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륙의 수집형 게임은 어디로 가는가?

확실히 최근엔 중국에서도 도탑전기에 기반한 수집형 게임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안나오는 것은 아닌데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는 않아요. 중복 캐릭터의 조각을 끊임없이 쌓아 성장하는 특유의 구성 때문에 신 캐릭터를 내도 육성이 힘들어 장기 운영에 불리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드린 바가 있습니다.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2

 

그리고 도탑전기의 그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는 것도 소개드린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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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즘 도탑전기를 베이스로 또다른 변주를 보이고 있는 게임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동명의 일본의 만화 /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입학 시즌' (我的英雄学院 : 入学季) (이하 아카데미아) 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iOS (중국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APK (공식)

 

 

1.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오타쿠 게이머 아이돌이 홍보하는 게임

 

 

아카데미아는 천마시공에서 지난 10월 18일 출시(iOS 한정, 안드로이드는 10월 31일)한 최신 도탑전기류 게임입니다. 네. 뮤 오리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천마시공이죠. 뮤 오리진을 만들던 회사에서 갑자기 만화 원작 2D 수집형 RPG라니 참 놀랍긴 합니다만 사실 아카데미아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5월에 원펀맨 : 최강의 남자(一拳超人:最强之男)를 출시한 바 있거든요. 도탑전기를 기반으로 사이타마를 한 판에 한번만 쓸 수 있는 궁극기 내지는 소환수 개념으로 활용한 나름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만, 그 외에 디자인적으로 (특히 도탑전기의 문제 극복에 대해)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어 딱히 포스팅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온 아카데미아는 상당히 재미있는 해법을 내놓았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아주 크게 기대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아니 왠걸 중국 최고의 걸그룹 화전소녀101(火箭少女101, Rocket Girls 101)의 멤버 라이메이윈(赖美云) 이 게임을 홍보하더군요. 화전소녀101이라고 하면 엠넷으로부터 정식으로 프로류스101 라이센스를 받아 텐센트가 제작한 창조101(创造101)의 데뷔조로 대륙의 I.O.I 라고 할 수 있습죠. 데뷔 EP 撞을 무려 207만장 팔아 2018년 연간 매출 1위에 QQ뮤직 역대 매출 10위에 오른, 중국 유일의 초 1군 걸그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게임을 홍보하고 있는 라이메이윈(赖美云)은 귀여운 외모, 호소력 있는 중고음의 보컬, 기본기 탄탄하며 리드미컬한 댄스, 쉴새 없이 터지는 예능감, 무대 위에서의 표현력 등 아이돌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다 갖춘 완성형 아이돌 로 무려 1억 7백만표를 얻어 창조101 6위로 데뷔한 중국 최고의 아이돌 유망주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타쿠 + 게이머이기도 하죠.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원피스에 스스로 취미로 만화 그림을 그리고 코스프레도 하고, 중국판 코믹 마켓에도 가는 오타쿠! 그리고 연예인들 간의 이벤트 경기라지만 LPL 롤드컵 대표 결정전 행사에서 경기 해설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게이머! 말하자면 무대 위에선 소녀시대 태연인데 집에선 데프콘 심형탁인 상황! 이런 대륙의 전국구 오타쿠 겸 게이머가 홍보하는 게임이라면 엄청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가 무럭무럭 자라나지 않겠습니까??

 

2. 캐릭터의 기본 구성과 가챠

도탑전기류와 일본식 수집형 게임을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바로 캐릭터의 등급이 될 것입니다. 일본식 수집형 게임들은 대체로 N < R < SR < SSR 과 같은 식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엄밀하게 나누는 반면,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이러한 등급 구분 없이 모든 캐릭터가 동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았죠. 프린세스 커넥트가 도탑전기류 게임과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영향을 받아 태생 성급은 다를 지언정 모두 공평하게 올라올 수 있다는 시스템으로 흘러간 것과 반대로, 최근의 도탑류 게임들은 등급을 나누는 추세입니다. 아무래도 등급을 나누고 등급에 따라 확률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가챠 장사에 유리하기 때문이겠죠.

아카데미아에선 최상급의 진귀(珍贵), 그 아래의 희귀(稀有), 그리고 보통(普通) 이렇게 세단계의 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료 가챠의 경우 진귀가 1.5%, 희귀가 10%, 보통은 18.5%의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을 합쳐 완제 캐릭터를 얻을 확률은 30%이고 매 10번째 가챠 마다 희귀 이상의 완제 캐릭터 1개가 보장됩니다.

 

오소독스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대체로 가챠에서 완제 캐릭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각종 성장 시스템에 들어가는 자원들이 나오고 운이 좋아야 캐릭터의 조각이 나오죠. 캐릭터는 거의 매 10가챠 마다 1번씩의 보장으로만 얻을 수 있고, 10연 가챠에서 캐릭터 2명 보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전에 소개드렸던 탈-도탑전기류 게임들의 경우는 일본 수집형 게임처럼 100% 캐릭터를 보장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처럼 형태가 없는 캐릭터를 끼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챠에서 캐릭터 외의 것은 나오지 않는 판을 짰죠.

아카데미아는 그 사이에 걸쳐있습니다. 완제 캐릭터 확률 30%는 10연 당 2개 정도의 캐릭터는 보장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70%도 진귀 파편 20%, 희귀 파편 20%에 SD인형(영웅 상점용 재화로 환전됨)이 30% 입니다.

캐릭터의 등급을 나누는 대신 도탑전기보다 캐릭터를 더 얻기 쉽게 한 모양인데, 이걸로 어떻게 도탑전기의 고질적인 장기 운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3. 등급에 따른 조각 수 차등

희귀 - 중복시 60조각 보통 - 중복시 20조각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중복 당첨시 지급하는 조각의 갯수입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시는 것 처럼 희귀는 중복시 조각 60개, 보통은 20개 이런 식으로 등급에 따라 가챠 중복 당첨시 지급하는 조각의 갯수에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도탑전기의 경우 모든 캐릭터가 동급이기 때문에, 이미 있는 캐릭터가 중복 당첨되었을 경우 지급하는 조각의 갯수도 동일했습니다.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 조각 20개였는데 보통 가챠로 처음 획득할 때가 4성인 반면 4성에서 5성으로 가는데 필요한 조각은 80~100개에 달했죠. 4~5번 중복해야 겨우 1성 올릴 수 있었지만 그나마 모든 캐릭터의 확률이 동일했습니다.

가챠를 좀 더 공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등급을 구분하는 게임에 들어서면 이 부분이 상당히 애매해집니다. 고등급은 확률이 적으니 그만큼 중복도 적게 터지기 마련이죠. 그렇다면 태생 등급은 높으나 조각이 적어서 성장하지 못한 캐릭터와 태생 등급은 낮지만 조각이 많아서 많이 성장시킨 캐릭터 사이에 우열 관계가 애매해집니다. 최고 등급 캐릭터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이죠.

아카데미아의 경우는 등급에 따라 중복시 떨어지는 조각 갯수에 차등을 둠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흔한 보통 등급은 중복이 떠도 조각 20개, 희귀는 60개 이런 식으로 등급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조각이 떨어지는 것이죠. 분명 조각을 사용하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육성하기가 조금 더 유리하긴 합니다만, 여전히 두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어쨌든 1.5%의 확률을 뚫고도 중복이 터져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신캐의 조각만 집중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신캐의 육성이 무조건 뒤쳐진다는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4. 조각 혼용과 전용 조각을 혼합

사실 이 신캐의 조각 수급 문제가 도탑전기 모델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데 가장 골치아픈 부분입니다. 이미 다른 캐릭터들은 중복 조각을 먹여서 6성까지 키워놓았는데 신캐 손오공을 얻으면 4성이거든요. 손오공 6성 만들려면 손오공 조각이 필요하고, 손오공 조각을 모으려면 가챠를 돌려야 하는데, 가챠 돌리다 보면 기존에 갖고 있던 캐릭터들의 조각도 같이 획득하게 됩니다. 결국 신캐는 영원히 뒤쳐질 수 밖에 없게 되지요.

이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온 방식은 주로 조각 모음에 의한 성장에 한계를 두고 조각을 모든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자원으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원한 7일의 도시의 경우, 중복이 발생하면 일정량의 영혼 파편을 지급하고 이 영혼 파편을 사용해 태생 등급에 관계 없이 모든 캐릭터를 S급 4성에 + 신기 30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일본식 도탑전기라고 할 수 있는 프린세스 커넥트의 경우는 각 캐릭터가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소모하는 구조는 유지하는 대신 성장에 한계를 두고 중복 발생시 여신의 보석이라는 화폐를 지급해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을 구입할 수 있는 우회로를 설치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영7과 같으나 부분적으로 여신의 보석을 사용하는 상점의 상품 목록을 조절함으로써 각 캐릭터의 조각 획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요.

아카데미아는 특이하게도 만능 조각과 전용 조각을 반반씩 섞어놓은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각 영웅들은 '진귀' '보통' 등의 태생 등급 외에 D, C, B, A로 이어지는 영웅 평가 라는 등급을 따로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등급은 각 단계별로 일정 레벨을 달성하고 체능, 특성, 공조라는 3가지 패시브의 스킬을 일정 수준 성장시켰을 때 '돌파'할 수 있지요. 이 패시브 스킬은 캐릭터의 조각을 소모해서 성장시키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패시브 스킬들이 조각을 소모하는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체능과 특성은 캐릭터 태생 등급만 맞으면 아무 캐릭터의 조각이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 나온 진귀 등급의 미도리야를 얻어서 키우려고 하는데, 당연히 진귀 미도리야의 조각은 없지만 이이다의 조각이 많이 남아있다면 이이다의 조각을 대신 쓸수 있는 식이죠. 하지만 공조는 해당 캐릭터의 조각만을 사용합니다. 공조는 B등급 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A등급으로 가려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쨌든 캐릭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기 위해선 해당 캐릭터의 조각이 필요합니다.

만능 조각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일단 캐릭터를 획득하고 나면 가챠의 매력이 굉장히 쪼그라든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도탑전기 처럼 각 캐릭터가 전용 조각을 사용하는 구성에선 최고의 가치를 지닌 와일드 카드지만, 전용 조각 없이 모든 캐릭터가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선 굉장히 흔한 자원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영7이나 프리코네 처럼 만능 조각에 대해선 등급 구분이 없는 대신 중복 당첨된 캐릭터의 등급에 따라 그 양에 차등을 두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조각 10개와 50개의 차이는 태생C급 - 태생S급의 차이 만큼의 희열을 주지는 못합니다. 이론상으로는 태생S를 뽑았지만 성급 성장을 위한 조각을 모으기 위해 가챠를 더 돌리는 루프가 형성되지만 실제로는 구매로까지 이어지진 못합니다. 영7 처럼 만능 조각을 통한 성장에 한계가 있고, 조각을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게임에선 이 만능 조각들이 적체되기까지 하기 때문에 더더욱 만능 조각의 가치가 떨어지죠.

프리코네의 경우는 특정 캐릭터 조각은 플레이에서 파밍시키고,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을 살 수 있는 여신의 보석은 가챠 중복으로만 얻을 수 있게 해서 가챠에 의미를 부여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돈이 아주 무한히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여신의 보석을 쓰기가 꺼려졌습니다. 파밍이 가능한 캐릭터의 조각을 사려 하면 귀한 자원을 불필요하게 쓰는것 같아 굉장히 손해보는 기분이 들고, 파밍이 안되는 캐릭터의 조각을 살 땐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안해지더군요.

 

KOF 데스티니 처럼 만능 조각을 양으로 컨트롤하지 않고 아예 등급을 가르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 확실히 중복이라도 고등급이 터졌을 때 보다 확실한 보상감을 줄 수 있긴 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도 각성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등급별 조각으로 이전했지요. 하지만 결국 SSR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등급 만능조각의 획득은 SSR 캐릭터 당첨 만큼이나 드물기 때문에 힘들게 얻은 SSR 캐릭터를 키우기는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또한 전통 도탑처럼 각 스테이지에서 특정 캐릭터용 조각만 나오던 구성에서 갑자기 만능 조각이 나오게 되니 SR조각이 너무 넘쳐나서 그 결과 SR이 어렵지 않게 7성을 다 찍어버리니 더더욱 SSR의 가치가 애매해졌죠. (KOF 데스티니는 보유하고 있는 모든 캐릭터의 전투력이 모두 합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투력 측면에선 손해보지 않고 저성급의 신캐로 옮겨갈 수 있는 게임입니다만, 스킬 개방은 성급 성장에 물려있어 아무리 오로치 루갈을 뽑아도 성급이 낮으면 필살기, 초필살기를 쓸 수 없어 기본기와 기본 스킬의 성능이 아주 강하지 않은 이상 고성급 SR이 저성급 SSR보다 유리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카데미아의 이 조각 혼입 체계는 굉장히 절묘한 포인트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캐릭터의 - 특히 진귀 등급 캐릭터의 - 조각이 해당 캐릭터의 공조 레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아주 귀한 자원임과 동시에 다른 캐릭터의 체능과 특성을 높이는데 필요한 귀한 자원이라는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신캐 - 특히 한정 신캐 - 를 한번 얻어도 해당 캐릭터의 공조를 성장시키기 위해 가챠에 다시 한번 도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일본식 가챠 게임에서 1장 명함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한계 돌파를 위해 2중복 3중복을 노리는 것 처럼 말이죠.

물론 한번 걸리는 것도 힘든데 두번 걸리기는 더더욱 힘들죠. 하지만 성장 축 중 하나가 전용 조각을 요구하는 이상, 조각을 구할 수 있을 때 땡겨야 합니다. 그래서 한정 신캐를 출시할 땐 위 그림 처럼 뽑기 횟수에 따라 해당 한정 신캐의 조각을 주는 프로모션을 병행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운이 없는 사람에게는 200번 뽑으면 어쨌든 얻는다는 천장이 되고, 그정도로 운이 없지 않은 사람에겐 기왕 뽑은 한정캐 조각도 얻을 수 있는 보너스 기회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가챠를 돌리는 동안 얻게 되는 다른 진귀 캐릭터들의 조각은 한정 신캐의 체능과 특성을 성장시키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캐의 성장 재료를 충분히 못얻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만, 신캐 성장 재료 모으는 동안 다른 캐릭터가 더 커버리는 문제는 이걸로 방지할 수 있지요.

특정 진귀 캐릭터의 조각을 얻기는 어렵지만, 일부 진귀 캐릭터의 조각은 꽤나 수월하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당연히 다른 도탑전기처럼 하드 난이도의 특정 스테이지들이 특정 캐릭터의 조각을 드랍하구요, 그 외 영웅 상점이나 PVP 포인트 상점, 길드 포인트 상점 등 다양한 상점에서 조각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한정 캐릭터들의 조각은 이런 상점에 올라오지 않습니다.

이런 풍성한 조각 공급은 저과금 사용자들도 진귀 캐릭터를 제한적으로나마 확보하고 육성해가며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는 동시에 한정 캐릭터들을 갖고 있는 중~고과금 사용자들에겐 좋은 조각 공급처가 되지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정 캐릭터의 육성에 대해 한가지 문제는 남습니다. 체능과 특성은 다른 진귀 캐릭터의 조각으로 키운다고 쳐도 공조를 키우고 등급을 올리기 위해선 해당 캐릭터의 조각이 필요한데, 한정 캐릭터의 조각은 스테이지에서도 드랍되지 않고 상점에서도 팔지 않는단 말이죠. 여기서 또 하나의 묘수가 나옵니다.

 

5.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의 조각 수급

 

도전 컨텐츠 중 하나인 직장체험은 이미 갖고 있는 캐릭터를 지정하고 약간의 재화를 소모하면 12시간 뒤에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지급해주는 컨텐츠입니다. 한 캐릭터당 1개 슬롯에만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외엔 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즉, 일단 한정 신캐를 확보하기만 하면 한정 가챠가 끝나든 말든, 전용 파밍 스테이지가 있든 말든 꾸준히 고정적으로 해당 캐릭터의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조각으로 공조를 올릴 수 있지요.

 

100 다이아 = 12시간 뒤 수련권 18개 + 조각 2개 300 다이아 = 12시간 뒤 수련권 24개 + 조각 3개

아니 이렇게 조각을 쉽게 얻으면 돈을 어떻게 버나 싶겠습니다만..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요. 직장 체험은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조각의 수가 다릅니다. 무상 재화를 사용하면 8시간 후 조각 1개를 지급하지만 다이아 100개(10위안 = 1650원 상당) 사용시 12시간 후 조각 2개를, 300개(30위안 = 4970원) 사용시엔 조각 3개를 지급하지요.

액수가 얼마 안되어 보입니다만 한번에 직장 체험에서 굴릴 수 있는 캐릭터는 최대 5종입니다. 알뜰하게 조각 2개 짜리만 챙겨도 하루에 다이아 1000개 = 100위안 = 16500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만일 3개씩 챙긴다면 그 3배인 5만원에 가까운 돈을 매일 지불하게 되지요.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닙니다. 특히 돈은 3배가 들지만 얻을 수 있는 조각의 수는 50% 증가한다는 점에서 가격 차별화를 아주 제대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6. 장비와 스킬 카드의 파밍과 BM

전통적인 도탑전기와 구분되는 또다른 부분은 장비와 스킬 카드의 수집입니다. 통상 도탑전기류 게임에선 개개별로 유니크한 성능을 가지고 있고 교체 가능한 형식의 장비 아이템을 두지 않았으나, 아카데미아는 장비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장비마다 정해진 슬롯에 배치할 수 있고, 정해진 능력치가 있으며, 색깔로 표현되는 등급은 변화할 수 없지만 개별적으로 강화를 통해 레벨을 올리고 개량을 통해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 장갑을 보시면 100은 100레벨까지 강화했다는 뜻이고, 아래의 별 1개는 1단계 개량을 마쳤다는 뜻입니다.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이 장비가 캐릭터 귀속이 아니라 캐릭터가 속해있는 슬롯 귀속이라는 것입니다. 즉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장비는 미도리야 이즈쿠가 장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파티의 3번 슬롯의 캐릭터에 장착한 것인데 지금 3번 슬롯이 미도리야 이즈쿠일 뿐인 것이죠. 만일 올마이티를 얻어서 3번 슬롯에 배치하게 되면 위 장비들은 올마이티에게 적용됩니다.

 

캐릭터 좌우로 3개씩 보이는 슬롯들은 공통 슬롯이라 제한 없이 아무 캐릭터나 사용할 수 있지만, 캐릭터 머리 오른쪽에 있는 슬롯은 캐릭터 전용 장비입니다. 말 그대로 특정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는 장비들이죠. 캐릭터당 1종씩 배치되어있는 이 전용 장비들은 일반 장비들에 비해 매우 큰 스탯 보너스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이 전용 장비는 당연히 가챠와도 연결됩니다. 위 영상은 장비 가챠인데요, 위는 일반 장비가 나오는 가챠이고 아래쪽은 전용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전투복 가챠입니다. 고등급 캐릭터를 새로 뽑았다면, 해당 캐릭터의 전용 장비까지 맞춰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그래서 또 여기에 돈을 쓰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44초에 나오는 것 처럼 특정 캐릭터를 지목해서 해당 캐릭터 용 장비가 나올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영상에서 보시는 것 처럼 잘 나오지는 않지요. 등급이 너무 낮거나, 낮은 등급 캐릭터 용이라 쓸모 없는 전용 장비들은 갈아서 전용 장비의 육성 재료로 쓸수 있습니다. 한정 신캐 저격 가차에 들어가는 고과금 사용자들에겐 그렇게 나쁜 장사는 아닙니다.

 

또다른 커스텀 요소는 스킬 카드입니다. 게임에는 단순히 특정 스탯을 높여주는 카드(예: 공격력 +100) 부터 특정 조건에서 특별한 효과를 발휘하는 카드(예: 공격으로 적을 죽이면 HP 10% 회복) 등 다양한 카드가 존재하고 이를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최대 5장 & 코스트 합계 제한 하에서 각 캐릭터에 가장 잘 맞는 카드 덱을 안겨주는 최적화가 상위 단계에서의 육성 요소가 됩니다.

카드는 기본적으로 플레이 도중 얻는 카드 상자를 개봉해서 얻을 수 있는데, 각 카드 상자는 개봉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카드를 지급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BM입니다. 하지만 이 카드 BM의 핵심은 특정 캐릭터의 전용 스킬 카드입니다. 각 캐릭터들은 4개의 패시브 스킬 중 2개가 잠겨있는 채로 획득되는데, 이 스킬들은 전용 스킬 카드들을 장착해야만 활성화 됩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 전용 스킬 카드들은 카드 상자에서 아주아주아주 희박한 확률로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가챠를 굴려서 얻는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구입하게 되지요. 한정 신캐를 얻었는데 스킬 카드를 사기엔 마일리지가 부족하다? 가챠 들어가야죠. 조각도 얻고 스킬 카드도 얻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얼마나 좋습니까. 은행 잔고만 힘들 뿐이죠.

 

8. 왜 수집해야 하는가?.

이렇게만 놓고 보면 도탑전기류 게임들이 갖는 문제들을 꽤 잘 해결해낸 것 처럼 보이는데 사실 흥행이 그렇게 썩 좋진 않습니다. iOS 버전만 선행 출시하면서 실제 마케팅은 안드로이드 오픈에 맞춰 진행했기 때문에 오픈빨을 좀 덜 받았다고는 하지만 차트 50위 정도로 시작해서 100위권으로 밀려났어요. 같은 회사의 원펀맨이 20위 안쪽에서 시작한 것을 생각해보면 IP파워가 약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게임 디자인 적으로도 한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캐릭터를 수집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요.

개별 캐릭터에 장비를 물려주는 세븐나이츠나 오버히트와 같은 게임들과 달리 슬롯에 장비를 물리는 방식은 대장문2이나 나루토OL 닌자신세대 등에서도 사용했던 방식입니다.(닌자신세대는 장비 강화만 있고 교체는 없었지만요) 이 디자인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모든 캐릭터에 각각 고급 장비들을 맞춰주고 육성시키는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만큼 캐릭터의 교체가 번거로워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장비와 카드가 모두 새 캐릭터로 이어집니다만, 만일 장비와 카드를 최적화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장비 / 카드 모두 들어엎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요. 특히 전용장비와 전용 스킬 카드는 슬롯에 배치되어있는 상태는 이어지지만 캐릭터가 맞지 않으면 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새로 지정을 해줘야 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새로 더 좋은 캐릭터를 얻는 등의 이유가 아니면 파티 구성을 거의 바꾸지 않은채 기본 파티 6명으로 게임을 쭉 진행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의 요일 던전은 불 속성이니 요일 던전에는 물 속성들로 파티 꾸려 들어간다거나, 골드 던전에선 잡몹이 많이 나오니까 단일 딜러를 빼고 광역 딜러를 많이 넣어 트라이 해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컨텐츠 별로 다양한 파티를 꾸리도록 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한다면 번번히 장비 / 카드 구성을 들어엎어야 하니 매우 불편하고 불쾌하겠죠.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봐도 중간에 파티 구성을 바꿔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뭔가 속성이 붙어있긴 한데 그게 강조되어있지도 않았구요.

처음엔 진귀 등급의 캐릭터를 하나씩 얻을 때 마다 기존에 사용중이던 희귀 캐릭터들을 교체해나갔습니다만, 6명을 모으고 나니 이제 다음 캐릭터들을 왜 모아야 할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본 파티에 들지 못한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을 키우는 것이 전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반대가 되는 케이스가 KOF 데스티니였죠. 모든 캐릭터의 전투력이 합산되기 때문에 SSR이 아닌, SR, S급 캐릭터라고 해도 얻으면 일단 무조건 성장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액션 게임이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플레이 경험을 주기 때문에 새로 나오는 캐릭터로 갈아타면 그걸로도 1주일 정도는 재미있게 놀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카데미아는 거의 초기 도탑전기 수준으로 플레이어의 개입이 없는 게임입니다. 모든 것은 자동이고 플레이어는 각 캐릭터가 기가 차면 쓸 수 있는 필살기를 언제 쓸지만 결정할 뿐입니다. 심지어 대상도 지정할 수 없어요. 이러다보니 캐릭터가 바뀐다고 해서 딱히 경험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죠. 그러니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새 캐릭터를 모아야 할 이유를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저만해도 지금 파티 전체를 진귀로 채우고도 남는 진귀 캐릭터가 3마리가 있어요.

또한 전용 장비와 전용 스킬카드의 존재가 신캐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면이 있음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전용 장비와 전용 스킬 카드도 세팅이 끝나있고 특히 전용 장비는 고등급에 강화까지 쭉 올려놓은 상태에서 신캐를 바라보면 저걸 또 뽑은 뒤에 전용 장비 작, 스킬 카드 작을 다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죠. 이전의 조각 모음처럼 절대로 따라잡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손쉽게 뚝딱하고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사실 레벨 올리는 것도 아주 쉽진 않습니다. 경험치 재료도 먹여야 하지만 매 10레벨 마다 각 등급별로 맞는 곰돌이 젤리를 먹여야 하는데 곰돌이 젤리가 나오는 스테이지들은 다 파밍 횟수에 제한이 걸려있거든요. 어느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새로 얻은 신캐 바로 갖다 쓰려면 행동력과 파밍 횟수 리셋에 돈을 적지 않게 부어야 합니다.

여러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애초에 도탑전기라는 게임 자체가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육성 게임에 가깝긴 합니다. 아카데미아는 어느 측면에서 보면 수집 게임에 가깝게 돌리려고 한 것 같은데 또 다른 면을 보면 수집 게임과는 잘 맞지 않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거나, 강화하고 있기도 해요. 참으로 애매하단 말이죠.

 

9. 대세는 수집형 MMO?

사실 텐센트는 작년 11월에 출시한 '나루토OL 닌자신세대' 이후로 이런 정통 도탑류의 게임은 잘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넷이즈는 처음부터 '음양사'로 도탑전기를 빗겨갔고 그 이후로도 '영원한 7일의 도시' 같은 시도를 할 지언정 도탑전기류 게임은 만들지 않고 있어요. 이 두 회사가 요 1년 사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몽환서유와 같은 스타일의 MMO 수집형 RPG입니다. MMO RPG처럼 공유 공간에서 커스터마이징 된 플레이어 캐릭터가 돌아다니는데 전투할 때엔 플레이어 캐릭터 + 수집한 캐릭터가 이룬 파티로 턴제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죠.

 

사실 작년 11월에 텐센트가 출시했던 나루토OL 닌자 신세대도 부분적으로는 MMO의 성격을 띄고는 있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긴 했죠. 하지만 MMO 기반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도탑전기 게임에 로비 화면을 공용 공간으로 바꾸었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잠깐 그러고보니 닌자 신세대도 아주신가방(亚洲新歌榜) 2018년 최우수 신인 그룹상, 2019년 최우수 그룹상을 수상한 걸그룹 화전소녀101의 오덕 게이머 아이돌 라이메이윈(赖美云)이 홍보했었군요.. 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때마침 10월 말에 양사가 각기 최신작을 내놓았습니다. 텐센트는 텐센트TV의 애니메이션인 호요소홍랑(狐妖小红娘)을, 넷이즈는 헌원검 IP의 헌원검 용무운산(轩辕剑 龙舞云山)을 출시했지요. MMO기반의 턴제 수집형 게임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엔 차이가 있어서 요즘 열심히 플레이 중입니다.

 

아니 잠깐, 그러고보니 헌원검 용무운산 역시 제작비 100억짜리 초대형 여행 예능을 찍는다고 발표했더니 광고비만 200억이 꽂혔다는 중국 최정상의 걸그룹 화전소녀101의 만능 아이돌 라이메이윈(赖美云) 양이 홍보했었군요. 오픈 기념식 겸 게임 소개 행사를 팬미팅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게임 내 방송 기능으로 생중계 했는데, 방송 시청 예약자가 1백만명을 가뿐히 넘겼고 생방 시청자 수도 500만명 이상이었다죠?

 

여하튼 중국 수집형 게임의 흐름은 호요소홍랑과 헌원검 용무운산 쪽을 좀 더 파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왠지 게임 리뷰에 다른 개인적인 취미가 섞였다거나 그쪽이 진짜 화제였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오해이십니다.

 

by 고금아 2019. 11.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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