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소개

지난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부2부에서 캐릭터를 가챠로 획득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끝없는 한정된 수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수직 성장을 추구하는 도탑전기류 게임과 끊임없이 추가되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수평성장을 추구하는 수집형 RPG는 서로 다른 구조와 BM을 가짐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텐센트가 IP를 내세워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며 그 디자인을 가다듬고있는 반면, 텐센트 외의 회사에선 수집형 RPG의 모델을 시험중이라고도 말씀드렸죠.

2018년 차이나조이를 전후로 텐센트에선 3종의 수집형 RPG 게임을 출시하였습니다. 세 게임 모두 IP에 기반하고 있지만 도탑전기류 모델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수집형 RPG를 추구하고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게임명(한)

게임명(중)

공식 홈페이지

iOS

AOS

PC(에뮬)

 요신기

 妖神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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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투사성시(텐센트)

 圣斗士星失(腾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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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문고 크로싱 보이드

 电击文库:零境交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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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을 누르시면 해당 게임의 포스트로 연결됩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APK 다운이 안될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AOS 다운받기 메뉴를 찾아주세요)


1부와 2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3. 전격문고 크로싱 보이드

세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전격문고 크로싱보이드 电击文库:零境交错 입니다. 일본의 인기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전격문고의 각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소재로 한 대전 게임인 전격문고 파이팅 클라이막스 이그니션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새롭게 제작한 모바일 게임이죠. 발매전부터 화려한 라인업과 미려한 그래픽으로 화제가 되었던 게임입니다.


3-1. 대전 게임을 기반으로 만든 턴제 전투

일단 가장 먼저 궁금해하실만한 전투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전격문고는 2부에서 살펴보았던 성투사성시(텐센트)와 마찬가지로 각 캐릭터가 자기 차례가 되면 액션을 하는 턴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일단 영상만으로 보았을 땐 격투게임에서 온 호쾌한 타격감과 캐릭터성을 잘 드러내는 화려한 스킬 연출이 눈에 띌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전투는 성투사성시와 마찬가지로 제법 깊으며 재미있습니다.


전투에 참가하는 파티는 전열 / 중열 / 후열 이렇게 3개조로 나뉩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을 마주보는 구도이기 때문에 맨 오른쪽의 키리노 조가 전열입니다. 그리고 각 조는 메인 캐릭터 1종과 서브 캐릭터 1종을 배치하게 되는데, 메인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전투의 전면에 나서고 서브 캐릭터는 필요할 때에만 잠깐씩 등장합니다. 키리노 조에선 키리노가 메인, 옆에 있는 이름 모를 남자는 서브입니다. 아예 SUB 라고 적혀있지요.


매 턴이 시작되면 각 슬롯의 속도에 따라 차례가 정해지고, 차례가 되면 각 슬롯의 유닛들이 행동을 하게 됩니다. 좌측의 3개는 메인 캐릭터의 스킬이고 오른쪽 첫번째는 서브 캐릭터의 스킬, 마지막은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의 상성이 맞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콤보 스킬입니다.

성투사성시의 경우는 스킬의 대상을 수동으로 직접 지정해야했습니다만, 전격문고의 경우는 스킬에 효과와 대상이 함께 정의되어있습니다. '적 전체에게 공격력의 172%의 데미지를 입힌다.' '전열의 적에게 75%의 데미지를 입히고 기절시킨다' '아군 모두에게 매턴 최대 HP의 15%를 회복시키는 버프를 3턴간 부여한다'는 식이죠. 성투사성시가 속박, 빙결 등과 같은 특징적인 스킬들로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냈다면 전격문고는 이 스킬의 대상 / 효과 조합을 통해 개성을 살려냅니다. 전체 공격 특화, 전열 공격 특화, 후열 공격 특화, 힐러 등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고, 속성이나 직업 메타 없이도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할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버프 / 디버프에 대한 공방 또한 전격문고 전투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격문고의 각 스킬들은 직접 때려서 데미지를 주는 것 외에도 방어력을 깎고 공격력을 올리고 출혈 데미지를 일으키는 등의 버프/디버프가 다양하게 존재하며 그 효과 또한 막강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버프 / 디버프가 있기 때문에 상대의 버프를 날리거나 아군의 디버프를 날리는 스킬등도 존재하지요. 그래서 매 턴 깡으로 데미지를 주는 것이 이로울지 상대의 버프를 날리는 게 이로울지, 혹은 아군의 디버프를 날려야할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격문고의 전투를 재미있게 꾸며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에너지 관리입니다. 성투사성시가 하스 스톤과 유사한 방식으로 큰 스킬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공급을 늘려가며 그 에너지 사용의 전략성을 강조한 것과 유사하게, 전격문고 역시 에너지 관리를 턴제 전투의 핵심 전략 요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형식은 성투사성시와 다르지만요.

전투 중에 각 팀은 파란색(스킬 에너지)과 노란색(승화기 에너지) 이렇게 2가지 타입의 에너지를 갖습니다. 스킬 에너지는 차례가 되면 자동으로 차오르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스킬을 쓸 때 적혀있는 만큼이 소모됩니다. 메인 캐릭터 스킬, 서브 캐릭터 스킬, 연계기 등 평타와 승화기(궁극기)를 제외한 모든 스킬이 스킬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가장 강력한 승화기(궁극기)는 노란색의 승화기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이는 스킬을 사용할 때 채워집니다. 스킬 사용에 소모된 만큼이 노란색으로 전환되는 것이죠. 매 턴 에너지가 초기화되는 성투사성시와 달리 이 스킬 에너지와 승화기 에너지는 다음 턴, 다음 캐릭터에게로 이전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의 흐름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평타를 쳐서 스킬 에너지를 모으고, 스킬 에너지가 모이면 스킬을 써서 데미지를 주면서 승화기 에너지를 모으는 것입니다. 그리고 승화기 에너지가 충분히 모이면 강력한 승화기를 쓰는 것이죠. 이 단계에선 당장 쓸 수 있는 스킬들 중 어느 스킬이 가장 유리한지 고르는 것이 주된 의사결정이 됩니다.  그러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승화기를 쓰는 순서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전열 1명을 확실히 보낼 수 있는 지금 캐릭터로 승화기를 쓸지, 셋 모두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다음 캐릭터로 승화기를 쓸 지 고르는 것이죠.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승화기를 쓰기 까지의 몇 수 앞의 에너지 흐름을 관리하게 됩니다. 다다음 캐릭터인 사냐가 승화기를 쓰면 적 전체에 큰 데미지를 줘 일발 역전이 가능한데, 승화기 에너지가 6점 부족합니다. 지금 키리노로 5점짜리 스킬을 쓰면 노란 에너지가 5점 쌓이지만 다음 캐릭터인 아스나는 에너지가 부족해 평타를 때릴 수 밖에 없게 되고, 사냐는 결국 승화기 에너지가 1점 부족해 승화기를 쓸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키리노가 3점짜리 스킬을 쓰면 아스나도 3점짜리 스킬을 써서 6점을 채울 수 있게 되죠. 마치 묘수풀이 처럼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에너지를 관리하며 상황을 몰아가게 되지요.


성투사성시와 마찬가지로 매 턴 매 캐릭터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 템포가 느릴 수 있습니다. 스킬 연출이 화려한 것 또한 템포를 잡아먹지요. 크로싱 보이드는 이 문제를 연출 배속 재생과 자동전투를 통해 보완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자동전투를 컨트롤하는 방식인데요, 보통 이런 턴제 전투에서 자동 전투는 판단을 AI에 위임한 상태에 플레이어의 개입을 배제하거나, 특정한 스킬을 쓰도록 강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크로싱 보이드는 반대로 자동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특정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만 설정하게 합니다. 가 각 캐릭터에게 특정한 액션을 취하지 말라고 설정하게 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 4번째 슬롯에 있는 서브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하지 말라고 설정한 사례인데요, 특이하게도 저 스킬은 평타와 마찬가지로 파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데 메인 캐릭터와 타겟이 겹치면서도 메인 캐릭터보다 성급이 낮아 데미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묘한 '부작위에 대한' 설정이 가능한 것은 크로싱 보이드라는 게임의 모든 액션은 스킬로 정의되어있고, 각각의 스킬에 효과와 타겟이 함께 정의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하게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원치 않는 부분을 걸러냄으로써 크로싱 보이드의 자동전투는 오히려 더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자동전투는 결국 덱의 구성, 결국 포석을 따를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원하는 스킬을 가진 캐릭터의 수집과 연결되어있지요.


배속전투와 자동전투가 지원된다고 해도 어쨌든 소탕이 없으면 매 판 전투에 대해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크로싱 보이드는 소탕은 없지만 행동력을 몰아서 쓰는 '몰아쓰기' 기능을 통해 이 물리적 시간 점유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원래 1판에 행동력이 6점 소모되는 스테이지에 3배인 18점을 밀어넣고, 보상을 3배로 받아가는 것이죠. 이 몰아쓰기는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얻는 별의 갯수에 묶여있습니다. 3별 클리어한 스테이지에선 3배 몰아쓰기를, 2별 클리어한 스테이지에선 2배 몰아쓰기가 가능합니다.



3-2. 캐릭터와 예장 사이, '서브 캐릭터'

이러한 크로싱 보이드의 전투 시스템과 메타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의 구분입니다. 전열 / 중열 / 후열 3개조에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를 각 1종씩 배치하는데, 한 캐릭터를 메인이나 서브 중 원하는 슬롯에 배치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태생적으로 메인으로 쓸 수 있는 캐릭터와 서브에만 쓸 수 있는 캐릭터가 구분되어있지요.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6명의 키리노가 있는데 왼쪽 3개는 'SUB' 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반면 오른쪽은 딱지가 없습니다. 딱지가 붙으면 서브 전용, 없으면 메인 전용인 것이죠.



 

 


 서브용 키리노

메인용 키리노

서브용 캐릭터와 메인용 캐릭터는 대부분 동일한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동일한 파라미터를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성급을 올리며, 동일하게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스킬에 관한 것입니다. 성급 성장에 의해 해금되는 4개의 패시브 스킬은 공통이지만 메인용 캐릭터가 3개의 액티브 스킬(평타, 스킬, 승화기)을 갖는 반면 서브용 캐릭터는 단 1개의 액티브 스킬을 갖습니다. 아까의 전투 스크린샷에서 승화기 오른쪽에 있던, 좌에서 네번째 슬롯의 스킬이죠.


수익 구조에서 이런 '서브' 캐릭터가 갖는 의미는 명확합니다. 보다 적은 생산 비용으로 가챠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항상 화면에 비치는 메인 캐릭터는 굉장히 많은 스프라이트를 요구합니다. 기본적인 대기 모션, 각종 스킬 모션 외에도 피해를 받는 모션 등 제작 단가가 굉장히 비싸죠. 반면 서브 캐릭터는 서브 캐릭터 스킬이나 연계기를 사용할 때에만 등장합니다. 즉, 제작해야 할 스프라이트의 양이 메인 캐릭터보다 훨씬 적습니다. 저렴하게 제작해서 가챠에 혼입한다는 측면에서 크로싱 보이드의 서브 캐릭터의 역할은 페그오의 예장이나, 앞서 소개했던 요신기의 일사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메인용 키리노 (B급 1성)

서브용 키리노 (B급 1성)


하지만 크로싱 보이드의 서브 캐릭터는 게임에 부차적으로 사용되는, 내 귀한 SSR 확률을 낮추는 쓰레기라기 보다는 게임 상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중국 유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그랬다는 겁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이 서브 캐릭터는 메인 캐릭터와 완전히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일한 희귀도, 레벨, 성급 구조를 지니고 있고 아이템 장착, 스킬 레벨 상승 등 모든 부분이 메인 캐릭터와 같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액티브 스킬의 갯수 뿐인 것이죠.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의 조합이 게임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점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페그오의 예장이든, 요신기의 일사찰이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능력치와 패시브한 효과를 더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능력치와 효과가 캐릭터와 조합되면 큰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어쨌든 메인에 따라오는 '옵션'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반면 크로싱 보이드의 서브 캐릭터는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을 제공해주고, 이에 따른 조합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언제든 애너지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서브 캐릭터 스킬과 메인 캐릭터와 궁합이 맞으면 쓸 수 있게 되는 연계기 이 2가지 액티브 스킬이 파티의 활용폭을 크게 넓혀줍니다. 딜러 일변도인 파티에 힐러를 끼워넣는다거나, 메인 캐릭터들이 때리지 못하는 슬롯을 때릴 수 있게 하는 등 플레이어의 가려운 구석을 서브 캐릭터가 제대로 긁어줄 수 있는 것이죠.

예장이든 일사찰이든 메인 캐릭터와의 조합을 통해 폭넓은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크로싱 보이드의 서브 캐릭터와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크로싱 보이드는 액티브 스킬을 2가지 더하게 함으로써 게임에 더 깊게 관여하고 있으며 메인 캐릭터와 90% 이상의 특성을 공유함으로써 가챠를 채우기 위해 저렴하게 생산한 쓰레기 컨텐츠라기 보다는 메인 캐릭터와 거의 대등한 위상을 지닌 캐릭터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집니다.



3-3. 기본 성장 컨텐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레벨과 성급, 스킬, 장비, 천부의 다섯가지 성장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경험치는 캐릭터를 세션에 참가시키는 것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경험치 재료를 소모해서도 올릴 수 있습니다. 경험치 재료의 수급이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에 음양사처럼 굳이 새로 얻은 쪼렙 캐릭터로 던전을 돌아야하는 스트레스는 적습니다. 다만, 성장 재료 수급을 위해선 현재 돌 수 있는 것 보다 낮은 난이도의 던전을 반복할 일이 많은데 이 때 저레벨 캐릭터를 끼워서 재료 소모량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별의 갯수로 표현되는 캐릭터의 성급은 음양사나 요신기, 성투사 성시(텐센트)와는 달리 캐릭터의 최대 레벨 한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기본적으로 성급에 따라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며, 새로운 패시브 스킬을 언락시켜주고 스킬의 레벨 한도를 높여주지요. 연계기 또한 성급에 따라 성능이 향상됩니다. 단계별로 정해진 성급 성장 재료가 필요한데 스테이지에서 드랍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단계에선 드랍 확률 같은 거 없이 딱 판당 1개씩 드랍되기 때문에 성급 성장 재료 수급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각각의 스킬들은 고유의 레벨이 있으며 스킬 레벨을 성장시키는 데엔 골드와 성급 성장 재료가 소모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 처럼 성급에 의해 스킬 레벨이 제한되는데 위 스크린샷의 경우 현재 10레벨이지만 성급 제한에 걸려 11레벨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로싱 보이드의 캐릭터들은 최대 4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크로싱 보이드의 장비들은 '칼' '갑옷' 등과 같이 형태와 기능이 묶여있는 형식 대신 위 스크린샷 처럼 베개, 꽃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 코스트 제한 내에서 아무 장비나 막 장착할 수 있던 영원한 7일의 도시와 달리 I부터 IV까지 4개의 슬롯이 있고 각 장비들은 4개 슬롯 중 하나에만 장착이 가능합니다. 보라색 등급 이상은 세트 효과가 있어 특정한 세트를 완성했을 때 더 높은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장비 파밍 또한 게임의 컨텐츠가 됩니다. 장비는 장비 경험치 포션 혹은 다른 장비를 소모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장비는 일반 스테이지에서도 드랍되지만 희귀도가 높은 장비는 요일별 장비 던전에서도 드랍됩니다. 일반 스테이지보다 2배의 행동력을 소비하지만 일간 플레이 제한 등이 없기 때문에 장비 파밍에 집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쉽고 빠르게 장비 파밍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크로싱 보이드의 성장 체계는 적절한 스펙과 행동력만 있으면 충분히 쉽게 필요한 자원을 수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플레이 회수에 제한이 걸려있는 특수한 컨텐츠에 기반해 물리적인 시간을 강하게 속박하지 않기 때문에 가챠로 캐릭터를 얻은 뒤에도 빚 갚는 기분으로 힘들게 성장시키기 보다는 쉽게 쑥쑥 키워서 갖고 노는 재미가 있습니다.


3-4. 희귀도와 캐릭터 조각, 한계돌파(초월), 승계

크로싱 보이드에선 같은 캐릭터라도 메인 / 서브가 별개의 캐릭터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희귀도에 따라서도 독립된 개체로 취급됩니다. 위 스크린샷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란색 S급 부터 보라색 A급, 파란색 B급, 녹색 C급으로 나뉘고, B가 A가 되는 등의 희귀도 성장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캐릭터 수량이 제한되는 IP 게임의 특성과 완성된 게임의 스프라이트를 따오는데서 생기는 리소스의 제약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등급이 다른 캐릭터들의 중복 당첨에 어떤 식으로 쓸모를 만들어주는지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사실 이 게임을 소개하는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일단 크로싱 보이드의 모든 캐릭터는 '영자화'라는 기능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조각으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분해 전의 캐릭터와 달리 조각엔 희귀도가 구분되지 않지만, 원래 캐릭터의 등급에 따라 분해시 얻을 수 있는 조각의 갯수가 달라집니다.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영자화 할수록 더 많은 조각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위 스크린샷 처럼 메인 / 서브와 무관하게, 조각은 공통으로 취합됩니다. 이렇게 얻어진 조각은 합성해서 해당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그런식의 분해-합성 시스템은 고등급 캐릭터의 수집 난이도를 너무 낮춰 가챠의 가치를 깎아먹을 수 있지요.


조각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창구는 '천부'라고 불리는 성장 시스템입니다. 각 캐릭터는 1개(C급) ~ 4개(S급)의 천부를 가집니다. 위 스크린샷의 아코는 기본 물리 방어 +8, 기본 승화기 방어 +8, 생명력 +350, 승화기 방어 +23.16% 이렇게 네가지를 가지고 있지요. 위 아이콘의 색상은 천부의 등급이고 그 아래의 숫자는 해당 천부가 가지는 가치입니다. 오른쪽의 2개가 파란색으로 왼쪽의 녹색보다 더 가치가 높습니다.


캐릭터의 조각은 이 천부를 재추첨하는데 사용됩니다. 일단 위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천부 리셋은 원래 있던 천부 중 하나를 선택한 뒤, 해당 캐릭터의 조각 또는 공용 천부 리셋 조각을 소모해 재추첨 후보군을 랜덤하게 하나씩 뽑아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후보군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보존'하면 원래 있던 천부를 선택한 후보로 대체하는 것이죠.

이러한 천부 시스템은 디테일은 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재련 처럼 누적되는 자원에 대한 영구적인 보너스를 주면서도 여기에 랜덤성을 끼워넣어 그 효용을 컨트롤하고 있는 디자인입니다. 많은 자원을 소비해서 더 많이 시도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자원이 적은 초입 단계에서도 만족할만한 효용을 제공할 뿐더러 누적된 효용이 커질수록 효용의 증가가 힘들어지는 굉장히 세련된 디자인이죠. 영7은 이를 장비 파밍에 적용하였습니다만, 크로싱 보이드는 캐릭터의 중복 획득에 적용함으로써 가챠에서의 중복 당첨 혹은 꽝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중복 당첨을 소화하는 하수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레벨, 성급, 스킬 레벨 등 성장 컨텐츠가 존재하는데 천부같은 랜덤한 요소까지 끼어들면 S급이 아닌 A급, B급을 키우기가 겁날 수 있습니다. 특히 연계기 궁합 때문에 B급 C급 캐릭터 사용이 강제되는 경우 이러한 고민이 더 커질 수가 있지요. 크로싱 보이드는 그런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캐릭터 2개를 집어넣으면 높이 성장된 부분들만 추려서 합쳐주는 '승계'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위 영상의 경우 A급 아코를 2성 10레벨에 파란색 천부까지 얻은 상태에서 S급 아코를 얻은 상황입니다. 승계 시스템으로 합치면 S급 아코가 2성 10레벨이 되고 장착하고 있던 장비가 모두 이어집니다. A급 아코의 스킬 레벨도 그대로 S급으로 이어지지요. 천부의 경우 양쪽에 각기 하나씩 있던 파란 천부가 모두 보존되었습니다. 그리고 A급 아코는 조각으로 변환되지요. 희귀도가 낮은 캐릭터를 키우느라 자원을 허비할 걱정 없이, 그냥 마음에 드는 캐릭터 키워 쓰다가 S급이 터지면 그대로 갈아타면 됩니다.


캐릭터를 갈아서 조각으로 바꾸고, 이를 천부로 갈아먹이는 체계는 기본적으로 중복 캐릭터를 다수 확보한 사용자에게 그 중복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중복 조각을 흡수하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캐릭터를 가챠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성 상 캐릭터의 수량이 적은 무과금자나 저과금자에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게임 내 보조적으로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일단 게임 내에서 하루 각 세번씩 플레이할 수 있는 보너스 스테이지들은 행동력을 2배 소모하는 대신 캐릭터의 조각을 드랍합니다.



 

 조각 가챠

조각 상점

도탑 전기류 게임들 처럼 조각을 직접 캐릭터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은 없지만, 조각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루트는 준비되어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조각을 10개 소모해서 가챠를 돌리는 조각 가챠가 존재합니다. 특정 캐릭터 조각 10개를 맞출 필요 없이 아무 조각이나 섞어서 10개면 가챠를 돌릴 수 있지만, 결과물은 랜덤입니다. 또한 일부 캐릭터들은 조각 100개를 모으면 A급 캐릭터로 교환해줌으로써 무과금자나 저과금자도 A급은 어느정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3-5. 수집을 독려하는 컨텐츠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캐릭터가 있어도 이렇게 수집한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없으면 수집의 동기가 죽겠죠. 크로싱 보이드 역시 게임 컨텐츠를 통해 수평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 컨텐츠인 모험 스테이지의 3별 클리어 조건이 바닥에 깔립니다. 별 3개 중 2개는 몇 턴 안에 클리어하기와 사망 캐릭터 없이 클리어하기로 동일하며 이는 수직 성장만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마지막 별 1개의 조건이 수평 성장과 연관됩니다. '승화기로 적 죽이기' '승화기를 1번 이상 쓰기' 는 쉽게 클리어 가능하지만 '전열(혹은 중열 / 후열) 먼저 제거하기' 와 같은 조건들은 해당 열을 공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수집과 육성이 요구됩니다. '아군에게 걸린 불리한 상태이상 제거하기' '적에게 걸린 유리한 상태이상 제거하기' 등과 같은 조건들은 캐릭터 수집/육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게임 튜토리얼의 성격을 겸하고 있습니다. 3별 클리어가 굉장히 힘들어보이지만 실제로는 3가지 조건을 한번에 만족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습니다.


장비를 파밍하는 장비 던전은 특정 슬롯을 공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조합을 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3슬롯 중 하나에만 캐릭터를 배치하고는 다른 캐릭터의 생사와 무관하게 해당 캐릭터를 정해진 턴 내에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 만으로 클리어 성공 / 실패를 가르죠. 초반엔 특정 슬롯을 공격하는 캐릭터가 한명 정도만 있어도 돌파해나갈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대상의 HP가 크게 증가해 해당 슬롯을 공격할 수 있는 풀파티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모험 스테이지의 3별 클리어와 장비 던전이 특정한 쓸모의 캐릭터를 요구한다면, 다수 캐릭터의 육성을 요구하는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무한의 탑' 컨텐츠는 총 3개의 파티를 들고 들어가 클리어하게 됩니다. 게임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5개의 파티 프리셋은 말 그대로 프리셋이라 1번 프리셋에 배치된 캐릭터가 2번, 4번 등 다른 프리셋에 저장되어있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무한의 탑은 1~3번까지 3개의 파티를 사용하며 한 파티에 배치된 캐릭터는 다른 파티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위 스크린샷의 하단에도 1번, 2번 파티에 이미 할당된 캐릭터는 사용할 수 없음을 표시하지요. 각 층 마다 3개의 파티 중 하나를 내보내 도전하게 되고, 해당 파티가 전멸할 경우 다른 파티로 이어할 수 있습니다. 무한의 탑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선 3개의 파티, 총 18명의 잘 키운 캐릭터가 필요한 셈이죠.


보통 이런 수집형 RPG에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PVP를 활용하곤 합니다만, 크로싱 보이드의 PVP는 이를 굉장히 캐주얼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도탑전기류 게임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동기 PVP는 상대의 전력과 덱 구성을 보고 이길만한 상대에게 도전하는 방식으로 패배에 대한 경험을 줄이긴 하지만 수평 성장을 자극하는 데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캐릭터의 조합 보다는 얼마만큼 성장시켰는지가 주된 요소가 되고, 도전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리저리 조합을 바꿔가며 도전할 수가 없지요.

크로싱 보이드의 비동기 PVP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랭킹을 강조하는 도탑전기류의 비동기 PVP와 달리, 시스템이 적당한 상대를 매일 5명씩 선정해줍니다. 5명을 모두 이기면 최대 보상을 가져갈 수 있지면 6명째의 도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각 상대에게 이길 때 까지 무제한으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 무제한 도전이라는 게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을 줍니다. 몇번을 지든 한번만 이기면 되니 굉장히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 있지요. 일단은 대충 만든 베스트 파티에 자동 전투로 도전해봅니다. 여기서 지면 수동으로 좀 더 집중해서 도전해봅니다. 수동 전투로도 지나면 이젠 전략을 바꿔보는 거죠. 상대 전열의 서포터가 주는 데미지가 너무 크다면 전열을 때리는 덱으로 한번 일점사를 시도해본다거나, 상태 이상이 시원찮으면 상태이상 제거해주는 캐릭터를 딜이 좋은 캐릭터로 교체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도저히 못깨겠으면 위 영상의 5분 8초 처럼 하루 3번 쓸 수 있는 상대 교체 기능으로 상대를 바꿔보거나요.


3-6. 페널티는 없지만 메리트도 없는 수익구조

크로싱 보이드는 음양사나 페이트 등 기존에 중국에서 성과를 거둔 것과는 또다른 형식으로 수집형 RPG를 시도한 게임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성투사 성시와 유사한 에너지 관리를 중심으로 한 전투는 턴제 전투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고 속성이나 직업 메타가 없음에도 스킬과 대상을 묶음으로써 효과적으로 토큰들을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거시 수익 구조에서는 랜덤성이 가미된 천부 시스템을 통해 중복 당첨을 꽝이 아닌 추가적인 성장으로 소화해 가챠의 기본 가치를 높이고 동일 캐릭터를 소모하는 성장 컨텐츠인 한계돌파(초월) 시스템을 무한대로 확장하면서 그 효용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점 또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하고 짜임새가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출시 초반엔 10~20위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성적이 70위권 밖으로 주저앉았죠. 게임으로써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 구조엔 제법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캐릭터의 희귀도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성투사 성시나 요신기와 달리 동일한 캐릭터가 여러 등급에 걸쳐 있는 부분이지요. 가챠로 캐릭터를 판매하는 수집형 RPG를 구성하기 위해 많은 수의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전격문고에 속한 여러 작품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캐릭터 풀이 큽니다만 실제로는 이미 존재하는 게임의 리소스를 분해해서 만드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는 크게 줄어듭니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한 캐릭터를  S, A, B, C 4개 희귀도에 모두 배치하고 낮은 희귀도를 키우다가 높은 희귀도를 얻으면 갈아탈 수 있게 했지요. 이런 구조가 가챠가 갖는 최소한의 가치를 보장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지 않을 이유를 제거해주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C와 S가 동일선 상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S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챠 10회마다 보장되는 A급을 중심으로 키우다가 운 좋게 S 나오면 갈아타는 것이 최선의 전략으로 비춰지지요. 가챠를 뽑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뽑아야 할 이유도 없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물론 소수의 고과금자들은 S를 노리고 가챠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천부 시스템이 과금의 깊이를 제한합니다. 보통 수집형 게임에서 중과금은 획득을 노리고, 고과금 초고과금자는 동일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한계돌파(초월)을 노립니다. 구하기도 힘든 S급을 두개 세개씩 겹치게 만듦으로써 더 많은 지출을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크로싱 보이드의 조각-천부 시스템은 이 중복 당첨에 의한 추가적인 매출을 무산시킵니다. 수량이 다르다지만 C급이나 B급에서도 S급과 동일한 조각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미 S급이 B급 C급과 동급으로 인식되는 것이죠. 게다가 고정적으로 확실한 보너스를 주는 성투사 성시의 초월 시스템과 달리 랜덤하게 보너스가 부여된다는 특성 또한 조각의 가치를 크게 훼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S급을 획득한 이후에 천부를 위해 가챠를 추가로 돌린다는 것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죠.

다른 수집형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크로싱 보이드 역시 새 캐릭터의 추가가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천부 시스템은 새로 추가된 캐릭터를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 당첨의 가치를 어느정도 보장해주는 효과는 있지만 새로 가챠를 뽑을만한 메리트를 주지는 못하죠. 하지만 크로싱 보이드는 신규 캐릭터가 굉장히 비싼 게임입니다. 이미 있는 게임의 리소스는 한정되어있고, 새로 만들어 추가하자면 생산 단가가 제법 비쌉니다. 자원을 투입해서 새로 제작한다고 쳐도 기존 캐릭터 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되지요. 수집형 게임에서 캐릭터 장사의 기본은 숫자가 많아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뽑게 만드는 것이지만 수량이 적다면 여러번 뽑도록 유도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입니다. 하지만 크로싱보이드는 여러번 뽑을 필요는 커녕 S 하나 뽑을 동기도 제대로 부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과금자나 저과금자에게 페널티를 주지 않고, 가챠의 최소 가치를 보장해준다는 건 중국 게임에서 굉장히 중요한 덕목입니다. 크로싱 보이드는 이 부분을 아주 충실히 잘 지키고 있긴 해요. 하지만 페널티를 주지 않는다는 것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강한 메리트를 준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크로싱 보이드가 실패한 지점이 바로 여기죠. 키리노가 S에도 있고 A,B,C에도 있다고 하니 S급 키리노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천부 시스템 또한 가챠 상품을 소화하는 도구로는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거시적 관점에서 리소스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한 보너스를 보장해주면서도 초반에 큰 효용을 주고 점차 그 효용 증가를 둔화시켜 무한정의 리소스를 소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구조입니다. 실제로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도 꽤나 효과적으로 동작하고 있었구요. 하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자원을 빨아당기는 영7과 달리 크로싱 보이드는 가챠와 연결되어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변화가 없을 수도 있는 랜덤한 성장을 얻기 위해 돈 내고 가챠를 돌리기는 쉽지 않지요.

게임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모으는 재미도 있고 갖고 덱 짜는 재미도 있고 전투하는 재미도 있어요. 단지 돈쓰는 재미가 빠져있습니다. 이게 정말 크리티컬한 거죠. 승화기, 연계기가 없는 쓰레기 캐릭터를 다수 밀어넣는 한이 있더라도 키리노는 S, 아코는 A 이렇게 구분하고 초월작을 더 삐죽하게 만들었으면 좀 더 가챠를 돌릴 메리트가 되어 상업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서브 캐릭터'라는 굉장히 좋은 디자인이 있음에도 가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참 가슴아프네요. 팔 물건이 캐릭터 뿐인데 캐릭터 만드는게 비싸서 돈을 못버는 영원한 7일의 도시 조차도 크로싱 보이드보단 더 효과적으로 물건을 팔고 있단 말이죠.



by 고금아 2018. 9. 12.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