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시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부에서 쓰고 있던 내용입니다만, 단일 게임에 대한 분량이 너무 많아져 별도 포스트로 분리합니다.


1. 어째서 또다시 영원한 7일의 도시인가?

영원한 7일의 도시(이하 영7)에 관한 포스팅이 벌써 다섯번째입니다. 12월부터 시작했으니 한달에 하나씩의 포스트를 써오고 있네요. 사실 이전에도 나루토,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등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플레이한 게임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영7만 포스트를 다섯개씩 쓰고 있는 것은 영7이 굉장히 흥미로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만 기획자로써 꾸준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게임들은 아니었습니다. 다들 도탑전기라는 하나의 완성된 템플릿하에서의 변주들이었기 때문에 일부 기능이나 기법들이 단편적인 영감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긴 했어도 그게 계속해서 곰씹을만큼 혁신적이진 않았습니다. (나루토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처음 본격적으로 플레이했을 땐 컬쳐쇼크였습니다만)

하지만 영7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캐릭터를 가챠로 뽑는다는 사실 하나만 빼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사용해온 디자인 관습들을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게임 자체가 파격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이 파격들이 단순히 남들과 다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문법이 유지하고 있던 익숙한 문제들을 해결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서 영7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업계 짬밥으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디자인 관습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오늘 소개드릴 영7의 장비 시스템 또한 기존의 문법을 파괴함으로써 기존 문법이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총론 차원에서 '영7은 달라요'라고 뭉뚱그리기 보다는 얼마나 어떻게 왜 다른지를 시간을 들여 설명할 수 밖에요.



2. Deck 구성에서 오는 장비의 수평적 다양성

영7의 장비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장비의 장착을 슬롯이 아닌 Cost 단위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RPG 게임은 '무기' '갑옷' '투구' 등과 슬롯을 파놓고 각각의 슬롯에는 호환되는 장비를 장착시키죠. 그리고 통상적으로 무기는 공격력을 높여주고 갑옷은 방어력을 높여주는 등 슬롯에 대해 특징적인 기능을 정의해놓은 뒤에 같은 슬롯의 아이템 내에서 칼은 물리 공격력, 지팡이는 마법 공격력과 같은 식으로 수평적으로 분화시키며 다시 그 안에서 수치의 차이를 둬서 수직적으로 분화시킵니다.

반면 영7의 장비는 그런 슬롯에 대한 제약이 없습니다. 대신 각 장비마다 일정량의 Cost가 정의되어있고, 캐릭터가 가진 Cost 총합을 초과하지는 못하게 제약하고 있지요. 이 구성은 장비를 어떠한 실체가 있는 실물의 모사라기 보다는 능력치를 담고 있는 관념적인 컨테이너로 다룹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7의 장비 장착은 오히려 과거 확밀아와 같은 CCG 게임의 Deck 구성에 가깝습니다.

이런 Cost - Deck 구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아이템의 수량을 늘리기에 굉장히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슬롯 혹은 장비 유형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무기는 공격력, 갑옷은 방어력 등과 같이 장비 유형이 장비의 기능을 거의 대부분 특정지어버리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물공 / 마공과 같은 약간의 변주 외엔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S급이니 A급이니 해서 더 좋고 덜 좋음으로 인한 수직적 분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가장 좋은 물건 하나씩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의미 없는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물론 영7의 장비들이 슬롯에 대한 제약은 없다고 하더라도 물공템이니 마방템 등 대략적인 장비의 유형은 몇가지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동일한 스탯 구성을 갖는다고 해도 코스트에 따라서 장비가 분화될 수 있습니다. 마방템만 하더라도 코스트에 따라 1코부터 7코까지 7개의 유니크한 장비가 설정될 수 있습니다. 장비가 갖는 기본적인 성능은 코스트에 정직하게 비례하기 때문에 특별히 같은 유형 내에서 코스트에 의해 수직적 우열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1코든 7코든 똑같이 쓸모 있고 언제 몇코가 필요한지는 장비 덱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이런 코스트 - 덱 구성은 확밀아와 같은 CCG과도 그 결을 달리합니다. 확밀아에서의 코스트 구조는 수평적 분화 보다는 수직적 분화 효과가 더 큽니다. 절대 성능이 높은 카드에 코스트를 높게 잡아서 밸런스를 맞춘다고는 하지만 이는 장사를 위해 강캐를 계속 투입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동작합니다. (덱 전체에 대한 코스트는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고 코스트 카드의 덱 구성 페널티는 유명무실해지고, 코스트에 의한 행동력 소진은 과금으로 손쉽게 벌충되기 때문입니다. 누진제가 적용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합니다.) 그리고 절대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코스트 대비 성능이 좋은 카드가 좋은 카드의 지위를 획득하고, 나머지 카드들은 사실상 버려지게 되지요. 반면 영7의 장비들은 코스트 대비 성능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덱을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으니 코스트가 낮은 카드들이 조금 더 유용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다들 코스트 값을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코스트 및 성능에 의해선 수직적 분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과물의 수직적 분화를 중시하는 게임이건, 수평적인 분화를 중시하는 게임이건 기본적으로 랜덤한 결과물을 얻는 구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수직적인 분화는 이러한 시도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구분짓습니다. 좋은 템이 떨어지면 성공이고 좋지 않은 템이 떨어지면 실패죠. 그리고 당연히 사용자 경험의 대부분은 실패입니다. 반면 영7은 수평적인 분화를 중시합니다. 종류는 많지만 그 사이에 우열이 존재하진 않기 때문에 영7의 파밍엔 '실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특정한 아이템을 원했는데 얻지 못했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상의 실패는 아닙니다. 파밍은 항상 성공이며 그 중 조금 더 나은 성공이 있을 수 있을 뿐인 것이죠.

아참, 덱이라고 했습니다만, CCG나 TCG의 그것과 같은, 조합에서 오는 수평적 다양성은 아주 큰 의미는 없습니다. CCG나 TCG의 카드는 그 자체가 게임 내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토큰이며, 개개 카드의 개성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합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적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영7의 핵심 토큰은 캐릭터이며, 장비 조합은 결국 캐릭터에 종속됩니다. 물공 캐릭터엔 물공 템을 끼워주고 마공 캐릭터엔 마공 템을 끼워주는 식이죠. 어느 정도 캐릭터의 특성에 맞춘 빌드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캐릭터가 우선입니다.


3. 장비 파밍 결과의 수직적 다양성

결과물이 다양하긴 하지만 모두 대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결국 어떤 아이템을 얻든 사실상 동일한 결과가 되므로 파밍의 재미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사실 파밍 결과에서 질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수직적인 분화가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반 템과 레어템의 구분입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듯 같은 코스트에 능력치 종류가 동일한 아이템이라도 '레어' 딱지가 붙은 템은 수치가 더 높으며, 레어 템을 얻는 것은 일반 템을 얻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레어 템을 제외한 나머지 템이 모두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아이템들은 고유의 장비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처럼 공격을 받아 체력이 30%이하로 떨어지면 일정 확률로 5초간 물리 / 마법 공격력이 20% 증가한다거나, 일정 거리 내에 여자 캐릭터가 있으면 물리/마법 공격력이 5%씩 최대 3스택 증가한다거나 하는 등 일정한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들이죠. 비 레어템에도 이런 장비스킬이 붙은 템이 있고, 장비 스킬이 붙어있지 않은 레어템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레어템이 아니라도 장비 스킬이 붙은 템을 얻는 것은 의미있는 결과가 됩니다. (장비 스킬이 붙은 장비는 대신 기본 스텟이 코스트가 1~2점 낮은 장비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장비 스킬이 붙은 템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보기는 힘든 구석이 있긴 합니다.)


레어템도 아니고 장비 스킬이 안붙었다고 해도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은장스킬이라고 해서 장비 스킬과 무관하게 '공격속도 증가 +2.96%'과 같은 추가 능력치가 랜덤하게 붙습니다. 특정 장비에 특정 전용 스킬이 붙는 장비 스킬과 달리 은장스킬은 템에 무관하게 랜덤하게 부여되기 때문에 어느 아이템에도 붙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장 스킬은 위 스크린샷 처럼 동일 코스트의 다른 아이템으로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재료와 대상 등급에 따라 성공확률이 있습니다) 은장스킬이 붙은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 또한 의미를 갖습니다.


레어 템도 아니고 장비 스킬도 없고 은장 스킬도 붙지 않은 템은 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냐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장비는 또한 캐릭터의 성급 성장 내에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처음 영7을 소개시켜드릴 때 한번 언급했습니다만, 영7의 캐릭터들은 처음 획득할 때의 태생 등급은 다르더라도 모두 차별없이 S급 그리고 그 이상의 신기 레벨로 성급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A급 4성에서 S급 1성, S급 4성에서 신기 돌파 등 큰 의미를 갖는 단계에선 영혼 파편과 영혼 결정 외에 특정한 등급의 특정 장비가 재료로 요구됩니다. 여기서 또 한번의 가치를 부여받습니다. 물론 모든 장비가 승급 재료로 사용되지도 않고, 승급 재료로 요구되는 상황이 굉장히 잦진 않습니다만, 어쨌든 아무것도 붙지 않은 X템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거죠.


4. 컨텐츠 고갈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장비 성장

지금까지 영7이 다양성을 기반으로 파밍의 결과를 성공/실패로 나누기 보다는 기본적인 효용을 보장하면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파밍의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굉장히 익숙한 요소 하나가 빠져있었죠. 장비의 등급입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영7의 장비는 녹색 < 청색 < 보라색 < 금색으로 이어지는 등급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급 장비를 획득하고, 장비의 등급을 높여나가는 방식에서 타 게임과 제법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게임 내에서의 수직적인 성장이 장비 등급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부분입니다. 플레이를 통해 장비를 획득하는 게임에선 장비의 드랍이 수직적인 난이도 분포에 맞물려서 성장과 장비 획득이 연결되는 것이 굉장히 일반적인 문법입니다. 동일한 양의 자원(물리적 시간이나 행동력)을 소비해도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컨텐츠의 보상이 양이나 질에서 더 낫기 때문에 더 높은 고난도 스테이지에 도전할 이유가 생기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거나 돈을 써서 스펙을 키워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7은 기본적으로 수직 성장을 강조하지 않는 게임이며, 장비의 드랍이 수직 성장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해도 장비를 얻을 수 있고 코옵 PVE인 시공난류를 플레이해도 장비를 얻을 수 있지만, 이들 컨텐츠들은 플레이 횟수가 제한되어있을 뿐더러 스펙에 따라 난이도가 구분되어있지 않고, 어느 컨텐츠를 플레이해도 보상은 거의 녹색에 아주 가끔 청색으로 일정합니다. (일부 일간 컨텐츠에선 보라색 템도 제한적으로 드랍되긴 합니다.) 고난도 고보상이 기본적인 문법이지만 애초에 컨텐츠가 난이도별로 쪼개져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이죠.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기 위해선 얻은 장비의 등급을 높여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다소 특이합니다. 특정 장비를 바로 윗 등급으로 승급시키는 장치는 없고, 동일 등급의 장비 4개를 재료로 집어넣으면 그 중 1개를 골라 승급시켜주는 형식이거든요. (만일 강화해놓은 장비가 합성에서 탈락되면 장비는 사라지지만 강화 비용은 돌려줍니다.)

가장 안정적으로 승급하는 방법은 동일 등급 동일 아이템 4개를 합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 고단하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아이템을 섞어서 확률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평균적으로는 4개가 소모되겠지만요. 이러한 아이템 요구 수량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로 올라갑니다. 녹->청은 동일 녹템 4개면 되지만 금색 까지 올리기 위해선 64개가 필요하지요.

가뜩이나 템 종류가 많은데 같은 종류의 녹템 64개를 모으라고 하면 굉장히 잔혹합니다. 인벤토리 용량이 제한되어있고, 같은 템이라고 같은 슬롯에 여러개씩 중첩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모든 아이템을 그런식으로 하드코어하게 합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마공템 끼리만 뭉쳐서 한 등급 위의 마공템을 얻겠다거나, 같은 코스트끼리만 뭉쳐서 코스트를 유지하겠다거나 아예 그냥 무작위로 계속 합쳐서 등급작을 우선시 하는 방법도 있지요. 어쨌든 게임을 오래하고 템을 계속 파밍해서 승급하다 보면 각 아이템들을 최고 등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레어템의 경우는 합성 재료로 레어템을 2개 이상 집어넣으면 레어템 중에서만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어템도 아니고 스킬이나 추가 옵션도 없는 아이템들은 여기서 합성 재료로써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특정 등급의 특정 장비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운 좋게 이미 인벤토리에 해당 장비가 존재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힘든 길이 되겠죠. 이런 상황에 대한 구제책으로 게임 내에 경매장이 존재합니다. 경매장에서 사용되는 화폐인 젬가루는 1:10 환율로 유상 구매할 수도 있고 하루에 약 100점 정도 생산됩니다. 즉 돈이 있거나 게임을 적당히 오래 한 사용자는 특정 등급 특정 장비 획득을 비교적 쉽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른 유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가진 자만 돈으로 쉽게 돌파한다는 정당성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요.


이러한 장비 구조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스탯 성장이 장비의 획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도 둘째는 가지고 있던 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새 장비를 고등급으로 얻기 위해선 새 장비를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소 생소한 이 구조가 갖는 장점은 장비라는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모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높은 난이도를 돌았으니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한 보상 체계는 플레이어의 성장에 의해 컨텐츠가 점점 더 빨리 소모되게 됩니다.  그리고 컨텐츠가 고갈되어 신규 컨텐츠를 집어넣어도 컨텐츠를 고갈시킨 바로 그 상위권 사용자들이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더 많이, 더 빨리 획득하면서 새 컨텐츠를 소진시켜버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억지로 등급을 늘린다거나, '각성'이니 '제작'이니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갖다 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고인물이 순식간에 컨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재료의 조달에서 고인물들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뉴비들이 고인물들 보다도 훨씬 더 어렵게 따라가야한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기 운영을 위해선 뉴비들이 쉽게 정착하고 고인물들을 위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인물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구조 하에선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영7은 장비에 대해서 이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애초에 장비를 획득하는 컨텐츠와 수직 성장을 연결짓지 않기 때문에 스펙이 높은 플레이어라고 해서 더 나은 보상을 지급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장비를 새 장비 획득과 연결짓지 않기 때문에 뉴비든 고인물이든 새 장비를 금템으로 맞추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벤트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고등급 아이템을 모든 플레이어에게 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공평하면서도 선택적으로 뉴비들을 지원해줄 수 있지요. (같은 보상을 지급하므로 형평성 문제는 없지만, 기본 스펙/장비가 낮은 뉴비가 누리는 효용이 더 큽니다.)

자원의 수급에서 구조적인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축적한 자원 자체는 인정됩니다. 오래 플레이했으면 그만큼 많은 금템을 가지고 있고, 분명히 이는 뉴비보다 유리합니다. 잉여 금템을 경매장에 팔아서 젬가루로 만들 수도 있지요. 오래하고 더 강한 것에 대한 '구조적이고 추가적이며 비가역적인' 보너스가 없을 뿐, 기본적으로 고인물이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유리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5. 누적된 장비를 처리하는 랜덤 기반의 장비 성장 엔드 컨텐츠

합성은 금템까지입니다만, 금템 이후에도 장비 성장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금템은 장비 파밍의 엔드 컨텐츠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요. 일단 금템이 되면 '세련'이라는 기능이 생겨납니다. 세련제라는 자원과 소량의 골드를 소비해서 기본 능력치를 랜덤하게 재추첨합니다. 능력치의 종류는 두고, 수치만 랜덤하게 바꾸는 것이죠. 추첨에서 나올 수 있는 값의 범위 내에서 현재 추첨된 값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지속적인 재시도를 조장합니다. 세련제는 일간 생산량이 정해져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나 일간 구매 수량이 제한되어있습니다.


한편 금템은 '돌파'를 통해 주황색 템으로 승급시킬 수 있습니다. 돌파는 동일 코스트의 금템 2개와 돌파용 희귀자원을 소비하는데 원래 금템이 갖고 있던 능력치는 바뀌지 않지만 돌파 속성이라고 해서 새로운 스탯이 추가됩니다. (위 영상 22초 지점에서 오른쪽 아래 주황색으로 되어있는 능력치들입니다.)


22초 스크린샷에서 돌파 능력치 옆에도 막대기가 붙어있는 것을 눈치 채신 분이 계실까요? 돌파 능력치 역시 랜덤하게 부여되고, 랜덤 추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추첨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돌파 리셋은 돌파보다는 적은 자원을 소모하여, 동일 코스트 금템 1개와 소량의 젬가루를 요구합니다. 돌파 리셋은 세련과 달리 능력치의 종류와 수치가 모두 랜덤하게 추첨됩니다.

이러한 세련과 정련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남아도는 장비들을 소진시키는 자원의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재료'와 '결과를 남기는 방식'입니다. 영7은 레어템 여부, 장비 스킬, 속성 스킬, 캐릭터 승급 재료 등 여러 단계에 걸쳐 파밍한 장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필터에 걸리지 않는 잉여 자원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잉여 자원들을 장비 성장의 엔드 컨텐츠인 세련 / 돌파의 핵심 자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잉여 자원은 계속해서 축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1강이니 +20강과 같이 계속해서 축적되는 형식으로 장비 성장의 엔드 컨텐츠를 꾸린다면, 잉여 자원이 많은 고인물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X강이 무한히 이어지지 않는 이상은 그 컨텐츠마저도 고갈되는 순간이 오겠죠. 또 그렇게 누적된 보너스가 클 수록 새 장비를 컨텐츠로 추가했을 때의 효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영7은 결과물을 랜덤하게 남기는 디자인으로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이전의 돌파 / 세련 결과는 누적되지 않고 시도할 때 마다 결과물이 랜덤하게 결정됩니다. 자원이 많은 고인물이 더 많이 시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더 나은 결과가 보장되진 않습니다.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지만 적당한 결과를 염두에 둔다면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뉴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지요.

어떤 게임들은 유사하게 장비에 랜덤옵션을 부여한 이후에 이를 재추첨하는 데 유상화폐나, 주로 유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티켓 등을 소모시키게 하곤 합니다만 그보다는 이 디자인이 훨씬 더 우월하다고 생각됩니다. 동일한 등급에서 동일한 템을 새로 하나 얻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효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비용은 그에 맞춰 산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유상젬으로 판매하겠다고 하면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1가챠 이하의 비용을 정당하다고 인식하며 그에 맞춰 비용이 책정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서비스 가치에 비해 너무 저렴한 비용으로 컨텐츠를 순식간에 소진시키면서 과금자와 무과금자 사이의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됩니다. 그보다는 게임 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자원 - 특히 장비를 소진시키는 쪽이 결과적으로 컨텐츠의 수명과 효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과금 / 저과금자도 도전할 수 있는 접근성을, 1차 템 파밍을 끝낸 고인물에게는 끝나지 않는 도전을, 뭐든지 돈으로 뛰어넘고자하는 초고과금자에겐 충분히 비싼 시간 단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가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랜덤성이 적용되는 시점입니다. 금색까지 승급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습니다. 합성의 결과물이 재료 4개 중 랜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 재료 4개를 선택하는 것은 플레이어죠. 즉 금색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확정성이 존재합니다. 랜덤 추첨이 작용하는 구간은 금색 이후이기 때문에, 세련 / 돌파 / 돌파 리셋 결과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그때까지 키워온 장비의 기본 가치엔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랜덤 추첨 결과가 나쁘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고, 금템 / 주황템은 여전히 유지되며, 적은 비용으로 재도전할 수 있지요. 힘들게 합성작하면서 등급을 높여왔는데 맨 마지막 최고 등급 합성에서 최고 등급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제일 구린 물건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이 기존의 노력이 무가치한 쓰레기로 결정나는 상황은 오지 않습니다.


6. 공통 장비 - 전용장비 구분으로 성장 스트레스 완화

이 세련 / 돌파 / 재돌파 시스템이 무한정의 자원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컨텐츠 소비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수집형 RPG에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키워야할 캐릭터가 정말 많은데 개별 캐릭터의 장비들을 하나하나 모두 합성하고 세련하고 돌파하려면 들어가는 자원이 정말 감당이 안되죠. 아무리 다른 캐릭터에게 이전시켜주면 된다고는 하지만, 결국 캐릭터가 추가될수록 장비 성장 부담은 기하급수로 커졌고 이것이 영7 서비스 초기엔 문제였습니다. (물론 핵과금러들은 말 그대로 핵과금을 쏟아부어 주황템으로 도배시키곤 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부터 장비 장착 규칙을 변경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과거엔 각 장비는 1개의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복수 캐릭터가 동일한 장비를 장착할 수 있게 된 거죠. 한 캐릭터만 장착한 아이템은 위 스크린샷처럼 해당 캐릭터의 얼굴이 나타나고, 여러 캐릭터가 장착한 아이템은 기울어진 ∞ 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파밍 규모를 기하급수로 줄여버리게 되면 게임에선 뭘 시키나 싶겠습니다만, 이는 게임의 컨텐츠 배치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몇달간 수평적 성장을 활용하는 컨텐츠 못지 않게 수직적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도 다수 추가되었고 그 일환으로 특정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 전용 장비가 추가되었습니다. 장비를 얻고 육성하는데 드는 자원이 모두 난이도에 따라 보상이 향상되는 컨텐츠에 물려있어 기존의 장비와는 완전히 별개로 동작하는 컨텐츠죠. 관련 사항은 일-중 수집형 RPG BM연구 2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7. 기획자의 눈을 띄우는 게임

게임을 플레이하면 그 보상으로 능력치에 보너스를 더해주는 '장비'라는 아이템을 얻습니다. 장비를 장착하면 캐릭터는 일정한 능력치 보너스를 얻고, 플레이어는 장비의 구성을 통해 전해줄 능력치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장비엔 등급이 있어 등급이 높을수록 더 높은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들의 장비와 동일합니다. 바꿔말하자면 저 기본적인 규칙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이 이전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영7의 파격적인 디자인들이 흥미로운 것은,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존의 익숙한 문법이 갖고 있던 익숙한 - 그리고 좀처럼 풀리지 않던 -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나 익숙하게 당연시해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을 문제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겠죠. 랜덤한 파밍의 결과가 소수의 성공과 다수의 실패로 나뉘는 것은 이제까지 당연한 것이었고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영7은 여기서 실패는 없애고 성공은 다양한 성공으로 나눔으로써 실패의 부정적인 경험은 없애면서도 결과물의 다양성에 대한 즐거움만 남겨놓았죠. 장비의 수직 성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까지 누적된 자원에 의한 수직적인 성장은 필연적으로 효과 뿐만 아니라 비용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고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뉴비와 고인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영7은 수직 성장을 확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와 그 이후의 랜덤한 단계로 구분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엔드 컨텐츠까지는 뉴비도 쉽게 도달하지만 엔드 컨텐츠의 정복은 어렵게, 그러면서도 고인물이 그동안 쌓아둔 것에 대한 효용은 보장하는 절묘한 디자인이죠.

사실 영7이 상업적으로 굉장히 크게 성공한 게임은 아닙니다. 꾸준히 30위권에 머물면서 200억을 쓸어담은 첫 한달을 제외하곤 계속해서 200위권에 머물다가 새 캐릭터가 나오면 2~3일 반짝 5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고작이지요. 그래서 영7의 디자인이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냐고 물으신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에게 이 게임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수집형 게임으로써 수직 성장은 즐길 컨텐츠로 남겨두고, 수평 성장에 집중시킨다는 방향이 돈을 버는데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7의 게임 요소들은 그 방향에 아주 합치하는 방향으로 잘 정돈되어있습니다.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수직성장의 체감부족에서 오는 장기 플레이 동기부여 문제는 또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요소들을 재평가합니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정확한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영원히 그 문제는 고쳐질 수 없지요. 영7은 우리의 '익숙함'을 걷어내고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요소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기획자에겐 아주 보약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과거 매스이펙트2가 RPG의 '기본' 구성 요소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지고, 길드워2가 MMORPG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던 것 처럼 말이죠.

재미난 점은 이러한 디자인 적 파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넷이즈는 이미 도탑전기를 벗어난 수집형 RPG로 음양사를 만들어 어느 도탑전기류 게임보다도 큰 성공을 거둔 게임입니다. 엔간하면 음양사의 '검증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스킨만 바꿔서 장사를 해도 될텐데, 영7은 그런 음양사와도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도탑전기에서 장기 흥행이 힘들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아예 다른 구조의 음양사를 만든 것 처럼, 장비 컨텐츠가 빨리 고갈된다거나 수집형 게임으로써 캐릭터의 수직 성장이 느리다거나 하는 등 음양사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구조를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죠. 초거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넷이즈가 가진 개발사로서의 야성이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8. 영7 한국 서비스 관련 정보

영원한 7일의 도시 한국 서비스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이라네요. 네이버에 공식 까페가 개설되었습니다.

http://cafe.naver.com/f7days

DC 마이너 갤러리에선 영7과 관련한 정보들을 보기 쉬운 새로운 포멧으로 정리하였습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e/2PACX-1vSDL3wBGMQRZj7gBsq4iwT5zWKGSePjBWLKBQKKFJBMObdy-nyb5iK4_F7YBYkV8i9tqdR5rin_N6Ic/pubhtml



by 고금아 2018.05.06 18:30

원래는 일-중 수집형 RPG BM 연구의 2부에 포함시킬 내용이었습니다만, 단일 게임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별도 포스트로 분리합니다.


1. 3중으로 구성된 캐릭터 메타

일본의 수집형 게임들이 게임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꾸준히 캐릭터를 팔기 위한 전제로 다층적인 메타 구조를 활용하고 있음은 이미 지난 중/일 수집형 RPG의 BM 연구 1부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영원한 7일은 이 공식에 아주 충실하게 속성 / 직업 / 공격 타입 3가지 레이어의 메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메타는 굳건함(刚) > 기교(巧) > 영민함(灵) > 굳건함(刚)으로 이어지는 가위-바위-보 3색 메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의 상성에 따라 25%의 대미지가 가감되며 대부분의 컨텐츠에 속성이 부여되어있기 때문에 각 속성별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분류

클래스

특징

 근거리

탱커

탱킹 중심 (낮은 데미지, 높은 내구도, 데미지 무효화 / 어그로)

암살자

딜링 중심 (높은 데미지, 낮은 내구도)

전사

탱커-암살자 중간 (중간 데미지 / 중간 내구도)

 원거리

사수

단일 대상 순수 딜링 중심

술사

광역 딜링 + CC / 상태이상

보조

보조

파티원 보조 (힐, 보호막, CC 등 )

직업 메타는 교전거리와 캐릭터의 역할에 따라 총 6종으로 나뉩니다. 힐링을 주로 담당하는 보조 클래스를 제외하면 (보조 클래스는 말 그대로 '보조'로 단일 클래스입니다.) 교전 거리에 따라 근거리 / 원거리 클래스로 나뉘고 동일한 교전 거리 내에서도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위 표 처럼 총 6종으로 나뉩니다. 통상적으로는 근거리1 + 원거리1 + 보조1 이렇게 3명 파티를 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맞으면서 버티기 보다는 맞기 전에 녹여버리는 스타일로 원거리만 2명 넣어 파티를 꾸리기도 합니다. 스테이지 별로 유리한 메타를 꼭 집어주는 속성 메타에 비해선 좀 더 유연하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는 메타입니다.


세번째 레이어는 물리 공격 / 마법 공격으로 나뉜 대미지 특성입니다. 보통은 근거리 클래스 3종 + 사수는 물리, 술사 + 보조는 마법으로 정해져있지만, 이 대미지 특성 배정이 완전히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위 그림처럼 마공 속성의 탱커도 존재하고, 물공 술사나 마공 사수도 소수 존재합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이 근거리보다는 원거리에게 유리해서 탱커나 근딜러 + 원딜 + 힐러 조합 보다는 원딜2명 + 힐러 조합이 선호됩니다만, 스테이지에 따라선 물공이나 마공 원딜 2명으로 딜을 최적화할 수도 있고, 물공1 마공1로 조합해서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2. 1차적으로는 속성 메타를 강조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게임 내 컨텐츠에 이 3층 메타를 깊게 연결시켜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풀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속성 메타입니다. 게임 상에 등장하는 각 스테이지 별로 특정 속성이 할당되어있습니다. 직업 구성을 어떻게 할 지는 플레이어 마음입니다만, 가능한 속성별 3인 파티는 확보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기본이 됩니다. 말하자면 속성은 필수, 클래스와 공격 특성 메타는 선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한편, 이 속성 메타를 역으로 활용하는 활용례도 존재합니다. 기억 전당은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아가는 구조이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추가 보상을 얻는 퍼펙트 클리어가 존재합니다. 이 퍼펙트 클리어 조건은 대부분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핸디캡인데, 이 중 대표적인 경우가 위 스크린샷 처럼 유리한 속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반대로 불리한 속성의 캐릭터만으로 클리어하게 시키는 것이죠. 기억 전당의 핵심 보상인 캐릭터 / 스킨 획득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추가로 주는 보상도 사실 오팔1개(7오팔 = 1가챠)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캐주얼한 도전 목표가 됩니다.


3. 수평 성장을 강조한 흑문시련

출시 초반엔 메타를 활용하는 컨텐츠가 굉장히 빈약했습니다만,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추가되어왔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추가된 것이 일종의 일간 랜덤 스테이지인 '흑문시련'입니다. 몇개의 보스가 플레이어에게 제시되고, 플레이어는 3명씩의 캐릭터로 파티를 꾸려서 각 보스에 도전합니다. 보스전은 매 라운드 시간 제한과 목표 데미지가 제시되어, 시간 내에 목표한 만큼의 데미지를 입히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 타임 오버 될 때 까지 입힌 데미지로 점수를 메기는 구조입니다. 아래에 플레이 영상이 있습니다.


흑문시련에서 각각의 보스들은 물리 공격에 완전히 면역이라거나, 일정 반경 내에선 평타에 피해를 입지 않는 등 굉장히 뚜렷하고 강력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영상의 보스는 '스킬 봉쇄' 특성으로, 일정 시간 간격으로 자기 주위에 치는 저 파란 장판 위에선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39초 지점을 보시면 파란 모자 캐릭터가 장판을 오르내리면서 우측의 스킬 아이콘이 잠기고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선 사정거리가 긴 원거리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보스

 설명

필요 캐릭터

마법 면역

 마법 공격에 면역

 물공 속성

물리 면역

 물리 공격에 면역

 마공 속성

 스킬 봉쇄

 일정 거리 내 스킬 사용 불가

 원거리 (사수 / 술사)

 통상 공격 봉쇄

 일정 거리 내 평타 면역

 원거리 (사수 / 술사)

 에너지 장

 일정 거리 내에 지속 데미지 장판

 원거리 혹은 맷집 좋은 근접

 순간 이동

 몹이 일정 주기로 순간이동

 원거리 혹은 이동기 가진 근접

 분신

 몹이 일정 주기로 분신 (분신은 데미지를 함께 입음)

 광역 딜러 (근접 / 원거리 불문)

흑문 시련은 총 7개의 보스가 있고 이 중 몇가지가 매일 랜덤하게 선택됩니다. (최초 3개로 시작해서 계정 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점 갯수가 늘어납니다.) 매일 이렇게 보스가 선정될 때엔 각 보스의 속성도 3가지 중 하나가 랜덤하게 부여됩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3 X 7 = 21가지의 스테이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요. 일 단위로 한 흑문시련 보스의 공략에 사용한 캐릭터는 그날 다른 흑문시련 보스 공략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속성별 종류별 직업별로 다양한 캐릭터를 확보하고 고루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과금 / 하위권 유저는 본인 캐릭터 풀이 빈약하더라도 친구의 캐릭터를 도움 받을 수도 있습니다.(전 친구가 없어서 한번도 못써본 기능입니다.)


4. 수집의 양을 강조한 만신전 무진도전

보상을 통해 캐주얼하게 풀어내고있다고는 합니다만, 흑문시련은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캐릭터를 높이 쌓아올려야 하는, 수평성장과 수직성장이 동반되는 다소 하드코어한 면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가챠로 얻는 만큼, 적당히 돈을 쓰면 수평 성장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다수 캐릭터를 골고루 수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직 성장은 배제하고, 오직 캐릭터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별도로 추가됩니다.

 만신전은 지난번에 한번 소개드린 바 있긴 하지만, 그때는 절차적으로 랜덤하게 생성되는 컨텐츠로서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고 이번엔 수집 게임에서의 수평 성장 강조 컨텐츠로써의 성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처음 실장된 2월엔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3,4월 업데이트로 컨텐츠가 굉장히 잘 가다듬어지기도 했구요.


만신전은 기본적으로 주 3회 플레이할 수 있는 무진도전(无尽挑战)과 하루 3번 플레이할 수 있는 단층순라(单层巡逻)로 나뉩니다. 지난번엔 단층 순라를 중심으로 소개했는데요,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을 플레이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무진도전은 디테일과 거시 구조에서의 역할에 있어 단층 순라와 차이가 있습니다.


단층순라는 1~10층 중 원하는 한 층을 선택해서 도전하는 컨텐츠인데 매일 3속성 중 1가지 속성이 선택되어 일종의 요일 던전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는 '灵'(녹색)의 날이기 때문에 '刚'(빨간색) 캐릭터가 보너스를 받고, 다음날은 '刚'(빨간색)의 날이기 때문에 '巧'(노란색) 캐릭터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요일별로 정해져있지 않고, 3 속성이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엄밀히는 요일 던전은 아닙니다.)

그리고 처음 투입한 3명의 파티로 한 층을 클리어하기 때문에, 속성별 정예 3파티를 확보해야 합니다. 층이 올라갈수록 난이도는 올라가고, 캐릭터의 성급 성장과 아이템 성장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3파티 9명을 수직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만, 난이도 상한이 낮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지난번 소개 이후 업데이트 되면서 게임이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최신 버전의 플레이 영상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반대로 무진도전은 보다 훨씬 하드코어한 상위 컨텐츠입니다. 원하는 층을 골라 도전하는데 1개의 층이 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단순 계산상으로도 단층순라보다 한 세션의 플레이타임이 5배 길죠. 그만큼 보상도 굉장히 푸짐합니다. 가챠를 돌릴 때 필요한 오팔(7오팔 = 280젬 = 28위안 = 1가챠), 각종 고단계 육성에서 필요한 희귀 재료등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있습니다.


무진도전은 단층 순라와 달리 스테이지별로 속성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때 그때 중간보스나 보스 캐릭터를 만날 때 속성이 랜덤하게 정해집니다. 그래서 한 색상으로 최적화된 3인 파티 보다는 3색 균형을 맞추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여기에 직업 안배, 물공/마공 안배도 고려해야하죠. 그런데 3인 파티 중 1명만 살아남으면 쓰러진 캐릭터를 부활시켜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단층 순라와 달리, 무진도전에선 사망한 캐릭터를 되살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매 층 도입부에서 1명씩 획득하는 예비 멤버와 교대가 가능하지요. 위 영상이 예비 멤버를 획득하고, 교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풀 영상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진도전의 핵심은 랜덤하게 선택되는 예비 멤버로 계속해서 파티원을 교체해나가면서 진행하는 컨텐츠라는 것에 있습니다. 꼭 기존 멤버가 세션 내에서 사망하지 않더라도 각 캐릭터가 세션 내에서 레벨 성장을 하는데 예비 멤버는 항상 기존 캐릭터보다 높은 레벨로 투입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캐릭터를 교체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캐릭터 수집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랜덤하게 선택된 3명 중 꼭 필요한 멤버들을 받아들이면서 계속해서 활성화 된 파티의 속성-직업별 안배를 유지하기 쉽지만 캐릭터 풀이 작다면 그 선택의 폭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예비 멤버를 못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교체 멤버가 랜덤하게 선택된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확보한 플레이어가 더 불리해질 소지가 있습니다. 소수 캐릭터만 갖고 모든 자원을 투입한 플레이어에 비해 덜 키운 소위 잡캐가 걸릴 확률이 더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진도전에선 모든 캐릭터를 S급 4성으로 고정시키는 것이죠.


교체 멤버를 랜덤하게 선정된 후보군 중 고르게 한다거나, 캐릭터의 성급을 고정시키는 등의 장치가 캐릭터 풀의 횡적 성장에 대한 간접적인 보너스라면 보다 직접적인 보너스도 제공됩니다. 무진 도전에는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것 처럼 게임 현황에 대해 공격력 / 방어력 / 생명치 보너스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보너스는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플레이해온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호감도 공략으로 새 CG를 얻고, 새로운 엔딩을 보고, 기억전당을 클리어해나가고 퍼펙트 클리어를 추가한 행위 하나하나가 쌓여서 스탯으로 돌아와 무진전에서 조금 더 강해지고 못깨던 스테이지도 깨고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가장 앞에 놓인 것이 신기사의 획득과 육성입니다. 캐릭터를 많이 수집하고, 많이 육성한 것을 실질적인 보너스로 돌려주는 것이죠. 극히 소수를 제외한 캐릭터는 모두 가챠로만 얻을 수 있고, 신기 해방에 필요한 다량의 영혼 파편 또한 플레이를 통한 수급보다는 가챠의 중복 당첨에 의한 수급이 훨씬 쉽기 때문에 과금 사용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저 캐릭터 수급 수량에는 기간이 지나면 획득할 수 없는 한정 캐릭터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한정 캐릭터 획득에 대한 약간의 동기부여도 제공합니다.


4. 수평 성장 컨텐츠와 그 보상 체계

흑문도전과 만신전 무진도전은 모두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풀의 확장, 수평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컨텐츠입니다. 캐릭터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게임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그 수집한 캐릭터를 갖고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컨텐츠들이죠. 하지만 성급 성장, 신기 돌파, 아이템 파밍, 자질 해방 등 일본 게임들에 비하면 굉장히 깊은 수직 성장을 갖추고 있는 게임에서 이러한 수평 성장 컨텐츠는 여러 캐릭터를 골고루 깊게 성장시켜야 하는 다소 하드코어한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신규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해당 컨텐츠에서만 드랍되는 자원을 사용하는 성장 컨텐츠를 함께 배치해 컨텐츠를 플레이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일반적인 디자인입니다만, 그 보상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선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다른 게임들은 보상을 중심으로 플레이어들을 다소 거칠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나은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러한 보상의 차별화는 보상이 성장으로 전환되고 성장이 더 나은 보상으로 환원되는 순환 루프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 순환 루프는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고위 플레이어들의 기득권이 형성되고 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를 만들고 컨텐츠 스트레스가 높으니 보상도 높이고 기득권이 더 강화되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루프를 유발할 수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보상 체계를 통해 이런 수평 성장 컨텐츠를 굉장히 캐주얼하게 풀어냅니다. 얻어야 할 보상이 있기 때문에 매일 정해진 양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지만, 보상을 급격히 늘리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죠. 자세한 디테일이 이어집니다.


4-1. 흑문시련의 보상 체계

 

 


흑문시련은 3가지 속성에 대해 7가지 스테이지에 대응하는 21개의 캐릭터를 모두 수집하고 육성해야하는 아주 하드코어한 컨텐츠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만, 보상 체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은 매일 획득한 점수에 대한 보상 목록이고 오른쪽은 그 점수의 순위에 대한 보상입니다. 전체적으로 성적이 좋으면 보상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보상의 변별력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점수 보상부터도 최하 등급이 1000점에서 30 흑문 포인트 + 5000골드인데 최고 등급이 12만점에서 100흑문 포인트 + 25000골드입니다. 목표 점수가 120배 오른 것에 비해 핵심 보상인 흑문 포인트는 3.3배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여기에 순위 보상 까지 합치면 보상의 변별력은 상당히 좁혀집니다. 1000점으로 꼴찌했을 때의 보상은 290포인트 + 70 젬가루 + 4만 골드인데 12만점 돌파로 1등했을 때의 보상은 400포인트 + 90 젬가루 + 8.8만 골드죠.

저 보상 체계는 굉장히 기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굉장히 영리하고 정교합니다. 저 포인트로 획득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은 캐릭터의 성급 성장에 필요한 영혼 핵심과 영혼 파편입니다. 특히 영혼 핵심은 가챠로도 얻을 수 없고 컨텐츠에서의 일일 생산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는 핵심 아이템입니다. 컨텐츠를 살리고 돈 많이 벌겠다고 상위 등급에 대한 보상량을 강하게 걸어버리면 일단 처음엔 상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돈을 쓰겠지만 그 이후엔 항구적으로 귀한 자원을 대량 획득하는 기득권이 형성되어버립니다. 신규 가입자나, 피라미드의 하위에 있는 사용자들은 저 수급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상위권과 하위권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저런 류의 보상을 책정할 때엔 모티베이션을 두기 위해 최상위와 최하위의 보상에 명목상의 갭은 두되, 그 갭을 무지막지하게 벌리진 않습니다. 혹은 보상량을 크게 늘려주되, 그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도 널리 쓰입니다. 위 스크린샷은 에반게리온 파효에서 길드 포인트 상점입니다. 길드가 성장하고, 플레이어가 길드 활동을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길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 길드 포인트로 살 수 있는 항목이 제한되고 결정적으로 일간 구매 횟수가 제한됩니다. 핵심이 되는 건 하루 1번 살 수 있는 SSR 2호기 비스트모드이고, 전부 다 사려고 해도 하루 1000점 이상 쓰기 위해선 돈을 내고 상점을 리셋해야 합니다. 인심 쓰듯이 보상을 팍팍 늘려서 참여를 유도하지만, 실질적으로 저과금자 / 저레벨 보다 크게 앞서나갈 순 없게 제어하는 것이죠. 굳이 더 치고 나가겠다면 돈을 받구요.

다시 흑문시련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흑문시련은 보상을 위해 27개 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캐릭터 풀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하드코어한 엔드 컨텐츠라기 보다는, 플레이어가 가진 캐릭터 풀의 성장을 체감하는 초식형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력 마공 딜러의 신기 레벨을 뚫었더니 전엔 물리 면역 보스전 3라운드를 못넘어갔는데 이젠 4라운드를 깰 수 있게 되었다, 새로 灵속성 캐릭터를 얻어서 刚 스테이지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식으로 성장을 체감하는 컨텐츠인 것이죠.

그리고 성적에 대한 보상 편차는 적긴 하지만 어쨌든 계속 필요한 자원을 보상으로 수급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는 충분히 주어집니다. 그리고 컨텐츠 자체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속성 - 직업 맞춰서 집어넣는다고 오토로 대충 돌릴 컨텐츠는 아니에요. (이 컨텐츠에선 오토를 지원하지도 않지만요) 각 보스들은 일정 시간 단위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데, 이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킬 봉쇄 장판을 까는 보스라면 해당 장판 위에 있는 캐릭터로 바꿔서 장판 밖으로 빼와야 하는데, 조작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횟수가 제한된 전략적 액션입니다. 물리 / 마법 면역이 있어 반대 속성으로만 데미지를 받는 보스들은 주기적으로 면역 없는 속성에 대해서도 50%의 방어력 버프를 발동합니다. 이 버프를 피해서 궁을 쓰는 등의 조작이 들어가지요. 이런 식으로 순간 순간의 선택들에 의해 각 라운드를 넘기느냐 못넘기느냐 쫄깃한 긴장감이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라운드를 못넘기면 재시도할 수도 있구요.(성적을 기록하면서 캐릭터 사용 기록이 함께 넘어갑니다.)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매일 하루종일 이것만 할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닙니다만 판당 2~3분을 매일 대여섯판 정도 돌리기엔 충분한 수준이라는 거죠. 또 이미 컨텐츠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보스들이기 때문에 흑문 시련을 통해 각 보스 공략법을 숙지시키는 교육적 효과도 있구요.


4-2. 만신전과 무진도전의 보상 구조

만신전 무진도전 역시 최상위 사용자를 위한 하드코어한 엔드 컨텐츠로 보입니다만, 실상 보상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층에 따라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보상이 그에 따라 함께 크게 증가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위 화면은 12층에 도전해 12-2에서 끝났을 때와 13층에 도전해 13-2을 깨지 못했을 때의 보상 비교입니다만, 보상에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라색 칩으로 표현되는 무진도전 포인트의 경우는 오히려 12-2에서 죽었을 때 더 많이 획득하기도 합니다. (칩의 획득량엔 약간의 랜덤성이 있습니다.) 저 상황에서 1-5를 클리어했을 때 얻은 무진 포인트 양 또한 올클리어 보상 450점에 스테이지 내에서의 드랍 2700점을 합려 3150점 가량으로 위 스크린샷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상에서 변별력을 만들어주는 포인트는 반복해서 플레이할 떄의 보상이 아니라 각 층을 처음으로 클리어했을 때 주어지는 첫 클리어 보상(首通奖励)입니다. 위 화면의 왼쪽은 12층을 아직 클리어하기 전의 첫 클리어 보상에 해당하죠.  플레이 중 랜덤하게 획득하는 무진 도전 포인트 외에 3150점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고 진화 재료 2종이 들어온다고 되어있죠. 일단 12층을 클리어하고 나면 첫클리어 보상(首通奖励)이 클리어 보상(通关奖励)으로 바뀌면서 보상 내용이 바뀝니다. 보장 지급되는 무진 포인트 양이 줄어들고, 랜덤 보상 중 일부가 보장됩니다. 대신 13층의 첫 클리어 보상이 나타나는데 12층 때 보다 포인트 양도 많아지고 진화재료도 더 나은 것으로 지급하지요. 하지만 이 역시도 초회 보상이기 때문에 클리어하고 나면 올클리어 보상으로 바뀌겠죠.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이전 가격 차별화 관련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던 첫 구매 더블 젬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강한 보상을 걸어 동기를 유발하면서도 그 효과를 1회성으로 국한시켜 전체적인 효용을 낮춰 잡는 것이죠. 이를 직접적인 현찰에 거느냐 플레이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에 거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론 같은 성격입니다.


무진도전이라는 컨텐츠의 성격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전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가능한 높은 난이도에 계속 도전할 이유가 있습니다. 초회 클리어 보상도 있고,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진도에 대한 랭킹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에게 그렇게 열심히 플레이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층이 높아질수록 보상이 조금씩 좋아지기는 하지만,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초회 클리어 보상이 커보이지만 사실은 하루 이틀치의 보상을 추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못받는다고 크게 뒤쳐지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 보상 최고 난이도의 최초 클리어에 도전하든 올클리어가 가능한 최고 난이도에 도전하든 아예 그냥 1층에서 오토를 돌리건 보상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랭킹이 있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드코어하게 접근하든 캐주얼하게 접근하든 어쨌든 이 컨텐츠를 플레이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주어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장비의 성급 성장에 필요한 각종 고급 재료들이 만신전에서 드랍되고, 무진도전 포인트로 구매할 수도 있으니까요. 1번에 최대 5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긴 하지만, 주 3회 플레이라서 그렇게 부담이 되지도 않고 말이죠.


5. 공급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 활용성이 높은 컨텐츠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자사의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수직 성장을 강조해온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수평성장을 강조하는 게임입니다. 특히 개별 캐릭터의 특성과 조합에 의한 '당대의' 혹은 '특정 컨텐츠를 위한' 최고 덱 구성에 중점을 맞춘 음양사와는 달리, 다양한 메타 구조를 각 컨텐츠에 깔아둠으로써 다양한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풀의 수평적 확장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영원한 7일의 도시가 컨텐츠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수평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그 메타 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플레이 컨텐츠도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일본 게임처럼 2D나 저품질 3D 기반이라면 제작 단가를 낮추고 외주를 돌리는 등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겠습니다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고품질의 3D 그래픽이 특징인 게임이죠. 태생적으로 컨텐츠의 제작 단가를 낮추거나 시간을 줄이기 힘든 구조입니다.

흑문시련이나 만신전은 대신 절차적 생성 혹은 절차적 재사용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컨텐츠를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존재하던 중간보스 7종에 속성 3종을 랜덤하게 끼얹는 것으로 21개의 유니크한 도전이 생겨나고 보스 / 중간보스 / 다수의 맷집 약한 잡몹 / 소수의 맷집 강한 잡몹 4가지의 방으로 무한한 던전을 만들어낸 것이죠. 더군다나 이들 컨텐츠들은 파라미터를 약간 올리는 것으로도 난이도를 추가할 수 있어 향후 유지 보수에도 굉장히 유리합니다.

그런 식으로 데이터 테이블을 잡아 늘려 숫자만 올려서는 굉장히 지루하고 반복적인 컨텐츠가 되기 쉽습니다만, 만신전과 흑문시련은 컨텐츠의 중심을 플레이어가 상대할 컨텐츠가 아닌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컨텐츠에 둠으로써 함정을 회피합니다. 주어진 '적'이나 '환경'에 컨텐츠의 중심을 두게 되면 자연히 컨텐츠에 신경이 집중되고 그 종류와 반복 등에 더 큰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만신전이나 흑문시련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운용하는 캐릭터에 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능력의 활용에 촛점을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적이나 환경의 반복에서는 둔감해지는 것이죠. 여기에 새 캐릭터가 나올 때 마다 플레이 경험이 크게 바뀌어 새 캐릭터를 획득할 동기도 부여하구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캐릭터의 수와 질에 큰 영향을 받긴 하지만 흑문시련의 라운드 별 타임아웃이나 만신전의 캐릭터의 전략적인 교체 처럼 최종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결과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아주 무미건조한 오토 컨텐츠가 아닌, 매일 몇판 정도 도전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주고 있기도 합니다. 여러번 이야기 한 것 같지만, 하루종일 하라면 지겹겠지만 하루 3판씩 하기엔 충분히 재미있단 말이죠.

특히 만신전 무진도전의 변화는 굉장히 놀랍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땐 1층부터 논스톱으로 계속 올라가는 컨텐츠였고 (당시 서버 내 최고 기록이 30층 가량), 교체 멤버도 1명씩 밖에 주어지지 않아 굉장히 괴로웠어요. 이전 동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을 깬 이후에 궁극기 쿨 타임 기다리느라 버리는 시간도 상당했구요. 할만한 컨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에도 무진도전을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간 보스 잡았을 때 버프도 주고, 방을 때면 스킬 쿨타임도 리셋시켜주고, 보상 상자들이 왕창 나타나지만 시간 내에 잡지 못하면 도망가버리는 방을 추가하는 등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나니 어느새 무진도전 마저도 꽤 즐길만한 컨텐츠가 되었습니다. 컨텐츠가 실패했다고 생각되면 보상을 강하게 걸어서 억지로 하게 만들거나 컨텐츠를 버리고 다른 컨텐츠로 대체할 수도 있는데 묵묵하게 정공법으로 컨텐츠를 개선해낸 개발진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6. 정리 - 수집한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에 집중하다

결정적으로 다량의 캐릭터 획득을 전제로 하는 수평 성장의 강조는 플레이어에겐 다소 가혹할 수 있으나 이를 보상체계를 통해 굉장히 캐주얼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다보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더 어려운 컨텐츠를 만들고, 더 어려운 컨텐츠이니 더 강한 보상을 걸고, 그 보상으로 강해지니 더 어려운 도전을 만드는 등 거칠고 난폭하게 플레이어들을 몰아가는 방향으로 흐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굉장히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죠. Why So Serious?

이 게임을 왜 하는가? 이 게임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어디에 있는가? 이 게임에서 팔고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수집'을 가장 가운데에 놓고 게임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장기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의 수직 성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 상품은 캐릭터이고, 이 게임이 추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캐릭터가 점점 더 강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를 얻고, 그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험에 있는 것이죠. 그래서 캐릭터를 활용하는 컨텐츠도 있고, 여기엔 어느정도 수직적인 난이도의 깊이도 있지만 수직 성장에 대한 보상을 강조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럴수록 새 캐릭터에 대한 수평 성장의 재미가 덜해질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흑문시련과 만신전이 오픈 스펙엔 포함되어있지 않다가 3개월 동안 추가되고 개선되어왔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매출이 꺾이는 상황에서 캐릭터를 왕창 찍어낸다거나, 신캐를 무조건 OP로 낸다거나, 신캐가 없으면 안되는 컨텐츠를 만들고 보상을 강하게 거는 등 분명히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운영에 독이 될 순 있겠지만, 당장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캐릭터를 수집하는 게임이니 수집한 캐릭터를 더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는 컨텐츠를 추가해온 것이죠. (물론 강한 신캐를 가챠에 새로 추가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캐릭터도 매 달 1개씩 추가하고 있고, 이 플레이로 얻는 캐릭터가 제일 강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저처럼 캐릭터를 다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돈을 쓰지 않는 과금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기 위한 컨텐츠도 최근에 추가되었습니다만, 일단 이번 주제와 어울리는 이야기는 아니니 나중에 따로 쓰겠습니다.)


7. 기타

한국 서비스할 퍼블리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용자로서도 좋아하지만 기획자로서 굉장히 영감을 많이 주고 있는 게임인데 다른 분들도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데 그때 까지 기다리기 힘든 분이라면 중국어판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장 저부터 중국어를 거의 못하지만 게임 진행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DC의 마이너 갤러리에서 설치, 결제 방법부터 각종 컨텐츠까지 번역해서 공유하고 있기도 하구요.


by 고금아 2018.04.28 23:57

최근 생업이 너무 바빠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편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레이중인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흥미로운 매출 시책을 쓰고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매출 변동이 굉장히 큰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가챠 판매 외에도 기본 시스템에 과금 요소가 많이 녹아있고, 또 깊은 성장 구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과금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규 캐릭터나 컨텐츠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매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그런 부가적인 과금 장치가 없이 캐릭터 가챠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평소 200위권 밖에서 놀다가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50위권으로 점프하곤 하죠. 그런데, 이 신규 가챠를 추가할 때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가지 장치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가격 차별화란?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에서 가격에 비례해 증가하는 공급과, 가격에 반비례해 감소하는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 균형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위 왼쪽 그래프는 콘솔 게임 가격 60불 / 혹은 월정액 게임 30불과 같은 고정 가격제에서의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A)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정해진 가격보다 더 높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가격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돈을 덜 씁니다(C), 또한 어떤 사용자들은 60불/30불보다 적은 돈은 낼 의사가 있지만, 그보다 싸게는 팔지 않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습니다.(A). 실질적인 잠재 매출은 A+B+C 이지만 가격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매출은 A로 제한됩니다.

가격차별화는 더 많은 돈을 낼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객에겐 더 많은 가격을, 더 적은 돈을 내고자 하는 고객에겐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수요곡선 전체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자하는 원리입니다. 영화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텐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장 -> IPTV -> TV로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고객이 지불하는 단가가 점점 내려가지요. 의욕넘치는 마니아를 위해선 중간에 블루레이를 비싸게 팔구요. 출발일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항공권 가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여행객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을 짤 수 있는 대신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몇달 전에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합니다. 반면 업무차 출장가는 경우는 가격에 덜 민감한 대신 (회사가 내주니까) 일정이 급박하게 만들어지고, 일정을 조율할 여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스팀의 할인이 있을 겁니다. 기다려온 게임, 잘나가는 게임은 출시하기 전부터 혹은 출시하자마자 정가를 내고 구입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어중간하거나 취향이 아닌 경우 60불을 혼쾌히 내기가 어렵습니다. 안사겠죠. 하지만 스팀에 50% 할인이 뜨면 그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세일을 통해 없던 수요가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50%를 손해보고 판 것이 아니라, 안 살 게임을 50% 가격에 판 것이죠. 위 그래프의 B 영역을 공략한 것입니다. 반대로 정가 이상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겐 한정판, 디럭스판 등을 구성품의 가치에 비하면 비싼 가격의 상품들을 팔아서 더 높은 매출을 걷습니다. DLC 장사도 마찬가지구요. 위 그래프의 C 영역입니다.

사실 게임의 부분유료화 자체가 바로 가격 차별화의 원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무료로 깔아놓고 다양한 서비스를 상품화 해서 해당 상품을 필요로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는 구조 자체가 가격 차별화죠. 한국에서 이러한 가격차별화에 기반한 부분유료화가 먼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차별화가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분유료화가 처음 도입될 때엔 당연히 기존 고정가격제의 영향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여전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 이미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행동력에 관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게임의 핵심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게임 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심지어 성장이 이 획득을 가속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행동력을 고정 가격에 무제한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와 수집을 완전히 분리한 일본이나, 행동력에 누진제를 붙여 고과금자일수록 더 비싸게 판매하는 중국과는 달리, 고과금자일수록 같은 행동력으로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심지어 많이 사면 깎아주기도 합니다) 행동력의 가성비는 기하급수로 올라가고 가챠라는 상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폭락합니다. 게다가 행동력은 비싸지도 않은데다 푸쉬 등으로 마구 뿌려대기 때문에 매출에도 거의 기여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 행동력도 기하급수로 올리거나,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희귀 자원을 만들고는 이를 가챠가 아닌 패키지 등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게임의 구조를 뒤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야 하지요. 그 결과 게임은 계속 수직으로 높이 쌓이고 양극화가 심해져 새로 유저가 들어와도 정착할 수 없게 되고 사용자는 줄고 있는 사용자를 더 쥐어짜고...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 젬 구매와 덤에서의 가격 차별화.

행동력을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 등은 사실 국가별 문화 차이도 있고, 게임의 기본 구조와도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바로 적용하긴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근본적이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가격차별화를 실현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구요. 대표적인 사례가 젬(유상재화) 구매시에 얹어주는 덤의 제한 또는 철폐입니다.

최근의 중국 게임들을 보면 젬(유상재화) 상품에 덤을 얹어주지 않거나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엔 300젬을 사면 +30개, 100개를 사면 +150개, 6480개를 사면 +1080개 이런 식으로 젬을 사면 덤을 더 얹어줘서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은 다릅니다. 위 스크린샷의 '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아예 덤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가격에 의한 추가 할인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살수록 커지는 덤이라는 것이 관습으로 굉장히 익숙하긴 하지만, 가격차별화에는 역행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액제가 아닌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매출의 대부분은 흔히들 '고래'라고 부르는 초 고과금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고과금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챠 게임이고, 가챠 게임의 '고래'들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까지 가챠를 뽑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비싼 젬 상품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입니다. 젬을 왕창 쌓아두고 나올 때 까지 뽑지요. 그런데 비싼 상품일수록 젬을 더 얹어준다는 건 가격에 덜 민감하고 지불 의사가 높은 사람들에게 젬을 더 많이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지불 의사나 지불 능력이 낮은 중/저과금자들은 오히려 젬을 비싸게 구입하게 됩니다.

할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론 단가를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서 단가 X 판매량에서 오는 전체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가챠 게임에서의 젬에 대한 덤은 실제로는 판매량은 늘지 않고 단가만 낮춥니다. 만일 최고가 상품의 덤 비율이 30%라면 그냥 앉아서 23%의 매출을 덜 버는 겁니다.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보는 상품은 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판매량을 증진시키지도 못하구요.

다만 덤 할인이 무조건 없애야 할 적폐라고 보기는 약간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수십만원이 쉽게 녹아내리는 가챠 게임의 경우, 어차피 매출은 고과금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고가 상품에 큰 할인을 거는 것을 표준 가격으로 간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 경우는 예상 비용 / 매출 등을 계산할 때 최고 할인을 전제로 해야겠죠. 예를 들어 10연가챠에 3,000 젬인데 3만원에 3,000젬, 10만원에 12,000젬이라면 10연가챠는 3만원이 아니라 2.5만원으로 계산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할인율이 낮은 저/중과금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는 위 스크린샷의 에반게리온 파효처럼 명목상의 덤을 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젬 상품의 가격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에겐 뭔가 할인받는다는 느낌적 느낌은 주지만, 실제로는 정가 받고 파는 거지요.

그렇게 가격차별화가 좋으면 아예 비싼 젬 보다는 싼 젬에 덤 비율을 더 얹어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가격차별화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차별된 가격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합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더 싼 쪽을 선택할테니, 더 싼 쪽을 살 수 없는 장벽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아까 예시로 들었던 영화나 게임의 경우 '시간'을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로 가서 더 싼 가격에 게임을 사거나 IPTV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신 영화와 최신 게임은 제값 내고 보고 즐기는 것이죠. 젬 상품은 아무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 젬 상품에 더 많은 보너스를 얹으면 고과금자 입장에선 그냥 고가 젬 상품 1번 살 돈으로 저가 젬 상품 2~3번 구입하면 됩니다. 가격 차별화는 이러한 장벽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3. 首买两倍 등 조건부 젬 할인을 통한 가격 차별화

그런, 장벽을 세워 할인과 가격차별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 말로는 '첫 구매 2배'로 번역할 수 있을, 首买两倍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젬 상품에 대해 첫 구매에 한해 100%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중국 게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는 요소입니다.

이 '첫 구매 2배' 상품은 기본적으로 50% 세일이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고 신규 가입자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효율을 얻어내기 위해선 모든 상품을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구매 전환율과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일 수 있는 구성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소모되는 모객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운영하는데 굉장히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이 할인 혜택에 상품당 1회라는 제한이 걸려있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결제 초반엔 절반의 비용으로 젬을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사용자는 결제 유저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엔 할인 없이 젬을 계속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구매 금액이 커질수록 할인율은 점점 낮아집니다. 많이 사는 사람에겐 더 받고, 적게 사는 사람에겐 깎아줘서 더 파는 가격 차별화가 아주 훌륭하게 동작하지요. 정가 내고는 젬을 못사겠다고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첫 구매 2배 젬 만으로도 25만원을 지불한 상태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요. 실제로는 50만원치의 젬을 쓴 것인데, 이정도면 꽤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덱이 구성되기 때문에 과금의 중단이 게임에서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계속 하고 있는 이상, 구매 의사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보컬로이드 한정 가챠를 판매할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총량제한 덤 지급이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하단에 보면 2760/6000 이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젬을 구입하면 50%의 덤을 최대 6,000젬까지 제공한 것이죠. 50% 덤, 33% 할인이라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며, 최대 효율을 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1,200위안(한화 약 20만원)까지를 지불하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2배 젬과 마찬가지로 할인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고과금자일수록 할인이 줄어드는 가격차별화가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컬로이드 한정 캐릭터 3종(미쿠, 루카, 린/렌) 획득에 드는 젬이 5만 이상이었기 때문에 할인에 의한 객단가 하락은 10% 정도로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덤을 50%씩 얹어주니 유인효과가 굉장히 컸고, 가챠판이라는게 2,30만원 정도 박고 나면 이후엔 오기로 나올 때 까지 뽑게되어있기 때문에 매출 유인 효과가 아주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미쿠 콜라보 당시엔 40위권에서 10위권 안쪽으로 점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젬 할인은 자칫하다간 주력 상품인 젬의 가치를 낮게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별히 낮은 가격에 '어머 이건 질러야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프로모션 하는 건데, 그 특가를 기본 가격으로 인지해버리면 평시 가격을 특별히 높은 가격으로 받아들이고, 할인이 아니면 지르지 않는다거나 할인 한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지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젬을 주력상품으로 삼는 이상, 젬의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같은 경우는 12월 미쿠 콜라보와 2월 춘절 신캐 추가시에 저 제한부 젬 할인을 실행했기 때문에 3월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에서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3월 슈타인즈 게이트에선 젬 할인이 없었습니다.

일본 게임들의 경우는 젬 자체를 할인하기 보다는 가챠의 가격이나 확률/픽업 등을 통해 상품인 가챠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원래 10연차에 3000젬인데 첫번째 1회는 1000젬, 2회째는 1500젬, 3회째 2000젬, 4회째 2500젬, 5회부터 정상가인 3000젬으로 돌아오는 가격 기반의 스텝업 가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이 스텝업 가챠도 사실 원하는 위시캐를 뽑는데 걸리는 비용은 높고, 할인에 제한이 걸려있어 가격차별화를 잘 실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가챠를 뽑아야 할 때와 안뽑아야 할 때가 갈리긴 합니다만, 캐릭터 가챠 장사 자체가 대체로 신캐 / 픽업 등으로 사야할 때와 안사야 할 때가 분명히 갈리는데다 무상으로 얻는 가챠도 있기 때문에 젬 가치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게임 내에서 젬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보통 가챠)가 계속해서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고,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재화로써 젬이 유효할 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4. 가챠 마일리지를 통한 최소한의 가챠 구매 유도와 가챠 가치 보장

가챠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확률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운이 좋으면 Wish[각주:1]를 1번에 뽑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백만원을 들여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는 이런 랜덤성 조차도 가챠의 '재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그보다는 필요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은 데스나이트의 불검 0.0007% 와 같이 확률을 극악하게 낮추는 대신 Wish를 뽑았을 때의 혜택을 엄청나게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해소하는 반면, 중국은 Wish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챠를 뽑은 것 자체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보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7일의 경우는 가챠 7개를 뽑을 때 마다 1점씩 얻는 마일리지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엔 위 스크린샷에서 방울이 달린 2개가 마일리지 상품이었습니다만, 왼쪽의 A급 신기사 조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오른쪽의 마일리지 1점당 1마리씩 물고리 20개가 핵심이었습니다. 물고기는 왼쪽에 보이는 흰 고양이에게 선물할 수 있고, 20개를 먹고 나면 S급 신기사로 변신하거든요. 140연차에 S급 1개를 고정으로 지급한 것이죠. 66만원이 싸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이죠. (사실은 첫 구매 더블젬 때문에 획득 비용은 40만원 정도가 됩니다.)


미쿠 콜라보 당시엔 미쿠를 S급, 루카를 A급으로 가챠에 밀어넣는 대신 린/렌(한 캐릭터입니다.)을 가챠 마일리지 상품으로 배치했습니다. 30 마일리지로 얻을 수 있으니 가챠 210회분이고 1가챠에 28위안(4700원)이니 대략 99만원짜리 캐릭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젬 할인도 있었고 공짜 가챠도 뿌렸기 때문에 한 70만원 정도겠죠. 이를 캐릭터 하나를 100만원에 팔았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것이, 위 스크린샷 보시면 린/렌 사고도 25마일리지가 남아있습니다. 미쿠/루카 뽑는데 드는 비용은 그 두배쯤 되었고, 그렇게 뽑고 나서 보니 (혹은 돈은 썼지만 못뽑고 나니) 린/렌이 따라오는 것이죠. 미쿠 당시엔 그 외에 크리스마스 한정 코스튬이나 한정 아이템 등도 마일리지로 팔았습니다.


춘절 신캐 추가 즈음해서 마일리지샵을 운영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린/렌 처럼 무지막지한 가격에 신캐를 내는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한정 스킨을 마일리지로 판매한 것이죠. 대략 개당 15만원 선이었습니다. 또한 이 때부터 특정 캐릭터 전용 아이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이 전용 아이템 또한 마일리지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5~30만원 선으로 캐릭터 뽑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사실 이건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가챠는 그 특성상 100번 1000번을 뽑아도 원하는 캐릭터가 안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1번만에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갈아넣어야 하는 한계돌파나 초월이 없다면 사용자는 가챠를 더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전용 아이템을 마일리지샵에 배치해 요구 마일리지보다 낮은 시도로 캐릭터를 뽑은 플레이어에게 가챠를 더 팔 수 있는 것이죠. 아주 꼼꼼합니다. 물론 린/렌은 가챠 210번을 강매했습니다만, 그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5. 가챠 마일리지와 젬 판매의 결합

그런데 가챠 마일리지는 기본적으로 쓴 돈이 아니라 뽑은 가챠의 갯수를 기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게임 운영상 가챠를 뽑을 수 있는 공짜 티켓을 많이 뿌리고, 신캐 나온 시즌엔 특히 더 많이 뿌립니다. 아무리 마일리지로 최소한의 가챠 횟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 가챠 횟수조차 무상으로 조달해버리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젬으로 충당될 수 있습니다. 신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3월엔 더 깊고 사악한 함정을 팠습니다. 전용 아이템과 현금 장사를 묶어버린 것입니다.

원래부터 2월에 들어간 마일리지샵의 금색 전용 아이템은 금색 전용 아이템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갖고 있는 보라색 아이템을 금색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형식이었습니다. 보라템이 없으면 금색템을 살 수 없습니다. 단지 2월엔 해당 캐릭터를 가챠에서 얻게 되면 그 보라색 아이템을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저 판매 방식은 해당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월 신캐엔 과금 이벤트와 묶였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젬 구입에 쓴 돈의 양에 따라 보상을 주는데, 위 스크린샷의 금색팬더공에 대응되는 보라색팬더곰을 저 과금 이벤트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죠. 1,500위안 = 25마원을 쓰지 않으면 가챠에서 마유리를 얻었어도 그 마유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마유리 전용 팬더공 금색템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전엔 아무리 운이 좋아도 25만원치 가차권은 소모시키겠다는 의지였다면, 이번엔 25만원치 현금을 받아내겠다는 아주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죠.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1500위안 안썼어도 가챠에서 마유리가 걸리면 무조건 전용템을 주는데 1500위안 결제하면 마유리가 없어도 저 아이템만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용템을 얻었으니 캐릭터도 얻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강력한 과금 이벤트

이번 3월의 신캐 추가는 이전에 비해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력하게 반영되어있습니다. 캐릭터 스킨도 1종 추가되었지만 이전엔 마일리지로 팔았던 것을 이번엔 젬 구매에 쓴 금액에 대해 보상을 주는 과금 이벤트로 밀어넣었죠. 앞서 언급한 전용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환산하면 똑같이 15만원 선이지만, 이번엔 이 기간 중 현금을 15만언 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뿌린 가챠권이나 기존에 사뒀던 젬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까 언급했던 제한부 젬 할인 대신 무료 소환권으로 바뀐 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최대 2888위안에 27장이 지급되니 28880젬 구입시 7560젬 추가 증정으로 덤의 비율도 25% 가량으로 줄었고, 최대한의 효율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도 1200위안에서 2888위안으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저 이벤트에서 지급하고 있는 무료 소환권은 이번 콜라보 한정가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콜라보가 끝나면 한정 가챠도 끝나고 소환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보너스 젬 처럼 누적되어 향후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과금 이벤트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기준인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과금 이벤트는 소비한 젬의 총량, 가챠 구매 횟수,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3가지의 카테고리로 진행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무상 가챠, 기존에 갖고 있던 젬이나 소환권, 이벤트로 얻은 무상젬/소환권 등이 포함되고 첫 구매 젬 2배의 효과도 적용되기 때문에 무과금 / 저과금에게도 혜택이 주어지고 신규 유저에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은 정말 순수하게 기간 내의 젬 구매에 사용한 절대 액수 기준이기 때문에 100% 지불한 실제 금액에 의해서만 집계가 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200위 밖에서 57위로 150계단 점프를 한다 싶기도 합니다. (뭐 사실 이미 가챠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벤트 보상엔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7. 가챠에 천장 설치

여기까지 써놓은 것을 보면 3월의 매출 시책이 굉장히 악랄하게만 변한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더 우호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일정 이상 가챠를 뽑으면 확정적으로 보상을 주는 천장을 설치한 것이죠. 90개를 뽑으면 A급인 마유리, 180개를 뽑으면 S급인 크리스를 확정 지급합니다.(이미 갖고 있는 경우엔 80개 160개의 만능조각으로 지급합니다.) 과금이벤트에서 주는 무료 소환권을 포함하면 A급 30만원, S급 72.5만원 선으로 가챠 게임 치고는 굉장히 저렴하지요. 알려진 기대 시행이 130회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과금 깊이는 올클리어 50만원 선으로 추정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78가챠만에 신캐 2종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30만원 정도 밖에 안들었죠. 하지만 과금 이벤트 보상 소환권과 마일리지 보상 때문에 30회 정도 더 굴렸습니다. 천장이 있어도 마일리지가 있어도 그게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예시가 되어버렸습니다.


8. 원칙에 충실한 중화 BM

얼마전 누가 한/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서 성공한 게임은 없는데 중국에서 한/일로 나와서 성공하는 게임은 많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전이나 벽람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KOF98UM이나 반지 같은 게임들은 10위건 20위권에 포진하고 꽤 오래 버티고 있으니까요. 저는 뭉뚱그려 '호환성'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캐주얼한데다 BM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중국 BM의 효율성이라고 하면 많이 쓰면 많이 쓴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노골적인 금전만능주의 서비스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지출시의 만족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이는 껍데기일 뿐, 실제로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기본은 그 아래에는 낼 수 있는 한도까지 받아내겠다는 가격차별화입니다. 비싸게 낼 사람에게 더 비싸게 더더 비싸게 받아냄으로써 매출도 극대화하고, 계속해서 덜 낸 사람이 더 낸 사람을 어느정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간단한 소재니까 짧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만, 역시 쓰다보니 길어지고 양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게임들과 과금 체계를 가끔 소개드리곤 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중국 시장의 특이함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중국에선 그게 돼?")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무리했습니다.


  1. 가챠에서 플레이어가 뽑고자 하는 타겟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03.17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