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DF에서 MMORPG 이야기만 나오고 있으니, 이번엔 FPS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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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은 왜 존재하는가
기 본적으로 PVP 기반의 FPS 게임은 굉장히 대칭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동일한 전력을 가진 토큰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MMORPG와는 달리 이전까지 게임을 진행한 결과들이 전혀 토큰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런 공평한 상황에서 조작기술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 등 플레이어의 개인 기술을 겨루는 것이 기본이죠. 이런 세팅은 공평하고 예측불가능하며,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개개 토큰의 전력이 일정하고 어쨌든 4발의 총알을 맞으면 죽으니 전체적으로 게임의 긴장감에 큰 변화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퀘이크나 언리얼 등에 등장하는 5배 데미지, 슈퍼아머 등과 같은 버프들은 일시적으로 캐릭터 전력에 비대칭성을 부여해 긴장감에 굴곡을 주는 역할을 해줍니다만 밀리터리 FPS 게임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 탈것이죠. 뭐 사실 이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탈것이 등장했다기 보다는 전쟁이니까 탱크와 헬기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로망에서 출발하긴 했겠습니다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탈것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일반 보병을 압도하는 존재로서 전투 전체에 긴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탈것과 레벨 디자인
FPS 게임에서 탈것을 등장시키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레벨 디자인입니다. CQB를 다루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실내 혹은 좁은 공간을 상정하고 은폐 엄폐물을 중심으로 레벨을 디자인합니다. 하지만 탈것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몇배나 크죠. 따라서 탈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훨씬 넓은 야외여야 하고 공간이 트여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방된 공간에선 서로가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긴박한 총격전을 벌이기 보다는 중거리에서 딱콩 거리며 총이나 쏘는 지루한 오리사냥이 되기 일쑤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이동할 이유를 주기 위해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맵 상에 3개 이상의 거점을 두고 점령하는 점령전을 채택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거리 스나이퍼가 유리하다는 것엔 차이가 없습니다.

개 활지에서 원거리 저격은 단순히 밸런스의 문제가 아니라 UX의 차원에서 문제를 초래합니다. 일반적인 실내전 게임들은 오브젝트의 배치로 저격수 시야를 제한해 저격수에겐 압도적인 제압지역을 주는 동시에 저격수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보호지역을 설정해줍니다. 그리고 양팀의 저격지점이 개방되어있어 저격수 끼리의 공방전이 벌어지죠. 하지만 개활지는 그딴거 없습니다. 왜 죽었는지 납득하기도 힘들고, 또한 저격수의 존재를 인지하고 복수하러 가려 해도 여전히 저격수의 시야 내에 있지요. 즉, 개활지에서는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어디 있는지 알아도 반격할 수 없는 오리사냥이 반복될 위험이 있습니다. 오리 사냥 물론 재미있지요. 그런데 과연 오리에게도 재미있을까요?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의 이분화
퀘 이크 워즈 에너미 테러토리(이하 ET)와 커맨드 앤 컨쿼 레니게이드(이하 레니게이드)는 실외 공간 외에 별도의 실내 공간을 강조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ET는 점령해야 할 포인트가 실내에 위치해있죠. 탈것을 타고 점령 포인트 근처까지 갈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점령하기 위해선 실내에서 CQB를 치뤄야 합니다. 배틀필드 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탈것을 탄 채로 점령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탈것들을 탈취당하거나 파괴당하고 나면 점령을 막아내기가 힘들죠. 반면 ET는 실내전이 점령의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탈것들이 전체 전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하고 방어측 역시 실내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수 있습니다.

레니게이드는 상대방 진지의 건물들을 파괴해서 전략적으로 타격을 주고 최종적으로는 본진을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기존의 FPS가 '전쟁'을 다루고 있다면 이 게임은 RTS게임을 FPS로 옮겨놓은 것 같은 게임이죠. 이 게임 역시 해당 건물을 폭파하기 위해선 건물 내로 잠입해 들어가서 정해진 위치에 폭탄을 설치해야 합니다. 탈것은 그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직접적으로 건물을 파괴하는 것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외부에서 포격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긴 한데, 데미지가 미미해서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레니게이드 전문가가 보충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밀도와 동선 관리

탈 것이 등장하는 FPS 게임들은 보병만이 등장하는 게임에 비해 보다 많은 공간을 필요로합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평균적인 인구 밀도가 보병전을 대상으로 한 FPS 게임보다 낮으며 그로 인해 긴박감 넘치는 접전 보다는 산발적인 전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국지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전선을 형성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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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선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간을 직선으로 구성하고 이를 끊어내서 일부만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위 그림은 ET의 맵 구성입니다. 맵은 크지만 실제로는 3등분 되어있고 공격팀과 방어팀이 나누어져 있지요. 게임은 공격팀에서 가까운 구역에서 시작되고, 공격팀이 구역별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벽을 파괴한다거나 거점을 점령한다거나)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보병은 현재 게임이 진행중인 구역에서 바로 스폰할 수 있지만 탈것은 본진에서만 스폰됩니다. 따라서 처음엔 공격팀이 탈것을 전장에 투입하기 편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방어팀이 탈것을 투입하기 쉬워져서 전투의 기승전결을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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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의 직선 구조는 인구 밀도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개개의 세션에서 명확한 기승전결을 만든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게임의 양상이 항상 동일하고 의외성이 적다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배틀필드의 경우, 거점 간에 선-후 관계가 없이 자유롭게 점령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장을 지양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맵 중 하나인 카칸드를 보면 각 거점들이 선형으로 구성되어 병력들이 전선에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으로 주 동선과 떨어진 곳에 거점을 두고 거점의 점령에 선-후 관계를 두지 않아 거점 공략에 대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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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만 이렇게 거점을 산개시켜놓은 맵들도 존재하죠. 이런 맵은 어떤 거점을 공략해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전략성을 부여합니다만, 그만큼 병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습니다. 전투를 하기 보단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을 타고 빈집 털이를 다니는 것이 중요한 플레이가 되죠. 뭐 그것도 재미는 있습니다만, 과연 이 게임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가 전투인지 전쟁인지 레이싱인지 좀 애매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실 탈것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타지 못하면 행군게임이 되기도 합니다. 행군하다 총맞는 게임이죠.

배틀필드2의 맵에서 또한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맵 배치가 비대칭적이라는 겁니다. 카칸드만 보더라도 MEC가 거점을 다 점령한 상태에서 미군이 밀고 들어가는 방식이죠. 이런 비대칭 구조는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공/수 교대로 승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ET가 이런 식입니다.) 배틀필드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밸런스가 맞든 안맞든 단판인데..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제가 배필2를 훌륭한 리액트먼트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는 반면 게임으로는 혐오하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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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론트는 각 라운드 마다 점령해야 할 거점을 단 3개만 제시합니다. A(알파), B(브라보), C(찰리). 이 세 거점의 방향과 현재 소유권, 점령 상태가 항상 실시간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먼저 내 거점을 지킬 건지 상대 팀의 거점을 공격할건 지를 결정하고, 어느 쪽을 택할지만 선택하면 되죠. 인접한 거점만 볼 수 있어서 HUD만 봐서는 상황을 알기 힘들었던 배틀필드2와는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또 플레이어를 거점에서 스폰시키지 않고 동료 분대원 옆에서 스폰시켜서 전장에 투입될 때 까지 뛰어가야 하는 상황도 방지했습니다. (배필2와 달리 분대는 자동으로 구성되고, 플레이어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인식되지 않습니다. 물론 추가 조작으로 분대를 옮기거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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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론트는 또한 전체 맵을 좀 더 역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맵은 위 그림과 같이 기본적으로 3등분 되어있는데, 제일 처음엔 가운데의 중립 지역에서 1라운드가 진행됩니다. (이 밖의 공간으로 나가면 사망합니다.) 1라운드에서 누가 이겼는지에 따라 2라운드의 무대가 결정되고, 2라운드에서 동점이 된다면 다시 중립 지역에서 3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이때 각 라운드가 끝날 때 게임이 일시 중단되고 새로운 맵에서 다시 리셋되는 것이 아니라 종료 순간 플레이어들의 위치는 그대로 둔 채 게임 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라운드 스코어는 리셋이 되기 때문에 패색이 짙은 팀은 굳이 고문을 당하기 보다는 라운드 종료가 다가오면 슬슬 병력을 자기쪽 진영 가까이 이동시켜서 다음라운드를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피아 식별과 스나이퍼 문제
대 규모 개활지 맵이 가지는 또한가지 문제는 피아 식별이 힘들다는 겁니다. 스폰 지역과 동선이 잘 정리되어있는 CQB 게임에선 이 피아 식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얼굴이 보이면 쏴야하는 적이고 등이 보이면 아군이죠. 하지만 탈것이 등장하는 개활지 맵에선 동선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이동 방향만 봐서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시야 거리가 길다 보니 사실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죠. 그러다보니 이런 맵에선 스나이퍼가 정말 유리해지고, 이는 초보 유저들의 경험에 상당한 위협이 됩니다.

피아 식별을 돕고 스나이퍼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상대 플레이어의 위치를 공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틀필드2는 무인정찰기를 띄워 일정 시간동안 범위 내 모든 적의 위치를 맵 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이는 쿨타임이나 발동비용 등이 있어 사용이 제한적이고 실제로는 자신이 발견한 적의 위치 정보를 아군에게 알리는 '적탐지 공유' 기능을 많이 사용합니다. (위성뷰로 적을 찾아서 탐지공유를 거는 것이 지휘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배필2의 적탐지는 대상의 위치와 종류(탈것의 종류, 또는 스나이퍼인지)를 표시합니다만 탐지 순간의 정보만을 표시합니다. 표시는 되지만 지금도 정말 해당 위치에 적이 있는지는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Z축이 상대 유닛을 가리킨 것이 아닐 경우 해당 위치에 ?를 찍어서 경고의 의미로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탐지 판정이 까다로워서 정확하게 적을 찍기 보다는 ?를 찍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 틀필드 온라인(배필온)의 경우는 이 탐지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스나이퍼들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단 배필2와 달리 일단 한번 탐지되면 일정 시간동안 그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도록 했고, 단순히 미니맵에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HUD상에 아이콘으로 표시해 일단 탐지만 되면 그 위치를 찾기 쉽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혼란을 주는 ? 표시 기능은 그냥 삭제해버렸죠. 또한 사망시에 공격자의 위치를 보여주는 킬캠으로 사망을 납득시키고 공격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시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배틀필드2의 탐지 기능은 개활지의 중장거리 전투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게임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약간의 불편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반면 홈프론트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만 탈것 때문에 전장의 구성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보조적인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우선 홈프론트에선 유저가 사망했을 때 카메라를 유저의 시체로부터 유저를 죽인 플레이어까지 이동시켜줌으로써 자신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물론 이 킬캠은 팀포트리스2(이하 팀포2)나 배필온에도 존재합니다만, 카메라 전환이 아니라 이동이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팀포2나 배필온에선 킬캠에 비치는 배경을 통해 공격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추리해야 하지만 홈프론트에선 사망한 위치부터 공격자 위치까지 카메라가 이동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바로 공격자의 위치를 알 수 있죠.

탐 지한 적의 위치를 공유하는 기능은 홈프론트에도 있습니다. 탐지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해당 적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는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UAV와 정찰 드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홈프론트에선 전투 중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이나 드론 등의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UAV는 가장 저렴한 - 가장 빈번하게 사용할 수 있는 - 장비 중 하나입니다. 단,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와 달리 사용자 본인에게만 정보가 들어온다는 차이가 있죠. 다신 좀 더 비싼 정찰드론을 띄워서 조종하면 탐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아군들에게 중계해줄 수 있습니다.

탐지든 정찰 드론이든 일단 살아남아서 적을 찾아야만 그 위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홈프론트에선 어떤 유저가 사망하지 않고 적을 계속 죽여 킬 스트릭을 쌓게 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현상수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유저에겐 방어력 증가와 같은 보너스를 주는 대신 상대편 유저들 중 랜덤한 일부에게 해당 유저의 정보를 알려주고 사살할 경우 보너스를 주는 시스템이죠. 이 상태에서 킬 스트릭을 더 늘리게 되면 위협도도 놓아지고 보너스가 증가하며 반대로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됩니다. 이 현상수배가 존재하기 때문에 캠핑이 억제됩니다.


탈것-보병간 전력 불균형과 병과
위 와 같이 탈것으로 파생되는 레벨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탈것 그 자체가 가진 압도적인 전력에 관한 문제는 남습니다. 대부분의 보병은 탈것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반면, 탈것들은 폭발성 무기와 연사 무기로 무장해 보병들을 압도지요. 이런 불균형이 바로 탈것의 존재 의의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보병에게 대응 수단이 없을 경우, 탈것을 타지 못하면 무기력하게 패퇴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나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배필온의 경우는 기존의 배필2보다 훨씬 많은 수의 탈것을 배치해 탈것을 타는 즐거움을 더 주려고 했습니다만 그 결과 보병이 탈것에게 무기력하게 능욕당하는 경험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탈것은 탈것으로 상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넓은 전장에서 탈것들끼리만 전투가 벌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플레이어들의 실력에 따라 한쪽 팀의 탈것이 다른 쪽 팀의 탈것을 압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보병들에게도 제한적이나마 탈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탈것이 존재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특정 병과에 이런 능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전차 병과들은 일반적으로 로켓포와 같이 탈것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반면 SMG나 샷건 처럼 중/장거리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은 주무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다른 병과들이 갖고 있지 않은 대장갑 전투력을 갖췄으니 대인 전투력을 희생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대인 전투력이 희생된다는 것 자체가 대장갑 병과를 선택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대전차 병과는 탈것에게 죽는 대신 사람에게 죽는 병과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탈것을 압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배필온의 악명높은 '병과 통합' 패치는 바로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죠. 병과의 수를 줄이고 주무기의 제한을 철폐해서 오히려 대인 전투력을 평준화 시킴으로써 대인 전투력에 대한 고민 없이 병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뭐 기존 유저들로부터 욕은 상당히 먹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게임 접은 유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동접이 늘지도 않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방향은 옳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려면 오픈 이전에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동접은 개선하지 못했어도 아이템 제작 효율을 높인 것은 사실입니다. 7개 병과 각기 개별적으로 전용 무기를 사용하던 과거엔 7종의 총기를 출시해야 사실상 1종이 추가된 것과 같은 효과였는데 그 이후로는 2종씩만(저격총 1종류, 나머지 1종류) 추가하면 되었으니까요.

배 필온이 병과 특징을 개인무장이 아닌 특수장비 쪽으로 집중시켰다면, 홈프론트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병과 자체를 삭제해버렸습니다. 대신 여러개의 무장 셋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각 무장 셋 별로 대전차무기, 방탄조끼, 정찰 드론, 공격 드론, 개인용 UAV 등 다양한 특수 장비 중 2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너는 ## 병과이므로 %%를 하지 못하는 대신 &&를 해라'라는 방식의 트레이드 오프가 아닌, '네가 ##를 하고 싶다면 ##를 하고 &&를 하고 싶다면 &&를 해라'라는 플러스 중심의 트레이드 오프죠. 그리고 이 장비들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서 사용시키고 각 효과별로 포인트 비용을 차별화 시킴으로써 전체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쪽이 훨씬 더 세련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날아다니는 탈것의 문제
게 임에서 탈것들은 보통 여러가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헬기나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탱크와 같은 지상 병기들은 사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벽 뒤로 숨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그래서 전 배드 컴퍼니와 배필3의 벽 파괴 시스템은 게임적으로는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숨어서 공격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항공기들은 숨을 수도 없고, 항공기들을 공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킹왕짱입니다.

ET의 경우는 항공기의 공격력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메리트라고 본 거죠. 그리고 대전차병이나 장갑차의 로켓에 락온 - 유도 기능을 부여하고 항공기의 속도를 줄임으로써 지상에서도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ET의 탈것 간 전투의 주역은 지상병력이며 항공기는 거들 뿐이죠.

반면 배틀필드2는 항공기에 절대적인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정 설치된 대공 미사일과 대공 차량을 제외하면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죠. 그나마 이들 대공 미사일은 위치가 고정되어있어 항공기가 이륙하자마자 공격하는 대상이 되고, 대공미사일이나 대공차량이나 사거리가 짧고 락온 시간이 길어서 항공기를 공격해서 떨어트린다기 보다는 위협을 해서 쫓아내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 제로 배틀필드2에서 항공기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항공기 뿐이며, 따라서 제공권 장악이 전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편에 전투기를 잘 모는 파일럿이 있으면 (그리고 그 파일럿이 잡음 없이 전투기를 타면) 그 게임은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 편 파일럿이 미숙하면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폭탄맞고 죽는 것이죠. 뭐 현대전이 양상은 그게 맞긴 합니다만, 그게 플레이어들에게 유쾌한 경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일정하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획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필2의 항공기는 기획자의 직무유기 또는 로망질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배필2의 밸런스가 개똥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것은 지상의 탈것 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 겁니다. 자칫하다간 게임 전체의 경험을 망쳐놓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탈것의 소유권 문제
마 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탈것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ET든 배틀필드 시리즈든 일반적으로 탈것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탈것을 공공재로 취급합니다. 주인 없이 일단은 그냥 방치되어있고 아무나 잡아타면 된다는 것이죠. 뭐 사실 파워업도 딱히 주인이 정해져있던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탈것은 분명히 보병보다 훨씬 우수한 생존성과 공격력을 보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탈것을 타고 싶어하는 반면, 그 전력이 팀의 승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팀의 승리를 위해선 탈것을 잘 모는 사람이 탑승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개인의 욕망과 팀의 전략이 충돌하게 되지요.

ET의 경우는 항상 실내전이 필수로 끼어있기 때문에 탈것을 둘러싼 소유권 문제가 적습니다만, 배틀필드2 같은 경우는 이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당장 전선에선 인원이 모자라는데 비행기 타겠다고 활주로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가 폭탄 한방에 몰살당하죠) 탈부심 넘치는 올드비들은 자신이 탈것을 잘 타니 자기가 타야한다며 이미 탈것을 타고 있는 다른 유저들과 입씨름을 벌이다가 그냥 탈것을 터트려버리기도 합니다. 잠시 후에 리스폰 되면 타겠다는 거지요. 배필온에선 팀킬을 없애버렸더니 이젠 탈것을 타고 가라는 전장은 가지 않고 엄한 동네에 짱박혀 포탑이나 돌리는 '잉여 놀이'가 만연하기도 했습니다.

레니게이드에서 탈것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중 활동으로 얻은 포인트를 소모해서 말이죠. 소유권이 분명하므로 누가 탈 것인지를 둘러싼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반대로 승기를 잡은 팀이 포인트를 많이 얻고 이 포인트로 탈것을 타고 다시 전장에서 압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레니게이드가 뿌리를 두고 있는 RTS에선 이것이 당연하긴 하지요.

배틀필드는 탈것이 거점에서 스폰되므로 어떤 거점을 점령해 어떤 탈것을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거점을 많이 획득하면 그만큼 탈것을 많이 동원할 수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 편 홈프론트는 레니게이드와 유사하게 포인트를 소모해 탈것을 불러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수 장비는 플레이 도중 사용할 수 있지만 탈것은 스폰시에 원하는 탈것을 선택하면 해당 탈것을 탄 채로 스폰하는 방식이죠. 물론 탈것을 내리고 나면 소유권은 사라집니다만, 확실하게 태워서 스폰시키니 소유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됩니다. 그리고 탈 것 별로 한 팀이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갯수가 정해져있습니다. 이미 전장에 아군 탱크가 2대 존재한다면 아무리 많은 포인트를 지니고 있어도 탱크를 타고 스폰할 수 없는 식이죠.

게다가 포인트도 다른 게임보다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특히 적을 죽이거나 어시스트를 쌓는 것 외에 단지 스폰하는 것에 대해서도 포인트를 지급하고 적은 돈으로도 대전차 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 까지도 차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스템의 뿌리를 레니게이드 보다는 모던 워페어의 킬스트릭이라고 보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밀리는 팀에게도 상대 탈것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부분은 킬스트릭보다 나은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던워페어도 3부터는 보다 많은 킬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망해도 리셋되지 않는 킬 스트릭을 추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지요.

또한 이 포인트 시스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1라운드는 다들 포인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탈것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보병전 위주로 게임이 흐르죠. 하지만 2라운드가 되면 슬슬 포인트를 써서 탈것들을 불러내기 시작하고 3라운드엔 포인트를 쏟아부어 화끈한 화력전이 펼쳐집니다. ET가 원했던 것 처럼 게임이 기-승-전-결의 구도를 지니면서도 다채로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지요.


정리
글이 상당히 길었습니다만 (사실 이것도 상당히 축약했습니다만) FPS에서의 탈것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탈것은 단순한 로망 이외에 전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다채로운 상황과 긴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2. 탈것을 등장시키기 위해선 넓은 야외를 무대로 할 수 밖에 없고 중거리 오리사냥을 방지해야 한다.

3. 맵이 커지면 그만큼 인구밀도가 떨어지므로 전선을 형성해 국지적으로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4. 또한 맵이 커지면 피/아 식별이 힘들고 스나이퍼가 극도로 유리해지므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5. 탈것은 탈것으로 제압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병도 탈것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6. 날아다니는 탈것은 날아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보너스이므로 너무 큰 힘을 실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7. 탈것에 소유권을 주지 않으면 아비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의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지으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8. 단, 게임 플레이와 비용과 소유권을 연결할 때엔 부익부 빈익빈을 방지해야 한다.


by 고금아 2013. 6. 21. 06:50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었고 GDF에서 다시 한번 소개된, VOOSCO님의 포스팅에 이어서.

참고 :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by Voosco




필드 이벤트를 강조한 리프트에서의 리프트와 인베이젼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게임적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리프트가 아니라 인베이젼이라고 생각합니다. 퀘스트의 중심을 마을이 아닌 필드 곳곳의 스팟으로 분산시키고 그 스팟에 인베이젼이 일어나게 만들었죠. 같은 스팟에 있다는 이야기는 퀘스트 진도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니 인베이젼때 퍼블릭 파티로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퀘스트를 할 수 있게 해두었죠.

다만 레벨 공동화에 대해선 전혀 대처가 되어있지 않아서, 후발주자들은 필드 퀘스트를 즐기긴 커녕 퀘스트 진행조차 힘들었다는 것이 함정.. 전략적으로 기간과 비용을 감축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리프트와 인베이전 같은 특징적인 필드 컨텐츠 외에 다른 부분들은 이미 검증받은 WOW를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만, 좀 안이하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와우가 땅이고 필드 컨텐츠가 나무라면 땅을 파서 나무를 뿌리채 심어야 하는데 나무 중단을 잘라서 그냥 땅 위에 세워뒀달까요.

그 리고 사실 제가 길드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전투 결과에 대해서 선점이 없다는 겁니다. 길드워2 할 땐 몰랐는데, 그거 하고 나서는 남이 치고 있는 몹을 때려봤자 보상은 커녕 좋은소리 듣기도 힘들어서 남이 잡고 있지 않은 주인 없는 몹을 때려야한다는 점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

사냥 결과물의 선점성으로 인해 필드에서 스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사냥터를 둘러싸고 유저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 사실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니죠. 짧게나마 에버퀘스트를 할 때에도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스폰을 기다리거나, 스틸 당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해결책이 인던으로 한정되었는지에 대해선 좀 의문이긴 합니다. 아마도 사냥의 보장이라는 측면 이외에 하프 라이프 이후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던 조류와도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사실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가 기술적인 문제로 뒤늦게 등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 사하게 필드 레이드를 강조한 게임이 '레이더즈' 였는데요. 필드에 레이드 보스는 있는데 정작 루팅 선점권은 그대로 놔두는 바람에 파티를 맺지 않으면 잡을 수는 있어도 보상은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리프트 처럼 퍼블릭 파티가 있다거나 파티 규모가 큰 것도 아니어서 정작 필드에 가면 파티들이 돌아다니면서 레이드 보스가 스폰되는 순간 선타 먹이기 경쟁을 했죠..

그리고 레이더즈는 레벨 구간별로 녹템셋과 파템셋이 구비되어있습니다. 녹템셋보다 파템셋이 당연히 개개 파츠로도 좋고 방어구를 다 맞췄을 때 세트 효과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파템셋은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드랍하죠. 다른 잡재료들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만, 파템셋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재료는 필드 레이드 보스나 인던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재료는 무조건 1개는 떨어지고 운 좋으면 2개나 3개도 떨어집니다.) 풀셋을 만들기 위해선 대충 8개 정도 필요했던 것 같은데 최소 4번, 최대 8번 정도 돌아야 했습니다.

그나마 인던은 어떻게든 파티 맞춰서 뺑뺑이라도 돌 수 있지만 필드 레이드 보스는 경쟁자가 워낙 많으니 이렇게 드랍을 노리는 사람들을 위해선 따로 필드 레이드 보스 전용 인던이라는 해괴망칙한 것을 만들었죠. 그나마 필드 레이드 보스 보다는 이 괴상한 전용 인던을 통하는게 파티 맞추기도 쉽고 보상도 확실히 얻을 수 있습니다만 모두가 전용 인던에서 필드 레이드 보스를 잡으면 필드 레이드 보스라는 게임의 컨셉이 다소 모호해지죠. 그래서인지 필드 레이드 보스 잡으라는 퀘스트는 이 전용 인던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서비스 초반부에 약 20렙인가 30렙까지 플레이 경험이라 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레이더즈 역시 필드 레이드라는 컨셉은 있었으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리프트 보다도 더 어설펐지요.

최근에 달리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이하 마아블로) 같은 경우 디아블로와 길드워2가 살짝 섞인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묘하게 다른 필드를 랜덤하게 선택해준다는 점은 디아블로입니다. 여기에 루팅에 선점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명이 때려도 참가자 전원에게 n빵 없이 온전한 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길드워2죠. (때리지 않았는데 근처에만 가있어도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선 길드워2보다 좀 더 후합니다.)

길 드워2처럼 각 맵 별로 필드 레이드 보스나 필드 이벤트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길드워2 처럼 정교하진 않습니다. 인원수 따라서 난이도가 변화한다거나 그런거 없고, 이벤트의 성공 / 실패에 따라 후속 이벤트가 발생하는 다이나믹 이벤트도 없습니다. 특히 짜증나는 건 길드워처럼 이벤트의 위치를 잘 표시해주지 못한다는 거겠죠. 적당히 가까이 가면 여기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정말 가까이 가야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벤트에 숟갈을 얹고 싶어도 어딘지 몰라서 헤메다가 이벤트가 끝나는 허탈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건 맵을 계속 돌아다니라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보스 어떻게든 보스를 찾으면 정말 반갑습니다. 말이 좋아 필드 보스지 사실은 다구리 맞은 뒤에 경험치와 아이템을 퍼주는 셔틀이죠. 그리고 수십명의 히어로들이 자기 파워들을 있는대로 쏟아내니 이건 정말 파티타임입니다. 인베이전은 깨지 않으면 이후 진행이 힘들기 때문에 네거티브한 필드 컨텐츠지만 길드워2나 마블 히어로즈의 필드 컨텐츠들은 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즐거운 파티 타임입니다. 향후 MMORPG가 얼마나 만들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필드 컨텐츠는 이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실은 이전 직장에서 그런 컨셉의 MMORPG를 기획중이었으나 접혔죠..)

다만 길드워2가 대부분의 컨텐츠가 필드에서 발생하고,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부분에서만 인던을 활용했던 것에 비해 마아블로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인던에서만 발생합니다. 성장구간에서 필드는 인던을 찾기 위해 존재하고, 닥터 둠을 때려잡고 엔드게임으로 넘어가면 아예 모든 컨텐츠가 인던이죠. 그나마 최근엔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인 인던에 들어가면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간 사람들을 파티로 묶어주는 기능이 있어 예전보단 좀 수월해졌습니다. (데일리 인던도 자동 파티를 지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상 필수 인던의 파티 메이킹은 랜덤 필드와 묶여서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인던을 빠져나올 때 자신이 원래 있던 필드가 아니라 파티장이 돌아다니던 필드로 떨어진다는 거죠.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돌아다니던 필드는 동남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서북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A라고 칩시다. 그런데 파티장은 동북쪽 구석에 필수인던1이 있고 남서쪽 구석에 필수인던2가 있는 맵B에서 왔어요. 각기 맵A와 맵B에서 필수인던1로 진입했는데 타이밍이 비슷해서 파티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인던을 나간다고 해서 파티를 찢진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파티장이 들어왔던 맵B로 빠져나갑니다. 당연히 제가 그동안 밝혀놓았던 지도들도 모두 파티장이 열어놓은 것으로 변경되구요.

인던에서 묶인 파티 오토 매칭을 풀어주지 않는 건 아마도 계속 같이 플레이하라는 의도겠습니다만 그냥 풀어주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맵 별로 보통 필수 인던 2개, 보물상자 인던 2개(들어가면 딱 방 하나에 조금 쎄서 경험치를 마구 퍼주는 몹들이 있으며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보물상자가 있는 미니 인던입니다.), 필드 이벤트 2개, 필드 보스 1개 정도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필수 인던만 도는 반면, 저같은 사람은 꼼꼼하게 해당 맵의 컨텐츠를 다 해치우고 지나가죠. 그리고 리프트처럼 필수 인던이 동선 따라서 짜여진 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 선후 관계도 없어서 인던에서 파티로 묶인 사람들이 같이 움직일 확률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정작 파티가 필요한 그룹 챌린지 (별도로 세팅된 맵인데 파티 단위로만 입장할 수 있고, 파티 아니면 잡지 못할 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에는 오토 파티 매칭이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다들 왠만하면 일정 시간(15분?)마다 열리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림보 챌린지를 뛰죠. 그런데 또 정작 림보 챌린지에 들어가면 파티는 또 수동으로 묶어야 한다는 괴랄한 면이 있습니다만.

마아블로의 필드 컨텐츠와 인던은 말 그대로 길드워2와 디아블로 사이에서 어중간한게 걸쳐있는 느낌입니다. 베이스가 디아블로이긴 한데 또 MMORPG니까 필드에서 떼전도 해야겠고 어영부영 하다 보니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죠.

이 게임에선 타인이 부활시켜주지 않으면 인던에선 입구로, 필드에선 가까운 웨이포인트로 날려보낸다는 것이 사망에 대한 유일한 페널티입니다. (심지어 아이템의 내구도 감소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인던 안이든 밖이든 어디든 간에 파티원 옆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티가 유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또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동선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묶어준 '무작위 만남'이 딱히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뭔가 이것 저것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선점적 전투 보상을 유지해선 필드 컨텐츠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필드 컨텐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 분배 방식이나 파티, 동선, 위치 공유 등 다른 요소들을 그에 맞춰서 함께 새로 디자인 해줘야 한다.
3. 필드 컨텐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고는 못견딘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by 고금아 2013. 6. 18. 01:58

다들 '엑박원 망했어요'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가마수트라에서 소니와 마소의 전략의 차이를 엔터테인먼트 셋탑 - 게임 콘솔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분석한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원문 : What makes a platform? Games or users? Console makers place their bets.


- 콘솔 플랫폼 운영 비용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보급 대수와 관계 없이 고정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
-- (실제로는 콘솔을 더 팔수록 늘어나는 가변비용도 있지만 이는 늘어나는 수익으로 상쇄 가능)
- 어떤 콘솔도 발매 초기엔 적자를 면할 수는 없다. (하드웨어에서 적자를 보지 않는 닌텐도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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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솔 메이커로썬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수익이 고정비를 초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양 기종 모두 보급률과 고객당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 그런데 두 회사가 취하는 노선은 전혀 다르다.

- MS는 퍼블리셔에 걸었다.
-- 중고 게임 제한, 온라인 체크는 수년간 중고 거래 때문에 골치아팠던 퍼블리셔들에겐 매력적
-- 또한 NFL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컨텐츠 공급자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음
-- 최고의 컨텐츠를 가진다면 게이머는 엑스박스 원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가정.

-소니는 게이머에 걸었다.
-- 중고 게임 제한 없고 통합된 미디어 센터 기능도 없다. (미디어 센터 기능은 있지만)
-- 이는 퍼블리셔보다 소매점에 유리하다. (중고 거래는 소매점에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줌)
-- 일단 콘솔을 많이 팔면 퍼블리셔는 고객이 많은 곳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정.

- 양 기종 모두 컨텐츠가 생명인 것은 사실.
- 하지만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
-- MS : 컨텐츠를 확보하면 유저는 따라온다.
-- 소니 : 유저를 확보하면 컨텐츠는 따라온다.

- 컨텐츠인가? 배급인가?
- 많은 투자가들은 항상 배급을 컨텐츠보다 우선시했다.
- 필자 개인적으로는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이기리라고 전망한다.
- 지켜보자.



일전에 MS의 전략이 더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철회합니다. 엑박원은 망했습니다.

플4의 초기 제조 원가는 플3과 마찬가지로 $599는 될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렇다면 플4의 가격은 $499가 한계라고 봤지요. 엑박원은 스펙이 낮으니 제조 원가를 $499 정도로 잡으면 출시가는 $399. 소니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갖고 있으니 가격을 $199는 좀 무리라고 쳐도 $299까지 낮춘다면 확실하게 플4를 압살할 수 있으리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엑박원의 출시가는 자비 없는 가격 $499.. 전통적인 게이머에게도 부담이 되는 가격입니다. 그리고 플4의 가격은 $399. 게임 끝이죠. 스펙은 3/4 수준인데 가격은 $100 높다면 게이머로서는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죠. 셋탑으로서도 마찬가지죠. 애플TV가 $99, 구글TV가 $199인데 누가 $499짜리 셋탑을 살까요. (개인적으로 미디어 셋탑으로는 $399도 비싸다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MS가 퍼블리셔들을 독점해서 플4를 소니 퍼스트 파티 게임 전용 머신으로 만들 수 있다면 플4가 $199에 나오고 엑박원이 $599에 나와도 엑박원이 이깁니다. 이게 MS 전략인데요.

문제는 퍼블리셔들을 독점할 수 있냐는 거죠. 어차피 퍼블리셔들에겐 누가 이기든 지든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멀티로 내면 누가 이기든 돈은 버는 거지요. 플4를 버렸을 때 얻는 손해보다 중고 게임 차단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명백히 크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진 굳이 퍼블리셔가 플4를 버리고 엑박원에 몰빵할 이유가 없습니다.

엑박원이 시장을 재패하기 전까지 퍼블리셔는 플4를 버릴 이유가 없는데, 퍼블리셔가 플4를 버리지 않으면 엑박원은 시장을 장악할 수 없습니다. 순환참조 또는 데드락이죠. 당장 봐도 독점 타이틀의 수나 중량도 비슷한데다가 기껏 내세우는 것이 특정 DLC는 엑박한정... 퍼블리셔가 MS에 줄 수 있는 건 딱 이정도죠.

하여튼 뭐 어느 모로 봐도 엑박원을 살 이유는 없으니 MS는 엑박원 공장 닫고 패드 공장이나 확장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콘솔 가격을 최소 $100불 이상 낮추거나 (이젠 $399도 어렵고 $299나 못해도 $349 정도는 맞춰줘야 한다고 봅니다.) 케이블 TV사와 제휴해서 저렴한 약정 옵션을 발표해야 할 겁니다.

어쨌든 $399라면 소니로서도 상당한 출혈일텐데, 플3때 $499로 내놓았다가 밀렸던 경험에 비추어 일단 지르고 본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소가 $499로 낼 줄 알았다면 $399로 내진 않았겠죠. 반대로 마소는 소니가 $399로 낼 줄 알았다면 $499로 내진 않았을테구요.

by 고금아 2013. 6. 13. 02:55

GDF에서 Voosco님이 쓰신 '다중 성장 - 퍼즐 앤 드래곤과 던전 스트라이커의 경우'에 이어지는 포스팅.


며칠 전 Nanna 님과 비슷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보상은 그전까지의 플레이에 대해 만족감을 주는 한편으로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긴 합니다. 그러므로 보상은 잦은 편이 좋겠습니다만, 미미하고 잦은 보상은 반대로 보상 자체에 대한 희소성을 감소시켜 플레이어들을 리프레쉬 시켜주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MMORPG나 MORPG 처럼 계속된 성장이 기본 구조인 게임에서 가장 큰 보상은 바로 캐릭터의 성장 - 레벨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레벨간의 간격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멀어지기 마련이죠. 이 성장 이라는 보상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몇가지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열심히 플레이한 분들 말로는 리니지는 후반부 성장구간이 워낙 길어 자아 성찰의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레벨에 따른 전투력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이 노력들이 보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리니지를 플레이해보신 분들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캐릭터 레벨과 직업 레벨을 나누고 이를 엇갈리게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도중에 직업 레벨이 오르고, 직업 레벨이 오르는 사이에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리듬이 발생하게 되죠. 리니지와 동일한 경험치 테이블을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캐릭터의 강함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성장은 2배나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마비노기의 환생은 캐릭터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냄으로써 다시 초반부 컨텐츠의 빠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누적된 플레이가 직접적으로 게임에 다시 반영되는 영속성에 기반한다는, MMORPG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킬은 환생을 거듭해도 초기화되지 않으므로 누적된 플레이가 게임에 결국 반영됩니다. 이 환생이 뉴비들과 올드비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 섞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게임이 클래스 구분 등의 제한 없이 스킬을 익힐 수 있고 그 스킬의 종류가 많으며 이 스킬들의 성장이 누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엔드 컨텐츠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 역시 마비노기에서 환생 제법 하신 분이 보충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라그나로크 역시 1레벨로 돌려보내는 전승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제한이 없는 마비노기와 달리 3차 까지로 제한되어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스킬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환생시 스탯과 HP 등에 보너스를 주고 외양을 바꿔주는 등의 효과가 있나 보네요.

앞서 열거한 게임들 모두 WOW 이전의 게임입니다. 스토리를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만렙을 찍고 엔드컨텐츠를 즐긴다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이죠. 바꿔 말하자면 와우는 엔드 컨텐츠에서 인던 / 레이드 / 투기장 등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 행위로 성장구간을 대체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경험치 테이블을 타고 올라가는 것 보다는 아이템을 얻는 것이 더 주기도 짧고, 아이템을 촘촘히 배치하면 폭발적으로 캐릭터가 급격히 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후발 주자들이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기가 쉽지요. 이런 엔드컨텐츠가 있다면 굳이 환생 등의 시스템으로 유저를 다시 1레벨로 돌려보낼 필요가 없지요.

이런 WOW의 구성은 막대한 양의 컨텐츠를 필요로 하며 이렇게 생산된 컨텐츠들이 1회성으로 소모되어 이미 컨텐츠를 쌓아둔 WOW를 제외한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요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후반부 성장이 둔화된 시점에서 크로스 클래스 스킬들을 익히게 해주는 던스의 다중성장은 동일 컨텐츠를 반복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WOW 구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이종스킬 습득은 여러 클래스의 스킬을 익히게 할 경우 사실 한 클래스의 스킬만 모두 익히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되거나, 모든 스킬을 다 익힌 괴물을 만들거나, 최선의 조합으로 먼치킨을 만들어 국민트리를 정착시키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던스는 길드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은 스킬을 익혀도 결국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은 그 중 몇개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전체 스킬을 다 익힌다 하더라도 이는 캐릭터의 성능을 절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수직성장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수평성장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런 수평 구조에서 모든 스킬을 다 익히게 되면 게임 전반을 보았을 때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을 익힌 캐릭터보다 유리하지만 (다른 조건들 - 스탯 등) 국면을 좁게 보았을 때에 양자간에 넘을 수 없는 수준의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두번째 문제는 스킬 슬롯 제한으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슈는 스킬 포인트가 한 클래스의 스킬을 다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할 때 주로 발생하는데 말씀하신 걸 봐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히 부여될 것 같습니다. 결국 세번째 이슈 - 먼치킨 조합에 의한 국민트리 현상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이는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퍼즈도라의 경우는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게임을 주도한다는 기분" 이라고 추상적으로 설명하셨는데, 저는 이를 템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WOW든 마비노기든 라그나로크든 던스든 무슨 게임이든 성장 템포에 리듬을 주려고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에서 미리 정의된 템포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점점 템포는 느려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퍼즈도라는 어떤 캐릭터를 키울지를 유저가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성장 템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세대 게임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템포라면 끌려가는 것 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템포일 때 더 동기를 부여받기 쉬우니까요.

by 고금아 2013. 6. 11. 04:37
이전 '부분 유료화 무엇을 팔아야 하나'의 글타래 중 가차폰과 사행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죠.

http://gdf.inven.co.kr/phpbb/viewtopic.php?f=15&t=83#p330

관련해서 몇가지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먼 저 가차폰이라는 용어의 정의부터 하고 시작하도록 하죠. 우리가 보통 랜덤 아이템, 랜덤 박스, 가차폰, 캡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이 아이템들은 다른 유로 아이템들과 달리 구매자가 얻게 될 아이템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선 가차폰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SD 건담 캡슐 파이터(이하 건담캡파)의 캡슐, 퍼즈도라의 레어에그, 확산성 밀리언 아서의 뽑기, AVA의 캡슐상점 등이 이에 해당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가차폰은 사행성 아이템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게임 심의 제도는 사행성을 극도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심의제도 부터가 제2의 '바다이야기'를 막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사행성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싱글플레이어 RPG 게임인 '니노쿠니'가 18금으로 분류되기도 했지요.

관련기사 : PS3 기대작 ‘니노쿠니’ 왜 18세 게임 됐나?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11014144201

니 노쿠니를 사놓기만 하고 아직 플레이해보진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사행성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저들은 터무니 없다고는 합니다만. 하지만 가차폰이 들어있는 모든 게임이 18금인 것은 아닙니다. 당장 컨셉부터 가차폰을 밀고 있는 건담캡파부터 전체이용가죠.

이전에 가차폰 아이템 도입과 관련해서 사업부 측과 회의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랜덤 요소만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행성이라고 볼 수 없다.
    개봉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거나, 기대이익이 지출보다 적을 경우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현금 또는 현금과 유사한 통화를 지급하는 것은 사행성)
    가차 폰을 개봉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기대이익이 지불액보다 크다. 따라서 가차폰은 복주머니로 봐야 한다.

이전에 아사쿠사게임즈 사업개발부 김상하 부장님도 가챠 아이템에 대해 복주머니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카드배틀의 과금은 가챠에서 시작된다”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category=102&id=1441056

조 금 더 이해하기 쉽게 확밀아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확밀아의 경우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카드는 1성 ~ 5성입니다. 하지만 카드 뽑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카드는 3성 ~ 6성입니다. 6성 카드는 뽑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데다 매달 새로 추가되는 6성 카드는 그 달에 한해 원래 스펙보다 몇배나 높은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보통 6성을 노리고 뽑기 쿠폰을 구매합니다. 그래서 6성이 나오면 대성공, 5성만 나와도 성공이라 인식하죠.

유저들이 실제로 원한 것은 5성이나 6성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3성이나 4성은 '꽝'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복주머니라는 설명입니다. 뭐 사실 카드 배틀 가차든 건담캡파나 아바의 캡슐이든, 기본적으로 해당 가차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앞에 내걸어놓고 그게 아니라도 꽝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쨌든 가차 아이템의 기본 구조는 저렇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가차 아이템을 왜 구매하는가? 복주머니 이론에선 지출하는 금액보다 실제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사실은 일부 컨텐츠가 가차의 보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확밀아의 6성처럼요. 혹은 가차를 통하지 않고는 도저히 얻을 수 없을 정도의 돈이나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플레이어가 이런 가차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선 먼저 어떤 아이템을 얻고 싶다는 욕망과, 그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가차가 합리적이라는 판단, 이 두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뭐 사실은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가차의 최대 보상은 가차 외의 수단으로는 이론상으로든 실질적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욕망이 먼저 작용하겠지만요.

그런데 반대로 욕망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가차를 판매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제가 버닝하고 있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하 마아블로)입니다.

우 선 이 게임에서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히어로 캐릭터($6~$20), 캐릭터용 코스튬($12 언저리), 경험치 부스터($1), 레어 아이템 확률 부스터($1), 스킬 초기화 아이템($3), 카드(가차폰)($1)이 있습니다. 위 여섯가지 아이템은 모두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코스튬도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만 루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또한 코스튬의 경우, 캐쉬아이템으로도 제공되지 않아 루팅을 해야 하는 종류의 아이템도 있습니다.

가 차 카드의 내용물은 가차 보상으로만 제공되는 코스튬, 펫($12), 캐릭터 치장 아티펙트 (랜덤하게 루팅할 수 있으며 코스튬에 합성해서 화염, 오오라 같은 효과를 만듭니다. 스탯을 올려주진 않습니다.), 스킬 초기화 아이템, 귀속 해제 아이템(게임 내 크래프팅으로 제작 가능), 경험치 부스터(판매용과 동일), 레어 아이템 확률 부스터(판매용과 동일), 경험치 슈퍼 부스터, 레어 아이템 슈퍼 부스터가 있습니다. '꽝'에 해당하는 것들이 마지막의 부스터 4종일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슈퍼 부스터인데, 이 부스터들은 30분동안 경험치나 레어 아이템 획득 확률을 100% 올려줍니다. 2개를 중첩하면 1시간동안 100%의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판매용 부스터들은 1시간동안 50%가 기본이지만 2개를 먹는다고 2시간동안 50%를 받거나 1시간동안 100%를 받지 않습니다. 2개를 마시면 75%, 3개는 88%, 4개는 95%, 5개에 100%가 됩니다. 즉 1시간 동안 100%를 받기 위해선 $5를 소비해야 하고, 30분동안 100%를 받는데 드는 비용은 $2.5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카드 보상에서 '꽝'은 1시간동안 50%의 버프를 주는 포션일텐데 당장 이 포션 가격과 카드 가격이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 꽝과 비슷한 확률로 등장하는 보상이 $2.5의 가치를 지닌 슈퍼 부스터 들이죠. 정확한 확률 테이블은 없습니다만 대충 이 둘을 합친 비중이 70%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가차 아이템의 경우 어차피 내가 갖고 싶은 보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조차도, 부스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차폰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특히 이 슈퍼 부스트는 포션과 달리 카드를 개봉하는 즉시 적용받으므로 30분 이상 플레이 할 생각이 있을 때 카드를 사서 개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 됩니다. 포션이나 슈퍼 부스트 외의 아이템이 나온다면? 그건 더 좋은 것이죠.

어 디선가 쇼핑 관련 심리학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은 쇼핑을 일종의 게임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할지라도 '싸게 샀다', 즉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세일이나 '1+1'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죠. 이전에 확밀아 성공 비결을 이야기 할 때(http://tophet.tistory.com/61) 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죠. 홍차를 빠는 것이 더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금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했다구요. 이런 합리성을 자극하는 것은 한정판매 매진임박 등의 자극은 충동 그 자체를 자극하는 것과는 다른 메카니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업계의 최첨단을 달리는 홈쇼핑은 둘 다 동시에 사용합니다만.

그리고 사실 1시간 이상을 플레이할 생각을 한다면 안전하게 포션을 뽑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요. 가차폰 카드는 원하는 슈퍼 부스트를 얻지 못할 확률이 존재하니까요. 캐릭터와 코스튬 역시 확률을 생각하면 그냥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구매가 합리적인 구매로 포장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 돈을 쓰지 않고 몸으로 떼우는 건 다소 불합리해보입니다. 특히 한 때 휴식 경험치가 계속해서 적용되는 버그가 있었는데, 이때 부스트 효과를 체감해본 뒤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헐크로 정상 플레이 했을 때 23레벨에서 닥터 둠을 잡고 시나리오를 클리어했습니다만, 버그 당시엔 데드풀로 60% 가량 진행했을 때 이미 23레벨이었습니다.)

클 베 할 때만 하더라도 캐릭터도 코스튬도 드롭이 되는 것을 보고 또 북미의 로맨티스트들이 순진한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줄 알았습니다. LOL 처럼요. 하지만 뚜껑을 까고 보니 이건 정말 그동안 부분 유료화의 최첨단을 자부했던 국내 게임계 보다 더 정교하게 접근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월탱과 마찬가지루요. 해외 MMORPG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기준으로 디자인 된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과연 디아블로2 스텝들이 무섭긴 무섭네요..


by 고금아 2013. 6. 10. 03:47

이번엔 조금 더 미묘한 문제인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리듬 게임의 조작체계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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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 먼저 위에서 아래로 노트가 떨어지는 기본 형태의 탭소닉입니다. 안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부분에선 기타 히어로의 영향이 보입니다. 그냥 콘솔에서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갖다 놓았는데, 덕분에 가장 중요한 판정 영역이 손가락에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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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터치를 활용하는 부분은 바로 이렇게 좌우로 비벼주는 롱노트 입니다. 기존의 콘솔 / 아케이드에선 불가능한 조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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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루브 캐치는 노트를 고정시키고 판정 영역 이동시키면서 터치 영역을 분리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화면상에 보이는 흰색 선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해서 내려옵니다. (아래쪽 끝에 닿으면 다시 위에서 나타납니다.) 노트난 나왔다가 사라지지만 그 위치가 고정이구요. 하단에 보이는 작은 동심원들 4세트가 터치 영역입니다. 판정이 터치에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훌륭합니다만, 하단으로 사라졌던 판정선이 다시 위로 올라오는 부분에서 좀 어색합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콘솔 / 아케이드의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이, 동시에 4개의 입력을 요구하는 노트들이 가끔씩 있습니다. (어떻게 누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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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치 영역을 없애고 화면의 노트를 직접 터치하는 모드도 있습니다. 예전 DJ MAX Technica에서 봤던 것과 유사하죠. 기본적으로 화면이 작아서 손가락이 당장 눌러야 할 노트는 물론이고 다음에 올 노트까지 가린다는 문제가 있는데, 노트마저 이 조작에 최적화된 형태가 아닙니다. 왠만하면 봉인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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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트에 박자를 맞춰 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들고 있는 펭귄을 잡고 좌우로 끌어서 떨어지는 딸기를 받아내는 모드입니다. 우선 뭔가 음악이 나오긴 하는데 박자를 맞춘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결정적으로 펭귄의 움직임에 가속/감속이 있어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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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좌/우로 움직여 딸기를 받아내는 건 동일한데, 손가락이 아니라 중력센서를 활용합니다. 아이폰을 좌/우로 기울이는 거죠. 위의 펭귄 기본 모드보다도 조작감이 나쁩니다. 저혈압 환자에게 추천합니다.

이 렇게 쓰고 보면 굉장히 재미 없는 게임같아 보이는데, 기본 모드로는 상당히 할만합니다. 박자 맞춰서 터치하는 기본 손맛이 살아있는데다 음악이 좋습니다. (추가곡은 대부분 돈주고 사야 합니다만 무료곡들 중에도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로 화면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전 스마트폰 만큼은 가로로 하는 게임이 어색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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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tus 역시 DJ Max Technica 처럼 판정선이 이동하는 가운데 노트를 직접 터치하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그루브 캐치와 다른 점은 판정신이 위->아래->위로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점이죠. 문제는 노트가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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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DJ_Max_Technika_3_gameplay_screenshot.jpg)

DJ MAX Technica는 아예 화면을 위/아래로 쪼개서 판정선이 없는 화면을 지우고 거기에 노트를 새로 그리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당시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하나의 화면에서 직접 터치를 구현하니 왜 그렇게 둘로 쪼갰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나마 그루브 캐치에선 판정선이 위에서 아래쪽으로만 내려오므로 판정선이 지나간 뒤에 노트가 새로 생겨나도 당장 눌러야 할 노트와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가 헷갈리는 일이 없습니다. 반면 Cytus는 위에서 아래로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상단과 하단에선 이 노트가 지금 눌러야 할 노트인지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인지 상당히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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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로 모드 게임이라 가뜩이나 상/하가 짧으니 노트 전환이 잦은데 누르고 있기만 하면 되는 롱노트(上)과 판정선을 따라 비벼야 하는 롱노트(下) 둘 다 존재합니다. 그것도 딱 헷갈리기 좋은 모양으로 말이죠. 아트 스타일과 음악이 상당히 괜찮고, 눌러야 할 노트를 제대로 누른다면 리드미컬한 손맛이 일품인 게임입니다. 그 손맛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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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소닉 링스타는 별도의 판정선을 두지 않고, 2차원으로 움직이는 노트가 판정 영역과 겹쳐질 때 그 판정 영역을 터치하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터치를 누르는 그 결정적인 순간 손가락이 그 판정 영역을 가려버립니다만, 판정선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화면 여러 곳으로 판정 영역이 분산되어 Cytus나 그루브 캐치의 터치 모드 처럼 손가락이 다음에 눌러야 할 노트를 가리는 문제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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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스타는 타이밍을 맞춰 터치하는 기본 노트 외에 해당 타이밍에 정해진 방향으로 밀어내는 노트(上), 누르고 있어야 하는 롱 노트, 누르면서 노트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 비비기 노트(下)가 있습니다. 노트만 봐도 뭘 해야할지 알기 쉽도록 잘 구성되어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방향으로 밀어내면 화면이 실제로 그쪽으로 움직이는 등 노트의 움직임이 화면과 연동된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리듬액션 게임 중 이렇게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게임은 처음 봤네요. 건드려야 할 것들을 직접 건드린다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굉장히 잘 활용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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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모바일에 가장 최적화된 리듬 액션게임이라 평가하는 그루브 코스터 입니다. (사실 이 게임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포스트를 쓴 것이기도 합니다.) 흰색 동심원들이 노트이며, 녹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 판정 영역입니다. 판정 영역이 흰색 선을 따라 이동하는 가운데 이 영역이 노트와 겹쳐질 때 화면 아무곳이나 터치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은 노트의 맨 바깥쪽에 있는 원이 안쪽으로 좁혀와서 그 다음으로 먼 원과 합쳐지는 타이밍과 일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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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커가 타고 이동하는 흰색 선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3차원 공간 상에서 자유 자재로 휘어집니다. 그리고 노트의 타이밍은 박자에 아주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고, 무시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지만 타이밍이 맞으면 보너스를 주는 애들립 노트까지 덧붙여져서 말 그대로 그루브 코스팅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심지어 노트 마저도 박자에 맞춰서 날아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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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다가 노트의 종류 또한 터치에 최적화되어있고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누르고 있어야 하는 롱노트, 스크래치 하듯이 손가락을 댄 채로 좌우로 비벼야 하는 비비기 노트, 해당 방향으로 튕겨내는 노트입니다. (연타 노트도 있는데 이건 못찍었네요.)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 한손으로 가능한 조작입니다. 세로화면 + 한손조작 + 화면 아무 곳이나 터치. 제가 모바일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모여있는 것이죠.

당초 유료 다운로드 버전으로 출시되었습니다만 곧 무료 다운로드 + 추가곡 구매의 그루브 코스터 제로 버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제로 버전도 무료곡을 많이 줍니다. 타이토에서 제작한 것이라 알카로이드 같이 자사의 게임 음악들을 사용한 스테이지는 추억이 방울방울 돋습니다만, 곡 자체의 퀄러티는 그루브 캐치나 Cytus보다 다소 약하다는 것이 흠입니다.


by 고금아 2013. 5. 24. 02:03
방금전에 XBOX ONE (이하 엑박원)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났습니다.

분명 차세대 게임 콘솔인데, 게임 이야기는 거의 없고 TV, 영화, 스카이프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능들은 대부분 북미의 엔터테인먼트와 깊게 연관된 것이라 그 외 지역에서는 당분간 - 한국은 아마도 영원히 - 활용하기 힘들 기능들이었죠.

수많은 게이머들이 속았다 엿먹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전 MS가 굉장히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 선 콜옵 고스트 시연을 보면 기기 스펙 자체는 굉장히 향상되었습니다. 겉보기엔 배틀필드3나 크라이시스 같은 AAA급 타이틀을 하이엔드PC에서 풀옵으로 돌렸을 때와 유사한 레벨입니다만, 사실 그게 포인트죠. 100만원짜리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퀄러티를 50만원 미만의 콘솔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거니까요.

문제는 스펙이 높아지고 표현의 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개발비도 치솟는다는 겁니다. 타이틀 가격을 100불씩 메길 것이 아니라면 결국 더 많이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지난 수년간 시장 상황을 보면 타이틀들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콜옵 조차도 모던3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죠. 기존의 엑박360보다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한 게임을 더 적게 깔린 콘솔에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특히 비주얼) 퀄러티가 좋으면 게임도 플랫폼도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게이머에 한정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이미 시장은 게이머들만 상대해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차 세대 콘솔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이머가 아닌 대중들에게도 팔아야하는데 이들은 퀄러티에 둔감하기 때문에 스펙을 높여봤자 현세대 콘솔 보급량 만큼 팔릴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좋은 게임 만들어서 파는 건 서드 파티 몫이고, MS가 해야할 일은 어떻게든 플랫폼을 많이 깔아주는 것이죠.

그래서 MS가 꺼내든 것이 기타 엔터테인먼트 기능입니다. NFL 중계를 보는 도중에 선수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게이머가 아닌 사람에겐 그것 만으로도 엑박원을 구매할 수 있는 이유가 되죠. 플스2가 DVD 플레이어 기능을, 플스3가 블루레이 플레이어 기능을 매개로 일반인들에게 플랫폼을 보급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런 쌍방향 엔터테인먼트는 광디스크 영상 재생과 달리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컨텐츠 공급자와의 제휴가 필요하며 '독점'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물론 이 컨텐츠 공급자 문제 때문에 북미 외의 지역에선 활용이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사실 그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로서 북미 지역에선 PS4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 만으로도 현세대기에 비해 더 많은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쉽게 말해 본진인 북미에서 소니를 몰아낼 수 있다는 거죠.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이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PS4가 유사한 기능을 탑재하고 이 지역 컨텐츠를 독점하지 않는 한, 불리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MS의 현금동원력을 볼 때 어렵지 않게 이 지역도 독점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설령 게임 판매 수익이 기대에 못미친다 하더라도 이쪽에서 또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죠.

쉽게 말해 엑박원은 말 그대로 꽃놀이 패를 들고 PS4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봅니다. 뭐... 논-게이머들이 차세대로 넘어가지 않고 쌍방향 엔터테인먼트도 시큰둥하다면 큰 손해를 보겠습니다만, 어쨌든 PS4 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덧-

이미 플스2,3에서 미디어 재생 기능으로 재미를 보았고 영화사와 음반사까지 거느리고 있는 소니가 왜 PS4를 게임콘솔로 한정지었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긴 합니다. 본체 대기 중 패드 충전 같은 건 사실 신형PS3에서 업데이트 해줬어야 하는 문제들이었고, PS VITA를 사용한 리모트 플레이도 글쎄요... 비타를 번들로 끼워준다면 모를까...


by 고금아 2013. 5. 22. 03:46

모처에서 늘어나는 스킬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포스트를 이어가려다가, 이미지 첨부가 안되는 관계로 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기 사진을 올리고 이미지 링크를 걸까 하다가, 그냥 여기에 먼저 쓴 뒤 복-붙 하는 편이 낫겠더군요.

아참, 아래에 쓴 스크린샷은 5월 중순 이후의 클로즈베타에서 왔습니다만, 내용들은 5월 초순의 클로즈 베타 버전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후 구성이 일부 바뀌어서 기억에 의존하므로 100%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퀵슬롯의 구성

Marvel Heroes Online TM & ⓒ2012 Marvel & Subs. All rights reserved. ⓒGazillion, Inc. All Rights Reserved. (스크린 캡쳐)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마우스 좌클릭, 우클릭, A 부터 H까지 최대 8개까지의 스킬을 퀵슬롯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다른 MMORPG처럼 퀵슬롯을 늘릴 수 없으며, 디아블로처럼 처음 부터 끝까지 이 8개의 퀵 슬롯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길드워2나 디아블로처럼 퀵 슬롯에 등록하지 않은 스킬은 아예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 이 퀵 슬롯에는 메디킷 등의 회복 아이템이나 액티브 효과를 지닌 아티팩트 아이템도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장착하게 되면 그만큼 활용 가능한 스킬의 갯수가 줄어듭니다.

이 구성은 레벨업으로 얻는 파워 포인트를 소비해 개개 스킬에 대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스킬 레벨을 올려주는 속성이 아이템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덱 구성에 대한 전략성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 스킬 트리의 구성

Marvel Heroes Online TM & ⓒ2012 Marvel & Subs. All rights reserved. ⓒGazillion, Inc. All Rights Reserved. (스크린 캡쳐)

보다 흥미로운 것은 스킬 트리 쪽입니다. 일반적으로 RPG 게임의 스킬 트리에서 화살표가 붙은 지시선은 스킬 간의 선/후 관계를 나타내기 마련인데,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에선 선/후 관계 외에 속성의 상속까지도 함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일 왼쪽, Energy Beams의 왼쪽엔 빨간 손바닥이 그려진 스킬은 Repulsor Blast라고 해서 손바닥에서 에너지를 쏘는 기본 공격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적을 얼리려서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지닌 Freon Ray와 속도를 늦춤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방어력을 떨어트리는 Disruptor Beam이 있지요. 이 세가지 스킬은 베이직 스킬들로 좌클릭에만 할당할 수 있습니다. 이 셋 중 하나만을 게임 중 사용할 수 있지요. (물론 중간에 바꿔낄 수는 있습니다만.)

첫번째 스킬인 리펄서 블래스트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데미지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프레온 레이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슬로우 효과를 받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프레온 레이의 데미지는 리펄서 블래스트로부터 상속받습니다. (100%는 아니고, 보통 70~80% 선으로 미리 정의되어있습니다.) 또한 디스럽터 빔은 포인트를 넣을 때 마다 슬로우 & 약화 효과를 받는 정도가 늘어납니다. 지속시간은 프레온 레이로부터, 데미지는 리펄서 블래스트로부터 물려받지요.

직선으로 이어지는 다른 스킬들도 유사하게 상위의 스킬로부터 속성을 물려받습니다. 디펜스 실드의 최상단에 위치한 기본 스킬은 실드를 켤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실드의 용량을 결정합니다. 그 아래에 있는 다른 실드 스킬들은 실드에 반사 속성을 부여하는 등의 다른 성향을 지니며 최상단 실드 스킬로부터 주로 용량을 물려받지요.

5월 초순까지만 해도 분기 트리도 존재했습니다. Tech Gadgets 탭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것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스킬들인데 첫번째는 랜덤한 적을 찾아가는 미사일을 쏘고 두번째는 지정한 적에게 명중하면 폭발하는 미사일을 쏘며 세번째는 켜놓고 있으면 자동으로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선 셋이 직선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만, 5월 초순 버전에선 첫번째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두번째와 세번째로 분기되는 형상을 띄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스킬은 데미지와 발사하는 미사일의 갯수를 성장시킬 수 있고, 두번째 스킬은 폭발 데미지를 성장시키며, 세번째 스킬은 미사일의 발사 속도를 높입니다. 양쪽 다 기본 명중 데미지는 첫번째 스킬에서 물려받았지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둘을 갈라놓은 모양입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세번째 스킬 데미지가 워낙 낮은 관계로 사실상 함정카드로 동작하곤 했습니다. 스킬 밸런스 조정 차원에서 일자 트리로 바꾼게 아닌가 싶네요.

중앙의 실드 트리도 좌우로 갈라집니다만, 좌측은 화살표인 반면 우측은 그냥 방향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우측 탭에서도 제일 왼쪽의 스킬에서 우하단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마커가 있지요. 이 경우는 속성의 상속 없이 단순히 선후 관계만 표시한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실드의 경우 우측 첫번째는 실드를 끄고 Spirit(마나)를 회복하는 스킬이며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실드를 끄면서 폭발시켜 주변에 데미지를 주는 스킬인데 이들이 실드로부터 어떤 속성을 상속받았던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사실 그냥 UI 디자이너가 실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속성 상속 체계는 아예 쓸 생각이 없는 스킬이 아니라면 어쨌든 찍어두면 나중에 계속 도움이 되니 나중에 등장할 더 나은 스킬을 위해 일부러 스킬 포인트를 아껴둘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길드워2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by 고금아 2013. 5. 20. 21:24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이 이번 주말 다시 한번 오픈베타를 실시합니다.


이름하여 파이널 오픈 베타!


지난 아이언맨 주말과 마찬가지로, 베타키가 없어도 참가 가능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화요일 새벽 2시까지 입니다.


다운 속도가 지독하게 느리므로, 미리미리 준비해두세요!


오픈베타 발표는 여기


게임 소개는 여기




by 고금아 2013. 5. 10. 10:23

일전에 소개한 적 있는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입니다.

(소개글 : http://tophet.tistory.com/74 )

주말에 또 테스트 한다고 해서 클베인줄 알았더니, 오픈 베타랍니다.

이전까지의 클베와 달리 별도의 키가 필요하지 않으며 등록만 하면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 시각으로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화요일 오전 2시까지!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marvelheroes.com/news/news-articles/play-marvel-heroes-weekend-celebrate-iron-man-3

-덧-

아이언맨3 개봉 기념이랍니다.

고마워요 미스터 스타크.

by 고금아 2013. 5. 3. 23:41