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가을 세일 기간 동안, 평가가 좋다는 말에 덥석 사버린 Gone Home 감상입니다. 원래는 리뷰를 쓰고 싶었습니다만, 누군가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리뷰 할 도리가 없군요.



게임은 1년여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케이틀린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자동 응답기에 늦은 밤 도착하고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탈테니 마중나올 필요 없다고 메시지를 남기긴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커녕 아버지도, 여동생도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틀린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Gone Home은 위와 같이 케이틀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마우스 이동과 WASD 키를 사용해 FPS 게임 처럼 자유롭게 집 안을 이동할 수 있고, 원하는 곳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거나 닫거나 물건을 집거나 보는 등의 모든 행위는 마우스 클릭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사실 이게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사실 이 Gone Home을 게임으로 보아야하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물건을 줍고 소지품을 사용한다거나,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을 푸는 등의 모든 게임 플레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널려있는 메모나 노트를 보는 것이 유저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물론 중간 중간 잠겨 있어 지나갈 수 없는 문과 같은 장애물도 존재합니다만, 이들은 모두 이동의 결과로 그냥 열립니다.

등장 인물 없이 노트나 메모만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스토리 텔링은 이미 시스템 쇼크 2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Gone Home에서 노트와 메모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용자가 스토리를 유추하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메모를 건드리면 난데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금 이 집에 있지 않은 다른 등장인물의 독백을 재생되고 메모는 이 독백을 보충할 뿐이죠. 사실 이 독백이 상당히 생뚱맞기 때문에 주인공이 혹시 싸이코메트러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게임플레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스토리텔링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선 To The Moon과 비교되긴 합니다만 To The Moon은 유치하나마 미니게임 퍼즐이라도 있었던 반면, Gone Home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미니 게임을 떼놓고 보자면,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라는 점은 동일하지요. 그리고 To The Moon이 3인칭 시점에서 대사와 연출로 그 스토리를 전달한 반면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어떠한 연출 없이 독백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뚜렷한 차이입니다.

게임플레이를 떠나서 과연 Gone Home이 제공하는 경험은 만족스러운지를 본다면, 좀 애매합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조금 신선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스토리 자체의 스케일이 작고, 너무 단조롭습니다. 좀 신파긴 하지만 To The Moon의 스토리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작고 간단한 일로 시작해서 반전과 큰 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반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죠. 스토리 자체도 누구나 코끝이 찡해질만큼 서정적이면서 또한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구요. 하지만 Gone Home은 그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중반부에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결말에 이르러선 허탈해집니다.

게임으로든,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로든 $19.99는 폭리입니다. 플레이시간이 80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요. 하지만 $5 이내로 구입하실 수 있다면 뭐 VOD로 그냥저냥한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즐길만은 합니다.


by 고금아 2013. 12. 5. 02:42

GDF에도 쓴 글입니다. 관련 토론은 아마도 GDF에서 이어질 지도 모릅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배틀필드4(이하 배필4)와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이하 고스트)가 출시된지 약 20일 정도 지났네요. 처음엔 배필은 역시 배필이고, 고스트는 역시 콜옵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평가가 좀 바뀌었습니다. 배필은 역시 배필이지만 고스트는 콜옵 치곤 좀 이상하다 정도루요.

뭐 싱글은 콜옵 맞습니다. 오밀조밀하게 짜여진 스크립트들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처럼 요란한 씬들을 구성하는 한편, 우주정거장이나 개와의 싱크로, 헬리콥터와 탱크 조종 등 중간 중간 새로운 경험들이 제공됩니다. 그런데 사실 싱글은 튜토리얼일 뿐, 우린 멀티 하려고 콜옵을 사지요.

그런데 멀티가 상당히 불쾌합니다. 분명히 콜옵은 콜옵인데 이전 모던 워페어 시리즈 만큼의 재미가 없어요. 새로운 맵과 새로운 무기들에 적응이 될 되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계속 해봐도 확실히 재미가 떨어집니다. 기본 요소는 콜옵 그대로인데 말이죠. 이걸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스트의 멀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콜옵 멀티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간직하고 있지만 그 콜옵 멀티가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발전된'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말이죠.

우선 가장 기본적인 맵을 한번 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콜옵의 멀티플레이 맵들은 서든 어택 처럼 고정된 기지를 지니는 대칭 구조가 아니라 비대칭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지가 없기 때문에 맵 곳곳에서 랜덤하게 스폰되지요. 사실 콜옵의 멀티가 재미난 이유의 90%는 바로 이 비대칭 구조 + 랜덤 스폰에서 옵니다. 대칭에 집착할 필요가 없으니 구석 구석 다양한 재미를 주는 레벨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정된 스폰 포인트가 없으니 고정된 동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캠핑이 힘듭니다. 대칭구조 맵에선 '이 곳을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캠핑하지만 콜옵에선 이 확신이 없지요. 그리고 전자는 뒷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항상 뒷치기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대신, 콜옵의 맵들은 좀 더 크고 단순한 구조를 지닙니다. 맵이 큰 대신 스프린트 속도가 빨라서 조우 빈도는 높습니다. 그리고 고저는 있지만 일부 건물의 2층 정도를 제외하면 입체적인 구조물이 적고, 또 이렇게 내려다보는 장소는 모두 2중, 3중으로 뒷치기에 노출됩니다. 또한 야외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구조물들로 인해 시야를 조절합니다. 넓고 짧게 보이거나, 좁고 길게 보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콜옵의 멀티 플레이는 여타 다른 FPS 게임들에 비해 굉장히 캐주얼합니다. 어찌 보면 술래잡기라고 느껴질 정도루요. 이게 콜옵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의 핵심 비결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스트는 여기에 좀 더 게임 디자인 적인 기교를 부렸습니다.

고스트의 맵들은 콜옵의 맵들보다 좀 더 입체적입니다. 공간을 2~3개 층 정도 쌓아놓은 구조물이 많습니다. 기존 콜옵을 할 땐 미니맵에서 그냥 적의 위치만 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적의 위치 외에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맵이 입체적이다 보니 이 고저차를 이용한 플레이가 상당히 강조되어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또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사격하는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죠.

또한 빛과 그림자에 의한 명암 효과도 이전 시리즈보다 두드러집니다. 이전엔 기본적으로 맵 자체의 조도가 일정했습니다. 실내 / 실외의 밝기 차이도 심하지 않았구요. 하지만 고스트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명암 대비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같은 실외라고 하더라도 그림자에 숨어있으면 잘 보이지 않고, 또한 실외에선 실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내에서 실 외로 나갈 때 HDR 효과도 강합니다.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고저차의 활용이나 명암 대비에 의한 은폐효과 등은 보다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유도하면서 결과적으로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니 최소한 (주력은 이미 다 떠났지만) 인피니티 워드는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쾌해졌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하면 결국 캠핑 플레이가 나오니까요.

이전까지 콜옵 멀티의 재미는 단순하고 명쾌한 것에 있었습니다. 특히 죽음을 굉장히 쉽게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였죠. 딱히 숨을 곳도 없고, 숨는다고 유리하지도 않기 때문에 스나이퍼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캠핑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조우하니 보통은 총을 맞아도 정면에서 사격자를 바라보면서 맞고,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 아니까 랜덤 스폰해서 금방 그곳으로 달려가 복수를 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고스트는 다릅니다. 높고 어두운 곳에서 숨어있으면 일단 적에게 발견되기도 힘들고, 발견된다 한들 피아 식별에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이전작들보다 넓고 길기 때문에 접근하는 공격자보다 대기하고 있는 캠퍼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리고 맵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다시 리스폰 된 뒤에 원래 위치로 돌아가긴 커녕, 당장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힘듭니다. 그렇게 헤메면 이번엔 다시 다른 캠퍼를 만나서 사냥당합니다.

특히 저같은 SMG 개돌러들은 그냥 고기 과녁이 되어버렸죠. 캠핑 포인트에서 이미 에임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소총이 에임들어가는 사이에 조준 없이 힙으로 먼저 쏜다는 SMG의 장점이 그냥 완벽하게 사라졌거든요. 그리고 언급한 것과 같이 시야가 넓고 길어진 것도 한몫 하구요.

레벨 디자인 뿐만 아니라 메타게임 디자인도 발전했습니다. 모던 워페어 2 까지만 해도, 특정한 종류의 총을 많이 쓰면 같은 종류의 다른 총이 언락되고, 새로 언락된 총을 많이 쓰면 도트 사이트나 소음기 같은 부착물이 언락되고 위장무늬가 언락됩니다. 그리고 많이 하면 PERK(장전 속도 증가, 레이더에 탐지 되지 않음과 같은 패시브 스킬들. 최대 4개 까지 장착 가능합니다.)들도 언락되고 뭐 그런 식이었죠.

고스트의 메타 게임은 다소 방식이 다릅니다. 레벨이 오르거나, 플레이를 잘하거나 하면 스쿼드 포인트라는 코인을 얻게 되고, 무기나 부착물 등은 이 코인을 소모해서 언락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코인을 소모하지 않으면 어떤 무기나 부착물도 언락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코인이 충분하면 한번에 무기와 부착물 등을 여럿 언락할 수 있습니다. 모던3에선 새 총을 먼저 언락한 뒤에 이 총으로 또 한두시간 플레이를 해야 이 총에 도트 사이트를 달 수 있었지만 고스트에선 한방에 그냥 총 언락하고 도트 사이트도 달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PERK는 특정 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언락이 되고, 코인을 쓰면 바로 언락이 됩니다.

이전엔 언락하는 행위 자체는 게임플레이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부착물 달려면 좀 더 오래 플레이해야 하니 가끔 극복의 대상이긴 했지요. 언락해놓은 총기 / 부착물 / PERK / 킬스트릭 등을 어떻게 조합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군장을 꾸리느냐가 메타게임의 게임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언락하는 행위 자체도 게임플레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무장이나 방어구를 먼저 풀 것인지, 특정한 PERK를 코인으로 먼저 풀 건지 등에 대해서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거지요.

PERK의 편집도 보다 강화되었습니다. 이전엔 4가지 종류별로 1개씩의 PERK를 골라서 장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젠 각 PERK마다 1~3점의 점수가 분배되어있고 총합 8점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PERK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메타게임을 강화해서 재미있어졌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게 아니니까 문제죠. 일단 언락에 대한 성취감 자체가 줄었습니다. 이전엔 설령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카모 패턴을 얻고, 부착물을 얻고, PERK를 얻는다는 성취감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코인으로 지급하게 되니 내가 무언가를 언락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냥 온라인 FPS에서 게임머니 조금 얻은 기분이에요. 특히 코인 지급 시점도 좀 애매한 것이, 이전 콜옵의 메타게임에서 장비와 부착물의 언락은 레벨과는 또 별개로 돌아갔습니다. 레벨업 하는 동안에 중간 중간 이것 저것 언락되어서 레벨업 과정에서도 성취감을 줬는데 코인은 이게 좀 애매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어느정도 주는 건 맞는데, 그 중간에도 주긴 해요. 그런데 이게 언제 지급되는지가 좀 애매합니다. 이전엔 무기에도 숙련도가 있고 매 세션이 끝날 때 마다 무기에 대한 숙련도 진행상황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레벨 사이에 코인 지급 기준은 불분명합니다.

콜옵의 메타게임이 위대했던 것은 세션 단위로 진행되는 FPS 게임에서,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게임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동기부여라는 거죠. 하지만 고스트의 메타게임은 이 동기를 전혀 제공하지 못합니다. 월탱의 메타게임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고생고생해서 높은 티어의 전차를 하나 언락하고 나면 당장은 기쁘긴 한데 업글이 없어서 또 게임이 힘들어집니다. 그거 붙잡고 또 업글하고 살만해지면 다시 높은 티어의 전차를 얻는 식으로 계속 플레이를 유도하죠. 콜옵의 메타게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새 총 하나 언락하면 다소 불편하지만 그거 들고 열심히 뛰어서 도트 사이트 붙이고, 소음기도 붙이고 또 그러다가 새 총 언락되면 써보고 이런 식으로 꾸준히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고스트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요.

이렇게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반응성도 이전보다 떨어집니다. 이전엔 세션과 세션 사이의 인터미션에서 잽싸게 커스텀 메뉴로 가서 방금 언락한 총이나 부착물들을 장착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아니 당연했지요. 그런데 메타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커스텀에 시간이 많이 들어 이젠 아예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인터미션에서 군장을 꾸리는 것이 힘듭니다. 그러니 언락에 대한 성취감은 더더욱 떨어지지요.

고저차와 명암 대비를 사용한 전략적인 플레이, 보다 유저 선택의 폭을 넓힌 메타게임. 개개로 보면 분명히 이전보다 발전된 게임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콜옵은 단순한게 매력인 게임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여기다가 게임플레이를 얹어놓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면서 게임은 오히려 이전보다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니, 사실 불쾌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속담이 영어엔 없었던 걸까요?

그러고보면 반대로 게임 후의 결과 화면은 쓸데 없이 줄여놓았습니다. 원래 콜옵은 게임이 끝난 후에 별 시시콜콜한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했습니다.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 "가장 높은 곳에 위치"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가장 많이 죽임" 아무리 게임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소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다시 한번 게임에 뛰어들 동기를 제공했죠. 그런데 고스트는 이 마저도 없습니다. [자세히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안보입니다. 이건 도대체 왜 뺀 걸까요?

by 고금아 2013. 11. 27. 03:25

매스 이펙트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매스 이펙트3 최후의 싱글플레이어 DLC '시타델'이 발매되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아놔 섀도우 브로커만 아니었어도 시리즈 내내 이렇게 DLC에 탈탈 털리진 않았을텐데...'


플레이 타임은 약 4시간. 뭐 그럭저럭 할만은 하다. 그런데 이게 1200MP[각주:1] 한화 2만원돈 이라는 건 말이 안된다!! 게다가 이 절묘한 가격은 MP 판매 단위 사이를 스쳐지나가기[각주:2] 때문에 남은 MP가 없으면 실 지출은 24000원에 육박!!!!!!


가격이나 뭐 이런걸 다 떼고 봤을 경우, 마치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처럼 액션과 음모와 유머가 잘 섞여있다. 유머만 놓고 봤을 땐 DLC는 물론 본편보다 낫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이전의 본편과 DLC들과는 괴리감이 들 정도. 그 외에 시리즈의 영웅인 앤더슨 제독[각주:3]이나, 나머지 멤버들의 색다른 일면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래도 이걸 1200MP나 받으면 도둑놈 심보지...


여하튼 요약하자면

스 이펙트 시리즈의 DLC는 전부 가성비가 꽝!

시타델 역시 가성비 꽝!

단, 매스 이펙트 2의 '섀도우 브로커' 이건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음.

또하나 추천하자면 매스이펙트3의 '리바이어선' DLC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엔딩의 이해를 도움. (그러게 엔딩을 좀 잘 만들지..)

하지만 난 전 시리즈의 전 DLC를 다 샀을 뿐이고...



  1. XBOX360에서 추가 컨텐츠를 구입하는 화폐 단위. 1MP = 약 16원 [본문으로]
  2. 판매 단위가 500MP - 1000MP - 2000MP - 5000MP - 6000MP. 1200을 맞추려면 500MP+ 1000MP 이렇게 구매해야한다. [본문으로]
  3. 게임 시리즈에선 큰 활약이 없지만, 매스 이펙트 세계를 다룬 소설 시리즈는 앤더슨이 주인공이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7. 01:53

뭐.. 길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RPG 쯔꾸르 XP로 만들어졌으며 짧은 어드벤쳐 게임이다. 퍼즐이라 할 것도 없고 사실상 스토리만 따라가면 된다. 스토리만. 이 게임(사실 고전적 게임론에 따르면 이건 게임도 아니겠지만)의 매력은 바로 이 스토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만일 그 꿈을 이룬 것으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분들이 기억을 조작해 편안한 마음으로 소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억을 조작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서 적절한 지점에서 기억을 바꾸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번 의뢰인이 이루지 못한 꿈은 달에 가는 것. 하지만 본인도 그 이유는 모른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 의뢰인의 인생을 되짚어가면서 - 그가 왜 달에 가고 싶어했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계속해서 과거로 과거로 이야기를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선 메멘토와 유사한 구조이기도 하다. 메멘토와는 달리 굉장히 따뜻한 - 약간은 중2스럽기도 한 - 멜로물이긴 하지만.

어쨌든 엔딩을 보고 나면 코끝이 찡해질 감성적이고 잘 만든 이야기다. 한글 지원되며, 현재 스팀에서 50% 할인해서 $4.99에 판매중인데, 이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by 고금아 2012. 12. 21. 14:33

풀 리뷰는 엔딩을 본 후 올릴 예정입니다. 일단은 간단한 감상만.

1. 유니코드 문제에 주의
그래픽 설정이 user.ini에 저장되는데, ANSI 텍스트로 저장되면 읽어들이지 못해 무조건 최저사양으로 구동되는 버그가 있음.(2바이트 문자 쓰는 아시아권 언어 윈도우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듯). 해당 파일을 유니코드로 저장하고 읽기전용으로 세팅해야.

2. 그래픽 쩌는데 개적화.
윗쳐1도 최적화가 안되어있어서, 발매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음.
윗쳐2도 최적화가 잘 된 것 같지는 않음. (i5 750 + RADEON HD 5850으로 하이옵에서 1920X1080 30프레임 겨우 확보.)
하지만 그래픽은 완전 쩔어줌. 실내 들어갔다 나올 때 HDR 효과도 쩔어줌. 그리고 게임 자체가 30프레임만 뽑아주면 플레이하는데 무리가 있지는 않음.
19금 장면의 퀄러티는 쩔어주는 그래픽 덕분에 정말로 강력해졌음.

3. 전투 시스템이 병맛.
윗쳐1에서도 뭔가 어정쩡한 액션감을 넣더니 2에서도 여전함. 직접 애들을 치고 때리는 액션 전투인데도 타겟팅한 적이 아니면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음. 그렇다고 오토타겟팅이 잘 되는 것도 아님. 그래서 일대일 전투는 다소 싱겁고 일대다 전투는 짜증남. 점프도 없고 블록도 불편해서 결국 닷지로 굴러서 피해야하는데 전투 공간이 협소해서 자꾸 걸리적거림.
보스전도 화려하긴 한데 내부를 까보면 눈물남.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 보스전의 정석인데 여기는 그런거 없음. 덤으로 괴물의 촉수를 잘랐는데 이 촉수에 다리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맞아죽는 병맛도 터져나옴.
담당 기획자 얼굴 한번 보고싶음. 죽빵을 날려주고 싶어.

4.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배려가 부족함.
CD Projekt가 패드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아마도 콘솔 멀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함. 인벤토리/저널 이런 메뉴를 ESC 세이브/로드/옵션이랑 같이 나오게 만들어놓아 인벤토리 열 때 마다 몰입을 방해함(물론 매스이펙트도 마찬가지지만 매스이펙트의 저 UI는 게임 안에 녹아있는데 반해 윗쳐2의 UI는 게임으로부터 유저를 분리하는 느낌임. 스샷은 풀 리뷰에서.). 드래곤 에이지처럼 퀵 메뉴 있는데 여기에 정작 자주 쓰는 인벤/저널 없는 것도 불편하고, 인벤토리도 패드로 조작하기 불편함.
진짜 병맛 크리는 조작 방법을 패드/키보드 선택할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한쪽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음. 불릿 스톰이 최근 입력에 따라 패드/마우스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참고해야 할 듯. 그리고 어떤 메뉴에선 아날로그로 항목 전환이 되는데 어떤 메뉴에선 십자키로만 가능하고, 어떤 메뉴에선  A로 선택하는데 어떤 메뉴에선 X로 선택하고 이런 병맛이 많음.

5. 어쨌든 그래도 재미는 있음.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되었어도 100점 만점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니 전투 시스템이 평균만 갔어도 95점 줄만한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85점 정도가 한계일 듯. 하지만 85점이면 상당히 높은 점수임.

by 고금아 2011. 5. 23. 13:50
2007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Mass Effect. 삼돌이 전용이라 자데제국 처럼 2년 뒤에 컨버전 되기만을 기다릴 뻔 했으나, 색룡님의 지원 덕분에 요즘 플레이 중이다. 이 자리를 빌어 색룡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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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PS + RPG
구공단은 확실히 잘 만든 게임이었고, 베스트 셀러였다. 바이오웨어의 작품들에서 구공단의 냄새가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자데제국에서는 구공단의 엔진에 실시간 액션 전투를 덧붙이더니 (지네들 말로는 새로 짠 엔진이라고 하지만) 매스 이펙트에서는 구공단 엔진에 FPS를 결합시켰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명색이 RPG인 만큼 쉽게 쏠 수 있고, 또 장비나 특수 능력의 사용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있다. FPS와 RPG의 결합은 이미 바이오쇼크(사실은 시스템쇼크)와 DEUS EX 등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이건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2. 그 외 구공단과 비슷한 요소들
전투와 관련된 부분은 구공단에서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비슷하다. 일단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레벨업에 맞추어 같이 레벨업 되는 부분이나 자동 레벨업을 지원하는 부분 등은 구공단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는데 그대로 옮겨왔다. 파티를 3명으로 제한하고 전체 일행 중 필요한 인물만 꺼내 쓰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구공단처럼 자유롭게 파티 멤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상 누군가가 합류할 때 마다 파티를 고르는데, 이건 나중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기 업그레이드도 지원한다.

3. 쾌적한 플레이
로딩은 정말 쾌적하다. 씬이 아예 바뀌는 경우를 제외하면 따로 로딩하는 부분이 없고, 맵 이동하다 새로 에어리어를 읽어들여야 할 때엔 잠시 Loading 마크가 뜨는데 이 경우에도 단 1초면 로딩이 끝난다. 하드디스크 없이 DVD-ROM에서만 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경이적이다. Witcher 가 이정도의 로딩을 보였다면 분명 나한테 후한 점수를 얻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투 없이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로딩이 빠른 덕분에 짜증이 덜난다.

아직 초반부라서 자세한 소감을 쓰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재미나게 하고 있다. 무척 재미있다. 일단 나머지는 레포트 쓰고 나서 계속.
by 고금아 2008. 1. 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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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질 스타일을 바꾼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주인공이 칼질하는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느리지만 강한 공격, 빠르지만 약한 공격, 주위에 적들을 한꺼번에 때리는 공격. 이건 나름 신선할 뻔 했는데, 너무 작위적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류의 시스템에서는 일단 적을 보고 어떤 스타일로 때려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놈이니까 세게 때려야겠구나, 작고 빠른 놈이니까 빠르게 때려야겠구나.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때리고 페널티는 개인 기량으로 메우든지.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세게 때려야 할 넘이랑 빠르게 때려야 할 넘을 그냥 봐서는 구분할 수 없다. 일단 마주치면 스타일 바꿔가면서 때려본 뒤에 아 이넘은 세게 때려야 하는구나 라고 알아내고, 그 다음부터는 그넘이 나오면 무조건 세게 때리면 된다.


2. 타이밍 맞춰서 콤보

적을 때리면 잠시나마 커서 색이 오렌지 색으로 바뀐다. 이때 다시 적을 클릭하면 콤보가 들어간다. 이것도 나름 집중력을 요구하면서 색다른 시도이긴 했는데, 문제는 애니메이션이랑 그다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한 클릭에 한방이 아니라 한 클릭에 두세방이 나간다. 그러니 타이밍을 맞춰 클릭을 해도 이전에 하던 동작에 이어서 그냥 공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 호쾌하게 쫓아가서 때린다는 맛이 없다. 이놈의 전투가 디아블로처럼 액션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략성이 강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이 콤보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 전체에 걸쳐 문제가 된다.


3. 극악의 로딩.

리뷰 사이트들 보면 스토리가 죽인다는 둥, 연금술 시스템이 괜찮다는 둥의 좋은 평가가 많은데 난 잘 모르겠다. 연금술 하려다가 게임 접었으니까. 나름 게임의 핵심 요소를 경험하지 않고 게임을 논하는게 이상한가? 그러니까 풀 리뷰가 아니라 단상이다. =_=; 여튼, 게임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극악의 로딩 때문이다. 로딩이 정말 길고, 정말 자주 나온다. 사실 네버윈터나이츠2도 로딩이 길긴 한데, 그래도 윗처 만큼은 아니었다. 이건 뭐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고, 3분 플레이하고 1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잦고 긴 로딩은 몰입도를 깎아먹으며 나처럼 신경질적인 꼰대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4. 이게 올해의 RPG라고?

숨겨진 수작이라느니, 올해의 RPG 후보라느니. 평가가 좋았기에 기대가 컷었는데 개인적으로 대실망.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범작 정도인 게임이 이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RPG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디아블로가 이른바 '정통' RPG들을 몰아내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디아블로 클론도 찾기 힘들다. '정통 파티 기반 턴제 1인칭 던전 RPG'를 사랑하는 대표이사도 이미 2001년 이후로 희망을 버리고 3인칭이라도 좋으니 턴제만이라도 굽신굽신, 실시간이라도 좋으니(사실 좋지 않음) RPG 만이라도 굽신굽신 거리는 상태이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캐릭터를 좀 키우면 이렇게 뽀대나게 싸울 수 있다는데, 저기까지 가고 싶지 않더라.

by 고금아 2008. 1. 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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