배치된 컨텐츠들이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아까 음양사를 길드워2 같은 게임이라고 했는데, 창람경계는 그보다 1년 먼저 출시했다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Rift를 연상시킵니다. 기본 시스템은 검증된 베스트 셀러인 WOW를 그대로 차용하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 요소로 필드 컨텐츠를 더해서 Post-WOW 자리를 노리겠다는 나름 훌륭한 전략을 세웠으나, 지역을 '소모'하면서 지나간다는 WOW의 기본 한계에 부딪혀 필드 컨텐츠가 죽어버렸던 비운의 게임이죠. 나무를 심으려면 땅을 파야 하는 겁니다. 그냥 줄기를 잘라다가 땅에 꽂는다고 뿌리가 돋아나진 않는 법이죠.



5. 영원한 7일의 도시

한편 본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소개한 바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이하 영7) 또한 수집형 게임으로써 기존의 도탑전기에서 벗어난 BM과 메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디테일은 이전의 포스트를 참조하시고, 중요한 부분만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5-1. 3중으로 구성된 캐릭터 메타와 그를 활용하는 컨텐츠들

수집형 게임으로써 '수집'을 강조하는 방법엔 2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음양사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메타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전제로 한 최강 덱 조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창람경계는 일본 게임들 처럼 가시적인 속성 메타를 중심으로한 캐릭터 풀의 확장을 강조하고 있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영7은 속성 메타를 강조하는 일본 게임에 가깝습니다.


영원한 7일은 굳건함(刚) > 기교(巧) > 영민함(灵) > 굳건함(刚)으로 이어지는 3색의 가위바위보 속성 메타를 기본으로 클래스 조합에 의한 메타, 공격 속성 조합에 의한 메타 등 3중의 메타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컨텐츠에 3종 중 1종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부여되고, 3개 캐릭터로 파티를 꾸리기에 3속성 X 3직업군 = 9종의 주력 캐릭터를 확보할 것을 요구합니다.

출시 이후엔 특정 직업군으로 플레이 할 때 더 유리하다거나,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더 유리하다는 식으로 캐릭터 풀의 확장에 더 많은 비중을 주는 컨텐츠가 추가되어왔습니다. 관련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트로 이미 발생하였으니 해당 포스트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 - 캐릭터 수집을 강조하는 수평성장 컨텐츠들


5-2. 가챠 중심의 캐릭터 획득과 성급 성장

앞서 소개한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영7 역시 주력 상품인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가챠로 한정하고 있습니다.일부 캐릭터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혹은 고스펙을 요구하는 컨텐츠의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그 종류와 수량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루트는 가챠이며, 게임에서 지급하는 주된 보상 또한 가챠권 혹은 제한적으로 가챠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화폐들입니다.

각 캐릭터는 처음 획득될때의 등급(이하 태생등급)이 C < B < A < S 의 4단계 중 1개로 정해져있습니다. 라이유이는 태생 S급, 카지는 태생 C급 이런 식이죠. 등급을 통해 캐릭터의 우열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희귀하지만 등급이 높은 캐릭터를 뽑도록 유도하는 것은 캐릭터를 주력 상품으로 삼아 가챠로 판매하는 수집형 RPG의 일반적인 문법이며, 가챠를 시간단축 서비스로 판매하는 도탑전기가 앞서 언급한 음양사 / 창람경계와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처음 타고날 때의 등급이 달라도 모든 캐릭터들이 최고 등급인 S급과 그 너머의 신기 30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고 일단 같은 등급에선 캐릭터가 대등한 성능을 지닌다는 부분에선 도탑전기류 게임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물론 나루토나 콘트라 리턴, 에반게리온 파효 등 캐릭터에 태생 등급을 구분하는 도탑전기류 게임도 있었습니다만, 등급 성장에 들어가는 자원 구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성급 성장은 개별 캐릭터 전용 조각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조각은 보너스 개념으로 굉장히 드물게 공급되죠. 그래서 나중에 추가된 신캐를 획득한다고 해도, 성급 성장에 필요한 해당 신캐의 조각을 다량으로 수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신캐를 키워서 전력으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해당 신캐 조각이 나오는 스테이지는 없거나, 있다고 해도 굉장히 고스펙에 배치되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설령 스테이지에서의 조각 파밍이 가능해도 하루에 최대 3개 정도 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요구되죠. 조각을 모으기 위해 가챠를 돌릴 수도 있지만, 가챠의 특성상 원하는 신캐의 조각만 얻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신캐 조각을 얻는 동안 이미 성급이 높은 기존 캐릭터의 조각을 더 많이 얻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캐는 기존 캐보다 뒤쳐지게 됩니다.


반면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성급 성장은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조각인 영혼 파편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히려 특정 캐릭터의 육성에만[각주:3] 사용할 수 있는 특정 캐릭터 영혼 파편이 보너스 개념으로 이벤트나 업적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급되지요. 영혼파편은 게임의 일간 컨텐츠를 플레이를 통해서도 일정량 얻을 수 있지만 가챠에서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가 중복 당첨되었을 때 대량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중복된 캐릭터의 등급이 높을 수록 많이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이 무한히 이어지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성장급 성장 상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잉여의 영혼 조각이 축적되고, 이를 신캐의 성급 성장 재료로 사용해 신캐를 얻기만 하면 바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격 가챠에서 대량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중복 당첨에서 만능조각인 영혼파편을 지급한다는 부분 또한 눈여겨 봐야 합니다. 가챠에서 다량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꽝'을 수직 성장의 귀중한 재료로 사용해 가챠의 최소 가치를 높인다는 방향성은 음양사와 유사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영7쪽이 보다 세련되고 캐주얼합니다. 음양사는 성급 성장에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성급 성장의 대상이 되는 고등급의 신캐도, 재료로 사용할 꽝도 파티에 넣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올라야 성급을 성장시킬 수 있지요. 영7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어있습니다. 신캐의 레벨은 플레이어의 계정 레벨에 맞춰지기 때문에 굳이 데리고 플레이할 필요도 없고, 영혼 파편 역시 수량만 맞으면 계속해서 밀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축적한 자원을 밀어넣어 순식간에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문법은 오히려 도탑전기나 음양사보다는 하얀 고양이 프로젝트와 같은 일본 게임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5-3. 성급 성장을 통해 적은 수의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

태생 등급은 다르지만 등급을 성장시킬 수 있고 등급이 같으면 성능이 대등해지는, 일본식 가챠와 도탑전기가 묘하게 섞인 이러한 구조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수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7은 음양사보다도 메타 구조가 강조된 게임입니다. 이런 다층 메타를 통해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수집형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그 메타를 받쳐줄 수 있는 많은 양의 캐릭터를 필요로 하지요. 3속성에 6개 직업이니 최고 등급에 18종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직업을 근접 / 원거리 / 보조 이렇게 3개의 직업군으로 압축해도 최소 9종의 캐릭터가 필요하지요. 이는 최고 등급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이며, 그 아래 등급을 채우기 위해선 그보다 2~3배씩은 더 많은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영7이 주력 상품인 캐릭터의 생산 단가가 꽤 비싼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당장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고품질의 3D 그래픽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합니다. 이정도 퀄리티면 외주로는 기대할 수 없거나, 자체 제작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을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액션 RPG라는 장르 또한 비용을 높입니다. 음양사나 창람경계와 같이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턴제 게임들은 기본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파라미터 조합과 이펙트를 바꿔가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수월합니다. 하지만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액션RPG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캐릭터를 기획하고 구현하는데 많은 자원이 소모됩니다. 일반적인 2D 일본 게임 처럼 SSR 미만은 버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값 싸게 찍어낼 수가 없는 환경이죠.

이렇게 캐릭터 제작 단가가 비싼 3D 게임에서 캐릭터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그동안 여러가지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양산형 캐릭터들을 가챠에 포함시키는 게임도 있었고, 붕괴 3rd처럼 하나의 Asset을 기반으로 약간의 변종을 만든 뒤 속성을 달리 배치해 별도의 캐릭터로 취급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혹은 우타 마크로스처럼 3D 캐릭터와 가챠로 구입하는 게임 토큰을 별개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들은 뽑아봤더니 몬스터가 나오더라, 이미 갖고 있는 것과 거의 똑같이 생긴 물건을 다른 물건이라고 팔더라, 뽑는 건 숫자가 적힌 그림이더라 이런 식으로 가챠로 캐릭터를 뽑는다는 재미가 일부 퇴색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처럼 캐릭터의 매력과 상품성이 확실하다면 카드 그림만 바꿔도 잘 팔립니다만 이는 굉장희 희귀한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영7은 성급 성장을 열어둠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합니다. 태생 등급이 낮은 캐릭터도 성급 성장을 통해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와 대등한 성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의 캐릭터로도 다층적인 메타 구조를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의 가치를 낮추진 않습니다. 일단 성급 성장에서 많은 자원이 소비되기 때문에 높은 등급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원을 많이 절약해줄 뿐더러, 수치적으로는 대등하더라도 막상 캐릭터를 사용해보면 스킬 구성 등의 차이 때문에 역시 태생 등급이 높은 캐릭터가 더 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중복 당첨되었을 때에 더 많은 자원을 지급해주기도 하구요. 따라서 성급 성장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과는 별개로 높은 등급의 캐릭터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낮은 확률을 배당받을 명분을 확보합니다.


5-4. 레벨 공통화로 캐릭터 활용성 증대

성급 성장은 돈의 힘으로 금방 극복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돈만 내면 무조건 캐릭터를 최고로 성장시킬 수 있다거나, 돈을 내지 않으면 아예 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가챠 게임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없고, 플레이가 유도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과금 또한 제한됩니다.

캐릭터의 성장이라고 하면 보통 캐릭터의 성장과 장비에 의한 성장 2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그 효과가 정해져있는 확정적 성장 컨텐츠인 반면 후자는 랜덤하게 취득하는 성장 컨텐츠입니다. 또한 전자는 캐릭터에 귀속되어 타 캐릭터에 이전시킬 수 없지만 후자는 원하는 캐릭터에 넘겨줄 수 있는 성장 컨텐츠라는 차이도 있지요.


캐릭터 성장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는 캐릭터 레벨에 의한 성장이 될 것입니다. 최근의 게임들은 세션에서 얻는 경험치로 캐릭터를 직접 성장시키기 보다는 경험치를 넘겨줄 수 있는 자원 형태로 지급하여 새로 얻은 저레벨 캐릭터로 굳이 플레이하지 않아도 되는 추세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래서 플레이를 강요하는 음양사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비판했죠), 영7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캐릭터의 레벨 성장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레벨도 있고, 레벨이 오르면 능력치가 오르긴 하지만 이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없이 그냥 플레이어 계정의 레벨에 맞춰버립니다. 마치 KOTOR나 매스 이펙트 같은 게임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은 동료 캐릭터들도 플레이어 캐릭터와 함께 레벨이 오르는 것 처럼 말이죠.

플레이에 참가시킨 캐릭터에게만 경험치를 주든, 경험치를 자원 형태로 공급해서 원하는 캐릭터에 투자하게 하든 본질적으로 캐릭터 별로 경험치와 레벨을 따로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성장 컨텐츠이며 그 결과 자원을 많이 투입한 캐릭터와 적게 투입한 캐릭터 간에 전력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 전력차를 당연한 게임의 규칙으로 정의합니다만, 영7은 수집한 신캐의 활용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게임입니다. 신캐를 열심히 잘 팔기 위해선 돈 들여 얻은 신캐의 강력함을 금방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캐릭터 레벨을 플레이어 계정 레벨과 동기화시킨 것은 오래 플레이한 것에 대한 누적 보너스로서의 성장을 부여하면서도 신캐의 활용성을 높이는 괜찮은 방안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행동력을 추가로 구매해 경험치를 몰아주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 구조도 영향을 줬겠지요.


5-5. 컨텐츠 고갈을 극도로 억제한 장비 성장

모든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던 레벨 성장과는 달리 장비 컨텐츠는 다른 게임들 처럼 1개의 장비를 1개의 캐릭터가 장착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험치 - 레벨은 캐릭터에 귀속되어 다시 회수할 수 없지만 장비는 기존 캐릭터에게서 벗겨서 신캐에 끼워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 장비를 통한 성장이 실질적으로 플레이를 통한 성장의 핵심축이 됩니다. 하지만 장비의 획득 경로와 성장 방식에 있어선 다른 게임들과 다소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장비에 무기, 방어구, 장신구 이런 구분이 없다는 겁니다. 유형 구분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슬롯에 대한 구분도 없죠. 그냥 아이템마다 코스트가 정해져있고, 캐릭터 마다 정해진 코스트 범위 내에서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실체가 있는 Equipment가 아닌, 가상의 능력치 컨테이너로 간주하고 있는 점은 같은 제작사의 음양사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음양사가 장비 파밍의 '완성'을 전제로, 캐릭터의 수직 성장과 장비의 수직 성장이 서로 선순환을 이루게 한 것과는 반대로 영7의 장비 컨텐츠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되며 고갈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면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에 도전하고,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에선 더 나은 보상이 지급되고, 다시 그 보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는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검증된 모델이긴 합니다만, 장기 운영이라는 측면에선 컨텐츠의 소비가 계속 가속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 높이 성장한 유저가 더 좋은 장비를 더 많이 획득하기 때문에 컨텐츠를 더 빨리 소진시키는 것이죠. 동일한 자원을 투입했을 때 상위권 고인물보다 하위권이 더 큰 효용을 누릴 수 있어야 최상위층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소모시키면서도 하위권을 계속해서 중상위권으로 올려 정착시킬 수 있는데, 이런 가속 구조는 반대로 최상위권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의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영7은 수직 성장과 장비 파밍을 분리함으로써 이 컨텐츠 고갈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장비가 드랍되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수직 성장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어떤 컨텐츠를 플레이하더라도 장비 파밍의 질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획득한 장비를 소진시키는 합성 과정을 통해서만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오래 플레이한 사용자는 더 많은 장비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장착함으로써 더 나은 능력치를 부여받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득권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합성은 재료로 사용된 4개의 장비 중 1개를 승급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가 추가되어도 기존의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가 이를 소진하는데 동일한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이런 승급 구조는 장비 컨텐츠의 소비 속도에 대한 가속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원하는 아이템을 모두 얻어서 가장 높은 등급까지 끌어올리는 파밍의 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에 영7은 합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인 금색에 다른 금색 장비를 재료로 소진하여 기본 능력치(세련) 혹은 추가 능력치(돌파)를 랜덤하게 리셋시키는 컨텐츠를 배치함으로써 장비 성장의 끝을 지워버립니다.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그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아무리 많이 시도하더라도 기존의 결과가 누적되진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끝없이 재료를 소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랜덤이기 때문에 해당 단계에 막 진입한 뉴비에게도 기회는 열려있고,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랜덤이기 때문에 유저간 전력차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장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의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영원한 7일의 도시 - 실질적인 다양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장비 성장 체계



5-6.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힘든 플레이 컨텐츠 구조

앞서 살펴본 것 처럼 성급 성장, 장비 성장, 레벨 성장 등 각각의 성장축의 디자인 자체도 굉장히 특이합니다만, 사실 영7의 성장 구조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그러한 성장과 게임 컨텐츠와의 관계입니다. 지속적인 플레이와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성장과 컨텐츠를 연결짓는 다른 대부분의 게임들과 달리, 영7은 대부분의 컨텐츠에서 성장을 분리시켰거든요.

당장 메인이 되는 스토리 모드의 전투 스테이지의 몹들도 게임을 계속 진행해나가다보면 조금씩 강해지긴 하지만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해선 더 성장하라는 식의 장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자연히 오르는 레벨 기반으로 적당히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장비를 파밍하는 코옵PVE인 시공난류나 레이드도 플레이어 스펙에 맞춰서 파티를 맺어주고 스테이지 난이도도 그에 맞춰 설정됩니다. XX 장비를 얻기 위해선 AA 레이드를 깨야 하는데 AA 레이드를 깨기 위해선 YY 장비 셋을 맞춘 6성 캐릭터 몇개가 필요하다 뭐 이런 게 없어요. 플레이어는 그냥 언제나 적당히 깰 수 있는 스테이지로 보내집니다. 랜덤한 도전 과제가 나오는 딜 측정 컨텐츠인 흑문 시련은 0에서 시작해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컨텐츠로 스펙을 올리면 더 멀리까지 가서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점수에 따라 보상이 올라가긴 하지만 그 변별력이 굉장히 미미하지요. 수직 성장 컨텐츠는 있는데, 수직 성장을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플레이 컨텐츠는 없는 묘한 게임입니다.[각주:4]



유일하게 수직 성장을 요구하는 컨텐츠로는 '기억 전당'이 있습니다.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기억' 들이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있어서 기억의 흐름에 따라서 또한 한 기억 내에서도 스테이지의 흐름에 따라 요구 스펙이 점점 증가하는 구성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예로 들자면 좌상단의 '플로라의 기억'을 깨야 하단의 '웬지의 기억'이 열리고, 우측의 '베라의 기억'은 플로라를 깬 상태에서 '베라'의 스토리를 클리어해야 열립니다. 이 순서에 따라 베라 > 웬지 > 플로라 순으로 요구 스펙이 높아지고 각각의 기억 내에서도 1스테이지부터 10스테이지까지 요구 스펙이 점차 증가합니다.

각 기억의 10개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해당 캐릭터나 해당 캐릭터의 스킨을 얻는데, 이 캐릭터와 스킨은 가챠로도 얻을 수 없고 오직 기억 전당의 클리어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는 일반 플레이는 캐주얼하게 즐기면서 이 기억전당의 유니크한 보상을 통해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수직 성장을 체감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기억 전당이 수직 성장의 보람을 느끼는 컨텐츠라기 보다는 오히려 수직 성장의 정체감만 느끼는 컨텐츠로 동작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억전당 초반부는 요구 스펙이 조금씩 늘어나며, 이는 초반의 레벨업과 성급 성장으로 쉽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요구 스펙의 격차가 커지는 반면 성장은 둔화됩니다. 성급 성장은 가챠로 금방 고갈되어버리고 레벨업과 장비 성장으로 스펙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둘 다 일간 플레이 횟수와 획득량이 제한되어있고 성장에 의해 보상이 늘어나지 않는 구성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성장 정체에 빠지는 반면 사용자 입장에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수직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 자체는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에선 굉장히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컨텐츠의 반복 가능성과 보상 구조에서 영7의 기억 전당은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이미 클리어했거나 클리어할 수 있는 컨텐츠에선 계속해서 보상을 주고 있습니다. 단지 다음 스테이지를 깨서 더 나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못할 뿐이죠. 하지만 영7의 기억전당이 주는 보상은 클리어 할 때 한번만 주어집니다. 보상을 한번 받고 나면 그 스테이지는 더 이상 플레이할 수도 없고 보상을 받을 수도 없어요. 성장의 결과에 대한 보람은 휘발되어버리고 계속해서 깨지 못해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경험만 남게 되는 거지요.

수집형 게임으로써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에 집중한다는 방향 자체는 일본의 가챠 게임을 어느 정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본 게임들도 플레이의 누적이 게임 내에서의 나은 보상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고 난이도에서 나오는 보상이면 신캐를 금방 키울 수 있고, SSR을 적당히 가지면 최고 난이도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으며, 최고 난이도의 컨텐츠를 추가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을 뿐이지 성장에 대한 댓가는 착실하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영7처럼 극단적으로 성장과 보상의 루프를 날리진 않았어요.


5-5. 성장과 무관한 이벤트 구성

성장은 있으나 성장을 부추기지 않는 이 묘한 감성은 이벤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중국의 도탑전기류 게임과 일본의 가챠 게임은 이벤트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굉장히 상이합니다. 앞서 몇번 말씀드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기존 컨텐츠를 활용하는 추가 미션 형식입니다.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기간 한정으로 제공되는 번외 추가 컨텐츠이며, 특히 이벤트의 빠른 클리어를 통해 성장의 보람을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와 같은 중국산 칸코레류 게임의 경우엔 성장이 도움을 주는 추가 번외 컨텐츠라는 점에선 일본 게임과 유사합니다만 값싸게 만들어 빨리 소비시키는 단기 컨텐츠가 아니라 몇달에 한번 대규모 사이즈로 투입되어 개발사도 유저도 가진 자원을 왕창 태워버리는 초대형 스케일이라는 점에선 약간의 차이가 있지요.


영원한 7일의 도시도 출시 1개월 정도 경과한 이후부턴 계속해서 최소 1개의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만, 이벤트의 성격에선 앞서 언급한 중/일/칸코레류와는 조금씩 중첩되지만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이벤트에 고유한 이야기가 걸려있고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보상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벤트에 대한 고유한 컨텐츠가 존재한다는 점은 일본식에 가깝습니다. 위 영상은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 이벤트인데요, 콜라보 전용 컨텐츠가 있고, 이 컨텐츠를 플레이 해 얻는 보상을 쌓아올려서 최종적으로는 한정 캐릭터인 긴타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2종의 콜라보 캐릭터는 가챠에서만 나오지만 긴타로는 이벤트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에서 수직 성장의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일/칸코레류 등 어느 쪽과도 구분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전투가 중간 중간 끼어있긴 하지만 전투 자체가 메인 컨텐츠는 아닙니다. 자연회복되는 이벤트 행동력을 소비하는 액션을 통해 이야기를 보고 보상을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투는 그 과정에 양념처럼 들어가있을 뿐, 전투 난이도가 이벤트의 진행을 가로막는다거나 고난도 전투에 도전해 더 나은 보상을 받아 이벤트를 빨리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슈타게 콜라보 이벤트가 난이도/보상을 나눴으나 그 변별력은 미미했습니다.) 이벤트 조기 완료의 열쇠는 플레이어의 성실성입니다. 이벤트 행동력을 돈으로 살 수 없고, 6~8시간 분량 이상으로는 쌓이지 않기 때문에 상한을 초과되어 날리는 분량 없이 계속해서 행동력을 써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벤트 구성들은 기본 상설 컨텐츠가 비교적 느리게 추가되며 빨리 소진되는 와중에 계속해서 접속해서 플레이하며 놀 거리를 던져주며 그 보상으로 아직 성장이 더딘 무과금, 저과금, 뉴비들을 끌어올리고는 있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성장에 대한 보람을 체감하지는 못하게 한다는 점에선 일본 게임과 큰 차이가 있지요.


5-7. 게임이라기 보단 전자 피규어 전시장과 같은 구성

개발사 입장에선 이 게임을 수집형 액션 RPG가 아닌 연애 어드벤쳐 게임으로 봐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 관점에서 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합니다. 매 달 1개의 스토리라인과 3개의 엔딩(퍼펙트 엔딩, 해피 엔딩, 실패 엔딩)이 추가되는 페이스인데 그래봤자 2~3일이면 공략이 나오고 금방 고갈되어버립니다. 이론상으로는 게임 시간 1일치 분량의 행동력을 얻는데 물리적 시간으로 1일이 걸려 2개 엔딩을 보는데 보름이 소비되어야 하지만 이벤트 등으로 행동력이 추가 공급 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빨리 스토리가 고갈되는 것이죠.

사실 스토리 컨텐츠가 고갈되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을 왜 계속 플레이해야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캐릭터 레벨이든 장비든 게임을 플레이 하면 그 결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장치는 존재하는데, 이 장치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면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올라가고 장비가 쌓여서 조금 강해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어차피 성장이 스토리 진행을 가로막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플레이 했건 하지 않았건 새로운 스토리를 보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파밍 컨텐츠인 시공난류 역시 자동적으로 나와 유사한 전투력을 가진 파티와 함께 오토로 컨텐츠가 술술 깨지죠. 랜덤한 도전과제가 나오는 딜 측정 컨텐츠인 흑문 시련에선 성장이 느껴지긴 하는데 보상의 변별력이 약하기 때문에 스펙을 높여서 고득점을 올리고 랭킹에 올라갈 필요성은 적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7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전자 피규어 전시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매 달 새로 나오는 캐릭터가 이뻐서 갖고 싶고, 30~50만원 정도 들여서 뽑으면 며칠 갖고 노는 재미는 있지만 그 '갖고 놈'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죠. 지속적인 성장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 중국 게임은 물론이고, 수집에 의미를 두는 일본 게임과 비교해도 수집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발매 초반 30위권에 머무르다 미쿠 콜라보로 10위권 안쪽까지 찍었음에도 이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신캐 나올 때만 40위권 정도에 하루 이틀 머무르고 있는 지금 성적이 이런 컨텐츠 구성이 갖고 있는 한계를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5-8. 수직 성장 컨텐츠의 강화

그런 문제를 인식한 것인지, 2월 이후의 업데이트에선 수직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능력해방' 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캐릭터마다 생명력, 공격력(물공캐는 물공, 마공캐는 마공), 방어력(물방마방 공통) 세가지 항목에 대해 레벨이 존재합니다. 각 항목에 대응하는 재료를 소모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그에 따라 캐릭터 능력치도 더해집니다. 그리고 세 항목 모두 현재의 단계에서의 만렙을 찍으면 다른 희귀 자원을 소비해 다음 해방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능력해방에 쓰이는 자원은 요일 던전을 통해 수급하도록 구성했습니다. 3가지 능력치는 각기 3개의 속성에 대응하고 매일 그 중 한 종류의 속성 던전이 오픈됩니다.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높은 난이도에 도전할수록 더 많은 양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만 속성별 3캐릭씩만 있으면 되고 난이도 상한이 높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하드코어한 컨텐츠는 아닙니다. 특히 이 요일 던전은 랜덤하게 절차적으로 생성되도록 하여 반복에 의한 피로를 덜 느끼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템 파밍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단 여러 캐릭터가 같은 장비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이전엔 일반적인 다른 게임들 처럼 1개 장비를 1개 캐릭터에만 장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비 파밍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돈을 마구 쏟아부어 가챠에서 장비를 왕창 뽑아내지 않는 한, 소수의 주력 캐릭터에만 좋은 장비를 채울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젠 여러 캐릭터가 같은 장비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종류별로 1개씩만 최고 등급으로 키워내는 것으로 장비 파밍의 양이 줄었습니다.


대신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가 강화되었습니다. 캐릭터 전용 장비 자체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주로 신캐 출시에 맞물려서 해당 캐릭터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는 특수 효과가 붙은 전용 장비를 가챠 구입에 따라오는 마일리지 포인트나 이벤트 보상 등으로 지급했죠. 이 전용 장비를 모든 캐릭터에 확대 적용하면서, 전용 장비 성장 시스템을 추가하였습니다. 장비 자체의 레벨 외에 전용 장비 싱크로 레벨에 따라 특수 효과가 더 증가하거나 추가되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에 나온 긴타로의 전용 장비의 경우 기존엔 공격시 일정 확률로 위성 레이저 공격을 발생시키는 효과만 붙어있었었습니다만 개편 이후엔 해당 효과를 싱크로 1레벨에 부여하고 싱크로 2레벨이 되면 기존 효과에 더해서 교체 에너지를 사용해 이 캐릭터로 전환될 때 4초간 소유한 신기사의 데미지를 20% 올려주는 효과가 추가됩니다. 싱크로는 9단계까지 있으며 성장시킬 수록 더더욱 강해집니다. 싱크로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는 캐릭 전용 장비 조각을 소비해서 획득할 수 있는데 다른 캐릭 전용 장비의 조각을 소모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만 동일 캐릭터 장비의 조각이나 만능 장비 조각을 사용하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퍼즐 앤 드래곤에서 같은 속성의 몬스터를 재료로 쓰면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전용 장비와 짝을 맞추는 컨텐츠로는 고난도 레이드인 시공안개가 추가되었습니다. 3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3명의 신기사를 데리고 들어가는 컨텐츠로 랜덤한 장소에서 열리는 문을 닫는 최훼흑문(위 영상), 3방향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아내는 은정시공, 상자를 호위하는 수심정광 3가지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3가지 스테이지 X 3가지 속성으로 총 9개 조합 중 1개가 매 주 로테이션 되면서 제공됩니다. 3개 스테이지 모두 중간 과정에서 스폰되는 적의 종류와 위치 등에 요소에 랜덤한 변수가 많이 섞여있어 동일 스테이지를 반복하더라도 플레이 경험에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3개 스테이지 모두 최종 보스는 동일하지만 보스 패턴이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여전히 도전적이며, 각 스테이지의 맵 형상에 의해 공략법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만신전과 마찬가지로 여러번 반복하더라도 반복 피로를 느끼기 힘든 구성이죠.


시공안개는 보통 - 어려움 - 악몽 - 지옥의 4가지 난이도로 나뉘며 난이도에 따라 특정 캐릭 전용 장비 혹은 만능 장비 조각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시공 포인트를 차등 지급합니다. 지옥 난이도에선 판당 2500점 가량이 지급되어, 일주일 한도인 10판 클리어하면 전용 아이템을 1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 편차가 큰 만큼 보상 편차도 커서 악몽 난이도는 판 당 1500점 가량을 지급합니다. 성장과 보상의 루프를 이전보다 확실하게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이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는 게임의 수익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단 특정 캐릭 전용 장비 가챠가 추가되었습니다. 장비가 꽝으로써 섞여나오던 일반 가챠와 달리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 혹은 그 조각이 드랍되기 때문에 시공 안개에서의 시공 포인트 수급이 갑갑한 사용자들을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그리고 캐릭터 전용 장비의 등급 성장 또한 매출 견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전용 장비는 보라색이며  합성 재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전용 장비의 패시브 효과는 특수 효과로 취급되기 때문에 코스트 대비 능력치가 일정 수량 낮게 책정되어있는 데다 기본 등급도 보라색인 상태에선 일반 금색 장비보다 전투력이 떨어집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캐릭터 전용 장비도 금색으로 승급시켜야 하는데 캐릭터 전용 장비는 '합성'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진화'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진화는 희귀 아이템을 갈아서 획득할 수 있는 희귀재료 혹은 가챠를 7개 구입할 때 마다 얻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소진합니다. 희귀 아이템을 빠르고 쉽게 얻는 법은 가챠이고, 마일리지 포인트를 입수하는 방법도 가챠입니다. 매 달 30~50만원으로 신캐 뽑고 나면 살 게 없는 게임에서 새로운 '지를 거리'가 추가된 것이죠.


한편 수직 성장 컨텐츠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수직 성장 컨텐츠인 기억 전당에도 약간의 개선이 있었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일정량 수치를 올려주는 버프가 붙도록 한 것이죠. 이는 유저 개인이 느끼는 정체감을 일정 부분 덜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 전당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캐 / 스킨을 즐길 수 있는 유저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비싸게 제작한 신캐 / 스킨의 활용성을 높입니다. 여기에 물리적인 시간을 장벽으로 세움으로써 핵과금 고인물의 기득권도 설득력있게 보호해주면서 말이죠.


5-9. 수집형 게임에 대한 실험은 현재진행형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여러모로 굉장히 특이한, 실험적인 게임입니다만 이 실험은 결국 생산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고퀄리티 3D 게임을 어떻게 하면 장기간에 걸쳐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장기 운영이라는 측면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유저 성장의 양극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이 아닌, 수평 성장 중심의 수집 게임이라는 방향이 도출됩니다. 컨텐츠 생산 비용 문제는 캐릭터의 성급 성장을 뚫어서 활용성을 높이고 플레이 컨텐츠는 절차적으로 생성시키거나 절차적으로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해결하지요. 수직 성장의 스트레스가 낮기 때문에 컨텐츠에 대한 기대 또한 낮다는 것도 컨텐츠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지요.

첫 달 이후 200위권 밖에서 돌다 신캐가 가챠에 포함될 때에만 이틀정도 50위권 안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도가 시장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나 MMORPG의 흥행을 보면 중국 시장은 수평 성장 보다는 수직 성장의 즐거움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네요. 물론 수집형 게임인 FGO는 중국에서도 신 가챠 투입시 2위까지 오르곤 합니다만 그건 깡패 IP를 끼고 있으니까 예외로 쳐야겠죠.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단 6개월 사이에 게임이 수직 성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180도 바뀌었거든요. 오픈 스펙과 비교하면 거의 리부트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변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컨텐츠와 자원이 추가되고 게임을 운영하는 메타가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가진 자산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따라오지 못하면 뒤쳐진다거나, 모아뒀던 것들이 무가치하게 되는 일 없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컨텐츠들이 늘어났고 이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향이 바뀌었어요.

사실 신캐 가챠가 유일한 소득원인 상황에서 돈만 생각한다면 훨씬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캐릭터를 더 많이 파는 것입니다. 오픈 이후 1개월에 한번 3개 정도의 캐릭터가 추가되고 이 중 2개가 가챠에 배당됩니다. (1개는 기억 전당 보상으로 풀립니다.) 문제는 가챠에서 이 신캐 2종을 획득하는데 드는 30~50만원 정도 되는데 이 이상 돈을 쓸 곳이 없다는 것이죠. 더 많은 캐릭터를 더 자주 가챠에 추가하면 매출은 오릅니다. 기억 전당에 얹을 캐릭터를 가챠에만 넣어도 신캐 올클리어 비용이 올라갑니다. 혹은 2~3마리를 한꺼번에 넣을 것이 아니라 2주 단위로 흩어 넣어도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저항이야 있겠지만 복잡한 속성-직업 메타가 있기 때문에 파워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서도 상품 가치를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넷이즈는 이런 쉬운 길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캐릭터를 뽑아서 갖고 논다는 핵심 컨셉은 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그 위에 수직성장을 자연스럽게 얹어놓고 있어요. 혹은 수직 성장이 원래 컨셉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전용 장비만 하더라도 돈만 생각한다면 능력치를 강하게 설정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데 오히려 능력치는 낮춰 잡고 다양한 패시브 효과로 원래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돈만 놓고 본다면 넷이즈 같은 거대 기업이 2차원 게임이라는 니치 마켓에 뛰어든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믿을만한 IP도 없이 말이죠.(텐센트는 전격문고와 계약해 전격문고: 영경교조 电击文库:零境交错를 준비중이고 넷이즈는 이미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魔法禁书目录)을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를 사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실험 프로젝트라고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도탑전기류는 물론 음양사와도 다른,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수집형 게임의 디자인을 라이브 상에서 테스트하고 수정해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죠. 어차피 돈은 몽환서유와 음양사가 넘치도록 벌어주고 있으니까요.

영7은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사랑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도 재미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디자인 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이를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한국 서비스가 개시되는 만큼 다른 분들도 한번 이 실험의 관찰에 동참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6. 정리

이상으로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하지 않은 중국의 수집형 RPG 게임 3종의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 게임들은 캐릭터의 수집 경로를 가챠로 한정하면서 등급을 강하게 구분짓고, 캐릭터의 수직 성장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둬서 지속적으로 퉁비하는 새 캐릭터를 판매하며, 플레이를 통한 수직 성장으로 장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공통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각기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창람경계의 경우는 일본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속성 메타와 중국 게임이 중시하는 가챠 가치 보장과 깊은 수직 성장을 더해놓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양쪽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보다는 단순하게 접합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꽝을 다른 카드 육성에 사용하지 못하고 해당 카드의 한계 돌파만으로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꽝의 가치가 떨어지고 캐릭터 육성만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지급하는 마일리지는 사실상 아무런 가치가 없구요. 수직 성장은 그 중요성에 비해 체계가 굉장히 빈약합니다. 수직 성장의 깊이에 비해 성장 축의 종류도 적고 그 단계도 너무 듬성 듬성 나눠져있습니다. 강캐 뽑은 걸로 한방에 쭉 하고 밀고 나가는 재미도 없고, 캐릭터를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재미도 없습니다.

음양사는 꽝을 갈아서 당첨캐에 밀어넣는다는 일본식의 BM에 꾸준한 플레이와 그로 인한 성장을 중시하는 중국의 개념을 합쳐놓았습니다. 그 템포가 경쾌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있지만, 중국에선 납득할만한 템포인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에 관해선 가챠를 통한 캐릭터의 수집 외에 플레이를 통한 장비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특기할만합니다. 사실 장비 수집을 통해 성장한다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더 강하고 강한만큼 얻기 힘든 장비를 획득해나가는 수직 성장이 아닌, 개성 넘치는 장비들을 캐릭터와 조합함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해나가는 수평 성장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신선합니다. 또한 이 과정을 어혼 세트 맞추기 -> 등급 높이기 -> 옵션 맞추기 등으로 세분화해서 꾸준히 일정 단계의 성취를 느끼고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끌어간다는 점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쌓인 꽝을 주요 캐릭터 육성 재료로 활용한다는 방향은 일본식에 가깝지만 이를 도탑전기와 유사하지만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 풀어냈습니다. 캐릭터를 더 자주 많이 배출할 수 있다면 훨씬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성장 체계에 있어서는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수직 성장이 존재하지만 이를 강요하지는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조합하면서 갖고 노는 재미를 강조한 게임이었죠.  하지만 수집 게임 치고는 핵심 상품인 캐릭터가 너무 늦게 그리고 적게 공급되어 수익성이 나쁩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만큼 수직 성장에 대한 동기 부여도 약했죠. 최근은 개성적인 캐릭터 수집의 재미라는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수직 성장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그게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음양사를 제외하고는 아직 중국에서 성공적인 수집형 RPG가 나오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음양사를 카피해서 성공한 게임도 나타나지 않았고 음양사를 성공시킨 넷이즈 조차도 음양사를 베이스로 신작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7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수집의 재미와 중국이 좋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서로 교차시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1. 10연 가챠에서 4성이 하나도 없는 경우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보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2. 5성 확률이 3%이니 아무 5성 하나 띄우는데엔 33.3가챠가 필요합니다. 1가챠 당 청옥 300개이니 5성 하나 당 청옥 1만개 정도가 쌓입니다. [본문으로]
  3. 도탑전기류와 달리 특정 캐릭터 전용 조각을 모아봤자 해당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획득한 이후에 성급 성장 재료로만 사용됩니다. [본문으로]
  4. 최근 흑문시련은 난이도를 높여가면서 도전할 수 있는 주간 컨텐츠로 변경되었습니다만, 글을 작성한 시점은 그보다 이전입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06.27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