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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근황 및 소개
안녕하세요 격조했습니다. 마지막 포스트가 작년 6월에 작성한 기적난난이었던 것을 보니 벌써 7개월동안 업데이트가 없었군요. 그동안 중국의 느린 인터넷 환경 + 바쁜 회사일로 인해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만... 실은 작년 연말에 회사가 없어져버렸습니다. 상해에 있는 2K 차이나에서 보더랜드 온라인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습니다만 2K 본사에서 중국 지사들을 정리해버렸어요 하하하.. 뭐 여튼 그래서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모바일 게임을 중국 시장에 맞춰 로컬라이징 하는 것입니다. 아직 중국에 출시하지는 않은 상황이고, 퍼블리셔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게임을 손보는 작업을 진행중이죠. 딱히 중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국 모바일 게임을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만 어쨌든 중국에서 살다 온 경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열심히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게임을 연구하는 중입죠.
그러다 요즘 아주 눈에 띄는 게임이 하나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는 '나루토 화영닌자' 입니다. 1년에 14만개의 게임이 쏟아진다는 중국 시장에서 3위 내로 데뷔해서 두달 가까이 계속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입죠. 예전에 사석에서 KOF98UM을 도탑전기 모델의 끝판왕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나루토는 세션 내에서의 게임플레이 뿐만 아니라 성장구조와 같은 메타게임 등 여러 측면에서 그 KOF98UM 조차 초월한, 최신 중국 모바일 게임 트렌드를 아주 잘 반영하고 있고 또한 일부는 선도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게임이기에 그 디자인을 한번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영상부터 보시죠.
1. Classic but Classy
제 첫 게임도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긴 했습니다만, 사실 이 바닥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본적으로 단방향으로 서술되는 매체를 게임으로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여기에 원작과 그 캐릭터의 특성을 강조하다보면 그게 또 게임이랑안 안맞는 경우도 생기기 쉽상이고, 그러다보면 원작의 파생상품으론 그럭저럭 괜찮더라도 게임으로썬 구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나루토가 3위로 데뷔했다고 해도 처음엔 텐센트 퍼블리싱 + 나루토 IP 빨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나루토를 떼도 될만큼 굉장히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던전 앤 파이터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외국에선 다 때려 부시고 나간다고 해서 빗뎀업(Beat'em Up) 게임이라고 하죠. 왼쪽의 가상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오른쪽의 액션 버튼들로 공격하고 필살기를 쓰는 게임입니다. 굉장히 클래식한 구성이죠. 하지만 예로부터 클래식한 구성일수록 재미있게 만들기가 참 어려운데, 이걸 정말 잘 해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아래 플레이 영상을 한번 보시죠. (혹시 플러그인 문제로 영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미려한 2D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 때릴 때의 화끈한 타격감과 이펙트,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양한 연속기(영상의 플레이어는 실력이 좀 떨어지는군요), 공중 콤보, 필살기 등 정말 빗뎀업 게임의 기본기를 아주 충실하게 잘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컷씬, 원작을 보는 듯한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화려한 스킬, 소환수, 거대 보스와의 전투 등이 잘 섞여있어 그야말로 원작을 둔 캐릭터 게임의 교과서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2. 간단한 조작계
조작계 또한 모바일에 맞게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왼쪽의 가상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고 오른쪽엔 액션 버튼들이 위치해 있지요. 가장 오른쪽 구석의 큼지막한 주먹 버튼이 기본 공격 버튼인데 굳이 타이밍을 맞출 필요 없이 누르고만 있어도 연속기가 쭉쭉 나갑니다. 대부분의 연속기가 적을 띄우고 앞으로 돌진하는 형식이라 정말 쉽게 쉽게 공중콤보를 계속 먹일 수 있지요. (가끔 착지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굉장히 평범해보이는 일반적인 조작계입니다만, 사실 여기에 엄청난 비밀이 하나 숨겨져있습니다. 위 플레이 영상에서 왼쪽 하단 가상 아날로그 스틱의 움직임을 봐주세요. 터치 점이 한쪽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으면 가상 스틱의 위치가 딸려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사실 우리가 D패드나 아날로그 스틱으로 방향을 입력할 땐 땐 한쪽 방향으로 계속 힘을 가합니다. 그래서 스틱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는 가상 스틱에선 플레이어가 터치하고 있는 지점이 한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HIT나 이데아, 레이븐에선 처음 건드린 지점을 가상 스틱의 원점으로 잡지만 이후 원점의 위치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이제까지 가상 스틱을 밀어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더라도 터치 지점이 원래의 원점을 지나기 전까지는 입력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위에 그림으로 풀어보자면요 자 2번에 이르기까지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밀었습니다. 그리고 3번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틱을 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손가락의 위치는 스틱의 중심 - 원래 터치 원점보다 오른쪽이기 때문에 캐릭터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4번에 이르러 손가락 위치가 원래 원점보다 왼쪽에 와서야 겨우 왼쪽으로 입력이 바뀌죠. 2번에서 4번 사이 동안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입력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나루토는 플레이어가 한쪽 방향으로 스틱을 밀고 있으면 스틱의 중점도 같이 움직여 줍니다. 그래서 2번처럼 쭈욱 밀었더니 스틱도 같이 오른쪽으로 끌려갔죠. 여기서 손가락을 왼쪽으로 땡기기 시작했습니다. 3번에서의 터치 지점은 여전히 1번의 원점 보다는 오른쪽이지만, 2~3번에서의 원점 기준으로는 좌측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입력 방향이 왼쪽으로 바뀌고 실제로 캐릭터 이동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데아나 레이븐, 히트 같은 경우는 3번에서도 여전히 입력은 오른쪽입니다. iOS라 플레이 영상을 캡쳐하지 못했는데 한번 따라서 해보세요. 이렇게 섬세한 조작계를 보고 있으면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옛 광고 카피가 떠오릅니다.
한편 주먹 왼쪽에 있는 2개의 버튼은 일반 스킬로, 쿨 타임 외에 따로 마나를 먹는 등 사용상에 다른 제약은 없습니다. 이들 스킬들도 거의 대부분 하나를 성공시키면 다음 것도 자동으로 따라서 들어가도록 고안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트 가이의 기술 1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적을 띄워 올리는 스킬이고 기술 2는 전방으로 쭉 날아가면서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기술인데 1로 띄우고 2로 추격타를 날리거나 2로 접근한 뒤에 다시 1로 때리는 연결이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주먹 위쪽은 궁극기 인데, 따로 쿨타임은 없지만 왼쪽 상단에 보이는 궁극기 카운터가 끝까지 차야만 그 카운터를 모두 소진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카운터는 스킬을 사용해 적에게 피해를 줬을 때에만 한칸식 차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카운터가 2개 차있는 상태에서 기본기 연타 -> 기술 1 -> 기술 2 -> 궁극기 순으로 공격이 이어집니다. 점점 공격의 강도와 화려함이 에스컬레이팅 되는 거지요.
이 궁극기는 위에서 보듯 굉장히 화려한 연출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범위 공격인데다가 중간에 애니메이션 컷인도 들어가고, 특히 궁극기가 상대의 HP를 0으로 깎아버리는 마지막 공격이 될 때엔 음성과 대사까지 출력됩니다. 그야말로 나루토에서의 액션의 화룡점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기본공격, 기술 1, 기술 2, 궁극기는 모두 캐릭터에 묶여있는 반면, 그 위쪽에 있는 비권(특수기)과 통령(소환수)는 여러가지 중 플레이어가 하나씩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나중에 성장 항목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모든 스탯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등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는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캐릭터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선호도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비권은 일반 기술과 마찬가지로 쿨타임만 맞으면 쓸 수 있는 반면 소환수는 미리 사용할 3마리를 지정해두고, 게임 중에 순서대로 꺼내 사용합니다. 한번 부르면 다음 소환수를 부를 때 까진 쿨타임이 있구요. 위 스샷의 경우 이미 빛을 쏘아내는 두꺼비(그렇게 안보입니다만)가 두번째 소환수였고, 다음 소환수는 뱀인데 19초 뒤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액션 게임을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조작계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은 정교한 조작을 전제로 하는 반면 모바일의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는 그런 정교한 조작에는 적합하지 않죠. 나루토는 이 문제를 대부분의 공격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기본 공격 버튼을 누르고만 있으면 연속기가 자동으로 나가고, 연속기의 마지막엔 상대를 띄움으로써 스킬로 연결지어주고, 스킬은 다시 궁극기로 이어지는 흐름은 탁월한 타격감이 뒷받침 되어 실제로 조작 자체는 간단하면서도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합니다.
물론 중국 게임들이 다 그렇듯 자동 전투도 지원되는데요, 다른 쿼터뷰 ARPG들이 자동 전투 중에도 플레이어의 조작을 받는 것과 달리 나루토는 자동 모드에선 모든 조작계가 꺼진다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소탕이 별도의 아이템이 아닌 기본 시스템으로 제공되어 각 스테이지를 사실상 한번만 플레이하면 되는 상황에서 굳이 자동으로 진행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탕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후술하겠습니다.
3. 모험 모드 - 게임 기본 컨텐츠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컨텐츠는 스토리에 따라 진행되는 모험모드 입니다.
이렇게 두루마리 형태로 각 챕터가 나눠져있고, 각 챕터마다 여러개의 스테이지가 이어져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소모해 입장하고, 클리어 하면 경험치와 게임 머니, 아이템을 얻으며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는 아주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3성으로 클리어하면 소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까지두요. 하지만 중반 이후 부턴 스테이지에 최소 레벨 제한을 걸어 과금 유저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컨텐츠를 소모해나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단기 목표를 제시해 계속 플레이 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아참, 각 스테이지는 원작의 스토리에 따라 배치되어있지만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느 캐릭터로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4. 게임 기본 컨텐츠의 변주
한편 이 PVE 스테이지들은 기본적으로 조무라기들을 처리하면서 전진하다가 보스를 잡으면 끝나는 빗뎀업 게임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자잘한 변화를 둬서 게임 진행에 변주를 주기도 합니다. 어떤 스테이지는 이동하지 않고 한 구역에 머무르면서 웨이브 단위로 몰려오는 적을 처리하는 서바이벌과 같은 형식을 띄기도 하고 어떤 스테이지는 공격하진 않지만 진행을 가로막는 바위들이 진행을 가로막아 이 바위들을 부수면서 진행하는 형식도 존재합니다. 때로는 적들을 회복시켜주는 치료 닌자나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는 술법 닌자, 플레이어를 격리시키는 결계 닌자 등이 등장해서 이들을 먼저 처리하는 식의 다른 구성을 보이기도 하지요. (위 스샷 상으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시겠습니다만, 실제로 플레이 할 때는 일반적인 빗뎀업 스테이지와 다른 전술을 요구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스테이지에 변주를 주는 것은 최신 중국 게임에선 아주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위 스크린샷은 나루토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넷이즈의 쿵후 팬더 3 인데요, 원래는 레이븐, HIT, 나루토와 같이 쭉 길을 따라 가면서 적들을 쓸어나가다가 보스를 잡고 끝내는 것이 기본 구성입니다만 그 외에 다양한 서브 모드 스테이지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스샷은 최종 목적지까지 NPC를 호위하는 미션입니다. 두번째 스샷은 좁은 공간에서 바글바글 밀려오는 적들을 마구마구 쓸어버리는 형식의 스테이지죠. 세번째 스샷은 적들이 저 철항아리들을 가져가지 못하게 지키는 내용의 미션입니다. 이외에도 세 방향에서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특정한 구조물을 지키는 디펜스형 모드라거나 대포를 쏘는 등의 다양한 스테이지가 존재합니다. 국내 ARPG들의 경우 스테이지의 구성이 거의 다 똑같은데 만일 그대로 중국에 진출하게 된다면 퍼블리셔나 유저들로부터 게임이 너무 단조롭다는 불평을 살 공산이 매우 큽니다.
5. 기본 컨텐츠에서의 동기부여
한편, 스테이지 선택 화면으로 돌아가보면 최신 중국 게임들의 또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단에 있는 스테이지 클리어 별 누적 보상이죠. 각 챕터 별로 획득한 별의 누계에 대해 보상을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스샷 상으로는 저 챕터에는 총 13개의 스테이지가 있고, 최대 39개의 별을 획득할 수가 있으며 현재까지 15개를 획득한 것으로 나와있군요. 사실 이미 레이븐이나 HIT과 같은 국내 게임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누적 별 보상에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게임들은 챕터(지역) 단위가 아닌 게임 전체에 걸쳐 누적된 별의 갯수를 기준으로 보상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한 챕터의 모든 스테이지를 3성으로 클리어해야 보상을 받는 식으로 구성되어있죠. 하지만 중국 게임들은 다릅니다.
위는 스네일 게임즈의 태극 팬더, 아래는 역시 텐센트의 KOF98UM 입니다. 나루토와 마찬가지로 누적 별 보상이 챕터 단위로 쪼개져있고, 그나마도 다시 1/3과 2/3 지점에 보상을 걸어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작아 보이지만 플레이어 경험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보상 주기가 짧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유저들은 세계적으로도 인내심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꾸준히 목표를 제시하고 보상을 줘서 플레이를 유도하지 않으면 이탈해버리기 쉽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식의 누적 별 보상 시스템은 보상 주기가 너무 길어서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성장이 정체되는 후반부에 가면요. 하지만 중국 식으로 저렇게 3등분을 해놓으면 보상 주기를 짧게 유지할 수 있을 뿐더러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 두 게임들은 맵 상에 보물상자를 배치하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만 합니다. 연결되어있는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하면 주는 보상이죠. 저 누적 별 보상을 퍼주고있지만 그걸로도 부족해서 보상을 마구마구 걸어두는 겁니다. 물론 이런 외적 보상은 '업적'이나 '퀘스트' 등으로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한국 게임들이 그렇게 구현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사실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정도이지 잘 된 디자인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로비로 돌아가서 퀘스트나 업적 창을 열어야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지도에 저렇게 딱 박아놓으면 그 챕터에 머물러있는 동안 눈앞에 바로 보이잖습니까. 그리고 중국 게임들은 당연히도 저 맵 상에 보이는 외적 보상 외에 업적 / 미션에다가도 푸짐한 보상을 걸어두고 있지요.
물론 나루토의 챕터 / 스테이지 UI는 저 보물 상자를 배치할 공간이 없습니다만, 대신 이 초회 클리어 보상을 기본 시스템에 포함시켜두고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스샷에서 보이는 것 처럼 각 스테이지를 맨 처음 클리어했을 땐 특별히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푸짐하게 얹어주고는 초회 클리어 특전이라고 큼직하게 써붙여줍니다. (중국어로는 수차통관首次通关이라고 적어뒀네요) 그리고 천부 포인트를 하나 던져주는데, 이 포인트와 골드를 사용해서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 천부 시스템은 나중에 성장 시스템에서 다시 논하겠습니다.) 비록 지도에 외적 보상이 명시되어있지는 않지만, 매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클리어할 때 마다 (특히 스테이지 진행이 빠른 초반부에) 저 보상을 받게 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새 스테이지 클리어 = 보상 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구조지요.
6. 하드 난이도와 유료화 모델
뭐 여하튼, 저 기본 난이도 외에 하드 난이도가 있습니다. 노멀 모드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하나씩 열리고, 각 스테이지 당 하루에 3번씩만 플레이할 수 있는데 돈을 내면 3번을 더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보상으로는 캐릭터의 조각과 중후반부 육성이 필요한 고급 아이템들이 지급되죠. 각 스테이지 마다 드랍될 수 있는 보상은 정해져있지만 실제로 뭘 받을지는 랜덤이구요. 도탑전기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중국 시스템입니다.
가차를 뽑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목을 졸라버리는 한국적 관점에서, 어쨌든 가차의 최고 상품인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하드 난이도 컨텐츠가 무상으로 공급된다는 점은 유료화에 불리할 것으로 인식되기 싶습니다만,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오히려 하드 난이도가 조각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가차와 다른 유료화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게 중국식 BM이죠.
게임에 필수적인 좋은 아이템을 가차로만 얻게 하는 것 보다 행동력으로도 얻게 해주는 것이 실제로는 매출을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진격의 바하무트와 확산성 밀리언 아서가 이미 증명했습니다. 전자의 경우, 3성 이상의 카드를 얻기 위해선 가차를 구매하거나 이벤트로 가차를 얻어야만 했지요. 하지만 후자는 6성은 가차로만 얻을 수 있지만 3~5성은 '레이드'를 통해 무상 플레이로도 얻을 수 있게 했습니다. 게임의 기본 자원인 행동력으로도 3~5성 이상의 유의미한 카드를 얻을 수 있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이들 카드들을 돈을 내야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부가" 서비스로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이를 자신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배제하는 대신, 게임의 '기본' 컨텐츠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천원에 3~6성 1장 얻을 수 있는 가차와 달리 2천원에 3~5성을 대여섯 장 얻을 수 있는 빨포(행동력 구매)라는 '합리적인 구매'를 하기 시작했지요.
확밀아가 후발주자로서 바하무트를 추월하는 데엔 클라이언트 게임이라 완성도가 높고 연출이 좋았다거나 스토리가 좋았다거나 뭐 다양한 요소가 있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 유료화 모델이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가차로 얻을 수 있는 카드를 기본 플레이로도 마구 퍼주니 일단 유저 만족도가 높아지고 게임 저변이 넓어지죠. 그리고 가차 대신 빨포라는 '합리적인' 옵션이 저과금 유저들을 공략하고 고과금 유저들은 여전히 가차를 뽑습니다. 특히 가차를 살 가차를 살 유저들이 싼 빨포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가차만 있었다면 돈을 내지 않았을 소과금 유저들이 빨포를 통해 구매 유저로 전환되고, 그 중 일부는 시간 대비 효용이 좋은 가차로 옮겨갈 수 있었죠.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겁니다.
하드 난이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식 BM은 기본적으로는 바로 저 확밀아 모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무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하드 난이도가 캐릭터 조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복수의 캐릭터를 모으고, 캐릭터의 성급을 올리는 것이 기본 플레이로 안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일부 조각을 무상으로 획득하더라도 이를 캐릭터로 완성시키거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나 시간을 써야만 하죠. 리텐션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주는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또한 이 하드 난이도는 전체 메타 게임을 구성시켜주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플레이 횟수 제한이 없는 노멀 난이도는 성장 주기가 짧지만 그만큼 성장 효과도 작은 아이템 성장을 제공합니다. 캐릭터 조각은 목표한 갯수를 채우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만큼 성장 효과도 크지요. 게다가 캐릭터 조각이 가차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금전적 비용 효율 측면에선 하드 난이도를 플레이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습니다. 하지만 각 하드 스테이지를 훑기만 해도 스태미너는 금방 바닥나버립니다. 이 지점에서 행동력의 분배를 중심으로 한 메타 게임이 발생하죠. 한정된 행동력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요? 당장 조금씩이나마 성장할 수 있는 노멀 난이도를 우선시 해야 할까요, 현금 절약 효과가 있는 하드 난이도를 우선시 해야 할까요?
그런데 게임을 진행할 수록 하드 난이도의 스테이지 갯수는 늘어나고 어떻게 해도 행동력은 부족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자원 - 돈 - 을 사용할 차례가 오는 거지요. 가차를 구매하는 유저는 어쨌든 빨리빨리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해피하고, 그 외 수단 - 행동력을 직접 구매한다거나 하드 난이도의 일간 플레이 제한을 추가로 구매한다거나 - 을 쓴 유저들은 돈을 아낄 수 있으므로 해피하고, 퍼블리셔와 개발사는 어쨌든 유저가 돈을 써주니 해피한 상황이 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도탑전기가 개척한 새로운 유료화 / 메타 게임 모델입니다.
한편 태극 팬더의 경우, 하드 모드의 맵을 노멀에서 분리시키는 대신 지도 상에 노멀 스테이지 옆에 별도로 '엘리트' 스테이지로 붙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그냥 UI 차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기존의 도탑 모델과는 조금 다른 구조입니다. 이 게임에선 기본적으로 모든 스테이지에 일간 플레이 횟수 제한이 걸려있어요. 기본 5회에 VIP 레벨에 따라 조금씩 올라가는 구조죠. 그리고 개별 엘리트 스테이지에 일간 2회 제한이 걸린 것 외에 전체 엘리트 스테이지 클리어 횟수도 일간 3회로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물론 돈을 내면 이 제한은 리셋할 수 있지요.
엘리트 스테이지를 일종의 보너스 스테이지로 간주하면, 노멀/하드의 보상 구분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각각의 유니크한 아이템을 장착시키는, 전통적인 RPG의 형태에 가깝다 보니 캐릭터 조각 대신 점점 더 나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식으로 게임을 구성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캐릭 조각을 주는 하드 대신 이런 구성을 취한 것 같아요.
이런 구성에서 플레이어는 일단 가장 뒤에 있는 (그래서 가장 나은 아이템을 주는) 스테이지 부터 행동력을 쏟아부어 보상을 받아냅니다. (이 게임은 위에서 보시듯 소탕이 기본 제공 됩니다.) 일간 제한을 다 쓰면 그 직전 스테이지로 계속해서 옮겨오죠. 여기서 플레이어가 더 구린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가는 대신 최신 스테이지의 플레이 횟수 제한을 리셋하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런 일이 잘 일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화끈하게 캐릭터 조각을 보상으로 내건 게 아닌 이상은요. 태극 팬더를 아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이는 (바꿔 말하자면 정말 그대로 갖다 베껴놓은 듯한) 쿵푸 팬더 3도 스테이지 구성 만큼은 베끼지 않고 노멀-하드 구성을 따라간 것을 보면 그다지 훌륭한 구성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6. 소탕권
그런데 나루토와, KOF98UM에서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도탑전기와 달리 소탕이 유료로 판매되거나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부가 서비스가 아닌, 아무런 비용이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중국의 최근 게임들은 소탕을 아예 기본 기능으로 내장하거나 (나루토, KOF98UM, 태극 팬더) 소탕권을 유상 판매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양을 마구 퍼주고 있습니다. (쿵푸 팬더 3, 구룡전)
사실 위에 나열한 설명들을 보면 어디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재미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위쳐나 드래곤 에이지 처럼 한번 플레이하고 끝나는 것을 전제로 한 컨텐츠를 두번 다시 플레이 반복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하지 않는 형태의 게임에서 반복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재미난 컨텐츠라도 반복하다보면 물리고 지겨워질 따름이죠. '소탕권'은 이렇게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게 해주는 '부가' 서비스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션 내에서 미시 플레이의 재미는 1회성이고, 이미 거시 게임의 중심은 행동력 배분의 메타 게임으로 넘어온 뒤에요. 그렇다면 굳이 하기 싫은 걸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기 보다는 그냥 안하게 해주는 것이 타당합니다.
MMORPG에 빗대 보자면요, 에버퀘스트 시절엔 HP와 MP가 떨어지면 앉아서 한참을 쉬어야 했어요. 심지어 이 쉬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테트리스 까지 넣었죠. 와우는 물과 빵을 만들어서 이 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사제와 법사에게 소소한 역할을 부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전투 중간에 빵탐 물탐을 갖는 게 귀찮긴 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스타워즈 구공화국에선 그런 아이템 없이도 버튼만 누르면 쭈우우욱 하고 회복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혁신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길드워2는 그냥 전투 끝나면 바로 채워버립니다. 어차피 스킵할 거라면 버튼은 왜 누르게 하냐는 거지요.
그리고 저 행동력 분배 메타게임은 기본적으로 행동력을 다 소모하고 부족해져야만 동작하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소탕권 공급이 부족해진다면, 행동력은 있는데 플레이 할 시간이 없어서 행동력이 고갈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신세계의 최민식이 떠오르죠. '이럼 나가린데...' 여기서 소탕권을 유상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사실 전 의문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기본적인 심리라는 게,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 거지 덜 불행해지기 위해 돈을 쓰진 않거든요. 행동력은 있는데 소탕권이 없다.. 그럼 돈을 내서 소탕권을 사기 보다는 그냥 나중에 시간 날 때 몰아서 쓰자고 생각하는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시간이 정말 정말 정말 없는 사람이 아니고선요.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 행동권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소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넉넉하게 깔아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위 스샷은 쿵푸 팬더 인데요, 스테이지 레벨 제한에 걸려서 며칠째 모든 행동력을 소탕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소탕권이 무려 509장이나 남아있습니다.
사실 레이븐과 HIT를 플레이 할 때 가장 황당했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죠. 소탕을 소탕권이라는 별개 아이템으로 뽑아낸 것 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소탕권 인심이 정말 짜요. 그렇다고 파는 것도 아니구요. 어차피 자동으로 돌리나 소탕을 돌리나 게임 플레이는 안하고 보상만 받아가는 건 똑같은데 이걸 왜 공짜로 풀지도 않고 팔지도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실제로 레이븐이든 HIT든 제 계정엔 행동력이 세자리수로 쌓여있단 말이죠. 꽂아놓고서라도 돌릴 시간이 안나서 행동력을 소모하질 못하고 있어요.
소탕권 때문에 과금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가 걱정되기 때문이라면 그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풀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에 플레이어 레벨 제한을 걸어둘 수도 있구요, 행동력과 게임머니의 구매 횟수를 제한하고 (VIP로 상한을 올려주는 것 또한 일반적이죠), 구매 가격에 누진제를 걸 수도 있습니다. 처음 구매할 땐 행동력 50점에 젬 10개지만 세번째 부턴 젬 20개, 다섯번째 부턴 젬 40개 이런 식으로 올려가는 거죠. 이렇게 브레이크를 걸어두면 또 이제 이 제약에 걸린 유저들에겐 다시 가차가 또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거구요.
7. 풍성한 컨텐츠
여하튼 기본 컨텐츠는 살펴봤는데, 사실 최근 중국 게임들은 기본 컨텐츠 외에 부가 컨텐츠의 볼륨이 매우 큽니다. 나루토 역시 마찬가지죠. 위 스샷은 메인 메뉴인데요, 좌하단에 배치된 6개의 버튼이 모두 성장 컨텐츠들입니다. 그리고 화면 가운데에 배치된 7개는 부가적인 게임 컨텐츠 들이죠.
플레이 | 구분 | 특징 | 주요 보상 |
모험(노멀) | PVE | 기본 플레이 컨텐츠 | 장비 |
모험 (하드) | PVE | 기본 플레이 컨텐츠 | 장비 |
결투장 | PVP | 동기식 PVP | 소환권 |
적분새 | PVP | 비동기식 PVP | 성망 (명성) |
수행의 길 | PVE | 1인용 PVE. | 아이템 |
생존 도전 | PVE | 봇과의 PVP. | 게임머니 |
풍요의 간 | PVE | 사실상 일간 보상을 수여하는 쉬운 PVE | 경험치 |
소대 돌습 | PVE | 2인 코옵 PVE. | 성망 (명성) |
조직(길드) | 커뮤니티 | 길드 | 전용 상점 화폐 |
모험 모드에서 소탕권을 사용해 행동력을 다 소모하고 나더라도 플레이어는 여전히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특히 성장에 필수적인 비권 조각과 성망, 게임머니를 생산하는 컨텐츠인 생존 도전, 풍요의 간, 소대 돌습 이 셋은 반드시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모드인데다 기본적으로 개별 세션의 플레이 타임은 짧은데 실제로 플레이 하는 시간은 깁니다. 그래서 일단 행동력은 모험모드에서 소탕권으로 금방 소모하고, 위와 같은 컨텐츠를 플레이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성장 | 내용 | 필요 자원 |
플레이어 | 소량의 스탯 보너스 모험모드 스테이지 해방 | 경험치 |
닌자 | 닌자 캐릭터들을 수집 | 닌자 조각 |
천부 | 천부 포인트를 소모해 영구적인 스탯 보너스 획득 | 천부 |
장비 | 아이템의 형식을 갖췄지만 바꿔낄 수 없는, 사실상 고정된 패시브 스킬 | 장비 |
통령 | 소환수의 스탯을 향상시킴 | 성망(명성) |
구옥 | 장비나 통령에 구옥을 장착해 스탯 보너스를 부여 | 구옥 |
비권 | 닌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게임 중 사용하는 특수기를 수집 | 비권 조각 |
신기 | 고정된 스탯 보너스를 주는 사실상의 패시브 스킬 | 인옥 |
위 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각의 성장 컨텐츠들은 특정한 자원을 필요로하고, 이 자원들은 다시 특정한 플레이 컨텐츠들에서 생성되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권을 수집하고 성장시키고 싶다면 소대 돌습을 플레이하고, 또 거기서 나온 인옥으로 신기도 업그레이드 하는 식이죠. 이게 개개의 컨텐츠가 재미가 없다면 정말 성장을 위한 노가다로 여겨지기 쉽습니다만 - KOF98UM의 이벤트 던전들이 좀 그런 감이 있지요 - 나루토의 부가 컨텐츠들은 기본 조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제법 재미있고 각 컨텐츠 내부에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외적 보상들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게임 내에서 소모되는 자원이 많다는 것은 가차의 하급 보상이나 이벤트의 보상 등을 구성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특히 적분새, 생존 도전, 길드 등은 성장 컨텐츠에 필요한 아이템 전반 - 닌자 조각까지 포함 - 을 판매하는 전용 포인트 상점이 있어서 노가다의 부담을 덜어주고 무과금 유저나 특정 컨텐츠를 플레이하고싶지 않아하는 유저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한편, 이런 자원을 현금이 아닌 다른 화폐로라도 구매하는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구매 유저로 전환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8. 단계가 세밀한 성장 컨텐츠
위 표를 보시면 성장 컨텐츠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 역시 중국 유저들의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중국 게임들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게임이든 간에, 성장이라는 건 계속 진행될 수록 다음 성장까지의 주기가 길어지기 마련입니다. 레벨이 오를 수록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 처럼요. 문제는 중국 유저들은 이렇게 성장 주기가 길어져서 발생하는 정체 구간을 잘 버텨내지 못한다는 것에 있지요. 일단 이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 그리고 기본적인 방법은 성장 단계를 굉장히 잘게 쪼개주는 겁니다.
위는 태극 팬더의 아이템 강화 시스템입니다. 레이븐이나 HIT와 마찬가지로, 다른 아이템을 재료로 갈아먹여서 대상 아이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죠. 그런데 위에 보이는 숫자 50이 아이템 레벨입니다. 아이템 등급은 이미 오렌지 색이구요. 아직 그 위로 성장시키진 못했지만, UI상에 나타난 추가 보너스 항목을 보면 최소 85레벨까지는 존재합니다. 사실 각 레벨 마다 스탯이 크게 오르진 않습니다만, 이렇게 레벨을 잘게 쪼개서 성장하는 순간을 자주 많이 공급하는 것이 중국의 일반적인 트랜드입니다. 태극 팬더는 여기에다가 5레벨부터 매 20레벨 마다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를 부여해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꾸준히 강화시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나루토는 역시 이렇게 성장 단계를 쪼개는 디자인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위의 통령 시스템만 보더라도 통령의 레벨 1단계를 다시 4개의 소구간으로 쪼개놓고 있습니다. 위 스샷은 46과 2/4레벨에 해당하겠군요. 46레벨에서 47레벨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망 점수의 총량을 N점이라고 한다면, N점을 다 모아야 47레벨이 되어 뿅 하고 스탯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N/4를 모을 때 마다 1/4레벨이 올라 스탯이 조금씩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실제로는 필요한 성망이 조금씩 오릅니다만 어쨌든 총량은 N점입니다.)
도탑전기에서부터 유래한, 아이템 업그레이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위 KOF98UM의 아이템 강화를 보시면 필요한 4가지 자원을 모두 모아야 아이템의 등급이 오릅니다. 일단 오르고 나면 자동 레벨업으로 또 5레벨이 오릅니다만, 이 4가지 자원을 다 모으기 전까진 성장이 정체됩니다. 반면 나루토에선 각 아이템은 총 6개의 재료를 모아야 등급이 오르는데 이 때 6개 재료를 하나씩 갖출 때 마다 이를 아이템에 박아넣고 스탯이 오릅니다. 그리고 물론 6개의 재료를 다 박아넣으면 그땐 등급이 올라가면서 뿅 하고 등급이 오르면서 스탯이 또 많이 오르겟죠.
9.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통한 성장 리듬 조절
하지만 아무리 단계를 잘게 쪼갠다고 하더라도 결국 성장하면 할수록 다음 성장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정체 구간은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들은 다양한 성장축을 두는 것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죠. 위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시간, 세로 축은 성장입니다. 왼쪽 그림처럼 성장축이 하나만 있는 경우, 같은 시간 동안 플레이어는 5번의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로축 아래에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성장을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그림은 성장축을 3개 구비하고 있지요. 개개 성장축의 성장 주기는 왼쪽 그래프와 동일하지만 3개의 성장축에서 성장하는 타이밍을 엇갈리게 배치하면 실제로 유저는 같은 시간 동안 15번의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위의 태극 팬더의 예시로 돌아가자면요, 태극 팬더도 캐릭터 레벨, 아이템, 룬, 스킬, 특성 보너스, 펫 등 굉장히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성장 컨텐츠 내에서도 복수의 성장축을 부여하곤 하죠. 위의 아이템만 하더라도 레벨을 올리는 강화(Fortify) 외에 등급을 올리는 정제(Refine), 추가 스탯을 부여하는 돌파(Exalt) 세가지가 있지요. 펫도 펫 레벨, 펫 등급, 펫 성급 등등.
이런 복수의 성장 축을 제공하는 데에는 빈도와 효과라는 또다른 주제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성장을 즐기는 것도 사실 따지고보면 어떤 자극에 대해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극이 일정하고 균일하게 제공되면 금방 거기에 적응하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쾌감을 덜 느끼게 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규칙적인, 예상하지 못한 자극이 왔을 때 더 쾌감을 느끼곤 하죠. 그래서 이 복수의 성장 컨텐츠들은 성장이 발생하는 빈도와 성장의 효과를 적절히 조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과는 적지만 빈도가 높은 성장과 빈도가 낮지만 효과가 큰 성장을 섞어줌으로써 리드미컬한 경험을 형성하는 것이죠.
태극 팬더의 아이템만 보더라도, 아무 템이나 마구 갈아넣으면 레벨이 올라가는 강화(Fortify)는 고빈도 저효과 성장에 해당합니다. 반면 초반엔 전용의 '제련석'을 소모하고 중후반 부턴 제련석에 더해서 동일한 아이템을 요구하는 제련(Refine)은 저빈도 고효과에 해당합니다.
나루토의 성장 컨텐츠들 역시 이러한 빈도-효과 조합을 보이고 있는데요, 통령이나 장비 같은 경우는 위에서 보신 것 처럼 굉장히 빈도가 높지만 효과는 낮은 성장을, 조각을 다 모아야 성장하는 닌자나 비권, 천부 등은 빈도가 낮지만 강한 효과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빈도와 효과가 섞이면서 강약약중강약약으로 이어지는 리듬을 만들어 플레이어가 꾸준히 성장의 재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10. 하지만 개별 성장 컨텐츠에서 선택의 여지는 거세
성장 컨텐츠가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있긴 합니다만, 개별 컨텐츠는 굉장히 단순한 것 또한 중국 게임들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까 한번 지나갔던 아이템 구조일 텐데요. 전통적인 게임에선 보통 각각의 아이템이 서로 기능은 같지만 서로 다른 효과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고 그 중 어떤 것을 장착하고 성장시킬지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플레이어에 의한 커스터마이징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도탑전기로 대변되는 중국 모바일 게임들은 그러한 선택지를 전혀 배제하고 있습니다. 각 슬롯 마다 아이템이 그냥 정해져 있어서 있으면 끼고 없으면 못끼는 구조죠. 장비와 통령에 보석을 박는 구옥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비든 통령이든 각 슬롯에 들어갈 수 있는 보석의 색상은 정해져있습니다. 같은 색의 보석이 있으면 끼는 거고 없으면 못끼는 겁니다.
출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하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을 내려야하는 순간이 왔을 땐 나쁜 선택을 피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곤 하죠. 우리가 매일 점심마다 뭐 먹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의 멘탈은 정말 개복치 레벨이라서, 어떠한 선택지가 주어지면 이를 마음대로 캐릭터를 구성할 자유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몰라 뭐야 무서워'로 인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들에서 커스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경험의 획일화, 몰개성화라는 단점이 아니라 유저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는 미덕이 됩니다. 그리고 물론 이렇게 선택의 여지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행동력의 사용을 가운데 둔 메타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여전히 의미있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마 거기까지가 중국에서 게임들이 오토 시뮬레이터와 구분되는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어요.
11. 대신 편의성을 강화
선택의 여지를 줄여서 얻는 또하나의 이점은, 플레이어가 어떤 항목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매우 분명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실텐데 일단 위 레이븐의 스크린샷을 보시죠. 던전을 하나 깨고 나왔더니 장비 아이콘에 알림 마크가 떠있습니다. 눌러보니 '고급' 아이템이 하나 들어와있네요. 그런데 사실 이 정보는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파쇄쌍검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거든요. 저게 이미 장착중인 전설 등급의 아이템보다 더 쎄서 갈아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설 무기에 저걸 갈아넣는다고 전설 무기의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어차피 장비 아이템은 게임 플레이하고 있으면 2분에 하나씩 생겨납니다. 개복치 멘탈의 중국 플레이어들에겐 이 필요 없는 쓰레기 정보의 홍수 조차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나루토의 경우를 한번 보시죠. 위는 특수기를 모으고 강화하는 '비권' 메뉴인데요, 비권은 해당하는 비권의 조각을 모아야만 새로 획득하고 또 레벨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메인 메뉴에서 비권 메뉴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죠. 탭해봅니다. 녹색 소용돌이인 진공파쇄권 아이콘 위에 빨간 불이 들어와있네요. 탭 해봅니다. 파편 10개를 다 모아서 이제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게임 중 이 진공파쇄권의 파편을 얻을 때 마다 이런 가이드가 뜨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이렇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때에만 불이 떠서 플레이어에게 할 일을 알려주는 거지요.
이런 특성이 도탑전기 류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 보다 레이븐/HIT에 가까운 형태인 쿵푸 팬더3의 스크린샷도 준비했습니다. 재료 아이템(과 게임 머니)를 소모해서 대상 아이템을 강화한다는 기본 구조는 동일합니다만, 레이븐/HIT와 달리 같은 슬롯에 들어가는 아이템 끼리만 재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사부 용 무기를 강화하는데엔 사부 용 무기만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재료로 사용했을 때 강화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서 그 때에만 메뉴의 장비 아이콘에 빨간 불을 띄웁니다. 그리고 강화 대상이 정착중인 아이템들로 특정되고, 재료도 각각의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한정되니 탭 한번으로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재료로 써서 현재 장착중인 모든 아이템들을 강화시키는 일괄강화 기능도 지원됩니다. (물론 일정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이 일괄 강화에서 재료로 선택되지 않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레벨이 오를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라도 있으면 메인 메뉴상에도 장비 메뉴 아이콘 위에 빨간 불을 띄우고, 장비 메뉴 안에 들어오면 또 일제강화 버튼 위에 빨간 불을 띄우죠. 이렇게 항상 의미있는 액션을 취할 수 있을 때에만 빨간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그냥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중국 게임들의 특징입니다.
반대로 유저가 어떠한 액션을 하고 싶을 때 해당 컨텐츠로 연결해주는 편의성 또한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장비에서 지금 2번째 아이템을 승급하는데 빈 슬롯이 있습니다. 여기를 채우고 싶으니 탭 합니다. 이 슬롯을 채울 수 있는 아이템은 두개의 아이템을 각각 12개씩 합성해야만 얻을 수 있고 이 중 한 아이템이 1개 모자랍니다. 탭 해봅니다. 그럼 해당 아이템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탭 하면 해당 스테이지로 보내주며 소탕 메뉴를 바로 띄워줍니다. 여기까진 KOF98UM도 동일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얻어야 할 아이템이 무엇이고 지금 몇개가 부족한지까지 알려줘서 행동력을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은 뒤 바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쿵푸 팬더 역시 장착중인 아이템을 클릭하면 해당 아이템을 강화시키는데 재료로 쓸 수 있는, 가장 등급이 높은 아이템이 나오는 스테이지까지 자동으로 보내주는 버튼이 탑재되어있습니다.
12. 자원이 허비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
플레이어를 그릇된 선택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는 중국 게임 전반에서 아주 강하게 나타납니다. 스킬 성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HIT의 경우, 레벨이 오를 때 마다 플레이어는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를 특정 스킬이나 능력치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MMORPG에서 아주 일반적인 구성이죠. 하지만 이는 중국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에는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스킬은 플레이어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순차적으로 개방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초반부에 얻는 스킬에 점수를 많이 부여하게 되겠죠. 하지만 뒤에 얻는 스킬이 훨씬 더 좋다면? 초반부 스킬에 투자한 포인트는 완전 낭비가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획득한 스킬보다 더 적은 스킬을 장착해서 사용하는 구조라면? 사용하지 않는 스킬에 투자한 포인트는 말 그대로 버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성치 성장 또한 같은 원리로 변형이 가해져있습니다. 일반적인 RPG라면 레벨을 올려 얻은 포인트를 원하는 특성에 분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중국 게임들은 포인트를 얻고 소비한다는 개념은 있어도 여기에 선택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나루토에선 각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클리어할 때 마다 천부 라는 자원을 획득하고 이 천부는 위에서 보시는 천부 UI를 통해 소모합니다. 포인트를 1점씩 소모할 때 마다 얻을 수 있는 스탯 보너스는 이미 정해져있지요. 태극 팬더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극 팬더는 위 쿵푸 팬더 3와 같은 식의 스킬 성장과 위의 스타 성장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아까 아이템 강화를 이야기 할 때 HIT나 확밀아 등을 플레이해보신 유저들은 아마도 그럼 도시락은 어떻게 싸는지 궁금해하셨을 겁니다. 도시락이란 재료 아이템을 소모해서 대상 아이템을 강화 시키는 시스템에서, 재료 아이템을 그대로 소모하는 대신 먼저 강화를 시킨 뒤에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S급 아이템 1개를 강화시키고 싶고, 재료로 B급 아이템이 10개 있다고 가정할 때 10개 아이템을 바로 S급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9개의 B급 아이템을 갈아넣어 1개의 B급 아이템을 만렙까지 강화한 뒤에 이걸 S급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것이죠. 이 때 S급 아이템은 B급 10개를 바로 갈아먹이는 것 보다 적은 경험치를 얻게 되지만 같은 경험치를 획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런 도시락을 사용하는 쪽이 더 쌉니다. 그래서 유저는 게임머니와 아이템(경험치) 중 어느 한쪽을 절약하는 운용의 묘를 부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자면 뭘 고르더라도 게임머니와 아이템 둘 중 하나는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아 자원의 낭비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입니까. 게다가 도시락을 꾸역꾸역 싸는 건 또 얼마나 귀찮습니까. 그래서 중국 게임은 아예 그런 도시락 같은 행위 자체를 부정합니다. 나루토엔 아이템을 갈아먹인다는 그런 시스템 따위 존재하지 않구요, 쿵푸 팬더의 경우 B급 아이템을 10개를 바로 먹이나 B급 아이템 1개를 만렙을 채워 먹이나 들어가는 게임머니와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동일합니다. 그러니 일괄 성장이 가능한 것이지요.
한편 아이템 하나를 주워서 키워놓았는데 더 등급이 높은 (하지만 강화 레벨은 낮아서 당장의 스탯은 더 낮은) 아이템을 얻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태극 팬더에선 일단 아이템의 레어도 위에 또다시 장비의 질을 숫자로 표시해서 어느 아이템이 같은 강화 레벨에서 더 좋을지를 표시합니다. 같은 오렌지 템인데 어떤 건 22점 짜리이고 어떤 건 26점 짜리인 식이죠. 그리고 강화시켜놓은 아이템을 분해하면 그동안 집어넣었던 강화 재료가 모두 반환됩니다. 그럼 그걸 다시 26레벨 아이템에 박아넣으면 되는 식이죠. (스크린샷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반면 쿵푸 팬더 3는 그냥 아예 UI 상에다가 '이 아이템이 더 좋으니 끼세요' 라고 표시해주고, 그동안 강화한 아이템을 재료로 밀어넣으면 경험치가 그대로 이전되도록 해뒀습니다.
13. 복수 캐릭터 성장의 문제 해결
도탑전기는 유저들의 빈약한 멘탈을 고려해, 과정에서의 선택지는 삭제하는 대신 성장의 깊이를 취하고, 캐릭터의 양으로 컨텐츠의 볼륨을 몇배로 더 확장하는 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KOF98UM은 기존 도탑전기의 시스템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었죠. 하지만 이러한 복수 영웅 성장 구조는 두가지의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체 보유한 영웅들 중 실제 게임에선 일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머지 캐릭터들은 사실상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지금 쓰고 있는 캐릭터보다 더 나은 캐릭터를 뒤에 얻는 경우 (이게 옛날 워크래프트의 오크-휴먼 처럼 기능적으로 동일한 스펙에 스킨만 바꾼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물론 각 캐릭터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도록 밸런싱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 구린 캐릭터에 쏟아부은 자원은 그대로 매몰되어버리죠. 내 가진 모두를 쏟아부어 마이를 키웠는데 알고 봤더니 쓰레기였다니!! 얼마나 가슴아픈 일입니까. KOF98UM의 경우, 나머지 캐릭터들에게 쓸모를 만들어주기 위해 여성 격투가만 등장하는 여격투가 도전이라거나, 랜덤하게 제시된 적과 같은 캐릭터가 있을 경우 적을 지워줘서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주는 환상 도전, 가지고 있는 모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련의 탑' 등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만 이들 모두 게임의 기본 컨텐츠가 아닌 부가적인 모드일 뿐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가차를 돌리든 하드를 돌든 영웅의 수가 늘어날수록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성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미 4성 50레벨 6인 파티를 만들어뒀는데 4성 이오리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 당장 막힌 스테이지를 깨기 위해선 6인에 자원을 몰아줘야 하는데 그럼 어렵게 얻은 4성 이오리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4성 이오리를 50레벨까지 키우면 전력이 확 좋아지겠지만,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마어마 합니다.
그래서 나루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캐릭터 개별 성장을 해체시켜버렸습니다. 천부, 장비, 통령, 신기, 비권 등 모든 성장은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에 귀속됩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끌고 게임을 하더라도 이제까지 자원을 쏟아부어 성장한 효과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별 스킬을 성장시키는 시스템 따위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비권에 대해선 조각으로 모아 성급을 올리는 시스템은 남겨둬서 빈도는 낮지만 효과는 큰 성장 요소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사용하거나 장착하지 않더라도 캐릭터와 비권을 수집하고 육성시킨 것에 대한 보너스를 플레이어에게 돌려주고 있지요. 위 스샷에서 오른쪽 하단을 보시면 각 캐릭터를 장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너스와 각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가 명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적용되는 모든 보너스의 합이 하단 중앙에 표시되죠. 비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 조각 모음에 의한 성장은 모두 가차, 수행의 길 보상, 일퀘 보상 등 랜덤하게 획득하게 된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의외성에서 오는 도파민 만을 남기고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책임을 완전히 제거해버린 겁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아무리 새 캐릭터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뿐 성장 속도를 늦춘다거나 하는 등의 부작용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레카!
물론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플레이 컨텐츠도 따로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생존도전의 경우, 가지고 있는 캐릭터 중 최대 10명을 갖고 각 스테이지를 깨 나가는데 캐릭터가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그리고 성급이 높은 캐릭터가 필요하지요.
쿵푸 팬더 3의 경우, 메인 캐릭터 1명과 동료 펫 1명 이렇게 3쌍을 스테이지에 갖고 들어가되 쌍 단위로 꺼내 쓰는 게임입니다. 팬더+호랑이 콤비로 진행하다가 사부+거북이 콤비로 바꿔서 진행하는 식이죠. 메인 캐릭터 3마리는 게임 상 기본 제공되고 펫은 수집해야하는 항목인데 (태극 팬더도 그렇고 쿵푸 팬더도 그렇고, 중국의 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들은 이렇게 펫을 또 복수 영웅 성장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소 펫 1마리만 있어도 진행이 가능하며 강하게 키운 3마리만 있으면 넉넉합니다. 나머지 펫들의 쓸모를 만들어주기 위해 메인 캐릭터당 2마리의 펫을 붙여 3세트 총 9명이 한꺼번에 전투하는 별도의 PVP 모드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15. 아재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비동기 PVP
플레이어들을 부정적인 경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성장이라는 과실만을 추구하게 한다는 중국 게임들의 디자인 경향은 PVP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RPG에서 PVP라고 하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서, 상대와 실시간으로 겨루는 모양을 생각하곤 합니다만 나루토는 적분새는 다른 사람이 구성해둔 파티와 자신의 파티를 AI 조작으로 부딪히는 비동기 PVP입니다. 참고로 위에 올린 쿵푸팬더의 3X3 vs 3X3 PVP도 마찬가지로 비동기식입니다.
적분새의 기본 화면입니다. 왼쪽에는 랭킹이 나옵니다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겐 관계 없는 이야기일테구요 오른쪽엔 현재의 래더 등급과 승점, 그리고 현재 구성한 파티의 전투력이 나옵니다. 전투력은 각 캐릭터 고유의 능력과 닌자, 통령, 장비 등 이제까지 성장시켜온 모든 사항들이 반영된 점수입니다. 등급 높은 캐릭터에, 성급 많이 올리고, 아이템 열심히 박고 비권 많이 올리는 등 게임을 하고 있으면 계속 올라가는 숫자라는 소리죠. 한국의 모바일 게임들은 '공격력' '방어력' 이렇게 두개의 숫자를 사용하던데요, 중국 게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투력'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수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 쉽죠?
자신이 가진 캐릭터들 중 3명을 골라 파티를 꾸린 뒤 오른쪽 아래의 도전 버튼을 누르면 도전할 수 있는 플레이어 4명의 목록이 뜹니다. 정확히는 다른 플레이어가 지닌 4개 파티 중 하나를 상대로 지목하는 거지요. 플레이어는 이들 4명 중 전투력 수치를 보고 만만해보이는 상대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실제 전투로 들어가면 양팀 6명의 캐릭터 모두 동시에 싸우는데, 조작은 모두 AI로 이루어집니다. 10초에 한번씩, 각 팀의 캐릭터 중 하나가 궁극기를 쓰는데 수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자동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워낙 정신이 없어서 수동보다는 자동으로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기면 승점을 획득하고 지면 승점을 잃습니다. 비동기 AI 전투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접속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어에게 도전할 수 있으며, 이렇게 도전을 받았을 때의 결과도 승점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승점에 따라 레더 등급과 순위가 결정되고 매일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요.
여기서 적분새의 핵심은 상대를 내가 고른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투력을 기준으로 만만한 상대를 지목하니 엔간해선 질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전투는 비동기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패배는 플레이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죠. 그러니 전체 플레이어 승률 50%의 제로섬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는 거의 대부분 승리만을 기억합니다. 질만한 싸움은 걸지 않으니까요. 비동기 PVP니까 이렇게 항상 이길만한 상대를 제공할 수 있고 패배의 순간은 가릴 수 있는 거지요.
컨트롤 요소는 없고, 전투력 요소는 게임의 승패에 꽤 크게 작용합니다. 총점 44만점 중 1천점만 차이나도 게임 상에선 아주 압도적인 결과가 발생해요. 그러니 상대 목록을 보는 순간 패배의 경험은 없지만 전투력을 높여야 할 동기는 무럭무럭 생겨나지요. 전투력을 높이려면 뭘 해야한다? 열심히 돈이나 시간, 혹은 둘 다 퍼부어서 열심히 성장시켜야죠.
게다가 위 스샷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적분새는 순환이 매우 빠릅니다. 딱 1분이면 승부가 나요. 게다가 컨트롤 할 것도 없으니 피로감도 없지요. 도전 상대는 전투력이 아니라 랭킹 기준으로 뽑아주기 때문에 돈을 쏟아부어 성장시키면 정말 쭉쭉 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루 6번이상 플레이하려면 플레이하는 데에도 돈을 써야겠지만요.
쭉쭉 올라가고픈 욕구가 있는 아재들이 아닌, 저처럼 소소하게 플레이하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이 비동기 PVP는 상당히 호소력이 있는 컨텐츠입니다. 일단 보상이 후합니다. 적분새 보상으로 주는 포인트로는 전용 상점에서 살 수 있는 항목들 중엔 S급 캐릭터의 조각이 있단 말이죠. 그리고 통령 포인트를 쏟아주는데, 전투력이 제법 올라갈 수 있는 양입니다. 게다가 저 통령 포인트 폭탄 외에도 하루에도 한두번씩은 꾸준히 성장하고 도전을 하든 받든 져서 승점을 잃으면 그에 맞춰 상대가 조정되기 때문에 붙어볼만한 만만한 상대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됩니다. 게다가 자동 진행이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아재들의 취향을 핀포인트로 저격했다는 건 아재들만을 위한 컨텐츠라는 것이 아니라 아재들에겐 제대로 돈질을 할 노름판을 깔아주면서도 실력이 없거나 돈이 없는 일반 혹은 일반 이하의 유저들도 충분히 놀 수 있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16. 컨트롤과 심리전에 포커스를 맞춘 동기식 PVP
17. PVP를 연습할 수 있는 생존 도전
결투장 메인 메뉴는 이렇게 단촐합니다. 매 스테이지를 깰 때 마다 상자를 열어 보상을 받고 다음 스테이지가 열립니다. 각 스테이지의 상대는 그냥 AI 봇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가 사용중인 대표 캐릭터입니다. 정확히는 대표 캐릭터 + 그 사람이 장착중인 통령 + 비권의 조합이 되겠네요. 스테이지에 전투력이 표시되어있는데요, 1스테이지는 플레이어의 약 절반 정도 전투력으로 시작해서 계속 전투력이 높은 상대를 찝어줍니다. 그래서 초반엔 쉽고 편하게 PVP에서 회피를 운용하는 법이나 새로 얻은 캐릭터 / 통령 / 비권을 사용해보는 연습모드의 느낌이지요. 또 반대로 다른 플레이어의 실제 캐릭터를 상대하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 / 통령 / 비권 등에 맞아보면서 대처법을 익힐 수도 있습니다.
1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플레이어는 먼저 10명의 캐릭터를 골라야합니다. 도중에 캐릭터가 죽으면 다른 캐릭터로 이어할 수 있고 이 때 상대의 HP는 리셋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전투력이 점점 더 높은 상대를 집어주는데 플레이어보다 전투력이 높은 상대는 정말 주는 데미지는 쥐똥만큼 작아지는데 받는 데미지는 미친듯이 커집니다. 그래서 후반부는 적 한명 잡는데 이쪽 캐릭터 서너명을 갈아넣는 등 제목 그대로 생존에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않고 죽은 캐릭터도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존모드는 모든 캐릭터가 사망하면 거기서 끝나는 거지요. 대신 다음날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리셋하면 스테이지의 전투력은 현재 캐릭터의 전투력에 맞게 재조정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전투력에 관계 없이 대충 10~11 스테이지 정도에서 끝이 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보상으로는 꽤 많은 양의 게임머니와 전용 상점 포인트를 줍니다. 포인트 상점에선 캐릭터 조각을 포함해 플레이어가 필요로하는 자원들을 팔고 있어서 이 모드를 계속 플레이할 동기를 잘 부여해줍니다. 사실 캐릭터 조각이 아니라도, 게임 머니 때문에라도 생존도전은 꾸준히 플레이해야하는 모드입니다. 중반부에 들어서면 게임머니가 정말 미친듯이 모자라거든요.
18. 성장의 증명 - 수행의 길
각 스테이지마다 매일 한번씩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깼던 판에 대해선 다시 직접 플레이할 필요 없이 소탕으로 보상을 한꺼번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을 보시면 제가 79스테이지까지는 클리어하고 80스테이지에서 막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79스테이지의 보상을 한꺼번에 몰아받는 거지요. 그리고 이전에 깨지 못했던 스테이지들에 도전합니다. 이 구조는 모험모드 진행이 레벨 제한으로 멈춘 플레이어가 PVE를 통해 성장을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19. 넉넉한 일일 퀘스트에 기반한 친절한 UI 가이드
나루토의 컨텐츠를 거의 대부분 소개했는데요, 여기까지 오면 다들 제가 중국어를 제법 잘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 중국어를 못합니다. 2년 살다 오긴 했는데 딱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택시를 탈 수 있는 정도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전의 기적난난이나 나루토와 같은 중국 모바일 게임들을 왠만큼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중국 게임들이 굉장히 친절한 UI 덕분입니다.
워페이스를 중국에 서비스 할 때, 튜토리얼을 마친 유저의 50%가 게임을 단 한판도 플레이하지 않고 그대로 게임에서 이탈한다는 충격적인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크라이텍은 튜토리얼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지만 퍼블리셔인 텐센트의 주장은 달랐죠. 튜토리얼을 마친 후 로비에서부터 방에 입장하고, '게임 준비' 혹은 '게임 시작'을 눌러 게임에 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 게임들은 PC 온라인이든 웹게임이든 모바일이든 간에, 절대로 플레이어가 할 일이 없이 방황하거나, 할 일은 있는데 그걸 어디서 해야할지 몰라서 헤매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수동적이고 참을성 없는 유저들이 그냥 그대로 이탈해버릴테니까요.
처음 레이븐을 켜서 메인메뉴에 진입합니다. 탐험 왕국 길드 결투장 등 상당히 많은 버튼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중 뭘 눌러야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마치 메뉴가 한 50개 쯤 되는 식당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배가 고프긴 한데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오늘의 메뉴 라거나 추천 메뉴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중국 유저의 50%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냥 이탈해버립니다.
반면 나루토를 켜면 화면 곳곳에 빨간 점이 찍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성장 컨텐츠에 붙은 빨간 점이, 어떤 액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처럼, 플레이 컨텐츠에 붙은 빨간 점은 해당 컨텐츠에 관한 일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거 누르면 좋은 일이 있을테니 누르라는 의미에 가깝겠지요. 그래서 유저는 저 빨간 점을 계속 따라 누르는 것 만으로도 다양한 컨텐츠를 플레이하고 해당 컨텐츠의 보상을 받고 일퀘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게 됩니다. 쉽고 간단하죠. 고민이란 걸 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이븐도 일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퀘스트는 던져줘놓고 그걸 어디서 할 수 있을지는 알려주지 않는군요. 한국 유저들은 부지런해서 레이드 한판 하고 오라는 지시만 보고 메인 메뉴로 나가서 레이드를 클릭할 지 모르겠으나 중국의 개복치 유저들은 '아 몰라 짱나' 라고 외치면서 그냥 앱을 삭제해버립니다. 게임 시작 버튼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워페이스를 접어버렸던 유저들 처럼요. 그래서 나루토를 포함한 모든 중국 게임들은 퀘스트에 '바로가기' 버튼이 붙어있습니다. 누르면 해당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유저를 바로 보내줍니다. 완수를 하고 퀘스트 메뉴로 돌아오면 그 자리는 '보상 받기' 버튼으로 바뀌는 식이죠. 이 기능까지는 HIT에도 구현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일퀘의 양이 비교가 됩니다. 레이븐의 일퀘는 고작 5개군요. 이 중 컨텐츠와 관련된 건 요일탐험, 레이드 이 둘 뿐입니다. 게임 컨텐츠는 훨씬 많은데 말이죠. 컨텐츠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컨텐츠로 안내해주는 것도 아니고, 항목이 많아서 플레이어들이 더 많은 시간을 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퀘가 돈을 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이거 왜 있는 걸까요?
중국 게임들은 보통 일퀘를 10개 이상 깔고 들어갑니다. KOF98UM의 경우 일퀘가 약 15개 가량 되었고 나루토의 일퀘는 12개 입니다. 당연히, 게임 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는 이 일퀘에 물려있습니다. 나루토의 경우만 하더라도 노멀 던전 10회 클리어, 하드 던전 3회 클리어에 결투장 3회 참가, 풍요의 간 3회 참가 등등 일퀘를 도는 것 만으로도 게임의 컨텐츠를 구석구석 즐기면서 제법 많은 시간을 게임에 소비하게 됩니다.
20. 메타 일퀘와 유료화
무엇보다 퀘스트를 많이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메타 퀘스트 구조야말로 나루토 일퀘 디자인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루토에 존재하는 개별 일퀘의 보상은 사실 2600골드로 그다지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각 일퀘마다 5점에서 15점씩의 포인트가 책정되어있습니다. 하루에 최대 120점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퀘스트 점수가 100점에 도달하면 일퀘의 궁극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 랜덤 캐릭터 조각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0점, 40점, 80점에 도달할 때 마다 캐릭터 조각은 아니라도 게임머니, 경험치, 성장에 필요한 자원들을 보상받죠. 플레이어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메인 메뉴에 붙은 빨간 불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 일퀘 몇개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습니다. 특히 그리고 40점이 넘어가게 되면 이제 80점 보상을 받기 위해 일퀘 메뉴에서 해당 컨텐츠로 직접 이동하면서 점점 적극적으로 게임 컨텐츠들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레이븐이나 히트도 메타퀘스트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5개 일퀘를 모두 끝내야만 보상이 주어지지요. 하지만 나루토는 일퀘를 계속 진행하는 내내 조금씩의 보상을 흘려줍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 보상이 박한 것도 아닐 뿐더러 100점을 다 채우면 랜덤한 캐릭터 조각까지 얹어줍니다. 지역의 스테이지 클리어 별 갯수에 대한 보상 유사한 상황이죠. 90% 이상의 확률로 별 쓸모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뽑기권을 하나 걸어놓고 목표를 모두 완수할 때 까지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는 것과, 뽑기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 중 꽤 상급에 위치한 보상을 걸어두고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계속해서 보상을 조금씩 주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유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더 유리할까요?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일퀘 구조가 최종적으로는 매출까지도 유도하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겁니다. 12개의 일퀘 중 과금과 관련된 일퀘가 2개 있지요. 고급 캐쉬 가차 1회 / 게임머니 충전 5회로 각각 10점씩 총계 20점입니다. 만일 한국식으로 모든 퀘스트를 완료 해야 추가 보상이 나오는 시스템에 저런 퀘스트를 집어넣는다면 돈독이 올랐다고 쌍욕을 들어먹겠습니다만, 대륙은 그렇게 쪼잔하지 않지요. 돈을 내지 않아도 최종 보상을 받을 수 있는 100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을 그냥 플레이하는 것으로 90점까지는 매우 무난하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제 위에 언급한 돈 쓰는 2개 외에 '소환권 가차 2회 뽑기'가 남지요. 보통 캐쉬 가차 옆에 붙어있는 게임머니 가차에 해당하는 물건인데, 게임머니가 아니라 게임 중 랜덤하게 얻는 소환권을 소비합니다. 소환권은 게임 머니는 물론 현금을 내고도 살 수 없지만 소환권 가차는 12시간마다 한번씩 공짜로 뽑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유저라면 저 소환권 가차 2회 뽑기를 완수해서 100점을 채울 수 있습니다. 혹은 캐쉬 고급 가차도 3일에 한번 공짜로 돌릴 수 있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시스템을 살펴보면 말이죠. 일단 일퀘 100점 보상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랜덤 캐릭터 조각이면 캐쉬 가차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중급 이상은 되는 보상이에요. 그런데 이게 돈을 안내도 딸 수 있긴 한데 마지막에 딱 10점이 모자라는 상황이 옵니다. 게임에서 못받게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조금 게을렀다거나 해서 못받는 경우죠. 그런데 하루에 게임머니 충전 2번은 공짜니 1000원 써서 3번만 더 충전하면 3천원짜리 가차하나 뽑는 거랑 비슷한 효과가 나온단 말입니다. 혹은 3천원 짜리 가차 하나 사면 가차 두번 뽑는 것 보다 비슷해요. 이럼 이제 천원 3천원 내는 거지요.
퀘스트 마다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의 총점에 대해 보상을 주는, 유연한 구조 덕분에 가능한 일이죠. 이건 다른 중국 게임에선 보기 힘든, 나루토의 강점입니다.
21. 보상은 즉시, 직접 지급
퀘스트와 관련해서, 한국 게임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보상을 지급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일퀘를 완수했더니 캐릭터가 나와서 보상 받으러 가라고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보상은 우편함으로 가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우편함까지 가서 보상을 받아야만 했죠. 심지어 날짜가 지나면 못받을 위험까지도 존재합니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절대로 퀘스트 보상을 우편함으로 날려주지 않습니다. 항상 퀘스트 보상 받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꽂혀요. 어떤 보상을 무슨 이유로 받았는지 항상 상기시켜 줍니다.
이게 사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UX 측면에선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보상을 받기 위해 UI를 2단계 더 거쳐야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보상을 받게 된 경로와 실제 보상 사이의 연결이 뚝 끊어져버려요. 일단 2단계를 거치면서도 뭔가 받을 것이 있다는 사실만 남고 무슨 퀘스트로 뭘 받는지는 까먹게 되죠. 게다가 유저는 유저는 우편함의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그냥 '모두 받기'만 눌러버리죠. 심지어 우편함에는 '일퀘 보상' 이라고만 적혀있지 그래서 어떤 퀘스트였는지도 나와있지 않지요. 그러니 어떤 일을 해서 보상을 받는다는 패턴이 유저의 머리 속에 남지를 못하게 됩니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퀘스트 메뉴에서 보상을 바로 받지요. 심지어 보상 내역도 이미 퀘스트 메뉴에서 표시되어있었지만 다시 한번 유저가 무슨 무슨 보상을 받은 건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과정이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그려지고, 유저는 이를 패턴으로 체화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중국 게임에선 우편함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퀘스트 보상, 업적 보상, 이벤트 보상 모두 해당 UI에서 즉시, 바로, 내역을 하나하나 까주면서 부여해요. 즉시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 - 예를 들어 일간 결투장 랭킹 보상 - 이런 것만 우편함으로 쏴주죠.
한국 게임들이 왜 우편함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사실 전 개인적으로 눈꼽만큼도 이해가 안됩니다. 퀘스트를 달아서 하고 '모아받기'로 받는게 더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전 그 편의성보다는 보상을 바로바로 쏴줘서 플레이어가 수행-보상의 패턴을 습득하고 도파민을 빨아당기게 하는 것이 15만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참고로 같은 이유로 중국 게임들엔 주퀘나 월퀘 같이 주기가 긴 기간 미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뭔가 보상을 바라고 달리기엔 주기가 너무 길어서 플레이어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거든요. 아예 메인 퀘스트나 업적 등의 장기 과제로 빼서 플레이어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진행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선물을 안겨주거나 1주일 한달 짜리는 이벤트로 돌리죠.
22. 컨텐츠 플레이에 대한 보상과 동기부여
일퀘가 플레이어들을 각각의 컨텐츠로 안내해주긴 하지만, 정작 해당 일퀘 자체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보상을 빨리 줘야 하니까요. 대신 각 컨텐츠마다 보상을 푸짐하게 걸어서 플레이어가 일퀘를 완수한 이후에도 각 컨텐츠들을 매일 일정량 이상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스샷의 수행의 길 처럼 특정 자원을 특정 컨텐츠에만 묶는 경우도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아래 두 스샷의 생존도전 처럼 각 스테이지 클리어할 때 마다 일정량의 포인트를 주고 해당 컨텐츠 아래에 있는 특별 상점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HIT의 경우에도 보석은 성역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식의 구성이 있긴 합니다만, 여기에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나루토의 부가 컨텐츠들은 대부분 플레이 횟수에 행동력 같은 부가적인 상한을 걸지 않습니다. 수행의 길도, 생존 전투도 플레이어가 더 이상 깰 수 없어서 멈추긴 해도 뭔가 다른 제약이 걸려서 멈추진 않아요. 그러니 현재의 능력으로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보고, 캐릭터를 더 키운 뒤에 다시 도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이제 다음날 진도를 리셋하고 다시 보상을 받는 거지요. 수행의 길은 그동안 플레이했던 모든 스테이지를 자동으로 소탕하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부터 이어하게 해주고 생존도전은 리셋 시점에서의 캐릭터 능력에 따라 새로 스테이지를 만들어 줍니다.
2인용 코옵인 소대돌습의 경우는 하루 12회로 플레이 제한이 걸려있긴 합니다. 매 회 계속 꾸준히 어려워진다거나, 점점 더 많은 보상을 준다거나하는 요소는 없습니다. 대신 3의 배수에 해당하는 회차 - 3 / 6 / 9 / 12 - 에는 보상이 2배로 지급됩니다. 일단 여기서 '한판만 더' 심리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소대돌습은 플레이할 때 마다 입장료를 게임머니로 지불해야하고, 이 비용은 회차가 올라갈수록 그 비용이 기하급수로 올라가요. 첫판은 100골이지만 9판 쯤 되면 30만골 이상이 빠집니다. 보통 플레이어 잔고가 30만골 ~ 100만골 정도로 유지되는 걸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돈이죠. 골드도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보상을 높이는 쪽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 보통 | 하드 | ||
일반 | 3/6/9/12 | 일반 | 3/6/9/12 | |
무과금 | 1 | 2 | 2 | 4 |
3배 부스터 | 3 | 6 | 6 | 12 |
보상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난이도를 높이는 겁니다. 하드 난이도는 보통 난이도보다 보상을 두배로 주거든요. 하지만 아주 손쉽게 클리어 가능한 보통과 갈리 하드는 정말 어렵습니다. 현찰로 생명 연장을 하지 않으면 못 깰 난이도는 아닌데, 그래도 파트너 운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열판 중 세판 정도는 도중에 죽어요. 물론 약간의 돈을 내면 이어서 할 수 있지만 그다지 비용대비 효과가 크진 않습니다. 어차피 입장료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을 때 지불되니 그냥 다시 처음부터 재도전하면 되거든요.
또다른 옵션은 판당 900원 정도를 내고 3배 부스터를 적용받는 겁니다. 그럼 보통 난이도에서도 원래의 3배 보상을 받을 수 있고, 3배수 스테이지에선 6배의 보상을 받으며 만일 3배수 하드 스테이지라면 6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비용대비 효용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드 난이도에 적용하면 무려 12배의 보상이 굴러들어옵니다. 당연히 하드에 도전하곘죠. 그런데 그 안에서 죽어버렸네요. 어떻게 할까요? 부스터 비용도 입장료 처럼 보상 받을 때 차감되니 포기하고 다시 재도전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미래에 받을 무언가 보단 당장 눈 앞의 무언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죠. 돈 내고 부활을 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입장료와 부스터 비용을 먼저 받고 입장시켜야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스테이지 실패한 것도 기분 나쁜데 거기에 돈까지 날리면 사람 기분이 정말 드럽습니다. 어디까지나 엔터테이닝 소프트웨어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죠. 그리고 이게 난이도가 2명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매칭된 파트너가 발컨이라 게임을 드릅게 못하고 도중에 먼저 죽어버린다거나 혹은 접속이 끊어져버린다거나 하면 플레이어는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스테이지를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파트너가 중간에 나가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그러니 클리어하고 보상 받을 때 비용을 빼가는 거구요, 스테이지 중반에 죽어도 다시 이정도 까지 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기꺼이 돈을 내고 부활을 하는 겁니다.
참가비, 3배수 스테이지, 난이도에 따른 보상 강화, 3배 부스터가 합쳐지면 이게 굉장히 넓은 소비 스펙트럼을 커버해줍니다. 무과금 유저는 그냥 대충 8스테이지까지 재도전을 반복해가며 하드난이도로 플레이할테고, 소과금 유저들은 3배수 스테이지에만 3배 부스터를 적용하겠죠. 전 스테이지에 3배 부스터를 건다거나 게임머니를 사서 12회차를 모두 도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닙니다만, 고과금 초고과금 유저들에겐 할만한 옵션입니다. 혹은 차라리 가차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컨텐츠 플레이 - 유료화 모델을 성립시켜주는 핵심 요소는 바로 소대돌습의 보상입니다. 게임머니나 성망, 인석도 주지만 사실 핵심적인 보상은 바로 비권 조각이죠. 캐릭터 조각과 마찬가지로 일정량을 모아야 비권 스킬을 하나 획득할 수 있고, 조각을 계속해서 일정량 씩 쌓아야 스킬 레벨이 올라갑니다. 다른 성장 컨텐츠들과 달리 성장 주기가 길어요. 그런데 이 비권을 랜덤하게 골라서 부여하기 때문에 배수에 민감해지는 겁니다. 그냥 숫자로 바로 보이는 성망, 인석 이런 건 2배 4배 준다고 해도 사실 그렇게까지 땡기진 않아요.
동기식 실시간 PVP 컨텐츠인 결투장 같은 경우는 참가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이게 정말 컨트롤 빨 싸움이라 재미있긴 한데 유저 피로도가 높거든요. 그래서 참가 횟수 제한이 없는 대신 플레이 보상을 박아뒀습니다. (반대로 아까 소개한, 완전 자동으로 돌아가는 스펙 기반의 비동기 PVP인 적분새는 횟수 제한이 걸려있고, 플레이 횟수에 대한 즉시 보상은 없습니다.) 이 참가 횟수에 대한 보상은 HIT에도 존재하는데요, 이 보상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HIT의 일간 보상은 참가 횟수 기준이고 주간 보상은 랭킹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서 매일 5회까지는 참가할 때 마다 보상을 받지만 그 이후로는 더 플레이 해야 할 동기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간 보상은 며칠이 지나야 받겠죠.
반면 나루토의 일간 보상은 참가 횟수 기준으로 3판 째엔 게임 머니를, 5판 / 8판 째엔 게임머니와 랜덤한 캐릭터 조각을 줍니다. 그리고 주간 보상은 15승 / 30승 / 45승에 대해 캐쉬 포인트를 꽂아줍니다. 일주일씩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저 승수를 달성하는 그순간 바로 즉시 롸잇 나우 우편함조차 거치지않고 다이렉트로 꽂혀 들어와요.
그래서, PVP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딱 3판만 하고 - 3판은 일퀘에도 박혀있습니다 - 나가서 보상을 받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조금 힘들어도 캐릭터 조각이 걸려있으니, 게다가 어차피 참가만 해도 주는 거니까 5판 8판 합니다. 하지만 PVP를 즐긴다거나 보상을 정말 받고 싶은 유저라면 일간 보상을 다 획득한 뒤에 이제 주간 보상을 향해 달리겠죠. 그런데 이 주간 보상은 판수가 아니라 승수 기준이기 때문에 채워나가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결투장에서 시간을 쓰다 보면 나를 발라버렸던 캐릭터나 비권이 갖고 싶어지는 거고 그러면 또 이제 다른 컨텐츠를 뛰거나 가차로 가는 거지요. 아 물론 랭킹 보상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쫌스럽게 일주일 단위로 꽂아주지 않고 일 단위로 우편함에 꽂아주지요.
23. 메인 퀘스트를 통한 플레이어 가이드
한편 일퀘가 아닌 메인 퀘스트를 중심으로 플레이어들을 이끌어주는 게임들도 존재합니다. 태극 팬더나 쿵푸 팬더 3, 구룡전 같은 경우죠. 아이템을 갈아끼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도탑전기보다는 전통적인 RPG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래서인지, 구룡전을 제외한 두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를 볼 수 있고 또 NPC와 이야기할 수 있는 등 '마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현대 MMORPG 처럼 메인 메뉴 UI에 현재 활성화 되어있는 메인 퀘스트를 바로 보여숩니다. 위 스샷의 경우는 6챕터 6스테이지를 클리어하라는 군요. 그리고 저 영역을 탭 하면 플레이어 캐릭터를 해당 컨텐츠로 바로 보내줍니다. 그래서 저 퀘스트만 클릭하면 게임이 쭉쭉 진행됩니다. (물론 중간 중간 빨간 불 들어온 버튼을 눌러 스킬도 업그레이드 하고 장비도 성장시키겠죠)
사실 한국의 히트나 레이븐도 플레이어들을 컨텐츠로 유도하고 게임 진행을 이끌어주는 메인 퀘스트를 갖고 있지요. 스샷은 히트의 '특별 임무' 입니다. 레이븐에선 뭐라고 부르는지 까먹었네요. 어쨌든 이렇게 메인 퀘스트가 있긴 한데 사실 큰 쓸모는 없습니다. 일단 메인 메뉴 상에 바로 노출이 되어있지 않은데다 미완수 된 퀘스트가 있다고 알림을 띠워주는 것도 아니라서 시인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UI 문제는 이 메인 퀘스트의 흐름 자체에 대한 문제에 비하면 사실 사소합니다.
사실 히트의 '특별 임무'는 위에서 말한 메인 퀘스트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MMORPG의 퀘스트 연쇄 처럼 이전의 퀘스트를 완수하지 않으면 다음 퀘스트가 진행되지 않는 구조인데, 중간에 스테이지 진행과는 무관한, 선택적 컨텐츠에 대한 퀘스트가 깔려있습니다. 위 스샷만 봐도 '난투장 10회 참가'가 있지요. 퀘스트 체인을 따라 난투장을 10번 돌면 좋겠지만, 이게 퀘스트만 막혀있는 거지 스테이지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니 플레이어가 난투장을 스킵해버리면 그때부터 플레이어가 퀘스트 진도를 훨씬 앞질러버립니다. 심지어는 '성역 10회 클리어' 처럼 하루 안에 완수가 불가능한 퀘스트가 섞여있기도 했어요. 성역은 하루 6개 까지 클리어할 수 있고 이 제한은 돈으로도 풀 수 없거든요.
그래서 사실 중국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구성은 컨텐츠 별로 퀘스트 체인을 분리시키는 겁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비권 획득] [비권 승급] [노멀 스테이지 진행] [하드 스테이지 진행] [닌자 획득] 등으로 쪼개져있죠. 그래서 플레이어가 어떤 컨텐츠에서 진도를 빼든 간에 그에 해당하는 퀘스트가 완수 되고 해당 컨텐츠에 대한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합니다. 다른 게임들은 보통 스토리에 해당하는 노멀 스테이지 진행을 항상 이 목록 제일 앞에 고정시켜두곤 합니다.그리고 당연히 각 퀘스트 마다 해당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메뉴가 존재하지요. 사실 히트나 레이븐 둘 다 '연속 미션' 혹은 '업적'이라는 형식으로 위와 완전히 동일한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특별임무나 메인퀘스트를 따로 둔 이유를 모르겠군요.
쿵푸 팬더 3는 HIT / 레이븐과 좀더 유사하지만 보다 부드러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저 퀘스트들을 권장레벨대에 맞춰서 챕터 단위로 쪼개놓은 구성은 같습니다. 하지만 한 챕터의 퀘스트를 모두 끝내야 다음 챕터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 챕터를 열어주고 있어요. 그래서 위쪽 스샷과 같이 1챕터의 퀘스트를 모두 끝내지 않고서도 2챕터, 3챕터로 이어지면서 플레이어의 메인 컨텐츠 진도를 계속 안내합니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모든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추가 보상을 걸어 플레이어가 부가 컨텐츠에 관한 퀘스트도 모두 완수하도록 유도하지요.
유료화 모델과 운영 이벤트 시스템, 길드 등 다룰 주제가 더 많이 있으나 일단 쓰다 쓰다 지쳐서 쓴 부분만 먼저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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