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업이 너무 바빠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2편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플레이중인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흥미로운 매출 시책을 쓰고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는 매출 변동이 굉장히 큰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가챠 판매 외에도 기본 시스템에 과금 요소가 많이 녹아있고, 또 깊은 성장 구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과금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규 캐릭터나 컨텐츠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매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7일의 도시는 그런 부가적인 과금 장치가 없이 캐릭터 가챠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평소 200위권 밖에서 놀다가 신규 캐릭터가 나오면 50위권으로 점프하곤 하죠. 그런데, 이 신규 가챠를 추가할 때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가지 장치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가격 차별화란?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에서 가격에 비례해 증가하는 공급과, 가격에 반비례해 감소하는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 균형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위 왼쪽 그래프는 콘솔 게임 가격 60불 / 혹은 월정액 게임 30불과 같은 고정 가격제에서의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A)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정해진 가격보다 더 높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가격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돈을 덜 씁니다(C), 또한 어떤 사용자들은 60불/30불보다 적은 돈은 낼 의사가 있지만, 그보다 싸게는 팔지 않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습니다.(A). 실질적인 잠재 매출은 A+B+C 이지만 가격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는 매출은 A로 제한됩니다.

가격차별화는 더 많은 돈을 낼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객에겐 더 많은 가격을, 더 적은 돈을 내고자 하는 고객에겐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수요곡선 전체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자하는 원리입니다. 영화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텐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장 -> IPTV -> TV로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고객이 지불하는 단가가 점점 내려가지요. 의욕넘치는 마니아를 위해선 중간에 블루레이를 비싸게 팔구요. 출발일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항공권 가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여행객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을 짤 수 있는 대신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몇달 전에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합니다. 반면 업무차 출장가는 경우는 가격에 덜 민감한 대신 (회사가 내주니까) 일정이 급박하게 만들어지고, 일정을 조율할 여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스팀의 할인이 있을 겁니다. 기다려온 게임, 잘나가는 게임은 출시하기 전부터 혹은 출시하자마자 정가를 내고 구입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어중간하거나 취향이 아닌 경우 60불을 혼쾌히 내기가 어렵습니다. 안사겠죠. 하지만 스팀에 50% 할인이 뜨면 그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세일을 통해 없던 수요가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50%를 손해보고 판 것이 아니라, 안 살 게임을 50% 가격에 판 것이죠. 위 그래프의 B 영역을 공략한 것입니다. 반대로 정가 이상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겐 한정판, 디럭스판 등을 구성품의 가치에 비하면 비싼 가격의 상품들을 팔아서 더 높은 매출을 걷습니다. DLC 장사도 마찬가지구요. 위 그래프의 C 영역입니다.

사실 게임의 부분유료화 자체가 바로 가격 차별화의 원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무료로 깔아놓고 다양한 서비스를 상품화 해서 해당 상품을 필요로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는 구조 자체가 가격 차별화죠. 한국에서 이러한 가격차별화에 기반한 부분유료화가 먼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차별화가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분유료화가 처음 도입될 때엔 당연히 기존 고정가격제의 영향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여전히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전에 이미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행동력에 관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게임의 핵심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게임 플레이로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심지어 성장이 이 획득을 가속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행동력을 고정 가격에 무제한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와 수집을 완전히 분리한 일본이나, 행동력에 누진제를 붙여 고과금자일수록 더 비싸게 판매하는 중국과는 달리, 고과금자일수록 같은 행동력으로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심지어 많이 사면 깎아주기도 합니다) 행동력의 가성비는 기하급수로 올라가고 가챠라는 상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폭락합니다. 게다가 행동력은 비싸지도 않은데다 푸쉬 등으로 마구 뿌려대기 때문에 매출에도 거의 기여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 행동력도 기하급수로 올리거나,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희귀 자원을 만들고는 이를 가챠가 아닌 패키지 등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게임의 구조를 뒤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야 하지요. 그 결과 게임은 계속 수직으로 높이 쌓이고 양극화가 심해져 새로 유저가 들어와도 정착할 수 없게 되고 사용자는 줄고 있는 사용자를 더 쥐어짜고...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 젬 구매와 덤에서의 가격 차별화.

행동력을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 등은 사실 국가별 문화 차이도 있고, 게임의 기본 구조와도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바로 적용하긴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근본적이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가격차별화를 실현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구요. 대표적인 사례가 젬(유상재화) 구매시에 얹어주는 덤의 제한 또는 철폐입니다.

최근의 중국 게임들을 보면 젬(유상재화) 상품에 덤을 얹어주지 않거나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엔 300젬을 사면 +30개, 100개를 사면 +150개, 6480개를 사면 +1080개 이런 식으로 젬을 사면 덤을 더 얹어줘서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은 다릅니다. 위 스크린샷의 '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아예 덤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가격에 의한 추가 할인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살수록 커지는 덤이라는 것이 관습으로 굉장히 익숙하긴 하지만, 가격차별화에는 역행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액제가 아닌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매출의 대부분은 흔히들 '고래'라고 부르는 초 고과금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고과금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챠 게임이고, 가챠 게임의 '고래'들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까지 가챠를 뽑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비싼 젬 상품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입니다. 젬을 왕창 쌓아두고 나올 때 까지 뽑지요. 그런데 비싼 상품일수록 젬을 더 얹어준다는 건 가격에 덜 민감하고 지불 의사가 높은 사람들에게 젬을 더 많이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지불 의사나 지불 능력이 낮은 중/저과금자들은 오히려 젬을 비싸게 구입하게 됩니다.

할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론 단가를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려서 단가 X 판매량에서 오는 전체 매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가챠 게임에서의 젬에 대한 덤은 실제로는 판매량은 늘지 않고 단가만 낮춥니다. 만일 최고가 상품의 덤 비율이 30%라면 그냥 앉아서 23%의 매출을 덜 버는 겁니다.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보는 상품은 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판매량을 증진시키지도 못하구요.

다만 덤 할인이 무조건 없애야 할 적폐라고 보기는 약간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수십만원이 쉽게 녹아내리는 가챠 게임의 경우, 어차피 매출은 고과금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고가 상품에 큰 할인을 거는 것을 표준 가격으로 간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 경우는 예상 비용 / 매출 등을 계산할 때 최고 할인을 전제로 해야겠죠. 예를 들어 10연가챠에 3,000 젬인데 3만원에 3,000젬, 10만원에 12,000젬이라면 10연가챠는 3만원이 아니라 2.5만원으로 계산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할인율이 낮은 저/중과금에 대한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는 위 스크린샷의 에반게리온 파효처럼 명목상의 덤을 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젬 상품의 가격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에겐 뭔가 할인받는다는 느낌적 느낌은 주지만, 실제로는 정가 받고 파는 거지요.

그렇게 가격차별화가 좋으면 아예 비싼 젬 보다는 싼 젬에 덤 비율을 더 얹어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가격차별화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차별된 가격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합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더 싼 쪽을 선택할테니, 더 싼 쪽을 살 수 없는 장벽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아까 예시로 들었던 영화나 게임의 경우 '시간'을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미래로 가서 더 싼 가격에 게임을 사거나 IPTV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신 영화와 최신 게임은 제값 내고 보고 즐기는 것이죠. 젬 상품은 아무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 젬 상품에 더 많은 보너스를 얹으면 고과금자 입장에선 그냥 고가 젬 상품 1번 살 돈으로 저가 젬 상품 2~3번 구입하면 됩니다. 가격 차별화는 이러한 장벽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3. 首买两倍 등 조건부 젬 할인을 통한 가격 차별화

그런, 장벽을 세워 할인과 가격차별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 말로는 '첫 구매 2배'로 번역할 수 있을, 首买两倍입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각 젬 상품에 대해 첫 구매에 한해 100%의 보너스를 얹어주는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중국 게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는 요소입니다.

이 '첫 구매 2배' 상품은 기본적으로 50% 세일이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고 신규 가입자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효율을 얻어내기 위해선 모든 상품을 다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구매 전환율과 초반 결제 금액을 높일 수 있는 구성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소모되는 모객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운영하는데 굉장히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이 할인 혜택에 상품당 1회라는 제한이 걸려있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결제 초반엔 절반의 비용으로 젬을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사용자는 결제 유저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엔 할인 없이 젬을 계속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구매 금액이 커질수록 할인율은 점점 낮아집니다. 많이 사는 사람에겐 더 받고, 적게 사는 사람에겐 깎아줘서 더 파는 가격 차별화가 아주 훌륭하게 동작하지요. 정가 내고는 젬을 못사겠다고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첫 구매 2배 젬 만으로도 25만원을 지불한 상태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요. 실제로는 50만원치의 젬을 쓴 것인데, 이정도면 꽤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덱이 구성되기 때문에 과금의 중단이 게임에서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계속 하고 있는 이상, 구매 의사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보컬로이드 한정 가챠를 판매할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총량제한 덤 지급이었습니다. 위 스크린샷 좌하단에 보면 2760/6000 이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젬을 구입하면 50%의 덤을 최대 6,000젬까지 제공한 것이죠. 50% 덤, 33% 할인이라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며, 최대 효율을 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1,200위안(한화 약 20만원)까지를 지불하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2배 젬과 마찬가지로 할인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고과금자일수록 할인이 줄어드는 가격차별화가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컬로이드 한정 캐릭터 3종(미쿠, 루카, 린/렌) 획득에 드는 젬이 5만 이상이었기 때문에 할인에 의한 객단가 하락은 10% 정도로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덤을 50%씩 얹어주니 유인효과가 굉장히 컸고, 가챠판이라는게 2,30만원 정도 박고 나면 이후엔 오기로 나올 때 까지 뽑게되어있기 때문에 매출 유인 효과가 아주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미쿠 콜라보 당시엔 40위권에서 10위권 안쪽으로 점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젬 할인은 자칫하다간 주력 상품인 젬의 가치를 낮게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별히 낮은 가격에 '어머 이건 질러야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프로모션 하는 건데, 그 특가를 기본 가격으로 인지해버리면 평시 가격을 특별히 높은 가격으로 받아들이고, 할인이 아니면 지르지 않는다거나 할인 한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지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젬을 주력상품으로 삼는 이상, 젬의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같은 경우는 12월 미쿠 콜라보와 2월 춘절 신캐 추가시에 저 제한부 젬 할인을 실행했기 때문에 3월 슈타인즈 게이트 콜라보에서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3월 슈타인즈 게이트에선 젬 할인이 없었습니다.

일본 게임들의 경우는 젬 자체를 할인하기 보다는 가챠의 가격이나 확률/픽업 등을 통해 상품인 가챠의 가치를 높이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원래 10연차에 3000젬인데 첫번째 1회는 1000젬, 2회째는 1500젬, 3회째 2000젬, 4회째 2500젬, 5회부터 정상가인 3000젬으로 돌아오는 가격 기반의 스텝업 가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이 스텝업 가챠도 사실 원하는 위시캐를 뽑는데 걸리는 비용은 높고, 할인에 제한이 걸려있어 가격차별화를 잘 실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가챠를 뽑아야 할 때와 안뽑아야 할 때가 갈리긴 합니다만, 캐릭터 가챠 장사 자체가 대체로 신캐 / 픽업 등으로 사야할 때와 안사야 할 때가 분명히 갈리는데다 무상으로 얻는 가챠도 있기 때문에 젬 가치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게임 내에서 젬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보통 가챠)가 계속해서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고,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재화로써 젬이 유효할 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4. 가챠 마일리지를 통한 최소한의 가챠 구매 유도와 가챠 가치 보장

가챠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확률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운이 좋으면 Wish[각주:1]를 1번에 뽑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몇백만원을 들여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는 이런 랜덤성 조차도 가챠의 '재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그보다는 필요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은 데스나이트의 불검 0.0007% 와 같이 확률을 극악하게 낮추는 대신 Wish를 뽑았을 때의 혜택을 엄청나게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해소하는 반면, 중국은 Wish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챠를 뽑은 것 자체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보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7일의 경우는 가챠 7개를 뽑을 때 마다 1점씩 얻는 마일리지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엔 위 스크린샷에서 방울이 달린 2개가 마일리지 상품이었습니다만, 왼쪽의 A급 신기사 조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오른쪽의 마일리지 1점당 1마리씩 물고리 20개가 핵심이었습니다. 물고기는 왼쪽에 보이는 흰 고양이에게 선물할 수 있고, 20개를 먹고 나면 S급 신기사로 변신하거든요. 140연차에 S급 1개를 고정으로 지급한 것이죠. 66만원이 싸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이죠. (사실은 첫 구매 더블젬 때문에 획득 비용은 40만원 정도가 됩니다.)


미쿠 콜라보 당시엔 미쿠를 S급, 루카를 A급으로 가챠에 밀어넣는 대신 린/렌(한 캐릭터입니다.)을 가챠 마일리지 상품으로 배치했습니다. 30 마일리지로 얻을 수 있으니 가챠 210회분이고 1가챠에 28위안(4700원)이니 대략 99만원짜리 캐릭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젬 할인도 있었고 공짜 가챠도 뿌렸기 때문에 한 70만원 정도겠죠. 이를 캐릭터 하나를 100만원에 팔았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것이, 위 스크린샷 보시면 린/렌 사고도 25마일리지가 남아있습니다. 미쿠/루카 뽑는데 드는 비용은 그 두배쯤 되었고, 그렇게 뽑고 나서 보니 (혹은 돈은 썼지만 못뽑고 나니) 린/렌이 따라오는 것이죠. 미쿠 당시엔 그 외에 크리스마스 한정 코스튬이나 한정 아이템 등도 마일리지로 팔았습니다.


춘절 신캐 추가 즈음해서 마일리지샵을 운영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린/렌 처럼 무지막지한 가격에 신캐를 내는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한정 스킨을 마일리지로 판매한 것이죠. 대략 개당 15만원 선이었습니다. 또한 이 때부터 특정 캐릭터 전용 아이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이 전용 아이템 또한 마일리지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5~30만원 선으로 캐릭터 뽑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사실 이건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가챠는 그 특성상 100번 1000번을 뽑아도 원하는 캐릭터가 안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1번만에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갈아넣어야 하는 한계돌파나 초월이 없다면 사용자는 가챠를 더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전용 아이템을 마일리지샵에 배치해 요구 마일리지보다 낮은 시도로 캐릭터를 뽑은 플레이어에게 가챠를 더 팔 수 있는 것이죠. 아주 꼼꼼합니다. 물론 린/렌은 가챠 210번을 강매했습니다만, 그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5. 가챠 마일리지와 젬 판매의 결합

그런데 가챠 마일리지는 기본적으로 쓴 돈이 아니라 뽑은 가챠의 갯수를 기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게임 운영상 가챠를 뽑을 수 있는 공짜 티켓을 많이 뿌리고, 신캐 나온 시즌엔 특히 더 많이 뿌립니다. 아무리 마일리지로 최소한의 가챠 횟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 가챠 횟수조차 무상으로 조달해버리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젬으로 충당될 수 있습니다. 신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3월엔 더 깊고 사악한 함정을 팠습니다. 전용 아이템과 현금 장사를 묶어버린 것입니다.

원래부터 2월에 들어간 마일리지샵의 금색 전용 아이템은 금색 전용 아이템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갖고 있는 보라색 아이템을 금색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형식이었습니다. 보라템이 없으면 금색템을 살 수 없습니다. 단지 2월엔 해당 캐릭터를 가챠에서 얻게 되면 그 보라색 아이템을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저 판매 방식은 해당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월 신캐엔 과금 이벤트와 묶였습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젬 구입에 쓴 돈의 양에 따라 보상을 주는데, 위 스크린샷의 금색팬더공에 대응되는 보라색팬더곰을 저 과금 이벤트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죠. 1,500위안 = 25마원을 쓰지 않으면 가챠에서 마유리를 얻었어도 그 마유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마유리 전용 팬더공 금색템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전엔 아무리 운이 좋아도 25만원치 가차권은 소모시키겠다는 의지였다면, 이번엔 25만원치 현금을 받아내겠다는 아주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죠.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1500위안 안썼어도 가챠에서 마유리가 걸리면 무조건 전용템을 주는데 1500위안 결제하면 마유리가 없어도 저 아이템만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용템을 얻었으니 캐릭터도 얻으라고 등을 떠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강력한 과금 이벤트

이번 3월의 신캐 추가는 이전에 비해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력하게 반영되어있습니다. 캐릭터 스킨도 1종 추가되었지만 이전엔 마일리지로 팔았던 것을 이번엔 젬 구매에 쓴 금액에 대해 보상을 주는 과금 이벤트로 밀어넣었죠. 앞서 언급한 전용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환산하면 똑같이 15만원 선이지만, 이번엔 이 기간 중 현금을 15만언 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뿌린 가챠권이나 기존에 사뒀던 젬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까 언급했던 제한부 젬 할인 대신 무료 소환권으로 바뀐 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최대 2888위안에 27장이 지급되니 28880젬 구입시 7560젬 추가 증정으로 덤의 비율도 25% 가량으로 줄었고, 최대한의 효율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도 1200위안에서 2888위안으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저 이벤트에서 지급하고 있는 무료 소환권은 이번 콜라보 한정가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콜라보가 끝나면 한정 가챠도 끝나고 소환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보너스 젬 처럼 누적되어 향후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과금 이벤트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기준인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과금 이벤트는 소비한 젬의 총량, 가챠 구매 횟수,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 3가지의 카테고리로 진행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무상 가챠, 기존에 갖고 있던 젬이나 소환권, 이벤트로 얻은 무상젬/소환권 등이 포함되고 첫 구매 젬 2배의 효과도 적용되기 때문에 무과금 / 저과금에게도 혜택이 주어지고 신규 유저에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젬 충전에 사용한 금액'은 정말 순수하게 기간 내의 젬 구매에 사용한 절대 액수 기준이기 때문에 100% 지불한 실제 금액에 의해서만 집계가 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니까 200위 밖에서 57위로 150계단 점프를 한다 싶기도 합니다. (뭐 사실 이미 가챠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벤트 보상엔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7. 가챠에 천장 설치

여기까지 써놓은 것을 보면 3월의 매출 시책이 굉장히 악랄하게만 변한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더 우호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일정 이상 가챠를 뽑으면 확정적으로 보상을 주는 천장을 설치한 것이죠. 90개를 뽑으면 A급인 마유리, 180개를 뽑으면 S급인 크리스를 확정 지급합니다.(이미 갖고 있는 경우엔 80개 160개의 만능조각으로 지급합니다.) 과금이벤트에서 주는 무료 소환권을 포함하면 A급 30만원, S급 72.5만원 선으로 가챠 게임 치고는 굉장히 저렴하지요. 알려진 기대 시행이 130회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과금 깊이는 올클리어 50만원 선으로 추정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운이 좋아서 78가챠만에 신캐 2종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30만원 정도 밖에 안들었죠. 하지만 과금 이벤트 보상 소환권과 마일리지 보상 때문에 30회 정도 더 굴렸습니다. 천장이 있어도 마일리지가 있어도 그게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예시가 되어버렸습니다.


8. 원칙에 충실한 중화 BM

얼마전 누가 한/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서 성공한 게임은 없는데 중국에서 한/일로 나와서 성공하는 게임은 많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전이나 벽람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KOF98UM이나 반지 같은 게임들은 10위건 20위권에 포진하고 꽤 오래 버티고 있으니까요. 저는 뭉뚱그려 '호환성'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캐주얼한데다 BM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중국 BM의 효율성이라고 하면 많이 쓰면 많이 쓴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노골적인 금전만능주의 서비스 정신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지출시의 만족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이는 껍데기일 뿐, 실제로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기본은 그 아래에는 낼 수 있는 한도까지 받아내겠다는 가격차별화입니다. 비싸게 낼 사람에게 더 비싸게 더더 비싸게 받아냄으로써 매출도 극대화하고, 계속해서 덜 낸 사람이 더 낸 사람을 어느정도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간단한 소재니까 짧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만, 역시 쓰다보니 길어지고 양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게임들과 과금 체계를 가끔 소개드리곤 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중국 시장의 특이함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중국에선 그게 돼?")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무리했습니다.


  1. 가챠에서 플레이어가 뽑고자 하는 타겟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8. 3. 17.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