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에도 쓴 글입니다. 아마도 관련된 토론은 (발생한다면) GDF에서 계속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파판14 같은 경우는 한 캐릭터가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스킬과 아이템 세팅을 바꾸면 굳이 부캐를 키울 필요 없이 한 캐릭터로도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하죠.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플레이했던 구간을 부캐로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만렙 찍은 뒤에도(혹은 성장 구간 중에) 여러 직업을 꾸역꾸역 올려가는 것이 크게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그렇게 한 캐릭터에 여러 직업을 대응시키기 보다는 한 캐릭터에 하나의 직업만을 부여하고, 그 외의 직업은 부캐를 통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부캐는 유저가 필요해서(심심해서) 즐길 뿐, 게임 내부에서 어떤 보상이나 페널티를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화 시킨 사례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캐에 적극적으로 보너스를 부여함으로써 부캐를 키우는 플레이 자체를 게임에 안착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 - 가문 시스템

스타워즈 구공화국(이하 구공온)에서 캐릭터가 전체 성장곡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되면 자신의 가문(리거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가문은 캐릭터와는 별개로 가문 자체의 레벨이 존재하고 경험치를 쌓아서 가문의 레벨을 올리게 되죠. 해당 계정의 모든 캐릭터들은 그 가문의 일원이 되고, 이 캐릭터들이 경험치를 얻을 때 마다 가문에도 일정량의 경험치가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기엔 이 가문 레벨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구현중인 상태였죠. 뭐 EA / 바이오웨어에선 곧 구현된다고 했지만 다들 가문이 구현되기 전에 그만둬버렸기 때문에 노예 출신의 시스 인퀴지터와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바운티 헌터와 제국군 정보부의 외계인 요원을 같은 가문으로 묶는 걸 보니 과연 스타워즈 스케일이라는 정도의 단상만을 남겼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온 김에 2년만에 접속해보니 그 가문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진 않고, 자잘하지만 어쨌든 부캐가 핵심 엔드 컨텐츠인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성장, 동료, 여행, 편의라는 네가지 카테고리와 그에 부속된 다양한 보너스들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장비를 수리해주는 드로이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배치되어있네요. 이 외에 탈것을 좀 더 이른 레벨에서도 탈 수 있게 해준다거나, 경험치 획득량을 높여준다거나 뭐 이런 보너스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보너스들에는 상위의 보너스가 존재하는데 위의 드로이드 호출의 경우, 수리 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쿨타임을 줄여준다거나 유지 시간을 늘려주는 형식입니다. 하위의 보너스를 먼저 갖고 있어야 상위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지요.


이 보너스들은 사실 캐릭터에 귀속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르텔 코인(현금)으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머니로도 구매할 수 있지요. 단, 카르텔 코인과 달리 게임머니로 구매하기 위해선 각 보너스가 요구하는 것보다 가문 레벨이 더 높아야 합니다. 가문 레벨이 높으면 원하는 보너스를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을 쓰면 가문 레벨에 관계 없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모습이 가문 시스템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유료화 모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장치이긴 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와 그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직접 지불하고싶지는 않아하는 유저의 저항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현금을 쓰지 않고 보너스를 받기 위해 가문 레벨을 올리고자 마음먹는다면 다시 월정액 결제나 캐릭터 슬롯 추가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지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사실 구공온에서 부캐 키우기가 엔드컨텐츠가 된 것은 기획 의도였다기 보다는 기획의 실수에 기인합니다. 한번 훑고 지나가는 성장 구간을 엄청난 고퀄인데 비해 엔드컨텐츠는 양으로나 질로나 매우 빈약하니 만렙 찍고 할 게 부캐를 키우는 것 뿐이었죠. 게다가 이 게임은 2개 진영 4개 클래스가 모두 다른 메인 스토리를 매우 고품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캐를 키우는게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의 경우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굴리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게임입니다. 실제 수익 모델 자체도 캐릭터 판매가 주된 수익원이죠. 그래서 다른 게임이나 구공온과 달리, 이 게임은 작정하면 2일 내에 성장구간을 끝내고 엔드 게임에 돌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사주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를 좋아한다거나, 옆에서 보니 좋아보인다는 개인적인 감상 외엔 여러 캐릭터를 사모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히어로가 2가지 씩의 시너지 버프를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25레벨에서 열리고 다른 하나는 50레벨에서 열리죠. 예를 들어 블랙 위도우가 25레벨이 되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않은 적에게 2% 추가 데미지 효과가 생겨납니다. 50레벨에서도 2%가 열려 합치면 총 4%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헐크는 최대 HP 상승,  휴먼 토치는 광역 스킬 데미지 상승 등 각 히어로들의 개성에 맞는 효과가 부여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5레벨과 50레벨에서 얻는 보너스가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언맨은 25레벨에선 장거리 데미지 보너스, 50레벨에선 에너지 데미지 보너스를 줍니다. 싸이클롭스는 25레벨에서 에너지 데미지, 50레벨에선 경험치 획득량 보너스를 주지요.

그리고 각각의 히어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최대 10명으로부터 이 시너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렙은 커녕 25레벨도 많지 않은 가난한 쪼렙이야 뭐 되는대로 다 켜고 있습니다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히어로가 10명이 넘게 된다면 각각의 히어로별로 가장 좋은 조합을 선택해야하죠. 블랙 위도우가 주는 버프는 직접 붙어서 싸우는 헐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긴 사거리로 멀리서 쏘는 호크아이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반대로 토르가 주는 근접 데미지 증가 효과는 호크아이에게 도움이 못되겠지요. 그래서 시너지를 받을 10명의 히어로 덱을 구성하고, 이 덱을 구성하기 위해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메타게임이 됩니다.


가문 시스템의 한계와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의 성과

게임의 성격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공온의 가문 시스템은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단계적으로 열어갈 뿐, 그 안에 어떠한 선택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지요. 게다가 가문 시스템에서 얻는 보너스들은 계정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캐릭터별로 적용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수리 드로이드는 이미 65레벨 본캐에서 언락을 했지만 저 1레벨 캐릭터에서도 사용하려면 다시 게임머니나 현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들인 노력에 비해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메타게임은 고사하고 부캐를 키울 동기 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현질할 보람도 없습니다.) 보너스들을 계정 적용으로 바꿨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겁니다. 혹은 가문의 레벨을 요구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 포인트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바꾸거나요.

부캐는 사실 구공온보다 마블 히어로에서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은 히어로를 판매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이 각기 개성이 뚜렷한만큼 각 유저들의 호불호도 갈려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히어로는 굳이 구매하고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선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던 히어로들도 습득하고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버려지던 컨텐츠들의 효용이 상당히 올라갔죠. 

만약 이 시스템이 히어로를 루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초반에 도입되었다면 이 시스템은 유전고렙 무전쪼렙을 유도하는 것으로 욕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10분에 한번씩 떨어지는 토큰을 모아 히어로와 교환받게 된 이후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으로 한정지으면서 캐릭터를 20개 30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고 이 10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히어로 시너지 시스템 만으로 마아블로가 다시 부흥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by 고금아 2013. 10. 11. 18:59

루리웹에 가보니 구공온에 대한 간략번역본이 있더군요.

조금 더 자세히 번역해보겠습니다.





GDC 2013 : 스타워즈 구 공화국(이하 구공온)의 힘겨웠던 시작과 부분유료화 전환


- 개발 전 상황

- 경쟁자는 이미 자리잡았거나,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상황

- MMO에서 검증된 적 없는 엔진을 라이센스[각주:1]

- 브랜치 구조를 지원하지 않아서 한달간 새 빌드 없이 간 적도 있다고

- 출시 1년 전만 해도 한 존 당 10명 밖에 수용하지 못함

- 개발팀 300명! (원래 바이오웨어 인원수의 3배!)


- 기본 기능 구현에 고생함

- 경매장 만드는데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을 투입해 4달 걸림

- 채팅, 길드, PVP 등 기본 기능이 2011년까지 계속 개발중이었음

- 그 결과 시간 부족으로 혁신을 이루지 못함

- 브랜치 구조 때문에 제작비 폭등 - 음성 녹음보다 훨씬 비쌈


- 시작은 좋았다.

- 불안요소들

- 엔드게임 컨텐츠가 충분치 못했다

- 소셜 기능들도 누락되었다.

- 테스트 인원이 적었다.

- 어쨌든 발매와 동시에 150만 카피 판매

- MMO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린 게임


- 몰락의 시작

- 2012년 1윌이 되면서 컨텐츠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소모됨

- 160시간으로 4개월 정도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1달만에 소진됨

- 첫 달이 끝나자 1/3 (약 백만)의 유저가 게임을 끝냄

- 이 유저들에게 남은 컨텐츠는 오퍼레이션(인던) 1개 뿐.

- 그나마 파티 검색 시스템도 없었다.

- 첫 패치에서 PVP를 내놓았으나 결정적인 버그가 있었음

- 여론을 주도하던 팬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 폭포수처럼 번짐

- 구독자 증가가 둔화되더니 아예 감소하기 시작

- 4월에 패치를 내놓았지만 인구가 적은 서버들을 합치지도 않았고, 여전히 파티 매칭 시스템 없음

- 5월, 구독자가 130만까지 감소. 구조조정 시작.

- 6월에 드디어 파티 매칭 도입 + 서버 통합 시작

- 하지만 구독자는 계속 감소

- 그리고 바이오웨어의 공동창업자들인 레이 무지카와 그렉 제스쳑이 은퇴함


- 2012년 11월 부분유료화 전환

- 업데이트 주기 단축

- 기존 이용자와 새 이용자들에게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했음

- 부분유료화 모델 속에 향상된 월정액 플랜과 카르텔 마켓(유료템샵) 추가.

- 11월과 12월 사이에 구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

- 유저가 늘어서 로그인 큐가 다시 나타남

- 카르텔 팩이 유저들에게 먹혔다.

- 랜덤 아이템을 구매하고, 제약없이 되팔 수 있다. (캐릭터 귀속이 없음)

- "아이템을 얻기 위해 팩에 수백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하더라도, 되팔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

- 그리고 커스텀 의상이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림


- A New Hope

- 현재 서구에서 두번째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MMOG

- 부분무료화 전환 후 200만개의 계정이 새로 생성도었고, 매일 수천명씩 늘고 있음

- 카르텔 마켓은 EA의 소액결제 시스템 중 가장 큰 규모 - 엄청난 수익을 낳고 있다.

- 엔드게임은 더 탄탄해졌고 더 작으면서도 민첩한 팀이 됨


- 향후 계획

- 곧 출시할 Rise of the Hutt 확장팩을 시작으로 몇개의 확장팩들을 포함한 향후 몇년간의 계획을 밝힘

- "여러분들이 MMORPG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라이센스에 집중해서 말이죠."

- 그리고 바이오웨어의 MMO 스튜디오는 이제 EA가 준비중인 다른 MMO들의 핵심에 위치.






참 힘들게 개발했군요.

그나저나 부활은 상당히 믿기 힘들긴 합니다만, 랜덤 아이템은 흥할만 하기도 하단 말이죠..


  1. HeroEngine으로 출시한 게임은 구공온과 Faxion Online. 단 두 작품 뿐. 후자는 2011년 5월에 출시해 8월에 서비스 종료.. http://massively.joystiq.com/2011/08/24/faxion-online-closing-the-doors-of-heaven-and-hell/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30. 09:04

스타워즈 : 구공화국(이하 구공온[각주:1])의 괴상한 Free-To-Play(이하 F2P) 모델을 보면, 얘들이 F2P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부분 유료화'와 F2P의 단어가 지닌 미묘한 차이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다.

부분 유료화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기본적으로 무료이되, 일부가 유료로 제공된다는 뜻이 된다. 기본적으로 무료라는 말은 곧 게임의 기본적인 핵심 기능은 무료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유료로 제공되는 기능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한, 플러스 알파의 성격을 띄게 된다.

해외에선 이에 상응하는 모델을 Free-To-Play라고 일컫는데, 단어상으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즉, 유상 서비스가 기본이고 이 중 일부가 무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월정액제를 기본으로 유지하되 (엄청난 제약이 있지만) 무상으로 플레이 할 수도 있고, 개별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공온의 케이스도 Free-To-Play 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부분유료화는 F2P로, 또한 F2P는 부분유료화로 번역될텐데 사실 구공온의 F2P는 부분유료화라기 보다는 부분'무료화'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많은 수의 해외 개발사들은 부분유료화로 번역될 수 있는 F2P 형태로 서비스 하고 있다. 즉, 부분무료화 정책은 그냥 EA와 바이오웨어의 삽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와 과금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서 기반한다고 볼 수도 있다.

EA와 바이오웨어의 본고장인 북미의 경우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돈을 내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물론 프리웨어는 제외). 그리고 일부 게임들이 기능이 제한된 버전을 무료로 배포하고 돈을 내고 이 기능 제한을 푸는 쉐어웨어로 제공되기도 했다. (사실 둠도 쉐어웨어였다. 그 이전의 울펜슈타인3D나 커맨더 킨도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월정액제 게임이라도 무료로 다운받고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 특히 북미에선 - 패키지를 구매해야만 계정을 만들고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수 있다. 구공온의 경우도 60달러[각주:2]짜리 패키지에 1개월 쿠폰이 들어있었으며 이후 매 월 15달러짜리 쿠폰으로 구독을 연장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클라이언트 설치하고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특전이 되고, F2P를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부분 과금이 아닌, 온전한 게임에 대한 월정액 과금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게임은 공짜로 하는 것이었고, 게임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행태였다. 그리고 일찍부터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게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무상 플레이에 대한 요구치가 해외보다 훨씬 높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이번 구공온의 부분유료화 병크는 패키지 게임 유통사인 EA가 온라인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재앙이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적 차이 측면에서 바라볼 구석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MMORPG를 패키지 + 쿠폰으로 판매하는 모델 조차도 EA가 세운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들에게 '서비스를 판다'는 개념은 매우 생소할 것이다.


-덧-

여담이지만 2008년 겨울에 EA 본사쪽의 고위 게임 디자이너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부분유료화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에 이런일이!'의 스탠스였다. "너네 나라에선 진짜로 게임을 공짜로 다운 받고 접속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게 사실임? 언빌리버블!! 그럼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데? 아바타 아이템을 판다고? 그게 말이 됨? 당장 손에 잡히는 박스가 있고 디스크가 있는 패키지 게임엔 한푼도 안쓰면서 만져볼 수도 없는 아바타의 옷을 사는데 돈을 쓴다고?"


  1. 사실 원제인 Star Wars : The Old Republic 어디에도 '온라인'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왠지 국내에선 구공온이라고 불린다.. [본문으로]
  2. 모던 워페어 등 트리플A급 게임과 같은 가격이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1. 4. 21:36

원래 관련해서 블로그를 쓰는 중이었으나 Gamasutra에 좋은 글이 올라와 GG치고 요약 번역본 공유합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 클릭)

The Burning of Star Wars: The Old Republic


1. 구공온의 F2P 스킴 - 월 $56을 내고 공짜로 할래? 월 $15 내고 정액사용자가 될래?
1-1. 무료 이용자들에겐 별의 별 시시콜콜한 제약이 다 걸려있음.
1-2. 심지어 UI 툴바 갯수 까지도 제약이 걸림.
1-3. 이 제한을 모두 푸는 데엔 월 $55.84가 소모됨. 이렇게 써도 캐릭터는 2개 뿐.

2. 결국 이 정책의 핵심은 월정액 사용자를 많이 받겠다는 것임.
2-1. F2P를 그냥 공짜로 풀면 많이 할거고, 그럼 이 게임의 재미에 홀딱 반할 것이고, 결국 월정액 결제를 할 거라는 순진한 계획.
2-2. 애초에 이 게임의 문제는 스토리 보고 나면 돈 내고 더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2-3. 뭔가를 더하지는 않고 그냥 제약만 걸어두면 돈을 낼거라고 생각하나?

3. 무료 이용자에게 안먹히는 이유
3-1. 할 거라곤 성장구간 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돈을 안내면 고통스러움.
3-2. 돈을 안내면 퀘스트 보상 아이템도 사용할 수 없음.
3-3. 돈을 안내면 퀘스트 만으로는 레벨링이 안되어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함.
3-4. 보통 이러면 안하고 만다.

4. 기존의 정액 이용자들까지도 엿먹임.
4-1. SWTOR의 구독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빈약한 엔드게임 마저도 유저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는 것.
4-2. 그런데 무료 이용자들은 돈을 안내면 좋은 장비를 낄 수도 없고, 돈을 안내면 엔드 게임도 즐길 수 없음.
4-3. 기존 정액 이용자들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음.
4-4. 돈내고 했던 게임, 남들이 공짜로 한다는 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덤.

5. 과거 결제 경험자 협박까지 함.
5-1. 과거 정액 결제를 했던 사람들한텐 부분 유료화 안내 메일이 옴.
5-2. 사실상의 협박임. 다시 정액 결제를 하면 카르텔 코인(제한을 푸는 캐쉬)을 주지만 안하면 캐릭터 지워버리겠음!

6. F2P의 기본이 안되어있다.
6-1. F2P의 핵심은 무료 이용자들 때문에 유료 이용자들이 더 플레이하고 더 지불하게 하는 것.
6-2. 정액 구독자들에겐 계속 구독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야 함.
6-3. 유료 이용자와 무료 이용자가 같이 섞였을 때 지불의 이유가 발생하지만 구공온은 완전히 반대로 감.

7. 너무 촉박하긴 했다.
7-1. 애초에 정액제 모델로 만든 게임을 F2P로 하는게 쉬운게 아님. 디자인하고 구현할 시간이 촉박하긴 했다.
7-2. 그래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충분히 있었다. (갬블박스 같은 것.)

8. 결론 - 망했어요.

by 고금아 2013. 1. 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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