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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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중과 주말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의 클로즈 베타가 진행되었습니다. 언제 신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래전에 신청을 했고, 당첨이 되어 꾸준히 클베 일정이 날아오긴 했지요. 다만 24시간이 아닌, 시간 제한이 걸려있었는데 항상 시간이 맞지 않아 플레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동안은 24시간으로 운영되어 플레이를 해봤죠.

원작을 둔 게임이 항상 그렇듯이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고무되어 원래는 클베 플레이 후기를 쓰려고 했으나... NDA (비공개각서)가 걸려있었습니다. 영상, 스크린샷은 물론 게임에 관련된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트레일러부터 한번 보시죠.



1. 마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MMORPG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MMORPG입니다. 슈퍼히어로 + MMORPG라고 하면 City Of Heroes(이하 COH)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나만의 히어로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슈퍼 히어로를 사용하고픈 욕구야 당연했겠죠. 이에 COH를 제작했던 Crypic Studios는 마블의 IP를 라이센스해 새로운 MMORPG를 개발합니다. 이름하여 Marvel Universe Online! 하지만 배급사였던 MS가 2008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손을 떼고, Cryptic Studios는 마블 대신 Champions라는 TRPG 룰을 라이센스 해 Champions Online을 개발, 출시합니다.

2009년 Gazillion은 마블과 10년짜리 장기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Marvel Super Hero Squad Online을 출시합니다. 저연령층이 대상인 MMO 액션RPG 게임으로, Cryptic이 계획했던 MMORPG와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Gazillion은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해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본격적인 MMORPG를 제작하게 됩니다. 바로 Marvel Heroes Online 이죠.


2. 어벤져스와 디아블로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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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mmorpg.com/gamelist.cfm/game/693/feature/7213 )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여타 다른 MMORPG보다 디아블로를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디아블로의 비전을 제시했던 스텝이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는 문구를 본 기억은 있는데 출처가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디아블로를 만든 블리자드 노스의 공동창업자였던 David Brevik 이 Gazillion의 회장과 COO를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David Brevik의 비전은 분명했습니다. MMORPG + 디아블로2의 후계작. + 신선한 IP. 다소 얄팍해 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Brevik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저 자신이 Marvel : Ultimate Alliance의 팬입니다."

"디아블로를 제작한 사람으로써, 유사점을 발견했고 디아블로와 마블 히어로를 결합시켜 이토록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준 마블에 감사합니다. 마블 MMO를 제작하기 위해 Gazillion에 합류했을 때 제 배경과 Marvel : Ultimate Alliance에 대한 애정을 결합하니 우리가 뭘 해야할 지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었죠."

"요즘 MMO라고 하면 WOW나 그 종류의 유사품들을 말하죠. 원래는 에버퀘스트였지만, 언제나 완전히 다른 성향의 MMO가 일부 존재해왔습니다."

"MMO는 전체 게임의 구조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의 종류를 말합니다. 한 공간에서 수천명의 사람들과 게임을 한다는 걸 의미하죠. 저는 디아블로를 만들었던 사람이고, 디아블로 2를 다음 단계로 끌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IP를 주입하고 싶었죠"

"히어로 물은 판타지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르에 새로운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MO 액션/RPG를 만든다는 건 장르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발언을 읽고 아이팟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할 때, 잡스는 음악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접근했습니다. CD를 MP3로 리핑하는 것도 귀찮으니 iTunes에서 자동으로 CD를 MP3나 AAC로 변환해주고, 음악 넣고 빼기도 귀찮으니 그냥 큼직하게 30GB 하드 달아놓고 컴퓨터와 연결만 하면 자동으로 음악이 전송되게 했죠. 크고 무겁고 비쌌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된 것은 최고 책임자가 제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제품의 사용에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또한 비슷합니다. 그냥 잘나가는 장르, 잘나가는 형식, 유명한 IP의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최고 책임자 본인이 스스로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비전만 갖고 게임이 잘 나올수는 없고,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전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위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시면 되겠네요. 필드엔 언제나 하나하나 때려잡기엔 쉽지만 다구리 당하면 조금 곤란할 것 같은 잡몹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그리고 다른 히어로를 만나는 순간, 아주 화려한 콜라보가 형성되죠. 특히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 처럼 필드상에서 베놈, 고르곤 등의 보스가 나타나면 그 순간이 바로 어벤져스가 됩니다. 위 영상에선 33분50초부터 시작되네요. (위 영상에선 진 그레이나 아이언맨 처럼 뽀대나는 히어로들이 안나와 좀 밋밋해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전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행도 디아블로입니다. 물 떠와라. 물 떠오고 나면 끓여와라. 끓이고 나면 만두 삶아 와라 뭐 이런 풍부하지만 단순한 잡퀘 없이, 담백하게 메인 퀘스트 중심으로 끌고 갑니다. 가야 할 곳에 대해 대강의 방향은 표시해주지만 지도상에서 찝어주지도 않고 바닥에서 경로를 그려주지도 않는데 맵은 넓고 랜덤하게 재생성됩니다. 그러니 딴 생각 할 필요 없이 돌아다니면서 몹들 썰면서 쭉쭉 내다리면 됩니다. 몹들도 중간 중간 노랭이 파랭이 섞어서 리듬이 있지요. 딱 디아블로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거죠. 제가 주말 내내 이걸 붙잡고 있느라 손목과 어깨가 아플 지경입니다.


3. 착한 유료화 모델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이 게임은 MMORPG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고려하고 제작되었다는 겁니다. 캐릭터, 스킨, 5% 경험치 부스터 (시간제), 5% 희귀 아이템 부스터 (시간제) 등을 판매하고 있지요. 좋게 보자면 흔히 말하는 '착한' 유료화죠.

뭐 유저 입장에선 결제를 강제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사실 전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블에 캐릭터가 아무리 많다 한들 한계는 있을테고, 그 이전에 모든 캐릭터를 다 살 필요도 없지요. 스킨에 딱히 스탯이 붙어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캐릭터와 스킨 둘 다 한번 구입하면 영구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LOL 처럼요. 부스터 성능도 미묘하구요. LOL도 그렇고, 북미는 아직 낭만이 남아있나봅니다.


4. 출시 일정과 파운더즈 팩

일단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6월 4일 정식으로 오픈합니다. 아직 한달 가량 남은 셈이죠. 하지만 출시 전에 파운더스 팩을 구매하면 정식 오픈 전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19.99 짜리 스타터 팩은 2일, $59.99 짜리 프리미엄 팩은 4일, $199.99 짜리 얼티밋 팩은 무려 7일 전부터 게임을 할 수 있죠. 특히 얼티밋 팩은 출시 시점 기준 전 캐릭터를 주는 데다 베타 키도 주기 때문에 제법 푸짐한 편입니다만, 앞으로 클베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아이언맨 + 헐크 + 캡틴 아메리카 + 미스 마블, 그리고 캐릭터당 스킨 2개씩이 포함된 어벤져스 어셈블 팩을 구매했습니다. 로마노프 동무나 토르, 호크아이가 빠진 건 아쉽지만 각 팩 마다 일정액의 게임 머니를 끼워주는 데다 사전 예약시 보너스 머니도 얹어주는지라 나중에 그걸로 구매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스타터팩은 캐릭터 1종이 기본이고 프리미엄팩은 4종이 기본입니다만, 1종 캐릭터에 스킨을 아주 듬뿍 얹은 프리미엄 팩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언맨은 영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무비 스타 팩과 만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아머리 팩을  따로 팔고 있습니다. 단, 이번 아이언맨3에 나온 Mk42 스킨은 얼티밋 팩 한정이라 저 스킨 하나 때문에 얼티밋을 고려하는 지인도 있습니다.. (얼티밋 한정 스킨엔 헐크와 울버린도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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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

개인적으로 원작을 둔 게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성에만 집착해 게임으로는 반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캐릭터성이 게임성을 잡아먹기는 커녕, 양자가 서로를 끌어주는 매우 이상적인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엔드게임까지 해본 것은 아니라 만렙을 찍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 과정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설령 구공온처럼 만렙 컨텐츠가 없다고 하더라도 디아블로가 가진 파밍이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며, 구공온과 달리 게임 진행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59.99가 딱히 아까울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by 고금아 2013. 4. 30. 02:54

캡콤이 D&D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고 해서 신작 발표가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있었습니다만.

과거 출시되었던 아케이드 게임 D&D Tower of Doom과 Shadow of Mystara를 합친 합본판이 출시되는군요.

이름하여 D&D the Chronicles of Mystara!

http://company.wizards.com/content/capcom-announces-return-dungeons-dragons-chronicles-mystara

XBOX 360, PS3, WiiU, PC로 판매되고 가격은 $14.99/€14.99/£11.99/1200 MSP 

6월 출시 예정

드래곤즈 크라운 견제용이라는 평가가 있네요.


아래 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아닌 과거 상태 그대로입니다. 화면 비율까지 그대로군요.



by 고금아 2013. 4. 11. 10:42

루리웹에 가보니 구공온에 대한 간략번역본이 있더군요.

조금 더 자세히 번역해보겠습니다.





GDC 2013 : 스타워즈 구 공화국(이하 구공온)의 힘겨웠던 시작과 부분유료화 전환


- 개발 전 상황

- 경쟁자는 이미 자리잡았거나,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상황

- MMO에서 검증된 적 없는 엔진을 라이센스[각주:1]

- 브랜치 구조를 지원하지 않아서 한달간 새 빌드 없이 간 적도 있다고

- 출시 1년 전만 해도 한 존 당 10명 밖에 수용하지 못함

- 개발팀 300명! (원래 바이오웨어 인원수의 3배!)


- 기본 기능 구현에 고생함

- 경매장 만드는데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을 투입해 4달 걸림

- 채팅, 길드, PVP 등 기본 기능이 2011년까지 계속 개발중이었음

- 그 결과 시간 부족으로 혁신을 이루지 못함

- 브랜치 구조 때문에 제작비 폭등 - 음성 녹음보다 훨씬 비쌈


- 시작은 좋았다.

- 불안요소들

- 엔드게임 컨텐츠가 충분치 못했다

- 소셜 기능들도 누락되었다.

- 테스트 인원이 적었다.

- 어쨌든 발매와 동시에 150만 카피 판매

- MMO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린 게임


- 몰락의 시작

- 2012년 1윌이 되면서 컨텐츠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소모됨

- 160시간으로 4개월 정도 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1달만에 소진됨

- 첫 달이 끝나자 1/3 (약 백만)의 유저가 게임을 끝냄

- 이 유저들에게 남은 컨텐츠는 오퍼레이션(인던) 1개 뿐.

- 그나마 파티 검색 시스템도 없었다.

- 첫 패치에서 PVP를 내놓았으나 결정적인 버그가 있었음

- 여론을 주도하던 팬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 폭포수처럼 번짐

- 구독자 증가가 둔화되더니 아예 감소하기 시작

- 4월에 패치를 내놓았지만 인구가 적은 서버들을 합치지도 않았고, 여전히 파티 매칭 시스템 없음

- 5월, 구독자가 130만까지 감소. 구조조정 시작.

- 6월에 드디어 파티 매칭 도입 + 서버 통합 시작

- 하지만 구독자는 계속 감소

- 그리고 바이오웨어의 공동창업자들인 레이 무지카와 그렉 제스쳑이 은퇴함


- 2012년 11월 부분유료화 전환

- 업데이트 주기 단축

- 기존 이용자와 새 이용자들에게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했음

- 부분유료화 모델 속에 향상된 월정액 플랜과 카르텔 마켓(유료템샵) 추가.

- 11월과 12월 사이에 구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

- 유저가 늘어서 로그인 큐가 다시 나타남

- 카르텔 팩이 유저들에게 먹혔다.

- 랜덤 아이템을 구매하고, 제약없이 되팔 수 있다. (캐릭터 귀속이 없음)

- "아이템을 얻기 위해 팩에 수백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하더라도, 되팔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

- 그리고 커스텀 의상이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림


- A New Hope

- 현재 서구에서 두번째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MMOG

- 부분무료화 전환 후 200만개의 계정이 새로 생성도었고, 매일 수천명씩 늘고 있음

- 카르텔 마켓은 EA의 소액결제 시스템 중 가장 큰 규모 - 엄청난 수익을 낳고 있다.

- 엔드게임은 더 탄탄해졌고 더 작으면서도 민첩한 팀이 됨


- 향후 계획

- 곧 출시할 Rise of the Hutt 확장팩을 시작으로 몇개의 확장팩들을 포함한 향후 몇년간의 계획을 밝힘

- "여러분들이 MMORPG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라이센스에 집중해서 말이죠."

- 그리고 바이오웨어의 MMO 스튜디오는 이제 EA가 준비중인 다른 MMO들의 핵심에 위치.






참 힘들게 개발했군요.

그나저나 부활은 상당히 믿기 힘들긴 합니다만, 랜덤 아이템은 흥할만 하기도 하단 말이죠..


  1. HeroEngine으로 출시한 게임은 구공온과 Faxion Online. 단 두 작품 뿐. 후자는 2011년 5월에 출시해 8월에 서비스 종료.. http://massively.joystiq.com/2011/08/24/faxion-online-closing-the-doors-of-heaven-and-hell/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30. 09:04


참고로 본 연구원이 이 인터뷰의 발단을 제공한 개발자들 중 하나다. 그리고 추천 당시 염려했던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자극적인 표현에 낚여서 (여기엔 인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단 것도 원인이지만) 껍질인간님이 생각하고 있는 본질과 관계 없는 덧글을 달거나 비웃고 있다.

평소 껍질인간님의 블로그, 데들리 던전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이 있었던 터라, 사람이 양심의 가책 없이 심심해질 수 있는 시간은 불금 저녁에 한번 글을 써보고자 한다.

껍질인간님에 동조하지 않는, 비난가 - 제대로 정독하지 않고 맥락을 읽지 못한 채 단어에 낚여서 욕을 퍼붓기 때문에 비판가가 아닌 비난가라고 표현한다 - 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내가 재미있게 한 게임을 쓰레기라고 하다니! 난 용서할 수 없다!!!' 사실 데들리 던전은 이전부터 발더스 게이트를 RPG를 망가뜨린 주범이라며 비난했고, 베스트 셀러인 콜 오브 듀티를 게임이 아니라고 깐 걸로 유명했다.

모던워페어 리뷰의 별 0개의 의미는 빵점이라기 보다는 '점수없음'의 의미에 가깝다.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게임'이 아닌,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 체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으로서의 점수를 줄수는 없다는 의미라 생각하길 바란다. 물론 멀티플레이는 배제한 싱글플레이 캠페인에 대한 평가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껍질인간님을 존중하는 건 비록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 근거가 명확하고 논리가 정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근거와 논리를 제거하고 결론만 갖다놓으면 그냥 망상가가 된다. 위 인터뷰에서 중요한 지점은 모던워페어가 게임이 아닌 영상체험이라는 부분이 아니라, 왜 게임이 아니라 영상체험인지가 되어야 했다. 그 부분에 대한 부연 질문을 했어야 한다.

여하튼, 데들리 던전에 FPS(및 그와 관련된 혼합장르) 게임 리뷰는 총 6개 포스트이다. 데이어스 엑스 (2/5), 데이어스 엑스 2  (4/5), 듀크 뉴켐 포에버 (2/5), 바이오쇼크 (2/5), 콜 오브 듀티 4 : 모던 워페어 (0/5), 크라이시스 (1/5). 이들 중 RPG로 평가받은 데이어스 엑스 1,2편과 바이오쇼크를 빼고 순수한 FPS는 듀크 뉴켐 포에버(이하 DNF), 콜 오브 듀티 4 : 모던 워페어(이하 모던), 크라이시스 이 세 작품 뿐이다. 특히 전 세계 모든 매체에서 칭송받은 모던이 0점인 반면 두들겨맞은 DNF는 2/5라는 비교적(=_=)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지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어째서 DNF는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인가?

현대FPS들의 절대다수가 하프라이프 클론인만큼 DNF도 듀크뉴켐3D의 훌륭했던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버리고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으로 변한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FPS들이 단순히 일방통행 레벨 디자인과 실시간 영화적 연출만을 가져와 슈팅파트만을 강조한데 반해서 DNF는 훨씬더 하프라이프에 가깝게 일방통행 통로에서 퍼즐을 풀며 길을 찾는 시간이 슈팅파트를 압도할만큼 퍼즐적 요소가 많은 구성을 보여준다.

(중략)

퍼즐만 봤을때는 하프라이프1과 2의 딱 중간수준으로 FPS로서는 준수하지만 그것만으로 하프라이프 수준의 레벨디자인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하프라이프가 비선형 레벨디자인을 포기면서까지 추구한 부분은 영화적 연출이었고 이는 단순히 콜옵식의 직접적으로 영화틀기 수준의 스크립트 연출이 아니라 게임플레이 자체를 영화적 연출로 승화시키고자 함이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슈팅 상황 자체가 단순히 쏘고 피하기가 아니라 영화적인 장면처럼 진행되기를 원했고  퍼즐또한 대놓고 그냥 퍼즐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주기위한 퍼즐이었다.

위는 DNF 리뷰에서 인용한 것인데, 하프라이프, 퍼즐, 비선형 레벨 디자인이 굉장히 자주 언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현대 FPS는 하프라이프가 아니라 콜 오브 듀티의 클론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FPS의 핵심을 1인칭으로 총을 쏘는것에 두고 있다. 사실 FPS라는 말 자체가 First Person Shooter가 아닌가. 따라서 울펜슈타인3D - 둠 - 하프라이프 - 모던워페어로 이어지는 계보를 그릴 수 있다. 아름다운 이땅에 금수강산에 울펜슈타인3D님과 둠님이 터잡으시고, 하프라이프는 스토리텔링을 게임플레이의 주된 요소로 편입시켰으며 모던 워페어는 한발 더 나아가 스토리텔링을 게임의 중심으로 승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게임플레이는 초반의 울펜슈타인3D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1인칭으로 총을 쏜다는 플레이는 바뀌지 않았다.

FPS는 던전RPG의 파생 장르나 시뮬레이션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하프라이프'식 레일슈터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껍질인간님에게 FPS의 본질은 총싸움만은 아니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껍질인간님은 FPS의 근원을 던전RPG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길찾기'는 FPS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길찾기'가 사라진 대신 '퍼즐'이 있는 하프라이프는 서자라고는 해도 어쨌든 FPS의 가문에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FPS라는 것이다. RPG나 어드벤쳐가 아니고 FPS란 말이다. RPG나 어드벤쳐에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진행시킬수 있는 수많은 행위가 가능하다. 근데 FPS라는 장르는 플레이어가 할수 있는 행위라고는 총을 쏜다와 길을 찾는다 밖에는 없다. 총을 쏘고 길을 찾는걸로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게 가능하다면 애초에 하프라이프가 대단한 주목을 끌었을리가 없다

(중략)


실질적으로 이 게임에는 총쏘기가 없다. 달리기만 있다. 이게 무슨소리인지는 게임을 해본사람은 다 알것이다. 슈팅은 총을 쏴서 적을 없애는게 기본인데 모던워페어는 아무리 총을 쏴서 적을 없애봐야 적이 없어지지 않는다.

어느 길목에 놓인 작은 차 한대 뒤에서 엄폐하는 적이 한명 보인다. 그 길목을 지나가기 위해 적을 쏴서 잡는다. 근데 죽이자 마자 다시 한명이 고개를 내민다. 죽인다. 또나온다. 죽인다. 수십명을 죽였다. 계속나온다. 수백명을 죽였다. 그래도 계속 나온다. 아니 도데체 저 조그만 차 한대 뒤에 무슨 차원문이라도 있는것인지 궁금해서 그 차 뒤로 가본다. 그러자 갑자기 더이상 적이 나오지 않는다.

모던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길찾기가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에서 '총쏘기'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다. 총을 쏴서 적들을 다 죽인 후에 진행할 수 있다면 총쏘기는 이 게임의 핵심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모던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준이 다 죽이느냐에 있지 않고 특정지점까지 이동하느냐에 있다. 총쏘기는 거들 뿐. 그러므로 이 게임은 총쏘기 게임이 아니라 달리기 게임이다. 총쏘기도 없고 길찾기도 없으므로 이 게임은 FPS가 아니다. 여기에 자동회복 등으로 인해 게임으로서의 난이도도 없으므로 게임도 아니라는 것이 모던에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요약하자면 껍질인간님에게 FPS 게임이란 던전RPG에서 전투가 슈팅으로 대체된 하부 장르로, '총쏘기'와 '길찾기'가 이 장르의 핵심적 게임플레이이다. 여기서 스토리텔링을 위해 '길찾기'를 '퍼즐'로 대체하는 것 까지는 인정해줄 수 있다. (탐탁치는 않지만) 이 논리 체계하에서 허접하나마 퍼즐이라도 있는 DNF는 FPS 가문의 서자인 하프라이프의 덜떨어진 후손으로써 5점 만점에 2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총쏘기도 없고 길찾기도 없는 모던은 당연히 FPS가 아니다. 그리고 나머지 영역에서 게임으로써의 재미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껍질인간님은 모던을 게임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내가 그렇게 재미있게 즐긴 게임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게임도 아니라고 까다니!'라고 분노하지만, 사실 여기서 '게임이 아니다'라는 평가는 저열하다기 보다는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다른 포스트들을 보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열차게 깐다. '메탈리카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와 '메탈리카 따위를 좋아하는 너네는 쓰레기다'는 엄연히 다르다. 물론 껍질인간님의 어투가 좀 공격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어쨌든 모던을 즐긴 유저들을 직접 공격한 것은 아니다.[각주:1]

일단 게임이 아니다 라는 부분을 떼고 보면, 모던에 대한 평가는 3단논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전제1) FPS의 핵심 요소는 총쏘기와 길찾기이다.
전제2) 모던에는 총쏘기도 길찾기도 없다.
결론) 따라서 모던은 FPS가 아니다.

아주 깔끔하게 도출된 타당한 논리이다.[각주:2] 우리는 지난 대선 내내 같은 방식의 논리를 마주해왔다.

전제1) 한나라당에 반대하면 빨갱이다.
전제2) 문재인은 한나라당에 반대한다.
결론) 따라서 문재인은 빨갱이다.

제법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타당한 논리에 대한 비판은 결론이 아니라 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전제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본 연구원이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 FPS 게임의 본질인가에 대한 부분. 일단 FPS를 던전RPG의 파생장르라고 볼 수 있는 근거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카라베스와 같은 RPG 게임들이 던전에서 1인칭 시점을 채택했던 것도 맞고, 위저드리 처럼 던전만을 강조한 던전 RPG들이 80년대에 흥했던 것도 맞다. 하지만 1인칭으로 미로를 돌아다니며 뭔가 물체를 쏘아내는 최초의 게임은 아카라베스(1979)보다 5년 전에 나온 Maze War였고, 이 Maze War를 보통 FPS의 시초라고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위키피디아 참고)

Maze War는 제목 그대로 미로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의, 초창기 FPS 게임으로 함께 꼽히는 Spasim의 경우는 미로가 아닌, 우주 공간을 다루고 있다.

이 두 게임의 본질은 '길찾기'와 '총쏘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인칭으로 보면서 공격한다'는 것에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일 FPS의 역사에서 앞부분을 전부 뚝 떼어내고 울펜슈타인3D와 둠을 놓는다면 '길찾기'와 '총쏘기'가 핵심에 위치해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앞뒤로 위저드리와 울티마 언더월드를 놓는다면 던전RPG의 파생장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껍질인간님이 말하는 FPS는 우리가 생각하는 FPS와 전혀 다른 게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1인칭으로 쏘는 게임을 First Person Shooter라고 부른다. 따라서 길찾기가 있든 없든, 퍼즐이 있든 없든 1인칭으로 총을 쏜다면 그 게임은 FPS이다. 여기엔 버추어캅 같은 레일 슈터 게임들도 하부 장르로 포함될 수 있다. 반면 껍질인간님이 말하는 FPS는 총을 쏘면서 미로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열쇠 등을 얻어 진행하는 게임으로 울펜슈타인3D부터 둠2를 지나 다크포스[각주:3]까지의 게임을 말한다. 하프라이프는 여기에 서자로 끼워주는 것이고. 나는 이 분류가 FPS라는 장르 전체의 핵심을 관통하지 못하고 특정 시기의 게임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그래서 모던은 FPS 게임이 아니라는 결론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

사실 이러한 '장르 구분에 대한 편협함'은 FPS 게임보다는 RPG 게임에서 더 자주 보인다. 껍질인간님은 울티마 4 (5/5), 웨이스트랜드 (4/5)에 대해 후한평가를 내린 반면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1/5),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 (2/5)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발더스 게이트는 아예 리뷰 목록에도 없다. 다른 카테고리에서 열심히 까이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3대 RPG는 위저드리, 울티마, 인터플레이RPG 이고 각각 대응하는 대표적 특징으로서는 던전, 퀘스트, 룰 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할수 있다. 이 세가지 특징은 CRPG를 정의하고 발전시켜온 가장 중요한 특징들이었다.

껍질인간님은 무려 5편에 걸쳐 RPG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는데, 1부2부를 읽고 난 뒤에야 이분이 생각하는 RPG의 핵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RPG는 Dungeons And Dragons와 같이 사람들이 모여앉아 주사위를 굴려가면서 하는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각주:4]이 진리이다. 이 안에는 탐험도 있고 캐릭터의 연기도 있으며 즉흥성도 있고 몰입도 있다. 하지만 항상 모여앉아 플레이하긴 힘드니 컴퓨터로 이를 대체한 것이 CRPG(Computer Role Playing Game. 일반적으로 RPG라고 하면 이 CRPG를 일컫는다.)이다. 컴퓨터 따위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흉내낼 수 없으므로 CRPG는 본질적으로 TRPG의 불완전한 모사품이다. 하지만 던전 탐험에 대해서 죽도록 파고 들어간 '위저드리', 비선형적인 진행을 추구한 '울티마', 그리고 전투 외의 영역에까지 룰을 확장시킨 '웨이스트랜드' 이 세 작품은 플랫폼의 한계 내에서, 각각의 영역에서 플랫폼의 능력을 한계까지 뽑아냈으니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반면 드래곤퀘스트 등과 같은 일본 RPG들은 이 작품들 중 딱 전투만 잘라다가 스토리를 붙인 족보없는 녀석들로 RPG라는 이름이 붙어서는 안될 족속들이다.

발더스 게이트가 까이는 이유는 유서깊은 D&D 룰을 베이스로 하고 스토리를 강조한다면서도 던전(의 완성도), 퀘스트(의 비선형 구조), 룰(의 비전투 영역 적용) 어느 한 부분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아의 불완전모사에 대한 무성의한 불완전모사인 일본RPG에다 전투 룰만 D&D를 갖다붙인, 방계의 서자가 감히 CRPG 왕조의 적통으로 보위에 오른다는데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나마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경우는 종족 / 직업 / 배경별로 다른 도입부의 오리진 스토리에서 비선형적 퀘스트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별 1개라도 받아갔지만 그마저도 없는 발더스 게이트에게 별점 따위는 가당치도 않다.

다른 게임들에 대한 평가 기준도 사실 비슷하다. 해당 게임이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이에 따라 스토리가 (특히 메인 스토리가) 바뀌는 비선형적인 퀘스트 구조와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가가 먼저 체크된다. (대부분은 여기서 탈락하면서 별점을 절반 정도 잃는다.) 만일 스토리가 선형이라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만큼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는지를 체크한다. (그리고 보통 여기서 별점을 추가로 잃는다. 선형 구조인데 스토리를 칭찬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전투가 재미있거나 던전이 재미있으면 별점을 받는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비선형성에서 별점을 잃기 때문에 많지 않은 리뷰지만 별 4개 이상을 받은 것은 웨이스트랜드와 울티마4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한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도대체 TRPG에서 언제부터 그렇게 스토리가 중요했던 건가? 최초의 RPG라는 D&D의 기원을 파면 워게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태초에 나폴레옹 시대의 가상 독일 마을에서 2개의 군대가 싸우는 브라운슈타인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데이브 웨슬리는 여기에 시장, 은행가, 대학 총장 등의 다른 인물들을 추가함으로써 다자 참여 게임을 만들었다. 특히 기존의 보드게임과 달리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1:1로 매칭이 된다는 점[각주:5]과 플레이어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가 RPG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변종 브라운슈타인에 영감을 받은 게리 가이각스는 체인메일이라는 중세 배경의 미니어쳐 워게임을 제작하는데 여기에 기본적으로 판타지 설정에 대한 보충자료가 동봉되어있었다. 이 체인메일에선 캐릭터들이 경보병, 중보병, 장갑보병, 경기병, 중기병, 중장기병으로 나뉘어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고, 판타지 확장팩에선 마법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캐릭터 별로 다양한 기능과 속성을 지니며 이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원칙이 성립된다.

그리고 여기에 성장까지 포함되면서 드디어 최초의 Role Playing Game인 Dungeons and Dragons가 탄생한다. 전사와 마법사와 도적과 엘프와 드워프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지하 감옥을 돌아다니다가 성장하는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Rol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RPG를 '역할 연기 게임'으로 번역할 때 캐릭터의 연기를 '역할연기'로 착각하곤 하는데 사실 태초의 RPG엔 그딴거 없었다. 정확히는 몰입하고 연기할 캐릭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RPG에서의 Role은 주체로서의 한명의 인간, 캐릭터가 아니라 전투에서 사용되는 하나의 유닛으로서의 Role을 말한다. 함정을 찾고 잠긴 상자를 여는 도적의 역할, 다친 동료를 치료하는 성직자의 역할을 준수하고 이를 즐기는 것이 태초의 Role Playing 이었다. 이 도적이 호색한인지 아닌지, 성직자가 술을 좋아하는지 마는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는 애초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D&D에서 캐릭터의 가치관을 질서-중립-혼돈으로 나누는 것은 이런 연기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각 가치관을 대상으로 하는 스펠 구조 때문이었다.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지 어떤 던전을 터는지가 중요했고 여기에 대한 이유만 대충 붙여줄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심지어는 캐릭터 시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플레이에나 끼어드는 케이스도 가능했다. D&D의 세계에 여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물론 TRPG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스토리에 재미를 느끼고, 그러다보니 나중엔 아예 스토리를 주로 즐기는 스토리텔링 게임들도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RPG는 그냥 던전파고 다니면서 함정 피하고 전투하며 노는 게임이지 선택과 결과가 서로 연쇄를 이루는 장엄한 스토리를 즐기는 게임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발더스 게이트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은 능력과 속성이 분배된 여러 클래스의 캐릭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전투를 벌인다는 RPG의 기본 속성을 매우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으며 벰파이어 마스쿼레이드 블러드라인(이하 VMBL)에서 대화의 연기를 극찬한 것은 사실 RPG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또한 CRPG의 중요한 특성으로 계속해서 비선형적이면서도 서로 맞아 떨어지는 퀘스트 - 스토리 구조를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언급되는 게임은 울티마4,5,6과 웨이스트랜드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할만한 부분이다. 만일 그런 구조가 CRPG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면 다른 게임들도 비슷한 노선을 추구했어야 하고 이 안에서 우/열이 나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게임의 사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속성은 CRPG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요소라기 보다는 일부 게임의 특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이 부분은 껍질인간님의 FPS관이 울펜슈타인3D ~ 다크포스 + 하프라이프에 이르는 특정 기간에 한정되어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FPS에서도 RPG에서도 '정통'을 주장하지만 실제 그 '정통'은 기원과는 관계 없이 그 장르가 어느정도 형성된 특정 지점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변화는 사문난적으로 배척한다. 이미 그 '정통'이 본질에서 어느정도 진화가 된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가 좋아하는 부분 까지의 진화는 인정하지만 그 이후의 진화는 인정할 수 없다'는 상당히 모순된 입장이다.

종종 껍질인간님의 블로그를 남에게 소개할 때 '머리는 잘라도 머리카락은 못자른다며 위정척사를 부르짖는 구한말 선비'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이게 정말 괜찮은 비유다. 춘추 전국 시대 공자와 맹자는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유학을 창설한다. 그리고 주자가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본성에까지 탐구해 들어가면서 성리학이 발생한다. 조선은 당대 최신의 유학이었던 성리학에 입각해 세워진 국가였다. 하지만 본고장인 중국의 성리학은 현실세계로의 실천을 강조한 양명학으로 발전해나가지만 조선은 이 양명학마저 이단으로 치부해버린다. 이 점이 껍질인간님의 스탠스와 상당히 일치한다.

난 극히 평범한 PC 게이머 중 1인에 불과하다. 단지 PC 게이머가 멸종위기라 내가 신기하게 보이는 건가.

사실 껍질인간님의 게임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이 'PC 게이머'라는 단어에 있다. 사전적으로만 풀이하자면 PC 게임은 PC에서 돌아가는 게임이고, PC게이머는 PC를 주된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지만 데들리 던전 블로그의 '빠큐'라는 코너에선 PC게임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제가 말하는 PC게임이란 단순히 PC로 나오는 게임을 말하는게 아니라 70년대 말~80년대 초반에 북미에서 처음 시작된 어드벤쳐/RPG/워게임/시뮬레이션류에 뿌리를 두고 영향받은 게임들을 일컫습니다. 그러면 왜 PC게임이나 리뷰하지 콘솔게임을 리뷰하냐고 묻는다면 현재 PC게임이 콘솔게임에 완전히 편입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PC게임이 콘솔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FPS나 RPG는 순전히 PC게임쪽에서 시작되어 콘솔로 넘어온 장르입니다. 그러니 제가 콘솔FPS/RPG를 리뷰한다고 해도 PC게임쪽에 치중된 관점을 가지고 리뷰하게 됩니다. 게임전체에서 보면 편협하다고 해도 할말이 없지만 PC게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전혀 편협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선수가 야구못한다고 잘못된 선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축구선수가 야구까지 잘할려고 하다보면 결국 둘다 못하는 어정쩡한 선수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적나라한 차이를 드러낸 댓글이 있었는데 어느 포스트에 달렸는지 까먹었다. 내용은 '원래 콘솔은 코흘리개 애들이나 갖고 노는 것이고 PC는 고학력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소유물이었음! 그러니 PC 게임은 당연히 말초적인 콘솔게임보다 더 머리쓰는 게임임' 뭐 이런 거였다. (생각나는 대로 쓴건데 당연히 왜곡이 들어갔으리라 생각된다...)

PC게임, PC게이머라는 단어에 얽메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실 모든 오해는 사라진다. '"70년대 말~80년대 초반에 북미에서 처음 시작된 어드벤쳐/RPG/워게임/시뮬레이션류에 뿌리를 두고 영향받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때와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음을 한탄하며 지금의 게임을 그때 그 시절의 잣대로 평가한다. 이것이 데들리 던전의 본질이다. 말투가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나라 잃은 신채호 선생의 글이 얼마나 과격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영역도 아니다. 다만 다음 인용과 같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좀 걱정스럽긴 하다.(발더스 게이트가 없었다면 서양 RPG의 입문작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겠지.. 폴아웃 그 대사 많고 복잡하고 어려워보이는 게임을 어떻게...)

만약에 발게이가 없었더라면 윈도우98이후 서양RPG의 입문작은 폴아웃이 됐을겁니다. 실제로 발게이 전까지 가장 유명하던게 폴아웃이었거든요. 그랬다면 서양RPG가 그냥 전투가 좀 더 재밌고 사이드퀘스트가 많고 이동이 자유로운 일본RPG의 확장판이라는 오해는 없었겠지요. 다른 RPG들이 오해의 피해를 입을 일도 없었을테구요. 발게이를 통해서 아케이넘같은 게임을 접할 사람들은 발게이 대신 폴아웃이 있었으면 훨씬 일찍 아케이넘을 했을 사람들입니다. 디아블로 하던 사람들은 어짜피 RPG팬이 될 가능성이 없는 캐주얼 게이머들이 대다수였구요.

그렇다고 해서 데들리 던전이 읽을 가치가 없는 곳이냐면 그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껍질인간님이 과거의 게임에서 칭찬하고 있는 부분들은 분명히 현대에 복각해서도 재미있을 법한 요소가 많다. 리소스와 마켓의 한계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까이는 게임들도 분명 필요 이상으로 난타당하고 있긴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편협한 안목이지만 그 안에서의 논리는 아까 말한 것과 같이 정연하다. 이렇게 잘 정돈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제법 즐거운 일이며 나 또한 PC게이머의 끄트머리를 경험한 세대로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뉴턴 물리학은 시간과 질량의 절대성을 기반으로 자연계의 힘과 그 작용을 밝혀냈다. 하지만 광속의 세계는 이 질량과 시간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뉴턴 물리학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뉴턴 물리학은 여전히 많은 영역을 설명해줄 수 있다. 중요한건 뉴턴 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고, 상대성이론은 뉴턴 물리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어떠한 훌륭한 철학이나 이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한 여기서 새로운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어떠한 비판이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교조주의는 고사만을 불러올 뿐이다.

사실 본 연구원도 한때는 저런 교조주의를 고집하던 때가 있었다. 영웅전설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아가씨에게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니 재미있겠지만 난 그따위 일본식 RPG는 RPG로 인정할 수 없어!'라고 이야기 한다거나,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해선 '성장만 남은 잡종 RPG따위 난 인정할 수 없다!'라고 외친다거나. (그래놓고 어스토와 창세기전, 이스와 젤리아드는 엄청 즐겼다는 것은 함정) 그런데 2005년에서야 겨우 접한 디아블로2는 엄청 재미있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즐겼던 구공화국의 기사단이 결국은 일본식 RPG였다. 그러고 나서야 게임은 게임일 뿐,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제작비가 늘어나고, 또 이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대량의 유저를 타겟으로 잡으면서 게임들이 점점 획일화 되어가고 속편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복제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게임계 - 특히 싱글플레이어 게임계 - 는 나 역시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런 경향 속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천만장씩 팔리는 게임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재미가 탄생하고 있기도 하고.

누가 뭐래도 게임은 대중을 상대로 한 문화상품이다.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죽듯이, 대중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대중문화는 소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상으로 하는 대중의 성향이 변화한다면 게임도 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살아남은 게임들은 이미 변화한 상태이고, 그 게임을 하는 우리도 과거와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다.

발더스 게이트는 처음 나왔을 때에는 하다 관뒀지만, EE 버전을 하니 여전히 힘들었다. 그토록 칭송하던 시스템 쇼크2는 2003년에도 클리어하고 2007년에도 클리어했지만 2013년 GOG 버전으로 다시 시도하니 어렵고 불편해서 못해먹겠더라. (특히 인벤토리와 총기 고장) 그 재미의 본질은 사람 하나 없는 우주선에 홀로 남겨진 고독과 그로 인한 공포이지 인벤토리의 빡빡함과 총기 고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바이오쇼크를 시스템 쇼크2의 정신적 후계작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건 인벤토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고독과 공포가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과거에 재미나게 했던 게임 그대로를 원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유행하는 복고풍 나팔바지가 과거 아버지세대의 그 나팔바지가 아닌 것 처럼, 훌륭했던 게임의 유전자가 현대의 감각으로 부활해주길 바랄 뿐이다.

-덧-

그런 점에서 레전드 오브 그림락은 불합격. 정통 1인칭 파티제 던전 크롤러를 원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21세기에 한칸 한칸 움직이는 던전이라니! 그건 이미 마이트 앤 매직6도 극복했고 위저드리8과 위저드 앤 워리어즈도 극복한 문제였다긔!! 그리고 왜 쓸데없이 전투는 현대화해서 실시간 탑재하고, 마법은 뜬금없이 룬 문자를 클릭하게 한거임...

  1. 물론 간접적으로는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후술. [본문으로]
  2. 논리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내용의 참됨이 아니라 구조의 완결성에 존재한다. [본문으로]
  3. 둠2 엔진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을 구현했던 게임으로 높낮이만 있던 둠2에 비해 다층 구조를 지니고 있고 스위치 조작에 의해 맵 차체가 변화하는 등 FPS 중 '길찾기'의 재미가 극한까지 강조된 게임. 제다이가 아닌 일반 병사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기도 했지만 추후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주인공인 카탄 카일이 제다이가 되어 이 부분은 희석된다. [본문으로]
  4. 다른 표현으로는 Pencil and Paper Role Playing Game 이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5. 대부분의 보드게임 / 워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캐릭터 - 코스티켄 식으로 말하자면 게임토큰 - 을 다룬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16. 00:46

삼성이 이번에 갤럭시4와 함께 스마트폰용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 : engadget. http://www.engadget.com/2013/03/14/samsung-prototype-wireless-game-pad-hands-on/ )


어라? 어디서 굉장히 많이 본 듯한 디자인이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Xbox_360_wired_controller_1.jpg )


뭐...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게임 컨트롤러를 만들려면 다른 제품을 벤치마킹했어야 할테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패드 중의 하나인 엑박360 컨트롤러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정도면 벤치마킹이 아니라 그냥 표절 아닌가...

사실 삼성이 독자적인 게임 콘솔을 만든 역사가 있다. 이름하여 Samsung DVD-N501/N2000. 국내는 DVD-N591. 뭐 사실은 다른 DVD보다 좋은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성능 DVD 플레이어이고, 여기에 게임 기능이 끼어있는 형국이었지만 어쨌든 나름 플스2가 경쟁상대라고 언플도 했던 기억이 있다. 독자 포멧은 아니고 Nuon 이라는 플랫폼. 자세한 건 위키피디아 참고


(삼성의 흑역사 누온 DVD 플레이어 with 조이패드. 저 조이패드는 N64의 것을 연상시키지만, 저게 저 제품에 번들로 들어간건지 서드파티 제품인지는 불분명하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Nuon_%28DVD_technology%29 )


여하튼, 삼성이 발표한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 - 기니까 앞으로 줄여서 '짭박패드'라고 하자 -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일부는 저 ABXY 배치는 드캐에서도 있던 것이며, D-Pad는 세가세턴 때에도 있던 거라고 쉴드 치는 양반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드캐 패드를 한번 보자.

(출처 : 위키피디아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Dreamcast_controller_%28lit_from_left%29.jpg )


ABXY 버튼이 마름모 꼴로 배치되어있고, 특히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Y B A X 버튼이 배치되어있으며 빨강 파랑 노랑 녹색의 원색이 사용된 점은 드림캐스트도 동일하다. 하지만 엑박 컨트롤러는 드캐 패드와 버튼에 배당된 색상, 버튼의 재질, 버튼에 기호를 마킹한 방식이 전혀 다르다. 반면 짭박패드는 버튼의 색상, 재질, 기호 마킹한 방식이 엑박 컨트롤러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D-Pad의 경우 사실 닌텐도가 십자키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각주:1] 비슷한 형태가 메가드라이브, 세가세턴,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컨트롤러에서 발견된다. 어디 한번 살펴보자.


(세가 세턴 컨트롤러. 출처는 위키피디아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Sega_Saturn_Controller_-_Type_2.png )


(메가드라이브 컨트롤러. 출처는 위키피디아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Mega_Drive_Controllers.jpg )


위 두 패드에 사용된 D-Pad는 가운데 원형 구멍[각주:2]이 있으며 닌텐도의 것 처럼 십자 형상이 강조되어, 중앙 부분에서 직각으로 연결되는 부분만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주는 형태를 띄고 있다. 다시 한번 위로 엑박 컨트롤러의 D-Pad를 보면 십자 모양이 크게 강조되어있지 않고, 십자가가 굵으며 세가와는 반대로 네 귀퉁이를 부채꼴로 깎아낸 모양으로 세가의 것과 완전히 구분된다. 그리고 짭박패드는 이 모양을 그대로 갖다쓰고 있다.

이 D-Pad는 사실 엑박 컨트롤러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방향 입력이 지나치게 딱딱해서 캐릭터를 컨트롤하는데 사용하기 보다는 대부분 무기 선택키로만 사용하는데 바로 이 D패드와 동일한 모양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웃음을 금할 수 없다.

다른 제품을 참고하되,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더 키우거나, 새로운 기능을 넣는 등 원본을 개선시켰다면 그건 벤치마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비판이나 개선 없이 그대로 갖다쓴다면 그건 표절에 불과하다.











  1. 위 드캐 패드의 십자키는 닌텐도로부터 라이센스 받았다고 [본문으로]
  2. 마스터시스템 (한국명 겜보이)에선 저 원형 구멍에 봉을 연결해서 쓸 수 있었는데 그 흔적인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15. 17:45

어제 선배와 술을 마시면서 시스템 기획자의 기본 소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본 연구원 : 그래서 전 신입한테 비쥬얼드와 주키퍼와 쥬얼 퀘스트를 비교 분석 하라고 시킵니다.

선배 : 그래서 그거 해오디?

본 연구원 : 못하더라구요.

선배 : 당연하지. 야 그거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은 경력자 중에도 드물어.

본 연구원 : 에이.. 신입도 아니고 경력이 그것도 못하면 시스템을 어떻게 기획해요?

선배 : 그게 되니까 니가 그 돈 받으면서 일하는 거란다.

본 연구원 : Aㅏ ........





by 고금아 2013. 3. 8. 17:31

매스 이펙트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매스 이펙트3 최후의 싱글플레이어 DLC '시타델'이 발매되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아놔 섀도우 브로커만 아니었어도 시리즈 내내 이렇게 DLC에 탈탈 털리진 않았을텐데...'


플레이 타임은 약 4시간. 뭐 그럭저럭 할만은 하다. 그런데 이게 1200MP[각주:1] 한화 2만원돈 이라는 건 말이 안된다!! 게다가 이 절묘한 가격은 MP 판매 단위 사이를 스쳐지나가기[각주:2] 때문에 남은 MP가 없으면 실 지출은 24000원에 육박!!!!!!


가격이나 뭐 이런걸 다 떼고 봤을 경우, 마치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처럼 액션과 음모와 유머가 잘 섞여있다. 유머만 놓고 봤을 땐 DLC는 물론 본편보다 낫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이전의 본편과 DLC들과는 괴리감이 들 정도. 그 외에 시리즈의 영웅인 앤더슨 제독[각주:3]이나, 나머지 멤버들의 색다른 일면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래도 이걸 1200MP나 받으면 도둑놈 심보지...


여하튼 요약하자면

스 이펙트 시리즈의 DLC는 전부 가성비가 꽝!

시타델 역시 가성비 꽝!

단, 매스 이펙트 2의 '섀도우 브로커' 이건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음.

또하나 추천하자면 매스이펙트3의 '리바이어선' DLC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엔딩의 이해를 도움. (그러게 엔딩을 좀 잘 만들지..)

하지만 난 전 시리즈의 전 DLC를 다 샀을 뿐이고...



  1. XBOX360에서 추가 컨텐츠를 구입하는 화폐 단위. 1MP = 약 16원 [본문으로]
  2. 판매 단위가 500MP - 1000MP - 2000MP - 5000MP - 6000MP. 1200을 맞추려면 500MP+ 1000MP 이렇게 구매해야한다. [본문으로]
  3. 게임 시리즈에선 큰 활약이 없지만, 매스 이펙트 세계를 다룬 소설 시리즈는 앤더슨이 주인공이었다.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3. 7. 01:53

작년 미국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전년도에 비해 10% 가량 축소되었다. 그리고 Wii와 달리 WiiU의 판매량도 신통찮아보인다.

구미의 업계인들은 현세대 게임기에 대한 피로 현상을 원인으로 꼽으며 차세대기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의 성장에 대해선 별개의 시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이 업계는 게이머에 의해 유지되어왔다. 게이머가 게임을 만들고, 게이머가 게임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런 게이머의 패러다임으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질량과 시간의 절대성에 기반한 뉴튼 물리학으로는 광속의 세계를 다룰 수 없다. 우리는 게이머가 아닌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콘솔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분명 콘솔은 사양이 통일되어있고 사용이 쉽다는 측면에서 PC에 비해 게임 플랫폼으로써 우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TV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CRT를 사용하던 이전 세대에선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으니까. 작으니까 집안 여러곳에 TV를 둘 수 있었다. 방 안에 둘 수도 있었고. 하지만 현세대는 HDTV를 요구하며, 이는 보다 큰 공간을 요구하며 TV의 가격을 차치하더라도 이 HDTV가 위치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있다. 그래서 HD 환경에서 콘솔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가족 공용재인 TV의 배타적 소유권을 획득해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Wii가 불티나게 팔리던 시점은 HDTV의 보급시기와 일치한다. 비록 Wii 자체는 HD 스펙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집에 새로 들여놓은 40인치 이상의 HDTV 앞에서 온가족이 즐기는 게임이 Wii의 컨셉이 아니었던가. Wii는 캐주얼 게임의 혁명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과 게임의 타협에 대한 새로운 모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은 기본적으로 혼자 즐기는 놀이이다. 물론 온라인으로 멀티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PC방에서 단체로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화면 분할 멀티플레이 보다는 각자가 고유의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를 가지는 것이 사실 더 재미있다. 게임은 이런 개인적인 놀이인데, 플레이하기 위해선 가족 공동체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을 다시 한번 바라보자. 물론 게임 플랫폼으로써 성능으로 보나 조작 체계로 보나 스마트폰 / 타블렛은 현세대 콘솔에 상대가 안된다. 하지만 이들은 콘솔과 달리 유저가 매우 쉽고 간편하게 독점할 수 있는 플랫폼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히려 PS VITA나 3DS 같은 휴대용 게임기가 더 팔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게이머의 시선에 머물러있을 뿐이다. NDS를 견인했던 캐주얼 게임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잠식당했다. 스마트폰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추가 지출도 필요 없고, 게임 자체에 대한 지출은 더 쉬우며, 이런 게임들은 전용 입력기를 필요로하지도 않는다. 기기 스펙도 좋아졌으니 모던 워페어 급의 AAA급 타이틀을 PS VITA 용으로 내놓는다면?  집에서도 밖에서도 트리플 A급 타이틀을 플레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이머들은 살 것이다. 하지만 그들 대상으로는 절대로 손익 분기를 맞출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을 소비하긴 하지만, 게임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취미이고 탐구의 대상이다. 그래서 게임을 비교하는 것에 굉장히 능숙하고 이 게임은 다른 어떤 게임보다 낫다느니 못하다느니 이건 비운의 걸작이라느니 등등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더 나은 게임이 더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세대 콘솔이 나오면 시장이 다시 트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모두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게임은 소비의 대상일 뿐이다. 시간을 떼우고 노는 여러가지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지불한 금액(+시간)이 아깝지만 않으면 그걸로 족하다. 어떤 게임을 다른 게임과 비교할 기준도, 의사도 없다. 단지 본인 기준으로 재미있냐 없냐만을 따질 뿐이다. 게이머들은 A~D,F 이 5단계로 게임을 평가하지만 대중들은 Pass / Fail 2단계로 평가할 뿐이다. 게이머들이 게임1은 75점이니 C, 게임2는 90점이니 A 이런식으로 바라볼 때 대중들은 과락 기준인 70점을 넘었으므로 둘 다 합격이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게이머들에게 모바일 게임은 콘솔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시간 - 심지어는 플레이 하는 중에도 -을 채워주는 보완재일 순 있어도, 대체재는 되지 못한다. 헤일로를 플레이하면서 로딩이 뜰 때 마다 짬짬이 확밀아를 할 순 있어도 확밀아 하느라 헤일로를 안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모바일 게임은 콘솔 게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양자가 충분히 재미있다면 접근성이 좋은 쪽이 유리하다. (이 접근성엔 시공간적인 접근성 뿐만 아니라 금액에 대한 접근성까지 포함된다.)

이미 사람들은 WiiU를 구입하지 않고 있다. (가마수트라에 따르면 1월 판매량은 10만대인데 이 중 40%가 반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Wii는 캐주얼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팔렸지만, 이 구매자들은 대부분이 非게이머들로 새 콘솔을 살 생각이 없는 계층인 것이다. XBOX360이나 PS3가 보다 게이머 지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쪽 차세대 콘솔은 상황이 그보단 더 낫겠지만, 게이머 농도가 낮은 계층이 현세대 콘솔에 안주해버릴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팔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차세대기가 열어줄 미래는 장미빛이라기 보다는 잿빛이라고 본다.

물론 국내는 콘솔 시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이 대세지만 기본 구조는 유사하다. 컴퓨터는 방 안에 있지만 학생은 학생대로, 유부남은 유부남대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여전히 안방마님의 윤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접근성이 의미를 지니며 따라서 일정 계층에게는 스마트폰 게임이 온라인 게임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또 게이머와 대중의 괴리는 사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간단하게 온라인 FPS 게임 시장을 바라보자. 게이머의 기준으로 봤을 때에 AVA는 분명 서든어택보다 훌륭한 게임이다. 하지만 점유율이나 매출은 오히려 후자가 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AVA가 훌륭한 게임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들에게 서든어택 또한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었다. 그래서 소수의 하이엔드 게이머들은 AVA로 옮겨갈 이유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굳이 멀쩡히 플레이하던 서든어택을 버리고 AVA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 바닥에서 시장은 개척되는 것이 아니라 선점되는 것이다.

이 선점효과는 국내 온라인 시장과 북미 콘솔 시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북미 콘솔 시장은 한마디로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1회 구매를 기준으로 하는 콘솔 게임을 대하는 태도는 영화와 비슷하다. 베를린이 재미있으면 베를린을 보고, 7번방의 선물이 재미있으면 7번방의 선물을 보면 된다. 둘 다 재미있으면 둘 다 보면 된다. 어차피 플레이시간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경쟁이 서로 배타적이진 않다. (물론 돈이 없으면 하나만 보겠지만, 이런 사례는 사실 드물다.) 반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드라마와 같다. 야왕을 보면 마의를 못보고 마의를 보면 야왕을 못본다. 물론 우리는 둘 다 보고 싶으면 하나를 본방으로 보고 남은 하나는 재방이나 동영상으로 보겠지만, 이렇게 다시볼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고를 수 없다. 그렇다면 선발주자가 아주 재미가 없거나(사실 그렇다면 이미 안보겠지만) 후발주자가 아주 월등하지 않은 이상 굳이 후발주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물론 후발주자인 서든어택이 스페셜포스를 추월한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출시일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서든 어택은 난이도나 난입으로 보나 스포보다 더 캐주얼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계약을 둘러싼 잡음이 있기도 했고. 이런 여러가지 점을 종합해볼 때 유저들이 스포를 버리고 서든으로 이주할 이유는 충분했다. 오히려 스포가 유의미한 장르내 2위를 유지했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선점효과를 방증한다. (같은 관점에서 최근의 AOS 붐은 매우 비관적이다. LOL은 이미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더 하드코어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

여하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게이머들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다함께 카카오톡 게임이나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유저들의 변화에 대해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간의 대체 - 보완 관계는 플랫폼 자체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수용층이 결정하는 것이다. 콘솔 게임도, 온라인 게임도 모두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큼 캐주얼한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문제는 스마트폰 대신 콘솔(해외) / 온라인(국내) 게임을 할 이유를 제공할 수 있냐는 것. 그리고 이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위 유저당 오히려 구매력은 콘솔(해외)/온라인(국내)쪽이 우위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기존 게임 놔두고 새 게임을 할 이유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非MMORPG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판 단위의 게임에 집중했을 뿐, 거시적 관점에서 유저를 이끌어가는 구조에 대해서는 그다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하사 이상을 달아야 어느정도 쓸만한 총을 살 수 있다는 정도는 존재했지만 보다 거시적인 비전 - 왜 이 게임을 계속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공해주진 못했다.

이런 부분에선 최근 러시아 게임들이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탱크끼리의 포격전이 아닌 그 테크트리였다. 수많은 탱크라는 컨텐츠들이 부품 단위의 작은 성장으로 쪼개져있고, 이들은 다시 새로운 탱크라는 큰 보상과 연결되어있다. 유저는 끊임없이 테크 트리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한판에 대한 플레이 동기를 제공한다. 잦은 보상과 플레이 동기 제공은 캐주얼 게임 혁명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한 워페이스 역시 매우 비직관적이지만 어쨌든 총기 언락을 통해 유사한 성장 구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영역은 앞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콘솔은.. 뭐 답이 없다. 사실 콘솔로 게임할 사람들은 이미 현세대기로 재미있게 하고 있고, 차세대기 가봤자 개발비만 늘고, 플랫폼은 오히려 덜 보급될거고... 게임 가격을 높이거나 DLC 매출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있으니 최종적으로는 멀티플레이를 더 강화하거나 그런데 사실 이것도 기존에 다 했던 건데 .. 차라리 킥 스타터로 투자 받아서 스팀으로 인디 게임 파는게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스팀은 구매의사와 구매력 모두 훌륭한 플랫폼이고 인디 게임에 대한 수요도 존재하니까. 어쨌든 트리플A급 싱글플레이어 게임은 채산성의 문제로 쇠락할 것으로 전망된다.(사실 따지고보면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이 소멸한 이유도 불법복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지금 앱스토어에서 인앱 결제 게임과 별개로 스탠드 얼론 게임들이 나름 자생하는 것 처럼, 분명 싱글플레이어 게임의 수요는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스팀 유저들은 충분히 게임을 찾아서 구매할만한 의사와 능력이 있으므로 이 수요에 맞춰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덧-

이미 축구 관련으로 장문을 번역하면서 기력을 소진한 이후에 쓴 글이라 두서가 없다...



by 고금아 2013. 3. 5. 03:03

확밀아 다음은 퍼즐 앤 드래곤 (이하 퍼즈도라)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가마수트라에 이에 대해 다룬 블로그가 올라와 소개합니다.

http://www.gamasutra.com/blogs/MichailKatkoff/20130225/187247/How_Puzzle__Dragons_Does_It.php

저자는 성공 비결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저는 이 안에서 한계 - 바꿔말하면 공략할 지점 - 도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포스팅할까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문 번역이 아닌 요약 번역입니다.


(알맹이는 다단목록으로 썼는데, 막상 볼 때는 다단목록이 하나도 안보이네요.. OTL)




1. 게임 소개

퍼즈도라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F2P 기반의 모바일 게임.

매 월 50억엔 ~ 70억엔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2. 기본 구조

플레이어는 일정량의 스태미너를 지불하고 던전에 들어간다.

스태미너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경험치, 코인(게임머니)와 랜덤 몬스터를 약간 얻는다.

던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플레이어는 몬스터의 레벨을 올리고 진화시켜야 한다.

몬스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다른 몬스터를 희생시켜야 한다.

진화는 특정한 세트의 진화재료(레어 몬스터)를 필요로 한다.

둘 모두 코인을 소비하며, 레벨업/진화 대상인 몬스터의 레벨에 따라 증가한다.


3. 8가지 핵심적인 메카닉

3-1. 단순성

퍼즐 자체는 단순한 매치 게임

역주 : 타 게임에 비해서도 매우 쉬움. 비주얼드 / 애니팡은 인접한 한칸 까지만 젬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반면 퍼즈도라는 일정 시간동안 원하는 대로 이동시킬 수 있다.

보석을 맞추면 해당하는 색상의 몬스터가 공격함.

던전을 깨는 것도 쉽지만 던전에서 얻은 알을 깔 때의 놀라움 때문에 보상도 매우 높다.

한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3-2. 복잡성

어느정도 진행하고 나면 두가지 사건이 발생.

첫째, 몬스터 박스가 가득참

어떤 몬스터를 유지하고 어떤 몬스터를 팔거나 재료로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함.

둘째, 던전이 서서히 어려워지기 시작함

더 강한 몬스터에 대한 열망을 가지기 시작

이로 인해 유저가 배울 준비가 될 때 게임의 복잡성이 시작함.

플레이어의 몬스터 컬렉션을 둘러싼 거대한 메타게임

레벨업, 강화, 수집, 기타등등

유저는 이제 목적을 가지고 특정 던전을 방문하게 된다.

특정 몬스터를 얻을 수 있는 던전

코인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던전 등


3-3. 스태미너 (에너지 메카닉)

에너지를 통해 플레이 기회를 제한

기본 틀은 페이스북 게임들의 에너지 시스템과는 동일

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

초반엔 빠른 성장이 가능

스태미너 캡 (보유 한도)가 적음. 그 때문에 빨리 회복됨

플레이어가 몰입할수록 성장이 느려짐

스태미너 캡이 성장 -> 회복에 시간이 걸림

성장 둔화는 과금을 추진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임.

스태미너 캡 제한은 두가지 이점이 있음

고레벨 유저들의 연속 플레이를 제한함.

던전마다 스태미너 소모량이 다름

어려운 던전일수록 소모량이 크다.

저레벨 유저들은 스태미너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의 스태미너를 아예 갖고 있을 수가 없다.

스페셜 던전은 고렙 / 저렙 유저 모두에게 보여짐

쪼렙 유저들에게도 장기 플레이 목표를 제공


3-4. 몬스터 소모

몬스터 성장 - 선 레벨업 후 진화

다른 몬스터를 희생해서 먼저 최고 레벨까지 키운다.

그 후 진화를 통해 더 좋은 몬스터로 변신시킴

진화는 특정한 조합의 몬스터를 요구 - 조건 만족이 어려움

코인은 레벨업과 진화 모두에 소모됨

그런데 코인만큼은 진짜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을 투자해야 함.

몬스터는 유저 선택에 따라 육성 대상일 수도 있고 소모품일 수도 있다.

꾸준히 다양한 몬스터를 계속해서 보상으로 주면서도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매 시간 플레이 할 때 마다 보상을 주는 것은 F2P에서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이다.


3-5. 갬블 요소

몬스터를 구입할 수는 없다.

던전에서 얻거나

머신을 돌리거나.

어쨌든 랜덤하게 떨어진다.

직접 구매 불가능 + 랜덤성이 수익구조를 형성한다.

원하는 몬스터를 직접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몰입하게 됨

또한 즉시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슈퍼 몬스터들로 순식간에 던전을 깰 수 없음

그리고 랜덤 때문에 현질에 한계가 없다.


3-6. 빠른 컨텐츠 생산

F2P 게임에선 업데이트로 새로운 컨텐츠를 계속 공급해야 함

컨텐츠 무한궤도 - 나쁜 방식

단순히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공급.

컨텐츠의 질은 향상되지 못함.

추가한 컨텐츠는 계속해서 소모됨

컷 더 로프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주어진 레벨을 다 깨고 나면 새 레벨이 나올 때 까지 게임을 안한다.

컨텐츠 무한궤도는 게임 디자인과 메카닉으로 피할 수 있다.

소셜 채널 추가 - 채팅, 그룹, 동맹 등.

PVP

퍼즈도라 - 극단적으로 컨텐츠 생산이 쉬운 구조

게임의 무대인 던전은 추가하기가 엄청나게 쉽다

벽 색깔만 바꾸고 몬스터만 추가하면 됨.

수백개씩도 추가할 수 있고, 새 빌드가 필요하지도 않고, 서버 업데이트도 단순


3-7. 사회성

퍼즈도라의 소셜 요소는 독특함

채팅도 없고 PVP도 없고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인터액션도 없고 길드도 없다.

심지어 소셜 네트웍 서비스와의 연동도 없다.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다른 플레이어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리고 들어감

그리고 친구 요청을 주고받을 때 마다 보상이 엄청남

다른 사람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리고 간 사람, 그리고 그 헬퍼의 주인 양쪽에 우정 포인트 지급

우정 포인트로 머신을 돌려 새 몬스터 획득 가능

플레이를 많이 할수록 헬퍼 목록에 등장할 확률이 높아짐

헬퍼로 많이 사용될수록 더 많은 우정포인트 획득 가능

던전을 클리어할 때 마다 친구 요청을 할 수 있음

랭크(역주 : 유저 레벨)가 높을수록 친구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음

친구의 몬스터를 헬퍼로 데려가면 우정포인트도 얻을 수 있도 추가적인 리더스킬을 얻을 수 있음.

리더스킬(역주)

던전 내에서 일정 조건에 따라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리더로 선정한 몬스터의 리더 스킬이 적용된다.

하지만 친구의 몬스터가 헬퍼일 경우, 헬퍼의 리더스킬도 함께 적용된다.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사람을 친구로 둬야 함

한번 헬퍼로 쓰고 나면 그 헬퍼가 로그아웃 했다가 다시 로그인 해야 다시 빌려쓸 수 있음

효과

매일 꾸준한 로그인 필요 -> 유저가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유도

유저가 강한 몬스터에 대해 욕심을 가지도록 유도

헬퍼로 사용 되어야 우정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음

몬스터가 강해야 자주 헬퍼로 불려가고 더 많은 우정 포인트 획득 가능

(역주 - 스태미너 때문에 플레이 기회가 제한됨, 따라서 헬퍼들 사이에도 간접적인 경쟁이 발생함)


3-8. 스페셜 던전 (이벤트)

다양한 기간 한정 던전이 존재

특정일 - 요일별 던전 등도 있고

굉장히 어려운 던전들도 존재

포인트는 이 스페셜 던전들은 몬스터 진화를 위해선 이런 던전을 깨야만 한다는 것

스페셜 던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한루프

더 강한 몬스터를 원하면 진화를 시켜야함

진화 시키려면 스페셜 던전을 깨야함

스페셜 던전을 깨려면 더 강한 몬스터 + 강한 헬퍼가 필요함


3-9. +1 이어하려면 돈을 내라

아케이드 게임의 메카니즘.

역주 - 던전을 깨다가 실패했을 때 마법석을 소모하면 이어하기 가능. 마법석은 유료템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임


4. 훌륭한데 일본에서만 먹힘

US 앱스토어에선 50위권 내에 진입 실패

게임의 복잡성이 문제일까?

일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진화 등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고 즐기기 어려움

하지만 바하무트[각주:1]나 Marvel : War of Heroes[각주:2]는 성공했음

이들은 구조가 유사하지만 더 복잡함[각주:3]

저자의 개인 의견 - 복잡성 + 대중적이지 않은 테마 + 유저 획득 전략 미숙의 3재가 겹침

친숙한 소재가 아님

아시아의 몬스터 / 카드 수집 게임은 아시아 시장 밖에선 보기 힘듬[각주:4]

여기에 캐주얼 게이머 대상으론 복잡하기까지 함

게임 경험이 많고, 퍼즈도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유저들에겐 PVP 부재가 크다.[각주:5]

겅호가 미국 진출에 소극적임

DeNA나 Gree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을 순위의 탑에 올려놓았음




다음은 역자 개인 소견입니다.


퍼즐 플레이 + 그를 둘러싼 메타게임 구조는 훌륭함

국내에서도 중박이상 + 롱런이 가능하다고 보임

게임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국내 유저층을 고려할 때 대박은 힘들 듯.

확밀아와 유사한 포지션을 가져가되, 서로 배타적이진 않음

추격이 가능한 시장으로 보임

서든 어택이 스포1을 엎었지만 나머지 게임은 서든어택을 따라잡지 못한 이유

난입 가능 (플레이 기회 보장) + 더 캐주얼한 플레이로 캐주얼 유저의 욕구를 만족

캐주얼 유저들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으로 안착 - 시장 선점

마찬가지로 긁어줄 '가려운 곳'이 존재.

퍼즈도라의 불안요소

플레이 하기에 지나치게 빡빡함

경제구조 + 스태미너로 인한 플레이 기회 제약

지나치게 복잡한 성장 / 진화

확밀아가 성장/진화를 어떻게 캐주얼하게 풀어냈는지는 이전 포스트 참고

소셜 요소 부재

확밀아도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친구 중심의 게임이지만

오프라인 친구와 함께 할 때 플레이어의 이득이 큼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해주면서 유저층을 확대할 수 있었음

대규모 마케팅 부재


  1. 신격의 바하무트. 영문판 제목은 Rage of Bahamut. [본문으로]
  2. Marvel의 슈퍼히어로들을 소재로한 CCG. 확밀아처럼 게임디자인에서의 발전은 없이 그냥 바하무트에 마블 캐릭터를 끼얹고 UI를 좀 더 예쁘게 다듬었다. [본문으로]
  3. 역자 소견으로는 퍼즈도라가 이들 보다는 배는 더 복잡함. 이들은 버튼만 누르면 보상이 쏟아지는 반면 퍼즈도라는 어쨌든 퍼즐을 풀어야만 하고 (따라서 실패라는 것이 존재함) 같은 카드만 있으면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화도 훨씬 쉬움 [본문으로]
  4. 역자 소견 : 포켓 몬스터 및 그 TCG가 북미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바하무트도 성공한 것을 보면 납득이 힘듬. [본문으로]
  5. 역자 소견 : 그보다는 화풍이 그런 유저들로부터 돈고 시간을 끌어내기에 부적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됨. [본문으로]
by 고금아 2013. 2. 26. 23:30

Eliminate All 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소식입니다.

http://www.gamasutra.com/view/news/187116/EA_lays_off_workers_across_multiple_studios.php?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GamasutraNews+%28Gamasutra+News%29#.USaPBVdr9i1


가마수트라에 보낸 공식 성명은 다음과 같답니다.

"오늘 EA는 내부적으로 신기술과 모바일을 포함한 신성장 영역에 인력과 기술을 배정할 팀을 선정하기 위해 약간의 조정을 발표했습니다. 많은 직원들은 새로운 포지션에 따라 재배치될 예정입니다.(하지만 일부는 방출될 것입니다.) 훌륭하고 재능을 갖춘 인재들로 그들의 행운을 빕니다. EA는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직원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A 몬트리얼 (아미 오브 투 시리즈), 비셰랄 게임즈(데드스페이스)는 폐쇄 완료되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몬트리얼은 장기적으로 콘솔과 모바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스튜디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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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금아 2013. 2. 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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