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KOF가 또다시 돌아오다


얼마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편2편을 통해 중국의 수집형 RPG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특히 1편에선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장점과 단점, 2편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실험들을 소개했죠. 해당 포스트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에서도 서비스 되기도 했고, 포스트를 쓰는 과정이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쉬고 싶었으나, 최근 또다시 흥미로운 게임이 출시되어 소개드립니다. 텐센트의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 명운) 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iOS 앱스토어(중국 계정)

안드로이드 APK


기본적으로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도탑전기 위에 벨트스크롤 액션을 올린 게임입니다만 게임플레이 디자인 뿐만 아니라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에서도 화영닌자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선 먼저 게임 플레이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고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은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각 모드 별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로 올려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KOF 데스티니 플레이 영상 모음



1. 벨트 스크롤 액션으로 돌아온 KOF

권황명운은 아예 턴제 RPG로 제작되었던 KOF98UM과 달리 흔히들 '던파 스타일' 이라고 부르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평타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 만으로 자동으로 연속기가 나가며 각 캐릭터가 갖는 고유의 필살기들은 쿨타임이 있는 스킬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원래 1:1 격투 게임인데도 벨트 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된 것은 벨트 스크롤이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 KOF의 대전 격투 형식에선 상대 캐릭터를 갈아치우는 것 외엔 플레이 경험에 다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운영해야하는 모바일 게임에선 굉장히 치명적이죠. 

반면 벨트 스크롤 형식은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PVE만 하더라도 일반 RPG와 마찬가지로 몹의 구성과 배치 등을 통해 다양한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고, 벨트스크롤이라도 1:1 구성을 취하면 대전 격투와 마찬가지의 1:1 전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도 일반 벨트 스크롤 스테이지와 1:1 형식을 섞어가며 스테이지들을 구성하고 있지요. 

이런 컨텐츠의 유연성은 이 게임의 백미인 멀티 플레이 컨텐츠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기존 KOF의 1:1 전투로는 1명이 1캐릭을 맡아 질 때 마다 교대하는 5판3승제나 라운드별로 1명씩 참여하는 3판2승 외의 컨텐츠를 꾸릴 수 없습니다. 자기 턴 아니면 손가락 빠는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벨트 스크롤 형식에선 여러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코옵, 레이드, 양팀이 동시에 부딪혀 싸우는 팀 대항 PVP 등 다양한 컨텐츠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2. 기본 전투 조작

기본적으로는 2년 전의 나루토 화영닌자와 유사합니다만 KOF IP에 기인한 기믹이 몇가지 추가되어있습니다. 일단 3인 1조라는 KOF의 특성을 이어받아 기본적으로 각 세션은 2~3명의 캐릭터로 팀을 짜 플레이하게 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험스테이지는 위 스크린샷에서 보는 것 처럼 교대해가며 조작할 수 있는 2명의 조작 캐릭터와 소환수 처럼 호출하면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다시 돌아가는 원호 공격 캐릭터 1명으로 구성됩니다. 모드에 따라선 원호 공격 캐릭터 없이 조작 캐릭터만 3명 투입되기도 하고, 캐릭터를 자유롭게 교대할 수 없고 조작 캐릭터가 죽어야만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는 모드도 있습니다.

전투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출/회피'에 관한 것입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초필살기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스킬을 맞추면 '기'가 1개 쌓이고, 탈출은 기를 1개 소모합니다. 그리고 기는 최대 4칸까지 쌓이고 초필살기는 4개의 기를 모두 소모합니다. 상당히 직관적인 규칙이긴 합니다만, 이 규칙이 PVP에서의 공방을 상당히 제한하였습니다. 

일단 스킬을 맞춰야만 기가 쌓인다는 점이 극단적으로 공격자를 유리하게 합니다. 스킬 콤보를 때리는 쪽은 기를 계속 쭉쭉 채우는 반면 정작 얻어맞는 쪽은 기를 채울 수 없어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게 되지요. 맞는 쪽이 탈출을 써서 반격에 나서려고 하면 상대도 탈출해서 역공이 들어오는데 이 땐 쿨타임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아야 합니다. 기를 모두 소모하는 초필살기 역시 상대가 탈출해버리면 역습을 그대로 맞아야하기 때문에 섵불리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탈출과 초필살기를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한, 역설적인 상황이 옵니다.

권황명운은 회피/탈출 시스템을 가다듬어 위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초필살기는 기를 사용하고 탈출/회피는 전용의 회피 게이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초필살기와 회피 사용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회피 게이지는 스킬을 맞추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차오르게 해 방어자의 탈출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서의 '탈출'은 게이지 2칸을, 아직 맞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적 이동 수단인 '회피'는 게이지 1칸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탈출 / 회피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게이지를 적게 쓰는 '회피'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관련해서 탈출 가능 / 불가(탈출 쿨타임이 안끝났거나 기가 없어서 탈출 할 수 없음) 2가지의 상황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황의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을 때에만 승부를 걸었고 탈출 게이지를 토하게 만드는 수싸움이 PVP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권황명운은 회피/탈출에 대해 보다 다양한 상황과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화영닌자가 보여줬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KOF의 색채를 더했고, 여기에 PVP 플레이의 다변성을 제한했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벨트 스크롤 전투가 완성되었습니다. 


3. 기본 모험 스테이지

 

 

기본적인 컨텐츠 구조는 도탑전기류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모험 모드는 일반 스테이지와 하드 스테이지로 나뉘고, 각 스테이지에선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드랍됩니다. 스테이지에 참여한 캐릭터에게 별도의 경험치를 주진 않고(예외적으로 해당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땐 경험치를 줍니다.) 원하는 캐릭터에게 쓸 수 있는 경험치 재료를 준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별3개를 획득하면 '소탕' 기능으로 전투 없이 보상만 챙겨갈 수 있는 구조 또한 동일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이제 더이상 소탕을 '소탕권'의 형식으로 제한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파밍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권황명운에도 적용되어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탭하면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의 목록이 나타나며 KOF98UM처럼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저 화면에서 그대로 소탕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개 남았는지 계산할 필요 없이 50회 소탕(때로는 10회 / 30회 소탕) 버튼을 누르면 수량이 채워지거나 행동력을 모두 소진할 때 까지 자동으로 돌다가 알아서 멈춰줍니다.


기본적으로 원작 KOF가 캐릭터성이 강하기 때문에 컷씬이나 인게임 대화씬 등으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전달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깨고 나면 소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비전투 씬이 길어도 유저에게 큰 불편이 되진 않지요. 일부 챕터들은 통째로 빌리나 킹과 같은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스테이지들은 해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강제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게 함으로써 캐릭터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쇼케이스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4. 다양한 형식의 스테이지 구성

게임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까 영상에서도 보셨든 벨트스크롤 Beat'em Up 스타일의 스테이지와 1:1 대결 형식의 스테이지 입니다만, 이 두가지의 조합 만으로는 아무래도 플레이 경험의 단조로움을 피하기는 힘듭니다. 권황명운은 중간 중간 특별한 기믹을 추가한 스테이지들을 섞어줌으로써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전달합니다. 장르 고전인 더블드래곤이나 파이널파이트에서의 바닥에 떨어진 물건 주워 던지기가 아주 대표적인 기믹이 될 겁니다. 벨트 스크롤 게임에선 이 주워 던지기가 게임의 기본 액션으로 컨텐츠 전반에 깔려있지만, 권황명운은 이 기믹을 일부 스테이지에만 적용하되, 해당 기믹을 그 스테이지의 핵심 컨텐츠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위 영상 1분 5초부터 시작되는 스테이지는 아테나를 지키는 디펜스 모드로 구성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얼음 폭탄으로 멈추는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약을 빨았길래 이런게 나오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막나간 스테이지들도 제법 있습니다. 일단 위 영상을 한번 클릭해보시죠.. 자동차 추격전이야 뭐 장르 고전인 캐딜락 앤 디노사우르스의 오마쥬인가 싶습니다만 헬기 슈팅에 다람쥐 잡기 이런 것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이런 특수 스테이지들은 새로운 경험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후술할 이벤트 컨텐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컨텐츠만은 아니에요.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에는 소탕이 전제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소탕을 제한하거나 비싸게 팔아서 유저의 물리적인 시간을 소진시키는 것을 과금의 전제로 삼는 게임에선 컨텐츠의 보상을 책정할 때 플레이 타임 또한 비용으로 계산에 잡아야 합니다. 난이도 대비 적절하다고 해도 시간이 턱없이 짧은 스테이지가 있다면 해당 스테이지가 Exploit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애초에 모든 스테이지가 1회 클리어 후 소탕된다고 하면 Exploit 걱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5. 다양한 부속 컨텐츠

모험모드는 소탕으로 행동력을 태워버리고 부가 컨텐츠로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도탑전기류의 기본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경험치/골드/강화석 일일 던전부터 살펴보자면 경험치 던전은 일반 벨트 스크롤이지만 나머지 추격전, 자동차 부수기 등의 구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굳이 플레이할 필요 없이 약간의 보너스까지 붙여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의 정석입니다.


계속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깨고 올라가는 시험의 탑 컨텐츠인 '기스탑' 또한 정석 그대로를 따르고 있습니다. 매일 이전에 깼던 층 까지는 다시 깨지 않아도 매일 자동으로 보상을 받는 점은 동일합니다만, 이전과 달리 보상을 수거하는데 걸리는 시간 없이 보상이 바로 들어옵니다. 단, 181~190층 까지는 오토로 깨지 못하게 하고 190층을 다 깨면 추가 보상을 줌으로써 컨텐츠를 소진한 상위 유저도 계속해서 시험의 탑에 도전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컨텐츠의 형식 외에 부가적인 규칙으로도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순회 도전은 각 스테이지마다 특정 그룹을 랜덤하게 선택해 해당 그룹으로 플레이하면 더 높은 보상을 주는 컨텐츠입니다.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는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죠.


이 외에 하루 한번 플레이 할 수 있는 '1코인 클리어'는 예전 오락실처럼 3명 팀을 골라 해당 멤버로만 5판 3승 대전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모드입니다. 총 9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는데 1코인 클리어라는 말 그대로 하루에 단 한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할 경우 그 날은 그걸로 끝입니다. 다이아를 내면 재도전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이어할 수는 없어요. 매 주 획득한 점수로 고정 누적 보상이 있는데 9스테이지 올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선 이틀이면 달성할 수 있어 매일 플레이해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각 참가자가 그 주에 기록한 베스트 기록으로 랭킹을 메겨 추가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원한다면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공략이 필요합니다. 


6. PVE 멀티 컨텐츠

이런 싱글 기반 부속 컨텐츠 외에 멀티플레이어 컨텐츠도 다수 준비되어있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것은 2인 코옵 PVE 모드입니다. 특정한 스테이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는 난이도를 고르고 시작 버튼3을 누르면 파티의 전력에 맞춰서 스테이지가 랜덤하게 선택되고 난이도도 알아서 설정됩니다. 성적에 따른 보상 차등이 없기 때문에 오토를 걸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2인 코옵은 하루 3회 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대신 친구와 수동 파티를 맺거나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 + 친구 수동파티의 경우엔 총 3배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2인 코옵 외에 3인 코옵 PVE가 따로 존재합니다. 3인 코옵은 2인 코옵과 달리 각각의 스테이지에 난이도와 보상이 세팅되어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스테이지를 골라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보스의 패턴이 강력하고 난이도가 높으며, 3인 중 가장 높은 데미지를 준 MVP에겐 추가 보상이 주어지는 경쟁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등 단순 코옵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레이드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하루 3판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원한다면 티켓을 구입해 추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티켓 1장의 가격은 고정이지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1판에 소모되는 티켓 수가 늘어납니다. 고난도에서 좋은 보상이 나오기 때문에 고스펙 사용자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 3인 코옵 던전에서 많은 보상을 긁어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멀티플레이 PVE모드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친구를 초대해 수동 파티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빠른 실행'을 누르면 자동으로 파티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빠른 실행은 대기방에 입장한 뒤에 시작하는 절차 없이 매칭 후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매칭이 굉장히 빠릅니다. 2인 코옵은 빠른 시작을 누르자마자 게임이 시작되고 3인 코옵은 15초 안에 무조검 파티가 맺어집니다. 봇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티 플레이어 컨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함께 플레이할 다른 유저와 파티를 맺지 못하면 해당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매칭 문제는 동시접속자 수와 연관됩니다만, 수직 성장과 컨텐츠의 난이도 분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직 성장이 깊은 게임이 이 수직 성장 정도에 따라 여러 난이도로 컨텐츠를 쪼갤수록 각각의 난이도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수는 줄어들죠. 특히 운영한지 시간이 지나 유저들의 스펙이 올라가있는 상태에선 신규 유저가 복귀 유저가 들어와도 함께 할 인원이 없어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봇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코옵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간대를 좁혀 밀도를 높이거나, 난이도에 따른 컨텐츠를 줄여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유저의 수를 늘리거나, 초반부는 1인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등이죠.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은 유저를 불편하게 하거나, 성장해서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일부 해치거나, 여럿이 협력하는 모드가 핵심 재미인 컨텐츠에서 협력하는 재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최근 오픈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권황명운은 봇을 사용함으로써 수직 성장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멀티플레이어에서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7. PVP 멀티 컨텐츠

다음은 권황명운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PVP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가장 접근성이 좋은 비동기 PVP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비동기 PVP는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과 마찬가지로 랭킹을 기반으로 상대를 지목해 도전하며, 자신보다 높은 순위에 도전해 이기면 해당 순위로 뛰어오르는 순위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100등이 90등에 도전해서 이기면 90등이 되고 91등부터 99등 까지는 한칸씩 내려가는 식이죠. 하루에 5번 플레이할 수 있고 다이아를 내면 추가 플레이가 가능하며 매일 오후 9시의 순위를 기준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비동기 대전은 상하 폭이 좁아 1:1 대결에 최적화 된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며 오리지널 KOF와 마찬가지로 3인 파티 중 한명씩이 차례로 나와 싸우다 체력이 다하면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고 3명 모두를 쓰러트리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다만 위 영상 50초에서 보이는 것 처럼 한명을 쓰러트린 뒤 라운드를 종료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5판3승제가 아니라 그자리에서 바로 캐릭터가 교대되며 타임 아웃이 발생하면 무조건 도전자의 패배로 처리됩니다.

이러한 비동기PVP는 동기식 PVP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도 플레이어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동기식 PVP는 필연적으로 1명의 승자와 1명의 패자를 발생시킵니다. 그 치열한 대결이 게임의 재미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경험을 좋아하는 것이지 누구도 패배를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동기 PVP는 랭킹표에서 전력을 보고 내가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합니다. 못이길만한 상대는 피하고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체로 이기는 경험만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동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선 져서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여전히 경쟁은 발생합니다. 게다가 스펙을 높여 더 높은 순위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순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험은 도탑전기류 게임이 추구하는 끊임없는 성장과도 아주 잘 부합합니다.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비동기 PVP의 장점입니다. 게다가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의 동기식 PVP는 시스템적으로 대등하게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주기가 힘듭니다. 최상위의 핵과금 열성 사용자들이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다른 최상위와 대결을 펼치겠지만 그 아래에선 기본적으로 스펙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와 매칭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 뉴비들은 대결의 재미보다는 학살당하는 불쾌함만을 느낄 확률이 큽니다. 반면 비동기PVP는 싸울 상대가 떨어질 우려가 없습니다. 접속해있든 접속해있지 않든, 심지어 이미 게임을 접은지 1년이 지난 상대라도 기록이 남아서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어주죠.


물론 액션 게임인 만큼 보다 치열한 대결을 원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동기식 PVP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1:1 동기식 PVP는 플레이어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중 3개로 팀을 짜서 KOF 식으로 5라운드 3선승제로 진행하는데, 일부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더라도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동기식 PVP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레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일정 구간까진 플레이어 스킬이나 스펙 둘 중 하나만으로도 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상위로 가기 위해선 둘 다 갖춰야 하는 것이죠. 월 단위로 레더 순위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고 리셋됩니다.


이미 모바일 MOBA 게임인 왕자영요를 e스포츠에 안착시킨 텐센트는 콘트라 리턴에서도 이 e스포츠로 연계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3:3 PVP를 콘트라 리턴의 킬러 컨텐츠로 탑재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에서 독특한 3:3 PVP를 탑재하고 있지요. 일단 위 영상을 보시죠.

양팀 플레이어는 각기 맵 양 끝에 있는 각 팀의 본진에서 스폰되고 상대 팀의 진영에 있는 2개의 타워를 먼저 부수는 팀이 승리합니다. 맵의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1레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MOBA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장거리 공격을 베이스로 하는 콘트라 리턴에선 복잡한 지형 지물을 통한 회피와 우회 등의 전략을 중시했습니다만 근거리 격투를 베이스로 하는 권황명운은 지형은 단순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캐릭터 간의 조합과 화력의 협동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고 그 캐릭터들로 PVP를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PVP의 성능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BM과 게임디자인 편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PVP에서 캐릭터의 성능은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아닌 플레이어가 그동안 키워온 캐릭터 전체의 성장 합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전까지 쌓아둔 전투력이 40만이라면 게임 처음부터 키워온 SSR 6성 오렌지+4등급의 폭주 이오리로 플레이하건 방금 얻은 R 4성 녹색+1 등급의 야부키 신고로 플레이하건 동일하게 전투력 40만을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개별 캐릭터의 등급이나 성급, 육성 정도에 얽메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쓰고 싶은 캐릭터로 PVP를 플레이하면 됩니다.

PVP 플레이를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PVP는 - 특히 동기식 PVP는 -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꺼리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PVP를 일퀘에 밀어넣어 하기 싫어도 보상을 위해 플레이어가 억지로 몇판은 PVP를 하도록 (그리고 강자들에게 썰리도록) 강요합니다. 의지의 마조히스트 전투민족 코리안에겐 이런 협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개복치 멘탈의 중화인들에겐 씨알도 안먹힐 소리죠. 비동기 PVP, 1:1 PVP, 3:3 PVP 셋 다 플레이하면 보상을 받는 일퀘가 걸려있긴 합니다만 캐주얼한 비동기 PVP의 일퀘만 일퀘 올클리어 미션에 묶여있습니다. 1:1과 3:3은 플레이하면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8. 길드 컨텐츠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어둠으로써 장기적으로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이 바닥의 상식입니다. 권황명운 역시 길드 출석, 길드 미션 등과 같은 길드 컨텐츠를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6단 보상은 일간 길드 활동 보상입니다. 플레이어가 길드와 관련된 행위를 하면 점수가 쌓이고 점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길드라고 하면 리니지 혈맹처럼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컨텐츠를 중시합니다만, 소소하게 제 할일 하면서 보상 받는 초식형 길드도 사용자를 게임에 잡아두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길드 경쟁은 소수 엘리트 길드의 전유물임을 생각해보면 초식형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길드 보스 전의 플레이 영상입니다. 여러 보스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있고 한 보스를 다 잡으면 다음 보스로 넘어가는 형식입니다. (진도는 매주 리셋됩니다.) 각 길드원이 하루에 2번 공격에 참여할 수 있고 참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길드가 각 보스를 가장 빨리 잡았는지, 각 길드 내에선 누가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줬는지 등을 표시해서 경쟁을 유도하지만 추가적인 보상은 없는 자기 만족형의 경쟁입니다.


초식형 컨텐츠도 있지만 경쟁형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길드 노력전은 길드전을 통해 각 서버 당 존재하는 세개의 거점을 점령하는 컨텐츠입니다. 한 길드는 1개의 거점만을 가질 수 있고, 해당 거점으로부터 매일 소량의 자원을 공급받습니다. 각 거점마다 정해진 요일일 정해진 시간에 길드전이 열려 거점의 주인을 가립니다.


거점을 현재 가지고 있는 수비 길드는 단일 팀이지만 공격팀은 복수 길드로 구성됩니다. 공격팀 수비팀은 별도의 파티 없이 개개인이 매치 메이킹을 시도하면 1:1, 3:3, 1:3 모드 중 랜덤한 모드를 고르고 파티를 구성해줍니다. 1:3 모드에선 수비팀이 1명 공격팀이 3명으로 구성되는데 수비팀에는 데미지를 받아도 경직되지 않는 슈퍼아머가 적용되기 때문에 1:3으로도 밸런스가 대충 맞습니다. 개별 승패 보다는 매 판 공격팀 / 수비팀의 플레이어들이 얻은 점수의 합으로 공격 성공 / 방어 성공을 가리는데, 사람이 부족하면 봇이 매칭되기도 합니다.


비정기 컨텐츠로는 길드 토너먼트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길드 토너먼트는 하루에 한 라운드씩 진행되며 15분간 2:2 팀 전, 남은 15분간은 1:1 개인전으로 진행되는데 1:1은 1라이프로 먼저 죽는 쪽이 지는 규칙이고 2:2 팀전에선 각 참가자가 3라이프를 갖고 전투에 뛰어들어 두명 모두 3라이프를 소진한 팀이 지는 규칙입니다.

길드 노력전과 길드 토너먼트 둘 다 길드 기반의 PVP 컨텐츠 입니다만 각 길드에서 선별한 소수의 최정예 멤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원이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만일 어느 한 길드의 인원이 부족해 매치메이킹이 힘들 경우는 봇을 투입해 많은 인원이 참가한 길드가 상대가 부족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아무래도 봇이 약하기 때문에 다소 전력이 약한 길드원이라도 일단 참여하는 것이 길드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별도의 파티 매칭 씬 없이 그냥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매치메이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 구성 등에서 오는 불필요한 불편이나 문제도 없습니다.


9. 화영닌자를 넘어서 - 청출어람 이청어람

권황명운의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화영닌자의 코어 전투 시스템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습니다. KOF 전통의 1:1 결투 보단 벨트 스크롤 전투가 컨텐츠 제작 및 운영에 더 유리함은 서두에 설명 드렸고, 벨트 스크롤로 가기로 했다면 완성도가 높고 장기 흥행으로 시장성도 검증된 화영닌자를 모태로 삼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사실 이미 작년엔 화영닌자의 시스템에 에반게리온 IP를 끼얹은 에반게리온 파효가 출시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화영닌자의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스킨만 에반게리온의 요소들로 갈아치웠던 파효와 달리 권황명운은 화영닌자의 이식에 그치지 않고 화영닌자를 베이스로 한 KOF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장기 운영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컨텐츠 생산에 유리한 벨트 스크롤을 채택하긴 했으나 기 폭발, 구르기, 원호 공격 등 KOF의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해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벨트 스크롤 KOF를 만들어낸 것이죠. 특히 개선된 탈출/회피 시스템은 KOF의 구르기 공방을 연상시키면서도 화영닌자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투를 연출해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협동 PVE, PVP 모드, 길드 컨텐츠 등이 추가되면서 권황명운은 화영닌자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화영닌자도 출시된지 이미 2년이나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권황명운은 상당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KOF 스킨을 씌운 화영닌자도 아니고, 그럭저럭 할만한 IP 게임도 아닙니다. 정말 제대로 잘 만든 모바일 게임입니다.

기본 시스템 외에 BM과 메타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화영닌자보다 상당히 발전된 면을 다수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2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by 고금아 2018.07.11 02:54

0. 도탑전기류의 최신 진화형이 오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1) - 벨트스크롤 돌아온, 제대로 된 모바일 KOF


지난번에 2개 포스트에 걸쳐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수집형 게임인 도탑전기류 게임이 실은 가챠를 통한 캐릭터 수집에 중점을 두는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제한된 캐릭터 풀 내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강조하는 수직 성장형 게임으로 분류되어야 함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이 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음도 설명 드린 바 있죠. 

넷이즈가 음양사나 영원한 7일의 도시, 반역성 밀리언 아서 등 도탑전기류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약점을 피해 보다 운영에 유리한 수집형 게임을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텐센트 역시 기존의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KOF98UM 부터 나루토 화영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 마다 계속해서 BM과 게임 디자인을 바꿔가면서 도탑전기의 핵심 재미인 수직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약점인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는 방법을 탐구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명운)이 바로 그런 텐센트 도탑전기의 최첨단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디자인과 BM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쓰여졌습니다. 혹시 잘 모르시겠다면 이전 포스트들을 한번 읽고 와주세요.


콘트라 리턴의 과금 시스템 정리

2016년 중국 모바일 RPG의 성장 시스템 비교 분석

중국 RPG들의 가차 판매 디자인에 관한 고찰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2



1. 텐센트가 개척한 액션 중심의 도탑전기류 BM의 진화 흐름


 


 


텐센트는 KOF98UM, 나루토 화영 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이렇게 4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만 이들은 크게 턴제 RPG(KOF98UM, 용주격투)와 ARPG(화영닌자, 콘트라 리턴)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전투의 형식의 차이는 아닙니다. 기본적인 BM의 구성에서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인 KOF98UM과 용주격투는 성장의 중심이 캐릭터에 있습니다. 조각을 모아 올라가는 성급 성장 외에 스테이지에서 파밍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등급(녹+1 등), 고난도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각성 등의 성장컨텐츠들이 캐릭터에 묶여있고 당장 사용하는 덱에 올라온 6개 캐릭터의 전투력이 핵심이 됩니다. 이렇게 캐릭터 단위의 깊은 성장은 신캐를 획득해도 기존에 전력으로 쓰던 캐릭터만큼 키우기는데 많은 시간이 들거나 아예 신캐 조각을 모으는 동안 기존 캐 조각이 더 모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를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가장 직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신캐의 효용이 떨어지고,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에 유저를 잃기는 쉬워도 새로 얻기는 힘듭니다.


 

 

화영닌자는 스테이지 파밍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를 모두 캐릭터가 아닌 계정 귀속으로 돌림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새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바로 이전까지의 성장이 적용되어 특별히 해당 신캐를 키울 필요 없이 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캐릭터 성급 성장은 여전히 캐릭터에 귀속됩니다만 S, A, B 등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엄격하게 나누고 신캐를 고등급에 배치함으로써 이 신캐의 성급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성급은 아직 덜키워서 낮지만 등급이 높기 때문에 고성능인 것이죠. 또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신캐가 주는 컨텐츠 변화가 상당히 크고, 따라서 신캐에 대한 매력이 높습니다. 플레이해서 점점 더 강해진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새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를 더합니다. 수직 성장을 중심으로 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수집의 재미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구성은 슈팅 RPG인 콘트라 리턴에서 조금 변화합니다. 슈팅 게임이라는 특성상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총기류입니다만, 횡스크롤 슈터라는 형식이 총기 간의 성격 차이를 체감하기가 힘듭니다. 서든어택 같은 FPS 슈터들은 같은 돌격소총이라도 M16은 데미지가 적은 대신 반동이 적고 AK-47은 데미지가 크지만 반동이 크며 FAMAS는 연사가 빠르다는 등의 특징을 눈치채기 쉽습니다. 하지만 횡스크롤 슈터에선 샷건과 돌격소총, 머신건 등 유형별 차이는 느낄 수 있어도 M16과 AK-47의 차이는 느끼기 힘들죠. 또한 총기는 도구일 뿐이라 캐릭터 처럼 수집 대상으로써의 욕구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해도 플레이 경험이 총구에 너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콘트라 리턴은 게임의 토큰을 총과 캐릭터로 구분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여러 총기 중 2개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가챠나 플레이를 통해 구입하고 획득할 수 있는 토큰은 총입니다.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등급을 B, A, S, SS 등으로 강하게 구분합니다.(등급을 올릴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총기의 유형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결정되고 태생 등급에 의해 성능이 결정됩니다. 각 총들은 다른 도탑전기류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들과 드물게 공급되는 조각을 통해 등급과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총이 주는 플레이 경험이 뚜렷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당장 선호하는 총기만 수집하고 육성하는 식으로 컨텐츠가 선별적으로 소진될 우려가 있습니다. 당장 서든 어택만 하더라도 돌격 소총만 쓰는 사람은 돌격 소총만 쓰고 샷건 쓰는 사람은 샷건만 쓰죠. 콘트라 리턴은 컨텐츠에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활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지정한 단 한가지 종류의 총만 사용할 수 있는 일일 던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장 장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종류별로 가장 좋은 총 1개씩을 슬롯에 배치해 능력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원치 않는 총의 성장에 대해서도 보너스를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 '덱'은 게임에 들고 들어가는 토큰이 수량이 제한된 구조에서 더 좋은 새 토큰(화영닌자의 경우는 캐릭터, 콘트라는 총)을 얻었을 때 기존에 키워뒀던 토큰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단점도 보완해줍니다. 당장 들고 쓰지 않더라도 저 덱에 배치함으로써 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요.


 

 

총기가 성장의 축이라면 캐릭터는 주기적인 수집의 대상으로 게임에 꾸준히 추가됩니다. A급 캐릭터는 몇만원 상당의 젬으로 고정가에 살 수 있고 S급 캐릭터는 전용의 기간 한정 가챠로 판매되는데 대략 15만원 정도면 획득이 보장됩니다. 비싸게 만든 컨텐츠를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게임 경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컨텐츠를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함으로써 장기 운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획득은 15만원 선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버당 1명에게만 최고 성급으로 초월시킬 수 있는 조각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도 일부 보존되고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특정 스킬을 해금하기 위해선 특정 등급의 특정 총기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걸려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라도 희귀한 총기를 얻고, 나쁜 총기도 육성하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콘트라 리턴이 갖는 또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PVP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루토 화영닌자 또한 실시간 동기식 PVP가 강점이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단순 데스매치가 아닌, 전략적인 3:3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좌우에서 각 팀의 멤버들이 스폰되어 가운데의 지점을 일정 시간 점령하면 승리하는 방식의 모드입니다.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팀웍과 지형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전략이 중요하죠. 일반적인 게임의 PVP 모드라기 보다는 e스포츠를 노린 게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이러한 게임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도탑전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한정된 캐릭터를 계속해서 높이 높이 쌓아올리면서 성장을 느끼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라면 콘트라 리턴은 여러 캐릭터를 모아서 이들을 갖고 놀면서 각각 캐릭터가 주는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수집형 게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이라고 치기엔 매출 면에서나 그 컨텐츠의 차별성 면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다소 낮습니다만, 그 차이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실시간 PVP라는 환경을 통해 증폭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e스포츠화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장기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아주 정석적인 도탑전기류의 BM과 게임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소탕을 자동화 시켜준다거나, 각성석 가챠로 상품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깊은 수직 성장 때문에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에 제한되고, 신캐의 상품성이 떨어지며 장기 운영에서 불리해지는 본질적인 약점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화영닌자와 콘트라 리턴은 수직 성장을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도 수집을 강조해 장기적으로 신캐를 판매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권황명운의 BM과 게임디자인 역시 이러한 화영닌자 - 콘트라 리턴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3. 캐릭터 단위로 키우고 계정 단위로 누적되는 독특한 성장 구조

일단 권황명운의 캐릭터의 기본 육성 화면은 화영닌자보다는 기존의 KOF98UM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각 캐릭터 별로 능력치가 있고, 캐릭터 별로 육성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6개의 재료 슬롯이 있고 각각의 등급에서 특정한 재료를 일정 갯수 이상 요구하며 이 조건을 모두 채우면 등급이 올라가며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치가 적용되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더해주는 보너스 능력치를 키우는 방식이거든요.

위 스크린샷에서 랄프의 스킬 공격력 1014, 방어 120, 공격 80, 생명 694 + 격투가 전력 10462라는 수치는 랄프라는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가 아니라 현재 랄프가 계정에 더해주는 능력치입니다. 랄프를 쓰든 안쓰든 랄프는 계정에 저만큼의 수치를 더해주고, 등급을 올리면 보너스가 각기 1144, 139, 95, 809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현재 얻은 전투력이 40만이라면 오랫동안 키운 6성 SR 58레벨 랄프를 전투에 끌고 가든, 방금 얻은 전투력 100짜리 1성 R 유리를 전투에 끌고가든 동일한 스펙을 적용받습니다.


권황명운은 화영닌자나 콘트라 리턴과 마찬가지로 희귀도를 엄격하게 나누는 게임입니다. R, SR, SSR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고 희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SSR과 SR은 해당 캐릭터의 성능을 갈라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희귀도가 높으면 동일 레벨 동일 등급에서 더 많은 능력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 상승을 위해선 희귀한 캐릭터가 많은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성능은 전체 전투력에 영향을 받을 뿐, 희귀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캐릭터라는 컨텐츠의 활용에서 3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첫째로 조작에 의한 체험을 중시하는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희귀도와 조작 캐릭터의 선호도를 나눌 수 있습니다. 희귀도가 성능과 직접 연결된 화영닌자의 경우 록리의 전투 스킬을 좋아하지만 희귀도 때문에 성능이 낮아서 사용을 꺼리게 된다거나, 마이트 가이의 조작은 싫어하지만 희귀도가 높아 성능이 좋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해야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R이든 SSR이든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냥 쓰면 됩니다. 가챠 판매를 위해 희귀도를 쪼개면서도 이게 플레이를 제한하지 않아요.

둘째로 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캐릭터에 귀속되는 도탑전기는 얻은 신캐를 키워야만 전력으로 쓸 수 있지만 권황명운은 방금 얻은 무성장 1레벨 신캐를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차이가 게임 플레이 성향을 크게 좌우하는 액션 RPG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페널티 없음은 핵과금러가 아닌 일반 저과금 사용자들에게도 기간 한정 가챠를 팔 수 있게 해줍니다. (KOF98UM같은 경우는 6성으로 키워야 쓸 수 있는데 획득하기도 어렵거니와 6성으로 키우기는 더 어려워서 핵과금자가 아닌 이상 루갈 같은 캐릭터는 거르거나 그냥 가지는 데에만 의미를 부여했죠)

셋째는 캐릭터 추가로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영닌자 또한 성장이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얻은 캐릭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컨텐츠 소모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새로 캐릭터를 얻으면 해당 캐릭터를 다시 흰색부터 녹색, 청색, 황색 등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기존 스테이지들을 재방문하며 구 스테이지에서 행동력을 소진하게 됩니다.  물론 신캐를 키우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키우면 전체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미 정체에 접어든 기존 캐릭터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전투력을 높이기 때문에 신캐를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희귀도가 높은 캐릭터를 얻으면 더더욱 그렇죠.


복수 캐릭터를 병렬로 키울 또하나의 이유는 이 대사군이라는 덱 시스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100%의 능력치를 계정 전투력에 더해주지만 대사군에 올라온 캐릭터들은 추가 반영률이 적용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대사군 레벨이 '관통II'라서 덱에 등록된 캐릭터는 100%가 아닌 155%를 더해주는 것이죠. 대사군 레벨은 이 보너스 율 외에 원호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와 원호 공격의 쿨타임도 줄여주기 때문에 성장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군은 슬롯은 처음엔 잠겨있다가 보유한 캐릭터의 갯수와 전투력, 전체 등급 레벨의 합계 등에 의해 슬롯이 추가로 개방되며, 개방된 슬롯과 전투력, 레벨 등의 조건에 의해 대사군 레벨이 오르는 구성입니다. 사용할 캐릭터만 콕 찝어서 키워서 좋을 것도 없지만, 최고의 효율을 위해선 가능한 대사군을 꽉 채워서 병렬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4. 캐릭터 귀속의 성급 / 스킬 성장

파밍 재료를 사용한 등급 성장은 계정 공통의 전투력으로 합산되지만, 캐릭터 귀속의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바로 성급과 스킬 성장인데요, 기본적인 구성은 도탑전기류의 성급 성장과 동일합니다. 1성부터 6성까지가 있고 조각을 일정 갯수 모으면 성급을 올릴 수 있으며 성급이 오를 수록 조각 갯수는 늘어납니다. 여기에 용주격투와 마찬가지로 각 성급의 단계를 10단계로 쪼개놓아서 한번에 100개 200개씩을 모았다가 한번에 밀어넣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으며 그 중간 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성급이 성장은 전투력 상승 외에 캐릭터에 귀속되는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캐릭터 별로 몇개의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성급에 의해 차례로 개방됩니다. 초필살기는 3성에서부터 쓸 수 있고 기 터트리기는 4성부터 가능한 형식이죠. 그리고 스킬이 개방되고 나면 골드 혹은 스킬책 아이템을 사용해 스킬의 성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해당 캐릭터에게만 적용됩니다만, 이러한 스킬 성장은 전투력으로 환산되어 계정 보너스로도 전이됩니다. 전투력이 보존되기 때문에 신캐를 무조건 키울 필요는 없지만 신캐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성급과 스킬 레벨을 올릴 필요는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의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특정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면 해당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고, 또다시 그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서 성급을 성장시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구성은 가챠에 신캐를 추가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신캐 획득 난이도와 육성 난이도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신캐니 빨리 키우라고 해당 캐릭터 조각을 많이 주면 너무 저렴한 가격에 획득하게 되어버리고, 조각을 적게 주면 획득후에 육성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또한 다른 캐릭터의 조각도 함께 획득되기 때문에 신캐 키우려고 가챠를 돌렸는데 오히려 기존 캐가 더 강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곤 하죠.


권황명운 오픈 초기의 스펙에선 캐릭터 조각이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조각 모음에 의한 캐릭터 획득을 차단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조각 위에 '승성' 이라고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승성 조각은 오직 성급 성장에만 관여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하는데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인 가챠의 매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승성 조각의 공급을 통해 성급 성장의 난이도는 별개로 취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있었던 첫번째 업데이트에선 캐릭터 별 조각을 폐지하고 캐릭터들을 그룹으로 묶어 공통 조각 체계로 이행합니다. 위 스크린샷을 예로 들자면 베니마루, 마이, 고로, 킹, 레오나, 료, 아테나는 'SR열문' 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SR열문' 조각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수량이 적은 R과 SSR은 각기 단일 그룹으로 묶이고 SR만 열문, 경전, 지명 이렇게 3개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SR 등급 내의 3그룹은 서로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시인성이 굉장히 낮다는 결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이러한 조각 그룹화는 조각 때문에 신캐를 얻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도탑전기의 핵심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해결해줍니다. 캐릭터 성급 성장이 6성으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잉여 조각이 축적되고 신캐를 얻기만 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동일 그룹의 조각으로 금방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잉여가 없어도 가챠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 난이도가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한 방향입니다만, 여기에 등급별 / 유형별 구분이 들어감으로써 조금 더 가챠 판매에 유리한 구성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각 입수 난이도 때문에 소수의 핵과금러들에게만 어필하던 SSR의 접근성을 크게 낮춰 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특정 SSR 캐릭터 한정 가챠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점이 아주 훌륭합니다. 오픈 초기엔 폭주 이오리 스페셜 가챠가 판매되었습니다만 이 때 대부분의 중과금 유저는 이를 스킵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운 좋아서 폭주 이오리를 3성이나 4성으로 얻는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는 조각을 끌어올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죠. 오직 나올 때 까지 뽑는 핵과금러들의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SSR급의 조각을 공통화 하면서 들어온 폭주 레오나 한정 가챠부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이 아닌 다음 SSR 스페셜 가챠에서도 조각을 얻어서 키울 수 있게 된 이상 이번의 기간 한정 스페셜 가챠를 스킵하기 보다는 일단 2성이든 3성이든 캐릭터 하나는 뽑아서 손해볼 것은 없어진 거죠. 물론 조각을 공통으로 쓸 수 있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려면 SSR 조각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스페셜 가챠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긴 합니다. 쓸 사람은 여전히 쓴다는 소리죠.


5. 수집을 통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들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들보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갖고 노는 재미에 조금 더 집중해있는 만큼, 복수 캐릭터 수집에 대한 컨텐츠도 잘 구비되어있습니다. 특정 캐릭터 조합을 보유할 때 보너스를 받는 건 KOF98UM때부터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었고, 용주격투에선 이를 획득 이후에도 육성으로까지 확장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진영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를 '세계수호' '무도연맹' 극악군단' '천국신족'이라는 4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해당 부류의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을 성장 컨텐츠로 삼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일정량의 스탯 보너스가 쌓이지만, 각 카테고리의 캐릭터 수집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각 카테고리에 대응하는 신기 라는 성장 컨텐츠가 별도로 열리기도 합니다.


권황명운의 진영 시스템이 KOF98UM이나 용주격투의 유사 컨텐츠와 구분되는 또하나의 특성은 이 컨텐츠가 일종의 업적과도 연관된다는 부분입니다. 한 카테고리의 캐릭터들을 다시 소그룹으로 나눈 뒤 해당 소그룹 멤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션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극악군단 내에 있는 여왕대인 마이, 킹, 치즈루에 관한 업적입니다. 1:1 PVP 80회, 1코인 클리어 모드 100회, 3인 코옵 던전 50회 등의 업적이 제시되고 이를 여왕대 캐릭터로 달성할 경우 지정된 스탯 보너스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적 달성에 따라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한편 플레이 컨텐츠로는 순회도전이 횡적 성장을 유도합니다. 순회도전은 각기 3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5개 지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스테이지를 해당 스테이지의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할 경우 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캐릭터 외의 캐릭터로 클리어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별 하나하나는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각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별을 모두 다 얻으면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데 그 양은 3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과 유사한 양입니다. 즉, 모든 스테이지를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하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스테이지는 일본대 캐릭터인 쿄, 고로, 베니마루가 추천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추천 캐릭터 중 일부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엔 소량의 다이아를 내고 대여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대여한 캐릭터는 순회도전 컨텐츠 내에서 그날 하루 동안 사망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이미 갖고 있으면 대여비를 아낄 수 있고, 캐릭터가 없어도 적은 돈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회도전 컨텐츠는 세부 디자인은 굉장히 나쁩니다. 지역 단위로 별 보상을 받는다지만 스테이지는 3개인데 보상 기준은 별 4개 입니다. 별 1개는 이전 지역을 모두 별로 클리어했을 때 다음 지역으로 넘어오는 구성이라 중간에 단 한번만 별 획득에 실패해도 전체 보상량이 팍 줄어듭니다. 특히 초반 지역에서 별을 놓치면 그날 하루 농사를 통으로 망치죠. 스테이지 개별 클리어 방식도 굉장히 해괴합니다.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면 새 캐릭터로 교대하면서 타이머가 1분으로 리셋되지만 타임 오버가 되면 플레이어 캐릭터 HP만 유지되고 스테이지가 리셋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죽어서 끝나기 보단 시간 내에 딜을 다 넣지 못해 타임 오버로 끝나기 때문에 여러번 트라이 하면서 계속해서 타임 오버를 경험하다가 결국은 적당히 팬 후에 죽어서 바톤 터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요. 굉장히 불쾌한 디자인인데 고쳐질 기미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또 여러 캐릭터를 직접 사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선 굉장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6. 체험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

하지만 이렇게 개별 캐릭터의 수직 성장 난이도를 낮추고 수평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지만 권황명운이 본질적으로 수평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뚜렷한 속성 메타나 직업 메타 등이 기반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보유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죠. 순회도전가 유사하게 캐릭터 수집에 대한 보너스를 주지만 부수 컨텐츠로 그 효용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진영 컨텐츠 또한 수직 성장의 일부로만 동작할 뿐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있고 이를 팔아야하지만 단순히 없는 캐릭터니까 갖고 싶다는 사용자의 1차적인 욕구 외엔 캐릭터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권황명운은 플레이어가 각종 캐릭터를 직접 만져볼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입니다. 


이전에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외전 스토리 중심,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추가 미션 중심이며 외전 스토리에 특수한 플레이 컨텐츠를 덧붙인 영원한 7일의 도시가 굉장히 특이한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또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하게 단편 단편적인 플레이 컨텐츠를 이벤트로 공급하는데, 이 중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이벤트가 자주 보입니다. 위는 용호의 권 이벤트 예시인데 유리, 료, 타쿠마, 킹 등 용호의 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진행하는 이벤트 스테이지입니다. 해당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1:1 PVP에서도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를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캐릭터를 적으로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져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일부 모험 스테이지에서도 특정 캐릭터를 빌려주면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조금 전에 언급한 순회 도전에서도 약간의 다이아를 내면 없는 캐릭터를 빌려 쓸 수 있게 했지요.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직접 사용해도록 하는 것은 구매 욕구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권황명운은 특히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액션RPG이기 때문에 캐릭터로 인핸 게임 플레이의 변화를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7. 행동력에 대한 강한 통제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로 캐릭터 수집을 자극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성장체계의 변화가 도탑전기류 BM의 근간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조각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몰아줄 수 있으니 가챠보다 정예 던전 파밍이 더 유리해지기 쉽고, 드랍을 통한 성장이 모두 계정으로 귀속되니 행동력을 왕창 사서 잡캐들을 키우는 것이 갸차보다 더 유리해지기 쉬운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보상 밸런스에서 만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정예던전이 아닌 일부 던전에서만 조각이 나오게 하고 다른 정예 던전에선 등급 성장에 필요한 희귀 재료가 드랍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율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권황명운은 이를 행동력의 구매에 강한 제약을 걸어 행동력에 대한 Exploit을 차단합니다. 기타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횟수가 올라갈수록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질 지언정 굉장히 여러번 행동력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권황명운은 딱 세번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못박아둔 것이죠. 당연히 누진제가 걸려있습니다만 90% 할인 - 70% 할인 - 20% 할인이라는 형식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매 제한을 걸어두니 가치가 올라간 행동력은 유료 상품과 연계됩니다. 위 스크린샷은 주정액 월정액 카드인데요, 기존의 젬만 주던 정액제 서비스와 달리 성장 재료와 행동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소소하게 잔돈을 받는 서비스가 좋아서 가성비가 좋은 것이 도탑전기류 게임의 월정액 패키지입니다만, 권황명운의 경우 행동력까지 걸려있어 월정액 패키지는 거의 무조건 사야 하는 상품으로 포지셔닝 됩니다.


월정액 패키지와 행둥력 충전 이외에도 행동력을 추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대부분 다이아가 아닌 현금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최소 170원 최대 2000원 정도의 저렴한 상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어쨌든 행동력을 사서 이득을 보려면 게임 내에서 공짜로 얻는 무료 다이아 대신 현금을 내라는 것이죠. 


8. 유상 다이아와 무상 다이아의 엄격한 구분

다른 한편으론 유상 다이와와 무상 다이아를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위 그림에서 녹색으로 테두리 친, 자물쇠가 표시된 것이 무상 다이아이며 자물쇠가 없는 다이아는 유상 다이아입니다. 유상 다이아는 구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게임 내에서 지급되는 보상들은 대게 무상 다이아입니다. 또한 구매하는 상품이라도 위의 주정액 월정액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지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라거나 가챠 구입 등 게임 내 대부분의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기본 화폐로 사용합니다. 만일 무상 다이아가 부족할 경우엔 자동으로 유상 다이아에서 부족분을 끌어쓰는 구조로 되어있죠. 하지만 위 스크린샷과 같이 일부 상품은 유상 다이아 만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엔 무상 다이아가 유상 다이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무상 다이아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의 존재가 무과금 사용자에 대한 가혹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실제 상품의 구성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 가챠 구입, 일일 경험치/골드/강화석 던전 플레이 스킵, 길드 미션 즉시완료 등 게임과 관련된 대부분의 핵심 컨텐츠들은 무상 다이아로도 구입할 수 있고 유상 다이아만을 받는 상품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아까의 기간 한정 SSR 스페셜 가챠처럼 애초에 무과금으로는 덤비기 힘든 컨텐츠나  위 스크린샷의 캐릭터 스킨과 같은 장식 요소 정도가 유상 다이아 전용입니다. 예외적으로 매일 공짜로 제공되는 분량 이상으로 레이드를 플레이할 수 잇게 해주는 레이드 티켓은 유상젬을 받고 있습니다. 이 티켓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보상이 좋아질수록) 소모량이 커지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보상량이 증가하는 구조에서 상위 사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너무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스노볼링을 제한합니다.


9. 맞춤형 패키지 상품

현금 패키지 상품을 다루는 방법 또한 남다릅니다. 게임을 처음 깐 순간부터 수십가지 패키지를 사라고 광고하는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과 일본에선 패키지 상품의 비중이 낮습니다. 사실 패키지를 중시하는 한국식 BM은 부분유료화와 가격차별화의 관점에선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할인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그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 가격 X 수요 = 매출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판매 방식입니다. 하지만 10만원이 넘어가는 고액 패키지는 사실 이미 가격에 덜 민감한 중/고 과금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안겨주기 때문에 매출 시책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고액 패키지의 할인율이 높다는 점 까지 감안하면 중/고과금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재화를 획득해 유저간 양극화를 더 부추겨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고과금자의 공략엔 다이아로 구매하는 가챠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패키지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낮은 가격에 구성이 알찬 상품을 구성해 많은 사용자에게 넓고 얇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기 때문에 저과금자는 물론 이제까지 과금하지 않은 무과금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그 결과 줄어든 가격보다 수요가 커져 할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구매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일수록 할인 효과가 줄어드는 가격 극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특판 상품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특판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는 식의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월 1회 미만으로, 부정기적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의 패키지들은 대부분 패키지 상품이라기 보다는 이벤트 상품의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가격 차별화에 대해선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권황명운의 경우 이런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이벤트 상품 외에도 1~5만원 상당의 중가형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 한국 게임 처럼 패키지 판다고 화면 덮어놓고 쥐똥만한 X 버튼 이외의 곳을 누르면 강제로 납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화면 구석에 비정기적으로 '행운상품'와 같은 형식으로 부정기적으로 출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쿠폰 모으기나 핫딜처럼 꼼꼼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더 나은 상품을 '사냥'하는 게임을 재미를 주면서도 할인 판매의 대상을 제한하는 테크닉이죠.


이러한 '행운상품'은 높은 할인폭, 구매 횟수 제한, 시간 한정 판매 등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도입되어있습니다만 이중에서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핀포인트로 상품을 구성해주는 맞춤형 패키지입니다. 위 스크린샷엔 사카자키 료 6성 패키지를 328위안에 판매하고 있는데 5성 료를 6성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료 조각 (이 패키지를 찍을 당시엔 캐릭터 별 조각이 유지될 때 였습니다.), 일부 스킬 성장에 필요한 스킬책, 레벨업 용 경험치 등을 주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이전까진 보이지 않다가 료를 5성으로 끌어올리자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4성 료를 획득했을 때에도 유사한 료 5성 패키지가 공급되었죠. 오렌지+1 등급에서 정체된 캐릭터가 있을 때엔 일반적으로 정체되기 마련인 오렌지 +2 등급업 패키지가 나타나는 등 아주 지능적으로 살만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한국 게임에서 패키지 광고를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죠.


10. 다소 아쉬운 밸런싱과 부족한 컨텐츠에 발목 잡히다.

게임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고 메타 게임에서도 도탑전기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캐릭터를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참신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갓 갓 갓게임의 스멜이 납니다만 아쉽게도 게임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텐센트에서 출시한 도탑전기류 게임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그래도 블소모바일보단 느렸지만) 빨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가챠 갱신이 없을 땐 50위권 정도로 주저앉아있지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각 수집에 대한 성급 성장이 너무 쉽다는 문제입니다. 공용 조각으로 전환되기 전의 오픈 스펙에선 4->5성에 조각 100개가 할당되었고 3개 컨텐츠(기스탑, 순회전투, 길드)에 대해선 각기 1종씩의 캐릭터의 조각을 하루 10개 정도 얻을 수 있게 설계되어있었습니다. 고과금자는 돈을 펑펑 써서 가챠로 앞서나갈 수 있지만 중과금자 이하는 몇달을 들여야 6성을 볼 수 있지만 3마리 정도는 일간 컨텐츠만 성실히 플레이하면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도탑전기의 표준적인 디자인과 밸런싱이었죠.


하지만 첫 업데이트에서 조각을 공통으로 쓰게 하면서 이 경제 밸런싱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캐릭터에 사용할 조각을 입수하는 난이도가 떨어지고 수급량은 사실상 몇배로 늘었는데, 조각의 소모량은 이전 기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죠. 드래곤볼 용주격투도 시작하자마자 VIP 12레벨을 찍었습니다만 6성 캐릭터를 보는 데엔 몇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달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 대사군에 있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6성을 이미 달성했으며 그 뒤에도 조각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조각을 수급하기 위해 가챠를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등급 구분 없이 조각을 모든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6개월간 수백만원을 쏟아부어 현존하는 가챠 캐릭터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조각이 부족해 2군급 캐릭터 육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자면 조각 소모량에 대한 밸런싱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컨텐츠의 분량입니다. 저에게 조각이 남아도는 이유는 조각을 대사군(덱)에 올린 캐릭터에 집중해서 사용했기 때문이고, 아직 성급을 올리지 않은 캐릭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펙이 부족해 깨지 못하는 컨텐츠가 제 도전 의욕을 돋운다면 나머지 캐릭터도 성급을 올리고 모자라는 조각을 가챠로 수급해 스펙을 올려보겠습니다만, 컨텐츠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한달 정도 플레이했더니 59레벨이 되었는데 이미 현존하는 컨텐츠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7월에 신규 스테이지가 추가되고 레벨 상한이 뚫렸습니다만 이 역시 1주만에 정복되었습니다.

이는 나루토나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에서도 서버 내 30등 언저리의 과금러였지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제가 깨지 못한 컨텐츠가 남아있었고 이를 깨고 올라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했어요. 하지만 권황명운은 단 한달만에 모든 컨텐츠가 소진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권장 / 최소 전투력에 발목이 붙잡혀 파밍에 시간을 쓰는 일이 제법 있었는데 권황명운에선 계속해서 레벨 제한에 걸려 멈출 뿐 스펙에 발목을 잡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9레벨까지 깨고 나니 더 이상의 스테이지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모든 캐릭터의 성장이 누적으로 더해지는 구성에서 전투력이 보다 쉽고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동력을 소탕으로 바로 태워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론 하루 3분 정도 밖에 플레이하지 못하는 모험 스테이지를 메인 컨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요? 플레이 타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애매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꾸준히 올려나가는 것이 핵심 재미인 게임에서 모험 스테이지는 요구 전투력을 가장 촘촘하게 쪼개놓아서 그 성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선 메인 컨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권황명운은 이 관점에서 메인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진되었습니다.

캐릭터 컨텐츠의 추가 템포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신캐를 팔기 좋은 구조이고 생산성이 높은 2D라고는 합니다만, 캐릭터 수가 정해져있는 IP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과연 얼마나 자주 많이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듭니다. 당장 가장 큰 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SSR 한정 가챠만 하더라도 2개월동안 폭주 이오리와 폭주 레오나,  루갈, 기스를 모두 한번씩 돌리더니 벌써 다시 폭주 이오리의 텀이 돌아왔습니다. 한정 판매가 이렇게 자주 복각되면 한정이 주는 매출 증진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저 SSR 캐릭터들을 일반 가챠에 혼입시켜 SSR의 종류를 늘리고 원하는 SSR을 뽑기 힘들게 만드는 쪽이 더 매출엔 도움이 될 겁니다.


SR 신캐를 한정 가챠로만 돌리고 있는 점도 매출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챠 가격이 일반 가챠 대비 50% 비싸고 10회가 아닌 15회에 캐릭터를 보장하는 특별 가챠로 신캐를 파는 것은 나루토 화영닌자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별 조각을 소모하는 나루토 화영닌자와 달리 권황명운은 공용 조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캐를 1회 획득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출 한계선이 되어비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조각 수급이 힘들기 대문에 일단 한시 가챠가 올라오면 최대한 뽑고 봐야하는 나루토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죠. 게다가 고등급 신캐 외에 구캐도 섞여있는 나루토와 달리 권황명운은 캐릭터가 신캐 1개로 고정되어있어 신캐 1종 획득에 드는 비용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11. 어쨌든 참고할만한 실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권황명운도 굉장히 실험적인 면이 많은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기본적으로 갖는 약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낸 화영닌자가 있음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수집형 도탑전기라는 새로운 틀을 개척하려 시도하고 재화의 종류를 달리해가며 유료화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던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싱과 상품 구성의 디테일에서 저지른 실수는 어쩌면 텐센트 자체 제작이 아닌데서 오는 노하우 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씨가 만들었던 블소 모바일도 도탑전기류 게임의 일반적인 시스템은 다 잘 갖춰 5위로 차트에 진입하고도 게임 시작하자마자 부딪히는 스펙 장벽, 그에 비해 너무 느린 성장 속도 등 컨텐츠의 밸런스를 한국 기준으로 잡는 바람에 개복치 멘탈의 중화 유저들에게 불쾌감만 선사하고 광속으로 차트에서 이탈해버린 사례가 있지요. 게임 디자이너 입장에선 권황명운의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이 실패 사례들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게임은 재미있고, 디자이너로서 고민해야할 것도 많은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공식 홈페이지

iOS 앱스토어(중국 계정)

안드로이드 APK

by 고금아 2018.07.04 02:30

이 역시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부에서 쓰고 있던 내용입니다만, 단일 게임에 대한 분량이 너무 많아져 별도 포스트로 분리합니다.


1. 어째서 또다시 영원한 7일의 도시인가?

영원한 7일의 도시(이하 영7)에 관한 포스팅이 벌써 다섯번째입니다. 12월부터 시작했으니 한달에 하나씩의 포스트를 써오고 있네요. 사실 이전에도 나루토,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등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플레이한 게임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영7만 포스트를 다섯개씩 쓰고 있는 것은 영7이 굉장히 흥미로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만 기획자로써 꾸준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게임들은 아니었습니다. 다들 도탑전기라는 하나의 완성된 템플릿하에서의 변주들이었기 때문에 일부 기능이나 기법들이 단편적인 영감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긴 했어도 그게 계속해서 곰씹을만큼 혁신적이진 않았습니다. (나루토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처음 본격적으로 플레이했을 땐 컬쳐쇼크였습니다만)

하지만 영7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캐릭터를 가챠로 뽑는다는 사실 하나만 빼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사용해온 디자인 관습들을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게임 자체가 파격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이 파격들이 단순히 남들과 다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문법이 유지하고 있던 익숙한 문제들을 해결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서 영7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업계 짬밥으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디자인 관습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오늘 소개드릴 영7의 장비 시스템 또한 기존의 문법을 파괴함으로써 기존 문법이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총론 차원에서 '영7은 달라요'라고 뭉뚱그리기 보다는 얼마나 어떻게 왜 다른지를 시간을 들여 설명할 수 밖에요.



2. Deck 구성에서 오는 장비의 수평적 다양성

영7의 장비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장비의 장착을 슬롯이 아닌 Cost 단위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RPG 게임은 '무기' '갑옷' '투구' 등과 슬롯을 파놓고 각각의 슬롯에는 호환되는 장비를 장착시키죠. 그리고 통상적으로 무기는 공격력을 높여주고 갑옷은 방어력을 높여주는 등 슬롯에 대해 특징적인 기능을 정의해놓은 뒤에 같은 슬롯의 아이템 내에서 칼은 물리 공격력, 지팡이는 마법 공격력과 같은 식으로 수평적으로 분화시키며 다시 그 안에서 수치의 차이를 둬서 수직적으로 분화시킵니다.

반면 영7의 장비는 그런 슬롯에 대한 제약이 없습니다. 대신 각 장비마다 일정량의 Cost가 정의되어있고, 캐릭터가 가진 Cost 총합을 초과하지는 못하게 제약하고 있지요. 이 구성은 장비를 어떠한 실체가 있는 실물의 모사라기 보다는 능력치를 담고 있는 관념적인 컨테이너로 다룹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7의 장비 장착은 오히려 과거 확밀아와 같은 CCG 게임의 Deck 구성에 가깝습니다.

이런 Cost - Deck 구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아이템의 수량을 늘리기에 굉장히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슬롯 혹은 장비 유형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무기는 공격력, 갑옷은 방어력 등과 같이 장비 유형이 장비의 기능을 거의 대부분 특정지어버리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물공 / 마공과 같은 약간의 변주 외엔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S급이니 A급이니 해서 더 좋고 덜 좋음으로 인한 수직적 분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가장 좋은 물건 하나씩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의미 없는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물론 영7의 장비들이 슬롯에 대한 제약은 없다고 하더라도 물공템이니 마방템 등 대략적인 장비의 유형은 몇가지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동일한 스탯 구성을 갖는다고 해도 코스트에 따라서 장비가 분화될 수 있습니다. 마방템만 하더라도 코스트에 따라 1코부터 7코까지 7개의 유니크한 장비가 설정될 수 있습니다. 장비가 갖는 기본적인 성능은 코스트에 정직하게 비례하기 때문에 특별히 같은 유형 내에서 코스트에 의해 수직적 우열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1코든 7코든 똑같이 쓸모 있고 언제 몇코가 필요한지는 장비 덱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이런 코스트 - 덱 구성은 확밀아와 같은 CCG과도 그 결을 달리합니다. 확밀아에서의 코스트 구조는 수평적 분화 보다는 수직적 분화 효과가 더 큽니다. 절대 성능이 높은 카드에 코스트를 높게 잡아서 밸런스를 맞춘다고는 하지만 이는 장사를 위해 강캐를 계속 투입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동작합니다. (덱 전체에 대한 코스트는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고 코스트 카드의 덱 구성 페널티는 유명무실해지고, 코스트에 의한 행동력 소진은 과금으로 손쉽게 벌충되기 때문입니다. 누진제가 적용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합니다.) 그리고 절대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코스트 대비 성능이 좋은 카드가 좋은 카드의 지위를 획득하고, 나머지 카드들은 사실상 버려지게 되지요. 반면 영7의 장비들은 코스트 대비 성능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덱을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으니 코스트가 낮은 카드들이 조금 더 유용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다들 코스트 값을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코스트 및 성능에 의해선 수직적 분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과물의 수직적 분화를 중시하는 게임이건, 수평적인 분화를 중시하는 게임이건 기본적으로 랜덤한 결과물을 얻는 구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수직적인 분화는 이러한 시도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구분짓습니다. 좋은 템이 떨어지면 성공이고 좋지 않은 템이 떨어지면 실패죠. 그리고 당연히 사용자 경험의 대부분은 실패입니다. 반면 영7은 수평적인 분화를 중시합니다. 종류는 많지만 그 사이에 우열이 존재하진 않기 때문에 영7의 파밍엔 '실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특정한 아이템을 원했는데 얻지 못했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상의 실패는 아닙니다. 파밍은 항상 성공이며 그 중 조금 더 나은 성공이 있을 수 있을 뿐인 것이죠.

아참, 덱이라고 했습니다만, CCG나 TCG의 그것과 같은, 조합에서 오는 수평적 다양성은 아주 큰 의미는 없습니다. CCG나 TCG의 카드는 그 자체가 게임 내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토큰이며, 개개 카드의 개성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합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적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영7의 핵심 토큰은 캐릭터이며, 장비 조합은 결국 캐릭터에 종속됩니다. 물공 캐릭터엔 물공 템을 끼워주고 마공 캐릭터엔 마공 템을 끼워주는 식이죠. 어느 정도 캐릭터의 특성에 맞춘 빌드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캐릭터가 우선입니다.


3. 장비 파밍 결과의 수직적 다양성

결과물이 다양하긴 하지만 모두 대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결국 어떤 아이템을 얻든 사실상 동일한 결과가 되므로 파밍의 재미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사실 파밍 결과에서 질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수직적인 분화가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반 템과 레어템의 구분입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듯 같은 코스트에 능력치 종류가 동일한 아이템이라도 '레어' 딱지가 붙은 템은 수치가 더 높으며, 레어 템을 얻는 것은 일반 템을 얻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레어 템을 제외한 나머지 템이 모두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아이템들은 고유의 장비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처럼 공격을 받아 체력이 30%이하로 떨어지면 일정 확률로 5초간 물리 / 마법 공격력이 20% 증가한다거나, 일정 거리 내에 여자 캐릭터가 있으면 물리/마법 공격력이 5%씩 최대 3스택 증가한다거나 하는 등 일정한 조건에 의해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들이죠. 비 레어템에도 이런 장비스킬이 붙은 템이 있고, 장비 스킬이 붙어있지 않은 레어템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레어템이 아니라도 장비 스킬이 붙은 템을 얻는 것은 의미있는 결과가 됩니다. (장비 스킬이 붙은 장비는 대신 기본 스텟이 코스트가 1~2점 낮은 장비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장비 스킬이 붙은 템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보기는 힘든 구석이 있긴 합니다.)


레어템도 아니고 장비 스킬이 안붙었다고 해도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은장스킬이라고 해서 장비 스킬과 무관하게 '공격속도 증가 +2.96%'과 같은 추가 능력치가 랜덤하게 붙습니다. 특정 장비에 특정 전용 스킬이 붙는 장비 스킬과 달리 은장스킬은 템에 무관하게 랜덤하게 부여되기 때문에 어느 아이템에도 붙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장 스킬은 위 스크린샷 처럼 동일 코스트의 다른 아이템으로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재료와 대상 등급에 따라 성공확률이 있습니다) 은장스킬이 붙은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 또한 의미를 갖습니다.


레어 템도 아니고 장비 스킬도 없고 은장 스킬도 붙지 않은 템은 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냐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장비는 또한 캐릭터의 성급 성장 내에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처음 영7을 소개시켜드릴 때 한번 언급했습니다만, 영7의 캐릭터들은 처음 획득할 때의 태생 등급은 다르더라도 모두 차별없이 S급 그리고 그 이상의 신기 레벨로 성급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A급 4성에서 S급 1성, S급 4성에서 신기 돌파 등 큰 의미를 갖는 단계에선 영혼 파편과 영혼 결정 외에 특정한 등급의 특정 장비가 재료로 요구됩니다. 여기서 또 한번의 가치를 부여받습니다. 물론 모든 장비가 승급 재료로 사용되지도 않고, 승급 재료로 요구되는 상황이 굉장히 잦진 않습니다만, 어쨌든 아무것도 붙지 않은 X템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거죠.


4. 컨텐츠 고갈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장비 성장

지금까지 영7이 다양성을 기반으로 파밍의 결과를 성공/실패로 나누기 보다는 기본적인 효용을 보장하면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파밍의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굉장히 익숙한 요소 하나가 빠져있었죠. 장비의 등급입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영7의 장비는 녹색 < 청색 < 보라색 < 금색으로 이어지는 등급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급 장비를 획득하고, 장비의 등급을 높여나가는 방식에서 타 게임과 제법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게임 내에서의 수직적인 성장이 장비 등급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부분입니다. 플레이를 통해 장비를 획득하는 게임에선 장비의 드랍이 수직적인 난이도 분포에 맞물려서 성장과 장비 획득이 연결되는 것이 굉장히 일반적인 문법입니다. 동일한 양의 자원(물리적 시간이나 행동력)을 소비해도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컨텐츠의 보상이 양이나 질에서 더 낫기 때문에 더 높은 고난도 스테이지에 도전할 이유가 생기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거나 돈을 써서 스펙을 키워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7은 기본적으로 수직 성장을 강조하지 않는 게임이며, 장비의 드랍이 수직 성장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해도 장비를 얻을 수 있고 코옵 PVE인 시공난류를 플레이해도 장비를 얻을 수 있지만, 이들 컨텐츠들은 플레이 횟수가 제한되어있을 뿐더러 스펙에 따라 난이도가 구분되어있지 않고, 어느 컨텐츠를 플레이해도 보상은 거의 녹색에 아주 가끔 청색으로 일정합니다. (일부 일간 컨텐츠에선 보라색 템도 제한적으로 드랍되긴 합니다.) 고난도 고보상이 기본적인 문법이지만 애초에 컨텐츠가 난이도별로 쪼개져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이죠.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기 위해선 얻은 장비의 등급을 높여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다소 특이합니다. 특정 장비를 바로 윗 등급으로 승급시키는 장치는 없고, 동일 등급의 장비 4개를 재료로 집어넣으면 그 중 1개를 골라 승급시켜주는 형식이거든요. (만일 강화해놓은 장비가 합성에서 탈락되면 장비는 사라지지만 강화 비용은 돌려줍니다.)

가장 안정적으로 승급하는 방법은 동일 등급 동일 아이템 4개를 합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 고단하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아이템을 섞어서 확률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평균적으로는 4개가 소모되겠지만요. 이러한 아이템 요구 수량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로 올라갑니다. 녹->청은 동일 녹템 4개면 되지만 금색 까지 올리기 위해선 64개가 필요하지요.

가뜩이나 템 종류가 많은데 같은 종류의 녹템 64개를 모으라고 하면 굉장히 잔혹합니다. 인벤토리 용량이 제한되어있고, 같은 템이라고 같은 슬롯에 여러개씩 중첩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모든 아이템을 그런식으로 하드코어하게 합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마공템 끼리만 뭉쳐서 한 등급 위의 마공템을 얻겠다거나, 같은 코스트끼리만 뭉쳐서 코스트를 유지하겠다거나 아예 그냥 무작위로 계속 합쳐서 등급작을 우선시 하는 방법도 있지요. 어쨌든 게임을 오래하고 템을 계속 파밍해서 승급하다 보면 각 아이템들을 최고 등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레어템의 경우는 합성 재료로 레어템을 2개 이상 집어넣으면 레어템 중에서만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어템도 아니고 스킬이나 추가 옵션도 없는 아이템들은 여기서 합성 재료로써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특정 등급의 특정 장비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운 좋게 이미 인벤토리에 해당 장비가 존재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힘든 길이 되겠죠. 이런 상황에 대한 구제책으로 게임 내에 경매장이 존재합니다. 경매장에서 사용되는 화폐인 젬가루는 1:10 환율로 유상 구매할 수도 있고 하루에 약 100점 정도 생산됩니다. 즉 돈이 있거나 게임을 적당히 오래 한 사용자는 특정 등급 특정 장비 획득을 비교적 쉽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른 유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가진 자만 돈으로 쉽게 돌파한다는 정당성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요.


이러한 장비 구조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스탯 성장이 장비의 획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도 둘째는 가지고 있던 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새 장비를 고등급으로 얻기 위해선 새 장비를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소 생소한 이 구조가 갖는 장점은 장비라는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모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높은 난이도를 돌았으니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한 보상 체계는 플레이어의 성장에 의해 컨텐츠가 점점 더 빨리 소모되게 됩니다.  그리고 컨텐츠가 고갈되어 신규 컨텐츠를 집어넣어도 컨텐츠를 고갈시킨 바로 그 상위권 사용자들이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더 많이, 더 빨리 획득하면서 새 컨텐츠를 소진시켜버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억지로 등급을 늘린다거나, '각성'이니 '제작'이니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갖다 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고인물이 순식간에 컨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재료의 조달에서 고인물들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뉴비들이 고인물들 보다도 훨씬 더 어렵게 따라가야한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기 운영을 위해선 뉴비들이 쉽게 정착하고 고인물들을 위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인물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구조 하에선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영7은 장비에 대해서 이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애초에 장비를 획득하는 컨텐츠와 수직 성장을 연결짓지 않기 때문에 스펙이 높은 플레이어라고 해서 더 나은 보상을 지급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장비를 새 장비 획득과 연결짓지 않기 때문에 뉴비든 고인물이든 새 장비를 금템으로 맞추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벤트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고등급 아이템을 모든 플레이어에게 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공평하면서도 선택적으로 뉴비들을 지원해줄 수 있지요. (같은 보상을 지급하므로 형평성 문제는 없지만, 기본 스펙/장비가 낮은 뉴비가 누리는 효용이 더 큽니다.)

자원의 수급에서 구조적인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축적한 자원 자체는 인정됩니다. 오래 플레이했으면 그만큼 많은 금템을 가지고 있고, 분명히 이는 뉴비보다 유리합니다. 잉여 금템을 경매장에 팔아서 젬가루로 만들 수도 있지요. 오래하고 더 강한 것에 대한 '구조적이고 추가적이며 비가역적인' 보너스가 없을 뿐, 기본적으로 고인물이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유리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5. 누적된 장비를 처리하는 랜덤 기반의 장비 성장 엔드 컨텐츠

합성은 금템까지입니다만, 금템 이후에도 장비 성장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금템은 장비 파밍의 엔드 컨텐츠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요. 일단 금템이 되면 '세련'이라는 기능이 생겨납니다. 세련제라는 자원과 소량의 골드를 소비해서 기본 능력치를 랜덤하게 재추첨합니다. 능력치의 종류는 두고, 수치만 랜덤하게 바꾸는 것이죠. 추첨에서 나올 수 있는 값의 범위 내에서 현재 추첨된 값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지속적인 재시도를 조장합니다. 세련제는 일간 생산량이 정해져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나 일간 구매 수량이 제한되어있습니다.


한편 금템은 '돌파'를 통해 주황색 템으로 승급시킬 수 있습니다. 돌파는 동일 코스트의 금템 2개와 돌파용 희귀자원을 소비하는데 원래 금템이 갖고 있던 능력치는 바뀌지 않지만 돌파 속성이라고 해서 새로운 스탯이 추가됩니다. (위 영상 22초 지점에서 오른쪽 아래 주황색으로 되어있는 능력치들입니다.)


22초 스크린샷에서 돌파 능력치 옆에도 막대기가 붙어있는 것을 눈치 채신 분이 계실까요? 돌파 능력치 역시 랜덤하게 부여되고, 랜덤 추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추첨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돌파 리셋은 돌파보다는 적은 자원을 소모하여, 동일 코스트 금템 1개와 소량의 젬가루를 요구합니다. 돌파 리셋은 세련과 달리 능력치의 종류와 수치가 모두 랜덤하게 추첨됩니다.

이러한 세련과 정련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남아도는 장비들을 소진시키는 자원의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재료'와 '결과를 남기는 방식'입니다. 영7은 레어템 여부, 장비 스킬, 속성 스킬, 캐릭터 승급 재료 등 여러 단계에 걸쳐 파밍한 장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필터에 걸리지 않는 잉여 자원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잉여 자원들을 장비 성장의 엔드 컨텐츠인 세련 / 돌파의 핵심 자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잉여 자원은 계속해서 축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1강이니 +20강과 같이 계속해서 축적되는 형식으로 장비 성장의 엔드 컨텐츠를 꾸린다면, 잉여 자원이 많은 고인물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X강이 무한히 이어지지 않는 이상은 그 컨텐츠마저도 고갈되는 순간이 오겠죠. 또 그렇게 누적된 보너스가 클 수록 새 장비를 컨텐츠로 추가했을 때의 효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영7은 결과물을 랜덤하게 남기는 디자인으로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이전의 돌파 / 세련 결과는 누적되지 않고 시도할 때 마다 결과물이 랜덤하게 결정됩니다. 자원이 많은 고인물이 더 많이 시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더 나은 결과가 보장되진 않습니다.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지만 적당한 결과를 염두에 둔다면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뉴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지요.

어떤 게임들은 유사하게 장비에 랜덤옵션을 부여한 이후에 이를 재추첨하는 데 유상화폐나, 주로 유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티켓 등을 소모시키게 하곤 합니다만 그보다는 이 디자인이 훨씬 더 우월하다고 생각됩니다. 동일한 등급에서 동일한 템을 새로 하나 얻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효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비용은 그에 맞춰 산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유상젬으로 판매하겠다고 하면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1가챠 이하의 비용을 정당하다고 인식하며 그에 맞춰 비용이 책정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서비스 가치에 비해 너무 저렴한 비용으로 컨텐츠를 순식간에 소진시키면서 과금자와 무과금자 사이의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됩니다. 그보다는 게임 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자원 - 특히 장비를 소진시키는 쪽이 결과적으로 컨텐츠의 수명과 효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과금 / 저과금자도 도전할 수 있는 접근성을, 1차 템 파밍을 끝낸 고인물에게는 끝나지 않는 도전을, 뭐든지 돈으로 뛰어넘고자하는 초고과금자에겐 충분히 비싼 시간 단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가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랜덤성이 적용되는 시점입니다. 금색까지 승급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습니다. 합성의 결과물이 재료 4개 중 랜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 재료 4개를 선택하는 것은 플레이어죠. 즉 금색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확정성이 존재합니다. 랜덤 추첨이 작용하는 구간은 금색 이후이기 때문에, 세련 / 돌파 / 돌파 리셋 결과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그때까지 키워온 장비의 기본 가치엔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랜덤 추첨 결과가 나쁘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고, 금템 / 주황템은 여전히 유지되며, 적은 비용으로 재도전할 수 있지요. 힘들게 합성작하면서 등급을 높여왔는데 맨 마지막 최고 등급 합성에서 최고 등급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제일 구린 물건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이 기존의 노력이 무가치한 쓰레기로 결정나는 상황은 오지 않습니다.


6. 공통 장비 - 전용장비 구분으로 성장 스트레스 완화

이 세련 / 돌파 / 재돌파 시스템이 무한정의 자원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컨텐츠 소비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수집형 RPG에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키워야할 캐릭터가 정말 많은데 개별 캐릭터의 장비들을 하나하나 모두 합성하고 세련하고 돌파하려면 들어가는 자원이 정말 감당이 안되죠. 아무리 다른 캐릭터에게 이전시켜주면 된다고는 하지만, 결국 캐릭터가 추가될수록 장비 성장 부담은 기하급수로 커졌고 이것이 영7 서비스 초기엔 문제였습니다. (물론 핵과금러들은 말 그대로 핵과금을 쏟아부어 주황템으로 도배시키곤 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부터 장비 장착 규칙을 변경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과거엔 각 장비는 1개의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복수 캐릭터가 동일한 장비를 장착할 수 있게 된 거죠. 한 캐릭터만 장착한 아이템은 위 스크린샷처럼 해당 캐릭터의 얼굴이 나타나고, 여러 캐릭터가 장착한 아이템은 기울어진 ∞ 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파밍 규모를 기하급수로 줄여버리게 되면 게임에선 뭘 시키나 싶겠습니다만, 이는 게임의 컨텐츠 배치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몇달간 수평적 성장을 활용하는 컨텐츠 못지 않게 수직적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도 다수 추가되었고 그 일환으로 특정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 전용 장비가 추가되었습니다. 장비를 얻고 육성하는데 드는 자원이 모두 난이도에 따라 보상이 향상되는 컨텐츠에 물려있어 기존의 장비와는 완전히 별개로 동작하는 컨텐츠죠. 관련 사항은 일-중 수집형 RPG BM연구 2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7. 기획자의 눈을 띄우는 게임

게임을 플레이하면 그 보상으로 능력치에 보너스를 더해주는 '장비'라는 아이템을 얻습니다. 장비를 장착하면 캐릭터는 일정한 능력치 보너스를 얻고, 플레이어는 장비의 구성을 통해 전해줄 능력치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장비엔 등급이 있어 등급이 높을수록 더 높은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들의 장비와 동일합니다. 바꿔말하자면 저 기본적인 규칙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이 이전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영7의 파격적인 디자인들이 흥미로운 것은,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존의 익숙한 문법이 갖고 있던 익숙한 - 그리고 좀처럼 풀리지 않던 -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나 익숙하게 당연시해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을 문제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겠죠. 랜덤한 파밍의 결과가 소수의 성공과 다수의 실패로 나뉘는 것은 이제까지 당연한 것이었고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영7은 여기서 실패는 없애고 성공은 다양한 성공으로 나눔으로써 실패의 부정적인 경험은 없애면서도 결과물의 다양성에 대한 즐거움만 남겨놓았죠. 장비의 수직 성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까지 누적된 자원에 의한 수직적인 성장은 필연적으로 효과 뿐만 아니라 비용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고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뉴비와 고인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영7은 수직 성장을 확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와 그 이후의 랜덤한 단계로 구분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엔드 컨텐츠까지는 뉴비도 쉽게 도달하지만 엔드 컨텐츠의 정복은 어렵게, 그러면서도 고인물이 그동안 쌓아둔 것에 대한 효용은 보장하는 절묘한 디자인이죠.

사실 영7이 상업적으로 굉장히 크게 성공한 게임은 아닙니다. 꾸준히 30위권에 머물면서 200억을 쓸어담은 첫 한달을 제외하곤 계속해서 200위권에 머물다가 새 캐릭터가 나오면 2~3일 반짝 5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고작이지요. 그래서 영7의 디자인이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냐고 물으신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에게 이 게임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수집형 게임으로써 수직 성장은 즐길 컨텐츠로 남겨두고, 수평 성장에 집중시킨다는 방향이 돈을 버는데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7의 게임 요소들은 그 방향에 아주 합치하는 방향으로 잘 정돈되어있습니다.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수직성장의 체감부족에서 오는 장기 플레이 동기부여 문제는 또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요소들을 재평가합니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정확한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영원히 그 문제는 고쳐질 수 없지요. 영7은 우리의 '익숙함'을 걷어내고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요소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기획자에겐 아주 보약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과거 매스이펙트2가 RPG의 '기본' 구성 요소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지고, 길드워2가 MMORPG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던 것 처럼 말이죠.

재미난 점은 이러한 디자인 적 파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넷이즈는 이미 도탑전기를 벗어난 수집형 RPG로 음양사를 만들어 어느 도탑전기류 게임보다도 큰 성공을 거둔 게임입니다. 엔간하면 음양사의 '검증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스킨만 바꿔서 장사를 해도 될텐데, 영7은 그런 음양사와도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도탑전기에서 장기 흥행이 힘들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아예 다른 구조의 음양사를 만든 것 처럼, 장비 컨텐츠가 빨리 고갈된다거나 수집형 게임으로써 캐릭터의 수직 성장이 느리다거나 하는 등 음양사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구조를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죠. 초거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넷이즈가 가진 개발사로서의 야성이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8. 영7 한국 서비스 관련 정보

영원한 7일의 도시 한국 서비스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이라네요. 네이버에 공식 까페가 개설되었습니다.

http://cafe.naver.com/f7days

DC 마이너 갤러리에선 영7과 관련한 정보들을 보기 쉬운 새로운 포멧으로 정리하였습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e/2PACX-1vSDL3wBGMQRZj7gBsq4iwT5zWKGSePjBWLKBQKKFJBMObdy-nyb5iK4_F7YBYkV8i9tqdR5rin_N6Ic/pubhtml



by 고금아 2018.05.06 18:30

원래는 일-중 수집형 RPG BM 연구의 2부에 포함시킬 내용이었습니다만, 단일 게임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별도 포스트로 분리합니다.


1. 3중으로 구성된 캐릭터 메타

일본의 수집형 게임들이 게임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꾸준히 캐릭터를 팔기 위한 전제로 다층적인 메타 구조를 활용하고 있음은 이미 지난 중/일 수집형 RPG의 BM 연구 1부에서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영원한 7일은 이 공식에 아주 충실하게 속성 / 직업 / 공격 타입 3가지 레이어의 메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메타는 굳건함(刚) > 기교(巧) > 영민함(灵) > 굳건함(刚)으로 이어지는 가위-바위-보 3색 메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의 상성에 따라 25%의 대미지가 가감되며 대부분의 컨텐츠에 속성이 부여되어있기 때문에 각 속성별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분류

클래스

특징

 근거리

탱커

탱킹 중심 (낮은 데미지, 높은 내구도, 데미지 무효화 / 어그로)

암살자

딜링 중심 (높은 데미지, 낮은 내구도)

전사

탱커-암살자 중간 (중간 데미지 / 중간 내구도)

 원거리

사수

단일 대상 순수 딜링 중심

술사

광역 딜링 + CC / 상태이상

보조

보조

파티원 보조 (힐, 보호막, CC 등 )

직업 메타는 교전거리와 캐릭터의 역할에 따라 총 6종으로 나뉩니다. 힐링을 주로 담당하는 보조 클래스를 제외하면 (보조 클래스는 말 그대로 '보조'로 단일 클래스입니다.) 교전 거리에 따라 근거리 / 원거리 클래스로 나뉘고 동일한 교전 거리 내에서도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위 표 처럼 총 6종으로 나뉩니다. 통상적으로는 근거리1 + 원거리1 + 보조1 이렇게 3명 파티를 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맞으면서 버티기 보다는 맞기 전에 녹여버리는 스타일로 원거리만 2명 넣어 파티를 꾸리기도 합니다. 스테이지 별로 유리한 메타를 꼭 집어주는 속성 메타에 비해선 좀 더 유연하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는 메타입니다.


세번째 레이어는 물리 공격 / 마법 공격으로 나뉜 대미지 특성입니다. 보통은 근거리 클래스 3종 + 사수는 물리, 술사 + 보조는 마법으로 정해져있지만, 이 대미지 특성 배정이 완전히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위 그림처럼 마공 속성의 탱커도 존재하고, 물공 술사나 마공 사수도 소수 존재합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이 근거리보다는 원거리에게 유리해서 탱커나 근딜러 + 원딜 + 힐러 조합 보다는 원딜2명 + 힐러 조합이 선호됩니다만, 스테이지에 따라선 물공이나 마공 원딜 2명으로 딜을 최적화할 수도 있고, 물공1 마공1로 조합해서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2. 1차적으로는 속성 메타를 강조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게임 내 컨텐츠에 이 3층 메타를 깊게 연결시켜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풀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속성 메타입니다. 게임 상에 등장하는 각 스테이지 별로 특정 속성이 할당되어있습니다. 직업 구성을 어떻게 할 지는 플레이어 마음입니다만, 가능한 속성별 3인 파티는 확보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기본이 됩니다. 말하자면 속성은 필수, 클래스와 공격 특성 메타는 선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한편, 이 속성 메타를 역으로 활용하는 활용례도 존재합니다. 기억 전당은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아가는 구조이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추가 보상을 얻는 퍼펙트 클리어가 존재합니다. 이 퍼펙트 클리어 조건은 대부분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핸디캡인데, 이 중 대표적인 경우가 위 스크린샷 처럼 유리한 속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반대로 불리한 속성의 캐릭터만으로 클리어하게 시키는 것이죠. 기억 전당의 핵심 보상인 캐릭터 / 스킨 획득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추가로 주는 보상도 사실 오팔1개(7오팔 = 1가챠)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캐주얼한 도전 목표가 됩니다.


3. 수평 성장을 강조한 흑문시련

출시 초반엔 메타를 활용하는 컨텐츠가 굉장히 빈약했습니다만,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추가되어왔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추가된 것이 일종의 일간 랜덤 스테이지인 '흑문시련'입니다. 몇개의 보스가 플레이어에게 제시되고, 플레이어는 3명씩의 캐릭터로 파티를 꾸려서 각 보스에 도전합니다. 보스전은 매 라운드 시간 제한과 목표 데미지가 제시되어, 시간 내에 목표한 만큼의 데미지를 입히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 타임 오버 될 때 까지 입힌 데미지로 점수를 메기는 구조입니다. 아래에 플레이 영상이 있습니다.


흑문시련에서 각각의 보스들은 물리 공격에 완전히 면역이라거나, 일정 반경 내에선 평타에 피해를 입지 않는 등 굉장히 뚜렷하고 강력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영상의 보스는 '스킬 봉쇄' 특성으로, 일정 시간 간격으로 자기 주위에 치는 저 파란 장판 위에선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39초 지점을 보시면 파란 모자 캐릭터가 장판을 오르내리면서 우측의 스킬 아이콘이 잠기고 풀리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선 사정거리가 긴 원거리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보스

 설명

필요 캐릭터

마법 면역

 마법 공격에 면역

 물공 속성

물리 면역

 물리 공격에 면역

 마공 속성

 스킬 봉쇄

 일정 거리 내 스킬 사용 불가

 원거리 (사수 / 술사)

 통상 공격 봉쇄

 일정 거리 내 평타 면역

 원거리 (사수 / 술사)

 에너지 장

 일정 거리 내에 지속 데미지 장판

 원거리 혹은 맷집 좋은 근접

 순간 이동

 몹이 일정 주기로 순간이동

 원거리 혹은 이동기 가진 근접

 분신

 몹이 일정 주기로 분신 (분신은 데미지를 함께 입음)

 광역 딜러 (근접 / 원거리 불문)

흑문 시련은 총 7개의 보스가 있고 이 중 몇가지가 매일 랜덤하게 선택됩니다. (최초 3개로 시작해서 계정 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점 갯수가 늘어납니다.) 매일 이렇게 보스가 선정될 때엔 각 보스의 속성도 3가지 중 하나가 랜덤하게 부여됩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3 X 7 = 21가지의 스테이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요. 일 단위로 한 흑문시련 보스의 공략에 사용한 캐릭터는 그날 다른 흑문시련 보스 공략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속성별 종류별 직업별로 다양한 캐릭터를 확보하고 고루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과금 / 하위권 유저는 본인 캐릭터 풀이 빈약하더라도 친구의 캐릭터를 도움 받을 수도 있습니다.(전 친구가 없어서 한번도 못써본 기능입니다.)


4. 수집의 양을 강조한 만신전 무진도전

보상을 통해 캐주얼하게 풀어내고있다고는 합니다만, 흑문시련은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캐릭터를 높이 쌓아올려야 하는, 수평성장과 수직성장이 동반되는 다소 하드코어한 면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가챠로 얻는 만큼, 적당히 돈을 쓰면 수평 성장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다수 캐릭터를 골고루 수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직 성장은 배제하고, 오직 캐릭터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가 별도로 추가됩니다.

 만신전은 지난번에 한번 소개드린 바 있긴 하지만, 그때는 절차적으로 랜덤하게 생성되는 컨텐츠로서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고 이번엔 수집 게임에서의 수평 성장 강조 컨텐츠로써의 성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처음 실장된 2월엔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3,4월 업데이트로 컨텐츠가 굉장히 잘 가다듬어지기도 했구요.


만신전은 기본적으로 주 3회 플레이할 수 있는 무진도전(无尽挑战)과 하루 3번 플레이할 수 있는 단층순라(单层巡逻)로 나뉩니다. 지난번엔 단층 순라를 중심으로 소개했는데요,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을 플레이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무진도전은 디테일과 거시 구조에서의 역할에 있어 단층 순라와 차이가 있습니다.


단층순라는 1~10층 중 원하는 한 층을 선택해서 도전하는 컨텐츠인데 매일 3속성 중 1가지 속성이 선택되어 일종의 요일 던전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는 '灵'(녹색)의 날이기 때문에 '刚'(빨간색) 캐릭터가 보너스를 받고, 다음날은 '刚'(빨간색)의 날이기 때문에 '巧'(노란색) 캐릭터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요일별로 정해져있지 않고, 3 속성이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엄밀히는 요일 던전은 아닙니다.)

그리고 처음 투입한 3명의 파티로 한 층을 클리어하기 때문에, 속성별 정예 3파티를 확보해야 합니다. 층이 올라갈수록 난이도는 올라가고, 캐릭터의 성급 성장과 아이템 성장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3파티 9명을 수직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만, 난이도 상한이 낮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지난번 소개 이후 업데이트 되면서 게임이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최신 버전의 플레이 영상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반대로 무진도전은 보다 훨씬 하드코어한 상위 컨텐츠입니다. 원하는 층을 골라 도전하는데 1개의 층이 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단순 계산상으로도 단층순라보다 한 세션의 플레이타임이 5배 길죠. 그만큼 보상도 굉장히 푸짐합니다. 가챠를 돌릴 때 필요한 오팔(7오팔 = 280젬 = 28위안 = 1가챠), 각종 고단계 육성에서 필요한 희귀 재료등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있습니다.


무진도전은 단층 순라와 달리 스테이지별로 속성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때 그때 중간보스나 보스 캐릭터를 만날 때 속성이 랜덤하게 정해집니다. 그래서 한 색상으로 최적화된 3인 파티 보다는 3색 균형을 맞추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여기에 직업 안배, 물공/마공 안배도 고려해야하죠. 그런데 3인 파티 중 1명만 살아남으면 쓰러진 캐릭터를 부활시켜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단층 순라와 달리, 무진도전에선 사망한 캐릭터를 되살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매 층 도입부에서 1명씩 획득하는 예비 멤버와 교대가 가능하지요. 위 영상이 예비 멤버를 획득하고, 교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풀 영상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진도전의 핵심은 랜덤하게 선택되는 예비 멤버로 계속해서 파티원을 교체해나가면서 진행하는 컨텐츠라는 것에 있습니다. 꼭 기존 멤버가 세션 내에서 사망하지 않더라도 각 캐릭터가 세션 내에서 레벨 성장을 하는데 예비 멤버는 항상 기존 캐릭터보다 높은 레벨로 투입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캐릭터를 교체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캐릭터 수집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랜덤하게 선택된 3명 중 꼭 필요한 멤버들을 받아들이면서 계속해서 활성화 된 파티의 속성-직업별 안배를 유지하기 쉽지만 캐릭터 풀이 작다면 그 선택의 폭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예비 멤버를 못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교체 멤버가 랜덤하게 선택된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확보한 플레이어가 더 불리해질 소지가 있습니다. 소수 캐릭터만 갖고 모든 자원을 투입한 플레이어에 비해 덜 키운 소위 잡캐가 걸릴 확률이 더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진도전에선 모든 캐릭터를 S급 4성으로 고정시키는 것이죠.


교체 멤버를 랜덤하게 선정된 후보군 중 고르게 한다거나, 캐릭터의 성급을 고정시키는 등의 장치가 캐릭터 풀의 횡적 성장에 대한 간접적인 보너스라면 보다 직접적인 보너스도 제공됩니다. 무진 도전에는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것 처럼 게임 현황에 대해 공격력 / 방어력 / 생명치 보너스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보너스는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플레이해온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호감도 공략으로 새 CG를 얻고, 새로운 엔딩을 보고, 기억전당을 클리어해나가고 퍼펙트 클리어를 추가한 행위 하나하나가 쌓여서 스탯으로 돌아와 무진전에서 조금 더 강해지고 못깨던 스테이지도 깨고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가장 앞에 놓인 것이 신기사의 획득과 육성입니다. 캐릭터를 많이 수집하고, 많이 육성한 것을 실질적인 보너스로 돌려주는 것이죠. 극히 소수를 제외한 캐릭터는 모두 가챠로만 얻을 수 있고, 신기 해방에 필요한 다량의 영혼 파편 또한 플레이를 통한 수급보다는 가챠의 중복 당첨에 의한 수급이 훨씬 쉽기 때문에 과금 사용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저 캐릭터 수급 수량에는 기간이 지나면 획득할 수 없는 한정 캐릭터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한정 캐릭터 획득에 대한 약간의 동기부여도 제공합니다.


4. 수평 성장 컨텐츠와 그 보상 체계

흑문도전과 만신전 무진도전은 모두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풀의 확장, 수평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컨텐츠입니다. 캐릭터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게임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그 수집한 캐릭터를 갖고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컨텐츠들이죠. 하지만 성급 성장, 신기 돌파, 아이템 파밍, 자질 해방 등 일본 게임들에 비하면 굉장히 깊은 수직 성장을 갖추고 있는 게임에서 이러한 수평 성장 컨텐츠는 여러 캐릭터를 골고루 깊게 성장시켜야 하는 다소 하드코어한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신규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해당 컨텐츠에서만 드랍되는 자원을 사용하는 성장 컨텐츠를 함께 배치해 컨텐츠를 플레이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일반적인 디자인입니다만, 그 보상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선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다른 게임들은 보상을 중심으로 플레이어들을 다소 거칠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나은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러한 보상의 차별화는 보상이 성장으로 전환되고 성장이 더 나은 보상으로 환원되는 순환 루프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 순환 루프는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고위 플레이어들의 기득권이 형성되고 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더 높은 난이도의 컨텐츠를 만들고 컨텐츠 스트레스가 높으니 보상도 높이고 기득권이 더 강화되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루프를 유발할 수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보상 체계를 통해 이런 수평 성장 컨텐츠를 굉장히 캐주얼하게 풀어냅니다. 얻어야 할 보상이 있기 때문에 매일 정해진 양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지만, 보상을 급격히 늘리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죠. 자세한 디테일이 이어집니다.


4-1. 흑문시련의 보상 체계

 

 


흑문시련은 3가지 속성에 대해 7가지 스테이지에 대응하는 21개의 캐릭터를 모두 수집하고 육성해야하는 아주 하드코어한 컨텐츠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만, 보상 체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은 매일 획득한 점수에 대한 보상 목록이고 오른쪽은 그 점수의 순위에 대한 보상입니다. 전체적으로 성적이 좋으면 보상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보상의 변별력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점수 보상부터도 최하 등급이 1000점에서 30 흑문 포인트 + 5000골드인데 최고 등급이 12만점에서 100흑문 포인트 + 25000골드입니다. 목표 점수가 120배 오른 것에 비해 핵심 보상인 흑문 포인트는 3.3배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여기에 순위 보상 까지 합치면 보상의 변별력은 상당히 좁혀집니다. 1000점으로 꼴찌했을 때의 보상은 290포인트 + 70 젬가루 + 4만 골드인데 12만점 돌파로 1등했을 때의 보상은 400포인트 + 90 젬가루 + 8.8만 골드죠.

저 보상 체계는 굉장히 기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굉장히 영리하고 정교합니다. 저 포인트로 획득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은 캐릭터의 성급 성장에 필요한 영혼 핵심과 영혼 파편입니다. 특히 영혼 핵심은 가챠로도 얻을 수 없고 컨텐츠에서의 일일 생산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는 핵심 아이템입니다. 컨텐츠를 살리고 돈 많이 벌겠다고 상위 등급에 대한 보상량을 강하게 걸어버리면 일단 처음엔 상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돈을 쓰겠지만 그 이후엔 항구적으로 귀한 자원을 대량 획득하는 기득권이 형성되어버립니다. 신규 가입자나, 피라미드의 하위에 있는 사용자들은 저 수급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상위권과 하위권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저런 류의 보상을 책정할 때엔 모티베이션을 두기 위해 최상위와 최하위의 보상에 명목상의 갭은 두되, 그 갭을 무지막지하게 벌리진 않습니다. 혹은 보상량을 크게 늘려주되, 그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도 널리 쓰입니다. 위 스크린샷은 에반게리온 파효에서 길드 포인트 상점입니다. 길드가 성장하고, 플레이어가 길드 활동을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길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 길드 포인트로 살 수 있는 항목이 제한되고 결정적으로 일간 구매 횟수가 제한됩니다. 핵심이 되는 건 하루 1번 살 수 있는 SSR 2호기 비스트모드이고, 전부 다 사려고 해도 하루 1000점 이상 쓰기 위해선 돈을 내고 상점을 리셋해야 합니다. 인심 쓰듯이 보상을 팍팍 늘려서 참여를 유도하지만, 실질적으로 저과금자 / 저레벨 보다 크게 앞서나갈 순 없게 제어하는 것이죠. 굳이 더 치고 나가겠다면 돈을 받구요.

다시 흑문시련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흑문시련은 보상을 위해 27개 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캐릭터 풀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하드코어한 엔드 컨텐츠라기 보다는, 플레이어가 가진 캐릭터 풀의 성장을 체감하는 초식형 컨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력 마공 딜러의 신기 레벨을 뚫었더니 전엔 물리 면역 보스전 3라운드를 못넘어갔는데 이젠 4라운드를 깰 수 있게 되었다, 새로 灵속성 캐릭터를 얻어서 刚 스테이지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식으로 성장을 체감하는 컨텐츠인 것이죠.

그리고 성적에 대한 보상 편차는 적긴 하지만 어쨌든 계속 필요한 자원을 보상으로 수급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는 충분히 주어집니다. 그리고 컨텐츠 자체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속성 - 직업 맞춰서 집어넣는다고 오토로 대충 돌릴 컨텐츠는 아니에요. (이 컨텐츠에선 오토를 지원하지도 않지만요) 각 보스들은 일정 시간 단위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데, 이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킬 봉쇄 장판을 까는 보스라면 해당 장판 위에 있는 캐릭터로 바꿔서 장판 밖으로 빼와야 하는데, 조작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횟수가 제한된 전략적 액션입니다. 물리 / 마법 면역이 있어 반대 속성으로만 데미지를 받는 보스들은 주기적으로 면역 없는 속성에 대해서도 50%의 방어력 버프를 발동합니다. 이 버프를 피해서 궁을 쓰는 등의 조작이 들어가지요. 이런 식으로 순간 순간의 선택들에 의해 각 라운드를 넘기느냐 못넘기느냐 쫄깃한 긴장감이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라운드를 못넘기면 재시도할 수도 있구요.(성적을 기록하면서 캐릭터 사용 기록이 함께 넘어갑니다.)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매일 하루종일 이것만 할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닙니다만 판당 2~3분을 매일 대여섯판 정도 돌리기엔 충분한 수준이라는 거죠. 또 이미 컨텐츠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보스들이기 때문에 흑문 시련을 통해 각 보스 공략법을 숙지시키는 교육적 효과도 있구요.


4-2. 만신전과 무진도전의 보상 구조

만신전 무진도전 역시 최상위 사용자를 위한 하드코어한 엔드 컨텐츠로 보입니다만, 실상 보상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층에 따라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보상이 그에 따라 함께 크게 증가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위 화면은 12층에 도전해 12-2에서 끝났을 때와 13층에 도전해 13-2을 깨지 못했을 때의 보상 비교입니다만, 보상에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라색 칩으로 표현되는 무진도전 포인트의 경우는 오히려 12-2에서 죽었을 때 더 많이 획득하기도 합니다. (칩의 획득량엔 약간의 랜덤성이 있습니다.) 저 상황에서 1-5를 클리어했을 때 얻은 무진 포인트 양 또한 올클리어 보상 450점에 스테이지 내에서의 드랍 2700점을 합려 3150점 가량으로 위 스크린샷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상에서 변별력을 만들어주는 포인트는 반복해서 플레이할 떄의 보상이 아니라 각 층을 처음으로 클리어했을 때 주어지는 첫 클리어 보상(首通奖励)입니다. 위 화면의 왼쪽은 12층을 아직 클리어하기 전의 첫 클리어 보상에 해당하죠.  플레이 중 랜덤하게 획득하는 무진 도전 포인트 외에 3150점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고 진화 재료 2종이 들어온다고 되어있죠. 일단 12층을 클리어하고 나면 첫클리어 보상(首通奖励)이 클리어 보상(通关奖励)으로 바뀌면서 보상 내용이 바뀝니다. 보장 지급되는 무진 포인트 양이 줄어들고, 랜덤 보상 중 일부가 보장됩니다. 대신 13층의 첫 클리어 보상이 나타나는데 12층 때 보다 포인트 양도 많아지고 진화재료도 더 나은 것으로 지급하지요. 하지만 이 역시도 초회 보상이기 때문에 클리어하고 나면 올클리어 보상으로 바뀌겠죠.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이전 가격 차별화 관련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던 첫 구매 더블 젬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강한 보상을 걸어 동기를 유발하면서도 그 효과를 1회성으로 국한시켜 전체적인 효용을 낮춰 잡는 것이죠. 이를 직접적인 현찰에 거느냐 플레이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에 거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론 같은 성격입니다.


무진도전이라는 컨텐츠의 성격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전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가능한 높은 난이도에 계속 도전할 이유가 있습니다. 초회 클리어 보상도 있고,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진도에 대한 랭킹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에게 그렇게 열심히 플레이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층이 높아질수록 보상이 조금씩 좋아지기는 하지만,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초회 클리어 보상이 커보이지만 사실은 하루 이틀치의 보상을 추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못받는다고 크게 뒤쳐지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 보상 최고 난이도의 최초 클리어에 도전하든 올클리어가 가능한 최고 난이도에 도전하든 아예 그냥 1층에서 오토를 돌리건 보상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랭킹이 있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드코어하게 접근하든 캐주얼하게 접근하든 어쨌든 이 컨텐츠를 플레이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주어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장비의 성급 성장에 필요한 각종 고급 재료들이 만신전에서 드랍되고, 무진도전 포인트로 구매할 수도 있으니까요. 1번에 최대 5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긴 하지만, 주 3회 플레이라서 그렇게 부담이 되지도 않고 말이죠.


5. 공급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 활용성이 높은 컨텐츠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자사의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수직 성장을 강조해온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수평성장을 강조하는 게임입니다. 특히 개별 캐릭터의 특성과 조합에 의한 '당대의' 혹은 '특정 컨텐츠를 위한' 최고 덱 구성에 중점을 맞춘 음양사와는 달리, 다양한 메타 구조를 각 컨텐츠에 깔아둠으로써 다양한 캐릭터의 수집에 의한 풀의 수평적 확장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영원한 7일의 도시가 컨텐츠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수평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그 메타 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플레이 컨텐츠도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일본 게임처럼 2D나 저품질 3D 기반이라면 제작 단가를 낮추고 외주를 돌리는 등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겠습니다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고품질의 3D 그래픽이 특징인 게임이죠. 태생적으로 컨텐츠의 제작 단가를 낮추거나 시간을 줄이기 힘든 구조입니다.

흑문시련이나 만신전은 대신 절차적 생성 혹은 절차적 재사용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컨텐츠를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존재하던 중간보스 7종에 속성 3종을 랜덤하게 끼얹는 것으로 21개의 유니크한 도전이 생겨나고 보스 / 중간보스 / 다수의 맷집 약한 잡몹 / 소수의 맷집 강한 잡몹 4가지의 방으로 무한한 던전을 만들어낸 것이죠. 더군다나 이들 컨텐츠들은 파라미터를 약간 올리는 것으로도 난이도를 추가할 수 있어 향후 유지 보수에도 굉장히 유리합니다.

그런 식으로 데이터 테이블을 잡아 늘려 숫자만 올려서는 굉장히 지루하고 반복적인 컨텐츠가 되기 쉽습니다만, 만신전과 흑문시련은 컨텐츠의 중심을 플레이어가 상대할 컨텐츠가 아닌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컨텐츠에 둠으로써 함정을 회피합니다. 주어진 '적'이나 '환경'에 컨텐츠의 중심을 두게 되면 자연히 컨텐츠에 신경이 집중되고 그 종류와 반복 등에 더 큰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만신전이나 흑문시련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운용하는 캐릭터에 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능력의 활용에 촛점을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적이나 환경의 반복에서는 둔감해지는 것이죠. 여기에 새 캐릭터가 나올 때 마다 플레이 경험이 크게 바뀌어 새 캐릭터를 획득할 동기도 부여하구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캐릭터의 수와 질에 큰 영향을 받긴 하지만 흑문시련의 라운드 별 타임아웃이나 만신전의 캐릭터의 전략적인 교체 처럼 최종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결과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아주 무미건조한 오토 컨텐츠가 아닌, 매일 몇판 정도 도전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주고 있기도 합니다. 여러번 이야기 한 것 같지만, 하루종일 하라면 지겹겠지만 하루 3판씩 하기엔 충분히 재미있단 말이죠.

특히 만신전 무진도전의 변화는 굉장히 놀랍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땐 1층부터 논스톱으로 계속 올라가는 컨텐츠였고 (당시 서버 내 최고 기록이 30층 가량), 교체 멤버도 1명씩 밖에 주어지지 않아 굉장히 괴로웠어요. 이전 동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을 깬 이후에 궁극기 쿨 타임 기다리느라 버리는 시간도 상당했구요. 할만한 컨텐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에도 무진도전을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간 보스 잡았을 때 버프도 주고, 방을 때면 스킬 쿨타임도 리셋시켜주고, 보상 상자들이 왕창 나타나지만 시간 내에 잡지 못하면 도망가버리는 방을 추가하는 등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나니 어느새 무진도전 마저도 꽤 즐길만한 컨텐츠가 되었습니다. 컨텐츠가 실패했다고 생각되면 보상을 강하게 걸어서 억지로 하게 만들거나 컨텐츠를 버리고 다른 컨텐츠로 대체할 수도 있는데 묵묵하게 정공법으로 컨텐츠를 개선해낸 개발진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6. 정리 - 수집한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에 집중하다

결정적으로 다량의 캐릭터 획득을 전제로 하는 수평 성장의 강조는 플레이어에겐 다소 가혹할 수 있으나 이를 보상체계를 통해 굉장히 캐주얼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다보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더 어려운 컨텐츠를 만들고, 더 어려운 컨텐츠이니 더 강한 보상을 걸고, 그 보상으로 강해지니 더 어려운 도전을 만드는 등 거칠고 난폭하게 플레이어들을 몰아가는 방향으로 흐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굉장히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죠. Why So Serious?

이 게임을 왜 하는가? 이 게임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어디에 있는가? 이 게임에서 팔고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수집'을 가장 가운데에 놓고 게임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장기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의 수직 성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 상품은 캐릭터이고, 이 게임이 추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캐릭터가 점점 더 강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를 얻고, 그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험에 있는 것이죠. 그래서 캐릭터를 활용하는 컨텐츠도 있고, 여기엔 어느정도 수직적인 난이도의 깊이도 있지만 수직 성장에 대한 보상을 강조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럴수록 새 캐릭터에 대한 수평 성장의 재미가 덜해질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흑문시련과 만신전이 오픈 스펙엔 포함되어있지 않다가 3개월 동안 추가되고 개선되어왔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매출이 꺾이는 상황에서 캐릭터를 왕창 찍어낸다거나, 신캐를 무조건 OP로 낸다거나, 신캐가 없으면 안되는 컨텐츠를 만들고 보상을 강하게 거는 등 분명히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운영에 독이 될 순 있겠지만, 당장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캐릭터를 수집하는 게임이니 수집한 캐릭터를 더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는 컨텐츠를 추가해온 것이죠. (물론 강한 신캐를 가챠에 새로 추가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캐릭터도 매 달 1개씩 추가하고 있고, 이 플레이로 얻는 캐릭터가 제일 강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저처럼 캐릭터를 다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돈을 쓰지 않는 과금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기 위한 컨텐츠도 최근에 추가되었습니다만, 일단 이번 주제와 어울리는 이야기는 아니니 나중에 따로 쓰겠습니다.)


7. 기타

한국 서비스할 퍼블리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용자로서도 좋아하지만 기획자로서 굉장히 영감을 많이 주고 있는 게임인데 다른 분들도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데 그때 까지 기다리기 힘든 분이라면 중국어판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장 저부터 중국어를 거의 못하지만 게임 진행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DC의 마이너 갤러리에서 설치, 결제 방법부터 각종 컨텐츠까지 번역해서 공유하고 있기도 하구요.


by 고금아 2018.04.28 23:57

최근 생업이 너무 바빠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편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레이중인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흥미로운 매출 시책을 쓰고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매출 변동이 굉장히 큰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가챠 판매 외에도 기본 시스템에 과금 요소가 많이 녹아있고, 또 깊은 성장 구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과금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규 캐릭터나 컨텐츠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매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그런 부가적인 과금 장치가 없이 캐릭터 가챠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평소 200위권 밖에서 놀다가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50위권으로 점프하곤 하죠. 그런데, 이 신규 가챠를 추가할 때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가지 장치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가격 차별화란?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에서 가격에 비례해 증가하는 공급과, 가격에 반비례해 감소하는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 균형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위 왼쪽 그래프는 콘솔 게임 가격 60불 / 혹은 월정액 게임 30불과 같은 고정 가격제에서의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A)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정해진 가격보다 더 높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가격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돈을 덜 씁니다(C), 또한 어떤 사용자들은 60불/30불보다 적은 돈은 낼 의사가 있지만, 그보다 싸게는 팔지 않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습니다.(A). 실질적인 잠재 매출은 A+B+C 이지만 가격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매출은 A로 제한됩니다.

가격차별화는 더 많은 돈을 낼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객에겐 더 많은 가격을, 더 적은 돈을 내고자 하는 고객에겐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수요곡선 전체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자하는 원리입니다. 영화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텐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장 -> IPTV -> TV로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고객이 지불하는 단가가 점점 내려가지요. 의욕넘치는 마니아를 위해선 중간에 블루레이를 비싸게 팔구요. 출발일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항공권 가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여행객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을 짤 수 있는 대신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몇달 전에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합니다. 반면 업무차 출장가는 경우는 가격에 덜 민감한 대신 (회사가 내주니까) 일정이 급박하게 만들어지고, 일정을 조율할 여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스팀의 할인이 있을 겁니다. 기다려온 게임, 잘나가는 게임은 출시하기 전부터 혹은 출시하자마자 정가를 내고 구입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어중간하거나 취향이 아닌 경우 60불을 혼쾌히 내기가 어렵습니다. 안사겠죠. 하지만 스팀에 50% 할인이 뜨면 그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세일을 통해 없던 수요가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50%를 손해보고 판 것이 아니라, 안 살 게임을 50% 가격에 판 것이죠. 위 그래프의 B 영역을 공략한 것입니다. 반대로 정가 이상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겐 한정판, 디럭스판 등을 구성품의 가치에 비하면 비싼 가격의 상품들을 팔아서 더 높은 매출을 걷습니다. DLC 장사도 마찬가지구요. 위 그래프의 C 영역입니다.

사실 게임의 부분유료화 자체가 바로 가격 차별화의 원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무료로 깔아놓고 다양한 서비스를 상품화 해서 해당 상품을 필요로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는 구조 자체가 가격 차별화죠. 한국에서 이러한 가격차별화에 기반한 부분유료화가 먼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차별화가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분유료화가 처음 도입될 때엔 당연히 기존 고정가격제의 영향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여전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 이미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행동력에 관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게임의 핵심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게임 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심지어 성장이 이 획득을 가속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행동력을 고정 가격에 무제한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와 수집을 완전히 분리한 일본이나, 행동력에 누진제를 붙여 고과금자일수록 더 비싸게 판매하는 중국과는 달리, 고과금자일수록 같은 행동력으로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심지어 많이 사면 깎아주기도 합니다) 행동력의 가성비는 기하급수로 올라가고 가챠라는 상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폭락합니다. 게다가 행동력은 비싸지도 않은데다 푸쉬 등으로 마구 뿌려대기 때문에 매출에도 거의 기여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 행동력도 기하급수로 올리거나,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희귀 자원을 만들고는 이를 가챠가 아닌 패키지 등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게임의 구조를 뒤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야 하지요. 그 결과 게임은 계속 수직으로 높이 쌓이고 양극화가 심해져 새로 유저가 들어와도 정착할 수 없게 되고 사용자는 줄고 있는 사용자를 더 쥐어짜고...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 젬 구매와 덤에서의 가격 차별화.

행동력을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 등은 사실 국가별 문화 차이도 있고, 게임의 기본 구조와도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바로 적용하긴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근본적이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가격차별화를 실현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구요. 대표적인 사례가 젬(유상재화) 구매시에 얹어주는 덤의 제한 또는 철폐입니다.

최근의 중국 게임들을 보면 젬(유상재화) 상품에 덤을 얹어주지 않거나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엔 300젬을 사면 +30개, 100개를 사면 +150개, 6480개를 사면 +1080개 이런 식으로 젬을 사면 덤을 더 얹어줘서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은 다릅니다. 위 스크린샷의 '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아예 덤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가격에 의한 추가 할인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살수록 커지는 덤이라는 것이 관습으로 굉장히 익숙하긴 하지만, 가격차별화에는 역행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액제가 아닌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매출의 대부분은 흔히들 '고래'라고 부르는 초 고과금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고과금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챠 게임이고, 가챠 게임의 '고래'들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까지 가챠를 뽑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비싼 젬 상품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입니다. 젬을 왕창 쌓아두고 나올 때 까지 뽑지요. 그런데 비싼 상품일수록 젬을 더 얹어준다는 건 가격에 덜 민감하고 지불 의사가 높은 사람들에게 젬을 더 많이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지불 의사나 지불 능력이 낮은 중/저과금자들은 오히려 젬을 비싸게 구입하게 됩니다.

할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론 단가를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서 단가 X 판매량에서 오는 전체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가챠 게임에서의 젬에 대한 덤은 실제로는 판매량은 늘지 않고 단가만 낮춥니다. 만일 최고가 상품의 덤 비율이 30%라면 그냥 앉아서 23%의 매출을 덜 버는 겁니다.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보는 상품은 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판매량을 증진시키지도 못하구요.

다만 덤 할인이 무조건 없애야 할 적폐라고 보기는 약간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수십만원이 쉽게 녹아내리는 가챠 게임의 경우, 어차피 매출은 고과금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고가 상품에 큰 할인을 거는 것을 표준 가격으로 간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 경우는 예상 비용 / 매출 등을 계산할 때 최고 할인을 전제로 해야겠죠. 예를 들어 10연가챠에 3,000 젬인데 3만원에 3,000젬, 10만원에 12,000젬이라면 10연가챠는 3만원이 아니라 2.5만원으로 계산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할인율이 낮은 저/중과금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는 위 스크린샷의 에반게리온 파효처럼 명목상의 덤을 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젬 상품의 가격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에겐 뭔가 할인받는다는 느낌적 느낌은 주지만, 실제로는 정가 받고 파는 거지요.

그렇게 가격차별화가 좋으면 아예 비싼 젬 보다는 싼 젬에 덤 비율을 더 얹어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가격차별화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차별된 가격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합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더 싼 쪽을 선택할테니, 더 싼 쪽을 살 수 없는 장벽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아까 예시로 들었던 영화나 게임의 경우 '시간'을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로 가서 더 싼 가격에 게임을 사거나 IPTV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신 영화와 최신 게임은 제값 내고 보고 즐기는 것이죠. 젬 상품은 아무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 젬 상품에 더 많은 보너스를 얹으면 고과금자 입장에선 그냥 고가 젬 상품 1번 살 돈으로 저가 젬 상품 2~3번 구입하면 됩니다. 가격 차별화는 이러한 장벽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3. 首买两倍 등 조건부 젬 할인을 통한 가격 차별화

그런, 장벽을 세워 할인과 가격차별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 말로는 '첫 구매 2배'로 번역할 수 있을, 首买两倍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젬 상품에 대해 첫 구매에 한해 100%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중국 게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는 요소입니다.

이 '첫 구매 2배' 상품은 기본적으로 50% 세일이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고 신규 가입자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효율을 얻어내기 위해선 모든 상품을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구매 전환율과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일 수 있는 구성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소모되는 모객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운영하는데 굉장히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이 할인 혜택에 상품당 1회라는 제한이 걸려있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결제 초반엔 절반의 비용으로 젬을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사용자는 결제 유저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엔 할인 없이 젬을 계속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구매 금액이 커질수록 할인율은 점점 낮아집니다. 많이 사는 사람에겐 더 받고, 적게 사는 사람에겐 깎아줘서 더 파는 가격 차별화가 아주 훌륭하게 동작하지요. 정가 내고는 젬을 못사겠다고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첫 구매 2배 젬 만으로도 25만원을 지불한 상태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요. 실제로는 50만원치의 젬을 쓴 것인데, 이정도면 꽤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덱이 구성되기 때문에 과금의 중단이 게임에서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계속 하고 있는 이상, 구매 의사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보컬로이드 한정 가챠를 판매할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총량제한 덤 지급이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하단에 보면 2760/6000 이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젬을 구입하면 50%의 덤을 최대 6,000젬까지 제공한 것이죠. 50% 덤, 33% 할인이라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며, 최대 효율을 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1,200위안(한화 약 20만원)까지를 지불하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2배 젬과 마찬가지로 할인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고과금자일수록 할인이 줄어드는 가격차별화가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컬로이드 한정 캐릭터 3종(미쿠, 루카, 린/렌) 획득에 드는 젬이 5만 이상이었기 때문에 할인에 의한 객단가 하락은 10% 정도로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덤을 50%씩 얹어주니 유인효과가 굉장히 컸고, 가챠판이라는게 2,30만원 정도 박고 나면 이후엔 오기로 나올 때 까지 뽑게되어있기 때문에 매출 유인 효과가 아주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미쿠 콜라보 당시엔 40위권에서 10위권 안쪽으로 점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젬 할인은 자칫하다간 주력 상품인 젬의 가치를 낮게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별히 낮은 가격에 '어머 이건 질러야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프로모션 하는 건데, 그 특가를 기본 가격으로 인지해버리면 평시 가격을 특별히 높은 가격으로 받아들이고, 할인이 아니면 지르지 않는다거나 할인 한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지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젬을 주력상품으로 삼는 이상, 젬의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같은 경우는 12월 미쿠 콜라보와 2월 춘절 신캐 추가시에 저 제한부 젬 할인을 실행했기 때문에 3월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에서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3월 슈타인즈 게이트에선 젬 할인이 없었습니다.

일본 게임들의 경우는 젬 자체를 할인하기 보다는 가챠의 가격이나 확률/픽업 등을 통해 상품인 가챠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원래 10연차에 3000젬인데 첫번째 1회는 1000젬, 2회째는 1500젬, 3회째 2000젬, 4회째 2500젬, 5회부터 정상가인 3000젬으로 돌아오는 가격 기반의 스텝업 가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이 스텝업 가챠도 사실 원하는 위시캐를 뽑는데 걸리는 비용은 높고, 할인에 제한이 걸려있어 가격차별화를 잘 실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가챠를 뽑아야 할 때와 안뽑아야 할 때가 갈리긴 합니다만, 캐릭터 가챠 장사 자체가 대체로 신캐 / 픽업 등으로 사야할 때와 안사야 할 때가 분명히 갈리는데다 무상으로 얻는 가챠도 있기 때문에 젬 가치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게임 내에서 젬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보통 가챠)가 계속해서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고,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재화로써 젬이 유효할 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4. 가챠 마일리지를 통한 최소한의 가챠 구매 유도와 가챠 가치 보장

가챠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확률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운이 좋으면 Wish[각주:1]를 1번에 뽑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백만원을 들여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는 이런 랜덤성 조차도 가챠의 '재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그보다는 필요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은 데스나이트의 불검 0.0007% 와 같이 확률을 극악하게 낮추는 대신 Wish를 뽑았을 때의 혜택을 엄청나게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해소하는 반면, 중국은 Wish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챠를 뽑은 것 자체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보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7일의 경우는 가챠 7개를 뽑을 때 마다 1점씩 얻는 마일리지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엔 위 스크린샷에서 방울이 달린 2개가 마일리지 상품이었습니다만, 왼쪽의 A급 신기사 조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오른쪽의 마일리지 1점당 1마리씩 물고리 20개가 핵심이었습니다. 물고기는 왼쪽에 보이는 흰 고양이에게 선물할 수 있고, 20개를 먹고 나면 S급 신기사로 변신하거든요. 140연차에 S급 1개를 고정으로 지급한 것이죠. 66만원이 싸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이죠. (사실은 첫 구매 더블젬 때문에 획득 비용은 40만원 정도가 됩니다.)


미쿠 콜라보 당시엔 미쿠를 S급, 루카를 A급으로 가챠에 밀어넣는 대신 린/렌(한 캐릭터입니다.)을 가챠 마일리지 상품으로 배치했습니다. 30 마일리지로 얻을 수 있으니 가챠 210회분이고 1가챠에 28위안(4700원)이니 대략 99만원짜리 캐릭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젬 할인도 있었고 공짜 가챠도 뿌렸기 때문에 한 70만원 정도겠죠. 이를 캐릭터 하나를 100만원에 팔았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것이, 위 스크린샷 보시면 린/렌 사고도 25마일리지가 남아있습니다. 미쿠/루카 뽑는데 드는 비용은 그 두배쯤 되었고, 그렇게 뽑고 나서 보니 (혹은 돈은 썼지만 못뽑고 나니) 린/렌이 따라오는 것이죠. 미쿠 당시엔 그 외에 크리스마스 한정 코스튬이나 한정 아이템 등도 마일리지로 팔았습니다.


춘절 신캐 추가 즈음해서 마일리지샵을 운영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린/렌 처럼 무지막지한 가격에 신캐를 내는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한정 스킨을 마일리지로 판매한 것이죠. 대략 개당 15만원 선이었습니다. 또한 이 때부터 특정 캐릭터 전용 아이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이 전용 아이템 또한 마일리지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5~30만원 선으로 캐릭터 뽑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사실 이건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가챠는 그 특성상 100번 1000번을 뽑아도 원하는 캐릭터가 안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1번만에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갈아넣어야 하는 한계돌파나 초월이 없다면 사용자는 가챠를 더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전용 아이템을 마일리지샵에 배치해 요구 마일리지보다 낮은 시도로 캐릭터를 뽑은 플레이어에게 가챠를 더 팔 수 있는 것이죠. 아주 꼼꼼합니다. 물론 린/렌은 가챠 210번을 강매했습니다만, 그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5. 가챠 마일리지와 젬 판매의 결합

그런데 가챠 마일리지는 기본적으로 쓴 돈이 아니라 뽑은 가챠의 갯수를 기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게임 운영상 가챠를 뽑을 수 있는 공짜 티켓을 많이 뿌리고, 신캐 나온 시즌엔 특히 더 많이 뿌립니다. 아무리 마일리지로 최소한의 가챠 횟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 가챠 횟수조차 무상으로 조달해버리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젬으로 충당될 수 있습니다. 신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3월엔 더 깊고 사악한 함정을 팠습니다. 전용 아이템과 현금 장사를 묶어버린 것입니다.

원래부터 2월에 들어간 마일리지샵의 금색 전용 아이템은 금색 전용 아이템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갖고 있는 보라색 아이템을 금색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형식이었습니다. 보라템이 없으면 금색템을 살 수 없습니다. 단지 2월엔 해당 캐릭터를 가챠에서 얻게 되면 그 보라색 아이템을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저 판매 방식은 해당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월 신캐엔 과금 이벤트와 묶였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젬 구입에 쓴 돈의 양에 따라 보상을 주는데, 위 스크린샷의 금색팬더공에 대응되는 보라색팬더곰을 저 과금 이벤트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죠. 1,500위안 = 25마원을 쓰지 않으면 가챠에서 마유리를 얻었어도 그 마유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마유리 전용 팬더공 금색템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전엔 아무리 운이 좋아도 25만원치 가차권은 소모시키겠다는 의지였다면, 이번엔 25만원치 현금을 받아내겠다는 아주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죠.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1500위안 안썼어도 가챠에서 마유리가 걸리면 무조건 전용템을 주는데 1500위안 결제하면 마유리가 없어도 저 아이템만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용템을 얻었으니 캐릭터도 얻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강력한 과금 이벤트

이번 3월의 신캐 추가는 이전에 비해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력하게 반영되어있습니다. 캐릭터 스킨도 1종 추가되었지만 이전엔 마일리지로 팔았던 것을 이번엔 젬 구매에 쓴 금액에 대해 보상을 주는 과금 이벤트로 밀어넣었죠. 앞서 언급한 전용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환산하면 똑같이 15만원 선이지만, 이번엔 이 기간 중 현금을 15만언 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뿌린 가챠권이나 기존에 사뒀던 젬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까 언급했던 제한부 젬 할인 대신 무료 소환권으로 바뀐 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최대 2888위안에 27장이 지급되니 28880젬 구입시 7560젬 추가 증정으로 덤의 비율도 25% 가량으로 줄었고, 최대한의 효율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도 1200위안에서 2888위안으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저 이벤트에서 지급하고 있는 무료 소환권은 이번 콜라보 한정가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콜라보가 끝나면 한정 가챠도 끝나고 소환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보너스 젬 처럼 누적되어 향후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과금 이벤트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기준인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과금 이벤트는 소비한 젬의 총량, 가챠 구매 횟수,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3가지의 카테고리로 진행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무상 가챠, 기존에 갖고 있던 젬이나 소환권, 이벤트로 얻은 무상젬/소환권 등이 포함되고 첫 구매 젬 2배의 효과도 적용되기 때문에 무과금 / 저과금에게도 혜택이 주어지고 신규 유저에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은 정말 순수하게 기간 내의 젬 구매에 사용한 절대 액수 기준이기 때문에 100% 지불한 실제 금액에 의해서만 집계가 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200위 밖에서 57위로 150계단 점프를 한다 싶기도 합니다. (뭐 사실 이미 가챠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벤트 보상엔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7. 가챠에 천장 설치

여기까지 써놓은 것을 보면 3월의 매출 시책이 굉장히 악랄하게만 변한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더 우호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일정 이상 가챠를 뽑으면 확정적으로 보상을 주는 천장을 설치한 것이죠. 90개를 뽑으면 A급인 마유리, 180개를 뽑으면 S급인 크리스를 확정 지급합니다.(이미 갖고 있는 경우엔 80개 160개의 만능조각으로 지급합니다.) 과금이벤트에서 주는 무료 소환권을 포함하면 A급 30만원, S급 72.5만원 선으로 가챠 게임 치고는 굉장히 저렴하지요. 알려진 기대 시행이 130회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과금 깊이는 올클리어 50만원 선으로 추정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78가챠만에 신캐 2종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30만원 정도 밖에 안들었죠. 하지만 과금 이벤트 보상 소환권과 마일리지 보상 때문에 30회 정도 더 굴렸습니다. 천장이 있어도 마일리지가 있어도 그게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예시가 되어버렸습니다.


8. 원칙에 충실한 중화 BM

얼마전 누가 한/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서 성공한 게임은 없는데 중국에서 한/일로 나와서 성공하는 게임은 많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전이나 벽람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KOF98UM이나 반지 같은 게임들은 10위건 20위권에 포진하고 꽤 오래 버티고 있으니까요. 저는 뭉뚱그려 '호환성'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캐주얼한데다 BM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중국 BM의 효율성이라고 하면 많이 쓰면 많이 쓴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노골적인 금전만능주의 서비스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지출시의 만족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이는 껍데기일 뿐, 실제로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기본은 그 아래에는 낼 수 있는 한도까지 받아내겠다는 가격차별화입니다. 비싸게 낼 사람에게 더 비싸게 더더 비싸게 받아냄으로써 매출도 극대화하고, 계속해서 덜 낸 사람이 더 낸 사람을 어느정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간단한 소재니까 짧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만, 역시 쓰다보니 길어지고 양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게임들과 과금 체계를 가끔 소개드리곤 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중국 시장의 특이함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중국에선 그게 돼?")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무리했습니다.


  1. 가챠에서 플레이어가 뽑고자 하는 타겟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03.17 04:16

한달 넘도록 -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의 2부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만, 최근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가 있어 먼저 짧게 소개드립니다.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영원한 7일의 도시에 새로 추가된 만신전이라는 컨텐츠입니다.


만신전은 위 그림에서 보듯 정사각형의 방들로 구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컨텐츠입니다. 보스가 위치한 방의 위치는 표시가 되지만, 해당 방으로 가는 경로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을 계속 열어가면서 경로를 찾아야 하죠. 백문이 불여일견,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이 만신전의 던전은 도전할 때 마다 랜덤하게 재구성됩니다. 흔히 말하는 절차적으로 생성된 컨텐츠이죠. 흥미로운 점은 절차적으로 생성되는 컨텐츠임에도 정작 컨텐츠의 다양성은 크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이라는 점입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이라고는 했지만 방들의 연결이 랜덤일 뿐, 플레이어가 실제로 전투를 벌이는 방은 딱 4가지 종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도 보스 방과 중간 보스 방을 제외하고 나면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던전은 딱 두종류의 방으로만 구성되어있습니다..


첫번째는 다수의 잡몹이 여럿 스폰되어 플레이어를 포위해오는 패턴입니다. 이 몹들은 HP가 낮기 때문에 광역 궁극기 1~2방에 정리되지만, 공격력이 높고 포위해오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넋놓고 있다간 1~2초 내에 플레이어의 영웅이 녹아내리죠. 그 짧은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 공격 당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많은 적을 광역기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최적의 타이밍에 궁극기를 쓰는 것이 이 방을 클리어하는 핵심 플레이입니다.


두번째는 중형몹 2마리가 등장하는 맵입니다. 이 중형 몹들은 맷집이 강해서 궁극기 1~2방으론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간의 폭발적인 딜 보다는 어그로를 끌고 CC기를 써면서 궁극기 쿨타임이 도는 동안을 버티는 것이 핵심 플레이가 됩니다. 공격과 움직임이 느리기 때문에 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굉장히 아프게 때리기 때문에 맞지 않기 위해선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합니다. 방의 종류는 2가지 뿐이라지만, 두가지 방이 서로 굉장히 다른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새로운 방에 진입할 때 마다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던전 내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중간보스 입니다. 맷집도 쎈데 공격이 굉장히 강하고 빠릅니다. 아까 플레이 영상만 보더라도 순식간에 플레이어 캐릭터 하나를 녹여버렸죠. 다양한 중간보스들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강합니다. 영웅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보스 방 보다 이 중간 보스 방이 더 어렵습니다.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또하나의 중요 변수는 캐릭터 교체 에너지입니다. 조작할 캐릭터를 교체하면 파티 전체의  HP가 일정량 회복되고, 새로 조작하게 될 캐릭터의 궁극기 쿨타임이 초기화 됩니다. 체력 회복이 힘들고[각주:1] 강한 적들을 궁극기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HP와 궁극기 쿨타임을 감안해 적절한 타이밍에 캐릭터를 교체하는 것이 만신전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교체할 때엔 에너지가 소비되고 이 에너지는 최대 3칸인데 각 방을 클리어할 때에만 1개 주어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하죠.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각 방을 교체 1번으로, 풀HP 상태에서 클리어해서 다음 방도 풀HP + 교체 에너지 3칸으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보스는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HP와 교체 에너지가 어느정도 빈 상태로 클리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불리한 상태로 보스전에 진입하고 싶지 않다면 나머지 일반방 짤짤이에 도전해야 합니다. 교체 없이 클리어 해서 교체 에너지를 채우거나, 데미지를 입지 않은 채로 교체해서 HP 회복을 노리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 앞서 언급한 2가지 방 중 어느 방이 걸리는지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잡몹이 나오는 방은 몹들의 HP가 낮기 때문에 2 캐릭터의 궁극기를 1번씩만 쓰는 것으로 피해 없이 클리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중형 몹들이 나오는 스테이지는 전투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짤짤이가 힘듭니다. 이전 단계에서도 비교적 클리어가 쉬운 잡몹 스테이지를 바라지만, 이 짤짤이 단계에선 더더욱 잡몹 스테이지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흔히들 컨텐츠를 절차적으로 생성하는 게임들은 그 랜덤한 조합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성이 강조됩니다만, 만신전은 그러한 다양성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던전이 랜덤하게 구성된다고는 하지만 플레이는 방 단위로 단절되어있기 때문에 방들의 배치가 바뀌는 것은 게임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플레이하는 방들이 다양한 것도 아닙니다. 잡몹 방과 중몹 방 딱 두가지 뿐이죠. 텍스트로만 구성되었던 원조 로그라이크 게임들도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의 긴장감은 다른 게임들 못지 않습니다. 절차적 생성이 주는 결과물의 다양함이나 조합의 유니크함은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을 만드는 수단일 뿐, 그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굉장히 잘 캐치해냈고 훌륭하게 활용해냈습니다. 굉장히 적은 리소스를 가지고 말이죠.


  1. 스테이지에선 체력 회복 포션이 거의 드랍되지 않고, 힐러가 있어도 AI가 담당하고 있을 땐 전투 중에만 힐링 스킬을 씁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02.23 03:24



0. 대륙에서 부는 2차원 게임의 바람

콘트라 리턴을 접은지 이제 한 두달 쯤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엔 중국에서 제작된 수집형 RPG 게임들을 플레이 중입니다. 이를테면 소녀전선은 여러가지 이유로 취향에 맞지 않아 춘전이 스킨만 사고 관뒀지만, 벽람항로(碧蓝航线)일본 서버에서 제법 재미있게 플레이 중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아홉번째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사전예약 받고 있는 '창람경계(苍蓝境界)' 또한 재미있게 즐기고 있지요. 일본풍의 미소녀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설득력이 적어 보이긴 합니다만, 도탑전기 모델을 따르지 않으면서 적당히 인지도 있는 게임을 추리다보니 저렇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차원 게임'이죠. 최근 중국에서 제작중인 이차원 게임들은 일본에서 제작되었다고 해도 전혀 의심스럽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굉장히 특이해서 소개하지 않으면 안될 게임이 있어 간만에 포스트를 쎄웁니다.


1.  청출어람 이청어람


넷이즈가 11월 22일에 출시한 '영원한 7일의 도시(永远的7日之都)' 12월 3일 현재 중국 iOS 매출 39위에 올라있습니다. 위 영상 자체는 2개월 전의 CBT라는데 실제 게임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초반부 플레이를 담고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기동했을 땐 일본에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있는 IP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이미 소전, 벽람, 창람경계 등을 통해 일본에서도 먹힐만한 일본풍 캐릭터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지만, 7일도시의 비쥬얼은 그와는 또 다른, 약간은 페르소나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왠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었거든요.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오프닝도 상당한 고퀄이었구요. 그런데 진짜 쇼크는 대화씬에서 왔습니다. 캐릭터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게 좋구나 이런 대화씬에도 Live2D를 넣다니 중국이 역시 사람이 싼가.. 그러고 보고 있는데.. 이게 2D가 아니라 3D 더군요.


전투를 뛰는 바로 그 캐릭터가 대화씬에도 등장하고 캐릭터 상세 보기에도 등장하고 결과화면에도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2D로 보일 정도로 2D 느낌을 상당히 잘 살렸죠. 더욱 놀라운 점은 확대해서 봐도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는 겁니다. 이정도 수준은 정작 일본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작년 게임인 스타오션은 그렇다고 쳐도, 최근 출시된 (그리고 서버가 돌아올 생각을 않는) 섬란 카구라 시노비 마스터만 봐도 이렇게 정교한 디테일을 살리면서 2D 느낌을 구현해내고 있진 못해요. 청출어람 이청어람이라더니, 중국에서 제작된 일본풍 게임의 그래픽이 일본 게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미소녀 스킨을 씌운 쿵푸팬더3인가?

캐릭터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테이지 외의 장면에선 2D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2D들도 상당히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와 대화도 하고 호감도를 쌓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캐릭터와 중간 중간 CG를 수집하고, 뭔가 이야기 도중 답을 골라야하는 상황도 등장하더군요.


대화씬 컷씬 지나면서 부풀었던 기대감은 전투에 들어가면서 살짝 식습니다. 위 스크린샷만 보시면 금방 알 수 있듯이, HIT나 레이븐 같은 평범한 3D 액션RPG입니다. 뭐 정석을 따른 평범함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닌데, 전투의 첫인상이 너무나도 노잼이었습니다. 움직임은 느릿하고 피하는 액션은 없고 때리는 타격감도 없어요. 충격적이었던 비주얼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건 쿵푸팬더3인가 싶었습니다. 그나마 쿵푸팬더는 시원하게 때리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전투가 참을 수 없이 지리했어요. 그래서 눈요기 잘 했다고 생각하고 게임을 접으려고 하다가... 이게 엄청난 오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저 전투 화면 너머에 있었거든요.


3. 영원히 반복되는 7일의 이야기

저는 보통 바이오웨어나 위쳐3 수준으로 아주 공들여서 이야기 해주지 않는 이상, 게임의 스토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논하기 위해선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림만 보고 이해한 내용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도시 위에 저런 차원문이 열렸고 도시가 침식되기 시작합니다.


이 침식은 마법적인 것으로, 현대의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강력한 환력(幻力)으로 보호받고 있어 보통 사람들은 이 침식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다만 신기(神器)를 다루는 신기사(神器使) 들만이 침식을 해결할 수 있지요. 플레이어는 저 차원문을 닫기 위해 신기사들을 끌어모으고 성장시켜 침식된 지역들을 정화해 나갑니다.


하지만 7일이 지나면 저 문을 타고 아주 강하신 분들이 오시고, 플레이어의 신기사들과 마지막 결전을 벌입니다. 전투에서 이긴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지만, 진다면 세상은 멸망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7일째에 세상을 구하지 못합니다. 7일 안에 침식된 구역을 다 정화하지도 못하고, 최종 보스에게 당하죠. 하지만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 세계는 다시 7일 전으로 돌아가고 또다시 기회를 얻습니다. 영원히 7일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게임의 제목이 영원한 7일의 도시입니다.


4. 영원히 반복되지만 똑같지는 않은 7일

플레이어는 세상을 구할 때 까지 꾸준히 7일간 노력하고 꾸준히 실패하고 다시 꾸준히 새로운 7일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 반복되는 7일이 모두 똑같은 7일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7일도시에서 플레이어는 이야기 도중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동시에 두 곳이 침식되었는데 둘 중 어느 족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조직과 특정 개인의 의견이 대립할 때 누구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등 플레이어는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플레이어의 결정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꿉니다. 등장하지 않았던 NPC가 등장하기도 하고, 보지 못했던 장면들,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구하지 못한 7일의 이야기도 누가 언제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되고, 세상을 구한 7일의 이야기도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각각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초반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구할만큼 강해지고 나면 이젠 모든 이야기를 경험하기 위해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한마디로 이 게임은 전투가 끼어있는 루프물 비주얼 노블인 겁니다.


5. 하루 하루가 쌓여 만드는 7일을 관리하라

튜토리얼이 끝나고 제일 먼저 보게 되는 화면이 바로 이 도시의 전경입니다. 딱 봐도 가운데에 있는 고등학교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죠. 교전중 옆에 있는 1/6은 학교에 6개 스테이지가 있고 이 중 1번째에 도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지역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다음 지역으로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그리고 화면 한가운데 7일(7天[각주:1]) 이라고 아주 큼직하게 박혀있지요. 특히 7일 오른쪽 아래의 24/24 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바로 '행동력'입니다.


플레이어에겐 게임 내의 하루가 시작될 때 마다 24점의 행동력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마다 이 행동력을 소모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행동력은 절대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행동력을 써나갈수록 점점 도시엔 어둠이 찾아오고 위와 같이 그날의 행동력을 모두 소모하게 되면 자정이 되고 다음날로 넘길 수 있게 됩니다. 날짜를 넘길 때엔 천월시종(穿越时钟) 이라는 아이템을 소모하는데, 이 천월시종이 일반적인 게임에서의 행동력 처럼 플레이를 제한하는 요소가 됩니다.[각주:2] 그래서 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는 하루에 24점씩 7일간 168점의 행동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가장 먼드 드는 생각은 행동력을 모두 스테이지 클리어에 쏟아부어 침식을 모두 제거하고 열렙하는 것이겠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한 구성이었으면 제가 굳이 시간을 내서 이 게임을 소개할 리 없겠지요. 일단 이 게임은 전투를 한다고 해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당장 캐릭터엔 경험치와 레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요. 대신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는 수집하고 육성할 수 있지만, 전투에서 공급되는 양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스테이지는 단 한번씩만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전투 스테이지는 성장의 결과를 증명하고, 보상으로 다음 이야기를 열어주는 장치일 뿐, 성장의 과정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 돈을 퍼부어 가챠를 뽑아 캐릭터를 끝까지 성장시킨 뒤에 한번에 밀어붙일 수 있냐면 그 또한 아닙니다. 아까 스크린샷 보시면 우상단에 '환력병장幻力屏障 당전환력当前幻力'이라고 쓰여있는 게 보일 겁니다. 아까 침식된 지역은 강력한 결계가 쳐져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결계의 강도가 바로 환력병장이고, 플레이어가 현재 보유한 환력(당전환력)이 그보다 높아야만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환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거점에 환력을 높여주는 건물인 공정청(工程厅)을 지어야 하지요. 이 건설도 행동력을 소모합니다.


공정청 외에도 행동력을 소비할 수 있는 액션은 많습니다. 연구소를 지으면 기술치가 높아지고, 정보국을 지으면 정보력의 한도가 올라갑니다. 기술치는 어디에 쓰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정보치는 매일 정보센터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구입하는데 사용됩니다. 정보는 일차적으로는 그날 하루 적용되는 각종 버프 효과를 가져오지만, 추가로는 스토리상 중요한 단서나 사건 등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 정보에 따라서 새로운 분기나 선택지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거점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수는 한정되어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침식을 정화한 구역들이 다시 거점이 되지만, 이 거점들이 모두 가득차고 나면 '개발'을 통해 거점의 레벨을 올려서 건물 한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개발도 행동력을 소비하게 되지요. 또 '순찰'이라는 액션은 낮은 확률로 장비가 드랍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분기가 되는 사건들이 랜덤하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우고, 전투하는 미시 플레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7일간 한정된 행동력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거 유행했던 시저나 파라오와 같은 매니지먼트 게임인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건물을 짓고 거점을 확장하는 등의 액션은 특정 수치를 올리는 등의 역할 외에 전체 이야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분기가 달라지거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플레이어가 행동력을 소비할 땐 항상 보유하고 있는 신기사 중 일부를 선택해서 일을 맡기게 되는데, 이 때 신기사와의 호감도가 변화합니다. 그리고 이 호감도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되지요. 게다가 플레이어가 거점에 쌓아둔 업그레이드나 신기사와 쌓은 호감도는 다음 7일에는 리셋되어버리기 때문에, 7일을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성장한 캐릭터로 다시 도전해도 아주 쉽게 클리어해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난이도는 리셋되지 않고 주차가 계속될수록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6.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

플레이어가 행동력을 써서 했던 행동들은 모두 리셋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꽤 가혹해보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리셋되지 않고 계속 남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신기사도, 신기사가 끼고 있는 장비도 계속 남지요.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전투 스테이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스테이지의 난이도는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7일간 행동력을 분배하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신기사를 계속 수집하고 육성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전투를 하건, 건물을 짓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하기 위해선 신기사를 필요로 하고, 다양한 능력을 갖춘 신기사들을 많이 수집하는 것이 게임 진행에 중요합니다. 특히 7일도시는 캐릭터의 '쓸모'를 만들어주는 데 많은 신경을 쓴 인상입니다. 일단 모든 신기사와 보스들에겐 강刚-교巧-령灵 중 하나의 속성이 부여되어 흔히 말하는 가위바위보 상성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속성은 거의 모든 컨텐츠에 반영되어있죠. 그래서 게임을 좀 더 쉽게 진행하기 위해선 속성별로 주력캐를 하나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속성 안에도 탱커-물리딜러-마법딜러-서포터로 직업이 나뉘어 직업별로 팀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리한 속성이라고 딜러 셋만 넣었다간 녹아내리는 거죠.


행동력을 전투에만 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순찰/ 건설 / 개발과 같이 비전투 행동에 쓰이는 능력치도 따로 존재합니다. 각 행동을 할 땐 최대 3명의 신기사를 투입할 수 있는데, 해당 능력치의 합계가 그 기준을 넘어야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은 건설로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합계 10점의 건설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건설력이 4점인 캐릭터 3명을 투입하는 장면입니다. 전투든 건설이든 행동력을 쓸 땐 신기사의 피로도가 소모되기 때문에, 수치가 높은 소수 정예로 운용하기 보다는 다양한 신기사를 얕게 여러번 뿌리는 것이 유리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능력치가 낮은 잡캐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전투 액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거지요.


캐릭터의 희귀도는 성급으로 표현되는데요, S부터 C까지 4계의 등급이 있고, 각 등급은 다시 별 1개부터 4개까지 4단계로 나뉩니다. 어떤 캐릭터든 전 캐릭터에 범용으로 사용되는 성급 성장 전용 재료를 소모해서 최고 등급인 S-4성까지 육성시킬 수 있지만, 가능하면 시작 등급이 높은 희귀 캐릭터를 뽑는 것이 좋습니다. 이 구조는 등급 상성을 틀어막고 고등급에 대한 메리트를 강하게 부여해 가챠를 판매하는 일본식 모델과 모든 캐릭터가 같은 등급으로 시작하고 등급 성장이 열려있어 플레이어 개인적 관점에서의 꽝은 있어도 시스템 상 객관적인 꽝은 존재하지 않는[각주:3] 중국식 도탑 모델 양쪽의 장점만 취한 절묘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급은 성장시킬수도 있고 리셋되지도 않습니다만, 전용 재료 드랍이 굉장히 드물어서 성급 성장은 아주 가끔씩만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지속하게 하기 위해선 플레이의 결과로 도출되어 플레이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줌과 동시에 빈번하게 발생하여 플레이어에게 피드백을 주는 성장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레벨이 되겠습니다만, 이 게임은 캐릭터에 레벨이 없지요. 대신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의 성장이 이런 역할을 담당합니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는 드랍되지 않지만 장비들은 드랍되고, 이 장비들은 각각 고유한 능력치와 코스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정해진 코스트 한도 내에서 장비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고 장비는 플레이어 레벨 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스트 대비 성능이 좋은 희귀 장비를 수집하고, 장비 성장에 필요한 골드를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파밍이 됩니다. (골드가 정말 어마무지하게 들어갑니다.)


7. 파밍 컨텐츠 - 3인 코옵 PVE, 시공난류

아까 언급한 것 처럼, 영원의 7일에 포함되어있는 스테이지에서의 파밍은 제한적입니다. 일단 스테이지의 드랍도 굉장히 적고, 스테이지를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순찰' 행동으로 플레이어 경험치와 골드, 운 좋으면 장비를 얻을 수 있긴 합니다만 이 또한 행동력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영원의 7일은 꾸준히 플레이하는 파밍 컨텐츠가 아닌 것이죠. 7일도시의 파밍 컨텐츠는 사실 별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컨텐츠들은 첫 7일이 지난 2회차부터 등장합니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시공난류(时空乱流)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시공난류는 3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3인 코옵 PVE 컨텐츠입니다. 첫번째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총 5개의 지역이 있는데요, 한가운데의 스테이지는 18시와 자정에 한번씩만 열리고 들어갈 수 있는 스페셜 지역이고 그를 둘러싼 4개의 지역은 24시간 내내 플레이 가능합니다. 스페셜 지역은 딱 1스테이지로 구성되지만 나머지 일반 지역은 5개의 일반 스테이지와 마지막 보스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지요. 그리고 매일 4개 지역을 모두 클리어하면 보상을 줍니다. 일단 스타트를 끊으면 파티 매칭부터 플레이까지 모두 오토로 아주 편안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을 소모할 뿐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는 컨텐츠는 아닙니다.


이 시공난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플레이 컨텐츠가 아닌, 보상 컨텐츠입니다. 보상들이 여러 레이어로 쌓여있거든요.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위 스크린샷의 첫줄에 있는 상자 까기 보상입니다. 플레이 화면 우상단을 보면 상자 옆에 그래프가 있는데요, 적을 죽일 때 마다 그래프가 차오르고 상자가 열립니다. 그리고 그 판이 끝나고 나면 그 판 안에서 깐 상자의 보상을 받는 거지요. 이 그래프는 다음 스테이지로 계속 이어집니다. 두번째 줄에 있는 스테이지 클리어 보너스(小怪累积奖励, 소괴누적장려)는 각각의 스테이지를 깬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보스 스테이지의 경우는 소괴누적장려 대신 보스 클리어 보상을 주는데요, 처음엔 아까 첫 스크린샷의 보스 그림 옆에 있던 장비를 확정으로 주고 이후 부턴 골드를 줍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4개 지역을 모두 클리어하고 나면 추가로 골드와 젬 등의 보상을 줍니다.

장비와 골드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오토로 편하게 돌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공난류가 가장 기본적인 파밍 컨텐츠가 됩니다만, 일간 보상량이 한정되어있습니다. 여기까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상량을 제한하는 방식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처음엔 후하게 주다가 점점 보상이 감소하는 형식이거든요. 가장 기본이 되는 상자까기의 경우, 까면 깔수록 그래프가 점점 더 느리게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한판에 3개 4개씩 까지만 점차 2개 1개로 줄지요. 그러다가도 일정 갯수 이상을 깨면 아예 상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그래프도 쌓이지 않습니다. 판당 클리어 보상인 소괴 누적 장려 수령 횟수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의 내용이 감소하다가 횟수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더 보상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젠 6판 마다 1번씩 돌아오는 지역 보스 클리어 보상만 남게 되는데 이 역시도 일정 횟수가 지나면 끊깁니다. 지역 보스 보상까지 다 털고 나면 이제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이 다층의 보상 감소를 종합적으로 합산해보면, 플레이를 많은 시간을 쓸수록 전체 보상은 늘어나지만, 전체적인 효율은 더 나빠지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드코어 유저가 아주 하드하게 게임을 할 동기는 주어지지만, 적당한 시간을 쓰는 캐주얼한 유저라고 해도 완전히 뒤쳐지지는 않도록 배려하는 아주 절묘한 디자인이죠.


8. 전투의 재미를 즐기는 도전 컨텐츠들

핵심 파밍 컨텐츠도 오토로 돌면 되고 전투도 재미없다고 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 자체는 어디에 있는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전투가 재미없었던 것은 액션 RPG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과 스킬이 1개 밖에 없어 평타만 때려야했던 초반의 인상일 뿐, 게임을 조금 플레이하다 보면 평가가 금방 바뀌게 됩니다. 인터페이스가 액션 RPG이긴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멀티 히어로 게임이라, 정확하게 뛰고 구르는 움직임보다는 바닥에 깔린 장판을 피하고 필요할 때 스킬을 쓰면서 전투를 즐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스킬 연출들이 화려하지만 지리하지 않고, 회복 물약의 드랍에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긴장감도 있습니다. 또 전투 스테이지들도 단순히 다 쓸고 지나가는 소탕전 외에 NPC를 특정 위치까지 보호하는 호송, 웨이브 단위의 적 공격에서 살아남는 생존 등 다양한 구성이구요.


그리고 이 재미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도전 컨텐츠도 꽤 있습니다. 일단 '기억의 전당'(记忆殿堂)부터 시작해볼까요. 스토리나 레벨 진도에 관계 없이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죽 늘어놓고, 새로 스테이지를 깰 때 마다 보상을 주는 이른바 '시험의 탑'과 같은 컨텐츠입니다. 여러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나열되어있고, 각 캐릭터 별로 10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캐릭터 10개 스테이지를 깨면 첫 캐릭터의 기억 조각을 얻고 다음 캐릭터로 이어지는 구성이죠. 각 스테이지는 첫 클리어와 퍼펙트 클리어 이렇게 2개 기준으로 보상을 주는데요, 첫 클리어는 캐릭터 키우면 스탯으로 밀 수 있지만 퍼펙트 클리어는 'X초 내에 클리어' '상성 유리한 캐릭터 안쓰고 클리어' 등과 같이 스탯과 스킬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테이지별로 목표도 다르고 말이죠.


플레이를 조금 더 강조하는 컨텐츠로는 '자질시험'(资质考试, 자질고시)이 있습니다. 이틀에 한번 리셋되는 일종의 도전 컨텐츠인데, 일단 시작시에 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딜 치기' '추격하기' '방어하기' '보조하기'등 8개 종목 중 4개 종목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게 그냥 스탯이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고 숙달된 조작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딜치기의 경우는 스킬을 가능한 많이 쓰기 위해 스킬 쓰는 순서를 잘 맞춰야 하고, 보조하기의 경우는 적이 스킬 쓰는 타이밍에 맞춰서 맞스킬을 써서 스킬을 끊어내 아군 NPC를 보호하는 등의 형식이죠.


특히 이 자질시험은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사용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컨텐츠들과는 달리, 랜덤하게 선택된 3개 캐릭터 중 원하는 1개로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획득한 여러 캐릭터의 사용법을 익히는 훈련장으로써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 4개 종목을 합격하고 나면 이제 본시험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본시험은 그냥 각 단계별로 보스를 깨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아까 선택한 1명의 캐릭터는 고정이고, 나머지 2개 캐릭터는 자유롭게 고를 수 있지요. 계속해서 나오는 적들을 깨고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면 본선은 기억 전당과 유사합니다만, 캐릭터가 제한된다는 점과 2일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바뀐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9. 컨텐츠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7일도시는 일본풍의 그래픽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구조가 굉장히 특이한 게임입니다. 보통 동아시아로 뭉뚱그려지는 한/중/일의 게임이 각자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한국 / 일본 게임은 물론이고 기존의 중국 게임들과도 굉장히 다른 이질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 유일하게 히트한 수집형 RPG 게임[각주:4]인 자사의 음양사와도 다릅니다. 그냥 파격을 위한 파격일 수도 있고, 일본2D -> 비주얼 노블 -> 분기와 선택지 라는 의식의 흐름을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구조가 가지는 아주 중요한 장점에 대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컨텐츠의 활용성이죠.

우리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식의 게임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이런 구성에선 스토리와 컨텐츠는 대부분 1회성으로 소모됩니다. 일단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그 컨텐츠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서비스를 진행함에 따라, 사용자의 성장에 발맞춰 컨텐츠를 계속 추가해야하는데 성장 요소가 있는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핵심 고객인 고과금층은 막대한 돈을 쓰는 만큼 컨텐츠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모해나갑니다.

이런 컨텐츠의 소모 문제에 대해선 여러가지 대안들이 있었습니다. 턴제나 카드 배틀 형식으로 스테이지를 논리적인 컨테이너로만 사용하고 캐릭터 배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고, 기존의 컨텐츠를 '하드모드' 등으로 난이도를 높여서 재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본 게임들은 기본 컨텐츠는 느리게 업데이트하고 계속해서 모든 단계의 캐릭터가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 컨텐츠를 계속 추가해나가기도 하지요. 이런 조치들은 생산성과 재활용성을 높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컨텐츠의 소모를 늦추는 장치일 뿐 근본적으로 컨텐츠가 1회성으로 소모된다는 구조적인 문제 자체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7일 도시는 선택지와 분기가 있는 루프물이라는 구성을 통해 컨텐츠가 소모된다는 전제 자체를 뒤집어버립니다. 루프물이라는 기본 틀로 컨텐츠의 반복을 설득력 있게 전제시킵니다. 그리고 분기와 선택에 따른 이야기의 다양성을 부여함으로써 특정한 개별 사건은 반복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7일의 이야기들은 반복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또 끝낸 전투를 다시 하기 위해선 7일이 지나야하기 때문에 반복 주기도 길지요. 사용자는 더 이상 이미 경험한 뻔한 컨텐츠에서 노가다를 강요받지 않고 뭔가 예전에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아서 질리지 않는 컨텐츠를 계속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CG, 스토리,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등으로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주지요.

이 구조는 추후 라이브 환경에서 컨텐츠를 추가할 때에도 굉장히 효율이 높습니다. 선형 구조에선 한달 걸려 제일 끝에 신규 지역 붙여봤자 고과금 유저는 하루만에 돌파하고 할 거 없다고 배 두들기고 저과금 유저는 신규 지역이 10개 100개가 붙어도 나는 여전히 그 신규 컨텐츠 구경도 못하고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몹이나 잡고 있다고 투덜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분기가 있는 루프물에서 컨텐츠가 추가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플레이어들의 진도 격차와 관계 없이 모든 플레이어가 이 신규 컨텐츠를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변수들과 함께 분기의 일원이 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소모되지도 않고, 반복되는 주기도 길지요.

7일이 반복되고 수많은 분기가 있다는 독특한 컨셉이 실제로 그렇게 반복해서 도는 것이 기존의 게임보다 혁신적으로 재미있는지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일단 제가 비주얼 노블을 좋아하지도 않고, 중국어를 읽지도 못하며, 캐릭터들의 일본어 대사를 알아듣지도 못해요. 하지만 기존 구조에 비해 컨텐츠를 활용하는 효율 면에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뭐 중간에 스토리 쓰고 분기 만들고 이런 비용은 들겠지만, 컨텐츠를 새로 찍어내는 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이고, 이후에 뭔가를 추가할 때 마다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경험의 양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죠. 7일도시 처럼 퀄리티가 높아서 컨텐츠 제작 비용이 비싼 게임에는 정말로 훌륭한 구조입니다.


10. 유저의 만족감을 강조하는 캐릭터 수집

아까 성급 구분이 일본식과 중국식 사이에 걸쳐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구조 또한 컨텐츠의 활용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의 구조에 대한 한/중/일의 차이는 이전에 트위터에서 간략하게 짚었으니 링크의 타래를 한번 읽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손오공은 SSR, 크리링은 R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완전히 갈라놓고 가챠에서만 뽑게 하는 페그오 같은 일본식 구성은 장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과금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매출을 뽑아내기엔 유리하지만, SSR 획득까지의 비용을 특정할 수 없고 획득하지 못할 때 들인 비용이 모두 매몰되어 중/소과금 사용자에겐 굉장히 가혹하고 충분히 돈을 쓰지 않으면 돈 쓰는 재미가 없습니다. 모든 캐릭터를 동급으로 놓고 쌓아올리는 속도를 판매하는 도탑전기류 구성은 돈 쓰는 재미도 있고 매몰 비용도 없지만 장기 운영에 불리합니다. 전자는 좋은 카드를 뽑았을 때의 기쁨에 집중하고 후자는 꽝이 나와도 손해보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이제까진 이 둘은 서로 병행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만, 7일 도시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기본적으로 7일 도시의 캐릭터 성급 구조는 도탑전기의 그것 처럼, 모든 캐릭터가 끝없이 성장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C급 1성에서 시작해서 C급 4성을 채우고 나면 B급 1성으로 올라가고 이를 반복하면 S급 4성까지 올라가지요. (S급 4성 이후엔 신기가 개방되면서 신기를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중국 계정에 위안화가 없어 아직 거기까진 경험해보진 못했습니다.)

대신 이 구조를 운영하는 방식이 도탑전기류와는 다릅니다. 일단 캐릭터 별로 획득시 성급의 편차가 큽니다. 어떤 캐릭터는 얻자 마자 A급 1성이고 어떤 캐릭터는 C급 1성으로 시작합니다. 성급이 낮으면 스킬을 1~2개 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뽑을 때 시작 성급이 높은 캐릭터를 뽑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일본식 모델이 추구하는 '희귀캐 획득의 인센티브'가 실현되지요.

물론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성급을 끌어올리면 고등급 캐릭터와 대등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캐릭터 조각을 고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도탑전기와 달리, 7일도시는 캐릭 전용 조각 없이 일종의 만능 조각만으로만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만능 조각은 게임 중 굉장히 드물게 공급되어 성급 성장은 저빈도 고효과의 성장 컨텐츠입니다. 가챠에서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가 중복으로 뽑힐 경우 캐릭터 대신 50개씩 지급됩니다.

그래서 페그오에서 길가메쉬 나와달라고 외치면서 가챠를 뽑는 것 처럼 희귀한 태생 A급이 나와달라고 외치면서 가챠를 돌리게 되지만 설령 C급 1성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페그오에서 쓰레기 3성 뽑았을 때 만큼의 타격은 입지 않습니다. 일단 어쨌든 C급도 S급으로 끌어올릴 수가 있고, 해당캐릭터를 안쓰고 그냥 짬해놓는다고 쳐도 앞으로 만능조각을 얻을 확률이 올라가니까요.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게 하기 위한 속성간 상성 관계 역시 덜 가혹하게 설정되어있습니다. 유리 속성에 2배 데미지, 불리 속성에 절반 데미지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불 속성이 없으면 깨지 못하니 불 속성의 강캐를 가져오라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지만 7일도시의 상성은 25%의 데미지 추가 / 감소에 그치거든요. 속성에 맞는 강캐가 있으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당히 키웠으면 속성이 안맞아도 깰 만 합니다. 그리고 주력캐가 마땅치 않을 경우는 안쓰던 약캐도 1/3 확률로 쓸만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정도죠.


설령 전투 성능이 너무 낮아서 도저히 정상성이어도 쓸 수 없다면, 행동력을 소모하는 비전투 액션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치에 따라 순찰 / 선설 /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죠. 이게 최대 3명으로 요구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능력치가 평균만 되어도 활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설령 주력캐들의 비전투 능력치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이 보조캐들을 활용해서 피로도 소모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모든 캐릭터가 하루 5점 회복하고 하루 3명은 50점을 추가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주력캐만 사용하는 것이 아주 불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조캐가 있으면 주력캐의 행동력을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11.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닌, 이유 있는 파격

사실 7일도시에 대한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피쳐드 떴길래 받긴 했는데 넷이즈 게임이더라구요. 메이저 시장이 MMORPG 기반으로 흘러가고, IP 기반 도탑전기류 게임들도 시들해지면서 중국의 중/소규모 업체들이 저비용으로 생산 / 운영할 수 있는 일본풍 수집형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는 모양인데, 넷이즈 같은 거대기업이 왜 골목 상권을 침해하시나 싶었죠. 오프닝부터 아주 돈을 바른 티가 팍팍 나고 말이죠.

그런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이게 평범한 게임이 아니더군요. 액션 RPG를 만들고 싶었으면 쿵푸팬더3에 미소녀를 얹을 수 있었고, 수집형 RPG를 만들고 싶었으면 음양사에 미소녀를 얹을 수도 있었는데, 루프물 비쥬얼 노블에 매니지 게임 요소에 수집까지 다 섞어놓은 갓띵작이 튀어나온 겁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이 파격이 단순히 남과 다르기 위한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점이죠. 수집형 가챠 장사의 장점과 단점, 가챠에서 손해보기 싫어하는 중국 유저들의 성향, 고퀄리티 컨텐츠의 막대한 개발 비용과 속도 문제 등 부분 유료화 게임을 사업으로써 운영하면서 겪게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한 결과가 이 7일 도시인 것이죠. 바꿔 말하자면 넷이즈가 음양사로 수집형 RPG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파격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루프 구성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그 외에도 구석구석 참고할만한 요소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쓸수록 전체 보상량은 늘어나지만 보상 효율은 줄어드는 시공난류의 보상 체계는 하드코어한 플레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캐주얼한 플레이어와의 격차를 유지하는 굉장히 신박한 방법이죠. 그리고 파밍은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 없는 100% 오토로 시키고 소수의 임팩트 있는 전투만 수동으로 시키는 컨텐츠 구성 역시 불쾌감 없이 사용자의 시간을 빌려가면서도 한두번씩은 꼬박꼬박 게임을 시킴으로써 완전한 방관자가 아닌 플레이어의 감성을 갖도록 유지하고 있구요.

가챠로 얻는 캐릭터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법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게 확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반적이 만족도 - 특히 꽝을 뽑았을 때의 어그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못뽑으면 못뽑아서 절망하고, 뽑으면 또 그거 키우느라 고생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7일도시의 가챠는 당첨과 꽝이 명확하게 갈라지는 수집형 게임의 가차임에도 성공시의 만족도와 실패시의 어그로를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쓸모가 있기 때문에 꽝을 뽑는다고 아주 슬퍼할 일은 아닌 반면, 캐릭터 레벨을 날리고 성장을 장비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동안 누적된 플레이의 결과는 보전해주면서도 새로 뽑은 희귀캐를 바로 즉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여하튼 여러가지 의미로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게임이라 소개해드렸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요 아래에 안드로이드 APK 링크 있으니 츄라이 츄라이!

(안드로이드APK 다운로드)

 

  1. 중국어는 날짜를 셀 때 天을 씁니다. [본문으로]
  2. 미션 보상으로만 받아보고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이템 형식은 중국에서 일반적인 누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에 아예 다른 쪽에서의 매출 극대화를 위해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좀 더 플레이 해봐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본문으로]
  3. 원했던 손오공 대신 크리링이 나왔다고 해도, 이게 내가 원했던 그 물건이 아니었을 뿐 N등급 카드 처럼 완전히 쓸모 없는 쓰게기를 얻진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원치 않던 결과가 계속 쌓여 성장하면 결과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전력으로 환원되구요. [본문으로]
  4. 도탑전기는 각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경로가 기본 컨텐츠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육성형 게임이라고 봅니다.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지요.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7.12.04 06:11

원래는 트위터에 쓰던 이야기였습니다만 글이 길어져 블로그로 옮깁니다. 뜬금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기 때문에 다소 두서 없고 산만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한/일 양국에서 소녀전선/붕괴3rd/벽람항로가 선전하면서 중국 게임이 이제 기술적으로 앞선 것이 아닌가, 중국의 자본력에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보입니다. 저는 사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한국 게임이 중국에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순위권에 있는 게임들의 스크린샷만 비교해봐도 한국 게임의 퀄리티가 월등히 좋습니다. 문제는 퀄리티가 너무 좋다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시장 규모는 큰데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유저가 흔히 말하는 대세 게임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서 상/하위권 사이의 매출 격차가 매우 큽니다. 둘째로 기기 스펙이 정말 훌륭합니다. 전세계를 다 뒤져봐도 갤럭시와 같은 하이엔드 기기가 이렇게 많이 깔려있는 나라는 드뭅니다. 셋째로 대규모 마케팅이 쉽습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에 지하철 래핑하는 것 만으로 대략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도권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중앙 방송국과 계약하는 것 만으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지요. 넷째, 자본이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참신한 시도 보다는 이미 검증된 시도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참신했든 검증되었던 것이든 성공에 대한 보상은 그리 크지 않지요. 그 결과 불확실하지만 참신한 시도 보다는 실패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 네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최적화 하면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게임들이 나옵니다. 이미 검증된 BM과 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디자인을 바꾸는 모험은 피합니다. 기본 구조가 비슷비슷하니 퀄리티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때마침 고스펙 기기도 많이 깔려있고, 대량 마케팅으로 사람을 밀어넣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퀄리티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제작 단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부분 유료화 게임은 지불한 금액에 따른 컨텐츠 소비 속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고과금자들에게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면 더 많은 컨텐츠를 쏟아부어야 하지요. 더 많은 컨텐츠를 더 빨리 밀어넣어야 하는데,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어집니다. 그 결과 게임은 컨텐츠를 최대한 힘들게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됩니다.

반면 중국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여명과 같이 고퀄을 지향하는 게임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극상의 퀄리티를 추구하기 보다는 적당한 퀄리티를 추구합니다.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돈이 많은 일부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2~30만원짜리 중저가 휴대폰을 사용합니다.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겠다고 덤벼드는 순간, 잠재 고객이 뭉텅이로 썰려나갑니다. 그래서 지금 순위권에 올라와있는 게임들도 아주 가깝게 확대해서 보면 투박하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그게 티가 나지 않는 수준의 퀄리티에 머무릅니다. 굳이 그래픽으로 승부를 보겠다면 아예 화풍이나 분위기를 바꾸는 식으로 접근하지요. 음양사 정도면 굉장히 그래픽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대신 중국은 신규 유저 유치가 어려운 시장입니다. 땅덩이도 넓을 뿐더러, 지방 단위의 구분도 강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중국연통이지만 샹하이 중국연통과 광저우 중국연통은 분리되어있어서, 성 단위 전화를 하면 요금도 비싸게 받고 한 성에서 개통한 번호에 대해선 다른 성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가 없습니다. 더 작은 일본만 해도 TV 광고를 하기 위해선 같은 방송사라도 5개 권역별 지사에 따로 접촉을 했어야 하는데, 중국이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지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처럼 대규모의 마케팅으로 신규 유저를 확 빨아당기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IP 기반들이 주류가 된 것도 별도의 마케팅을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IP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모객 비용은 비싼데 경쟁은 치열합니다. 한달에 게임이 만단위로 쏟아진다고 하지요. 그러다보니 중국의 게임 디자인은 온 손님을 붙잡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모신 고객님이니 어쨌든 게임을 계속 하실 수 있도록 고객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계속 달래가면서 피드백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이런 유저 친화적인 캐주얼한 디자인은 한국에선 굳이 할 필요는 없는 요소지만 중국에선 살아남기 위해선 안하면 안되는 요소인 것이죠.

BM도 훨씬 캐주얼합니다. 무과금자 / 저과금자를 차별하기 보다는 고과금자를 우대하는 방향이지요. 무과금자 저과금자를 핍박하든 말든 돈 쓰는 사람은 자기 만족에 돈을 쓰는 것이고, 무과금 / 저과금자는 게임을 하는 이상 언젠가는 돈을 쓸 기회가 있지만 일단 꼬와서 접고 이탈해버린 사용자는 절대로 돈을 쓰지 않으니까요. 대신 돈을 쓰면 쓴 만큼 확실하게 챙겨줍니다. 그래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지요. 중국 게임은 안써서 약간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쾌하진 않은데 돈을 일단 쓰면 얼마를 쓰든 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진다구요.

한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소녀전선, 벽람, 붕괴3rd 셋 모두 정작 중국 내에서는 아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당장 겉보기로는 시장의 주류가 아닌 이른바 오덕계 게임인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게임들은 과금 모델 자체도 중국의 주류와는 동떨어져있습니다. 돈을 안쓰거나 덜써서 서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점은 기존 중국 게임들과 유사합니다만, 돈을 썼을 때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돈 쓰는 재미가 없달까요. 반면 이들이 선전하고 있는 시장인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과금자를 우대하기 보다는 무과금자들을 차별하는 시장입니다. 중국 기준으로는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돈 안써도 안서럽다는 건 기존에 없던 장점이 되고, 돈 쓰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국 기준이지 한국 / 일본의 기존 게임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 뭐 이래서 한/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까 언급한 것 처럼, 부분 유료화 게임에선 런칭 시점에 컨텐츠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컨텐츠를 계속 공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퀄리티가 낮은 중국 게임이 유리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퀄리티가 그렇게까지 높진 않기 때문에 같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양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퀄리티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여명이나 붕괴3rd같은 게임을 보면, 각 스테이지에 대해 별도의 배경 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맵은 가능한 적게 만들어두고 몹 배치만 바꿔서 계속 재활용 합니다.

특히 붕괴3rd의 경우, 컨텐츠 제작 단가가 높은 3D 액션 게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안쓰러울 정도인데요. 예를 들어 스테이지마다 3성 클리어 목표를 달리 설정하는 것은 중국 시장에선 굉장히 이례입니다만, 동시에 시각적 경험이 중요한 게임에서 스테이지 - 몹을 재활용하면서도 플레이 경험을 다변화 할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3D 캐릭터 또한 3색 메타를 섞어 넣어서 같은 하나의 캐릭터를 서너개의 캐릭터로 불려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3D 캐릭터는 제작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그 외에 무기, 성흔 등의 그림만 조달하면 되는 2D 일러스트 중심의 컨텐츠도 함께 사용합니다.

3D 액션 게임이 아니더라도 컨텐츠 생산성을 높이고 고과금자의 컨텐츠 소비 속도를 기분나쁘지 않게 늦추는 디자인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도탑전기류에서 일반적인 조각 모아 별의 갯수를 늘려나가는 디자인의 경우, 사실 기본 모태는 일본 가챠 게임의 '한계돌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1한돌 2한돌 3한돌 이렇게 딱딱 떨어지는 일본의 한계돌파와 달리 2장 중복이면 5성, 3장 중복이면 6성 이런 식으로 필요 중복 숫자를 늘려나감으로써 돈을 써서 앞서나가는 속도를 늦추고 비용은 늘려나갑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는 소탕 무료 + 행동력 가격 누진제 역시 안쓰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돈을 낸 것에 대해 확실히 빠른 성장을 제공하며 비용을 계속 증가시킴으로써 고과금자의 폭주를 제어합니다.

요약하자면 고퀄 게임을 만드는 기술에선 여전히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면서 운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기술은 중국이 한국보다 더 앞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느 한쪽이 나쁘다거나 게으르다기 보다는 양국의 시장 상황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이 판호 발급 이전부터도 중국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호환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 기준으로는 굉장히 투박하고 불친절하며 고압적입니다. 한국에선 바빠 죽겠는데 이렇게까지 해줘야 하나 싶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중국에선 너무도 당연한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얼르고 달래고 떠먹여주는 중국 게임을 하던 유저들 입장에서 한국 게임을 하면 정말 개돼지 취급당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냥 어떤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블소 모바일의 경우 기본 시스템 구성 자체는 텐센트가 얼마나 쫀 건지 모르겠지만 중국 게임의 표준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운영과 밸런스 기조가 완벽한 토종 김치게임이었기 때문에 딱 2시간만에 개돼지 취급 받느니 그냥 접고 마는 거죠. 반면 게임 시스템과 과금 기조를 모두 아우르는 중국 게임의 친절함은 한국 시장에서 다른 게임에 없는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은 아닌 거구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녀전선과 붕괴3rd, 벽람항로는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보다는 소수 매니아를 노린 게임이며, 중국 게임을 대표하기엔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이기 때문에 저들의 성공으로 중국 게임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배틀 그라운드가 2017년 한국 게임계를 대표할 순 없지 않냐는 거죠.


by 고금아 2017.11.02 00:08

그동안 열심히 재미있게 즐겨온 콘트라 리턴입니다만, 이제 슬슬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게임을 접기 전에 수익구조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소개가차에서 꽝의 가치를 높이는 특이점은 이전에 한번 정리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전반적인 수익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1. 게임의 기본적인 과금 요소

구분 

항목

 설명

 영웅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영웅 획득, 기존 영웅 각성(성급 성장)

 스킨

 스킨 언락으로 매력치 상승. (매력치 -> 매력레벨 -> 능력치)

 무기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무기 획득, 기존 무기 성급 성장

 부품

 부품을 모아 등급 상향. 모험스테이지 드랍을 위해 행동력 추가 구매

 스킨

 스킨 + 조각으로 각성 (능력치 상승, 스킬 변화)

 펫

 조각

 조각을 모아 신규 펫 획득, 기존 펫 성급 성장

 리셋권

 펫 능력치 랜덤 뽑기

 기타

 자원 구입

 골드 등 자원 및 행동력 구입 (누진제 적용)

 추가 보상 구입

 일간 제한 걸린 컨텐츠에서 보상을 추가로 획득 (누진제 적용)

 VIP

 자원 구입 / 추가 보상 구입 기회 확장
 특정 무기 / 영웅 확정 구매 가능
 소탕권


콘트라 리턴의 기본적인 과금 요소는 위와 같이 정리됩니다. 기본적으로는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을 끌어모으는 수직 성장 구조의 게임이며, 그 중에서도 영웅 - 무기 - 펫 3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성장 컨텐츠로는 이 외에 장비, 소환무기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과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기 때문에 위 표에선 생략했습니다.


2. 무기 일반 가챠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 가챠입니다. 무기 혹은 무기 조각을 얻는 것이 핵심이며, 꽝으로 골드나 무기의 레벨을 올리는데 드는 경험치 아이템, 부품 아이템 등이 떨어집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10장째는 무기(이미 보유한 무기가 걸렸을 경우는 조각 20개)가 보장됩니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10연 보장 가챠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가장 쉬운 것은 일반 10장에다가 최소 한도가 높은 1장을 섞어 10+1 장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만, 중국 게임들은 대체로 일반 9장에 보장 1장을 차례로 지급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가차를 사도 10장째엔 무조건 보장이 나오는 거지요. 위 스크린샷의 경우 4장을 더 사면 4장째엔 무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10+1 구성에서 10연가차의 핵심 상품은 기본으로 깔리는 10장이 아니라 +1장으로 지급되는 보장 가챠에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용과 동일한 무료 가차를 10장이 아니라 20장 30장을 준다고 해도 유상 10+1 가차 1회 보다 가치가 떨어지게 되지요. 반면 중국식 구성은 무과금이라고 해도 어쨌든 회당 쿨타임 48시간 X 10번 = 20일에 무기를 1개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카운트는 유상 구입 / 무상 구입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과금 사용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줍니다.

이 10장째는 보장이라는 시스템은 무과금 / 저과금에 호의적이기도 합니다만, 게임 내 젬의 가치를 높이는데도 영향을 끼칩니다. 단가챠와 10연가챠가 분리된 10+1 구성에선 단가챠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10연가차만이 의미를 지닙니다. 만일 10연 가챠가 3000젬이라면, 젬의 가치는 3000젬을 넘느냐 못넘느냐에 따라 크게 요동치죠.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100젬이든 2999젬이든 어차피 10연을 못사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면 10장째 보장에선 단가챠를 사면 저 보장이 가챠 1회씩, 혹은 무료 가챠 2일씩 당겨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로는 단 300젬으로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순간도 오겠지요. 그래서 게임 내에서 보상으로 혹은 이벤트로 지급되는 소액 젬들이 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고 사용자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게 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누진제를 기반으로 해서 소액젬들이 효용이 큰 것이 중국 게임들의 특징이긴 합니다.


3. 무기 한정 가챠

이전, 꽝을 활용하는 방법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콘트라 리턴에선 무기들이 오렌지색S, 보라색S, 보라색A 등과 같이 태생 등급이 명확히 나눠져 있습니다. 당연히 태생 등급이 높을수록 좋지만, 일반 가챠에선 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고과금이라고 해도 일반 가챠를 계속 돌리는 건 굉장히 무의미해 보입니다. 오렌지색은 정말 더럽게 안나오고, 그나마 귀한 보라색S를 6성까지 키워도 오렌지 S 3성보다 못하거든요. 그래서 오렌지색 장비를 위한 스페셜 한정 가챠가 존재합니다. 보통 1~2주 단위로 오렌지색 S 무기 하나를 꼽아서 구성하지요. (위 스크린샷은 황금AK 때였고, 이 뒤로 황금개틀링건, 황금M4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한정 가챠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행운권 80장을 쓰면 1번 굴릴 수 있고, 5연은 조금 할인해줍니다. 최근엔 50장으로 줄긴 했습니다만, 1회차의 단가는 50젬으로 동일합니다. 일반 가챠가 168젬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해보입니다만 여기엔 몇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우선, 저 UI 부터가 함정입니다. 말판 처럼 꾸며놓고, 하이라이트가 말판들을 시계방향으로 훑다가 멈추기 때문에 황금 AK 당첨 확률이 1/14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의 종류가 14가지인 것이지 확률이 1/14인 것이 아닙니다. 확률이 더럽게 낮아요. 제가 저걸 한 500개쯤 굴려봤는데 황금AK 파편도 한번 못걸리고 스크린샷에선 이미 당첨되었다는 도장이 찍혀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오른쪽 구석의 보라색S 하나 걸리게 전부입니다.

둘째로, 몇번을 굴리든 보장이 없습니다. 뽑을 때 마다 행운치라는 숫자가 올라가고, 행운치가 높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고는 합니다만, 그래서 1점당 얼마가 올라가는지는 공표하고 있지 않지요. 그래도 행운치가 좀 더 올라갔으니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더 돌려 봅니다만 여전히 손에 쥐는 건 꽝입니다. 그런데 행운치가 올라갔으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의 순환이 반복되지요.

정리하자면

1) 단가는 싸다

2) 어쨌든 게임 내에서 가장 희귀한 오렌지S 등급 무기가 걸려있다.

3) 확률이 높아보인다. (사실은 보기보다 확률이 굉장히 낮다)

4) 하지만 사실은 보장이 없고, 한번 발을 들이면 손절하고 털고 나오기 힘들다.

기존 한정 가챠가 일반적인 과금 사용자를 위한 컨텐츠라면, 이 한정 가챠는 이미 차상위 아이템(보라색)은 필요 없는 최상위 과금자를 대상으로 아주 영혼까지 착실하게 공략하는 사악한 과금 시스템입니다.


4. 영웅 한정 가챠

그 다음은 영웅 한정 가챠입니다. 콘트라 리턴에선 여러 영웅이 존재하는데, 무기와 마찬가지로 S급, A급, B급으로 나뉩니다. 이 중 S급 영웅들은 특정 영웅 기간 한정 가챠로만 판매됩니다. 위 스크린샷은 첫번째 한정 영웅이었던 에이전트 18호 기간 한정 가챠입니다.

오른쪽에 보면 한정 가차를 1회 혹은 5회씩 구입해서 개봉할 수 있지요. 일반 가챠와 이 한정 가챠의 차이점은 2가지 입니다. 일단 쌉니다. 일반 가챠가 1회 168젬인데, 이 스페셜 가챠는 앞서 소개한 무기 한정 가챠와 마찬가지로 단돈 50젬입니다. 그리고 무기 한정 가챠와 마찬가지로 확률이 희박하고 10연 보장 같은 게 없습니다. 제가 400개 뽑는 동안 딱 한번 조각 20개 구경한 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희박한 가챠를 왜 뽑느냐? 물론 기본적으로는 저 S급 영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저 한정 가챠 뿐이기 때문입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구입 횟수에 의한 확정 보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보시면 20, 60, 136, 200, 300 이라는 숫자와 '이미 수령했음' 이라는 문구가 보일 겁니다. 해당 횟수 만큼 뽑으면 고정 보상으로 영웅 조각을 조금씩 주는데, 136개까지 받는 조각을 모두 합치면 조각이 50개가 되어서 딱 캐릭터 1개가 만들어집니다. 여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680위안, 우리 돈으로 11만6천원 가량이 됩니다. 딱 11.6만원만 내면 새 S급 영웅이 손에 들어오는 거지요. 참 저렴하지요?

사람마다 지불할 수 있는 의욕과 한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사용자가 낼 수 있고 내고 싶은 만큼 받는다는 것이 부분 유료화의 핵심인데, 고작 11.6만원만 받고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겠죠. 특히 중국 게임이 말입니다. 그래서 왼쪽을 보시면 확정 보상 외에, 구매 랭킹 보상이 있습니다. 이 한정 가차를 구매한 횟수에 따라 랭킹을 세워서 추가 보상을 주는 거지요. 1위에겐 18호 조각 120개 + 스페셜 스킨이 주어집니다. 18호 조각도, 스페셜 스킨도 다른 곳에선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조각 120개를 모으면 풀 각성이 되고, 스페셜 스킨으로 추가 매력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18호 완전 정복 세트를 경매에 붙임 셈입니다. 2~3등 18호 조각 70개, 4~5등 18호 조각 30개 다 의미 없습니다. 120개 먹고 풀각성을 찍어야 스킬이 바뀝니다. 그 이전 단계 각성의 스탯 상승은 정말 무의미합니다. 1등이 되어야만 합니다. 전 위 이벤트에서 1위를 노리고 달렸으나 막판에 젬이 떨어져서 충전하는 사이 이벤트가 종료되는 바람에 2위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한정 가챠 + 랭킹의 조합은 KOF98UM에서도 오로치, 쿠라 이벤트 등으로 먼저 선보인 바 있습니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습니다. 오로치 가챠 등은 사실상 일반 가챠와 동일한 가챠를 판매하면서 (동일한 가격, 10장 중 1장은 캐릭터 보장) 랭킹 이벤트를 붙이는 형식입니다. 극소수만 랭커 보상을 통해 최고 상품을 얻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캐릭터도 얻을 수 있는 오로치 가챠와 달리 이 한정 가챠에선 소환무기 조각 등이 나오기 때문에 부산물의 만족도가 크게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 가격도 낮고, 대신 12만원 이라는 낮은 천장을 설치한 겁니다. 그래서 1) 136개 구매 확정 보상으로 신규 영웅 획득에 만족하는 계층 (대략 12만원 선) / 2) 20위권 내의 추가 보상을 원하는 계층 (대략 20만원 선) / 3) 풀각성 + 스페셜 스킨을 원하는 최상위 계층 (대략 40만원 이상) 이렇게 구매자를 3개 계층으로 나눠 공략합니다. 일단 제가 속한 서버에선 450개 정도면 1등이었는데, 다른 서버는 모르겠네요.


5. 영웅 / 펫 직접 판매

그런데 콘트라 리턴에서 사용자가 영웅을 획득하는 것은 매출 뿐만 아니라 게임의 운영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게임의 주력 상품인 무기가 이미 정형화되어있는 상태에서 신규 영웅을 계속 투입해서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무과금 / 저과금 사용자도 영웅을 계속 획득할 필요가 있지요. 그래서 S급이 아닌 A급 영웅들은 저렴하게 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흰곰 같은 경우 1480젬인데요, 10연가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전 VIP 혜택 때문에 20% 할인 받아 1184젬입니다.) 게임 내 무료로 지급되는 젬도 잘 모으면 하루 100젬 가까이 되고, 월정액 서비스로도 하루 200젬 가량 들어오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액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간 한정 판매이기 때문에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하고, 젬이 부족하면 젬을 구입해서라도 사야 하는 물건이죠.

펫의 경우는 옆에는 S급 펫도 단돈 980젬에 팔고 있는데요, 펫은 영웅보다도 더 게임 핵심이 아닌지라 더 싸게 팔고 있습니다. 단, 펫은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려야만 능력치 상한도 오르고 추가 펫 스킬 슬롯이 늘어나기 때문에 980젬으로 하나 얻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뒤에 좀 더 비싸게 파는 조각들을 더 사모아야 하죠.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지만 나갈 땐 아닌 법입니다.


6. 기간 한정 현금 패키지 판매

일반 가챠든 한정 가챠든 펫 / 영웅 직접 판매든 기본적으로는 젬을 소비하도록 되어있습니다만, 현금을 받고 직접 판매하는 패키지도 존재합니다. 다만 단가와 구성이라는 측면에선 한국의 패키지 판매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현금 패키지의 핵심 상품은 영웅의 스킨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영웅의 외견을 바꿔주는 꾸미기 아이템입니다만, 여기에 약간의 보너스가 붙어있습니다.


각 스킨에는 매력치라는 수치가 있어서, 스킨을 해금할 때 이 매력치가 계정에 더해집니다. 그리고 누적된 매력치에 대해 매력 레벨이 메겨지고, 매력 레벨에 대해 스탯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위 스크린샷에 보이는 스킨은 400점의 매력치를 더해주고, 현재 제 매력 레벨은 15레벨이며 공격력 2786 방어력 2786 생명력 8374를 받아 전체 전투력에 25090점의 보너스를 받고 있습니다. 2700까지 올리면 16레벨로 올라가겠죠. 제가 게임 상에 존재하는 영웅 & 스킨 중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데도 보너스는 25000점 정도입니다. 전체 화력 63만점 중 대략 4% 정도에 해당합니다.

전투력 비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 내에서 스킨은 기본적으로 치장형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치장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현금으로만 팔아도 될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영웅 조각을 끼얹고, 매력치에 의한 스탯 보너스를 약간 더함으로써 단순히 이쁘니까 외에 과금사용자들이 현금을 내고 구입할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장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가격은 5천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여기서 패키지 아이템에 대한 첨언을 드리자면, 콘트라 리턴의 현금 패키지가 굉장히 저렴하긴 하지만 대체로 중국의 패키지 아이템의 가격이 한국보다 낮습니다. 한국에선 10만원짜리 패키지 없는 게임을 못본 것 같은데 제가 중국 게임에서 본 패키지 가격 상한은 대략 168위안 (3만원 상당) 이었습니다. 이는 패키지를 구성하는 방법과 문화적 관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양적 공급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루에 1개씩 나오는 XX결정을 X 만원에 XX개 판매 이런 식으로 패키징하죠. 이런 양적 공급에는 당연히 많이 사면 깎아준다는 관습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템의 구매 단가를 비교해보면 오히려 돈을 많이 쓴 사람이 적게 쓴 사람보다 더 싸게 사는 현상이 발생하고, 우선 가장 비싼 패키지(가장 효율이 좋은 패키지)를 산 다음 덜 비싼 패키지(더 효율이 나쁜 패키지)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가장 비싼 패키지가 가장 잘 팔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중국의 경우는, 반대로 살수록 가격을 높이는 누진제가 기본입니다. 게임 행동력 50점을 구입하는데 처음엔 10젬 들지만 몇번 사다 보면 50젬, 100젬, 200젬으로 계속 올라가죠. 이런 구성은 과금의 최소 단위가 낮기 때문에 무/소/중/고과금 전체를 대상으로 장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한국식 패키지의 경우, 중/저가 패키지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최고가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에겐 매력이 없습니다.) 첫 단계에선 과금 대비 효율이 좋기 때문에 과금 전환율도 높일 수 있구요. 하지만 중/고과금을 넘어서게 되면 효용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집니다. 이를 통해 고과금자와 무/저과금자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이거나, 그 격차에 대해 확실한 과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됩니다. 가격차별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땐 이 구조가 훨씬 우수하다고 볼 수 있죠.

여하튼 이런 관점에서 중국식 패키지는 게임의 주력 매출원이 아닌, 일종의 이벤트성 특판 상품입니다. 제한을 걸어서 가성비가 좋은 패키지를 판매함으로써 개별 판매 단가는 낮더라도 전체 유저에게 두루 과금할 수 있는 상품이죠. 무/저과금자에겐 정말 반드시 사야 할 쿨매입니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은 고과금자에겐 무/저과금자들보다는 효용이 떨어지지만 어쨌든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무조건 사야 합니다.

특판 치고 5천원 ~ 3만원이면 너무 싼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인구가 깡패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경우 일일 DAU가 2백만 쯤 되는 것 같더군요. 그 중 10%만 산다고 쳐도 20만명이고 5천원씩 받고 팔면 10억원입니다.



7. 펫 능력치 리셋

펫 자체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간 한정 특별 상품으로 젬 고정가에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대신 펫을 키우는데는 좀 더 많은 과금이 필요합니다. 각 펫은 공격, 명중, 크리티컬, 방어무시 4가지의 속성과 최대 4칸의 스킬 슬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스킬 슬롯은 최초 2개만 열려있다가 조각 모음으로 성급을 올려야 추가로 열립니다. 슬롯을 뚫었다고 스킬이 바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펫 능력치 리셋을 해야 합니다.

펫 능력치 리셋 기능은 위 4개 능력치 + 스킬 슬롯의 내용을 무작위로 바꿔줍니다. 이게 결과가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바뀌는 리셋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적당할 때 멈추고 빠져나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리셋권으로도 돌릴 수 있지만 리셋권은 직접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새 펫 나왔다고 신나게 돌리다가 결국은 젬으로 돌리게 됩니다. 다만 각각의 능력치에 대해선 '확정' 옵션을 걸어서 리셋되지 않도록 지정할 수 있습니다만, 확정 옵션을 건 항목이 늘어날수록 소모되는 리셋권 / 젬의 양이 2배씩 늘어납니다. 그리고 설령 능력치 4종을 모두 랜덤으로 묶었다고 해도 스킬에는 확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스킬작 까지 하려면 막대한 리셋권 혹은 젬이 소모됩니다.

어쨌든 위 스크린샷 처럼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확정 옵션 걸다 보면 가진 리셋권을 다 털어먹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만 그 뒤엔 새 펫이 나온다는 것이 함정이죠. 아, 펫은 대표 펫 1마리에 보조 펫 3마리까지 총 4마리를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새 펫이 나왔다고 기존 펫이 완전히 쓸모없어지진 않습니다.


8. 누진제 기반의 추가 기회 상품들

이상은 게임의 핵심 토큰에 대한 유료화 모델이었고, 이번엔 게임 컨텐츠에 대한 유료화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뭐 기본은 기존 중국 게임들과 같이 소액 젬 서비스에 누진제를 걸어서 초반엔 꿀가성비로 유인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창렬하게 털리는 구성입니다.

다만 특징이 있다면 일간 플레이 제한이 걸린 컨텐츠가 상당히 많고, 해당 컨텐츠에 대해선 추가 플레이 기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추가 보상 기회를 판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특히 매일 요일별로 정해진 특정 무기로 3번 플레이하는 군계대수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보상이 바뀌는데 오렌지S급 무기 조각들은 보통은 도달하기 힘든 최고 난이도에서만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두번, 최고 무기를 1회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지급해주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은 오렌지S급 조각을 얻을 수 있는 난이도에 도전해서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만일 오렌지S조각을 못얻었거나 더 얻고 싶다면 위에 나오는 추가 보상 구매를 사용해서 돈을 계속 밀어넣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끝까지 땡기면 하루에 10연가차 2회분은 소모하는데, 못해도 보라색 S급 조각이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당기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위 스크린샷의 현상모식은 이런 과금을 2중으로 걸어둔 컨텐츠입니다. 우선 임무가 랜덤하게 정해지는데, 별 갯수에 따라 난이도엔 변화가 없지만 보상이 높아집니다. 특히 5성이 되면 4성급 무기 조각과 가장 높은 단계의 펫 경험치권, 펫 조각이 떨어지지요. 1성에선 그냥 쓰레기 보상이 들어옵니다. 현재 받은 미션 보상이 마음에 안들면 젬을 조금 내고 다시 리셋할 수 있습니다. 리셋 비용은 10젬으로 시작해 점점 높아지죠. 그리고 이왕 좋은 성급으로 도전했으면 다시 젬을 내고 추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구요. 기본 제공 5번을 다 하고 났더니 다음 미션으로 5성이 떴다.. 그럼 다시 추가 플레이 기회를 30젬 내고 삽니다. 추가 기회는 유상 리셋이 불가능합니다.

눈이 밝으신 분이라면 위 스크린샷에서 '소탕권'을 발견하시고는 '이제 중국에선 소탕권 안판대매!!' 라고 버럭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엔 소탕권이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소탕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모험모드는 기존 텐센트 게임과 마찬가지로 소탕권 없이, 추가 비용 없이 그냥 소탕을 지원합니다. 요즘은 50회 자동 소탕까지 지원합니다.


저 소탕권은 일일 2인 코옵 PVE나 위의 현상모식, 군계대수와 같이 일간 플레이에 제한이 걸려있는 컨텐츠에만 사용됩니다. 그리고 따로 판매하지도 않고 VIP 보상이나 월정액 보상 등으로만 지급되는데 대략적으로 하루에 쓰는 것 보다 더 줍니다. 괴로운 플레이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귀한 서비스가 아니라, 한달에 한 3만원 내면 하루에 한 20분 정도의 일일 컨텐츠를 아껴주는 수준인 거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도탑전기에서 보셨던 게임 기본 모드에 대해 소탕권이라는 아이템으로 제한을 거는 것은 이제 중국에서 멸종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탕권 파는 것 보다는 행동력을 재빨리 소진시키고 행동력을 더 파는 쪽이 사는 사람의 만족감도 높고 파는 입장에서도 매출이 더 나오니까요. (설마 아직도 출시 3년이나 지난 도탑전기를 놓고 중국 게임을 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해서 첨언드립니다. KOF98UM도 도탑이랑 얼마 차이 안납니다..)


여하튼 그리고 이 모든 체계를 감싸는 VIP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는 VIP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저 자잘한 소액 젬 서비스들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물론 누진제가 붙어서 뒤쪽 단계의 단가는 계속 올라갑니다. 군계대사나 현상모식 추가 플레이 이런 건 뭐 끝까지 땡겨 써봤습니다만, 행동력이나 골드 구매 같은 경우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추가로 현상모식에서 무료로 임무 리셋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보통은 무료 3번 다 땡겨쓰고 나서 젬을 끌어쓰지요..

또한 각 VIP단계에 도달할 떄 마다 VIP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보라색S 레이저총을 구입할 수 있게 되고, 50만원 선에선 오렌지 S급 유탄발사기 1기(3성), 100만원에선 S급 영웅 하나, 160만원에선 앞의 S급 유탄 발사기를 4성으로 올릴 수 있는 조각이 지급됩니다. 중국 게임들이 늘 그렇듯이 없다고 못할 건 아닌데 있으면 참 좋은 물건들입니다.



9. 정리-1. 중국 게임 과금의 기본 방향

콘트라는 이미 KOF98UM - 나루토 - 드래곤볼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던 텐센트의 과금 노하우를 기반으로, 게임 특성에 맞게 일부에 변형을 가한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누진제를 게임 전체에 적용시켜 소액젬의 활용성을 높이고 부수적으로 게임 내 내 보상으로 지급되는 젬에 대한 가치를 높임으로써 무/소과금에 친화적인 중국 게임의 대표적인 특성을 따라갑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위와 같은 모양이 될 것입니다. 양적 할인에 의한 패키지에 기반하는 게임들은 비용이 증가할수록 효용이 더 크게 증가하는 곡선을 띕니다.(녹색 선) 이런 체계는 2가지의 구조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첫째는 비용대비 효용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무/저과금과 고과금자의 격차가 계속해서 크게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고과금자가 매출의 핵심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저과금자가 필요한데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게임 내 생태계가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무/저과금자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무상 보상을 찔러주게되면 반대로 고과금자가 누리는 효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요.

두번째는 효용이 일정 정도에 이르기 전에는 투입한 비용에 비해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중/소과금 매력이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아까 3만원 패키지 10만원 패키지의 예를 들었는데요, 10만원 이상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10만원 사고도 돈이 남아서 (그리고 구매 제한에 걸려서) 3만원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지만 3만원 밖에 못쓰는 사람은 3만원 패키지를 사기에 10만원 패키지보다 효율이 낮기 때문에 3만원 패키지 구매를 꺼리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체 과금 구간 중 일정액은 본래 지불 여력 / 의사보다도 낮은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과금 비효율은 가챠 중심 게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욱 거친 형식으루요. 아무리 가챠가 지불한 비용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선 본인이 원하는 그것이 아닌 이상 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낮은 확률을 뚫고 획득하기 전까지는 얼마를 투입하든 핵심 상품을 손에 넣지 못한 이상 사용자가 느끼는 효용은 0에 머무릅니다. 돈을 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죠. (뭐 반대로 그래서 오기로 더 쓰게 되는 효과도 있을 수 있긴 하겠습니다만, 저는 지속가능한 장사를 위해선 얼마를 쓰든 돈을 쓴 만큼 행복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1등상의 효용이 굉장히 크고, 확률이 굉장히 낮게 잡힌다면 극단적으로는 3천만원을 내나 한푼도 안내나 모두 함께 평등한 상황도 오게 됩니다. (그럼 애초에 지르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실질적인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보상이 충분히 좋으면 이 확률의 희박성이 무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출처를 까먹었네요.)

반면 중국 게임들이 채택하고 있는 누진제 기반의 과금 체계는 처음엔 비용 대비 효용이 크게 증가하다가 점차 효용 증가세가 감소하는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붉은색 선) 단적으로 말하자면 4성 손오공을 얻기는 어렵지 않지만, 7성으로 키우기는 많이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이 구조에선 중/소과금에서 효율이 극대화되어 소액 구매를 해도 사용자 만족도가 높고, 따라서 구매 전환율이 높아집니다. 흔히 농담처럼 이야기하죠. 10억 인구에 100원씩만 걷어도 1천억원이라구요. 그리고 얼마를 쓰든 과금에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구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중국 게임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얼마를 쓰든 일단 돈을 쓴 이상 행복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모바일 장사의 핵심이 되는 고과금자 유치에 불리하지 않은가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효용의 증가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분명히 효용은 증가하고 있고, 더 쓰면 남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미 이 구간에 들어오면 합리적인 구매는 고려되지 않고 있거나, 돌고래 이하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사실 이 부분은 한/중 문화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플레이해본 중국 게임은 과금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모든 요소에서 '차이'의 크기 보다는 '존재'와 '빈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성장한다. 100시간에 100점 오를 거면 1시간에 1점씩 100시간 오르게 해달라는 인식이죠. 이전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쥬얼 게임 디자인 에서도 보여드렸지만 며칠 걸려 크리링 67레벨을 68만들었더니 총 능력치는 0.4% 오르더군요. 하지만 어쨌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장하려 하고,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돈을 씁니다.

반면 한국은 성장이든 과금이든 차이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다면 - 즉 효용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100점 오른다고 하면 100시간 노가다할 수 있지만 1시간에 1점 오르는 걸 100시간 하라면 못한달까요. 과금도 마찬가지로 화끈하게 벌릴 수 있어야 화끈하게 쓰지, 쪼잔하게 여러번 질러서 쪼잔하게 앞서나가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이건 유저가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개발자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 뭐 KOF98UM이 그래도 꾸준히 순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사드 이전에 중국에 진출한 게임들의 성과가 나빴던 것을 보면 그래도 역시 중화 모델이 더 우수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긴 합니다.


10. 정리2 - 콘트라의 과금 구조 특성

일반적인 중국의 RPG 게임들은 초기엔 당장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챠가 고효율을 보장하고, 적당히 캐릭터가 모이면 행동력 및 보상 추가 구매로 갔다가, 누진제로 인한 비용 증가로 비용 대비 효용 증가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가챠로 돌아가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행동력 판매 자체의 매출은 높지 않더라도, 고과금 사용자에게 가챠 구매의 합리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다만 콘트라의 경우는, 캐릭터가 아닌 '무기'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타 게임 대비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장이 12만원인 영웅 가챠라거나, 저렴하지만 비용은 사실 높은 무기 한정 가챠 등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런 시도는 크게 2가지의 큰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박리다매 (Feat. 현금박치기)

2) 고과금자를 향한 맞춤형 공략

영웅의 경우, 좋기 때문에 무슨 돈을 들여도 얻어야 하는 그런 킹왕짱 상품은 아닙니다만, 반대로 조금만 돈을 쓰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상품으로 배치합니다. 물론 무과금 / 저과금으로는 영웅 한정 가차에서 S급 영웅을 얻긴 힘들겠습니다만, 반대로 12만원만 내면 남들이 못가진 무언가를 가진 특권층이 될 수 있지요. 그리고 A급 영웅은 무과금으로도 획득이 어렵지 않아서 거의 누구나 새 캐릭터에 의한 새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요.

그리고 중간 중간 스킨을 싸게 현금으로 팔아서 소과금 / 중과금으로 전환시키고 현찰을 땡깁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차든 확정 상품이든 젬으로 팔 경우엔 항상 게임 내 기본 제공되는 무료젬이 혼입되어 실제 매출 발생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박리다매 전략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단가를 희생해서라도 전체 규모로 더 큰 매출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젬으로 팔아선 싸게 팔기만 하고 큰 재미를 못볼 우려가 있지요. 하지만 스킨 패키지는 단가 자체는 5천원으로 낮지만 현금 상품이기 때문에 확실히 현금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기본판은 박리다매를 깔아놓지만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 매출의 핵심인 고과금자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한정 외형의 랭킹 보상이나 S급 무기 한정 가챠 등은 소/중과금자 입장에선 무의미해보일 수 있지만 고과금자 입장에선 충분히 필요한 물건을 괜찮은 가격에 팔아주는 맞춤형 상품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상품 매력이 낮기 때문에 단가도 높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게임 구조상 더 이상을 생각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전민돌격(백발백중)과 같은 스튜디오의 게임이고, 총을 기본으로 삼고 캐릭터를 부가 요소로 삼는다는 점에선 백발백중과의 차이점을 살펴봐도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전민돌격을 플레이하지 못해서 비교/대조를 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쉽습니다.


by 고금아 2017.10.22 20:07


그간 격조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몇달은 된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일이 매우 바쁘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일본 시장에 게임을 팔고 있다 보니 중국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일본 게임을 또 열심히 한 건 아닙니다만) 무엇보다도 굳이 블로그를 쓸 만큼 흥미로운 게임을 찾지 못한 것이 그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최근 중국 게임 차트를 보고 있으면 좀 재미가 없습니다. 몇달간 넷이즈 음양사와 텐센트의 왕자영요 정도를 제외하면 IP기반의 MMORPG가 계속해서 차트 상위권을 틀어막고 신규 게임이 들어오질 못하고 있었거든요. 비MMORPG로 상당히 선전하던 텐센트도 전민투전신이나 가두농구(프리스타일 모바일)이 부진하면서 이미 출시한지 1년 가량 지난 나루토, 전민비기대전, 왕자영요 외에 새 게임을 순위권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대륙의 대세는 MMORPG인 것 같은데 MMORPG를 파보긴 싫어서 (언어 장벽도 크고, 기본적으로 켜놓기만 하고 있는 게임은 폰을 묶어놓고 있어야 해서 싫어합니다.) 방황하던 차에, 간만에 텐센트가 신작을 하나 신작을 10위권 내에 올립니다. 3~40대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로 그 이름, '콘트라'로 말이죠. (정확히는 콘트라:귀래(归来) 지만, 여기서는 콘트라 리턴 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콘트라 여서가 아니라 MMORPG가 아니여서 반가운 마음에 설치를 하고 보니.. 이건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게임이더군요.


0. 콘트라가 모바일로 돌아오다


일단 원작 콘트라에 대해선 위 동영상으로 모든 설명을 대체하겠습니다. 요즘은 세가가 콘솔 하드웨어 사업을 했다는 사실도 잊혀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저 자신이 사실 콘트라의 팬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뭐라 덧붙일 말이 없네요. 여튼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사방으로 총을 쏘면서 달리고 구르고 점프하는 정신없는 게임을 모바일로 어떻게 옮겨뒀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일단 설치해보았습니다.

iOS 다운로드 (중국 계정 필요)

AOS 다운로드


1. 캐주얼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이식한 기본 플레이

일단 콘트라를 모바일로 옮겼다고 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조작과 난이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원작 콘트라 자체가 일단 컨트롤이 빡셉니다. 당장 총을 쏘는 것 부터 앞으로만 쏘는 게 아니라 상하좌우 대각선까지 방향을 잡아줘야 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도 한쪽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 움직이면서 아래로 숙이고 위로 점프하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정교하게 입력해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고전 답게 적들은 많고 죽기는 쉬워서 사실 전 원본 영상에서 나오는 백뷰 시점은 구경도 못해봤어요. 그런데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콘트라 리턴은 원작 만큼 그렇게 빡세게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일단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적에게 십자선이 붙은 것이 눈에 띌 겁니다. 공격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자동으로 조준을 해줍니다. 일단 이것 만으로도 게임이 쉬워집니다만, 콘트라 리턴의 핵심은 플레이어 캐릭터 머리 위에 있는 녹색 HP바에 있습니다. 원래 콘트라는 그 시절 게임이 다 그렇듯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굉장히 가혹한 게임이었습니다. 총알을 단 한발맞 맞아도 죽기 때문에 총알을 피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위로 뛰고 아래로 엎드리는 게임이었죠. 그리고 그러다가 실수로 구멍에 떨어지면 죽고 전기가 흐르는 발판을 밟으면 죽는, 게임 내내 하이 텐션을 유지하는 게임이었어죠. 하지만 HP라는 개념이 추가되면서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만 콘트라 리턴은 실수를 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게임입니다. 일반 몹의 공격 쯤 한발 맞는다고 죽지 않아요. 보다 나은 성적을 위해, 조금 덜 맞기 위해 뛰고 구를 순 있을 뿐, 원작처럼 절박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없어요. 지형도 마찬가지인 것이, 구멍이나 전기를 밟아도 HP가 조금 깎일 뿐, 바로 게임이 끝나진 않아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계속 긴장해야하는 게임이 아닌, 더 빨리 더 많이 죽이면서 밀고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게임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콘트라가 갖고 있는 뛰고 총을 쏘는 즐거움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복층구조와 대각선 전투라거나, 점프 액션이 필요한 구간 등 원작에서 뛰고 쏘면서 재미있었던 구간이 콘트라 리턴에도 남아있습니다. 단지 원작처럼 게임 내내 하이텐션을 유지하지 않고, 무난하게 플레이하는 구간 사이사이에 이런 장면들을 포인트로 배치해서 해당 구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기억에 남기면서도 전체적인 스트레스를 낮추고 있지요.


그리고 때로는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뒤에서 불기둥이 쫓아와서 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죽는 등, 원작보다도 뛰면서 쏘는 재미를 더 잘 살린 스테이지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적인 스테이지들을 중간중간 섞어 가며 사용하고 있어서 여러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도 질리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합니다.


한편 보스전은 콘트라의 오리지널리티를 상당히 강조한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다관절 촉수가 있다거나, 맞으면 많이 아파서 잘 피해야 하는 공격이 있다거나, 위에서부터 큰 다리로 찍어누른다거나, 특정 공격은 엎드려서 피해야하는 등의 패턴과 기믹을 구현해놓았습니다. 물론 HP가 있어서 원작처럼 아주 살떨리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발 한발 맞으면 치명적인 공격 패턴을 읽어서 공략하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2. 기본 모험모드

기본 모험 모드는 전형적인 도탑전기류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여러 스테이지가 묶여서 하나의 지역을 이루고,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를 언락할 수 있는 흐름이죠. 스테이지 클리어 성적에 따라 별을 부여하고 한 지역에서 이렇게 모은 별의 갯수에 따라 3번 보상을 부여합니다. 뭐 딱히 설명이 필요하진 않겠죠.


각 스테이지에선 지정한 아이템이 떨어지고, 이 장비들을 모아서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한번 3별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당연히 행동력이 되는 한 무제한 소탕입니다. 제가 여러번 거듭거듭 강조합니다만 대륙에서 소탕권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편하기도 하지만, 플레이 시간으로 사용자를 괴롭혀 가차로 유도하는 것 보다는 행동력을 신속하게 소모시킨 뒤, 재구매 가격에 누진제를 적용해 가격을 계속 높여나가는 쪽이 더 유료화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누진 구간에선 소/중과금 사용자의 구매의사 / 구매력 한도까지 지불하게 유도하고, 비용이 일정 이상 올라가게 되면 오히려 가차의 가성비가 좋아져 고과금 / 초고과금 사용자들에게 가차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해 팔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스테이지마다 별을 획득할 수 있는 규칙이 조금씩 달라서 기존의 나루토나 드래곤볼처럼 아주 쾌적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 약간 불만족스럽습니다. 대신 각 별의 달성 조건과 현재 달성 여부를 플레이 도중에 계속 표시하고 있긴 합니다. 이는 딱 구룡전(백전백승) 스타일인데요, 사실 콘트라 리턴은 그 구룡전을 만든 Timi 스튜디오 작품이긴 합니다.


3. 다양한 PVE 모드

콘트라 리턴 역시 다른 중국 모바일 RPG들 처럼 기본 모험 모드는 일단 파밍에 들어가는 순간 부터는 모험 모드는 소탕으로 해소시키고, 일간 플레이 제한을 걸어 플레이 시킴으로써 기본적인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컨텐츠는 각각 특정한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과 연결되어있어 플레이 할 당위성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해당 성장 컨텐츠에서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며 기본 한도를 초과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겐 가차를 구매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도전 메뉴엔 위와 같은 4개 모드가 있는데, 저는 현재 왼쪽 2개까지를 오픈한 상태입니다.

첫번째는 보스 도전인데, 도탑전기나 킹오파98UM의 영웅던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행동력을 먹고, 일일 플레이 횟수에 제한이 있으며, 보상으로는 아이템의 조각을 줍니다. 3별로 클리어하는 것에 대해 추가 보상도 있고 소탕도 됩니다.


두번째는 2인 코옵 모드입니다. 나루토 때와 마찬가지로, 랜덤하게 매칭된 상대와 팀을 이루어 (친구를 초대해서 수동으로 파티를 꾸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합니다. 나루토에선 스테이지를 물리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적들을 다 잡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두사람이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했는데 콘트라 리턴에선 너무 멀어진다 싶으면 3,2,1 카운트 이후에 강제로 순간이동 시켜줍니다. 협력 플레이를 위해 음성 채팅도 지원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제가 중알못이라 사용해보진 못했습니다.


뭐 그 외엔 대체로 중국 게임엔 당연히 있어야 할 요소들입니다. 일단 위를 보시면 무한의 탑이 있는데 이전 게임들의 무한의 탑 보단 또 좀 더 캐주얼합니다. KOF98UM이나 드래곤볼, 나루토의 무한의 탑은 시작시부터 체력이 계속 깎여 나가고, 스테이지 클리어 실패하는 순간 끝나는 형식이라 집중도도 높고 피로감도 큽니다. 콘트라 리턴의 무한의 탑은 매 판 체력과 쿨타임이 리셋되고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하더라도 바로 도전이 끝나지 않고 해당 스테이지를 계속 재도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도전 종료를 직접 선언하기 전까진 계속해서 캐릭터 / 무기도 바꿔보면서 시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멈추겠다고 선언하면 1층부터 마지막 클리어 한 층 까지의 보상을 몰아받는 구성이죠. 클리어 실패하더라도 캐릭터 / 무기를 바꿔 가면서 계속해서 트라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골드나 경험치를 주는 일간 보너스 스테이지 등이 있습니다. 레벨이 오르면 상위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고, SSS 급으로 클리어하면 소탕도 가능합니다. 뭐 아주 기본적인 컨텐츠죠. 골드 스테이지의 경우 날아오는 드럼통이나 적을 쏘면 골드가 마구 쏟아지는데 이 때 타격감과 골드가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아주 찰집니다.


한편 요일 던전과 같은 스테이지도 존재하는데요, 요일별로 컨텐츠를 쪼개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보통 요일 던전이라고 하면 컨텐츠를 두고 보상을 달리가져가는데 (월요일은 불의 정수, 화요일은 물의 정수...) 콘트라 리턴의 요일 던전은 요일마다 보상은 같은데 사용하는 무기 유형이 달라집니다. 위 스크린샷 보시면 수요일은 로켓 런처의 스테이지입니다.

게임을 종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선 새로 수집할 캐릭터를 추가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횡적으로 확장하는 편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용하기에 유리합니다. 세븐나이츠나 확밀아, 그랑블루 판타지 등과 같이 복수 캐릭터를 운용하는 게임들은 속성이라거나 캐릭터들 간의 스킬 조합과 같은 다양한 장치들로 사용자에게 여러 캐릭터들을 보유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나루토나 콘트라 리턴 같이 캐릭터 1개로 플레이하는 게임들은 일단 충분히 강하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 1개를 확보하고 나면 다른 캐릭터로 갈아탈 동기를 부여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콘트라 리턴과 같은 슈터들은 무기가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무기를 확보하고 운용할 동기가 더더욱 부족하지요.

콘트라 리턴은 이를 일일 던전과 무기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회피합니다. 일주일 내내 보상을 최대한으로 획득하기 위해선 각 요일에 대응하는 무기들을 최소 1개씩은 가져야 하고, 그것도 가능한 성능이 좋은 것들로 확보해야 하는 거지요.



3. 대결의 재미와 성장의 재미를 각기 강조하는 PVP 모드

지난번 나루토 때와 추구하는 핵심 재미에 따라 PVP를 쪼개놓은 것을 극찬한 적이 있습니다. 실시간 동기식 PVP는 항상 비등비등한 상대를 매칭시켜서 대결 자체의 재미를 강조하고, 이런 실시간 대결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유저들에겐 만만하게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지목해서 스탯빨로 찍어누르는 비동기식 PVP를 제공하는 구조였죠. 액션성이 없던 드래곤볼은 비동기PVP만을 제공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나루토와 같은 방식으로 동기식 PVP(좌상단의 경기竞技)와 비동기식 PVP(좌하단의 뢰태擂台)를 제공합니다.


일단 비동기PVP는 그닥 흥미롭지 않습니다. 추천해주는 상대 중 만만한 상대 지목하고 전투는 완전 오토이고. 뭐 딱히 특출난 구석은 없어요. 특히 이게 정말 단순한 구조의 맵에서 1:1로 총싸움을 하는데 AI 모드다 보니 사실 가만히 서서 서로 총알만 주고 받아 보는 재미 조차도 없습니다. 나루토의 적분새는 여러 캐릭터가 서로 스킬쓰는 걸 지켜보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말이죠. 비겁한 콘빨 승부보다 정정 당당한 스탯(돈과 시간) 승부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딱히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기식 PVP 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동기식 PVP에는 현재까지 제가 찾은 것만 3가지의 모드가 존재합니다. 1:1 결투는 비동기 PVP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맵이 단순하고 변수가 적어서 큰 재미가 없지만 나머지 2개모드가 재미있어요. 일단 위 스크린샷의 '영웅전장' 부터 보시죠. 각 플레이어가 자기가 가진 캐릭터 3명씩을 데리고 들어가는 모드입니다. KOF 처럼 순서를 정해서 첫번째 캐릭터가 죽으면 두번째를 불러오고, 이렇게 해서 상대 팀을 모두 전멸시키면 이기는 모드입니다. 일단 여기서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들어가고, 또 캐릭터가 바뀌면서 게임 플레이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영웅전장은 단순한 태그 매치가 아니라, 양 선수 모두를 공격하는 중립 성향의 NPC와 각종 버프 아이템이 깔려있는 전장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엔 LOL의 바론 처럼 잡기 힘들지만 잡고 나면 아주 쎈 버프를 주는 대형 NPC도 있구요. 군데 군데 발판 등으로 가로막혀있는 맵을 누비면서 버프를 먹고 NPC를 잡고 상대를 사냥하는 등 단순 1:1 매치보다 다양한 상황과 전략성이 있는 상큼한 PVP 모드입니다. 콘트라로 꾸민 1:1의 미니 AOS랄까요. (Timi는 구룡전에도 PVP에 AOS를 접목한 전례가 있지요. 아니 그 전에 이미 왕자영요를 만든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만)


한편 1:1 외에 3:3 단체전도 준비되어있는데, 이 단체전은 점령전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FPS의 King Of The Hill 모드가 되겠네요. 화면 가운데에 점령 지점이 있고 이 지점을 점유하고 있는 팀은 계속해서 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로딩화면에서 보시는 것 처럼 양쪽 끝의 각 팀 스폰 지점에서 점령 지점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다양하고, 또 중간 중간 아이템이나 슈퍼 점프 등이 있어서 다채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일은 잘 없고 대부분은 가운데서 개떼로 몰려 한타치다 죽는 군요..  이전에 본 적도 없고 다시 볼 일도 없는 생면부지들에게 팀플 하라고 하면 개판된다는 건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뭐 그래도 합 잘 맞으면 정말 제작사가 의도한 대로 재미납니다.

나루토도 탁월한 타격감과 '회피'를 사용한 전략성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동기식 PVP를 제공하긴 했습니다만, 콘트라는 사격을 소재로 꽤 재미있는 동기식 PVP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왕자영요,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등을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가 결집되어있다고 할까요.

아참, 앞서 공정한 동기식 PVP와 스탯빨의 비동기식 PVP라고 했지만, 사실 이런 동기식 PVP가 스탯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함' 이라는 것이 스탯을 무시하거나 강제로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성적에 맞춰 비슷한 상대를 골라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이겨서 위로 올라가려면 스탯은 기본으로 깔아야 하거든요.


4. 수집하고 성장하는 재미

기본 게임 메카닉을 설명했으니 이번엔 이를 둘러싸고 있는 메타 게임 구조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기본적으로 콘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성장축은 캐릭터와 무기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이나 콘트라의 다른 속편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있고 그 외에 콘트라 리턴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다수 있습니다. 현재의 총 수량은 10종으로 보이네요. 무기 또한 돌격소총, 로켓 런처, 화염방사기 등 5개 유형으로 총 39종으로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이들 캐릭터와 무기를 모으고 육성하는 것이 기본적인 성장 요소입니다.


다만 이 캐릭터와 무기엔 약간의 대륙적 센스가 강하게 들어가있는데요.. 오리지널 캐릭터 외에 여캐 등 다른 캐릭터들이 추가되는 건 뭐 예상했습니다만, 위와 같이 곰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무기들의 디자인을 봐도 뭔가 실존하는 총기의 이름을 따고 있고 디자인 적으로도 실제 총기의 흔적이 남아있긴 한데 뭔가 알 수 없는 SF 센스로 마개조 된 모양입니다. 인간형 추가캐도 그렇고 무기도 그렇고 딱 크로스파이어,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역전 등에서 보던 중국식 스타일이에요. 일본이 IP가 발전한 만큼 IP 홀더가 주는 제약이 꽤 빡빡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나미가 참 용케 이런 변형을 허가했다 싶습니다. (사실 그 바닥도 돈을 왕창 많이 주면 마음대로 할 수 있기는 하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는 생존력, 이동속도, 내구성 등 6가지 항목에 대한 속성치로 느린 탱거라거나, 체력은 약하지만 재빠른 딜러와 같은 성격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캐릭터마다 2개씩 배치된 액티브 스킬이 함께 엮여서 캐릭터에 따라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합니다. 물론 소총으론 원거리에선 콕콕 찍어 쏘고 화염 방사기 들면 가까이 달려드는 것 처럼 무기를 바꾸는 것으로 또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죠.


계정 레벨 오를 때 골드 써서 스킬 레벨 올리고, 조각 모아서 성급 올리는 건 뭐 기본적인 사항입니다만, 스킬과 무기가 또 엮여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캐릭터 별로 특정 무기만 장착할 수 있다거나, 특정 무기를 장착할 수 없다는 당의 강력한 제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특정 캐릭터와 특정 무기를 같이 갖고 있으면 보너스를 주는 개념은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왼쪽 하단에 3개의 아이콘이 보일텐데요, 이는 패시브 스킬들로 특정 총기를 보유하면 언락됩니다. 지금은 AKX돌격소총이 있기 때문에 가장 좌측의 패시브 스킬을 획득한 겁니다. 이 캐릭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선 다른 무기 2개도 확보해야 하는 거지요. (보유만 하고 있으면 장착하지 않아도 효과를 받습니다.) 말이 패시브 스킬이지 실제로는 3발 쏘던 유탄발사가 5발 나가는 식으로 스킬 자체를 대폭 파워업 해주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언락 해야 합니다.


총기의 성장은 기본 도탑전기류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플레이가 아닌, 경험치 아이템을 먹여서 레벨을 올리는 정통(精通), 모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을 모아서 성장하는 진계(进阶),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 승성(升星) 성장축, 그리고 레벨 오를 때 골드로 올리는 개조(改造)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당연히 진계에서 부족한 아이템을 탭 하면 해당 템이 드랍되는 스테이지로 바로 보내주고, 10회 소탕만 누르면 갯수가 채워질 때 까지만 돌고 멈춰줍니다.


다만 여타 도탑전기류와 다른 점은 영웅이든 무기든 기본적으로 태생 등급이 완전히 구분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드래곤볼이든 KOF98UM이든 도탑전기든, 기본적으로 색상으로 표현되는 등급(녹색 -> 녹색+1 -> 녹색+2 -> 청색)과 별의 갯수로 표시되는 성급(1성, 2성..)이 완전히 열려있는 형식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더 귀하고 강한 캐릭터가 있을 순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성급과 등급 모두 성장시킬 수 있고, 성급과 등급이 동일하다면 종합 성능도 유사하다는 구조였죠. 

하지만 콘트라는 진계나 성급과는 별개로 S부터 D까지 등급을 나눠놓았습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죠. 하위 등급도 성장시키면 강해지지만, 높은 등급은 성장 안시켜도 강하고 성장 시키면 더더욱 강해집니다. 등급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진계는 등급이 아닌 0부터 시작하는 진계 레벨로 표현됩니다.

사실 기존의 도탑전기류 처럼 모두가 공평한 형식 보다는 SSR과 R과 같이 당첨과 꽝이 완벽하게 구분되는 형식이 가차를 팔기에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강한 IP에 기반한 게임들은 전체 캐릭터의 수가 한정됩니다. 드래곤볼 폭렬격전처럼 빨간 손오공 파란 손오공 놀이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런 식으로 당첨과 꽝을 나누기엔 캐릭터의 수가 부족한 거죠. 그래서 그동안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수집보다는 조각모음이라는 형태를 띈 한계돌파를 계속 쌓아 올라가는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런 수직 성장 중심의 게임들은 나중에 신 캐릭터를 추가할 경우, 획득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기존 캐릭터 만큼 육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폭증해서 매출원으로 던진 신캐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반면 콘트라는 일단 영웅 / 무기에서 IP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숫자를 계속 늘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강한 영웅/무기와 약한 영웅/무기를 쪼갤 여력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나루토의 소환수와 완벽히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슈퍼무기가 있습니다. 횟수가 제한된 특정 컨텐츠를 플레이하면 얻는 점수와 골드를 태워서 레벨을 올리는데 1 레벨은 또 4등분 되어있고 1/4 올릴 때 마다 레벨이 오릅니다. 하나를 끝까지 키우면 다음 무기가 순차적으로 열리고, 처음엔 1마리만 데려가다가 점점 더 많이 데려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콘트라 리턴의 메타게임 구조는 텐센트가 KOF98UM부터 나루토, 드래곤볼을 거치면서 발전시켜온 모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성장축을 동시에 운용해서 지속적으로 성장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되, 각 컨텐츠에 필요한 자원 공급엔 제한을 걸어서 최종적으로는 가차를 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 성장축을 영웅과 무기 양쪽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이 다른데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자니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고 무기를 중심으로 하자니 유저가 느끼는 매력이 낮다는 점에서 양자를 동시에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5. 유료화 모델

뭐 메타가 유지되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기본 수익 모델 역시 기존의 텐센트 표 도탑전기 게임을 아주 충실하게 다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콘트라 리턴에서 아주 눈에 띄는 유료화 모델은 찾기 힘드네요. 뭐 굳이 찾자면 자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테두리도 팔고 있더라는 것과 (위 스샷의 파란 테두리는 가차 1개 살 때 마다 1일씩 연장됩니다... 666 붙은 황금 테두리는 '지존' 이라고 해서 얼마 이상 쓰면 쓸 수 있는 물건이구요) 길드 미션 중에 젬 쓰기가 있다는 정도일까요. (매일 그 길드에 속한 사용자가 사용한 젬의 총량이 일정 기준이 되면 보상을 줍니다.)


다만 가차 장사의 경우 젬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젬으로 총알을 사서 총알로 가차를 돌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가두 농구 역시 유상젬과 무상젬을 완전히 구분했는데요(가차는 무상젬으로 구입. 유상젬은 무상젬으로 전환 가능). 최근에 중국쪽에서 가차 관련 규제가 들어오면서 젬으로 바로 구매하지 않고 한 단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가두농구는 기본 상품 구성 자체가 유상젬 / 무상젬 용으로 엄격하게 구분짓기도 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IP 기반 게임은 가차 연출 보는 것도 재미인데, 콘트라 리턴은 바로 위 화면이 가차 개봉 연출입니다. 저 상황에서 빌이 총을 쏘면 총알이 상자를 까부수고 아이템이 드랍됩니다.


최근 규제가 생겨서 중국에선 소환권 확률도 공지해야한다고 들었는데, 위 스샷처럼 확률까진 안나오고 나올 수 있는 항목들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캐릭터 조각을 주목하셔야 하는데요. 도탑전기류에선 유료 가차 10개를 돌리면 캐릭터(이미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일 경우엔 조각 20여개)를 보장해줬는데, 콘트라 리턴에선 무기를 보장해줍니다. 그런데 캐릭터 조각은 무기가 아닌 도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가차 돌려서 무기 조각 얻기는 쉬운데 캐릭터 조각 모으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죠. 아마도 캐릭터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본적으로 젬을 판매하되, 각 젬 상품별로 처음 구매할 땐 보너스를 강하게 걸어서 일단 첫 지불을 유도하고, 항목별로 하나씩을 다 사게 만드는 테크닉은 뭐 표준이니 당연히 들어가있구요. VIP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두 농구 때엔 특이하게 사용한 젬 수량으로 VIP 메기는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다시 보편적인 방식인 충전에 사용한 현금 액수 기준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두농구의 VIP가 별로 반응이 안좋았나 봅니다.


한달간 일정량의 젬과 아이템, 행동력을 공급해주는 월카도 당연히 탑재되어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런 월카를 현금으로 직접 판매하는 반면, 텐센트는 현찰로 얼마 이상을 쓰면 자격을 부여해주는 형식을 꾸준히 취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직접 구입하는 것 보다는 돈을 쓰고 싶은 곳에 쓰고 덤으로 챙겨받는 쪽이 더 끌리겠지요.


한국도 많은 게임들이 이런 월카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중국 게임들의 월카들 만큼 매력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월카라는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이 갖고 있는 '돈 쓰는 재미' 자체에 관한 문제입니다. 콘트라 리턴을 포함해서, 중국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가차 외에도 젬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은 대체로 가격은 낮고, 효과는 푸짐하죠.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은 2인 코옵을 마치면 나오는 보상 화면인데요, 8개의 보상 중 2개 까지는 무료이고 더 받고 싶으면 젬을 내게 합니다. 코옵은 하루에 3판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 1개를 젬 내고 추가 수령하는 건 꽤 의미가 커요. 그런데 이 추가 보상은 10젬부터 시작하지요. 160원 푼돈입니다. 그 외에 비동기 PVP에서 쿨타임을 줄이는데 10젬, 상대 목록을 갱신하는데 5젬 등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주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10가차 3만원씩 쏟아붓지 않더라도 월카에서 매일 주는 100젬, 200젬 정도만 있어도 한달 내내 아주 재미있고 풍요롭게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일단 이렇게 소량이나마 젬을 쓰면서 플레이하는 버릇을 들이면 게임을 지우면 지웠지 플레이하는 이상은 무조건 월 3만원은 갖다 바치게 됩니다.

반면 제가 느끼기엔 한국 게임들은 가차 이외엔 이렇게 소량 젬 서비스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돈쓰는 재미를 느낄만큼 강력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이해는 갑니다. 돈쓰는 재미라는 건 결국 가성비가 좋다는 건데, 가성비가 좋으면 반대로 유저가 돈을 덜 쓴다는 거니까요. 중국 게임은 이런 서비스들에 구매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누진제를 걸어서 젬을 쓸수록 가성비를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가차로 유도합니다만, 누진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KOF98UM이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 누진제를 싫어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뭐 이 바닥이 원체 보수적이잖습니까.

뭐 어쨌든, 제가 지금 100위안(1.6만원) 채워서 딱 VIP4레벨까지 왔는데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단돈 6위안(1천원)으로 VIP 1레벨 보상으로 A급인 AKX 총 한자루 얻은 것 부터 시작해서 4레벨까지 오는 동안 얻은 조각으로 3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월카 활성화 되었고, 게임 중 보상으로 받은 젬에 첫 구매 더블 젬 합쳐서 돌린 가차에선 S급 총도 한자루 더 얻었지요. 쓰레기 총도 몇 더 얻었는데 이게 또 처음 얻으면 도감에 올라가고 보상이 떨어지구요 (이건 데스티니6에도 있어서 좋아했던 요소입니다만)  그리고 아까 무한의 탑 같은 경우도 VIP 레벨이 올라가니 자동 소탕으로 데려다주는 층 수가 늘어났어요. 16만원도 아니고 딱 1.6만원 썼는데 아주 대접 잘 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계정에 위안화가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더 질렀을 텐데 못질러서 좀 아쉽네요.



6. 3박자를 고루 갖춘 갓게임


사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의 IP를 가져다가 플랫폼을 옮겨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는게 말로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실제로 해보면 진짜 X같습니다.(경험담입니다.) 게임의 형식 및 내용과 플랫폼은 서로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어서 플랫폼을 바꾸는 순간 원래 성공한 게임들의 장점들이 잘 살아나지 않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딜 손보려고 하면 또 화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래의 IP홀더부터 시작해서, 해당 IP의 팬들 (이 팬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나의 XX는 그렇지 않다거나 당신이 손보려는 바로 그 부분이 그 게임의 핵심 재미라고 외치는 원리주의자들이며, 반드시 개발팀 내에 1명 이상 분포하고 있음.), 손 볼 필요 없이 내기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엉뚱한 일을 벌이냐는 경영진까지 말이죠. 고칠 곳 안고칠 곳 파악하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콘트라 리턴은 정말 플랫폼 전환의 모범사례입니다. 남겨야 할 핵심 재미와 플랫폼 특성상 버려야 할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내서 정말 모바일에서 재미있는 콘트라를 만들어냈어요. 그리고 여기에 몇년간 발전시켜온 성장 구조와 BM을 콘트라에 맞춰 소폭 변형해 성공적으로 이식해냈죠. 그래서 매 판 매 판 플레이 하는 재미가 있고, 계속 플레이 하면서 성장하는 재미가 있으며, 돈을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세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면, 갓 게임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보다 훨씬 훠어얼씬 잘 만들었고 재미난 게임입니다. 꼭 한번 해보시길 권해요. 중국어 몰라도 빨간점만 따라 누르면 되는 거 다 아시잖아요.



by 고금아 2017.06.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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