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에 XBOX ONE (이하 엑박원)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났습니다.

분명 차세대 게임 콘솔인데, 게임 이야기는 거의 없고 TV, 영화, 스카이프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능들은 대부분 북미의 엔터테인먼트와 깊게 연관된 것이라 그 외 지역에서는 당분간 - 한국은 아마도 영원히 - 활용하기 힘들 기능들이었죠.

수많은 게이머들이 속았다 엿먹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전 MS가 굉장히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 선 콜옵 고스트 시연을 보면 기기 스펙 자체는 굉장히 향상되었습니다. 겉보기엔 배틀필드3나 크라이시스 같은 AAA급 타이틀을 하이엔드PC에서 풀옵으로 돌렸을 때와 유사한 레벨입니다만, 사실 그게 포인트죠. 100만원짜리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퀄러티를 50만원 미만의 콘솔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거니까요.

문제는 스펙이 높아지고 표현의 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개발비도 치솟는다는 겁니다. 타이틀 가격을 100불씩 메길 것이 아니라면 결국 더 많이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지난 수년간 시장 상황을 보면 타이틀들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콜옵 조차도 모던3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죠. 기존의 엑박360보다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한 게임을 더 적게 깔린 콘솔에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특히 비주얼) 퀄러티가 좋으면 게임도 플랫폼도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게이머에 한정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이미 시장은 게이머들만 상대해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차 세대 콘솔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이머가 아닌 대중들에게도 팔아야하는데 이들은 퀄러티에 둔감하기 때문에 스펙을 높여봤자 현세대 콘솔 보급량 만큼 팔릴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좋은 게임 만들어서 파는 건 서드 파티 몫이고, MS가 해야할 일은 어떻게든 플랫폼을 많이 깔아주는 것이죠.

그래서 MS가 꺼내든 것이 기타 엔터테인먼트 기능입니다. NFL 중계를 보는 도중에 선수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게이머가 아닌 사람에겐 그것 만으로도 엑박원을 구매할 수 있는 이유가 되죠. 플스2가 DVD 플레이어 기능을, 플스3가 블루레이 플레이어 기능을 매개로 일반인들에게 플랫폼을 보급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런 쌍방향 엔터테인먼트는 광디스크 영상 재생과 달리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컨텐츠 공급자와의 제휴가 필요하며 '독점'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물론 이 컨텐츠 공급자 문제 때문에 북미 외의 지역에선 활용이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사실 그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로서 북미 지역에선 PS4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 만으로도 현세대기에 비해 더 많은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쉽게 말해 본진인 북미에서 소니를 몰아낼 수 있다는 거죠.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이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PS4가 유사한 기능을 탑재하고 이 지역 컨텐츠를 독점하지 않는 한, 불리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MS의 현금동원력을 볼 때 어렵지 않게 이 지역도 독점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설령 게임 판매 수익이 기대에 못미친다 하더라도 이쪽에서 또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죠.

쉽게 말해 엑박원은 말 그대로 꽃놀이 패를 들고 PS4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봅니다. 뭐... 논-게이머들이 차세대로 넘어가지 않고 쌍방향 엔터테인먼트도 시큰둥하다면 큰 손해를 보겠습니다만, 어쨌든 PS4 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덧-

이미 플스2,3에서 미디어 재생 기능으로 재미를 보았고 영화사와 음반사까지 거느리고 있는 소니가 왜 PS4를 게임콘솔로 한정지었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긴 합니다. 본체 대기 중 패드 충전 같은 건 사실 신형PS3에서 업데이트 해줬어야 하는 문제들이었고, PS VITA를 사용한 리모트 플레이도 글쎄요... 비타를 번들로 끼워준다면 모를까...


by 고금아 2013. 5. 22.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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