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0년만의 리부트

2010년 이후 게임계의 이슈라고 한다면 역시 리부트 열풍일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잘 팔리고 있는 작품들의 속편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미 10여년 전에 끝난 시리즈들이 새로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엔 Deus Ex Human Revolution이나 XCOM : Enemy Unknown 처럼 원작의 액기스만 추출한 뒤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들도 있지만 Syndicate 처럼 소재를 제외하면 원작과의 연관고리를 찾기 힘든 경우도 존재한다.[각주:1] 이번에 리뷰할 Spec Ops The Line(이하 더 라인)은 후자에 해당한다.

1998년 Spec Ops : Rangers Lead the Way로 시작된 스펙옵스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2인 1조로 구성된 특수부대의 활약을 다룬 TPS 게임이었다. (당시엔 TPS라는 개념 조차 희박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레인보우6나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실내에서의 CQB를 다룬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소수 인원으로 적진 깊숙히 침투해 정찰 활동 등을 하는 레인져 성격의 특수전이 소재였는데, 국내에선 위 스크린샷 처럼 엉성하거나 거꾸로 인쇄된 한국어(북한도 게임의 무대에 포함된다.)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Spec Ops The Line은 10년만에 나온 후속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발진에 주인공이 특수부대이고 소수의 NPC를 데리고 다닌다는 점 외에는 원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작품이다. 죽은 IP로 어떻게든 수익을 내보려는 IP 홀더와 그냥 신규 IP로 출시하는 것 보다는 죽은 IP라도 달고 내보내서 위험부담을 덜고 싶은 개발/유통사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보이는데, 사실 그냥 신규 IP로 출시했어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전부터 소개하려고 벼르고 있던 게임이다. 때마침 때마침 스팀에서 세일중이기도 하고, 한글 패치도 나온 터라 날 잡고 이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한글 패치는 국내 유통사인 H2의 허가를 얻은 것으로, 추후에도 이렇게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한글화 패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1. 어서와, 두바이는 처음이지?

최악의 모래폭풍이 두바이를 덮쳤다. UAE 정치가들과 유력가들이 비밀리에 이 도시를 탈출한 가운데 아프간 작전을 마치고 귀환하던 33대대는 이 도시의 구호 작전에 자원했지만 도시를 포기하고 귀환하라는 명령에 불복, 부대 전체가 탈영해버렸다. 시속 80마일의 광풍 속에서 필사적으로 시민들을 탈출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33대대와의 통신이 끊어지고 UAE는 두바이를 무인지대로 선포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미합중국 육군 존 콘래드 대령이다. 두바이에서의 소개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사망자가 너무 많다."는 내용의 무선이 반복적으로 감지되자 미 합중국은 마틴 워커 대위가 이끄는 3명의 델타포스 대원들을 파견한다.


2. 기본에 충실한 게임

밀리터리 TPS 게임으로서 더 라인은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구성을 보인다. 엄폐와 조준 사격을 중심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가까운 거리에선 근접 공격이 가능하다. SCAR-H, HK 417, M249 SAW, UMP45 등 현대의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지만 총기를  커스터마이징 등의 옵션은 없다. 저격총을 사용하는 루고와 M249 SAW를 사용하는 아담스, 2명의 부하들에게 타겟을 지정해줄 수 있지만 직접 이 둘을 조종할 수는 없으며 딱히 이 둘에게 목표를 지정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전투한다. 

그리고 모던워페어 이후로 밀리터리 게임이라면 한번씩은 등장하는 헬기 기관총 조작이나 공중 폭격 등도 들어가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특별히 스테이지가 오픈월드로 구성되어있어 탐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에 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일자로 정해진 스테이지를 따라서 전투를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딱히 퍼즐 요소도 없다. 좋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전투 만으로 더 라인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사실 이 게임의 핵심은 게임 플레이가 아닌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3. 아직도 자신이 영웅이라 생각하나?

주인공인 마틴 워커 대위는 과거 아프간에서 작전할 때 콘래드 덕분에 생명을 건진 인연이 있다. 이때 대령을 직접 만났던 워커는 그가 굉장히 좋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단지 고마워서만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대령과 그 휘하의 33대대를 구출하려 한다. 하지만 대령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두바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령과 33대대는 반대자들을 잔혹히 살해하며 두바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린탄까지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워커의 작전은 콘래드와 33대대의 구출에서 축출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워커의 작전이 진행될수록 의도와 달리 오히려 더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해치게 되고, 워커는 점점 임무에 집착한다. 이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워커를 지켜보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4. 스토리의, 스토리에 의한, 스토리를 위한 게임

사실 인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 라인은 특별할 것이 없다. 유저의 선택에 의해 의미 있는 분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입력을 필요로하지 않는 영상도 빈번하게 재생된다. 당장 위에 있는 그림만 보더라도 최근 게임들은 저기서 입력을 받아서 타이밍을 사용한 미니 게임 들어갈 것 같지만 그냥 영상이다. 그것도 이미 렌더링 된 영상. 하지만 더 라인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스토리를 게임에 반영한다.

예를 들자면 위와 같은 로딩 화면. 처음엔 적의 공격을 피하려면 웅크리라는 등의 팁이 출력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우측처럼 사용자를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로딩화면 조차도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된다.

또한 워커의 얼굴 상태를 통해서 극의 긴장과 워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공중폭격 씬을 자세히 보면 스크린에 워커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이런 깨알같은 디테일의 백미는 바로 타이틀 화면. 너덜너덜한 성조기가 거꾸로 메달려있는 첫 화면부터 범상치 않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구성까지 바뀌어간다. 타이틀 화면을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게임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이런 디테일이 있지만, 또한 독특하게도 아주 암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 이 게임의 핵심이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게임이 스토리의 게임인 진정한 이유는 게임의 본질은 의미있는 의사결정에 있고, 이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며, 일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보상이나 처벌이 주어진다는 게임 디자인의 기본 규칙을 일부 깨트렸기 때문이다. 바로 스토리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칼럼란에 번역해 두었다.


5. 광기의 심장

대령이 오지 깊숙한 곳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특수부대가 그를 암살하기 위해 오지 속으로 파고 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옥의 묵시록'으로 영화화 된 적이 있다.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 자세한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지배하고있던 광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난다. 영화의 원작인 Heart of Darkness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각주:2] 더 라인은 이 광기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 만이 아니라 광기의 한가운데에 플레이어를 던져놓는다. 이 오싹한 체험은 이제까지 약 20년간 게임을 해오면서 이 게임만큼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게임을 본 적이 없다. 과연 게임을 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사람이 있다면 더 라인을 시켜보라. 그리고 스토리가 게임의 본질이 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있다면 더 라인을 시켜보라..


-덧-

본 게임은 현재 스팀 겨울 세일 항목으로 50% 세일된 가격 $14.99에 판매되고 있다.

http://store.steampowered.com/app/50300/


-덧2-

굉장히 혐오스러운 장면이 포함되어있어 노약자 임산부 및 미성년자에게는 권하지 않음...






  1. 원작 Syndicate는 쿼터뷰 시점에서 4명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실시간 전술 게임에 가까운 형식이었지만, 새로 제작된 Syndicate는 FPS 게임으로 리부트 되었다.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루고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다. [본문으로]
  2. 작중 대령의 이름도 Heart of Darkness의 작가 Joseph Conrad에서 따온 듯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2. 12. 23. 10:12

뭐.. 길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RPG 쯔꾸르 XP로 만들어졌으며 짧은 어드벤쳐 게임이다. 퍼즐이라 할 것도 없고 사실상 스토리만 따라가면 된다. 스토리만. 이 게임(사실 고전적 게임론에 따르면 이건 게임도 아니겠지만)의 매력은 바로 이 스토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만일 그 꿈을 이룬 것으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분들이 기억을 조작해 편안한 마음으로 소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억을 조작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서 적절한 지점에서 기억을 바꾸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번 의뢰인이 이루지 못한 꿈은 달에 가는 것. 하지만 본인도 그 이유는 모른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의뢰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 의뢰인의 인생을 되짚어가면서 - 그가 왜 달에 가고 싶어했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계속해서 과거로 과거로 이야기를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선 메멘토와 유사한 구조이기도 하다. 메멘토와는 달리 굉장히 따뜻한 - 약간은 중2스럽기도 한 - 멜로물이긴 하지만.

어쨌든 엔딩을 보고 나면 코끝이 찡해질 감성적이고 잘 만든 이야기다. 한글 지원되며, 현재 스팀에서 50% 할인해서 $4.99에 판매중인데, 이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by 고금아 2012. 12. 21. 14:33

0. 해를 품은 달 RPG를 품은 디펜스 게임

이전 Might and Magic : Clash of Heroes 때에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RPG는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장르와 결합해도 재미있다. 그래서 처음엔 액션 게임, 전략 게임과 결합했고 최근엔 퍼즐 등으로 결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Defender's Quest(이하 DQ)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디펜스 게임과 결합한 RPG이다. 혹은 RPG를 받아들인 디펜스 게임이다.


1. 게임의 기본적 구성

기본적으로 게임은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과 같은 형식을 지니고 있다. 정해진 입구에서 일렬로 들어오는 적 몬스터들이 최종 지점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다양한 특성(과 비용)을 지닌 유닛들을 맵 상에 배치해야 한다.

단, 기존 디펜스 게임들과 달리 전투 중엔 유닛을 추가로 구매할 수가 없다는 점이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기존 디펜스 게임들은 자원만 충분하다면 유닛을 무제한으로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DQ에서는 스토리나 마을에서 구매함으로써 확보한 유닛만 배치할 수 있다. (배치할 때엔 비용을 지불한다.) 아무리 자원이 넘쳐나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유닛을 모두 배치했으면 더 이상 유닛을 배치할 수 없다. 대신 포인트를 소모해서 배치된 유닛을 강화시킬 수 있고, 고유의 스펠을 사용해 전투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Kingdom Rush. 출처는 공홈)

이미 Kingdom Rush에서도 스킬을 통해 사용자가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는 있었지만 쿨타임 외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너스의 개념으로 스킬을 마구 사용하던 Kingdom Rush와 달리 DQ는 포인트를 소모한다. 유닛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바로 그 포인트 말이다. 따라서 기존 디펜스 게임과는 약간 다른 의사결정 요소를 지닌다. 일단 목돈이 들어가는 새 유닛 추가가 생략되어 고민할 거리가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기존 유닛 업그레이드 효과가 아무래도 신규 유닛 추가 보다는 약한 만큼 말린다고 생각될 때 그다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기분이 들긴 한다.


2. 성장 요소

대신 유닛들과 플레이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는 다른 디펜스 게임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져다준다. 각 유닛들은 고유의 이름과 외관이 있고 사용자가 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스토리상 추가된 캐릭터들은 스토리 모드에서 대사도 하며, 성장을 통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다. 아이템도 착용시킬 수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바로 이, 유닛이 아닌 '파티'와 함께 성장하는 디펜스 게임이라는 것에 있다.


3. 탐험

전투가 끝나고 나면 위와 같은 탐험 화면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저 노드들을 따라다니며 스토리를 진행하고, 마을에서 아이템과 유닛을 구매한다. 붉은색 원들이 전투를 상징하는데, 각 전투는 캐주얼 - 노멀 - 어드밴스드 - 익스트림의 4가지 난이도를 지니고 있어 이미 깼던 전투를 여러번 반복할 수 있다.


4. 스토리

스토리는 위와 같은 컷씬으로 진행되며 딱히 음성이나 거창한 애니메이션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드는 인디게임 특성을 감안할 때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5. 총평

디펜스 게임 역시 꾸준히 인기 있는 장르지만, 사실 최근의 디펜스 게임들은 그래픽과 소재가 조금 다를 뿐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DQ는 RPG 요소를 과감히 도입해 디펜스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 훌륭한 수작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90년대 스러운 고풍스런 도트 그래픽. 알맹이는 굉장히 진보적인데 이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껍데기가 너무 고리타분해보인다. 여하튼 디펜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반드시 해볼 것을 권장한다.


6. 기타

DQ의 정가는 $14.99이나 현재 스팀 겨울 세일 중이라 66% 세일이 적용되고 있다. 단돈 $5.10! 별다방 커피 한잔이면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서 지르시라!! (본 연구원은 스팀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지르시라!!!!









by 고금아 2012. 12. 21. 11:46



0. 몰락한 가문의 서자

Might & Magic(이하 M&M)이라는 타이틀은 듣기만 해도 짠한 기분이 들게 한다. 초기엔 퀘스트 중심의 울티마, 던전 중심의 위저드리와 달리 뚜렷한 지향점 없이 물량 만으로 간신히 3대 RPG에 끼었다. 하지만 울티마 위저드리 모두 신작이 출시되지 않던 90년대 후반, 2.5D를 받아들인 6편을 출시함으로써 이른바 '정통' RPG의 맹주로 거듭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RPG는 이제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라며 6편 엔진 그대로 7,8편을 찍어내며 몰락을 자초했다. 이러한 방침에 개발자들이 반발하자 잘라버리고 시간에 쫓겨 만든 9편이 폭망하면서 결국 New World Computing은 파산했다. 이후 Ubi Soft가 M&M의 IP를 사들여 Heroes of Might and Magic(이하 HOMM) 외에 M&M의 타이틀로 다양한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비천한 출신을 딛고 영웅이 되었다가 초심을 잃고 몰락한 뒤 후손들이 근근히 살아가는 한 귀족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여하튼 오늘 소개할 Might & Magic : Clash of Heroes (이하 COH)는 Ubi가 부지런히 뿌리고 있는 씨앗 들 중 하나로 캐나다의 Capybara Games에서 개발되었다. 2009년 닌텐도 DS용으로 먼저 발매되었고 2011년 HD로 리마스터 되어 엑스박스 라이브 아케이드와 PSN, 그리고 PC로 출시되기도 했다.

스토리 상으로는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5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는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M&M이나 HOMM과 전혀 무관하게 퍼즐 RPG 형식을 지니고 있다. '서자'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 퍼즐과 RPG의 결합?

RPG도 퍼즐도 각기 인기있는 장르지만 둘을 합친 복합장르의 게임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적된 플레이가 정량적으로 게임에 재투입되는 RPG와 달리 퍼즐은 그렇지 않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RPG는 레벨이 깡패인데 이걸 퍼즐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대결구도를 만들고 그 안에 성장요소를 집어넣는 건데, 이게 안되면 RPG의 핵심인 성장과 결합이 힘들다. 액션 중에서도 대결이 없는 플랫포머는 RPG와 결합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뿌요뿌요나 아이돌 머니 익스체인저와 같이 대결 구도를 가진 퍼즐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대결 구도에 레벨로 대표되는 플레이어의 정량적 성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것이 항상 문제였다. 퍼즐퀘스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좌 : Puzzle Quest. 출처는 위키피디아. 우 : Sword & Poker. 출처는 Gaia 공식 홈페이지)


(Runespell : Overture. 출처는 스팀)

2007년 발매된 퍼즐퀘스트는 비쥬얼드 규칙(애니팡 규칙이라고 하는게 더 이해가 빠르려나?)으로 없앤 보석의 색깔에 따라 마나를 얻고, 이 마나로 마법을 써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형식으로 전투를 구현해냈다. 드디어 퍼즐과 대결과 성장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일단 가능성이 확인되자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Puzzle & Quest는 전통적인 5X5 포커 퍼즐을 RPG와 결합시켰고 Runespell : Overture는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카드놀이'와 RPG를 결합시켰다.


2. 보다 적극적인 전투와 퍼즐의 융합

퍼즐 RPG로서 M&M COH가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은 퍼즐의 객체와 전투의 주체가 분리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퍼즐 RPG에서 퍼즐은 자원 또는 공격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진 자원을 통해 대상을 공격한다. 퍼즐 퀘스트의 보석들이나 소드 & 포커 및 룬스펠에서 카드들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한다. 반면 M&M COH에서는 바닥에 깔려있는 유닛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이들 유닛을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퍼즐을 구성한다.

(좌 : Astro Pop. 출처는 iplay.com/ 우 : Magical Drop 출처는 retrogamer.net)

퍼즐의 기본 원리는 상단의 Astro Pop이나 Magical Drop처럼 Pull & Push Match 3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이름은 본 연구원이 임의로 붙인 것으로, 정확한 명칭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한 이 형식을 처음으로 창안한 게임의 제목 또한 제보 받는다.) 이 형식의 기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블록들은 최 상단에서부터 아래로 쌓여 내려온다.
    2. 유저는 각 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블럭을 가져올 수 있다.
    3. 가져온 블럭을 원하는 열의 맨 아래에 붙일 수 있다.
    4. 이런 조작의 결과로 동일한 블럭이 3개 이상 연결되면 해당 블럭들은 사라진다.


M&M COH에서는 각 유닛들이 블록의 역할을 한다. 즉, 플레이어는 쌓여있는 유닛들 중 가장 가까운 유닛을 다른 열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만일 같은 유닛이 세로로 3개 붙으면 해당 유닛들로 공격대가 형성되고, 가로로 3개가 붙으면 벽을 만든다. 공격대는 말 그대로 상대방 캐릭터를 공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벽은 자기 캐릭터와 유닛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격대가 벽과 유닛들을 뚫고 화면상에 보이는 최종 방어선 (상하단, HP바 옆으로 이어진 선)에 닿게 되면 캐릭터에게 직접 데미지를 입힌다. 최종적으로 HP가 0이 된 캐릭터는 전투에서 패배한다.

단, 이것이 기존의 게임들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매 턴마다 플레이어(및 상대 NPC)는 3점의 행동 포인트를 얻고 1점의 행동 포인트를 소모해 블럭을 옮기거나, 원하는 블럭 하나를 제거하거나, 유닛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다. 블럭을 제거할 때엔 위치에 관계 없이 원하는 블럭을 제거할 수 있고, 제거로 인해 벽이나 공격유닛이 형성되면 1점의 행동 포인트를 획득한다. 또한 유닛은 무제한으로 추가할 수 없고 죽거나 공격에 소모됨으로 인해 전장에서 제거된 유닛 들만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다.

공격대는 결성 즉시 공격하지 않고 정해진 턴이 지난 후에 공격에 들어간다. (화면상에 보이는 2,1이 각 2턴과 1턴 뒤에 공격한다는 의미이다.) 같은 색깔의 공격대가 같은 타이밍에 공격하게 되면 연쇄가 발생해서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또한 공격대는 전방으로 직진하는데, 만일 전방에 벽이나 유닛이 있다면 이들과 전투를 벌이며 이 과정에서 공격대의 HP가 0이 되면 소멸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이 외에 플레이어 캐릭터 본인의 공격 스킬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게임에서 M&M 스러운 구석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정확히는 HOMM스러운 부분이지만)

기존의 Pull & Push RPG는 테트리스나 뿌요뿌요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고민 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패턴을 찾는 유형의 플레이를 추구하는 퍼즐이었다. 하지만 M&M COH는 이에 직접적인 대결 구도와 턴제를 도입함으로써 마치 장기나 체스를 두는 것 처럼 전체 퍼즐을 내려다보며 한수 한수 신중히 움직이는 퍼즐로 바꿔버렸다. 아예 전혀 다른 퍼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퍼즐이 매우 재미있다.


3. 있을 건 다 있는 RPG 요소

그렇다면 이번엔 RPG 요소를 한번 찾아보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장요소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유닛들 모두 고유의 HP와 능력치를 지니고 있다.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오르면 이들 능력치가 성장하는데 유저 임의로 능력치를 분배할 수는 없다. 또한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데 각 아이템별로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탐험 단계에서는 화면상에 보이는 각 스팟들을 클릭함으로써 해당 스팟으로 이동하며, NPC와의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데 메인 퀘스트외에 서브 퀘스트도 존재하고 ! / ? 로 퀘스트 여부를 표시하는 등 현대 RPG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은 다 지니고 있다.


4. 웰메이드 퍼즐 RPG

(3월의 라이온. 우미노 치카 작)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성장시켜가며 감정을 이입하는 RPG는 원래 인기 있는 장르이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퍼즐 또한 인기 있는 장르이다. 재미있는 장르와 재미있는 장르를 합치면 무지 재미있는 장르가 나올 것 같지만, 사실 이 배합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잘 만든 퍼즐 RPG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반갑고도 유쾌한 경험이다. 아마존에서 연말 세일하길래 산 것이었는데, 이걸 왜 이제야 플레이했는지 아쉽다.


by 고금아 2012. 12. 19. 22:26


0. 왕의 귀환?

지난 3월, www.baldursgate.com에 의문의 카운트다운이 뜨면서 정통 RPG 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새로운 발더스 게이트 신작이 나오는 것인가? 트로이카 / 바이오웨어 없이 만들어지는 발더스 게이트 신작을 우린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발표된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이었다.

오리지널 발더스 게이트가 HD 환경으로 리메이크 된다. 이름하여 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이하 BG:EE)


1.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

이후 추가 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졌다. BG:EE는 오리지널 Baldur's Gate(이하 BG)의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한다. 바꿔말하면 여전히 2D 그래픽일 것이며, 이 그래픽은 기존 BG의 소스를 활용한 것으로 새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뿐만 아니라 Mac OSX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로도 발매된다. BG 외에 확장팩인 Tales of the Sword Coast까지 포함되며 Baldur's Gate 2 (확장팩 포함)도 출시된다.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추후 Planescape : Torment와  Icewind Dale 시리즈도 출시할 수 있다. 가격은 $19.99 (iPad용은 $9.99 + 인 앱 추가 결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제외하면 판매량이 이전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 게임계에서 오래된 IP로 게임을 리부트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긴 하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게임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다. 구 IP를 완전히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당시보다 훨씬 캐주얼해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재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간략화하고 편의성을 더했다는 것. 그런데 BG:EE는 대범하게 리부트가 아닌 개선판을 선택했다. 그래픽을 3D로 일신한다거나, 최근 RPG의 필수 요소가 된 ? ! 마크를 달아준다거나 이런 개선 없이 순전히 HD 화면에서 돌아가게 만든 버전인 것이다.


2. 원작과의 경쟁

물론 BG가 당대의 명작이라고는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이 과연 현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당시에도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높은 게임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 타겟은 이미 기존에 BG를 플레이해본 유저가 될 것이다. BG의 이름만 들어본 신유저층이 이 게임의 퀄러티에 감흥해서 불편을 감내하면서 기꺼이 플레이할거라는 망상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가지 함정은 있다. 이미 기존의 BG를 GOG에서 확장팩 포함해서 단돈 $9.99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GOG는 고전 게임들을 최근의 PC환경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쌓아 최근엔 일부 신작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유통사이다. 그것도 DRM 없이. 반면 BG:EE는 Beamdog이라는 듣보잡무명 디지털 유통사를 통해 독점으로 배포된다. (iPad나 MacOSX용은 당연히 앱스토어)

더 유명한 유통사에서 반값에 팔리고 있는 원작과 경쟁하려면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으면 안될 터. 과연 BG:EE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도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3. 기대 이상의 그래픽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확대됨)

일단 소스 보정 + 3D 가속을 받은 화면은 우하단의 BG 화면에 비해 약 500% 확대한 것인데도 다소 뿌옇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줌인 / 줌아웃을 지원하기 때문에 줌을 밖으로 빼면 꽤나 선명한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 줌인은 사실상 사용하면 안된다....


위 그림은 BG의 스크린샷이다.(필터링 없이 세로 폭 맞춰 확대한 사진) 이렇게 놓고 보면 옛날 게임인데도 그래픽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640X480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걸 현재의 화면에 풀스크린으로 띄우면, 아래 그림들처럼 도트가 엄청나게 튀어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픽은 물론 글자는 더욱 알아보기 힘들다. 물론 창모드로 돌리면 도트가 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창모드에선 화면 구석으로 커서를 옮기면 맵이 스크롤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므로 사실상 대책이 될 수 없다.


다음은 비슷한 영역을 EE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다. (티스토리가 가로 해상도를 650까지로 제한해 풀 스크린샷 비교가 안된다.) 일단 게임 그래픽은 다소 뿌옇다는 느낌이 있지만 게임에 지장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 아이콘과 텍스트는 확실히 HD에 맞춰 새로 찍어서 선명하게 잘 보인다. .

만일 집에 640X480을 지원하는 CRT 모니터가 있다면 BG:EE보다는 BG쪽의 그래픽이 좋다. 하지만 고해상도 LCD를 가지고 있다면 BG는 사실상 플레이할 수 없는 반면 BG:EE는 그럭저럭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4. BG2의 시스템 적용

BG:EE는 발더스 게이트부터 아이스윈드데일까지 이어진 인피니티 엔진의 개량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게임 전체 시스템이 후기 작들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상단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초기 버전의 인피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BG는 단 8개의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BG:EE는 11개의 기본 직업에 각 직업별로 4가지 이상의 세분화된 직업을 제공한다. 스킬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BG를 경험한 사용자라도 새로운 직업과 스킬로 인해 다시 플레이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BG에 BG2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 Mod도 있다고 하나 편의성 측면에서 논외로 치자.)


5.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과 시나리오

BG:EE에는 3명의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셋 모두 독특한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특히 가운데의 Neera는 Wild Mage로 메모라이즈 없이 아는 마법을 불러낼 수 있지만 원하는 마법 대신 다른 마법이, 그것도 아군에게 쏟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하지만 본인은 그대로 봉인시켰다...) 좌측의 Rasaad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나 복수심에 불타는 하프 오거인 Dorn(우측)도 만만찮은 성격으로 재미있는 친구였다. 강력한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신규 추가된 시나리오인 Black Pit은 아직 플레이 해보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한 BG2 시스템과 신 캐릭터 + 신 시나리오 정도면 BG를 해본 유저들에게도 $20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6. 2D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된 CG 컷씬들

사실 게임 그래픽의 해상도야 가속 받아 필터링하면 봐줄만하다고 치더라도, 14년 전 CG로 제작된 컷씬들은 해상도로 보나 화면의 퀄러티로 보나 어떻게도 재활용하기 힘들었을 것은 쉽게 추측된다. 결국 컷씬들은 내용은 같고 구도는 유사하게 유지하되, 2D로 새로 제작되었다. 스틸 컷도, 그렇다고 풀 애니메이션도 아닌, 일종의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는데 굉장히 퀄러티가 높다.


7. iPad용

한편 $9.99에 판매되는 iPad용의 BG:EE는 iPad 2세대 이상을 지원하며 구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된다. 레티나가 아닌 1024X768 화면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레티나로 본 화면은 꽤 깔끔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우클릭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Tab키 대신 인터액션 가능한 물체를 하이라이트 해주는 우측 위에서 2번째 버튼이라거나, Q키 대신 퀵세이브 해주는 좌측 두번째 그룹 첫 버튼 등 터치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제법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을 위한 탭과 스크롤을 위한 탭이 구분이 잘 가지 않으며 마법 등을 사용할 때 커서를 통해 대상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점에서 아무래도 마우스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가상 커서를 조작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패드로도 조작을 할만은 했다.


8. 버그.. 버그.. 버그...

당초 9월 발매에서 2개월이나 연장되었지만 버그가 많은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상단 그림처럼 저널의 내용이 안보인다거나, 하단 그림처럼 아이템의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등 자잘한 버그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템 가격은 한중일 윈도우에서만 발생한다고 한다.) 가끔은 좌우 및 하단의 UI 패널들이 통째로 검게 변색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업데이트는 자주 해주고 있으나 위와 같이 눈에 띄는 버그들은 당장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또한 같은 엔진이다 보니 원작의 바보같은 길찾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던전에서 파티를 이동시킬 때 마다 뻘짓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머여전히 골치가 아프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9. 원작의 팬이라면 살만한 작품. 원작의 팬이라면.

결론적으로 봤을 때 BG:EE는 원작의 팬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 $19.99 정도면 납득할만한 가격이다. iPad용의 경우 다소 조작이 불편하긴 하나 어차피 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RPG가 없고 사실 이런 정통 RPG 자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꽤나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BG를 경험해보지 못한 현 세대의 게이머들이다. 위에서 보듯 텍스트와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읊어주는데다 당면한 퀘스트를 제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는 커녕 !나 ?도 없어서 헤메고 다녀야 하며 길이 조금만 좁다 싶으면 엄한데로 파티원들이 드라군 댄스를 추는 이 게임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미 정신적 후속작인 드래곤 에이지가 건재한 마당에 신규 유저가 굳이 이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덧-

PC판의 경우 인텔 내장형 그래픽에선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오픈GL 2.0을 지원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발매 당일부터 수정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별 소식은 없다. 내장 그래픽 사용자 - 특히 노트북 - 은 구매를 피해야 할 것이다.


-덧2-

참고로 빔독의 다운로드 속도는 환상적이다. 70Kb/s.... 


-덧3-

현재 아이패드와 PC의 세이브 파일은 호환이 안되고, 한글도 지원하지 않는다. 둘 모두 패치를 통해 지원될 것이라고는 하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나와있지 않다.

by 고금아 2012. 12. 14. 02:32

http://www.gamasutra.com/view/news/175843/The_rules_SpecOps_The_Line_broke__to_make_its_story_matter.php


스펙-옵스 : 더 라인이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깨트린 규칙들

 

만일 영화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적인 장면들을 만들려고 한다면, 실패할 겁니다.” 스펙-옵스 : 더 라인(이하 스펙옵스)로 슈팅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의 기대치를 높인 스펙옵스의 요르그 프리드리히가 만원을 이루었던 GDC 유럽에서의 강의에서 말했다.

 

그가 말하길, 영화와 게임의 차이점은 단순하다. 당신이 영화의 주인공을 볼 때에 우리는 그들을동정한다. 왜냐하면 우린 시간이 많으니까.” 그가 말하길 게임을 하는 동안은우리는 꾸준히 문제를 풀고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우리가 스크린의 캐릭터에 공감하는 방법을 바꾼다.”

 

예를 들어,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V : 제국의 역습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까마득히 높은곳에서 싸우다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을 지적했다. 감동적이죠. 하지만 게임의 맥락에선, 당신은 다스 베이더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루크를 동정하는 대신, 베이더의 공격 패턴에서 약점을 찾으려 하겠죠.”

 

반면, ‘헤비 레인에서 주인공인 이던 마스가 납치당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를 것을 강요받는 장면 처럼 좋은 게임의 선택은 그건 당신이 캐릭터를 동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된 것 처럼 느끼게 만들지요.”

 

이야기에서의 암울한 순간들은 승리를 중요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에어리스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최고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고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1997년의 파이널 판타지 7을 이야기 한다. 이는 암울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이, 결국은 이기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인상적인 장면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가 묻는다.

 

그는 플레이어들을 개입시키기 위해 때로는 게임 디자인 규칙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정말로 의미있는 선택들은 허를 찌르는 유머처럼 적절히 잘 구성되지 않으면 김이 빠진다”. 규칙을 언제나 어길 순 없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내러티브 상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규칙을 어길 수도 있다.

 

예거가 깨트린 규칙들

 

1.     절대로 플레이어가 최악과 차악 중에 선택하도록 하지 말라.

그는 때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뭐 나쁘지 않다.. 아니 사실 괜찮다. 현실 세계에서 때로는 상처입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아예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걸 게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어려운 결정들은 내러티브의 맥락에서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그게 없다면 그건 단지 좌절일 뿐이죠.” 시덥잖은 아이템 둘 중 어느 것을 루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최악과 차악사이의 중대한 결정이 아니다. 게임 안에서 두개의 나쁜 가능성 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멘붕을 일으킨다.

 

2.     결과는 예상되어야 한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고 혼란에 빠지게 하려면 선택의 결과를 위장할 수 있습니다.”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바로 현실에서 집에 와서 전등 스위치를 올렸는데 방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과 같이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플레이어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걸 잘 해낸다면 플레이어는 강한 긴장을 느낄 것이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가 말한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를 비집고 들어오죠.”

 

반면 예를 들어 전등 스위치가 로켓을 쏘아올리는 장치에 연결되었다면, 그건 어거지스러울 것이다. “게임의 맥락 속에서 여전히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리드리히에 따르면, “선택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플레이어들은 스토리를 즐기기를 그만두고 시스템을 즐기게 되겠죠.”

 

3.     플레이어의 선택은 보상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

이게 정말 교묘한 문제입니다; 전 모든 선택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프리드리히가 말한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플레이어의 선택에는 이득이나 불리함이 따라와야 한다진정한 게임 플레이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게임 내에서 각기 다른 보상을 주는 도덕적인 결정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서 그들을 게임과 단절시킵니다: 그건 전략적이거나 전술적인 결정이죠.”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RPG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보상 매커니즘과 연관된 선/악 체제를 갖춘 게임을 싫어하는데, 플레이어들이 진짜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보상으로 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펙옵스에선 정수조를 파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시민들이 주인공의 부대원 중 하나를 죽인 뒤 다가오는 장면이 있다. “선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습니다.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겁을 줘서 쫓아버릴 수도 있죠. 사상자가 없이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복수를 할 수도 있지요.” 프리드리히가 말한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아무런 보상도 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결정하길 원했어요. 우리는 어떠한 게임 내의 자원과도 연결되어있지 않고, 오직 플레이어의 마음과만 연결된 도덕적인 선택을 원했습니다.”

 

 

by 고금아 2012. 8. 14. 00:04
1. 악마가 돌아왔다...

수능 점수를 낮추고,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이혼율을 올리는 악마의 게임이 올해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정식 출시일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데모가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스팀으로만 배포되는데 아쉽게도 국내는 지역 제한으로 바로 설치는 할 수 없고, 먼저 스팀을 설치하신 뒤에 여기를 클릭하시면 설치 가능합니다.


2. FM은 어디로 가는가?

FM 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습니다. 문자로만 중계되던 경기가 CM4에 이르러 바둑알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2009에서는 경기를 3D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09 이후의 흐름은 '축구 비즈니스'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FM2010에선 구단 매각이 묘사되었고, FM2011에서는 에이전트와의 협상이 강조되었죠. 이번 FM2012에서는 감독과 선수간의 상호작용이 강화되었습니다.

물 론 선수와의 개인적인 대화는 이전에도 있던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어조'를 선택하는 기능이 더해졌죠. 같은 말이라도 어떤 분위기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선수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독은 선수의 어조를 통해 선수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지요. 이 '어조'에 의한 감정적 상호작용은 FM2012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3. 대화가 게임을 바꾼다.

특 히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경기전 / 하프타임 / 경기후 선수들과 갖는 대화입니다. 이전작에서도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 결과는 경기 후 별도의 메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고 대화의 반응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상당히 불투명했죠. FM2012에서는 선수와의 대화를 2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팀 전체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선수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다시 한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2번째 대화는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를 그룹별로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4. 보다 편리해진 선수 관리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선수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선수들의 실력차는 "이 선수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수비수인 ###와 큰 차이가 없다" 정도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었죠. 하지만 FM2012에서는 선수의 리포트에 우리 팀에서 그 선수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과 별점으로 비교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보다 선수를 영입하거나 명단을 설정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습니다. 또한 해당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면 가장 좋을지도 표시됩니다. 또한 팀 리포트에서도 각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적합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5. 보다 정교해진 선수 협상

선 수와의 협상에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계약금(Signing Fee)가 사라지고 세스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유명해진 로열티 보너스(Loyalty Bonus)가 새로 신설되었습니다. 로열티 보너스는 계약 기간 중 나눠서 지급되고 선수가 이적하게 되면 남은 금액을 전액 수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선수가 이적을 요청하게 되면 소멸합니다.

그 외에 눈여겨볼 기능은 협상 조건에 붙어있는 자물쇠입니다. 협상 중 바뀔 수 없는 부분들에 자물쇠를 걸어두면 에이전트는 그 항목에 대해선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건을 찾습니다. 더 이상 줄 수 없는 연봉을 계속 요구하는 에이전트 때문에 머리아플 필요가 사라진거죠. 하지만 자물쇠를 너무 많이 걸어두면 아무리 인내심이 높은 에이전트라도 GG를 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깜빡 잊고 못찍었습니다.)


6. FM2009 엔진의 결정판

스포츠 게임을 매년 낸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당장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데이터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판매량은 보장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요소를 넣지 않으면 K모사의 W모 게임처럼 도태되기 쉽상이지요. CM시절부터 FM은 4년에 한번씩 엔진에 대한 큰 업데이트를 진행해왔고, 그 사이엔 소소하게나마 조금씩 축구계의 변화를 반영해가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죠.

모두가 바라마지않던 3D 경기를 가져온 FM2009 엔진도 벌써 4년전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FM2012는 FM2009엔진의 마지막 게임으로써(아마도...) 경기장 밖에서까지 사실적인 축구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7. 아스날 팬으로서의 감상..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스날팬의 넋두리니까 스킵하셔도 됩니다.

일 단 이적 자금은 많습니다. 43~49M 정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레프트백 - 팀 내 최고 레프트백은 베르마엘렌입니다. =_= 산토스가 깁스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라이트백 백업 - 젠킨슨은 그냥 2부리그 레벨입니다.(다행히 데모에선 사냐 부상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을 제외하고 나면 수비적인 임무를 맡길 수 있는 중미/수미가 없습니다. 프림퐁/코퀄린 둘 다 칼링컵 용이구요.

주전 레프트백, 수비적인 중미/수미, 라이트백 백업. 이 셋이 필요한 상태인데, 홈그로운이 발목을 잡습니다. 벨라 벤트너 데닐손 죄다 내보내는 바람에 HG 슬롯을 채울 수가 없는 상태라 영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베인스를 영입하고 산토스는 레프트윙 백업으로 돌렸습니다. 산토스는 백업으로 출장중인데도 팀 내 어시 1위네요 =_=.. 오른쪽 백업은 풀럼에서 스테판 켈리를 데려왔습니다. 베인스/켈리 영입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수비적인 중미는 하비 마르티네즈를 데려왔구요. 그런데 테베즈가 감독과 불화가 있어 단돈 10M에 업어와지더군요. =_=;;; 낭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역시 페르시가 주기적으로 누워준 덕분에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베인스 13M, 마르티네즈 20M, 켈리 1.5M, 테베즈 10M 쏟아붓고 나니 4.5M 남았는데 HG 슬롯 문제도 있고 해서 영입은 멈췄고 이 스쿼드로 2012년 1월 1일 기준으로 1위와 승점 4점차 3위로 끝났습니다. 정식 버전 들어가면 라이트백 때문에 골치아플 것 같네요..


그나저나 아게로 정말 얄짤업네요.. 리그 19경기 26골...




by 고금아 2011. 10. 9. 20:45


0.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하 HR)에 대한 간략한 소개

FPS의 황금기는 하프라이프가 등장한 1998년부터 콜오브 듀티가 등장한 2003년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FPS 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관점에서는 헤일로가 황금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쏜다'는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저때이다. 아예 스토리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을 구성하기도 하고(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3 아레나), 로봇을 탔다가 내리기도 하고(쇼고), 미녀 스파이가 립스틱 폭탄을 던지기도 하고(No One Lives Forever) RTS와 결합해 총질하다 기지에서 탱크를 몰고 나오기도 했다.(C&C 레니게이드)

1999년의 시스템 쇼크 2와 2000년의 Deus Ex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둘 모두 사이버 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FPS와 RPG를 상당히 매끄럽게 융합해냈다는 점은 같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상이한 접근을 보였다. 시스템 쇼크2는 FPS를 기본으로 하되, RPG로부터 성장만을 취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NPC와의 대화도 없고, 당연히 선택지도 없고, 퀘스트마저도 없다. 직선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면서 호러를 즐기는 게임이었다. 반면 Deus Ex는 일반적인 RPG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선택지, 퀘스트 등을 잘 버무려냄으로써 FPS와 RPG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낸 바 있다.

'시스템 쇼크'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쇼크2가 창조해낸 호러+FPS+RPG의 스타일은 '정신적' 후계작[각주:1] 바이오쇼크 1,2로 이어지고 있다. Deus Ex는 2003년 2편이 나온 이후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8년만에 세번째 작품이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제작되었다.



1. 사이버 펑크의 정석


사이버 펑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거대기업과 음침한 뒷골목의 대비, 인간의 몸에 직접 이식되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거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증강장비(Augment. 이하 AUG), 해킹 정도가 있을 것이다. HR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세계를 다소 좁긴 하지만 훌륭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사이버 펑크 요소들이 단순히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축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무대인 2027년은 AUG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대이다. 어떤 사람들은 증강장비로 장애를 극복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기 때문에 증강장비를 이식받기도 한다. 산업계에선 극한 환경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AUG를 이식받은 노동자를 원하기도 하고 군에서는 이런 AUG로 슈퍼 솔져를 만들려고도 한다. 애초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AUG를 이식했으나 면역 거부로 인해 마약으로 겨우 고통을 참는 사람들도 있고, AUG를 제어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정치가도 있으며 AUG가 인간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테러리스트들 마저도 존재한다. HR은 여기에 세계 최대의 증강장비 업체의 보안 책임자이자, 거의 온몸에 자사의 AUG를 이식받은 주인공을 내세워 기술과 윤리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다소 진부하고 게임에 쓰기엔 다소 무거우며, 직접 와닿지는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사이버펑크라면 역시 이런 비판 의식이 필요하다.


2. 잠입과 전투의 적절한 조합


게임 내에서 젠슨은 회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자사 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라거나, 생존 신호를 쫓아 갱단의 근거지에 들어가는 등의 적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에 단신으로 투입된다. 즉,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 액션에 가깝다. 적의 시선이나 카메라의 각도를 피해 돌아다니고, 때로는 적을 유인하기도 하며, 조용히 죽이거나 기절시킨 후 시체를 숨긴다. 그러다 적에게 발각되면 경보가 울리고, 적들이 튀어나오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잠입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도 들키지 않고 미션을 해결하면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그걸 노릴 만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쏟아져나오는 적이 게임을 포기할만큼 강한 것도 아니다. 숨어서 모든 일을 처리하든, 람보처럼 다 까고 부순 후 처리하든 어느 쪽이든 유리해지는 만큼 불리해지는 구석도 있으며, 어느 쪽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갑자기 옵시디언이 '스파이 액션 RPG' 라고 제작햇던 '알파 프로토콜'이 생각나긴 한다. 스파이계의 3대 JB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잭 바우어)를 모두 즐길수있다는 것을 모토로 제작된 바로 그 게임 말이다. 알파 프로토콜에선 한번 적에게 보이면 경보가 바로 울리고, 경보가 울리면 적들이 한번에 다 쏟아져나오고, 많이 쏟아져나오긴 하지만 AI가 멍청해서 쉽게 다 죽일 수 있고, 적을 다 죽이고 나면 정말로 쾌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잠입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HR에서는 적절히 감내할만한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잠입은 잠입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두었다.


3. 전략적인 대화 시스템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주는 것 외에 게임 내에서 어떠한 기능도 없었던 대화를 게임의 결과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요소로 끌어올린 것은 바이오웨어가 남긴 거대한 유산이다. 옵시디언은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간'을 선택지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고[각주:2], 윗쳐2에서는 앞서 선택한 선택지가 뒤의 진행에 영향을 끼치는 식으로 발전시켰다.[각주:3] HR은 대화와 협상을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대화의 게임화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HR에서 주요 NPC와 협상을 시도하면 위 스크린샷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각주:4] NPC가 어떤 성격인지를 힌트로 주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결과는 대화 외에 좌측의 설득도 그래프를 통해 피드백 받을 수 있다. 만일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해 NPC가 반응하고 있다면 심박이 빨라졌다거나, 동공이 확대되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준다. 여기에 NPC가 하는 말에 따라 알파/베타/오메가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잠깐씩 알려주고, 선택지에는 이 선택지가 어떤 성향에 잘 먹혀들거나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대화 시스템은 한마디로 일종의 퍼즐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전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의 대화에 파티 NPC와의 관계를 밀어넣은 드래곤 에이지에 맞먹는 큰 실험으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4. 어떻게 성장시켜도 게임은 진행된다.


HR에서는 경험치라는 개념은 있어도 레벨이라는 개념은 없다. 대신 경험치를 쌓으면 PRAXIS라는 점수를 받게 되고, 이 점수를 AUG에 투자해서 없던 기존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없던 기능을 추가시킨다. 그런데 이 AUG라는 것이 단순히 '공격력 상승' '방어력 상승'과 같은 식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있지 않고 가스 수류탄 면역, 3m 점프 가능, 벽 뚫고 보기, 벽 뚫고 공격하기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게임 플레이 양상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 자체가 특정한 AUG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어떤 AUG를 고르더라도 이를 활용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원하는 단서가 있는 특정한 장소까지 가야 하는데 골목길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전기 방어 AUG가 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야 한다. 철조망으로 된 벽이 보이는데 그냥 뛰어서는 넘어갈 수 없다. 높이 점프할 수 있는 AUG가 있다면 뛰어서 넘어갈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AUG가 있다면 주변의 큰 쓰레기통을 옮겨 발판으로 삼아 건너갈 수도 있다. 이조차 안된다면 지하 하수구 통로를 통하려 하는데 이번엔 가스가 차있다. 가스 면역 AUG가 있다면 지나가면 되고 아니라면 돌아서 가스를 잠궈야 한다.

위의 예시는 HR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한 예인데, 중요한 것은 게임 전체가 저런 식으로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해킹 마저도 높은 단계의 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AUG, 해킹 실패 위험을 줄여주는 AUG 등 다양한 AUG가 존재하지만 해킹에 AUG를 투자하지 않을 경우, 일회용 해킹 도구를 사용해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한가지는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유저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핵심이고, HR은 이를 매우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5. 해킹의 게임화


대화 외에 게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비전투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자물쇠따기나 해킹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TRPG에서도 단순히 주사위 굴림 한번으로 해결되곤 하던 이 요소는 오히려 싱글플레이 RPG에 와서 미니 게임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킹은 자물쇠따기 보다는 좀 더 퍼즐에 가까운 미니게임으로 표현되어왔는데, HR이 그리는 해킹은 타 게임들과 달리 네트워크라는 구성요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해킹에 관한 미니게임으로는 이전의 시스템쇼크2, 바이오쇼크, 매스이펙트 1,2, 알파 프로토콜 등 다른 어떤 게임에서 시도한 것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AUG 투자에 의해 너무 쉬워진다는 점과, 미니게임이 한종류 밖에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6.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UI


HR에서 또하나 칭찬할만한 덕목은 바로 UI이다. 화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구성한 것은 현대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대신 지도를 보지 않고 화면상의 표시기만 따라가도 게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으며 인터액션 할 수 있는 개체는 노란 색의 외곽선을 칠해줌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개체가 인터액션 가능한지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혼선을 잘 방지하고 있다.


지난번 UI가 게임과 사용자를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던 윗쳐2와 달리, 메뉴를 Select 버튼(혹은 Tab키)으로 불러내는 인게임 메뉴와 용과 Start버튼(혹은 Esc키)로 불러내는 시스템 메뉴로 구분짓고 있다. 인게임 메뉴에는 퀘스트, 인벤토리, AUG, 지도, 로그가 포함되고, 시스템 메뉴에는 세이브 로드 옵션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건 사실 HR이 우월하다기 보다는 윗쳐2가 너무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노란색 테마로 유려한 UI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다층 구조라 복잡한 게임 공간을 잘 슬라이스해서 표현하고 있는 지도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현대 게임의 추세인 스케일폼을 잘 활용해, 게임 내에서 유저가 보는 메일(위)이나 신문(아래)의 경우, 유려한 화면을 게임의 3D 공간 안에 집어넣어 현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메일을 보는 와중에도 시야를 움직일 수 있다.)


7. 우월한 패션 감각



이건 뭐 사실 100%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게임 내 세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우월한 패션 감각이다. 못먹고 못입는 서민(빈민)들이야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지만, 있는 자들은 정말 잘입고 잘먹고 사는 것이 사이버펑크의 핵심 아니겠는가. 특히 비단 - 꽃무늬 - 금으로 이어지는 저 디테일은 이제까지 봐온 어떤 게임보다 화려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8. 그래도 못내 아쉬운 점들


이제까지는 줄곧 좋은 점만 이야기해왔는데, 사실 인간이 만든 이상 HR이 100%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AUG에 게임 플레이가 엮여있다보니 AUG 잘 박으면 보스전이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보스가 전기공격을 하는데 방전AUG를 박으면 데미지를 안받아서 그냥 죽이면 된다거나), 보스가 이동하다 걸려서 멈춰있다 죽는다거나, 적들의 움직임이 조금 단순해서 전투가 다소 쉽다든지, 후반 가면 특정 무기가 너무 강하다든지 등 게임 내적으로 사소한 문제는 여럿 있다. 위 스크린샷 처럼 위층에서 쓰러진 적이 천장을 뚫고 내려와 아래층에서 메달려있는 버그도 있었고.


최근의 대세인 언리얼이 아닌, 스퀘어-에닉스 독자의 크리스탈 엔진으로 제작되어 딱히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에 대한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디테일이 떨어지고 아외로 나갈 경우엔 2011년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들도 보였다.(창너머로 보이는 것이 텍스쳐인데, 좀 눈에 띈다.) 컷씬이 많은데 대부분 프리 렌더링 된 영상이고, 이 영상의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다는 것도 단점이긴 하다.

9. 총평 - GOTY[각주:5]예약


HR이 처음 발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8년만에 돌아온 명작을 환영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eus Ex를 창조했던 기획자 워렌 스펙터[각주:6]는 이미 6년전에 떠났고, 제작사였던 이온 스톰은 스펙터가 떠남과 동시에 폐쇄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제작하기로 한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신생 스튜디오로, 처녀작으로 전설적인 Deus Ex의 후속편은 너무 과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팬들은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HR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발매 직전 새어나온 리뷰 점수는 대부분 90점대로 호의적인 것이었고, 실제로 게임을 해본 결과 100점 만점에 9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수작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소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깊이있는 스토리, 재미있는 잠입-전투,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복합적인 레벨 디자인, 전투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대화, 멋지면서도 기능적인 UI 등 어느 하나 다른 게임에 쳐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획자들이 무릎을 칠 정도로 진보적이면서도 게임은 굉장히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놓았다. 남은 3개월 사이에 어떤 게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이 게임은 GOTY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이다.

  1.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IP는 EA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Irrational Games에서 같은 타이틀로는 속편을 만들 수 없었다. Dragon Age가 발더스 게이트의 정신적 후계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 [본문으로]
  2. 알파 프로토콜의 대화 선택지는 1)능글능글(제임스 본드) 2)단도직입(제이슨 본) 3)반 협박(잭 바우어) 스타일의 3가지가 항상 주어지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조차도 선택지로 간주된다. [본문으로]
  3. 윗쳐2는 초반에 대화를 잘못 선택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그냥 죽어버리기도 했다. [본문으로]
  4. 정확히는 게임 내에서 대화에 관한 AUG를 박아야 볼 수 있지만 이 AUG는 게임의 극초반부터 입수 가능하므로 사실상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본문으로]
  5. 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본문으로]
  6. 윙커맨더, 울티마, 울티마 언더월드 시리즈 등 오리진의 황금기에 활약했던 기획자. 이후 루킹글래스, 이온스톰 오스틴 등에서 시스템 쇼크1과 Deus Ex, Thief 등을 기획했다. 그렉 코스티켄의 학창 시절 친구로 스티브 잭슨 게임즈에서 함께 TRPG를 만들기도 했다. 55년생으로 은퇴할 때도 된 것 같은데 2010년 Epic Mickey를 내놓으며 여전히 활동중.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9. 7. 05:36



0. 전작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윗쳐2는 제목 그대로, 2007년 발매되어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던 The Witcher의 속편이다. 동명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네버윈터나이츠에 사용되었던, 바이오웨어의 '오로라 엔진'으로 제작된 전작은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사실적인 배경 세계 묘사와 연금술 시스템, 중세의 음울한 분위기를 잘 재현해낸 스토리가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본 대표이사의 경우 끔찍스러운 로딩과 어정쩡한 전투 시스템 등을 비판한 바 있기도 하다. [Witcher 짧은 감상 보러 가기]

2008년 발매된 The Witcher Enhanced Edition(이하 윗쳐EE)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델 등을 대폭 수정했으며 이 버전에 와서 드디어 극악한 로딩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므로 짧은 감상에서 로딩 문제는 취소. 하지만 마우스를 사용하는 액션 RPG에서 타이밍을 통해 액션 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동작과 클릭 타이밍의 불일치에서 오는 병맛같은 전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취소할 생각이 없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보고 꼭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는데, 전작에 대한 짧은 글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와 다른 게임이라서 태클을 건 것이 아니라, 의도와 달리 결과가 병맛같았기 때문에 깐 것일 뿐이다. 참고로 본 대표이사 D&D 게임 좋아한다.

어쨌든, EE 버전은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스팀에서 EE 버전을 지르고 얼마 안있어 18금 컨텐츠를 복구한 Director's Cut(이하 DC)을 별도 판매할 때엔 분노에 휩싸였지만 DLC 형식으로 DC를 지원함으로써 분노는 사라졌다.


1. 윗쳐2 - 콘솔로 전환?

한동안 윗쳐1을 XBOX360으로 컨버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조이패드로 입력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숄더뷰에 버튼으로 직접 공격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360버전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대신 윗쳐2가 나왔는데, 360 시절 이야기했던 방식으로 바뀌었다. 누가봐도 명백히 콘솔을 노린 전환이지만 PC용으로 먼저 발매되었다. 참고로 360 버전이 ESRB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봐서 조만간 발매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는 공교롭게도, 윗쳐1의 엔진을 만든 바이오웨어의 행보와도 일치한다. 바이오웨어의 대작 RPG였던 '드래곤 에이지'는 콘솔용에선 '구공화국의 기사단'과 같은 숄더뷰 인터페이스만 제공한 반면
PC용 버전에선 '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탑뷰 인터페이스를 추가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1편이 평가에 비해 판매량이 모자랐다고 판단한건지[각주:1] 2편에 들어서는 PC용 버전에서도 콘솔와 같이 숄더뷰 전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각주:2]


콘솔용 RPG와 같은 형식을 취하게 되면서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 잡는 쇠칼과 몬스터 잡는 은칼을 필요에 따라 꺼내쓰는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이전에 병맛같다고 비판했던 전투 스타일 전환은 사라지고, 빠르지만 데미지가 약한 약공격(X버튼[각주:3])과 데미지는 높지만 가드 당했을 때 위험이 큰 강공격(Y버튼)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구르기 또한 버튼(A버튼)을 할당하고 사인[각주:4]은 B버튼, 가드는 RT버튼, 투척무기는 RB버튼에 배치해 몰입감 있고 역동적인 전투를 구성했다.

그 외엔 전작으로부터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모 블로거가 그토록 칭송해마지 않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다채로운 비선형적 퀘스트'? 그딴거 없다. 그냥 재미나는 스토리 따라 흘러가면 된다. 크래프팅이 확장되어 이젠 무기도 만들어쓸 수 있게 되었고 무기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도 때로는 만들어서 쓸 수 있다.



2. 형 만한 아우가 될까?

약점이라고 분류되었던 전투 시스템 외에도 윗쳐2는 윗쳐1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그래픽이 쩔어준다. 최근 추세인 언리얼3도 아닌, 독자 엔진으로 이정도 그래픽을 제법 안정적으로 뽑아준다는 것이 놀랍다.[각주:5] 최근 추세가 콘솔 때문에 PC 게임 그래픽이 중향평준화 되고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또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C모 회사처럼 게임을 그래픽 엔진용 쇼케이스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세계에 몰입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적외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Cat 포션을 마셨을때의 스크린샷(아래쪽)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드래곤에이지2 처럼 선택에 의한 분기를 둬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게 되는데,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은 없다. 다만 편의를 위해 중요한 대화는 색을 따로 칠해서 편의성을 높였고, 일부 대화는 답을 선택하는 제한 시간을 둬서 긴박감을 높이기도 했다.[각주:6] 필연적으로 선형일 수 밖에 없는 싱글플레이 RPG에서 스토리의 변주를 두는 시도는 바이오웨어가 먼저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에도 스토리가 좋은 게임으로 유명했는데 여기에 다시 업그레이드할 줄은 몰랐다.

그 외에도 몇가지 차이점은 더 있다. 대표이사는 쓰잘데기 없는 뻘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낮/밤으로 시간이 바뀌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19금 뿅뿅씬도 여전히 건재하고[각주:7], 주사위 포커에 이어 팔씨름 미니 게임도 생겼으며 주먹질 미니게임도 추가되었다.




윗쳐2는 한마디로 윗쳐1을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윗쳐1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대폭 보완하고 좋았던 부분은 유지하거나 소폭이라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마디로 모든 속편이 꿈꾸는 바로 그 '성공의 방정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3. 형제의 몸속에 흐르는 병맛의 유전자

그런데 어쩌랴. 세상 만사 뜻대로 되는 것이란 원래 별로 없는 것을. 형보다 나은 아우 만들겠다고 엄청난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지만 다 요약하면 돈이지만 , 어쨌든 그건 모든 것이 계획되로 잘 되었을 때의 예상일 뿐. 윗쳐2는 열심히 벌어놓은 점수를 상당히 엄한 부분에서 까먹었다. 바로 전투 시스템. 액션 RPG에서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고 볼 수 있는 바로 그 전투 시스템이 병맛인 것이다.

게임플레이 동영상으로 봤을 때 윗쳐2의 전투는 정말 매력적이다. 뛰고 구르고 날아가서 찍고 정말 화려하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전투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액션RPG 주제에 타겟팅을 한 1명의 적에게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만약 타겟과 플레이어 캐릭터 사이에 다른 적이 끼어있을 경우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그 칼이 앞에 있는 적을 베고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도 데미지를 전혀 주지 못한다. 레벨을 올려서 여러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피트를 얻더라도, 범위 안에 타겟팅 된 적이 없을 경우엔 마찬가지로 무용하다. 대신 타겟팅한 적에 대해서는 거리가 떨어져있어도 장애물만 없으면 단순히 공격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도 앞구르기로 접근해서 공격하는 등의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액션의 화려함을 위해 액션의 즉답성을 포기한 것이다. 오토 타게팅만 잘 구현해뒀어도 이렇게까지 전투가 갑갑하진 않았을텐데, 아쉽다.

또한 이 게임은 액션RPG 주제에 점프도 없다. 물론 점프가 있어도 전투가 시시한 게임도 있다지만[각주:8] 윗쳐2의 경우는 AI들이 기본적으로 다구리를 시도하기 때문에 점프가 매우 아쉽다. 구르기가 있다지만 구르기 도중에도 궤적만 맞으면 데미지를 입을 뿐더러, 지형이 대부분 협소해서 구르기를 마음껏 사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방패를 든 적의 경우 전방 180도 가량이 무적이기 때문에 뒤를 잡아야 하는데, 맵 때문에 구르다가 멈추면 심박수가 순식간에 안전수치 60-90을 넘어가버리기 일쑤이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드는 딱히 성공해도 큰 메리트는 없는 주제에 발동은 느리고 움직일 수도 없고 범위도 제한되어있어 사실상 봉인하는 편이 심장에 이롭다.

레벨이 오르면 필살기를 익힐 수 있긴 한데, 적을 때리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차고 아드레날린이 꽉 찼을 때 십자기 상향 버튼을 누르면 1명(레벨이 오르면 다수)의 적을 멋진 연출과 함께 순살 시켜버리는 기술이다. 말 그대로 순살이기 때문에 이 필살기를 사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전투의 긴장감은 급락한다.

결국 윗쳐2의 전투는 뻔한 패턴으로 흐른다. 가드 하면서 다구리 치는 적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똥침을 한방씩 찌르다가 아드레날린이 모이면 필살기로 순살. 반복하다가 한마리가 남으면 마음대로 요리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정작 전투는 짜증나거나 싱거워진다. 액션 RPG로서는 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몹 상대 전투가 이리 시시하다면 보스전은 제법 신경썼을 것 같았으나... 보스전도 병맛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자고로 보스전의 정석이란 1) 보스한테 맞으면 무지하게 아프다. 2) 하지만 보스의 공격은 패턴이 있어 패턴을 따라가면 맞지 않고 때릴 수 있다. 이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윗쳐2의 보스전은 1번만 있고 2번이 없다. 보스의 공격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스의 공격을 예고하는 동작이라거나 이딴거 없다. 그냥 무지하게 아픈데 막 때린다. 보스의 특정 공격을 유도할 수도 없고, 가드할 수도 없다. 그러니 보스전마다 1~2시간씩을 플레이하지만 플레이할수록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그냥 운 좋을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위 스크린샷은 저 촉수 괴물이 모든 촉수로 한꺼번에 내려치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다. 보통은 이럴 때 그림자를 통해 공격이 떨어질 지점을 비춰주거나 하는데 윗쳐2에서는 그런거 없다. 카메라가 멋대로 돌아가서 주인공 위치조차 안보일 때가 많다. 거기다 촉수 괴물 공략의 정석인 '촉수 자르기'를 하게 되면 잘린 촉수가 맵 가운데에 남아서 주인공의 이동을 방해한다.(!) 촉수가 발에 걸려 잠시라도 지체하면 곧바로 다른 촉수로 아프게 얻어맞는데, 아까 말한 것 처럼 저렇게 촉수를 쳐들고 나면 발 밑이 안보인다. (어쩌라고!!!!) 하기사 드래곤과 싸울 때에는 보이지도 않는 꼬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아프게 때리기도 하니 할 말 다했다.. (그러니까 점프를 넣었어야지!)

전투 시스템이나 보스전이나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화려하고 있어보이는데 집중한 나머지 액션 게임으로서의 조작감이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얘네가 1편에서 시도했던 것도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고적으로는 병맛이 아니었던가. 속편이 전편의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필이면 병맛을 유전자로 이어갈 게 뭐람.

그리고 전투와 관련된 또하나 지적할 것은 '포션을 마음대로 빨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에서 포션은 3분 ~ 10분 정도로 긴 시간동안 효력을 발휘하는데, 포션을 마시기 위해선 반드시 명상 모드에 들어가야한다. 문제는 아무때나 명상 모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 당연히 전투가 시작되면 - 특히 보스전- 명상 모드 따위는 사용할 수 없다. 스토리따라 가다가 보스를 마주쳤는데 포션을 마실 수 없어 이전 세이브를 불러와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장소 직전에서 명상하고 포션 마시고 보스전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병맛같은 상황이 게임 내내 흐른다. 뭐 본 대표이사처럼 '진정한 사나이는 포션 따위 빨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유저라면 상관없겠지만.


4. 그 외 사소한 약점

그 외에도 사소한 단점들은 다소 있다. 이를테면, 포션 외에 갑옷이나 무기등을 제작할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을 넣으면서도 창고는 넣지 않았다. 적을 죽일 때 마다 각종 재료들이 듬뿍듬뿍 떨어지는데 이걸 쌓아놓을 곳이 없어 다 짊어지고 다니거나 어디다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질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구르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싸우자는 거냐...

저널, 인벤토리 등 게임 내부에서 자주 쓰는 메뉴들을 Save, Load, Exit와 같은 시스템 메뉴에 붙여버린 것도 사소하지만 지적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ESC 눌러서 메뉴 뜨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페이스 형식이 게임과 유저 사이에 장벽을 놓는 느낌이라 게임을 하기 위해 인벤/저널을 여는데도 게임으로부터 격리되는 느낌이 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패드 입력에 대한 규칙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곳에서는 좌측 아날로그 패드로도 네비게이션이 되는데 어떤 곳에서는 십자키만 되었다. 패치 이후엔 십자키로 통일된 것 같은데 더 불편하다. =_= 매수나 도박을 할 때 패드로는 돈을 1씩만 늘릴 수 있어 불편하다든지, 스킬 트리에서 패드로 아이콘을 찾아가기 힘들다든지. 등등 아직까지 패드의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보인다. 엑박360 버전에선 좀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5.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게임.

이렇게 까고 보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황량한 쓰레기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진 않다. 솔까말 드래곤 에이지2도 그렇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지만 드래곤 에이지2보다 낫다고는 못해도 못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제법 잘 만든 게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좀 더 잘 다듬었으면 "드래곤에이지2 그게 뭔가요 컵받침인가요 우걱우걱" 거리면서 올해 최고의 RPG 따위는 그냥 씹어먹었을 것이다.

대표이사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10점, 인터페이스에서 5점을 까고 100점 만점에 85점을 부여하는 바이다. 몰입감 있는 세계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RPG 팬이라면 50달러가 아까울 작품은 아니다.
  1. 400만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 명성이나 투입한 자본에 비하면 분명히 적다. [본문으로]
  2. 캐쥬얼한 콘솔 게이머를 노린 선택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반발로 판매량은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스이펙트2를 끼워 팔 정도로. [본문으로]
  3. 윗쳐2는 드래곤에이지2와 달리 조이패드를 지원한다. 버튼은 현재 PC용 패드의 사실상의 표준인 XBOX 360 Controller for Windows 를 기준으로 설명했다. [본문으로]
  4. Sign. 윗쳐가 쓰는 간단한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5. 대표이사 i5 750에 ATI 5850 쓰는데 High 옵에서 30~40 프레임 정도 뽑혀나온다. [본문으로]
  6. 대화 선택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이미 옵시디언이 제작한 스파이 RPG인 '알파 프로토콜'에서 시도한 바 있긴 하다. [본문으로]
  7. 여전히 별거 없지만. [본문으로]
  8. 최근 게임으로는 용두사미의 극치를 보여준 Divine Divinity 2 Dragon Knight Saga가 있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1. 6. 3. 02:23

풀 리뷰는 엔딩을 본 후 올릴 예정입니다. 일단은 간단한 감상만.

1. 유니코드 문제에 주의
그래픽 설정이 user.ini에 저장되는데, ANSI 텍스트로 저장되면 읽어들이지 못해 무조건 최저사양으로 구동되는 버그가 있음.(2바이트 문자 쓰는 아시아권 언어 윈도우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듯). 해당 파일을 유니코드로 저장하고 읽기전용으로 세팅해야.

2. 그래픽 쩌는데 개적화.
윗쳐1도 최적화가 안되어있어서, 발매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음.
윗쳐2도 최적화가 잘 된 것 같지는 않음. (i5 750 + RADEON HD 5850으로 하이옵에서 1920X1080 30프레임 겨우 확보.)
하지만 그래픽은 완전 쩔어줌. 실내 들어갔다 나올 때 HDR 효과도 쩔어줌. 그리고 게임 자체가 30프레임만 뽑아주면 플레이하는데 무리가 있지는 않음.
19금 장면의 퀄러티는 쩔어주는 그래픽 덕분에 정말로 강력해졌음.

3. 전투 시스템이 병맛.
윗쳐1에서도 뭔가 어정쩡한 액션감을 넣더니 2에서도 여전함. 직접 애들을 치고 때리는 액션 전투인데도 타겟팅한 적이 아니면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음. 그렇다고 오토타겟팅이 잘 되는 것도 아님. 그래서 일대일 전투는 다소 싱겁고 일대다 전투는 짜증남. 점프도 없고 블록도 불편해서 결국 닷지로 굴러서 피해야하는데 전투 공간이 협소해서 자꾸 걸리적거림.
보스전도 화려하긴 한데 내부를 까보면 눈물남.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 보스전의 정석인데 여기는 그런거 없음. 덤으로 괴물의 촉수를 잘랐는데 이 촉수에 다리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맞아죽는 병맛도 터져나옴.
담당 기획자 얼굴 한번 보고싶음. 죽빵을 날려주고 싶어.

4.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배려가 부족함.
CD Projekt가 패드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아마도 콘솔 멀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패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함. 인벤토리/저널 이런 메뉴를 ESC 세이브/로드/옵션이랑 같이 나오게 만들어놓아 인벤토리 열 때 마다 몰입을 방해함(물론 매스이펙트도 마찬가지지만 매스이펙트의 저 UI는 게임 안에 녹아있는데 반해 윗쳐2의 UI는 게임으로부터 유저를 분리하는 느낌임. 스샷은 풀 리뷰에서.). 드래곤 에이지처럼 퀵 메뉴 있는데 여기에 정작 자주 쓰는 인벤/저널 없는 것도 불편하고, 인벤토리도 패드로 조작하기 불편함.
진짜 병맛 크리는 조작 방법을 패드/키보드 선택할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한쪽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음. 불릿 스톰이 최근 입력에 따라 패드/마우스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참고해야 할 듯. 그리고 어떤 메뉴에선 아날로그로 항목 전환이 되는데 어떤 메뉴에선 십자키로만 가능하고, 어떤 메뉴에선  A로 선택하는데 어떤 메뉴에선 X로 선택하고 이런 병맛이 많음.

5. 어쨌든 그래도 재미는 있음.
전투 시스템만 어떻게 되었어도 100점 만점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니 전투 시스템이 평균만 갔어도 95점 줄만한 작품이었는데 아쉽게도 85점 정도가 한계일 듯. 하지만 85점이면 상당히 높은 점수임.

by 고금아 2011. 5. 23.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