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트에 진입한 게임 중 전민투신전과 설영영주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둘 다 레이븐, HIT 와 같은 액션 RPG 게임이죠. 물론 RPG의 메타게임은 도탑전기로 완성된 중국식 non-MMO RPG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전에 나루토를 소개하면서 소탕 시스템이 이전 세대인 KOF98UM이나 도탑전기 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시스템 조차도 어느새 구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소탕 시스템에 대한 변천을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출시 순서대로 KOF98UM -> 나루토 -> 드래곤볼 및 전민투신전 순입니다.


1. KOF98UM


국내에는 가장 최근에 들어온 도탑전기류 게임이죠. 오리지널 도탑전기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 게임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좋은 교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 기준으로는 이미 출시한지 1년이 넘은 게임으로, 지금은 KOF98UM이 도탑을 개선한 것 이상으로 뒤쳐진 게임입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교보재이기도 합니다.




소탕에 대한 UX 기본 흐름은 동일합니다. 우선 현재 수량이 부족하지만 추가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곳엔 +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눌러보면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타나고, 여기서 바로가기를 눌러 해당 던전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오고, 던전엔 소탕 버튼이 있습니다. 1회 10회 50회 원하는 횟수를 클릭하면 해당하는 횟수 만큼 돕니다. 소탕권의 제약을 없애고 소탕을 기본 시스템 화 함으로써 행동력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행동력 가격에 누진제를 붙여 중과금 유저들에게서의 매출 효율을 높이고 고과금 유저들에게 가차의 매력을 높여주는 기존 도탑 전기 구조를 완성한 것이 KOF98UM의 놀라운 진화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아이템이 얼마나 필요해서 이 던전에 왔는지에 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소탕이 진행되는 동안 원래 얻고자 했던 아이템을 얼마나 얻었는지는 표시해줍니다. 하지만 단지 표시만 할 뿐 소탕 진행은 계속 유지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저는 자수정 보석 5개 필요했지만 10회 소탕을 한 결과 9개를 얻었습니다. 4회분은 행동력을 낭비한 셈이 되겠죠. 만일 50회 소탕을 눌렀다면...


사실 위에서 빨간색으로 강조한 부분들은 KOF98UM을 플레이할 당시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설명할 후배 게임들에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불편함으로 인식됩니다.



2. 나루토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나루토입니다. 올해 초에 출시되었죠. KOF98UM과는 6개월 가량의 텀이 있습니다.


 역시 기본 구조는 KOF98UM과 동일하게 채워넣을 아이템에 + 마크가 표시되고, 누르면 필요한 아이템과 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스테이지 목록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 부터 진화를 보여줍니다.



우선, 플레이어를 던전 화면으로 보내지 않고, 기존 UI 상에서 바로 소탕 기능을 이전의 아이템 화면 위로 불러내버립니다. 기존에 던전 화면으로 보내는 게임들은 UI / UX 흐름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일한 '뒤로' 버튼인데 보통은 누르면 메인로비로 가지만 아이템 메뉴를 통해 왔다면 아이템 메뉴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끔은 또 이게 꼬여서 메인으로 가기도 하는 등등이죠. 나루토는 과감하게 소탕 메뉴를 오버레이로 처리해버려서 이전 단계인 아이템 메뉴가 뒤에 비쳐보이고 이 소탕 메뉴만 지움으로써 쉽게 이전 단계로 돌아갑니다.


또한 화면 내에 어떤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하는지, 현재까지 몇개 모았고 몇개를 더 모아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표시됩니다. 플레이어는 저 정보를 바탕으로 5회 소탕을 할 지 1회 소탕을 할 지 선택하게 되지요.



3. 드래곤볼 용주격투


나루토로부터 다시 4개월 뒤에 출시되었습니다. KOF98UM이 약간의 리듬액션 게임 요소를 넣고, 나루토가 액션 을 강조한 반면,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철저하게 도탑전기의 전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시작은 동일합니다. 필요한 아이템을 누르면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옵니다.


역시 나루토와 마찬가지로 소탕 UI를 팝업 형식으로 이전 UI 위에 띄웁니다. 그런데 소탕 버튼은 1, 10, 50회 3가지인데 아까 나루토에서 칭찬했던, 필요한 아이템의 종류와 수량을 표시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퇴보한 걸까요?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시스템의 진보로 해당 정보를 출력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50회 소탕을 눌러 보죠.


자동 소탕을 진행하면 어떤 아이템이 핵심인지, 해당 아이템이 몇개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몇개나 모았는지 표시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요한 만큼 다 모으면 자동으로 소탕을 멈춰줍니다. 그래서 절대로 행동력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죠.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50회 소탕 누르면 끝입니다. 50회 눌렀는데 다 못모았다.. 그럼 다시 한번 50회 소탕 누르면 되지요.




4. 전민투신전


7월 말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뭔가 주인공 PC는 정통 RPG 처럼 진짜 아이템을 갈아끼는 형식인데 추가 NPC들은 도탑전기식으로 성장하는 괴악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플레이 중인데 아직 구조가 잘 파악되지 않는군요. 어쨌든, 여기서 도탑처럼 성장하는 부분을 보도록 하죠.




아이템 클릭하면 얻을 수 있는 던전 목록이 나오는 등은 동일합니다.



아쉽게도 스테이지 선택 화면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에 UI가 가끔 꼬이거나 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UI 잘 보시면 소탕 횟수를 선택하는 버튼이 없습니다. 큼직히 [체력으로 소탕] 버튼이 있고 왼쪽에 [자동 소탕]을 선택할 수 있는 체크 박스가 있지요.



말 그대로 입니다. 자동 소탕을 키고 소탕을 누르면 해당 아이템을 다 모으거나 체력이 다 될 때 까지 그냥 자동으로 쭉 소탕합니다. 횟수를 고를 필요 조차 없습니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다 알아서 진행됩니다.




5. 진화의 흐름과 속도


KOF98UM에서 소탕권을 기본 시스템 화 하고, 나루토에선 필요한 아이템의 갯수를 표시해주며, 드래곤볼에선 아예 필요한 아이템을 다 모으면 소탕을 멈춰주더니 전민투신전에선 아예 회차도 선택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 소탕시켜 줍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아이템을 모으고 성장하는 재미일 뿐, 이미 3성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시간을 들여 클리어 해야한다거나 거기서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할지 기억하고 몇번을 소탕해야 결정하는 것은 재미도 게임성도 아닌 그냥 불편사항이고 이를 최대한 삭제해서 유저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고 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많이 받도록 하는 것이 쭉 이어져오고 있는 흐름입니다. 사실 소탕 시스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컨텐츠에도 위와 같은 흐름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 n성과 n+1성 사이에 단계를 추가한다거나, 스킬 포인트를 1분에 1점씩 차게 하는게 아니라 그냥 레벨만 오르면 바로 레벨 한계와 골드가 허용하는 만큼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변화가 단 1년 사이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루토나 드래곤볼을 해보지도 않고 그냥 도탑전기에다가 IP만 씌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엄청난 착각입니다. 서든이나 오버워치나 똑같은 총질 게임이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IP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부 게임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IP만으로 잘 될 것 같으면 반다이의 드래곤볼 도칸은 왜 순위가 그꼬라지겠습니까.


그러니 중국 쪽 시장을 노린다거나 중국 게임을 벤치마킹 한다면 이미 낡아버린 도탑전기나 KOF98UM을 보실 게 아니라 가능한 최신 게임을 해보시고 차이를 느껴보셔야할 겁니다. 어차피 중국 게임들은 글자 몰라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by 고금아 2016. 8. 6.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