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네버윈터의 전투-스킬과 함께 다루려고 했다가 부연이 길어서 따로 정리합니다.

그동안 D&D 시리즈는 비 마법적 공격을 단순히 '공격' 하나로 처리해왔습니다. 마법사나 사제 등 마법을 가진 클래스들은 상황 봐가면서 자신이 가진 여러가지 능력들 중 무엇을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전사나 도적 등은 그냥 '때려요' 밖엔 선언할 게 없었죠.

물 론 명중을 희생해서 데미지를 높이는 파워 어택이라거나, 적을 앞뒤로 포위하면 명중에 보너스를 받는 플랭킹(도적은 플랭킹 상황에서 기습을 적용받으며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등과 같이 고민할 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모든 선언은 그냥 '때려요'입니다. 그리고 파워어택이든 플랭킹이든 사실 가능하면 무조건 해야하는 거지, 이거 대신 저걸 쓴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성은 없어요.

그리고 공격 판정도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각 마법은 의지력, 반사신경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고 그래서 마법은 상대의 저항을 고려해서 골라야하지만 공격은 그냥 방어도(AC) 하나만으로 퉁쳐졌죠. 스켈레톤은 칼로 때리면 데미지가 덜 들어간다는 정도 외엔 딱히 차이가 없습니다.

WOD만 하더라도 공격에서 선택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피와 살이 튀는 처절한 육박전이 주가 되는 워울프의 예를 들자면 기본적으로 명중률이 낮은 대신 데미지가 높은 '할퀴기'와 명중률이 높은 대신 데미지가 낮은 '물기', 성공하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껴안기' 등 상당히 많은 공격 옵션이 존재하지요. 그런데 데미지의 양은 '공격의 기본 데미지 + 명중에서 온 보너스'이고 공격 횟수는 원하는 대로 쪼갤 수 있기 때문에 (쪼갤수록 명중률은 떨어집니다.) 얼마나 쪼개서 때릴지도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잘게 쪼개서 많이 성공하면 총 데미지양은 늘어나겠지만, 각 공격에 대해서 각각 데미지 흡수 판정이 있기 때문에 너무 잘게 쪼개면 총 데미지양은 높은데 데미지가 모두 흡수되어서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적게 줄 수 있습니다. 상대의 대미지 흡수력에 따라 어떤 메뉴버로 어떻게 쪼개서 얼마나 때려야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또 본행동에 이어서 돌아오는 추가 행동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고민해야죠. 본행동을 쪼개서 공격하고 추가행동으로 정해진 횟수 만큼 회피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본행동에선 공격하는 대신 확률은 계속 낮아지지만 횟수에 관계 없이 모든 공격을 회피 시도할 수 있는 전력회피를 선언하고 추가 행동으로 아프게 데미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전투에요. 물론 그 반대급부로 전투 페이스가 느리긴 합니다만.

D&D4는 그동안 마법 클래스들만 가졌던 '매뉴버'의 개념을 모든 클래스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파워'라는 형식으로 말이죠. 특히 기본 공격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대신 즉시기'At Will Power'라는 파워를 갖게 됩니다. 1레벨에서도 여러개가 제시되고 이들 중 2개를 배우게 되죠. 그래서 '기본 공격'에 해당하는 공격을 할 때에도 여러가지 옵션이 생깁니다. 데미지가 적은 대신 명중률이 높은 공격, 반대로 명중률이 높은데 데미지가 낮은 공격, 데미지는 약하지만 상대를 한칸 밀어내는 공격, 보통 데미지이지만 상대의 어그로를 끄는 공격 등 전사도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거지요.

그리고 기존 마법 클래스들의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우기'Encounter Power'가 주어집니다. 넓은 범위에 공격을 가한다거나, 특별한 속성 공격을 하는 등 즉시기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하지만 한 전투에서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지요. 쉽게 말하자면 이제 근접 공격 클래스들도 '필살기'가 하나씩 생긴 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우기보다도 강력한 일일기'Daily Power'도 주어집니다. 조우기보다도 훨씬 강력한 기술이지만 게임 상 시간으로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립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보스전까지 아껴둬야 하는 궁극기이자 초필살기인 거죠.

이 렇게 기술들의 사용 횟수와 빈도에 대해 제한이 걸림에 따라 D&D 4에서는 기술을 카드 형식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즉시기를 사용할 때엔 해당하는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조우기나 일일기는 사용하고 나면 마스터에게 돌려주고, 마스터는 전투가 끝나거나 날짜가 바뀔 때 다시 플레이어에게 돌려주는 형식이죠. 조우기나 일일기는 전투 혹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같은 기술을 다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메모라이즈'(마법사는 그날 쓸 마법의 종류와 갯수를 따로 지정해야했습니다.)가 굉장히 직관적이고 편하게 정리되었스니다. 또한 카드에 어떤 속성이고 어떤 굴림을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리되어있어서 많은 스킬들을 보고 익히고 쓰기에도 편하구요. 단, 마법사는 다른 클래스보다 많은 일일기를 배우고 이 중 어느것을 쓸 지 전날 결정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메모라이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죠.

이런 파워 개념 외에도 내부 시스템이 굉장히 워게임스럽게 바뀌었습니다. D&D 3.5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사각형 격자 맵을 사용하고 지형, 시선(Line Of Sight)나 통제지역(Zone Of Control. 적 유닛과 인접한 타일에 들어가면 멈춰야 한다) 등과 같이 위치에 따른 전략 요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탱커들 같은 경우는 상대를 밀고 당기는 등의 액션도 있고 어그로를 끄는 파워도 있습니다. (어그로를 끈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을 공격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또 플레이하고 싶은데... 기회가 잘 안생기네요. ㅎㅎ

by 고금아 2014. 6. 13. 16:54

 과거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MMORPG라는 것을 한번 연구해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했던 부분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대략적인 컨셉을 잡는 것이었는데 이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바로 스킬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죠. 1부터 =까지 한줄에 12개, 그것도 모자라서 2줄 3줄의 스킬바에 스킬을 쌓아두고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부담이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디아블로3, 길드워2,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등의 게임을 참고해서 여러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되 이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스킬덱이었습니다. 입맛에 맞게 전략적으로 스킬 덱을 구성하고 실제 전투는 기본 공격 중심으로 단순하게 가져가다가 스킬은 쓸 수 있으면 그때 그때 쓴다는 심플한 컨셉이었죠. 해당 프로젝트가 접히면서 이와 관련된 생각이나 연구는 딱히 진행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비슷한 컨셉의 게임이 나와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티 오브 히어로즈로 유명한 크립틱에서 제작한 네버윈터 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HUD를 한번 보시죠. 제일 먼저 가운데에 눈에 띄는 노란 보석은 액션 포인트 게이지입니다. 적을 공격하고 죽일 때 마다 차오르지만 비전투 상황이라고 해서 깎이지는 않습니다. 그 위에있는 ^자는 사실 2칸으로 구성된 스태미너 게이지로, 굴러서 동적 회피를 할 때 마다 한칸씩 빠집니다. 그리고 이 보석 좌우에 있는 1,2번 슬롯은 각각 2개의 궁극기(Daily Power) 입니다. Q,E,R에 할당되어있는 세개의 빨간 슬롯은 3개의 특수기(Encounter Power)이고 마우스 좌/우 클릭에 할당된 두개의 녹색 슬롯은 즉시기(At-Will Power) 입니다.

즉시기는 딜레이 없이 마음껏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At-Will Power 이고 기본 공격에 해당합니다. 특수기는 쿨타임이 있어 어떤 특수기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10~20초 정도의 기다려야 합니다. 궁극기는 스킬 자체에 쿨타임은 없습니다만 액션 포인트가 만충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하고 나면 다시 채워야죠. 이 기본 구성은 길드워2의 전사 캐릭터 스킬 시스템과 거의 동일합니다. 아드레날린 게이지가 3단계가 아니라 한칸이고, 마우스로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사실 이 구성은 유명한 TRPG 시스템인 Dungeons And Dragons(이하 D&D)의 최신작, D&D4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D&D4에서 즉시기는 매 턴 한번씩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특수기는 한번의 전투에서 단 한번만 쓸 수 있고 궁극기는 하루에 단 한번 쓸 수 있는 기술이죠. 이 턴제 TRPG 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구성을 실시간 액션 MMORPG에서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아주 매끄럽게 옮겨놓았습니다. 브라보.

그리고 눈여겨보셔야 할 점은 특수기를 쓸 때 쿨타임을 제외하면 어떤 자원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MP를 소모하고 누구는 분노를 축적했다가 방출하고 누구는 딜 구슬을 모았다가 쓰고 이런 식의 2차 자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관리해야 할 부분은 HP와 쿨타임이 전부입니다.

Tab키에 할당된 파란 버튼은 클래스별로 다른 역할을 해줍니다. 제 캐릭터는 도적인데 Tab키로 은신 모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서 약간 좌하단에 위치한 보라색 그래프가 바로 스텔스 미터로 이게 끝까지 차있어야 은신에 들어갈 수 있고 은신에 들어가면 줄어드는 형식입니다. 도적의 모든 특수기들은 은신 상태에선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마법사는 특수기 1개를 골라서 Tab 버튼에 할당할 수 있는데 Tab에 할당되면 스펠 전문화라고 해서 그 마법은 추가 데미지나 부가 효과가 같은 보너스를 받는 식입니다.

그리고 Tab과 Q 사이에 작은 노란 버튼 2개가 보이는데 이는 클래스 특성 스킬을 할당하는 자리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러개의 클래스 특성 스킬들 중 2개를 골라 저기에 배치할 수 있죠. 당연히 배치한 스킬만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즉시기 2개, 특수기 3개, 궁극기 2개 + Tab 까지. 총 8개의 파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당연히 배울 수 있는 파워는 훨씬 많습니다. 이들 중 당장 쓸 것을 8개 채우는 거죠. 즉시기도 여러가지가 있어 골라서 잡으면 됩니다. 1레벨에서 받는 즉시기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적을 베는 근접 공격과 멀리 떨어진 적에게 단검을 날리는 (LOL 코르키의 미사일처럼 3초당 1개씩 생기는데 총 8개까지 축적됩니다.) 원거리 공격 이렇게 두가지였습니다. 뒤에 한 자리에서 연속해서 상당히 여러번 베면서 큰 데미지를 주는 근접공격이 생겼는데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고 일단 베기 시작하면 공격을 끊기가 까다로워서 처음 받았던 근접 공격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거리 공격은 발동이 조금 느린 대신 한번 공격하면 DOT 데미지를 주는 파워가 생겨서 갈아치웠죠. 자기 플레이 패턴이나 다른 스킬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파워 덱을 구성하는 재미도 찰집니다. 단, 파워를 갈아치면 10초간은 그 파워를 못씁니다.

그리고 나서 위쪽의 파워 트리를 보시면 실제로는 이게 트리가 아니라는 점에 눈길이 가실 겁니다. 파워 간에 딱히 선/후 관계가 없어 파워 트리에 특정 포인트를 쓰기만 했으면 그냥 익힐 수 있습니다. '특정 레벨'이 아니라 '특정 포인트 투자'라는 부분이 또한 포인트인데요, 첫줄에 있는 스킬들 위에 20포인트부터 사용 가능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20레벨이 아니라 30레벨 아니 100레벨에 도달해도 파워에 20점을 쏟아붓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파워는 얻을 수 없습니다. '레벨'이 아니라 '이제까지 투자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포인트를 아껴두었다가 후반 레벨에 나온 좋은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각 스킬은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3단계 업그레이드도 20점을 투자한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30점 이후의 파워들은 파라곤이라고 해서 30레벨에서 결정하는 세부 직업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적의 경우 은신-기습을 주로 하는 Master Infiltrator와 장거리 공격에 중점을 두는 Whisperknife로 쪼개집니다. 그리고 뭘 고르는지에 따라 30포인트 이후의 스킬셋이 달라지요.


캐릭터 특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캐릭터 특성은 클래스 특성과 달리 퀵슬롯에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데, 각 열에 몇점 이상을 투자해야만 다음 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열리는 구성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의 특성들은 30레벨 전까지는 잠겨있다가 무슨 세부직업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시 달라지죠.


스태미너를 소모해서 동적 회피를 할 수 있고, 2차 자원 없이 쿨타임만으로 스킬들을 통제하는 것은 길드워2와 동일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이 게임은 블레이드 앤 소울과 같은 형식의 논타게팅 액션 전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우스룩에 WASD로 이동하고 그래서 파워와 관련된 단축키들은 1,2(궁극기) / Q,E,R (특수기) / Tab에 기본적으로 배치되어있지요. 3번은 아티팩트 슬롯이고 누르기 힘든 4,5,6번은 포션 빠는 슬롯, 7은 탈것을 불러내는 데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힘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쉽게 파워를 쓰고 포션을 빨 수 있습니다.

블소의 경우는 대전게임의 연속기라는 개념에 좀 더 집중해서 어떤 공격을 명중시켰느냐에 따라 스킬들이 계속 바뀌고 그 가운데 써야 할 스킬들을 또 재빨리 눌러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그런 것 없습니다. 스킬은 쓸 수 있고 쓰고 싶을 때 쓰면 되는 것일 뿐이죠. 대신 기본 공격의 모션이나 타격감이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양 MMORPG는 타격감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네버윈터의 타격감은 상당히 시원시원하면서도 플레이하면 피곤할 정도는 아닌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써 길드워2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전투 템포가 다소 느리고 6번 이후의 스킬을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불만이었습니다만, 네버윈터는 이를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잘 풀어냈습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전투라는 점에서는 이제껏 나온 MMORPG 중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블소 처럼 피곤하지도 않구요.

다만 이렇게 전투-스킬 시스템을 잘 만들어두고도 정작 나머지 부분에서는 각 레벨 대에 맞는 존이 있고 거기 가면 또 메인퀘와 잡퀘들이 우루루 공급되는 모습이 아주 일반적인 MMORPG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WOW에서 성공했지만 한번 지나간 공간을 두번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맵이 말 그대로 '소모'되고 레벨에 따라 유저들이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다는 문제가 있었죠. 사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길드워2가 밝혀냈다고 봐야겠습니다만.

컷씬 따위 없고 심지어 인게임 연출도 없이 단순히 대화창으로만 돌아가는 메인 퀘스트의 진행이나, 같은 공간에서 계속 뺑뺑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 스타워즈 구공화국이나 블소처럼 아주 많은 자본이 투입된 게임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딱히 필드 이벤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필드 상에서 유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여기 있다는 정도 외에 딱히 MMORPG로서의 MMO함이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필드를 걷어내고 인던 중심으로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뭐 이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룰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여하튼 스팀에서도 서비스 중이니 한번쯤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메타 크리틱 점수는 낮은데 꽤 재미있어요. 다만 이게 스팀 계정가지고 게임 계정을 연동하는게 아니라 공홈에서 별도 계정을 만들어야하는데 한국은 IP 제한이 걸려있을 겁니다. Zenmate가지고는 안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7일 혹은 30일 무료 체험 있는 상용 VPN으로는 등록이 될 겁니다. 일단 계정만 만들면 플레이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by 고금아 2014. 6. 13. 04:55


0. 동기식 멀티플레이의 금기

예전 피쳐폰 시절도 그렇지만, 아이폰이 도입된 초기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로 날려보내고 익숙한 게임을 단순하게 스마트폰으로 이식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정확하지도 않은 가상 패드를 쓰고 로딩은 길고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기존 게임의 모사품들이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바일 게임이란 언제 어떻게 하다가 언제 어떻게 관둘지 모른다는 특성을 이해하면서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언제든 멈출 수 있거나 플레이 단위가 아주 짧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원칙들이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실시간 멀티플레이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죠. PC에서 실시간 멀티플레이 게임이 잘 되니까 모바일에서도 실시간 멀티 플레이 게임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배터리는 엄청나게 먹지요, 모바일 네트워크는 불안정하지요, 플레이는 언제 중단될 지 모르죠. 확밀아, 퍼즐 앤 드래곤 등 성공한 게임들은 모두 비동기식 멀티 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스니다. 만일 2014년 지금 누군가가 모바일로 실시간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대못박힌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후려쳐도 업계 보호 차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했습니다. 드래곤 포커(이하 도라포)라는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죠.


1. PVE 포커 RPG



게임 플레이는 간단합니다. 5명의 플레이어가(사람이 부족할 경우 CPU가 대신 채웁니다.) 파티를 짜서 던전에 들어가고, 매 스테이지마다 1~3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가 먼저 공격을 하고 몬스터가 반격을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턴 마다 4장의 카드를 받고 그 중 1장씩의 카드를 냅니다.(다음 턴이 되면 리셋해서 다시 4장의 카드를 받습니다.) 원페어부터 파이브카드에 이르기까지, 일단 역이 메이드 되면 메이드 된 카드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합니다.

포커 룰 대로라면 역을 메이드해서 공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만, 도라포의 포커 룰은 원래의 포커룰보다 훨씬 느슨합니다. 위 오른쪽 스크린샷을 보시면 2-3-4-5-5의 5장인데도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된 것을 볼 수 있지요. 도라포는 5장이 아닌 4장만으로도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며 중간에 페어가 한장 끼어있을 경우 5장 모두 스트레이트로 칩니다. 4장이 아닌 3장만 연속되어도 '미니 스트레이트'라고 해서 역으로 쳐주기도 하지요.(단, 원페어보다 아래로 칩니다.) 플러쉬 역시 스다하크(스페이스,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의 4종으로 구성된 기본 포커와 달리 적-청-녹 3개의 속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훨씬 메이드하기 쉽습니다. 대신 플러쉬는 투페어보다도 아래로 설정되어있지요. (그리고 익히 짐작하시겠지만 3속성은 수>화>목>수 의 가위바위보 밸런스입니다.)

다섯명이 한장씩 차례대로 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20장의 카드 중 5장으로 역을 만드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역은 잘 나오는데,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쏠쏠합니다. 한명 한명씩 카드가 쌓여가면서 어떤 역들이 가능한지 점점 구체화되고, 최종적으로 큰 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긴장감은 사실상 세븐카드 포커에서 한장씩 카드를 받아볼 때와 같은 감정입니다. 다만 완전 랜덤인 세븐카드 포커와 달리 여기선 각자가 특정한 역을 그리면서 카드를 낸다는 점이 차이겠지요.


2. 어째서 동기식 멀티플레이인가?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각자 무슨 카드를 지금 손에 들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습니다. 사실 자기 차례가 되기 전엔 본인도 자신의 손패를 알 수 없죠. 그래서 사실 굉장히 정교한 전략이나 협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무슨 역을 만들지는 2~3구에 이미 정해지고, 그 뒤는 정말로 그 카드들이 손에 들어오느냐의 문제 뿐이죠. 위 스크린샷을 보면 1,2구째에 목 속성으로 7,8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트레이트 또는 플러쉬 비전인데 3구째 플레이어가 6이나 9가 없었는지 일단 Q로 플러쉬 비전을 붙여둡니다. 어차피 4장만으로 스트레이트가 가능하고 플러시가 원페어보다 약하기 때문에 수 속성의 9를 갖다 붙여서 스트레이트 비전을 밉니다. 그리고 5구째에 불7을 붙이면서 원페어로 망했죠.

사실 할 일이 명확하기 때문에 머리 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손에 들어오지 않은 카드는 내지 못하니까 결국 7을 내서 원페어로 망하더라도 딱히 그사람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에서 협력이라는 건 사실 정교한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단순하게 5명의 운을 합쳐서 같이 굴리고 모두 함께 보상받죠. 이것도 엄연히 협력이고, 멀티플레이 협력에서 요구되는 보상과 의외성이 모두 충족됩니다.

 

 

물론 그 댓가는 참혹합니다. 동기식 멀티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서버와 통신해야 하며 통신망에 이상이 생기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뜹니다. 3G 인터넷 환경이 좋은 한국은 모르겠지만, 안터지는 곳도 많고 터져도 속도가 1K씩 나오는 이곳 중국에선 정말 자주 보는 화면이죠. 내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복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접속이 끊긴 채로 내 차례가 지나면 AI가 자동으로 패를 내버립니다. 그나마 저렇게 돌아오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간신히 접속 이어서 들어와보니 이미 다 죽어있으면 참 억울하고 짜증이 납니다. 게임 내적 요인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플레이어에게 게임 내적으로 손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만, 이 게임에선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과일은 달콤합니다. 반대로 이 게임이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를 채택했다고 한번 가정해봅시다. 확밀아처럼 레이드를 뛸 수도 있을테고, 퍼드 처럼 남에게서 카드를 한장 빌려올 수도 있겠죠. 어느 쪽으로 가든 간에 유저는 오롯이 자신의 운으로 게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커라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원페어 이상을 만들기 어려운 게임이죠. 협력에 의한 즐거움 이전에 기본 게임플레이에서부터 역 만들기가 어려워 짜증날 가능성이 큽니다. 


3. 또다른 랜덤 요소들

 

 

콜렉팅 카드 게임으로 당연하게 스킬과 합체기라는 또다른 요소들이 게임에 개입합니다. 각 카드는 최대 1개의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 카드가 메이드 된 역에 포함되어 공격할 때 랜덤하게 발동됩니다. 체력을 회복시켜준다거나, 특정한 속성을 공격을 가한다거나, 적 전체에게 공격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지요. 반면 합체기는 랜덤이 아니라 메이드 된 카드들 중 같은 카드가 2장 있거나 서로 연관된 카드들이 있을 경우 반드시 발동됩니다. 같은 카드 2장은 익히 예상할 수 있지만 연관된 카드라는 건 딱히 게임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나오죠. 그럼 이런 표정이 되는 겁니다.


4. 게임의 중심요소로서의 의외성(도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게임의 핵심 가치는 다섯명의 운을 합쳐서 도박이 지닌 의외성 중 긍정적인 부분만을 돌려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외성이 플레이어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항상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합니다. 운이 좋으면 더더욱 유리한 결과가 나오겠지요. 물론 4구까지 스티플 비전이었는데 5구째에 카드가 말려서 원페어도 못만드는 지지리도 궁상맞고 눈물나는 상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굉장히 희박한 일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한번 보시죠.  왼쪽 하단을 보면 BET 이라는 버튼이 있고 여기를 클릭하면 게임머니를 걸 수 있습니다. 보통 표시된 액수의 10배까지 걸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돌려받는 액수가 다릅니다. 대결 형식이 아니라 패의 질만을 보는 포커 게임들은 보통 2페어는 만들어야 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쓰리카드 이상이면 조금씩 늘어나고, 1카드 이하는 건 돈을 돌려받지 못하죠. 하지만 이 게임에선 원페어만 나와도 건 돈을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지면 5배, 파이브카드면 아마 8배 까지도 돌려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차피 저렇게 걸고 돌려받는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카드 한장 강화하는데 몇만 골드씩 소모되는데 1000골드 걸어서 8천골드 돌려받아봤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죠. 사실 게임 내 경제 측면에서 저 베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유저에 대한 일종의 작은 보너스죠. 

일찍이 의외성은 놀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의외성을 중심으로 꾸며진 게임은 많았죠. 하지만 드래곤 포커는 의외성을 게임의 핵심으로 사용하면서도 그 중심을 아주 유저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저에겐 좋습니다. 더 좋을 수 있고 덜 좋을 수 있지만 어쨌든 손해는 보지 않습니다. 물론 상징적으로 손해보는 케이스를 남겨두긴 했지만 사실상 발생하지 않죠. 이 원칙은 다른 게임에도 충분히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게임 내에서의 전략 요소

 

이렇게만 써놓으면 게임이 거의 완전히 의외성으로만 굴러갈 것 같습니다만, 이게 또 완전히 랜덤이라면 플레이하는 의미가 덜하겠죠. 플레이어는 받은 손패를 내는 것 외에 SP 스킬이라는 형태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SP는 쉽게 말하자면 '기 게이지'로 역이 만들어질 때 마다 쌓이는 점수입니다. 당연히 좋은 역이 만들어질수록 많이 쌓이고 최대 100%까지 쌓이죠. 플레이어는 이 SP를 소모해서 다양한 효과를 끌어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카드화 확률 증가입니다. 이 게임은 퍼즈도라와 마찬가지로 적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 마다 일정 확률로 그 몬스터를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데 확률 증가 카드를 쓰면 이 확률을 높일 수 있지요. 손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패중 일부를 랜덤하게 버리고 다시 몇장을 가져올 수도 있고 몬스터의 스킬 발동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 SP 스킬들은 모두 다양한 카드 형태로 등장합니다. 카드화 확률 증가의 경우 랜덤하게 1장만 올려주는 카드가 있는가 하면 2장 올려주는 카드도 있고 3장 모두 올려주는 카드가 있습니다. 손패 바꾸기도 1장부터 3장까지 다양하지요. 당연히 좋은 카드일수록 SP 비용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SP 스킬을 가지고있다고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들 중 일부를 선택해서 장착해 게임에 들어갑니다. 어떤 SP 스킬을 장착할 것인지부터 어떤 스킬을 언제 쓸 것인지까지 유저의 전략과 개입을 필요로 하지요.


6. 동기식 플레이와 친구의 활용

또한 동기식 게임이다보니 친구관계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른 게임들과는 다릅니다. 퍼드의 경우 친구의 리더카드를 빌려올 수 있고, 그래서 좋은 리더카드를 지닌 친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반대로 자신도 좋은 리더카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죠. 도라포는 친구의 파티에 빈자리가 있으면 그 던전에 난입할 수 있는 '같이하기' 기능이 존재합니다.

기존에 게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CPU 보다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지능도 AI보다는 사람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CPU 보다는 좋은 카드들을 갖고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난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난입은 중요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스태미너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게임은 퍼드처럼 던전에 들어가면 스태미너를 소모하는데, 회복 속도에 비해 소모량이 상당합니다. 5분에 1점씩 차는데 1레벨 던전도 최대 9점을 소모하죠. '최대' 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각 던전에서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 마다 스태미너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1레벨 던전의 경우 3점짜리 스테이지가 3개 있는 것이죠.

만일 제가 최대 60점을 소모하는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데 당장 가진 스태미너가 45점 밖에 없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15X5로 75분을 기다리거나 유료템인 젬을 먹어서 스태미너를 채워야겠죠. 하지만 만일 다른 친구가 이미 그 던전에 들어가있고 2스테이지에 있다면 저는 첫 스테이지의 참가비인 20점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난입이 가능합니다. 그럼 난입해야죠.

중간에 난입하게 되면 당연히 지난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의 스테이지에 대한 보상에는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그러니 특정한 던전에 꼭 가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일반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친구의 던전에 난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본인도 계속 던전을 돌고 덱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7. 덱의 관리와 확장

 

 

이제까지 동기식 멀티플레이 PVE 포커 게임으로써의 면모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카드 컬렉팅 게임으로써의 도라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덱 구성부터 시작해보죠. 플레이어의 덱은 1장의 A카드와 12장의 일반 카드로 구성됩니다. 일반카드는 다시 火 속성 카드 4장, 水 속성 카드 4장, 木 속성 카드 4장으로 구성되죠. 원한다고 火속성만 12개 꽂고 그럴 수 없습니다. A 카드는 항상 A입니다. 나머지 카드는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랜덤하게 번호가 매겨집니다. 지난번에 들어갔을 땐 저기 보이는 이프리나가 2였는데 이번엔 7일 수도 있고 다음번엔 Q일 수도 있지요. 당연히 각 카드는 강화 진화 가능하구요.

당연히 레벨이 올라갈수록 한계 코스트는 올라가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는 13개로 제한되어있습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코스트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기엔 13장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쪼렙이라도 (아니 쪼렙일수록) 가차에서 뽑은 좋은 카드를 덱에 떡 하고 박아서 게임에서 쓰는 재미가 중요한데 자칫하다간 좋은 카드 뽑으신 건 축하드릴 일이지만 그거 쓰려면 나머지 카드를 모두 허접한 걸로 박거나 열렙해서 코스트 한계를 높인 뒤에 쓰라는 괴악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요. 이렇게 가차 뽑는 보람이 없어선 곤란합니다. 마블 퍼즐퀘스트가 그런 케이스였죠.[각주:1]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꼬붕(子分)이라는 시스템이 붙어있습니다. 왼쪽 스크린샷에 보면 보라색 버튼이 있지요. 도라포에선 13장의 카드 아래에 꼬붕이라는 서포터 카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스크린샷 보시면 A카드인 '소악마 나나' 아래에 '배고픈 팬더'를 꼬붕으로 붙인 상태죠. 꼬붕은 자신이 붙어있는 메인 카드의 스펙에 보너스를 주고, 꼬붕의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팬더의 꼬붕 스킬은 메인 캐릭터의 할퀴기 스킬을 올려주는 군요. 40레벨이 되면 A카드의 꼬붕 슬롯이 열리고, 이후 레벨이 오르면 다른 카드들의 꼬붕 슬롯도 열립니다. 처음엔 하나만 열렸다가 2개 3개 4개로 점점 늘어나는 구조죠.

이 꼬붕 슬롯은 앞서 말한 것 처럼, 덱 크기의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좋은 카드의 코스트를 무진장 높이지 않으면서 코스트 증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또한 메인과 꼬붕 카드의 조화, 꼬붕 카드로서의 특성과 장점 등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면서 덱 구성의 게임플레이를 강화하지요.


8. 카드의 강화와 진화

 

 

 

강화/진화 시스템은 (다른 부분들이 다 그러하듯) 기본적으로 퍼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강화는 카드를 갈아먹여서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는데 같은 카드를 먹이면 카드의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진화의 경우, 필요한 카드가 정형화 되어있습니다. 경험치나 스킬을 올려주는 전용 몬스터의 경우는 같은 몬스터, 그 외는 오른쪽 스샷에 나온 것 처럼 진화용 카드들을 먹이면 됩니다. 

 

 

강화든 진화든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보상은 좀 남다릅니다. 진화를 통해 새 카드를 도감에 추가할 때 마다 용석을 지급해주거든요. 지금 보신건 레어 급을 레어+급으로 추가했더니 용석 1개를 준 것인데, 좀 더 희귀한 카드를 만들면 좀 더 주기도 했습니다. 용석은 퍼드의 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나 톡 까먹으면 스태미너를 풀로 회복시켜주고, 던전에서 죽었을 때 부활할 수 있고, 유료 가차를 깔 때 쓰입니다. (용석 4개당 가차 한번). 그러니 당장 덱에 넣지 않을 카드라고 하더라도 성장해서 진화시키고 다시 용석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9.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극비 미션


 

 

던전 리스트를 보면 Clear 여부 외에 트레져(보물) 획득 여부가 따로 구분되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각 던전은 하나씩의 보물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기본적으로 일정한 보상을 받는데 거기에 더해서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단 한번만 얻을 수 있지요. 그래서 클리어는 했지만 아직 보물은 얻지 못한 던전이 존재하고, 보물까지 얻고 나야 비로소 그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의 두번째 던전은 클리어를 못했는데도 보물은 얻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그 던전 보스전 도중에 네트워크 장애(=_=)로 튕기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각 에어리어(같은 난이도 - 별 갯수 - 를 지닌 던전의 집합)을 모두 클리어 하면 다음 던전이 열리면서 보상으로 덱 코스트 한계를 올려줍니다. 그렇다면 보물을 모두 얻으면 무슨 보상이 있을까요? 그 비밀은 아까 왼쪽 스샷의 왼쪽 코너에 있는 "극비 미션"이라는 메뉴에 있습니다. 극비 미션에 가보면 특정한 보물을 모으면 그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스샷은 별 10개짜리 노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 셋을 모으면 용석을 무려 10개나 주는군요. 각각 어느 던전에서 나오는 보물인지 지정되어있습니다.

용석을 째째하게 한두개도 아니고 5개 10개씩 마구마구 뿌려주니 유저 입장에선 여기에 메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물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던전을 돌아야하니 컨텐츠 소모도 늦춰주고, 돈주고 사야하는 아이템을 준다고 하니 유저가 좀 더 오래 자주 많이 게임을 하게 되지요. 이게 정말 사악한게 자고로 돈보다 빼앗기 힘든게 시간인이고 이 시간을 자발적으로 갖다바치도록 유도할 뿐더러 이렇게 얻은 용석을 써버릇하면 나중엔 용석을 사서 쓰게 됩니다. 그리고 비과금 유저도 충분히 이 보물찾기로도 게임을 꾸려갈 수 있구요.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무과금으로 저렇게 무료 용석으로 가차 까면서 무리없이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질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요. (절차가 복잡해서 돈을 못쓰고 있습니다.)


10. 동기식 PVP


 

 


 PVE가 동기식이었던 만큼, PVP 역시 동기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PVP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콜로세움 티켓이라는 별도의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4장 소모하는군요) 참가비는 29 스태미너 포인트. 스샷 찍을 당시 37레벨인데 보통 던전 하나 도는데 36 정도 썼던 것을 생각해보면 스태미너 코스트는 저렴합니다. 레벨과 그간의 성적에 따라 리그가 나눠져있고 매 주마다 특정 스킬들에 보너스를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VP에서 선전하려면 다양한 카드들이 필요하겠죠. 참가를 누르면 5:5로 매칭이 됩니다.


 

 

PVP 역시 다섯명이 차례대로 각자 1장씩의 카드를 내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양팀이 동시에 카드를 내죠. 그리고 매 턴 더 높은 역을 만든 팀 부터 공격합니다. 위 스샷에선 제가 속한 팀이 풀하우스고 상대 팀이 원페어니 제 팀이 먼저 공격합니다. 공격 차례가 되면 상대방의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합니다. (물론 타겟은 랜덤이죠) 플레이어의 HP가 0이 되면 다음 턴 시작 전에 HP가 풀로 회복되지만, 그 턴에는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카드가 역에 포함되어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일단 선공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최종적으로는 5턴동안 상대에게 준 데미지의 합계가 많은 팀이 승리합니다. 그리고 왼쪽 하단을 보시면 자기가 획득한 BP(상대에게 데미지를 줘서 얻은 점수)를 놓고 다시 베팅할 수 있지요?


 

 


PVP 게임을 끝내고 나면 드래곤 메달을 받습니다. 승리 수당으로 2개, BP 수당으로 2개 받았네요. 데미지를 잘 주고 BP 베팅에도 성공하면 좀 더 돌려받겠죠. 이 드래곤 메달은 다른 아이템으로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상품인 레어 캐릭터로 바꿀 수 있고, 강화/진화용 특수 몬스터 카드와도 바꿀 수 있습니다. SP 카드를 살 수도 있고 무료가차를 뽑는 포인트인 PP로도 바꿀 수가 있군요. PVE가 랜덤 보상에 기반해서 돌아간다면 PVP는 확정보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아마도 다들 오른쪽의 소악마 리노를 노리겠지요.


11.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흔히들 어렸을 때 읽은 책 한권이 평생을 좌우한다고들 하지요? 보통은 무슨 무슨 책을 읽고 아이가 감명받아 갑자기 삶의 목표를 찾고 기력이 샘솟아 기적을 이루는 무슨 간증같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만, 저같은 경우 초등학교때 故이은성 작가님의 '소설 동의보감'이 바로 인생을 결정지은 책이었습니다. 이순재 옹 주연의 '집념', 서인석옹 주연의 'TV 동의보감', 전광렬 주연(보다는 예진아씨가 유명한) '허준' 최근엔 김주혁 주연의 '구암 허준'으로 무려 네번이나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이지요.

제 가 이 책을 읽고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숭고한 삶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 의대에 가서 가문의 영광이 되었겠습니다만, 제가 감명을 받은 것은 오히려 유의태와 그 친구들의 태도였습니다. 침술의 일인자 유의태, 탕약의 천재 김민세, 부술의 달인 안광익. 셋 다 아주 안하무인이지요. 하지만 허준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베알은 꼴리지만 실력이 저 오만을 커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을 보고 초등학생이던 저는 '아 실력이 있으면 오만해도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인 겁니다. 뭐 어쩌겠어요 이미 이번 생은 틀려먹은 걸.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극 중 허준은 내의원 시험을 치러 한양에 가다가 진천 버드네라는 곳에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게 됩니다. 이때 되뇌이는 말이 있지요. "醫는 精하면 禁忌를 초월한다" 뜸에 쓸 수 없는 쑥으로 뜸을 뜨면서, 침을 놓으면 안되는 시간에 침을 놓으면서 수없이 되뇌이는 말입니다. 어차피 의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 제한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런 금기는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죠. 오만해도 결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 않고 그래도 이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건 저 문장도 같이 외웠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드래곤 포커야 말로 의는 정하면 금기를 초월한다는 말이 참 어울리는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친구에게 소개받을 때만 하더라도 턴제 동기식 멀티플레이라는 말에 어느 병신이 그딴 걸 만들었냐고 비웃었지만, 실제 게임은 그 동기식 멀티플레이에서만 가능한 재미를 훌륭하게 전달해주고 있었죠. 무서운 속도로 배터리를 소모하고, 네트워크가 불안하면 망가지지만, 그래도 계속 붙잡고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메인 게임 플레이 외에 카드 수집과 성장, 덱 구성 등의 메타게임도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있구요.

가차폰이 도박이냐 아니냐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 가차폰에 더해서 아예 도박을 소재로 한 게임을 소개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고 한번쯤 해보셨으면 합니다.


  1. 같은 카드를 갈아먹여서 레벨 한도를 높이는 것은 확밀아와 동등하지만 기본 레벨이 정말 짜고(15레벨) 카드를 계속 갈아먹일수록 레벨 한도 증가량이 큰 구조입니다. 돈을 때려박아서 3성 아이언맨을 하나 뽑아도 15레벨에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도 없어서 3성 아이언맨을 몇장 더 얻기 전까진 아무 쓸모가 없지요. 기본 레벨을 넉넉하게 주고 추가 레벨을 짜게 주는 확밀아와는 반대로 가차에서 좋은 카드가 나와도 전혀 즐겁지가 않습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4. 5. 18.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