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두


최근 성장 구조가 흥미로운 게임들이 제법 있어, 포스트를 씁니다. 일전에 에반게리온 모바일 소개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밤새 IGC 발표자료를 쓴 뒤 비몽사몽간에 쓴 것이라 성장 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찜찜한 것도 있었구요.


대상이 되는 주요 게임들의 홈페이지와 다운로드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

홈페이지

iOS 경로

안드로이드 경로

 드래곤볼 용주격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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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투사 성시 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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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민투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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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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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볼 용주격투 (와 KOF98UM의 비교)


오늘 살펴볼 게임들은 모두 도탑전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중국의 iOS 앱스토어 차트에서 1~20위 정도 순위권에 드는 RPG 게임들은 대부분 IP를 활용하여, 도탑전기를 변용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도 10위권 내의 거의 대부분을 MMORPG가 차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도탑전기 류 게임들 중 가장 오소독스한 형태를 띄고 있는 드래곤볼을 먼저 살펴본 뒤에 다른 게임들의 변용 요소를 살펴보는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중국 게임들의 성장 컨텐츠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주요 시스템을 중심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한국에선 KOF98UM을 도탑전기의 최신 버전으로 벤치마킹하고 계십니다만, 실제로 KOF98UM은 이미 출시한지 1년이 넘은 게임이고, 지난 3월 출시된 드래곤볼은 그보다 성장 빈도와  자원 소비 유도, 편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훨씬 발전된 형태를 보입니다.



1-1. 기본이 되는 레벨 성장과 스킬 포인트 제약을 없앤 스킬 성장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장 컨텐츠는 레벨과 등급, 성급이 될 것입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실테니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레벨은 말 그대로 캐릭터가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는 과정입니다. 스테이지를 플레이함으로써 EXP를 얻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쌓는 경험치 보다는 일일던전과 각종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포션을 사용해서 얻는 경험치가 훨씬 더 크죠. 캐릭터의 레벨은 플레이어의 레벨을 넘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게 되면 스킬의 한계 레벨도 함께 올라갑니다. 각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랜덤하게 발동되는 필살기와 분노 게이지가 다 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절초 이 두가지 액티브 스킬과 추후 성급 성장에 의해 개방되는 스킬을 갖습니다. 각 스킬마다 레벨이 있는데 레벨을 올릴 때엔 골드를 소모하지요.



기본 시스템 자체는 KOF98UM이나 도탑전기 등에 있던 것입니다만 드래곤볼은 기존 게임의 스킬에서 한가지를 제거했습니다. 바로 스킬 포인트죠. 이전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스킬을 올릴 때 골드와 함께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도록 했습니다. 스킬포인트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충전되지만 최대 보유 한도가 낮아서 스킬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꾸준히 접속해서 포인트를 써야만 했지요. 그래서 레벨에 여유가 있고, 골드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스킬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뭐 젬으로 스킬 포인트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1분에 1점씩 차는 스킬 포인트에 쓰기엔 젬이 너무 아까웠죠.


드래곤볼은 이 스킬 포인트의 제약을 없앰으로써 스킬 성장의 사용성을 이전까지의 게임보다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포션 먹여서 레벨을 올린 즉시, 골드를 퍼부어서 스킬을 올리는 게 당연해진 것이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드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이 스킬 성장은 후술할 장비 성장과 함께 골드를 빨아들이는 하수구 역할을 해줍니다. 부족한 스킬 포인트를 돈주고 사게 하는 것 보다는 골드를 마르게 해서 골드를 파는 쪽이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1-2. 한층 경쾌해진 등급 성장


한편 등급은 캐릭터 뒤의 배경 색으로 구분됩니다. 흰색부터 녹색, 파란색, 보라색, 주황색이 있고 각 색상 마다 녹색, 녹색+1, 녹색+2 등과 같은 중간 단계가 존재합니다. 좌측 스크린샷 우상단에 보이는 6개의 초식 아이템을 모두 다 모으고, 다음 등급에 필요한 최소 레벨을 채우면 다음 등급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캐릭터 별로 각 등급에서 필요한 초식 아이템의 조합이 다른데, 캐릭터끼리 같은 초식 아이템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초식 아이템이 채워질 때 마다 정해진 스탯 보너스를 받게 되지요. 초반엔 스테이지에서 드랍된 초식 아이템을 그대로 캐릭터에게 채울 수 있으나 뒤로 갈수록 특정 초식 아이템을 n개 이상 모으거나 복수의 초식 아이템을 각기 일정 갯수 이상 모아서 새로운 초식 아이템을 합성해야 하는 식으로 완성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 역시 기본 시스템은 KOF98UM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성장의 단계라는 차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위 스샷 처럼 KOF98UM의 경우, 필요한 아이템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체크하며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을 때 등급이 오르고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조건을 모두 만족하기 전가지는 캐릭터의 전투력에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위 스샷의 경우는 저레벨이라 등급 아이템을 총 60개(30+18+6+6)만 모으면 되지만 성장할수록 기하급수로 늘어지죠. 하지만 드래곤볼은 요구되는 초식 아이템을 채울 때 마다 총 6번에 걸쳐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KOF98UM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플레이어의 성장이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죠. 제가 오리지널 도탑전기를 중국어판으로 잠깐 해본지 오래되어 이게 KOF98이 도탑전기와 다르게 갔다가 드래곤볼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건지, 드래곤볼에서 새로 바뀐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레벨 지역에선 저등급용 초식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에선 게임 진행 중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을 때 새 캐릭터에게 필요한 초식 아이템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 때 플레이어는 새 캐릭터를 위해 기존 캐릭터의 등급 상승을 포기하고 행동력을 저레벨 스테이지에서 사용할지, 새 캐릭터 성장을 포기하고 고레벨 스테이지에서 사용할지 고민에 빠지곤 하죠. 어느쪽을 선택하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성이고 그만큼 새 캐릭터를 얻었다는 쾌감이 깎여나갑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에선 캐릭터용 만능조각과 같은 만능초식파편을 써서 이 문제를 영리하게 회피해나갑니다. 게임을 진행하고 있으면 각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초식 아이템 외에 부가적으로 떨어지는 이 만능 초식 파편이 쌓이고 새 캐릭터를 얻었을 때 이 파편들을 몰아씀으로써 행동력의 낭비 없이 빨리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1-3. 단계를 쪼개 성장 빈도를 높인 성급 시스템



 


성급은 캐릭터 얼굴 아래 별의 갯수로 표시되며 가차와 영웅 던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조각을 통해 성장합니다.

드래곤볼에는 1성부터 7성까지 존재하며 모든 캐릭터는 최초 획득시 성급에 관계 없이 이미 얻은 캐릭터에 계속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더함으로써 7성까지 육성할 수 있습니다.


뭐 이 부분은 도탑전기류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드래곤볼은 이전까지의 게임과는 달리, 각 성급 사이에 중간 단계를 두고 있습니다.(이전에도 몇번 극찬한 부분이지요) 좌측 스크린샷의 피콜로는 현재 6성인데 6성이 7성이 되기 위해선 무려 180개의 조각이 필요하며 현재 그 중 140개를 모은 상태입니다. 이전까지는 6성에 도달했으면 180개를 모두 모을 때 까지 성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만 드래곤볼은 이 180개를 30개씩 6단계로 쪼개서 각 단계에 도달할 때 마다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스탯 보너스를 부여하거나 스킬을 주는 식이죠. 그리고 일정 성급에 도달하면 캐릭터의 그림이 바뀌기도 합니다. (카드 그림 뿐만 아니라 캐릭터 그림까지도 바뀝니다.) 왼쪽 스샷의 경우, 6성 피콜로는 특유의 두건과 망또를 두른 모습이지만 7성이 되면 두건을 벗은 모습이 됩니다. 참고로 손오공은 꼬마 손오공부터 시작해 천하제일 무투회를 첫 우승할 때의 청년 손오공, 이후의 장년 손오공 등으로 변화합니다. (초사이어인 손오공은 아쉽게도 별개 캐릭터입니다.)


이러한 성급과 성급 사이의 단계는 성급이 올라가면서 다음 성급까지 필요한 조각 수가 함께 올라가 성급 성장의 주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보완책입니다. 180개의 조각이면 하루에 3판 돌 수 있는 피콜로 영웅 던전에서 운 좋게 매 판마다 조각을 얻어도 60일이나 걸립니다. 중간 단계가 없다면 60일동안 성급 성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만 이를 6단계로 쪼개면 10일마다 한번씩 성급 성장을 체감할 수 있지요.


한편 7성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 성급은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오른쪽 스크린샷의 예시를 보시면 손오공 주위로 6개의 구슬 같은 것이 각기의 레벨을 갖고 있습니다. 각 구슬은 레벨마다 요구하는 조각 수가 정해져있고 (1레벨에서 조각 1개를 요구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1시 방향부터 시계 순서대로 채워나갑니다. 당연히 각 구슬의 레벨이 오를 때 마다 스탯이 성장하지요. 그리고 6개 모두 레벨이 오르면 하단 캐릭터 얼굴 위에 있는 왕관의 숫자가 올라가면서 또 한번 성장합니다. 힘들게 7성에 도달하고 나면 그때부터 또 한동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구슬 레벨이 오르고 왕관 레벨이 올라갑니다. 왕관 레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턴 왕관의 색깔이 바뀌죠. 물론 후반으로 갈 수록 각 구슬을 채우는데 필요한 조각의 수가 늘어나고 성장 빈도는 느려지게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KOF98UM 역시 7성 이후의 성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속성 강화와는 달리 조각을 쓸 곳을 선택할 수 없어 사용자 자율에 의한 전략 요소가 삭제됩니다. 대신 총 6개 구슬을 순차적으로 올리게 됨으로써 7성 이후의 성장 빈도가 KOF98UM보다 짧게 유지됩니다. 심지어 단계별로 요구하는 조각 수도 KOF98UM보다 훨씬 적어요. (위 스샷에서 금지약 1레벨이 2레벨이 되는데 조각 5개가 필요한 반면 드래곤볼은 조각 1개면 1레벨이 2레벨이 되며, 8레벨에서도 고작 4개만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선택지'를 하나 줄임으로써 자원 분배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성장만을 즐기도록 유도하지요.



1-4. 사용 빈도가 훨씬 늘어난 장비 성장


 

 


KOF98UM처럼 드래곤볼도 등급 / 성급 외에 장비 성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비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이템은 아니고, 그냥 전 캐릭터 공용으로 쓰이는 자원을 소비해서 성장하는 컨텐츠이죠. 드래곤볼의 각 캐릭터는 6개의 장비를 지니는데, 각기 등급과 레벨이 있습니다. 레벨이 오름에 따라 스탯 보너스가 더 커지는데 각 등급마다 최대 레벨이 5씩 증가하고, 플레이어의 레벨이 최고 레벨이 됩니다.



아이템을 모아 등급을 올리고, 골드로 레벨을 올린다는 점은 KOF98UM의 장비 성장 시스템과 같습니다만, 자원을 소모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KOF98UM의 경우, 각 장비 마다 특정한 스킬 보석의 조합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스킬 보석 중 일부는 일반 던전에서, 일부는 영웅 던전에서만 드랍 되지요.



이러한 구조에서 플레이어는 한정된 행동력을 캐릭터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으는 던전과 장비 등급 강화에 필요한 스킬 보석을 모으는 던전으로 분배해야 합니다. 어느 한 쪽을 중시하면 다른 한 쪽이 소홀해지는 구조죠. 자원 관리의 전략적 사용이라는 게임플레이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약간은 괴로운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 도안의 경우, 위 스샷과 같이 키우고자 하는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의 영웅던전을 돌아야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A라는 캐릭터의 장비를 성장시키다보니 다른 캐릭터의 조각이 모이고 그래서 다른 캐릭터도 키우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는 A라는 캐릭터를 키우고 싶은데 B, C에 행동력을 낭비하게 강제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드래곤볼은 이를 보다 캐주얼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장비칸의 위쪽 4개 장비의 등급 성장에 사용되는 자원은 용혼으로 한정됩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더 높은 등급의 용혼이 드랍되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영웅 던전을 돌 든 용혼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영웅 던전들은 최근 일괄 소탕을 지원해서, 메뉴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고르고 버튼만 누르면 단 1초만에 원하는 캐릭터들의 조각과 용혼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이제 플레이어는 캐릭터 등급 / 장비 강화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 없이, 정확히는 장비 강화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조각이 나오는 영웅 던전을 도는 것 만으로 장비 성장에 필요한 용혼은 자동으로 얻게 됩니다.

이는 장비 강화의 허들을 낮춰서 장비 강화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합니다. 골드도 용혼도 기본적으로는 항상 풍족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원입니다. 그래서 주력 캐릭터들은 4개 장비에 관한 한은 항상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춰집니다. 심지어 이 4개 장비는 일괄 강화(레벨업), 일괄 돌파(등급업)이 지원되며 4개 장비의 등급에 따른 세트 보너스도 제공됩니다. 기본적으로 KOF98UM에 비해 장비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게임 중반에 들어서면서 드래곤볼의 장비 강화 시스템은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냅니다. 장비 강화 비용이 플레이어의 소득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골드를 순식간에 소모시킵니다. 제가 76레벨에서 2천만골을 갖고 있었는데 77레벨이 되는 순간 장비 강화로 가진 골드를 모두 탕진하고도 주력 캐릭터 6명 모두의 장비를 강화하진 못했습니다.


이렇게 장비 강화에서 골드를 쓸어가는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잘 오르지 않는 플레이어 레벨이 올랐을 때, 장비 성장으로 골드가 빠져나가니 불쾌하지 않아요. 한참 기분 좋은 와중이라 아쉬운 마음만 남아 골드를 사서 나머지 장비도 강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자고로 용돈은 아버지 기분 좋을 때 뜯어내는 법이지요.



 


아래쪽의 두 장비는 위의 4장비와는 다른 자원을 소비합니다. 우선 레벨을 올리는 강화에는 용혼이 아닌 정원 이라는 다른 자원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등급을 올리는 돌파에는 왼쪽은 네모난 모양의 강공보석, 오른쪽은 물방울 모양의 혈한보석을 소비하죠. 이들 보석은 일일 던전 등에서 제한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성장이 더딥니다. 실제로 위에 있는 피콜로의 경우 위 4개 장비는 70레벨이 넘어가는데 아래쪽 2개 장비는 40레벨에 머물러있죠. 이 2개 보석의 공급 제한이 리텐션과 길드 컨텐츠 등을 견인합니다.


 

 


한편 이 장비 성장에 쓰이는 용혼, 정원, 강공보석, 혈한보석도 당연히 등급이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등급을 필요로하고 또한 얻게 됩니다. 새로 캐릭터를 얻거나, 현재 주력이 아닌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할 때 현재 뛰고 있는 컨텐츠와 필요 자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등급 성장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리고 등급 성장과 마찬가지로 드래곤볼은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뒀습니다. 장비 성장에 쓰이는 자원들은 그보다 한등급 아래의 자원으로 1:1 교환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그 반대는 불가능하지만요. 그래서 도전 컨텐츠는 항상 최고 등급으로 플레이하면서도 자유롭게 덜 성장한 캐릭터들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한편 장비에는 등급과 레벨 외에도 당연히 각성이 존재합니다. 장비 아이콘 아래의 별 갯수로 표현되지요. 장비 각성은 장비 성장 컨텐츠 중 가장 필요 자원을 수급하기 어렵고 그래서 빈도가 낮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각성석이 필요합니다.(왼쪽 스샷) 그리고 각 캐릭터 마다 2~3개 장비는 각성석 외에 플러스로 각 장비에 대응하는 각성 아이템이 필요하지요. (오른쪽 스샷). KOF98UM의 엠블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부 각성석(엠블렘)은 비슷한 캐릭터끼리 공유하고 (거북선인 마크는 손오공, 크리링, 야무치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특정 캐릭터에만 한합니다. (위 피콜로 우주선은 피콜로만 사용합니다.)


정리하자면, 드래곤볼의 장비 성장은 기본적으로 KOF98UM보다 허들이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딱히 전략을 세우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그냥 게임을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자원이 쌓이고 레벨이 오르면 장비를 성장시킬 수 있는 때가 옵니다. 허들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한 계속해서 장비 성장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자원을 매우 손쉽게 증발시킵니다. 특히 기존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현재 컨텐츠를 계속 플레이하면서도 새로 캐릭터를 아무런 고민 없이 손쉽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입니다.



1-4-1. 친절하게 사악한 각성 가차



원래는 성장 이야기만 하는 포스트입니다만, 기가 막힌 유료화 시스템이 하나 있어 잠깐 가볍게 소개합니다. 드래곤볼 역시 KOF98UM과 마찬가지로 각성 가차를 통해 각성에 필요한 각성석과 각성 아이템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각성 가차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가차를 깔 때 마다 각성 조각을 지급해서, 모은 조각을 각성석이나 특정한 각성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각성 가차가 돌아가는 방식이 아주 사악합니다. 바로 위 스샷이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인데요, 큐브를 둘러싸고 12개의 아이템이 나열된 것이 보일 겁니다. 각성 가차는 뽑을 때 화면상에 보이는 저 12개의 아이템 중 하나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저 12개 가차 풀은 하루에 4번까지, 그 이후로는 젬을 내고 다시 갱신할 수 있습니다. 갱신할 때 마다 랜덤하게 다시 선정되고 갱신 비용은 올라갑니다. 12개 중 항상 1개는 각성석이며, 1개는 각성 아이템입니다. 왼쪽 스샷의 경우 1시 방향의 노란 벳지가 런치의 각성 아이템입니다. 저는 런치를 키우지 않으므로 이 목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갱신을 눌렀더니 오른쪽 처럼 무료 갱신 횟수가 까이면서 목록이 갱신되었습니다. 5시 방향에 제가 서브로 키우는 피콜로 대마왕의 망토가 보입니다.


KOF98UM에선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엠블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각성 가차를 굴립니다. 하지만 사실 엠블렘이 등장할 확률도 높지 않고, 내가 원한 엠블럼이 나올 확률은 더더욱 낮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성장하고 싶다는 고과금러가 아닌 이상 각성 가차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는 얻을 수 있는 결과물, 만일 각성 아이템이 걸린다면 얻게 될 각성 아이템이 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루 4번까지 목록을 갱신할 수 있게 되지요. 보통은 여기서 자신이 키우고 있는 캐릭터의 각성 아이템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4번의 무료 갱신을 소진합니다. 그러고 나면 아쉬운 마음에 다시 젬을 내고 갱신하기 시작하지요. 이 과정에서 젬들이 녹아내립니다. 물론 무/소과금러는 딱 무료 갱신까지만 쓰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았던, 충분한 젬을 태웠든 드디어 원하는 각성 아이템이 목록에 떴습니다. 그럼 이제 각성 가차를 뜯기 시작합니다. 일퀘와 기타 보조 컨텐츠를 하고 나면 하루 열번 정도는 거뜬히 돌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10번 안에 각성 아이템이 걸릴 확률은 매우 희박하죠. 경우의 수가 12가지라는 거지 당첨 확률이 1/12라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언제 다시 저 피콜로의 망또가 목록에 올라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과금러는 물론 무/소과금러들도 저 망또를 얻을 때 까지 각성 가차를 계속 굴릴 유혹을 느낍니다.


꽤 많은 돈을 태웠는데 그래도 못얻었다. 그럼 이제 각성 조각이 쌓였으니 조각 교환으로 들어갑니다. KOF98UM과 같이 각성 아이템들 중 일부는 파편 조각들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상점에 내가 원하는 각성 아이템이 없다면.. 각성 아이템 랜덤상자로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용 각성 아이템 랜덤 상자' '용자 캐릭터용 각성 아이템 랜덤 상자'와 같이 범위를 어느정도로 한정한 랜덤상자를 조각으로 얻을 수 있지요. 이렇게 플레이어가 원한 각성 아이템은 전혀 얻지도 못한 채 투입한 자원이 모두 증발해버렸습니다.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입니다. 하지만 42개의 번호 중 6개를 맞추라고 하면 왠지 그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지지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약합니다. 그리고 드물게 오는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죠. 드래곤볼의 각성 가차는 이 사람의 본성과 특성을 아주 정교하고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그리고는 KOF98UM의 엠블렘과 달리 조각 모음에 의한 합성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각성 가차의 중요성을 높이고 과금 유저들에게 변별력을 제공합니다. 이제껏 제가 봐온 것 중 가장 친절하고 사악한 가차였어요.



1-5. 다른 가차와의 연계 성장 - 기반신의



 


이제까지 언급한 스킬, 등급, 성급 시스템 외에 각 캐릭터는 5~6개의 기반신의라고 불리는 패시브 보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반신기 증 3개는 해당 캐릭터와 연관된 다른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으로 발동되고, 쌍을 이루는 두 캐릭터 중 등급이 낮은 캐릭터의 등급에 맞춰 성장합니다. 왼쪽 스크린샷의 경우, 17호와의 관계인 해상격투는 현재 4레벨이고 물리공격과 에너지공격 데미지에 6%의 보너스를 줍니다. 17호를 파랑+3 등급으로 올리면 5레벨이 되고 보너스는 더 커지겠죠.


나머지 2~3개는 장비의 각성과 연관되어있습니다. 특히, 각성석 뿐만 아니라 각성 아이템들까지도 요구하는 아주 힘든 장비의 각성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기본 필살기를 업그레이드 해줍니다. 위 스샷의 경우 기본 필살기는 초급폭력마파 지만 각성하고 나면 초! 초급폭력마파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다른 성장 컨텐츠들은 무과금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어쨌든 시간만 들이면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만, 이 필살기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상당한 량을 과금하지 않으면 키우지 못하는 컨텐츠입니다. 과금러들의 변별력을 제공해주죠.



사실 이 또한 KOF98UM에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구현되어 있습니다. 새 캐릭터의 획득에 의해 보너스가 발생하여, 당장 쓰지 않은 캐릭터를 얻었을 때에도 소정의 의미있는 결과를 제공해주고 더 나아가서는 쓰지 않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노력할 동기를 부여하지요. 하지만 조건을 만족해 보너스를 얻으면 끝인 KOF98UM의 '숙명'과 달리, 드래곤볼의 '기반신의'는 캐릭터 획득 후에도 지속적으로 여러 캐릭터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1-6. 그 외 기타 성장 컨텐츠


 

 



이 외에도 십여가지의 성장 컨텐츠가 더 있는데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의 컨텐츠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아서 일일히 다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드래곤볼의 컨셉을 살린 성장 컨텐츠 2개를 소개하지요. 우선 왼쪽 스크린샷의 '훈련'의 경우 초신수를 빨아가면서, 베지터가 훈련하던 중력실에서 훈련한다는 설정입니다. 실제로는 초신수는 남아돌고 골드를 십만 백만 단위로 회수하는 컨텐츠죠. 그리고 오른쪽의 '환화'의 경우, 드래곤볼 용주격투에서 성급에 따라 캐릭터의 외형이 바뀐다는 것에 착안한 컨텐츠입니다. 기본적으로 성급 성장에 의해 얻은 여러 외형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부가 컨텐츠에서 떨어지는 환화 조각으로도 소량의 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성급 성장으로도 얻을 수 없는 외형이 있는데 (중간 야드레트 성인 복장의 손오공과 거대 원숭이 손오공) 이들은 또 스페셜한 외형 조각을 얻어야만 획득할 수 있지요. 드래곤볼 찾는 일종의 미니 보드 게임인 용주대격투도 그렇고 뭔가 IP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IP의 매력을 살리는 컨텐츠가 독특합니다.



1-7. 현재까지 가장 캐주얼한 도탑전기


이제까지 드래곤볼의 핵심이 되는 성장 컨텐츠인 레벨, 등급(강화), 성급, 장비 및 장비 각성, 기반신의(숙명) 등의 시스템을 살펴보았습니다. 겉보기엔 같은 도탑전기에 기인한 만큼 KOF98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면 디테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국 사용자들은 인내심이 부족해 실제로 능력치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성장했다는 신호를 받고자 합니다. 그래서 성장 컨텐츠들을 세로로 높이 쌓아올리는 한국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류 중국 게임은 복수의 성장 컨텐츠들을 병렬로 한꺼번에 돌리면서 개별 컨텐츠의 성장이 늘어지더라도 다른 성장 컨텐츠로부터 성장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지요.


드래곤볼은 도탑전기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 빈도를 몇배나 늘려놓았습니다. 캐릭터 강화에서도 한 등급을 사실상 6단계로 쪼개고, 성급 성장에 있어서도 조각 100개짜리 한단계를 조각 20개짜리 5단계로 쪼개놓았죠. 그리고 힘들게 가차에서 얻은 다른 캐릭터 / 각성 아이템에 의한 성장은 1회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캐릭터 등급 성장을 위한 스테이지 파밍은 일반 모험 스테이지로 몰아넣고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행동력을 공유하는 각 성장 컨텐츠 사이에서의 자원 분배의 갈등 구조를 없애고 원하는 캐릭터를 키우고 있으면 자동으로 다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변화시켰다는 것 또한 중요한 발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골드에 대한 과금을 설득력 있게 유도하는 부분도 상당히 눈여겨 볼만 한 디자인이구요.


멀티 캐릭터 게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진행 중 얻은 새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 성장 간의 행동력 분배 문제 또한 상당히 영리하게 회피하고 있습니다. 만능 초식 조각과 주요 장비 성장 자원의 다운그레이드 기능으로 인해 현재 진행중인 컨텐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부 요소들은 KOF98UM보다 운용의 여지와 전략성이 쇠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도탑전기라는 게임 자체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보다는 '흥미로운 결과의 연속'을 즐기는 장르죠. 드래곤볼은 KOF98UM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외과 수술하듯이 도려내고 성장의 즐거움만 온전히 극대화 시켜놓은 구조입니다. KOF98UM이 처음 나왔을 땐 이야 말로 도탑전기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드래곤볼을 보고 있으면 조잡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2. 성투사 성시 중생


다음으로 살펴볼 게임은 성투사 성시 중생입니다. 성투사 성시 3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2종의 성투사 성시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의 순위권에 진입했는데요, DreamSky에서 만든 '성투사 성시 집결'은 MMORPG이고 오늘 살펴볼 게임은 DeNA의 상해 지사에서 제작한 '성투사 성시 중생' 입니다. 드래곤볼보다 한두달 뒤에 나오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KOF98UM에 가까운 굉장히 오소독스한 도탑전기이기 때문에 성투사 성시의 IP를 살려내서 흥미로운 구간 한두가지만 살펴보고자 합니다.


2-1. 등급 아이템 획득에 대한 추가적인 보너스



스크린샷만 보시면 감이 오시겠지만, 전형적인 도탑전기의 등급 강화 시스템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드래곤볼과 마찬가지로 KOF98UM과 달리 각 등급 아이템이 완성될 때 마다 해당 등급 아이템의 능력 보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여기 더해서 완성한 등급 아이템의 종류에 관계 없이, 완성한 등급 아이템의 갯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너스를 부여합니다. 마치 세트 아이템 효과 처럼요.



저 보너스를 얻는 타이밍이 등급 아이템의 완성과 일치하기 때문에 성장 빈도는 높이거나, 추가적으로 등급 아이템의 완성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용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가지 유추할 수 있는 건, 저 등급 아이템 갯수에 대한 단계별 보너스를 캐릭터 별로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각 캐릭터의 특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등급 아이템에서의 보너스만 있을 때엔 아무래도 같은 등급 아이템을 사용하는 캐릭터들은 같은 스탯을 가질 테니까요.


물론 등급아이템을 공유하는 것은 도탑전기나 KOF98UM, 드래곤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성투사 성시는 타 게임에 비해 등급 아이템의 갯수가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합니다. 캐릭터끼리 서로 겹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는 모험 스테이지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탑전기나 KOF98UM, 드래곤볼은 등장하는 모든 스테이지가 각각의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파밍 스테이지입니다만, 성투사 성시는 파밍이 되는 스테이지와 안되는 스테이지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스샷은 쿵푸팬더 3)


위 스크린샷은 성투사 성시와 유사한 스테이지 구조를 가진 쿵푸팬더3의 모험 스테이지입니다. (성투사 성시 중생은 한 화면에 한 스테이지만 나와서 구조를 보여주는 스크린샷을 찍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스크린샷엔 총 7개의 스테이지가 있는데 깃발이 그려진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만이 파밍 가능합니다. 나머지 스테이지는 진도를 제한하고 첫 클리어시 소정의 보상을 부여하긴 하지만 한번 클리어한 이후엔 다시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플레이어의 진도를 제한하고 성장의 단계를 제시하는 '관문'으로서의 스테이지와 성장하는데 필요한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보상'으로서의 스테이지가 구분되어있는 구조입니다. 쿵푸팬더3의 경우 메인 캐릭터가 3종 뿐이고, HIT나 레이븐 같은 한국의 액션 RPG와 유사하게 스테이지에서 장비가 직접 드랍되고, 드랍된 장비를 장착하거나 기존 아이템에 갈아먹이는 구조입니다. HIT나 레이븐의 경우 그냥 단계가 올라갈수록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을 확률이 조금씩 올라간다는 설정에 '골드' '아이템' '경험치'가 잘 나오는 스테이지 정도로 구분을 짓고 있습니다만, 넷이즈는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 처럼 각 스테이지에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심고 싶었나 봅니다. 실제로 각 스테이지들은 포 용 신발 이라거나 타이그리스 용 갑옷 등 특정 캐릭터 특정 슬롯 용 아이템이 잘 드랍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투사 성시의 경우, 쿵푸팬더3와는 달리 전통적인 도탑전기의 모델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게임 구조상으로는 쿵푸 팬더3 처럼 스테이지 구성을 분리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다만 도탑전기 류 게임에서 저렇게 스테이지를 분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스테이지의 단계 수는 유지하되, 관리 해야 할 드랍의 수를 줄여 컨텐츠와 밸런싱의 부담을 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드랍되는 등급 아이템의 종류가 줄어들어 각 캐릭터의 개성이 줄어드는 부분은 각 등급에서 등급 아이템을 맞출 때 마다 각 캐릭터에게 서로 다른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결하구요.



2-2. 그 외 IP를 반영한 성장 컨텐츠



한편 드래곤볼이나 KOF98에선 '장비'에 해당할 컨텐츠로 '성의'가 있습니다. 성투사 성시를 좀 보신 분들은 아실, 성투사들이 입고 다니는 바로 그 갑옷입니다. 총 6개의 슬롯이 있고 각 슬롯의 부위들을 따로 성장시킵니다. KOF98이나 드래곤볼과 달리 모든 슬롯의 성장 난이도가 동일합니다. 다리 부위를 성장시킬면 다리 조각이 필요한데, 캐릭터에 관계 없이 동일한 다리 조각을 사용합니다. 등급 별로 +1, +2 이렇게 구분되긴 하지만요.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 몇레벨인지는 까먹었는데 굉장히 초반입니다. - 성의 컨텐츠가 열리는데, 막상 성의가 열리고 각 슬롯을 채울 수 있는 재료를 다 모아서 성의를 만들어도 그냥은 입을 수 없습니다. '성의 도전'이라고 해서, 한번 전투를 해서 이겨야만 만들어진 성의를 착용할 수 있지요. 애초에 세이야 부터도 그리스에서 열심히 싸워서 페가수스의 성의를 얻지 않았습니까. 한번 제작을 끝내면 아래쪽의 제작 진도가 승성진도로 바뀌고 각 부위를 각성할 때 마다 진도가 차오릅니다. 아마도 성의가 청동에서 백은, 황금 등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도 같은데 마지막에 필요한 아이템을 끝내 못구해서 시도해보진 못했네요.



또한가지 눈에 띄는 컨텐츠라면 역시 소우주(코스모) 성장이 될 겁니다. 성투사들의 그 폭발적인 전투력을 뽑아내주는 바로 그 코스모입니다. 코스모 성장을 누르면 이렇게 별자리가 보이는데요,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코스모를 소비해서 각 별자리들을 채워 나갑니다. 별을 채우는 순서는 정해져있어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없고, 별을 일정 갯수 완성할 때 마다 패시브 스킬들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별자리 채우기 쉬워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별자리의 각 별 하나를 채우는 과정은 위 사진 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져있습니다. 별자리를 구성하는 것은 반짝이는 그것은 분명 별일텐데, 여기선 '페가수스 자리 제4 성운' 과 같이 성운이라고 표현하는군요. 참으로 비과학적입니다. 여하튼 각 성운은 여러개의 구슬로 이루어져있고, 구슬을 채우는 데엔 보라색 구로 표현되는 코스모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채울 때 마다 비용은 계속 크고 아름답게 성장해 위 스샷의 경우 첫구슬은 10점으로 시작하지만 4번째 구슬은 100점을 요구하고 8번째 쯤 가면 1천점 2천점씩을 요구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성운으로 넘어가면 10점으로 시작해서 (하지만 점점 더 한 성운 안의 구슬 숫자가 늘어난다는 게 함정...) 빨리 채워나가다가 느리게 채워나가다가 빨리 채워나가는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2-3. IP의 힘


성투사 성시는 정말 너무나 오소독스 해서 딱히 디자인 적으로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닙니다. 등급 아이템 완성에 대한 단계별 보너스도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사실은 컨텐츠의 부족을 메우는 시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준비된 등급 아이템들을 한번에 완성해서 장착시켜주는 일괄 장비 장착 기능은 편리합니다만 (아까 등급 화면 가운에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입니다.) 정작 요즘 대세인, 필요한 갯수만 채우면 멈춰주는 자동 소탕이 없어서 재료 수급하는 과정은 불편합니다.


심지어 제가 한달 정도 진행하면서 등급 아이템 하나 조합하는데 같은 재료가 6개 이상 요구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소탕 버튼은 1회 10회 뿐이어서 1회씩 6번 소탕하자니 귀찮고 10회씩 하자니 행동력이 낭비되는 애매한 상황에 빠트립니다. 그리고 참으로 치졸하게도 체력이 부족해서 소탕이 10회 분량이 안되면 낼름 체력을 사라고 팝업을 띄웁니다. 이렇게 푼돈 벌겠다고 사용자 기분을 퐉 상하게 만드는 스탠스의 게임은 블소 모바일을 끝으로 멸종된 줄 알았는데 말입죠.


위의 성의나 코스모 역시 뭔가 유의미한 디자인 발전은 없습니다. 다들 타 게임에서 본 듯한 시스템인데 그걸 정말 '성투사 성시' 스럽게 녹여냈기에 소개한 것 뿐이죠. 나루토나 드래곤볼 같은 게임들은 기존 게임들과는 차별화 되는 디자인이 있었고 다른 게임들보다 편리했으며 미친 듯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니 시작부터 탑5에 들고, 몇달이 지난 지금도 30위권에 머무르다가도 이벤트만 하면 다시 10위권 안으로 복귀하겠죠.


하지만 이 게임은 디자인이 1년 전 수준이고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에 비해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편의성은 나쁘고 UI는 촌스럽고 각종 이펙트들도 굉장히 밋밋하고 정적입니다. 심지어 사용자들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까지 치졸하게 양아치 처럼 장사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도 꽤 오랜 기간동안 20위권 - 그것도 13위 언저리 - 에 머물렀단 말이죠. 이렇게 평범한 게임도 해당 IP의 일부 특징 요소를 그냥 스킨 바꿔 얹은 것 정도로 상위권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중국 시장에서 IP가 가진 힘을 잘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전민투전신 (과 몇가지 액션 RPG)


HIT / 레이븐과 같은 한국의 액션 RPG 게임들은 복수 캐릭터에 대한 수집 / 육성을 배제하고 장비의 획득과 육성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돌아서 장비를 얻고, 얻은 장비를 다른 장비에 갈아넣어서 레벨을 올리고 등급을 올리는 등의 방식이죠. 중국에선 액션 RPG에도 복수 캐릭터 수집 / 육성 요소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장비 아이템에 의한 성장을 중심에 두고 추가 캐릭터를 펫으로 수집하는 흐름과, 도탑전기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는 흐름, 두가지가 존재합니다.



3-1. 장비 성장 + 펫 수집



태극 팬더와 쿵푸 팬더3가 취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는 정해져있습니다. 태극 팬더의 경우 마치 이전 MMORPG 처럼 각 캐릭터를 골라서 해당하는 캐릭터로만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있고, 쿵푸 팬더는 포 / 타이그리스 / 사부 세 캐릭터를 동시에 운용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두 게임 모두 각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장비 아이템을 얻고, 해당 장비 아이템을 장착하거나 강화 재료로 사용해 장비를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주된 성장 흐름입니다. (태극 팬더의 경우 아이템도 가차에서 나오지만 쿵푸팬더3는 아이템을 가차에서 제거함으로써 장비 성장은 플레이에 의한 것으로 한정지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HIT / 레이븐과도 유사합니다만, 장비의 운용에 대한 융통성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갈아끼울 수 있는 장비가 여럿 존재하긴 합니다만, 등급과 레벨에 따라 더 좋고 더 나쁜 장비만 존재할 뿐 같은 등급 같은 레벨에서 다양한 종류로 쪼개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강화에 들어가는 비용과 이전되는 경험치가 비례하도록 구성되어있어 굳이 재료들끼리 먼저 합친다거나 하는 액션 없이 그냥 얻는 대로 강화에 밀어넣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갈아낀 뒤 기존 아이템을 강화 재료로 쓰는 식으로 아주 심플하게 운용됩니다.


특히 쿵푸팬더3의 경우 이 장비 성장에서 융통성을 줄이고 반대로 게임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쿵푸 팬더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어떤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캐릭터 용, 같은 슬롯 아이템만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포 용 갑옷 100개가 남아돌아도 이는 포의 갑옷을 강화하는 데만 쓰일 수 있을 뿐, 포의 무기를 강화할 수는 없습니다. 운용의 여지는 다소 줄어들었죠. 대신 대상과 재료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각 아이템을 강화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강화 해야 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잇습니다. 그리고 수동 강화와 자동 강화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일괄 강화'를 누르는 것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성장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스테이지에 대해서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해당 스테이지에서 파밍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도 제시할 수 있구요.




이들 게임에선 펫이라는 형태로 복수 캐릭터 수집 / 육성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들 펫 들은 도탑전기의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조각을 모아 새로 획득하고,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메인 캐릭터의 주된 성장이 장비 중심인 만큼, 펫들의 등급 성장은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등급을 올릴 수 있는 특정한 포인트를 모아서 원하는 캐릭터에 투입하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3-2.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 중심 (도탑전기의 변용)


극팬더와 쿵푸팬더3가 굳이 장비에 의한 성장 구조를 유지함에도 굳이 펫이라는 형태로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장비 보다는 캐릭터가 훨씬 더 수집의 대상으로 더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위로 위로 끝없이 쌓아만 가는 구조 보다는 새 캐릭터를 추가하는 식으로 옆으로 넓혀가는 구조가 더 운용하기에도 유리하구요. 하지만 역시 직접 컨트롤하지 못하는 펫 보다는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입니다. 이번엔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액션 RPG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바 있는 나루토는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개별 캐릭터에 대한 성장을 모두 플레이어 기반으로 옮긴 케이스입니다. 등급이나 장비 등 모든 요소는 플레이어에 귀속되며 개별 캐릭터의 성장은 조각 모음에 의한 성급 성장으로 제한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조각을 모을 캐릭터만 결정하면 나머지는 모두 공통으로 적용되는 캐주얼한 구성입니다만, 운영하는 입장에선 신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그동안 쌓아온 성장이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컨텐츠 수명을 늘리는데엔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보기 힘든 구성이기도 합니다.



사조영웅전3D는 말 그대로 그냥 도탑전기를 액션RPG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캐릭터의 성급 / 등급이 나눠져있어 조각으로는 성급을 올리고 스테이지에서 떨어지는 무학필법을 모아서 등급을 올리는 구성, 장비 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골드를 소모해서 레벨이 올라가는 컨텐츠 등 완벽한 도탑전기 입니다. 동사 황약사, 홍칠공, 손불이 등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아서 그 중 네명으로 파티를 꾸리고, 게임 내에선 단 한명만 등장하지만 조작할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3-3. 장비 - 캐릭터 병용형 (설영영주)



설영영주는 장비 중심의 성장과 도탑전기 류의 등급 / 성급 성장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는 전투에 참여하거나 경험치 포션을 먹는 방식으로 레벨이 오르며, 각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을 일정 이상 모으면 등급이 오릅니다. 등급 아이템을 합성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갯수로 체크하는 방식은 KOF98UM과 유사합니다만, 위 스샷을 보면 능력치 상승폭이 제법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요구되는 아이템이 더 많아지며, 기본적으로 등급 성장은 성급 성장만큼은 아니지만 꽤 빈도가 낮고 효과가 큰 성장 컨텐츠가 됩니다. 덧붙여 설영 영주 역시 드래곤볼과 마찬가지로 성급 성장에서 각 성급 사이에 단계를 둬 성급 성장 체감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설영 영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장비 성장입니다. 쿵푸팬더3와 달리 각 캐릭터 별로 장비가 구분되어있지 않으며 각 캐릭터는 모든 장비를 장착할 수 있으며 장착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바꾸고 다른 캐릭터에게 물려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은 신발을 갈아끼는 장면입니다.


설영영주의 장비 역시 당연히 등급과 레벨, 성급이 존재하는데요 성급은 영웅 던전에서 떨어지는 장비 성급 성장 아이템을 소모하고 레벨은 기본적으로 골드를 소모하되, 한계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역시 마찬가지로 영웅 던전에서 드랍되는 전용의 한계 돌파 아이템을 소모합니다. 하지만 등급은 성장시킬 수 없으며, 높은 등급의 장비로 갈아껴야만 합니다. 저등급 장비는 스테이지에서 장비 그대로 드랍되지만 고등급 장비는 일부 스테이지에서 조각의 형태로 드랍됩니다.



같은 장비 등급 내에서도 능력치 배분이 조금씩 다른, 서로 다른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도 존재합니다. 중국 게임 답지 않게 장비에 대한 운용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캐릭터의 특성은 각 등급에서의 능력치 상승폭을 조정하는 외에 '신기' 아이템을 통해 나타납니다. '신병'는 아까 장비 화면에서 6개 슬롯 외에 아래에 있는 크고 아름답고 붉은 아이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자기 고유의 신병을 가지고 있으며, 신병은 전용의 경험치 아이템을 먹여서 성장합니다.


설영영주는 장비 수집에 의한 성장과 캐릭터 중심의 성장을 반반 섞어놓은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들을 이렇게 굳이 함께 가져가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힘듭니다. 장비를 갈아낄 수 있는 점은 새로 성급이 높은 캐릭터를 얻었을 때 장비를 몰아줌으로써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리기 쉽긴 합니다만 각각의 장비를 고르고 분배하고 성장시키는 불편함을 감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고등급 장비를 얻고 나면 그동안 자원을 써가며 키워온 저등급 장비의 쓸모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점에서 - 어떻게 자원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되팔기 외엔 찾지 못했습니다. - 그동안 봐온 중국 유저들과 게임들의 성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3-4. 장비 - 캐릭터 병용형 (전민투전신)



한편 텐센트의 전민투전신은 설영 영주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비 중심 성장과 캐릭터 중심 성장을 병용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메인과 서브로 나누고, 각각 유형에 따라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거지요.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손오공과 용녀 둘 중 하나를 메인 캐릭터로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 진행에 따라 신장, 수라, 우마왕 등의 72변을 얻게 도지요. 이 72변은 펫과 달리 게임에서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3-4-1. 메인 캐릭터 : 누적이 아닌, 일부 교체를 중심으로 한 장비 중심 성장



우선 메인 캐릭터의 성장을 먼저 보시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장비 성장입니다. 위 스샷에서 보시는 것 메인 캐릭터들은 6개의 장비 슬롯을 가지고 있고,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장비를 이 슬롯들에 끼게 됩니다. 그런데 전민투신전의 장비 성장은 기존 장비를 갈아먹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장비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아이템의 종류, 등급, 레벨에 의해 정해진 고정 스탯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스샷의 갑옷은 방어력 +35가 기본 스탯이군요. 그리고 그 외에 등급에 따라 정해진 갯수의 속성 슬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스샷에선 총 4개의 슬롯이 있고 그 중 하나는 비어있네요. 보통 처음 얻었을 때엔 하나의 슬롯에만 고등급의 속성이 박혀있는데, 나머지 슬롯은 같은 종류의 다른 아이템을 소모해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먼저 대상이 되는 아이템에서 속성을 교체하고 싶은 슬롯을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 비어있거나, 등급이 가장 낮은 슬롯에 '추천' 마크가 붙습니다. 그리고 나서 '세련'을 선택하면 재료가 가진 속성 중 하나가 랜덤하게 선택되어 선택된 슬롯에 넘어옵니다. 어떤 속성을 가져올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등급이 높은 속성이라고해서 확률이 딱히 낮지는 않으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약간의 젬을 내고 취소할 수는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세련을 통해 장비의 성능을 높여나가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련은 해당 장비가 가진 잠재력을 개방하는 성격으로, 장비 자체의 등급이나 레벨을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등급과 레벨이 높은 아이템들이 더 좋은 성능을 지니게 마련이죠. 이렇게 더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선 더 좋은 장비가 드랍되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 얻은 고레벨, 고등급의 장비는 전혀 세련되지 않은 상태로 기본 스탯은 이전보다 좋을 지언정 슬롯의 추가 스탯이 더 나쁘죠.



이런 경우엔 '전이'를 사용합니다. '전이'는 두 아이템의 추가 속성 슬롯들을 서로 맞교환하는 시스템입니다. 위 스샷의 경우, 사기(고대)급 장갑을 전설급 장비로 전이하는 과정인데요, 우측의 전설급 장비가 기본 능력은 높지만 슬롯 스탯이 빈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왼쪽은 그동안 여러번의 세련을 통해 화려한 스탯을 가지고 있지요. 전이를 하게 되면 양쪽의 슬롯 스탯들이 통째로 바뀝니다. 세련과 달리 아이템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노란색의 방어 +50 스탯은 세련을 통해 다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장비 성장은 장비 성장의 상한을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묶어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파밍을 반복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강해질 수 있지만 더 강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다음 레벨의 아이템이 파밍되는 스테이지로 진행해야만 하죠. 그리고 새 아이템이 나왔을 때 기존의 성장을 이어받게 하면서도 그것이 다음 등급의 성장에 큰 보너스가 되지는 않도록 억제합니다. 장비의 파밍에 의한 '끊임 없는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한계'를 두는 매우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구조 자체는 이전 엘소드 모바일에서도 잠깐 봤는데 중국의 PC 액션 RPG에서 종종 보이는 구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구조는 몇가지 단점도 함께 갖고 있는데요, 우선 복잡하고 귀찮습니다. 쿵푸팬더3의 경우 그냥 적당히 아이템이 쌓일 때 마다 강화를 누르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히 강해집니다. 하지만 전민투전신은 장비함을 열어서 각각의 아이템에 대해 세련을 사용하고, 교체할 스탯을 선택하고 랜덤하게 선택되는 결과를 봐야 합니다. 느리고 불편합니다.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할 이유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반대로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은 불분명합니다. 쿵푸팬더3나 HIT / 레이븐의 경우 장비가 계속해서 수직으로 성장합니다. 계속해서 강화하면 어쨌든 결국은 그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공격력 / 방어력을 맞출 수가 있어요. 하지만 전민투전신은 아이템의 성장이 굉장히 불연속적입니다. 더 좋은 스탯을 가지면 전투력이야 올라가겠지만, 어느정도 스탯작을 끝내고 났는데도 전투력이 모자라게 된다면 그 이상 끌어올릴 방법이 마땅찮습니다. 어차피 쿵푸팬더도 뒤 스테이지로 갈수록 더 레벨 /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줘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전민투전신처럼 복잡한 구조를 취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3-4-2. 서브 캐릭터 : 도탑전기의 간략형



반면 72 변의 성장은 완벽하게 도탑전기의 모델을 따릅니다.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릴 수 있고, 경험치를 먹여 레벨을 올릴 수 잇습니다. 각 서브 캐릭터들은 성급과 별개로 색상과 +1 등의 숫자로 표현되는 등급이 있는데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나오는 등급 아이템을 모아서 6개 슬롯을 다 채우면 등급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점수를 분배하는 방식의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플레이어 레벨이 오를 때 마다 포인트를 부여받습니다.


이 72변의 성장이 여타 도탑전기와 다른 점은 등급 / 성급 / 스킬 이 세가지 외엔 다른 성장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72변 캐릭터들은 레벨도 없고, 별도의 장비도 없습니다. 스킬 성장은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가고, 필살기 성장도 그냥 등급에 맞춰 따라갑니다.



3-4-3. 짬짜면과 같은 구조


전민투신전은 위와 같이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에 있어 성장구조를 완전히 분리해뒀습니다만, 왜 이런 복잡한 구성을 취했는지 그 이유는 참으로 알기 힘듭니다. 태극팬더나 쿵푸팬더3 처럼 서브 캐릭터들은 펫으로만 사용해 용법이 완전히 다르다면 이해하겠습니다만, 전민투신전에선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쿵푸팬더3와 같이 최대 3명을 데리고 게임에 들어가 셋 중 하나를 조작하되 조작할 캐릭터를 바꿔가는 구성인데 메인 없이 서브만 세마리 데리고 들어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메인 캐릭터 2종 외에 위 스크린샷에 보이는 5마리가 전부입니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매우 적었던 것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어쩄든 캐릭터가 적다 보니 저 72변 캐릭터들도 가차로 팔지 못하고 그냥 게임 진행에 따라 주고 있습니다. 일단 얻은 뒤엔 각종 컨텐츠를 플레이해 모은 포인트로 상점에서 조각을 사서 성급을 올리구요. 캐릭터를 얻기 전엔 조각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도탑전기가 캐릭터의 갯수가 정해진 IP 기반의 게임을 만들기에 좋은 구조라고 해도, 고작 7개 캐릭터로 도탑전기를 구성할 수는 없었겠지요.


반면 5개라는 숫자는 메인 캐릭터의 장비 중심 성장을 유지하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입니다. 당장 스테이지의 드랍 테이블을 구성하려고만 해도 머리가 아파요. 쿵푸팬더3의 경우, 메인 캐릭터가 3개로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이 스테이지는 포 용 아이템만 나오고 이 스테이지는 사부용만 나온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캐릭터 용 아이템이 드랍되더라도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아이템이 없지요.


하지만 전민투전신의 경우, 캐릭터의 획득 시점이 스테이지 진도에 물려있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얻는 포인트를 계속해서 퍼붓다가 그 포인트가 어느 정도 차면 뿅 하고 새 캐릭터가 추가되는 방식인데 이 중 세명만 사용하죠. 그래서 어느 진도에서 어느 캐릭터를 갖고 있을지,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할 지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쿵푸팬더3 처럼 각각 스테이지가 특정 캐릭터의 아이템만 드랍시킨다고 하면 게임 진행이 매우 곤란할 겁니다.


약간 머리를 써서 파티에 포함된 캐릭터 용 장비만 드랍하는 지능적 루팅을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새로 얻은 캐릭터는 전투력이 낮을테니 플레이어는 새 캐릭터를 얻은 댓가로 다른 캐릭터의 성장을 일부 희생하고 더 드랍이 낮은 던전을 돌아야 할 겁니다. 심지어 그런 부담을 안아도 그 새 캐릭터용 장비가 드랍될 확률은 1/3에 불과하겠죠.


기본적으로는 전민투전신은 IP에 의해 게임 구조가 강하게 제약받은 형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 사이에 비중이 확실히 차이 나고, 서브 캐릭터의 수량이 가차 - 조각 뽑기를 지원할만큼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성장 구조를 끼워맞추려다보니 이런 괴악한 구조가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뭐 액션 자체는 재미있습니다만, 확실히 '키우는' 재미는 덜합니다. 그래서 최근 텐센트 게임 답지 않게 고전하고 있는 거 겠지만요.


뭐 굳이 저런 구조의 장점을 찾자면, 스탯 선택에 의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는 있겠네요. 또는 가차를 사용하지 않고 게임 진행에 따라 소수의 캐릭터를 매우 느리게 획득하는 게임에서 메인과 72변 캐릭터의 성장 구조에 차이를 둠으로써 두 트랙이 별도로 동작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긴 합니다.



3-5. 중국 액션 RPG 게임 - 멀티 캐릭터 강조


지금까지 순위권에 올랐던 주요 액션 RPG 게임들의 성장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의 액션RPG들과 달리 중국의 역시 액션 RPG도 장비 파밍에 의한 성장과 복수 캐릭터에 대한 수집과 성장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여기서 일단 주목할 부분은 장비 성장과 가차의 연결입니다. HIT나 레이븐 등 한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 성장을 수직으로 길게 쌓아올린 뒤에, 가차로 장비를 판매합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가차를 통해 긴 장비 성장의 일부를 뛰어넘을 수 있고, 돈을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꾸준히 장비를 파밍하는 형식이죠. 하지만 장비 성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턴 가차의 매력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같은 돈으로 가차를 뽑는 것 보다 파밍을 도는 것이 더 유리한 지점이 오게 되지요.


아주 오래전에 나와서 가차에서 펫과 장비가 함께 나오는 태극팬더나 캐릭터 수가 너무 적어서 아예 가차를 팔지 않는 전민투전신 같은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장비 성장을 가차에서 분리해버립니다. 뭐 각성석과 같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은 가차에서 꽝으로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비 성장의 메인이 되는 장비의 획득은 가차가 아닌 스테이지로 제한하고 있어요.


이렇게 장비가 가차에서 해방되고 나면 장비 성장과 스테이지 진행을 엮어주기가 수월해집니다. 아래쪽 컨텐츠에서의 지속적인 파밍을 허용하지만 단순히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을 넘어서서 뒤쪽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그 곳의 보상을 받아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는 거지요.


대신 가차로는 캐릭터를 판매하고 있는데 수집의 대상으로써 장비보다 캐릭터가 더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스테이지 진행에 묶여있는 장비 성장과는 별개로 동작하는 성장 축이라는 점에서도 또한 결제할 이유를 제공해주지요. 새 캐릭터의 추가 등으로 플레이어의 진도와 관계 없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 컨텐츠를 횡으로 늘려나가기도 수월하구요. 다만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닌 펫의 형태를 지닌 멀티 캐릭터는 다소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4. 에반게리온 모바일 (신세기 복음전사 Online)


사실 에반게리온 모바일(이하 복음전사)의 성장 구조를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정말 지치는군요. 하지만 이윽고 드디어 마침내 에반게리온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반게리온을 '에바의 스킨을 씌운 도탑전기'라고 표현합니다만, 사실 성장 구조와 자원 수급 구조를 뜯어보면 에반게리온은 전통적인 도탑전기와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드래곤볼과 KOF98UM 사이에도 제법 큰 차이가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사실 저 둘의 차이는 '다름'이라기 보다는 '발전했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4-1. 흐릿한 기본 성장 축


기본적으로 중국 게임들은 굉장히 많은 성장요소들을 탑재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메인이 되는 것은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뿐더러 아침-점심-저녁 등 정기적으로 보급되는 가장 핵심이 되는 자원인 행동력과 교환되는 레벨, 등급, 성급 이 세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성장 컨텐츠들은 모두 일일 제한이 걸려있는 컨텐츠들로부터 유래하는 보조적인 성장 축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스테이지에서의 드랍 구성을 볼 때 복음전사는 이 기본 성장축이 굉장히 흐릿합니다. 일단 아이템을 모아 등급을 올리는 일반 스테이지와 조각을 모아 성급을 올리는 정예 스테이지가 구분되어있지 않고 하나로 합쳐놓았습니다. 각 장은 1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는데, 보스가 올라와있는 저 4가지 스테이지가 바로 정예 스테이지이고 나머지는 일반 스테이지입니다. 정예 스테이지를 일반 스테이지 사이에 끼워넣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닙니다만, 에바는 기본 스테이지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위는 기본 스테이지이고 아래는 정예 스테이지입니다. 기본 스테이지에선 에바 / 파일럿 용의 경험치 포션이 드랍되는데 보스 스테이지에선 경험치 포션에 더해서 캐릭터 조각과 에바 / 파일럿 진화 재료가 떨어집니다. 정예 던전이 기본 던전의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예 던전의 입장 제한을 모두 소모하고도 행동력이 남은 경우가 아닌 이상, 행동력을 기본 스테이지에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복음전사는 도탑전기를 기반으로 등급 성장(진화)에 필요한 아이템을 한 종류로 합쳐놓은 대신 파밍에 제한을 건 형태가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사실은 그것과도 약간 다릅니다. 복음전사는 성급 성장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에바든 파일럿이든 기본적으로 색상과 별의 갯수로 성급이 나눠지는데 (파랑 1성, 보라 1성, 오렌지 1성~4성) 어떠한 경우에도 처음에 정해진 성급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떤 캐릭터든 7성 혹은 그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도탑전기와는 크게 다른 지점이죠. 캐릭터 조각은 성급별로 정해진 갯수를 모으면 완성품으로 교체받을 수 있는데, 이미 있는 캐릭터에 조각을 더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계속해서 중복된 캐릭터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만 보더라도 X22호기가 2개 존재하지요.



게임 초반부엔 이렇게 모인 중복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만, 중간 이상을 지나면서부터 이 중복 캐릭터야말로 성장의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위 스크린샷의 '진계'를 한번 살펴보시죠.  기본적으로 진계는 빨간 육면체(에바용) 혹은 파란 육면체(파일럿용)로 구분되는 진계정체를 소모해서 캐릭터 이름 옆에 붙어있는 +5와 같은 숫자를 끌어올리고 스탯을 더해줍니다. 당연히 진계가 더해질수록 필요한 진계정체의 수량이 늘어나겠죠. 하지만 +4부턴 진계 정체 이외에 진계 대상이 되는 동일한 캐릭터도 1체 이상 요구합니다.



레벨 50이 되면 그때부턴 '각성'이라는 컨텐츠도 생겨납니다. 파일럿은 검은 달, 에바는 흰 달을 소비해서 단계를 끌어올리는 성장 축이죠. 이 역시 일정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중간 중간 동일한 캐릭터를 요구합니다. 스킬은 어차피 다른 성장 컨텐츠에 의해 개방되고, 동기율은 굉장히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게임의 기본 성장은 캐릭터의 확보에 의해 강하게 제한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4-2. 기본 성장축에 걸린 여러가지 제약들


이 구성이 상당히 낯설고 이상한 것은, 기본적인 중국 게임의 유료화 모델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도탑전기로 대표되는 중국 RPG의 기본은 등급과 성급 성장인데 이 두 축은 서로 제약을 주고받지 않는 독립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일단 상대적으로 후한 행동력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등급성장을 가운데 축으로 두고, 돈에 조금 여유가 있는 사용자들은 행동력을 더 사서 등급 성장을 강화하거나 조각 모음에 좀 더 투자합니다. 그보다 좀 더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가차를 통해 조각을 더 많이 모아 성급을 올리죠. 성급을 올리는 데 등급은 관계 없고, 등급을 올리는데 성급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쪽을 선택하든 각 축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면서 플레이어에게 결과를 돌려줍니다. 접근성이 좋은 등급 성장은 일정 레벨을 요구하긴 하지만, 돈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성급 성장은 요구 레벨 조건이 없어, 돈을 퍼부은 사람은 마음 놓고 빨리 키우고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하지만 에바는 핵심이 되는 진계와 각성이 모두 캐릭터에 물려 있습니다. 아무리 진화재료와 검은달 흰 달을 많이 모아도 캐릭터가 없으면 일정 단계 이상 올라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진계와 각성은 레벨에 의해서 또한번 제약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진계 +5단계는 45레벨이 되어야 쓸 수 있지요. 아무리 제가 운이 좋아서 아스카 4성 5장을 얻어도, 일정 레벨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계와 각성에 이 캐릭터들을 쓸 수 없으며 해당 레벨에 도달해도 진계와 각성에 필요한 다른 아이템을 얻지 못하면 역시 중복 캐릭터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4-3. 단계별 갭이 큰 장비 성장



캐릭터의 보유에 의해 진계와 각성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는 장비가 있습니다. 이 장비는 도탑전기의 등급 성장을 위한 패시브 스킬이 아닌, 스탯을 가지고 있고 갈아끼울 수 있는 진짜 장비입니다. 이 장비도 녹색부터 파란색, 보라색, 오렌지색의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등급 내에서도 최대 3가지의 세트가 있어 서로 다른 능력치 배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비 성장 역시 에바 /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색상으로 나타나는 등급은 고정이고 쭉 키워온 저등급 장비를 높은 장비로 끌어올릴 방법은 없습니다. 강화를 통해 각 장비의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는 플레이어의 레벨에 의해 제한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레벨이 올랐을 때 골드를 회수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등급이 고정되어있고 레벨도 이미 한계 레벨에 도달한 상태에선 감마정체를 사용하는 진계를 통해 장비를 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필요한 감마 정체의 수급이 자유롭지 않은데다 장비의 등급이 고정되어있는 상황에서 귀한 감마 정체를 굳이 최고 등급인 오렌지색이 아닌 아이템에 많이 부여하기는 많이 아깝습니다.



뭐 고등급의 장비를 수급하기가 좀 수월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습니다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요. 장비 조각들은 기본적으로 40개씩을 모아야 하나의 장비가 되는데, 스테이지에선 저등급의 조각이 한 둘 떨어질 뿐이라 실제로는 모의훈련에서 얻는 장갑 파편으로 교환해서 얻게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시다시피 가격이 아주 무지막지하지요. 오렌지 등급 장비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해당 장비의 조각이 최대 40개 필요하고, 장갑 파편 40개는 장갑 파편 40000개에 해당합니다. 별 3개짜리 모의훈련을 클리어할 때 얻는 조각이 100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양이죠. 그나마도 오렌지색 장비는 모의훈련에서 별 60개 분의 진도를 빼야 개방되는데, 어느정도 성장하기 전까진 도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뭐 일단 오렌지색 장비를 얻기만 하면 골드 때려박아 레벨 올리고 감마 정체 쏟아부어 진계를 올려 화끈한 성장을 보장합니다만.


4-4. 그나마 꾸준한 조종석 장비 업그레이드



그나마 행동력을 써서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성장 컨텐츠라면 조종석 업그레이드가 있을 겁니다. 에바가 6개의 장비 슬롯을 가진 것 처럼, 각 조종석은 6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있고 각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면 스탯 보너스를 받습니다. 일반 도탑전기의 등급 아이템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각기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레벨은 강화정체를 사용해서 올리는데, 등급별로 한계레벨이 5레벨씩 정해져있어 아이템을 모아 한계 돌파를 해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위 스샷이 바로 녹색+2인 부품을 파란색 +0 부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순간입니다.



이 조종석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들도 행동력을 소모해서 얻습니다만, 모험모드에 사용되는 '전력 电力'과는 별개인 '에너지能量'를 소모합니다. 에너지는 PVP, 항운 등과 함께 도시 순찰에서 사용되는데, 기본적으로는 순찰 1회 당 에너지 2점을 소모해 레벨업에 필요한 강화정체를 얻고, 랜덤하게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 - 시간이 지나면 열리는 보물상자, 사도와의 조우,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전투, 깜짝 상점 - 등을 통해 한계 돌파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습니다. 10 / 20 / 30 / 40 / 50회를 달성할 때 마다 주는 보상 상자도 있군요.


그런데 이 도시 순찰을 통한 조종석 업그레이드는 기본 성장축이라고 보기엔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전력과 함께 기본 행동력을 구성한다고는 하지만 전력과 달리 자연회복분 외에 아침-점심-저녁 정기 방문 이벤트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원을 얻는데 랜덤성이 굉장히 강하죠. 게다가 연속 탐색을 사용할 경우 정해진 차 수 만큼 에너지를 다 소모한 이후에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도 조우나 다른 캐릭터와의 전투는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막상 상황이 발생했는데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기 쉽지요. 뭐 그래도 다른 성장축들 보다는 성장 빈도나 난이도 면에서 훨씬 낫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조종석 업그레이드는 에바나 파일럿에 귀속되지 않고 창고의 에바 슬롯에 귀속되어 어느 파일럿을 써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 매우 큰 메리트입니다. 성급이 완전히 고정된 이 게임에서 에바나 파일럿에 귀속되는 성장 컨텐츠들은 그보다 더 높은 성급의 캐릭터를 얻게 되는 순간 매몰비용이 됩니다. 장비 성장 역시 더 높은 성급의 장비를 얻게 되면 의미를 잃지요. 하지만 조종석은 파일럿을 바꿔도 계속 유지되고 성장시켜둔 레벨이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다른 성장 컨텐츠들과 달리 캐릭터의 성급에 관계 없이 자원을 퍼붓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습니다. 새로 좋은 파일럿을 얻게 되면 위 그림처럼 그냥 갈아태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4-5. 의외로 쉬운 캐릭터 수급


캐릭터 수집 / 육성 게임으로써 도탑전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개인의 기호에 따른 호/오나 캐릭터 성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유/불리는 있을 지언정 기본적으로 키워도 캐릭터의 등급이 완전히 나눠져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어 키워야 할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을 키우기 위해 갈아먹일 캐릭터가 나눠지는 한국 / 일본의 게임과 달리 어떤 캐릭터든 끝까지 성장할 수 있고, 각각의 캐릭터의 성장은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성장 컨텐츠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구성되어있지요.


하지만 에바는 캐릭터의 성급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키워도 될 캐릭터와 아닌 캐릭터를 구분짓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된 성장 컨텐츠들이 모두 같은 캐릭터를 소모하도록 되어있어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요.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캐릭터 수급과 성장이 매우 빡빡한 게임으로 보입니다만, 실제 게임 자체가 그렇게까지 빡빡하진 않습니다.



일단 성급이 낮아서 육성할 가치가 없는 캐릭터들은 '회수'를 통해 생명체라는 화폐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더 높은 등급을 얻어 쓸모가 없어진 장비 또한 장비 파편으로 교체할 수 잇지요. 이미 육성한 캐릭터들을 갈아버릴 경우엔 육성에 들어간 자원을 얹어주긴 하는데 보통 들어간 양의 절반 정도입니다.



이렇게 회수를 통해 얻어낸 생명체는 상점에서 캐릭터 조각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상점엔 총 9개의 상품이 랜덤하게 배치되고, 각각의 상품은 젬 혹은 생명체 중 하나 랜덤하게 요구합니다. 원하는 캐릭터 조각이 없다면 목록을 갱신하면 되는데 타 중국 게임과 달리 목록 갱신이 굉장히 너그럽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갱신횟수를 다 쓰면 갱신할 때 마다 20젬씩(혹은 그 이상)을 소모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갱신 횟수가 100회 이상 남아서 돈을 주고 갱신할 일은 없습니다.


아스카와 비스트 모드 2호기를 제외한 4성 에바 / 파일럿은 상점에 올라오지 않습니다만, 3성 캐릭터들은 모두 이 상점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캐릭터나 조각이 드물게 나오는 다른 게임의 가차와 달리 무료 가차라도 무조건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무과금 유저들도 하루 5+3번 제공되는 무료 가차로 얻는 캐릭터들을 갈아서 원하는 3성 캐릭터들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젬을 사서 가차를 돌린 과금러들은 더더욱 가차로 나온 꽝들을 갈아서 더욱 쉽고 빠르게 3성 캐릭터들을 모으겠죠. 3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4성 캐릭터들로 게임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에바는 상당히 힘겨운 게임이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약 한달 정도 플레이했는데, 상점에서 얻은 아스카 / 비스트 2호기를 제외한 4성은 레이와 8호기 단 둘 뿐입니다. 에바든 파일럿이든 캐릭터 하나로는 +3 단계가 한계이기 때문에 이미 전력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계죠.



4-6. 가차 중심 게임의 중국적 변용


사실 에바를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과 달리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탑전기와 같은 멀티 히어로로 구성하기에는 의미있는 캐릭터가 너무 적지요. 드래곤볼만 하더라도 무려 46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물론 여기엔 런치나 야지로베처럼 원작에선 큰 의미가 없었던 캐릭터들도 섞여있습니다만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반면 에바는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굉장히 적습니다. 에바만 해도 영, 초, 2호기 기본에 극장판에 등장한 2호기 개, 2호기 비스트, 8호기, 9호기, 13호기 정도가 고작입니다. 파일럿은 더욱 적어서 아스카 신지 레이 마리 카오루에 타자 마자 죽을 뻔한 토우지를 포함해도 고작 6명이죠. 아무리 설정상의 이유를 갖다 붙여 신지의 클래스메이트들을 파일럿 후보군으로 밀어넣고 각종 에바 시제기들을 창조해서 밀어넣는다고 해도 원작에 아예 등장하지도 않은 이들 캐릭터들이 지니는 가치는 매우 떨어집니다.


어차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되고, 그나마도 A급과 B급이 완벽하고 뚜렷하게 갈라지는 경우라면 억지로 도탑전기의 틀에 끼워넣기 보다는 처음부터 성급을 구분해서 될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에 집중시키는 구조도 그렇게까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차상위에 해당하는 3성급을 다소 여유있게 공급함으로써 무과금 / 저과금러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면요. 그래서 에바를 하고 있다 보면 도탑전기라기 보다는 가차를 폭발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무과금 / 저과금러도 조금 수고를 들여 얻은 5성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확밀아를 플레이하는 것과 유사한 인상을 받습니다.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가차에서 대박이 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다만 도탑전기에 기반한 타 중국게임은 물론, 가차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일본 게임과 비교해도 가차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큰 단점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낮은 확률을 뚫고 최고 등급의 캐릭터를 얻어도 1장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당장 도감을 채우는 재미는 있겠지만, 계속 키워서 게임을 하려고 보면 1장 만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게다가 가차를 아주 열심히 돌려 같은 4성을 여러장 얻어도 얻는 족족 그대로 밀어넣지 못하고 다시 진계나 각성을 먼저 키워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플레이어에게 이득이 돌아오지는 않지요.


기본적으로 도탑전기는 소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게임입니다. 얼마를 쓰겠다고 마음 먹어도 쓴 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무 / 소 / 중 / 고과금 유저들이 아주 폭넓게, 자기가 쓸 수 있는 형편 만큼 분포하고 있어죠. (물론 최상위 고래들이 엄청나게 써주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에바는 소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혀졌습니다. 그냥은 도달할 수 없는 4성 캐릭터는 가차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주지만, 낮은 확률과 높은 중복 요구 때문에 아주 작정하고 달리는 사람이 아니고선 가차의 매력은 더 떨어집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이정도 시간을 쓴 다른 게임들은 - 나루토나 드래곤볼 - VIP 10레벨 이상을 찍었지만 에바는 VIP 7레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돈을 써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낌없이 쓰겠습니다만, 가차 말고는 딱히 돈을 쓸 구석이 보이지 않아요. IP 파워나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 딱히 성투사성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순위에서 차이가 나는 건 바로 이 과금 유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5. 정리

이제까지 살펴본 중국 모바일 RPG들의 특성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KOF98UM과 드래곤볼, 성투사성시 중생은 오소독스한 도탑전기에 가까우나 드래곤볼은 이전보다 성장의 빈도와 접근성을 높여 도탑전기의 장점인 끊임없는 목표 제시 / 달성과 빠른 피드백을 극대화한 디자인입니다. 성투사 성시는 드래곤볼보다는 KOF98UM에 가까우나 관문으로서의 스테이지와 파밍 스테이지를 구분해 밸런싱 난이도를 줄였구요.


한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 파밍에 의한 성장을 굉장히 중시하는 반면 중국의 액션 RPG들은 장비외에 캐릭터의 수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태극 팬더나 쿵푸팬더 3의 경우, 복수 캐릭터를 '펫'으로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쪽이 더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단, 펫으로 수집시키든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수집시키든 일단 캐릭터를 수집시키기로 마음 먹었으면 장비는 가차에서 과감히 제거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사조 영웅전 3D나 나루토의 경우, 기본 도탑전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액션 RPG를 얹었습니다만, 다른 액션 RPG들은 나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장비 성장도 강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뭐 그래도 나루토 만큼 성공한 액션 RPG는 없었다는 것이 함정입죠.


에반게리온은 가차에 의한 캐릭터의 수집을 매우 강하게 강조해서 기존의 도탑전기류 게임과는 이질적인 구성을 보입니다. 캐릭터가 부족한 IP 특성상 도탑전기 모델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으리라고 예상되는데, 4성으로 도배해야 속이 풀리는 최상위 유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지요.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최근 중국 차트에서 2위에 오른 음양사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음양사는 캐릭터를 바로 갈아먹이고 블소의 보패 같은 아이템을 끼울 수 있는 등 기존의 도탑전기와는 이질적인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에반게리온에 더 가까운 구조겠네요. 어쩌면 중국 RPG 디자인이 도탑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블소 모바일도 한때는 1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6. 다시 한번 광고


이전에 에반게리온 모바일 소개글에도 광고를 붙였는데요, 에바 모바일 글이 별로 인기가 없어 다시 한번 광고합니다.


2015 년에 이어 2016년 IGC(인벤 게임 컨퍼런스)에도 참여합니다. '중국 모바일 게임과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10분 발표합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렸던 나루토,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등 다양한 게임을 재료로 중국 모바일 게임의 디자인 사례를 한국 게임들과 비교하면서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보았습니다. 무려 90슬라이드짜리 대작입니다. 중국 게임 디자인에 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IGC에 참가 신청 하셔서 제 발표도 보시고 나중에 QnA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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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발표 정리 기사

2015년 IGC '스마트 모네타이제이션' 강연 영상


by 고금아 2016. 9. 27. 09:11

최근 차트에 진입한 게임 중 전민투신전과 설영영주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둘 다 레이븐, HIT 와 같은 액션 RPG 게임이죠. 물론 RPG의 메타게임은 도탑전기로 완성된 중국식 non-MMO RPG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전에 나루토를 소개하면서 소탕 시스템이 이전 세대인 KOF98UM이나 도탑전기 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  시스템 조차도 어느새 구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소탕 시스템에 대한 변천을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출시 순서대로 KOF98UM -> 나루토 -> 드래곤볼 및 전민투신전 순입니다.


1. KOF98UM


국내에는 가장 최근에 들어온 도탑전기류 게임이죠. 오리지널 도탑전기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 게임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좋은 교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 기준으로는 이미 출시한지 1년이 넘은 게임으로, 지금은 KOF98UM이 도탑을 개선한 것 이상으로 뒤쳐진 게임입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교보재이기도 합니다.




소탕에 대한 UX 기본 흐름은 동일합니다. 우선 현재 수량이 부족하지만 추가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곳엔 +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눌러보면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타나고, 여기서 바로가기를 눌러 해당 던전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오고, 던전엔 소탕 버튼이 있습니다. 1회 10회 50회 원하는 횟수를 클릭하면 해당하는 횟수 만큼 돕니다. 소탕권의 제약을 없애고 소탕을 기본 시스템 화 함으로써 행동력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행동력 가격에 누진제를 붙여 중과금 유저들에게서의 매출 효율을 높이고 고과금 유저들에게 가차의 매력을 높여주는 기존 도탑 전기 구조를 완성한 것이 KOF98UM의 놀라운 진화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아이템이 얼마나 필요해서 이 던전에 왔는지에 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소탕이 진행되는 동안 원래 얻고자 했던 아이템을 얼마나 얻었는지는 표시해줍니다. 하지만 단지 표시만 할 뿐 소탕 진행은 계속 유지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저는 자수정 보석 5개 필요했지만 10회 소탕을 한 결과 9개를 얻었습니다. 4회분은 행동력을 낭비한 셈이 되겠죠. 만일 50회 소탕을 눌렀다면...


사실 위에서 빨간색으로 강조한 부분들은 KOF98UM을 플레이할 당시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설명할 후배 게임들에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불편함으로 인식됩니다.



2. 나루토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나루토입니다. 올해 초에 출시되었죠. KOF98UM과는 6개월 가량의 텀이 있습니다.


 역시 기본 구조는 KOF98UM과 동일하게 채워넣을 아이템에 + 마크가 표시되고, 누르면 필요한 아이템과 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스테이지 목록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 부터 진화를 보여줍니다.



우선, 플레이어를 던전 화면으로 보내지 않고, 기존 UI 상에서 바로 소탕 기능을 이전의 아이템 화면 위로 불러내버립니다. 기존에 던전 화면으로 보내는 게임들은 UI / UX 흐름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일한 '뒤로' 버튼인데 보통은 누르면 메인로비로 가지만 아이템 메뉴를 통해 왔다면 아이템 메뉴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끔은 또 이게 꼬여서 메인으로 가기도 하는 등등이죠. 나루토는 과감하게 소탕 메뉴를 오버레이로 처리해버려서 이전 단계인 아이템 메뉴가 뒤에 비쳐보이고 이 소탕 메뉴만 지움으로써 쉽게 이전 단계로 돌아갑니다.


또한 화면 내에 어떤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하는지, 현재까지 몇개 모았고 몇개를 더 모아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표시됩니다. 플레이어는 저 정보를 바탕으로 5회 소탕을 할 지 1회 소탕을 할 지 선택하게 되지요.



3. 드래곤볼 용주격투


나루토로부터 다시 4개월 뒤에 출시되었습니다. KOF98UM이 약간의 리듬액션 게임 요소를 넣고, 나루토가 액션 을 강조한 반면,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철저하게 도탑전기의 전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시작은 동일합니다. 필요한 아이템을 누르면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목록이 나옵니다.


역시 나루토와 마찬가지로 소탕 UI를 팝업 형식으로 이전 UI 위에 띄웁니다. 그런데 소탕 버튼은 1, 10, 50회 3가지인데 아까 나루토에서 칭찬했던, 필요한 아이템의 종류와 수량을 표시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퇴보한 걸까요?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시스템의 진보로 해당 정보를 출력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50회 소탕을 눌러 보죠.


자동 소탕을 진행하면 어떤 아이템이 핵심인지, 해당 아이템이 몇개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 몇개나 모았는지 표시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요한 만큼 다 모으면 자동으로 소탕을 멈춰줍니다. 그래서 절대로 행동력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죠.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50회 소탕 누르면 끝입니다. 50회 눌렀는데 다 못모았다.. 그럼 다시 한번 50회 소탕 누르면 되지요.




4. 전민투신전


7월 말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뭔가 주인공 PC는 정통 RPG 처럼 진짜 아이템을 갈아끼는 형식인데 추가 NPC들은 도탑전기식으로 성장하는 괴악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플레이 중인데 아직 구조가 잘 파악되지 않는군요. 어쨌든, 여기서 도탑처럼 성장하는 부분을 보도록 하죠.




아이템 클릭하면 얻을 수 있는 던전 목록이 나오는 등은 동일합니다.



아쉽게도 스테이지 선택 화면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에 UI가 가끔 꼬이거나 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UI 잘 보시면 소탕 횟수를 선택하는 버튼이 없습니다. 큼직히 [체력으로 소탕] 버튼이 있고 왼쪽에 [자동 소탕]을 선택할 수 있는 체크 박스가 있지요.



말 그대로 입니다. 자동 소탕을 키고 소탕을 누르면 해당 아이템을 다 모으거나 체력이 다 될 때 까지 그냥 자동으로 쭉 소탕합니다. 횟수를 고를 필요 조차 없습니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다 알아서 진행됩니다.




5. 진화의 흐름과 속도


KOF98UM에서 소탕권을 기본 시스템 화 하고, 나루토에선 필요한 아이템의 갯수를 표시해주며, 드래곤볼에선 아예 필요한 아이템을 다 모으면 소탕을 멈춰주더니 전민투신전에선 아예 회차도 선택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 소탕시켜 줍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아이템을 모으고 성장하는 재미일 뿐, 이미 3성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다시 시간을 들여 클리어 해야한다거나 거기서 아이템을 몇개 모아야 할지 기억하고 몇번을 소탕해야 결정하는 것은 재미도 게임성도 아닌 그냥 불편사항이고 이를 최대한 삭제해서 유저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고 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많이 받도록 하는 것이 쭉 이어져오고 있는 흐름입니다. 사실 소탕 시스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컨텐츠에도 위와 같은 흐름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는 n성과 n+1성 사이에 단계를 추가한다거나, 스킬 포인트를 1분에 1점씩 차게 하는게 아니라 그냥 레벨만 오르면 바로 레벨 한계와 골드가 허용하는 만큼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변화가 단 1년 사이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루토나 드래곤볼을 해보지도 않고 그냥 도탑전기에다가 IP만 씌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엄청난 착각입니다. 서든이나 오버워치나 똑같은 총질 게임이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IP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부 게임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IP만으로 잘 될 것 같으면 반다이의 드래곤볼 도칸은 왜 순위가 그꼬라지겠습니까.


그러니 중국 쪽 시장을 노린다거나 중국 게임을 벤치마킹 한다면 이미 낡아버린 도탑전기나 KOF98UM을 보실 게 아니라 가능한 최신 게임을 해보시고 차이를 느껴보셔야할 겁니다. 어차피 중국 게임들은 글자 몰라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by 고금아 2016. 8. 6. 17:44

최근 드래곤볼 용주격투를 플레이하는 중,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카드 단위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합성하는 일본계 카드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는 조각을 단위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죠.

성급 

조각 단위 (조각의 수)

 필요 당첨 수

 3

 60

 1

 4

 80

 2

 5

 100

 4

 6

 125

 6

참고로 도탑전기류의 가차는 일반적으로 10연가차시 온전한 캐릭터 하나를 보장하는데, 그래서 뽑힌 캐릭터가 이미 있는 캐릭터일 경우는 일정 갯수의 조각으로 전환해줍니다. 드래곤볼의 경우 21장으로 바꿔줍니다. 그래서 한 캐릭터의 성급을 올리기 위해서 가차에서 해당 캐릭터에 당첨되어야 하는 횟수는 계속 증가합니다.

이와 같이 같은 캐릭터를 서로 누적시키는 성급(星級) 성장에 있어서 재료가 되는 아이템의 양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절망할 정도로 캐릭터의 당첨 확률을 낮추지 않아도, 아니 플레이어가 기분 좋을 정도로 당첨 확률을 높여 놓아도 실제로 해당 캐릭터의 성급을 끝까지 성장하기는 어렵도록 유지할 수가 있지요.

그런데 이 성급 성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정 단계 이상을 지나면 요구 조각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성장의 주기가 급격하게 길어진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중국 시장은 한국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인내력이 낮습니다. 주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 설령 그게 HP 1점씩 오르는 거라고 해도 - 목표를 상실하고 이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성급 성장 외에 등급 성장 (흰색 -> 녹색 -> 녹색+1 -> 녹색+2...)이나 아이템, 스킬 등 다양한 성장 컨텐츠를 병렬로 배치해 어느 한 축의 성장 주기가 늘어지더라도 다른 성장 축에서 성장 피드백을 주도록 배치하고 있지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컨텐츠는 성급 성장이기 때문에, 성급 성장의 주기가 길어지고 사용자가 성급 성장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 그렇게 달가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드래곤볼은 성급 성장 시스템을 살짝 비틀어서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우선 첫번째는 성급 성장에서 각 성급 사이에 중간 단계를 설치한 것입니다. 좌측 스샷의 무천도사를 보시죠. 화면 상단엔 별 5개 중 2개가 차있는데 그 아래엔 별 7개 중 4개가 차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아이콘엔 별 4개가 떠있지요. 이 무천도사는 기본적으로는 4성입니다. 4성에서 5성이 되기 위해선 캐릭터 조각 100개가 필요하지요. 기존의 도탑류 게임에선 0개를 모았을 때 부터 99개를 모았을 때 까진 캐릭터에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완성이 눈에 보이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딱히 조각을 더 모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은 0개에서 100개 사이를 20개 단위로 쪼개놓았습니다. 매 20개를 모을 때 마다 성장을 하도록 구성했죠. 그래서 저 무천도사는 4+2/5성이 되는 거지요. 우측의 초사이어인 오공은 4+1/4성인 거구요.

이 구조는 성급 성장의 기본적인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피드백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진다거나 목표가 너무 멀어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는 단점을 완화시켜줍니다.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줌으로써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목표를 잘게 쪼개서 던져주는 것은 텐센트 게임의 최근 추세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최근엔 '도감' 시스템을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하게 캐릭터의 조합에 의한 보너스를 부여해서 특정 캐릭터들을 수집 육성하게 하는 장치는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손오공의 경우 베지터를 갖고 있으면 A 스킬을, 크리링을 가지고 있으면 B 스킬이, 무천도사가 있으면 C 스킬이 언락되는 식이었죠. KOF98UM의 숙명과 유사합니다.

도감은 비슷하게 캐릭터들을 일정 그룹으로 묶어두고 다 같이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만, 보유에 더해 성급 성장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캐릭터를 보유할 수록, 그 캐릭터들의 성급이 높을 수록 속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PVP에서 선공 여부를 결정하는 '속도'는 상위 랭커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속성이죠. 그래서 저과금 / 초보 유저들에겐 그냥 성장 컨텐츠가 하나 늘어난 것 뿐이지만 상위 랭커들에겐 주력으로 상요하는 최강의 카드 6장을 최고로 키우는 것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수집하고 육성해야 할 - 돈을 써야 할 -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상단의 저 보물 상자와 막대 그래프.. 캐릭 하나 1성 오를 때 마다 진도가 차오르고 진도가 얼마 이상 차오르면 보상을 줍니다. 정말 구석구석 꼼꼼하게 촘촘하게 보상을 걸어둡니다.

최근 검색해보니 블소 모바일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사실 시스템 면면을 따져보면 블소 모바일은 도탑전기 모델에 굉장히 충실합니다. 하지만 그 모델이, 그 시스템이 추구하는 재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 정말 큰 패착이었습니다. 중국 유저들은 플레이하는 재미가 아니라 키우는 재미로 플레이한다는 거죠. 뭐 사실 RPG류가 다 그렇긴 합니다만, 한국이 효과가 크면 주기는 길어도 버틴다는 멘탈리티인 반면 중국은 조금만 지루해도 퓨즈가 나가는 개복치 멘탈입니다. 그래서 성장의 피드백 주기를 가능한 짧게 가져가고, 가능한 빨리 당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던져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드래곤볼이 도탑전기 류 RPG의 성급 성장에 가한 이 개량은 작지만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by 고금아 2016. 5. 19. 04:03

오늘 소개할 게임은 드래곤볼 용주격투 입니다. 이번주에 막 출시되어 지금 중국 내 매출 5위를 찍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드래곤볼 폭렬격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중국 게임 치고는 특이하게 세로 스크린을 쓰고 있으며 타이틀 화면부터 스토리텔링 까지 굉장히 유사합니다. 심지어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쏴서 운석을 깨부수는 가차 연출까지도 굉장히 비슷해 보이지요.



하지만 알맹이를 까보면 폭렬격전과는 전혀 관계 없는, KOF98UM에 드래곤볼 스킨을 씌운 모습입니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시죠.


정말 KOF98UM을 세로로 돌려놓은 구성이죠. 플레이어도 몹들도 3X2 행렬로 배치되고 앞 행의 3명부터 데미지를 받습니다. KOF98UM과 달리 플레이어가 아무런 입력을 하지 않아도 전투는 알아서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캐릭터의 기가 찼을 때 필살기를 써주는 정도입니다. (물론 자동 키면 그 마저도 알아서 돌아갑니다.) 플레이어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선 사실 블소 모바일과 유사한 형식이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훨씬 템포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외에 특정 캐릭터 조합을 가지고 있으면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는 부분은 KOF98UM에서도 선보였습니다만, 용주격투는 거기에 더해서 당장 파티 안의 캐릭터들이 조합에 의해 각 캐릭터가 공격할 때 다른 캐릭터가 도와주는 합체 공격이 발동되기도 합니다. 위 스샷의 경우, 크리링은 무천도사, 손오공, 18호까지 세명의 캐릭터를 추가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반면 사탄이나 셀 주니어 같은 경우는 아무에게도 지원 공격을 못합니다. 이 합체공격 때문에 KOF98UM 보다는 파티 구성에 있어서 약간의 전략성이 더해집니다.


 

 

눈에 띄는 컨텐츠로는 드래곤볼 모험 모드가 있었습니다. 주사위 굴려서 진행하다 보면 가위바위보나 에네르기파 대결 등과 같은 미니게임도 나오고 그러다 드래곤볼을 모으면 소원을 빌 수 있는 모드입지요. 드래곤볼의 컨셉을 잘 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성급 성장 시스템에서 약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도탑전기류 게임에서 캐릭터 조각을 계속 끌어모아 캐릭터의 별 갯수를 늘리는 성급 성장은 가장 성장의 효과가 크지만 가장 주기가 긴 성장 컨텐츠였습니다. 위 스샷 보시면 인조인간 18호를 4성에서 5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무려 100개의 조각이 필요하다고 나오죠. 하루에 조각 3개씩을 얻을 수 있다고 쳐도 33일이 걸립니다.아득하죠. 애초에 저빈도 고효과의 컨텐츠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100개를 모두 모으기 전까지 1개부터 99개까지는 캐릭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이 대륙 유저들의 개복치 멘탈엔 또 가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용주격투에선 다음 성급까지 필요한 조각 갯수를 일정 단위로 쪼개서 중간 단계에서도 약간의 성장을 주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 4성이 5성이 되려면 조각 100개를 20개 단위로 쪼개서 5 단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4성과 5성 사이에 4.2성 4.4성 4.6성 4.8성이 존재하는 식이죠. 그래서 조각을 모두 완전하게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조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개복치가 죽지 않도록 관리해줍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성급 단위를 엄청 많이 만들고 성급 간에 필요한 조각의 수를 줄이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20개 단위로 1성씩 올라오고 한 20성 30성 까지 두면 되지 않느냐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별 갯수는 굉장히 불연속적인 큰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스탯도 크게 오르지만 스킬이 새로 열린다거나, 캐릭터 그림이 바뀐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주 큰 변화인 것이죠. (위 오공의 경우 1성일 땐 꼬마 오공이었는데 2성 되니 청년 오공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분 성장은 주기가 길어졌을 때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레벨인 것이죠.


기본적으로 도탑전기 기반이긴 합니다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도탑전기보다 발전된 디자인이 다수 존재합니다. KOF98UM만 해도 도탑전기 끝판왕인 줄 알았는데, 텐센트의 연구는 끝이 없어 보이는 군요.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도 상당합니다. 스크린샷으로 보면 그래픽이 좀 구려보이고 어색해보입니다만 실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이제 텐센트는 어떤 IP로도 아주 양질의 RPG 게임을 마구 양산해낼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by 고금아 2016. 4. 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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