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KOF가 또다시 돌아오다


얼마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편2편을 통해 중국의 수집형 RPG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특히 1편에선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장점과 단점, 2편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실험들을 소개했죠. 해당 포스트를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에서도 서비스 되기도 했고, 포스트를 쓰는 과정이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쉬고 싶었으나, 최근 또다시 흥미로운 게임이 출시되어 소개드립니다. 텐센트의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 명운) 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iOS 앱스토어(중국 계정)

안드로이드 APK


기본적으로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도탑전기 위에 벨트스크롤 액션을 올린 게임입니다만 게임플레이 디자인 뿐만 아니라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에서도 화영닌자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선 먼저 게임 플레이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고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은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각 모드 별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로 올려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KOF 데스티니 플레이 영상 모음



1. 벨트 스크롤 액션으로 돌아온 KOF

권황명운은 아예 턴제 RPG로 제작되었던 KOF98UM과 달리 흔히들 '던파 스타일' 이라고 부르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평타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 만으로 자동으로 연속기가 나가며 각 캐릭터가 갖는 고유의 필살기들은 쿨타임이 있는 스킬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원래 1:1 격투 게임인데도 벨트 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된 것은 벨트 스크롤이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 KOF의 대전 격투 형식에선 상대 캐릭터를 갈아치우는 것 외엔 플레이 경험에 다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컨텐츠를 추가하면서 운영해야하는 모바일 게임에선 굉장히 치명적이죠. 

반면 벨트 스크롤 형식은 컨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PVE만 하더라도 일반 RPG와 마찬가지로 몹의 구성과 배치 등을 통해 다양한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고, 벨트스크롤이라도 1:1 구성을 취하면 대전 격투와 마찬가지의 1:1 전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도 일반 벨트 스크롤 스테이지와 1:1 형식을 섞어가며 스테이지들을 구성하고 있지요. 

이런 컨텐츠의 유연성은 이 게임의 백미인 멀티 플레이 컨텐츠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기존 KOF의 1:1 전투로는 1명이 1캐릭을 맡아 질 때 마다 교대하는 5판3승제나 라운드별로 1명씩 참여하는 3판2승 외의 컨텐츠를 꾸릴 수 없습니다. 자기 턴 아니면 손가락 빠는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벨트 스크롤 형식에선 여러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코옵, 레이드, 양팀이 동시에 부딪혀 싸우는 팀 대항 PVP 등 다양한 컨텐츠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2. 기본 전투 조작

기본적으로는 2년 전의 나루토 화영닌자와 유사합니다만 KOF IP에 기인한 기믹이 몇가지 추가되어있습니다. 일단 3인 1조라는 KOF의 특성을 이어받아 기본적으로 각 세션은 2~3명의 캐릭터로 팀을 짜 플레이하게 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험스테이지는 위 스크린샷에서 보는 것 처럼 교대해가며 조작할 수 있는 2명의 조작 캐릭터와 소환수 처럼 호출하면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다시 돌아가는 원호 공격 캐릭터 1명으로 구성됩니다. 모드에 따라선 원호 공격 캐릭터 없이 조작 캐릭터만 3명 투입되기도 하고, 캐릭터를 자유롭게 교대할 수 없고 조작 캐릭터가 죽어야만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는 모드도 있습니다.

전투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출/회피'에 관한 것입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초필살기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스킬을 맞추면 '기'가 1개 쌓이고, 탈출은 기를 1개 소모합니다. 그리고 기는 최대 4칸까지 쌓이고 초필살기는 4개의 기를 모두 소모합니다. 상당히 직관적인 규칙이긴 합니다만, 이 규칙이 PVP에서의 공방을 상당히 제한하였습니다. 

일단 스킬을 맞춰야만 기가 쌓인다는 점이 극단적으로 공격자를 유리하게 합니다. 스킬 콤보를 때리는 쪽은 기를 계속 쭉쭉 채우는 반면 정작 얻어맞는 쪽은 기를 채울 수 없어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게 되지요. 맞는 쪽이 탈출을 써서 반격에 나서려고 하면 상대도 탈출해서 역공이 들어오는데 이 땐 쿨타임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아야 합니다. 기를 모두 소모하는 초필살기 역시 상대가 탈출해버리면 역습을 그대로 맞아야하기 때문에 섵불리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탈출과 초필살기를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한, 역설적인 상황이 옵니다.

권황명운은 회피/탈출 시스템을 가다듬어 위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초필살기는 기를 사용하고 탈출/회피는 전용의 회피 게이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초필살기와 회피 사용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회피 게이지는 스킬을 맞추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차오르게 해 방어자의 탈출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서의 '탈출'은 게이지 2칸을, 아직 맞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적 이동 수단인 '회피'는 게이지 1칸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탈출 / 회피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게이지를 적게 쓰는 '회피'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관련해서 탈출 가능 / 불가(탈출 쿨타임이 안끝났거나 기가 없어서 탈출 할 수 없음) 2가지의 상황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황의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을 때에만 승부를 걸었고 탈출 게이지를 토하게 만드는 수싸움이 PVP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권황명운은 회피/탈출에 대해 보다 다양한 상황과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화영닌자가 보여줬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KOF의 색채를 더했고, 여기에 PVP 플레이의 다변성을 제한했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벨트 스크롤 전투가 완성되었습니다. 


3. 기본 모험 스테이지

 

 

기본적인 컨텐츠 구조는 도탑전기류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모험 모드는 일반 스테이지와 하드 스테이지로 나뉘고, 각 스테이지에선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드랍됩니다. 스테이지에 참여한 캐릭터에게 별도의 경험치를 주진 않고(예외적으로 해당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땐 경험치를 줍니다.) 원하는 캐릭터에게 쓸 수 있는 경험치 재료를 준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별3개를 획득하면 '소탕' 기능으로 전투 없이 보상만 챙겨갈 수 있는 구조 또한 동일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이제 더이상 소탕을 '소탕권'의 형식으로 제한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파밍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권황명운에도 적용되어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탭하면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의 목록이 나타나며 KOF98UM처럼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저 화면에서 그대로 소탕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개 남았는지 계산할 필요 없이 50회 소탕(때로는 10회 / 30회 소탕) 버튼을 누르면 수량이 채워지거나 행동력을 모두 소진할 때 까지 자동으로 돌다가 알아서 멈춰줍니다.


기본적으로 원작 KOF가 캐릭터성이 강하기 때문에 컷씬이나 인게임 대화씬 등으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전달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깨고 나면 소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비전투 씬이 길어도 유저에게 큰 불편이 되진 않지요. 일부 챕터들은 통째로 빌리나 킹과 같은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스테이지들은 해당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강제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게 함으로써 캐릭터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쇼케이스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4. 다양한 형식의 스테이지 구성

게임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까 영상에서도 보셨든 벨트스크롤 Beat'em Up 스타일의 스테이지와 1:1 대결 형식의 스테이지 입니다만, 이 두가지의 조합 만으로는 아무래도 플레이 경험의 단조로움을 피하기는 힘듭니다. 권황명운은 중간 중간 특별한 기믹을 추가한 스테이지들을 섞어줌으로써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전달합니다. 장르 고전인 더블드래곤이나 파이널파이트에서의 바닥에 떨어진 물건 주워 던지기가 아주 대표적인 기믹이 될 겁니다. 벨트 스크롤 게임에선 이 주워 던지기가 게임의 기본 액션으로 컨텐츠 전반에 깔려있지만, 권황명운은 이 기믹을 일부 스테이지에만 적용하되, 해당 기믹을 그 스테이지의 핵심 컨텐츠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위 영상 1분 5초부터 시작되는 스테이지는 아테나를 지키는 디펜스 모드로 구성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얼음 폭탄으로 멈추는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약을 빨았길래 이런게 나오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막나간 스테이지들도 제법 있습니다. 일단 위 영상을 한번 클릭해보시죠.. 자동차 추격전이야 뭐 장르 고전인 캐딜락 앤 디노사우르스의 오마쥬인가 싶습니다만 헬기 슈팅에 다람쥐 잡기 이런 것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이런 특수 스테이지들은 새로운 경험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후술할 이벤트 컨텐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웃기기 위한 컨텐츠만은 아니에요.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에는 소탕이 전제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소탕을 제한하거나 비싸게 팔아서 유저의 물리적인 시간을 소진시키는 것을 과금의 전제로 삼는 게임에선 컨텐츠의 보상을 책정할 때 플레이 타임 또한 비용으로 계산에 잡아야 합니다. 난이도 대비 적절하다고 해도 시간이 턱없이 짧은 스테이지가 있다면 해당 스테이지가 Exploit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애초에 모든 스테이지가 1회 클리어 후 소탕된다고 하면 Exploit 걱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5. 다양한 부속 컨텐츠

모험모드는 소탕으로 행동력을 태워버리고 부가 컨텐츠로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는 도탑전기류의 기본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일단 경험치/골드/강화석 일일 던전부터 살펴보자면 경험치 던전은 일반 벨트 스크롤이지만 나머지 추격전, 자동차 부수기 등의 구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굳이 플레이할 필요 없이 약간의 보너스까지 붙여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의 정석입니다.


계속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깨고 올라가는 시험의 탑 컨텐츠인 '기스탑' 또한 정석 그대로를 따르고 있습니다. 매일 이전에 깼던 층 까지는 다시 깨지 않아도 매일 자동으로 보상을 받는 점은 동일합니다만, 이전과 달리 보상을 수거하는데 걸리는 시간 없이 보상이 바로 들어옵니다. 단, 181~190층 까지는 오토로 깨지 못하게 하고 190층을 다 깨면 추가 보상을 줌으로써 컨텐츠를 소진한 상위 유저도 계속해서 시험의 탑에 도전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컨텐츠의 형식 외에 부가적인 규칙으로도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순회 도전은 각 스테이지마다 특정 그룹을 랜덤하게 선택해 해당 그룹으로 플레이하면 더 높은 보상을 주는 컨텐츠입니다.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는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죠.


이 외에 하루 한번 플레이 할 수 있는 '1코인 클리어'는 예전 오락실처럼 3명 팀을 골라 해당 멤버로만 5판 3승 대전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모드입니다. 총 9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는데 1코인 클리어라는 말 그대로 하루에 단 한번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할 경우 그 날은 그걸로 끝입니다. 다이아를 내면 재도전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이어할 수는 없어요. 매 주 획득한 점수로 고정 누적 보상이 있는데 9스테이지 올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선 이틀이면 달성할 수 있어 매일 플레이해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각 참가자가 그 주에 기록한 베스트 기록으로 랭킹을 메겨 추가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원한다면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공략이 필요합니다. 


6. PVE 멀티 컨텐츠

이런 싱글 기반 부속 컨텐츠 외에 멀티플레이어 컨텐츠도 다수 준비되어있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것은 2인 코옵 PVE 모드입니다. 특정한 스테이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는 난이도를 고르고 시작 버튼3을 누르면 파티의 전력에 맞춰서 스테이지가 랜덤하게 선택되고 난이도도 알아서 설정됩니다. 성적에 따른 보상 차등이 없기 때문에 오토를 걸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2인 코옵은 하루 3회 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대신 친구와 수동 파티를 맺거나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 + 친구 수동파티의 경우엔 총 3배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2인 코옵 외에 3인 코옵 PVE가 따로 존재합니다. 3인 코옵은 2인 코옵과 달리 각각의 스테이지에 난이도와 보상이 세팅되어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스테이지를 골라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보스의 패턴이 강력하고 난이도가 높으며, 3인 중 가장 높은 데미지를 준 MVP에겐 추가 보상이 주어지는 경쟁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등 단순 코옵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레이드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하루 3판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원한다면 티켓을 구입해 추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티켓 1장의 가격은 고정이지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1판에 소모되는 티켓 수가 늘어납니다. 고난도에서 좋은 보상이 나오기 때문에 고스펙 사용자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 3인 코옵 던전에서 많은 보상을 긁어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멀티플레이 PVE모드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친구를 초대해 수동 파티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빠른 실행'을 누르면 자동으로 파티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빠른 실행은 대기방에 입장한 뒤에 시작하는 절차 없이 매칭 후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매칭이 굉장히 빠릅니다. 2인 코옵은 빠른 시작을 누르자마자 게임이 시작되고 3인 코옵은 15초 안에 무조검 파티가 맺어집니다. 봇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티 플레이어 컨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함께 플레이할 다른 유저와 파티를 맺지 못하면 해당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매칭 문제는 동시접속자 수와 연관됩니다만, 수직 성장과 컨텐츠의 난이도 분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직 성장이 깊은 게임이 이 수직 성장 정도에 따라 여러 난이도로 컨텐츠를 쪼갤수록 각각의 난이도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수는 줄어들죠. 특히 운영한지 시간이 지나 유저들의 스펙이 올라가있는 상태에선 신규 유저가 복귀 유저가 들어와도 함께 할 인원이 없어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봇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코옵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간대를 좁혀 밀도를 높이거나, 난이도에 따른 컨텐츠를 줄여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유저의 수를 늘리거나, 초반부는 1인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등이죠.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은 유저를 불편하게 하거나, 성장해서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일부 해치거나, 여럿이 협력하는 모드가 핵심 재미인 컨텐츠에서 협력하는 재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최근 오픈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권황명운은 봇을 사용함으로써 수직 성장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멀티플레이어에서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7. PVP 멀티 컨텐츠

다음은 권황명운의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PVP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가장 접근성이 좋은 비동기 PVP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비동기 PVP는 다른 도탑전기류 게임과 마찬가지로 랭킹을 기반으로 상대를 지목해 도전하며, 자신보다 높은 순위에 도전해 이기면 해당 순위로 뛰어오르는 순위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100등이 90등에 도전해서 이기면 90등이 되고 91등부터 99등 까지는 한칸씩 내려가는 식이죠. 하루에 5번 플레이할 수 있고 다이아를 내면 추가 플레이가 가능하며 매일 오후 9시의 순위를 기준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비동기 대전은 상하 폭이 좁아 1:1 대결에 최적화 된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며 오리지널 KOF와 마찬가지로 3인 파티 중 한명씩이 차례로 나와 싸우다 체력이 다하면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고 3명 모두를 쓰러트리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다만 위 영상 50초에서 보이는 것 처럼 한명을 쓰러트린 뒤 라운드를 종료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5판3승제가 아니라 그자리에서 바로 캐릭터가 교대되며 타임 아웃이 발생하면 무조건 도전자의 패배로 처리됩니다.

이러한 비동기PVP는 동기식 PVP에 비해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도 플레이어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동기식 PVP는 필연적으로 1명의 승자와 1명의 패자를 발생시킵니다. 그 치열한 대결이 게임의 재미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경험을 좋아하는 것이지 누구도 패배를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동기 PVP는 랭킹표에서 전력을 보고 내가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합니다. 못이길만한 상대는 피하고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체로 이기는 경험만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동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선 져서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여전히 경쟁은 발생합니다. 게다가 스펙을 높여 더 높은 순위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순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험은 도탑전기류 게임이 추구하는 끊임없는 성장과도 아주 잘 부합합니다.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비동기 PVP의 장점입니다. 게다가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의 동기식 PVP는 시스템적으로 대등하게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주기가 힘듭니다. 최상위의 핵과금 열성 사용자들이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다른 최상위와 대결을 펼치겠지만 그 아래에선 기본적으로 스펙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와 매칭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 뉴비들은 대결의 재미보다는 학살당하는 불쾌함만을 느낄 확률이 큽니다. 반면 비동기PVP는 싸울 상대가 떨어질 우려가 없습니다. 접속해있든 접속해있지 않든, 심지어 이미 게임을 접은지 1년이 지난 상대라도 기록이 남아서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어주죠.


물론 액션 게임인 만큼 보다 치열한 대결을 원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동기식 PVP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1:1 동기식 PVP는 플레이어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중 3개로 팀을 짜서 KOF 식으로 5라운드 3선승제로 진행하는데, 일부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더라도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동기식 PVP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레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일정 구간까진 플레이어 스킬이나 스펙 둘 중 하나만으로도 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상위로 가기 위해선 둘 다 갖춰야 하는 것이죠. 월 단위로 레더 순위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고 리셋됩니다.


이미 모바일 MOBA 게임인 왕자영요를 e스포츠에 안착시킨 텐센트는 콘트라 리턴에서도 이 e스포츠로 연계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3:3 PVP를 콘트라 리턴의 킬러 컨텐츠로 탑재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에서 독특한 3:3 PVP를 탑재하고 있지요. 일단 위 영상을 보시죠.

양팀 플레이어는 각기 맵 양 끝에 있는 각 팀의 본진에서 스폰되고 상대 팀의 진영에 있는 2개의 타워를 먼저 부수는 팀이 승리합니다. 맵의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1레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MOBA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장거리 공격을 베이스로 하는 콘트라 리턴에선 복잡한 지형 지물을 통한 회피와 우회 등의 전략을 중시했습니다만 근거리 격투를 베이스로 하는 권황명운은 지형은 단순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캐릭터 간의 조합과 화력의 협동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고 그 캐릭터들로 PVP를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PVP의 성능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BM과 게임디자인 편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만, PVP에서 캐릭터의 성능은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아닌 플레이어가 그동안 키워온 캐릭터 전체의 성장 합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전까지 쌓아둔 전투력이 40만이라면 게임 처음부터 키워온 SSR 6성 오렌지+4등급의 폭주 이오리로 플레이하건 방금 얻은 R 4성 녹색+1 등급의 야부키 신고로 플레이하건 동일하게 전투력 40만을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개별 캐릭터의 등급이나 성급, 육성 정도에 얽메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쓰고 싶은 캐릭터로 PVP를 플레이하면 됩니다.

PVP 플레이를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PVP는 - 특히 동기식 PVP는 -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꺼리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PVP를 일퀘에 밀어넣어 하기 싫어도 보상을 위해 플레이어가 억지로 몇판은 PVP를 하도록 (그리고 강자들에게 썰리도록) 강요합니다. 의지의 마조히스트 전투민족 코리안에겐 이런 협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개복치 멘탈의 중화인들에겐 씨알도 안먹힐 소리죠. 비동기 PVP, 1:1 PVP, 3:3 PVP 셋 다 플레이하면 보상을 받는 일퀘가 걸려있긴 합니다만 캐주얼한 비동기 PVP의 일퀘만 일퀘 올클리어 미션에 묶여있습니다. 1:1과 3:3은 플레이하면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8. 길드 컨텐츠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어둠으로써 장기적으로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이 바닥의 상식입니다. 권황명운 역시 길드 출석, 길드 미션 등과 같은 길드 컨텐츠를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6단 보상은 일간 길드 활동 보상입니다. 플레이어가 길드와 관련된 행위를 하면 점수가 쌓이고 점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길드라고 하면 리니지 혈맹처럼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컨텐츠를 중시합니다만, 소소하게 제 할일 하면서 보상 받는 초식형 길드도 사용자를 게임에 잡아두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길드 경쟁은 소수 엘리트 길드의 전유물임을 생각해보면 초식형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길드 보스 전의 플레이 영상입니다. 여러 보스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있고 한 보스를 다 잡으면 다음 보스로 넘어가는 형식입니다. (진도는 매주 리셋됩니다.) 각 길드원이 하루에 2번 공격에 참여할 수 있고 참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길드가 각 보스를 가장 빨리 잡았는지, 각 길드 내에선 누가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줬는지 등을 표시해서 경쟁을 유도하지만 추가적인 보상은 없는 자기 만족형의 경쟁입니다.


초식형 컨텐츠도 있지만 경쟁형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길드 노력전은 길드전을 통해 각 서버 당 존재하는 세개의 거점을 점령하는 컨텐츠입니다. 한 길드는 1개의 거점만을 가질 수 있고, 해당 거점으로부터 매일 소량의 자원을 공급받습니다. 각 거점마다 정해진 요일일 정해진 시간에 길드전이 열려 거점의 주인을 가립니다.


거점을 현재 가지고 있는 수비 길드는 단일 팀이지만 공격팀은 복수 길드로 구성됩니다. 공격팀 수비팀은 별도의 파티 없이 개개인이 매치 메이킹을 시도하면 1:1, 3:3, 1:3 모드 중 랜덤한 모드를 고르고 파티를 구성해줍니다. 1:3 모드에선 수비팀이 1명 공격팀이 3명으로 구성되는데 수비팀에는 데미지를 받아도 경직되지 않는 슈퍼아머가 적용되기 때문에 1:3으로도 밸런스가 대충 맞습니다. 개별 승패 보다는 매 판 공격팀 / 수비팀의 플레이어들이 얻은 점수의 합으로 공격 성공 / 방어 성공을 가리는데, 사람이 부족하면 봇이 매칭되기도 합니다.


비정기 컨텐츠로는 길드 토너먼트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길드 토너먼트는 하루에 한 라운드씩 진행되며 15분간 2:2 팀 전, 남은 15분간은 1:1 개인전으로 진행되는데 1:1은 1라이프로 먼저 죽는 쪽이 지는 규칙이고 2:2 팀전에선 각 참가자가 3라이프를 갖고 전투에 뛰어들어 두명 모두 3라이프를 소진한 팀이 지는 규칙입니다.

길드 노력전과 길드 토너먼트 둘 다 길드 기반의 PVP 컨텐츠 입니다만 각 길드에서 선별한 소수의 최정예 멤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원이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만일 어느 한 길드의 인원이 부족해 매치메이킹이 힘들 경우는 봇을 투입해 많은 인원이 참가한 길드가 상대가 부족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아무래도 봇이 약하기 때문에 다소 전력이 약한 길드원이라도 일단 참여하는 것이 길드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별도의 파티 매칭 씬 없이 그냥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매치메이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 구성 등에서 오는 불필요한 불편이나 문제도 없습니다.


9. 화영닌자를 넘어서 - 청출어람 이청어람

권황명운의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화영닌자의 코어 전투 시스템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습니다. KOF 전통의 1:1 결투 보단 벨트 스크롤 전투가 컨텐츠 제작 및 운영에 더 유리함은 서두에 설명 드렸고, 벨트 스크롤로 가기로 했다면 완성도가 높고 장기 흥행으로 시장성도 검증된 화영닌자를 모태로 삼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사실 이미 작년엔 화영닌자의 시스템에 에반게리온 IP를 끼얹은 에반게리온 파효가 출시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화영닌자의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스킨만 에반게리온의 요소들로 갈아치웠던 파효와 달리 권황명운은 화영닌자의 이식에 그치지 않고 화영닌자를 베이스로 한 KOF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장기 운영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컨텐츠 생산에 유리한 벨트 스크롤을 채택하긴 했으나 기 폭발, 구르기, 원호 공격 등 KOF의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해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벨트 스크롤 KOF를 만들어낸 것이죠. 특히 개선된 탈출/회피 시스템은 KOF의 구르기 공방을 연상시키면서도 화영닌자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투를 연출해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협동 PVE, PVP 모드, 길드 컨텐츠 등이 추가되면서 권황명운은 화영닌자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화영닌자도 출시된지 이미 2년이나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권황명운은 상당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KOF 스킨을 씌운 화영닌자도 아니고, 그럭저럭 할만한 IP 게임도 아닙니다. 정말 제대로 잘 만든 모바일 게임입니다.

기본 시스템 외에 BM과 메타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화영닌자보다 상당히 발전된 면을 다수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2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2) -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


by 고금아 2018. 7. 11. 02:54

0. 도탑전기류의 최신 진화형이 오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 (1) - 벨트스크롤 돌아온, 제대로 된 모바일 KOF


지난번에 2개 포스트에 걸쳐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수집형 게임인 도탑전기류 게임이 실은 가챠를 통한 캐릭터 수집에 중점을 두는 수집형 게임이라기 보다는 제한된 캐릭터 풀 내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강조하는 수직 성장형 게임으로 분류되어야 함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이 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음도 설명 드린 바 있죠. 

넷이즈가 음양사나 영원한 7일의 도시, 반역성 밀리언 아서 등 도탑전기류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약점을 피해 보다 운영에 유리한 수집형 게임을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텐센트 역시 기존의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KOF98UM 부터 나루토 화영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 마다 계속해서 BM과 게임 디자인을 바꿔가면서 도탑전기의 핵심 재미인 수직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약점인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는 방법을 탐구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명운)이 바로 그런 텐센트 도탑전기의 최첨단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디자인과 BM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쓰여졌습니다. 혹시 잘 모르시겠다면 이전 포스트들을 한번 읽고 와주세요.


콘트라 리턴의 과금 시스템 정리

2016년 중국 모바일 RPG의 성장 시스템 비교 분석

중국 RPG들의 가차 판매 디자인에 관한 고찰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2



1. 텐센트가 개척한 액션 중심의 도탑전기류 BM의 진화 흐름


 


 


텐센트는 KOF98UM, 나루토 화영 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이렇게 4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만 이들은 크게 턴제 RPG(KOF98UM, 용주격투)와 ARPG(화영닌자, 콘트라 리턴)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전투의 형식의 차이는 아닙니다. 기본적인 BM의 구성에서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인 KOF98UM과 용주격투는 성장의 중심이 캐릭터에 있습니다. 조각을 모아 올라가는 성급 성장 외에 스테이지에서 파밍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등급(녹+1 등), 고난도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각성 등의 성장컨텐츠들이 캐릭터에 묶여있고 당장 사용하는 덱에 올라온 6개 캐릭터의 전투력이 핵심이 됩니다. 이렇게 캐릭터 단위의 깊은 성장은 신캐를 획득해도 기존에 전력으로 쓰던 캐릭터만큼 키우기는데 많은 시간이 들거나 아예 신캐 조각을 모으는 동안 기존 캐 조각이 더 모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를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가장 직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신캐의 효용이 떨어지고,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에 유저를 잃기는 쉬워도 새로 얻기는 힘듭니다.


 

 

화영닌자는 스테이지 파밍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를 모두 캐릭터가 아닌 계정 귀속으로 돌림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새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바로 이전까지의 성장이 적용되어 특별히 해당 신캐를 키울 필요 없이 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캐릭터 성급 성장은 여전히 캐릭터에 귀속됩니다만 S, A, B 등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엄격하게 나누고 신캐를 고등급에 배치함으로써 이 신캐의 성급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성급은 아직 덜키워서 낮지만 등급이 높기 때문에 고성능인 것이죠. 또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신캐가 주는 컨텐츠 변화가 상당히 크고, 따라서 신캐에 대한 매력이 높습니다. 플레이해서 점점 더 강해진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새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를 더합니다. 수직 성장을 중심으로 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수집의 재미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구성은 슈팅 RPG인 콘트라 리턴에서 조금 변화합니다. 슈팅 게임이라는 특성상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총기류입니다만, 횡스크롤 슈터라는 형식이 총기 간의 성격 차이를 체감하기가 힘듭니다. 서든어택 같은 FPS 슈터들은 같은 돌격소총이라도 M16은 데미지가 적은 대신 반동이 적고 AK-47은 데미지가 크지만 반동이 크며 FAMAS는 연사가 빠르다는 등의 특징을 눈치채기 쉽습니다. 하지만 횡스크롤 슈터에선 샷건과 돌격소총, 머신건 등 유형별 차이는 느낄 수 있어도 M16과 AK-47의 차이는 느끼기 힘들죠. 또한 총기는 도구일 뿐이라 캐릭터 처럼 수집 대상으로써의 욕구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해도 플레이 경험이 총구에 너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콘트라 리턴은 게임의 토큰을 총과 캐릭터로 구분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여러 총기 중 2개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가챠나 플레이를 통해 구입하고 획득할 수 있는 토큰은 총입니다.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등급을 B, A, S, SS 등으로 강하게 구분합니다.(등급을 올릴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총기의 유형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결정되고 태생 등급에 의해 성능이 결정됩니다. 각 총들은 다른 도탑전기류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들과 드물게 공급되는 조각을 통해 등급과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총이 주는 플레이 경험이 뚜렷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당장 선호하는 총기만 수집하고 육성하는 식으로 컨텐츠가 선별적으로 소진될 우려가 있습니다. 당장 서든 어택만 하더라도 돌격 소총만 쓰는 사람은 돌격 소총만 쓰고 샷건 쓰는 사람은 샷건만 쓰죠. 콘트라 리턴은 컨텐츠에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활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지정한 단 한가지 종류의 총만 사용할 수 있는 일일 던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장 장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종류별로 가장 좋은 총 1개씩을 슬롯에 배치해 능력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원치 않는 총의 성장에 대해서도 보너스를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 '덱'은 게임에 들고 들어가는 토큰이 수량이 제한된 구조에서 더 좋은 새 토큰(화영닌자의 경우는 캐릭터, 콘트라는 총)을 얻었을 때 기존에 키워뒀던 토큰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단점도 보완해줍니다. 당장 들고 쓰지 않더라도 저 덱에 배치함으로써 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요.


 

 

총기가 성장의 축이라면 캐릭터는 주기적인 수집의 대상으로 게임에 꾸준히 추가됩니다. A급 캐릭터는 몇만원 상당의 젬으로 고정가에 살 수 있고 S급 캐릭터는 전용의 기간 한정 가챠로 판매되는데 대략 15만원 정도면 획득이 보장됩니다. 비싸게 만든 컨텐츠를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게임 경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컨텐츠를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함으로써 장기 운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획득은 15만원 선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버당 1명에게만 최고 성급으로 초월시킬 수 있는 조각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도 일부 보존되고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특정 스킬을 해금하기 위해선 특정 등급의 특정 총기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걸려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라도 희귀한 총기를 얻고, 나쁜 총기도 육성하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콘트라 리턴이 갖는 또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PVP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루토 화영닌자 또한 실시간 동기식 PVP가 강점이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단순 데스매치가 아닌, 전략적인 3:3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좌우에서 각 팀의 멤버들이 스폰되어 가운데의 지점을 일정 시간 점령하면 승리하는 방식의 모드입니다.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팀웍과 지형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전략이 중요하죠. 일반적인 게임의 PVP 모드라기 보다는 e스포츠를 노린 게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이러한 게임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도탑전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한정된 캐릭터를 계속해서 높이 높이 쌓아올리면서 성장을 느끼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라면 콘트라 리턴은 여러 캐릭터를 모아서 이들을 갖고 놀면서 각각 캐릭터가 주는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수집형 게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이라고 치기엔 매출 면에서나 그 컨텐츠의 차별성 면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다소 낮습니다만, 그 차이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실시간 PVP라는 환경을 통해 증폭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e스포츠화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장기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아주 정석적인 도탑전기류의 BM과 게임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소탕을 자동화 시켜준다거나, 각성석 가챠로 상품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깊은 수직 성장 때문에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에 제한되고, 신캐의 상품성이 떨어지며 장기 운영에서 불리해지는 본질적인 약점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화영닌자와 콘트라 리턴은 수직 성장을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도 수집을 강조해 장기적으로 신캐를 판매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권황명운의 BM과 게임디자인 역시 이러한 화영닌자 - 콘트라 리턴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3. 캐릭터 단위로 키우고 계정 단위로 누적되는 독특한 성장 구조

일단 권황명운의 캐릭터의 기본 육성 화면은 화영닌자보다는 기존의 KOF98UM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각 캐릭터 별로 능력치가 있고, 캐릭터 별로 육성할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6개의 재료 슬롯이 있고 각각의 등급에서 특정한 재료를 일정 갯수 이상 요구하며 이 조건을 모두 채우면 등급이 올라가며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치가 적용되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더해주는 보너스 능력치를 키우는 방식이거든요.

위 스크린샷에서 랄프의 스킬 공격력 1014, 방어 120, 공격 80, 생명 694 + 격투가 전력 10462라는 수치는 랄프라는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가 아니라 현재 랄프가 계정에 더해주는 능력치입니다. 랄프를 쓰든 안쓰든 랄프는 계정에 저만큼의 수치를 더해주고, 등급을 올리면 보너스가 각기 1144, 139, 95, 809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현재 얻은 전투력이 40만이라면 오랫동안 키운 6성 SR 58레벨 랄프를 전투에 끌고 가든, 방금 얻은 전투력 100짜리 1성 R 유리를 전투에 끌고가든 동일한 스펙을 적용받습니다.


권황명운은 화영닌자나 콘트라 리턴과 마찬가지로 희귀도를 엄격하게 나누는 게임입니다. R, SR, SSR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고 희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SSR과 SR은 해당 캐릭터의 성능을 갈라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희귀도가 높으면 동일 레벨 동일 등급에서 더 많은 능력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 상승을 위해선 희귀한 캐릭터가 많은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성능은 전체 전투력에 영향을 받을 뿐, 희귀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캐릭터라는 컨텐츠의 활용에서 3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첫째로 조작에 의한 체험을 중시하는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희귀도와 조작 캐릭터의 선호도를 나눌 수 있습니다. 희귀도가 성능과 직접 연결된 화영닌자의 경우 록리의 전투 스킬을 좋아하지만 희귀도 때문에 성능이 낮아서 사용을 꺼리게 된다거나, 마이트 가이의 조작은 싫어하지만 희귀도가 높아 성능이 좋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해야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R이든 SSR이든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냥 쓰면 됩니다. 가챠 판매를 위해 희귀도를 쪼개면서도 이게 플레이를 제한하지 않아요.

둘째로 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캐릭터에 귀속되는 도탑전기는 얻은 신캐를 키워야만 전력으로 쓸 수 있지만 권황명운은 방금 얻은 무성장 1레벨 신캐를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차이가 게임 플레이 성향을 크게 좌우하는 액션 RPG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페널티 없음은 핵과금러가 아닌 일반 저과금 사용자들에게도 기간 한정 가챠를 팔 수 있게 해줍니다. (KOF98UM같은 경우는 6성으로 키워야 쓸 수 있는데 획득하기도 어렵거니와 6성으로 키우기는 더 어려워서 핵과금자가 아닌 이상 루갈 같은 캐릭터는 거르거나 그냥 가지는 데에만 의미를 부여했죠)

셋째는 캐릭터 추가로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영닌자 또한 성장이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얻은 캐릭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컨텐츠 소모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새로 캐릭터를 얻으면 해당 캐릭터를 다시 흰색부터 녹색, 청색, 황색 등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기존 스테이지들을 재방문하며 구 스테이지에서 행동력을 소진하게 됩니다.  물론 신캐를 키우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키우면 전체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미 정체에 접어든 기존 캐릭터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전투력을 높이기 때문에 신캐를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희귀도가 높은 캐릭터를 얻으면 더더욱 그렇죠.


복수 캐릭터를 병렬로 키울 또하나의 이유는 이 대사군이라는 덱 시스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100%의 능력치를 계정 전투력에 더해주지만 대사군에 올라온 캐릭터들은 추가 반영률이 적용됩니다.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대사군 레벨이 '관통II'라서 덱에 등록된 캐릭터는 100%가 아닌 155%를 더해주는 것이죠. 대사군 레벨은 이 보너스 율 외에 원호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와 원호 공격의 쿨타임도 줄여주기 때문에 성장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군은 슬롯은 처음엔 잠겨있다가 보유한 캐릭터의 갯수와 전투력, 전체 등급 레벨의 합계 등에 의해 슬롯이 추가로 개방되며, 개방된 슬롯과 전투력, 레벨 등의 조건에 의해 대사군 레벨이 오르는 구성입니다. 사용할 캐릭터만 콕 찝어서 키워서 좋을 것도 없지만, 최고의 효율을 위해선 가능한 대사군을 꽉 채워서 병렬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4. 캐릭터 귀속의 성급 / 스킬 성장

파밍 재료를 사용한 등급 성장은 계정 공통의 전투력으로 합산되지만, 캐릭터 귀속의 컨텐츠도 존재합니다. 바로 성급과 스킬 성장인데요, 기본적인 구성은 도탑전기류의 성급 성장과 동일합니다. 1성부터 6성까지가 있고 조각을 일정 갯수 모으면 성급을 올릴 수 있으며 성급이 오를 수록 조각 갯수는 늘어납니다. 여기에 용주격투와 마찬가지로 각 성급의 단계를 10단계로 쪼개놓아서 한번에 100개 200개씩을 모았다가 한번에 밀어넣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으며 그 중간 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성급이 성장은 전투력 상승 외에 캐릭터에 귀속되는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캐릭터 별로 몇개의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성급에 의해 차례로 개방됩니다. 초필살기는 3성에서부터 쓸 수 있고 기 터트리기는 4성부터 가능한 형식이죠. 그리고 스킬이 개방되고 나면 골드 혹은 스킬책 아이템을 사용해 스킬의 성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해당 캐릭터에게만 적용됩니다만, 이러한 스킬 성장은 전투력으로 환산되어 계정 보너스로도 전이됩니다. 전투력이 보존되기 때문에 신캐를 무조건 키울 필요는 없지만 신캐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성급과 스킬 레벨을 올릴 필요는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의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특정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면 해당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고, 또다시 그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서 성급을 성장시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구성은 가챠에 신캐를 추가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신캐 획득 난이도와 육성 난이도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신캐니 빨리 키우라고 해당 캐릭터 조각을 많이 주면 너무 저렴한 가격에 획득하게 되어버리고, 조각을 적게 주면 획득후에 육성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또한 다른 캐릭터의 조각도 함께 획득되기 때문에 신캐 키우려고 가챠를 돌렸는데 오히려 기존 캐가 더 강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곤 하죠.


권황명운 오픈 초기의 스펙에선 캐릭터 조각이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조각 모음에 의한 캐릭터 획득을 차단했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조각 위에 '승성' 이라고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승성 조각은 오직 성급 성장에만 관여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하는데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인 가챠의 매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승성 조각의 공급을 통해 성급 성장의 난이도는 별개로 취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있었던 첫번째 업데이트에선 캐릭터 별 조각을 폐지하고 캐릭터들을 그룹으로 묶어 공통 조각 체계로 이행합니다. 위 스크린샷을 예로 들자면 베니마루, 마이, 고로, 킹, 레오나, 료, 아테나는 'SR열문' 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SR열문' 조각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수량이 적은 R과 SSR은 각기 단일 그룹으로 묶이고 SR만 열문, 경전, 지명 이렇게 3개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SR 등급 내의 3그룹은 서로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시인성이 굉장히 낮다는 결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이러한 조각 그룹화는 조각 때문에 신캐를 얻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도탑전기의 핵심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해결해줍니다. 캐릭터 성급 성장이 6성으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잉여 조각이 축적되고 신캐를 얻기만 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동일 그룹의 조각으로 금방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잉여가 없어도 가챠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 난이도가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한 방향입니다만, 여기에 등급별 / 유형별 구분이 들어감으로써 조금 더 가챠 판매에 유리한 구성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각 입수 난이도 때문에 소수의 핵과금러들에게만 어필하던 SSR의 접근성을 크게 낮춰 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특정 SSR 캐릭터 한정 가챠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점이 아주 훌륭합니다. 오픈 초기엔 폭주 이오리 스페셜 가챠가 판매되었습니다만 이 때 대부분의 중과금 유저는 이를 스킵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운 좋아서 폭주 이오리를 3성이나 4성으로 얻는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는 조각을 끌어올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죠. 오직 나올 때 까지 뽑는 핵과금러들의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SSR급의 조각을 공통화 하면서 들어온 폭주 레오나 한정 가챠부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이 아닌 다음 SSR 스페셜 가챠에서도 조각을 얻어서 키울 수 있게 된 이상 이번의 기간 한정 스페셜 가챠를 스킵하기 보다는 일단 2성이든 3성이든 캐릭터 하나는 뽑아서 손해볼 것은 없어진 거죠. 물론 조각을 공통으로 쓸 수 있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려면 SSR 조각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스페셜 가챠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긴 합니다. 쓸 사람은 여전히 쓴다는 소리죠.


5. 수집을 통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컨텐츠들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들보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갖고 노는 재미에 조금 더 집중해있는 만큼, 복수 캐릭터 수집에 대한 컨텐츠도 잘 구비되어있습니다. 특정 캐릭터 조합을 보유할 때 보너스를 받는 건 KOF98UM때부터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었고, 용주격투에선 이를 획득 이후에도 육성으로까지 확장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진영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를 '세계수호' '무도연맹' 극악군단' '천국신족'이라는 4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해당 부류의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을 성장 컨텐츠로 삼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일정량의 스탯 보너스가 쌓이지만, 각 카테고리의 캐릭터 수집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각 카테고리에 대응하는 신기 라는 성장 컨텐츠가 별도로 열리기도 합니다.


권황명운의 진영 시스템이 KOF98UM이나 용주격투의 유사 컨텐츠와 구분되는 또하나의 특성은 이 컨텐츠가 일종의 업적과도 연관된다는 부분입니다. 한 카테고리의 캐릭터들을 다시 소그룹으로 나눈 뒤 해당 소그룹 멤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션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경우는 극악군단 내에 있는 여왕대인 마이, 킹, 치즈루에 관한 업적입니다. 1:1 PVP 80회, 1코인 클리어 모드 100회, 3인 코옵 던전 50회 등의 업적이 제시되고 이를 여왕대 캐릭터로 달성할 경우 지정된 스탯 보너스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적 달성에 따라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한편 플레이 컨텐츠로는 순회도전이 횡적 성장을 유도합니다. 순회도전은 각기 3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5개 지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스테이지를 해당 스테이지의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할 경우 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캐릭터 외의 캐릭터로 클리어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별 하나하나는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각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별을 모두 다 얻으면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데 그 양은 3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과 유사한 양입니다. 즉, 모든 스테이지를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하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샷의 스테이지는 일본대 캐릭터인 쿄, 고로, 베니마루가 추천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추천 캐릭터 중 일부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엔 소량의 다이아를 내고 대여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대여한 캐릭터는 순회도전 컨텐츠 내에서 그날 하루 동안 사망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이미 갖고 있으면 대여비를 아낄 수 있고, 캐릭터가 없어도 적은 돈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회도전 컨텐츠는 세부 디자인은 굉장히 나쁩니다. 지역 단위로 별 보상을 받는다지만 스테이지는 3개인데 보상 기준은 별 4개 입니다. 별 1개는 이전 지역을 모두 별로 클리어했을 때 다음 지역으로 넘어오는 구성이라 중간에 단 한번만 별 획득에 실패해도 전체 보상량이 팍 줄어듭니다. 특히 초반 지역에서 별을 놓치면 그날 하루 농사를 통으로 망치죠. 스테이지 개별 클리어 방식도 굉장히 해괴합니다.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면 새 캐릭터로 교대하면서 타이머가 1분으로 리셋되지만 타임 오버가 되면 플레이어 캐릭터 HP만 유지되고 스테이지가 리셋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죽어서 끝나기 보단 시간 내에 딜을 다 넣지 못해 타임 오버로 끝나기 때문에 여러번 트라이 하면서 계속해서 타임 오버를 경험하다가 결국은 적당히 팬 후에 죽어서 바톤 터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요. 굉장히 불쾌한 디자인인데 고쳐질 기미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또 여러 캐릭터를 직접 사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선 굉장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6. 체험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

하지만 이렇게 개별 캐릭터의 수직 성장 난이도를 낮추고 수평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컨텐츠가 존재하긴 하지만 권황명운이 본질적으로 수평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영원한 7일의 도시 처럼 뚜렷한 속성 메타나 직업 메타 등이 기반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보유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죠. 순회도전가 유사하게 캐릭터 수집에 대한 보너스를 주지만 부수 컨텐츠로 그 효용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진영 컨텐츠 또한 수직 성장의 일부로만 동작할 뿐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있고 이를 팔아야하지만 단순히 없는 캐릭터니까 갖고 싶다는 사용자의 1차적인 욕구 외엔 캐릭터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권황명운은 플레이어가 각종 캐릭터를 직접 만져볼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입니다. 


이전에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외전 스토리 중심,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추가 미션 중심이며 외전 스토리에 특수한 플레이 컨텐츠를 덧붙인 영원한 7일의 도시가 굉장히 특이한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또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하게 단편 단편적인 플레이 컨텐츠를 이벤트로 공급하는데, 이 중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이벤트가 자주 보입니다. 위는 용호의 권 이벤트 예시인데 유리, 료, 타쿠마, 킹 등 용호의 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진행하는 이벤트 스테이지입니다. 해당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1:1 PVP에서도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를 무료로 빌려쓸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캐릭터를 적으로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져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일부 모험 스테이지에서도 특정 캐릭터를 빌려주면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조금 전에 언급한 순회 도전에서도 약간의 다이아를 내면 없는 캐릭터를 빌려 쓸 수 있게 했지요.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직접 사용해도록 하는 것은 구매 욕구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권황명운은 특히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액션RPG이기 때문에 캐릭터로 인핸 게임 플레이의 변화를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7. 행동력에 대한 강한 통제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로 캐릭터 수집을 자극하고 있습니다만, 이 중 성장체계의 변화가 도탑전기류 BM의 근간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조각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몰아줄 수 있으니 가챠보다 정예 던전 파밍이 더 유리해지기 쉽고, 드랍을 통한 성장이 모두 계정으로 귀속되니 행동력을 왕창 사서 잡캐들을 키우는 것이 갸차보다 더 유리해지기 쉬운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보상 밸런스에서 만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정예던전이 아닌 일부 던전에서만 조각이 나오게 하고 다른 정예 던전에선 등급 성장에 필요한 희귀 재료가 드랍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율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권황명운은 이를 행동력의 구매에 강한 제약을 걸어 행동력에 대한 Exploit을 차단합니다. 기타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횟수가 올라갈수록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질 지언정 굉장히 여러번 행동력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권황명운은 딱 세번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못박아둔 것이죠. 당연히 누진제가 걸려있습니다만 90% 할인 - 70% 할인 - 20% 할인이라는 형식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매 제한을 걸어두니 가치가 올라간 행동력은 유료 상품과 연계됩니다. 위 스크린샷은 주정액 월정액 카드인데요, 기존의 젬만 주던 정액제 서비스와 달리 성장 재료와 행동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소소하게 잔돈을 받는 서비스가 좋아서 가성비가 좋은 것이 도탑전기류 게임의 월정액 패키지입니다만, 권황명운의 경우 행동력까지 걸려있어 월정액 패키지는 거의 무조건 사야 하는 상품으로 포지셔닝 됩니다.


월정액 패키지와 행둥력 충전 이외에도 행동력을 추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대부분 다이아가 아닌 현금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최소 170원 최대 2000원 정도의 저렴한 상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어쨌든 행동력을 사서 이득을 보려면 게임 내에서 공짜로 얻는 무료 다이아 대신 현금을 내라는 것이죠. 


8. 유상 다이아와 무상 다이아의 엄격한 구분

다른 한편으론 유상 다이와와 무상 다이아를 엄격하게 구분짓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위 그림에서 녹색으로 테두리 친, 자물쇠가 표시된 것이 무상 다이아이며 자물쇠가 없는 다이아는 유상 다이아입니다. 유상 다이아는 구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게임 내에서 지급되는 보상들은 대게 무상 다이아입니다. 또한 구매하는 상품이라도 위의 주정액 월정액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지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라거나 가챠 구입 등 게임 내 대부분의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기본 화폐로 사용합니다. 만일 무상 다이아가 부족할 경우엔 자동으로 유상 다이아에서 부족분을 끌어쓰는 구조로 되어있죠. 하지만 위 스크린샷과 같이 일부 상품은 유상 다이아 만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엔 무상 다이아가 유상 다이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무상 다이아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의 존재가 무과금 사용자에 대한 가혹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실제 상품의 구성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 가챠 구입, 일일 경험치/골드/강화석 던전 플레이 스킵, 길드 미션 즉시완료 등 게임과 관련된 대부분의 핵심 컨텐츠들은 무상 다이아로도 구입할 수 있고 유상 다이아만을 받는 상품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아까의 기간 한정 SSR 스페셜 가챠처럼 애초에 무과금으로는 덤비기 힘든 컨텐츠나  위 스크린샷의 캐릭터 스킨과 같은 장식 요소 정도가 유상 다이아 전용입니다. 예외적으로 매일 공짜로 제공되는 분량 이상으로 레이드를 플레이할 수 잇게 해주는 레이드 티켓은 유상젬을 받고 있습니다. 이 티켓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보상이 좋아질수록) 소모량이 커지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보상량이 증가하는 구조에서 상위 사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너무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스노볼링을 제한합니다.


9. 맞춤형 패키지 상품

현금 패키지 상품을 다루는 방법 또한 남다릅니다. 게임을 처음 깐 순간부터 수십가지 패키지를 사라고 광고하는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과 일본에선 패키지 상품의 비중이 낮습니다. 사실 패키지를 중시하는 한국식 BM은 부분유료화와 가격차별화의 관점에선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할인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그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 가격 X 수요 = 매출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판매 방식입니다. 하지만 10만원이 넘어가는 고액 패키지는 사실 이미 가격에 덜 민감한 중/고 과금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안겨주기 때문에 매출 시책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고액 패키지의 할인율이 높다는 점 까지 감안하면 중/고과금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재화를 획득해 유저간 양극화를 더 부추겨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고과금자의 공략엔 다이아로 구매하는 가챠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패키지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낮은 가격에 구성이 알찬 상품을 구성해 많은 사용자에게 넓고 얇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기 때문에 저과금자는 물론 이제까지 과금하지 않은 무과금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그 결과 줄어든 가격보다 수요가 커져 할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구매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일수록 할인 효과가 줄어드는 가격 극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특판 상품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특판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는 식의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월 1회 미만으로, 부정기적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의 패키지들은 대부분 패키지 상품이라기 보다는 이벤트 상품의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가격 차별화에 대해선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권황명운의 경우 이런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이벤트 상품 외에도 1~5만원 상당의 중가형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 한국 게임 처럼 패키지 판다고 화면 덮어놓고 쥐똥만한 X 버튼 이외의 곳을 누르면 강제로 납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화면 구석에 비정기적으로 '행운상품'와 같은 형식으로 부정기적으로 출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쿠폰 모으기나 핫딜처럼 꼼꼼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더 나은 상품을 '사냥'하는 게임을 재미를 주면서도 할인 판매의 대상을 제한하는 테크닉이죠.


이러한 '행운상품'은 높은 할인폭, 구매 횟수 제한, 시간 한정 판매 등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도입되어있습니다만 이중에서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핀포인트로 상품을 구성해주는 맞춤형 패키지입니다. 위 스크린샷엔 사카자키 료 6성 패키지를 328위안에 판매하고 있는데 5성 료를 6성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료 조각 (이 패키지를 찍을 당시엔 캐릭터 별 조각이 유지될 때 였습니다.), 일부 스킬 성장에 필요한 스킬책, 레벨업 용 경험치 등을 주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이전까진 보이지 않다가 료를 5성으로 끌어올리자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4성 료를 획득했을 때에도 유사한 료 5성 패키지가 공급되었죠. 오렌지+1 등급에서 정체된 캐릭터가 있을 때엔 일반적으로 정체되기 마련인 오렌지 +2 등급업 패키지가 나타나는 등 아주 지능적으로 살만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한국 게임에서 패키지 광고를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죠.


10. 다소 아쉬운 밸런싱과 부족한 컨텐츠에 발목 잡히다.

게임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고 메타 게임에서도 도탑전기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캐릭터를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참신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갓 갓 갓게임의 스멜이 납니다만 아쉽게도 게임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텐센트에서 출시한 도탑전기류 게임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그래도 블소모바일보단 느렸지만) 빨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가챠 갱신이 없을 땐 50위권 정도로 주저앉아있지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각 수집에 대한 성급 성장이 너무 쉽다는 문제입니다. 공용 조각으로 전환되기 전의 오픈 스펙에선 4->5성에 조각 100개가 할당되었고 3개 컨텐츠(기스탑, 순회전투, 길드)에 대해선 각기 1종씩의 캐릭터의 조각을 하루 10개 정도 얻을 수 있게 설계되어있었습니다. 고과금자는 돈을 펑펑 써서 가챠로 앞서나갈 수 있지만 중과금자 이하는 몇달을 들여야 6성을 볼 수 있지만 3마리 정도는 일간 컨텐츠만 성실히 플레이하면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도탑전기의 표준적인 디자인과 밸런싱이었죠.


하지만 첫 업데이트에서 조각을 공통으로 쓰게 하면서 이 경제 밸런싱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캐릭터에 사용할 조각을 입수하는 난이도가 떨어지고 수급량은 사실상 몇배로 늘었는데, 조각의 소모량은 이전 기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죠. 드래곤볼 용주격투도 시작하자마자 VIP 12레벨을 찍었습니다만 6성 캐릭터를 보는 데엔 몇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달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 대사군에 있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6성을 이미 달성했으며 그 뒤에도 조각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조각을 수급하기 위해 가챠를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등급 구분 없이 조각을 모든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6개월간 수백만원을 쏟아부어 현존하는 가챠 캐릭터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조각이 부족해 2군급 캐릭터 육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자면 조각 소모량에 대한 밸런싱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컨텐츠의 분량입니다. 저에게 조각이 남아도는 이유는 조각을 대사군(덱)에 올린 캐릭터에 집중해서 사용했기 때문이고, 아직 성급을 올리지 않은 캐릭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펙이 부족해 깨지 못하는 컨텐츠가 제 도전 의욕을 돋운다면 나머지 캐릭터도 성급을 올리고 모자라는 조각을 가챠로 수급해 스펙을 올려보겠습니다만, 컨텐츠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한달 정도 플레이했더니 59레벨이 되었는데 이미 현존하는 컨텐츠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7월에 신규 스테이지가 추가되고 레벨 상한이 뚫렸습니다만 이 역시 1주만에 정복되었습니다.

이는 나루토나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에서도 서버 내 30등 언저리의 과금러였지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제가 깨지 못한 컨텐츠가 남아있었고 이를 깨고 올라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했어요. 하지만 권황명운은 단 한달만에 모든 컨텐츠가 소진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권장 / 최소 전투력에 발목이 붙잡혀 파밍에 시간을 쓰는 일이 제법 있었는데 권황명운에선 계속해서 레벨 제한에 걸려 멈출 뿐 스펙에 발목을 잡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9레벨까지 깨고 나니 더 이상의 스테이지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모든 캐릭터의 성장이 누적으로 더해지는 구성에서 전투력이 보다 쉽고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동력을 소탕으로 바로 태워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론 하루 3분 정도 밖에 플레이하지 못하는 모험 스테이지를 메인 컨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요? 플레이 타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애매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꾸준히 올려나가는 것이 핵심 재미인 게임에서 모험 스테이지는 요구 전투력을 가장 촘촘하게 쪼개놓아서 그 성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선 메인 컨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권황명운은 이 관점에서 메인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진되었습니다.

캐릭터 컨텐츠의 추가 템포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신캐를 팔기 좋은 구조이고 생산성이 높은 2D라고는 합니다만, 캐릭터 수가 정해져있는 IP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과연 얼마나 자주 많이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듭니다. 당장 가장 큰 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SSR 한정 가챠만 하더라도 2개월동안 폭주 이오리와 폭주 레오나,  루갈, 기스를 모두 한번씩 돌리더니 벌써 다시 폭주 이오리의 텀이 돌아왔습니다. 한정 판매가 이렇게 자주 복각되면 한정이 주는 매출 증진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저 SSR 캐릭터들을 일반 가챠에 혼입시켜 SSR의 종류를 늘리고 원하는 SSR을 뽑기 힘들게 만드는 쪽이 더 매출엔 도움이 될 겁니다.


SR 신캐를 한정 가챠로만 돌리고 있는 점도 매출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챠 가격이 일반 가챠 대비 50% 비싸고 10회가 아닌 15회에 캐릭터를 보장하는 특별 가챠로 신캐를 파는 것은 나루토 화영닌자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별 조각을 소모하는 나루토 화영닌자와 달리 권황명운은 공용 조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캐를 1회 획득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출 한계선이 되어비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조각 수급이 힘들기 대문에 일단 한시 가챠가 올라오면 최대한 뽑고 봐야하는 나루토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죠. 게다가 고등급 신캐 외에 구캐도 섞여있는 나루토와 달리 권황명운은 캐릭터가 신캐 1개로 고정되어있어 신캐 1종 획득에 드는 비용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11. 어쨌든 참고할만한 실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권황명운도 굉장히 실험적인 면이 많은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기본적으로 갖는 약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낸 화영닌자가 있음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수집형 도탑전기라는 새로운 틀을 개척하려 시도하고 재화의 종류를 달리해가며 유료화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던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싱과 상품 구성의 디테일에서 저지른 실수는 어쩌면 텐센트 자체 제작이 아닌데서 오는 노하우 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씨가 만들었던 블소 모바일도 도탑전기류 게임의 일반적인 시스템은 다 잘 갖춰 5위로 차트에 진입하고도 게임 시작하자마자 부딪히는 스펙 장벽, 그에 비해 너무 느린 성장 속도 등 컨텐츠의 밸런스를 한국 기준으로 잡는 바람에 개복치 멘탈의 중화 유저들에게 불쾌감만 선사하고 광속으로 차트에서 이탈해버린 사례가 있지요. 게임 디자이너 입장에선 권황명운의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이 실패 사례들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게임은 재미있고, 디자이너로서 고민해야할 것도 많은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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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8. 7. 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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