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가챠라는 시스템

최초 정액 기반의 요금제에서 부분 유료화라는 과금 형식이 창설된 이후 기간제 부스트 서비스, 종량제 아이템, 기간제 아이템 등 다양한 시스템이 고안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고객의 지불 의사와 한계에 맞춰 최대한의 과금을 끌어내는 가격 차별화의 측면에서 볼 때 현재까지 가장 효율적인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 판매 - 가챠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방식이 가지고 있는 사행성에 대한 이슈가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는 가챠라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른 문제이지 가챠 자체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매우 낮은 확률로 얻는 결과물 - 이하 SSR이라 칭하겠습니다 - 이 있어야 깰 수 있는 스테이지가 있다거나 PVP 중심이라 해당 아이템을 못가진 자는 계속 밟혀야 하는 등 게임 진행에 아주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게임에선 가챠는 사용자를 쥐어짜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임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군요.

반면 SSR이 강하긴 해도 게임 진행상 필수는 아니라면, SSR은 자기만족을 위한 기호품 내지 사치품에 머무르게 되며, 확률형이라는 형태로 이를 구입하고 말고는 사용자의 의사에 맡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챠로 얻는 SSR을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이 경우에도 가챠는 일종의 선택형 시간 단축 서비스에 머무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SSR을 소비자의 선택적 기호품의 영역으로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가챠는 기본적으로 원하는 상품에 대해 지불할 비용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 까지의 비용이 모두 매몰비용이 된다는 점에서 가챠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낮은 확률을 딛고도 가챠를 사도록 가챠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이 여러가지로 연구되고 있지요.

이런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게임 2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최근 플레이하고 있는 '콘트라 리턴'(이하 콘트라)과 '우타 마크로스'(이하 우타마크)인데요, 전자는 횡스크롤의 런앤건 스타일 슈팅 게임이고 후자는 마크로스의 캐릭터와 노래를 베이스로 한 리듬 게임으로 공통점이 눈꼽만큼도 없어 보입니다만, 시스템적으로 '꽝'의 효용을 높임으로써 가챠의 매력을 보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콘트라 리턴

1-1. 왕후 장상의 씨를 나눴다.. 왜?

콘트라 리턴 게임 자체는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 콘트라를 소재로 만든 모바일 슈팅-RPG 게임으로 전민돌격(한국명 백발백중)과 유사하게 총기의 조각을 모아서 총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메타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기의 조각을 모아서 새로 획득하거나 별 갯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 조각은 영웅던전에서 얻을 수도 있고, 가챠에서 얻을 수도 있지요. 가챠에서 새로운 총기를 얻을 땐 아이템 자체가 떨어지고, 이미 갖고 있는 총기가 중복 당첨되었을 땐 조각으로 줍니다. 이 구조 자체는 도탑전기에서 확립된 것이지만,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렌지색 SS -> 오렌지색 S -> 보라색 S -> 보라색 A 등으로 각 총기 별로 태생적인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챠로 물건을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가챠에서 나올 수 있는 물건의 갯수, 즉 가챠 풀의 크기입니다. 아무리 상품을 확률로 판다고 하더라도, 나올 수 있는 결과의 경우의 수가 적다면, 확률은 금방 정복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SSR이 나올 확률은 5%인데 SSR이 4종류 밖에 없다면 개별 SSR의 확률은 1.25%이고, 가챠를 80번만 뜯으면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고 SSR의 확률을 1%로 낮추게 되면 아예 SSR 획득 자체가 어려워서 사용자가 그냥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SSR 획득 자체는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지만 그 중 내가 원하는 SSR을 얻기는 어렵게 만들어서 Near-Miss 상황을 계속 만드는 것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유리합니다.

일본의 가챠 게임들은 캐릭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계속 더해나감으로써 이런 가챠 게임의 구조를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만, 도탑 전기나 나루토, KOF98UM과 같은 IP 기반 중국 RPG 게임들은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가 이미 제한되어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수는 이미 한정되어있는데 손오공은 원래 쎄니까 SSR, 야무치는 약하니까 R 이런 식으로 쪼개버리면 각 등급 별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의 수가 정말 제한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들 게임들은 캐릭터의 등급을 없애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스킬이나 특성 등에 따라서 실제로는 좋은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가 갈리겠지만, 적어도 시스템적으로는 모두 대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누굴 뽑아도 SSR인 것이고, 그 중 내가 원하는 SSR을 얻기가 힘들어지는 거지요.


하지만 이것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느정도 있을 때에나 성립하는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대륙의 에반게리온의 경우 처럼 원작에 등장하는 에바와 파일럿 함쳐서 10개도 안되는 상황에선 원작에 나오지도 않던 X30호기니 R15호기와 같은 가상의 기체를 끼워넣어도 가챠를 운용할만큼의 수량이 나오지 않는 거지요. 그래서 등급을 아예 나누어 SSR에 해당하는 오렌지색 3성 기체들의 획득 확률이 낮은 명분을 확보하고, SSR들을 끝없이 쌓아올리는 구성을 취합니다.


콘트라 리턴 역시 위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물론 총기 아이템 막 찍어내는 거야 어려울리 없겠습니다만, 각각의 총기들에 대한 차별화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거지요. 게임 상의 총기들은 돌격소총, 저격총, 로켓포, 분사기, 기관포 5가지로 나뉘는데, 여기서 이미 총기들의 특성과 그로 인한 게임플레이가 거의 완전히 결정나버립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면 힐러 중에도 즉시 힐을 주는 캐릭터, DOT 힐을 주는 캐릭터, 힐 량은 적지만 쿨이 짧은 캐릭터 등과 같이 여러 방법으로 분화할 수 있겠습니다만, 총기 갖고는 그런 식의 차별화를 할 여지가 없지요. 물론 FPS에서는 데미지, 탄창 갯수, 정확도 등으로 분화를 합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횡스크롤 슈터거든요. 총알이 앞으로 한발 나가느냐 3방향으로 나가느냐 스플래쉬 데미지가 있냐 없냐와 같은 정도가 아닌 차별성을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차별성은 이미 총기 종류에서 쪼개졌구요.

특성에 따른 수평적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에 수직적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S는 A보다 강하고, 같은 S라도 오렌지S가 보라색S보다 구하기도 힘들고 더 셉니다. 하지만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 (일본식으로 말하자면 한계돌파가 되겠죠)가 게임 내 주된 성장축이기 때문에 보라색 S도 조각 모아서 6성 만들고 부지런히 강화하면 조각을 못모아서 3성에 머무른 오렌지S보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렌지S 조각 모아서 4성 5성 만들면 가볍게 보라색S를 제쳐버리겠지만, 이건 돈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들어가는 길입니다.


1-2. 수평 성장을 유도하는 장치들

아까 한 카테고리 내에서 개별 총기에서의 차별화는 힘들다고 해도 총기 유형 별로는 특성이 강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콘트라 리턴은 수평 성장의 동기 부여가 약해진다는 또다른 문제를 안게 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거지요. FPS와 마찬가지로, 총기의 특성과 플레이 경험이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이 아닌 총기는 얻을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저격 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는 저격총을 선호하고, 저처럼 닥돌을 좋아하는 유저는 SMG나 돌격소총을 좋아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SSR이라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유형에 안맞으면 별 감흥이 없어지고 그만큼 가챠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신상품을 투입해도 그게 자신이 선호하는 유형의 총기가 아닐 경우 스킵해버릴 가능성도 큽니다.

콘트라 리턴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평 성장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보강해 넣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위 스크린샷에 있는 일일 컨텐츠 '군계대수军械大帅' 입니다. 이 컨텐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각 정해진 유형의 무기로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수요일인데, 수요일은 로켓포의 날이군요. 해당 유형 무기의 성장 정도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당연히 난이도가 높아지면 보상이 좋아집니다. 저난이도에선 저등급 무기의 조각이, 고난이도에선 고등급 무기의 조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번 3일차 7일차엔 최고 무기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티켓을 줘서 무/저과금자도 고등급의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라지만, 실제로는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누진제 먹여서 팔기 때문에 실제로는 고과금 유저들에게 일주일에 2번 3만원씩 뜯어가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또한 5개 유형별로 무기를 1개씩 등록해두면 추가 스탯을 주는 무기 코어(武器核芯) 시스템도 있습니다. 게임에 직접 들고 들어가는 무기는 2종 뿐이고 실제로는 이 두 무기만 육성하게 되는데, 나머지 총기들도 적어도 유형별로 1개씩은 꾸준히 성장을 시키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1-3. 모든 꽝들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기 도감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군계대수든 무기코어든 종류별 1개씩의 최강자를 모으도록 유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최강자가 아닌 나머지 아이템은 어떠한 의미도 부여받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꽝인 것이죠. 물론 가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물건이 아니면 다 꽝이긴 합니다만, 가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꽝은 꽝이지만 아주 꽝은 아닌, 절반 정도의 성공이라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쪽이 중/저과금 사용자의 공략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아까 언급한 것 처럼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어쨌든 동급 캐릭터라는 식으로 위안삼을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거나, 캐릭터 수집에 대해 보너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비인기 캐릭터의 수집을 성장 축으로 끼워넣음으로써 꽝에 게임적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자의 멘탈 데미지를 케어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콘트라 리턴은 무기 도감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꽝에 게임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도감은 총 5가지의 총기 유형별 도감으로 나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총기와 아닌 총기를 보여주며 총기를 더 많이 수집할 수록 보너스를 줍니다. 여기까진 사실 일반적인 도감 컨텐츠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말이죠.


하지만 실제 도감의 동작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보통은 도감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유도하거나, 수집한 항목의 갯수를 바탕으로 보상을 주곤 합니다만 콘트라 리턴의 도감은 도감 경험치에 의해 도감 레벨이 오르고, 도감 레벨이 오르면 스탯 보너스가 증가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감 경험치는 새로운 총기의 획득, 기존 총기의 성급 성장에 의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경험치 -> 레벨 -> 보너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도감 내에서는 최 하급인 녹색 C급도 어느정도의 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같은 성급에 대해서도 등급이 높을 수록 경험치가 높긴 합니다만, 어쨌든 낮은 등급이라도 경험치가 발생하고, 때로는 경험치 획득으로 인해 도감 레벨이 오르고 보너스 스탯을 받는 긍정적인 경험을 줍니다.


획득 자체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급 성장에 대해 보상을 준다는 점에선 데스티니6의 도감 시스템과 유사해보입니다만, 사용자 경험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콘트라 리턴의 성급 성장은 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것이지, 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컨텐츠는 아닙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조각들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있고, 충분히 모이면 그냥 성급을 올리면 됩니다. 특정 아이템의 조각을 모으기 위해 자원을 추가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한되어있지만, (영던 일일 제한 리셋이라거나 가차 구입이라거나) 이를 하급 아이템이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성급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자원은 해당 아이템에만 관여할 뿐, 다른 아이템과는 공유되지도 않지요. 그래서 그냥 별 생각없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잡템 조각이 쌓이고 빨간불 들어와서 들어가보면 어라 성급이 올랐네? -> 도감 경험치가 올랐네? -> 도감 레벨이 올랐네? -> 전투력이 올랐네? 이렇게 가끔 찾아오는 선물 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도감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뭔가를 희생하거나 할 필요 없이 말이죠.

보상의 종류 또한 다르죠. 데스티니6는 위 스샷 처럼 골드나 젬과 같은 자원을 돌려줍니다. 제가 데스티니6를 많이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저 잡캐를 6성으로 진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350젬에 4500골드보다 큰지 작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력캐라면 어차피 6성을 가야하니 겸사겸사 개평 받아 간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잡캐를 저 젬 벌겠다고 자원 쏟아 키울 것 같지는 않네요. 반면 콘트라 리턴은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훨씬 효용이 큽니다. 한창 성장이 정체되어있을 때 잡템 얻었더니 도감 경험치가 오르고 도감 레벨이 올라 전투력이 올라갔다. 그래서 새 스테이지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등과 같이 훨씬 좋은 경험을 줍니다.


1-4. 구조적 문제를 캐주얼하게 극복하다

지난 IGC 강연에서의 주제는 '중국 게임의 캐주얼함' 입니다. 멘탈에 데미지를 주지 말고 살살 달래가면서 끌고 가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도탑전기의 BM과 메타 구조도 같은 기조에 서있었구요. 콘트라 리턴은 그동안 도탑전기가 플레이어 멘탈 데미지를 케어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대부분의 요소들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힘든 불리한 구조를 가진 게임입니다만, 이를 매우 영리하게 보완해냈습니다.

특히 제가 높이사는 부분은, SSR의 가치를 높여 고과금자를 대상으로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N이나 R등 꽝에 해당할 바닥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전체 유저에 대해 가차 상품의 매력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원하는 것이 안나와도 적당히 멘탈 데미지를 덜 받고 적당한 성공으로 위안받으며 또 한편으로는 더 큰 성공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이 중국식 가챠의 핵심이라고 할 때, 꽝에 대한 데미지가 적다는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기존의 나루토나 드래곤볼 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본질적으로 캐릭터 보다 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장비 장사임에도 말이죠.


2. 歌マクロス 우타 마크로스

두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일본의 歌マクロス(우타 마크로스, 이하 우타마크)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캐릭터와 노래를 소재로 한 리듬 액션 게임이죠. 팬심으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리듬액션 게임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배경 화면이 너무 화려해서 노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구질구질한 노트가 등장하는 등 평가가 미묘한 구석이 있는 게임입니다만, 뭐 나쁘진 않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은 지금 가장 잘나가는 모바일 리듬액션 게임인 아이돌마스터와 유사합니다. 가수들을 모아서 유닛을 구성하고, 이 유닛들을 데리고 게임에 들어갑니다. 노트에 맞춰 입력하면 점수를 받고 유닛들이 자동으로 스킬을 발동하곤 합니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가수가 메인 상품이 아니고, 가챠에서 가수를 뽑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말이죠. 네, 이 게임도 가챠에서 캐릭터를 팔지 않습니다.


2-1. 캐릭터는 장식일 뿐입니다.

가챠에선 양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마크로스는 캐릭터의 수량이 적은 IP입니다. 파일럿이나 뭐 조연까지 끼면 조금 늘 수 있겠지만, '가수'라고 한정지어버리면 민메이, 바사라, 밀레느, 쉐릴님, 배추벌레, 아귀, 왈큐레 4명 해서 총 10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챠 장사를 할 수 없지요. 초사이어인 손오공을 빨간 손오공 노랑 손오공 찢어진 손오공으로 뿔려서 장사한 드래곤볼 폭렬 격전 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양을 뿔리는 시도도 생각해볼만 합니다만, 이 게임에선 가수가 중앙에 3D로 나와서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캐릭터 베리에이션 하나하나가 다 돈이란 말이죠. 그래서 이 게임은 고심끝에 가챠를 해체하지 못하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가챠로 파는 무리수를 둡니다. 게임 내에선 '플레이트' 라고 부릅니다.



캐릭터 자체도 약간의 속성과 스탯 보너스를 가지긴 합니다만, 게임의 핵심이 되는 스킬도, 스탯도 모두 플레이트에 부여되어있습니다. 특히 플레이트 내부에 있는 메인 보드에 일종의 스킬트리 형식으로 여러 스탯 보너스가 깔려있고, 게임을 플레이해서 얻는 자원들을 소비해서 각각의 보너스들을 해금하는 형식으로 성장합니다. 플레이트의 희귀도는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보드가 더 길어집니다. 스킬트리 형식이라고 해도 선행 노드를 언락해야 후행 노드가 언락될 뿐, 한쪽 루트를 파면 다른쪽을 파기 힘들어진다거나 하는 구성은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의 핵심이 되는 대부분의 항목은 플레이트에 모여있고, 캐릭터는 플레이트를 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각각의 캐릭터와 상성이 맞는 플레이트가 있고 안맞는 플레이트가 있다는 것과 같이 캐릭터가 게임적으로 아주 무의미하진 않습니다.


2-2. 꽝이 모여서 캐릭터와 발키리를 얻는다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트를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위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의 핵심 요소가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트는 캐릭터에 비해 수집 욕구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주력 상품은 플레이트이지만, 플레이어의 수집 대상은 캐릭터의 옷과 발키리로 나눠집니다. 플레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매되는 형식이죠


게임 상엔 플레이트와는 별개로 '에피소드'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특정 캐릭터의 특정 의상이나 특정 발키리와 연결되어있지요.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에 있는 What'bout my star?라는 에피소드를 완수하면 셰릴님의 의상을 한벌 얻는 식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각각의 에피소드엔 에피소드 포인트가 있고 에피소드 포인트가 일정량이 될 때 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컴플릿에 도달하면 의상이 해금되지요.발키리 에피소드면 발키리가 해금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 포인트는 관련된 플레이트의 수집과 육성으로 획득합니다. 각 플레이트는 특정한 에피소드에 속하고, 한 에피소드엔 복수의 플레이트가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플레이트의 노드들 중 '에피소드' 노드를 열면 에피소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지요. 이게 플레이트의 조합 완성으로 컴플릿 되거나, 해당 에피소드의 모든 플레이트를 다 끌어모아야 컴플릿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얄짤없이 컴프 가챠에 걸립니다만, 실제로는 포인트 형식이고 목표점이 전체 플레이트를 다 모아야 할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컴프 가챠 요소는 아닙니다. 이미 에피소드를 완성한 이후에도 연관된 플레이트의 에피소드 포인트를 얻으면 아무 에피소드에나 포인트를 더해줄 수 있는 만능 포인트로 전환해주기도 합니다.


2-3. 플레이트의 매력 보완 계획

하지만 아무리 게임의 핵심 스탯을 담고 있고, 많이 모으면 의상을 해금할 수 있다고 해도 이 플레이트 나부랭이 자체가 가지는 매력은 캐릭터에 비해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그 외에 추가적인 장치들로 플레이트의 매력을 보완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미 갖고 있는 플레이트를 중복으로 얻을 경우 그자리에서 바로 성급을 1단계씩 올려줍니다. 흔히 말하는 한계돌파죠. 보통 이 한계돌파는 제일 좋은 SSR 에서나 의미가 있습니다만, 우타마크에선 조금 다릅니다. 1성부터 한계돌파로 계속 올라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급이 올라가면 노드 트리가 확장되거나, 추가 에피소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크릿 보드가 열리는 등의 특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낮은 성급의 중복이 떠도 에피소드 해금에 도움이 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돈내고 사기엔 다소 아쉬운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1일 3회, 가챠를 공짜로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우정 포인트와 같은 자원 소모 없이, 그냥 하루에 세번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시간이 4시~12시, 12시~20시, 20시~4시로 흩어져있기 때문에 한번에 몰아서 받을 순 없고, 꾸준히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에너지 충전 한계가 작기 때문에 틈틈히 자주 들어와야 하는 게임 특성상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구요, 중국 게임에서의 밥타임과 같이 주기적으로 사용자에게 특정 시간에 접속하는 습관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리텐션 유지에 아주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플레이트의 가치만 높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2-4. 가챠 계의 데칼챠, 데칼 가챠

처음 우타마크를 플레이했을 때 가챠 화면을 보고 정말 뿜었습니다. 가챠가 아닌 데칼 가챠라니요. 그리고 가챠를 돌린 다음에 또 한번 뿜었습니다. 캐릭터도 아닌 장면 따위를 가챠로 팔다니 이거 정말 데칼챠구나! 그런데 게임을 조금 플레이하면서 컨텐츠를 들여다보니 이게 정말 캐릭터를 팔 수 없는 게임에서 뭐든지 팔려고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정리

사실 가챠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건 캐릭터입니다. 게임적 의미를 부여해 가챠 풀에 추가하면서도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쉽고, 또 게임적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캐릭터 고유의 매력으로 상품화 할 수도 있지요. 캐릭터 가챠가 흔히 말하는 왕도라면 콘트라 리턴이나 우타마크의 경우는 사도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사도라고 하면 이 두게임은 억울할 수 도 있겠네요. 보통 사도라고 한다면 부작용은 있지만 효과가 확실하거나 쉽고 빠른 길이어야 하는데, 이 두 게임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나라도 다르고, 게임 장르도 다릅니다만, 이 두 게임이 캐릭터가 아닌 물건을 가차로 팔기 위해 선택한 방향은 가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꽝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멘탈 데미지를 줄여주고 유의미한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과금 관련 쪽을 연구하고 고안하는 게 직업이긴 합니다만, 사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행복 과금'입니다. 얼마를 쓰든 사용자가 행복하고, 행복한 만큼 쓴다면 그게 공급자 / 사용자 모두를 만족하는 궁극의 길이 아니냐는 거지요. 뭐 지리산에서 도닦는 이야기로 보이긴 합니다만, 사실 가챠는 이 '행복과금'을 이루기엔 그다지 좋은 도구는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꽝, 실패로 끝나니까요.

요즘 가차에 대한 소비자 여론이 적어도 인터넷 상에선 꽤나 험악해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건 가차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가차의 운영 방침상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를 써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얻어봤자 키우는데 하세월이다, 기껏 키워서 쓸만해졌더니 더 쎈게 나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예쁜 여자가 줄을 선다던데 막상 S대 가봤자 그런거 없더라..는 이야기 처럼, 고난의 길인데 그걸 해낸다고 뭔가 딱히 행복해지지도 않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가챠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인데, 그 중 아래쪽 즉 꽝에 대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콘트라와 우타마크의 사례가 재미있어 소개드렸습니다. 캐릭터 중심의 게임에서도 유저 불행도 관리 측면에서 충분히 도입해볼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4. 광고

그러고보니, 제가 이번 IGC2017에도 강연을 합니다. 'HIT 일본 진출기'라는 제목 그대로, 거창한 노하우 전수 까지는 아닙니다만, 한국 특화 게임인 HIT를 일본에 팔기 위해 했던 했던 고민들과 그 결과로 나온 디자인들, 그리고 이를 실행한 경과 등을 소개합니다.


2017년 9월 1일 14:20,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3층 강의실을 찾아 주세요.

http://igc.inven.co.kr/detail.php?code=Y29kZT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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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7.08.27 21:33

최근 드래곤볼 용주격투를 플레이하는 중,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카드 단위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합성하는 일본계 카드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는 조각을 단위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죠.

성급 

조각 단위 (조각의 수)

 필요 당첨 수

 3

 60

 1

 4

 80

 2

 5

 100

 4

 6

 125

 6

참고로 도탑전기류의 가차는 일반적으로 10연가차시 온전한 캐릭터 하나를 보장하는데, 그래서 뽑힌 캐릭터가 이미 있는 캐릭터일 경우는 일정 갯수의 조각으로 전환해줍니다. 드래곤볼의 경우 21장으로 바꿔줍니다. 그래서 한 캐릭터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서 가차에서 해당 캐릭터에 당첨되어야 하는 횟수는 계속 증가합니다.

이와 같이 같은 캐릭터를 서로 누적시키는 성급(星級) 성장에 있어서 재료가 되는 아이템의 양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절망할 정도로 캐릭터의 당첨 확률을 낮추지 않아도, 아니 플레이어가 기분 좋을 정도로 당첨 확률을 높여 놓아도 실제로 해당 캐릭터의 성급을 끝까지 성장하기는 어렵도록 유지할 수가 있지요.

그런데 이 성급 성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정 단계 이상을 지나면 요구 조각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성장의 주기가 급격하게 길어진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중국 시장은 한국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인내력이 낮습니다. 주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 설령 그게 HP 1점씩 오르는 거라고 해도 - 목표를 상실하고 이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성급 성장 외에 등급 성장 (흰색 -> 녹색 -> 녹색+1 -> 녹색+2...)이나 아이템, 스킬 등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병렬로 배치해 어느 한 축의 성장 주기가 늘어지더라도 다른 성장 축에서 성장 피드백을 주도록 배치하고 있지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컨텐츠는 성급 성장이기 때문에, 성급 성장의 주기가 길어지고 사용자가 성급 성장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 그렇게 달가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드래곤볼은 성급 성장 시스템을 살짝 비틀어서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우선 첫번째는 성급 성장에서 각 성급 사이에 중간 단계를 설치한 것입니다. 좌측 스샷의 무천도사를 보시죠. 화면 상단엔 별 5개 중 2개가 차있는데 그 아래엔 별 7개 중 4개가 차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아이콘엔 별 4개가 떠있지요. 이 무천도사는 기본적으로는 4성입니다. 4성에서 5성이 되기 위해선 캐릭터 조각 100개가 필요하지요. 기존의 도탑류 게임에선 0개를 모았을 때 부터 99개를 모았을 때 까진 캐릭터에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완성이 눈에 보이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딱히 조각을 더 모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은 0개에서 100개 사이를 20개 단위로 쪼개놓았습니다. 매 20개를 모을 때 마다 성장을 하도록 구성했죠. 그래서 저 무천도사는 4+2/5성이 되는 거지요. 우측의 초사이어인 오공은 4+1/4성인 거구요.

이 구조는 성급 성장의 기본적인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피드백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진다거나 목표가 너무 멀어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을 완화시켜줍니다.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줌으로써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목표를 잘게 쪼개서 던져주는 것은 텐센트 게임의 최근 추세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최근엔 '도감' 시스템을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하게 캐릭터의 조합에 의한 보너스를 부여해서 특정 캐릭터들을 수집 육성하게 하는 장치는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손오공의 경우 베지터를 갖고 있으면 A 스킬을, 크리링을 가지고 있으면 B 스킬이, 무천도사가 있으면 C 스킬이 언락되는 식이었죠. KOF98UM의 숙명과 유사합니다.

도감은 비슷하게 캐릭터들을 일정 그룹으로 묶어두고 다 같이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만, 보유에 더해 성급 성장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캐릭터를 보유할 수록, 그 캐릭터들의 성급이 높을 수록 속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PVP에서 선공 여부를 결정하는 '속도'는 상위 랭커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속성이죠. 그래서 저과금 / 초보 유저들에겐 그냥 성장 컨텐츠가 하나 늘어난 것 뿐이지만 상위 랭커들에겐 주력으로 상요하는 최강의 카드 6장을 최고로 키우는 것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수집하고 육성해야 할 - 돈을 써야 할 -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상단의 저 보물 상자와 막대 그래프.. 캐릭 하나 1성 오를 때 마다 진도가 차오르고 진도가 얼마 이상 차오르면 보상을 줍니다. 정말 구석구석 꼼꼼하게 촘촘하게 보상을 걸어둡니다.

최근 검색해보니 블소 모바일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사실 시스템 면면을 따져보면 블소 모바일은 도탑전기 모델에 굉장히 충실합니다. 하지만 그 모델이, 그 시스템이 추구하는 재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 정말 큰 패착이었습니다. 중국 유저들은 플레이하는 재미가 아니라 키우는 재미로 플레이한다는 거죠. 뭐 사실 RPG류가 다 그렇긴 합니다만, 한국이 효과가 크면 주기는 길어도 버틴다는 멘탈리티인 반면 중국은 조금만 지루해도 퓨즈가 나가는 개복치 멘탈입니다. 그래서 성장의 피드백 주기를 가능한 짧게 가져가고, 가능한 빨리 당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드래곤볼이 도탑전기 류 RPG의 성급 성장에 가한 이 개량은 작지만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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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6.05.19 04:03

콜 오브 듀티 온라인은 예상대로 꽤 잘 만들었다.

기존 콜옵의 미션들을 PVE로 활용하고 있고, 기존에 이미 검증된 맵들 외에 중국 유저들을 위해 랜덤 스폰이 아닌 고정 베이스 기반의 팀 데스매치 맵도 추가했고, 스토리 기반이 아닌 서바이벌 베이스의 PVE도 있고 좀비 모드도 있다. 중국의 평균적인 사양을 감안해서 그래픽도 다운시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텐센트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매 년 천만장 이상 팔아제끼고 있는 월클급 IP인데도 말이다. (러시아 안에서만 잘나가는데도 '너네가 게임을 알아?'라는 마인드로 퍼블리셔를 다 씹었던 모 게임과는 달리).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게임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크파에 익숙한 중국의 게이머들 취향에 맞춰 뜯어고치다보니 오히려 크파 하다 말고 이걸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그래픽이 조금 더 좋고 우클릭으로 줌 해야하는 것이 불편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특히 중국 유저들의 취향에 맞춰 고정 베이스 기반의 맵을 추가한 것이 치명타. 콜옵의 PVP 멀티는 랜덤 스폰 때문에 전투 국면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고정 베이스 기반 맵이 있으니 유저들은 굳이 새로운 랜덤 스폰을 하는 대신 그냥 고정 베이스 맵에 눌러 앉아버렸다.

게다가 그래픽이 좋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크파와 tgame (역전)에 비교해서지 객관적으로 지금 기준으로 딱히 좋지도 않다. 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 고사양에서도 옵션이 잘려나가서 2~3년 전 게임으로 보인다. 애초에 FPS 시장의 보수성을 감안할 때 크파나 tgame 잡는 건 무리이고 A.V.A나 워페이스가 점유하고 있는 하이엔드 FPS 시장은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그마저도 어려워보인다. 새로운 게임플레이에 대한 욕구는 결국 하드코어 게이머의 것인데, 이들은 게임플레이 못지 않게 그래픽에 대한 욕구도 갖고 있다.

좋은 게임을 가지고, 시장에 맞췄을 뿐인데 오히려 매력이 다 깎여버린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맡아온 FPS 게임들은 하나같이 뭔가 매력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좀 낯설고 어렵고 불친절한 녀석들이었다. 매력은 있지만 그 매력을 느끼기 전에 다들 도망가버리는 이 게임들을 나는 '청국장 같은 게임'이라고 부른다. 콜옵은 굉장히 캐주얼한 게임이지만, 보수적인 아시아 온라인 FPS 시장에선 청국장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국장의 냄새를 완전히 지워버려서 되나...

상업예술로서 시장과 관객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내일로 칸타빌레와 유사한 면도 있다. 위험하니까 만화적인 연출은 날리고 (일본이 좀 더 만화적인 연출에 익숙하긴 하지만 꽃남을 생각해보면 한국 시장에서 만화적인 연출이 안먹힌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판과의 비교 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것이 합리적인 결론일 수는 있다.). 그래도 캐릭터는 살려야겠으니 바보같은 인형 옷은 입히고. 제작비가 모자라니 PPL은 집어 넣고. 이미 검증된 요소인 제2남주와 삼각관계를 집어넣자. 이 모든 걸 종합하니 결국은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와버렸다.

반면 미생은 오히려 극화였던 원작에 없던 '만화적인' 연출을 군데군데 사용하면서 (눈에 비치는 하트 조명...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만화 원작'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씬들은 대사 하나 하나 전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단, 원작에서 다소 평면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좀 더 강화했다. 그래 나 청국장이다. 청국장이니까 당연히 냄새가 나지. 그런데 맛나단 말이다!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기획자들은 필연적으로 하드코어 게이머인 경우가 많다. 시끄럽기만 하고 돈은 안되는, 정작 돈 낼 유저들의 취향은 모르거나 경멸하는. 그래서 주니어들에게 항상 주문하는게 덕내부터 빼고 오라는 것이고, 나 스스로도 항상 이게 프로페셔널한 기획자로서 도출한 결론인지 게이머로서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돌아보고 점검한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런 식으로 뭔가를 자꾸 쳐내는데 익숙해진다.

콜옵 온라인을 보고, 내일로 칸타빌레를 보고, 미생을 보고 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는 과연 지금 청국장에서 냄새를 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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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11.30 23:18


원래는 울펜슈타인 뉴 오더 (이하 뉴오더)의 풀 리뷰를 쓸 생각이었습니다만, 고양이가 멀티탭을 건드리는 불의의 사고로 세이브 데이터가 망가져서 중후반까지 진행했던 모든 것들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차마 다시 플레이할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게임 디자인 적으로 눈여겨볼 2가지를 추려봅니다.


1. 공간 탐색을 재미를 다시 강조하다.

1993년의 FPS의 맵과 2010년의 맵을 비교한 유명한 짤방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혐오하는, 맥락을 무시한 멍청한 짤방이죠. 울펜슈타인, 둠 시절의 FPS는 기본적으로 던전RPG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이 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혹시 어딘가에 숨겨진 공간이 있진 않을까. 이런 긴장감이 그 시절 FPS의 핵심적인 재미였죠. 하프라이프는 복잡한 비선형적인 맵 구성을 퍼즐로 대체하는 대신 이제까지 게임 플레이와는 분리되어왔던 스토리텔링을 게임 플레이 안으로 포섭시켰습니다. 그리고 콜 오브 듀티에 와서는 그나마 있던 퍼즐조차도 버리고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장대한 모험극을 1인칭으로 즐기게 되죠. 그리고 이 스타일이 현재의 FPS 게임에선 주류가 됩니다. 애초에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고, 그에 따라 맵 디자인도 바뀌어온 것인데 이런 맥락을 제쳐놓고 막연하게 과거에 비해 맵 디자인이 바보같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특히 게임 디자이너라면요.

뉴오더는 하프라이프 이후로 사라진, 바로 그 공간 탐험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선형이고 시나리오에 따라 강제로 하수구, 감옥 등 다양한 공간에 배치됩니다만 이 공간들은 콜옵 처럼 완전히 자동 선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미지의 공간을 탐험해서 길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갈림길도 있고, 지름길도 있고, 지름길을 잘 찾으면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하는 보너스도 있지요.

다만 공간 탐험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서 위에 보이는 1993년 게임처럼 방대한 맵을 탐험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비선형 구조를 지닌 작은 던전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져 선형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3층 건물의 1층으로 진입해서 옥상으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한번에 1층에서 옥상까지 가는 중앙 계단이 없고, 각 층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아야 하는 거에요. 그럼 전체적인 진행은 1층 -> 2층 -> 3층 -> 옥상으로 빠져나가는 선형 구조가 됩니다. 하지만 각 층은 서로 다른 레이아웃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층의 비선형적인 공간을 탐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비선형 맵이 이어져서 선형 구성을 이루죠 실제로는 작은 비선형 맵도 어느정도 방향성을 지니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왼쪽 오른쪽 이 문을 열까 말까 두근두근하는 맛은 있습니다.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 자체는 과거의 저 거대한 비선형 맵보다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콜옵 식의 진행에 익숙한 캐주얼 게이머들에게는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를 주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시리즈의 전통인 숨겨진 공간, 보물수집을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저렇게 ?로 표시해놓으면 밝혀내지 못할 비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보물도 존재하고 보물이 있는 곳은 알겠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퍼즐인 경우도 많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다른 곳에 있는 환풍구를 탄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2. 튜토리얼과 성장, 게임의 결합 - PERK

성장 개념이 있는 FPS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망작이었던 2009년 울펜슈타인에도 있었고 파크라이에도 있었죠. 그런데 이전까지의 성장은 주로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자동으로 어떤 능력이 주어지거나, 게임 진행으로 얻은 자원으로 구매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보스를 죽였으니 보스가 가진 능력을 하나 준다거나, 혹은 이제 20레벨이 되었으니 스킬 포인트 1점을 가져가고 이걸 원하는 곳에 박으라는 식이었죠.

뉴오더의 PERK는 도전과제와 비슷하게, 행위를 통해 능력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예시를 보자면 헤드샷을 40번 하고 나면 무기를 바꾸는 속도를 높여주는 '퀵드로우'라는 특성을 얻는다는 식이죠. 나이프로 몇명의 적을 암살하고 나면 나이프를 던져서 암살할 수 있게 되고, 수류탄으로 사람을 얼마 이상 죽이면 수류탄 보유량이 늘어나는 식입니다. 그리고 선행 퍼크를 배워야 다음 퍼크를 열 수 있는 등의 연쇄도 존재하지요.

이 PERK 구성은 일단 특정한 행위를 반복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도전과제와 유사하지만, 이게 게임 플레이에 보너스 혹은 성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선 언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행위들이 단순한 동작을 무식하게 반복시킨다기 보다는 '벽에 엄폐한 상태에서 총 쏘기', '지휘관을 죽이기' 등 이 게임의 특징적인 행위를 반복시킨다는 점에서는 그 행위에 대한 튜토리얼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퍼크를 열기 위해 필요한 반복 횟수가 비교적 적고, 그림과 설명이 크게 따라나온다는 점에서 특히 이 튜토리얼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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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06.16 01:53

아래 네버윈터의 전투-스킬과 함께 다루려고 했다가 부연이 길어서 따로 정리합니다.

그동안 D&D 시리즈는 비 마법적 공격을 단순히 '공격' 하나로 처리해왔습니다. 마법사나 사제 등 마법을 가진 클래스들은 상황 봐가면서 자신이 가진 여러가지 능력들 중 무엇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전사나 도적 등은 그냥 '때려요' 밖엔 선언할 게 없었죠.

물 론 명중을 희생해서 데미지를 높이는 파워 어택이라거나, 적을 앞뒤로 포위하면 명중에 보너스를 받는 플랭킹(도적은 플랭킹 상황에서 기습을 적용받으며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등과 같이 고민할 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든 선언은 그냥 '때려요'입니다. 그리고 파워어택이든 플랭킹이든 사실 가능하면 무조건 해야하는 거지, 이거 대신 저걸 쓴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성은 없어요.

그리고 공격 판정도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각 마법은 의지력, 반사신경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고 그래서 마법은 상대의 저항을 고려해서 골라야하지만 공격은 그냥 방어도(AC) 하나만으로 퉁쳐졌죠. 스켈레톤은 칼로 때리면 데미지가 덜 들어간다는 정도 외엔 딱히 차이가 없습니다.

WOD만 하더라도 공격에서 선택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피와 살이 튀는 처절한 육박전이 주가 되는 워울프의 예를 들자면 기본적으로 명중률이 낮은 대신 데미지가 높은 '할퀴기'와 명중률이 높은 대신 데미지가 낮은 '물기', 성공하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껴안기' 등 상당히 많은 공격 옵션이 존재하지요. 그런데 데미지의 양은 '공격의 기본 데미지 + 명중에서 온 보너스'이고 공격 횟수는 원하는 대로 쪼갤 수 있기 때문에 (쪼갤수록 명중률은 떨어집니다.) 얼마나 쪼개서 때릴지도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잘게 쪼개서 많이 성공하면 총 데미지양은 늘어나겠지만, 각 공격에 대해서 각각 데미지 흡수 판정이 있기 때문에 너무 잘게 쪼개면 총 데미지양은 높은데 데미지가 모두 흡수되어서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적게 줄 수 있습니다. 상대의 대미지 흡수력에 따라 어떤 메뉴버로 어떻게 쪼개서 얼마나 때려야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또 본행동에 이어서 돌아오는 추가 행동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고민해야죠. 본행동을 쪼개서 공격하고 추가행동으로 정해진 횟수 만큼 회피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본행동에선 공격하는 대신 확률은 계속 낮아지지만 횟수에 관계 없이 모든 공격을 회피 시도할 수 있는 전력회피를 선언하고 추가 행동으로 아프게 데미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전투에요. 물론 그 반대급부로 전투 페이스가 느리긴 합니다만.

D&D4는 그동안 마법 클래스들만 가졌던 '매뉴버'의 개념을 모든 클래스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파워'라는 형식으로 말이죠. 특히 기본 공격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대신 즉시기'At Will Power'라는 파워를 갖게 됩니다. 1레벨에서도 여러개가 제시되고 이들 중 2개를 배우게 되죠. 그래서 '기본 공격'에 해당하는 공격을 할 때에도 여러가지 옵션이 생깁니다. 데미지가 적은 대신 명중률이 높은 공격, 반대로 명중률이 높은데 데미지가 낮은 공격, 데미지는 약하지만 상대를 한칸 밀어내는 공격, 보통 데미지이지만 상대의 어그로를 끄는 공격 등 전사도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거지요.

그리고 기존 마법 클래스들의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우기'Encounter Power'가 주어집니다. 넓은 범위에 공격을 가한다거나, 특별한 속성 공격을 하는 등 즉시기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하지만 한 전투에서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지요. 쉽게 말하자면 이제 근접 공격 클래스들도 '필살기'가 하나씩 생긴 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우기보다도 강력한 일일기'Daily Power'도 주어집니다. 조우기보다도 훨씬 강력한 기술이지만 게임 상 시간으로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립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보스전까지 아껴둬야 하는 궁극기이자 초필살기인 거죠.

이 렇게 기술들의 사용 횟수와 빈도에 대해 제한이 걸림에 따라 D&D 4에서는 기술을 카드 형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즉시기를 사용할 때엔 해당하는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조우기나 일일기는 사용하고 나면 마스터에게 돌려주고, 마스터는 전투가 끝나거나 날짜가 바뀔 때 다시 플레이어에게 돌려주는 형식이죠. 조우기나 일일기는 전투 혹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같은 기술을 다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메모라이즈'(마법사는 그날 쓸 마법의 종류와 갯수를 따로 지정해야했습니다.)가 굉장히 직관적이고 편하게 정리되었스니다. 또한 카드에 어떤 속성이고 어떤 굴림을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리되어있어서 많은 스킬들을 보고 익히고 쓰기에도 편하구요. 단, 마법사는 다른 클래스보다 많은 일일기를 배우고 이 중 어느것을 쓸 지 전날 결정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메모라이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죠.

이런 파워 개념 외에도 내부 시스템이 굉장히 워게임스럽게 바뀌었습니다. D&D 3.5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사각형 격자 맵을 사용하고 지형, 시선(Line Of Sight)나 통제지역(Zone Of Control. 적 유닛과 인접한 타일에 들어가면 멈춰야 한다) 등과 같이 위치에 따른 전략 요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탱커들 같은 경우는 상대를 밀고 당기는 등의 액션도 있고 어그로를 끄는 파워도 있습니다. (어그로를 끈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을 공격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또 플레이하고 싶은데... 기회가 잘 안생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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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06.13 16:54

 과거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MMORPG라는 것을 한번 연구해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했던 부분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대략적인 컨셉을 잡는 것이었는데 이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바로 스킬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죠. 1부터 =까지 한줄에 12개, 그것도 모자라서 2줄 3줄의 스킬바에 스킬을 쌓아두고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부담이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디아블로3, 길드워2,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등의 게임을 참고해서 여러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되 이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스킬덱이었습니다. 입맛에 맞게 전략적으로 스킬 덱을 구성하고 실제 전투는 기본 공격 중심으로 단순하게 가져가다가 스킬은 쓸 수 있으면 그때 그때 쓴다는 심플한 컨셉이었죠. 해당 프로젝트가 접히면서 이와 관련된 생각이나 연구는 딱히 진행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비슷한 컨셉의 게임이 나와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티 오브 히어로즈로 유명한 크립틱에서 제작한 네버윈터 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HUD를 한번 보시죠. 제일 먼저 가운데에 눈에 띄는 노란 보석은 액션 포인트 게이지입니다. 적을 공격하고 죽일 때 마다 차오르지만 비전투 상황이라고 해서 깎이지는 않습니다. 그 위에있는 ^자는 사실 2칸으로 구성된 스태미너 게이지로, 굴러서 동적 회피를 할 때 마다 한칸씩 빠집니다. 그리고 이 보석 좌우에 있는 1,2번 슬롯은 각각 2개의 궁극기(Daily Power) 입니다. Q,E,R에 할당되어있는 세개의 빨간 슬롯은 3개의 특수기(Encounter Power)이고 마우스 좌/우 클릭에 할당된 두개의 녹색 슬롯은 즉시기(At-Will Power) 입니다.

즉시기는 딜레이 없이 마음껏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At-Will Power 이고 기본 공격에 해당합니다. 특수기는 쿨타임이 있어 어떤 특수기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10~20초 정도의 기다려야 합니다. 궁극기는 스킬 자체에 쿨타임은 없습니다만 액션 포인트가 만충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하고 나면 다시 채워야죠. 이 기본 구성은 길드워2의 전사 캐릭터 스킬 시스템과 거의 동일합니다. 아드레날린 게이지가 3단계가 아니라 한칸이고, 마우스로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사실 이 구성은 유명한 TRPG 시스템인 Dungeons And Dragons(이하 D&D)의 최신작, D&D4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D&D4에서 즉시기는 매 턴 한번씩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특수기는 한번의 전투에서 단 한번만 쓸 수 있고 궁극기는 하루에 단 한번 쓸 수 있는 기술이죠. 이 턴제 TRPG 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구성을 실시간 액션 MMORPG에서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아주 매끄럽게 옮겨놓았습니다. 브라보.

그리고 눈여겨보셔야 할 점은 특수기를 쓸 때 쿨타임을 제외하면 어떤 자원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MP를 소모하고 누구는 분노를 축적했다가 방출하고 누구는 딜 구슬을 모았다가 쓰고 이런 식의 2차 자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관리해야 할 부분은 HP와 쿨타임이 전부입니다.

Tab키에 할당된 파란 버튼은 클래스별로 다른 역할을 해줍니다. 제 캐릭터는 도적인데 Tab키로 은신 모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서 약간 좌하단에 위치한 보라색 그래프가 바로 스텔스 미터로 이게 끝까지 차있어야 은신에 들어갈 수 있고 은신에 들어가면 줄어드는 형식입니다. 도적의 모든 특수기들은 은신 상태에선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마법사는 특수기 1개를 골라서 Tab 버튼에 할당할 수 있는데 Tab에 할당되면 스펠 전문화라고 해서 그 마법은 추가 데미지나 부가 효과가 같은 보너스를 받는 식입니다.

그리고 Tab과 Q 사이에 작은 노란 버튼 2개가 보이는데 이는 클래스 특성 스킬을 할당하는 자리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러개의 클래스 특성 스킬들 중 2개를 골라 저기에 배치할 수 있죠. 당연히 배치한 스킬만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시기 2개, 특수기 3개, 궁극기 2개 + Tab 까지. 총 8개의 파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당연히 배울 수 있는 파워는 훨씬 많습니다. 이들 중 당장 쓸 것을 8개 채우는 거죠. 즉시기도 여러가지가 있어 골라서 잡으면 됩니다. 1레벨에서 받는 즉시기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적을 베는 근접 공격과 멀리 떨어진 적에게 단검을 날리는 (LOL 코르키의 미사일처럼 3초당 1개씩 생기는데 총 8개까지 축적됩니다.) 원거리 공격 이렇게 두가지였습니다. 뒤에 한 자리에서 연속해서 상당히 여러번 베면서 큰 데미지를 주는 근접공격이 생겼는데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고 일단 베기 시작하면 공격을 끊기가 까다로워서 처음 받았던 근접 공격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거리 공격은 발동이 조금 느린 대신 한번 공격하면 DOT 데미지를 주는 파워가 생겨서 갈아치웠죠. 자기 플레이 패턴이나 다른 스킬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파워 덱을 구성하는 재미도 찰집니다. 단, 파워를 갈아치면 10초간은 그 파워를 못씁니다.

그리고 나서 위쪽의 파워 트리를 보시면 실제로는 이게 트리가 아니라는 점에 눈길이 가실 겁니다. 파워 간에 딱히 선/후 관계가 없어 파워 트리에 특정 포인트를 쓰기만 했으면 그냥 익힐 수 있습니다. '특정 레벨'이 아니라 '특정 포인트 투자'라는 부분이 또한 포인트인데요, 첫줄에 있는 스킬들 위에 20포인트부터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20레벨이 아니라 30레벨 아니 100레벨에 도달해도 파워에 20점을 쏟아붓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파워는 얻을 수 없습니다. '레벨'이 아니라 '이제까지 투자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포인트를 아껴두었다가 후반 레벨에 나온 좋은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각 스킬은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3단계 업그레이드도 20점을 투자한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30점 이후의 파워들은 파라곤이라고 해서 30레벨에서 결정하는 세부 직업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적의 경우 은신-기습을 주로 하는 Master Infiltrator와 장거리 공격에 중점을 두는 Whisperknife로 쪼개집니다. 그리고 뭘 고르는지에 따라 30포인트 이후의 스킬셋이 달라지요.


캐릭터 특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캐릭터 특성은 클래스 특성과 달리 퀵슬롯에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데, 각 열에 몇점 이상을 투자해야만 다음 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열리는 구성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의 특성들은 30레벨 전까지는 잠겨있다가 무슨 세부직업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시 달라지죠.


스태미너를 소모해서 동적 회피를 할 수 있고, 2차 자원 없이 쿨타임만으로 스킬들을 통제하는 것은 길드워2와 동일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이 게임은 블레이드 앤 소울과 같은 형식의 논타게팅 액션 전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우스룩에 WASD로 이동하고 그래서 파워와 관련된 단축키들은 1,2(궁극기) / Q,E,R (특수기) / Tab에 기본적으로 배치되어있지요. 3번은 아티팩트 슬롯이고 누르기 힘든 4,5,6번은 포션 빠는 슬롯, 7은 탈것을 불러내는 데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힘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쉽게 파워를 쓰고 포션을 빨 수 있습니다.

블소의 경우는 대전게임의 연속기라는 개념에 좀 더 집중해서 어떤 공격을 명중시켰느냐에 따라 스킬들이 계속 바뀌고 그 가운데 써야 할 스킬들을 또 재빨리 눌러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그런 것 없습니다. 스킬은 쓸 수 있고 쓰고 싶을 때 쓰면 되는 것일 뿐이죠. 대신 기본 공격의 모션이나 타격감이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양 MMORPG는 타격감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네버윈터의 타격감은 상당히 시원시원하면서도 플레이하면 피곤할 정도는 아닌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써 길드워2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전투 템포가 다소 느리고 6번 이후의 스킬을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불만이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이를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잘 풀어냈습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전투라는 점에서는 이제껏 나온 MMORPG 중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블소 처럼 피곤하지도 않구요.

다만 이렇게 전투-스킬 시스템을 잘 만들어두고도 정작 나머지 부분에서는 각 레벨 대에 맞는 존이 있고 거기 가면 또 메인퀘와 잡퀘들이 우루루 공급되는 모습이 아주 일반적인 MMORPG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WOW에서 성공했지만 한번 지나간 공간을 두번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맵이 말 그대로 '소모'되고 레벨에 따라 유저들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다는 문제가 있었죠. 사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길드워2가 밝혀냈다고 봐야겠습니다만.

컷씬 따위 없고 심지어 인게임 연출도 없이 단순히 대화창으로만 돌아가는 메인 퀘스트의 진행이나, 같은 공간에서 계속 뺑뺑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 스타워즈 구공화국이나 블소처럼 아주 많은 자본이 투입된 게임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딱히 필드 이벤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필드 상에서 유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여기 있다는 정도 외에 딱히 MMORPG로서의 MMO함이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필드를 걷어내고 인던 중심으로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뭐 이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룰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여하튼 스팀에서도 서비스 중이니 한번쯤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메타 크리틱 점수는 낮은데 꽤 재미있어요. 다만 이게 스팀 계정가지고 게임 계정을 연동하는게 아니라 공홈에서 별도 계정을 만들어야하는데 한국은 IP 제한이 걸려있을 겁니다. Zenmate가지고는 안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7일 혹은 30일 무료 체험 있는 상용 VPN으로는 등록이 될 겁니다. 일단 계정만 만들면 플레이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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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06.13 04:55


0. 동기식 멀티플레이의 금기

예전 피쳐폰 시절도 그렇지만, 아이폰이 도입된 초기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로 날려보내고 익숙한 게임을 단순하게 스마트폰으로 이식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정확하지도 않은 가상 패드를 쓰고 로딩은 길고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기존 게임의 모사품들이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바일 게임이란 언제 어떻게 하다가 언제 어떻게 관둘지 모른다는 특성을 이해하면서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언제든 멈출 수 있거나 플레이 단위가 아주 짧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원칙들이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실시간 멀티플레이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죠. PC에서 실시간 멀티플레이 게임이 잘 되니까 모바일에서도 실시간 멀티 플레이 게임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배터리는 엄청나게 먹지요, 모바일 네트워크는 불안정하지요, 플레이는 언제 중단될 지 모르죠. 확밀아, 퍼즐 앤 드래곤 등 성공한 게임들은 모두 비동기식 멀티 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스니다. 만일 2014년 지금 누군가가 모바일로 실시간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대못박힌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후려쳐도 업계 보호 차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했습니다. 드래곤 포커(이하 도라포)라는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죠.


1. PVE 포커 RPG



게임 플레이는 간단합니다. 5명의 플레이어가(사람이 부족할 경우 CPU가 대신 채웁니다.) 파티를 짜서 던전에 들어가고, 매 스테이지마다 1~3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가 먼저 공격을 하고 몬스터가 반격을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턴 마다 4장의 카드를 받고 그 중 1장씩의 카드를 냅니다.(다음 턴이 되면 리셋해서 다시 4장의 카드를 받습니다.) 원페어부터 파이브카드에 이르기까지, 일단 역이 메이드 되면 메이드 된 카드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합니다.

포커 룰 대로라면 역을 메이드해서 공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만, 도라포의 포커 룰은 원래의 포커룰보다 훨씬 느슨합니다. 위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2-3-4-5-5의 5장인데도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된 것을 볼 수 있지요. 도라포는 5장이 아닌 4장만으로도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며 중간에 페어가 한장 끼어있을 경우 5장 모두 스트레이트로 칩니다. 4장이 아닌 3장만 연속되어도 '미니 스트레이트'라고 해서 역으로 쳐주기도 하지요.(단, 원페어보다 아래로 칩니다.) 플러쉬 역시 스다하크(스페이스,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의 4종으로 구성된 기본 포커와 달리 적-청-녹 3개의 속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훨씬 메이드하기 쉽습니다. 대신 플러쉬는 투페어보다도 아래로 설정되어있지요. (그리고 익히 짐작하시겠지만 3속성은 수>화>목>수 의 가위바위보 밸런스입니다.)

다섯명이 한장씩 차례대로 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20장의 카드 중 5장으로 역을 만드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역은 잘 나오는데,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쏠쏠합니다. 한명 한명씩 카드가 쌓여가면서 어떤 역들이 가능한지 점점 구체화되고, 최종적으로 큰 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긴장감은 사실상 세븐카드 포커에서 한장씩 카드를 받아볼 때와 같은 감정입니다. 다만 완전 랜덤인 세븐카드 포커와 달리 여기선 각자가 특정한 역을 그리면서 카드를 낸다는 점이 차이겠지요.


2. 어째서 동기식 멀티플레이인가?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각자 무슨 카드를 지금 손에 들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습니다. 사실 자기 차례가 되기 전엔 본인도 자신의 손패를 알 수 없죠. 그래서 사실 굉장히 정교한 전략이나 협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무슨 역을 만들지는 2~3구에 이미 정해지고, 그 뒤는 정말로 그 카드들이 손에 들어오느냐의 문제 뿐이죠. 위 스크린샷을 보면 1,2구째에 목 속성으로 7,8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트레이트 또는 플러쉬 비전인데 3구째 플레이어가 6이나 9가 없었는지 일단 Q로 플러쉬 비전을 붙여둡니다. 어차피 4장만으로 스트레이트가 가능하고 플러시가 원페어보다 약하기 때문에 수 속성의 9를 갖다 붙여서 스트레이트 비전을 밉니다. 그리고 5구째에 불7을 붙이면서 원페어로 망했죠.

사실 할 일이 명확하기 때문에 머리 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손에 들어오지 않은 카드는 내지 못하니까 결국 7을 내서 원페어로 망하더라도 딱히 그사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에서 협력이라는 건 사실 정교한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단순하게 5명의 운을 합쳐서 같이 굴리고 모두 함께 보상받죠. 이것도 엄연히 협력이고, 멀티플레이 협력에서 요구되는 보상과 의외성이 모두 충족됩니다.

 

 

물론 그 댓가는 참혹합니다.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서버와 통신해야 하며 통신망에 이상이 생기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뜹니다. 3G 인터넷 환경이 좋은 한국은 모르겠지만, 안터지는 곳도 많고 터져도 속도가 1K씩 나오는 이곳 중국에선 정말 자주 보는 화면이죠. 내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복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접속이 끊긴 채로 내 차례가 지나면 AI가 자동으로 패를 내버립니다. 그나마 저렇게 돌아오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간신히 접속 이어서 들어와보니 이미 다 죽어있으면 참 억울하고 짜증이 납니다. 게임 내적 요인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플레이어에게 게임 내적으로 손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만, 이 게임에선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과일은 달콤합니다. 반대로 이 게임이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를 채택했다고 한번 가정해봅시다. 확밀아처럼 레이드를 뛸 수도 있을테고, 퍼드 처럼 남에게서 카드를 한장 빌려올 수도 있겠죠. 어느 쪽으로 가든 간에 유저는 오롯이 자신의 운으로 게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커라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원페어 이상을 만들기 어려운 게임이죠. 협력에 의한 즐거움 이전에 기본 게임플레이에서부터 역 만들기가 어려워 짜증날 가능성이 큽니다. 


3. 또다른 랜덤 요소들

 

 

콜렉팅 카드 게임으로 당연하게 스킬과 합체기라는 또다른 요소들이 게임에 개입합니다. 각 카드는 최대 1개의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 카드가 메이드 된 역에 포함되어 공격할 때 랜덤하게 발동됩니다. 체력을 회복시켜준다거나, 특정한 속성을 공격을 가한다거나, 적 전체에게 공격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지요. 반면 합체기는 랜덤이 아니라 메이드 된 카드들 중 같은 카드가 2장 있거나 서로 연관된 카드들이 있을 경우 반드시 발동됩니다. 같은 카드 2장은 익히 예상할 수 있지만 연관된 카드라는 건 딱히 게임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나오죠. 그럼 이런 표정이 되는 겁니다.


4. 게임의 중심요소로서의 의외성(도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게임의 핵심 가치는 다섯명의 운을 합쳐서 도박이 지닌 의외성 중 긍정적인 부분만을 돌려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외성이 플레이어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합니다. 운이 좋으면 더더욱 유리한 결과가 나오겠지요. 물론 4구까지 스티플 비전이었는데 5구째에 카드가 말려서 원페어도 못만드는 지지리도 궁상맞고 눈물나는 상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굉장히 희박한 일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한번 보시죠.  왼쪽 하단을 보면 BET 이라는 버튼이 있고 여기를 클릭하면 게임머니를 걸 수 있습니다. 보통 표시된 액수의 10배까지 걸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돌려받는 액수가 다릅니다. 대결 형식이 아니라 패의 질만을 보는 포커 게임들은 보통 2페어는 만들어야 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쓰리카드 이상이면 조금씩 늘어나고, 1카드 이하는 건 돈을 돌려받지 못하죠. 하지만 이 게임에선 원페어만 나와도 건 돈을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면 5배, 파이브카드면 아마 8배 까지도 돌려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차피 저렇게 걸고 돌려받는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카드 한장 강화하는데 몇만 골드씩 소모되는데 1000골드 걸어서 8천골드 돌려받아봤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죠. 사실 게임 내 경제 측면에서 저 베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유저에 대한 일종의 작은 보너스죠. 

일찍이 의외성은 놀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의외성을 중심으로 꾸며진 게임은 많았죠. 하지만 드래곤 포커는 의외성을 게임의 핵심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중심을 아주 유저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저에겐 좋습니다. 더 좋을 수 있고 덜 좋을 수 있지만 어쨌든 손해는 보지 않습니다. 물론 상징적으로 손해보는 케이스를 남겨두긴 했지만 사실상 발생하지 않죠. 이 원칙은 다른 게임에도 충분히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게임 내에서의 전략 요소

 

이렇게만 써놓으면 게임이 거의 완전히 의외성으로만 굴러갈 것 같습니다만, 이게 또 완전히 랜덤이라면 플레이하는 의미가 덜하겠죠. 플레이어는 받은 손패를 내는 것 외에 SP 스킬이라는 형태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SP는 쉽게 말하자면 '기 게이지'로 역이 만들어질 때 마다 쌓이는 점수입니다. 당연히 좋은 역이 만들어질수록 많이 쌓이고 최대 100%까지 쌓이죠. 플레이어는 이 SP를 소모해서 다양한 효과를 끌어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카드화 확률 증가입니다. 이 게임은 퍼즈도라와 마찬가지로 적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 마다 일정 확률로 그 몬스터를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데 확률 증가 카드를 쓰면 이 확률을 높일 수 있지요. 손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패중 일부를 랜덤하게 버리고 다시 몇장을 가져올 수도 있고 몬스터의 스킬 발동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 SP 스킬들은 모두 다양한 카드 형태로 등장합니다. 카드화 확률 증가의 경우 랜덤하게 1장만 올려주는 카드가 있는가 하면 2장 올려주는 카드도 있고 3장 모두 올려주는 카드가 있습니다. 손패 바꾸기도 1장부터 3장까지 다양하지요. 당연히 좋은 카드일수록 SP 비용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SP 스킬을 가지고있다고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들 중 일부를 선택해서 장착해 게임에 들어갑니다. 어떤 SP 스킬을 장착할 것인지부터 어떤 스킬을 언제 쓸 것인지까지 유저의 전략과 개입을 필요로 하지요.


6. 동기식 플레이와 친구의 활용

또한 동기식 게임이다보니 친구관계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른 게임들과는 다릅니다. 퍼드의 경우 친구의 리더카드를 빌려올 수 있고, 그래서 좋은 리더카드를 지닌 친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반대로 자신도 좋은 리더카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죠. 도라포는 친구의 파티에 빈자리가 있으면 그 던전에 난입할 수 있는 '같이하기' 기능이 존재합니다.

기존에 게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CPU 보다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지능도 AI보다는 사람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CPU 보다는 좋은 카드들을 갖고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난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난입은 중요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게임은 퍼드처럼 던전에 들어가면 스태미너를 소모하는데, 회복 속도에 비해 소모량이 상당합니다. 5분에 1점씩 차는데 1레벨 던전도 최대 9점을 소모하죠. '최대' 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각 던전에서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 마다 스태미너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1레벨 던전의 경우 3점짜리 스테이지가 3개 있는 것이죠.

만일 제가 최대 60점을 소모하는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데 당장 가진 스태미너가 45점 밖에 없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15X5로 75분을 기다리거나 유료템인 젬을 먹어서 스태미너를 채워야겠죠. 하지만 만일 다른 친구가 이미 그 던전에 들어가있고 2스테이지에 있다면 저는 첫 스테이지의 참가비인 20점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난입이 가능합니다. 그럼 난입해야죠.

중간에 난입하게 되면 당연히 지난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의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에는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그러니 특정한 던전에 꼭 가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일반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친구의 던전에 난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본인도 계속 던전을 돌고 덱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7. 덱의 관리와 확장

 

 

이제까지 동기식 멀티플레이 PVE 포커 게임으로써의 면모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카드 컬렉팅 게임으로써의 도라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덱 구성부터 시작해보죠. 플레이어의 덱은 1장의 A카드와 12장의 일반 카드로 구성됩니다. 일반카드는 다시 火 속성 카드 4장, 水 속성 카드 4장, 木 속성 카드 4장으로 구성되죠. 원한다고 火속성만 12개 꽂고 그럴 수 없습니다. A 카드는 항상 A입니다. 나머지 카드는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랜덤하게 번호가 매겨집니다. 지난번에 들어갔을 땐 저기 보이는 이프리나가 2였는데 이번엔 7일 수도 있고 다음번엔 Q일 수도 있지요. 당연히 각 카드는 강화 진화 가능하구요.

당연히 레벨이 올라갈수록 한계 코스트는 올라가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는 13개로 제한되어있습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코스트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기엔 13장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쪼렙이라도 (아니 쪼렙일수록) 가차에서 뽑은 좋은 카드를 덱에 떡 하고 박아서 게임에서 쓰는 재미가 중요한데 자칫하다간 좋은 카드 뽑으신 건 축하드릴 일이지만 그거 쓰려면 나머지 카드를 모두 허접한 걸로 박거나 열렙해서 코스트 한계를 높인 뒤에 쓰라는 괴악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요. 이렇게 가차 뽑는 보람이 없어선 곤란합니다. 마블 퍼즐퀘스트가 그런 케이스였죠.[각주:1]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꼬붕(子分)이라는 시스템이 붙어있습니다. 왼쪽 스크린샷에 보면 보라색 버튼이 있지요. 도라포에선 13장의 카드 아래에 꼬붕이라는 서포터 카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스크린샷 보시면 A카드인 '소악마 나나' 아래에 '배고픈 팬더'를 꼬붕으로 붙인 상태죠. 꼬붕은 자신이 붙어있는 메인 카드의 스펙에 보너스를 주고, 꼬붕의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팬더의 꼬붕 스킬은 메인 캐릭터의 할퀴기 스킬을 올려주는 군요. 40레벨이 되면 A카드의 꼬붕 슬롯이 열리고, 이후 레벨이 오르면 다른 카드들의 꼬붕 슬롯도 열립니다. 처음엔 하나만 열렸다가 2개 3개 4개로 점점 늘어나는 구조죠.

이 꼬붕 슬롯은 앞서 말한 것 처럼, 덱 크기의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좋은 카드의 코스트를 무진장 높이지 않으면서 코스트 증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또한 메인과 꼬붕 카드의 조화, 꼬붕 카드로서의 특성과 장점 등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면서 덱 구성의 게임플레이를 강화하지요.


8. 카드의 강화와 진화

 

 

 

강화/진화 시스템은 (다른 부분들이 다 그러하듯) 기본적으로 퍼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강화는 카드를 갈아먹여서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데 같은 카드를 먹이면 카드의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진화의 경우, 필요한 카드가 정형화 되어있습니다. 경험치나 스킬을 올려주는 전용 몬스터의 경우는 같은 몬스터, 그 외는 오른쪽 스샷에 나온 것 처럼 진화용 카드들을 먹이면 됩니다. 

 

 

강화든 진화든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보상은 좀 남다릅니다. 진화를 통해 새 카드를 도감에 추가할 때 마다 용석을 지급해주거든요. 지금 보신건 레어 급을 레어+급으로 추가했더니 용석 1개를 준 것인데, 좀 더 희귀한 카드를 만들면 좀 더 주기도 했습니다. 용석은 퍼드의 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나 톡 까먹으면 스태미너를 풀로 회복시켜주고, 던전에서 죽었을 때 부활할 수 있고, 유료 가차를 깔 때 쓰입니다. (용석 4개당 가차 한번). 그러니 당장 덱에 넣지 않을 카드라고 하더라도 성장해서 진화시키고 다시 용석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9.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극비 미션


 

 

던전 리스트를 보면 Clear 여부 외에 트레져(보물) 획득 여부가 따로 구분되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각 던전은 하나씩의 보물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기본적으로 일정한 보상을 받는데 거기에 더해서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단 한번만 얻을 수 있지요. 그래서 클리어는 했지만 아직 보물은 얻지 못한 던전이 존재하고, 보물까지 얻고 나야 비로소 그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의 두번째 던전은 클리어를 못했는데도 보물은 얻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그 던전 보스전 도중에 네트워크 장애(=_=)로 튕기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각 에어리어(같은 난이도 - 별 갯수 - 를 지닌 던전의 집합)을 모두 클리어 하면 다음 던전이 열리면서 보상으로 덱 코스트 한계를 올려줍니다. 그렇다면 보물을 모두 얻으면 무슨 보상이 있을까요? 그 비밀은 아까 왼쪽 스샷의 왼쪽 코너에 있는 "극비 미션"이라는 메뉴에 있습니다. 극비 미션에 가보면 특정한 보물을 모으면 그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은 별 10개짜리 노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 셋을 모으면 용석을 무려 10개나 주는군요. 각각 어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인지 지정되어있습니다.

용석을 째째하게 한두개도 아니고 5개 10개씩 마구마구 뿌려주니 유저 입장에선 여기에 메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물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던전을 돌아야하니 컨텐츠 소모도 늦춰주고, 돈주고 사야하는 아이템을 준다고 하니 유저가 좀 더 오래 자주 많이 게임을 하게 되지요. 이게 정말 사악한게 자고로 돈보다 빼앗기 힘든게 시간인이고 이 시간을 자발적으로 갖다바치도록 유도할 뿐더러 이렇게 얻은 용석을 써버릇하면 나중엔 용석을 사서 쓰게 됩니다. 그리고 비과금 유저도 충분히 이 보물찾기로도 게임을 꾸려갈 수 있구요.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무과금으로 저렇게 무료 용석으로 가차 까면서 무리없이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질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요. (절차가 복잡해서 돈을 못쓰고 있습니다.)


10. 동기식 PVP


 

 


 PVE가 동기식이었던 만큼, PVP 역시 동기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PVP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콜로세움 티켓이라는 별도의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4장 소모하는군요) 참가비는 29 스태미너 포인트. 스샷 찍을 당시 37레벨인데 보통 던전 하나 도는데 36 정도 썼던 것을 생각해보면 스태미너 코스트는 저렴합니다. 레벨과 그간의 성적에 따라 리그가 나눠져있고 매 주마다 특정 스킬들에 보너스를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VP에서 선전하려면 다양한 카드들이 필요하겠죠. 참가를 누르면 5:5로 매칭이 됩니다.


 

 

PVP 역시 다섯명이 차례대로 각자 1장씩의 카드를 내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양팀이 동시에 카드를 내죠. 그리고 매 턴 더 높은 역을 만든 팀 부터 공격합니다. 위 스샷에선 제가 속한 팀이 풀하우스고 상대 팀이 원페어니 제 팀이 먼저 공격합니다. 공격 차례가 되면 상대방의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합니다. (물론 타겟은 랜덤이죠) 플레이어의 HP가 0이 되면 다음 턴 시작 전에 HP가 풀로 회복되지만, 그 턴에는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카드가 역에 포함되어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일단 선공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최종적으로는 5턴동안 상대에게 준 데미지의 합계가 많은 팀이 승리합니다. 그리고 왼쪽 하단을 보시면 자기가 획득한 BP(상대에게 데미지를 줘서 얻은 점수)를 놓고 다시 베팅할 수 있지요?


 

 


PVP 게임을 끝내고 나면 드래곤 메달을 받습니다. 승리 수당으로 2개, BP 수당으로 2개 받았네요. 데미지를 잘 주고 BP 베팅에도 성공하면 좀 더 돌려받겠죠. 이 드래곤 메달은 다른 아이템으로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상품인 레어 캐릭터로 바꿀 수 있고, 강화/진화용 특수 몬스터 카드와도 바꿀 수 있습니다. SP 카드를 살 수도 있고 무료가차를 뽑는 포인트인 PP로도 바꿀 수가 있군요. PVE가 랜덤 보상에 기반해서 돌아간다면 PVP는 확정보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다들 오른쪽의 소악마 리노를 노리겠지요.


11.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흔히들 어렸을 때 읽은 책 한권이 평생을 좌우한다고들 하지요? 보통은 무슨 무슨 책을 읽고 아이가 감명받아 갑자기 삶의 목표를 찾고 기력이 샘솟아 기적을 이루는 무슨 간증같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만, 저같은 경우 초등학교때 故이은성 작가님의 '소설 동의보감'이 바로 인생을 결정지은 책이었습니다. 이순재 옹 주연의 '집념', 서인석옹 주연의 'TV 동의보감', 전광렬 주연(보다는 예진아씨가 유명한) '허준' 최근엔 김주혁 주연의 '구암 허준'으로 무려 네번이나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이지요.

제 가 이 책을 읽고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숭고한 삶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 의대에 가서 가문의 영광이 되었겠습니다만, 제가 감명을 받은 것은 오히려 유의태와 그 친구들의 태도였습니다. 침술의 일인자 유의태, 탕약의 천재 김민세, 부술의 달인 안광익. 셋 다 아주 안하무인이지요. 하지만 허준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베알은 꼴리지만 실력이 저 오만을 커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보고 초등학생이던 저는 '아 실력이 있으면 오만해도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인 겁니다. 뭐 어쩌겠어요 이미 이번 생은 틀려먹은 걸.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극 중 허준은 내의원 시험을 치러 한양에 가다가 진천 버드네라는 곳에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게 됩니다. 이때 되뇌이는 말이 있지요.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뜸에 쓸 수 없는 쑥으로 뜸을 뜨면서, 침을 놓으면 안되는 시간에 침을 놓으면서 수없이 되뇌이는 말입니다. 어차피 의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런 금기는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죠. 오만해도 결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 않고 그래도 이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건 저 문장도 같이 외웠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드래곤 포커야 말로 의는 정하면 금기를 초월한다는 말이 참 어울리는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친구에게 소개받을 때만 하더라도 턴제 동기식 멀티플레이라는 말에 어느 병신이 그딴 걸 만들었냐고 비웃었지만, 실제 게임은 그 동기식 멀티플레이에서만 가능한 재미를 훌륭하게 전달해주고 있었죠. 무서운 속도로 배터리를 소모하고, 네트워크가 불안하면 망가지지만, 그래도 계속 붙잡고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메인 게임 플레이 외에 카드 수집과 성장, 덱 구성 등의 메타게임도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있구요.

가차폰이 도박이냐 아니냐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 가차폰에 더해서 아예 도박을 소재로 한 게임을 소개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고 한번쯤 해보셨으면 합니다.


  1. 같은 카드를 갈아먹여서 레벨 한도를 높이는 것은 확밀아와 동등하지만 기본 레벨이 정말 짜고(15레벨) 카드를 계속 갈아먹일수록 레벨 한도 증가량이 큰 구조입니다. 돈을 때려박아서 3성 아이언맨을 하나 뽑아도 15레벨에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도 없어서 3성 아이언맨을 몇장 더 얻기 전까진 아무 쓸모가 없지요. 기본 레벨을 넉넉하게 주고 추가 레벨을 짜게 주는 확밀아와는 반대로 가차에서 좋은 카드가 나와도 전혀 즐겁지가 않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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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05.18 20:44

이전에 이미 FPS에서 탈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점령전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GDF :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4&t=136

블로그 : http://tophet.tistory.com/86

말미의 요약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탈것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게임의 무대는 넓고 개방되어있어야 한다.
    • 넓고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전투 밀도는 낮아지고 유저는 전투 보다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 특히 스나이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는데,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스나이핑에 의한 죽음은 유저에겐 짜증나는 경험이 된다.
  •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가 문제가 된다.
    • 탈것은 보병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가진다.
    • 탈것을 탈것으로 견제하게 하면 게임의 승패가 소수의 탈것 에이스의 플레이에 좌우된다.
    • 하지만 보병이 탈것을 견제할 수단을 갖지 못하면 보병으로써의 플레이는 무기력해지고 무의미해진다.
  • 특히 탈것의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
    • 탈것을 타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에이스가 타면 유리하다는 팀 욕구가 충돌할 수 있다.
      • 설령 누가 잘 탄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 F2P 모델을 염두에 둘 경우, 전체 유료화에도 장애가 된다..
      • 탈것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 탈것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탈것 자체에 대한 유료화 스킴도 고안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한 사례로는 홈프론트를 예로 든 적이 있습니다.


  • 거점을 3개로 제한함으로써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게임 밀도 관리.
  • 죽지 않고 킬을 계속 쌓을 경우 상대방에게 해당 플레이어의 위치를 노출시킴으로써 장거리 스나이퍼를 견제.
  •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리스폰할 때 탈것을 탄 채로 게임에 투입시켜 소유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

그런데 3월 출시를 앞두고 지금 베타 테스트 중인 타이탄 폴이 또다른 방법으로 이 탈것이 등장하는 점령전의 문제를 풀어냈기에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1. 타이탄과 보병이 공존하는 레벨 디자인

기본적으로 탈것을 위한 레벨과 보병을 위한 레벨은 서로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탈것은 당연히 보병들보다 크기가 크고 이동 속도가 빠릅니다. 따라서 넓고 개방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특히 전투기 등과 같이 빠른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은 필연적으로 공간이 넓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보병전은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적이 작은 점으로 표현되고, 장거리에서 은폐/엄폐한 상태에서 작은 점에 대고 딱콩 딱콩 총알을 쏘아대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술이 되지요. SMG나 샷건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장거리에서의 저격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됩니다. 적을 찾아 드넓은 맵을 이동하다가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저격병의 총알을 맞고 죽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지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이는 거대한 이족보행이 등장하는 이상, 기본적으로는 크고 개방된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실내공간을 다수 배치해 보병전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자아도취 코더들은 보병의 마지막 방어수단인 건물들을 부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병을 탈것들의 사냥감으로 전락시켰습니다만, 타이탄 폴에서 보병들은 건물을 방패 삼아 타이탄의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이 건물들로부터 타이탄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점령전에서 점령해야 할 거점들은 대부분 타이탄을 탄 채가 아닌, 보병으로만 점령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한쪽 팀의 타이탄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할지라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병들이 실내전에서 활약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타이탄에서 내려서 거점을 점령하는 등의 플레이도 필요해지지요. 하지만 이 거점이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는 외부에 노출되어있는 개방 공간입니다. 아무리 실내전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야외의 타이탄 전력에 밀리게 되면 중요한 건물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죠.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에서 탈것과 보병의 밸런스는 상당히 애매한 지점입니다. 탈것이 보병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면 보병은 탈것의 먹이로 전락해서 보병 플레이의 재미가 떨어지고, 탈것이 약해지면 탈것의 의미가 희석되는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타이탄폴은 탈것의 공간과 보병의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합니다. 실외는 타이탄들끼리 전체 전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투를 벌이게 하고 실내에선 보병들끼리 승부를 보는 이중구성 덕분에 어느 쪽을 플레이해도 무력하게 학살당하기 보다는 흥미진진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보병과 타이탄의 밸런스

일반적으로 탱크나 타이탄과 같이 장갑이 두꺼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에선 이런 장갑을 뚫고 공격할 수 있는 클래스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대인전투력을 희생당하지요. 이런 구성은 이론적으로는 제법 괜찮습니다. 완전한 대인전투력을 갖는 대신 탈것엔 속수 무책으로 당할 것인가, 혹은 대인전투력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라도 할 것인가는 흥미로운 선택이지요. 하지만 유저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대인 전투력에 몰빵해서 탈것에게 죽든, 로켓을 든 댓가로 보병에 죽든 어쨌든 죽는 것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설령 로켓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게 탈것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정도이지 탈것을 한방에 압도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지도 않구요.

타이탄폴은 타이탄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아예 기본 구성에 포함시켜버립니다. 주무기, 보조무기(권총) 외에 대타이탄 무기 1종을 가지고 들어가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병으로 타이탄을 만난다고 해도 엄폐해서 반격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타이탄의 실드와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한방에 큰 타격을 입힐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럿이 한꺼번에 공격할 경우엔 타이탄의 공격 만큼이나 의미있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보병이 조금 더 모험을 즐긴다면, 상대 타이탄에 올라타는 로데오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점프해서 메달리든,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든 일단 로데오에 들어가면 보병은 타이탄의 코어를 직접 공격할 수 있지요. 이 로데오 어택은 실드를 무시하면서 장갑에도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사실 타이탄의 공격보다도 더 위협적입니다. 특히 타이탄으로써는 올라탄 보병을 공격할 방법도 없지요. (전기 구름을 생성시켜 데미지를 줄 수도 있는데, 이 장비를 설치하면 전방에서의 공격을 막아내는 추가 실드를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당연히 위험합니다. 보병은 타이탄에게 밟혀 죽을 수도 있고, 타이탄의 주먹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적 타이탄이나 적 보병에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면 확실히 잡는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써는 시도해볼만한 도박이죠. 병과 개편 전의 배틀필드 온라인에서도 약점을 노려도 최소 2~3방을 맞춰야하는 대전차병 보다는 위험하긴 해도 C4를 붙여 한방에 탱크를 날리는 특수병이 더 인기있곤 했지요.

일반적으로 보병이 탈것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절망적입니다. 숨지 않으면 바로 죽고, (숨어도 벽을 날리기도 하지요) 숨어도 마땅히 반격할 수단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병이 타이탄을 만나는 순간은 굉장히 유쾌합니다. 일단 적 타이탄의 위치는 미니맵 상에 공유되기 때문에 피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고, 설령 마주친다고 해도 숨을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숨어서 반격을 가할 수도 있고, 역으로 그 타이탄을 일격에 제압하는 도박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서도 타이탄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3. 보병은 이동조차 재미있다.

위와 같이 보병과 탈것 간의 밸런스를 맞춘다고 해도 여전히 레벨의 문제는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병력은 분산되기 마련이고 보병은 전투보다는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열심히 뛰다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는 총에 맞아 죽는 마라톤 게임인 배틀필드가 되겠죠. 그리고 복잡한 실내 공간은 보병을 탈것으로부터 보호해줄 순 있지만 반대로 보병들이 길을 찾아 이동하는데 장애가 되곤 합니다. 특히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은 플레이어가 이해하고 숙지하기 상당히 힘든데, 이는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멀티플레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타이탄폴은 보병들의 이동력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해 나갑니다. 기본적으로 스프린트시 보병의 이동속도는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서 실제 거리는 멀지만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2층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점프가 높은데 점프 중에 2단 점프로 또한번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높이가 모자라면 모서리를 잡고 기어오를 수도 있지요. 덕분에 플레이어는 수직적으로 복잡한 공간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밀리터리 FPS에서 높은 곳에 있는 적을 뒷치기로 제압하려면 입구를 찾아 헤메야 하지만 타이탄폴에선 그냥 뛰어오르면 되지요. 그래서 건물은 복잡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상당히 재미난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벽타기 등의 파쿠르를 집어넣어서 이동 자체의 재미를 높였습니다. 지루한 마라톤에서 신나는 탐험이 되는 거지요. 처음엔 이렇게 점프하고 파쿨르 하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마우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PC라면 몰라도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콘솔에선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파쿠르를 하는 외부 공간은 타이탄들의 것이고, 실내는 좁기 때문에 파쿠르로 이동할 수가 없거든요. 상당히 절묘한 밸런스지요.


4. 봇을 통해 전투 밀도를 관리.

한편, 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전투 밀도 문제는 미니언이라고 불리는 봇을 투입함으로써 해결합니다. 설령 플레이어들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구석구석 배치되고 스폰되는 미니언들을 잡으면서 이동 중에도 짧게 짧게 전투를 할 수 있지요. 덕분에 넓은 공간에 12명의 플레이어만 있어도 게임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또한 조준 능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도 미니언을 잡아서 팀에 기여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5. 타이탄의 대중화

또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장에 타이탄을 배치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배틀필드는 '퀘드 데미지'나 '슈퍼 아머'등과 같이 하이퍼 FPS에서 맵 상에 등장하는 보너스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맵 상에 탈것들은 그냥 존재하고, 아무나 이 탈것들을 잡아 타면 되는 방식이었죠. 이 구조는 탈것들이 거점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한번 거점을 잃으면 탈것의 보유량에서도 밀리고, 이 탈것들로 인해 다시 거점을 잃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탈것을 타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와 승리하고자 하는 팀의 욕구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라는 전투는 안하고 헬기가 스폰되는 장소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거나 내가 더 잘타니 나에게 양보하라고 말다툼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요.

반면 홈프론트는 게임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사용하는 아이템의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탈것의 스폰이 거점과는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거점 상황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하지 않고, 자신의 포인트를 소모해서 직접 탄 채로 스폰하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도 없습니다. 탈것 타겠다고 줄서서 기다리는 문제도 없지요. 하지만 잘 하지 못해도 포인트가 쌓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탈것을 더 자주 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피할 수는 없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는 탈것의 갯수가 종류별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포인트가 있는데도 원하는 탈것을 탈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배틀필드 보다는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밸런스와 플레이어들의 욕구를 해결해냈다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타이탄폴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4분에 한번씩 타이탄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미니언을 죽이거나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면 이 쿨타임이 조금씩 단축됩니다. 그래서 잘하는 플레이어는 타이탄을 좀 더 빨리 자주 탈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아무리 못하는 플레이어라고 하도 4분에 한번씩은 타이탄을 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타이탄은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사망 후 타이탄을 탄 채로 스폰할 수도 있지만, 필드 상에 소환(사실은 공중투하)해도 그 주인이 정해져있습니다. 남의 타이탄의 어깨에 올라탈 수는 있어도 타이탄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타이탄의 주인 뿐입니다. 설령 필드에 타이탄을 소환해놓고 그걸 타기 전에 죽으면 타이탄은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스폰할 때 타고 나올 수 있고 스폰 후에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FPS라고 해도 탈것이 그렇게까지 많이 투입되지는 않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은 탈것을 많이 배치하면 플레이어들이 탈것을 더 많이 타고 재미있게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탈것에 무력하게 당하는 불쾌한 경험만이 양산되었죠. 그렇다고 누구나 탈 수 있을 만큼 탈것을 늘리면 이젠 보병 플레이가 의미가 없어집니다. 상당히 난감한 문제죠. 하지만 타이탄폴은 이미 타이탄과 보병의 밸런스를 맞춰놓았기 때문에 필드상에 타이탄이 많이 뿌려지더라도 보병의 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타이탄들이 많이 깔려있기 때문에 야외에선 타이탄들의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지요.

잘하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지만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만큼은 아니고, 잘하지 못해도 타이탄을 타는 경험을 제공해주며, 타이탄이 많이 깔려도 보병에게 절망적인 경험을 주지 않고, 타이탄 끼리의 교전을 유도해 보병전과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6. 탈것이 등장하는 FPS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든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자들이 독립한 회사인 만큼, 사실 타이탄폴의 재미는 믿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족 보행 병기인 타이탄이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FPS는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긴 합니다만, 막상 게임으로 만들고 보면 레벨 부터 시작해서 탈것과 보병간의 밸런스 등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거든요. 물론 플래닛사이드2처럼 탈것을 보병과 같은 게임자원 중 하나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는 캐주얼한 유저들에겐 상당히 어려울 수 있지요. 그렇다고 스웨덴산 똥덩어리처럼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마도 홈프론트에서 조금 발전된 형태 정도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타이탄폴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맵이 커져서 이동이 지루해진다면 이동을 재미있게 만들고, 소수의 에이스들만 탈것들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냥 모두에게 타이탄을 뿌립니다. 보병이 탈것을 만났을 때의 절망이 문제라면 희망을 주고 보병의 플레이가 의미없는 것이 문제라면 보병에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작은 변화들이지만 큰틀에서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게임플레이의 깊이와 캐주얼함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는 겁니다. 탈것이 등장하는 다른 FPS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시 플레이는 직관적이고 유쾌합니다. 과연 현대 혹은 근미래를 무대로 한 게임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타이탄폴은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 디자인에 있어 하나의 거대한 획을 긋는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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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4.02.18 02:20

GDF에도 쓴 글입니다. 아마도 관련된 토론은 (발생한다면) GDF에서 계속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파판14 같은 경우는 한 캐릭터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스킬과 아이템 세팅을 바꾸면 굳이 부캐를 키울 필요 없이 한 캐릭터로도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하죠.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플레이했던 구간을 부캐로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만렙 찍은 뒤에도(혹은 성장 구간 중에) 여러 직업을 꾸역꾸역 올려가는 것이 크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렇게 한 캐릭터에 여러 직업을 대응시키기 보다는 한 캐릭터에 하나의 직업만을 부여하고, 그 외의 직업은 부캐를 통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부캐는 유저가 필요해서(심심해서) 즐길 뿐, 게임 내부에서 어떤 보상이나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화 시킨 사례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캐에 적극적으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부캐를 키우는 플레이 자체를 게임에 안착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 - 가문 시스템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구공온)에서 캐릭터가 전체 성장곡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되면 자신의 가문(리거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가문은 캐릭터와는 별개로 가문 자체의 레벨이 존재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가문의 레벨을 올리게 되죠. 해당 계정의 모든 캐릭터들은 그 가문의 일원이 되고, 이 캐릭터들이 경험치를 얻을 때 마다 가문에도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기엔 이 가문 레벨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구현중인 상태였죠. 뭐 EA / 바이오웨어에선 곧 구현된다고 했지만 다들 가문이 구현되기 전에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노예 출신의 시스 인퀴지터와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바운티 헌터와 제국군 정보부의 외계인 요원을 같은 가문으로 묶는 걸 보니 과연 스타워즈 스케일이라는 정도의 단상만을 남겼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온 김에 2년만에 접속해보니 그 가문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진 않고, 자잘하지만 어쨌든 부캐가 핵심 엔드 컨텐츠인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성장, 동료, 여행, 편의라는 네가지 카테고리와 그에 부속된 다양한 보너스들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장비를 수리해주는 드로이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되어있네요. 이 외에 탈것을 좀 더 이른 레벨에서도 탈 수 있게 해준다거나,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준다거나 뭐 이런 보너스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보너스들에는 상위의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위의 드로이드 호출의 경우, 수리 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쿨타임을 줄여준다거나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형식입니다. 하위의 보너스를 먼저 갖고 있어야 상위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지요.


이 보너스들은 사실 캐릭터에 귀속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르텔 코인(현금)으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머니로도 구매할 수 있지요. 단, 카르텔 코인과 달리 게임머니로 구매하기 위해선 각 보너스가 요구하는 것보다 가문 레벨이 더 높아야 합니다. 가문 레벨이 높으면 원하는 보너스를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을 쓰면 가문 레벨에 관계 없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모습이 가문 시스템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유료화 모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장치이긴 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와 그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직접 지불하고싶지는 않아하는 유저의 저항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금을 쓰지 않고 보너스를 받기 위해 가문 레벨을 올리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시 월정액 결제나 캐릭터 슬롯 추가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사실 구공온에서 부캐 키우기가 엔드컨텐츠가 된 것은 기획 의도였다기 보다는 기획의 실수에 기인합니다. 한번 훑고 지나가는 성장 구간을 엄청난 고퀄인데 비해 엔드컨텐츠는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약하니 만렙 찍고 할 게 부캐를 키우는 것 뿐이었죠. 게다가 이 게임은 2개 진영 4개 클래스가 모두 다른 메인 스토리를 매우 고품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캐를 키우는게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의 경우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굴리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실제 수익 모델 자체도 캐릭터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죠. 그래서 다른 게임이나 구공온과 달리, 이 게임은 작정하면 2일 내에 성장구간을 끝내고 엔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사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옆에서 보니 좋아보인다는 개인적인 감상 외엔 여러 캐릭터를 사모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히어로가 2가지 씩의 시너지 버프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25레벨에서 열리고 다른 하나는 50레벨에서 열리죠. 예를 들어 블랙 위도우가 25레벨이 되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않은 적에게 2% 추가 데미지 효과가 생겨납니다. 50레벨에서도 2%가 열려 합치면 총 4%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헐크는 최대 HP 상승,  휴먼 토치는 광역 스킬 데미지 상승 등 각 히어로들의 개성에 맞는 효과가 부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5레벨과 50레벨에서 얻는 보너스가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언맨은 25레벨에선 장거리 데미지 보너스, 50레벨에선 에너지 데미지 보너스를 줍니다. 싸이클롭스는 25레벨에서 에너지 데미지, 50레벨에선 경험치 획득량 보너스를 주지요.

그리고 각각의 히어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최대 10명으로부터 이 시너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렙은 커녕 25레벨도 많지 않은 가난한 쪼렙이야 뭐 되는대로 다 켜고 있습니다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히어로가 10명이 넘게 된다면 각각의 히어로별로 가장 좋은 조합을 선택해야하죠. 블랙 위도우가 주는 버프는 직접 붙어서 싸우는 헐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긴 사거리로 멀리서 쏘는 호크아이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토르가 주는 근접 데미지 증가 효과는 호크아이에게 도움이 못되겠지요. 그래서 시너지를 받을 10명의 히어로 덱을 구성하고, 이 덱을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메타게임이 됩니다.


가문 시스템의 한계와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성과

게임의 성격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공온의 가문 시스템은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단계적으로 열어갈 뿐, 그 안에 어떠한 선택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가문 시스템에서 얻는 보너스들은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캐릭터별로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수리 드로이드는 이미 65레벨 본캐에서 언락을 했지만 저 1레벨 캐릭터에서도 사용하려면 다시 게임머니나 현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들인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메타게임은 고사하고 부캐를 키울 동기 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현질할 보람도 없습니다.) 보너스들을 계정 적용으로 바꿨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겁니다. 혹은 가문의 레벨을 요구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 포인트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바꾸거나요.

부캐는 사실 구공온보다 마블 히어로에서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은 히어로를 판매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이 각기 개성이 뚜렷한만큼 각 유저들의 호불호도 갈려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히어로는 굳이 구매하고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던 히어로들도 습득하고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버려지던 컨텐츠들의 효용이 상당히 올라갔죠. 

만약 이 시스템이 히어로를 루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초반에 도입되었다면 이 시스템은 유전고렙 무전쪼렙을 유도하는 것으로 욕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10분에 한번씩 떨어지는 토큰을 모아 히어로와 교환받게 된 이후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으로 한정지으면서 캐릭터를 20개 30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고 이 10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만으로 마아블로가 다시 부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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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3.10.11 18:59

GDF에도 쓴 글입니다.


최근엔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거리가 없어서 뜸했습니다만, 간만에 쓸만한 거리가 하나 생각나서 포스팅을 쎄워봅니다. 바로 PVP 게임에서의 팀킬에 관한 것이죠. 엄밀히는 아군공격이지만, 편의상 그냥 팀킬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PVP 게임들, 특히 FPS 게임의 경우 팀킬은 절대로 허용되어선 안되는 장치입니다. 간혹 On/Off 옵션을 단 채로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직후에 벌어지는 혼돈의 카오스를 목격하고 나면 금방 제거하게 되지요. 반면 해외의 FPS 게임들은 팀킬에 대해 제법 개방적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팀킬을 기본으로 허용하고 옵션으로 끌 수 있게 하지요.

사실 팀킬이라는 게 반드시 막아야 할 절대 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게임에 좀 더 전략성을 부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는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동시에 게임의 경험을 완전히 망쳐버릴 위험 또한 큽니다. 순전히 재미있다고 자기 기지에서 아군을 무차별 학살하는 싸이코패스도 많습니다만, 실수에 의한 팀킬을 팀킬로 응징하고 다시 팀킬로 보복하는 등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우도 그렇게 드물지는 않습니다.

이 팀킬 문제를 외국 개발자는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전 이게 꼭 한국의 도덕이 고담시티 레벨이고 싸이코 패스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기본 시스템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는 편입니다. 해외 FPS 게임들은 대부분 서버를 개인이나 클랜이 설치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 개인이나 클랜이 서버의 룰이나 맵 등을 입맛에 맞게 세팅해놓고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서버를 선택해서 들어가는 구조지요. 한국처럼 계속해서 방이 만들어지고 닫히는 시스템에서야 사실 어디가서 강퇴를 당하더라도 금방 다른 게임에 들어가서 다시 난동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후 제제보다는 차라리 그냥 아예 게임에서 팀킬을 할 수 없도록 막아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하지만 저런 환경에선 괜히 뻘짓하다가 밴 먹으면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람 많고 핑 좋고 거기에 모드 / 맵 / 세부 옵션이 마음에 드는 서버를 찾기란 쉽지가 않거든요. 이는 팀킬 뿐만 아니라 욕설이나 트롤링 등 대부분의 비매너 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됩니다.

사실 저 구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게임이 바로 배틀필드입니다. 탈것, 폭발물, 드넓은 전장, 강력한 커맨더 등 깽판을 치려고 마음 먹으면 정말 아주 제대로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이죠. 물론 팀킬을 끌 수 있긴 합니다만 이는 아군의 총알과 수류탄으로부터 입는 데미지만 무효화할 뿐, 팀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탱크와 같은 차량으로 치여 죽일 수도 있지요. 아군의 차량으로부터 입는 물리 데미지를 방지한다고 해도, 그대로 밀고 벽에다 갖다 박으면 차량에서 오는 데미지가 아니라 벽과 충돌한 충격량 때문에 죽습니다. 그나마 이 로드킬은 감지할 수라도 있지요. 폭발물로부터 데미지는 입지 않아도 내부 물리 엔진에 의해 폭발력으로 밀려나는 효과는 남아서 이 폭발력으로 아군을 배경과 부딪히게 해서 물리 데미지로 죽이는 건 못막습니다. 차라리 같은 원리로 정상적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옥상에 올라가서 스나질 하는 건 차라리 애교죠. 또 아군 옆에 서있는 차량을 폭파시켜서 폭탄의 폭발이 아닌, 차량의 유폭으로 데미지를 줄 수도 있고 심지어 헬기 테일로터로 사람을 갈아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내부 팀킬 방지 시스템으로 하나하나 방지하거나 감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해당 유저를 영구강퇴하는 방법으로 강력하게 제제하지요.

배필 온라인의 경우는 일단 처음에는 겁도 없이 팀킬 On으로 시작해서 한번 지옥을 맛보고, 팀킬을 절대로 켤 수 없게 만든 뒤에도 대한민국 창의력 대장들과 씨름해야 했죠. 정말 열심히 막았습니다만 끝끝내 야구하듯이 헬기 꼬리를 휘둘러 아군을 벽에 날린 뒤 그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죽이는 플레이는 막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배틀필드는 ㅈ같은 게임이고 한국엔 싸이코패스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둘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게임이 허용하는 행위가 많을수록 그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한편 월드 오브 탱크 (이하 월탱)의 경우는 반대로 아군에 데미지를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리스폰을 없앰으로써 팀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사망에 대한 페널티를 완화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한 대세이긴 합니다. FPS의 경우는 리스폰 타임을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이 페널티를 줄여왔죠. 하지만 월탱은 리스폰이 없습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그냥 게임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죠.(원한다면 남아서 진행상황을 계속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었다고 게임에서 내보내는 건 게임 플레이 기회 자체를 박탈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합니다. 하지만 월탱의 경우는 그렇게 게임에서 나가도 다른 전차를 타고 금방 다른 게임에 합류할 수 있죠. 게임 플레이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캐주얼한 페널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금방 다른 게임에 투입되면서 기분 자체가 환기된다는 점입니다. 팀킬을 당했건, 팀 메이트들이 ㅂㅅ들이라 진형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밀어 전선이 무너졌건, 일베충이 헛소리를 하든 간에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서 이전 게임은 그냥 잊혀진다는 거죠. 신고 기능이 있고 아군 데미지에 대해서 페널티를 물리긴 합니다만 그보다는 일단 죽으면 게임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보복 팀킬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월탱의 케이스를 다른 PVP 게임 - 특히 FPS - 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 겁니다. 리스폰을 없앤 것도 사실은 탱크라는 소재의 특성상 리스폰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고가 가능한 것도 게임 템포가 FPS에 비해 현저히 느린 덕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적으로 아군에게 데미지를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요소로도 팀킬을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요, 개인이 설치한 서버가 계속 지속되고 이 설치자가 서버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시스템에선 팀킬을 포함한 모든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매우 강력한 제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방'이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한국식 시스템에선 이런 식의 사후 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게임에서 팀킬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이를 방지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팀킬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 구조에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라는 써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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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3.10.1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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